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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생체인식기술

생체인식 기술(biometrics)은 개별적인 생체의 특성을 인식해서 보안시스템에 활용하는 기술을 말하며, 망막, 지문, 음성, 얼굴 등 개인의 신체적 특성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거나 범죄자를 가려내는 생체측정(인식)기술을 말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매우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금융서비스, 네트워크 보안,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많은 회사들이 이미 이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곳이 많다.생체인식시스템에는 지문인식, 홍채인식, 안면인식, 음성인식, 전자서명, 손등의 정맥인식 등의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그중 홍채인식은 인간의 홍채가 사람마다 다른 점을 이용하는 보안시스템으로, 공항 등에서의 범죄자 검거를 홍채데이터베이스와 매치해 활용하는 시스템과 사무실출입관리 등에 이용되는 보안용 홍채인식 시스템으로 나뉜다. 홍채인식은 지문인식에 비해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고 개발비용이 높을 뿐 아니라 사용자가 불편해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아직 대중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생체인식기술은 지문인식기술이다. 각 개인마다 특징적으로 갖고 있는 지문을 통해 사용자를 인식하는 방법이다. 지문인식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사용자는 먼저 자신의 지문을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된 지문은 등록한 사람의 이름 혹은 다른 개인정보와 함께 저장된다. 이후 사용자가 자신의 지문을 입력하면 전에 등록되어 있던 사용자의 지문과 비교를 함으로써 시스템이 인지해 그 사람을 인식한다. 지문인식기술이 적용된 기기는 가격이 저렴하며, 인식하는 속도가 빨라 많이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국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본인 확인을 위해 널리 쓰인다. 생체인식 기술이 가장 각광받는 곳은 바로 스마트폰 시장이다. 소유자 본인만이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공개한 갤럭시S10 제품군에 초음파(Ultrasonic) 기반 지문인식을 도입했다. 갤럭시노트7에서 홍채인식을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시작했으나 갤럭시S10에서는 지문인식으로 다시 돌아왔다. 생체인식 기술이 스마트폰과 IT에 도입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간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3-06

‘플라스틱 코리아’

중국의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는 중국이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국내 수입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살아가는 한 가정을 통해 플라스틱 공해를 고발한 영화다. 이 영화로 중국은 플라스틱 수입을 막았고 한국도 작년 재활용 플라스틱 처리문제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버린 쓰레기가 재활용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거리낌 없이 소비한 우리 국민도 이 사건 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플라스틱이 얼마나 심각한 공해인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알려지는 계기가 된 영화라 할 수 있다.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이다. 유럽 플라스틱제조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이다. 조사대상 63개국 중 3위다. 벨기에가 1위(170㎏)며 대만이 2위(141㎏)다.플라스틱 제품은 내구성과 신축성이 좋은 데다 가볍다. 효용성이 높다는 이유로 여전히 우리 생활에는 땔 수없는 제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우리나라도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 푸드점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용량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플라스틱은 화학구조 자체가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소각할 때 발생하는 환경 호르몬과 유해물질은 인체에 치명적이다. 지구상에서 한해 동안 생산되는 플라스틱이 3억t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상당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버려져 바다생물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한다. 바다 속에 들어간 플라스틱이 분해돼 바다 생물의 먹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일본의 한 해안가에서 발견된 젖먹이 새끼 대왕고래의 위에서 다량의 플라스틱이 나왔던 것이 하나의 사례다. 플라스틱을 삼킨 바다고기를 사람이 다시 잡아먹는 먹이사슬의 구조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에 무더기로 방치된 플라스틱 쓰레기 산이 미국 CNN 방송에 소개됐다. ‘플라스틱 코리아’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난 꼴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3-05

북튜브

북튜브(Booktube)는 책과 유튜브의 합성어로, 책과 관련된 리뷰 등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의미한다. 북튜버는 이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을 칭한다.게임, 먹방, 쿡방, 뷰티 콘텐츠가 대세인 유튜브에 북튜브 채널이 등장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우리 사회가 책읽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그리 큰 비밀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책을 다루는 북튜브가 유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새 트렌드다. 최근에는 북튜브 전성시대라 할 만큼 20여개 채널이 생겼다.우선 초보 독서인에게는 북튜브 ‘겨울서점’을 추천한다. 북튜버인 김겨울이 공들여 ‘엑기스’만 추린 콘텐츠, 부드러운 저음의 여성 목소리, 깔끔한 말솜씨로 책을 좋아하게끔 만든다.‘공백의 책단장’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북튜브로, 하나의 주제를 프로젝트처럼 다뤄 깊이 있는 독서를 돕는다. 고전을 다루는 ‘사월이네 북리뷰’와 조선시대 선비처럼 갓을 쓰고 자기계발서와 공상과학(SF) 소설을 소개하는 ‘책선비’도 잘난 척하지 않아 초보 독서인에게 적합하다. 경제·경영서를 다루는 ‘책읽찌라’나 톨스토이와 같은 고전문학을 다루는 ‘문학줍줍’은 완독이 버거운 수험생이나 문학 소양이 아쉬운 직장인에게 인기다.지친 직장인들을 위해 가만히 책을 읽어주는 낭독 채널형 북튜브도 인기다. ‘책 읽기 좋은 날’은 세계 문학, 한국 문학, 에세이, 신간을 두루 읽어준다.‘루나 펄스(lunar pulse)’는 톨스토이, 안중근 의사 자서전 같은 무게감 있는 책을 여러 편으로 나눠 끝까지 읽어준다. ‘쏭아지네’는 심리 분야 도서만 리뷰한다.영어와 지식을 동시에 공부하는 해외 북튜브도 있다. 영어 초보자에게는 곰 인형을 안은 할머니가 그림책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스토리타임위드미즈베키(StoryTimeWithMsBecky)’가 좋다.‘폴란드바나나스북스(polandbananasBOOKS)’는 코믹 북튜브로, 요가를 하면서 책꾸러미를 자랑한다.‘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는 만화책을 비롯해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북튜브는 스마트폰 시대를 주름잡는 유튜브가 시대의 변화를 자극하고 있는 증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3-04

다크 투어리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패배하고 한반도에서 철수하면서 우리 정부에 귀속된 일본인 주택을 적산(敵産)가옥이라 부른다. 포항의 구룡포 일본가옥거리에 남아 있는 일본식 주택이 우리지역에 있는 대표적 적산가옥이다.적산가옥은 전국적으로 보면 과거 일본인이 많이 살았던 항구지역에 집중 분포돼 있었다. 포항 구룡포는 1883년 ‘조일통상장정’체결 이후부터 일본인이 건너와 거주해 왔던 곳이다. 10년 전만 해도 100채 가량의 일본식 집들이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반쯤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라도 목포와 여수, 군산 등 항구도시들도 적산가옥이 아직 많은 곳이다.큰 도시 중에는 대구도 비교적 많은 적산가옥이 분포돼 있는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일제시대 대구역이 처음으로 들어서면서 역세권이 형성된 북성로 일대는 일본 식민기업의 진출로 당시 일본식 건물들이 많이 지어졌다. 최근 개장한 북성로 공구박물관은 1936년 지어진 일본식 건물로 당시에는 미곡창고로 사용됐던 곳이라 한다.대구 삼덕동 일대도 행정기관의 사택이나 일본인의 집들이 많이 있었다. 도시발전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1939년 지어진 대구덕산공립 심상소학교 교장 관사로 사용됐던 건물만 남아 있다. 이 건물은 이후 삼덕초등학교 관사로 사용되다 지금은 삼덕마루란 이름으로 어린이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적산(敵産)은 적의 재산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적산이란 이름보다 수탈당한 재산을 되찾았다는 의미로 재해석돼야 한다는 주장이 요즘 들어 새삼 설득을 얻고 있다. 때마침 3·1만세 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 다시 조명을 받는다는 소식이다. 아픈 과거 역사에 대한 교훈적 의미를 찾는 우리민족의 당연한 자세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다크 투어리즘을 ‘역사교훈 여행’으로 풀어 쓰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약 400만 명을 학살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한 견학 등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일제 강점기라는 비극적 역사를 가진 우리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가족과 함께 가까운 우리지역 역사교훈 현장을 찾아나서는 것은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3-03

전세금 지키기 완결판

이사철, 전세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하는 세입자가 많다. 전세보증금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전셋집을 구할 때 세입자는 거래할 집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구 등기부등본)를 직접 떼어 계약 상대방이 전셋집의 진정한 소유자인지, 계약할 경우 자신의 배당 순위는 몇 번째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보통 근저당설정액에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50~70% 아래여야 거래할 만한 집이다. 물론 대출이 하나도 없는 집이 가장 좋다. 집주인의 세금 체납여부도 확인하는 게 좋다. 체납국세는 전세보증금보다 배당 순위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국세청의 ‘미납국세열람제도’를 이용한다. 마침내 계약을 맺었다면 잔금을 치르기 직전에 다시 한번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떼어 확인한다.계약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로서 권리를 완전히 누리려면 점유, 전입신고, 확정일자 받기를 하나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이사 즉시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해야 ‘대항력’을 얻는다. 대항력이란 집주인뿐만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집주인에게도 자신이 임차인임을 주장할 수 있는 힘이다. 여기에 더해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우선변제권’을 갖게 된다. 확정일자 이후에 설정된 근저당권자 등보다 배당순위가 우선한다.이런 조치를 해도 같은 날 몇 시간 뒤 집주인이 새로 근저당권설정을 한다면 세입자의 배당 순위는 해당 근저당권자보다 밀리게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로서 법적 효력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날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서에 ‘세입자가 주택 인도·전입신고·확정일자 받기를 마친 다음 날까지 임대인은 근저당권설정 등의 행위를 하지 않으며 위반 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특약을 넣어두는 게 좋다. 더 나아가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면 보증금 지키기가 쉽다. 이 경우 계약기간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소송 절차 없이 집을 경매에 부칠 수 있다. 그래도 불안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에 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들면 된다. 없는 집의 전재산, 전세보증금 지키기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27

열차 외교

북한의 열차외교의 원조는 김일성이다. 1949년 10월 북중 수교 이후 김일성 주석은 1994년 사망할 때까지 특별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40차례 방문했다. 러시아도 여러 차례 열차로 방문해 그의 열차 방문은 외교적 이미지로서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그의 중국 방문에 대해 당시 중국의 마오쩌둥은 특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원하면 조선창 등 군사 및 경제시설을 둘러보도록 신경을 썼다. 당시만 해도 비행기 길이 지금 같지 않아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여러 면에서 편했을 수도 있었던 때다.아버지의 뒤를 이어 김정일 위원장도 중국 방문에는 꼭 열차를 탔다. 그의 열차 방문은 모두 7차례였다. 김 위원장의 첫 번째 방문은 2000년 5월이다. 집권 후 첫 방문인 만큼 장쩌민 지도부와의 상견례가 방문 목적이었다. 2011년 그의 마지막 방문에서는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한 지원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은 2011년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때도 열차 안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북한 지도자와 열차의 끈질긴 인연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어쨌거나 김일성 부자의 열차 외교는 군사, 정치, 경제 등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열차 방문이 또한번 집중 조명됐다. 비행기로 5시간이면 갈 거리를 60시간이나 걸리는 열차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구구한 해석이 쏟아졌다. 경호 등 안전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60시간을 열차로 가는 것이 결코 비행기보다 안전할 수 없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이유야 어쨌든 김 위원장의 열차 외교는 출발부터 시끌벅적했다.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의도된 선택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열차 외교를 답습함으로써 얻는 대외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4천500㎞의 중국종단이 주는 중국과의 유대감 과시 좋은 효과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그의 중국종단 열차 대장정에 대한 세계적 시선이 이제 두 정상의 회담성과로 쏠리고 있다. 열차 외교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우정구 (논설위원)

2019-02-26

NCR 규제 논란

NCR은 영업용순자본비율(Net Capital Ratio)의 준말이다.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비슷한 개념이다.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을 말한다.영업용 순자본은 전체 자본에서 유동성이 낮은 자산(부동산 등)은 빼고 신속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합계액을 말하고, 총위험액은 기업 내부 요인에 의한 가격변동 등 기초위험액과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에 의한 시장위험액을 더한 금액을 말한다.총위험이 증권사의 유동성에 비해 적합한 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NCR이 높을수록 재무상태가 좋다는 의미다. 현재 금융감독당국이 권고하고 있는 NCR 비율은 500%다.이 제도는 1997년 도입됐으며 자본시장법에 따라 150%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부실증권사로 보고 적기시정조치를 내리게 된다. 예를 들어 150% 미만에는 경영개선 권고, 120% 미만에는 경영개선 요구, 100% 미만에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린다.다만 최근 금융투자업계가 NCR 규제를 개선해 달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금융감독 당국에 공식적으로 건의해 논란이다.업계에서는 NCR 부담으로 중소·벤처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시중 유동자금의 모험자본 유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인 만큼 건전성 규제장치인 NCR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증권사의 NCR 평균은 553%로 금융당국이 정해놓은 500%를 웃돈다. 다만 대형증권사를 제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위 10위 이내 대형 증권사의 평균 NCR은 1060%이고, 이들을 제외한 증권사의 평균 NCR은 400%를 겨우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금융당국이 증권사 시정조치 기준과 각종 인허가 기준비율로 NCR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나 금융업계가 NCR 규제완화를 호소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의 서로 다른 주장을 보는 듯한 데자뷰 현상을 불러온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25

상복(喪服) 입은 상주시

용인시가 SK하이닉스 유치로 환영 분위기로 들떠 있을 무렵 경북 상주시 공무원은 검은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다. 여직원은 검은색 계통의 복장으로 근무하는 모습이 언론에 비쳐졌다. 상주시 공무원이 마치 초상집을 연상케 하는 상복차림으로 근무해야 했던 사정은 다름 아닌 줄어든 인구에 있었다.한때 26만 명을 웃돌았던 상주시 인구가 이달 초 10만 명 선이 무너졌다. 농촌도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였지만 막상 10만 명 선이 붕괴되자 상주시가 받은 충격은 꽤나 컸다.그동안 학자금 지원 등 인구 늘리기에 온갖 행정력을 쏟아 부었지만 인구 증가는 불가항력이었다. 설마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남에 따라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시소멸의 위기감도 실감 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검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각오를 다져보지만 농촌 현실이 얼마나 뒤따라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상주시는 경주와 더불어 웅도 경상도를 대표하는 고을이다. 조선시대 200여 년 동안 경상감영이 자리한 곳이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발달했고 과거부터 수륙교통의 요충지였다. 학문과 문화를 숭상하는 선비의 고장이자 충열의 고장이다. 경상도라는 이름도 경주의 ‘경’자와 상주의 ‘상’자에서 따왔다고 할 정도로 위세당당한 지역이다.경북도내에는 상주시와 같이 딱한 사정에 놓인 도시는 수두룩하다. 영천과 영주도 인구 10만 명 선에 오락가락 한다. 인구문제에 관한 뾰족한 대책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는 게 지방도시다.SK하이닉스 유치로 신이 난 경기도 용인시는 1970년대 초반 만 해도 인구 10만이 안 되는 작은 도농혼합 도시였다. 1995년 시로 승격되고 22년 만에 인구 100만 도시로 성장했다. 수도권 집중화 정책의 수혜 도시다.경기도에는 인구 100만이 넘는 밀리언 시티가 수원, 고양, 용인 등 3군데나 있다. 성남과 부천시도 곧 합류하겠다고 한다. 경북과는 처지가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에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인구의 절반과 경제의 80%가 몰렸다고 한다. 상주시 공무원이 상복 차림으로 근무한 이유를 알 만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24

老 기업가의 꿈

기부문화가 가장 잘 활성화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기부문화가 잘 발달하게 된 배경으로는 기부금 운영의 투명성과 세제 혜택, 사회적 분위기 등을 손꼽는다. 미국 비영리 기부단체에 기부된 돈만 약 462조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도 많은 돈이다.키다리 아저씨는 1912년 진 웹스터가 발표한 소설의 제목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주디가 자신의 후원자 뒷모습 그림자를 보고 붙인 별명이다. 여기서 연유해 얼굴 없는 후원자를 우리는 키다리 아저씨라 부른다.대구에도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작년 12월 24일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대구공동모금회 직원을 찾아 1달에 1천만 원씩 12달 모은 돈을 전달했다. 2012년부터 누구인지 알리기를 거부하며 매년 그가 전달한 돈이 벌써 9억6천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그의 기부 정성이 너무나 놀랍다. 기부를 하는 동기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기부를 통해 전달한 그들의 마음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하며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청청하게 한다. 기부가 숭고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기부의 참뜻을 잘 살려낸 표현이라 할 수 있다.어느 은퇴 소방관의 기부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자신과 같이 소방관의 길을 걸었던 아들이 뜻하지 않는 사고로 순직하자 그는 자신과 아들의 이름으로 모금회에 2억 원을 기부했다. 순직한 아들을 기리고 아들에게 보여준 우리 사회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 했다.기부는 받는 사람에게 크나큰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기부를 하는 사람에게도 희망의 빛이 된다. 90세의 어느 기업가가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에 500억 원을 쾌척했다고 한다. 세계 유수대학이 인공지능(AI) 개발에 열을 올리는데 서울대가 뒤처져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라 했다. 모교에 대한 그의 애정이 유난히 돋보이는 선행이라 잔잔한 감동이 와 닿는다. 기부자의 뜻에 따라 공학도 후배들이 한국을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국가로 끌어 올리는 성과를 냈으면 한다. 그것이 90세 노련한 기부자의 꿈을 이루는 일이다. 각박한 세상에 기부천사들이 주는 작은 감동은 우리 사회를 버티게 하는 힘이자 희망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21

미세먼지 대책

먼지란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을 말하는데,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50㎛ 이하인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와 입자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먼지(PM, Particulate Matter)로 구분한다.미세먼지는 다시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PM10이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보다 약 1/5~1/7 정도로 작은 크기라면, PM2.5는 머리카락의 약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하여 들어감으로써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PM10, PM2.5)에 대한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1987년부터 제시해 왔고, 2013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발암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Group 1)로 지정했다.20일 오전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예비저감조치는 지난 해 11월 수도권에 도입됐는데, 실제 발령된 건 처음이다.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임직원 5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차량 2부제가 오전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시행됐다. 또 행정,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107개 대기배출 사업장은 단축 운영하고, 457개 건설공사장도 공사시간 단축, 노후기계 이용 자제, 살수 차량 운행 등의 조치를 시행하게 된다.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는 당일 오후 5시 예보 기준으로 앞으로 이틀 연속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50㎍/㎥를 넘을 것으로 예보될 때 발령할 수 있다. 예부터 금수강산으로 알려진 우리 산하가 미세먼지로 더렵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20

소원성취의 달

우리나라 세시 풍속기에 보면 1년 동안 우리 민족이 벌이는 세시풍속은 189건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 정월달에 지내는 세시풍속이 78건으로 전체의 40%가 넘는다. 세배나 설빔, 부럼깨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이 그것이다.특히 정월 대보름날 하루 동안 관련된 세시풍속이 40여 건이나 된다고 하니 음력 정월은 우리 민족에게는 매우 바쁘고 의미 있는 달이다.정월달에 이렇게 세시풍속이 몰린 이유는 새해를 맞는 각오와 바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농경사회였던 우리의 조상에게는 한해의 풍년 농사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한해의 시작인 정월달에 그해 풍년을 빌고 마을과 가정의 평안도 함께 비는 행사를 벌이게 된다.세시풍속을 살펴보면 거의가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정월 보름날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먹는 부럼깨기는 부스럼이 없는 건강한 한 해를 염원하는 풍속이다. 식사 전에 먹는 귀밝이 술도 귓병이 생기지 않고 한해 동안 기쁜 소식을 많이 들으라는 뜻이다. 지신밟기 행사는 악귀와 귀신을 물리쳐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다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입춘을 맞아 가정의 대문 등에 붙여놓는 입춘축(立春祝)도 봄이 되어 크게 길하고 밝은 기운으로 경사스런 일이 많기를 기원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바로 그것이다.한해가 시작되면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운세도 많이 알아본다. 점복풍속은 지금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의 풍속이다. 조선시대 이지함이 지은 토정비결을 통해 조상들은 그 해의 농사풍년과 가정의 화목을 알아보았다. 그해의 운세가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미리 알아보고 대처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풍속이다. 요즘은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토정비결이 인기라 한다.사람은 누구나 행복해 지길 바라고 있다. 가정의 평화와 다복을 바라는 마음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특히 새해를 맞아 제화초복(除禍招福)의 마음이 더 간절해지는 때이다. 복잡해진 세상이다. 사회와 가정의 화복을 바랐던 조상의 정신이 담긴 세시풍속에서 지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19

웹사이트 차단정책

음란물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 등 해외 불법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막는 웹사이트 차단정책이 ‘인터넷 검열’이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정부는 그동안 인터넷(IP)주소 목록을 통해 국내이용자들의 해외 불법 유해사이트 접속을 차단해왔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경찰청 등 당국이 국내인터넷사업자(DNS)들에게 요청해 사용자가 특정 유해사이트 접속을 요청해올 경우, 해당 IP주소로 연결해주는 대신 경고창 화면을 띄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해외불법서버 운영자들이 ‘https’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차단방식이 무색해졌다. ‘https’ 방식은 웹브라우저와 서버간 오가는 패킷을 암호화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 도박·음란물이 유통돼도 해당 사이트 접속을 기술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불법 유해물로 판정된 웹 게시물 70%가 https 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최근 새로 도입한 기술이 바로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방식이다. 이 방식은 이용자가 https(보안프로토콜)을 통해 해외 불법사이트에 접속할 때 데이터 패킷 암호화 이전에 해당 서버가 맞는 지 한차례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암호화되지 않는 영역’을 활용한다. 즉, 암호화 이전에 이용자 브라우저와 웹서버간 주고받는 SNI 정보를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가 불법사이트 도메인 접속 여부를 확인하는 원리다.정부는 지난 11일부터 KT를 시작으로‘https SNI(서버네임인디케이션) 필드차단 방식’을 이용해 800여곳의 웹사이트 차단에 나섰다.다만 이 방식은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주소가 암호화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다는 문제가 있다. 사용자가 어디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 22만여명이‘보안접속(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글에 동의한 이유다. 불법 유해 사이트 차단, 탈 없이 잘해내기가 ‘낙타가 바늘 귀로 지나가기’ 만큼이나 어려워보인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18

바보 성자(聖者)

바보란 뭔가 모자라는 구석이 있어 정상적 생활이나 판단을 못할 것 같은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바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가 사용하기에 따라 느낌이 다를 때가 더러 있다. 바보보다는 천진난만함을 표현하고 우직스러운 이미지를 줄 때도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은 우직함을 표현한다. 어리석은 것 같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바보처럼 한우물만 파서 큰 성과를 낼 때 이런 말을 쓴다.대구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던 김수환 추기경의 별명이 바보다. 2007년 그는 모교였던 동성중고교 100주년 기념전에 그가 직접 그린 자화상을 출품했다. 크레파스로 아주 간결하게 스케치한 자화상 아래에는 “바보야” 라고 직접 쓴 글을 남겼다. 당연히 화제가 됐다. 이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때부터 그에게는 바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다.그의 선종 10주기 추모행사가 지난 주말 전국에서 추모 미사와 함께 열렸다.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이자 성직자로서는 드물게 종교를 넘어 많은 추앙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10주기 행사는 사회적 반향도 적지 않았다. 특히 우리지역과의 깊은 인연으로 이곳에서의 그에 대한 추모 열기는 남달랐다.그는 1922년 대구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유년기 시절은 군위군 용대리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냈다. 1951년 사제 서품 후 안동천주교회에서 성직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1956년 독일로 유학 가기 직전까지 대구 경북에서 사목 활동을 했다. 그가 선종하며 남긴 자신의 각막도 안동의 한 노인에게 기증됐다.그는 스스로를 바보라 낮추었으나 오히려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일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로하는 삶을 살았으며 민주화, 인권,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늘 앞장섰다.2009년 그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 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선종하던 날 명동성당에는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의 각막 기증 소식에 사후 장기기증자가 갑자기 줄을 섰다고 하니 일종의 신드롬을 느끼게 한 일이었다. 그의 사랑과 나눔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 주말이었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2-17

길빵 금지법

담배를 많이 피우고도 장수한 사람을 든다면 영국 총리 윈스턴 처질을 말할 수 있다. 하루 10개 정도의 시가(궐련)를 피웠다. 하루종일 입에 시가를 물고 있다. 평생 그가 태운 시가 수가 25만 개라고 소개되고 있으니 애연가임에 틀림없다. 90세까지 장수했으니 담배가 그의 몸에 해롭다는 말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장수에 대해 어떤 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가를 피웠는데도 90세까지 살았던 것이 아니고 시가를 피워서 90세 밖에 못 살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의 말년이 뇌졸중 등 담배 후유증으로 인한 질환과 고통으로 보냈으니 말이다.어쨌든 담배는 현대 의학이 인정하는 건강 유해물이다. 흡연은 자살행위와 같다는 말에 이의를 달 수 없다. 담배에서 발생하는 수백가지의 화학물질이 니코틴과 함께 인체를 공격한다. 세계적 통계로 매년 담배로 사망하는 사람이 400만 명이다. 2020년에는 그 수가 1천만 명을 넘을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서도 한해 4만2천 명의 사람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지금은 담배의 유해성이 많이 알려져 국내 흡연율도 많이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4.2%포인트가 줄어 현재 우리의 흡연율은 21.2%다. 남성 흡연율이 39.3%로 처음으로 30%대로 내려갔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흡연율은 여전히 OECD국가 중 상위권이다. 담배 유해성을 알리는 광고와 흡연 제한 등으로 애연가들의 입지가 많이 좁아진 가운데 보행 중 담배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간간히 국민청원을 통해 길거리 흡연에 대한 제재 목소리가 나왔으나 법으로 제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간과 구역 중심의 규제에서 흡연행위에 대한 규제로 강화됐다는 점에서 법안 처리가 주목된다.애연가들은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구역이 턱없이 부족해 흡연자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를 낸다. 그동안 정부가 담배를 팔아서 번 돈이 얼마인데 흡연 공간 확보에 너무 인색했다는 반응이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길빵이라 부른다. 앞으로 길빵 단속이 가능해질지 자못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2-14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이란 일상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가장 우선이고, 스마트폰 이용 정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지면서 주변 사람과 갈등을 겪고, 신체적 불편을 느끼며, 가정·학교·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를 활용해 평가하며, 점수에 따라 고위험군, 잠재적 위험군, 일반 사용자로 분류한다.문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양육 탓에 3~5살 유아와 6~9살 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스마트폰·인터넷 이용자 2만8천575명을 가구 방문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내놓은 ‘2018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를 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중 19.1%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의 삶의 만족도는 73.7%로 일반 사용자군(78.9%)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인간관계와 건강 등에서 격차가 컸다. 이전 조사와 비교하면 유아와 아동 이용자들의 과의존 위험군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2015년 17.9%에서 이듬해 19.1%로 1.2%포인트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0.7%로 다시 1.6%포인트 높아졌다. 조사 대상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2017~2018년 사이, 60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12.9%에서 14.2%로 1.3%포인트 증가했고, 그동안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청소년은 30.3%에서 29.3%로 오히려 1.0%포인트 감소했다.유아·아동 연령대의 과의존 위험군 증가 폭이 커지는 이유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양육 탓으로 분석됐다. 일찍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교육 콘텐츠 등을 보게 하거나,따로 시간을 갖기 위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이나 게임 등을 보게 하는 게 이런 현상을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스마트폰 과의존증후군에도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닌가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13

봄의 전령사

봄의 전령은 누가 뭐래도 매화(梅花)를 첫 번째로 꼽는다.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에서는 벌써 매화축제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남해나 거제, 창원 등 남부지방 곳곳에서도 매화꽃이 봉우리를 맺기 시작해 매화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사로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매화는 장미과의 갈잎, 중간 키 정도의 나무다. 꽃을 강조할 때는 매화라고 부르며 열매를 강조할 때는 매실나무라고도 부르고 있다.군자(君子)의 기품에 비유한 네 가지 꽃(사군자) 가운데 하나다. 매(梅) 난(蘭) 국(菊) 죽(竹)순으로 표현되어 매화는 사군자 중에도 으뜸이라 한다.매화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이름도 갖가지다. 일찍 핀다하여 조매(早梅), 추운 날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하여 설중매(雪中梅)라고도 부른다. 색깔에 따라 백매, 홍매 등으로 나뉜다. 중국에서는 음력 2월을 매화를 볼 수 있는 달이라 하여 매견월(梅見月)이라 특별하게 부른다고 한다.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서 고운 꽃을 피운다. 온갖 꽃들이 미처 피기도 전에 먼저 꽃을 피워야 하기에 그 기개가 가상하다 할만하다. 옛 선비들이 매화를 특별히 좋아한 이유도 이처럼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어나는 늠름함에 있다. 우리나라 근대 수필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김진섭은 매화찬(梅花讚)이란 글에서 적설(積雪)과 찬 기운 속에 고요히 피는 매화에서 장엄하고 숭고한 기세를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는 일반 꽃들과 대비되는 매화의 특성을 선구자적 모습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매화가 핀다는 것은 이제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아무리 추워도 자연의 섭리 앞에는 그 누구도 불복을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봄에 들어선다는 입춘도 막 지났다. 매화꽃이 조금씩 봉우리를 피우면서 우리를 추위에 떨게 했던 겨울 한파도 곧 물러 설 것으로 보인다. 봄의 전령 매화꽃의 만개 소식과 더불어 겨우내 움츠려왔던 우리들의 가슴도 이제 활짝 기지개를 펴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19-02-12

달라지는 병영문화

문재인 정부 들어 군부대 병사들의 복무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군 복무기간 단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육군·해병대·의무경찰·상근예비역은 군 복무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로, 해군·의무해양경찰·의무소방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공군은 군 복무기간이 24개월에서 22개월로 줄어든다.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에서 21개월로, 산업기능요원(보충역)은 26개월에서 23개월로 줄어든다. 다만 당장 줄어드는 게 아니라 육군을 기준으로 2017년 1월 3일에 입대한 사람부터 군 복무기간이 보름간격으로 하루씩 단계적으로 줄어들어 2020년 6월 15일에 입대하는 사람들부터 육군의 경우 18개월 복무를 하게 된다. 이는 같이 근무하는 병사들의 복무기간에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 따른 것이다.또 지난 1일부터 병사들의 평일 외출이 허용됐고, 오는 4월부터는 휴대전화도 쓸 수 있게 된다. 국방부의‘병영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일과 후 휴대폰 사용과 장병 평일외출이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다. 군인들의 평일 일과 후 외출은 오후 5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4시간이며, 일과 종료 후부터 저녁점호 전까지 자기개발·병원진료·면회 등 개인용무를 위해 개인별 월 2회 이내에서 실시할 수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부터 각 군의 13개 부대를 대상으로 평일 외출 시범운영을 해왔다.4월부터 일과 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의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병사들이 생활관에서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로 다양한 강좌도 들을 수 있어 자기 계발도 가능해진다. 다만 군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휴대전화 사용 지역을 생활관으로 한정하고, 카메라 렌즈는 보안 스티커로 완전히 봉해 촬영을 금지했다. 촬영이나 녹음을 못 하게 하는 보안 앱도 병사들 휴대전화에 설치된다. 통화 남용을 막기 위해 평일은 오후 6시부터 밤 10시, 휴일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 36개월 군 복무한 어르신 왈,“요즘 군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11

눈총 받는 공시열풍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공시(公試)열풍으로 들떠 있다.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공무원이 단연 1등이다. 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직업도 공무원이 1위를 달리고 있다. 40세 이전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시 재수생이 는다. 일반직장에서도 공시준비에 나서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2017년 8월,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 회장은 “한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의 꿈이 빌 게이츠가 아니고 공무원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투자처로서 한국은 매력이 없다. 이래서는 중국 등 신흥국과 맞서 경쟁하기 힘들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의 공시열풍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시열풍이 식지 않고 있는 것은 공시에서 벗어날 만한 매력적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 민간분야에서 안정적 직업이 나올 수 있다면 공시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나 경제 분야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실업난 해소란 이유로 지나치게 공공부문을 확대해 열어놓은 것도 공시열풍을 부추긴 요인이 된다.미국은 공무원이 우리처럼 인기가 없다. 일반적인 대학졸업자는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벤처기업을 가려는 것이 보통이라 한다. 창의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보편적 흐름이다. 그렇게 해야만 경제의 재생산이나 선순환도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은 경제활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할 수도 없다. 그런 그들이 상류층이 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생산한 민간기업 직원이 빈곤층이 된다면 경제가 역동성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최근 LA타임스가 한국의 공시열풍을 꼬집어 보도했다. 한국에서 공무원시험 합격률은 하버드대 입학 하기보다 어렵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느려 공공부문에 많이 몰린 탓이라 주석을 달았으나 비정상적 현상으로 비치는 한국의 공시열풍에 대한 따가운 지적으로 들린다. 외국 언론조차도 곱잖게 보는 공시열풍을 멈출 방법은 없는가./우정구(논설위원)

2019-02-10

농촌 살릴 ‘귀농’

귀농(歸農)과 귀촌(歸村)은 엄격히 따지면 약간의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귀농은 본래 도시에서 살아왔던 사람이 농촌으로 돌아가 농사 등을 지으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귀촌은 농촌 출신 중 도시에서 살고 있다가 고향 생각이 나 농촌으로 되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농(離農)은 귀촌보다는 귀농의 반대 개념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귀농·귀촌을 통틀어 우리는 귀농 현상이라 부른다.1997년 외환위기(IMF)라는 직격탄을 맞은 우리 사회는 이때부터 농촌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다.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쫓겨난 많은 봉급자가 생계를 걱정하며 찾은 곳이 귀농 현장이다. 마땅한 수입원이 없었던 그들로선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의 생활 정착이 새로운 희망의 빛이었다. 이른바 생계형 귀농 현상이다.2000년대 들어서는 은퇴자의 귀농이 늘어난다. 직장 생활을 끝내고 전원풍의 주거생활을 꿈꾸며 나타난 것이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머리가 복잡했던 도시생활을 벗어난다는 개념으로 농촌의 전원생활이 로망이 되던 시절이다. 이후 농촌에는 3040세대의 엘리트 귀농이 등장한다. 젊은이의 등장과 새로운 영농기법을 동원한 귀농 현상은 귀농의 경제화와 경영화 바람을 일으킨다.2017년은 우리나라 귀농·귀촌 인구가 50만 명을 처음 넘어선 해다. 2013년 통계 작성 후 가장 많은 귀농·귀촌 인구 증가 현상을 보였다. 연령별로도 40세 미만의 젊은층이 절반가량 차지해 귀농의 긍정적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귀농현상이 고용 증가와 소득 증가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귀농현상이 인구 감소로 걱정하던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각 지자체별로도 귀농 정착을 위한 지원이 크게 늘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도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10명 중 3명이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희망자 중 상당수가 구체적 계획은 없었지만 귀농·귀촌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높았다.소멸위기에 있는 우리 농촌으로서는 희망적 요소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귀농·귀촌을 이끌 당국의 화끈한 유인책이 필요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07

명절 증후군

명절 증후군은 대한민국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인 현상을 말한다. 실제 병은 아니며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라는 증상을 호소한다. 여성의 경우 명절에 필요한 음식 장만 및 뒷처리와 같은 가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되며, 남성의 경우 명절 동안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운전자의 피로와 장시간 차량에 탑승하면서 발생하는 멀미, 정신적 스트레스까지도 포함된다. 직장인의 경우 기존 일상 생활과 다른 긴 연휴로 인해 생체 리듬이 깨진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특히 설 명절에는 온 가족이 모이는 행사에서는 며느리들이 마음고생이 심하다. 힘든 명절 준비는 물론 말로 상처받아도 당장 내색하기 어렵다. 한번 우울감에 빠져들면 명절이 지나도 한동안 지속되며, 설을 전후로 높아진 우울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우울증으로 번진다. 이처럼 겨울에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계절성 정서장애’로서 의학적인 근거가 있다. 설 명절인 겨울에는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건강한 사람이라도 뇌의 기분조절 충추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감소한다. 팔, 다리가 무겁고 몸을 움직이기 싫어진다. 평소 하던 집안 일도 귀찮아진다. 이럴 경우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기 쉽다. 식사량이 많아지고 단맛을 좋아하게 되며, 평소보다 수면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계절적 정서장애, 일명 ‘겨울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전에 20분 정도 밖에 나가 걷는 게 좋다. 햇볕은 우리의 눈을 통해 뇌로 들어와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생산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 친구나 가족들과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아내의 명절증후군이 심하면 남편도 모른 척 하지말고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격적인 우울증으로 빠져들 수 있다. 우울감이 인간관계나 직장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주위의 도움말이나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이 아니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처방에 따라 꼭 약을 먹어야 낫는 병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