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단상
곧 추석명절이 다가온다.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을 맞아 예로부터 자손들은 조상의 묘소를 찾아 벌초하고, 집에서는 차례를 지내며 조상을 기려왔다. 그러나 최근 세태는 이러한 전통 의식이 점점 간소화되거나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예전에는 자손들이 직접 낫과 예초기를 들고 묘소를 단정히 정리한 뒤, 성묘 후 술잔을 올리고 추석에 정성껏 차례를 모시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벌초 과정에서 술잔만 올리고 추석 차례는 생략하는 가정이 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벌초조차 전문 대행업체에 의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시향도 예전에는 평일에 모시다 보니 참여 자손이 적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 각 문중에서 많은 종인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음력 시월 일요일로 날자를 변경하였다.
처음에는 전국의 종인들이 많이 참석하고 점심을 대접하려는 분들이 많아 축제 분위기였으나, 코로나19로 2020년부터 2년 쉬면서 참석 종인이 급격하게 줄었다. 일부 문중은 벌초 후에 윗대 조상님들에게 술잔을 올리고 추석과 시향을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제사 역시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매년 돌아오는 기일마다 제사를 지냈으나, 최근에는 그해 첫 제사에 함께 지내거나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한 차례 같이 모시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추석 차례를 지내는 비율을 자료로 살펴보니 이렇다.
2024년 기준, 추석에 차례나 제사를 지낼 예정인 사람은 약 41%, 지내지 않을 예정인 사람은 59%였다.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인용)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민족 고유의 설 명절에 차례를 지낸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39%였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65.9%)보다 많이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화와 핵가족화, 바쁜 생활 패턴으로 인한 변화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조상 공경과 가문 계승의 숭조 사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에 따라 의례가 간소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조상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례문화도 매장에서 화장하여 매장하거나 납골당에 모셨으나, 문제점이 많아 부지를 다듬어 선대 조상님 산소를 한곳으로 모시는 종중이 늘어났다. 산이 없는 분은 수목장을 한다.
2025년 1월 24일 장사법 시행령 일부개정으로 화장한 유골의 분골을 산(자연장지), 묘지, 화장시설, 봉안시설 내 지정 장소, 바다(해안선 5Km 이상 떨어진 곳)에 뿌리는 산 분장이 제도화되었다. 산 분장이 활성화되면 묘지나 수목장도 없어질 것이다.
숭조사상(崇祖思想)이란 조상을 높이 섬기고 소중히 여기는 사상이다. 세태가 바뀌더라도 조상을 기억하는 숭조사상의 정신만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병길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