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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플라잉카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2020년 호주에선 우버에어가 처음 등장해 선을 보인 적이 있다. 우버의 항공택시는 옥상에서 옥상으로 승객을 이동시키며 요금은 택시요금 정도 받는다. 멜버른 공항에서 시내까지 육로로 1시간 걸리던 거리는 항공택시를 이용하면 10분이면 도착된다. 만화나 공상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하늘을 나르는 택시가 곧 현실로 등장할 전망이다. 항공택시, 플라잉카 등으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은 이미 일부 선진국에서는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2024 미래혁신기술 박람회(FIX 2024)에서는 UAM 특별관이 별도 마련됐다. 가로 14m 전장 7m의 실물 크기 UAM이 전시돼 전시장을 찾은 많은 이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UAM은 전동 수직 이착륙기를 활용해 지상 450m 정도의 저고도 공중에서 이동하는 도심교통 시스템을 이르는 말이다. 육상과 지하 등 도심교통이 한계에 달하면서 나타난 신개념 교통수단이다. 배터리나 모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초기에는 조종사가 탑승하지만 성숙기에 들면 자율비행 방식으로 운항할 것으로 전망한다. 도심에서 30∼50㎞ 거리를 오가는 항공택시지만 육지의 택시처럼 아무 곳에서나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정류장인 수직 이착륙장이 필요하다. 대형건물의 옥상과 넓은 공원 등이 정류장 후보지로 검토된다. 첨단기술의 발달은 인류를 어떤 미지의 세계로 인도할지 아무도 쉽게 예측할 수가 없다.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 시대가 멀지 않은 시간에 현실화 될 것 같아 가슴이 설렌다. 신종 교통수단인 UAM은 우리의 삶을 어떤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9

팔레스타인 소녀의 힘겨운 짐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이어 레바논과 이란으로까지 전쟁을 확장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이미 폐허가 됐고, 레바논의 무장정치조직인 헤즈볼라의 주요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의 폭격에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앙숙 이란과는 서로 미사일을 주고받으며 엉뚱한 민간인 사상자만 유발하고 있는 상황.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쟁을 결정한 지도자가 아닌 힘없는 여성과 아이들을 덮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의 걱정도 날이 갈수록 더한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눈물 속에서 살고 있고, 정치-종교적 갈등과는 무관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포탄을 걱정하며 공포에 질려있다. 최근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쓰리고 아프게 했다. 8~9세로 추정되는 어린 팔레스타인 소녀가 자기만큼 큰 동생을 들쳐 메고 2㎞가 넘는 거리를 걷고 있다가 한 기자에게 발견됐다. 맨발로 황량한 길을 걸어온 소녀는 교통사고를 당한 여동생을 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무거운 짐’을 지고 아이로선 힘겨운 거리를 걸어왔던 것.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없었다면 보지 않아도 좋았을 장면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불화로 현재까지 가자지구 주택의 90%가 파괴됐다. 삶의 기반이 무너진 곳에서 겨우겨우 버티던 팔레스타인 사람들 4만 명 이상이 죽었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도 죽은 자 못지않다. 열 살도 안 된 소녀와 동생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이 광기는 언제가 돼야 끝이 나려는지. 해답 없는 질문을 받은 듯 답답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28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대구

우정구 논설위원 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문학, 음악, 민속공예, 디자인, 영화, 미디어, 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으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한 도시를 유네스코 지정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시키고 있다. 국내서는 서울(디자인), 부산(영화), 전주(미식) 등 7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대구는 음악 창의도시로 2017년 가입했다. 대구가 음악 창의도시로 지정된 배경은 대구가 보유하고 있는 음악적 역사성과 자산의 우수성 때문이다. 대구는 날뫼북춤과 고산농악과 같은 전통음악이 잘 보존돼 내려오고 있고 근대음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피아노가 낙동강 사문진을 통해 대구에 처음 들어온 역사적 배경이 있다. 우리나라 근대음악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작곡가 현제명과 박태준이 이곳을 무대로 활동했다. 1946년에는 클래식 음악 감상실인 녹향이 이곳에서 문을 열었고 또 6·25 전쟁으로 혼란한 시기에는 전국의 많은 예술인들이 대구로 피난 와 창작활동을 벌인 역사가 있다. 지금도 대구에서는 오페라축제와 뮤지컬 페스티벌이 매년 열리는 등 오페라의 도시, 뮤지컬의 도시로서 국제적 명성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대구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성못에 이색 수상 공연장이 조성될 예정이라 한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수상 공연장은 수성못을 배경으로 이색적이고 특별한 모습으로 지어질 예정이라는데, 객석 1200석 규모로 오페라와 클래식 등 다양한 유형의 공연도 가능하다고 한다. 독특하고 스페셜한 명품 공연장이 수성못에 들어선다면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의 위상에도 잘 맞을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 음악 창의도시 대구시민의 자부심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7

지방 홀대

우정구 논설위원 매년 국정감사 때가 되면 지방 홀대 문제는 주요 이슈의 하나로 등장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17개 광역시도에서 집행된 RD 예산은 수도권이 34.7%다. 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을 포함하면 62.4%다. 대구 2.9%, 경북 3.4%였고, 비수도권에서 10%가 넘는 곳은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회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 1조원 이상 규모 신도시 조성사업은 53군데로 사업비만 214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도권 사업이 41개, 182조원이다. 비수도권은 12개 사업 32조원에 그쳤다. 국정감사에 지방 홀대 정책이 매년 문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된 적은 거의 없다. 과거의 어느 정부든 국토균형발전을 주요 시책으로 삼지 않은 적은 없으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다. 인구분포만 보더라도 그렇다. 1960년대 우리나라 인구의 20%에 불과하던 수도권 인구가 지금은 절반을 넘었다. 국토면적의 겨우 12%인 수도권에 인구가 쏠리면서 이곳은 주택난, 교통난 등 도시화에 따른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이런 문제가 왜 생겼는지 국회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매번 국감 때마다 지방 홀대 정책을 비판하고 꾸짖고 있으나 말뿐이다. 우리나라 시군구의 46%가 30년 내 사라지고 그중 92%가 비수도권에서 이뤄질 것이란 보고가 새삼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방 홀대가 여전한 줄 알면서도 매번 반복하고 생색만 내는 국회 국감이 올해도 이렇게 막을 내린다고 생각하니 답답할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4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클럽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축구의 인기는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사실 축구와 유명 축구선수는 유럽만이 아닌 남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사람들 열광의 대상이란 게 주지의 사실.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영국 사람들은 축구를 즐기고, 팀을 만들어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지금으로부터 167년 전인 1857년 10월 24일. 잉글랜드에선 아마추어 축구클럽 ‘셰필드 FC’가 만들어진다. 단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클럽’이다. 셰필드 FC가 창단된 해에 우리나라는 조선의 왕 철종이 다스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영국에선 축구클럽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까지 축구팀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셰필드 FC는 국제 축구연맹 창립 100주년이던 2004년 FIFA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다. 클럽 부문에서 훈장을 받은 건 레알 마드리드와 그 팀이 전부였다. ‘지구 위 최고(最古) 축구클럽’이란 상징성을 외부에서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단 후 독립적 활동을 이어가던 셰필드 FC는 셰필드 지역 리그, 요크셔 리그를 거쳐 1982년 노던 카운티 이스트 리그에 편입돼 잉글랜드 축구 리그 내부로 들어간 역사가 있다. 성적은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하지만, 팀에 대한 지역민의 사랑과 관심은 어떤 명문 축구클럽 못지않다고 한다. 팬들의 애정을 얻지 못하는 축구팀은 그 존립을 위협받는다. 감독 선임에 얽힌 불협화음으로 한국 축구와 국가대표 축구팀이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최근 상황이 위태로워 보인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셰필드 FC처럼 167년 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개선책이 시급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23

불효자 방지법

우정구 논설위원 불효자 방지법이란 부모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이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상대로 패륜적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2015년 우리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법 제정에 이르지 못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경제력이 있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부모나 국가가 고소할 수 있고, 위반한 자식에게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주는 불효자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이와 같은 법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재산 증여와 관련해 로펌을 찾는 부모들 가운데 상당수가 효도계약서 작성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효도계약서란 재산을 증여할 때 효도 관련 조항을 문서화하는 것을 뜻한다. 상속에 대한 부모들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나타난 사회 현상이다.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한 뒤 노후에 돌아올 경제적 불안감을 미리 대비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 조사에 의하면 “재산을 상속하기 보다 재산을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여론이 24.2%가 나왔다. 복지부가 노인실태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8년 같은 질문과 비교할 때 보다 15% 포인트가 더 높아졌다. 상속에 관한 부모세대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불효자 방지법 제정이 시대 흐름에 따른 대세로 가고 있으나 효와 불효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도 없지 않다. 효자의 효(孝)는 노인(老)을 자식(子)이 섬긴다는 뜻을 가진 한자 글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부모 공경의 정신을 견지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도덕적 책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2

‘우주 패권’ 향해 달리는 중국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28년에 시작해 7년간 우주정거장 운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사람을 태운 탐사선을 달에 보낼 것이다. 이 프로젝트와 더불어 국제 달 연구기지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과학원 부원장 딩치뱌오의 호언장담이다. 미국과 ‘우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천문학적 투자와 인력 집중이 주목된다. 중국은 다가올 2050년엔 미국에 앞서는 우주 강국을 만들겠다는 장기 계획을 공공연히 말한다. 실제로 중국은 1주일에 한 번씩 우주를 향해 위성을 발사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상황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다. 효율적인 위성 통신망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천범성좌 계획’에 의하면 중국은 올해 108개의 위성을 쏘아 올린다. 향후 2025년에는 648개, 2030년까지는 총 1만5000개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G60 성좌계획으로도 지칭되는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광대역 네트워크 범위를 제공하고, 6G 연결로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은 두 나라의 미래 경쟁력에 주목하는 여타 국가들의 주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태양과 지구의 상호 역학작용을 풀고, 외계 생물체 탐색에 나설 예정이다. 10년 안에 세계 최고의 우주 망원경을 궤도로 내보낼 것”이라는 중국의 발표는 당연지사 우주 패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을 긴장시킬 듯하다. 현재 미국은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트럼프건, 해리스건 미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설 사람은 ‘누가 우주의 주인인가?’를 놓고 중국과 다퉈야 하는 숙제까지 안을 게 분명해 보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21

반곡지가 아프다

우정구 논설위원 경북 경산시는 저수지 수가 전국에서 8번째로 많다. 300군데 이르는 저수지 가운데 1800년대 이전에 조성된 곳만 19곳이나 된다. 저수지 모양이 자라처럼 생겼다하여 자라 이름이 붙은 남산면의 자라지는 1725년 영조 2년에 조성된 못이다. 지금은 저수지로서 용도가 퇴색해 일부는 관광자원으로, 일부는 시민 산책로 등으로 활용되는 곳도 많다. 경산시에서도 역사와 문화, 경관 등이 뛰어난 저수지 10곳을 선정해 관광 명소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남산면 소재 반곡지는 그중에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저수지다. 1903년 조성된 이곳에는 수백년 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터널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왕버들이 저수지에 반영(反影)된 모습에서 시골의 정취와 삶의 여유로움을 느껴 찾는 이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봄에 피는 복사꽃 풍경 또한 환상적이다. 2011년 문체부가 사진찍기 좋은 명소로 선정했고, 2013년에는 행안부 선정의 우리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도 뽑혔다. 드라마 대왕의 꿈, 아랑 사또전과 영화 허삼관 등이 촬영된 곳이다. 대구를 찾는 방문객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고픈 곳이다. 안타깝게도 반곡지 저수지에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나 저수지 위에 떠있는 개구리밥으로 인해 왕버들의 반영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부영양화 현상은 생활하수나 농축산 폐수 등의 유기물질이 유입돼 일어난 수질 오염 상태다. 전국적 명소로 소문난 곳에 수질오염 문제가 생겼으니 당국에 대한 원망의 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지역의 대표 명소에는 이름에 걸맞은 정성과 숨은 노력이 필요하다. 반곡지의 명예 회복을 서둘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0

삼성의 가을 야구

우정구 논설위원 가을 야구는 정규시즌이 끝난 후 진행되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포함한 개념이다. 정규시즌이 끝나는 시기가 9월 말에서 10월 초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을 야구란 이름이 붙었다. 특히 가을 야구가 관심을 끄는 것은 단순한 경기가 아니고 팀과 팬들로부터 성과를 평가받는 무대란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마치 축구선수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처럼 선수들에겐 팬들의 이목을 모으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프로야구가 대중의 인기를 끄는 요소로는 몇 가지 있다. 팀의 연고지가 정해져 있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 팀이 분명하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거기에 구단의 팬 서비스와 응원문화가 팬들의 감성을 사로잡고 있는 것도 인기 이유다. 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 가을 야구는 정기시즌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것이 초기화된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극적이면서 예측 불가능한 장면이 유독 가을 야구에서 자주 연출되는 이유다. 그만큼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많다는 뜻이다. 관중 또한 경기보는 재미가 크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통 명가이자 대구경북 연고팀인 삼성라이온즈가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승리로 이끄는 등 선전을 거듭하면서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삼성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는 올해 30회 연속 매진 기록과 함께 전국 구장 최초로 시즌 100만명 관중 돌파를 기록했다. 요즘 대구시민에게 최고의 화제가 삼성 야구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집집마다 온통 삼성 야구로 화제의 꽃을 피운다. 대구시민이 야구로 이렇게 즐거워한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한국시리즈를 향한 삼성의 질주에 팬들의 박수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7

남북, 군사적 충돌은 없어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남한 정부와 북한 정부 사이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남북은 별개의 국가”라고 선언하며, 향후 평화와 공존을 위한 교류를 단절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올 여름 북한은 남북을 오가는 기찻길인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틀어막았다. 그즈음 이른바 북한의 ‘오물 풍선’이 남쪽으로 날아왔고, 남한 역시 북쪽을 향해 고성능 스피커를 통한 비방 방송의 강도를 높였다. 그리고, 지난 15일 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모두가 보란듯 환한 대낮에 벌어진 행위였다. 그 과정이 가감 없이 TV 화면으로 남한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지구 위 거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의 정치·군사적 갈등을 지켜보던 해외 언론은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을 다소나마 완화해주던 상징물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위기의 현실화를 우려한 것이다. 그보다 며칠 전엔 평양에 무인기가 나타나 김정은 일가를 비난하는 선전물을 살포했다며, 이런 상황이 재발될 시 군사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는 북한의 경고가 있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보자면 말 그대로 일촉즉발(一觸卽發)이다. 남북간 작은 오해가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야기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선 ‘전쟁 불사’를 이야기하지만, 최근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볼 때 어떻게든 극단적 무력 충돌은 막아야 한다는 게 남한 국민 다수의 의견. 전쟁은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한 정신과 물질유산을 파괴하고, 어두운 공멸의 터널 속에 갇히는 일이다. 남한과 북한 지도자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16

슈퍼문과 낭만감

우정구 논설위원 보름달은 완전함, 풍요로움 그리고 목표의 완성을 나타내는 성취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17일은 올해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슈퍼문을 볼 수 있는 날이다. 슈퍼문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뜨는 달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보이는 미니문 때보다 14% 정도 더 커 보인다고 한다. 달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설화를 안고 있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는 중국 설화에 나오는 선녀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 설화가 전해져 온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에 대한 동경심과 신비로움이 나라마다 낭만이 있는 설화로 탄생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달은 지구를 도는 유일한 위성이다. 지구와의 거리는 38만km. 크기는 지구의 약 4분의 1 정도다. 인류의 달 탐사가 일찍 시작된 것도 지구와의 근접성 때문이다. 현재 달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 5개국이다. 우리나라는 6∼7번째 달착륙 국가를 희망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 12월 다누리호를 달 상공 100km 지점으로 쏘아 올려 현재는 달 주변의 변화를 관찰하는 수준에 있다. 정부는 2030년초 달 착륙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주진 중이다. 약 6000억원의 예산이 든다고 한다. 달 착륙 등 달에 대한 과학적 탐사의 진행으로 일반 시민들 사이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낭만적 정취가 많이 반감된 분위기다. 이번 17일에도 과학원 등은 슈퍼문이 뜨는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송출한다고 한다. 과학적 관찰이 달의 신비로움을 벗겨 내면서 문화적 관습으로 이어져 오던 달과 함께 느꼈던 낭만감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5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인간적 태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1964년. 스웨덴 한림원은 그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를 지목한다. 노벨문학상이 가지는 위상이 지금보다 높을 때였다. 수상이 개인은 물론 국가의 영광으로까지 여겨지던 시절. 헌데, 흥미로운 일이 발생한다. 사르트르가 스웨덴 한림원으로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나를 이해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조그만 섬에서 살아왔을 뿐이다. 그게 상을 받을 일은 아니며,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가 문학의 가치를 판정하는 것 또한 아니다.’ 60년 전 사르트르의 태도는 소설가와 시인을 포함한 전 세계 작가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을 받으려고 작품을 쓰는 소설가와 시인은 세상에 없다. 문학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우주이고, 숭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므로. 만약 상에 욕심내는 작가가 있다면 그는 재론의 여지없는 삼류인간일 터.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가 문학의 가치를 판정하는 건 아니다”라는 언술은 수학 문제처럼 명료한 답이 없는 문학에 몸을 던진 이들의 현재를 위로하고, 미래를 추동한다. 사실 소설은 노벨문학상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고, 노벨문학상이 사라진다 해도 존재할 것이 자명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작가에게 중요한 건 ‘상’이 아니라 지향해온 문학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수상 축하잔치를 벌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강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문학적으로 위무하며 주목받은 작가다. 그가 보여주는 ‘인간적 태도’가 노벨문학상 수상보다 더 귀해 보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14

독서의 계절

우정구 논설위원 사람들은 가을을 왜 독서의 계절이라 할까. 그 이유에 대해 여러 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당나라 학자 한유가 아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며 지은 시에 나오는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사자성어다. “가을은 서늘하고 심신이 상쾌하여 등불 앞에서 글 읽기 좋은 계절”이란 뜻의 등화가친은 시대가 흘러 어느덧 가을을 대표하는 표현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한 신문사가 1920년대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표현한 것이 시초라 한다. 그밖에도 가을이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 사람이 고독감에 빠지고 사색에 잠기게 된다고 해 독서의 계절로 불렀다는 말도 있다. 독서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사고력, 상상력, 문제 해결력을 향상시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좋은 지혜를 준다. ‘나니아 연대기’ 소설가인 영국의 루이스는 ‘책 읽는 삶’에서 “독서는 내가 사는 세계가 너무 작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즐거운 독서는 운동만큼 건강에 유익하다”라고 했다. 사람이 운동을 함으로써 건강해지는 것처럼 독서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을 발달시켜 준다. 사물을 제대로 바라볼 안목과 지혜를 가르쳐 주며 무엇보다 사람다운 인간성을 갖게 한다. 책읽는 사람이 많아야 나라와 국민이 똑똑해진다. 작년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43%.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다는 통계다. 우울해지는 독서의 계절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낭보가 그것이다. 작가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며 책 읽는 국민이 많아지는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3

가을 축제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 시인은 가을이 봄보다 좋은 이유에 대해 화려하지 않지만 맑고 깨끗한 분위기에서 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이 지나고 찾아온 가을의 상쾌함에 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을은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청명하고 파란 하늘만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계절의 변화가 주는 또 다른 행복감이다. 특히 가을은 하늘이 높고 곡식이 익어가는 풍요를 상징하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여기에 전국 곳곳이 축제로 가득하니 가을을 우리가 어찌 반기지 않을 수 있으랴. 지금 대구와 경북도 가을 축제로 한창이다. 지난달 안동에서 열린 국제탈춤페스티벌은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아올 만큼 대성황을 이뤘다. 세계 무대에 나서도 조금도 손색없는 명품축제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대가야의 본고장인 고령에서는 문화유산 야행이란 이색 축제가 열렸고, 구미에서는 푸드페스티벌에 수만명 인파가 몰려 먹거리와 공연을 즐겼다고 한다. 상주의 모자축제도 무난히 성료했다. 이번 주에는 경주신라문화제와 영주 풍기인삼축제, 청도 반시축제가 열린다. 그밖에도 문경사과축제와 경산대추축제 등 각종 지방축제들이 줄줄이 준비돼 있어 이름 그대로 축제 풍년이다. 축제는 본래 신에게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에서 출발했으나 이제는 지역민 모두가 즐기는 문화축제로 승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을 알리고 주민의 소통 수단이 되면서 경제적 가치도 높아져 주목을 받는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모두가 축제 속으로 한 번쯤 빠져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0

‘모시는 날’이 아직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최하위직 공무원인 9급 직원의 하소연이 눈물겹다. 이런 내용이다. “나는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급을 500만원 받는 부서장들이 200만원으로 연명하는 청년 공무원의 돈으로 점심을 먹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본인 몫의 식사비라도 자신이 부담했으면 좋겠다.” ‘모시는 날’이란 해괴한 관행이 여전히 한국 공무원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언필칭 ‘모시는 날’이 되면 하위직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쌈짓돈을 털어 국장과 과장 등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밥을 산다고 한다. 2024년 오늘.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업체 관계자들에게 ‘촌지’를 받아 흥청망청 술 마시고, 생활비에 보태던 공무원들의 불법은 눈에 띄게 사라졌다. 한국사회가 합리적이고 청렴하게 바뀌어간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하 직원의 옆구리를 찔러 밥과 술을 얻어먹는 몰염치한 공무원이 있다는 건 사람들의 놀라움을 넘어 분노까지 부른다. 국회의원 위성곤이 최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직도 공무원의 75.7%가 ‘모시는 날’에 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1년 이내에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한 이들도 44%에 이른다고 한다. 혀를 찰 일이 아닌가. 시대가 바뀌었고, 그 시대 속을 사는 세대도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화했다. 그러니, 설문조사에 응한 공무원의 84%가 ‘모시는 날’을 “시대에 역행하는 불합리한 관행”이라 답하는 건 당연하다. 21세기임에도 여전히 20세기 방식으로 살고 있는 철밥통 공무원들의 공짜 좋아하는 좀스러운 관행은 대체 언제가 돼야 끝이 나려는지. 측은하고 딱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09

한국 비빔밥의 힘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고슬고슬하게 잘 지은 밥에 여러 가지 나물과 볶은 고기를 넣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더해 고추장에 비벼 먹는 한국 전통음식 비빔밥은 인기 좋은 ‘K-푸드’ 중 하나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그 맛에 매료당한 경우가 흔하다. 팝가수 마이클 잭슨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지 비빔밥만을 기내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뚝딱뚝딱 비빔밥을 만들고, 그걸 맛있게 먹는 백인이나 흑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옛날 궁중에선 비빔밥을 골동반(骨董飯)이라 칭했다. 이를 볼 때 비빔밥의 역사는 근대 이전에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탄수화물과 채소에 함유된 비타민, 고기의 단백질까지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비빔밥은 현대인의 건강식이기도 하다. 비빔밥은 전라북도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고, ‘비빔밥 맛집’이 다수 있는 도시 또한 전주다. 최근 전주에서 시민과 관광객들 1963명이 함께 밥과 채소를 비비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참여한 인원이 많고, 만들어진 비빔밥의 분량 역시 어마어마했기에 한국기록원(KRI)은 이를 비빔밥 관련 한국 기록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로써 전주는 다시 한 번 ‘비빔밥의 본산(本山)’임을 내외에 알렸다. 비단 전주뿐일까? 그렇지 않다. 경북 역시 비빔밥을 좋아하고 잘 만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부 지역에선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밥의 간을 조절해 먹는다. 제사에 사용된 나물로 만든 비빔밥은 ‘한국인의 소울푸드(Soul Food)’로도 불린다. 각기 다른 맛을 지닌 재료들이 어우러져 빼어난 풍미의 요리가 되는 비빔밥은 화합의 은유로 사용되기도 하니 여러모로 기특한 음식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07

봉화 농약사건이 남긴 씁쓸함

우정구 논설위원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농약음독사건은 숨진 80대 할머니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경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건 발생 77일 만에 수사는 종결되었으나 커피에 농약을 타고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노린 범죄가 한 마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같은 동네 이웃으로 평소에 잘 아는 사이에서 벌어진 범죄란 점에서 지역사회에 던진 자성의 목소리도 컸다. 봉화 농약사건과 유사한 범죄는 과거에도 농촌지역 곳곳에서 간간이 발생했다. 2015년 경북 상주에서는 농약 넣은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2명이 숨진 일이 있었다. 함께 마신 4명은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마을 전체가 이 사건으로 쑥대밭이 됐다. 범인으로 지목된 80대 할머니는 법정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다음해인 2016년에는 청송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 2명이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소주를 나눠 마시다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쫓던 70대 노인이 스스로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어 사건은 마무리 됐지만 마을은 불안감과 불신감으로 뒤숭숭해졌다. 봉화 농약사고도 종결은 됐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다. 한 식구처럼 지내던 이웃에 대한 실망감과 불안감이 마을 주민에게 안겨줄 정신적 트라우마가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령인구가 늘면서 발생하는 농촌에서의 노노(老老) 갈등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는 관심을 가졌는지 자성할 사건이다. 주민들이 받은 깊은 상처를 쓰다듬을 당국의 대책부터 먼저 나와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03

자주국방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군이 개발한 현무-5 미사일의 별명은 괴물 미사일이다. 북한의 지하 벙커를 단숨에 파괴할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의 미사일로 알려지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2단 고체 추진 로켓에 탄두 중량이 세계 최대 규모인 8t이다. 폭발력은 11t에 이른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력의 위력이 15t인 것과 비교하면 현무-5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군은 유사시 북한의 핵무기에 버금가는 전략 자산으로 삼고 있는 무기다.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한 것으로 알려진 벙커버스터와 현무-5는 동종의 무기이다. 하지만 이보다 위력이 훨씬 센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전투기에 탑재된 벙커버스터는 18m 지하에 있던 나스랄라를 피할 틈도 없이 암살했다. 현무-5는 지하 100m 이상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 있으며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에 견줄만 하다는 평가까지 한다. 작년 1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발사한 바 있다.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으며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10 이상이다. 기존 미사일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미·중·소 등 세계 각국은 자국의 안보 보전을 위해 신무기 개발에 여념이 없다. 이스라엘과 범 이란 세력간에 벌이는 전쟁은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우려도 높다. 국가 안위는 힘이 있을 때 지킬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시대다. 국군의 날을 맞아 우리 군이 선보이는 국방력에 국민의 눈이 쏠리는 것은 자주국방에 대한 믿음이 필요해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01

포퓰리즘에 갇힌 군수 선거

우정구 논설위원 정치가 경제를 망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선거를 통해 공약한 선심성 정책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경우는 허다하다. 유권자의 선택에 국가의 흥망이 갈릴 수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우리가 유능한 정치인을 뽑아야 할 이유도 이런 데 있다. “바보야 경제가 문제야”라고 말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이 구호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얘기가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 현대사에 등장한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의 공통점이 경제 침체기와 재임 기간이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경제가 잘 돌아가면 정치도 문제가 될게 별로 없다. 대중영합주의로 통하는 포퓰리즘도 따져보면 유권자를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정치다. 그것이 경제적 순리에 부응하지 않고 빚을 내거나 무리한 재정을 동원함으로써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것이 문제다. 다음 달 실시될 전남 영광군과 곡성군의 기초단체장 재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간 경쟁을 벌이면서 현금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두 당은 자당 후보가 군수로 당선되면 군민 모두에게 100만원이 넘는 기본소득 지급을 약속했다. 두 지역은 알다시피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하위권에 속하는 곳이다.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자체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못줄 형편이다. 19세기 초 태동한 포퓰리즘으로 남미와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과정을 역사가 입증한다. 포퓰리즘 경쟁의 끝은 국가경제 몰락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정치는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29

기후 위기와 지각 단풍

우정구 논설위원 가을에 접어들어 기온이 낮아지면 나무는 녹색 색소인 엽록소를 분해해 체내에 보관한다. 물과 영양소를 체내로 흡수하면서 다가올 월동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대신에 물이 공급되지 않는 잎에는 남아 있던 안토시아닌과 같은 색소가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때 붉게 혹은 노란색으로 보이는 것이 단풍이다.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던 무더위로 올해는 단풍이 물드는 시기도 작년보다 조금 더 늦어질 것 같다는 소식이다. 산림청은 올가을 단풍은 10월 말이 절정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설악산 10월 22일, 지리산과 팔공산 10월 25일, 내장산 10월 27일, 한라산 11월 6일 등이 절정기다. 산 전체를 기준으로 나뭇잎의 20% 가량이 단풍으로 물들면 단풍의 시작 시기로 본다. 80% 이상이 물들면 절정기라 부른다. 단풍은 기온변화에 민감해 통상 기온이 1도 오르면 단풍나무는 4일, 은행나무는 5.7일씩 물드는 속도가 늦어진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우리나라도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1990년대와 비교하면 지리산은 5일, 월악산은 2일 정도가 늦어졌다고 한다. 특히 폭우와 같은 극한기후 변화가 잦으면 단풍은 제 색깔을 가지기 힘들어진다. 급변하는 날씨로 단풍이 곱게 물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은 일종의 생태계 파괴 현상이다. 가을철 불타는 산을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 부른다. 지구촌의 기후변화가 시시각각 인류를 위협하는 속에서 지각 단풍에서도 기후 위기를 새삼 느끼게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