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동 귀금속 거리 ‘한산’ 열흘 만에 10% 가까이 올라 결혼 예물•돌반지 장만 부담 상인회장 “매출 50%나 감소”
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대구지역에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거래가 줄어 울상이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금 현물 가격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장중 한때 1온스당 3646.29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된 금 선물 12월물도 전날보다 0.7% 오른 3677.40달러에 마감됐다.
국내에서도 금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KRX금시장에서는 전날 오후 2시 48분 기준 금 1㎏ 현물 가격이 전일 대비 2.71% 오른 165만 910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152만 8600원에서 불과 열흘 만에 약 10% 가까이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은방들은 돌 반지뿐만 아니라 결혼 예물, 커플링, 기념품 등 귀금속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은 대구 중구에 있는 전국 유일의 패션주얼리 특구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곳은 2005년 중소기업청에 의해 지정돼 귀금속 및 주얼리 산업의 집적지이자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지금은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10일 오후 대구 중구 교동 귀금속 거리에서는 금은방들이 오전부터 금반지나 금목걸이 등을 진열장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며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다만 상점 대다수는 오가는 손님이 없어 보였다. 귀금속 가게에는 제품을 구매하러 온 고객들이 상인과 상담하는 모습도 보이기는 했지만 매우 드물었다.
황해범 대구패션주얼리특구상인회장은 “경기침체와 금값 상승으로 인해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면서 “공직사회나 기업체 등이 귀금속을 재료로 한 기념 기념패, 상패 등의 주문도 금의 양을 줄이거나 없애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40년 이상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상인 조모씨(70)는 “금 시세 문의는 늘어났다”며 “목걸이와 팔지 등 제품 구매보다는 투자목적으로 골드바와 금덩어리 등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시민들은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돌 반지 선물 조차 매우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직장인 김모씨(38)는 ”2년 전 친구에게 아이의 돌에 선물 받은 돌 반지는 30만 원대였다”면서 “친구 아이의 돌에 맞춰 돌 반지를 선물하려고 알아보니 한돈에 70만 원이 넘어 고민이 깊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최근에는 금의 양을 줄여 순금 반 돈 반지나 현금 등으로 선물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 귀금속 가게를 통한 금 매매가 부담스러워지면서 중고 거래플랫폼 등을 통한 개인간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판매자는 금을 사고·팔 때의 가격 차이를 줄일 수 있고 구매자는 수공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 확대가 맞물리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1온스당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 경우 국내 금값은 순금 한 돈 값은 10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사진/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