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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모시는 날’이 아직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최하위직 공무원인 9급 직원의 하소연이 눈물겹다. 이런 내용이다. “나는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급을 500만원 받는 부서장들이 200만원으로 연명하는 청년 공무원의 돈으로 점심을 먹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본인 몫의 식사비라도 자신이 부담했으면 좋겠다.” ‘모시는 날’이란 해괴한 관행이 여전히 한국 공무원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언필칭 ‘모시는 날’이 되면 하위직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쌈짓돈을 털어 국장과 과장 등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밥을 산다고 한다. 2024년 오늘.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업체 관계자들에게 ‘촌지’를 받아 흥청망청 술 마시고, 생활비에 보태던 공무원들의 불법은 눈에 띄게 사라졌다. 한국사회가 합리적이고 청렴하게 바뀌어간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하 직원의 옆구리를 찔러 밥과 술을 얻어먹는 몰염치한 공무원이 있다는 건 사람들의 놀라움을 넘어 분노까지 부른다. 국회의원 위성곤이 최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직도 공무원의 75.7%가 ‘모시는 날’에 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1년 이내에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한 이들도 44%에 이른다고 한다. 혀를 찰 일이 아닌가. 시대가 바뀌었고, 그 시대 속을 사는 세대도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화했다. 그러니, 설문조사에 응한 공무원의 84%가 ‘모시는 날’을 “시대에 역행하는 불합리한 관행”이라 답하는 건 당연하다. 21세기임에도 여전히 20세기 방식으로 살고 있는 철밥통 공무원들의 공짜 좋아하는 좀스러운 관행은 대체 언제가 돼야 끝이 나려는지. 측은하고 딱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09

한국 비빔밥의 힘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고슬고슬하게 잘 지은 밥에 여러 가지 나물과 볶은 고기를 넣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더해 고추장에 비벼 먹는 한국 전통음식 비빔밥은 인기 좋은 ‘K-푸드’ 중 하나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그 맛에 매료당한 경우가 흔하다. 팝가수 마이클 잭슨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지 비빔밥만을 기내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뚝딱뚝딱 비빔밥을 만들고, 그걸 맛있게 먹는 백인이나 흑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옛날 궁중에선 비빔밥을 골동반(骨董飯)이라 칭했다. 이를 볼 때 비빔밥의 역사는 근대 이전에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탄수화물과 채소에 함유된 비타민, 고기의 단백질까지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비빔밥은 현대인의 건강식이기도 하다. 비빔밥은 전라북도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고, ‘비빔밥 맛집’이 다수 있는 도시 또한 전주다. 최근 전주에서 시민과 관광객들 1963명이 함께 밥과 채소를 비비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참여한 인원이 많고, 만들어진 비빔밥의 분량 역시 어마어마했기에 한국기록원(KRI)은 이를 비빔밥 관련 한국 기록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로써 전주는 다시 한 번 ‘비빔밥의 본산(本山)’임을 내외에 알렸다. 비단 전주뿐일까? 그렇지 않다. 경북 역시 비빔밥을 좋아하고 잘 만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부 지역에선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밥의 간을 조절해 먹는다. 제사에 사용된 나물로 만든 비빔밥은 ‘한국인의 소울푸드(Soul Food)’로도 불린다. 각기 다른 맛을 지닌 재료들이 어우러져 빼어난 풍미의 요리가 되는 비빔밥은 화합의 은유로 사용되기도 하니 여러모로 기특한 음식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07

봉화 농약사건이 남긴 씁쓸함

우정구 논설위원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농약음독사건은 숨진 80대 할머니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경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건 발생 77일 만에 수사는 종결되었으나 커피에 농약을 타고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노린 범죄가 한 마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같은 동네 이웃으로 평소에 잘 아는 사이에서 벌어진 범죄란 점에서 지역사회에 던진 자성의 목소리도 컸다. 봉화 농약사건과 유사한 범죄는 과거에도 농촌지역 곳곳에서 간간이 발생했다. 2015년 경북 상주에서는 농약 넣은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2명이 숨진 일이 있었다. 함께 마신 4명은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마을 전체가 이 사건으로 쑥대밭이 됐다. 범인으로 지목된 80대 할머니는 법정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다음해인 2016년에는 청송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 2명이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소주를 나눠 마시다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쫓던 70대 노인이 스스로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어 사건은 마무리 됐지만 마을은 불안감과 불신감으로 뒤숭숭해졌다. 봉화 농약사고도 종결은 됐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다. 한 식구처럼 지내던 이웃에 대한 실망감과 불안감이 마을 주민에게 안겨줄 정신적 트라우마가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령인구가 늘면서 발생하는 농촌에서의 노노(老老) 갈등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는 관심을 가졌는지 자성할 사건이다. 주민들이 받은 깊은 상처를 쓰다듬을 당국의 대책부터 먼저 나와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03

자주국방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군이 개발한 현무-5 미사일의 별명은 괴물 미사일이다. 북한의 지하 벙커를 단숨에 파괴할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의 미사일로 알려지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2단 고체 추진 로켓에 탄두 중량이 세계 최대 규모인 8t이다. 폭발력은 11t에 이른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력의 위력이 15t인 것과 비교하면 현무-5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군은 유사시 북한의 핵무기에 버금가는 전략 자산으로 삼고 있는 무기다.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한 것으로 알려진 벙커버스터와 현무-5는 동종의 무기이다. 하지만 이보다 위력이 훨씬 센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전투기에 탑재된 벙커버스터는 18m 지하에 있던 나스랄라를 피할 틈도 없이 암살했다. 현무-5는 지하 100m 이상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 있으며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에 견줄만 하다는 평가까지 한다. 작년 1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발사한 바 있다.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으며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10 이상이다. 기존 미사일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미·중·소 등 세계 각국은 자국의 안보 보전을 위해 신무기 개발에 여념이 없다. 이스라엘과 범 이란 세력간에 벌이는 전쟁은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우려도 높다. 국가 안위는 힘이 있을 때 지킬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시대다. 국군의 날을 맞아 우리 군이 선보이는 국방력에 국민의 눈이 쏠리는 것은 자주국방에 대한 믿음이 필요해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01

포퓰리즘에 갇힌 군수 선거

우정구 논설위원 정치가 경제를 망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선거를 통해 공약한 선심성 정책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경우는 허다하다. 유권자의 선택에 국가의 흥망이 갈릴 수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우리가 유능한 정치인을 뽑아야 할 이유도 이런 데 있다. “바보야 경제가 문제야”라고 말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이 구호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얘기가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 현대사에 등장한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의 공통점이 경제 침체기와 재임 기간이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경제가 잘 돌아가면 정치도 문제가 될게 별로 없다. 대중영합주의로 통하는 포퓰리즘도 따져보면 유권자를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정치다. 그것이 경제적 순리에 부응하지 않고 빚을 내거나 무리한 재정을 동원함으로써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것이 문제다. 다음 달 실시될 전남 영광군과 곡성군의 기초단체장 재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간 경쟁을 벌이면서 현금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두 당은 자당 후보가 군수로 당선되면 군민 모두에게 100만원이 넘는 기본소득 지급을 약속했다. 두 지역은 알다시피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하위권에 속하는 곳이다.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자체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못줄 형편이다. 19세기 초 태동한 포퓰리즘으로 남미와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과정을 역사가 입증한다. 포퓰리즘 경쟁의 끝은 국가경제 몰락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정치는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29

기후 위기와 지각 단풍

우정구 논설위원 가을에 접어들어 기온이 낮아지면 나무는 녹색 색소인 엽록소를 분해해 체내에 보관한다. 물과 영양소를 체내로 흡수하면서 다가올 월동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대신에 물이 공급되지 않는 잎에는 남아 있던 안토시아닌과 같은 색소가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때 붉게 혹은 노란색으로 보이는 것이 단풍이다.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던 무더위로 올해는 단풍이 물드는 시기도 작년보다 조금 더 늦어질 것 같다는 소식이다. 산림청은 올가을 단풍은 10월 말이 절정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설악산 10월 22일, 지리산과 팔공산 10월 25일, 내장산 10월 27일, 한라산 11월 6일 등이 절정기다. 산 전체를 기준으로 나뭇잎의 20% 가량이 단풍으로 물들면 단풍의 시작 시기로 본다. 80% 이상이 물들면 절정기라 부른다. 단풍은 기온변화에 민감해 통상 기온이 1도 오르면 단풍나무는 4일, 은행나무는 5.7일씩 물드는 속도가 늦어진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우리나라도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1990년대와 비교하면 지리산은 5일, 월악산은 2일 정도가 늦어졌다고 한다. 특히 폭우와 같은 극한기후 변화가 잦으면 단풍은 제 색깔을 가지기 힘들어진다. 급변하는 날씨로 단풍이 곱게 물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은 일종의 생태계 파괴 현상이다. 가을철 불타는 산을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 부른다. 지구촌의 기후변화가 시시각각 인류를 위협하는 속에서 지각 단풍에서도 기후 위기를 새삼 느끼게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26

밥 딜런을 떠올리는 가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끝이 보이지 않던 지긋지긋한 폭염이 마침내 꼬리를 감추며 사라졌다. 아침저녁으론 서늘한 공기가 창밖을 서성인다. 이불을 끌어당겨 덮게 되는 새벽이 오고 있다.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명명백백한 사실이 새삼스럽다. 여름은 가고, 가을이 목전에서 서성인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지난 2016년. 미국의 포크송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스웨덴학술원이 “밥 딜런은 밀턴과 블레이크로 이어지는 영어권 문학 전통 속에 우뚝 자리한 위대한 시인”이라고 상찬하자 당장 반발이 일었다. “인류 보편이 인정할 수 있는 미학적 성취를 이룬 시인과 소설가가 적지 않은데, 무슨 딴따라 가수에게 노벨문학상을 준단 말이냐”가 반발하고 비난하는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천만에. 밥 딜런의 노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의 가사를 음미해보자. ‘얼마나 자주 올려다봐야/진정한 하늘을 볼 수 있을까/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이웃의 울음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비극의 끝이 모습을 드러낼까…’ 선명한 메시지와 명쾌한 은유를 보자면 밥 딜런이 만든 노랫말은 이미 시원찮은 시(詩)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는 시인들만의 독점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밥 딜런은 어떻게 ‘시인의 마음’과 ‘시인의 태도’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직접 묻지 않아도 돌아올 답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 다독(多讀)은 그게 시건 가사건 좋은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도 밥 딜런처럼 독서하는 가을을 살아보자.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25

특권폐지 운동의 선봉자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정치가 국민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 이론을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국민 눈에 비치는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라고는 정쟁과 몸싸움, 방탄, 가짜뉴스 양산, 혈세낭비 등등 뿐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특권을 줄이자는 데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6명은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4월 16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등 3명의 공동대표는 특권폐지 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고위공직자의 전관 예우 등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에게 부여된 200가지의 특권 폐지를 목표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한국의 정치는 특권집단화와 양극화의 심화로 국민 상호간의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밝히고 “정치가 국민의 희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특혜와 특권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권 폐지의 방안으로 국회의원의 월급을 근로자 월평균 임금으로 줄이며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폐지 등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국민의 여론 지지만큼 특권폐지 운동이 활활 불붙진 않았으나 지금도 특권 폐지 정신을 지지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특권이란 나만 누리라는 특별한 권리가 아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라고 준 권한이다. 그 권한 뒤에는 국민의 혈세와 희생이 있는 것이다. 재야 시민운동가이자 정치인인 장기표 대표가 별세했으나 그가 말년에 힘을 쏟아부은 특권폐지운동의 정신은 그의 사후에도 지속 이어져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24

멀리 있는 사람을 모이게 하는 정치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정치 실망의 시대’를 넘어 ‘정치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는 2024년 가을의 초입이다. 여당과 야당의 화합과 협치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국회의원과 장관이 마주 서면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저 멀리 자취를 감춘다. 오직 서로에 대한 비난과 상대방을 향한 질타와 질책만이 신문과 방송의 정치 관련 뉴스 헤드라인에 횡행한다.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와 대정부질문을 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도 이 상황이 개선되거나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는 건 더 큰 문제다. ‘논어’ 자로편(子路篇)을 펼친다. 이런 문장이 나온다. ‘섭공문정 자왈 근자열 원자래(葉公問政 子曰 近者說 遠者來). 2500년 전 공자는 “바람직한 정치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 앞에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자신 가까이 있는 이들에겐 기쁨을 주고, 멀리 있는 사람들을 곁으로 모이게 하는 것이다.” 가까이서 기쁨을 선물하고, 멀리서 찾아가 들어볼 만한 고담준론을 해줄 수 있는 정치인이 지금 우리 곁에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너나없이 참혹한 심경이 된다. 공자가 살아온다면 끌탕할 일이다. 정치에서 희망이 사라진 시대임을 알기에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게 ‘근자열 원자래’ 같은 현자(賢者)의 정치철학을 가지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만의 틀 안에서 자기편만을 보고 정치하지는 말라는 것, 한 번쯤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것, 그게 멀리 있는 사람을 모이게 하는 정치가 될 것이니. 이 정도 부탁도 들어주기 어렵다면 정말 심각한 일 아닌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23

지방과 서울의 집값 희비 쌍곡선

우정구 논설위원 9월 중 대구지역의 아파트값이 44주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의하면 9월 셋째 주 대구지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8%가 떨어졌으며 하락 폭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고 한다. 반면에 같은 기간에 서울의 아파트값은 0.16%가 올랐다. 2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지역도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에 영향을 받아 지속 상승세에 있다. 특히 수도권 1기 신도시 지역인 분당, 일산, 평촌, 산본 등은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분당지역의 한 아파트는 지난 4월에 비해 3억원이 올라 거래됐다는 뉴스도 눈에 들어온다. 언제부턴가 서울의 똘똘한 집 한 채가 부동산 투자대상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국토면적 세계 108위 좁은 나라에서 서울과 지방의 집값이 이처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금 서울은 아파트는 물론 빌딩, 상가 등 닥치는대로 부동산을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입자 4000여 명 가운데 1000여 명이 서울 외 지역 거주자로 밝혀졌다. 반면에 대구지역은 1만가구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와 준공 후 미분양인 악성 미분양 물량이 겹쳐 집값이 몇 년째 내리막길이다. 중개업소 등 관련 산업계가 벼랑 끝에 몰려 이제 더이상 버틸 수 없어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 그런데도 서울 집값 잡는다고 지방까지 규제로 붙잡고 있으니 집 안팔려 이사도 못하는 지방사람들은 억장이 무너질 판이다. 지방은 안중에 없는 정부 정책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실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22

찬밥 신세 된 쌀밥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과 일본, 중국 일부 지역에선 자포니카종의 쌀밥을 먹는다. 쫀득쫀득하며 찰기가 도는 쌀이다. 씹다 보면 은근히 단맛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동남아 등지에서 먹는 안남미라는 별명의 인디카종 쌀은 그렇지 않다. 찰기가 없고 밥알이 흩어진다. 접시에 놓인 쌀밥을 젓가락으로 마시듯 먹는다. 찰지고 맛있는 우리나라 쌀이 소비가 영 안돼 문제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소비가 줄어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골몰한다. 작년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나타났다. 쌀 소비 관측을 시작한 196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쌀값도 작년 10∼12월 80kg들이 한 가마가 평균 20만2797원 하던 것이 지난달에는 17만6628원으로 뚝 떨어졌다. 쌀값이 10달 넘게 폭락하자 성난 농민들이 추석을 앞두고 논을 갈아엎는 일까지 벌어졌다. 쌀 재배 면적을 줄여도 선진농법의 도입으로 생산량은 오히려 더 늘어나 쌀값을 안정시키는 게 쉽지 않다. 지난해 소비량 기준으로 한 사람이 하루 밥 한 그릇도 채 먹지 못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우리 속담에 한국인은 밥 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기운이 없어 축 늘어졌을 때 밥 굶지 말고 다니라는 위로의 말이다. “밥 심이 보약”이라는 말이 안 통하는 요즘이다. 정부가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쌀소비 촉진을 권장하고 있으나 효과는 별무인 모양이다.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쌀을 주류 등 식음료 재료로 권장하고 있는데 그것도 신통찮다고 한다. 쌀밥 먹는 것이 소망인 시절도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이젠 쌀밥이 찬밥 신세가 된 꼴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19

다가올 미래의 공포 ‘폭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살아오면서 이렇게 지독스레 긴 더위는 처음이구나.” 아흔한 살 집안 어르신의 한탄 섞인 말에 여든둘 제수씨도, 예순일곱 조카도 고개를 끄덕이며 손부채질을 멈추지 않았다. 참으로 보기 드문 풍경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지속됐다. 다른 이유가 없었다. 낮에는 섭씨 30도 중반을 넘나들고, 잠을 자야할 밤에도 25도를 웃도는 지긋지긋한 더위, 폭염 탓이었다. 추석 차례를 지내야 했던 지난 17일 체감온도는 섭씨 35도. 아침부터 불어오는 뜨겁고 눅눅한 바람에 에어컨을 켜놓고 조상께 절을 올리는 진풍경이 가정마다 펼쳐졌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기온은 경북은 물론, 수도권과 충청, 호남이 예외 없이 유사했다. 올라간 온도는 밤에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모여 앉은 피붙이들 목덜미로 굵은 땀이 흘러내렸다. 팔열지옥 같은 무더위에 운동선수와 야구팬이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을까? 그럴 까닭이 없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엔 한국야구위원회 사무국이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2시를 피해 5시로 경기 시작을 늦춘다”는 발표까지 했다. 혹여 발생할 수도 있는 ‘더위 관련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터다. 6월 말부터 시작된 이상기온이 3개월 가깝게 이어지고 있다. 폭염과 관련된 각종 기상청 기록이 연일 깨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간다. 적지 않은 이들은 쓰러지기까지 했다. 인류가 기후 변화의 원인과 그 위험성을 조심스럽고 중요하게 살피지 못한 벌을 받고 있는 걸까? 올해만이 아니다. 다가올 앞으로의 여름 폭염은 더 지독하고 그 지속 기간 또한 길 것이라는데, 과연 이 고통에 끝이 있을지. 두렵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18

고향 대신 해외로 간다

우정구 논설위원 올 추석명절 연휴에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연휴기간 동안 하루 평균 20만여 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떠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17년 18만명 보다 많고 전년 추석 연휴보다도 11.6%가 증가했다. 공항공사는 국민 10명 중 1명이 추석 연휴기간 중 해외로 여행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행 목적지는 일본과 베트남이 가장 많았다. 거리와 가성비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한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2일간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대 9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직장인 중 연차를 사용할 계획이 있다는 비율이 75.4%로 조사됐다. 추석과 설날이 우리민족 최대 명절이라 하지만 매년 많은 사람들이 연휴기간 해외로 나가고 있다. 그 비율도 매년 증가세다. 반면에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 가정은 줄어들고 있다. 작년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추석에 차례를 올린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44%에 그쳤다. 56%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올해는 이보다 2%포인트 올라간 58%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미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지금 추세라면 추석 차례를 지내는 가정은 급격히 줄 전망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라는데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추석 명절은 한해의 수확을 축하하고 조상에 대한 감사와 가족간의 정을 나누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추석 차례도 조상에게 가을 추수를 잘했다는 감사의 마음에서 올리는 제사다. 추석 명절의 의미가 잊혀져서는 안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12

SNS 사용 금지될 호주 청소년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모두가 유행에 따라 비슷한 춤을 추고, 이른바 ‘맛집’에 방문한 걸 사진으로 찍고, 새로 산 수영복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걸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업로드 한다. 동양과 서양이 다르지 않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엔 고만고만한 자기 현시와 구걸에 가까운 ‘구독해주세요!’ ‘알림 설정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창궐 중이다. 이런 세태는 중반으로 달려가는 21세기를 특정 짓는 독특한 풍경이 됐다. 10대 초중반 아이들의 장래 희망도 바뀌었다.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타자에게 주목받으며, 돈까지 벌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꿈꾼다. 현실에서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인터넷 공간에 삶을 의탁해도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철학과 세계관이 정립되기 전인 10대들에게 이게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일까? 호주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최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방송에 출연해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SNS의 사용에 연령 제한을 두려한다”고 했다. 호주 야당 역시 ‘SNS 사용 연령 제한’에 공감하고 있으니, 향후 14~16세를 넘지 않은 호주 청소년은 SNS 사용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시드니 한 교회에서 16세 청소년의 흉기 테러가 일어났다. 그 소년은 극단주의 단체가 운영하는 SNS를 통해 활동했다. 비단 흉악한 테러 행위만이 아니다. 호주 정부는 청소년들의 SNS 중독이 폭력과 혐오, 성의 상품화 등을 불러온다고 보고 있다. “골방에서 SNS에만 빠져 있는 게 아닌,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 말하면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틀딱’이라 손가락질 받으려나?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11

조만장자(兆萬長者)

우정구 논설위원 백만장자라는 말이 처음 생긴 1700년대 초반에는 미화 100만 달러(한화 약10억원) 이상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백만장자는 대부호를 지칭하는 대표 용어로 사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100만 달러가 적지 않은 돈은 맞으나 100만 달러를 기준으로 대부호란 표현을 쓰기에는 다소 어색한 면이 없지 않다. 미국의 석유왕 존 록펠러는 1916년 세계 최초로 백만장자를 뛰어넘어 억만장자가 됐다. 101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50대 후반부터 벌인 돈을 불쌍하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돕는 일에 써서 20세기 최고의 자선 사업가란 이름을 얻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보도에서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 탄생을 예고해 화제가 됐다. 현재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3년 뒤 조만장자로 등극할 것이라 했다. 머스크의 현재 자산은 2510억 달러(한화 337조원)이나 매년 110%씩 자산이 증가하고 있어 2027년에는 1조달러(한화 1339조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의 재산이 1조달러를 돌파했지만 왕족 특성상 개인과 왕가 재산이 구분되지 않아 공식 집계에선 제외된다. 만약 머스크가 조만장자로 등극을 하게 되면 록펠러가 억만장자가 된 뒤 111년만에 대부호의 재산 단위가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가 소수인에게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시각도 있다. 상위 1% 부유층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세계 배출량의 16%에 달하는 나쁜 경우를 사례로 들고 있다. 많이 번만큼 사회에 기여율을 높이는 부자들의 자선가 정신이 더 절실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10

‘비혼 축하금’ 받는 시대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회사에서 축하금을 준다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듣는다면 쉽게 믿을 수 없는 ‘비혼 축하금’을 지급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비혼 축하금은 말 그대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이들에게 주는 돈이다. 결혼을 하면 결혼 축하금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 형태.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가 힘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다. 2024년을 사는 20~40대 직장인들에게 결혼이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그러니, ‘회사는 왜 결혼하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주는가’라는 불만이 나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바뀐 시대에 따라 제도도 변한다. ‘비혼자 지원금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 중 하나인 LG유플러스는 만 38세 이상·근속 기간 5년 이상의 사원이 비혼 선언을 할 경우 기본급 100%에 더해 경조사 휴가 5일까지 주고 있다. SK증권 역시 근속기간 5년 이상에 만 40세 이상 비혼 직원에게 축하금 100만 원과 유급휴가 5일을 주는 노사합의안을 확정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은행 등도 액수와 휴가 기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유사 형태의 비혼 축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로 남편과 아내가 아닌 개나 고양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건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유럽의 경우엔 기르던 개에게 거액의 유산을 물려준 사례도 있다. 예측하건대 앞으론 반려동물을 처음으로 가지게 된 직원에게 축하금을 주고, 키우던 개나 고양이가 죽었을 때 조의금과 휴가를 주는 회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언제나 숨가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09

뜨거운 감자…정년 연장

우정구 논설위원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보험 의무가입 상한연령을 64세로 올릴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정년연장도 동시에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있다. 현재 정년 60세를 그냥 두고 보험료 납입기간을 64세로 올릴 경우 보험료를 납부할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보험료 의무가입 연령과 정년이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야 공적제도인 연금제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 은퇴 후 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연금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안이라는 뜻이다. 노동계는 이와 관련 “연금과 정년의 사다리가 끊겨 노후소득 보장장치가 없으므로 정년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년연장이나 퇴직후 재고용의 방법으로 소득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년퇴직제는 본래 인적자원의 신진대사와 업무 능력 효율화에 있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령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노동시장의 판도가 과거와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인구감소로 생산인구는 줄어 고령인구의 재고용 필요성이 높아진 게 현실이다. 다만 정년연장이 기업의 부담 증가뿐 아니라 젊은층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역효과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연령을 이유로 강제 퇴직하는 것을 연령차별로 간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1967년부터 관련 법이 만들어졌다. 노령인구가 많은 일본은 65세로 정년을 연장했고 70세까지 계속 고용을 권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40%)이 가장 높은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면 정년연장의 당위성은 높은 편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년연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어떨까. 관심이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4-09-08

파크골프 열풍

우정구 논설위원 실버스포츠의 대명사로 알려진 파크골프가 연령대를 넓히면서 선풍적 인기다. 파크골프협회 집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파크골프 회원수는 14만2000여명. 6년전보다 8배 이상 늘어나는 등 폭발적 증가세에 있다. 그러나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동호인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50만명이 넘는 파크골프 인구가 있다는 관련업계의 추산도 나온다.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가이도에서 처음 창안돼 1990년대 초반 국내에 들어왔다. 노년층 중심으로 동호인 수를 늘려 실버스포츠란 별명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중장년층으로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최근들어서는 청년, 장년, 노년 3세대가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비싼 이용료와 고가의 장비, 오랜 경기시간 등으로 대중화가 힘들었던 골프의 단점을 보완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기는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골프와는 다르게 배우기가 쉽고, 비용이 적게 들고, 접근성이 좋은 데다 건강에도 좋으니 애호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들이 파크골프 인구 증가에 맞춰 곳곳에 파크골프장 건립에 나서고 있어 바야흐로 파크골프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군위군이 군비 150억원을 들여 18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건설에 나섰다고 한다. 25만㎡에 천연잔디를 깔고 클럽하우스와 부대시설이 들어선 명품 파크골프장을 만들어 군위군의 랜드마크로 삼겠다고 한다. 파크골프는 말 그대로 공원에서 즐기는 운동이다. 도보로 이동하기 때문에 걷기운동 효과도 뛰어나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국민스포츠로서는 파크골프가 제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05

지속되는 ‘검은 9월단’의 비극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2년 전인 1972년 9월 5일. 세계 평화·국가와 인종간 화합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열린 뮌헨올림픽에서 경천동지할 사건이 발생한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촌에 들어가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선수 5명, 심판 2명, 스태프 4명을 인질로 잡았다. 이어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포로들을 풀어주라고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인질 전원과 진압에 나선 경찰까지 사망한다. 검은 9월단 단원들 역시 체포 과정에서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이른바 ‘뮌헨 참사’다. 지금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전쟁 중이다. 52년 전에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랜 분쟁과 불화의 이유는 대부분이 알다시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종교와 영토 문제. 군사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없었던 팔레스타인은 테러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 자신들이 처한 억울한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전 세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200여 명의 팔레스타인 전사들도 석방시키려 했다. 이런 투쟁을 언론이 주목해주길 원했다.” 검은 9월단의 리더 살라 칼라프가 밝힌 뮌헨 테러의 이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던가. 뮌헨 참사 이후 이스라엘은 비밀 정보기관을 이용한 끈질긴 보복 테러로 검은 9월단과 관련된 이들을 차례대로 살해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전개는 여러 차례 영화의 소재로도 사용됐다. 서로를 죽이고 죽는 비극의 고리는 언제가 돼야 끊어질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 갈등의 매듭을 풀 방법은 어디에도 없는 걸까? 해답 없는 질문을 하듯 공허하고 답답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04

필리핀 이모님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달 6일 국내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들이 이달부터 서울지역 각 가정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 일을 돕고 젊은 부부가 안심하고 직장 일을 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정책이다.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가사관리사는 필리핀의 젊은 여성 100명. 필리핀에서는 ‘케어기빙’이라는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로서 영어와 한국어 시험에 통과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매일 8시간 출퇴근하면 한달 238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적용하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외국 사례에 견주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 적절성이 논란 중이다. 우리나라 30대 가구의 중위소득이 509만원 정도이니 고액의 가사관리사 비용을 감당할 가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가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주고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한다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받을 수 없다. 가사관리사에게 줄 임금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제도 확대는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 헬퍼란 이름으로 가사도우미 제도를 운영 중인 홍콩의 경우는 이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이 100만원 미만이다. 저렴한 비용 덕분에 홍콩에서는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이용한다.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도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성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하는 제도로서는 적합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가사관리사 제도 안착까지는 임금수준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당국의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