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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상승에 농자재 값 고공행진… 시름 깊어진 경북 농가

등록일 2021-06-22 20:05 게재일 2021-06-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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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 중단에 농번기 일손 수급 차질<br/>귀한 일손에 인건비 치솟아 농사 포기도… 대민봉사도 줄어 ‘울상’
경북 도내 농가들이 농촌일손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고령화와 이농현상으로 농촌에서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외국인 노동자 수급이 어려워 인력난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자재 가격까지 치솟아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안동에서는 올 초 12만원까지 올랐던 인건비가 마늘·양파 수확이 본격화 되면서 16~17만원까지 올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마저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일찍 수확을 종료하거나 아예 농사를 짓지 않는 농가도 늘고 있다.


지난 4일 안동지역을 덮친 과수화상병과 그로인한 전염의 위험성 등으로 길안면과 임하면 등의 과수농가 역시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안동시 길안면에서 과수 농장을 하는 조덕수(57) 씨는 “사과 2차 적과시기에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서 농장주 외 다른 인력을 쓸 수 없어 인력을 구했어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푸념했다.


도내 최대 농업도시인 상주지역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더 크다.


현재 지역 내에서는 과일 봉지씌우기, 알솎기, 감자·양파 수확, 딸기·오이 시설하우스 관리 및 수확 등 각종 농작업이 한창이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농 일정이 뒤처지거나 아예 부분적으로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농번기가 되면 상주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1만5천~2만명 정도가 필요한데, 현재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인근 구미, 문경 등지에서 인력을 확보해 조금씩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인건비도 지난해 7~8만원선에서 14만원까지 치솟아 영농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마늘주산지 의성에서는 잦은 비와 기후 영향으로 마늘쪽에서 다시 싹이 돋는 2차 생장으로 ‘벌 마늘’이 전체 수확량의 10~15%로 크게 늘어 재배농가들이 허탈해 있다.


마늘재배농가 신모 씨는 “비가 자주 오면서 흙에 떨어져 있는 비료 양분이 계속 흘러 들어가니까 2차 생장이 많아진 것”이라며 “올해 의성마늘 재배면적은 1천140여 ha로 지난해에 비해 10.7% 줄어들었다”고 했다. 전국적으로도 재배면적이 지난해 대비 7.3% 감소했다.


김은철(68) 씨는 “올해 일손을 구하지 못해 우리 부부가 새벽부터 나와 하루 종일 마늘 캐는데 매달리는 형편”이라며 “인건비가 너무 올라 일손을 구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 마늘 같은 경우 늦어도 이달 15일 안에는 캐야 상품성이 잘 유지된 채 건조, 저장에 들어갈 수 있는데 치솟은 인건비에 사람 구하는 게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수확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의성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의성 마늘 생산량은 전년 대비해서 5~8%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의성마늘이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마늘 가격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고 전했다.


의성마늘의 포전매매, 이른바 밭떼기 거래 가격은 200평 한마지기에 400만원~최대 500만 원까지 형성되고 있다.


농촌일손 부족은 사과수확기를 앞둔 전국 최대 사과주산지인 영주를 긴장시키고 있다.


영주시는 일손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과 계절노동자 고용을 위한 협약 체결로 인력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입국이 전면 중단돼 농가들이 농촌일손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여름사과 수확기(7~8월)와 가을사과 수확기(10~11월)의 인력난이 더욱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사과농사를 짓는 이모(62) 씨는 “치솟는 인건비에 박스값 등 자재비도 급등했다”며 “농촌은 지금 최악의 상황을 맞고있다”고 하소연했다.


영천시 화산면에서 마늘 3천평과 복숭아 1천평, 자두 1천평을 재배하는 권후락씨는 일손을 구하지 못해 마늘 수확기를 놓쳐 2천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안타까워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양파, 감자 수확이 늦어져 모 심기 작업에 어려움 있다”며 “예년의 경우 각 단체 등에서 일손을 도와줬는데 요즘엔 대민봉사활동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시·군 내 일부 기관단체들이 농촌일손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농촌일손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어느해보다 도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했다. /경북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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