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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꼴뚜기

꼴뚜기는 생김새가 볼품이 없어 옛날부터 별 볼일 없고 가치가 낮은 것에 비유됐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못난 사람이 동료를 망신시킬 때 빗대 하는 말이다.꼴뚜기가 들어가는 속담으로 “어물전 털어먹고 꼴뚜기 장사한다”는 말과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것이 있다. 앞의 것은 큰 사업에 실패하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사업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뒤에는 남이 한다고 하니까 분별없이 덩달아 나설 때 이르는 말이다.그 옛날, 사람을 뽑을 때 기준으로 삼았던 신언서판(身言書判)처럼 사람이나 생물도 풍채나 용모가 잘 생겨야 대접을 받는 모양이다.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도 못생긴 모과의 생김새를 보고 하는 말이다.꼴뚜기는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긴 연체동물이나 오징어보다 훨씬 작고 생김도 볼품이 없다. 크기가 6~7㎝밖에 안 돼 주로 젓갈로 담아 먹는다. 꼴뚜기처럼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 중에 미꾸라지가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말은 한 사람의 좋지 않은 행동이 집단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요리조리 잘 빠져 나가는 사람을 “미꾸라지 같다”고 한다. “미꾸라지 용 됐다”는 속담도 미꾸라지를 비하한 표현이다.우리나라에 해외여행자유화가 시작된 것은 1989년도다. 올해가 꼭 30년 되는 해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되고 한국인의 해외여행 바람이 일면서 해외 곳곳에서 한국인의 추태가 문제됐다. ‘어글리 코리언’이란 부끄러운 이름이 이때부터 생겨났다.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고함을 지르며 새치기를 하는 등 각양각색의 추태로 한국인은 교양없고 무례한 사람으로 인식됐다. 오죽했으면 한국인 출입금지란 팻말까지 등장했을까.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요즘의 한국인의 모습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예천군 의원들의 해외여행 어글리 행각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비난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고향 사람조차 부끄러워 고개를 못들 지경이라 한다. 예천사람은 물론 경북사람까지 망신 준 그들의 행동이야말로 꼴뚜기 꼴이다. 일벌백계가 마땅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13

포항산 바나나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1도가 올라가면 안데스 산맥의 작은 빙하를 녹여 약 5천만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또 매년 30만 명이 이상기후와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생물의 10%가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한다.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재앙적 변화에 과연 우리 인류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류가 스스로 만든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지만 그 후유증에 반응하는 인류의 태도는 천하태평인 듯해 더 걱정스럽다.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은 2016년도 지구표면의 평균 온도가 137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는 발표를 했다. 이때 CNN은 지구상의 불길한 징조란 표현으로 지구온난화를 우려한 적이 있다.온대 기후인 우리나라는 제주도와 일부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서서히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다. 바다 속 어종에서 과일 채소 등에 이르기까지 종(種)의 교체가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은 지구 온난화가 지금의 추세로 가면 21세기 말에는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이 6℃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2041~2050년 사이에는 서울 등 중부 내륙과 강원 영동 고지대를 제외한 남부 대부분의 지역이 아열대 기후에 포함될 것이라 했다. 아열대 기후는 월 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한해 8개월 이상이고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18℃ 이하인 기후를 말한다. 한국의 남해안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고 정의한 학자도 더러 있다.포항에서 바나나가 재배되고 있다는 소식이 매스컴을 탔다. 포항 흥해읍에 0.5ha 규모 비닐하우스에 작년 3월부터 시험재배 중인 바나나가 지난해 11월부터 꽃을 피우더니 올 들어서는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미래농업 차원에서 시행된 사업이라지만 기후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어서 눈길이 간다. 바나나는 쌀의 40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과일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대체 작물의 효율성은 인정되나 지구 온난화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지구 온난화가 피부에 와 닿는 쇼킹한 소식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10

타운홀미팅

타운홀 미팅은 정책결정권자 또는 선거입후보자가 지역 주민들을 초대해 정책 또는 주요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비공식적 공개 회의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지역 주민들이 정책결정권자나 선거 입후보자들과 만나 정책과 공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형식을 말한다. 직접민주주의적 발상이 반영돼 있는 제도로, 미국 참여민주주의의 중요한 토대로 평가된다.타운홀 미팅의 기원은 식민지 시대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행해졌던 타운미팅(town meeting)으로부터 유래됐다. 당시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주민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한 후 투표를 통해 예산안·공무원선출·조례제정 등 지역의 법과 정책, 행정 절차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타운미팅의 전통을 이어받은 타운홀미팅은 비공식적 공개 주민 회의로, 지역사회의 모든 주민들이 초대되어 중요한 정책 또는 이슈가 되는 사안에 관련된 공직자 또는 선거입후보자들의 설명을 듣고,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게 된다. 공직자들은 정책 결정에 있어 주민들을 설득하는 하는 동시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참고하게 되고, 주민들은 정책결정권자 앞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만족감을 가지게 된다. 타운홀미팅의 진행에는 특별한 규칙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참가자가 너무 많으면 소그룹으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석해 의견을 펼칠 수 있지만 투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활용해 국민과 직접 소통을 시도하는 ‘e-타운홀미팅’을 열기도 하는데 이때 네티즌들은 문자와 동영상 등으로 정책에 대한 질문을 올리며,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다. 요즘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전사적인 현안 또는 상황을 임직원과 공유하는 의사소통의 장으로 타운홀미팅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새해 벽두, 문재인 대통령이 틀에 박힌 신년 기자회견 대신 타운홀 미팅형식의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화제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기탄없는 의견개진이 가능한 타운홀 미팅방식의 장점이 제대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09

대구FC 전용구장 시대 개막

모든 운동 경기는 이변을 낳는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4강 신화까지 끌어 올린 히딩크 감독의 등장도 따지고 보면 뜻밖의 결과물이다.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대접받을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된 박 감독에 대해 베트남 국민조차 유명 감독을 데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 사실 박 감독의 축구 인생도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던 여정의 연속이었다.대구FC가 프로축구 정규리그에서 항상 중하위권을 맴돌다 지난해 창단 후 첫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올해 열리는 아시아챔피언리그(ACL)에 진출하는 영광도 얻었다.스포츠가 팬들의 사랑을 받고 팬들을 열광시키는 이유도 이 같은 이변이 있기 때문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변은 스포츠 경기의 흥미를 끌어 올리는 마술과 같은 신통력이 있다. 대구FC가 작년 FA컵 우승에 이어 프로 축구팀의 숙원인 홈구장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어 경사가 겹쳤다.대구시 북구 고성동 대구시민운동장 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건립한 ‘포레스트 아레나’는 전국 11번째 만들어진 축구 전용구장이다. 1만2천석 규모다. 종전의 월드컵 경기장과는 완전히 다르게 설계됐다. 그라운드에서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7m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그대로 들으며 실감나는 축구 관람을 할 수 있다. 또 국내 최초로 좌석 바닥에 경량 알루미늄 패널을 설치해 관중이 발을 동동 구르면 알루미늄 바닥을 통해 나는 소리가 경기장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게끔 만들었다. 지붕 설치로 햇빛과 비를 차단해 선수와 관중이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9만 9천석)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홈구장인 ‘캄푸누’만큼은 못하지만 이만하면 자부심을 가질 전용구장이 대구FC에게 생긴 것이다. 3월 13일 중국 광저우와 홈경기를 시작으로 포레스트 아레나는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시민구단 대구FC가 새해에는 기분 좋은 출발로 팬들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 나갈지 벌써 궁금해진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08

셧다운 협상

셧다운(shut down)은 예산안 처리 무산으로 인한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를 뜻하는 용어다.상·하원에서 기간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거나, 상·하원에서 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발생한다.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 공공기관들은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며, 연방공무원에게는 강제 무급 휴가 조치가 내려진다. 미국 법률에서는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방, 치안, 소방, 교정, 항공, 전기, 수도 등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공공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 발주 공사, 여권, 비자 발급, 공공기관 업무 등이 일시에 중단된다.미국에서는 1976년 이후로 모두 열아홉 차례의 셧다운이 있었으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복지 예산이 대폭 삭담된 예산안을 민주당 소속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1995년 말 셧다운이 가장 오랜 기간인 21일간 지속됐다. 강경파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는 2019년 1월 현재까지 총 세 차례의 셧다운이 있었다. 첫 번째 셧다운은 미국 상원에서 양당 간 불법 체류 청년 추방 문제에 대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2018년 1월 20일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셧다운에 돌입, 사흘간 지속됐다. 두 번째 셧다운은 2018년 2월 9일민주당과 공화당이 2018~2019 회계연도에 세출 한도를 총 3천억 달러 인상하는 장기 예산안에 합의했으나, 공화당 소속의 랜드 폴 상원의원이 재정수지 적자 확대를 반대하면서 두 번째 셧다운이 발생, 반나절만에 종료됐다. 세번째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공약이던 국경지대 장벽 설치를 위해 정부 예산 57억 달러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 불발로 2019 회계연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12월 22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가 아직도 대치중이다.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과 한국이 행정부와 의회가 서로 견제·대립하는 것은 운명적일지 모른다. 다만 한국의 경우 매년 예산안 의결이 법정 처리 기간을 넘기더라도 우선 예비비를 사용하며, 정부 기능을 정지시키는 일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07

갈등사회

갈등(葛藤)의 갈(葛)은 칡 갈자다. 등(藤)자는 등나무의 등자다. 칡은 왼쪽으로 덩굴을 감고 올라가며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간다. 두 가지가 얽히면 아주 풀기 어려운 모양이 된다. 칡과 등나무는 아주 질겨 자르기도 힘들다. 뿌리까지도 뽑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 식물체의 특성에서 따온 뜻의 말이 갈등이다.사전에서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견이나 신념, 목표 등이 서로 달라 상호 충돌하고 상충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심리학에서는 두 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거의 동시에 존재하여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을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한국 사회에서 갈등 관계의 대표적 사례는 고부(姑婦)간 갈등이다. 아들을 중시하는 부계 중심의 가족관계에서 파생한 구조적 문제다. 따지고 보면 같은 처지에 있는 며느리에게 온정적이지 못할 것도 없으면서 불신의 관계로 발전해가는 잘못된 가족관계의 문화다. 일찍부터 자녀를 독립시키는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갈등 구조가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갈등이 없는 집단을 살펴보면 조화롭고 평온하다. 협동적이기도 하나 매우 정적이다. 감동이 별로 없으며 무덤덤하다. 오히려 의견 충돌이나 가치관의 충돌 등 작지만 갈등적 요소가 있는 집단은 진취적이다. 남의 의견을 엿볼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조직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그러나 작금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 구조는 이런 정도를 훨씬 넘어선 현상이다. 갈등의 수준을 떠나 이해관계 집단의 대충돌로 비견된다. 종착점도 보이지 않는다. 사회가 복잡 다변화되면서 개인이나 집단의 욕구도 다양화 되는 구조를 띠게 된다. 욕구를 분출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적이고 쌍방향적이지 못할 때는 우리 사회가 혼란해 진다. 지금이 그렇다.정부의 소통력도 없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나 통제도 잘 안 된다. 한국 사회의 갈등지수는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갈등 구조로 지출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라 한다.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 구조가 격해지고 있다. 올 한해 우리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이런 갈등에 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06

100세 맞는 老교수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를 맞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일상이 각종 매체에 조명되면서 연초부터 화제다.KBS ‘인간극장’에 등장한 그는 “나이가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로 올라서니 조금 부담스럽다”는 말로 100세 된 소감을 피력했다.3·1운동이 일어난 다음해인 1920년 태어난 그는 일본에서 유학한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다. 옥고를 치르고 나온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연을 직접 들었고 윤동주 시인과는 같은 반에서 수학했다. 1960대 서정적 문체의 ‘고독이라는 병’ 등 다수의 베스트 셀러를 집필한 우리시대 최고의 지성이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은퇴 후에도 쉼없이 30여 년간 강단에 섰다. 지금도 한해에 160여 차례나 강연을 다닐 정도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인생의 절정기를 60∼75세라 한 그의 말대로 그는 그야말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산증인이다.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는 인간수명 100세를 뜻하는 말이다. 2009년 유엔이 내놓은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보고서는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긴 국가가 6개국뿐이었지만 2020년에 가서는 31개국에 이를 것이라하고 이를 ‘호모 헌드레드 시대’라 불렀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호모 헌드레드 에코노미쿠스란 말도 생겨났다. 100세에 이르기까지 쓸 수 있는 자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100세 시대를 소망하지만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과학자들은 인간이 의학의 도움이 없이 자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이를 최대 115세 정도라 한다. 미국 텍사스대 노화연구재단은 2150년에는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가 될 것이라 예측 보고했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의학 기술의 발달로 실제 가능할지도 모른다.김 교수는 100세 인생을 되돌아보며 “고달팠지만 행복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가 제대로 열리려면 각자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가능할 것같다는 말로 들린다. 행복하지 않는 100세 시대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03

경험경제시대

과거의 마케팅이 고객에게 제품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주었다면 오늘의 마케팅은 고객에게 제품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을 선사한다. 바로 경험경제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경험 경제의 가치 생성메카니즘을 설명하면 이렇다. 커피가루 납품 사업은 커피 한 잔당 2센트의 수익을 만들지만 이를 포장해 판매하면 한 컵당 수익이 10센트로 증가한다. 그러나 커피숍에서 커피를 판매하면 한 잔당 1.5달러로 가치가 높아지고, 새로운 커피 경험을 만들어낸 스타벅스는 한 잔당 2.75달러의 가치를 창출해 냈다. 이는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커피 원재료인 커피 콩은 2~3센트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오렌지색 조명, 초록색 로고, 미국식 카페테리아 등의 경험요소가 추가돼 가격은 5천원이 된다. 인터넷에서는 1천원이라도 싸게 구매하려고 몇시간씩 서핑을 하는 사람이 스타벅스에서는 기꺼이 5천원을 지불하는 이유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에서 오는 경험과 만족감 때문인 것이다. 커피 콩 재배는 1차산업이며, 그것을 가공해 캔에 담으면 2차산업, 이 캔에 담긴 커피가 서비스로 전달되면 3차산업, 여기에다 ‘관계’ ‘경험’ ‘문화’를 포함시키면 4차산업이 된다.경험경제시대의 대표주자로는 애플을 들 수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수직 통합해 고객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적절히 통제하며 관리하고 있다. 애플의 충성스러운 고객들은 신제품 출시일에 맞춰 조금이라도 먼저 제품을 손에 쥐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줄을 서고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다.특히 요즘 시대에 디지털 기술은 모든 기업, 산업이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하지만 아마존,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테슬라, 업워크 등 성공적인 파괴적 혁신을 꾀한 것으로 꼽히는 기업의 비결은 결국 디지털 기술 자체보다는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란 진단이다. 요즘 부각되는 경험경제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02

돼지 꿈

돼지는 사람과는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농촌지방 어느 곳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인데다 사람에게는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매우 이로운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제천 의식의 제물로 사용되는 희생의 동물이자 잔치와 같은 행사에는 반드시 식탁에 올라오는 고마운 동물이다. 오늘날 우리 국민의 먹거리 식품으로는 돼지고기가 단연 1등이다. 작년 돼지 생산액은 7조3천억 원으로 우리나라 축산업을 앞장서 책임질 만큼 소비가 많은 식품이다.돼지고기에는 단백질과 9가지 필수 아미노산, 철분, 아연, 비타민 등 영양소가 다양하게 함유돼 있다. 불포화 지방산도 많아 체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으며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돼지는 동양권에서는 복(福)과 재물의 상징으로 통한다. 한꺼번에 새끼를 많이 낳는 습성 때문에 다산(多産)과 풍년을 상징한다. 돼지의 한자 발음 돈(豚)이 돈(화폐)가 같아서 재물을 갖고 온다는 속설도 전해지고 있다.사람들은 돼지 꿈 꾸기를 희망한다. 돼지 꿈은 길몽(吉夢)이기 때문이다. 돼지 꿈을 꾼 날이면 괜스레 기분이 좋다. 돼지 꿈 꾼 날 많은 사람이 복권을 산다. 이처럼 돼지는 우리 국민에게 행복과 재산을 키워주는 재물처럼 여겨지는 좋은 이미지의 동물이다.2007년은 600년만에 한번 온다는 황금돼지의 해였다. 그 해는 출산붐이 일어 한 해 출생아 수가 49만여 명에 달했다. 전년보다 무려 4만5천여 명(9.9%)이 늘었다. 당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에 비교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올해도 부자가 된다는 황금돼지의 해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출산을 준비한다는 부부들의 얘기도 간간히 전해진다. 황금 돼지의 해에 태어난 아이는 부자가 된다는 속설 때문에 기왕이면 황금돼지 해에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에서다.지난 한해는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고생한 사람이 유별나게 많았다. 부의 상징인 황금돼지의 해에는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돼지꿈을 꾸며 희망차게 살았으면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01

암(癌)과의 싸움

1347년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절반 가까운 사망자를 내는 등 유럽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유럽 인구가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는 데만 20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문명사적으로는 수많은 예술가가 사라지면서 문화적 후퇴는 물론 노동력 감소에 따른 사회적 문제도 유발했다.인류는 우리를 위협했던 흑사병과 콜레라, 결핵, 오늘날의 에이즈까지 과학기술의 힘으로 극복해 냈다. 인류가 창출한 과학의 힘은 불가능한 영역이 없을만큼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그러나 단 하나 현대 의료의 기술로 극복해 내지 못하는 질병이 있다면 바로 암(癌)이다. 발병 원인조차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불과 3년 동안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병으로 희생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해동안 880만 명(2017년)이 숨지고 그 수는 줄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도 암이며 한해 7만여 명, 전체 사망자의 27.6%가 이 병으로 숨진다.‘불치의 병’이란 오명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병이다. ‘만병의 황제’로 통한다. 인류에게는 여전히 속수무책인 병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현대 의료기술이 가져온 장수(長壽)에 대한 운명적 저주란 표현도 나온다.그러나 무모할 줄만 알았던 암과의 전쟁에서 조금의 진전은 있었다. 복지부가 최근 낸 자료에서 암 5년 초과 생존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전체 암유병 환자의 52.7%가 5년 이상 생존한 것이다. 암은 다른 질병과 달리 5년 생존율이란 표현을 쓴다. 일반적으로 암환자는 수술 후 5년 생존하면 재발할 확률이 낮다고 보고 완치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사전 예방과 조기진단 등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인류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 그것이 자연이 준 재앙의 수준일지라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흑사병이 발생할 14세기 무렵 유럽 사람의 평균 나이는 35세에 불과했다. 갖은 질병이 인류의 수명을 제한했으나 인간은 이를 극복하고 장수시대를 열었다. 매년 암 발생률이 증가세에 있으나 상대적으로 생존율도 높아진다는 것은 암과의 싸움을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30

송해 공원

송해 선생은 코미디언 겸 MC이자 가수다. 92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당당한 현역이다. 모두가 그의 당당한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KBS 최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은 그는 특유의 진행 방식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청률도 10~15% 수준으로, 방송 프로그램 중 늘 상위권을 랭크한다.6·25 전쟁 중에 고향인 황해도에서 남으로 넘어와 국군 통신병으로 근무한 그는 전쟁이 끝난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데뷔를 했다. 따지자면 60년 이상 현역 연예인으로 활동 중인 셈이다. 처음에는 해주음악전문학교에서 전공한 성악을 살려 가수로 출발했으나 악단공연의 특성상 진행을 맡다보니 자연스레 MC 경험도 쌓게 됐다고 한다.이후 TV 방송이 시작되자 코미디언으로 들어가 구봉서와 배삼룡 등과 함께 오랫동안 코미디 활동을 했다.80세 때나 90세를 넘긴 지금도 그는 ‘송해 오빠’로 통한다. 특유의 구수한 입담과 재치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 그가 대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통신병 시절 근무지가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가 고향인 부인 석옥이 여사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된다. 그는 처가 고향인 기세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틈이 나면 옥연지를 찾아 실향의 아픔을 달랬다고 한다.2011년 달성군 명예군민이 되고 명예홍보대사도 맡았다. 달성군이 옥연지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송해 선생과의 인연을 모티브로 해 공원 이름을 송해라 명명했다. 올해 초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부인 묘소가 이곳에 있다.송해공원이 지난 23일 올해 대한민국 명소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 것 보존협회 주최의 이 상은 전국 최고의 경관과 명소를 뽐내는 지역에 주는 상이다.서울의 청계천도 이 상을 받았다.달성군은 지난 10월에는 ‘송해 코미디박물관’을 이곳에 건립키로 하고 그와 MOU를 맺었다. 송해는 자신의 소장물품 등을 기증할 것이라 약속했다. 송해공원은 연간 90만 명이 찾는 시민 휴식처다. 우리 지역에 한국 코미디 1세대의 기록물이 전시될 박물관이 들어선다니 이것 또한 기쁜 일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27

블랙 크리스마스

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던 사람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오히려 ‘블랙 크리스마스’가 찾아와 사람들을 우울하게 했다. 블랙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미국 유럽 증시가 크게 무너진 현상을 가리킨다. 성탄절 날, 세계 주식시장에 산타클로스 대신 ‘블랙 먼데이’가 찾아왔다는 뜻에서 ‘블랙 크리스마스’라고 이름붙여졌다.이번 블랙 크리스마스는 미중 무역분쟁, 미국 통화긴축 정책 등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내년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하는 정치적 혼란까지 금융시장의 위협 요인으로 부상한 탓으로 분석된다.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세계 금융시장의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연준이 미국 경제의 유일한 문제”라고 공격하며 노골적으로 통화정책에 개입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트럼프의 ‘연준 흔들기’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통상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 연말 보너스 지출로 인한 소비 증가 등으로 주가가 상승해 ‘산타 랠리’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크리스마스엔 미국 증시 사상 최악의 폭락장세가 나타났다. 다우지수는 2.91% 떨어져 이 지수가 만들어진 133년 역사상 크리스마스 이브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과 스탠다드 앤 푸어스(SP)500지수도 각각 2.121%, 2.71% 급락했다. 다우·나스닥·SP 등 미국 3대 주가지수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1% 이상 하락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하루 시차를 두고 폭락한 것은 내년 전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우려와 함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라는 단기 악재와 미국 은행 유동성 악화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경질설 등 루머가 겹치며 공포감에 의한 투매(패닉 셀)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정책으로 인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몰락으로 국내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트럼프발 ‘블랙 크리스마스’가 우울한 연말 경기를 더욱 어둡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26

유아독존의 트럼프

유아독존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줄인 말로 석가모니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면서 처음으로 외쳤다는 말이다. 이른바 부처님의 탄생게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내가 가장 존귀하다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이 말의 참 뜻으로 “부처가 이 땅에 온 뜻은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고 인간 본래의 성품인 참된 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이 말의 본뜻과는 달리 오직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 혹은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고집불통의 사람을 일컬을 때도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직장이든 사회생활 중에 유독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가 상사이거나 지도자급 인사이면 조직 내의 인간관계가 원만해지기 쉽지 않다. 상사의 고집을 꺾는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꺾어야 할만큼 힘들기 때문이다.직장인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최악의 상사는 어떤 유형일까? 첫째가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상사”라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잦으면서 정작 본인은 그 잘못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최상의 상사는 “똑똑하지만 게으른 상사”가 손꼽힌다. 머리가 영민해 실수도 적지만 상사가 설치지 않아 편안하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법하다.직장 상사가 이러할 진데 국가 지도자의 결정과 판단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을 두고 전 세계가 전전긍긍한다는 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철수를 결정함으로써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반발하고,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만과 독선으로 유아독존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던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의 결정을 두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어느 국가든 지도자의 영도력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트럼프의 독선적 결정은 국가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25

대구시민의 워라벨

대구시민은 얼마나 ‘휴식 있는 삶’을 즐기고 있을까. 고용노동부가 전국 17개 시도별 워라벨 지수를 조사 발표했다. 워라벨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로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양립되는 상태를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대세적 흐름이다. 정부가 워라벨과 관련한 조사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일과 생활과 관련한 통계치를 활용 조사해 지역별 삶의 만족도를 간접적으로나마 가늠해 보았다는 점에서 관심이 가는 내용이다.대구와 경북의 워라벨 지수는 전국 평균에 미달했다. 2023년에 100점에 도달한다고 봤을 때 대구는 36.5점, 경북은 36.6점으로 전국 평균 37.1에 못 미쳤다.26년째 전국 꼴찌를 하는 대구의 지역총생산(GRDP)을 감안할 때 그 결과가 새삼스럽지는 않다. 삶의 질이란 도시의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보면 대구의 평균치 미달은 당연한 결과다. 대구의 부끄러운 민낯이 또 한번 드러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43.1)과 부산(39.5), 대전(38.4), 울산(38.2) 등이 대체로 휴식 있는 삶의 수준이 양호한 도시로 밝혀졌다. 대기업과 우량기업이 많은 대도시, 근로소득이 높은 도시가 삶의 질 면에서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입증한 결과다.대구는 일, 생활, 제도, 지자체 관심도 등 4개 조사영역 전반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였으며, 특히 제도영역에서 서울(14.8)의 절반 수준(7.9)에 머물렀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아직 미흡한 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뜻한다.대구는 봉급 근로자의 급여가 울산시의 72% 수준에 그치고 있고, 법인의 당기 순이익도 전국 최하위권이다. 대구 경제의 취약성이 이번 조사에도 그대로 반영된 거라 보면 된다.인구 250만의 거대도시 대구의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세상은 워라벨이나 케렌시아같은 여유와 휴식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요구하고 있다. 돈보다는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가 살기 좋은 도시로 가야하는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꼴찌도시 대구의 분발을 촉구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23

기부 천사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과 마이크로 소프트사를 창업한 빌 게이츠가 부호들의 기부 권유를 위해 만든 세계적 기부 클럽이다. 이곳의 회원이 되려면 자신의 재산 중 50%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공개적 약속을 해야 한다. 현재, 이 클럽에는 미국 출신 억만장자 등이 줄줄이 가입해 우리 돈으로 500조 원이 넘는 재산이 모여 있다고 한다.세계적 부호가 앞장서 기부하는 이런 행위를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한다.홍콩의 대표 배우 주윤발이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키로 해 화제다. ‘영웅본색’, ‘와호장룡’ 등의 영화로 잘 알려진 그가 지난 10월 영국의 신문 ‘제인 스타즈’와의 인터뷰에서 8천억 원의 자신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던 사실이 국내 방송에서 재차 확인돼 그의 선행을 둘러싼 얘기가 무성하다.특히 남부러울 것 없는 갑부이면서 평소에 지하철을 타고 다닐만큼 검소했던 그의 사생활이 공개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한 달 동안 생활비로 11만 원 정도 쓴다. 17년간 같은 휴대폰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연예인의 기부 사례는 많다. 미국 배우 디카프리오가 재단을 통해 수백억 원을 기부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도 가수 김장훈이 200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배우 장나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모금하거나 기부한 돈이 무려 13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많은 기부천사가 숨어 있다. 연예인뿐 아니라 어려운 처지에서 모은 전 재산을 이웃을 위해 일거에 쾌척하는 용기를 가진 이도 적지 않다.얼마 전 과일장사 노부부의 400억 상당 재산기부가 그것이다.어저께 경남 합천의 한 우체통에는 현금 100만 원이 든 봉투가 발견됐다. 이곳 우체통에서만 벌써 8번째라 한다. 누군지 알 수 없으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메모와 함께 우체통에 현금을 두고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충격을 주고 있다. 주윤발은 “돈이 행복의 원천은 아니라” 했다. 기부에 앞장 선 천사들에게 행복은 나눔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20

명랑보(明朗報)

핑퐁외교로 유명한 일본 나고야(名古屋)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냉전 상태에 있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개선시킨 대회로 유명하다. 1971년의 일이다. 이 대회에 참가한 중국이 같은 해 미국 대표 선수단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면서 양국은 새로운 교류의 길을 열게 된다. 다음해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성사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양국은 최초로 국교를 수립하는 역사의 발자취를 남기게 된다.민간차원의 외교영역은 스포츠뿐 아니라 문화, 예술, 경제, 정치까지 다방면에서 이뤄진다. 국가 간에 풀지 못하는 현안이 민간외교 과정에서 물꼬를 여는 일은 흔하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외교관이 부러워할만큼의 뛰어난 사교력으로 중국의 외교를 돕는다고 한다. 경제인의 민간외교 활동이라 할 수 있다.지난 주말 베트남이 10년만에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면서 우리나라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국내 생방송 중계된 결승전도 예상을 넘어 18%의 시청률을 보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베트남에서 분 열풍이 한국의 안방에까지 넘쳐 흘렀다고 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관계는 물론 양국의 협력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평가다. 베트남에는 6천 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박 감독의 매직으로 이들 기업이 받을 후광 효과도 대단할 것이란 기대다.그러나 베트남에서의 한류 열풍은 따지고 보면 박 감독보다는 우리의 기업이 먼저다. 그 중 삼성전자는 단연 독보적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50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맡고 있는 수출액이 전체의 20%다. 종업원만 10만 명이 넘는다. 베트남의 스즈키컵 우승을 계기로 박 감독뿐 아니라 베트남 현지에서 땀 흘려 일하는 우리 기업의 활약상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또 하나 기분 좋은 성과다.여러모로 국내 사정이 어려운 이때 베트남에서 그들이 들려준 쾌거야말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명랑보(明朗報)라 하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19

왕릉의 별자리

경남 함안의 아라가야 왕릉으로 알려진 말이산 13호분(사적 제515호)에서 전갈자리와 궁수(사수)자리 등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돌이 확인됐다. 5~6세기 아라가야인들이 생명이 만발하는 봄철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자리를 그린 것으로 평가돼 화제다. 별자리는 하늘의 별들을 찾아내기 쉽게 몇 개씩 이어서 그 형태에 동물, 물건, 신화 속의 인물 등의 이름을 붙여 놓은 것으로 성좌(星座)라고도 한다. 별자리는 본래 약 5천년 전 바빌로니아 지역에 해당하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살던 유목민 칼데아인들이 양떼를 지키면서 밤하늘 별들의 형태에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했다. BC 3천년경에 만든 이 지역의 표석에는 양·황소·쌍둥이·게·사자·처녀·천칭·전갈·궁수·염소·물병·물고기 자리 등 태양과 행성이 지나는 길목인 황도를 따라 배치된 12개의 별자리, 즉 황도 12궁을 포함한 20여 개의 별자리가 기록돼있다.또 고대 이집트에서도 BC 3천년경에 이미 43개의 별자리가 있었다. 바빌로니아·이집트의 천문학은 그리스로 전해져서 별자리 이름에 그리스신화 속의 신과 영웅, 동물들의 이름이 더해졌다. 세페우스·카시오페이아·안드로메다·페르세우스·큰곰·작은곰 등의 별자리가 그러한 예다.동양의 고대 별자리는 서양과 전혀 다르다. 중국에서는 BC 5세기경 적도를 12등분해 12차(次)라 했고, 적도부근에 28개의 별자리를 만들어 28수(二十八宿)라 했다. 한국의 옛 별자리는 중국에서 전래됐다. 다만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는 별자리 이름이 지역에 따라 따르게 사용돼 불편이 많았다. 그래서 1930년 국제천문연맹(IAU) 총회는 하늘 전체를 88개의 별자리로 나누고, 황도를 따라서 12개, 북반구 하늘에 28개, 남반구 하늘에 48개의 별자리를 각각 확정했다. 현재 쓰이고 있는 별자리가 바로 이것이다.1천5백년이란 긴 세월을 뛰어넘어 발견된 왕릉의 별자리 소식을 듣고 가만히 옛 아라가야 봄철 남쪽 하늘은 어땠을까를 가늠해보노라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 것인가 하는 깨달음이 가슴을 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19

카풀 2라운드

카풀(car pool)은 목적지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한 대의 승용차에 같이 타고 다니는 것을 말한다. 카풀운동은 1973년 석유 위기에 직면한 미국인들이 사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다. 국내에서도 카풀과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생존권을 주장하는 택시업계 반발로 제대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실례로 자가용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가 지난 2013년 8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1년 반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것. 그러나 지난 2월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카오 T 카풀’이라는 이름으로 ‘카풀’시장에 뛰어들면서 또 다시 논란이 되고있다. 택시업계는 법적으로 카풀을 전면금지할 것을 요구하며,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택시기사 최모(57)씨가 국회 인근에서 분신해 사망하면서 택시업계의 카카오 카풀 도입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업용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이 요금을 받고 손님을 태울 수 없지만, 출퇴근 시간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카카오 카풀은 예외 규정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출퇴근 시간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택시업계와 ‘카풀’서비스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시민들은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 및 난폭운전 문제를 지적하며 택시업계에 비판적인 반응이다. 또 카풀이 되더라도 제한적으로 적용할 경우 택시기사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택시업계의 우려는 근거없다는 주장도 있다.정부는 면허없는 개인이 직업처럼 운행하면서 돈을 받고 자가용을 택시처럼 (운행)하는 우버식의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 택시의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카풀을 일정 시간·횟수의 틀 안에서 허용하는 제한적 카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는 20일 국회앞에서 10만 명 규모로 카풀반대 집회를 예고하고 있는 택시업계와 시민에게 다양한 이동수단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카카오 등 승차공유업계간 갈등이 카풀 도입을 위한 찬반 2라운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18

장자상속

상속제도는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천돼 왔다. 우리나라만 해도 고려와 조선 초기시대까지는 자식에게 골고루 상속을 주는 남녀균분 상속제도가 대세였다.역사학자에 의하면 생활이 안정되지 못한 유목사회는 말자(末子)상속이 선호되었고,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든 농업사회에 와서는 장자(長子)상속으로 바뀐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고 한다. 상속은 부모의 봉양과 가통의 계승, 생존이라는 삶의 본질적 문제 속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사회 관습이라 볼 수 있다.말자상속은 성숙한 아들이 차례로 분가(分家)하고 마지막 남은 아들이 가계를 계승하는 제도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재산권과 사회적 권위를 유지하며, 가장 오랫동안 자식의 보필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장자상속은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일반화된 사회 관습이다. 부모의 봉양을 맏이에게 맡기고 부모 사후의 제사도 맏이가 책임을 진다. 그 대신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사회적 당위성을 갖게 한다.우리나라의 장자상속은 혈통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 영향을 받아 조선 중기 이후 나타난다. 균분상속은 자식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눠주다 보니 모두가 가난해지는 단점이 발생했다. 이를 보완한 측면이 있는 제도다.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한 형태라 할 수 있다.아들 선호사상이 강한 우리 사회에 장자상속에 대한 지지는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얼마 전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이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2017년 노인실태 조사’에서 응답 노인(65세 이상)의 59.5%가 “자녀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눠 주겠다”고 답했다. “장자에게 더 주겠다”(9%), “장자에게만 주겠다”(2%) 등으로 재산상속에 있어 장자 우대를 고집한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자신을 위해 쓰겠다(17.3%)는 답도 장자 우대 답보다 더 많았다.상속문화의 변화는 그 시대 사회상을 반영한다. 우리 부모의 자녀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장자상속은 이젠 흘러간 구시대 유물로 전락할 처지가 된 셈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17

안지랑골

대구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산을 꼽으라면 앞산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접근성 면에서 팔공산보다 더 친근감이 있는 산이다. 앞산은 좌우로 산성산과 대덕산을 두고 있는 해발 660m 높이의 높지 않은 산이다. 앞산에는 다섯 개의 골이 있다. 대덕(大德)골이라 불리는 큰 골과 고산골, 안지랑골, 용두골, 달비골 등이 그것이다.그 중 안지랑골은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과 싸움 끝에 도망쳐 피신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싸움에 패해 지친 몸을 이끌고 이곳에 와서는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고 한다. 안지랑이라는 말은 원래 왕지렁이에서 유래됐다 한다. 지렁이의 정기를 타고 났다는 견훤이 공산전투에서 패한 왕건을 쫓아 이곳에 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또 다른 설은 이곳의 물이 청결하여 질병 치료에 좋다는 소문이 나 앉은뱅이가 여기 물로 치료받고 일어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왕건이 이곳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는 것과 물이 청결해 영험했다는 얘기로 미뤄보아 안지랑골의 물이 영험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50∼60년 전만해도 안지랑골은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대구사람이 많이 찾아왔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쨌거나 안지랑골은 여름철이 되면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해 찾아왔던 대구시민의 안식처였다고 할 수 있다.언제부턴가 안지랑골 입구가 곱창 골목으로 바뀌었다. 젊은이가 몰려드는 핫 플레이스로 등장했다. 대구의 10대 대표음식의 하나인 막창과 곱창구이를 테마로 50여 곳의 식당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밤이면 젊은이가 붐비는 불야성의 명품 골목이 됐다.안지랑 곱창골목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의 ‘2018년 한국관광의 별’에 뽑혔다. 국내 우수한 관광자원을 알릴 목적으로 해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의 별은 올해로 8번째를 맞고 있다. 대구서는 근대골목과 서문시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대구시 등은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3곳을 삼두마차로 해 대구의 관광산업을 빛내보겠다고 의욕이다. 안지랑골이 상전벽해(桑田碧海)한 모습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