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146억원 규모 국책 프로젝트 포스코 ‘하이렉스’ 공법 개발 한창 전문가 “국비 20조는 지원해야”
경북 포항이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의 본격 착수로 탄소중립 시대의 철강혁신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에 따라 총사업비 8146억 원 규모의 실증 프로젝트가 추진되며,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 전기로업체와 연구기관, 정부·지자체가 함께하는 민관 공동사업으로 전개된다.
포스코는 자사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하이렉스(HyREX)’ 공법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철광석 분말을 수소로 직접 환원해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존 고로공법보다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포항제철소 내 시험설비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 중이며, 성공 시 탄소 대신 수증기만을 배출하는 친환경 철강 생산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고, 7월 중 주관기관을 선정해 본격적인 예산 집행에 돌입한다. 2026년 설비 착공, 2028년 시험 가동을 거쳐 2030년대 100만 톤급 상업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수소환원제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정부의 정책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는 시장과 산업계에 명확한 정책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실증사업을 계기로 철강산업 탈탄소 전환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위성곤 의원이 발표한 ‘탄소중립 백서’에는 철강 분야 CO₂ 30% 감축(2035년 목표), 수소환원·전기로 설비비 30% 국비 지원,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 탄소차액계약제(CfD) 도입 등 내용이 포함됐다.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탈탄소 예산 확보도 명시됐다.
지역 정치권도 반색하고 있다. 포항 지역 국회의원들은 환영 현수막을 내걸며 예타 통과를 기념했고, 포항시 역시 실증사업의 조기 착공을 위한 행정 지원에 나선다.
시민사회도 기대를 나타냈다. 포항환경연대 유성찬 공동대표는 “포항이 수소환원제철을 계기로 세계적인 탄소제로 도시로 도약하길 바란다”며, “RE100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소환원제철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개발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포항 시민들 역시 이번 사업이 기술 검증에 그치지 않고 철강산업 재편과 지역경제 회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더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한 전문가는 “수소환원제철이 한국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라며, “일본처럼 최소 20조 원 이상을 전액 국비로 투입하고, 실증사업만이라도 산업용 전력요금 전면 무상화 같은 획기적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