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주목받는 할랄산업

할랄(Halal)의 사전적 의미는 ‘허용된 것’으로, 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해 할랄이라 한다. 과일·야채·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어류·어패류 등의 모든 해산물이 이에 해당한다. 육류 중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염소고기·닭고기·쇠고기 등이 해당한다. 할랄의 반대는 하람(haram)이다. 술과 마약류처럼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이나 돼지, 개, 고양이 등의 동물 고기, 자연사했거나 잔인하게 도살된 짐승의 고기 등 무슬림에게 금지된 음식이 이에 해당한다. 할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하람 성분이 들어간 식품은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육류는 할랄 인증을 받은 도축장에서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주문을 외운 뒤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해 동물의 앞쪽에서 도살하는 이슬람 방식에 의해 도축된 것만 수출할 수 있다. 화장품은 콜라겐 등 동물성 성분과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아야 하며, 의류 패션 분야는 생물체 문양을 이미지화해서는 안 된다.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무슬림의 특성 때문이다.할랄 산업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슬람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18억 명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식품 위주였던 할랄 시장은 의약품과 화장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여성을 겨냥한 미용 산업과 무슬림들을 겨냥한 관광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터키, 중국, 말레이시아 등은 오일머니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을 겨냥해 할랄 음식점과 숙박업소를 마련하고 있다.기업들도 할랄 시장 편입을 위해 발빠르게 할랄 인증을 받고 있다. 네슬레는 2010년 말 전 세계 85개 공장과 154개 제품이 할랄 인증을 받았으며, 버거킹, KFC, 까르푸, PG 등도 할랄 제품 개발에 나섰다. 할랄 제품 수출을 주도하는 국가는 태국, 브라질, 호주, 말레이시아 등이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는 할랄 제품 수출만으로 2012년 11억 5천700만 달러(약 1조 3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의 의미가 할랄산업과 관련된 것이란 걸 미뤄 짐작할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3-13

“脫 한국”

일반적으로 엑소더스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특정 장소에서 떠나가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 말로 굳이 표현한다면 대탈출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한국 청년들의 일본 기업 취업 움직임이 전례 없이 러시를 이룬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 청년의 일본 유학 및 취업 신청자가 사상 처음으로 2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일단 희망을 찾기 위한 젊은이의 선택이라 보지만 고국을 떠나는 청년의 입장에서는 비장한 각오가 선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한번 발을 들여 놓은 직장에서 빠져나오기란 여간 쉽지 않다는 관점에서 쳐다보면 한국 청년의 일본 기업 취업은 고국을 떠나는 엑스더스처럼 보인다. 부모의 입장도 딱하다. 취직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할 말은 못하겠지만 한국을 떠나 혼자 지내야 하는 자식의 처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편치가 않은 게 사실이다.한국 경제의 심각한 취업난이 낳은 또 하나의 어두운 단면이다.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한국의 청년 인재를 데려다 가는 일본의 입장과 청년을 바깥으로 내보내야 하는 한국의 입장은 분명 다르다. 한국 내 취업 사정이 호전되지 않는 한 당분간 이런 현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지난해 한국 제조업체의 해외 직접투자가 전년보다 92.8%나 늘었다고 한다. 금액으로 보면 163억 달러(약 18조 규모)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투자액과 증가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투자 증가는 국내의 낮은 생산성과 높은 임금, 반기업적 정서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한다.같은 기간 한국 내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1.6%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제조업의 ‘탈 한국’ 현상이 아닐까 싶다.최근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포털 사이트 이민 카페에는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특히 어린아이를 둔 젊은이가 이민 문제로 상담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경제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지금의 탈한국적 분위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어쩐지 불편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3-12

산성비협약

미세먼지 유발을 둘러싼 한중 갈등 해법으로 1970년대 영국, 서독, 스칸디나비아 제국이 유럽 대륙의 산성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맺었던 국제협약인 이른바 ‘산성비협약’이 주목받고 있다. 산성비협약은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주관해 1979년 체결한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CLRTAP)’을 가리킨다. 관련 국가들은 40여 년이 지난 현재도 매년 대기오염 물질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감축방법 및 비용 분담을 논의하고 있다. 처음 협약의 출발은 1950년대 북유럽 국가 호수들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숲이 사라지는 재앙에서 비롯됐다. 유럽이 이 협약을 추진할 때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 탓이냐를 따지기보다 큰 틀에서 함께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하니 가능해졌다. 실제로 1967년 스웨덴의 과학자 스반테 오덴이 ‘외부로부터 유입된 아황산가스가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197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과 서독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스칸디나비아 산성비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두 나라는 지금의 중국처럼 연구결과 자체를 부정했다. 이에 스웨덴이 1972년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에서 산성비를 국제 이슈로 제기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졌다. 그 후 과학적 검증과 국제여론의 도움에 힘입어 영국과 서독이 과학적 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 OECD 주도하에 11개국이 참여하는 ‘대기오염물질 장거리 이동 측정에 관한 협동 기술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과학적 조사결과가 축적되면서 UNECE 차원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고, 1979년 UNECE 회원국 34개 중 31개국이 CLRTAP에 서명했다. 협약 이후 유럽대륙은 오염물질 배출량 감소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산성비의 원인인 이산화황 배출량은 오염이 가장 심했던 체코, 독일, 폴란드에서 모두 감소했다. 특히 독일 인근 지역의 이산화황 배출량은 1989년 142만t에서 1996년 59만t으로 크게 줄었다. 국가간 협상을 하려면 서로 체면을 세워줘야 하는 법인 데, 우리 미세먼지 대책은 너무 일방통행식은 아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3-11

그레이트 스모그

영국은 1년 중 절반이 비가 올 정도로 날씨 변덕이 심한 곳이다. 특히 영국의 짙은 안개는 런던포그라는 애칭이 따를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때로는 낭만적인 영국의 모습으로 ‘런던 포그’가 소개되지만 영국 안개의 이면에는 우울한 이야기도 많다.대표적인 것이 1952년 일어난 런던 스모그 사건이다. 그해 12월 4일 런던에는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하면서 하루종일 햇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날이 이어졌다. 습도도 80%가 넘었다. 당시 영국의 가정과 공장은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했다. 석탄을 대량 소모하면서 발생한 연기는 정제되지 않은 채 런던의 대기 권으로 마구잡이 쏟아져 나왔다. 연기는 짙은 안개와 합쳐져 스모그를 형성했고, 연기 속의 아황산가스는 황산안개로 변하여 런던 시민의 생명에 치명적 영향을 주게 된다.스모그 발생 3주 만에 4천여 명의 시민이 폐질환과 호흡기 질환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같은 증상의 환자가 발생해 8천 명이 넘는 사람이 추가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끔직 했던 이 사건을 두고 ‘그레이트 스모그’라 부르고 있다.런던은 오래 전부터 스모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도시다. 13세기 무렵에는 석탄을 연료로 쓰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17세기에는 매연보고서가 만들어지고 매연 저감을 위한 위생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1873년부터 스모그의 영향으로 사망자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어쨌거나 영국의 ‘그레이트 스모그 사건’은 전 세계가 스모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나라다. 2천927기의 석탄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그 규모는 미국의 4배에 달한다. 중국이 또다시 464개의 석탄발전소를 증설하겠다고 한다.미세먼지 문제로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 중국의 석탄발전소 증설 소식은 또한번 한국 사람의 가슴을 짓누른다. 중국이 증설 예정인 석탄발전소의 상당수가 한국 서해안에 면한 중국 동부여서 한국이 아무리 미세먼지를 줄여 봐도 소용이 없을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미세먼지 공포에서 벗어날 묘책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3-10

억만장자

조선시대 영남지방에 내로라하는 부자 집안을 손꼽으면 경주 최씨 집안과 청송 심씨 집안을 들 수 있다. 모두 만석꾼으로 통하던 집안이다. 만석꾼이라 하면 곡식을 만섬 가량 거둘 논밭을 가진 부자라는 뜻이다.경주 최씨 집안은 300년간 12대를 이어간 부자로 알려져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집안으로도 유명하다. 최씨 집안은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고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한다는 부자의 윤리를 실천한 집안이다.청송 심씨 집안은 부와 권세가 얼마나 컸던지 조선시대에 정승 13명과 왕비 3명, 부마 4명을 배출했다. 조선 8도 어딜 가도 심부자네 집 땅이 없는 데가 없었다 하여 조선판 ‘해가 지지 않는 집안’이라고 했다.그들 조상이 대대로 살아왔던 99칸의 송소고택에는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우리의 속담에 “물질 가는데 마음도 간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물질이 풍족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게 마련이다. 돈을 벌기 위한 인류의 노력과 투쟁은 역사 속에서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지금도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불철주야 돈 벌기에 골몰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돈 버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대학에서는 부자학 개론이 인기를 모으기도 한다.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2019년 세계 억만장자 명단을 발표했다.미국의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작년에 이어 1위(1천31억 달러)를 했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965억 달러)이 2위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69억 달러)이 65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81억 달러)이 18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15위 등으로 랭크됐다.포브스는 매년 전 세계 10억 달러(약 1조1천295억 원)이상 재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를 선정,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다. 포보스 기준 억만장자는 올해 2천153명이다.한국도 40명이 포함돼 있다. 1조원이 넘는 억만장자 그들은 서민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3-07

생체인식기술

생체인식 기술(biometrics)은 개별적인 생체의 특성을 인식해서 보안시스템에 활용하는 기술을 말하며, 망막, 지문, 음성, 얼굴 등 개인의 신체적 특성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거나 범죄자를 가려내는 생체측정(인식)기술을 말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매우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금융서비스, 네트워크 보안,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많은 회사들이 이미 이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곳이 많다.생체인식시스템에는 지문인식, 홍채인식, 안면인식, 음성인식, 전자서명, 손등의 정맥인식 등의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그중 홍채인식은 인간의 홍채가 사람마다 다른 점을 이용하는 보안시스템으로, 공항 등에서의 범죄자 검거를 홍채데이터베이스와 매치해 활용하는 시스템과 사무실출입관리 등에 이용되는 보안용 홍채인식 시스템으로 나뉜다. 홍채인식은 지문인식에 비해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고 개발비용이 높을 뿐 아니라 사용자가 불편해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아직 대중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생체인식기술은 지문인식기술이다. 각 개인마다 특징적으로 갖고 있는 지문을 통해 사용자를 인식하는 방법이다. 지문인식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사용자는 먼저 자신의 지문을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된 지문은 등록한 사람의 이름 혹은 다른 개인정보와 함께 저장된다. 이후 사용자가 자신의 지문을 입력하면 전에 등록되어 있던 사용자의 지문과 비교를 함으로써 시스템이 인지해 그 사람을 인식한다. 지문인식기술이 적용된 기기는 가격이 저렴하며, 인식하는 속도가 빨라 많이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국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본인 확인을 위해 널리 쓰인다. 생체인식 기술이 가장 각광받는 곳은 바로 스마트폰 시장이다. 소유자 본인만이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공개한 갤럭시S10 제품군에 초음파(Ultrasonic) 기반 지문인식을 도입했다. 갤럭시노트7에서 홍채인식을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시작했으나 갤럭시S10에서는 지문인식으로 다시 돌아왔다. 생체인식 기술이 스마트폰과 IT에 도입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간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3-06

‘플라스틱 코리아’

중국의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는 중국이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국내 수입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살아가는 한 가정을 통해 플라스틱 공해를 고발한 영화다. 이 영화로 중국은 플라스틱 수입을 막았고 한국도 작년 재활용 플라스틱 처리문제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버린 쓰레기가 재활용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거리낌 없이 소비한 우리 국민도 이 사건 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플라스틱이 얼마나 심각한 공해인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알려지는 계기가 된 영화라 할 수 있다.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이다. 유럽 플라스틱제조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이다. 조사대상 63개국 중 3위다. 벨기에가 1위(170㎏)며 대만이 2위(141㎏)다.플라스틱 제품은 내구성과 신축성이 좋은 데다 가볍다. 효용성이 높다는 이유로 여전히 우리 생활에는 땔 수없는 제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우리나라도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 푸드점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용량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플라스틱은 화학구조 자체가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소각할 때 발생하는 환경 호르몬과 유해물질은 인체에 치명적이다. 지구상에서 한해 동안 생산되는 플라스틱이 3억t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상당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버려져 바다생물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한다. 바다 속에 들어간 플라스틱이 분해돼 바다 생물의 먹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일본의 한 해안가에서 발견된 젖먹이 새끼 대왕고래의 위에서 다량의 플라스틱이 나왔던 것이 하나의 사례다. 플라스틱을 삼킨 바다고기를 사람이 다시 잡아먹는 먹이사슬의 구조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에 무더기로 방치된 플라스틱 쓰레기 산이 미국 CNN 방송에 소개됐다. ‘플라스틱 코리아’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난 꼴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3-05

북튜브

북튜브(Booktube)는 책과 유튜브의 합성어로, 책과 관련된 리뷰 등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의미한다. 북튜버는 이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을 칭한다.게임, 먹방, 쿡방, 뷰티 콘텐츠가 대세인 유튜브에 북튜브 채널이 등장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우리 사회가 책읽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그리 큰 비밀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책을 다루는 북튜브가 유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새 트렌드다. 최근에는 북튜브 전성시대라 할 만큼 20여개 채널이 생겼다.우선 초보 독서인에게는 북튜브 ‘겨울서점’을 추천한다. 북튜버인 김겨울이 공들여 ‘엑기스’만 추린 콘텐츠, 부드러운 저음의 여성 목소리, 깔끔한 말솜씨로 책을 좋아하게끔 만든다.‘공백의 책단장’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북튜브로, 하나의 주제를 프로젝트처럼 다뤄 깊이 있는 독서를 돕는다. 고전을 다루는 ‘사월이네 북리뷰’와 조선시대 선비처럼 갓을 쓰고 자기계발서와 공상과학(SF) 소설을 소개하는 ‘책선비’도 잘난 척하지 않아 초보 독서인에게 적합하다. 경제·경영서를 다루는 ‘책읽찌라’나 톨스토이와 같은 고전문학을 다루는 ‘문학줍줍’은 완독이 버거운 수험생이나 문학 소양이 아쉬운 직장인에게 인기다.지친 직장인들을 위해 가만히 책을 읽어주는 낭독 채널형 북튜브도 인기다. ‘책 읽기 좋은 날’은 세계 문학, 한국 문학, 에세이, 신간을 두루 읽어준다.‘루나 펄스(lunar pulse)’는 톨스토이, 안중근 의사 자서전 같은 무게감 있는 책을 여러 편으로 나눠 끝까지 읽어준다. ‘쏭아지네’는 심리 분야 도서만 리뷰한다.영어와 지식을 동시에 공부하는 해외 북튜브도 있다. 영어 초보자에게는 곰 인형을 안은 할머니가 그림책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스토리타임위드미즈베키(StoryTimeWithMsBecky)’가 좋다.‘폴란드바나나스북스(polandbananasBOOKS)’는 코믹 북튜브로, 요가를 하면서 책꾸러미를 자랑한다.‘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는 만화책을 비롯해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북튜브는 스마트폰 시대를 주름잡는 유튜브가 시대의 변화를 자극하고 있는 증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3-04

다크 투어리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패배하고 한반도에서 철수하면서 우리 정부에 귀속된 일본인 주택을 적산(敵産)가옥이라 부른다. 포항의 구룡포 일본가옥거리에 남아 있는 일본식 주택이 우리지역에 있는 대표적 적산가옥이다.적산가옥은 전국적으로 보면 과거 일본인이 많이 살았던 항구지역에 집중 분포돼 있었다. 포항 구룡포는 1883년 ‘조일통상장정’체결 이후부터 일본인이 건너와 거주해 왔던 곳이다. 10년 전만 해도 100채 가량의 일본식 집들이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반쯤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라도 목포와 여수, 군산 등 항구도시들도 적산가옥이 아직 많은 곳이다.큰 도시 중에는 대구도 비교적 많은 적산가옥이 분포돼 있는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일제시대 대구역이 처음으로 들어서면서 역세권이 형성된 북성로 일대는 일본 식민기업의 진출로 당시 일본식 건물들이 많이 지어졌다. 최근 개장한 북성로 공구박물관은 1936년 지어진 일본식 건물로 당시에는 미곡창고로 사용됐던 곳이라 한다.대구 삼덕동 일대도 행정기관의 사택이나 일본인의 집들이 많이 있었다. 도시발전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1939년 지어진 대구덕산공립 심상소학교 교장 관사로 사용됐던 건물만 남아 있다. 이 건물은 이후 삼덕초등학교 관사로 사용되다 지금은 삼덕마루란 이름으로 어린이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적산(敵産)은 적의 재산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적산이란 이름보다 수탈당한 재산을 되찾았다는 의미로 재해석돼야 한다는 주장이 요즘 들어 새삼 설득을 얻고 있다. 때마침 3·1만세 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 다시 조명을 받는다는 소식이다. 아픈 과거 역사에 대한 교훈적 의미를 찾는 우리민족의 당연한 자세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다크 투어리즘을 ‘역사교훈 여행’으로 풀어 쓰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약 400만 명을 학살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한 견학 등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일제 강점기라는 비극적 역사를 가진 우리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가족과 함께 가까운 우리지역 역사교훈 현장을 찾아나서는 것은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3-03

전세금 지키기 완결판

이사철, 전세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하는 세입자가 많다. 전세보증금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전셋집을 구할 때 세입자는 거래할 집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구 등기부등본)를 직접 떼어 계약 상대방이 전셋집의 진정한 소유자인지, 계약할 경우 자신의 배당 순위는 몇 번째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보통 근저당설정액에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50~70% 아래여야 거래할 만한 집이다. 물론 대출이 하나도 없는 집이 가장 좋다. 집주인의 세금 체납여부도 확인하는 게 좋다. 체납국세는 전세보증금보다 배당 순위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국세청의 ‘미납국세열람제도’를 이용한다. 마침내 계약을 맺었다면 잔금을 치르기 직전에 다시 한번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떼어 확인한다.계약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로서 권리를 완전히 누리려면 점유, 전입신고, 확정일자 받기를 하나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이사 즉시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해야 ‘대항력’을 얻는다. 대항력이란 집주인뿐만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집주인에게도 자신이 임차인임을 주장할 수 있는 힘이다. 여기에 더해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우선변제권’을 갖게 된다. 확정일자 이후에 설정된 근저당권자 등보다 배당순위가 우선한다.이런 조치를 해도 같은 날 몇 시간 뒤 집주인이 새로 근저당권설정을 한다면 세입자의 배당 순위는 해당 근저당권자보다 밀리게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로서 법적 효력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날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서에 ‘세입자가 주택 인도·전입신고·확정일자 받기를 마친 다음 날까지 임대인은 근저당권설정 등의 행위를 하지 않으며 위반 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특약을 넣어두는 게 좋다. 더 나아가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면 보증금 지키기가 쉽다. 이 경우 계약기간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소송 절차 없이 집을 경매에 부칠 수 있다. 그래도 불안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에 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들면 된다. 없는 집의 전재산, 전세보증금 지키기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27

열차 외교

북한의 열차외교의 원조는 김일성이다. 1949년 10월 북중 수교 이후 김일성 주석은 1994년 사망할 때까지 특별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40차례 방문했다. 러시아도 여러 차례 열차로 방문해 그의 열차 방문은 외교적 이미지로서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그의 중국 방문에 대해 당시 중국의 마오쩌둥은 특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원하면 조선창 등 군사 및 경제시설을 둘러보도록 신경을 썼다. 당시만 해도 비행기 길이 지금 같지 않아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여러 면에서 편했을 수도 있었던 때다.아버지의 뒤를 이어 김정일 위원장도 중국 방문에는 꼭 열차를 탔다. 그의 열차 방문은 모두 7차례였다. 김 위원장의 첫 번째 방문은 2000년 5월이다. 집권 후 첫 방문인 만큼 장쩌민 지도부와의 상견례가 방문 목적이었다. 2011년 그의 마지막 방문에서는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한 지원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은 2011년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때도 열차 안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북한 지도자와 열차의 끈질긴 인연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어쨌거나 김일성 부자의 열차 외교는 군사, 정치, 경제 등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열차 방문이 또한번 집중 조명됐다. 비행기로 5시간이면 갈 거리를 60시간이나 걸리는 열차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구구한 해석이 쏟아졌다. 경호 등 안전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60시간을 열차로 가는 것이 결코 비행기보다 안전할 수 없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이유야 어쨌든 김 위원장의 열차 외교는 출발부터 시끌벅적했다.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의도된 선택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열차 외교를 답습함으로써 얻는 대외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4천500㎞의 중국종단이 주는 중국과의 유대감 과시 좋은 효과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그의 중국종단 열차 대장정에 대한 세계적 시선이 이제 두 정상의 회담성과로 쏠리고 있다. 열차 외교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우정구 (논설위원)

2019-02-26

NCR 규제 논란

NCR은 영업용순자본비율(Net Capital Ratio)의 준말이다.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비슷한 개념이다.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을 말한다.영업용 순자본은 전체 자본에서 유동성이 낮은 자산(부동산 등)은 빼고 신속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합계액을 말하고, 총위험액은 기업 내부 요인에 의한 가격변동 등 기초위험액과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에 의한 시장위험액을 더한 금액을 말한다.총위험이 증권사의 유동성에 비해 적합한 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NCR이 높을수록 재무상태가 좋다는 의미다. 현재 금융감독당국이 권고하고 있는 NCR 비율은 500%다.이 제도는 1997년 도입됐으며 자본시장법에 따라 150%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부실증권사로 보고 적기시정조치를 내리게 된다. 예를 들어 150% 미만에는 경영개선 권고, 120% 미만에는 경영개선 요구, 100% 미만에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린다.다만 최근 금융투자업계가 NCR 규제를 개선해 달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금융감독 당국에 공식적으로 건의해 논란이다.업계에서는 NCR 부담으로 중소·벤처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시중 유동자금의 모험자본 유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인 만큼 건전성 규제장치인 NCR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증권사의 NCR 평균은 553%로 금융당국이 정해놓은 500%를 웃돈다. 다만 대형증권사를 제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위 10위 이내 대형 증권사의 평균 NCR은 1060%이고, 이들을 제외한 증권사의 평균 NCR은 400%를 겨우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금융당국이 증권사 시정조치 기준과 각종 인허가 기준비율로 NCR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나 금융업계가 NCR 규제완화를 호소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의 서로 다른 주장을 보는 듯한 데자뷰 현상을 불러온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25

상복(喪服) 입은 상주시

용인시가 SK하이닉스 유치로 환영 분위기로 들떠 있을 무렵 경북 상주시 공무원은 검은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다. 여직원은 검은색 계통의 복장으로 근무하는 모습이 언론에 비쳐졌다. 상주시 공무원이 마치 초상집을 연상케 하는 상복차림으로 근무해야 했던 사정은 다름 아닌 줄어든 인구에 있었다.한때 26만 명을 웃돌았던 상주시 인구가 이달 초 10만 명 선이 무너졌다. 농촌도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였지만 막상 10만 명 선이 붕괴되자 상주시가 받은 충격은 꽤나 컸다.그동안 학자금 지원 등 인구 늘리기에 온갖 행정력을 쏟아 부었지만 인구 증가는 불가항력이었다. 설마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남에 따라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시소멸의 위기감도 실감 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검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각오를 다져보지만 농촌 현실이 얼마나 뒤따라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상주시는 경주와 더불어 웅도 경상도를 대표하는 고을이다. 조선시대 200여 년 동안 경상감영이 자리한 곳이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발달했고 과거부터 수륙교통의 요충지였다. 학문과 문화를 숭상하는 선비의 고장이자 충열의 고장이다. 경상도라는 이름도 경주의 ‘경’자와 상주의 ‘상’자에서 따왔다고 할 정도로 위세당당한 지역이다.경북도내에는 상주시와 같이 딱한 사정에 놓인 도시는 수두룩하다. 영천과 영주도 인구 10만 명 선에 오락가락 한다. 인구문제에 관한 뾰족한 대책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는 게 지방도시다.SK하이닉스 유치로 신이 난 경기도 용인시는 1970년대 초반 만 해도 인구 10만이 안 되는 작은 도농혼합 도시였다. 1995년 시로 승격되고 22년 만에 인구 100만 도시로 성장했다. 수도권 집중화 정책의 수혜 도시다.경기도에는 인구 100만이 넘는 밀리언 시티가 수원, 고양, 용인 등 3군데나 있다. 성남과 부천시도 곧 합류하겠다고 한다. 경북과는 처지가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에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인구의 절반과 경제의 80%가 몰렸다고 한다. 상주시 공무원이 상복 차림으로 근무한 이유를 알 만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24

老 기업가의 꿈

기부문화가 가장 잘 활성화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기부문화가 잘 발달하게 된 배경으로는 기부금 운영의 투명성과 세제 혜택, 사회적 분위기 등을 손꼽는다. 미국 비영리 기부단체에 기부된 돈만 약 462조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도 많은 돈이다.키다리 아저씨는 1912년 진 웹스터가 발표한 소설의 제목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주디가 자신의 후원자 뒷모습 그림자를 보고 붙인 별명이다. 여기서 연유해 얼굴 없는 후원자를 우리는 키다리 아저씨라 부른다.대구에도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작년 12월 24일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대구공동모금회 직원을 찾아 1달에 1천만 원씩 12달 모은 돈을 전달했다. 2012년부터 누구인지 알리기를 거부하며 매년 그가 전달한 돈이 벌써 9억6천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그의 기부 정성이 너무나 놀랍다. 기부를 하는 동기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기부를 통해 전달한 그들의 마음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하며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청청하게 한다. 기부가 숭고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기부의 참뜻을 잘 살려낸 표현이라 할 수 있다.어느 은퇴 소방관의 기부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자신과 같이 소방관의 길을 걸었던 아들이 뜻하지 않는 사고로 순직하자 그는 자신과 아들의 이름으로 모금회에 2억 원을 기부했다. 순직한 아들을 기리고 아들에게 보여준 우리 사회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 했다.기부는 받는 사람에게 크나큰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기부를 하는 사람에게도 희망의 빛이 된다. 90세의 어느 기업가가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에 500억 원을 쾌척했다고 한다. 세계 유수대학이 인공지능(AI) 개발에 열을 올리는데 서울대가 뒤처져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라 했다. 모교에 대한 그의 애정이 유난히 돋보이는 선행이라 잔잔한 감동이 와 닿는다. 기부자의 뜻에 따라 공학도 후배들이 한국을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국가로 끌어 올리는 성과를 냈으면 한다. 그것이 90세 노련한 기부자의 꿈을 이루는 일이다. 각박한 세상에 기부천사들이 주는 작은 감동은 우리 사회를 버티게 하는 힘이자 희망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21

미세먼지 대책

먼지란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을 말하는데,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50㎛ 이하인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와 입자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먼지(PM, Particulate Matter)로 구분한다.미세먼지는 다시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PM10이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보다 약 1/5~1/7 정도로 작은 크기라면, PM2.5는 머리카락의 약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하여 들어감으로써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PM10, PM2.5)에 대한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1987년부터 제시해 왔고, 2013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발암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Group 1)로 지정했다.20일 오전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예비저감조치는 지난 해 11월 수도권에 도입됐는데, 실제 발령된 건 처음이다.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임직원 5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차량 2부제가 오전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시행됐다. 또 행정,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107개 대기배출 사업장은 단축 운영하고, 457개 건설공사장도 공사시간 단축, 노후기계 이용 자제, 살수 차량 운행 등의 조치를 시행하게 된다.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는 당일 오후 5시 예보 기준으로 앞으로 이틀 연속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50㎍/㎥를 넘을 것으로 예보될 때 발령할 수 있다. 예부터 금수강산으로 알려진 우리 산하가 미세먼지로 더렵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20

소원성취의 달

우리나라 세시 풍속기에 보면 1년 동안 우리 민족이 벌이는 세시풍속은 189건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 정월달에 지내는 세시풍속이 78건으로 전체의 40%가 넘는다. 세배나 설빔, 부럼깨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이 그것이다.특히 정월 대보름날 하루 동안 관련된 세시풍속이 40여 건이나 된다고 하니 음력 정월은 우리 민족에게는 매우 바쁘고 의미 있는 달이다.정월달에 이렇게 세시풍속이 몰린 이유는 새해를 맞는 각오와 바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농경사회였던 우리의 조상에게는 한해의 풍년 농사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한해의 시작인 정월달에 그해 풍년을 빌고 마을과 가정의 평안도 함께 비는 행사를 벌이게 된다.세시풍속을 살펴보면 거의가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정월 보름날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먹는 부럼깨기는 부스럼이 없는 건강한 한 해를 염원하는 풍속이다. 식사 전에 먹는 귀밝이 술도 귓병이 생기지 않고 한해 동안 기쁜 소식을 많이 들으라는 뜻이다. 지신밟기 행사는 악귀와 귀신을 물리쳐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다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입춘을 맞아 가정의 대문 등에 붙여놓는 입춘축(立春祝)도 봄이 되어 크게 길하고 밝은 기운으로 경사스런 일이 많기를 기원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바로 그것이다.한해가 시작되면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운세도 많이 알아본다. 점복풍속은 지금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의 풍속이다. 조선시대 이지함이 지은 토정비결을 통해 조상들은 그 해의 농사풍년과 가정의 화목을 알아보았다. 그해의 운세가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미리 알아보고 대처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풍속이다. 요즘은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토정비결이 인기라 한다.사람은 누구나 행복해 지길 바라고 있다. 가정의 평화와 다복을 바라는 마음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특히 새해를 맞아 제화초복(除禍招福)의 마음이 더 간절해지는 때이다. 복잡해진 세상이다. 사회와 가정의 화복을 바랐던 조상의 정신이 담긴 세시풍속에서 지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19

웹사이트 차단정책

음란물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 등 해외 불법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막는 웹사이트 차단정책이 ‘인터넷 검열’이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정부는 그동안 인터넷(IP)주소 목록을 통해 국내이용자들의 해외 불법 유해사이트 접속을 차단해왔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경찰청 등 당국이 국내인터넷사업자(DNS)들에게 요청해 사용자가 특정 유해사이트 접속을 요청해올 경우, 해당 IP주소로 연결해주는 대신 경고창 화면을 띄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해외불법서버 운영자들이 ‘https’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차단방식이 무색해졌다. ‘https’ 방식은 웹브라우저와 서버간 오가는 패킷을 암호화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 도박·음란물이 유통돼도 해당 사이트 접속을 기술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불법 유해물로 판정된 웹 게시물 70%가 https 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최근 새로 도입한 기술이 바로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방식이다. 이 방식은 이용자가 https(보안프로토콜)을 통해 해외 불법사이트에 접속할 때 데이터 패킷 암호화 이전에 해당 서버가 맞는 지 한차례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암호화되지 않는 영역’을 활용한다. 즉, 암호화 이전에 이용자 브라우저와 웹서버간 주고받는 SNI 정보를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가 불법사이트 도메인 접속 여부를 확인하는 원리다.정부는 지난 11일부터 KT를 시작으로‘https SNI(서버네임인디케이션) 필드차단 방식’을 이용해 800여곳의 웹사이트 차단에 나섰다.다만 이 방식은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주소가 암호화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다는 문제가 있다. 사용자가 어디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 22만여명이‘보안접속(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글에 동의한 이유다. 불법 유해 사이트 차단, 탈 없이 잘해내기가 ‘낙타가 바늘 귀로 지나가기’ 만큼이나 어려워보인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18

바보 성자(聖者)

바보란 뭔가 모자라는 구석이 있어 정상적 생활이나 판단을 못할 것 같은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바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가 사용하기에 따라 느낌이 다를 때가 더러 있다. 바보보다는 천진난만함을 표현하고 우직스러운 이미지를 줄 때도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은 우직함을 표현한다. 어리석은 것 같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바보처럼 한우물만 파서 큰 성과를 낼 때 이런 말을 쓴다.대구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던 김수환 추기경의 별명이 바보다. 2007년 그는 모교였던 동성중고교 100주년 기념전에 그가 직접 그린 자화상을 출품했다. 크레파스로 아주 간결하게 스케치한 자화상 아래에는 “바보야” 라고 직접 쓴 글을 남겼다. 당연히 화제가 됐다. 이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때부터 그에게는 바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다.그의 선종 10주기 추모행사가 지난 주말 전국에서 추모 미사와 함께 열렸다.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이자 성직자로서는 드물게 종교를 넘어 많은 추앙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10주기 행사는 사회적 반향도 적지 않았다. 특히 우리지역과의 깊은 인연으로 이곳에서의 그에 대한 추모 열기는 남달랐다.그는 1922년 대구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유년기 시절은 군위군 용대리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냈다. 1951년 사제 서품 후 안동천주교회에서 성직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1956년 독일로 유학 가기 직전까지 대구 경북에서 사목 활동을 했다. 그가 선종하며 남긴 자신의 각막도 안동의 한 노인에게 기증됐다.그는 스스로를 바보라 낮추었으나 오히려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일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로하는 삶을 살았으며 민주화, 인권,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늘 앞장섰다.2009년 그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 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선종하던 날 명동성당에는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의 각막 기증 소식에 사후 장기기증자가 갑자기 줄을 섰다고 하니 일종의 신드롬을 느끼게 한 일이었다. 그의 사랑과 나눔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 주말이었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2-17

길빵 금지법

담배를 많이 피우고도 장수한 사람을 든다면 영국 총리 윈스턴 처질을 말할 수 있다. 하루 10개 정도의 시가(궐련)를 피웠다. 하루종일 입에 시가를 물고 있다. 평생 그가 태운 시가 수가 25만 개라고 소개되고 있으니 애연가임에 틀림없다. 90세까지 장수했으니 담배가 그의 몸에 해롭다는 말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장수에 대해 어떤 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가를 피웠는데도 90세까지 살았던 것이 아니고 시가를 피워서 90세 밖에 못 살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의 말년이 뇌졸중 등 담배 후유증으로 인한 질환과 고통으로 보냈으니 말이다.어쨌든 담배는 현대 의학이 인정하는 건강 유해물이다. 흡연은 자살행위와 같다는 말에 이의를 달 수 없다. 담배에서 발생하는 수백가지의 화학물질이 니코틴과 함께 인체를 공격한다. 세계적 통계로 매년 담배로 사망하는 사람이 400만 명이다. 2020년에는 그 수가 1천만 명을 넘을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서도 한해 4만2천 명의 사람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지금은 담배의 유해성이 많이 알려져 국내 흡연율도 많이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4.2%포인트가 줄어 현재 우리의 흡연율은 21.2%다. 남성 흡연율이 39.3%로 처음으로 30%대로 내려갔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흡연율은 여전히 OECD국가 중 상위권이다. 담배 유해성을 알리는 광고와 흡연 제한 등으로 애연가들의 입지가 많이 좁아진 가운데 보행 중 담배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간간히 국민청원을 통해 길거리 흡연에 대한 제재 목소리가 나왔으나 법으로 제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간과 구역 중심의 규제에서 흡연행위에 대한 규제로 강화됐다는 점에서 법안 처리가 주목된다.애연가들은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구역이 턱없이 부족해 흡연자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를 낸다. 그동안 정부가 담배를 팔아서 번 돈이 얼마인데 흡연 공간 확보에 너무 인색했다는 반응이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길빵이라 부른다. 앞으로 길빵 단속이 가능해질지 자못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2-14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이란 일상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가장 우선이고, 스마트폰 이용 정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지면서 주변 사람과 갈등을 겪고, 신체적 불편을 느끼며, 가정·학교·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를 활용해 평가하며, 점수에 따라 고위험군, 잠재적 위험군, 일반 사용자로 분류한다.문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양육 탓에 3~5살 유아와 6~9살 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스마트폰·인터넷 이용자 2만8천575명을 가구 방문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내놓은 ‘2018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를 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중 19.1%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의 삶의 만족도는 73.7%로 일반 사용자군(78.9%)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인간관계와 건강 등에서 격차가 컸다. 이전 조사와 비교하면 유아와 아동 이용자들의 과의존 위험군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2015년 17.9%에서 이듬해 19.1%로 1.2%포인트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0.7%로 다시 1.6%포인트 높아졌다. 조사 대상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2017~2018년 사이, 60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12.9%에서 14.2%로 1.3%포인트 증가했고, 그동안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청소년은 30.3%에서 29.3%로 오히려 1.0%포인트 감소했다.유아·아동 연령대의 과의존 위험군 증가 폭이 커지는 이유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양육 탓으로 분석됐다. 일찍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교육 콘텐츠 등을 보게 하거나,따로 시간을 갖기 위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이나 게임 등을 보게 하는 게 이런 현상을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스마트폰 과의존증후군에도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닌가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