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엄청난 차이 오보로<BR>울릉군 손도 못쓰고 쑥대밭<BR>관측장비 엉뚱한 곳 설치에<BR>강수량 발표 수치도 안맞아
집중호우로 울릉도 전역이 쑥대밭으로 변하면서 기상청의 기상예보 및 측정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울릉도에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 동안 400mm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하지만 1일 울릉군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기상청 동네기상예보에는 29일과 30일 5~9mm가 내린다고 표시됐다. 이미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그대로 방치됐다는 것이다.
또한 기상청은 29일 울릉도 지역에 20~90mm 정도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이날 울릉도에 내린 강수량은 울릉군 평균은 220.5mm였으며 울릉읍 160mm, 서면 384.5mm, 북면 97.0mm 등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서면지역이 384.5mm 강수량을 기록, 울릉도 기상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기상청 예보는 20~90mm이었고 실제 기상청 공식관측도 79.0mm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서면 주민 K씨(62·남양리)는 “평소 작은 시냇물이 내려오던 남양천이 흙탕물로 변해 제방 최고 높이에 10cm 가까이 차올라와 범람 직전에 다다랐는데 79mm는 말이 안 된다. 기상예보가 완전 엉터리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양천은 길이 2.5km, 높이 3m, 넓이 20m의 울릉도의 큰 하천으로 평소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이처럼 실제 강수량과 기상예보가 큰 격차를 내게 된 이유는 기상청 관측 장비는 서면 태하리 등대 부근의 군부대에 설치돼 있고 울릉군의 관측 장비는 서면사무소 옥상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기상예보나 관측은 국민 생활의 불편을 없애고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인데 주민 및 마을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관측기를 설치해 무용지물이다”고 말했다.
울릉도에 가장 피해를 많이 끼쳤던 30일에도 기상청 예보는 20~60mm이다. 하지만, 울릉도에는 147.9mm(울릉읍 130.0mm, 서면 69.5mm, 북면 204.0mm)가 내렸다. 또 31일에는 울릉도에 전혀 비가 오지 않았지만 기상청은 20~25mm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이처럼 예보가 틀리다 보니 울릉군은 손 쓸 틈 없이 피해를 입었고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피해방지를 위해 나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해 울릉기상대는 “제10호 태풍 라이언록의 간접 영향으로 동해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북서진하면서 갑자기 울릉도에 큰비를 내렸다”고 말했다.
주민 K씨(50·울릉읍)는 “예보는 실제와 차이가 나더라도 측정 량은 주민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생활에서 필요한 자리에 관측기를 설치해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며 “작은 섬인 울릉도의 기상조차 못 맞추는데 어떻게 기상대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기사 3, 4, 5면>울릉/김두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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