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들어서며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한낮의 폭염은 여전히 우리를 지치게 한다. 이제 ‘역대급’이라는 수식어조차 무색해진 극한기후는 우리에게 기후위기가 먼 미래가 아닌 오늘의 문제임을 알려준다. 그 해답이 ‘탄소중립’에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에너지 전환’, 즉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당장 2036년까지 전국 28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을 예정이어서, 수많은 발전소 노동자들의 생계와 발전소 주변 지역 경제가 큰 위기에 놓여있다.
이 거대한 전환의 과정에서 우리는 ‘누가, 어떻게, 그리고 누구를 위해’ 에너지를 만들 것인지 물어야 한다. 그에 대한 가장 희망적인 대안이 바로 ‘공공재생에너지’이다. 낯선 이 단어는, 말 그대로 국가나 지자체 같은 공공기관이 주도하여 시민과 함께 만들고, 그 이익을 모든 시민이 함께 나누는 재생에너지를 뜻한다. 왜 ‘공공’이 중요할까? 민간기업은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전기요금 인상, 환경 파괴, 지역 갈등과 같은 문제를 낳기 쉽다. 반면 ‘공공재생에너지’는 발전소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전환·승계하고, 개발 이익을 지역 공동체에 환원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우리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일부 민간 풍력발전 사업이 극심한 주민 갈등을 겪는 사례를 볼 때 ‘공공재생에너지’는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까? 이미 국내·외에는 훌륭한 성공 사례가 많다. 제주도는 조례를 통해 바람을 ‘공공의 자원’으로 선포하고, 제주에너지공사가 풍력 개발을 주도하며, 그 이익을 모든 도민과 나누고 있다. 우리 가까이에도 시민들이 십시일반 출자해 협동조합을 만들고 공공기관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세워 수익을 나누는 사례들이 있다. 이 모델들을 대구·경북에 적용해 볼 수 있다. 대구의 도심에서는 각 구청이나 공공기관 옥상,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시민 누구나 주주로 참여하는 ‘시민햇빛발전소’를 늘려나가고, 넓은 농촌 지역이 있는 경북에서는 지자체가 주도하고 지역 주민이 지분을 참여하는 ‘마을 풍력발전’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 단계부터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이 사업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공공재생에너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방정부와 공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유휴부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며, 시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금융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낡은 발전소를 새것으로 바꾸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일자리와 지역 경제, 그리고 미래 세대의 삶이 걸린 ‘정의’의 문제이다.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되는 ‘공공재생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대구·경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길 기대한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