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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지치고 힘들때 다시 용기주는 책

등록일 2022-11-20 19:32 게재일 2022-11-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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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한 권의 책 / 신현국 문경시장<br/>‘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내년을 준비하는 부서별 보고자료를 들여다보다가 순간 집무실 책상 위 모퉁이에 붙어 있는 메모장이 눈에 띄었다. ‘잊지못할 한 권의 책’을 추천해달라고 쓰여진 메모 내용에 잠시 과거 회상에 빠졌다. 좋은 책은 여럿 추천할 수 있지만, 잊지못할 한 권의 책을 추천하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며칠간 고민 끝에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서적보다는 모두가 잘 알고 접해 본 소설책을 소개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우리 모두가 학창시절에 읽어봤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묘사되는 베르테르의 섬세한 감정표현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이야 직설적인 화법을 ‘사이다’, ‘돌직구’ 등으로 표현하며 솔직한 표현의 한 방식으로 이해하지만, 내 젊은 학창 시절에는 완곡한 감정표현이 주를 이뤘을 때니 사뭇 생경할 따름이었다. 더 나아가 괴테가 이 소설을 집필했던 18세기에는 오죽했을까! 출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베르테르를 모방한 각종 신드롬이 생겨난 건 이 책을 읽게 되면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니다. 요즘 표현으로 베르테르의 당시 모습은 ‘힙’했다고 할까?

로테를 향해 쏟아내는 서툰 감정과, 때로는 무모한 행동으로 소설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던 우리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사랑하는 로테에 대한 감정은 늘 솔직하고 진심인 주인공이다. 그녀를 “그토록 지혜로우면서도 소박하고, 꿋꿋하면서도 상냥하며, 착하고 활발하고 영혼의 평화를 잃지 않는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사랑에 빠진 것을 고백하는 내용에서 여실히 그 감정이 드러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균형잡힌 이성보다는 위아래로 요동치는 감성에 좌우된 경험을 갖고 있을 터, 베르테르가 사랑한 로테는 어떻게 평가해도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로테를 향한 사랑이 깊어 질수록 역설적으로 좌절과 절망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그녀를 둘러싼 자들의 충격적인 소식은 결국 베르테르를 비극적인 결말로 이끈다. 불안정한 감정으로 가득 차 무책임한 선택을 한 철없어 보이는 베르테르를 이해하긴 쉽지 않다. 다만 제도권 안에서 구원받을 순 없지만 젊음 가득한 무모한 감정은 그것 자체로 자유롭고 통쾌하다.

신현국 문경시장

특히, 이제는 잔뜩 철든 어른이 돼 다시 베르테르를 돌아보니 그가 쏟아내는 순수하고 꾸밈없는 표현들이 흥미롭고 부러울뿐이다.

집무실 밖에 내리는 가을비로 잠시 베르테르를 기억하며 떠난 추억 여행이 내 본래 삶으로 돌아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겨울을 기다리는 늦가을의 문경은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취임 초기부터 시민들과 직원들에게 긍정의 힘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인구 감소로 불확실성 큰 현실에 함께 맞서고 있다. 간혹 일에 진척이 없고 힘이 부칠 때 베르테르처럼 치기 어린 행동일지라도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향한 내 고민과 애착을 진심을 담아 절절하게 드러내며 외쳐보고 싶다.

때로는 이런 무모함이 기존의 문법과 고정관념을 깨고 진일보를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전무후무한 코로나19의 팬더믹 상황과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내일의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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