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공직자에 여전히 유효한 공자의 가르침

등록일 2022-11-17 16:54 게재일 2022-11-18 11면
스크랩버튼
잊지못할 한 권의 책 / 주낙영 경주시장<br/>‘논어(論語)’

논어(論語)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어록을 수록한 책으로 동양사상사를 대표하는 고전이다. 무려 2500여 년 전에 나눈 대화임에도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도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은 논어가 지닌 위대한 힘이다. 필자의 경우 대학시절 교양선택으로 ‘논어강독’을 수강한 이래 지금까지 애장하면서 틈틈이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이 고전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사실 원전으로 읽기에 논어는 쉬운 책이 아니다. 짧은 한문 실력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워낙 그 표현이 축약·중의적이어서 명쾌한 해석이 어렵다. 그래서 논어원문 그 자체보다는 다양한 해설서를 참고해서 읽게 되는데 학자들마다 풀이가 달라 어떤 해석이 맞을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게 논어의 또 다른 재미다.

논어는 단순한 윤리교과서가 아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제왕학일 수도 있고 선비론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론일 수도 있다. 현대의 여러 학문분야, 예컨대 정치학, 사회학, 경영학, 교육학, 군사학, 역사학, 문학…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논어는 편집이 그다지 잘 된 책이라 할 수 없다. 논어는 총 20편으로 되어 있는데 각 편의 제목도 시작되는 첫 머리 글자를 땄을 뿐 내용의 일관성이 없다. 그런 비체계성이 논어를 읽는 또 다른 매력일지도 모른다. 굳이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읽을 필요가 없고 불현듯 펼치는 대로 명언을 발견하고 그 뜻을 음미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어록을 인터넷 서핑하듯 찾다보면 보석같은 가르침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필자는 공직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치, 행정 쪽에 관심이 많다. 공자는 스스로 훌륭한 공직자가 되어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했기에 비교적 이에 관한 언급이 많다. 그가 추구했던 정치는 올바르게 하는 것(正)이었다(政者正也). 군자가 자기수양을 통해 인(仁)과 덕(德)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백성을 교화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을 그는 정치라 보았다.

그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는 백성의 신뢰라고 생각했다(民無信不立).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국방을 튼튼하게 하면 백성의 신뢰를 얻게 된다(足食足兵 民信之矣). 이 중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먼저 군사력이요 두 번째가 식량(경제)이나 끝까지 고수해야 할 것이 바로 신뢰라고 그는 주장했다.

주낙영 경주시장

그리고 자로가 임금을 섬기는 법을 물었을 때 “임금을 속이지 말고 임금이 싫은 내색을 하더라도 직언을 하라”(勿欺也, 而犯之)고 하였다. 또한 “빨리 성과를 내려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탐내지 말아야 한다”(無欲速, 無見小利)고 하여 졸속행정을 경계하기도 하였다. 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다”(近者悅 遠自來)는 가르침은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자치단체장들에게 지금도 유효한 처방이다.

이밖에도 논어에는 인사의 원칙, 법집행의 기준, 근무자세 등 공직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금과옥조로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공자는 자신의 사상과 능력을 펼칠 기회를 평생 갖지 못했다. 14년간이나 제자들과 함께 풍찬노숙을 하며 세상을 돌아다녔지만 아무에게서도 부름을 받지 못했으며 때로는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구나”(莫我知我夫)라 탄식하면서도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고(不怨天 不尤人) 묵묵히 자기완성의 길을 걸어갔던 위대한 인간 공자를 논어에서 만난다.

잊지못할 한 권의 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