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20일 지났는데…<br>산동 피해마을 밤은 `암흑` 낮이면 가축이 빈집 지켜
지난 9월27일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20일이 지난 18일 현재 산동면 피해 마을은 밤이면 주민들이 모두 떠나 암흑천지가 됐고 낮에는 개와 소 등 가축들이 주인 없는 빈집을 쓸쓸히 지키고 있다.
가축을 남겨둔 주민들은 낮에 가끔 들러 먹이를 준 후 피난처로 다시 돌아가지만 가축이 없는 주민들은 아예 마을에 오지 않고 집단거주 시설서 생활한다.
특히 봉산·임천리 마을 개들은 주인이 떠난 뒤 사람의 정이 그리운지 낮선 사람을 봐도 짖지 않고 반갑게 꼬리를 흔든다.
주민들이 떠난 마을과 인근 농토에는 싱싱하고 탐스런 채소가, 인근 밭에는 대추, 모과 등 과실이 방치된 채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고 주인 없는 빈집 대문앞에는 혹시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연락처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주민들은 불산 사고 후 연속된 집단 이주생활에 지쳐가고 있다. 주민들은 집단생활로 인한 불편한 잠자리는 물론 공동식단을 짜 식사를 하다 보니 반찬 등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식사시간이 괴로울 때가 더 많다.
또한, 식사때마다 노인들이 식판을 들고 피난민처럼 줄을 서 기다리는 통에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하루속히 이런 불편한 집단 거주생활을 청산하고 내 집으로 돌아가 안방에서 마음 편한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곳에서 만난 최모(78) 할머니는 “이제 날씨도 점점 추워져 감기 등 호흡기 질환과 관절염 고통을 호소하는 노인네들이 많다”며 “우리는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갈 마음 뿐”이라고 했다.
이모(56) 씨는 “날씨가 추워지니 당장 집으로 가고 싶지만 불산가스 후유증이 걱정도 되고 경제자유구역 보상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할 수 없이 여기 있다”며 나이드신 어르신들을 보면 안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마을주민들과 달리 사고공장 인근 143개 업체 회사근로자들은 정상적으로 출근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사고가 난 휴브글로벌 인근의 톱택 등 15개 회사 근로자들은 추석 연휴만 쉬고는 계속 근무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피해 지역 주민들처럼 24시간 근무는 하지 않아도 통상 8~10시간 정도는 사고공장 인근서 잔류 불산가스를 마시며 작업하고 있지만 주민들과 달리 집단이주생활은 하지 않고 있다.
톱텍직원 장모(51)씨는 “우리는 주민들보다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해 불산피해를 당했어도 집단이주 생활은 물론 회사단체 건강검진 후 별다른 증상이 없어 회사에 출근해 작업 하고 있다”고 했다.
불산사고로 인해 시청공무원들도 지쳐가고 있다.
이들은 추석연휴는 물론 지금껏 모든 휴일도 반납한 체 구미코 3층 상황실서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가 20여일째 주민들을 보살피고 있다.
한 공무원은 “사고는 회사가 쳐놓고 설겆이는 우리가 한다”며 하루 속히 불산가스 사고가 해결되길 바랐다.
환경부는 인근 143개 업체 중 115개사에서 근로자들의 중화처리 제독작업을 요청해 오염된 업체를 우선 처리하고 임천리, 봉산리 지역 주민 동의 시 피해마을에 대해서도 중화, 제독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남보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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