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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1도 상승에 1인당 소득 8% 감소”… 기후변화가 경제를 바꾸나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7-24 18:57 게재일 2025-07-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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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의 가격’
윌북 펴냄·박지성 지음·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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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북 펴냄, 박지성 지음, 인문

데이터를 통해 기후위기 비용을 측정해온 재미 환경경제학자 박지성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기후변화의 경제적 파장을 데이터로 분석한 저서 ‘1도의 가격’(윌북)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빌 게이츠가 자문을 구한 와튼스쿨 소장파 학자인 그는 “기후변화가 실존하느냐”가 아닌 “이미 닥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라고 강조한다. ‘이미 현실이 된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가 인류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1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가 사회경제적 시스템에 미치는 미묘하지만 치명적인 영향을 규명했다. 대표적 사례가 “평균 기온이 1도 높은 국가의 1인당 소득은 8% 낮다”는 통계적 결론이다. 시카고대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공장 내부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생산성이 2~4% 하락했으며, 이는 교육·노동·건강 분야로도 확장된다. 폭염(32.2도 이상)이 하루 증가할 때마다 미국에서 3000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고, 29도 이상인 날엔 강력범죄 발생률이 9% 높아진다는 데이터도 제시된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산불·홍수 같은 물적 피해뿐 아니라 개인의 정신건강과 신체 활력, 교육적 성취, 직업적 역량 등 개인의 미래 소득을 갉아먹는 인적 자본 손실을 초래한다. 대규모 자연재해(1인당 500달러 이상 물적 피해)는 1520달러 상당의 인적 자본 손실로 이어지며, 학교 교육 중단은 학생들의 장기적 소득 감소로 직결된다. 
기후위기는 노동 생산성과 범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32.2도 이상인 폭염이 하루 더 늘어날수록 업무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일일 기온이 29도를 넘으면 강력범죄 발생 확률이 약 9% 높아진다. 또 평균 기온이 높은 국가일수록 1인당 소득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박 교수는 기후변화가 자본주의 시스템을 극단적 양극화로 몰아갈 것이라 지적한다. 좋은 주거지와 일자리를 찾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빈곤층은 기후 위험 지역에 내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저자는 동시에 희망도 제시한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30% 이상 감소했고, 재생에너지 기술이 급성장 중인 만큼 “아직 늦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다만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구속력 있는 정책과 기술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자극적 경고 대신 냉정한 데이터로 기후변화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너무 더워 시험을 망쳤다”는 말은 더 이상 핑계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독자들은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라 경제적 의사결정, 정책 수립, 일상적 삶의 방식과 밀접히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는 컬럼비아대학교와 옥스퍼드대, 하버드대에서 공부했으며 UCLA 교수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과 와튼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데이터와 통계를 통해 분석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나 UN, 세계은행 등 기관에 정책 자문을 제공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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