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양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표준시 기준으로 2018년 7월6일 오후 1시(미국 동부 시간 2018년 7월 6일 자정) 미국이 예고했던대로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818종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 등에 미국과 똑같이 340억 달러 규모로 25% 보복관세를 물리면서 시작된 양국간의 무역전쟁이다.중국의 환율조작 의혹, 특권 침해, 본국 투자 해외기업에 대한 기술력 갈취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계속 보호무역을 주장했고, 특히 중국을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보복관세 조치는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의 무역안보론을 도널드 트럼프가 채택하면서 발생했다. 무역안보론이란, 특정 국가가 지속적으로 다른 국가에서 무역흑자를 창출한다면, 그 국가는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는 논리다. 특정 국가가 지속적으로 다른 국가에서 무역흑자를 창출한다면 그것은 그 국가가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를 경제적 수단을 통해 침략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이 논리를 미국의 사례에 대입시켜 보면,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보는 국가들은 경제적 수단을 통해 미국을 침략하고 있는 미국의 적국이 되는 것이니 이러한 경제를 통한 침략 행위에 대해 미국이 자국을 수호하기 위해서 반격을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트럼프의 행동은 비핵화 문제와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동시에 연계시켜서 중국에게 압박을 가해 북핵 해결과 무역 격차의 해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 전쟁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04
여론은 사회 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인정되는 공통의 의견을 말한다. 특히 건전여론은 사회 구성원이 그 사회 전체의 이익이나 정의에 대해 동질적 관념을 가질 때 성취가 가능하다. 선진국일수록 건전여론 형성도가 높다. 현대사회가 여론을 중시하는 것은 민주적 이념과 맥을 같이한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의견을 잘 받드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근본이 된다는 뜻이다. 현대 사회에서 여론조사가 활발히 활용되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잘 살펴보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여론조사는 사안에 따라 국론(國論)이라는 말로도 사용한다. 여론 청취만큼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요한 일은 없다.옛날에는 이를 민심(民心)이라 불렀다. 백성의 마음이다. 민심보다 여론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요즘이나 과거나 그 중요성은 똑같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한 것은 하늘의 뜻만큼이나 백성의 뜻을 잘 살펴야 국가가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이다.서경에는 “군주가 선정을 베풀면 백성이 사모하고 악정을 하면 앙심을 품는다”고 했다. 민심을 얻는 것이 바로 천하를 얻는 것과 같다는 가르침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란 “백성은 강물이며 임금은 강물 위에 떠 있는 배”라는 뜻이다. 강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음을 이른 말이다.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이뤄졌던 그해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였다.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대통령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임명반대 여론이 월등히 높은데도 아랑곳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정국의 앞날이 시계 제로 상태다. 민심을 제일로 살폈던 옛 성현의 지혜가 아쉬운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03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스펙세습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된 게 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이다. 이른바 ‘자동봉진’의 스펙세습이다.입시에서 합격기준이 아리송한 학생종합부전형, 이른바 학종을 통과하려면 ‘학생부에 기재하는 모든 항목이 번듯해야 한다’는 게 통설이다.내신과 수상실적처럼 점수를 매기기 좋은 항목뿐 아니라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다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기록, 독서활동까지 빼곡히 적혀 있어야 한다.국회에서 열린 ‘특권층 대학부정입학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 1차회의에서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른바 스카이(SKY)대학에 들어간 기득권층 자녀가 4만7천여명이며, 재작년 서울대 입시에서 자동봉진을 통해 수시로 입학한 특목고·자사고 학생이 3분의 2에 해당하는 65%인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전체 학생비율의 4.5%다. 95.5%의 약자집단 부모들에게는 3분의 1이 배당되고, 4.5%의 부모들에게 3분의2가 배당되는 시스템이라는 분석이다.그런데 자동봉진으로 들어가는 수시가 80%이고, 정시는 20%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자동봉진이란 기록이 스펙세습의 핵이 되고 있다. 이러니 조국 후보자 딸이 특혜입학 논란에 휘말려서가 아니라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설계된 입시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현행 대학입시 전형이 이처럼 복잡하기 그지없고, 각각의 대학별 전형까지 감안하면 학부모들이 자녀의 대입에 훈수를 두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현실이 입시컨설팅이나 고액 입시 코디네이터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게 ‘자동봉진’ 스펙 논란을 지켜본 서민들의 씁쓸한 소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02
경북 구미는 박정희 대통령이 조국의 근대화를 염두에 두고 일으켜 세운 도시다. 포항제철과 더불어 한국 근대화 기치의 중심지 역할을 한 도시다.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지목한 전자산업이 이곳에서 출발했다. 1988년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를 구미산업공단에서 개발하면서 애니콜 신화가 이곳에서 탄생한다. 디지털 기술혁신의 본향인 셈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덩샤오핑조차도 경제 발전의 모델로 삼고자 했던 곳이 바로 구미였다.1973년 구미 1공단이 준공되면서 가난한 농촌마을은 상전벽해가 된다.공장이 들어서자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도시는 활기로 차고 넘쳤다. 1999년 구미공단은 전국 단일 공단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05년 수출 300억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전국 어느 도시도 넘나 볼 수 없는 최고의 수출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낙동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적어도 2010년 이전 만해도 울산시와 맞먹는 부자 도시였다고 모두가 자부했다. 잘 나가던 구미 경제가 심각한 곤경에 빠졌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LG 등 대기업의 해외 이전과 경기침체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통계상에 나타난 수치로 볼 때 구미의 경제는 이미 중증에 빠져든 것 같아 걱정이다.공단 근로자수 감소와 공장 가동률 전국 최하위, 실업률 전국 최고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다.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할 판이다. 공단 설립 50년 만에 구미 경제가 굴욕적 상황에 직면한 꼴이 됐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선두주자인 구미의 옛 명성을 회복할 묘책이 지금 필요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01
전국에서 손꼽히는 오지 마을은 경북의 봉화(B), 영양(Y), 청송(C)이다. 세 곳의 영어 머리말을 따서 속칭 BYC라 불렀다. 그중에서도 영양은 오지 중 오지다. 전국 도시가 다 있는 교통 신호등이 영양에만 없다. 지금은 인근의 교통량 증가로 2개의 신호등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에서 4차선 도로가 없는 유일한 자치단체로 남아 있다. 그나마 있는 도로는 낙석과 선형 불량으로 주민의 통행을 심각히 위협한다. 주민이 옷 한 벌 사고, 병원 한번 가기 위해 인근 지자체까지 1시간 이상 가야하는 불편을 겪는다. 못사는 남의 나랏일 같다.군민이 교통문제를 민원 삼아 최근 궐기에 나섰다고 한다. ‘영양군민 통곡위원회’라 이름을 정하고 정부에다 호소문을 올렸다. 온 세상이 천지개벽할 만큼 바뀌고 있는 데도 영양군만 제자리 걸음이라는 안타까운 호소다. 국토균형 발전은 그들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다. 통곡(痛哭)이란 이름이 실감이 난다.영양군의 인구는 1만7천명. 울릉군을 빼고 나면 국내서는 인구가 가장 적은 자치단체다. 면적의 93%가 임야와 농지다. 초중고 모두 합쳐 학생수는 도시의 한 학교 규모만 하다. 군의 재정자립도는 겨우 4%다. 영양군이 내세우는 자랑거리는 청정자연과 수려한 경관뿐이다. 군청 홈페이지나 홍보물에는 어김없이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강한 태양빛, 최상의 농산물 등이 소개된다. 이 덕에 영양군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지정을 받았다. 밤하늘의 투명도가 뛰어나 은하수나 유성 등을 육안으로 관측 가능하다는 말이다. 청정도 좋지만 주민의 편리성인 교통 문제도 중요하다. 군민의 통곡 소리에 정부가 답할 차례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8-29
수소경제는 화석연료인 석유가 고갈되어,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가 주요 연료가 되는 미래의 경제를 말한다. 이 말은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워튼스쿨 교수인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2002)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리프킨에 따르면 2020년이면 전세계적으로 석유생산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고, 이로 인해 가격과 공급체계가 불안정해짐으로써 석유확보를 위한 분쟁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비해 우주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구하기 쉬우며, 고갈되지 않고 공해도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에디슨 전력연구소는 현재의 소비 추세로 간다면 2040년경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수소경제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수소 에너지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1999년부터 수소경제 프로젝트를 국책사업으로 채택했고, 미국에서도 수소 연료개발을 위한 사업에 착수했다.문재인 정부도 대통령전용차를 수소차로 선정하는 등 수소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않다. 수소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인프라인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해 설립된 하이넷(HyNet·수소에너지네트워크)이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출자사들이 출자 부담에 비해 정책지원이 미흡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속속 이탈하고 있다. 수소경제기본법 등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수소전기차를 비롯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가 정책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8-28
방사포는 다연장 로켓포의 북한식 명칭이다. 여러 개의 로켓탄을 한 번에 발사하여 특정지역을 제압하는데 쓰는 무기다. 로켓이나 제트엔진 등을 추진 동력으로 유도장치에 의해 날아가 목표물을 정확히 부수는 미사일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북한의 방사포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사용한 신기전(神機箭)이 원조라 할만하다. 신기전 화차는 조선 문종 때 제작됐다. 직경 46㎜의 둥근 나무통 100개를 나무상자 속에 7층으로 쌓아 나무구멍에 신기전 100개를 꽂아 화약에 불을 붙여 동시에 화살을 날린 무기다. 우리보다 중국의 다발 화전이 앞섰다. 이를 더 발전시킨 것은 조선의 신기전이다. 신기전의 제작 설계도는 현존하는 것 중에 가장 오래라 한다. 북한의 방사포 이른바 다연장 로켓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본격 등장했다. 소련과 독일이 로켓탄을 개발하고 미국도 대규모 로켓탄을 제작 로켓 포병을 운용했다. 오키나와 전투나 인천상륙작전에 이를 사용,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지난 24일 북한이 새로이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 무기”라며 크게 기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라고 이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미사일급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리고 “북한이 사거리와 고도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단거리 타격 능력을 완성시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 북한 등 국제사회 안보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 대통령조차도 북한의 방사포 사격에 대해 남의 말 하듯 하니 세상이 달라진 것인지 어리둥절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반응은 유유자적이다. 정말로 이래도 되는 걸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8-27
인사이더의 줄임말인 ‘인싸’는 유행을 이끌고 친구가 많은 사람을 뜻하는 말로, 유행에 민감한 세대로 꼽히는 초등학생들이 학교 울타리를 넘어 유튜브를 통해 ‘인싸춤’, ‘인싸템’ 같은 유행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이들의 문화를 이른바 ‘인싸문화’라고 한다. 인싸문화의 대표적인 실례는 눈알젤리, 먹는 색종이같이 이름조차 난감한 군것질거리들이 초등학생들의 ‘인싸 간식’으로 떠오른 것이나, 15초짜리 동영상 편집 앱이 10대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등이다.실제로 여자 아이돌이 착용해 유행하기 시작한 ‘반짝이 붙임 머리’를 해 달라고 조르는 여학생이나 ‘인스’(인쇄소 스티커·가위로 하나씩 오려 사용하는 스티커)가 유행하자 예쁜 스티커들을 한가득 사다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초등학교 여학생들 사이에 궁극의 ‘인싸템’(유행 아이템)으로 꼽히는 건 ‘구관(구체관절) 인형’이다.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머리와 옷, 신발, 화장까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구관 인형은 키즈 유튜버들의 체험 영상 조회수가 100만건을 넘어선다. 특히 요즘 초등학생의 ‘인싸 문화’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유튜브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파급력이 훨씬 크다. 대중문화계가 인싸문화에 반응해 마케팅에 활용하게 된 것도 전파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다.또래와 부대낄 기회조차 없는 어린이들이 서로 짧은 말과 영상으로 자극하는 문화에 갇히다보니 자연스레 유튜브에 몰입하고, 유행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모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대화로써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 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자녀교육만큼 어려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8-26
청나라 말 이종오가 쓴 ‘후흑학(厚黑學)’은 지금도 중국에서는 잘 팔리는 책 중 하나다. 후흑은 면후심흑(面厚心黑)의 줄인 말이다. 얼굴은 철면피처럼 두껍게, 마음은 음흉하게 하여 철저히 자신을 숨겨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계산되지 않은 감정 노출은 하수의 짓이다.후흑은 난세를 극복하는 일종의 처세술이다. 법치나 순리를 숭상한 중국의 전통 사상과는 배치되는 생각이지만 실용적 측면에서 공감대가 적지 않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는 조직이나 사람을 바꿔도 배신이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 승자의 역사를 만드는 것은 뻔뻔함과 음흉함에 있다고 가르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비굴해도 상관이 없고, 욕을 먹어도 상관이 없다. 대의명분을 쫓다 패가망신하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상이다. 삼국지의 조조와 유비가 대표적으로 후흑한 인물이며 손권과 사마의, 모택동도 그러하다고 했다. 중국 역사 속의 영웅호걸 치고 후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설명이다.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 속에서 ‘후흑학’은 현실적 실천 방법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 “천하를 알려면 ‘삼국지’를 읽고 천하를 얻으려면 ‘후흑학’을 읽으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 한다.그러나 난세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후흑의 기술만 잘 익힌다고 성공의 열쇠를 거머쥐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순리라는 자연의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수단이 된다고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면 결과는 불행해진다.각종 의혹 제기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후흑학’에서는 역사의 승자는 사리사욕이 없어야 선한 결과를 얻는다고 했다. 청문회를 떠나 조 후보자의 정의롭지 못한 삶이 논란의 핵심이다. 덩달아 그의 정치 생명이 달렸기에 더 관심이 간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8-25
예로부터 감나무를 문무충효절(文武忠孝節)의 나무라 예찬했다. 잎이 넓어 글씨 연습하기에 좋아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 재료가 되기에 무(武)가 있다고 했다. 열매의 붉은색이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 표리가 부동치 않아 충(忠)이 있으며, 노인이 치아가 없어도 홍시를 먹을 수 있으나 효(孝)가 있다고 했다. 서리가 내리는 날까지 열매를 맺으니 이것이 절(節)이다.중국의 한 문헌에서는 감나무의 일곱 가지 좋은 점을 기술했다. 첫째 수명이 길다. 둘째는 좋은 그늘을 만든다. 셋째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 넷째는 나무를 파먹는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가을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 번째 열매가 맛있다고 했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낙엽이 훌륭한 밑거름이 된다고 했다. 감나무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는 뜻이다.경북 상주시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다. 쌀과 누에, 곶감이 유명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곶감이다. 전국 생산량의 약 65%를 차지한다. 연간 7천t의 곶감을 생산하며 경제적 효과가 2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상주가 곶감으로 유명해진 배경에는 상주에서 재배되는 감나무의 재질이 곶감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타닌 함량이 많은 대신 물기가 적어 곶감 재료로 매우 훌륭하다. 조선시대 예종 때는 임금에게 진상할 만큼 최고의 품질로 손꼽혔다.곶감은 감의 껍질을 벗겨 건조시킨 것으로 쫄깃한 식감에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겨울철이 제철이다. 추운 겨울날 변변한 간식거리가 없었던 시절에 훌륭한 영양 간식으로 서민의 위안이 된 먹거리다.상주에는 수령 750년 된 감나무가 있다. ‘하늘아래 첫 감나무’로 명명된 보호수다.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이 나무는 긴 세월의 풍파에도 아직 가을철이 되면 감이 주렁주렁 열린다.상주시가 감 농업 분야의 유구한 역사성을 바탕으로 전통 감 농업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각 지역이 보유한 농업관련 자원 중 보존의 가치가 현격히 뛰어날 때 국가가 인정하는 제도다. 상주 감 농업의 우수성이 드디어 빛을 발할 때가 온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8-22
‘데스노트’(DEATH NOTE)는 오오바 츠구미가 글을 쓰고 오바타 타케시가 그림을 그린 만화제목으로, 고등학생 야가미 라이토가 사람의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은 죽는 사신의 공책 ‘데스노트’를 갖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뤘다.1부에서는 고교생 라이토와 L과의 치열한 싸움을 그리고, 2부에서는 ‘키라가 곧 법’인 세상과 동시에 N을 비롯한 미국수사관들과의 심리전 등을 그리고 결말을 맞게 된다. ‘주간 소년 점프’에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총 108화로 완결됐으며, 일본의 슈에이샤 출판사에서 12권의 만화책으로 출판됐다. 대한민국에는 대원씨아이에 의해 12권 모두 번역 출판됐다. 2006년 10월에는‘DEATHNOTE-HOW TO READ-13’이 출시됐는데, 등장인물의 프로필, 사건, 트릭, 작가와의 인터뷰, 외전, L의 본명이 담긴 카드 등이 수록돼 있다. 일본 방송국 니혼TV와 미야기TV 등 각 NNN 계열국들에서 2006년 10월 3일 시작, 새벽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2∼3%를 기록했으며, 최종회 방송 당시에는 4.7%의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에서는 ‘데스노트’의 수입 방영권을 위한 경쟁을 벌여 챔프TV에서 2007년 10월 8일부터 2008년 1월까지 방영됐다.정치권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자질, 국민 여론, 청문회 경과 등을 종합해 적격 여부를 판단한 뒤 부적격 후보자를 공개하는 걸 ‘데스노트’로 활용해 왔다. 이 가운데 정의당이 작성한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들은 대부분 낙마해 상당한 적중률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정의당 사정은 꽤 복잡해 보인다. 선거제 개혁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조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리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16명의 장관급 인사들이 한국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모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았다. 이번에 딸 부정입학 논란으로 국민정서를 거스른 조국 후보자 역시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리고도 임명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8-21
24절기 중 처서(處暑)는 14번째 해당한다.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들며, 양력으로 8월 23일(음력 7월 15일) 무렵 이후에 든다. 올해 처서는 이달 23일이다.“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보다 진짜 가을을 느끼게 하는 절기가 처서라 한다. 말 그대로 더위가 멈춰선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따갑던 햇볕도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농부들은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도 한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바람이 불어와 극성을 부리던 파리와 모기떼도 사라진다. 속담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이 여기서 생겨났다.농부들은 처서 이후 날씨에 관심이 대단히 많다. 한해 농사의 풍흉을 이때의 날씨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가을이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왕성한 햇볕이 있어야 벼가 완전히 성숙할 수 있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줄어든다”는 말처럼 농부들에게는 한해 농사의 마무리가 이때부터 고비다. 여름 내내 우리를 지치게 했던 한여름 무더위는 처서로 한풀 꺾이고 지금부터 여름철 내내 지친 심신을 위로할 음식이 필요하다. 우리의 조상은 예로부터 가을철 원기회복 음식으로 추어탕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문헌에 의하면 고려말 송나라 사신인 서긍의 ‘고려도경’에 추어탕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다. 그러나 미꾸라지가 강이나 논에서 흔하게 잡히는 것이어서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즐겨왔던 음식으로 짐작이 된다. 미꾸라지는 7월말에서 11월초까지가 제철이다. 몸에 좋은 음식은 제철에 해먹어야 효과가 높은 법이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푹 고아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양념하여 끓인 우리의 토속 음식으로 원기를 북돋워주는 가을 음식으로는 최고다. 특히 여름철에 더위에 지친 서민들에게는 단백질을 공급하는 매우 요긴한 음식이다. 본초강목에도 “양기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하는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가을의 길목에 들어섰다. 우리 민족의 토속음식인 추어탕 한 그릇으로 몸보신도 하고 신선한 가을바람에 갑갑한 기분을 풀어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8-20
님비(NIMBY)는 Not In My Back Yard라는 영어 알파벳의 각 단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산업폐기물 처리장 등 혐오시설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설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역이기주의를 지칭한다. 이런 현상은 공공정신이 약화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이와 반대로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체육경기장 시설이나 각종 대형사업을 적극 유치하려 하는 현상은 핌피(PIMFY : Please In My Front Yard)라고 불린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님비와 핌피 현상이 극도로 심화되어 공공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등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최근 님비와 핌피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례로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이다. 논란은 네이버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총 5천400억원을 들여 약 13만2천230㎡ 규모 데이터센터를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을 밝히면서부터 시작됐다. 전자파 및 오염물질 발생 등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네이버는 지난 6월13일 건립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그러나 용인 주민 반대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네이버가 제2 데이터센터 부지 공개 모집에 돌입하자 전국 지자체에서 ‘러브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부지 공개모집에 경기, 인천, 수원, 전남도(해남/순천), 포천, 새만금, 평창 등 각지에서 신청이 밀려들었고, 심지어 반대했던 용인조차 다른 부지를 제안했다. 데이터센터는 일자리 창출 및 관련 IT기업의 투자 유치, 세수 증대 등의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평을 들었다. 실제로 네이버는 최근 “제2 데이터센터 부지 공개 모집에 전국 지자체 및 민간사업자 137곳이 1차 의향서를 냈으며, 접수된 최종제안서는 96개”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제안 부지에 대해 서류 심사 및 현장 실사 등을 거쳐 9월 말까지 우선협상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경주시가 최종 유치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전에서 벌어진 낯뜨거운 님비와 핌피논란이 재연되는 모습에 입맛이 씁쓸해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8-19
1978∼1992년 중국의 최고 실권자였던 등샤오핑은 오늘날 중국의 근대화를 이룬 정치 지도자다.‘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흑묘백묘론을 앞세워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이 잘 살면 그것이 최고라는 사상으로 중국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이다.그의 개방 정책은 오늘날 중국을 G2 국가로 성장시킨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그는 긍정적 지도자로 평가받는다.그러나 그의 개방 정책이 한편으로 중국의 민주화 열기를 끌어들였고, 이를 진압하는 선봉에 그가 섬으로써 그는 긍정과 부정의 평가를 동시에 받는 인물로 남아 있다.그의 개방 정책으로 일어난 중국에서의 민주화 요구는 급기야 천안문 사태로 발전한다.부정부패 척결과 민주화를 요구한 수십만 군중을 향해 등샤오핑은 전차와 장갑차를 동원, 진압에 나선다. 무차별적으로 쏘아 댄 최루탄과 실탄 등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1989년 당시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사망자 200명 정도다.하지만 항간에서는 수천명, 영국정부의 외교문서를 인용한 언론 보도에서는 1만명이 넘는 사람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올해 6월로 중국의 천안문 사태는 발발 30년째가 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중국의 젊은이와 지식인에게 천안문 사건은 잊혀진 과거사일뿐이다.중국 정부가 빠른 경제성장에 집중하면서 중국인 머리에는 천안문 사태는 지워지거나 잘못된 민중 항거정도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공산당인 중국에서의 민주화는 여전히 미완의 숙제라 할 수 있다.송환법으로 촉발된 홍콩의 시위사태가 천안문 사태 30년을 기점으로 더욱 폭발하고 있다.중국 인민군의 홍콩 접경지 집결 등 중국 정부의 대응 움직임도 심상찮아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중국으로 반환된 땅이라 하지만 홍콩의 국제적 위상은 여전히 자본주의 가치 존중과 인권의 보루라는 상징성에 있다.만약 만에 하나라도 무력진압이 진행되면 국제사회의 경제 질서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홍콩경제가 예측불허의 충격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홍콩사태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식을 눈여겨보고 있다. 제2의 천안문 사태가 일어날까 봐서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8-18
‘창과 방패’는 법 지상주의자인 한비자(韓非子)가 유가(儒家)의 덕치주의를 비판한 고사로 유명하다. 초나라 때 한 무기상인이 시장에 창과 방패를 팔러 나왔다. 상인은 먼저 창을 들고 외쳤다. “여기 이 창의 예리함은 천하일품으로 그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어버린다”고 했다. 이어 상인은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 “이 방패는 견고하여 어떤 창이라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지켜본 구경꾼들이 “그러면 예리한 창으로 견고한 그 방패를 찔러보면 어떻겠소”라고 물으니 상인은 서둘러 시장을 떠났다. 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생겨난 고사로 한비자의 난세편에 나오는 이야기다.한 주제를 두고 한 사람이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게 행동할 때 우리는 이율배반적이라 한다. 그리고 일이 생겼을 때마다 왔다갔다하며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사람을 자가당착적 행동자라 표현한다. 편협하고 이기적이며 옳지 못한 행동을 한다는 뜻이다.‘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요즘 많이 유행한다. “남이 바람을 피우면 불륜이고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라는 것이다. “남이 벼락을 맞으면 하늘의 뜻이고 내가 벼락을 맞으면 재수가 없는 것”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마음대로 해석하는 모순적 태도를 꼬집는 표현이다. 지금 우리 정치판이 이런 모순적 상황에 빠져있다. 여야가 현안마다 집단의 이익에만 매달려 협치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사 청문회를 마주할 때는 극과 극으로 대치한다. 언론에서는 이를 ‘창과 방패의 대결’로 비견한다.인사 청문회의 본질인 능력 검증이나 도덕성 검증은 처음부터 뒷전이다. 한쪽은 창을 들고 천하일품이라 떠들고 다른 한쪽은 천하무적의 방패라고 떠드니 국민이 보기에 어이가 없다. 8.9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벌써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미 16명의 장관급 인사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전례로 볼 때 결과는 뻔하다는 관측이다. 청문회 무용론이 고개드는 이유다. 내 기준과 내 이익만 생각하고 세상을 재단하면 모순은 필연적으로 생긴다. 이번 청문회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8-15
‘인서울 대학’은 90년대 유행한 용어다. ‘Universities in Seoul’의 영어 표현에서 따왔다. 서울시 내에 소재한 대학을 총칭하는 말이다.서울 쪽으로 정치와 경제 등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 우스갯소리지만 그 시절에는 서울과의 거리에 따라 지방대학을 다르게 호칭했다.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을 ‘인서울 대학’이라 했고,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수도권에 있는 대학은 ‘서울 약대’라 했다. 서울에서 약간 떨어진 대학이란 뜻이다. 서울에서 그런대로 다닐만한 충청권에 있는 대학은 ‘서울 법대’다. 서울에서 제법 떨어진 대학이란 말이다. 경상도, 전라도와 같이 아예 멀찌감치 떨어진 대학은 ‘서울 상대’다. 서울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대학이란 뜻이다.모든 잣대가 서울 중심이다. 어느 때부터 서울에 소재해야만 우수대학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지방대학은 이미 오래 전부터 퇴조의 길을 걷고 있었다. 과거에는 서울의 몇몇 대학을 빼고는 우수한 대학은 지방에도 골고루 산재해 있었다. 그러나 국가정책의 수도권 집중화로 지금은 지방대학이 설 자리를 잃었다. 벼랑 끝 신세다.외국 어느 나라에도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 현상이다. 미국, 영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 나라마다 지방에도 명문대학이 고르게 분포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여건이라고 하기에는 국가 시책의 잘못이 너무 컸다.서울과 지방으로 극단적으로 갈라진 한국의 대학구조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내년부터는 하위권 대학부터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도 대입가능 자원은 올해보다 4만6천여명이 줄어든 47만9천여명이다. 작년 대입정원 기준보다 1만7천여명이 적다. 대입자원을 40만으로 잡고 지난해 전국 372개 대학의 입학정원을 토대로 학생을 순차적으로 채워간다고 했을 때 하위 180개 대학의 신입생 수는 0명이 된다. 기막힌 현실이다. 지난해 지방대 입시 경쟁률은 수도권 대학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방대학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방도시의 황폐화를 예고하는 현상이나 마찬가지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지방대학을 살릴 묘안이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8-13
디지털디톡스는 세계적으로 디지털중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처방으로 등장한 운동을 말한다. 디톡스(detox)는 인체 유해물질을 해독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디지털 중독 치유를 위해 디지털분야에 적용하는 디톡스요법을 디지털디톡스라 한다. 디지털 단식이라고도 한다. 세계적인 IT회사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도 디지털디톡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슈미트는 2012년 5월20일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를 통해 “인생은 모니터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며 “하루 한시간 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디톡스 운동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체로 다섯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인터넷 휴(休)요일’을 만들거나 한 시간 정도 ‘디지털과의 이별’을 연습하라. 둘째 디지털기기와 단절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뭐하고 시간을 보내나?’하는 생각을 예방하기 위해 생각의 목표를 설정하라. 셋째, 디톡스의 궁극은 침묵에 있기에 꼭 필요한 말외에는 하지 않는 ‘말의 침묵’, 불필요한 행동은 자제하는 ‘표현의 침묵’, 필요한 것에만 관심을 두는 ‘정신의 침묵’, 불같이 화를 내지 않는 ‘열정의 침묵’, 남에 대한 선입견을 품지않는 ‘상상의 침묵’을 시도해보라. 넷째, 디지털디톡스를 결심했다면 다음 날 기상한 순간 무엇을 할 지를 정해두라. 다섯째, 메신저로 수다를 떨고 싶은 욕심이나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마다 공책을 임시보관함 삼아 생각을 적어두라.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하는 디지털디톡스 5계명을 소개했다. 침대로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기, 이메일 계정 로그아웃하기, SNS와 모바일 메신저 알림기능 끄기, 디지털기기 대신 종이책 보기, 온라인 접속시간 측정하기 등 5가지다.디지털중독을 치유하기 위한 디지털디톡스가 디지털을 매개로 전개되고 있다는 자체가 아이러니다. 하지만 그만큼 디지털중독이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름휴가가 한창인 요즘, 하루만이라도 디지털디톡스를 실천해보면 어떨까. 사랑하는 가족들과 더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귀한 처방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8-12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를 낸다. 하나는 계층 간 대립을 해소하는 최고의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계층 간 대립은 정치의 안정을 해치는 불안한 요소다. 그러나 가진 자 특히 귀족층의 용기 있는 양보를 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요즘 부자들의 도네이션 등이 이런 것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국민을 통합하는 힘이다. 기득권층의 솔선수범 정신은 국민을 하나로 묶고 사회적 역량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이런 경우는 고위층의 청렴성과 높은 도덕심이 관건이 된다.지금 우리가 맞이한 정치적 상황은 매우 불안스럽기 짝이 없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핵 도발과 미사일 발사, 한미일 안보공조의 불안감,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등 어느 하나 불안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국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으로 달리는 정치적 대립과 시민사회의 갈등은 설상가상이다.여야 정치인 모두가 좀 잘 풀어갔으면 하는 국민적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우리의 지도층이 지금쯤 꼭 새겨야 할 정신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떠올려 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와 권력을 가진 계층의 희생과 봉사의 정신이다.프랑스의 작은 항구도시 칼레시의 시민정신은 아직도 많은 후손에게 회자되는 교훈의 장이다. 영국 정부가 전쟁에서 이기고 모든 칼레 시민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그동안 저항한 죄를 물어 6명의 대표를 처형키로 결정했다. 누가 단두대에 오를 6명의 대표가 되어야 하는 문제를 두고 칼레시는 갑론을박을 벌인다. 그 때 도시 최고의 부호가 가장 먼저 목숨을 내놓기로 자청한다. 그러자 곧 칼레시의 시장과 고위 관료들이 줄지어 목숨을 내놓기를 자청하면서 칼레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도시가 된다.우리의 정치인 및 고위 관료가 이런 상황에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역사적 교훈을 백번 익혀도 한번 실천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청와대가 2기 장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는 또 어떤 검증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한국은 지금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필요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8-11
충북 청주시에 있는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은 전국 최초로 아파트 단지 안에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4천900가구가 들어선 택지개발지구내에 생태공원이 조성된 것 자체부터가 이색적이다. 이렇게 조성되기에는 자연을 보존해야겠다는 이곳 주민들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2003년의 일이다. 토지공사가 산남지구 택지개발공사를 시작하기 전 인근 구룡산에서 동면하던 두꺼비 수만 마리가 알을 낳기 위해 방죽으로 들어가던 모습이 주민들에 의해 포착됐다. 이곳이 두꺼비의 집단 산란지임이 알려지게 되었고,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업무방해와 환경평가 소홀 등으로 서로 맞고소를 하던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 이곳에 두꺼비 생태공원이 지어진다.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은 이처럼 시민의 뭉쳐진 힘으로 만들어졌다. 자연을 보존하겠다는 주민들의 뜻이 모아지면서 만들어진 생태공원은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를 받았다.33만평 규모 아파트 단지를 끼고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만들어진 이곳 두꺼비 생태공원은 전국 최고의 두꺼비 생태공원으로 지금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자연생태 학습장으로서도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전국 최대 규모 두꺼비 산란지로 알려진 대구 수성구 망월지가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해마다 수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알을 낳고 이동하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선사했던 이곳은 주변의 개발과 지주들의 연이은 용도폐지 신청으로 어쩌면 못의 일부가 메워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있다. 사유권 행사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막무가내로 자연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을 방치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2007년 새끼 두꺼비 300만 마리가 이동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이곳은 도심 속 자연생태공원이라는 별명으로 전국적 유명세를 탔다.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처럼 개발할 수야 없겠으나 생태적 가치를 살리는 행정당국의 관심과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20년간 양서류의 급격한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망월지 위기에 대한 해법이 있어야 할 이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8-08
환율전쟁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목적으로 외환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자국의 통화를 가급적 약세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자국 통화가치 하락(평가절하·devaluation)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총성 없는 경제전쟁’이다.수출 증가와 자국 내 일자리 확보를 겨냥한 환율전쟁은 △1930년 대공황을 촉발한 1차 환율전쟁(1921~36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된 2차 환율전쟁(1967~87년) △2010년 이후 현재의 3차 환율전쟁 등 크게 세차례가 있었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내수 확대와 수출 증대를 통해 경기 회복을 도모했지만 곧 한계점에 다다랐다. 이에 따라 수출 확대를 위해 자국의 통화를 약세로 유지. 수출제품의 해외 가격이 낮아짐으로써 매출 증가를 꾀했다. 따라서 환율전쟁은 일종의 근린궁핍화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라고 볼 수 있다.환율은 무역에서 큰 파급효과를 갖는다. 예를 들면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붙이면 미국에서 중국 물건이 비싸지게 된다. 그러면 전에는 값싼 중국산을 살 수 있었던 미국인 소비자나 기업은 손해를 보지만 중국입장에서도 미국에서 제품을 팔기가 힘들어진다. 이때 중국 돈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이 중국 제품에 붙인 관세가 힘을 잃게된다. 즉, 어제까지 1달러로 6위안 어치밖에 못 샀는데 오늘부터 7위안어치를 살 수 있다면 관세를 1위안 붙인다고 해도 미국인 입장에서 어제랑 가격이 똑같기 때문이다.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다가 결국 환율전쟁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중국을‘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위안/달러 환율이 이른바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선(포치·破七)을 돌파한 데 따른 것이다.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처음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와 긴밀한 관계인 두 강대국의 환율전쟁 파급효과만 생각해도 걱정이 한 짐인 데, 정부여당은 수출규제조치에 나선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니 이래저래 걱정만 늘어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