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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시나무 마을 역

등록일 2025-09-09 16:42 게재일 2025-09-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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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덕

아직 오지 않는 흰 구름을 기다립니다

내가 타야 할 기차입니다

오기만 한다면 단숨에 그리로 갈 것이기에

구름의 발을 믿습니다

 

이곳은 별들의 무덤입니다

조각난 별들이 퍼즐처럼 맞춰 달라 보챕니다

제 자리로 가서 반짝이고 싶다 합니다

 

죄의 값보다 무서운 돈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덤불 속에서 겨우 빠져나와

바람 한줄기 잠시 머무는 역에 이르렀습니다

 

하얗고 곧은 사람들이 사는 은사시나무 마을에서

흰 구름이 떠났다고 합니다

별의 눈이 되어 거기에서 만날 우리

위의 시에 따르면 우리는 “죄의 값보다 무서운 돈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별들의 무덤”인 ‘덤불’에서 살고 있다. 시인은 이 숨 막히는 곳에서 빠져나와 “하얗고 곧은 사람들이 사는 은사시나무 마을”로 가려고 한다. 그 마을에서 떠난 ‘흰 구름’을 타고 ‘거기’로 갈 수 있으리라 믿기에. 지금 시인이 도달한 곳은 “바람 한줄기 잠시 머무는 역”, 여기서 그는 저 마을에서 ‘별의 눈’이 될 수 있으리라 희망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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