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을 쓴 바위란 뜻의 갓바위란 이름을 가진 곳은 전국에 여러 곳 있다.
예컨대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에 있는 바위는 모양이 갓을 쓰고 있는 것과 닮아 이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갓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동네 이름도 여기서 유래돼 관암(冠巖) 마을이다.
목포시나 경기도 양주, 서울 우면동, 공주시, 보령시 등에도 갓바위란 이름을 가진 마을이나 바위가 있다.
그러나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갓바위의 인지도에 밀려 대부분의 갓바위들은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팔공산 갓바위는 팔공산 봉우리의 하나인 관봉 정상부에 있는 높이 5.48m의 불상이다. 9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머리 위에 씌인 갓모양의 바위는 그 이후인 고려시대에 따로 만들어진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석굴암 본존불상처럼 후덕하고 무뚝뚝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1965년에 문화재 당국이 보물로 지정한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이 특별히 유명한 것은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소문이 나 있기 때문이다. 불교 신도이든 그렇지 않든 소원을 빌러오는 사람들이 연중 끊이질 않는다. 한해 250만명이 찾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니 갓바위 부처님에 대한 가도가 영험한 모양이다.
수능시험 100일을 맞은 이번 주에도 갓바위 부처님을 찾아 많은 기도객이 몰렸다고 한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산을 올라 기도하는 이들의 정성이 놀랍다.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盡人事待天命)고 했다. 각자가 바라는 소원은 다르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은 믿고 싶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