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한 권의 책 / 남한권 울릉군수<br/>헤르만 헤세 ‘지와 사랑’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다. 등화가친은 등잔불을 가까이하고 책을 읽는다는 의미다. 디지털 시대 속에 안타깝게도 독서 인구는 점점 줄고 있지만 한 나라의 경쟁력과 문화수준은 독서에서 나온다. 이 가을 시장군수를 비롯한 지역 리더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 한다. 과연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은 어떤 책일까? 문학책일까, 아니면 철학책일까, 아님, 사회과학서적 일까? 어떤 책이든 그들이 느낀 소감과 감명을 통해 그들의 내면에 담긴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코너를 통해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는 독서문화도 함께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나는 20세 때 고향 울릉도를 떠나 3군사관학교를 다녔다.
이 시절 학교 내무반 관물대에 숨겨가며 읽은 책 ‘지와 사랑’(저자 헤르만헤세)이 가장 감명을 줬다.
책속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골드문트와 그의 벗 나르치스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지와 사랑을 각각 추구하는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평생에 걸쳐 우정을 지속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이성간의 사랑이 아닌 숭고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혹서의 유격훈련 기간 동안 전우애에 불타올랐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와 사랑’은 3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군이 되기까지 군 생활을 하면서 많은 교훈이 됐다.
울릉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군사관학교로 진학했다. 내가 3군 사관학교를 다닐 당시 3군 사관학교 출신이 장군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길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려운 길을 뚫고 꿈을 이루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울릉군 개척 이래 최초의 장군이 됐다. 3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는 되기 어렵다는 장군이 된 것이다.
이는 오로지 장군의 되겠다는 나의 신념이 큰 역할을 했지만 ‘지와 사랑’의 책을 통한 삶의 의미와 인간의 진정한 가치, 존중을 깨닫게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이성의 사랑에서 볼 수 없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우정을 표현한 책이다. 1930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삶의 의미와 인간의 진정한 가치와 존중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나르치스’가 인간의 금욕을 절제하며 인간의 완성으로 다가간다면 반대로 ‘골드문트’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 즉 자신의 욕구를 순수하게 인정하면서 완성으로 다가간다.
두 사람의 우정이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이 마치 아름다운 인간의 내면 예술 작품을 완성해 가는 것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나의 어린 시절 울릉도에는 도서관과 서점이 없었고, 책을 읽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것이 많은 후회로 남는다. 가을은 책읽기 참 좋은 계절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을 쌓는 길이다. 특히 학생들은 젊은 시절 책을 많이 읽기를 간곡히 바란다.
‘지와 사랑’의 저자 헤르만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훌륭한 작가다. 1877년 7월 2일, 개신교 선교사인 부친 요하네스 헤세와 모친 마리 군데르트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출생지는 독일 제국 뷔르템베르크에 소재한 소도시 칼브(Calw). 부친이 선교사여서 그런지 엄격한 환경에서 자랐다. 어머니 또한 독실한 신자였다. 그의 이런 성장과정이 나를 감동시킨 ‘지와 사랑’을 탄생시켰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