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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천국과 지옥 오간 비트코인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확정된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은 투자자산을 위험자산이라 부른다. 항시적인 투자 실패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만큼 기대 이익은 안전자산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예금이나 적금처럼 안정성 높은 자산과 비교해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오갈 정도의 등락폭을 보일 수 있는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는 위험자산의 영역에 있다. 그 위험자산이 단시간에 얼마나 폭락하고, 다시 어느 정도로 반등될 수 있는지 3일 밤과 4일 새벽 사이에 확인됐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 약 1억3000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계엄령이 내려진 직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8000만원 중반대로 폭락했다.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일시적으로 매수와 매도 주문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형국의 암호화폐 가격과 달리 환율은 짧은 시간에 급격한 속도로 폭등했다. 자정을 전후해선 혼란한 정치적 상황이 경제 파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전문가들의 우려까지 나왔다. 이후 몇 시간이 흘렀다. 계엄령 해제의 시그널이 가시화된 4일 새벽. 언제 그랬냐는듯 비트코인의 가격이 치솟았다. 아침 7시를 넘어서면서 24시간 전보다 소폭 오른 약 1억3500만원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험자산이 갑작스럽게 부자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투자자의 삶을 나락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발표가 이뤄진 6시간 사이에 증명된 것.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등의 위험자산이 위태로운 널뛰기를 할 때 여기에 투자한 사람들도 천국과 지옥을 오갔을 것이 분명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위험자산은 위험하다. 투자에 신중해야 할 이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04

크리스마스 씰

우정구 논설위원 나이가 많이 든 어른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씰에 관한 추억이 있다. 6·25 전쟁 직후 어려운 경제 상황에 놓인 우리나라에도 결핵이 크게 유행하면서 크리스마스 씰은 결핵퇴치를 위한 자선사업의 한 형태로 범국민적 참여 운동이 벌어졌었다. 원래는 1904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작은마을 우체국장이 결핵으로 생명을 잃고 있는 유럽 어린이들을 위해 모금방식으로 시작한 것이 시초다. 성탄절 우편물에 작은 금액의 크리스마스 씰을 붙여 시작한 모금운동은 이후 크게 호응을 얻으면서 전 세계로 번져나갔다. 오늘날 크리스마스 씰은 결핵퇴치 운동의 상징이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직후 대한결핵협회가 결핵퇴치 운동과 함께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결핵은 기원전 7000년 신석기시대 화석에서 흔적이 발견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전염병으로 전해진다. 1882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균을 최초로 발견하고 퇴치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인류의 목숨을 앗는 위험한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작년에 800만명 이상이 결핵 진단을 받았고, 125만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또 결핵이 코로나19를 제치고 전염병 사망 원인 1위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에도 현재 1만6000여 명의 결핵환자가 있다.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이 1위며 사망률은 3위다. 크리스마스 씰을 통해 모금된 돈은 취약층 결핵환자 발견이나 환자수용시설 지원, 저개발국 결핵사업 등에 지원된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씰을 구입해 결핵퇴치 운동에 동참해 보는 것도 보람있는 연말을 보내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03

못 말리는 헬리콥터 부모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최근 중앙일보에 실린 과보호 부모에 관한 기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등장하는 사례들은 ‘정말로 그런 일이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허탈감까지 부른다. 증권회사 부서장에게 신입사원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온다. “내 자식이 고객 응대와 실적 목표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니 부서를 옮겨 달라”는 부탁을 했단다. 유통기업의 인사팀장은 직원의 아버지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는다.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가겠다는 아들을 막아달라. 혹시, 회사가 힘들게 해서 아들이 퇴사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라는 것. 지난 세기엔 사용되지 않던 단어 중 21세기 들어 새롭게 만들어진 조어(造語) 중 하나가 ‘헬리콥터 부모’다. 아이들을 키울 때 양육과 교육 모두에서 극성스러울 정도로 지나친 관심을 쏟는 부모를 지칭하며 사용된다. 회전하는 날개를 단 헬리콥터처럼 항상 아들과 딸의 머리 위를 끝없이 맴돈다는 의미. 몸이 아파 조퇴하는 아이를 대신해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해주고, 대학생 자녀가 성적에 만족하지 못할 때 교수에게 연락해 점수를 높여달라고 떼를 쓰는 부모가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다. 그런데, 20대 중반을 훌쩍 넘겨 직장인이 됐음에도 다 큰 아들·딸의 연봉 협상과 부서 배치 과정에 개입하며, 성인 자녀를 서너 살 아이처럼 싸고도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는 건 놀랍고 더 나아가 측은하다. 세월의 변화에 따라 대부분의 부모가 한두 명의 자녀만을 가진 사회가 됐다. ‘금쪽같은 내 새끼’로 키우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낭패를 만난다. 자식 문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02

내수경제 살려야

우정구 논설위원 내수경제(內需經濟)를 줄여 내수라 부른다. 국가와 민간에서 시행하는 소비와 투자 등을 총칭하는 경제 용어다. 한 국가 내에서 판매나 소비를 목적으로 만들어 낸 상품을 우리는 내수상품이라 부른다. 내수가 큰 국가들은 수출이 잘되지 않아도 국내시장만으로 국내기업의 생산제품을 소비해 낼 수 있다. 산업구조와 국가의 경제체력이 튼튼한 나라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세계적 불황이 오더라도 내수가 경제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간내수 규모가 작년기준 8437억달러다. 세계 15위 정도로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다. 그러나 GDP 대비 내수시장 규모는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다. 수출주도형 성장을 한 탓이다.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이나 중국 등의 경기가 나빠지면 우리나라 경제가 바로 직격탄을 맞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하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되고 있어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국내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금리를 내려 시중에 돈이 돌게 하고 소비와 투자를 살려 보겠다는 뜻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실질소득은 전분기보다 2.3% 늘었으나 소비지출은 1.4% 증가에 그쳤다. 경기침체 불안감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의미다. 내수 부진속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수출전망도 밝지 않다. 내수경제를 살리기 위한 당국의 똑똑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내수침체로 가장 고통받을 사람은 서민층이기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01

비혼 출산… 당신 생각은?

우정구 논설위원 모델 문가비가 낳은 아들의 친부가 영화배우 정우성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혼 출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비혼 출산이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기를 출산을 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한국사회에서는 아직은 익숙지 않은 용어라 할 수 있다. 2023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혼외 출생아 수는 1만90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출생아 수의 4.7%다. 100명 중 4∼5명이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이다. 1981년 관련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 국가의 평균 혼외 출생률 41.5%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주 미미하다. 2020년 기준 비혼 출생아 비율은 프랑스가 62.2%로 가장 높았고, 영국 49%, 미국 41.2%, 호주 36.5% 등으로 조사돼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인식은 2008년에는 78.6%가 반대 의사를 보였고 2020년에는 69.3%가 반대한다고 했다. 반대 의견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 조짐이 보인다.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29세 청년층에서는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42.8%로 나타났다. 부부를 가족의 기본단위로 보는 우리사회 인식의 변화란 점에서 주목할만한 결과다. 우리는 비혼 자녀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과 복지와 같은 사회적 시스템이 OECD 국가 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배우 정우성의 케이스로 본 비혼 출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우정구(논설위원)

2024-11-28

‘적자 인생’ 사는 노인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늙은 남성들 사이에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이야기가 떠돈다. “친구고 뭐고 다 소용없어, 늙으면 가장 필요한 게 돈과 마누라야.” 돈과 아내. 지목된 이 두 가지 가운데 돈과 관련된 걱정스런 뉴스 하나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들의 상당수가 적자 인생을 살고 있다는 소식이다. 61세 이후 생애주기 적자폭은 갈수록 늘어난다. 61세에 178만4000원이던 적자 규모는 70세가 되면 1612만1000원, 75세엔 2015만2000원으로 늘어나고, 85세 이상 노인들의 적자 규모는 2420만2000원에 이른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일을 해 벌어들이는 소득과 생활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돈의 차액 폭이 갈수록 커지는 이런 현상이 이른바 ‘빈곤한 노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행 60세인 정년을 연장하고, 퇴직 후 일자리 찾기를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도 이런 세태를 반영한 게 아닐까. 나이를 먹을수록 병원비 사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60대면 아직 자식들 뒷바라지가 채 끝나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거기다 일을 하지 않는다고 개인의 소비가 0이 될 수는 없는 게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세상이 좋아졌으니 이제 한국 사회에서 밥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만, 우리 주변엔 하루 종일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주우러 다니거나, 추운 날씨임에도 1~2시간 무료급식소 앞에서 줄을 서는 노인들이 없지 않다. 여러 이유와 조건 탓에 적자 인생을 사는 노인들을 효과적으로 조력할 방안을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할 때가 왔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27

구미시 도시 브랜드 전략

우정구 논설위원 글로컬 시대를 맞으면서 세계의 많은 도시가 사람들에게 도시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각종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도시 브랜드 자체가 관광객 유입 등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지방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 도시들도 지역의 특산물이나 축제, 캐릭터 등의 무형자산을 통해 호의적인 도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이나 경주 황리단길, 청송의 사과 등은 그 지역 도시 이미지와 동일시되면서 일종의 도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대구시는 기존의 ‘컬러풀 대구’라는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파워풀 대구’로 바꾸었다.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대구가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이던 자긍심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3대 도시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서울시도 브랜드 슬로건을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로 바꾸었다. 마음이 모이면 서울이 된다는 의미라 한다. 아이 러브 뉴욕(I Love New York)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뉴욕시의 도시 슬로건이다. 1970년대 재정 파산위기와 높은 범죄율로 혼란과 위기에 빠졌던 뉴욕을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슬로건으로 유명하다.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전국 85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달간 온라인 빅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구미시가 도시 브랜드 평판 1위를 차지했다. 구미가 1위를 차지하게 된 결정적 배경은 이달초 개최한 구미 라면축제라고 한다. 좋은 축제 하나가 도시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모범 선례라 할만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26

군대 안 가려고 살찌운 청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병역 의무는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입대에서 제대까지의 전 과정이 합리적일 때 뒷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들어온 이야기가 있다. “내 친구는 돈 많은 아버지 덕택에 군대에 가지 않았다” “고위층에 있는 숙부가 보다 편안한 군대 내 보직을 얻게 해줬다” 등등. 이는 과거 병역 의무의 집행 과정이 투명하고 공평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바뀌었고, 앞에서 언급한 사례와 같은 불공정은 많은 부분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아까운 청춘의 한 시절을 군대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여전히 있는 모양이다. 요즘도 갖가지 방식으로 병역을 기피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드물지 않게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린다. 최근 서울동부지법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스물여섯 살 청년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를 방조한 같은 나이의 청년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이들이 처벌 받은 이유는 뭘까? 한 명은 병역 의무를 피하려고 인위적으로 체중을 105kg까지 늘렸고, 다른 한 사람은 쉽게 체중이 증가하는 식단표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체질량지수가 35를 넘길 경우 4등급 신체 판정을 받아 보충역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쉽게 살이 찌는 음식을 평소의 식사량보다 2배 이상 먹어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피하려 했던 병역 의무. 그 청년은 공평함을 어떤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보기 딱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25

태아성감별 금지법 역사속으로

우정구 논설위원 태아 성감별 행위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킨 것은 법 제정후 37년만인 올해 2월이다. 헌법재판소는 위헌헌법소원 심판에서 남아선호 사상에 따라 성의 선별적 출산과 성비 불균형을 막기 위해 만든 의료법 제20조 제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일명 태아성감별 금지법에는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함부로 누구에게나 알릴 수 없도록 했다. 1980년부터 2000년 중반까지 우리사회는 남아선호 사상으로 여아낙태가 많아 심각한 남초현상이 빚어졌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0년대 들어 국내 출생아의 성비(출생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남아선호 영향으로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1993년에는 성비가 115.3명까지 기록했다. 이후 출산율이 줄고 사회 인식과 여성의 사회진출, 결혼관 등이 변하면서 우리 사회의 남녀성비는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올 2월 헌재의 결정도 이런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헌재는 판결을 통해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런 욕구이며 태아의 성별을 비롯 모든 정보에 방해받지 않을 권리는 부모로서 당연하다”고 판시했다. 지난주 국회 보건복지위는 태아성감별을 금지한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본회의 통과라는 절차는 남았지만 태아성감별 금지법은 이젠 영원히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는 부계 혈통사회라는 전통적 가족제도에 기인했던 남아선호 사상의 퇴조와 흐름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비의 인위적인 왜곡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24

수성못 오리배가 추억으로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에 소재한 수성못은 대구의 상징이라 할 만큼 유명한 전국적 명소다. 팔공산과 함께 대구 12경의 한 곳이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가 조선인과 함께 수리조합을 결성해 축조한 농업용 저수지이다. 당시는 수성들 일대 농지에 물을 공급했으나 세월이 흘러 못의 용도가 없어졌고, 50년 전쯤에 유원지로 지정됐다. 대구에 도시개발의 광풍이 불면서 대구시내에 남아 있던 많은 저수지들이 하나둘 메워지고 택지로 변했으나 수성못은 유원지라는 이유로 아직 원상태를 보존하고 있다. 동촌유원지와 달성공원 등과 함께 수성못은 일찍부터 대구시민의 휴식처로 이용됐다. 봄철에는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겨울에는 스케이트장,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있었다. 이곳 수성못은 지금도 연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거리공연과 축제가 끊이질 않고 커피점과 음식점 등으로 연중 어느 시기든 사람들이 붐비는 대구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최근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수성못 북서쪽에 대규모 수상공연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총 1500석 규모 공연장으로 대구를 대표할 랜드마크급으로 조성할 계획이라 한다. 이와 관련 수성못의 소유주인 한국농어촌공사가 1988년부터 허용해 왔던 수성못 오리배 위탁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수성못의 명물로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오리배가 이젠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농어촌공사의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수성못의 명물인 오리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데 대한 시민의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21

70년 전 독도대첩의 기억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54년 11월 21일. 일본은 1000t급 함정 PS9, 10, 16 등 3척의 군함과 항공기를 독도 인근으로 보내온다. 그때도 독도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이야기됐다. 두 나라 모두 그 섬을 자국의 지배권 아래 두고자 했다. 독도 지배를 통한 정치·경제적 국익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출동한 일본 군함을 확인한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은 수비대 대원에게 전투 준비를 명령했다. 이어 일본 함정에게 경고성 포탄이 발사됐고 한국과 일본의 싸움이 시작됐다. 한국전쟁 때 명사수로 이름을 날린 제1전투대장 서기종의 박격포 사격은 일본 PS9함을 화염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갖추고 있는 무기가 얼마 없었던 독도의용수비대는 필사적으로 일본 함정의 상륙을 막아야 했다. 검게 칠한 통나무를 대포처럼 위장한 전술이 동원됐고, 이에 놀란 일본 함정과 비행기는 독도 주변을 맴돌다가 퇴각했다. 사건 직후 NHK 뉴스는 “독도에서 한국 경비대가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에 포격을 가해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급하게 알렸다. 이상이 1954년 독도대첩의 전말이다. 이 전투의 패배는 일본 요시다 시게루 내각의 붕괴를 불렀다. 독도대첩이 있은 다음 달 내각불신임 결의가 있었고, 정권은 하토야마 이치로 내각에게 넘어가게 된다. 현재도 일본은 “독도는 언젠가는 찾아와야 할 우리 땅”이란 주장을 하고, 한국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망언”이라 맞서고 있는 상황. 독도에선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전투’가 이어지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20

꼭지 달린 사과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나라에 사과가 처음 들어온 것은 조선시대 효종 때며 당시 인평대군이 청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사과나무를 수레에 싣고 왔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현재 재배되는 사과종은 1900년초 미국인 선교사가 대구에 들여온 것으로 대구사과 시초다. 대구에 사과가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대구는 사과로 유명해졌고 사과 덕분에 미인이 많은 도시로 소문났다. 전국 최고의 품질과 생산량을 자랑하던 대구사과는 기후온난화로 북상하면서 지금은 안동, 청송. 문경 등 경북 북부지방이 주산지가 됐다. 경북도내 사과 생산량은 전국의 62%를 차지한다. 매년 11월쯤이면 경북도내 사과 주산지에서 생산된 사과가 서울로 올라가 판촉 행사를 벌인다. 청송군에서는 지난해부터 꼭지없는 사과를 출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관행적으로 사과 유통과정에 사과에 상처가 생기지 않게 수확한 사과의 꼭지를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그러다보니 꼭지 작업에 소요되는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청송군에만 꼭지 제거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연간 90억원이다. 전국적으로는 65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청송군이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꼭지 달린 사과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과농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중 마트 등에서 꼭지 달린 사과를 이젠 제법 볼 수도 있다. 연구에 의하면 소비자가 꼭지를 제거하지 않은 사과를 구입해 3개월 정도 보관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과보다 수분 증발량이 4% 정도 줄어 더 신선한 사과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사과 생산농가들은 인건비를 줄이고 소비자는 더 신선한 사과를 사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아주 간단한 발상 전환 하나가 만든 유익한 효과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9

‘위험한 투자’에 매달리는 사람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박봉을 쪼개 꼬박꼬박 은행에 적금을 붓는 회사원과 생활비를 아껴 차곡차곡 통장에 모으는 주부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런 방식을 대신해 기대 수익률이 높은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에 자신이 가진 돈을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형태의 투자는 적금이나 예금에 비해 위험성이 훨씬 높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세칭 ‘몰빵 투자’의 상승폭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실제 11월 18일 현재 비트코인의 시세는 1억2천만원을 상회 중이다. 이런 들뜬 분위기에 편승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도 한판 크게 투자해 지긋지긋한 월급쟁이 노릇 그만하고, 해외여행 다니고 골프 치며 나머지 삶을 즐기고 싶다”며 가상자산 투자에 눈독을 들인다. 현재는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 관련기관이 ‘안정적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예금과 적금에서 빠져나간 돈이 고위험성 투자자산에 몰리고 있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공격적 성향이 강한 일부 20~30대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가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쯤 되면 이건 여유자산으로 하는 건강한 투자가 아닌 ‘투기’가 아닐까? 이미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반복하고 싶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 비트코인 등의 투기성 가상자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100명 중 하나, 아니 1000명 중 하나에 불과하다. 과도한 욕망이 불행을 부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18

초고령사회 임박

우정구 논설위원 UN의 기준으로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일 때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올 10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9.8%가 됐다. 통계 추정치로 보면 빠르면 올 12월에,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노인인구는 경상북도와 같은 지방도시일수록 높다. 경북 의성군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45%에 달한다. 출산율은 줄고 기대수명은 늘어나니 노인인구 증가는 필연적 현상이다. 세계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는 22개국 정도 된다. 일본과 이탈리아 등이며 대체로 장수 국가로 분류되는 나라다. 우리나라도 장수 국가에 손꼽히나 문제는 초고령사회에 대한 국가의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느냐 하는 것이 고민거리다. 초고령사회가 도래하면 노동인구 감소, 경제성장률 둔화, 복지수요 증대, 국가 재정부담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또 젊은세대와 노인층의 가치관 차이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도 우리가 감당할 문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노인빈곤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교역국이면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노인들의 삶은 아직 척박하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노인 자살율이 높은 것은 빈곤과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노인인구 증가를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꼽는다. 초고령사회가 임박한 지금 우리사회는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되돌아 볼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7

2024 코리아 세일페스타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넷째주부터 시작되는 미국 내 최대규모 쇼핑 할인행사다.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일어나는 매출은 미국 연간 발생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미국인들은 한 해 동안 아끼면서 닫아두었던 지갑을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을 맞아 활짝 열고 쇼핑에 나선다고 한다. 블랙 플라이데이의 어원도 많은 소비가 일면서 상인들의 적자(red ink) 장부가 흑자(black ink)로 전환됐다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비슷한 대규모 쇼핑 할인행사가 매년 벌어진다. 코리아 세일페스타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 시작한 거국적 할인 행사다. 올해로 9번째 맞는 국가대표 축제인 코리아 세일페스타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롤 모델로 삼는다. 지난 9일부터 30일까지 2024년 할인행사가 벌어지는데,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찾아올지가 관심사다.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2600개 기업이 행사에 참여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가전제품과 생필품, 자동차, 숙박시설, 놀이공원 등 거의 모든 서비스 업종이 동원됐다. 특히 코리아 세일페스타의 목적은 내수경기 진작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있다. 극심한 불경기를 맞는 올해는 그래서 더 많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경제학에서 소비를 미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소비가 바람직하게 이뤄지면 기업의 생산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일자리도 많이 창출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균형 잡힌 소비가 바람직하다. 2024 코리아 세일페스타가 힘든 우리 경제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4

죽음 부른 불법 사금융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만원 빌려주고 일주일 후 128만원을 갚으라고 했단다. 이쯤 되면 폭리를 넘긴 살인적인 이율이다. 금융 관련 상담센터엔 1140만원을 빌린 영세 자영업자가 58일간 매일 30만원을 갚았던 사례도 접수된 적이 있단다. 이자가 568%였다. 최근 불법 사금융업체로부터 “빌린 돈을 갚으라”는 독촉과 협박을 받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어린 딸을 남겨둔 채 스스로 세상을 등진 30대 여성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실제로 위와 유사한 불법 추심이 우리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돈을 빌린 사람 사진을 수배 전단지 형태로 만들어 이웃들에게 배포하고, 낮밤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 전화로 협박하고, 채무자 자녀를 살해하겠다 위협하고, 여성 채무자를 유흥업소에 팔아버리겠다고 윽박지르고…. 국세청의 불법 사금융업자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은 많은 이들의 혀를 차게 한다. 취업준비생이나 주부가 몇십 만원의 작은 금액을 짧은 기간 대출할 경우엔 2만%가 넘는 이율을 적용한 사금융업체도 있었다니, 이 정도면 그들의 행위 자체를 ‘살인 압박’이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악질적이며 비인간적이다. 오죽하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두고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했겠는가. 이 소식을 접한 윤석열 대통령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채권 추심 행위는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엄단을 지시했다고 한다. 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사금융업자들이 향후 어떤 수사와 처벌을 받게될 지 경찰과 검찰의 행보를 주목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13

다시 볼 트럼프의 골프 외교

우정구 논설위원 정치가 골프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정치 9단으로 통하는 박지원 의원은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쳐들면 지는 것”이라 말했다. 유권자에게 오만하게 보이면 표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골프처럼 정치는 중독성이 있다는 말도 있다. 실패를 반복해도 끊기가 어려운 게 닮았다는 것이다. 또 힘을 빼야 골프를 잘 칠 수 있는데 정치도 힘을 빼야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골프 외교의 시작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부터라고 전해진다. 6·25 전쟁이 끝나고 당시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 장교들이 주말이면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골프를 친다는 사실을 안 이 대통령이 서울에 골프장 건설을 허용한 것을 두고 외교적 발생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후 1990년 YS(김영삼)와 JP(김종필)가 골프장 회동 후 민주·공화 두 당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골프장은 수시로 정치의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 골프가 정치의 연장선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골프광이라 불릴 만큼 골프 애호가다. 트럼프 1기 임기 4년 동안 골프장 방문횟수가 300번을 넘는다고 한다. 주말이면 거의 빠짐없이 골프장을 찾았다. 라운딩에는 각료와 상하의원은 물론 타이거 우즈와 같은 골프 스타들도 자주 회동했다. 일본의 전 총리 아베 신조는 트럼프의 골프 사랑을 잘 알고 황금 골프채를 선물로 전달하고 다섯차례나 라운딩을 같이해 골프 외교의 성공 모델로 회자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골프 연습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의 골프 외교가 또 한 번 세계적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2

트럼프의 ‘전화 정치’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미국은 군사 부문과 경제 분야에서 부정할 수 없는 지구 위 최강대국이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나라의 차기 대통령이 선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그가 통치했던 몇 해 전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무엇보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극단적 자국이기주의, 가난한 국가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에 대한 배척, 사업가 출신다운 발 빠른 물질적 계산을 통한 국가간 질서 개편 등이 트럼프가 지향해온 정치 스타일이다. 향후 4년도 이런 추세가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의 언급처럼 세계의 경찰국가라 불리는 미국의 권력자로 확정됐으니, 트럼프는 여러 나라의 국가원수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미우나 고우나 지구 위 가장 힘센 통치권자를 백안시할 수는 없는 법이니 이미 70개 국 정상이 트럼프에게 전화를 했다.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빠른 시일 안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해 왔다. 그래서일 것이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트럼프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확산시키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드론 전투가 벌어졌다. 트럼프의 말이 아직은 약발을 받지 않고 있는 듯하다. 10일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통화한 트럼프는 “유럽의 평화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발표된 통화 내용은 두루뭉술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다. 아직은 당선자 신분이니 그럴 수 있다. 향후 정식 취임 이후엔 트럼프의 ‘전화 정치’가 얼마만한 힘으로 세계질서를 재편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11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세상

우정구 논설위원 전기차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이자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적극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가 새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1위 부자인 그의 재산은 약 2500억 달러(한화 336조원)다. 재산의 상당 부분은 테슬라 주식이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알려지던 날 테슬라 주식이 폭등하면서 그의 재산은 하루 만에 55억 달러(7조6000억원)가 올랐다. 언론은 그를 트럼프 재집권의 최대 수혜자, 킹메이커, 미 대선 최종 승자라 표현했다. 트럼프 정부가 머스크를 채용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경영자로서 승부사라는 별명을 일찍부터 가지고 다녔다. 자신의 회사를 위해선 도박과도 같은 과감한 결단을 스스럼없이 내리는 그를 두고 몰빵 신이라고도 불렀다.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그는 어릴적부터 컴퓨터 게임에 관심이 많아 12살 때는 자신이 만든 슈팅 게임기를 게임잡지에 실어 판매도 했다. 그가 최고의 혁신가로서 호평을 받는 이유는 뛰어난 기술력과 식견을 먼저 꼽는다. 또 디자인 감각이나 중독에 가까운 일에 대한 성실함, 현장 중심의 경영도 이유라 한다. 그리고 그의 미래지향적 비전과 도전정신은 기업을 세계 최고로 키운 비결이라 주변에선 평가한다. 경제성이 없다는 전기차를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고, 지금은 우주탐사, 인공지능, 에너지산업에까지 새로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그가 도전하고 있는 우주탐사는 인류가 새로운 행성에 세상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트럼프 당선과 함께 머스크가 그려갈 새로운 세상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0

드론 강국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달 18일 우크라이나군 최고의 드론 조종사 빅토르 스텔마흐가 29세 나이로 사망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드론이 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는지를 다시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군사력이 약한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강의 러시아와 대등하게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배경에는 단연 드론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드론전에서는 사실상 최강자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이날 사망한 빅토르는 최정예 드론 조종사다. 우크라이나 드론부대 창설멤버이며 드론 훈련을 주도한 인물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장에서 그는 러시아군 500명을 사살한 우크라이나 전쟁 영웅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는 또 한명의 젊은이가 드론 영웅으로 화제를 모았다. 학창시절 공부는 안 하고 비디오 게임만 한다고 늘 핀잔받던 한 젊은이가 러시아군을 잡는 저격수로 등장했다는 뉴스가 소개됐다. 이처럼 우크라이나는 드론전에 익숙한 젊은세대가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미래전쟁은 드론전으로 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단순히 무인항공기 정도로 알았던 드론이 최첨단 장비를 장착하면서 이제는 전쟁의 양상을 바꿔가고 있다. 드론은 전쟁에서 정찰, 감시, 타격 등의 다양한 임무 활동을 동시에 수행한다. 저비용으로 적의 방어를 무력화하는 최고의 전력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다. 북한에서 보낸 드론이 서울 상공에 나타나면서 우리나라도 드론작전 사령부가 올해 창설됐다. 드론을 군사 전략화하는 신예부대다. 게임 등 디지털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능숙하다는 한국도 드론 강국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