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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구미시 도시 브랜드 전략

우정구 논설위원 글로컬 시대를 맞으면서 세계의 많은 도시가 사람들에게 도시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각종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도시 브랜드 자체가 관광객 유입 등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지방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 도시들도 지역의 특산물이나 축제, 캐릭터 등의 무형자산을 통해 호의적인 도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이나 경주 황리단길, 청송의 사과 등은 그 지역 도시 이미지와 동일시되면서 일종의 도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대구시는 기존의 ‘컬러풀 대구’라는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파워풀 대구’로 바꾸었다.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대구가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이던 자긍심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3대 도시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서울시도 브랜드 슬로건을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로 바꾸었다. 마음이 모이면 서울이 된다는 의미라 한다. 아이 러브 뉴욕(I Love New York)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뉴욕시의 도시 슬로건이다. 1970년대 재정 파산위기와 높은 범죄율로 혼란과 위기에 빠졌던 뉴욕을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슬로건으로 유명하다.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전국 85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달간 온라인 빅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구미시가 도시 브랜드 평판 1위를 차지했다. 구미가 1위를 차지하게 된 결정적 배경은 이달초 개최한 구미 라면축제라고 한다. 좋은 축제 하나가 도시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모범 선례라 할만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26

군대 안 가려고 살찌운 청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병역 의무는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입대에서 제대까지의 전 과정이 합리적일 때 뒷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들어온 이야기가 있다. “내 친구는 돈 많은 아버지 덕택에 군대에 가지 않았다” “고위층에 있는 숙부가 보다 편안한 군대 내 보직을 얻게 해줬다” 등등. 이는 과거 병역 의무의 집행 과정이 투명하고 공평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바뀌었고, 앞에서 언급한 사례와 같은 불공정은 많은 부분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아까운 청춘의 한 시절을 군대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여전히 있는 모양이다. 요즘도 갖가지 방식으로 병역을 기피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드물지 않게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린다. 최근 서울동부지법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스물여섯 살 청년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를 방조한 같은 나이의 청년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이들이 처벌 받은 이유는 뭘까? 한 명은 병역 의무를 피하려고 인위적으로 체중을 105kg까지 늘렸고, 다른 한 사람은 쉽게 체중이 증가하는 식단표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체질량지수가 35를 넘길 경우 4등급 신체 판정을 받아 보충역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쉽게 살이 찌는 음식을 평소의 식사량보다 2배 이상 먹어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피하려 했던 병역 의무. 그 청년은 공평함을 어떤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보기 딱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25

태아성감별 금지법 역사속으로

우정구 논설위원 태아 성감별 행위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킨 것은 법 제정후 37년만인 올해 2월이다. 헌법재판소는 위헌헌법소원 심판에서 남아선호 사상에 따라 성의 선별적 출산과 성비 불균형을 막기 위해 만든 의료법 제20조 제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일명 태아성감별 금지법에는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함부로 누구에게나 알릴 수 없도록 했다. 1980년부터 2000년 중반까지 우리사회는 남아선호 사상으로 여아낙태가 많아 심각한 남초현상이 빚어졌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0년대 들어 국내 출생아의 성비(출생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남아선호 영향으로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1993년에는 성비가 115.3명까지 기록했다. 이후 출산율이 줄고 사회 인식과 여성의 사회진출, 결혼관 등이 변하면서 우리 사회의 남녀성비는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올 2월 헌재의 결정도 이런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헌재는 판결을 통해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런 욕구이며 태아의 성별을 비롯 모든 정보에 방해받지 않을 권리는 부모로서 당연하다”고 판시했다. 지난주 국회 보건복지위는 태아성감별을 금지한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본회의 통과라는 절차는 남았지만 태아성감별 금지법은 이젠 영원히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는 부계 혈통사회라는 전통적 가족제도에 기인했던 남아선호 사상의 퇴조와 흐름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비의 인위적인 왜곡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24

수성못 오리배가 추억으로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에 소재한 수성못은 대구의 상징이라 할 만큼 유명한 전국적 명소다. 팔공산과 함께 대구 12경의 한 곳이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가 조선인과 함께 수리조합을 결성해 축조한 농업용 저수지이다. 당시는 수성들 일대 농지에 물을 공급했으나 세월이 흘러 못의 용도가 없어졌고, 50년 전쯤에 유원지로 지정됐다. 대구에 도시개발의 광풍이 불면서 대구시내에 남아 있던 많은 저수지들이 하나둘 메워지고 택지로 변했으나 수성못은 유원지라는 이유로 아직 원상태를 보존하고 있다. 동촌유원지와 달성공원 등과 함께 수성못은 일찍부터 대구시민의 휴식처로 이용됐다. 봄철에는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겨울에는 스케이트장,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있었다. 이곳 수성못은 지금도 연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거리공연과 축제가 끊이질 않고 커피점과 음식점 등으로 연중 어느 시기든 사람들이 붐비는 대구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최근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수성못 북서쪽에 대규모 수상공연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총 1500석 규모 공연장으로 대구를 대표할 랜드마크급으로 조성할 계획이라 한다. 이와 관련 수성못의 소유주인 한국농어촌공사가 1988년부터 허용해 왔던 수성못 오리배 위탁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수성못의 명물로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오리배가 이젠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농어촌공사의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수성못의 명물인 오리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데 대한 시민의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21

70년 전 독도대첩의 기억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54년 11월 21일. 일본은 1000t급 함정 PS9, 10, 16 등 3척의 군함과 항공기를 독도 인근으로 보내온다. 그때도 독도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이야기됐다. 두 나라 모두 그 섬을 자국의 지배권 아래 두고자 했다. 독도 지배를 통한 정치·경제적 국익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출동한 일본 군함을 확인한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은 수비대 대원에게 전투 준비를 명령했다. 이어 일본 함정에게 경고성 포탄이 발사됐고 한국과 일본의 싸움이 시작됐다. 한국전쟁 때 명사수로 이름을 날린 제1전투대장 서기종의 박격포 사격은 일본 PS9함을 화염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갖추고 있는 무기가 얼마 없었던 독도의용수비대는 필사적으로 일본 함정의 상륙을 막아야 했다. 검게 칠한 통나무를 대포처럼 위장한 전술이 동원됐고, 이에 놀란 일본 함정과 비행기는 독도 주변을 맴돌다가 퇴각했다. 사건 직후 NHK 뉴스는 “독도에서 한국 경비대가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에 포격을 가해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급하게 알렸다. 이상이 1954년 독도대첩의 전말이다. 이 전투의 패배는 일본 요시다 시게루 내각의 붕괴를 불렀다. 독도대첩이 있은 다음 달 내각불신임 결의가 있었고, 정권은 하토야마 이치로 내각에게 넘어가게 된다. 현재도 일본은 “독도는 언젠가는 찾아와야 할 우리 땅”이란 주장을 하고, 한국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망언”이라 맞서고 있는 상황. 독도에선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전투’가 이어지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20

꼭지 달린 사과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나라에 사과가 처음 들어온 것은 조선시대 효종 때며 당시 인평대군이 청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사과나무를 수레에 싣고 왔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현재 재배되는 사과종은 1900년초 미국인 선교사가 대구에 들여온 것으로 대구사과 시초다. 대구에 사과가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대구는 사과로 유명해졌고 사과 덕분에 미인이 많은 도시로 소문났다. 전국 최고의 품질과 생산량을 자랑하던 대구사과는 기후온난화로 북상하면서 지금은 안동, 청송. 문경 등 경북 북부지방이 주산지가 됐다. 경북도내 사과 생산량은 전국의 62%를 차지한다. 매년 11월쯤이면 경북도내 사과 주산지에서 생산된 사과가 서울로 올라가 판촉 행사를 벌인다. 청송군에서는 지난해부터 꼭지없는 사과를 출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관행적으로 사과 유통과정에 사과에 상처가 생기지 않게 수확한 사과의 꼭지를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그러다보니 꼭지 작업에 소요되는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청송군에만 꼭지 제거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연간 90억원이다. 전국적으로는 65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청송군이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꼭지 달린 사과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과농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중 마트 등에서 꼭지 달린 사과를 이젠 제법 볼 수도 있다. 연구에 의하면 소비자가 꼭지를 제거하지 않은 사과를 구입해 3개월 정도 보관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과보다 수분 증발량이 4% 정도 줄어 더 신선한 사과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사과 생산농가들은 인건비를 줄이고 소비자는 더 신선한 사과를 사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아주 간단한 발상 전환 하나가 만든 유익한 효과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9

‘위험한 투자’에 매달리는 사람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박봉을 쪼개 꼬박꼬박 은행에 적금을 붓는 회사원과 생활비를 아껴 차곡차곡 통장에 모으는 주부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런 방식을 대신해 기대 수익률이 높은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에 자신이 가진 돈을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형태의 투자는 적금이나 예금에 비해 위험성이 훨씬 높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세칭 ‘몰빵 투자’의 상승폭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실제 11월 18일 현재 비트코인의 시세는 1억2천만원을 상회 중이다. 이런 들뜬 분위기에 편승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도 한판 크게 투자해 지긋지긋한 월급쟁이 노릇 그만하고, 해외여행 다니고 골프 치며 나머지 삶을 즐기고 싶다”며 가상자산 투자에 눈독을 들인다. 현재는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 관련기관이 ‘안정적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예금과 적금에서 빠져나간 돈이 고위험성 투자자산에 몰리고 있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공격적 성향이 강한 일부 20~30대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가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쯤 되면 이건 여유자산으로 하는 건강한 투자가 아닌 ‘투기’가 아닐까? 이미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반복하고 싶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 비트코인 등의 투기성 가상자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100명 중 하나, 아니 1000명 중 하나에 불과하다. 과도한 욕망이 불행을 부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18

초고령사회 임박

우정구 논설위원 UN의 기준으로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일 때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올 10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9.8%가 됐다. 통계 추정치로 보면 빠르면 올 12월에,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노인인구는 경상북도와 같은 지방도시일수록 높다. 경북 의성군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45%에 달한다. 출산율은 줄고 기대수명은 늘어나니 노인인구 증가는 필연적 현상이다. 세계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는 22개국 정도 된다. 일본과 이탈리아 등이며 대체로 장수 국가로 분류되는 나라다. 우리나라도 장수 국가에 손꼽히나 문제는 초고령사회에 대한 국가의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느냐 하는 것이 고민거리다. 초고령사회가 도래하면 노동인구 감소, 경제성장률 둔화, 복지수요 증대, 국가 재정부담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또 젊은세대와 노인층의 가치관 차이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도 우리가 감당할 문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노인빈곤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교역국이면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노인들의 삶은 아직 척박하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노인 자살율이 높은 것은 빈곤과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노인인구 증가를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꼽는다. 초고령사회가 임박한 지금 우리사회는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되돌아 볼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7

2024 코리아 세일페스타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넷째주부터 시작되는 미국 내 최대규모 쇼핑 할인행사다.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일어나는 매출은 미국 연간 발생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미국인들은 한 해 동안 아끼면서 닫아두었던 지갑을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을 맞아 활짝 열고 쇼핑에 나선다고 한다. 블랙 플라이데이의 어원도 많은 소비가 일면서 상인들의 적자(red ink) 장부가 흑자(black ink)로 전환됐다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비슷한 대규모 쇼핑 할인행사가 매년 벌어진다. 코리아 세일페스타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 시작한 거국적 할인 행사다. 올해로 9번째 맞는 국가대표 축제인 코리아 세일페스타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롤 모델로 삼는다. 지난 9일부터 30일까지 2024년 할인행사가 벌어지는데,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찾아올지가 관심사다.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2600개 기업이 행사에 참여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가전제품과 생필품, 자동차, 숙박시설, 놀이공원 등 거의 모든 서비스 업종이 동원됐다. 특히 코리아 세일페스타의 목적은 내수경기 진작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있다. 극심한 불경기를 맞는 올해는 그래서 더 많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경제학에서 소비를 미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소비가 바람직하게 이뤄지면 기업의 생산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일자리도 많이 창출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균형 잡힌 소비가 바람직하다. 2024 코리아 세일페스타가 힘든 우리 경제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4

죽음 부른 불법 사금융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만원 빌려주고 일주일 후 128만원을 갚으라고 했단다. 이쯤 되면 폭리를 넘긴 살인적인 이율이다. 금융 관련 상담센터엔 1140만원을 빌린 영세 자영업자가 58일간 매일 30만원을 갚았던 사례도 접수된 적이 있단다. 이자가 568%였다. 최근 불법 사금융업체로부터 “빌린 돈을 갚으라”는 독촉과 협박을 받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어린 딸을 남겨둔 채 스스로 세상을 등진 30대 여성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실제로 위와 유사한 불법 추심이 우리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돈을 빌린 사람 사진을 수배 전단지 형태로 만들어 이웃들에게 배포하고, 낮밤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 전화로 협박하고, 채무자 자녀를 살해하겠다 위협하고, 여성 채무자를 유흥업소에 팔아버리겠다고 윽박지르고…. 국세청의 불법 사금융업자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은 많은 이들의 혀를 차게 한다. 취업준비생이나 주부가 몇십 만원의 작은 금액을 짧은 기간 대출할 경우엔 2만%가 넘는 이율을 적용한 사금융업체도 있었다니, 이 정도면 그들의 행위 자체를 ‘살인 압박’이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악질적이며 비인간적이다. 오죽하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두고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했겠는가. 이 소식을 접한 윤석열 대통령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채권 추심 행위는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엄단을 지시했다고 한다. 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사금융업자들이 향후 어떤 수사와 처벌을 받게될 지 경찰과 검찰의 행보를 주목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13

다시 볼 트럼프의 골프 외교

우정구 논설위원 정치가 골프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정치 9단으로 통하는 박지원 의원은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쳐들면 지는 것”이라 말했다. 유권자에게 오만하게 보이면 표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골프처럼 정치는 중독성이 있다는 말도 있다. 실패를 반복해도 끊기가 어려운 게 닮았다는 것이다. 또 힘을 빼야 골프를 잘 칠 수 있는데 정치도 힘을 빼야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골프 외교의 시작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부터라고 전해진다. 6·25 전쟁이 끝나고 당시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 장교들이 주말이면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골프를 친다는 사실을 안 이 대통령이 서울에 골프장 건설을 허용한 것을 두고 외교적 발생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후 1990년 YS(김영삼)와 JP(김종필)가 골프장 회동 후 민주·공화 두 당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골프장은 수시로 정치의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 골프가 정치의 연장선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골프광이라 불릴 만큼 골프 애호가다. 트럼프 1기 임기 4년 동안 골프장 방문횟수가 300번을 넘는다고 한다. 주말이면 거의 빠짐없이 골프장을 찾았다. 라운딩에는 각료와 상하의원은 물론 타이거 우즈와 같은 골프 스타들도 자주 회동했다. 일본의 전 총리 아베 신조는 트럼프의 골프 사랑을 잘 알고 황금 골프채를 선물로 전달하고 다섯차례나 라운딩을 같이해 골프 외교의 성공 모델로 회자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골프 연습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의 골프 외교가 또 한 번 세계적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2

트럼프의 ‘전화 정치’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미국은 군사 부문과 경제 분야에서 부정할 수 없는 지구 위 최강대국이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나라의 차기 대통령이 선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그가 통치했던 몇 해 전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무엇보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극단적 자국이기주의, 가난한 국가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에 대한 배척, 사업가 출신다운 발 빠른 물질적 계산을 통한 국가간 질서 개편 등이 트럼프가 지향해온 정치 스타일이다. 향후 4년도 이런 추세가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의 언급처럼 세계의 경찰국가라 불리는 미국의 권력자로 확정됐으니, 트럼프는 여러 나라의 국가원수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미우나 고우나 지구 위 가장 힘센 통치권자를 백안시할 수는 없는 법이니 이미 70개 국 정상이 트럼프에게 전화를 했다.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빠른 시일 안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해 왔다. 그래서일 것이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트럼프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확산시키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드론 전투가 벌어졌다. 트럼프의 말이 아직은 약발을 받지 않고 있는 듯하다. 10일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통화한 트럼프는 “유럽의 평화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발표된 통화 내용은 두루뭉술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다. 아직은 당선자 신분이니 그럴 수 있다. 향후 정식 취임 이후엔 트럼프의 ‘전화 정치’가 얼마만한 힘으로 세계질서를 재편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11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세상

우정구 논설위원 전기차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이자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적극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가 새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1위 부자인 그의 재산은 약 2500억 달러(한화 336조원)다. 재산의 상당 부분은 테슬라 주식이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알려지던 날 테슬라 주식이 폭등하면서 그의 재산은 하루 만에 55억 달러(7조6000억원)가 올랐다. 언론은 그를 트럼프 재집권의 최대 수혜자, 킹메이커, 미 대선 최종 승자라 표현했다. 트럼프 정부가 머스크를 채용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경영자로서 승부사라는 별명을 일찍부터 가지고 다녔다. 자신의 회사를 위해선 도박과도 같은 과감한 결단을 스스럼없이 내리는 그를 두고 몰빵 신이라고도 불렀다.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그는 어릴적부터 컴퓨터 게임에 관심이 많아 12살 때는 자신이 만든 슈팅 게임기를 게임잡지에 실어 판매도 했다. 그가 최고의 혁신가로서 호평을 받는 이유는 뛰어난 기술력과 식견을 먼저 꼽는다. 또 디자인 감각이나 중독에 가까운 일에 대한 성실함, 현장 중심의 경영도 이유라 한다. 그리고 그의 미래지향적 비전과 도전정신은 기업을 세계 최고로 키운 비결이라 주변에선 평가한다. 경제성이 없다는 전기차를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고, 지금은 우주탐사, 인공지능, 에너지산업에까지 새로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그가 도전하고 있는 우주탐사는 인류가 새로운 행성에 세상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트럼프 당선과 함께 머스크가 그려갈 새로운 세상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10

드론 강국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달 18일 우크라이나군 최고의 드론 조종사 빅토르 스텔마흐가 29세 나이로 사망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드론이 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는지를 다시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군사력이 약한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강의 러시아와 대등하게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배경에는 단연 드론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드론전에서는 사실상 최강자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이날 사망한 빅토르는 최정예 드론 조종사다. 우크라이나 드론부대 창설멤버이며 드론 훈련을 주도한 인물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장에서 그는 러시아군 500명을 사살한 우크라이나 전쟁 영웅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는 또 한명의 젊은이가 드론 영웅으로 화제를 모았다. 학창시절 공부는 안 하고 비디오 게임만 한다고 늘 핀잔받던 한 젊은이가 러시아군을 잡는 저격수로 등장했다는 뉴스가 소개됐다. 이처럼 우크라이나는 드론전에 익숙한 젊은세대가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미래전쟁은 드론전으로 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단순히 무인항공기 정도로 알았던 드론이 최첨단 장비를 장착하면서 이제는 전쟁의 양상을 바꿔가고 있다. 드론은 전쟁에서 정찰, 감시, 타격 등의 다양한 임무 활동을 동시에 수행한다. 저비용으로 적의 방어를 무력화하는 최고의 전력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다. 북한에서 보낸 드론이 서울 상공에 나타나면서 우리나라도 드론작전 사령부가 올해 창설됐다. 드론을 군사 전략화하는 신예부대다. 게임 등 디지털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능숙하다는 한국도 드론 강국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07

휴가만족도 1위 도시 경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황금의 천년왕국’으로 불렸던 신라의 유적과 유물이 도처에 산재했고, 거대한 왕릉과 고분이 우뚝 솟아 여행자를 놀라게 하며, 황리단길 곳곳에 자리한 맛집이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도시가 바로 경주다.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경주가 매력적인 관광지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휴가를 계획하는 이들 사이에선 제주도와 동해안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최근 휴가지로서 경주가 지닌 위상을 확인해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9월 여행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1만7077명에게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그곳에 얼마나 만족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경주가 전국 54개 지자체 중 휴가지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경남 산청, 강원 평창, 전남 순천, 강원 고성 등의 도시가 뒤를 이었다. “경주는 볼거리는 물론 실용적인 기념품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안전과 치안, 청결과 위생 항목 평가에서도 점수가 높았다”는 게 조사기관의 부연.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휴가 패턴이 바뀌고 있다. 아무리 경치가 좋고 이름난 곳이라 해도 숙박업소와 음식점의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과 상인들의 불친절, 지저분한 환경을 웃으며 넘어갈 관광객은 이제 없다. 관광은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주목되며, 한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여행자 유치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야를 조금 넓혀보면 이는 한 도시의 흥망과도 연결된 문제다. 무엇이, 어떤 노력이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현명한 관광정책을 세우는 지자체들이 늘어가길 기대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06

노후는 각자도생으로

우정구 논설위원 개인주의 사상이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n분의 1 개념의 계산방식이 자주 통용된다. 계산할 때 전체 비용을 사람 수로 나눠 각자가 내는 것을 말한다. 각자가 쓴 것을 각자가 부담하는 더치페이와는 조금의 차이점이 있다. n분의 1은 개인마다 소비 규모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비용만큼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말로 “자기 팔 자기가 흔든다”는 것처럼 세상은 개인주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개인주의란 말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이기주의와 개념적 차이가 있다. 경제적으로 개인 소유권과 경제활동의 자유가 인정되는 사상이자 정치적으로도 국가의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공동체에 무게를 두었던 집단주의 성향이 강했던 과거의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로 흐르는 것은 시대적 조류여서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될 일이다. 젊은세대 중심으로 이런 개인주의는 더 뚜렷한 경향을 보인다. 최근 경북도가 조사한 경북도 사회지표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 하나가 있다. 부모부양 책임자에 관한 질문이다. 응답자의 65.4%가 “부모님 스스로”라고 대답했다. 20대는 94%, 30대는 88%가 “부모님 스스로”라 해 젊을수록 노후는 부모 스스로가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5년 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국민의 부모부양 가치관이 연도별로 급격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부모부양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는 답변이 2006년 63%에서 2018년에는 27%로 뚝 떨어졌다. 부모부양을 효로 생각했던 가치관이 바뀌면서 노후는 이제 각자도생의 길로 가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05

중국의 쥐꼬리 출산장려금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중국 인구는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다. 14억2000만 명에 육박하니까. 북적거리는 도시와 높은 인구밀집도가 문제가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모양.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급전직하하는 출산율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세대를 이어가는 당연한 순리가 아닌 ‘자신을 포기하고, 경력을 단절시키며, 큰돈이 사용되는 어려운 일’로 인식되는 세태가 여러 국가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국가마다 이른바 ‘출산지원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그것조차 약발이 안 먹힌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한국과 중국이 다를 바 없다. 인식의 변화 없이는 백약이 무효인 형국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중국의 한 지자체는 내년부터 35세 이하 여성이 처음으로 혼인 등록을 할 경우 부부에게 30만원을 준다는 지원책을 내놨다. 이후 첫째 아이를 낳는다면 40만원을 더 주고, 둘째 출산 때는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중국 네티즌들의 조롱 댓글이 줄을 이었다. “겨우 그 돈을 가지고 아이를 낳으라고?”라는 힐난부터, “참으로 오랜 고민 끝에 나온 빼어난 정책이네” 등 비꼬는 견해까지 넘쳐났다. 그 가운데는 “한국의 어떤 기업은 1억원을 준다는데…”라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900만명 안팎이다. 1949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2년 1.09명이었던 중국의 출산율은 현재 1명 이하로 떨어졌다는 추정이 나온다. 출산지원금 규모를 용머리 수준으로 올려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게 더 심각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04

김장 담그기

우정구 논설위원 김장은 한국인의 오래된 전통문화이자 대표 음식이다. 2013년 유네스코가 한국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는데, 이는 김치보다는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김장을 담고 이웃간에 정을 나누는 공동체 정신을 더 높게 평가한 결과라 하겠다. 신라시대부터 채소를 발효시켜 먹었다는 역사기록으로 보아 김치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그러나 고추가 도입된 조선시대에 들어와 매운 김치가 만들어지면서 김치는 민중의 김치로 대중화 길을 걸어왔다. 특히 겨울철을 앞두고 이웃 공동체가 모여 품앗이 하듯 김치를 담그는 행사는 음식을 떠나 한국인의 생활에 깊게 뿌리를 내린 문화가 됐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이웃끼리 모여 김치를 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김장은 평균 기온이 4도 이하가 유지될 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로부터 입동(11월 2일)부터 소서(11월 22일) 사이를 적기로 보았다. 김장의 재료인 채소가 얼기 전에 담가야 하고 날씨가 너무 따뜻하면 쉽게 시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장김치는 소금에 절인 배추를 고춧가루, 파 등의 양념에 버무려 옹기에 담아 땅속 깊이 묻어두는 발효음식이다. 배추가 생산되지 않는 겨울동안 먹기 위해 담아두는 것이지만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고 건강에도 좋다, 우리 조상들은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을 김장김치로 보충했다. 올해는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배추값이 폭등하자 김장 담그는 가정이 확 줄 것 같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식문화 변화로 김장을 담는 가정이 줄고 있는 마당에 배추값 때문에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이 는다니 한국인 고유의 김장문화가 퇴색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03

직장 떠나는 MZ공무원

우정구 논설위원 MZ세대란 일반적으로 1980년 초반부터 2010년까지 태어난 사람을 정의하는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는 출산율이 감소하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라 이전세대와 구분되는 특징이 많다. 휴대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다. 빠른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광고나 마케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신만의 가치관과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세대로 평가된다. 세대간 의식의 차이는 굳이 MZ세대가 아니더라도 생기는 당연한 시대 흐름이다. 우리는 이를 ‘세대차이’라고 부른다. MZ세대 공무원들의 퇴직이 늘어나 공직사회가 비상이라 한다. MZ공무원을 붙잡기 위해 지자체마다 아이디어가 속출하지만 붙잡기가 만만치 않다. 장기재직 휴가를 늘리거나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새내기 휴가란 이름으로 재충전 기회도 제공한다. 또 가족이 병원에 진료 중이면 간병휴가도 준다. 최근 행안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MZ공무원을 모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여기서 모아진 의견을 정리해 공직사회 권고사항으로 발표했다. 근무시간외 무분별한 연락 자제, 상대방을 존중하는 언행, 눈치 야근하지 않기 등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직을 안정적 직장으로 생각하던 사회 인식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낮은 보수와 경직된 공직사회 직장 분위기에 대한 MZ세대의 거부 반응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재직 5년 이하 공무원의 퇴직자 수가 무려 1만3500여명이다. 5년 전보다 배가 증가한 것이다. MZ세대의 특성에 적합한 조치가 안 나오면 공직이 비인기 직장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31

돈이 있어야 결혼하는 세상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세기 한국사회. 결혼은 삶의 필수항목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20대 중후반, 늦어도 30대 초반이 되면 친구들의 결혼식 참석으로 주말이 분주했다. 부어라 마셔라 또래가 모인 피로연도 시끌벅적했다. 세태는 급격하게 변화했다. 21세기에 들어선지 24년. 이제 20~30대에게 결혼은 ‘선택’이 됐다. “월급을 모두 가져다주고, 가사까지 도우면서도 잔소리나 듣는 결혼을 왜 하냐”고 냉소하는 젊은 남성과 “내가 무엇 때문에 남의 엄마, 아버지까지 신경 써서 모실 것인가” 회의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상 기자의 주변을 둘러봐도 30대, 40대 미혼남녀가 흔전만전이다. 억지로 이성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겠다는 사람들이 드물어지고 있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 남녀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결혼에 관한 환상이 무너진 것에 더해 갈수록 피폐해지는 한국의 경제 상황도 ‘결혼 사양’의 냉소적 분위기를 심화시킨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명 중 9명(89.6%)은 ‘한국은 돈이 없으면 결혼하기 힘든 사회’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같은 조사의 응답자 82.9%는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답했다. 결혼에 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응답자들은 ‘안정적 주거 마련의 어려움’(57%)과 ‘경제적 상황이 여유롭지 못함’(41.4%)을 결혼이란 장벽이 높아 보이는 이유로 지목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돈이 있어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결혼식장에 나란히 선 신랑, 신부를 보기 힘들어진 시대가 가까워졌다. 아니 이미 왔는지도 모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