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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묘비명(墓碑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는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훌륭한 일을 하여 후세에 명예로운 인물로 남아야 한다는 뜻이다.묘비명은 죽은 사람을 기리는 짧은 문구를 묘비에 새긴 글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덤 앞 묘비에는 죽은 사람의 생전 공덕이 많이 새겨진다. 특히 서양의 경우 묘비명이라 해 자신이 쓰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미리 써놓거나 준비를 하는 관습이 있다. 촌철살인하는 내용도 많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전하는 인생 철학이나 교훈이다.프랑스의 대표적 소설가인 모파상은 남부럽지 않은 돈과 명예를 거머쥐었으나 그의 묘비명에는 “나는 모든 것을 갖고자 했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의 소설가 헤밍웨이는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오”라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글을 남겼다.“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고 번역된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오역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꽤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보는 내용이다.아동문학가 방정환 선생은 “아이의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평소 생각을 묘비에 담았다. 중광 스님은 “괜히 왔다 간다”는 말로 괴짜스님다운 글을 남겼다. 누구의 말이든 죽음을 염두에 두고 나온 말이라 생각하면 심오함과 진지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장례를 마친 정진석 추기경의 무덤 앞에는 “모든 것을 모든 이에게”라는 묘비명이 새겨졌다.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것”을 사목 목표로 삼았던 정 추기경의 뜻을 기린 글이다. 바지 한 벌로 18년 입을 정도로 검소했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장기와 가진 모든 것을 내주고 떠났다. 독선과 분열, 갈등과 다툼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가 그가 남긴 나눔의 정신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5-02

경제계 상소문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상소문 형식으로 꼬집은 시무 7조의 청원이 화제를 뿌렸다. 20만명 이상 청원이 올라온 이 글은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옛날식 상소문 형식에다 명쾌한 문장 전개로 세인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상소는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다. 그 내용은 건의, 청원, 진정 등에서부터 개인적인 감사의 표시까지 매우 다양하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관료와 학자, 유생이 올린 상소는 수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상소는 관직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유생까지 말할 수 있는 제도여서 당시 왕과 소통하는 창구로서 역할도 했다.조선시대 1만여 유생들이 올린 만인소(萬人疏)를 보면 당시 비록 왕권사회라지만 언로가 열려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선시대 최초의 만인소(1792년)에는 영남유생 1만57인이 참여했다. 그들은 사도세자의 원한을 풀어달라는 내용으로 상소했다. 상소문 중에는 지부상소(持斧上疏)라는 것이 있는데, 목을 내놓고 상소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선조 때 왜국의 사신 목을 베고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헌의 상소가 그것이다. 선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훗날 한양을 버리고 도망가는 수모를 겪었다.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의 탄원이 청와대에 전달됐다. 경제단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 부회장 공백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계 우려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보다 앞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0%가 그의 사면에 찬성을 표했다. 백신과 반도체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에 대해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인다. 대개 상소란 민심을 바탕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높다. 상소를 접한 청와대의 생각이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4-29

코인 환치기

환치기는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 계좌를 만든 후에 한 국가의 계좌에 입금한 후 다른 국가에서 해당 국가의 환율에 따라 입금한 금액을 현지화폐로 인출하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을 일컫는다.이러한 환치기는 세금탈루나 외국에서 사용할 유흥자금 또는 해외도박·마약밀수 등의 불법자금을 조달하는 데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인 K씨가 모 은행에 계좌(환치기 계좌)를 개설한 뒤 중국 현지의 가족들에게 송금을 원하는 조선족들에게 일정 수수료를 떼는 조건으로 송금액을 받고, K씨와 연결이 되어 있는 현지 환전상이 가족에게 해당액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외환의 지급, 영수시 상대국 통화로의 환전절차 없이 ‘환(換)을 바꿔친다’고 해서 ‘환치기’ 라고 불린다. 특히 최근에는 자금 출처 조사가 어려운 비트코인이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부상하면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코인 환치기’가 성행하고 있다. 수법은 기존 환치기와 비슷하다. 환치기 조직이 외국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입한 뒤, 국내 가상화폐 전자지갑으로 보내고, 국내조직이 가상화폐를 팔아 원화로 출금하는 방식이다. 은행을 통해 돈을 송금하면 환전 기록이 파악되지만, 가상화폐로 주고 받으면 파악이 불가능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이런 환치기 자금으로 외국인이 사들인 국내 아파트가 14채, 163억 원어치에 이른다. 더구나 4월 들어 2주 사이 시중 은행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된 돈만 해도 지난해 월 평균의 10배에 이르는 1천억원을 훌쩍 넘었다니 걱정이다. 비트코인이 새로운 국제금융수단으로 막 떠오르는 마당에 환치기수법에 악용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런 일이다. 비트코인이 불법 환치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4-28

펜트업 효과

한국에서도 코로나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할 것인지 폭발한다면 언제쯤 될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진 우리나라의 경우 다소 비관적 전망이 많으나 연초 백화점을 중심으로 보복소비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해 꼭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최근 한국은행은 억눌린 소비가 터져나오는 펜트업(Pent up) 효과가 올해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펜트업 효과란 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인데, 여기에 소비개념을 더하면 보복소비가 된다. 한은은 올해 펜트업 효과가 일어날 이유로 가계소득과 고용여건이 작년보다 나아지고 감염병 확산에 대한 소비 민감도가 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보다 4%정도 소비가 줄어들었으나 저축률은 IMF 이후 가장 높은 10%대를 유지해 시중에는 돈 쓸 준비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 이후 소비가 급속 회복할 것이란 글로벌 컨설팅회사의 예측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코로나가 극심했던 기간동안 가계 저축률이 10∼20% 포인트 이상 올라갔고, 이들 돈이 풀리면 보복소비가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일자리 감소 등 저소득층에 피해가 집중된 반면 고소득층은 큰 피해가 없다는 점에서 소비회복은 고소득층부터 시작할 거란 전망이다.가장 먼저 경기회복을 찾아가는 중국의 경우는 올해 소비 성장률을 13.5%까지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고소득층의 명품소비가 가장 먼저 회복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한은의 예측대로 우리도 펜트업 효과가 생긴다면 우리나라는 집단면역이 형성될 11월을 주목할 만 하다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4-27

디지털 치매

‘디지털 치매’는 10~30대 젊은이들이 문명의 이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치매와 유사한 인지적 저하를 보이는 일련의 증상을 가리킨다. 젊은 나이에 겪는 심각한 건망증이라 해서 ‘영츠하이머’라고도 한다.실제로 20~30대 젊은 친구들이 인터넷 검색창을 띄우자 마자 자신이 뭘 검색하려했는 지 생각이 나지 않거나 메시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 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않다.디지털 치매는 스마트폰이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 폰이 인간 뇌를 대신해 ‘기억’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의 연락처나 생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필요한 사소한 일들에 대한 기억도 메모기능이 대신하고 있다. 디지털 치매 진단을 위해 다음 증상 가운데 2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위험성이 높다. △전화번호는 회사번호와 집 번호밖에 외우지 못한다. △전날 먹은 식사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처음 만났다고 여긴 사람이 이전에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이다. △같은 얘기를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 있다 △아는 한자나 영어단어의 뜻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애창곡인데 가사를 보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몇 년째 사용중인 집전화번호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이같은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려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뇌 전체의 고른 발달을 위해 머리를 쓰는 다양한 취미생활과 함께 신문이나 TV 통해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술 담배를 삼가하는 것이 좋다.무엇보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게 두뇌건강에 도움이 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건강한 삶은 건강한 두뇌가 있어야 가능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4-26

할머니 전성시대

영화 ‘미나리’에서 74세의 윤여정은 유창한 영어와 ‘쿨’한 연기로 단번에 세계적 배우 반열에 올랐다.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비롯 미국 안팎에서 32개의 여우 조연상을 받았다. 영화 ‘미나리’가 아니더라도 윤여정은 국내서는 최고 수준급 스타로 잘 알려져 있다.‘윤스테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만의 카리스마가 화제가 됐고, 그녀의 인기를 분석한 평론도 언론매체를 통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고집스럽고 까칠한 면도 있지만 젊은이의 말을 경청하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오픈마인드가 그녀의 장점이라 했다.최근 그녀는 10∼20대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패션 온라인 플랫폼에 광고 모델로 등장해 또 한번 화제를 일으켰다. 그녀가 등장한 광고는 일주일도 안돼 조회수 140만을 기록했다. 영화 ‘미나리’ 개봉 이후 할머니 전성시대를 그녀가 열고 있다.‘할매니얼’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할머니의 사투리 할매와 밀레니엄이 합쳐진 표현이다. 옛 것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음식과 패션에서 그 트렌드가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패션가에서는 ‘그래니룩’이란 말도 생겼다. 할머니를 뜻하는 그래니(Granny)와 패션 스타일의 룩(Look)이 합쳐진 것이다. 대표적 상품은 화려한 꽃무늬가 새겨진 니트 가디건과 펑퍼짐하고 강렬한 색깔의 원피스나 긴주름 치마다. 장년의 여성이 즐겨 입을 법한 옷이지만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심리가 복고풍의 흐름과 겹쳐 나타난 현상이라 한다. 복고풍은 따뜻함, 포근함, 향수 등의 이미지가 있다. ‘할매니얼’의 등장과 더불어 신시대 할머니의 활약 또한 기대되는 요즘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4-22

백신여권

백신여권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인증 앱이나 카드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 백신 종류, 접종 날짜를 기록한 디지털 증명서를 가리킨다.지난 1월 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발행했고, 이스라엘은 두번째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여권인 ‘그린 패스’를 발급해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음식점·영화관·스포츠 경기장 등을 이용하게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질병관리청이 최근 자체 개발한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앱)을 공개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분산신원인증(DID)기술을 적용해 위·변조를 방지하고 QR코드 간편인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백신여권은 향후 해외 출입국하거나 공공장소를 드나들 때 코로나19 백신접종 여부를 증명하고자 사용될 전망이다. 질병청은 해당 앱을 활용해 예방접종 완료자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그러나 백신여권 도입에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않다.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백신 접종을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백신 접종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QR코드로 백신 여권이 도입될 경우, 경제적 이유 등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등 계층 간 격차 및 계층 소외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백신 여권은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차별을 두는 모양새여서 보편적 인권 원칙에서 어긋날 수 있다.따라서 백신 여권이 식당, 공공시설에서의 인증 등 일상생활에 파고드는 것은 인권차원에서 매우 위험하다. 백신여권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제도로서만 작용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4-21

백신 보릿고개

보릿고개는 우리 민족에겐 유난히 안쓰럽고 애달픈 말로 다가오는 표현이다. 농사를 천직으로 삼아온 우리의 선조들은 가을 양식이 떨어진 춘궁기에는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을 했다. 말이 초근목피지 풀뿌리나 나무껍질이 먹이가 될 리 만무하다.그래도 굶지 않겠다며 소나무의 연한 속껍질을 삶아 먹거나 진흙 중에서 입자가 고운 백토를 물에 개어 삶아 먹었던 것이 보릿고개 시절의 모습이다. 나무껍질이나 백토가 사람의 몸에 소화될 리 없다. 많은 사람이 배탈이 나고 심각한 변비에 시달렸다.우리 말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은 보릿고개에 나무껍질과 흙을 먹어 심한 변비로 항문이 찢어졌다는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보릿고개는 겪어보지 않고는 그 고통을 알 수 없다. 이 시기(음력 4∼5월)에는 혹독한 배고픔과 질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나가 죽어갔다. 한 맺힌 보릿고개라는 말이 그저 나온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의창이나 사창에서 쌀을 빌려주고 추수 때 갚도록 하였으나 기근이 오래가면 나라도 버티지 못했다.보릿고개는 일본이 식량을 수탈한 일제 강점기를 지나 6·25전쟁을 거치고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 당시 거리에는 오래 굶어 살가죽이 들떠서 붓고 누렇게 된 부황증 환자를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1960년대 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하면서 보릿고개라는 말도 점차 사라졌다.정부의 백신 공급이 늦어지면서 백신 보릿고개라는 말이 등장했다. 백신접종이 늦어지면서 코로나로 인해 생명 유지가 절박한 상황에 몰린 우리 국민의 딱한 처지를 언론이 보릿고개에 비유한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강국의 한국 이미지가 딱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4-20

추억의 아이스케키

5060세대와 7080세대를 통틀어 인기를 끌었던 얼음과자, ‘아이스케키’가 돌아왔다.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으로 식품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불량식품’의 대명사로 치부됐던 데다, 공장 생산 아이스크림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됐던 아이스케키가 60여년 만에 다시 소환한 건 최근 수년간 지속된 ‘레트로 열풍’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추억의 아이스케키를 신제품 ‘아이스케-키’로 출시한 빙그레는 보름 만에 200만개가 팔렸다고 밝혔다. 매출액으로만 5억원. 통상 빙과류 출시 일주일 기준 100만개 이상이 팔리면 ‘초기 반응이 좋은 제품’으로 분류된다. 200만개가 팔렸으니 ‘중박’이상이다. 시장에 나온 ‘아이스케-키’는 사과·레몬·딸기맛 등 세가지 종류의 ‘막대’ 형태 아이스크림으로, 유통업계에서 수년간 유행 중인 ‘뉴트로’(복고를 재해석) 콘셉트를 적용했다.빙그레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아이스케키라는 브랜드를 사용했고, 빙그레의 레트로 캐릭터를 활용해 복고적인 느낌도 살렸다”고 했다.전통적인 아이스케키는 설탕물이나 사카린을 탄 물에 팥가루를 넣은 얼음덩어리째로 통에 담겨 팔렸다.전성기는 1950~60년대 초. 이에 따라 1950~60년대에는 여름철 마다 보건부(현 보건복지부)에서 아이스케키 제조 위생 단속을 실시하느라 분주했다. 아이스케키로 인한 전 가족 식중독 등의 보도도 심심찮게 신문 사회면에 실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1962년 식품위생법이 공포되고, 1968년에 빙과류 식품 규격 기준이 마련된 뒤로는 소규모 아이스케키 업자들이 발붙일 수 없게 되면서 사라졌던 아이스케키다.그 시원하고 달콤했던 아이스케키가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온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4-19

UFO 소동

1976년 10월 14일 서울에서 일어난 UFO격추미수 사건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서울시민은 이날 저녁 상공을 수놓은 십여개의 비행물체를 목격했다. 군은 북한에서 내려보낸 전투기로 오인하고 대공포 사격까지 가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비행물체는 맞지도 않았으며 수십분 후 그냥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야말로 미스터리였다.1982년 10월 12일 서울, 대구, 부산, 대전에서 미확인 비행물체(UFO)가 목격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UFO는 특정지역에서 소수 사람에게 목격되는 경우가 보통이나 이번은 비슷한 시간대 여러 곳에서 다수의 목격자가 나왔다. 당시 뉴스에도 크게 취급됐지만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1997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상공에 나타난 미상의 불빛으로 도시는 UFO 소동에 빠진다. 이 소동도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뒷날 이를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졌다.2000년 이전만해도 UFO를 목격했다는 증언과 사진이 곳곳에서 자주 제보되곤 했다. UFO의 목격담은 뉴스 소재로도 충분했고 흥미 있는 사회 이슈였다.그러나 지금은 UFO 소식이 뜸하다. 예전만 흥미도 없다. 고해상도의 스마트폰이 대량 보급됨으로써 이상물체에 대한 정확한 사진 촬영이 가능해진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과거 UFO는 새떼, 유성, 비행기 불빛, 심지어 우주 쓰레기가 지구로 낙하하는 과정에 불타는 모습 등 수많은 종류의 오인 사례가 나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1∼2% 정도는 진짜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미스터리였다.미국에서 최근 피라미드 모양의 UFO가 촬영돼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한다. 미 당국이 실체 파악에 나섰지만 과거 예로 보아 실체가 밝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랜만에 등장한 UFO 소동 소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4-18

마스크 벗는 날

중국인에게 복숭아는 영적인 힘을 가진 과일이다. 다산, 생명력, 장수의 상징이다. 또 악령의 침입을 막고 깨끗한 신의 영역을 나타낼 때도 복숭아가 반드시 등장한다.무릉도원(武陵桃源)은 중국인이 생각하는 숨겨진 낙원이다. 도원이란 복숭아 꽃이 만발한 평화스런 장소를 의미한다. 삼국지의 도원결의도 복숭아 밭에서 이뤄진다. 중국 전설에 의하면 3천년에 한번 열리는 복숭아를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신선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한다.지난해 2월 시작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벗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만약 지금이라도 마스크를 벗고 모두가 파티를 즐길 수 있다면 아마 그곳을 무릉도원이라 부를 것이다.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각국의 백신접종 상황이 속속 드러나자 나라마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4월, 미국과 영국은 6월쯤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올해 독립기념일(7월 4일)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야외에서 바비큐를 해 먹으면서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때 코로나 감염상황이 최악이었던 영국도 여름 휴가 동안 자국민이 안전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의 리스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공격적인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확산세를 꺾고 자축 분위기다. 접종률 1위의 이스라엘은 군부대가 훈련기간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는 시험에 들어가기도 했다.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한 우리나라는 겨우 2%대의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부작용으로 당초 계획했던 접종 스케줄의 대혼선이 예상된다고 하니 우리의 무릉도원은 언제쯤 나타날지 갑갑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4-15

토지초과이득세

토지초과이득세는 개인이 소유한 유휴토지나 법인의 비업무용토지의 가격상승으로 발생하는 초과이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노태우 정부 시기인 지난 1990년 실시된 토지공개념 3대 제도 중의 하나로, 3년 마다 유휴토지의 가격을 조사하고, 그 가격에서 정상 지가 상승분(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로 산출)을 뺀 초과 지가 상승분에 대해 50%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으로 걷는 방식이다. 토지초과이득세는 1994년 위헌논란 끝에 헌법불합치 판정이 내려져 일부 개정 후 4년간 더 시행하다가 IMF 경제위기를 맞은 1998년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그랬던 토초세가 LH 직원 3기 신도시 투기사태 이후 정치권에서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의당,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최근 국회에서 ‘부동산·주택정책전환을 위한 연속토론회’에서 토지초과이득세 재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토지초과이득세는 지가상승으로 인한 자본이득을 환수한다는 점에서 양도세와 유사하나 양도세는 실현된 자본이득에 대해 부과되는 반면 토지초과이득세는 미실현 자본이득에 대해 부과된다는 점이 다르다. 다만 둘 다 세원이 지가상승이익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토지초과이득세로 거둬들인 금액은 양도소득세에서 공제된다.토지초과이득세가 도입되면 유휴 토지의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을 때 부과돼 부동산 투기를 막는 것뿐 아니라 유휴 토지에서 발생한 초과이득을 조세로 거둬들여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토지시장의 거래를 제한해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를 해친다는 단점이 있다.토초세 도입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 섣부른 부동산 정책은 화근을 키울 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4-14

서울형 방역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독자적인 서울형 상생방역안을 제시했다. 지역과 업소, 시간 등을 가리지 않는 천편일률적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기존방역 방식에 대한 일종의 쇄신 요구다.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상생방역을 실시하겠다는 전제를 달았으나 정부의 일률적 정책에 맞선 정책안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감이 있다.정부와 여당이 앞으로 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지난 1월 권영진 대구시장이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단체장의 권한으로 밤 11시까지 연장했다가 정부 보건당국의 유감 표명으로 되돌린 경우가 있다. 방역기준에 단체장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다는 반증 사례다.오 서울시장이 제시한 방역안은 일률적 제한에서 벗어나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영업시간 등을 달리 적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의도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희생을 최소화시키고 방역도 막는 상생 전략이라고 하니 업계의 반응도 좋다.그러나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시작할 즈음에 상당한 리스크를 전제로 한 방역안이어서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가 않다.1년여 지내온 한국형 방역은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특히 한 업소의 사고로 업계 전체가 셧다운 되는 방식에 대해 불만이 많다. 단체기합식 방역이란 비난도 나왔다. 반드시 일사불란해야 하는 볼멘소리도 있었으나 바이러스 확산 앞에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가 어려웠다.서울시장의 서울형 상생방역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수용할지는 알 수는 없으나 문제 접근방법에 관해서 서로가 머리를 맞댈 수 있다면 그것이 협치의 한 단면이다. 극한으로 치닫던 여야의 대립이 서울형 방역에서 협치의 모습을 찾을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4-13

포슬린 아트

포슬린 아트는 유약처리 된 백자 위에 특수안료와 오일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뒤 구워내는 도자기 공예를 말한다.포슬린(Porcelain·자기)과 아트(Art·예술)의 합성어로, 18세기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도자기 공예다. ‘포슬린’은 흙으로 구워 만든 백색 상태의 도자기, 즉 초벌이 된 백자를 가리킨다. 포슬린 아트는 포슬린 페인팅(Porcelain Painting)이라 불리기도 한다.유약을 발라 구운 도자기 위에 다시 무늬나 그림을 그린 후 700℃~ 850℃정도의 저온에서 굽는 ‘상회(上繪) 기법’을 사용하며, 보통 1~4단계의 소성(燒成·자기 표면에 그림을 그려 가마에 구워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포슬린 아트 재료는 의외로 간단하다. 유약을 바론 백색의 하얀 도자기를 준비하고, 포슬린 안료는 가루로 돼있고, 붓끝에 오일을 살짝 묻힌 뒤 희석시켜 사용하면 된다.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시대가 길어지면서 홀로 작업할 수 있는 취미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포슬린 아트가 각광을 받고있다. 특별한 그림 실력이 없어도 도안을 따라 예쁘게 색칠해서 관심이 있다면 초보자들도 금방 예쁜 작품을 만들수 있다.포슬린 아트의 대표적인 사례는 주로 그릇에 꽃무늬를 그리는 것이다. 그림소재는 다양하지만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꽃그림 접시가 포슬린 아트의 결과물이다.요즘에는 도자기에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애완동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다. 도자기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놓고 장식품이나 식기로 사용할 수 있어 더 친근하다는 이들이 많다.그림을 그린 뒤 가마에 구워지면 나만의 포슬린 아트가 완성된다. 코로나19가 만든 새 유행풍속도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4-12

주권재민(主權在民)

조선시대 임금의 언동을 기록한 일성록에는 매년 마지막 날에 헌민수(獻民數)가 기록된다. 헌민수란 지금으로 말하면 서울지역과 전국 8도의 호구 수와 남녀별 인구가 조사된 인구통계 기록이다. 특히 임금은 헌민수를 받는 날이면 임금이 직접 절을 하는 등 경건한 의식절차를 가졌다고 전한다. 이는 그해 조사된 백성의 수는 곧 나라의 근간이며, 임금이 받들고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는 뜻에서다.헌민수를 존경의 대상으로 삼겠는다는 것은 지금의 주권재민 사상과 비슷하다. 당시 국가가 비록 왕권체제였지만 권력의 근원이 백성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에 명기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적 사고와 맥락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과 같다”고 비유한 군주민수(君舟民水)가 바로 이런 개념이다. 백성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짚을 수도 있다는 말은 백성이 곧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늘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말을 잘 쓴다. 백성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위정자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민심은 언제든 지지를 거둔다. 정치인이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진보 20년 집권론’을 꺼냈던 더불어 민주당이 서울·부산에서 실시된 4·7 재보선에서 대참패를 당했다. 1년전 국회의원 180석을 건졌던 총선 결과와 180도 뒤바뀐 결과란 점에서 민심의 엄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민심은 영원하지도 않지만 국민을 섬기는 정치에 대해 배신도 않는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 사상이야말로 새롭지도 않지만 정치권이 똑똑히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4-11

치매와 신문읽기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대략 75만명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치매에 걸리는 환자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치매환자는 앞으로 더 빠르고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보건당국은 치매환자가 2024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하고 2039년에 2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현재 65세 이상 노인층의 치매 유병율은 10%다.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설명이다. 치매를 관리하는 비용도 지속 늘고 있다. 2019년 국가의 치매관리 비용은 연간 14조원이다. 그러나 지금의 추세라면 2050년에 가서는 134조원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한다. 연간 관리비용을 환산하면 치매환자 1인당 2천74만원의 관리비가 드는 셈이다.치매와 노령화는 직접적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현재 건강보험료 중 진료비 지출이 65세 이상 인구에서 41.6%를 차지하고 있어 노인층의 건강관리가 향후 국가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43%의 노인이 암보다 치매를 더 무서운 질병으로 손꼽았다.지난 7일은 65회 신문의 날이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실비 벨빌 교수는 치매 예방의 최선 방법이 게임이 아니고 책이나 신문읽기와 같은 고전적 두뇌 활동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치매연구 의사들은 신문읽기는 집중력, 기억력, 언어능력 등 다양한 인지영역에 도움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100세 시대 치매를 이기는 방법으로 신문읽기를 권장하면 좋을 듯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4-08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상품에 대해 정보제공부터 사후관리까지 투자사의 의무를 정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지난 2011년 도입이 추진된 지 10여 년 만인 지난 3월 16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3월 25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 법 시행으로 금융 소비자보호를 위한 ‘6대 판매 규제’가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의무화됐다. 6대 판매 규제란 상품 판매 시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영업행위·부당 권유·과장광고 금지 등의 원칙을 의미한다.우선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이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물건을 샀다가 변심하면 환불하듯 금융상품도 가입 의사를 철회하고 이미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대다수의 보험·대출상품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고난도 투자일임계약, 일부 신탁계약 등의 투자상품에 대해 일정 기간 안에 자유롭게 무를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보험상품은 보험증권을 받은 날부터 15일 또는 청약일로부터 30일 중 빠른 날, 투자상품과 대출상품은 계약체결일로부터 각각 7일과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하면 된다. 금융사에는 소비자의 재산 상황,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해 적합·적정한 상품을 권유하고 수익의 변동 가능성 등 중요사항을 설명할 의무가 생겼다. 대출을 내주면서 다른 상품을 끼워팔거나 투자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린다면 불공정 영업이나 부당 권유가 된다. 이 경우 소비자는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판매사가 설명 의무를 위반해 가입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고의 여부나 과실 유무를 입증할 책임을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사가 지도록 했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형국이니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다행스런 조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4-07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4년 어느 잡지에서다. 이후 1987년 이문열의 소설 ‘구로 아리랑’에서도 이 말이 사용됐지만 당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그러나 이 말의 본격적 유행은 1996년 어느 여당 정치인의 입을 통해서다. “내가 땅을 사면 투자요 남이 땅을 사면 투기라는 말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하면 숙달운전 남이 하면 얌체운전” “내가 하면 오락 남이 하면 도박” 등 여러 가지 말로 패러디되어 유행하는 일이 벌어졌다.역대 정권 가운데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가장 많이 받은 정권을 손꼽으라하면 문재인 정부가 단연 일등이다. 29번 야당 패싱의 장관 임명이나 탈원전 같은 여당 독주 정책을 감행한 것 등은 야당 시절의 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 조국사태와 관련 조로남불이 튀어나왔고 추미애 장관의 아들 휴가논란도 내로남불의 사례로 회자됐다. 최근 김상조 청와대 실장과 박주민 의원이 임대차법 시행에 앞서 전세값을 올린 것이 밝혀지면서 또다시 집권당의 내로남불이 도마에 올랐다. 오죽했으면 4·7선거를 앞두고 여당 대표가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는 자기고백식 발표를 했을까 싶다.지난해 연말 교수신문은 올해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 이는 “나는 옳고 남은 틀렸다”는 뜻으로 내로남불의 한자어 표현이다. 교수들은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정치권의 내로남불이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고 평했다.최근 중앙선관위가 내로남불이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선거용 문구사용을 제한, 논란을 빚었다. 야당은 “불공정한 편의적 해석”이라며 반발했다. 선관위도 내로남불에 휘말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4-06

NFT

NFT는 디지털 콘텐츠 등의 예술 작품이 블록체인과 결합된 ‘디지털 원본 저작권’을 가리킨다. 진품 보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그림 등 예술작품과 애니메이션, 음악, 비디오 게임 아이템 등 거래에 유용하다.NFT는‘대체 가능하다’는 뜻의 ‘Fungible Tokens’의 반대 개념인 ‘Non Fungible Tokens’(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약자다.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비슷하지만, 동일한 가치로 거래할 수 있는 다른 가상 자산들과 달리 ‘대체할 수 없는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거래 기록이 자동 저장되고, 위·변조도 불가능해 ‘디지털 콘텐츠의 공인인증서’같은 역할을 한다.최근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이 직접 붓을 들고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 아닌 디지털 아트 한점을 6천930만 달러, 한화로 약 785억 원에 팔아서 세상을 놀라게했다.이때 현찰이 아닌 ‘NFT’로 거래됐다.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본명 마이크 윈켈만)이 ‘매일: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란 제목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지난 2007년 5월 1일부터 5천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디지털 아트를 그린 뒤 모자이크로 구성한 작품이다.비플의 이 작품은, 지금까지 크리스티 경매에서 실물이 아닌 NFT로 팔린 작품 중 최고가이며, 프리다 칼로, 살바도르 달리, 폴 고갱 등 유명 화가 작품의 경매 낙찰가보다도 더 비싸게 팔렸다.NFT가 디지털 아트를 소유하고 수집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디지털 예술이 재평가되는 시대가 열렸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4-05

위선(僞善)

학식이 높기로 소문난 양반 북곽 선생은 과부와 밀회를 즐기다 들통이 나자 줄행랑을 친다. 그러다 들판에 파놓은 똥구덩이에 그만 빠져 겨우 기어나오는 순간 눈앞에서 호랑이를 만난다.북곽 선생 앞에 선 호랑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한마디 한다. “양반은 구린내가 심하게 나는구나.” 놀란 북곽 선생은 머리를 조아리며 침이 마르게 범을 칭송하며 아첨을 떤다. 조선후기 실학자며 소설가인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소설 ‘호질(虎叱)’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박지원은 소설 ‘호질’ 외에도 조선시대 지배계층인 양반들의 부도덕함과 타락, 무능함 등을 고발한 ‘양반전’과 ‘허생전’을 쓴 작가다. 자유롭고 재치 있는 문체로 당시 사회상을 잘 포착한 그의 소설은 서민계층에게 당연히 인기가 있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뼈대 있는 양반 가문 출신이 이런 부류의 소설을 썼으니 아마 평민들 입장에서는 통쾌하기가 그지없었을 것이다. 비록 소설이지만 양반계층의 무능과 비굴함을 비판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는 파격적이다.겉으로만 착한 척하는 위선은 특정 종교에서는 최악의 중죄로 다뤄진다. 단테의 신곡에서 위선자는 겉은 금이지만 속은 납으로 된 무거운 옷을 입고 영원히 행진하는 벌을 받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공자는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사람 가운데 어진자가 적다고 했다.정치를 하고 국가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위정자일수록 도덕적 완결성을 요구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그들이 국민의 환심을 싸기 위해 그럴싸하게 말을 꾸며놓고는 뒷전에서 딴 짓을 했다면 국민이 받을 배신감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김상조, 박주민 등 여당 실세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은 바로 소설속의 양반의 위선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