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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극일(克日)

반일(反日)을 넘어 극일(克日)로 가고 있다. 여기서 반일은 일본에 반대하는 사상이나 운동을 의미한다. 과거 우리 역사에 기억된 일본과의 나쁜 감정이 섞인 표현이다. 반일 감정이 더 악화되면 혐일(嫌日)이라는 표현도 가끔 사용한다. 그러나 극일은 반일과 혐일보다 좀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 표현이다.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나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일본을 이겨 더 나은 나라로 가자는 뜻이다.지금 우리는 극일운동으로 나라가 온통 떠들썩하다. 한국경제의 숨통을 거두겠다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면서 정부와 기업 할 것 없이 일본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는 움직임으로 연일 분주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날로 기세가 등등해지고 있다. 여당 정치권에서는 “도쿄를 여행금지 구역에 포함시키자”는 과격한 발언까지 나왔다. 대통령도 “남북경협으로 단숨에 일본을 뛰어 넘겠다”고 하니 두 나라간 경제전쟁은 불가피한 한판 싸움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이런 분위기에서 협상과 타협의 얘기를 꺼내면 이는 친일이요 배신이다. 하지만 협상과 타협은 게임을 이기는 수단으로 매우 유효하게 쓰일 수 있다. 협상과 타협은 과거에는 대체로 나쁜 이미지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었다. 승패를 가리는 방법으로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협상과 타협이 대세를 이루는 글로벌 시대다. 국가와 국가간에도 상호 협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새로운 국제간 질서다. 대립과 경쟁보다는 협상과 상생, 화해의 묘를 살리는 극일의 방법도 찾아보자는 것이다. 손자병법에도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라 했다. 무기로 상대를 굴복시키지 않고 상대가 스스로 굴복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는 뜻이다.일본의 경제 보복에 온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그러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전쟁에 국민의 불안감도 증폭하는 것이 사실이다. 폭락한 국내 주식시장이 바로 냉엄한 현실을 반영한다.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의 거래’라는 책에서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고 충고했다. 극일을 위한 선택의 폭도 넓혀보면 어떨까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8-06

리얼돌 논란

리얼돌은 사람, 특히 여성의 실제 모습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인형을 말하며, 사람의 실제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리얼돌의 시초는 2002년 미국의 아비스사에서 영화의 특수 메이크업에 사용하는 고급 실리콘으로 만든 데서 비롯됐다. 피부를 실리콘으로 처리해 실제 사람의 피부처럼 말랑말랑하고, 구체관절인형처럼 손가락·무릎·발가락 등의 모든 관절이 움직이는 것도 있다. 식도까지 있어 입으로 음식을 먹일 수 있는 인형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성기까지 있는 인형도 있다. 머리카락, 눈썹, 눈동자, 가슴 사이즈 등 신체의 각 부분을 섬세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 기간이 길고 가격도 비싸다.리얼돌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은 최근 대법원이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6월27일 한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해외 제작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하면서 상용화를 사실상 허용한 셈이 됐다. 이후 논란이 불거진 것은 대법원 판결 직후 일부 판매 대행업체가 “연예인·지인 등 원하는 얼굴로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다”며 홍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심지어 아동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달 8일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지난달 31일 현재 동의 수 20만명을 돌파했다.이에 대해 여성 네티즌들은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성인용품이 될 수 있다니 끔찍하다”, “여성과 아동이 성적 대상화되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반대로 “여성 성인용품과 동일한 하나의 도구일뿐”이라거나 “오히려 성적 욕망을 해소해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리얼돌의 사용 자체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남녀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화에서나 보던 리얼돌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오르는 건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성문화가 마찰을 일으킨 때문으로 풀이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8-05

왜관(倭館)

왜관은 과거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머물렀던 장소에 붙여진 이름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려말 이후 조선 초기까지 경상도 지역에는 왜구의 원정 노략질이 잦았다. 경상도 지역 여러 항구에서 출몰한 그들은 상업 활동을 핑계로 자주 말썽을 일으키자 조선시대 태종이 그들의 노략질을 막기 위한 유인책으로 왜관을 설치했다. 왜관의 설치로 그들의 왕래와 상업 활동을 공식 인정하고 교역상의 무질서를 바로잡으려 했던 것이다. 그들이 머물렀던 왜관에는 관사와 숙소, 교역장 등이 세워졌다. 그러나 세종 때 대마도 정벌이 있은 후 우리나라에 설치된 왜관은 모두 폐쇄됐다. 이후 조선시대는 일본과의 외교 사정에 따라 왜관은 설치와 폐쇄가 반복됐다. 지리적으로 왜구의 노략질이 잦았던 동래의 부산포와 내이포, 울산의 영포 등이 왜관이 설치된 대표적 장소다. 일본인의 입국이 많아지자 서울에도 낙선방, 동평관이라는 왜관이 설치되고 관원을 두어 관리했다. 조선시대 많을 때는 한 해만 6천명이 넘는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왜관이라는 용어는 한국과 일본의 교류사에서 파생한 단어라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역사적으로 미묘한 관계에 있다. 최근 벌어진 한일간 무역전쟁도 어쩌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한일간 무역전쟁으로 빚어지고 있는 반일운동 분위기 속에 칠곡군 왜관읍 지명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고 한다. 일부 시민단체는 차제에 “일제 잔재 명칭인 왜관이란 명칭을 바꾸자”는 의견을 제안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본인이 거주한 곳의 단순 의미의 명칭일 뿐이라 맞서고 있다. 1996년 전국적으로 일제 잔재 지명을 바꿀 때도 지금의 왜관읍은 사용해도 무방한 것으로 판단된 바가 있다고 한다. 이후 여러 번 명칭 변경 의견이 나왔지만 실행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의 종합된 생각이다. 반일감정이라는 일시적 시류에 흐르기보다는 역사적 시각 등 지명에 대한 종합적 상황 등을 고려해 지역사회 스스로가 판단, 결정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8-04

슈퍼문

슈퍼문은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와 보름달이 뜨는 시기가 겹쳐, 평소보다 더 크게 관측되는 보름달을 가리킨다.달은 지구주위를 원형이 아닌 타원형으로 공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달과 지구의 거리는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가까워 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런 현상중 달이 지구에 가장 근접했을 때, 보름달이 뜨게 되면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달의 모습이 관측된다. 이것이 바로 슈퍼문이다. 슈퍼문이 관측될 때는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만큼 달의 인력도 가장 크게 작용하게 된다. 이는 곧 조수간만의 차(밀물과 썰물의 차이)에 변화를 주게되는 데, 평소보다 19% 가량 차이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특히 1일에서 4일, 그리고 30일에서 9월2일 사이에 슈퍼문이 뜰 예정이어서 관계 기관이 주의보를 내렸다. 올해 지구와 가장 가까웠던 슈퍼문은 2월19일에 있었으나, 겨울철 낮은 수온과 고기압 발달로 인해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수온이 높고 저기압인 여름철에는 해수면의 높이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번 슈퍼문 기간에 해수면의 높이가 2010년 이후 약 10년만에 가장 높게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해양조사원이 설정한 4단계 고조정보(관심·주의·경계·위험) 기준에 따르면 슈퍼문이 뜨는 두 기간에 33개 바닷가 예보기준 지역 가운데 21개 지역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고조정보가 ‘주의단계’로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가운데 인천, 평택, 안산, 마산, 성산포 5개 지역은 최대 ‘경계단계’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안지역으로 여행하는 피서객들은 안전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슈퍼문이 뜨면 평소보다 빨리 물이 빠지고, 물이 들어올 때는 빠르고 높게 차기 때문에 낚시나 갯벌 체험객 등은 고립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야간(새벽) 시간대에는 해수면이 더 차오르기 때문에 야간 바다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슈퍼문이 크고 탐스런 보름달을 연출해 보기에는 좋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31

잡호핑족

평생직장 개념이 엷어졌다. 요즘 젊은이한테 “지금 다니는 직장에 평생 다닐거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노(NO)라 답할 것이다. 막상 정해진 곳은 없으나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이직할 수 있다는 뜻이다. 60,70년대만 해도 직장은 한번 입사하면 퇴직할 때까지 근무하는 곳으로 생각했다. 그것이 직장에 대한 충성도며 사회적으로도 명예로운 일이었다. 연공서열이라는 체제가 유지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에 대해서는 되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평생직장 개념이 퇴색하게 된 것은 직업이 다양화되고 직장을 규제하는 각종 제도의 변화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가 크게 달라진데 기인한다. 특히 신기술의 도입 등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T)의 변화는 직업인의 한자리 근무를 허용하지 않는다. 스카우트가 예사로 이뤄지고 유명 직장보다는 보수가 좋은 직장이 더 인기를 얻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최근 모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1명은 자신을 ‘잡호핑족’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호핑족’이란 2∼3년 단위로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이직하는 직장인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경력을 쌓는다는 의미에서 ‘잡호핑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잡호핑족’을 이기적이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지금은 역전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성취욕구와 도전정신을 긍정 평가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반 세기 정도가 흐른 지금, 평생직장 개념은 분명히 퇴조의 길로 들어섰다. 평생직장 개념이 반드시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 직장에서 오래 머물며 인간관계를 쌓아왔던 과거의 직장 문화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기성세대의 아쉬움은 있다. 행여 사람보다 물질이 우대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있다.“우물을 파더라도 한우물만 파라”고 가르치신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는 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야 생존이 가능하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겠으나 평생직장, 평생동지와 같은 친근감 있는 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7-30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디스커버리 제도는 본안 재판 전 증거조사 절차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일종의 증거제시제도다.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소송에 관련된 정보를 얻거나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변론기일 전에 진행되는 사실 확인 및 증거수집 절차를 가리킨다. 재판이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와 서류를 서로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의료기관이나 기업, 국가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때 개인인 원고의 증거 확보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한 말이 나오게 된 것은 바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톡스 분쟁’을 조사중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처음으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적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4월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했던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LG화학이 굳이 미국까지 가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미국의 디스커버리는 사실심리(Trial)가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확보하고 이를 상호 공개하여 쟁점을 명확히 정리하는 제도다. 미국의 절차는 증명책임이 없는 당사자라도 서로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하는 당사자의 증거공개의무를 핵심으로 하면서, 이를 위반시 강력한 제재수단을 두고 있다.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즉 보톡스 분쟁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 역시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국내에서 증거를 공개하지 않아 미국 ITC에 제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톡스’분쟁을 제1호 ‘중소기업 기술 침해 행위 행정조사’사건으로 결정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사건에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먼저 기업에 적극적으로 증거 제출을 명령하고 이에 불응하면 입증 책임을 해당 기업에 묻거나 증거 확보를 위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의 본격 도입이 필요하게 됐다.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29

경북 사과의 봉변

프랑스의 화가 모리드 드니는 역사상 유명한 사과가 셋 있다고 했다. 첫째는 ‘이브의 사과’이며 둘째는 ‘뉴턴의 사과’, 셋째는 근대 회화의 아버지 ‘세잔의 사과’라 했다. 여기에 우리가 덧붙인다면 ‘윌리엄 텔의 사과’와 ‘백설공주의 사과’ 이야기까지 말할 수도 있겠다.사과는 동서고금을 통해 인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과일 중 하나다. 사과가 인류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맛과 향, 그리고 효능 때문일 것이다. 미국 속담에 “하루 한 개의 사과면 의사를 멀리 한다”는 말이 있다. 사과가 품고 있는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사람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뜻이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사과의 효능을 보면 정말로 놀랍다. 자료에 따르면 사과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혈관에 쌓이는 유해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유익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하루 한 개의 사과만 먹어도 나쁜 콜레스테롤을 40% 가량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과의 섬유소는 혈중 인슐린을 통제, 혈당치 변동을 예방하여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다고 한다. 사과에 함유된 케세틴은 폐기능을 강화한다. 또 사과의 과육은 잇몸 건강에 좋으며, 사과산은 어깨 결림을 감소해 준다고도 한다.사과하면 대구를 떠올리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제 그 명성은 경북지방으로 넘어갔다. 경북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사과 주산지다. 사과 재배의 역사와 노하우도 으뜸이다. 청송사과는 저농약 재배로 껍질째 먹는 사과를 전국 처음 개발한 곳이다. 전국 어느 지역 사과보다 사과의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뛰어나다. 당도도 높으며 과즙이 많아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유명하다.최근 충주시가 충주사과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경북 청송사과와 영주사과를 비교 폄하하는 내용을 담아 말썽을 일으켰다. 청송과 영주지역 농민들의 즉각 항의로 사과는 받았지만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우리나라 사과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홍보 내용이었지만 해당지역 농민에게는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전국 최고 명품에 대한 모욕이자 자존감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경북 사과의 난데없는 봉변이었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28

“바캉스다”

본격 무더위와 함께 바캉스철이 시작됐다. 왜 우리가 여름휴가를 바캉스라는 말로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그 근원을 알 수 없지만 아마 프랑스 사람의 유별난 휴가문화가 작용한 탓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프랑스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긴 휴가를 즐긴다. 물론 유럽 국가들이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 프랑스는 계절별로 바캉스가 있을 정도로 바캉스 문화가 잘 발달된 나라다.프랑스에서는 1936년부터 시작된 유급 휴가가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다. 1년에 4∼5주 정도 유급휴가를 쓴다. 여름철이면 프랑스 파리가 텅 빌 정도로 많은 사람이 휴양지를 떠난다고 한다. 게다가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다.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다. 바캉스의 개념이 우리와는 당연히 차이가 있다. 고작 4∼5일 여름휴가를 즐기는 한국인에게 그들은 별천지 사람이다.휴가는 생활의 여유에서 시작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에게 휴가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산업이 고도성장하면서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여가활동도 생각하게 된 것이 휴가의 개념이다. 선진국이거나 부자 나라일수록 휴가의 개념이 더 철저히 지켜지고 휴가 문화도 더 발달된 이유다.7월 마지막 주다. 직장인의 올여름 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76%가 여름휴가 계획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여름휴가는 이제 일 년 중 가장 소중한 휴식의 시간이며 문화다. 그러나 휴가 기간이나 휴가비 등을 보면 아직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모습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휴가비는 평균 54만 원 정도로 조사됐다. 올해는 경기가 나빠서인지 국내 휴가가 해외 휴가보다 배가 많았다. 휴가 일수는 평균 4.1일 수준이었다.그러나 휴가는 많든 적든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다. 이 기간만큼은 모든 일상의 짐을 던져놓고 마음껏 여유를 즐겨 보고 싶은 것이다. 경제적 이유로 방에 콕 박혀 있는 것보다 작은 비용이지만 알뜰한 준비로 휴가를 보내는 지혜를 발휘해 보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25

괴롭힘금지법의 민낯

괴롭힘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으로, 직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동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가해자를 즉시 징계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최근 직장인 퇴사 결심 이유 1위로 뽑힌 상사 갑질(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결과),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의 간호사 태움 문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실제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 1천500명 중 73.7%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직장 갑질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많아지면서 직장내 괴롭힘금지법이 2018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 16일부터 시행됐다. 법안에서는 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의무도 명시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이를 조사하고,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만약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음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그러나 시행 일주일여 만에 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우선 괴롭힘방지법은 국가·지방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 공무원도 괴롭힘을 당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도록 공무원 복무규정이나 행동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도 갑질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국회 보좌관들의 페이스북 계정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의원 보좌진은 국가공무원이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은 보좌진을 공무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노비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라며 “의정 활동과 관련 없는 잡다한 일들을 보좌진에게 시킨다”라고 했다. 괴롭힘 방지법을 만든 국회에서 직장내 갑질과 괴롭힘이 성행하고 있다니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24

무궁화 사랑

우리나라 국화(國花)인 무궁화를 근화(槿花)라고도 부른다. 신라시대 효공왕 때 외국에 보내는 국서에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으로 표현한 글이 나오는데, 이는 ‘무궁화가 많이 피는 땅’이라는 뜻이다. 그밖에도 우리의 옛 문헌에는 근원(槿原) 혹은 근역(槿域)으로 표현한 글이 나오나 이는 ‘무궁화 땅’이라는 의미다. 우리 민족 스스로가 무궁화 땅에 살고 있음을 알린 표현들이다.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도 한반도에는 무궁화가 많이 자라고 있는 곳이라 소개하고 있다.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국화가 된 배경에는 이 같은 오랜 역사적 연결고리가 있음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무궁화가 나라꽃이란 말은 법령 어느 곳에도 없다. 애국가나 태극기와 같이 나라의 상징인 표상물이면서 법령에 명기되지 않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그냥 자연발생적으로 국민 다수가 국화로 여겨왔던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 견해다. 이홍직의 국어대사전에도 “무궁화는 구한국시대부터 우리나라 국화가 되었다. 국가나 일개인이 정한 것이 아니고 국민 대다수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무궁화가 국화로 본격 인정된 시기는 일제 강점기다. 일제의 침탈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국화가 자주 사용되면서다. 애국가의 후렴에 무궁화가 등장하고, 독립투사들이 무궁화를 우리나라와 일체화하는 글을 많이 남기면서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무궁화 꽃은 우리 겨레의 민족성을 나타내는 꽃이라 한다. 단결성과 협동심을 상징하기도 하고 인내와 끈기로도 표현한다. 꽃 말도 ‘일편단심’이다. 변하지 않는 민족의 마음과 통한다고 한다.한 때 국가의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우리나라는 무궁화 꽃으로 애국심을 가르쳤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이라는 노래도 부르고 학교와 직장 곳곳에는 무궁화 꽃을 심어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시켰다. 나라 꽃 하나로 애국심을 똘똘 뭉치게 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지금쯤 곳곳에 활짝 피어 있어야 할 무궁화 꽃이 구경하기조차 어려워졌다고 한다. 애국정신이 그만큼 희미해진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7-23

페미니즘과 펜스룰

펜스 룰은 지난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발언에서 유래된 용어다. 미국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2002년 당시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말한 발언에서 비롯된 용어다. 이는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내 외의 여성들과는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펜스 룰은 페미니즘으로 인한 미투운동이 크게 활성화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와 성차별을 타파하고, 여성의 성적 자율권과 주체성 확보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 정치적 운동을 뜻한다.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 숙명여대 강사 ‘펜스룰’ 논란이 있었다. 숙명여대에 출강했던 한 남성 A강사는 지난달 9일 자신의 SNS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 사진과 함께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고개를 돌린다”며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다. 더욱이 여대에 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 편”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숙명여대 학생회는 A강사에게 입장문을 요구했다. A강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안 사게 주의하는 행동으로 바닥을 보고 다닌다는 내용이었다. 오해를 사서 안타깝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학부는 교수회의를 열고, 지난 15일 A강사의 2019년도 계약은 유지하되 2학기 강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과도한 처사’란 의견과 ‘펜스 룰’이란 보도가 뒤따르면서 논란을 빚었다. 여기서 펜스룰은 남성들이 여성과의 자리 자체를 피하는 것으로 여성을 사회에서 배제시키는 또 다른 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A강사의 발언은 펜스룰이 아닌 여성을 향한 성적대상화이므로 강단에서 내려오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페미니즘이 미투운동을 낳고, 거기에서 빚어진 펜스 룰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면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22

공시생의 범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15∼29세)을 의미하는 취준생이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그 숫자가 무려 71만4천 명에 달했다.놀라운 것은 그 중 30%인 21만9천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라 한다. 일반 기업체 입시 준비생(16만9천 명)보다 무려 5만 명이 더 많다는 통계다. 경기 침체로 인한 왜곡된 고용시장의 한 단면으로 보아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꽤 있어 보인다.공무원을 하겠다는 젊은이를 나무랄 수 없다. 그러나 왜 공시생의 길을 집요하게 선택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그 까닭을 한번쯤 따져 보는 것이 옳다.특히 젊은이가 세상을 향해 품어야 할 원대한 뜻이 고작 공무원 정도라면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미래의 길을 잘못 가르쳐 준 거나 다름없다. 시대정신이나 가치관에 대한 고뇌보다는 직장인으로서 자녀의 안정성만 내다본 부모들의 생각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전통 유교문화권에서 가장 후진적 병폐라 하면 대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관존민비(官尊民卑)와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사상이다. 관리를 높게 보고 백성을 낮게 보는 사회적 풍토와 남녀 불평등의 오랜 고정 관념이 이 것이다. 두 가지 사상은 사실상 조선시대를 지배해 왔으면서 한편으로는 조선의 멸망을 재촉한 낡은 시대적 유물이라는 비판을 떨칠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시대의 공시생 양산현상이 혹시나 관존민비의 잔재적 사고에 기초한 것은 아닌지 괜스레 걱정이 된다. 물론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가진 건전한 젊은이도 많이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도전보다 안주를 선택하는 젊은이가 늘어난다면 국가의 장래를 봐선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태산처럼 많은 지금이다. “한국에서 공무원이 되는 것은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외국인의 비아냥을 따갑게 들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의 도전 정신은 이 시대를 살릴 유일한 기백(氣魄)이다.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정부가 심각히 고민하고 앞장서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21

군인 정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군인이기에 또는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본분의 문제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국민의 안위를 수호해야 하는 군인으로서 상명하복의 군인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충실히 임무를 수행한 그들의 희생에서 국방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존재하는 것이다.많은 사람이 보았을법한 영화지만, 이야기는 라이언가 4형제가 전쟁에 참전하면서 시작된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라이언가 4명의 형제 중 3명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한꺼번에 세 아들이 전사했다는 비보를 접한 어머니는 실의에 빠져들고 그러면서 하나 남은 막내아들의 생사를 걱정하게 된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미 육군 참모총장은 마지막 남은 막내아들을 살려서 집에 보내자고 판단하고 8명의 라이언 일병 구출팀을 전쟁터로 보낸다.라이언 일병 한명의 목숨이 여덟 명의 생명보다 더 가치가 있는지 혼란스럽기도 한 영화이지만 전쟁이라는 예외적 상황에서 발생한 극적 분위기를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전쟁이 부른 비극적 현실과 전쟁을 통한 인간애, 군인정신이어서 가능했던 임무 그리고 애국심 등의 모습을 잘 보여준 영화다.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오로지 그들의 희생정신에서 나온다. 군이 오합지졸(烏合之卒)이니 당나라 군대같다는 비난을 들으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최근 북한 어선의 해상 노크 귀순 등으로 경계에 실패한 우리 군의 모습을 본 국민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해군 2함대 경계병 이탈사건과 사건 조작을 둘러싼 군의 막장 드라마 같은 모습에서 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개탄스럽고 착찹했다. 오죽했으면 군의 기강 해이를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에 비견하는 글들이 나왔을까 안타까울 뿐이다.정경두 국방장관의 해임을 둘러싸고 여야가 기 싸움이다. 야당은 해임을 촉구하고 여당은 해임 사안은 아니라고 한다. 논란을 더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군인정신 살려 장관 스스로가 물러나는 것이 뒤늦었지만 당당한 모습일 것같은데 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7-18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대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자동차보다 크기가 작고,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수단을 가리킨다. 젊은 직장인이 많은 경기 성남시 분당, 판교지역이나 서울 서대문구·마포구 대학가 일대에서 볼 수 있는 전동킥보드, 전동휠, 전기자전거 등이 대표적이다.대형차량과는 달리 구매 또는 관리비용이 저렴한 데다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고속성장해 2022년에는 시장규모도 약 6천억원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현재 국내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만 해도 15곳에 이른다. 특히 올해 정부가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에 얽혀 있는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PUMP는 최근 ‘씽씽’이라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시했다. 매스아시아의 ‘고고씽’도 올해 초 투자유치를 받아 지난 4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울룰로가 서비스하기 시작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의 경우 3월만 해도 3만명이었던 가입자 수가 지난 달 15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최초 전기자전거 공유시장을 연 일레클은 올해 4월 서비스 시작 3주만에 재사용률 70%를 달성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인천 연수구와 경기 성남시에 분포돼 있는 1천대의 전기자전거를 연내 3천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새로운 형태의 이동수단이지만 카풀 등 차량공유 서비스와 달리 기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은 만큼 시장을 형성해나가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관련 법제 등이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불법인 인도주행이 잦고, 헬멧 등 안전장치가 부족하고, 인도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전동 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때문에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잦다.제도 개선이나 제안을 하려해도 정부 어느 부처에 얘기해야 할 지 모르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 바야흐로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듯 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17

불국사역

역(驛)은 고대부터 동서양의 중요한 교통수단을 담당하던 장소다. 교통수단이라고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이곳에서는 역마를 갈아타기도 했고, 인마(人馬)와 마차(馬車)가 머무는 여관의 역할도 했다. 또 통신을 전달하는 일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조선 후기 공무로 급히 가는 사람이 타는 말을 파발마라 했는데, 역은 지친 파발마를 바꿔 타는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우리나라에 기차가 들어오자 철마(鐵馬)라 불렀다. 옛날부터 말이 사람을 태어 나른다는 데서 유래한 탓이다. 나라의 재정에 관한 내용을 수록한 조선시대 ‘만기요람’에는 전국의 역마 수가 504군데 5천380필에 달한다고 했다. 교통수단으로서 역의 중요성을 잘 대변해주는 수치라 하겠다.지금은 철도역으로 의미가 대폭 축소됐지만 60대에 접어든 기성세대한테는 그래도 기차역은 추억이 서린 정겨운 장소로 기억된다. 대중교통이 원활치 못하던 그 시절 우리지역의 역은 내 고장의 모든 관문 역할을 맡았다. 지금으로 말한다면 역과 고속터미널, 소규모 공항의 역할을 몽땅 담당한 장소다. 그 시절의 모든 만남과 이별은 이곳에서 이뤄졌다.철도가 고속화되면서 우리 주변의 수많은 간이역들이 사라지고 있다. 중앙선 이설로 간신히 남았던 불국사역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야 할 운명에 처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인 1918년 11월 1일 영업을 시작한 불국사역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조선시대 건축물로 지어져 코레일은 이를 철도기념물로 지정하고 있다.2020년 신노선이 개통되면 철로 폐선으로 불가피하게 불국사역도 인적이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 불국사역은 인근에 위치한 불국사와 석굴암 등을 찾는 관광객과 수학여행 학생들로 많이 붐벼 한 때는 전국 최고의 관광명소라고 이름을 날렸다. 관광도시 경주의 상징인 불국사역을 살리자는 2천여 주민의 건의서가 관계기관에 전달됐다고 한다. 많은 이들은 아직도 수학여행, 추억여행하면 경주 불국사를 손꼽는다. 낭만과 향수, 추억과 역사가 뒤엉킨 불국사역을 테마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좋을듯 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16

선글라스의 과학

여름철 뙤약볕 아래서 눈을 보호하기 위한 선글라스는 과학문명의 산물이다. 여름철 자외선은 염증 반응과 광산화 반응, 광화학 반응 등을 일으켜 결막, 수정체, 망막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고 대사 노폐물 생성을 촉진시킨다.이에 따라 광각막염, 결막주름, 익상편, 백내장, 황반변성 등의 안과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여름 눈 건강을 위해서는 선글라스가 필수다.각막을 보호하는 색소상피와 맥락막의 멜라닌 성분이 나이가 들수록 더 약화돼 고령자일수록 햇빛이 강한 날에는 반드시 선글라스를 써야한다.어떤 선글라스를 고를까. 우선 자외선 차단율이 100%인 렌즈가 좋다.단, 렌즈 착색 농도는 70∼80% 정도가 좋다. 너무 짙은 선글라스는 오히려 동공이 빛을 받기 위해 커지기 때문에 좋지 않다. 렌즈 크기가 커서 렌즈의 옆 공간으로부터 들어오는 자외선도 차단되는 형태가 좋다. ‘UV400 인증’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이는 400㎚ 이하 파장을 가진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한다는 의미여서 지표에 도달하는 UV-A와 UV-B를 대부분 차단할 수 있다. 선글라스의 자외선 차단지수는 가장 높은 수치인 100%가 가장 좋고, 최소 90% 이상은 돼야 한다. 또 UV-A와 UV-B 코팅이 돼 있는 멀티코팅이면 더욱 좋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UV-C(100-280㎚), UV-B(280-315㎚), UV-A (315-400㎚)로 구분되며, UV-C는 대부분 오존층에서 흡수되지만, UV-B 일부와 UV-A는 지표면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렌즈 색상에 따라 기능이 약간씩 다르다. 가장 많이 쓰는 검정색이나 회색, 갈색은 운전할 때나 자외선이 강한 바닷가에서 쓰면 좋다. 회색은 명암이나 색을 왜곡시키지 않아 자연색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녹색렌즈는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색으로 시원해 보이는 효과가 있고, 붉은색 계통의 렌즈는 사물과 주변 환경이 또렷하게 보여 자전거 탈 때나 골프 칠 때 적당하다. 미러렌즈는 백사장이나 스키장 등 자외선 반사가 심한 곳에서 착용하면 좋다. 과학문명이 눈을 보호하는 선글라스 하나에도 짙게 반영돼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15

94세 총리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 꾼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사람을 보냈다. 그러나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그도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불세출의 재간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람의 수명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인간의 한계다. 예로부터 사람은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인간의 가장 소중한 소망으로 삼았다. “사람의 목숨이 길고 짧은 것은 하늘에 달렸다”는 인명재천 의식 속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아프지 않고 오래 살도록 희망을 갈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00세 시대라 하지만 실제로 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에 건강하게 일한다는 것은 천운(天運)이라 할 만큼 행운이다. 올해 100세를 맞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를 70세”라 했다. 그는 “100세 나이까지 일할 수 있고 그것이 자신을 건강하게 하는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막상 90세를 넘겨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건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 나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김 교수처럼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그리 간단한 일이 결코 아니다.KBS 전국노래자랑 대회의 사회를 맡는 송해 선생의 경우도 이례적이다. 93세의 고령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활약하는 그가 우러러 보이는 것도 나이를 초월한 그의 열정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없었던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88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 그는 “내가 하는 일과 나와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말해 아직 현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말레이시아 국가 정상인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최근 94회 생일을 맞았다는 외신이다. 93세가 되던 지난해 5월 두 번째 총리직에 올랐던 그는 현재 세계 최고령 국가 정상이다.말레이시아 장수포럼에서 장수의 아이콘으로 추대받을 만큼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한다. 세계는 지금 100세 시대를 실감케 하는 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 돌입을 앞두고 인간의 한계 극복을 위한 현상들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14

홍콩의 민주주의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기로 한 중국은 3가지 원칙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일국양제(一國兩制)와 고도자치(高度自治) 그리고 항인치항(港人治港)이 바로 그것이다.일국양제는 하나의 나라에 2개의 체제를 뜻한다. 즉 국가는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이지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에 따른 각종 제도를 홍콩의 것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을 말한다. 고도자치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홍콩 스스로가 자율권을 행사한다는 것. 항인치항은 홍콩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 통치하는 것을 뜻한다. 당시 중국의 덩샤오핑과 영국의 대처 수상은 이 같은 3가지 원칙을 50년간 유지하기로 확약했다.알다시피 덩샤오핑은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 오늘의 중국경제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중국 개방 경제정책의 상징이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설파한 인물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론으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자는 것이 그의 경제개발 논리였다.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중국식 사회주의가 탄생한 것은 덩샤오핑의 ‘신의 한수’가 있었던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2013년 시진핑 취임 후 홍콩에 대한 중국의 생각은 달라졌다. 이같은 협약에도 홍콩을 중국화하기 위한 중국의 내정간섭과 압박은 이어졌다. 송환법을 둘러싼 홍콩의 대규모 시위의 배경에는 중국과의 투쟁이 숨겨져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백기 선언으로 홍콩의 시위는 일단 한 숨을 돌리게 됐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후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앞으로 28년만 지나면 홍콩의 운명은 중국의 지배하에 놓인다. 영국의 지배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경제체제에 익숙해진 그들이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에서 보았듯 민주주의에 대한 홍콩사람의 열망은 절박하고 간절하다. 그러나 홍콩을 길들이려는 중국 정부의 대응 또한 만만치 않다. 홍콩의 민주주의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인의 이목이 모아지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11

반일(反日) 감정

한국과 일본 국민 간의 나쁜 감정은 케케묵은 숙제처럼 오래된 일이다. 나라와 나라 간 국민적 나쁜 감정은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한 국가 안에서 지역감정이 심각한 대립을 보이는 것을 보면 국가 간 감정 대립은 그냥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이다. 반일 감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식민지 지배 하에 있던 국가나 대립관계에 있던 국가 사이에 생겨난 현상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 러시아 사람들에게도 이런 감정은 있다.우리나라 국민의 반일 감정은 주로 역사적 요인에 의해 해석된다. 임진왜란이나 고려 말부터 조선 중기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왜구의 습격과 침탈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 피해, 36년의 일제 강점기 통치,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교과서 왜곡 등 꽤 많은 분야에서 문제가 야기된다. 특히 일제 강점기 중 일본이 보인 한국인에 대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약탈적 식민지 정책들은 아직까지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으로 우리 국민에게 작용하고 있다. 쪽바리, 왜구, 왜놈 등 일본에 대한 멸시적 표현도 이런 연유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국민여론 조사에서도 일본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주변국 중에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나라로 응답자의 60%가 일본을 꼽는다.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른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경제적이나 안보적으로도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러나 오랜 반일 감정에 얽힌 국민적 정서 때문에 가깝게 느끼기엔 여전히 먼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일본의 보복성 무역 조치가 시작되면서 나라 안팎이 시끌하다. 정부의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으나 반일을 둘러싼 대응책을 두고 갑론을박도 많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불매운동과 같은 민간 차원의 대응으로는 양국민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 실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얼마나 냉정하고 지혜로운 묘방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손자병법에 이르길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 했다. 국민들은 우리 정부의 대응만 주목할 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09

비정규직의 중규직화

최근 공공부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시위에 나섬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 중에는 교육기관부터 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에서 일을 하지만 반쪽 짜리 정규직이란 뜻에서 이른바 ‘중규직’으로 불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일자리 질보다 실적 달성 위주로 추진되면서 임금과 신분차별이 여전한 데 대해 노동자들의 분노가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문재인 정부는 출범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목표로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18만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결정됐고, 이중 14만여 명이 실제 전환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40여 만명 중 절반이상이 정규직 전환대상에 빠졌다. 일례로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은 아예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배제됐다. 또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공기업 등은 파견·용역 근로자 정규직 전환시 직접 고용 혹은 자회사 설립에 따른 간접고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화근이 되고 있다. 조직규모·업무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실상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선호하는 게 현실이니 이 역시 중규직의 양산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약속한 정규직으로 실제 전환했지만 정규직과 처우가 다른 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을 샀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소속으로 노동조건이 일반적인 정규직에 비해 다소 부족하지만 예산이나 재원의 한정속에 일단 고용안정은 보장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안이한 태도가 일선 기관에는 비정규직을 ‘무늬만 정규직화’로 해도 괜찮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져 비정규직의 중규직화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정책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와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