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세뱃돈의 유래는 중국설과 국내설이 있다. 중국 송나라 시대에는 음력 1월 1일이면 결혼하지 않은 자녀에게 붉은 봉투(紅包)에 돈을 넣어 주는 풍속이 있었다. 이는 해가 바뀐 새해에도 악귀와 불운을 막아줄 것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세뱃돈으로 전래됐다는 설. 국내설로는 조선시대부터 해가 바뀌어 세배하러오는 아이들에게 떡이나 과일 등을 내주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것이 세월이 흘러 점차 돈을 주게 되면서 세뱃돈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1960년대 들어서는 10원짜리 지폐를 세뱃돈으로 주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졌다. 세배는 설날에 차례를 마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새해를 맞게 된 것을 기념해 문안 인사를 드리는 풍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래야 어쨌거나 새롭게 맞는 신년을 맞아 가족과 친지간에 인사를 나누고 건강과 안녕을 비는 인사란 점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뱃돈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새해에도 건강하고 학업과 사회생활에 충실하라는 뜻에서 주는 일종의 정표다. 설날에 주는 세뱃돈은 명절 문화로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가 정을 주고받는다는 뜻에서 기분 좋은 풍속이다. 그래서 설을 앞두고 은행권은 세뱃돈을 위한 신권을 교환해주고 있다. 1년 중 신권 유통이 가장 많은 달이 설이 낀 달이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올해는 설전 신권 발행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2022년보다 40%가 줄고 작년보다도 13%가 줄었다. 불경기 한파로 신권을 바꾸려는 사람이 줄어든 탓이다. 신권이 준만큼 세뱃돈도 줄었다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불경기 탓에 어린아이가 받을 세뱃돈도 줄었다 생각하니 이번 설날이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30
우정구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의 취임식에 등장한 빅테크 기업 수장들의 자리 배치가 화제였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 가족들이 앉은 자리 바로 뒷좌석에 앉아 많은 사람의 시선을 모았다. 한 상원의원은 그들을 보고 “트럼프 내각인사들 보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고 정치적 의미를 달아 주었다. 빅테크(Bic Tech)는 빅자이언츠(Big Giants)라고도 부른다. 미국 정보기술 산업에 가장 크고 지배적인 기업을 말한다.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의 기술기업이다. 이 회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상장기업으로 통한다. 빅테크에 대한 특별한 기준은 없다. 통념적으로 본다면 엄청난 규모의 시가총액을 가진 회사다. 보통은 수천억 달러에서 많게는 3조 달러가 넘는 기업도 있다. 또 하나, 기술의 혁신 능력이 뛰어난 점이다. 문제는 그들이 만든 기술이 디지털 세상에서 일반인의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이 경제의 트렌드를 바꾸는 세상을 만들면서 생기는 도덕과 윤리적 문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업의 도덕적 노력은 물론 당연하다. 우리의 일상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AI에 대한 윤리와 규제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빅테크 기업들이 예우를 받는 모습은 대통령과 이들 간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을 바꾸는 빅테크 기업이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세상의 그림을 어떻게 바꿔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 세상이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 기대감도 크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5-01-23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한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 ‘맥’(脈·인간과 사물이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으로 끝나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는 나라다. 인맥, 학맥, 혼맥 등을 일상에서 흔히 듣게 된다. 여전히 엄존하는 유교적 전통과 어떤 것이건 동질성을 가진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성정 탓일 게다. 실제로 사회생활에 인맥과 학맥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집안에 출세한 어른이 있다면 친인척의 아들과 딸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각 지역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끼리 정기·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나이 지긋한 중년과 노년세대는 인맥과 학맥처럼 혼맥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 집 사위가 행정고시를 패스 했다더라” 혹은, “저 집 며느리는 쟁쟁한 가문의 딸인데…” 등은 그 사위와 며느리를 얻은 집안의 자랑이 되기도 한다. 고루한 이야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최근 한 경제일간지엔 앞서 언급한 혼맥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그곳 고가 아파트에 사는 젊은 남녀 수십 명이 단체미팅을 했다고 한다. 잘 차려진 요리를 먹고, 와인을 마시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부잣집 자녀들. 이는 분명 많은 재산과 높은 지위를 가진 자신들의 ‘급’에 어울리는 사위와 며느리를 얻고 싶다는 그들 부모의 뜻이 반영된 미팅이었을 터. 인맥, 학맥, 혼맥 등에서 벗어나 개인의 능력과 자질이 인간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 되는 세상이 오기 전엔 씁쓸하지만 이런 세태가 지속되지 않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22
어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전 세계인의 관심사였다. 트럼프 공포증이라 불릴만큼 강력한 그의 정책들 때문에 전 세계가 긴장된 모습으로 그의 연설을 지켜보았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역시 예상한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rica Great America·MAGA)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취임 연설 30분 동안 미국을 뜻하는 ‘아메리카’ 단어가 41번 등장하고 “미국은 이전보다 더 위대하고 강해진다”고 외쳤다. “미국의 황금시기가 이제 시작됐다”고도 말했다. MAGA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상징이다. 그가 내세웠던 선거공약인 MAGA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부터 미국 기존의 많은 정책들이 일거에 달라진다. 세계시장 질서가 바뀌고 새로운 질서가 구축될 것으로 예측이 된다. 세계 각국이 긴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가장 큰 이유로 강력한 경제정책을 손꼽는다. 일부는 “미국사람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순한 맛보다 매운 맛을 필요로 했다”는 말로 트럼프의 강력한 리더십을 꼬집기도 한다. 미국 경제를 살려야 하는 데는 미지근한 정책보다 화끈한 정책을 제시한 트럼프가 논란이 있는 인물인데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지금보다 10배 가까이 올리는 것 등이 대표적인 트럼프식 발상이다. 동맹국 관계를 떠나 미국을 최우선 하는 MAGA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단지 그의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아직은 크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 할 한국의 리더십은 언제 쯤 등장할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1-21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종교와 민족적 갈등으로 인해 촉발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자그마치 15개월 이상 이어졌다. 아주 오래전부터 갈등을 거듭했던 두 나라의 다툼은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 희생자를 낳았다. 가자 지구를 향해 수시로 날아드는 이스라엘 군대의 폭탄에 공포에 질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은 영상을 통해 가감 없이 세계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반전과 휴전을 외치는 목소리가 각처에서 터져 나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이번 전쟁으로 가자 지구에선 지난 1년3개월 동안 15만7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정부는 2023년 10월 7일 개전 이후 지난주까지 팔레스타인인 4만6899명이 사망했고, 11만72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부정할 수 없는 ‘학살’ 수준이다. 평화와 인권이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은 21세기에 벌어진 끔찍한 비극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천만다행으로 19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이 발효됐다. 전쟁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이들은 누구 할 것 없이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3명을 돌려보냈고, 이스라엘 또한 팔레스타인에서 잡혀온 수감자 90명을 감옥에서 내보냈다. 이른바 ‘포로 맞교환’이다. 이것이 두 나라 간 공존의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향후 6주 동안 교전을 멈춘 후 노약자를 위주로 인질을 석방하고, 감옥 문을 열어 수감자를 풀어주기로 합의했다. 이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 종전(終戰)으로 가는 길이 속히 열렸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20
우정구 논설위원 비타민C 부족으로 발병하는 괴혈병은 인류가 역사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사람을 괴롭혀온 질병이다. 괴혈병이라 이름을 붙인 것처럼 원인도 모르고 치료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16∼18C 대항해 시절, 선원들의 최대 고민은 오랜 항해 중 발병하는 괴혈병에 대한 공포다. 바스쿠 다 가마가 희망봉을 돌 무렵 배에 탄 선원 160명 중 100명이 괴혈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항해 중 선원들은 피부가 탄력을 잃고 무기력증에 빠지며 입에서 피가 나는 증상을 보였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비타민C는 인체의 환원제로서 콜라젠의 합성효소 활성화 등에 있어 필수적인 성분이다. 귤이나 사과 등 과일과 여러 채소류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성분이다. 일부 동물은 비타민C를 체내에서 스스로 합성하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못해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1753년 영국 해군이 식사 환경이 비교적 양호한 고급 선원한테는 괴혈병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으면 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괴혈병과 비타민C와의 관계가 정확히 규명된 것은 1900년대에 들어서다. 1937년 비타민 C를 발견한 헝가리 출신의 알베르트 스젠트죄르지는 노벨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비타민C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다. 특히 우리 몸의 대사활동이나 면역체계, 세포분열 등에 영향을 준다. 면역체계를 강화해줌으로써 독감과 같은 질병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독감이 대유행하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해 독감 공포에서 벗어나 보면 어떨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9
우정구 논설위원 익선관(翼善冠)은 한국민속대백과 사전에는 조선시대 왕, 왕세자, 왕세손 등이 곤룡포를 입을 때 쓰는 관모(官帽)로 설명한다. 일설에는 중국 당 태종이 관모로 제정했다는 말도 있고, 당시 신라 등에서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있다. 익선관의 모양은 2단으로 턱이 지고 앞보다는 뒤쪽이 높다. 뒤에는 매미 날개 모양의 대·소각(小 角) 2쌍이 위쪽을 향해 달려 있다. 조선시대 왕들이 사용했고 고종이 왕으로서는 마지막으로 익선관을 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공직자에게 익선관은 청렴의 상징이다. 익선관에 달려 있는 매미의 날개가 곧 청렴을 뜻한다. 유래는 중국 서진의 시인 육운의 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육운은 매미에게는 군자가 지켜야 할 5가지 덕목이 있다고 했으며 그를 선충오덕(蟬蟲五德)이라 불렀다. 선충오덕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매미의 곧게 뻗은 입은 선비 갓끈과 닮아 문(文)이요, 매미는 오로지 맑은 이슬과 수액만으로 살아가니 청렴의 청(淸)이다. 또 농민이 애써 일군 곡물을 탐하지 않아 염치가 있다 하여 염(廉)이며, 집을 짓지 않고 나무에서만 생활하니 검소한 검(儉)이다. 한 여름이 지나면 죽을 때를 알고 있으니 믿을만 해 신(信)이라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년도시 경주시가 신입 공무원 임용식에 신라복과 청렴을 상징하는 익선관을 착용케 하는 이색적인 임용식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신라 천년고도의 도시 특징을 대외에 알리고 공무원의 청렴성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경주시의 이색 임용식이 APEC 개최도시 이미지와 잘 어울려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6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15일 오전 10시 33분.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체포됐다. 강제력을 동원한 국가수반의 체포는 이 나라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용산 관저에서 과천 공수처로 이동한 여러 대의 차량 중 한 대에서 내린 윤 대통령은 포토라인을 만들고 기다린 기자들을 따돌리고 후문을 통해 서둘러 조사실로 향했다. 그 짧은 순간, 언론사의 카메라가 대통령의 뒷모습을 찍었다. 국가 의전서열 1위의 인물이 멀쩡한 정문을 두고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조급하게 ‘뒷문’으로 들어가다 ‘뒷모습’이 찍힌 사진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역사의 기록으로 선명하게 남을 터. 분명 자랑스런 장면은 아닐 듯하다. 비상계엄 선포,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과 탄핵 의결,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집회로 연일 소란스러운 대통령 관저 일대, 최근 시작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 지난 연말과 올 연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했다. 윤 대통령에 관한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은 두 편으로 갈려 현재도 갈등과 반목을 지속 중이다. 화합 속에서 희망과 꿈을 설계해야 할 새해 벽두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 서글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떠올려보면 한국 대통령 중엔 비극적인 말년을 보낸 이들이 적지 않다. 이승만은 하와이 요양원에서 최후를 맞이했고,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쓰러졌으며, 노무현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는 짧지 않은 감옥생활을 했다. 오늘 지켜본 ‘윤석열의 뒷모습’이 또 다른 한국 대통령 한 명의 비극을 예고하는 시그널은 아닐지. 국민들은 답답하고 딱하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25-01-15
우정구 논설위원 정부는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내수경기 진작과 관광활성화 등의 긍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설 명절은 임시공휴일인 27일을 포함하면 6일 연속으로 쉴 수 있다. 직장인이 31일 날 휴가를 낼 수 있다면 무려 9일간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드물게 맞는 황금연휴다. 그러나 정부가 의도한 내수진작의 경제효과에 대해 일부에선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다. 평일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휴일이 긴만큼 손해라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임시공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연휴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측도 있다. 지난해 설 연휴기간은 4일(2월 9∼12일)간이다. 그럼에도 연휴기간 인천공항을 통해 빠져나간 여행객 수가 무려 100만명이나 됐다. 고향 대신 해외를 선택한 사람들이 전년의 두 배였다. 여행사에는 관광이나 휴양을 위해 만든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이다. 지난해 연휴기간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보면 올해도 해외로 나가는 사람은 작년 못지않게 많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일각서는 정부의 전망과는 다르게 “설 연휴가 길어지면 소비자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국내 자영업자들은 내수진작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특히 계엄사태 후 이어지는 탄핵정국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여서 설 연휴 경기진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날을 임시휴일로 지정하는 관행이 생겼다. 내수진작이 목적이다. 정부의 의도한 대로 긴 설연휴가 내수시장을 살리는 훈풍이 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4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시인 고은은 말했다. “그저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노인이 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젊어도 뒷방에 앉아 폼 잡고 헛기침이나 하고 있다면 그는 벌써 노인이다.” 노인과 청년을 가르는 건 마음가짐과 태도다. 거기에 더해 삶과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의 유무가 청년과 노인을 구분하는 잣대가 돼야 마땅하지 않을까?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맹렬한 의지가 없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노인 대접을 받게 된다. 최근 회갑이 목전인 58세의 축구선수가 40년째 프로리그에서 뛰게 됐다는 보도가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전 일본 축구 국가대표였던 1967년생 미우라 카즈요시가 바로 그 화제의 인물. 미우라는 일본 축구가 ‘한국 공포증’에서 벗어났던 1990년대 일본 국가대표팀의 주요 공격수였기에 한국 축구팬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최근 미우라의 원 소속팀인 요코하마FC는 일본 풋볼리그 소속 아틀레티코 스즈카에 지난해 임대한 미우라의 이적 기간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우라는 아들 또래의 선수들과 그라운드를 누비게 됐다. 축구는 체력 소모가 엄청난 운동이다. 그러니 58세 현역은 물론, 40대 이상의 현역 선수도 보기가 어려운 게 현실. 그럼에도 미우라는 “1분 1초라도 더 그라운드에서 뛰며, 한 골이라도 더 많이 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뜨거운 각오를 밝혔다. 청년의 태도와 축구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2000년까지 일본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A매치에서 55골을 넣은 25년 전 미우라의 투혼이 올해도 축구장에서 발휘되길 기대하는 팬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13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 제39대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장례식은 세계 언론의 이목을 끌 만했다. 지난 9일 워싱턴DC 국립 대성당에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근래 보기 드물게 전·현직 미국 대통령 다섯 명이 참석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비롯 조시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까지 정파를 초월해 모여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AP 통산은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에서 목격된 이례적 모습”이라 보도했다. 특히 현장에서 목격된 전·현직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화제거리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공화당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 대신 민주당 상징인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트 당선인이 상당시간 미소를 지으면 대화하는 모습도 언론사의 취재거리였다. AFP통신은 이를 두고 “전·현직 대통령이 국장에 모이면서 분열된 미국에 국민적 통합의 순간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했다. 또 일부 언론은 “세상을 뜬 카터가 살아 있는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특별하다. 장례식날이 곧 국가 애도의 날이다. 미국 증시도 이날은 하루 휴장을 한다. 카터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자리에 참석한 전·현직 대통령이 정파나 이념을 떠나 한마음으로 고인을 존경하니 장례식장은 울음보다 웃음이 더 많은 축제장처럼 변했다고 한다. 전·현직 미국 대통령의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정치는 언제쯤 품격있는 정치를 볼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2
우정구 논설위원 불청객(不請客)이란 오라고 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찾아오는 손님을 이르는 말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의 대명사다. 계절마다 불청객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들이 꽤 있다. 봄철에는 황사나 졸음운전, 여름철에는 식중독과 태풍 등이 이것에 해당한다. 가을철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생기는 안개가 불청객이 된다. 특히 안개는 산간지방 교통사고의 큰 원인이 되면서 운전자들이 만나기 싫어하는 불청객이다. 겨울철에는 동상이나 블랙아이스 등이 불청객 대접을 받는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봄철에 자주 발생하는 졸음운전은 예상밖에 음주운전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 피해를 내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지난 5년동안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무려 1만 건을 넘는다. 사망자도 300여 명에 이르러 음주교통 사고의 2배 수준이라 한다. 올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닥쳤다. 도로 곳곳이 결방 위험에 노출되면서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블랙아이스란 도로 표면에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 현상이다. 도로 위에 생긴 살얼음을 이르는 말이다. 얼음 자체는 검지 않으나 블랙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스팔트 색이 얇은 얼음에 투과돼 보이기 때문이다. 블랙아이스는 다리 위, 터널 출입구, 그늘진 도로, 산모퉁이 음지 등에 잘 생기며 운전자들에게는 쉽게 분간이 안돼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다. 작년 11월 강원도 원주 국도에서 차량 53대가 연쇄 충돌해 11명이 다친 사고도 블랙아이스가 원인이었다. 겨울철 불청객인 불랙아이스에 대한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는 시기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09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관저(官邸)는 고위직 관리가 살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리해주는 집을 의미한다. 이전까진 청와대가 최고 권력자의 관저 역할을 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의 결정으로 청와대를 나와 서울시 용산구에 따로 관저를 마련해 살았다.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 무산, 연이은 영장 재발부 등으로 용산 대통령 관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관저 지척에선 탄핵 찬성, 탄핵 반대 시위대의 목소리도 뜨겁다. 첫 번째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두 번 실패는 없을 것’이란 태도로 재발부 된 영장 집행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대비해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엔 가시 돋친 철조망이 둘러쳐지고, 입구엔 대형 버스를 이용한 ‘차벽’이 들어섰다. 누군가가 들어가지 못하는 건물이라면, 안에 있는 사람 역시 갇힌 격이 된다. 외신은 앞 다퉈 이 소식을 자기들 나라로 타전 중이다. 국회에서 탄핵된 정부의 수장이 관저에 갇힌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 국민들은 답답하고 남우세스럽다. ‘어진 정치’의 중요성을 말했던 공자(孔子)는 “부끄러울 게 없다면 숨길 것도 없다”고 설파했다. 만약 공자가 살아있어 관저에 갇힌, 또는 숨어버린 한국 대통령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퇴근 후 보통의 주부들처럼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 찬거리를 고르던 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경호원을 따돌린 채 직접 오토바이를 몰아 연인의 집을 찾아간 전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의 ‘활짝 열린’ 태도와 당당한 행동이 부러워지는 요즘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08
우정구 논설위원 전자업계 트렌드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전시회 CES가 어제(7일) 개막됐다. 전세계 160개국 4500여 개 기업들이 참가하는 인류 최대의 신기술 경연장이다. 올해 CES의 주제는 몰입(Dive In)이며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파나소닉, 지멘스, 마그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총망라한 가운데 국내서는 삼성전자, LG, SK하이닉스 등 대·중소기업 등이 대거 참여했다. 최고의 신기술이 경합을 벌이는 이곳은 앞으로 인류가 살아가야 하는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올해 CES가 선정한 주제 ‘몰입’은 인공지능을 통해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CES에서 선보인 테크놀로지가 미래의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또 그러한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AI 기술이 첨가된 로보틱스, 모빌리티, 스마트홈, 디지털헬스 등이 인류의 실생활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AI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은 이러한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에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기업들이 참가했다. 또 CES 측이 주는 기술분야 혁신상에서도 가장 많은 수상을 기록했다. 전체 수상기술 294개 중 44%인 129개를 수상한 나라다. 신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자랑스런 한국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매년 다른 기업과 다른 사람들이 서로 만나 신기술을 놓고 인류의 미래를 고민한다. 이러한 점에서‘인류 최고의 기술경연장’이라는 별칭이 늘 따라 붙는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07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불멸할 것이 자명한 클래식 작곡가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가 태어난 잘츠부르크에 가본 적이 있다. 녹음 우거진 여름이었다. 운 좋게도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모차르트 추모음악회는 천재 작곡가를 자랑스러워하는 고향 사람들과 그곳을 찾은 관광객 모두를 즐겁게 했다. 연주된 모든 곡들이 좋았다. 18세기 비엔나 고전파를 대표하는 모차르트는 35년의 짧은 삶을 살았지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감동시킨 수많은 곡들을 작곡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루트비히 판 베토벤과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칭송받는 그는 “음악 역사의 기적” “성스러운 인간”이라고 숭배받기까지 한다. 지금으로부터 263년 전인 1762년 1월 7일은 바로 그 모차르트가 첫 번째 연주여행을 떠난 날이다. 당시 모차르트는 겨우 여섯 살이었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와 누나의 악기 연주를 들으며 자란 그는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세 살 때 쳄발로를 연주했고, 다섯 살 때는 작곡을 해낼 정도. 그러니, 아장거리는 걸음걸이의 여섯 살 아이가 유럽 전역으로 연주를 위한 여행을 떠났다 해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이 천재 아이의 삶이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음악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었으니 세상 이치에 어두웠고, 작곡이 아닌 다른 분야의 해석력은 백치에 가까웠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유럽의 겨울도 한국처럼 춥다. 꽁꽁 언 고사리손으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 다니며 피아노를 쳤던 여섯 살 모차르트를 떠올리면 부럽다기보다는 측은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06
우정구 논설위원 영국 속담 한토막 소개한다. “하루만 행복하려면 이발소에 가라, 일주일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라, 한 달을 행복하려면 말을 사라, 일 년을 행복하려면 집을 사라, 평생을 행복하려면 정직하게 살아라”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삶인지를 교훈적으로 가르치면서 정직한 생활 자체가 행복의 중요 요소임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많은 사람에게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대다수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 대답할 것이다.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가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말해서가 아니라 사람은 본능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행복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각기 다르다. 행복이란 가치가 매우 주관적이고 포괄적 개념이어서다. 사전에는 부족함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 하는 심리적 상태를 행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만족을 느껴야 하는 안정된 심리상태인데, 이는 개인이 느끼는 정도에 따라 행복의 편차가 있을 수 있다. 트렌드 분석지 ‘트렌드 코리아 2025’가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아보하’를 꼽았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로 특별히 행복하거나 불행하지도 않은 평범한 하루란 의미다. 그저 출근하고 퇴근해 가족과 함께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무탈 무사한 일상을 말하는 것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지쳐 살아온 현대인의 반발 심리가 낳은 트렌드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삶의 자세가 될 것 같아 트렌드의 흐름에 관심이 간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05
우정구 논설위원 해가 바뀌면 누구나 한번쯤은 새롭게 각오를 다지게 마련이다. 비록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될지는 모르나 올 한해를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며 가야 할지 각오를 다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나 직장 등에서는 구성원이 한 목표로 일치단결해 나아갈 수 있게 시의적절한 사자성어를 선택해 연초에 발표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에서 “어려움을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의 ‘지난이행(知難而行)’을 꼽았다고 한다. 위중한 국내외 경제 상황을 잘 인식하고 대응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중소기업계서는 신년 각오로 “인내심을 발휘해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뜻의 ‘인내외양(忍耐外揚)’을 선택했다. 앞으로 닥칠 경제적 어려움을 잘 견뎌내자는 뜻이다. 상당수 단체장도 신년 화두로 사자성어를 내세우고 있다. 지역민에게 새해 각오와 시정 의지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자”는 ‘마부정제(馬不停蹄)’나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근고지영(根固枝榮)’,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간다”는 ‘호시우행(虎視牛行)’, “이슬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 등은 단체장이 잘 인용하는 글귀다. 반면에 개인들은 “근심과 걱정이 없는 한해가 되라”는 ‘무사무려(無思無慮)’, “성공은 포기하지 않음에 있다”는 ‘공재불사(功在不舍)’,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는 ‘자강불식(自强不息)’과 같은 덕담이나 개인적 희망을 소재로 삼는다. 정국 불안으로 혼란스러운 모든 국민에게 올해는 온갖 복되고 좋은 일이 구름처럼 모여든다는 ‘천상운집(千祥雲集)’의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02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남의 나라 전쟁터에 보내진다는 건 개인의 고통인 동시에 국가적 비극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지역으로 북한 군인들이 파병됐다는 소식에 이어 그들 중 다수가 전투 중 사망하거나 다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청춘의 한 시절을 군대에서 보낸 한국 남성들은 그들의 처지가 안타까워 혀를 찬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변변찮은 장비만을 갖추고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 1000여 명이 벌써 사망했다고 한다. 북한군은 주로 우크라이나 군대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인근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국 고위 당국자의 지적처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외국 군대(북한군)를 동원한 건 몹시 우려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군 장교들이 병사들의 투항을 막기 위해 처형도 불사하고 있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전했다. 북한 군인들은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생포될 위기에 처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말까지 떠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무고한 청년들을 죽인 죄를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2차대전 시기. 러시아는 전쟁이 뭔지도 모르는 시골 청년들을 징집해 3명당 총 1자루만을 주고 독일군의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으로 내몰았다. 20세기의 비극이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는 러시아. 그 비극의 대상이 북한 젊은이들로 옮겨간 형국이다.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연이 하루바삐 걷히고, 끌려간 북한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형제와 재회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01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살 부비고 살며 일생 눈물과 웃음을 함께해 온 식구는 부정할 수 없는 공동의 운명체다. 식구 가운데 하나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건 인간에게 뼈가 저리는 고통과 상실감을 준다. 그래서다. 부모형제가 죽은 상가(喪家)에 가보면 여자들은 호곡하고, 남자들은 소리 없이 운다. 동서와 고금이 다를 바 없다. 비록 그 죽음이 예견되고 준비된 것이라 할지라도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누이를 잃는다는 건 견디기 힘든 아픔이다. 그런데, 식구의 죽음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난데없이 닥친다면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남아있는 자들의 슬픔은 얼마나 클까? 지난 29일 제주항공 비행기가 무안공항에서 추락했다. 탑승자 중 생존한 사람은 겨우 2명. 179명의 아까운 목숨이 충돌에 의한 충격과 화마(火魔)에 휩싸여 사라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불의의 사고였다. 현장은 참혹했다.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 모여든 탑승자의 식구들은 차가운 시신으로 변한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 손자와 손녀, 사위와 며느리를 마주해야 했을 터. 유족들의 놀라움과 서러움은 통곡과 혼절로 이어졌다. 희생자 중엔 겨우 세 살배기 아기와 대학입시를 끝낸 10대 후반 학생들도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를 한꺼번에 잃은 한 여성은 끝내 넋을 잃었다고 한다. 자식을 앞세운 참척(慘慽)의 아픔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유족들 앞에선 어떤 말도 하기가 어렵다. 그저 이번 사고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고,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 조치가 있기를 바랄 뿐.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30
우정구 논설위원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은 수백년 동안 스코틀랜드에서 전해져 오는 민요다. 작곡가는 미상이나 1788년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가 지은 시로 가사를 입혔다. 스코트어로 ‘오랜 옛날부터’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아주 오래 된’ 의미의 Old Long Since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별이나 석별의 정이란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1929년 캐나다 태생의 지휘자인 가이 롬바르도의 밴드가 뉴욕의 한 송년파티에서 이 곡을 연주해 유명해졌다고 전해진다. 1997년 영국의 속령이었던 홍콩을 중국으로 돌려주는 반환식 때도 영국군 의장대가 마지막으로 행진하며 연주한 곡이다. 팝, 컨트리, 디스코 등으로 편곡돼 지금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곡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 있을 때 안익태 선생이 곡을 붙이기 전까지 애국가 멜로디로 사용된 곡이다. 특히 졸업식이나 송년회 등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장소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곡이다. ‘우리 오래된 인연을 어찌 잊겠느냐’로 시작하는 노랫 가사는‘우리 한잔의 다정함으로 좋았던 옛날을 위해 축배를 들자’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문다. 올해만큼 정치가 국민을 실의와 낙담의 경지로 몰아낸 적이 있을까. 교수들이 뽑은 올해 사자성어 도량발호(跳梁跋扈)가 바로 지금과 같은 경우다. 국민과 정부는 안중에 없다. 오로지 권력을 가진 정치만이 세상을 마음대로 휘둘러대는 모습이 꼴불견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올드 랭 사인’은 울려 퍼진다. 희망찬 새해를 기약하기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