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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처럼 엉킨 마음 풀게 해줘

등록일 2022-11-30 20:11 게재일 2022-12-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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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한 권의 책 최기문 영천시장
이야기 도덕경

쉼 없이 흘러가는 복잡 다양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억지로라도 마음속에 한번씩 쉼표를 찍을 필요가 있다. 그 쉼은 뒤처짐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힘을 얻어 더 큰 도약에 이르게 하는 보약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잊지못할 한 권의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나에게는 그럴 만한 책이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은 마음의 휴식을 갖게 해준 책이 떠올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노자의 도덕경을 이야기 식으로 풀어 놓은 ‘이야기 도덕경’이다.

처음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언뜻 도무지 욕심 없고 한없이 느긋한 사람이 노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의 글 곳곳에서 고요한 가운데 묵직한 깨달음을 보게 된다.

거듭 곱씹어 읽어본 구절을 소개하자면 그 첫 번째로 ‘정말 제대로 사는 것은 물과 같으니 물이 제대로 산다는 것은 모든 것에게 이롭게 하면서도 제가 했다는 것이 하나도 없고, 그 머무는 곳은 언제나 모든 사람이 꺼리는 곳이니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그 머무는 자리는 언제나 제대로 된 곳이며, 마음 씀은 그윽하고 어울림에는 다사로우며 말은 미덥기만 하고 바르다고 하는 것은 제대로 균형이 잡혀 있으니 그러하고, 일은 능숙하며 움직임은 때에 맞는데, 도무지 다투려고 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뒤탈이 없다’라는 구절이다.

필자는 참으로 잘하는 능력이란 스스로 잘한다는 그것조차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고, 그렇게 한 일이 워낙 탄탄하기도 할 뿐더러 다른 이에게 부담이나 불편이 되지도 않아 시샘의 건더기도 남기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일을 하다 보면 자꾸만 내 공을 드러내고 싶어지고, 혹시 몰라주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많은데 나와 함께 이 구절을 되새겨 실천한다면 마음은 평온히 가라앉고 위상은 더 없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남을 아는 것을 슬기라 할 것이고 저를 아는 것을 깨달음이라 하며, 남을 이기는 것을 강하다고 하며 무엇이 만족인지 아는 사람을 부유하다고 하고, 힘찬 실천은 뜻을 세운데서 나오고 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을 오래 살았다고 하며, 죽어서도 잊히지 않는 사람을 참으로 오래 살았다고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다.

이 부분에서 핵심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며, 자신과 자신의 주위에 있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 시도는 존재하는 그 순간의 가치를 비로소 제대로 쓸 줄 아는 것이며,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지나온 날을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내다보면서 그저 한걸음 한걸음을 찬찬히 내딛는 그런 삶을 두고 탄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아닌 타인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하니, 지금 당장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안타깝게도 도덕경을 한 자리에서 모두 펼쳐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구절 이야기는 이제 접어 두고 ‘도덕경’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무위(無爲)를 이야기하며 끝맺을까 한다.

무위는 말 그대로 하면 ‘하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사실 순리대로 사는 삶을 의미한다. 무위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다음의 말을 듣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몸을 움직이면 추위를 이길 수 있고 가만히 있으면 더위를 이길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말 같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추우면 히터를 틀고 몸은 움직이지 않고, 더우면 에어컨을 틀고 몸을 움직인다. 무위의 삶이 말처럼 쉽지가 않은 것은 인간은 무언가를 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말, 한 가지 행동도 순리에 맞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노자의 가르침을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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