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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식견(食犬) 문화

여름철이면 보신용으로 각광받았던 보신탕 먹기가 시들하다. 보신탕은 원래 개고기를 넣어 끓였다하여 개장국으로 불렸으나 혐오식품으로 눈총을 받기 시작하자 보신, 보양, 영양탕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 개고기를 파는 보신탕집은 이제 어림잡아 봐도 절반 이상은 없어졌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고기를 찾는 사람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다. 물론 반려견 1천만 마리 시대에 역행하는 음식문화란 점에서 식견문화의 퇴조는 예견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보신탕은 조선시대 평민들이 즐겨 먹던 고기였다고 한다.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했던 시절 서민이 몸을 보신하기 위해 개고기로 요리한 개장국은 보양 음식으로서는 최고였다. 특히 체력 소모가 많았던 여름철이면 개고기를 잡아먹는 풍속이 있었다. 삼복날 보신탕집을 찾아가는 것은 이런 풍속에서 유래한 것이다.한자어로 개는 두 가지가 있다. 견(犬)과 구(狗)다. 견은 개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 구는 글자 왼편에 있는 개사슴록 변에 (句)라는 발음이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다. 같은 개를 뜻하지만 쓰임새는 많이 다르다. 견은 긍정적일 때 사용된다. 충견(忠犬), 애완견(愛玩犬) 그리고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미의 견마지로(犬馬之勞) 등에서 알 수 있다. 반면에 구는 주구(走狗)와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 ‘교활한 토끼를 잡고나면 충실했던 사냥개가 쓸모없게 돼 잡아 먹는다’는 뜻의 토사구팽(兎死狗烹) 등에 사용된다. 특히 먹는다는 말을 할 때는 구탕이나 양두구육처럼 구가 들어간다.오는 12일은 초복(初伏) 날이다.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가 시작된다는 날이다. 우리의 조상은 삼복에는 복달임이라 하여 이 날은 몸을 보하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곳을 찾아가 더위를 이겨내곤 했다고 한다. 복날의 복(伏)자는 사람이 개 옆에 있는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더운 날에는 개처럼 엎드려 더위를 피하라는 뜻인지 알 수 없으나 복날과 개는 상관관계가 꽤 깊어 보인다. 그러나 개고기를 먹는 식견(食犬) 문화도 이젠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든다.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가 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07

청송군과 ‘지오 투어리즘’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면서 관광도 분야별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일부 유명 관광지는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바람에 관광혐오증(투어리즘 포비아)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인구 5만 명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는 연간 2천5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소음, 물가, 쓰레기 등의 문제가 야기돼 주민들이 관광객 유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이를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이라고도 부른다.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현장을 둘러보는 여행으로 비극적 역사를 교훈으로 삼는 관광이다. 지오 투어리즘은 지형 지질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으로 지형 지질을 뜻하는 Geo와 관광의 Tourism이 결합한 용어다. 관광객에게는 지형 지질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장을 제공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농촌 체류형 관광으로 그린 투어리즘이란 표현도 생겨났다.청송군이 최근 국가지질공원으로 재인증받았다. 국가지질공원은 지질학적 중요성뿐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지역을 국가가 인증해 주는 제도다.이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보존가치가 높고 교육 및 관광을 통해 지속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임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청송군은 2014년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은데 이어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청송군, 무등산권 3곳만이 유네스코 인증의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돼 있다. 청송군의 주산지 등 전체 24곳이 지질명소로 지정돼 있다.청송군은 과학적 중요성은 물론 고고학적, 문화적, 역사적, 생태학적 가치와 미적 가치까지 국제적 명성을 가진 곳이라는 의미다. 우리지역 최대 명승지로 손꼽아도 손색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 내륙지에서는 가장 지오 투어리즘의 개념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다만 아직 청송이 지닌 가치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이제 청송군은 군의 내재적 가치를 잘 알려 지오 투어리즘을 통한 명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7-04

투키디데스의 함정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는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세력 판도를 흔들면 결국 양측의 무력충돌로 이어지게 된다는 뜻이다.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가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처음 언급했다. 기원전 5세기 맹주였던 스파르타는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결국 양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 투키디데스는 이같은 전쟁의 원인이 아테네의 부상과 이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여기에서 유래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미국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낸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2017년에 낸 저서 ‘불가피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부터다. 앨리슨은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투키디데스 함정은 16차례였고, 이 중 12차례가 전면전으로 이어졌다고 집계했다. 경제적으로는 2014년 이미 미국보다 몸집이 커진 중국의 도전, 헤게모니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 그리고 두 거대국가를 이끌고 있는 시진핑과 도널드 트럼프, 둘 모두 ‘위대한 국가’를 외치며 충돌하고 있어 17번째 전면전 가능성이 ‘심각(grim)’해졌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야망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중국에 1등 앞자리를 내주고 2등 뒷자리에 만족하겠다고 물러서지 않는 한 무역분쟁, 사이버공격, 해상에서의 충돌 등은 곧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최근에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조치를 취한 것 역시 한일판 미니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경제제재에 나선 일본이 괘씸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본이 이렇게 견제구를 던지고 나올만큼 우리 국력도 많이 커졌다고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도 갖게된다. 다만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나라들의 끝이 패망이었다는 해묵은 교훈을 생각해 한시빨리 한일 관계를 복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03

베이비부머의 위력

출생률이 다른 시기에 비해 현저히 상승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을 베이비부머라 한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6·25전쟁 이후인 1955년생부터 1963년생 사이에 태어난 사람을 말한다. 나라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다. 그들은 막강한 인구수로 국가 성장의 기둥이자 동시대 사회를 주도한 세력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미국의 베이비부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이며 미국 전체 인구의 26%를 차지한다. 그들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세대라 평한다.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며 사회 및 문화운동에 앞장 선 사람들이다. 히피문화와 록 음악이 그들을 대표하고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반전운동에도 앞장 선 사람들이다. 일본은 단카이 세대라 부르며 1947년부터 1949년 사이 출생한 사람들을 일컫는다.한국 베이비부머 세대도 이제 대거 은퇴 길로 접어들었다. 올해만해도 연간 80만 명이 넘는 사람이 60세 정년을 맞는다고 한다. 일하는 인력이 줄어들고 복지비용은 증가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인구는 총인구의 14%다. 인구수로 700만 명을 상회한다. 막강한 인구로 우리사회와 경제에 미친 영향력도 매우 컸다. 그들에게는 가난이란 기억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겪어야 했던 피폐한 삶을 아직 기억하는 세대다. 1958년생이 초등학생일 때는 콩나물 교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실이 꽉 차 오전반 오후반으로 쪼개어 수업을 받았다. 부모를 마지막으로 모시는 세대이면서 자식에게 부양받기를 포기한 세대다. 그러면서 자신의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세대다. 부포족, 낀 세대라 부른다. 베이비부머의 대거 은퇴가 귀농 귀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2017년 51만 명에 달했던 귀농 귀촌인구가 지난해부터 50만 명대가 무너지는 등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귀농 인구가 줄어든 것도 베이비부머의 이동과 유관하다는 분석이다. 올 초 한국의 베이비부머 은퇴로 60세 정년 연장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의 베이비부머의 위력이다. 당분간 그들의 영향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7-02

키코(kiko) 분쟁조정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무려 732개 기업이 3조3천억원 상당의 피해를 보는 사태를 빚은 금융상품이다.당시 피해기업 상당수는 은행권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3년에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이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는 대신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 직후 키코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오는 9일, 늦으면 16일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재조사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이번 분쟁조정 대상은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로, 피해금액이 총 1천500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이번 재조사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부분, 즉 불완전판매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키코 상품 판매를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고 피해액의 20∼30%를 배상하라는 권고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다만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큰 경우 배상비율이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은행들이 부담할 배상액은 300억∼450억원선이 된다.문제는 은행들이 권고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 손해배상에 대한 소멸시효(손해 발생일로부터 10년)가 완성된 상태여서 은행이 분쟁조정안을 거부하고, 피해기업들이 이후 소송을 걸어도 승산이 희박하기 때문이다.은행들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처럼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기업이 150곳(피해금액 2천억∼4천억원 추산)에 달해 전선이 확대될 경우 피해 규모가 조 단위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선무당 사람잡는다’더니 어설픈 금융상품 한 번 잘못 판매한 것이 뼈아프다.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상품이나 경제정책은 파급효과가 큰 만큼 더욱 더 신중하게 수립·시행할 필요가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01

달성공원

대구 달성공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성이면서 보존 상태도 가장 좋다. 삼한시대 부족국가인 달구벌의 옛 성읍 중심지다. 신라시대 때 달구화(達句火) 혹은 달불성 등으로 불린 것은 달구벌에서 유래한 탓이다. 신라시대 경덕왕 때 달벌을 한자명으로 고치면서 대구(大丘)로 바뀌었다. 지금의 대구(大邱)는 조선시대 와서 사용된 명칭이다.1천800년 전 토성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달성공원은 대구의 뿌리이자 본류라 할 수 있다. 고대 시대부터 우리 선조들의 생활 중심지며 터전이다. 달구벌이란 명칭이 지금까지 어어져 온 것만으로 대구의 정체성 등이 집약된 장소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고려 이후 달성 서씨가 대대로 살아 왔으며 조선 세종 때 서씨 문중이 이 땅을 국가에 헌납하였다.1905년 고종 때 공원으로 처음 만들었다. 일제강점기에 대구신사가 이곳에 들어섰으나 해방 후 곧 철거되었다. 1967년 대구시가 이곳에 새로운 공원조성 계획을 세워 만든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대구의 최초의 공원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시설이 낡아 젊은이들도부터는 비교적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대구의 본류답게 대구를 상징하는 문화와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어 달성공원의 가치성은 높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토성이란 의미와 함께 상주에 있던 경상감영이 대구로 이전하면서 처음 자리를 잡았던 역사성도 간직한 곳이다. 대구읍성이 헐리면서 정문인 관풍루가 이곳으로 옮겨져 와 있다. 달성 서씨 유허비, 동학혁명의 최제우상, 일제시대 순종이 다녀간 비운의 길과 이야기, 키다리 문지기 아저씨, 동물원 등 숱한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곳이다.세계적 명성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중 두 명이 대구 출신이다. 뷔와 슈가가 바로 그들이다. 그 중 뷔의 고향이 대구 달성공원 인근 동네이며, 그는 유년시절을 보냈던 달성공원에서의 추억들을 SNS에 소개해 화제가 됐다. 최근 일본의 모 잡지는 ‘한국에 가면 꼭 봐야할 BTS성지 순례지’를 소개하면서 대구 달성공원과 영덕군 축산면 경정리 해안 등 우리지역 두 곳을 포함시켰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감안한다면 달성공원 등이 관광지로서 대박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6-30

망전필경(忘戰必傾)

영국은 우리의 현충일을 포피 데이(Poppy Day)라 부른다. 포피란 길고 가느다란 줄기 끝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개양귀비 꽃을 말한다. 개양귀비는 중국에서는 항우의 애첩 우미인의 무덤에서 피었다 하여 우미인초라 한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한 전투를 벌여 수많은 젊은이의 목숨이 사라져간 플랜더스 벌판에 핀 개양귀비의 꽃에서 이름을 따와 기념일에 새겼다. 이 날은 모두가 꽃을 가슴에 달고 전쟁 영웅의 정신을 추모한다.나라마다 현충일을 정해 엄숙한 국가적 의식을 치르는 것은 국민에게 나라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가치 있는 공동체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조선시대도 공신에 관한 사무를 관장했던 관서로 공훈부를 두었다. 시대에 따라 나라마다 공훈의 의미는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이 끝난 후 전사한 전몰장병 합동 추도식을 거행하다 1956년부터 국가 기념일을 지정했다. 이날만큼은 모두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졌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호국정신을 추모하고 기리자는 뜻이다.예로부터 우리의 조상은 24절기 중 9번째 절기인 망종(芒種)일을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에 가장 좋은 날로 꼽았다. 좋은 날이라 하여 이때쯤 제사를 지내는 풍습도 많았다. 망종은 음력 5월로, 양력으로는 대체로 6월 6일 무렵이다. 현충일이 제정된 것도 망종날을 기준으로 삼았다.호국보훈의 달인 6월도 다 지나간다. 이 달은 현충일과 6·25 한국전쟁, 6·29 제2연평해전 등이 있은 달로 우리가 이런 일로 희생된 많은 이들의 호국정신을 깊이 새겨야 하는 달이다. 그러나 이러함에도 올 호국보훈의 달은 유난히 안보를 우려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해 국민의 걱정을 키웠다. 김일성 훈장을 받은 김원봉 논란이나 최근 일어난 북한 어선의 삼척항 접안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이런 것들이다.북한과 중국은 시진핑의 방북을 계기로 새로운 밀월시대를 선언했다. 안보 불안을 두고 논란을 벌일 만큼 우리의 처지가 여유롭지 않은 때다. 전쟁을 망각하면 나라가 위태롭다(忘戰必傾)는 말 되새겨야 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6-27

스몸비족

스몸비족은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합성한‘스몸비(smombie)’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이 말은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가리킨다.스몸비족은 특히 스마트폰 화면에 눈길을 빼앗긴 탓에 자동차에 치이는 사고가 잦아 문제가 되고있다. 실제로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보행 중 주의분산 보행사고로 접수된 사건은 모두 6천340건인데, 이 가운데 6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다 차량과 충돌하는 등 휴대전화 사용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 중 사고뿐 아니라 뒷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길 한복판이나 지하철 환승통로 등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천천히 걷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겨울철에는 미끄러운 빙판길을 보지 못하고 넘어지는 등의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낮아지며 ‘스몸비 키즈’까지 증가하고 있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3월 시 조례에 ‘모든 시민은 횡단보도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한 곳곳에는 일명 ‘바닥 신호등’이 설치됐으며, 횡단보도에는 스마트폰 사용에 주의를 당부하는 표지판이 설치됐다. 서울시는 버스와 지하철에 공익광고를 게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해외에서도 스몸비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가 모바일기기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최초 적발 시 15~35달러,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75~99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전송할 경우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네덜란드와 독일 등에서는 바닥에도 신호등을 설치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아예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전용도로를 만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6-26

스포츠 스타의 몸값

토트넘 소속 손흥민 선수의 몸값이 화제다. 박지성 선수 이후 한국 선수로서는 두 번째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던 손 선수의 몸값이 한화로 1천억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독일의 축구 이적 전문사이트 ‘트랜스퍼 마르크트’가 밝힌 손 선수의 시장가치(예상 이적료)는 8천만 유로(약 1천52억 원)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축구선수 50명 중 33위다. 손 선수는 2018∼2019년 시즌대표팀과 소속팀 토트넘을 오가며 모두 20골을 터뜨리며 몸값을 높였다.운동선수의 몸값은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만하다. 적정성에 대한 시비는 여전히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 선수의 몸값도 1천억 원을 육박한다는 보도가 얼마 전 있었다.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스포츠 스타의 수입(연봉+광고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는 축구선수 출신 3명이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다. 바르셀로나 소속의 메시(31)가 한화로 1천5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던 것으로 발표했다. 그동안 12번 수입 1위를 차지했던 프로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는 올해 11위에 머물렀다.구직난에 시달리는 한국의 젊은이한테 스포츠 스타들의 연봉 얘기는 별천지 사람 일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의 시장은 본인이 하기에 따라 그 대가는 상상을 불허할 만큼 지불되는 요지경 속이다. 한국의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한국의 구직 젊은이가 받고 싶은 희망 연봉이 평균 2천981만 원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어려운 구직난을 반영한 탓인지 우리 젊은이가 받고 싶은 연봉액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의 최고 연봉으로 받고 싶은 금액을 1억 원 정도라 했다. 전체 응답자의 51%는 실제로 꿈의 연봉인 1억 원을 평생 받아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 대답했다.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천정부지 치솟는 스포츠 스타들의 몸값 소식이 이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질까. 세상은 여전히 공평치 않은 것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6-25

자율형 사립고 철폐 논란

자율형 사립고는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보다 학교의 자율성을 더 확대, 발전시킨 것으로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교과과정 등을 확대한 고교를 가리킨다. 이명박 정부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겠다며 2010년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고교 정부 규정을 벗어난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자사고는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되며,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 수준까지 받을 수 있다.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자사고 폐지와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어 재지정여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특히 전북·경기교육청이 지난주 전주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에 대해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취소로 결정나자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정취소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상산고의 경우 자사고 재지정 평가점수, 사회통합전형 10% 적용 등에 형평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재지정취소에 동의할 경우, 소송전이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정치적으로는 호남 민심 악화로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지정 취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공약 파기 책임을 묻는 진보진영의 공세에 할 말이 없게 된다. 진퇴양난이다.경북의 경우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인 포철고와 김천고가 24일 경북교육청의 자율학교 등 지정 운영위원회에서 자율형 사립고 지정기간을 연장토록 결정함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로 재지정됐다. 대구의 경우 계성고, 대건고, 경일여고 3개 자사고 가운데 계성고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으로 27일 재지정 여부를 심의한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온 경일여고는 지난달 자사고 포기 방침을 밝혔고, 대건고는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백년대계로 이 나라의 미래를 떠받칠 동량을 빚어낼 막중한 책임을 진 교육정책이 아직도 오락가락하며, 국민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으니 그저 개탄스러울 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6-24

황제급 의전

중국 역사서 ‘사기’ 진시황본에 의하면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신하들에게 왕을 대신해 천하의 지배자에게 적합한 호칭을 만들어 올리라고 했다. 신하들은 연구 끝에 천황(天皇) 지황(地皇) 태황(泰皇) 중에 가장 존귀한 것이 태황이라며 태황을 호칭으로 바쳤다. 그러나 진시황은 이를 거절하고 태황의 황과 신을 뜻하는 제를 붙여 황제(皇帝)라 불렀다고 전한다.중국에서 황제라는 호칭을 가장 먼저 사용한 인물은 진시황이다. 진시황 이후 중국은 환란이 일어나 소국가들은 싸움을 하더라도 중국을 하나의 나라도 통일하겠다는 일념으로 다투었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는 황제라는 공식이 정립하게 되고, 중국 정체성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는 중국은 황제라는 구심점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유럽처럼 수많은 국가로 나눠졌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내세운다.황제가 왕과의 차이점은 다른 국가의 군주인 왕을 자신의 밑에 둘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황제와 비슷한 개념으로 천자(天子)라는 호칭이 진나라 이전부터 사용돼 왔다. 하늘의 아들 자격으로 천하를 다스린다는 뜻으로 황제와 비슷한 단어로 사용한 것이다.서양사에서도 황제라는 개념은 있었다. 영어로 ‘Emperor’라 불린다. 유럽에서 황제는 로마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군주만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호칭으로 통한다. 이 역시 여러 왕국을 지배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이름이다.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마무리 됐으나 그에 대한 황제급 예우는 긴 여운을 남겼다. 북핵 문제와 미중무역분쟁 등 미묘한 국제 관계 속의 두 정상의 만남이 주는 의미는 특별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적인 의전 속에 묻어나는 두 나라간 친밀감은 한반도 국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시진핑 국가주석은 작년 이른바 셀프 종신개헌을 통해 사실상 황제자리에 등극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은 한반도를 자신의 속국으로 생각하는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나라다. 우리의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자신의 속국 역사로 만들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 주석에 붙여진 ‘황제급 의전’이란 말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잘 살펴 볼 의미심장한 표현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6-23

봉화 석조반가사유상

서양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국에는 ‘생각하는 싯타르타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동서양과 시대를 떠나 사람은 삶과 자신의 운명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드는 것은 비슷한 모양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에 스스로 몸을 내 던지기 전 자신의 삶과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내면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독특한 사실성으로 긴장감이 잘 드러나 있다. 반가사유상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전 태자였을 때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뇌하던 모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인간적 고뇌를 형상화 한 점에서 로댕의 작품과 공통점이 있다.의자에 반가좌(半跏坐)한 자세로 사유하는 모습의 반가사유상은 현재 약 40여 점이 전해진다고 한다. 그중 국립중앙박물관 보관의 국보 제78호와 제83호의 금동반가사유상이 가장 유명하다. 독특한 형식과 예술적 가치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교문화재로 손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 내에서는 당연히 독보적 존재다. 불교 문화재의 슈퍼스타로 불린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보러온다”는 마니아 그룹이 생겼을 정도이니 반가사유상의 매력을 한번쯤 느껴 볼만하다.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2013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반출 전시된 적이 있다. 그 당시 문화재 보험료가 무려 500억 원이었다고 한다. 문화재를 돈의 가치로 논하기는 곤란하지만 엄청난 자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불행하게도 일본인 도굴꾼에 의해 발굴돼 정확한 출토지를 알 수 없는 것이 흠이다.반가사유상은 한국도 중국도 크기가 30㎝ 정도인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봉화 물야면 북지리에서 발굴된 석조 반가사유상(보물 제997호)은 비록 하반신만 남아 있지만 복원 추정한다면 2.5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반가사유상이 된다. 현재 석조반가상은 경북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나 가치만큼 일반의 관심을 끌지 못해 안타깝다.최근 일부 지역학자들이 석조반가상의 존재 가치를 다시 조명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정밀 조사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자는 뜻이다.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 가치까지 과소평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6-20

AI반도체

AI(인공지능)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스 등)와 달리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제작된 반도체로, ‘시스템 반도체’라고 불린다.시스템 반도체는 주로 연산, 추론 등 정보 처리 목적으로 쓰이며, AI반도체를 비롯해 컴퓨터의 두뇌로 불리는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에서 CPU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차량용 반도체, 전력용 반도체, 이미지센서 등이 대표적이다.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비메모리 반도체 공략을 위해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할 핵심 기술인‘신경망처리장치(NPU·Neural Processing Unit)’사업에 본격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NPU는 AI의 핵심인 딥러닝(심층학습)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딥러닝 알고리즘은 수천개 이상의 연산을 동시 처리해야 하는 병렬 컴퓨팅 기술이 요구된다. NPU는 이러한 대규모 병렬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AI 구현을 위한 핵심기술로 꼽힌다. 예를 들어 NPU를 활용하면 AI 연산 속도가 빨라져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에서 인물과 사물의 특징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실생활에선 사진 촬영시 피사체 형태, 장소, 주변 밝기 등을 순간적으로 파악한 후 최적값을 자동 설정해 최상의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다.안면 인식, 지능형 개인비서, 자율주행 등에 활용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첫 결과물로 모바일 SoC(System on Chip)내에 독자 NPU를 탑재한 ‘엑시노스 9(9820)’을 선보였다.이 제품은 기존에 클라우드 서버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수행하던 AI 연산 작업을 모바일 기기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자체 AI를 구현했다.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를 목표로 NPU 인력을 2천명 규모로 10배 이상 늘리고 차세대 NPU 기술 강화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진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게 되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6-19

대구를 빛낸 사람

대구 출신의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정정용 감독에 대한 뒷 얘기가 무성하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때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히딩크를 연상케 한다.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U-20 준우승이란 신화를 일궈낸 그에게 언론은 그의 지도력과 인간애 등을 최고의 화제로 삼았다. 무명선수 출신으로 평범했던 그가 오늘의 영광을 안게 된 것은 오직 성실성과 인간적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라 평가했다.그는 대구신암초교에서 축구를 시작해 축구명문 청구중고교에서 선수로 뛰었다. 경일대를 졸업하고 아마구단인 이랜드 푸마에 입단했으나 서른도 되기 전에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일념으로 대학원 과정에서의 공부와 열정으로 그만의 전략과 전술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선수들은 그를 ‘제갈용’이라 불렀다. 삼국지에 나오는 책략가 제갈공명 못지않은 축구 전략가라는 뜻이다. 변화무쌍한 전술 구사로 적의 허점을 찌르고 승리를 이끌어 내는 그의 전술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와 같았다는 평가다.그만의 리더십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시보다 이해를 먼저 구하는 그의 태도에서 선수들은 그를 감독이라 부르지 않고 선생님이라 불렀다. 언론은 그의 리더십을 ‘아저씨 리더십’으로 표현했다. 권위적인 리더십과는 다른 그의 다정다감한 리더십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팀의 동력을 키우는 힘의 원천이 됐다는 설명이다. 국가대표 이승우 선수는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라 말했다. 평범하지만 인간적인 그의 지도력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든 요즘이다. 대구출신의 그가 들려준 낭보는 이곳 고향사람에게는 청량제와 같다. 갑갑하던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이다. 정 감독이 일궈낸 신화는 대한민국 모두의 영광이지만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제 일만을 열심히 해온 그의 성실함은 우리가 배울만한 일이다. 정 감독과 함께 대표팀에는 고재현,김세윤 두 명의 대구신암초교 출신선수가 더 있다. 그들이 함께 했기에 이번 영광이 더 자랑스럽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6-18

소셜벤처

소셜벤처는 환경, 교육, 삶의 질 등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 모델로 해결하려는 기업이다. 빈곤과 불평등, 환경 파괴, 교육 격차 등을 해소하면서도 사업을 지속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스웨덴을 방문하면서 스웨덴과 양국 협력의 일환으로 소셜벤처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날 교류행사에 참여한 한국의 소셜벤처는 (주)엔젤스윙(대표 박원녕), (주)닷(공동대표 김주윤·성기광), (주)테스트웍스(대표 윤석원), (주)오파테크(대표 이경황), (주)모어댄(대표 최이현), (주)유니크굿컴퍼니(공동대표 송인혁·이은영) 총 6개사로, 뛰어난 혁신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서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기업들이다.우선 (주)엔젤스윙(ANGELSWING)은 웹에서 드론 데이터를 처리·분석하여 맞춤형 지도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재난 복구를 돕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기업명 역시 ‘하늘을 나는 드론의 날개가 사회문제 해소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은 명칭으로, 엔젤스윙의 창업자 박원녕 대표는 대학 창업팀 시절부터 드론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해왔고, 이를 통해 미국 포브스지에서 발표하는 ‘아시아의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실제로 창업팀 때는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드론을 이용한 정밀 3D 지도를 제작하여 재난현장의 복구를 도왔고, 2017년에는 서울시와 함께 ‘서울 쪽방촌 리빙랩 프로젝트’를 추진, 쪽방촌의 안전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해 왔다.폐자동차 시트 등 재활용 가죽을 활용하여 친환경 제품을 제작하고 있는 (주)모어댄,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기기를 개발 사업화하고 있는 (주)닷 등 다른 소셜벤처 5개사도 혁신적 기술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들로 널리 알려져있다.혁신적 기술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이상을 실천하는 기업인 소셜벤처가 크게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6-17

국민 세금과 고액 강연료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과의 점심경매는 이제 연중행사가 됐다. 지난해 워렌 버핏과의 점심경매는 한화 약35억 원에 낙찰됐다. 낙찰을 받은 사람은 버핏과 3시간 동안 점심을 같이하며 그에게 돈버는 노하우를 듣는 댓가로 수십억을 던져버린 것이다.올해 경매는 암호화폐 트론(TRX) 창시자인 ‘저스틴 선’에게 한화 약 54억 원(456만달러)에 낙찰됐다. 지금까지 자선경매 중 가장 높은 낙찰금액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버핏이 알려주는 부자가 되는 비법을 한수 배우기 위해 해마다 엄청난 점심 값을 지불하려고 줄을 선다. 어떤 사람은 버핏과의 점심이 30억 원어치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다. 돈 버는데도 엄청난 돈을 지불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버핏과의 점심경매는 20년째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투자의 귀재’란 버핏의 유명세가 덧붙여져 홍보 등 다른 이득 효과가 있다. 그래서 낙찰금액에 대한 적절성 시비는 없다. 게다가 여기에 모여진 돈은 전액 빈민구제단체에 기부되고 있어 행사 자체를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방송인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시비가 적절성 여부를 두고 계속 논란이다. 김씨 강연료에 대해 여론은 “대체적으로 과하다”는 반응이다. 대학교수나 유명 기업인의 90분 강연료가 500만∼700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그가 특별하게 더 받아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연료는 강의자의 사회적 지위와 강의 내용, 참석인원 정도, 서울이냐 지방이냐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서 결정한다. 강연료를 얼마나 줄 것이냐는 강연을 개최한 기관의 판단 몫이다. 개최 당사자가 판단해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주는 것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주최자가 국가나 공공기관인지 혹은 사기업인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강연료를 준다고 한다면 사회적 통념을 고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누구의 강의도 모든 청중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누구에게는 감명을, 누구에게는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 새겨들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6-16

홍콩의 역대급 시위

박근혜 전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한창인 2016년 12월 우리나라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군자주야 서자수야(君者舟也 庶者水也)에서 따온 말이다.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다”는 뜻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물은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순자 왕제 편에 나오는 말로 순자는 “임금은 이를 염두에 두고 위기가 닥칠 때 이런 상황에 이르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그 해 교수회가 올린 사자성어는 박 전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두 번째로 교수의 지지를 받은 사자성어는 역천자망(逆天者亡)이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는 뜻이다. 천리를 따르는 사람은 흥한다는 순천자흥(順天者興)과는 반대되는 말이다.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와 “사람이 많이 모이면 하늘도 이긴다”는 인중승천(人衆勝天)도 후보로 올랐다. 특히 군주민수는 유교적 사상에 근거한 민본주의 사상을 잘 표현한 말로 임금도 백성의 뜻을 굽어 살피는 일에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표현이어서 그 해 사자성어로 뽑혔다.모든 역사는 나라의 근본을 이루는 백성에서 시작된다. 역사는 백성이 태평성대를 누렸을 때 가장 잘한 정치라 칭하고 당시 군주를 성군(聖君)이라 불렀다. 역사적 사실을 귀납해보면 역사는 사람의 의도대로 되지 않고 하늘의 뜻에 달렸음을 깨닫게 된다. 수많은 정치적 물음에는 백성이 항상 가운데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홍콩에서 벌어져 국제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9일에는 100만 명이 넘는 군중이 운집, 경찰과 충돌도 빚었다. 시위대는 홍콩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법안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압박하고 홍콩의 자유를 위축하게 할 것을 우려한다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 홍콩의 시위는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지지를 보내면서 국제간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 인구의 7분 1인 1백만 명이나 거리에 나선 홍콩인의 시위가 군주민수의 교훈을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6-13

가업상속공제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을 이어받는 사주의 자녀에 대해 상속세를 줄여주는 제도로,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3천억 원 미만 중견기업을 상속할 시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 원)를 공제해 주고 있다.100년 장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1997년 도입된 이 제도는, 도입 당시에는 공제 한도가 1억 원이었다가 2008년에는 30억 원, 2012년에는 300억 원, 2014년에는 5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상속재산 공제액은 가업 영위 기간이 10년 이상은 200억 원, 20년 이상은 300억 원, 30년 이상은 500억 원이다. 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중소기업으로 제한됐다가 2013년부터는 매출 2천억 원 이하 중견기업으로, 2014년에는 3천억 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범위가 확대됐다.이 제도에 따라 상속세를 공제받을 경우 상속인은 10년 동안 휴업·폐업, 업종변경, 가업용 자산 20% 이상 처분 등이 금지되며, 지분과 고용을 100%(중견기업은 120%) 유지해야 한다. 이 제도에 대해 기업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매출액 한도를 확대하고 10년으로 규정돼 있는 사후관리 기간을 단축시키는 등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과, 가업승계에서 세금을 과도하게 면제해 부의 세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규제를 완화하자는 분위기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업종변경 허용범위도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에서 중분류까지 크게 확대해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했다”면서 “10년의 사후관리기간을 7년으로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자산의 처분도 보다 넓게 허용하고, 중견기업의 고용 유지 의무도 중소기업 수준으로 완화할 전망이다.다만 정부는 탈세, 회계부정에 따른 처벌을 받은 기업인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배제토록 했다. 나름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 흔적이지만 부의 세습을 막기에는 이미 구멍이 너무 커져버린 것은 아닐 까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6-12

금값

금은 인류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오래 사용해온 금속류다. 사용 연대도 기원전 3천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 가히 인류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했다 할만하다. 엘도라도는 황금이 넘쳐나 온 도시가 황금으로 도배됐다는 전설의 도시다. 그러나 중세시대 탐험가들은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전설의 도시를 찾아 머나먼 항해의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금에 대한 인간의 애착은 시대를 관통할 정도로 집요하다.골드러시란 말의 유래가 19세기 미국에서 발견된 금광 소식에 몰려든 인파에서 나왔다고 한다. 금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람이 들끓었으니 금과 인간의 관계는 불가분이다.금은 일찍이 상거래의 화폐로, 권위의 상징으로, 화려한 장식으로 인류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집트 왕릉에서도 신라왕릉에서도 화려한 금관과 금으로 된 장식품이 쏟아진 사실만으로 이를 입증한다. 현대에 와서도 금의 존재 가치는 여전히 엄중하다. 금은 탁월한 부의 저장 수단으로 인정받는다.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는 수단으로 금만한 것이 없다. 미래에 도래할지도 모를 통화시스템의 붕괴에 대해서도 금은 안전성을 보장할 거라 대부분 믿는다. 금본위제란 금의 가치가 화폐의 기준이 되는 제도였다. 금이 가진 자체의 성질이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하기에 만들어진 제도였다.금값이 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작용한 탓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금값 상승에는 항상 사회적 불안 심리와 연동돼 왔다는 것을 우린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난달부터 골드바를 판매하기 시작한 우체국에서 한달 사이 43억원어치의 골드바가 팔려 나갔다고 한다. 우체국 관계자도 예상을 뒤엎는 결과라고 한다. 금 거래량도 지난해 8월 이후 최고다. 가격도 지난 1월보다 10% 정도가 올랐다. 재화 수단으로 금은 지구촌 공통의 화폐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가치성 때문에 보험으로서 기능도 한다.보통서민은 금값이 오르면 괜히 불안해진다. 정치 경제적으로 나쁜 일들이 생길까봐 조바심이 난다. 최근 금값 상승이 행여 정치 경제적 악재에 의한 동요가 아니었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6-11

플라스틱 프리챌린지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캠페인은 플라스틱 제품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세계자연기금(WWF)이 주관해 시작한 친환경 운동으로, 머그컵과 텀블러 등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사진을 찍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하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릴레이 환경 캠페인이다.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의회는 ‘특정 용품에 대한 1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규제안’을 통과시켰고, 2021년부터는 전 분야에 걸쳐 대대적으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미국에서도 역시 작년 5월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가 가세했고, 올해부터는 뉴욕까지 대부분 대도시에서 커피 컵과 빨대, 포장용기 등에 플라스틱 활용을 금지했다.한국도 지난해부터 커피 전문점에서 1회용 빨대 및 컵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지난 4월1일부터 대형 마트와 165㎡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비닐 봉지 이용을 금하고, 제공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한국 국민 1인당 연간 420장 정도의 비닐 봉지를 쓰고, 100㎏에 이르는 플라스틱을 소비해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 1위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현재 전 세계가 해마다 생산하는 플라스틱 양은 3억3000만t.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생산된 약 83억t은 미국 뉴욕의 맨해튼을 3.2㎞ 깊이로 묻어버릴 수 있는 규모의 양이다.문제는 그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이 불과 9%에 그치고 있으며, 79%는 그대로 폐기물이 되었다는 점이다.지금 추세대로라면 2050년까지 폐기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120억t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고, 이 중 약 1천200만t은 매년 바다로 흘러가 잘게 쪼개진 뒤 세밀한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가 돼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고, 결국 사람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환경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될 ‘플라스틱 프리챌린지’ 캠페인이 전세계에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