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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외로운 섬 독도

독도(獨島)는 한자 뜻으로 풀면 외로운 섬이다. 우리나라 동쪽 끝의 섬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km 떨어진 홀로 섬이니 외로운 섬이 맞다. 그러나 독도의 독은 홀로 독(獨)이라는 한문 표기와 상관없이 한자의 소리를 빌려 쓴 글자라 한다. 본래 뜻은 돌(石)의 서남지방 방언인 독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돌섬이라는 말이다. 바둑의 옛말이 바독인 것으로 미뤄보아 독은 돌의 고어형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최근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커지자 독도를 찾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 9월 현재 독도 땅을 밟은 관광객은 20만명을 넘었다. 독도 관광객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라 한다. 독도 관광객은 한일관계가 경색을 보일 때마다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무역 도발이 시작된 이후 독도 관광객이 늘어난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일본은 우리의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억지 주장을 한다. 시네마현 오키군에 딸린 다케시마 섬으로 한국이 강제 점령했다는 주장이다. 우리 정부는 분쟁거리조차 안 된다며 일축한다.얼마 전 정부는 관공서 및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사용된 독도와 동해의 오류표기를 긴급 수정하라 지시했다. 일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경고도 보냈다. 독도가 우리 땅인데 대한 공공기관의 엄중한 인식을 촉구한 조치다. 그러나 독도를 바로 알리고 지키기 위한 정부의 예산은 거꾸로 가고 있다. 경북도가 신청한 독도관련 13건(323억원) 예산 가운데 겨우 6건(65억원)만 내년도 국가 예산안에 반영됐다는 소식이다. 독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수호의지는 오간데 없는 모습이다. 독도의 실효적 지배는 예산 수반이 필수다. 독도를 외로운 섬으로 그냥 방치하겠단 것인지 정부 속을 알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0-29

애슬레저(Athleisure)

애슬레저(Athleisure)는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를 합친 스포츠웨어 용어로, 날씨가 추워질수록 운동하기에 적합하면서도 일상복으로 입기에도 편안한 옷차림을 가리킨다. 즉,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가벼운 스포츠웨어를 이르는 말로, 기온이 낮아지면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성 소재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애슬레저 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애슬레저의 유래는 1980년대 건강 스포츠가 붐이 일어났을때 생긴 말이다. 이같은 패션이 유행하게 된 데는 스포츠의 흥미로부터 일반인들도 스포츠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여 손쉽게 레저와 같은 즐거움을 맛보자는 경향때문이라고 한다. 시대에 따라 즐기는 스포츠의 유행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배드민턴, 테니스, 조깅, 에어로빅, 볼링, 골프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애슬레져 룩을 가장 쉽게 연출하는 방법은 하의를 스포츠웨어로 선택하는 것이다. 예컨대 조거 팬츠는 조깅하는 사람을 뜻하는 조거(jogger)와 바지를 뜻하는 팬츠(pants)의 합성어로 발목 부분을 리브(lib)로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레깅스, 테니스 스커트 등을 하의로 활용하면 간단하게 애슬레져 룩을 완성할 수 있다.의류업계에서는 운동복과 일상복을 구분하지 않는 분위기에 힘입어 애슬레저 상품군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신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애슬레저 상품군 중 ‘레깅스’수요가 특히 높다. 캐시미어 레깅스와 에어코튼 기모 레깅스 등 보온성을 높이는 레깅스가 인기를 끌었다. 추워진 날씨에 근육이 수축하기 때문에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따뜻한 날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 애슬레저 룩을 즐겨보면 어떨까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28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

중국 당나라 때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한유는 자식 교육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많았다. 자식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시를 지어 보냈는데 그 문장 속에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등화가친은 등불을 가까이 하여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는 말로 보통 가을을 이른다. 가을이 되면 날씨가 서늘해지고 하늘이 맑고 풍성한 수확이 기다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계절이다. 공부하기 더 없이 좋아지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흔히 책을 마음의 양식이라 한다. 책을 통해 사고의 힘을 키우고 세상을 알게 하는 지식을 배운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이에게는 신체의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이 필요하듯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위한 독서는 매우 유익하다.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이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책을 가까이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했던 현대인에게 독서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호기가 된다. 우리 국민의 독서율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진다. 2017년 기준 독서율은 74.4%(전자책과 만화 포함)다. 스웨덴 85.7%, 핀란드 83.4%보다 크게 떨어진다. 연간 독서시간도 성인 기준으로 23분에 불과하다. 불행하게도 국민적 독서율이 갈수록 떨어져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이번 가을에는 등화가친의 의미를 새롭게 한번 되새겨보길 권한다. 책은 삶의 지혜를 밝히는 등불이라 했다. 독서는 우리에게 정보도 주지만 논리적 사고를 가르치고 합리와 비합리를 구분하는 지적 능력을 키워준다. 복잡한 세상이다. 가치의 중심이 이동해 판단키 어려울 때도 많다.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하는 지혜가 갈망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번 가을에는 한 권의 책이라도 읽어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19-10-27

분양가상한제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일정 가격 이하로 낮추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새 아파트의 분양가는 택지비(땅값)와 건축비로 결정되는데, 이것을 일정 가격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땅값은 분양가의 70% 가량을 차지하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시세의 65% 수준인 표준지공시지가가 적용돼 땅값이 싸져서 분양가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분양가의 70%를 차지하는 땅값이 시세의 2/3 수준으로 떨어지니 분양가가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표준형 건축비가 적용돼 거품이 빠져서 분양가가 더욱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아파트 분양가가 떨어지면 기존에 인근 주택가격도 내려가게 돼 무주택 서민들이 쉽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부동산가격 정책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부동산 경기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가장 최근에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시행하다가 2015년부터 민간에 대해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고, 공공택지에 대해서만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해왔다.민간주택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과천시, 광명시, 하남시를 비롯해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 등 전국 31곳에 적용된다. 부동산 가격 폭주를 막겠다는 정부 정책의 의도, 방향성은 좋지만 효과는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단기적 효과는 있으나 인위적 가격조절로 공급량이 떨어져 역효과가 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의 득실이 궁금할 따름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23

맹탕 국감

국회의원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일 년에 한번 열리는 국정감사다. 국감을 통해 국회의원은 자신의 권한을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도 확실하게 확인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보좌관도 마찬가지다. 각 부처와 산하기관의 문제점을 찾아내 자신이 모시고 있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돋보이게 하여야만 능력 있는 보좌관으로 인정된다. 잘만 하면 스카우트도 가능하다.국정감사는 국회가 전 행정부서가 한 일을 감사하고 감독하는 일이다. 특히 야당 국회의원은 국정감사를 잘해야 유권자로부터 칭찬받고 다음 선거에서도 유리하다. 유권자의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선 국감장에 톡톡 튀는 소품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국감에서 김진태 의원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떡볶이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정감사를 잘하기란 쉽지가 않다. 300명 가까운 국회의원이 20여일 동안 800여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을 감사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끌만한 일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다.올 20대 국회 국감은 이런 측면에서 성과가 별로 없다. 맹탕 국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국 사태로 각 상임위별 국감이 조국 장관 문제에만 매달리다 보니 민생과 정책국감이 실종됐다는 평가다.지난해 경우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나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특혜 등이 국감의 핫이슈로 다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국사태가 올 국감의 이슈를 삼켜 버렸다. 덕분에 각 부처 공무원들은 모처럼 편안한 국감을 치렀다며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국정감사가 조국 사태에 가려지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그만큼 묵살되고 만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22

모바일 증명시대

머지않은 시일내에 종이 없이 모바일로 각종 증명서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증명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이 가능하게 된 것은 데이터를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 기술을 활용한 증명서 발급 애플리케이션(앱)이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코스콤 등 7개사는 컨소시엄으로 개발을 추진해 온 모바일 전자증명 서비스 이름을 ‘이니셜’로 확정하고 연내 정식 출시한다고 최근 밝혔다.이니셜 컨소시엄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금융 기업의 강점을 융합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자증명 서비스를 빠르게 사업화하는 게 목표다. 기본적인 이용 방식은 이니셜 앱 안에서 발급ㆍ제출을 원하는 기관의 증명서를 선택하는 것이다. 각 기관의 웹 페이지에서 제공되는 QR코드를 이니셜 앱으로 인식하면 증명서가 발급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구현한다. 우선 전국 6개 대학교의 제증명(졸업, 재학, 성적 증명 등) 발급 사이트와 연동해 자격 증명을 발급하거나 제출할 수 있는데, 이니셜을 통해 모교에서 한 번 발급받은 증명서는 기업 채용에 지원할 때 중복으로 제출할 수 있어 여러 번 내려받을 필요가 없다. 토익 성적표 발급이나 옥션에서 예술작품의 구매확인서를 취득하는 과정도 이니셜 앱 안에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앞으로 이니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관이 늘어나면 가능한 서비스들도 더 많아진다. 개인 대출에 필요한 기업 재직증명서,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등 자격 검증 서류도 간편하게 제출할 수 있게 된다. 실손보험금 청구 때 진료비 영수증 제출 과정을 간소화하는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21

황당무계한 북한

얼마전 백마 타고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의 모습을 세계 언론이 관심 있게 다뤘다고 한다. 백마 탄 김 위원장의 백두산 정상등정을 정치적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조만간에 북한에서 중대한 정치적 시도가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다. 북한에서 백마는 백두혈통의 상징이란 점을 안다면 김정은의 백두산 방문이 다분히 의도된 정치 게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백두혈통이란 김일성 직계가족을 일컫는 말이다. 김씨 일가로 이어지는 세습 통치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상징적 선전물이다. 실제로 북한 곳곳에는 백마 탄 김씨 일가의 그림이 많이 전시돼 있다.세계 언론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김 위원장이 과거에도 중대 결심에 앞서 백두산을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방문도 이런 점에서 곧 중대한 결정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의 눈에는 허무맹랑한 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국의 지도자가 첫눈 내리는 날에 맞춰 백마 타고 백두산에 올라간다는 사실이 넌센스처럼 보인다. 방문 날짜도 알 수 없고 취재기자 동행도 없었던 백마 탄 사진만 두고 중대 메시지 운운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더 황당한 일은 김 위원장의 백마 탄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기 직전 북한에서 있은 남북 간 축구경기다. 축구 사상 초유의 무관중, 무중계 상태가 벌어진 것이다. 29년 만에 성사된 남북 축구경기를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었으니 이야 말로 황당무계하다. 축구경기는 욕설과 폭행이 난무해 전쟁을 방불케 했다 한다. 손흥민 선수는 “다치지 않고 돌아 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 설명했다. 한국의 평화적 제스처에도 미사일 발사만 연발하는 북한의 일탈된 행동과 축구경기에서 보여준 그들의 태도가 북한의 진면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20

입단속

‘신상구(愼桑龜)’라는 말 속에는 전해오는 고사가 있어 소개한다.옛날 효자로 소문난 젊은이가 목숨이 경각에 달한 아버지의 병 구완을 위해 오래 산 거북이가 영험하다는 말을 듣고 거북이 잡이에 나섰다. 한달쯤 됐을 때 천년은 됨직한 거북이를 잡았다. 젊은이는 집으로 오던 중 뽕나무 아래서 잠깐 쉬면서 잠이 들었다. 이때 잠결에 거북이와 뽕나무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거북이가 먼저 말했다. “나는 영험해서 나를 솥에 넣어 끓여도 죽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거북이 말을 들은 뽕나무가 가당치 않다는 듯 말했다. “너무 큰소리치지 말게 자네가 아무리 신기한 거북이라도 뽕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워 끓인다면 당장 죽는다네”라고 했다. 효자 젊은이는 집으로 돌아와 거북이를 가마솥에 넣고 삶았으나 정말로 거북이가 죽지 않았다. 이때 뽕나무 아래서 들었던 말이 기억나 뽕나무를 잘라와 불을 때자 거북이는 금방 죽고 만다. 거북이 덕분에 아버지의 병은 말끔히 낫게 된다.우리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했다. 거북이의 만용과 뽕나무의 교만이 없었다면 거북이도 살고 뽕나무도 온전했을 것이라는 일화다. 입 조심하라는 교훈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감는다고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남을 헐뜯고 비방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찰한다고 한다.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독설과 막말이 오가며 상대에게 많은 상처도 입힌다. 그러고도 반성은 커녕 독설을 자랑하는 잘못된 세태다.유튜브 방송으로 논란을 일으킨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출연진의 성희롱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다는 소식이다. 유 이사장의 사과에도 당사자의 반발은 여전히 거센 모양이다. 입 단속하는 지혜부터 배워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0-17

오픈뱅킹 시대

오픈뱅킹은 제3자에게 은행 계좌 등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지급결제 기능을 개방하는 공동결제시스템이다. 한마디로 은행의 금융결제망을 핀테크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출금이나 이체를 할 수 있으며, 핀테크 사업자들도 개별 은행과 제휴를 맺을 필요 없이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은행권은 이달 30일부터 오픈뱅킹 시범 운영을 시작하게 돼 오픈뱅킹 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후 12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기존에는 A은행 계좌를 조회하려면 반드시 A은행 앱을 사용해야 했지만 오픈뱅킹서비스가 도입되면 B은행, C은행 앱이나 핀테크 앱에서도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할 수 있고, 이체도 할 수 있게 된다. 즉 한 앱에서 모든 은행 계좌 업무 처리가 가능해진다. 오픈뱅킹에 제공되는 서비스는 모든 은행 계좌의 잔액조회와 거래내역 조회, 계좌실명조회, 송금인 정보 조회가 가능하다. 또 이용기관의 지급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수취인 계좌로 입금 가능하며, 출금에 동의한 고객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이용기관 계좌로 집금도 가능하다.오픈뱅킹에는 모든 핀테크 결제사업자와 은행이 참여하게 된다. 참가은행은 산업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제일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 수협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18개사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범 실시 전 내부 개발 및 전산테스트를 거쳐 제공기관으로 참가한다.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보수적인 은행들도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16

노벨상 유감

10월은 노벨상 시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상자가 발표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노벨상을 받는 나라와 개인이 이맘때쯤이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시작한 이 상은 올해로 벌써 118년째다. 그러면서 그 권위는 여전히 세계 최고다. 특히 과학분야의 수상자는 그 나라의 과학문명 발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눈길을 끈다.역대 노벨상 수상자를 출신지별로 보면 미국이 가장 많다. 특히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미국 국적 보유자가 271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영국 14%, 독일 11%, 프랑스 5.5%다. 아시아에서는 24명을 배출한 일본이 최다 기록 보유국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별로 보아도 미국이 단연 뛰어나다. 1위에서 8위까지 모두가 미국 소재 대학이 차지하고 있다. 가장 많이 배출한 1위 대학은 스탠퍼드 대학이다. 실리콘밸리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교육 및 연구에서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구글이나 야후 등의 창립자가 이 학교 출신이다.무역전쟁으로 우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일본은 올해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화학상)를 배출했다. 작년에 이어 연속 수상의 영광도 안았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가며 노벨상 수상자 탄생을 고대하던 우리의 처지가 갑자기 초라해진다. 특히 올해 화학상을 수상한 일본인 요시노 아키라씨가 리튬이온 전지업체 샐러리맨 출신이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일본의 연구 문화가 우리와 다름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한국적 조급함으로 노벨상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15

스니커테크

스니커테크는 한정판 운동화를 가리키는 스니커와 재테크의 테크가 합쳐진 신조어로, 한정판 운동화를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한때 고가의 명품백을 되팔아 재테크하는 것을 샤테크(샤넬+재테크)라 불렀다면 이제는 운동화에 투자하는 스니커테크가 대세라고 한다.실제 얼마전 서울 마포구 나이키 조던 홍대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그날 발매하는 ‘에어 조던 6 트래비스 스콧’의 드로우(Draw·제비뽑기)에 참여하려는 인파가 몰려서다. 드로우란 추첨을 통해 신발을 구매할 권리는 주는 것으로, 한정판 운동화 판매 방식으로 쓰인다.나이키는 이날 1만 개의 응모권을 발행했고, 총 656명에게 운동화를 살 기회를 줬다고 한다. 판매된 운동화 가격은 30만 9천 원이었지만, 출시 사흘 만에 이 운동화 가격은 중고거래 사이트 등지에서 140~18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시 3일 만에 가격이 6배나 오른 것이다. 180만원에 판다면 수익률은 482%. 운동화 구매권 응모에 사람들이 몰린 이유다.젊은이들의 이런 운동화 재판매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한 투자은행은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60억 달러, 우리 돈 7조 1천600억여 원 규모의 스니커즈 재판매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했다.인기가 높은 신발은 당첨만 되면 리셀(Resell·재판매)로 2~3배의 수익을 낼 수 있고, 수수료도 세금도 낼 필요가 없으니 이만한 투자처가 없다. 만약 팔리지 않아 수익을 내지 못한다 해도 큰 문제는 없다. 신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한정판 운동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 높아진다니 변화하는 세태가 어지러울 따름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14

인사가 망사(亡事)

인재 등용을 얘기할 때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일화가 자주 인용 되는 것을 본다. 신입사원 면접 때 자신이 직접 참석할 뿐 아니라 관상가를 모셔놓고 면접을 보는 독특한 스타일 때문이다. 이 회장 자신도 평소 관상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고 전한다. 사람을 잘 뽑아야 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내 일생의 80%를 인재를 모으고 교육시키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할 만큼 삼성의 발전은 유능한 인재에 있었음을 강조했다.삼국지에 등장하는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인재를 알아본 영웅의 일화다. 촉한의 유비는 오두막집에 기거하는 제갈량을 세 번이나 찾아가 간청한다. 제갈량의 지혜와 재능으로 유비는 정치적 포부를 이루는데 인재 영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치는 교훈이다. 세종대왕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조선 최고의 융성함을 누렸던 것도 인재등용 정책 덕분이다. 조선시대 최고 발명가인 장영실은 본래 노비 출신이었으나 세종대왕에 의해 발탁된다. 세종은 그를 중국으로 유학보내 공부를 하게함으로써 그를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로 키웠다.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사람을 잘 뽑아 적재적소에 앉히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단체든 기업이든 국가든 인재를 잘 등용해야 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가 입증했다. 따지고 보면 세상사 모든 것은 사람의 손끝에 달렸다. 인사가 만사라는 인재 등용의 진리는 고금동서를 관통한다.조국사태가 두 달째 소용돌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 걱정이 온통 나라를 덮는다. 대통령의 인사 하나로 끝날 문제가 이 지경에 왔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된 꼴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0-13

임산부의 날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인구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0명대에 진입했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여성(15∼49세)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다. 0명대라는 것은 한 명의 여성이 1명의 자녀도 갖지 못할 것이란 뜻이다. 일반적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이대로 가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여기서 비롯됐다.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출산 장려를 위해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돌아온 결과는 합계출산율 0명이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1명으로 집계돼 한해동안 태어날 아이가 이제 30만명도 안될 것 같다는 우려다. 2년 전 우리는 한해 출생아수 40만명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불과 2년 만에 30만명선이 또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다.요즘을 욜로(YOLO)시대라 부른다. 인생은 한번뿐이니 후회없이 이 순간을 즐기자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부딪힌 젊은이가 저축 대신 소비를 선택하는 경향을 꼬집어 한 표현이다. 저출산의 근본적 이유도 시대의 흐름이나 배경에 기인한다. 청년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에게 출산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출산보다 자기 자신의 생존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극복 정책이 어려운 것은 이처럼 사회적 복합 요인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출산 증가국은 출산과 육아, 보육 등을 동시에 책임지는 정책을 펴고 있다. 어제는 임산부의 날이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임산부 보호를 위한 사회적 배려가 왜 필요한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10

이사철 집수선 상식

이사철 전·월세집을 들고날때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이 많다. 특히 집수선과 관련, 전세는 세입자가, 월세는 집주인이 수리하면 된다고 알고 있다. 다만 주요 시설물에 대한 수리는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나 전세의 경우 대부분 세입자가 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현행법과 판례에 따르면 월세와 전세의 수리 비용 부담에는 차이가 없다.민법 623조 ‘임대인의 의무’에 따르면 임대인(집주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세입자의 경우 민법 374조에 따라 임차한 물건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해야 하며, 민법 615조에 의거 원상 회복의 의무를 진다. 따라서 주요 설비에 대한 노후나 불량으로 수선, 기본적인 설비 교체, 천장 누수, 보일러 하자, 수도관 누수, 계량기 고장, 창문 파손, 전기시설 하자 등은 집주인에게 수리 의무가 있다.반면 임차인(세입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파손, 간단한 수선, 소모품 교체, 집을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는 수리(형광등, 샤워기 헤드, 도어록 건전지 교체 등) 등은 직접 부담한다.통상적으로 임대차계약기간인 2년을 채웠을 때 집주인이 이사를 가라고 하지 않는 한 자동연장, 즉 묵시적 갱신이 이뤄진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2항에 따르면 묵시적 갱신이 되면 언제든지 세입자는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으며 묵시적 갱신에 따른 해지는 그 통지를 받은 날로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판례에 따르면 약정한 계약 기간 중 3개월을 남기고 나갈 경우 중개보수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므로 세입자는 최소 3개월의 여유를 두고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 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09

실손의료보험의 함정

의료보험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의료비를 제외하고 병·의원 및 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최대 90%까지 보상하는 보험으로,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 주는 건강보험을 말한다.즉 아프거나 다쳐서 병원 치료를 받았을 때,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의해 발생한 의료비 중 환자 본인이 지출한 의료비를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보장하는 보험이다. 이같은 실손보험은 나이가 들수록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 보험료가 올라가고, 유병자의 경우 보장내역이 줄어 효율적인 보험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건강할 때 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특히 실손의료보험은 ‘비례보상 상품’이어서 중복가입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의료비 비례보상’은 부당이득의 문제점과 불필요한 장기입원 및 과잉진료행위 등 사회적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피보험자가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 발생하는 의료비에 대해 다수 상품에 중복가입 하더라도 피보험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 이상은 보상되지 않고 피보험자가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사간 비례분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甲이 1천만원을 한도로 의료비를 보장하는 A보험과 B보험 두개의 상품에 가입하고 병원비를 100만원 부담한 경우 두개의 보험사로부터 각각 100만원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A보험과 B보험 각각에서 50만원씩 지급받게 된다.따라서 신용정보원 홈페이지나 인슈어테크 전문기업에서 내놓은 통합보험관리앱 등을 활용해 보험가입 내역을 조회, 보험료만 이중으로 납부하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07

몬스터 DNA

화성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DNA 검사다. 수사 과학화의 힘이 범죄 검거율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준 모범 사례의 하나다. 첨단과학이 발달하고 인구가 늘면서 범죄도 지능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화성사건은 당시의 검증 기술로는 풀 수 없었던 것이 과학적 기법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30여 년 전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아내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과학수사의 혁명이라 할만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수사의 과학화가 진전되면서 그동안 풀지 못했던 강력범죄의 미스테리가 다시 풀릴까 하는 기대감이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등 현재 밝혀내지 못한 강력 미제사건은 제법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다. NCIS(미 해군범죄수사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드라마에서 지능범죄를 소탕하는 과학수사팀의 활약을 조금은 이해하고 있으나 정말로 과학수사가 범죄의 증가율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올 5월 비무장 지대내 화살고지에서 발견된 군인 유해의 신원이 DNA 검사를 통해 밝혀진바 있다. 비록 60여 년의 세월이 지났으나 다행히 유족의 한을 푸는 데 작게나마 일조한 것은 과학의 힘 때문이다. 사람 몸은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DNA는 세포마다 존재한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의 DNA는 서로 다르고 돌연변이가 없는 한 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DNA가 유전자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과학의 힘이 질병의 예측과 치료는 물론 범죄 예방으로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할 뿐이다. 화성사건을 계기로 과학수사의 맹활약으로 범죄가 줄어든 세상이 온다면 모두가 반길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0-06

한국의 군사력

항공전문매체 ‘플라이트 글로벌’은 미국이 전 세계에 운용되는 군용기 5만3천대 가운데 25%인 1만3천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2위인 러시아 4천78대, 3위 중국 3천187대와 비교하면 압도적 격차다.군사력이란 한 국가가 가진 병력 등 전장에 투입되는 무기와 정보능력, 군수지원이 가능한 경제력, 외교력 등 전쟁 수행이 가능한 능력을 종합평가한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막대한 예산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불변의 1위다.2019년 미국 GFP(Global Force Power) 발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군사력은 미국 1위, 러시아 2위, 중국 3위다.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7위다. 북한은 18위로 평가됐다.발표대로라면 한국의 군사력도 꽤 높다. 북한과 비교해서도 월등하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보다 나을지는 미심쩍은 데가 있다. 북한 핵무기 보유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할 일이 아니다. 또 북한의 경제력이 허약하다고 군사력을 저평가했다면 그것도 잘못 짚은 것이다. 북한은 경제력에 비해 전투 능력이나 도발의지가 세계 최강이다. 일부에선 북한은 핵무기를 포함하면 군사력이 중국에 이어 4위라는 평가다.올 국군의 날을 맞아 국방부는 북한이 가장 걸끄럽게 여기는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처음 공개했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평양 상공에 접근해 김정은위원장이 사는 주석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북한은 11번째 탄도 미사일을 쐈다. 스텔스기 공개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국군의 날을 보내며 우리 군의 군사력이 새삼 궁금하다. 군사력만 믿다가 큰 코 다치는 건 아닌지 걱정도 있다. 허술해진 안보의식부터 다잡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03

증오를 씻은 한마디 말

사기를 당해 재산을 날린 남자가 있습니다. 회삿돈을 가로채 부도를 일으킨 원수 같은 놈이 밤마다 꿈에 나타납니다. 결국, 노숙자로 전락합니다. 하도 배가 고파 화장실에서 물로 배를 채우는 일도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용산역 출구로 나가 배회하다가 뒷골목 국숫집 하나를 발견하지요. “여기 국수 곱빼기!” 호기롭게 주문합니다.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이 남자는 국수를 폭풍 흡입합니다. 할머니는 이 남자가 한 그릇을 비우기 무섭게 그릇을 뺏어 가더니 한 그릇을 더 퍼옵니다. “천천히 드시우. 체할라….” 며칠을 굶은 뱃속이 이제서야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할머니! 여기 한 그릇만 더요!” 세 그릇을 다 비운 남자는 잠깐 할머니가 주방에 들어간 사이 냅다 도망을 칩니다. 할머니가 남자 등 뒤에 대고 크게 외칩니다. “그냥 가! 뛰지 말고. 넘어지면 다쳐!! 천천히 가!!”남자는 한참을 달린 후 숨을 헐떡이며 멈춰 섭니다. 눈물이 한없이 터져 흐릅니다. 울화와 비통함, 분노가 흐르는 눈물에 씻겨 내립니다.15년이 흐릅니다. 할머니 국숫집이 모 방송국에 맛집으로 방송을 탄 후 전화 한 통이 울립니다. 중남미 파라과이에서 한 중년 남자가 국제전화를 한 겁니다. 남자는 TV를 보면서, 그 할머니가 15년 전 노숙자였던 그에게 국수를 세 그릇이나 먹이고 도망치던 자신에게 따스하게 용서의 말을 던져주었던 바로 그 할머니였음을 깨닫습니다. 할머니의 한 마디가 자신을 살렸노라, 방송국 PD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다음에 귀국하면 꼭 할머니를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고 다짐하면서요.그는 할머니의 한 마디에 세상에 대한 증오를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 이역만리 파라과이에서 새로 사업을 일으켜 큰 성공을 일구었다고 하지요.(계속)/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0-01

무항산(無恒産)

무항산은 일정한 재산이나 생업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맹자 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먹고사는 문제가 안정돼야 정치를 우러러 본다”고 한 것이다. 정치를 잘한다는 것은 백성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뜻이다.맹자는 무항산을 통해 무항심(無恒心)을 가르쳤다.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는 것이다. 무항심 상태가 되면 “방탕, 괴벽, 부정, 탈선 등 모든 악을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속담에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안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다.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죄를 지어 포도청에 잡혀가게 된다는 말이다. 먹고살기 위해선 해선 안 될 일도 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를 뜻한다.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빌 글린턴은 경제 문제를 꼬집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란 캐치프레이즈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이기고 42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선거에서도 경제 문제는 국민에게 가장 호소력 있는 이슈란 것이 확인된 사례다.사실 국민에게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경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경제적으로 윤택하다면 누가 정치를 해도 별로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이다. 백성에겐 으뜸의 가치로 인식되는 우리나라 경제가 극도로 혼란한 정치적 게임 때문에 내팽개쳐진 느낌이다. 경제계가 우리의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가고 있으나 정부여당은 우이독경식으로 듣는 모양이다. 이러다가 정말 한국의 경제는 폭망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맹자의 무항산의 교훈을 되돌아 볼 시간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01

가을산행의 복병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드는 계절, 등산에 나서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산에는 자칫하면 다치거나 건강에 해로울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산에서 만나는 버섯은 아예 손을 안 대는 게 좋다. 식용 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개나리광대버섯, 화경버섯 등은 맹독을 갖고 있다. 성묘하다 보면 뱀과 마주칠 수 있는데 독사에 물리면 뛰지말고 상처를 묶어 혈액 순환을 억제한 뒤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벌초를 하다 만나는 말벌도 위험하다. 말벌은 화려한 색상보다 어두운 색상에 공격성을 보이는 만큼 옷차림에 유의하고 말벌집을 건드렸을 경우 뒷머리를 감싸고 반경 15m를 빨리 벗어나는 게 좋다.꽃가루가 날리는 식물도 주의해야 한다. 보통 꽃가루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은 대개 봄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름이 지난 뒤 날씨가 선선해지는 9월과 10월에 알레르기를 본격적으로 유발하는 식물도 있다. 대표적인 게 환삼덩굴이다. 잎이 쑥잎과 비슷한 돼지풀도 꽃가루의 주범이다. 단풍잎돼지풀도 강한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풀이 가득한 숲속을 헤치고 가는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게 바람직하고,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 숲속 습한 곳에서 자라는 쐐기풀류도 주의해야 한다. 몸 전체에 돋아난 작은 가시털이 문제인데, 무심코 만졌다간 피부에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가시털에 독성 물질 ‘포름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연하게라도 스치지 않도록 긴 소매옷을 입는 게 상책이다.태풍에 때이르게 낙과한 밤송이도 주의해야 한다. 등산이나 나들이 때 무심코 앉거나 손을 짚었다 밤가시에 찔리면 피부 표면에 있던 포도상구균이나 사슬알균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을 산, 운치는 좋지만 다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