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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휴가만족도 1위 도시 경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황금의 천년왕국’으로 불렸던 신라의 유적과 유물이 도처에 산재했고, 거대한 왕릉과 고분이 우뚝 솟아 여행자를 놀라게 하며, 황리단길 곳곳에 자리한 맛집이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도시가 바로 경주다.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경주가 매력적인 관광지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휴가를 계획하는 이들 사이에선 제주도와 동해안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최근 휴가지로서 경주가 지닌 위상을 확인해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9월 여행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1만7077명에게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그곳에 얼마나 만족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경주가 전국 54개 지자체 중 휴가지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경남 산청, 강원 평창, 전남 순천, 강원 고성 등의 도시가 뒤를 이었다. “경주는 볼거리는 물론 실용적인 기념품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안전과 치안, 청결과 위생 항목 평가에서도 점수가 높았다”는 게 조사기관의 부연.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휴가 패턴이 바뀌고 있다. 아무리 경치가 좋고 이름난 곳이라 해도 숙박업소와 음식점의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과 상인들의 불친절, 지저분한 환경을 웃으며 넘어갈 관광객은 이제 없다. 관광은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주목되며, 한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여행자 유치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야를 조금 넓혀보면 이는 한 도시의 흥망과도 연결된 문제다. 무엇이, 어떤 노력이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현명한 관광정책을 세우는 지자체들이 늘어가길 기대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06

노후는 각자도생으로

우정구 논설위원 개인주의 사상이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n분의 1 개념의 계산방식이 자주 통용된다. 계산할 때 전체 비용을 사람 수로 나눠 각자가 내는 것을 말한다. 각자가 쓴 것을 각자가 부담하는 더치페이와는 조금의 차이점이 있다. n분의 1은 개인마다 소비 규모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비용만큼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말로 “자기 팔 자기가 흔든다”는 것처럼 세상은 개인주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개인주의란 말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이기주의와 개념적 차이가 있다. 경제적으로 개인 소유권과 경제활동의 자유가 인정되는 사상이자 정치적으로도 국가의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공동체에 무게를 두었던 집단주의 성향이 강했던 과거의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로 흐르는 것은 시대적 조류여서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될 일이다. 젊은세대 중심으로 이런 개인주의는 더 뚜렷한 경향을 보인다. 최근 경북도가 조사한 경북도 사회지표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 하나가 있다. 부모부양 책임자에 관한 질문이다. 응답자의 65.4%가 “부모님 스스로”라고 대답했다. 20대는 94%, 30대는 88%가 “부모님 스스로”라 해 젊을수록 노후는 부모 스스로가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5년 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국민의 부모부양 가치관이 연도별로 급격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부모부양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는 답변이 2006년 63%에서 2018년에는 27%로 뚝 떨어졌다. 부모부양을 효로 생각했던 가치관이 바뀌면서 노후는 이제 각자도생의 길로 가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05

중국의 쥐꼬리 출산장려금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중국 인구는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다. 14억2000만 명에 육박하니까. 북적거리는 도시와 높은 인구밀집도가 문제가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모양.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급전직하하는 출산율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세대를 이어가는 당연한 순리가 아닌 ‘자신을 포기하고, 경력을 단절시키며, 큰돈이 사용되는 어려운 일’로 인식되는 세태가 여러 국가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국가마다 이른바 ‘출산지원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그것조차 약발이 안 먹힌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한국과 중국이 다를 바 없다. 인식의 변화 없이는 백약이 무효인 형국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중국의 한 지자체는 내년부터 35세 이하 여성이 처음으로 혼인 등록을 할 경우 부부에게 30만원을 준다는 지원책을 내놨다. 이후 첫째 아이를 낳는다면 40만원을 더 주고, 둘째 출산 때는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중국 네티즌들의 조롱 댓글이 줄을 이었다. “겨우 그 돈을 가지고 아이를 낳으라고?”라는 힐난부터, “참으로 오랜 고민 끝에 나온 빼어난 정책이네” 등 비꼬는 견해까지 넘쳐났다. 그 가운데는 “한국의 어떤 기업은 1억원을 준다는데…”라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900만명 안팎이다. 1949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2년 1.09명이었던 중국의 출산율은 현재 1명 이하로 떨어졌다는 추정이 나온다. 출산지원금 규모를 용머리 수준으로 올려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게 더 심각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1-04

김장 담그기

우정구 논설위원 김장은 한국인의 오래된 전통문화이자 대표 음식이다. 2013년 유네스코가 한국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는데, 이는 김치보다는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김장을 담고 이웃간에 정을 나누는 공동체 정신을 더 높게 평가한 결과라 하겠다. 신라시대부터 채소를 발효시켜 먹었다는 역사기록으로 보아 김치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그러나 고추가 도입된 조선시대에 들어와 매운 김치가 만들어지면서 김치는 민중의 김치로 대중화 길을 걸어왔다. 특히 겨울철을 앞두고 이웃 공동체가 모여 품앗이 하듯 김치를 담그는 행사는 음식을 떠나 한국인의 생활에 깊게 뿌리를 내린 문화가 됐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이웃끼리 모여 김치를 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김장은 평균 기온이 4도 이하가 유지될 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로부터 입동(11월 2일)부터 소서(11월 22일) 사이를 적기로 보았다. 김장의 재료인 채소가 얼기 전에 담가야 하고 날씨가 너무 따뜻하면 쉽게 시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장김치는 소금에 절인 배추를 고춧가루, 파 등의 양념에 버무려 옹기에 담아 땅속 깊이 묻어두는 발효음식이다. 배추가 생산되지 않는 겨울동안 먹기 위해 담아두는 것이지만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고 건강에도 좋다, 우리 조상들은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을 김장김치로 보충했다. 올해는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배추값이 폭등하자 김장 담그는 가정이 확 줄 것 같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식문화 변화로 김장을 담는 가정이 줄고 있는 마당에 배추값 때문에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이 는다니 한국인 고유의 김장문화가 퇴색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1-03

직장 떠나는 MZ공무원

우정구 논설위원 MZ세대란 일반적으로 1980년 초반부터 2010년까지 태어난 사람을 정의하는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는 출산율이 감소하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라 이전세대와 구분되는 특징이 많다. 휴대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다. 빠른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광고나 마케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신만의 가치관과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세대로 평가된다. 세대간 의식의 차이는 굳이 MZ세대가 아니더라도 생기는 당연한 시대 흐름이다. 우리는 이를 ‘세대차이’라고 부른다. MZ세대 공무원들의 퇴직이 늘어나 공직사회가 비상이라 한다. MZ공무원을 붙잡기 위해 지자체마다 아이디어가 속출하지만 붙잡기가 만만치 않다. 장기재직 휴가를 늘리거나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새내기 휴가란 이름으로 재충전 기회도 제공한다. 또 가족이 병원에 진료 중이면 간병휴가도 준다. 최근 행안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MZ공무원을 모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여기서 모아진 의견을 정리해 공직사회 권고사항으로 발표했다. 근무시간외 무분별한 연락 자제, 상대방을 존중하는 언행, 눈치 야근하지 않기 등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직을 안정적 직장으로 생각하던 사회 인식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낮은 보수와 경직된 공직사회 직장 분위기에 대한 MZ세대의 거부 반응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재직 5년 이하 공무원의 퇴직자 수가 무려 1만3500여명이다. 5년 전보다 배가 증가한 것이다. MZ세대의 특성에 적합한 조치가 안 나오면 공직이 비인기 직장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31

돈이 있어야 결혼하는 세상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세기 한국사회. 결혼은 삶의 필수항목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20대 중후반, 늦어도 30대 초반이 되면 친구들의 결혼식 참석으로 주말이 분주했다. 부어라 마셔라 또래가 모인 피로연도 시끌벅적했다. 세태는 급격하게 변화했다. 21세기에 들어선지 24년. 이제 20~30대에게 결혼은 ‘선택’이 됐다. “월급을 모두 가져다주고, 가사까지 도우면서도 잔소리나 듣는 결혼을 왜 하냐”고 냉소하는 젊은 남성과 “내가 무엇 때문에 남의 엄마, 아버지까지 신경 써서 모실 것인가” 회의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상 기자의 주변을 둘러봐도 30대, 40대 미혼남녀가 흔전만전이다. 억지로 이성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겠다는 사람들이 드물어지고 있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 남녀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결혼에 관한 환상이 무너진 것에 더해 갈수록 피폐해지는 한국의 경제 상황도 ‘결혼 사양’의 냉소적 분위기를 심화시킨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명 중 9명(89.6%)은 ‘한국은 돈이 없으면 결혼하기 힘든 사회’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같은 조사의 응답자 82.9%는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답했다. 결혼에 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응답자들은 ‘안정적 주거 마련의 어려움’(57%)과 ‘경제적 상황이 여유롭지 못함’(41.4%)을 결혼이란 장벽이 높아 보이는 이유로 지목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돈이 있어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결혼식장에 나란히 선 신랑, 신부를 보기 힘들어진 시대가 가까워졌다. 아니 이미 왔는지도 모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30

플라잉카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2020년 호주에선 우버에어가 처음 등장해 선을 보인 적이 있다. 우버의 항공택시는 옥상에서 옥상으로 승객을 이동시키며 요금은 택시요금 정도 받는다. 멜버른 공항에서 시내까지 육로로 1시간 걸리던 거리는 항공택시를 이용하면 10분이면 도착된다. 만화나 공상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하늘을 나르는 택시가 곧 현실로 등장할 전망이다. 항공택시, 플라잉카 등으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은 이미 일부 선진국에서는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2024 미래혁신기술 박람회(FIX 2024)에서는 UAM 특별관이 별도 마련됐다. 가로 14m 전장 7m의 실물 크기 UAM이 전시돼 전시장을 찾은 많은 이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UAM은 전동 수직 이착륙기를 활용해 지상 450m 정도의 저고도 공중에서 이동하는 도심교통 시스템을 이르는 말이다. 육상과 지하 등 도심교통이 한계에 달하면서 나타난 신개념 교통수단이다. 배터리나 모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초기에는 조종사가 탑승하지만 성숙기에 들면 자율비행 방식으로 운항할 것으로 전망한다. 도심에서 30∼50㎞ 거리를 오가는 항공택시지만 육지의 택시처럼 아무 곳에서나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정류장인 수직 이착륙장이 필요하다. 대형건물의 옥상과 넓은 공원 등이 정류장 후보지로 검토된다. 첨단기술의 발달은 인류를 어떤 미지의 세계로 인도할지 아무도 쉽게 예측할 수가 없다.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 시대가 멀지 않은 시간에 현실화 될 것 같아 가슴이 설렌다. 신종 교통수단인 UAM은 우리의 삶을 어떤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9

팔레스타인 소녀의 힘겨운 짐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이어 레바논과 이란으로까지 전쟁을 확장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이미 폐허가 됐고, 레바논의 무장정치조직인 헤즈볼라의 주요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의 폭격에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앙숙 이란과는 서로 미사일을 주고받으며 엉뚱한 민간인 사상자만 유발하고 있는 상황.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쟁을 결정한 지도자가 아닌 힘없는 여성과 아이들을 덮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의 걱정도 날이 갈수록 더한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눈물 속에서 살고 있고, 정치-종교적 갈등과는 무관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포탄을 걱정하며 공포에 질려있다. 최근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쓰리고 아프게 했다. 8~9세로 추정되는 어린 팔레스타인 소녀가 자기만큼 큰 동생을 들쳐 메고 2㎞가 넘는 거리를 걷고 있다가 한 기자에게 발견됐다. 맨발로 황량한 길을 걸어온 소녀는 교통사고를 당한 여동생을 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무거운 짐’을 지고 아이로선 힘겨운 거리를 걸어왔던 것.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없었다면 보지 않아도 좋았을 장면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불화로 현재까지 가자지구 주택의 90%가 파괴됐다. 삶의 기반이 무너진 곳에서 겨우겨우 버티던 팔레스타인 사람들 4만 명 이상이 죽었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도 죽은 자 못지않다. 열 살도 안 된 소녀와 동생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이 광기는 언제가 돼야 끝이 나려는지. 해답 없는 질문을 받은 듯 답답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28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대구

우정구 논설위원 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문학, 음악, 민속공예, 디자인, 영화, 미디어, 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으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한 도시를 유네스코 지정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시키고 있다. 국내서는 서울(디자인), 부산(영화), 전주(미식) 등 7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대구는 음악 창의도시로 2017년 가입했다. 대구가 음악 창의도시로 지정된 배경은 대구가 보유하고 있는 음악적 역사성과 자산의 우수성 때문이다. 대구는 날뫼북춤과 고산농악과 같은 전통음악이 잘 보존돼 내려오고 있고 근대음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피아노가 낙동강 사문진을 통해 대구에 처음 들어온 역사적 배경이 있다. 우리나라 근대음악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작곡가 현제명과 박태준이 이곳을 무대로 활동했다. 1946년에는 클래식 음악 감상실인 녹향이 이곳에서 문을 열었고 또 6·25 전쟁으로 혼란한 시기에는 전국의 많은 예술인들이 대구로 피난 와 창작활동을 벌인 역사가 있다. 지금도 대구에서는 오페라축제와 뮤지컬 페스티벌이 매년 열리는 등 오페라의 도시, 뮤지컬의 도시로서 국제적 명성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대구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성못에 이색 수상 공연장이 조성될 예정이라 한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수상 공연장은 수성못을 배경으로 이색적이고 특별한 모습으로 지어질 예정이라는데, 객석 1200석 규모로 오페라와 클래식 등 다양한 유형의 공연도 가능하다고 한다. 독특하고 스페셜한 명품 공연장이 수성못에 들어선다면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의 위상에도 잘 맞을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 음악 창의도시 대구시민의 자부심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7

지방 홀대

우정구 논설위원 매년 국정감사 때가 되면 지방 홀대 문제는 주요 이슈의 하나로 등장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17개 광역시도에서 집행된 RD 예산은 수도권이 34.7%다. 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을 포함하면 62.4%다. 대구 2.9%, 경북 3.4%였고, 비수도권에서 10%가 넘는 곳은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회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 1조원 이상 규모 신도시 조성사업은 53군데로 사업비만 214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도권 사업이 41개, 182조원이다. 비수도권은 12개 사업 32조원에 그쳤다. 국정감사에 지방 홀대 정책이 매년 문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된 적은 거의 없다. 과거의 어느 정부든 국토균형발전을 주요 시책으로 삼지 않은 적은 없으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다. 인구분포만 보더라도 그렇다. 1960년대 우리나라 인구의 20%에 불과하던 수도권 인구가 지금은 절반을 넘었다. 국토면적의 겨우 12%인 수도권에 인구가 쏠리면서 이곳은 주택난, 교통난 등 도시화에 따른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이런 문제가 왜 생겼는지 국회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매번 국감 때마다 지방 홀대 정책을 비판하고 꾸짖고 있으나 말뿐이다. 우리나라 시군구의 46%가 30년 내 사라지고 그중 92%가 비수도권에서 이뤄질 것이란 보고가 새삼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방 홀대가 여전한 줄 알면서도 매번 반복하고 생색만 내는 국회 국감이 올해도 이렇게 막을 내린다고 생각하니 답답할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4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클럽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축구의 인기는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사실 축구와 유명 축구선수는 유럽만이 아닌 남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사람들 열광의 대상이란 게 주지의 사실.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영국 사람들은 축구를 즐기고, 팀을 만들어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지금으로부터 167년 전인 1857년 10월 24일. 잉글랜드에선 아마추어 축구클럽 ‘셰필드 FC’가 만들어진다. 단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클럽’이다. 셰필드 FC가 창단된 해에 우리나라는 조선의 왕 철종이 다스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영국에선 축구클럽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까지 축구팀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셰필드 FC는 국제 축구연맹 창립 100주년이던 2004년 FIFA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다. 클럽 부문에서 훈장을 받은 건 레알 마드리드와 그 팀이 전부였다. ‘지구 위 최고(最古) 축구클럽’이란 상징성을 외부에서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단 후 독립적 활동을 이어가던 셰필드 FC는 셰필드 지역 리그, 요크셔 리그를 거쳐 1982년 노던 카운티 이스트 리그에 편입돼 잉글랜드 축구 리그 내부로 들어간 역사가 있다. 성적은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하지만, 팀에 대한 지역민의 사랑과 관심은 어떤 명문 축구클럽 못지않다고 한다. 팬들의 애정을 얻지 못하는 축구팀은 그 존립을 위협받는다. 감독 선임에 얽힌 불협화음으로 한국 축구와 국가대표 축구팀이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최근 상황이 위태로워 보인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셰필드 FC처럼 167년 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개선책이 시급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23

불효자 방지법

우정구 논설위원 불효자 방지법이란 부모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이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상대로 패륜적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2015년 우리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법 제정에 이르지 못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경제력이 있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부모나 국가가 고소할 수 있고, 위반한 자식에게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주는 불효자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이와 같은 법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재산 증여와 관련해 로펌을 찾는 부모들 가운데 상당수가 효도계약서 작성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효도계약서란 재산을 증여할 때 효도 관련 조항을 문서화하는 것을 뜻한다. 상속에 대한 부모들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나타난 사회 현상이다.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한 뒤 노후에 돌아올 경제적 불안감을 미리 대비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 조사에 의하면 “재산을 상속하기 보다 재산을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여론이 24.2%가 나왔다. 복지부가 노인실태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8년 같은 질문과 비교할 때 보다 15% 포인트가 더 높아졌다. 상속에 관한 부모세대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불효자 방지법 제정이 시대 흐름에 따른 대세로 가고 있으나 효와 불효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도 없지 않다. 효자의 효(孝)는 노인(老)을 자식(子)이 섬긴다는 뜻을 가진 한자 글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부모 공경의 정신을 견지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도덕적 책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2

‘우주 패권’ 향해 달리는 중국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28년에 시작해 7년간 우주정거장 운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사람을 태운 탐사선을 달에 보낼 것이다. 이 프로젝트와 더불어 국제 달 연구기지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과학원 부원장 딩치뱌오의 호언장담이다. 미국과 ‘우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천문학적 투자와 인력 집중이 주목된다. 중국은 다가올 2050년엔 미국에 앞서는 우주 강국을 만들겠다는 장기 계획을 공공연히 말한다. 실제로 중국은 1주일에 한 번씩 우주를 향해 위성을 발사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상황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다. 효율적인 위성 통신망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천범성좌 계획’에 의하면 중국은 올해 108개의 위성을 쏘아 올린다. 향후 2025년에는 648개, 2030년까지는 총 1만5000개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G60 성좌계획으로도 지칭되는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광대역 네트워크 범위를 제공하고, 6G 연결로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은 두 나라의 미래 경쟁력에 주목하는 여타 국가들의 주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태양과 지구의 상호 역학작용을 풀고, 외계 생물체 탐색에 나설 예정이다. 10년 안에 세계 최고의 우주 망원경을 궤도로 내보낼 것”이라는 중국의 발표는 당연지사 우주 패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을 긴장시킬 듯하다. 현재 미국은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트럼프건, 해리스건 미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설 사람은 ‘누가 우주의 주인인가?’를 놓고 중국과 다퉈야 하는 숙제까지 안을 게 분명해 보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21

반곡지가 아프다

우정구 논설위원 경북 경산시는 저수지 수가 전국에서 8번째로 많다. 300군데 이르는 저수지 가운데 1800년대 이전에 조성된 곳만 19곳이나 된다. 저수지 모양이 자라처럼 생겼다하여 자라 이름이 붙은 남산면의 자라지는 1725년 영조 2년에 조성된 못이다. 지금은 저수지로서 용도가 퇴색해 일부는 관광자원으로, 일부는 시민 산책로 등으로 활용되는 곳도 많다. 경산시에서도 역사와 문화, 경관 등이 뛰어난 저수지 10곳을 선정해 관광 명소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남산면 소재 반곡지는 그중에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저수지다. 1903년 조성된 이곳에는 수백년 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터널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왕버들이 저수지에 반영(反影)된 모습에서 시골의 정취와 삶의 여유로움을 느껴 찾는 이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봄에 피는 복사꽃 풍경 또한 환상적이다. 2011년 문체부가 사진찍기 좋은 명소로 선정했고, 2013년에는 행안부 선정의 우리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도 뽑혔다. 드라마 대왕의 꿈, 아랑 사또전과 영화 허삼관 등이 촬영된 곳이다. 대구를 찾는 방문객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고픈 곳이다. 안타깝게도 반곡지 저수지에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나 저수지 위에 떠있는 개구리밥으로 인해 왕버들의 반영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부영양화 현상은 생활하수나 농축산 폐수 등의 유기물질이 유입돼 일어난 수질 오염 상태다. 전국적 명소로 소문난 곳에 수질오염 문제가 생겼으니 당국에 대한 원망의 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지역의 대표 명소에는 이름에 걸맞은 정성과 숨은 노력이 필요하다. 반곡지의 명예 회복을 서둘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0

삼성의 가을 야구

우정구 논설위원 가을 야구는 정규시즌이 끝난 후 진행되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포함한 개념이다. 정규시즌이 끝나는 시기가 9월 말에서 10월 초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을 야구란 이름이 붙었다. 특히 가을 야구가 관심을 끄는 것은 단순한 경기가 아니고 팀과 팬들로부터 성과를 평가받는 무대란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마치 축구선수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처럼 선수들에겐 팬들의 이목을 모으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프로야구가 대중의 인기를 끄는 요소로는 몇 가지 있다. 팀의 연고지가 정해져 있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 팀이 분명하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거기에 구단의 팬 서비스와 응원문화가 팬들의 감성을 사로잡고 있는 것도 인기 이유다. 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 가을 야구는 정기시즌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것이 초기화된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극적이면서 예측 불가능한 장면이 유독 가을 야구에서 자주 연출되는 이유다. 그만큼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많다는 뜻이다. 관중 또한 경기보는 재미가 크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통 명가이자 대구경북 연고팀인 삼성라이온즈가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승리로 이끄는 등 선전을 거듭하면서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삼성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는 올해 30회 연속 매진 기록과 함께 전국 구장 최초로 시즌 100만명 관중 돌파를 기록했다. 요즘 대구시민에게 최고의 화제가 삼성 야구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집집마다 온통 삼성 야구로 화제의 꽃을 피운다. 대구시민이 야구로 이렇게 즐거워한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한국시리즈를 향한 삼성의 질주에 팬들의 박수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7

남북, 군사적 충돌은 없어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남한 정부와 북한 정부 사이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남북은 별개의 국가”라고 선언하며, 향후 평화와 공존을 위한 교류를 단절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올 여름 북한은 남북을 오가는 기찻길인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틀어막았다. 그즈음 이른바 북한의 ‘오물 풍선’이 남쪽으로 날아왔고, 남한 역시 북쪽을 향해 고성능 스피커를 통한 비방 방송의 강도를 높였다. 그리고, 지난 15일 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모두가 보란듯 환한 대낮에 벌어진 행위였다. 그 과정이 가감 없이 TV 화면으로 남한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지구 위 거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의 정치·군사적 갈등을 지켜보던 해외 언론은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을 다소나마 완화해주던 상징물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위기의 현실화를 우려한 것이다. 그보다 며칠 전엔 평양에 무인기가 나타나 김정은 일가를 비난하는 선전물을 살포했다며, 이런 상황이 재발될 시 군사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는 북한의 경고가 있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보자면 말 그대로 일촉즉발(一觸卽發)이다. 남북간 작은 오해가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야기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선 ‘전쟁 불사’를 이야기하지만, 최근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볼 때 어떻게든 극단적 무력 충돌은 막아야 한다는 게 남한 국민 다수의 의견. 전쟁은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한 정신과 물질유산을 파괴하고, 어두운 공멸의 터널 속에 갇히는 일이다. 남한과 북한 지도자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16

슈퍼문과 낭만감

우정구 논설위원 보름달은 완전함, 풍요로움 그리고 목표의 완성을 나타내는 성취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17일은 올해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슈퍼문을 볼 수 있는 날이다. 슈퍼문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뜨는 달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보이는 미니문 때보다 14% 정도 더 커 보인다고 한다. 달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설화를 안고 있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는 중국 설화에 나오는 선녀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 설화가 전해져 온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에 대한 동경심과 신비로움이 나라마다 낭만이 있는 설화로 탄생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달은 지구를 도는 유일한 위성이다. 지구와의 거리는 38만km. 크기는 지구의 약 4분의 1 정도다. 인류의 달 탐사가 일찍 시작된 것도 지구와의 근접성 때문이다. 현재 달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 5개국이다. 우리나라는 6∼7번째 달착륙 국가를 희망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 12월 다누리호를 달 상공 100km 지점으로 쏘아 올려 현재는 달 주변의 변화를 관찰하는 수준에 있다. 정부는 2030년초 달 착륙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주진 중이다. 약 6000억원의 예산이 든다고 한다. 달 착륙 등 달에 대한 과학적 탐사의 진행으로 일반 시민들 사이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낭만적 정취가 많이 반감된 분위기다. 이번 17일에도 과학원 등은 슈퍼문이 뜨는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송출한다고 한다. 과학적 관찰이 달의 신비로움을 벗겨 내면서 문화적 관습으로 이어져 오던 달과 함께 느꼈던 낭만감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5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인간적 태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1964년. 스웨덴 한림원은 그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를 지목한다. 노벨문학상이 가지는 위상이 지금보다 높을 때였다. 수상이 개인은 물론 국가의 영광으로까지 여겨지던 시절. 헌데, 흥미로운 일이 발생한다. 사르트르가 스웨덴 한림원으로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나를 이해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조그만 섬에서 살아왔을 뿐이다. 그게 상을 받을 일은 아니며,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가 문학의 가치를 판정하는 것 또한 아니다.’ 60년 전 사르트르의 태도는 소설가와 시인을 포함한 전 세계 작가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을 받으려고 작품을 쓰는 소설가와 시인은 세상에 없다. 문학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우주이고, 숭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므로. 만약 상에 욕심내는 작가가 있다면 그는 재론의 여지없는 삼류인간일 터.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가 문학의 가치를 판정하는 건 아니다”라는 언술은 수학 문제처럼 명료한 답이 없는 문학에 몸을 던진 이들의 현재를 위로하고, 미래를 추동한다. 사실 소설은 노벨문학상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고, 노벨문학상이 사라진다 해도 존재할 것이 자명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작가에게 중요한 건 ‘상’이 아니라 지향해온 문학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수상 축하잔치를 벌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강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문학적으로 위무하며 주목받은 작가다. 그가 보여주는 ‘인간적 태도’가 노벨문학상 수상보다 더 귀해 보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14

독서의 계절

우정구 논설위원 사람들은 가을을 왜 독서의 계절이라 할까. 그 이유에 대해 여러 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당나라 학자 한유가 아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며 지은 시에 나오는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사자성어다. “가을은 서늘하고 심신이 상쾌하여 등불 앞에서 글 읽기 좋은 계절”이란 뜻의 등화가친은 시대가 흘러 어느덧 가을을 대표하는 표현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한 신문사가 1920년대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표현한 것이 시초라 한다. 그밖에도 가을이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 사람이 고독감에 빠지고 사색에 잠기게 된다고 해 독서의 계절로 불렀다는 말도 있다. 독서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사고력, 상상력, 문제 해결력을 향상시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좋은 지혜를 준다. ‘나니아 연대기’ 소설가인 영국의 루이스는 ‘책 읽는 삶’에서 “독서는 내가 사는 세계가 너무 작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즐거운 독서는 운동만큼 건강에 유익하다”라고 했다. 사람이 운동을 함으로써 건강해지는 것처럼 독서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을 발달시켜 준다. 사물을 제대로 바라볼 안목과 지혜를 가르쳐 주며 무엇보다 사람다운 인간성을 갖게 한다. 책읽는 사람이 많아야 나라와 국민이 똑똑해진다. 작년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43%.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다는 통계다. 우울해지는 독서의 계절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낭보가 그것이다. 작가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며 책 읽는 국민이 많아지는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3

가을 축제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 시인은 가을이 봄보다 좋은 이유에 대해 화려하지 않지만 맑고 깨끗한 분위기에서 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이 지나고 찾아온 가을의 상쾌함에 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을은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청명하고 파란 하늘만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계절의 변화가 주는 또 다른 행복감이다. 특히 가을은 하늘이 높고 곡식이 익어가는 풍요를 상징하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여기에 전국 곳곳이 축제로 가득하니 가을을 우리가 어찌 반기지 않을 수 있으랴. 지금 대구와 경북도 가을 축제로 한창이다. 지난달 안동에서 열린 국제탈춤페스티벌은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아올 만큼 대성황을 이뤘다. 세계 무대에 나서도 조금도 손색없는 명품축제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대가야의 본고장인 고령에서는 문화유산 야행이란 이색 축제가 열렸고, 구미에서는 푸드페스티벌에 수만명 인파가 몰려 먹거리와 공연을 즐겼다고 한다. 상주의 모자축제도 무난히 성료했다. 이번 주에는 경주신라문화제와 영주 풍기인삼축제, 청도 반시축제가 열린다. 그밖에도 문경사과축제와 경산대추축제 등 각종 지방축제들이 줄줄이 준비돼 있어 이름 그대로 축제 풍년이다. 축제는 본래 신에게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에서 출발했으나 이제는 지역민 모두가 즐기는 문화축제로 승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을 알리고 주민의 소통 수단이 되면서 경제적 가치도 높아져 주목을 받는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모두가 축제 속으로 한 번쯤 빠져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