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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성주군, 2025년 농업조수입 1조원 시대 열기 ‘총력’

2025년 성주군 의회는 농정과 본예산 550억원을 삭감없이 원안 가결하였다. 이는 2024년 본예산 513억원 대비 37억원이 증액된 금액으로 성주군 행정과 의회는 농업조수입 1조원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 참외조수입 6200억원을 달성한 이유는 행정과 의회가 하나가 되어 농업분야에 아낌없는 지원과 3800여 달인인 된 참외재배 농가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2년 연속 성주참외 조수입 6000억원 달성은 참외 농가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행정의 정책발굴, 의회의 적극적인 지원 등 모든 분야의 단합된 노력 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군수는 이어 “앞으로 우리 미래 농업 세대들이 판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참외 조수입 7000억원과 농업소득 1조원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농업분야에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 이상기후 신속 대응 지난 2024년 한해, 성주참외는 1월부터 3월까지 잦은 강우,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로 인해 수정, 착과불량, 발효과·기형과 발생이 증가하여 생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행정, 생산자, 유통기관 등이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참외 조수입 6200억원을 달성했다. 주요 추진내용으로는 △일조량 피해에 따른 참외 영양제 공급지원(3억원) △일조량 부족 재해인정 및 지원(52억원) △쿠팡 MOU체결(온라인 매출 확대 협약) △참외 작황 및 출하 동향 점검을 위한 농식품부장관 방문 △성주참외 소비촉진 및 홍보행사 추진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 외국인 계절근로자 안정적 입국 성주군에서는 농촌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등으로 인한 구조적 일손부족 현상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내·외 인력풀을 활용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농업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2024년에는 상반기 867명, 하반기 102명 도입했다. 내년에도 상반기 1500명, 하반기 300명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또한 농업분야 국내 근로인력 모집 및 필요 농가에 근로인력을 알선·중개하는 농촌인력 중개센터도 적극 추진하여 고질적인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참외 생산기반시설 현대화 성주군에서는 고품질 참외 생산을 위해 시설현대화 사 업에 연간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한 시설원예 현대화사업(PO필름)은 광 투과율을 증대시켜 성주참외 품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시설 현대화사업에 집중 지원하여 참외품질 향상 및 농가 경영비 절감을 견인하고자 한다. 2025년도 주요 추진사업으로는 △시설원예 현대화사업(PO필름, 측·천창 자동개폐 등) △시설원예 에너지절감(보온덮개 자동개폐기) △시설원예 품질개선사업(인발파이프) △성주형 스마트 참외시설(스마트 보온덮개 자동개폐기, 스마트 관수관비기 등) △스마트 원예단지 기반조성사업 등이다. □ 비상품 농산물 자원화센터 발효과 및 저급 참외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고 엄격한 선별과정을 통한 고품질 참외만을 유통시키고자 전국 최초 시설인 ‘비상품 농산물 자원화 센터’를 건립해 2024년도부터 본격 운영하고 있다. 저급과 반입동에서 마지막 액비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진행, 전면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비상품 농산물 자원화센터로 인해 저급과 수매 희망 농가 장시간 대기, 처리 과부화, 악취 발생 등의 불편 사항을 전면 개선하였고, 또한 수매된 저급과 참외를 활용한 액비를 연중 생산하여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자연환경 보전으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 농산물 유통시설 자동화 참외 유통시설에도 스마트한 바람을 일으킨다. 기존 12개 APC(산지유통 처리시설) 중 4개 APC(참외원협, 성주, 대가, 월항)에 AI 선별 시스템 등으로 이루어진 스마트시설을 지원하였고, 내년에는 성주농협(추가 설치), 수륜농협에 지원하여 농산물 입고·저장·선별·포장 등 APC 기능을 자동화하고, 단계별로 생성되는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물류·거래 등에 자동으로 정보를 전달·환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 수출시장 확대로 유통다변화 아울러 더 빠른 속도로 변화된 소비트렌드를 반영하고 MZ세대에 맞는 전략적 마케팅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다변화된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농특산물 온라인 유통지원(참외쇼핑몰, 라이브커머스, 꾸러미, 우체국쇼핑몰 등)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브랜드 홍보 영상 촬영 △대형유통업체와 함께하는 MZ세대를 겨냥한 복합 체험형 공간 구성 △성주참외축제 개최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사업 등 온·오프라인 전방위 지원을 통한 유통 다변화도 모색한다. 또한, 한국을 넘어 세계속의 성주 참외를 위한 준비도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 최근 국제적인 정세, 금리인상 등 여건은 녹록치 않지만 지난해 255t 13억2200만원의 수출실적을 달성하였고, 올해는 지역내 수출농산물 생산자 단체의 노력으로 266t, 13억7900만원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 성주참외 3대 혁신운동 지난 2024년 12월 4일 구성된 ‘성주 참외산업 대전환 혁신운동 추진위원회(회장 배선호)’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주참외 3대 혁신운동이 기대되고 있다. 3대 혁신운동은 첫째, 참외 유통혁신이다. 이는 성주참외 주거래 단위를 현재 10kg 박스에서 7.5kg 또는 5kg으로 경량화 추진과 참외 스티커 미부착 운동이다. 둘째, 참외품질 혁신운동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참외자조금 단가가 박스당 40원으로 동결되어 왔다. 이는 거출액 매년 감소, 이상기후에 따른 저급과 수매량 증가 등의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하여 참외자조금 인상, 그리고, 참외 액비 활용도를 제고하여 농가 경영비 절감에 기여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마지막 셋째, 농업환경 혁신운동이다. 농자재 수명연장으로 경영비 절감을 위하여 농자재 보관 간이시설 설치와 참외 저급과 및 농산부산물 퇴비화를 위해 간이 퇴비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4-12-29

“응급 의료체계 강화·도농 원격 협진 통해 군민 건강 책임질 터”

봉화군보건소는 도시와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최근 공공보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장비개선을 통해 군민들에게 보다 향상된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건지소 및 보건진료소의 공공건축 그린리모델링, 군립노인전문요양병원의 치매전문병동 건립, 저출산 대응 소아청소년과 설치 등으로 의료시설 현대화 및 맞춤형 의료혜택 제공에 노력해 왔다. 또 농어촌의료서비스개선사업으로 최신 의료장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가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 대비해 응급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선택예방접종 지원으로 감염병 발생 최소화를 모색하고 있다. 인근 도시 병원들과 원격협진 등 의료협력체계 구축과 다양한 건강증진사업으로 군민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보건의료시설 지속적인 환경개선과 의료장비 확충을 통해 지역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장받도록 더욱 노력하겠으며, 내실있는 보건사업 운영으로 군민의 건강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보건의료시설 인프라 확충 봉화군보건소는 노후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성능향상을 위한 국토교통부 그린리모델링사업 공모에 참여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총 15억 여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포함한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 등 총 9곳을 그린리모델링했다. 이로써 기존 노후 보건시설물의 내외부 단열, 창호교체, 고효율 냉난방시설 교체로 보건시설물의 에너지를 절감해 쾌적하고 청결한 재실 환경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또한 석포면보건지소와 삼동 및 북곡진료소는 신축으로 최신 보건환경을 갖추게 됐으며, 지속적인 보건의료기관의 신축과 그린리모델링사업으로 지역사회 보건수행의 중추적 역할은 물론 군민들의 이용 만족도 또한 더욱 향상되고 있다. □ 치매전문병동 건립 노인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치매환자의 전문적인 치료와 치매 친환경 공간이 필요하게 됐다. 2024년도에 보건복지부 공립요양병원 기능보강 공모사업으로 총 32억 원의 사업비로 봉화군립노인전문병원에 치매전문병동을 증축하여 치매전문 병상수를 43병상에서 86병상으로 늘릴 수 있게 됐으며, 최신 의료장비 19종 190대를 보강해 치매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치매환자 가족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치매안심센터와 협력해 지역사회 치매인식 개선사업, 퇴원치매환자 일상생활 복귀지원, 퇴원환자 거주지 환경개선 사업 등 공공보건 의료사업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여 치매 조기 발견과 중증화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으로 치매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 □ 소아청소년과 개설 2023년 7월 봉화해성병원과 협력해 소아청소년과를 개설했으며, 2024년 6월에는 보건복지부 의료취약지 의료기관 소아청소년과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매주 금요일은 저녁 8시 20분까지 3시간 연장 진료를 실시해 직장인 부모를 둔 아이들이 일과시간 이후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원정 진료로 인한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관내 소아청소년과 운영을 크게 반기고 있다. □ 응급의료체계 확립 응급의료체계 확립을 위해 봉화해성병원의 응급실 운영을 지원하고, 긴급 중환자의 신속한 후송지원을 위해 관내 응급의료전용 닥터헬기장 5곳도 운영하고 있다.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위해 의무기관 등에 자동심장충격기 120대를 운영하고, 평소 재난 위기상황 응급의료 대응 훈련을 생활화해 경북도 주관 2024년 보건소 신속대응반 도상훈련 평가에서 우수기관상을 수상했다. 또한 의약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관내 약국 등 의약품 취급소 등 41곳의 지도점검 및 경로당 등 74곳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운영으로 2024년 의약안전관리 시책성과대회에서도 우수기관상을 받았다. □ 감염병 발생 최소화 봉화군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긴박했으나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 살려 감염병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올해부터 보건소 신규사업으로 예방접종비를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하는 선택예방접종지원사업을 실시해 감염병 발생 최소화에 기여하고 있다. 예방접종종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감염증(HPV, 남성청소년 및 저소득층 남성), 폐렴구균감염증(60세 이상 성인 중 면역저하자), 인플루엔자(독감, 50세 이상), 대상포진(60세 이상 저소득층)이 해당되며, 저출산 대응정책으로 임신부 백일해 예방접종도 지원하고 있다. □ 임신과 출산환경 조성 봉화군보건소는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과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제공해 출산 장려는 물론 군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임신 사전 건강관리 가임력 검사비 지원 및 난임부부 대상 체외수정 및 인공시술비를 지원하고, 특히 난임부부 지원은 2024년 소득제한이 폐지되면서 보다 많은 가정이 혜택을 보고 있으며, 월 2회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 자체사업으로 출생아건강보장보험(둘째아 이상), 출산육아지원금 지원(매달 5세까지), 산후조리비 지원(100만 원) 등 차별화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양육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첫만남바우처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 출산육아용품 대여사업을 시행 중이며 주민의 요구에 발맞춘 다양한 임신·출산·양육 지원을 통해 아이 낳기 좋은 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유관기관간 연계협력 강화 봉화군보건소는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의 의료접근성 개선과 의료인력 부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내 병원과 협력은 물론 인근 시군의 의료기관과 연계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안동의료원과 서벽 및 분천보건진료소의 원격협진 진료를 통해 고혈압, 당뇨질환자의 정기적인 진료와 건강상담을 실시하고, 안동병원과는 응급의료 용헬기(닥터헬기) 이송지원으로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고 있으며, 영주적십자병원과는 공공보건의료서비스 협력을 통해 지역 의료·보건·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12-26

비상계엄 조치에 깜짝… 의료계 파업에 주민 불안

다사다난(多事多難).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았다는 뜻이다. 2024년 갑진년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이 펼쳐진 해였다. 의료대란 사건으로 전공의가 현장을 떠나고 포스코 공장 화재와 트럼프의 당선 등으로 대구 경북권 경제의 근심거리가 늘어난 해이기도 했다. 영일만 지역의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과 경주의 APEC 유치 등은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뒤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며 다사다난의 정점을 찍었다. 2024년 주요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1.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2024년 대한민국의 가장 큰 뉴스는 12월 3일 밤에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였다. 윤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45년 만에 계엄을 선포했고, 국회 본청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했다. 당시 계엄 선포 뉴스를 본 수많은 시민이 한밤중 국회 앞으로 모여 계엄 해제를 외치며 계엄군을 막아서는 긴급한 상황이 펼쳐졌다. 의원들은 곧장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2시간 30여 분만에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했다.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또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수사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헌정 사상 세 번째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 파면 또는 업무 복귀가 결정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회·정치적 불안정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리스크로 작용했다. 계엄·탄핵 여파에 더해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국내 경기에 악재로 작용하는 중이다. 실제로 26일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1460원을 돌파하는 등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연말로 예정된 송년회·행사도 줄줄이 취소되는 등 연말 서민 경기 역시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2. 의료대란 속 환자불안 지속 정부가 올해 2월 내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자 의사단체들이 집단휴진,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의대 증원은 27년 만에 이뤄진 셈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를 강도높게 비판했고,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전공의들과 함께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파업이 의료 현장에 미치는 혼란이 클 것으로 보고, 파업 돌입 시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때는 징계하겠다는 강경대응 방침을 정했다. 결국, 전국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을 떠났고, 대구·경북 전공의도 사직서를 잇따라 제출하는 등 의료 혼란은 현실화 했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은 경북대병원 등 6개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됐고, 동국대 경주병원 일부 전공의도 대열에 동참했다. 대학별 의대증원은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분보다 낮은 인원을 선발키로 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여전히 환자들의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3. 경북권 덮친 재선충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우리나라 최초 발생한 이후 꾸준히 확산해왔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북도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74만그루(감염목 40만그루, 감염우려목 34만그루)에 이르고 있으며 전국 피해목 187만그루의 40%를 차지한다. 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19개 시군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도는 기후변화로 인해 소나무 생육환경이 악화한데다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활동기간이 늘어나면서 대거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지역별 방제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포항, 경주, 안동, 고령, 성주는 특별방제구역(3만1375ha)내 피해목은 모두 베어내고 175ha에는 활엽수로 수종을 바꿔 심을 예정이다. 또 일반적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10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 고사목에서 월동하므로 이 때 일괄적으로 집중 방제를 진행중이다. 포항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가지와 주요 도로변, 보호수 등 주민 환경 밀접지와 보존 가치가 있는 산림에 대해서는 우선 방제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소나무류 베기 사업으로 수종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전국 최대 송이 산지 영덕군에서는 민관으로 구성된 전문 방제단을 꾸려 송이 생산지를 지키기 위한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4. 포항 철강산업과 2차 전지산업의 위기 포항의 철강과 2차 전지 산업이 여러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 지속과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 전 세계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강, 1선재 공장의 폐쇄와 현대제철 포항2공장 가동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더해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의 연이은 화재와 포스코 노조의 파업 출정식이 겹치는 등 포스코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등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파업과 생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탄소 중립’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건립을 적극 추진하고 뒷받침해야 하는 이유이다. 2차전지 산업은 차세대 배터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기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 및 에너지 저장장치(ESS) 수요 증가로 급성장했으나 배터리 화재 사고와 안전성 문제, 치열한 가격 경쟁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이 일시적 수요 둔화, 캐즘(chasm) 현상을 돌파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해 나가려면 배터리의 성능과 함께 친환경성 개선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시장 상황이나 각 나라의 규정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배터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5. APEC 정상회의 개최지 경주 지난 2005년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에 다시 열리는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경주시가 최종 확정됐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경주가 선정된 것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의 이미지가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APEC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태평양 연안 21개 주요 국가가 회원국으로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62.2%, 교역량의 50.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 지역경제협력체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정상회의 개최를 목표로 APEC 준비지원단 구성, 지원 분야별 세부 실행계획 수립하고 주요 회의장 및 숙박시설 인프라를 정비하는 등 개최 준비에 본격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북도와 경주시는 경북연구원·경북문화관광공사·경주화백컨벤션센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마이스(MICE) 산업 분야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국내외 홍보마케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경우 전국적으로 1조8000억원을 넘는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북연구원에 따르면 경북지역 경제에만 생산 유발 효과 972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4654억원, 취업창출효과 7908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6.동해 석유·가스 찾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2024년 11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첫 탐사 시추 지점으로 ‘대왕고래’로 명명된 8광구와 6-1광구 북부 지역이 최종 확정됐다. 해당 지역은 경북 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해역으로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풍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프로젝트는 자원 안보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되며 지구상 가장 큰 생물인 대왕고래의 이름을 따 그 상징성을 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열린 ‘제3차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전략 회의’에서 한국석유공사가 제출한 시추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시추선은 12월 중순 부산항에 입항해 준비 절차를 거친 뒤 약 2개월 동안 시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추 결과는 2025년 상반기에 발표될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2월 2일 ‘대왕고래 프로젝트’예산 505억 원 중 497억 원을 삭감하면서 사업은 난항에 직면했다.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 간의 재정 지원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시추 작업으로 인한 어민 피해 보상 대책 부재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7. 지역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트럼프 재집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대구·경북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이차전지 소재 등 지역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는 자동차 부품과 섬유제품이 수출 주력 품목으로 각각 전체 수출의 13.1%와 6.0%를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연간 수출액은 약 96억 달러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이 재도입될 경우 자동차 부품에 최대 25%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 매출이 최소 15% 감소하고 연간 약 12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달성군과 달서구의 주요 자동차 부품 및 섬유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또한, 이차전지 산업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동맹국 수입품에 10%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미국 내 생산 공장에만 세금 감면과 보조금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시사했다. 8. 무산과 추진을 반복하는 TK 행정통합 대구시와 경북도를 모두 폐지하고 산하에 시·군·구가 모두 존재하는 형태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2024년 하반기를 강타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2019년 말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선언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북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거센 반대의견으로 지지부진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통합에 비판적인 홍준표 시장이 당선됨에 따라 무산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홍 시장이 올해 대구를 경북으로 흡수하는 대신 경북을 대구로 흡수하는 방식의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홍 시장은 시·군·구의 역할을 축소하는 통합 방안을 제시하면서 경북도뿐만 아니라 경북 각 시·군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빠른 통합을 원하던 홍 시장은 “8월말까지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장기과제로 넘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안전부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통합 논의가 다시 재개됐고, 결국 2026년 7월에 통합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것을 목표로 통합이 합의됐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는 시·도민들을 대상으로 통합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통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안동·예천·영주 경북북부권을 중심으로 통합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최근 계엄 사태로 대구경북 통합은 또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9. 수도권과 강원·경북권을 기차로 잇다 올해 말 △동해선(포항~삼척) △중부내륙선(이천~문경) △중앙선(도담~영천) △대구권광역전철(구미~경산) △대구도시철도1호선(안심~하양)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가장 먼저 지난 11월 중부내륙선이 개통해 30일 운행을 시작했다. 중부내륙선은 경기도 이천에서 경북 문경을 연결하는 총연장 93.2㎞의 노선으로 남북을 종단하는 내륙 중앙 간선철도망의 한 축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동해중부선(포항~삼척)도 12월 통한다. 동해중부선은 총연장 166.3㎞의 노선으로 지난 2009년 착공했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기존 강릉~삼척, 포항~부산 철도 노선과 연결돼 강릉에서 부산까지 열차 이동이 가능해진다. 영천에서 청량리 구간을 KTX이음 열차로 2시간대에 주파하는 중앙선 복선화 사업도 올해 말 완료된다. 이 노선은 수도권과의 접근뿐 아니라 경부고속선(신경주~울산~부산) 동해남부선(신경주~태화강~부전)과 연계 시 안동에서 부산·울산까지 2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하게 돼 광역 대도시권(부산, 울산)으로의 접근성 향상을 가져올 전망이다. 비수도권 최초 광역철도인 대구권광역철도(구미~경산)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노선은 구미~칠곡~대구~경산 간을 40분대에 연결해 출퇴근 직장인, 지역민, 통학생의 교통편의를 제공한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노선은 출퇴근 시간 상습 정체 구간인 국도 4호선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경산산업단지 통근자 및 인근 대학생의 등하교를 책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도는 광역철도의 개통 시기에 맞춰 대구와 경북도 8개 시·군을 연계한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을 확대 구축한다. 10. 대구은행 시중은행으로 출범 대구은행이 올해 시중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4월 금융 당국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시 인가방식 및 절차’에 따라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인가내용을 변경하는 은행업 본인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16일 제9차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경북권 중심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자본금 요건, 대주주 요건 등 인가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대구은행은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한국씨티·SC제일은행에 이은 7번째 시중은행이다. 이번 인가로 대구은행은 수도권과 경상도권에 한정됐던 영업을 앞으로 3년 동안 충청·강원 등에 영업점 14곳을 신설해 영업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시중은행 대비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왔던 부담도 완화하며 경쟁력 있는 금리도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구은행은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으로서 시중은행 전환 이후에도 대구·경북권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다. /종합취재팀

2024-12-26

백성의 힘으로 이룬 치산치수 ‘신의 한 수’가 되다

다사다난했던 갑진년 힘과 권력으로 상징되는 용의 해는 저물어간다. 두 진영으로 양분된 국론분열이 더욱 가슴을 아린다. 마지막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안동 하회마을 출신 류성룡 선생이 생각나 만송정 솔숲으로 향했다. 그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일본의 침략을 예측하고 훈련도감을 설치했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허공의 메아리가 되고 결국 일본의 침략으로 국토는 유린당했다. 그러고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자는 징비록을 남겼다. 그의 형인 류운룡 선생은 매년 강물 범람으로 거듭되는 마을의 침수 피해를 예방하고자 주민들과 함께 마을 북쪽 강변에 1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어 홍수로부터 보호했다. 오늘날 만송정이라 부르는 솔숲이다. 솔숲 속을 거닐면서 류성룡 선생은 10만 양병설을 생각하고 징비록을 저술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만송정 솔숲은 추운 겨울임에도 충절의 상징, 푸르름을 띤 채 곧고 의연하게 서 있었다. 낙동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하회마을, 그 곡선의 중심에서 만송정 솔밭은 마을과 자연을 하나로 엮는 생명줄이다. 만송정 솔숲은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손길이 조화를 이뤄낸 상징이며, 하회마을 주민들이 세상과 자연에 건넨 가장 진중한 대답이다. 숲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지고, 그 안에 깃든 사연은 더욱 깊어진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돌며 만든 유려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낙동강의 물길은 부드럽게 마을을 품었고, 마을 사람들은 이 품속에서 삶을 일구었다. 그러나 낙동강은 언제나 온화한 품성만을 보여주진 않았다. 장마철이면 강물이 넘쳐흐르고, 마을의 들판과 집들은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주민들은 낙동강의 은혜와 위협을 동시에 느끼며 강과 공존할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만송정(萬松亭) 솔숲이다. 겸암(謙巖) 류운룡(柳雲龍)은 풍수지리적으로 마을 맞은편의 북쪽 64m 높이의 절벽, 부용대의 기운이 세고 이곳이 허하여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나무 1만 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솔밭에 만송정이 세워져 있었으나 대홍수 때 물이 넘쳐 유실되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름만 남아 있다. 치산치수(治山治水) 사업은 보통 나라가 맡아 하는 일이지만, 마을 주민이 힘을 합쳐 일궈 낸 미담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여름에는 수해를 막고 마을 사람들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겨울에는 찬 북서풍을 막아주는 미세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솔숲은 단순히 재해를 예방하는 것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 오고 있다. 강변 숲 조성은 산림으로 하천을 관리하였으니, 치산치수를 동시에 한 것으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다. 숲의 소나무 뿌리는 강가의 흙을 단단히 잡아주고, 울창한 숲은 바람과 물길을 막아주는 자연의 방벽이 되었다. 만송정은 처음부터 자연의 일부였지만, 주민의 지혜와 손길로 그 의미를 더했다. 주민들이 하나둘 정성스럽게 심은 소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었고, 숲은 세월이 흐르면서 하회마을의 상징이 되었다. 만송정의 소나무 숲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숲은 낙동강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며 하회마을의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만송정은 단순히 강변의 숲이 아니다. 하회마을 주민들의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주민들은 강물이 들이닥칠 때 숲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만송정은 물질적 혜택을 넘어선 정신적 안식처로도 작용했다. 소나무 숲의 고요함과 위엄은 하회마을 주민들에게 자연과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스승과 같았다. 주민들은 만송정 숲을 거닐며 자연 속에서 학문을 논하고,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겼다. 소나무의 굳건함과 늘 푸른 자태는 그들에게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매개체였다. 만송정은 하회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산책로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의 자연유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만송정은 하회마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자연적 배경이며, 조선시대의 자연관과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 건너편 부용대에 서서 솔숲을 내려다보면, 낙동강이 부드럽게 휘돌아 흐르는 곡선과 함께 만송정의 짙은 녹음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용대는 이름 그대로 연꽃이 피어난 듯한 절경을 자랑하지만, 그 풍경의 완성은 만송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숲은 단순히 나무의 집합이 아니라 마을의 숨결을 담고 있는 듯하다. 소나무 하나하나가 뿜어내는 푸르른 기운이 낙동강 물길을 따라 마을 곳곳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숲을 가꾼 주민들의 손길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하회마을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소나무 한 그루에 깃든 정성과 지혜, 그리고 자연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만송정은 지금도 이렇게 당당히 서 있을 수 있다. 부용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하회마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의 조화가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이다. 오늘날 하회마을을 방문하는 이들은 만송정 솔숲을 들어서기 전에 낙동강 둑 위에 조성된 느티나무와 벚나무의 터널 길을 거닐게 될 것이다. 봄에는 흩날리는 꽃비로 걷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고 여름은 풍성한 그늘로 흐르는 땀을 씻어 줄 것이다. 나무 아래 거닐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지혜가 만난 순간을 느낀다. 숲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만송정은 인간의 손길로 조성되었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 속에 녹아들어 완성된 공간이다. 만송정과 낙동강, 그리고 부용대가 어우러진 풍경은 하회마을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낙동강이 만든 곡선은 마치 자연이 그려낸 걸작의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강변에 펼쳐진 만송정은 자연의 일부로서 그 작품의 색을 더하고, 부용대는 풍경을 한눈에 담는 액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회마을과 만송정, 그리고 낙동강과 부용대가 어우러진 풍경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공존의 가치와 방향성을 제시한다. 솔숲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솔숲을 돌아 흘러가는 강물처럼 어려운 정치 난국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기원하면서 푸른 만송정 솔숲의 솔향을 마음껏 마시면서 어깨를 편다. 겸암 류운룡(柳雲龍)과 만송정 솔숲 류운룡은 조선 중기(1539~1601)의 학자이자 정치가다. 퇴계 이황의 학문을 계승했으며 성리학 발전에 기여했다. 만송정 솔숲도 조성했다. 동생 류성룡(1542~1607)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를 보좌하며 나라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후대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징비록’을 집필했다. ‘겸암’에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세상의 이치를 따르고자 한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만송정과 겸암정자는 류운룡이 자연 속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철학적 사색을 하며 후학을 양성하던 장소다. 겸암정자는 부용대 절벽 위에 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12-25

글로벌 ‘지속 가능 발전’ 도전… 포스코 ‘하이렉스’로 응답하다

포스코는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수소환원제철 공법 ‘하이렉스’(HyREX·Hydrogen Reduction)를 통해 시험 설비에서 최초로 쇳물을 생산했다. 이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한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됐다. 하이렉스 공법은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의 수소와 반응시켜 고체 형태의 철을 만들어낸 뒤, 이를 전기용융로(ESF)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통해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개발 중인 유사 기술과 비교했을 때 저가 원료 사용이 가능해 경제적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하이렉스를 기반으로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구축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장기적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의 이 같은 혁신은 단순히 철강 생산 방식을 혁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글로벌 도전에 응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어떠한 철강 생산 방법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1. 탄소중립시대, 수소환원제철 필요성2. 수소환원제철, 해외에서는 어떻게3. 정부,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해야 ◇ 스웨덴, HYBRIT 스웨덴 수소환원제철 HYBRIT 이니셔티브를 주관하는 HYBRIT Development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에 걸친 수소환원제철 연구 결과 보고서를 최근 스웨덴에너지청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을 원료로 하는 기존의 고로 기술은 일반적으로 강철 1톤(t)당 2.2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나, HYBRIT 공정은 전기로에서 슬래그 형성제 첨가하는 공정에서만 강철 1t당 0.05t 미만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해당 수치를 버림해 0.0t으로 발표했다. HYBRIT의 공정은 무탄소 전기를 공급해 알카라인 수전해로 수소를 생산하고, 생산돼 저장된 수소는 철광석 펠릿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해 철광석 펠릿을 수소를 활용해 환원철(Direct Reduced Iron·DRI)을 만든다. 강철의 금속화율이 높을수록 압력을 더 잘 버티고, 낙하 충격에 내구성이 높으며, 마모에 더 강하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라 운송, 보관 및 용융에 유리하다. 스웨덴 수소환원제철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SSAB는 2026년 옥셀뢰순드, 2028년 룰레오 지역에 수소환원제철을 활용하는 제철소 건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제철소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전기 공급 확보가 향후 과제로 봤다. HYBRIT 이니셔티브의 공동 주도 기업인 LKAB(스웨덴 국영 광산회사)가 세계 최초로 옐리바레에 수소환원철을 생산하는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허가 절차 문제로 주춤한 상황이다. H2 Green Steel의 2023년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4배 이상의 손실을 기록(8억 1600만 SEK)했으나, 회사 인수 및 생산 준비로 초과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현재 수소환원제철 생산을 위한 모든 계획이 수월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H2 Green Steel의 대규모 수소환원제철 공장 건설을 위해 2억 6500만 유로(약 2억 8400만 미달러) 투입을 발표했다. 해당 투자는 690MW급 수전해 시설, 전기로 2기, 냉간압연 및 마감 시설을 포함한다. ◇ 독일, SALCOS 독일의 철강업체 잘츠기터 제철소와 에너지 기업 우니퍼는 잘츠기터가 추진하는 저탄소 철강 프로젝트인 SALCOS의 일환으로 향후 그린수소 공급에 관한 예비 계약을 지난 4월 체결했다. SALCOS(Salzgitter Low CO₂ Steelmaking·잘츠기터 저탄소 제철소)의 핵심 기술은 수소 기반 환원법이다. 이 방법은 철강 생산에 필요한 환원제를 기존의 코크스 대신 수소를 사용하여 CO2 배출을 크게 줄이는 방식이다. 수소는 철광석을 환원하는 데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된 부산물은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다. 이로 인해 철강 생산의 환경 영향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또한 SALCOS는 전기로(EAF ·Electric Arc Furnace) 기술을 결합해 기존의 고로 방식을 대체할 방침이다. 전기로는 재활용된 철강 스크랩을 고온에서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이 기존 방식보다 적다. SALCOS는 이 두 기술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새로운 철강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SALCOS는 2021년부터 실험적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첫 번째 단계로 수소 기반 철강 생산을 위한 실험로를 설치했다. 현재까지는 수소 생산을 위한 그린 수소(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한 수소)의 공급망 구축과 이를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SALCOS 프로젝트는 철강 산업의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 및 수소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등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일본, H2-DRI 기술 일본은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JFE Steel과 POSCO는 일본 내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탄소 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철강 산업의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H2-DRI(Hydrogen Direct Reduced Iron)방식이다. 수소를 사용해 철광석을 직접 환원해 철을 추출하는 기술로, 기존의 고로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H2-DRI에서의 주요 과정은 직접 환원법(DRI)과 결합된 전기로(EAF)를 채택했다. 철강 생산에 필요한 수소는 주로 그린 수소를 사용한다. DRI는 수소를 사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고, 철을 얻는 과정이다. 이 방식에서의 부산물은 물로, 기존의 고로 방식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비교해 환경적으로 훨씬 더 친환경적이다. EAF는 DRI로 생산된 환원된 철은 전기로를 이용해 추가적인 가공을 거쳐 고품질 철강 제품으로 변환된다. H2-DRI 기술은 일본의 주요 철강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JFE 스틸, 미쓰이 미탈, 신일본제철(일본제철) 등이다. 이들은 정부와 협력해 수소를 활용한 저탄소 철강 생산 기술을 실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소 전략을 통해 이러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철강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소 공급망 구축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수소 공급망과 H2-DRI 기술의 결합은 일본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 핀란드, FINNGREEN FINNGREEN 프로젝트는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을 직접 환원시키는 기술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이를 통해 CO2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핀란드는 2020년대 중반부터 수소 기반 제철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2035년까지 핀란드의 철강 산업을 탄소 중립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SAB(스웨덴 및 핀란드 합작 제철기업)는 핀란드와 스웨덴에 위치한 제철소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탄소 배출 제로’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SSAB는 핀란드의 베스테로스에 위치한 제철소에서 HYBRIT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HYBRIT 프로젝트는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철강 생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95% 이상 줄일 목표를 가지고 있다. HYBRIT는 SSAB, LKAB(스웨덴의 철광석 생산 기업), Vattenfall(스웨덴의 에너지 기업)이 협력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2026년까지 상업적인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을 크게 감소시키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핀란드 정부는 수소 경제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수소 기반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핀란드는 EU의 기후 변화 대응 전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캐나다, H2GreenSteel H2GreenSteel은 캐나다 정부와 다양한 민간 기업의 협력 하에 진행되고 있다. H2GreenSteel은 스웨덴을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유럽연합(EU)과 북미 지역의 협력으로, 청정 수소와 재생 가능 에너지의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 캐나다는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중요한 공급처가 될 수 있으며, 유럽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철강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H2GreenSteel은 2030년까지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부용기자

2024-12-22

소상공인 지원부터 취약층 보호까지 “민생 최우선”

희망으로 설계했던 2024년도 저물어간다. 하지만, 지역의 경제 회복과 민생을 안정시켜 주민을 편하게 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성주군 역시 마찬가지다. 성주군은 2024년 연말을 맞아 지역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종합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소상공인 지원, 취약계층 보호, 재난 예방 등 여러 방안을 포함하여 주민들의 생활 안정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주군은 “앞으로도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민생 안전망을 강화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래에서 성주군이 고심 끝에 준비해 내놓은 각종 관련 정책을 간략하게 요약한다. ▲소상공인에게 다양한 지원 통해 경제 활성화 모색 소상공인들은 지역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성주군은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성주군 지역상품권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한시적으로 인상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를 도모한다. 이 할인율은 2025년 1월 한 달 동안 적용되며, 2억원의 추가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소상공인들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36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특례보증을 3% 이자율로 지원하고, 카드 수수료 일부를 지원하는 대책도 준비해 조기에 시행할 계획이라는 게 성주군의 부연이다. 예산 절감액 10억원을 해제하여 소비 진작을 위한 사업에 투입하고, 해맞이와 크리스마스 행사 등 지역 행사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민들의 참여와 소비를 유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여기에 더해 관내 920개 요식업체에 50ℓ 종량제봉투를 무료로 제공해 소상공인들의 경비 절감에 도움을 줄 방침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와 지원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 지속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취약계층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성주군은 이들을 보호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위기상황 가구 지원 (3억9000만원) 및 노인일자리 부대비 조기 집행(3억원)과 위기 상황에 처한 가구를 대상으로 3억9000만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추진한다. 이에 더해 주거, 식량, 의료 등 기본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에 신속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노인일자리 부대비(3억원)를 조기 집행해 노인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 자녀 결식아동 급식 및 긴급돌봄 우선지원(10.2억원)도 진행된다. 소상공인 자녀 중 결식아동들에게 급식 지원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며,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자녀들이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공사·용역 조기 발주와 재난 예방에도 전력 앞서 언급된 것 외에도 성주군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25년 공사 및 용역을 조기에 발주하여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552건, 613억원 규모의 공사와 52건, 13억원 규모의 용역을 조기 발주해, 지역 건설 산업의 활력을 불어넣고, 관련 업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게 성주군의 방침이다. 재난 예방 및 대응을 통한 군민 안전 지키기에도 나선다. 성주군은 대설, 한파, 산불 등 자연 재난에 대비하여 철저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군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왔다. 대설과 한파를 대비해 TF팀을 구성하고, 자연재난대책본부를 운영하여 긴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산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산불전문예방진화대(27명)와 산불감시원(81명)을 투입하여 산불 예방 활동을 보다 강화하고, 구제역, AI, ASF 등 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특별방역반도 운영하게 된다. ▲지역특산물 소비 촉진과 연말연시 소비 활성화 성주군은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며, 참외 첫 출하 행사 등 다양한 홍보를 통해 농산물의 판로 확보에 힘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회단체 및 공직자들이 앞장서서 지역 특산물 소비에 참여한다. 지역 농산물 판로를 확대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특별 판촉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온라인 쇼핑몰 및 포털사이트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성주군 공직자들은 연말연시 각종 회식과 모임을 지역 내에서 진행하며, 특히 보건소 구내식당을 폐쇄하고 지역 식당에서의 소비를 촉진 하게 된다. 아울러 소상공인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추진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소상공인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정책의 실현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이병환 성주군수 “지역 경제 살리기에 모두가 동참을” 성주군은 위에서 이야기 된 각종 정책과 대책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부터 취약계층 보호, 재난 예방까지 전방위적으로 민생 안정을 도모하고,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 앞으로 기관·사회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이에 관한 부연 설명이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상공인 등 지역 경제 주체의 어려움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며 “모든 공직자와 사회단체, 소상공인이 함께 지역경제 살리기에 동참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해 군민 생활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총력으로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주/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4-12-19

조선·일제강점기·근대에 이르기까지 포항 도심 상권 요충지

영일대 북부시장(이하 북부시장)은 포항의 상업과 전통시장 역사뿐만 아니라 인문학, 건축, 음식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공간이다. 포항 도심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데다 단순한 상업 공간 외 역사, 문화 등 인문학적 요소도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구룡포와 함께 일제강점기 식민지 흔적이 많이 남아있어 ‘블랙 투어리즘’ 코스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북부시장을 들여다보는 목적이나 시각에 따라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4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대신동’(大新洞)이라는 지명이고, 둘째는 동빈내항과의 관계, 셋째는 등 푸른 생선, 마지막은 물회다. 물론 이 네 개의 코드로 북부시장 전체를 조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 얼개들을 잘 조합해 시장의 실체에 접근해 보기로 한다. ◆나루끝 일대는 상업, 물류 중심지 북부시장 인근에 있는 나루끝(나루터) 지역은 일찍부터 흥해와 영일 경계에서 육상, 해상 교량 역할을 담당했다. ‘경상도지리지’에 의하면 ‘영일만 어촌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이 나루끝을 거쳐 내륙으로, 또 육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바닷가로 운반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 전기 나루끝 근처에 포항 지역 유일 ‘국립호텔’인 여천원(余川院)이 들어선 것만 봐도 현재 대신동 일대가 교통, 상업, 행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흥해와 포항장이 서던 중앙동(남부) 사이에서 교통 중심으로 자리 잡았던 나루끝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며 다시 한 번 발전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일제는 1908년 ‘한일어업협정’ 이후 본토민의 조선 이주 사업을 벌이기 시작하는 데, 1920년대 이후 포항에 일본인들의 조선 이주가 본격화 된다. 이들은 주로 여천, 중앙동 일대에 모여 집단거주지, 상권을 형성했다. 당시 포항의 중심이었던 중정(仲町), 본정(本町)과 북부시장 근처 동빈정(東濱町)에도 일인들의 집단촌, 상가가 형성됐다. 특히 일인들은 이 일대를 ‘큰 터에서 새롭게 일어난 동네’라 해 대신동(大新洞)이라고 명명했다. 새 지명까지 지어가며 이 지역에 정착한 것은 그만큼 자신들이 이 지역 거주에 큰 의미를 두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일인들의 포항 거주가 식민지 경제 침탈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시장 역사 측면에서는 상업과 유통, 물류를 일으키는 큰 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포항의 해양 물류, 어업 중심 동빈내항 1872년 제작된 ‘포항진지도’(浦項鎭地圖)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밌다. 지도상으로 보면 현재 나루끝, 대신동 일대에 포항창진(浦項倉鎭)의 진지가 구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창진’은 조창(漕倉), 세곡(稅穀) 등 호조(戶曹)의 재정 기능과 군사 목적의 진(鎭)이 복합된 관청이다. 1749년 영조 최악의 기근 때 구휼(救恤)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동해안 지역을 제치고 포항에 창진이 설치된 것은 영일만 일대가 동해안 해로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 포항창진의 전통을 이어받은 곳이 바로 북부시장이 위치한 동빈내항이다. 동빈내항은 1917년 ‘지방항’으로 지정되면서 1930년대 포항의 수산, 해양 물류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또 동해안의 풍부한 어족자원을 바탕으로 청어, 정어리, 오징어, 가자미, 꽁치, 멸치 등 수산기지로도 이름을 떨쳤다. 일제강점기 경제 침탈 기지로, 한국 전쟁 당시 전략상 군사항구로 기능하던 동빈내항은 1953년 휴전 이후 다시 동해안 상업·물류기지, 어업 전진기지로 크게 번창했다. 6·25 전쟁 직후 동빈내항, 형산강 일대에는 피난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전후(戰後) 일자리와 음식이 나름 풍부했기 때문이다. 이 난민 라인은 동빈내항-죽도시장-연일 부조장 등으로 이어졌는데 그중 동빈내항 북부시장 근처 난민 규모가 가장 컸다고 한다. ◆위판장 들어서며 한때 포항 최대 시장으로 북부시장이 포항 도심 주류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1960년대 수협위판장이 시장 인근에 들어서면서부터. 위판장이 들어서면서 영덕, 흥해, 감포 등 동해안 일대에서 잡은 모든 활어, 수산물들이 북부시장으로 몰려들었다. “1960년대 북부시장은 생선을 실은 나무 박스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그 사이를 상인, 장꾼, 어부, 일꾼들이 하루 종일 북적거렸습니다. 시장에는 온종일 활어들이 넘치고 가판, 식당마다 손님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죠.” 북부시장 근처에서 나고 자랐다는 상인회 이성관 회장은 60여 년 전 북부시장 풍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장 한 켠엔 고래고기 경매장(현 롯데백화점 근처)까지 들어섰다고 하니 그 규모와 위세를 짐작할 만하다. 특히 북부시장의 설립(1955년)은 죽도시장보다 6년이나 빨라 당시 북부시장이 포항의 북부 상권의 핵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북부시장의 중개, 도매, 위판시설 입지는 상권만 키운 게 아니었다. 위판장에서 쏟아지는 생선들, 어선에서 갓 잡아 올린 활어들을 이용한 음식들이 다양하게 개발됐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시장을 들락거렸다는 한 어르신은 “당시엔 가판에서 선어(鮮魚)는 물론 활어들을 막 썰어서 파는 노점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고급 횟칼로 활어 결을 따라 ‘한점 한점’ 써는 방식이 아닌 지느러미와 껍질만 대충 날리고 부엌칼로 막 썰어 파는 요리였다. 이 요리가 현재 북부시장의 시그니처 메뉴가 된 ‘등푸른생선막회’의 출발이었다. 이 막회는 북부시장의 메인요리로 자리 잡으며 명성을 쌓아갔다. 막회 이후 북부시장의 미식(美食) 계보를 이어 받은 요리는 물회였다. 1960년 ‘새포항물회식당’에서 개발되었다는 물회는 큰 인기를 얻은 후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 회장은 “옛날 뱃사람들이 조업 중에 잡은 생선들을 고추장에 비벼 먹었는데, 이를 좀 더 빨리 먹기 위해 물을 부었던 것이 물회의 유래”라고 설명했다. 이 작은 발상의 전환은 포항을 ‘맛의 도시’ ‘미식의 도시’로 부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한때 TV에 소개되며 수십미터 장사진 반세기 동안 포항 북부 상권의 중추를 담당하던 영일대북부시장은 2006년 포항 시청사가 남구 대잠동으로 이전하면서 상권이 급속히 위축됐다. 급격한 상권의 위축 속에서 생존전략으로 등장한 것이 ‘등푸른 막회 특화거리’였다. 당시 막회거리를 기획했던 이성관 상인회장은 “40~50년 전 시장 노점, 가판에서 맛있게 먹었던 막회를 특화요리로 개발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마침 포항시에서 행정, 재정적으로 도움을 줘 빛을 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막회거리는 2016년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이어 수요미식회, 생생정보통 등 TV에 소개되면서 전국 미식거리로 데뷔했다. TV 방영 이후 골목엔 수십미터씩 대기 줄이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고 덕분에 주변 횟집에도 손님들이 모여들어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TV 방영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시장엔 아직도 막회, 물회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TV 방영 시점만은 못하지만 포항 물회, 막회에 대한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 인지 아직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북부시장이 전국적인 맛집 거리로 도약한데는 TV, 매스콤의 소개가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지만, 그 바탕에는 수많은 시장의 부침 속에서 자리를 지켜온 아낙네들과 물회, 막회라는 메뉴를 꾸준히 지켜온 횟집 상인들의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12-19

배꼽인사로 맞이하는 풍채 좋은 거인을 만나다

산자수명한 청송에 처음 부임했을 때 일이다. 우연한 기회에 ‘할아버지가 손자를 업고 있는 형상의 소나무 노거수’를 만났다. 폐교된 초등학교 교실 앞 운동장에 홀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첩첩산중 마을이라 모두 도시로 떠나고 학생 수가 줄어 분교가 되더니 끝내 그 이름마저 사라졌다. 폐교된 학교를 리모델링하여 ‘클라이밍 등 산악 스포츠 아카데미’를 운영하면 어떨까,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하여 현장을 방문했을 때 텅 빈 교실 구석에는 거미줄이 운동장에는 흩날리는 흙먼지만이 난무했다. 학생과 선생님이 없으니 귀곡산장 같아 을씨년스러움이 살을 파고들어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소나무가 이를 잠재우고 노구의 몸으로 방문객에게 정중히 배꼽인사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많은 소나무를 보아 왔지만, 작은 키에도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그의 품에 안길 수 없었다. 키는 난쟁이 임에도 앉은 풍채는 거인의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에서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음을, 우여곡절을 겪었음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기암괴석이나 높은 산의 바위 틈바구니 등 악조건에 살아가는 노송이라면 몰라도 다른 나무와 경쟁도 없는 넓은 학교 운동장에서 살아가는 나무는 이런 불구의 모습일 수가 없었다. 소나무의 지난 삶이 어떠했는지 내 어린 추억과 맞물려 스멀스멀 떠올랐다. 짐작건대 선생님께 혼난 개구쟁이 어린 학생 응석을 받아주다 허리가 굽었나, 아니면 어린 학생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다 그랬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시골 산중이라 그 흔한 장난감이나 놀이시설이 없어 어린 학생들과 친구가 되어 놀아주며 목말 태워 주다 그랬을까. 아니면 개구쟁이의 짓궂은 장난에 이런 불구가 되었을까. 이제는 목마를 탈 아이들도 장난을 칠 개구쟁이도 없어 마냥 쓸쓸한 불구의 몸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외로운 할아버지 신세가 되었다. 푸름은 옛날과 다름이 없으나 등 굽은 노송의 모습에서 짠한 안쓰러움이 앞섰다. 이 학교 출신 노인들에 의하면 학교 다닐 때 말을 탄다고 하면서 12명이나 나무에 올라탔다고 했다. 나이는 대략 200년으로 추측했다. 이런 내용도 모르는 조경업자가 1억 원이라는 비싼 값을 제시하면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였으나 마을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다. 고향에서 편안하게 일생을 살면서 추억을 간직한 채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 주민들의 마음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소나무는 지난 시절에는 어린 학생들의 친구가 되어 단순한 나무 이상의 존재로, 학생들은 소나무의 끈기와 강인함을 보면서 살아가는 데 많은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폐교된 학교를 리모델링하여 ‘클라이밍 등 산악 스포츠 아카데미’를 운영하였을 때는 도전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끈기와 강인함의 메시지를 또 전달했을 것이다. 등반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소나무를 보며 자연 속에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특히 클라이밍과 같은 도전적인 스포츠와 결합했을 때 소나무의 강인함과 고요함은 선수들에게 균형 잡힌 심신 단련과 내면의 성찰을 위한 환경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는 ‘클라이밍 등 산악 스포츠 아카데미’의 운영은 수명을 다하고 또 다른 ‘휴, 청송’이라는 회의와 숙박을 할 수 있는 자연 속 생활형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소나무는 이곳을 찾아 숙박하면서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정신 수양의 매개체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소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피톤치드를 많이 방출하며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소나무는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끈기와 강인함, 푸름의 용기로 상징되는 이미지는 찾아오는 많은 방문객에게 큰 울림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까이에 천혜의 자연 얼음골에 인공폭포가 있다. 청송군 주왕산면 내룡리 1번지에 수부정(水浮亭) 식당이 마주하는 절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깊은 계곡 주변에는 기암괴석과 바위 등 수목이 울창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기후의 현상도 나타난다. 한 여름철 섭씨 32도 이상만 되면 돌너덜에 얼음이 끼고 32도 이하가 되면 얼음이 녹는다. 이곳 탕건봉 바위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62m의 인공폭포는 1998년 공직 생활 시절 특이하고 빼어난 자연경관에 매료되어 필자가 제안하여 인공폭포를 만들었다. 겨울에는 빙벽으로 발전하여 지금의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이 열리는 명소로 탈바꿈하였다. 이는 수부정 식당을 운영하면서 인공폭포를 관리하는 김필상씨의 실수 덕분이라고 한다. 그는 지역 토박이로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사람인데 겨울에 인공폭포에 물을 흐르게 하고는 저녁에 잠그는 것을 잊어 버렸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절벽에 떨어지는 폭포는 하얀 빙벽으로 변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봄, 여름, 가을에는 인공폭포의 물보라가 겨울에는 하얀 빙벽의 아름다움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청송군의 효자 관광지이다.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 국제 아이스 클라이밍대회를 계속해서 개최 해오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행사는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우리의 기억에서도 가물가물 멀어져 가지만, 소나무 노거수는 이를 지켜보고 그 하나하나를 자신의 나이테에 매년 꼼꼼히 새겨놓는다. 노송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나무 몸통과 가지에 스며든 이끼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다. 굽이굽이 자란 나무의 곡선은 자연의 우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 같고, 고요한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소나무 노거수는 평화와 안식을 선사한다. 자연과 하나 되어 숨 쉬는 소나무의 모습은 인간에게 겸손함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하늘로 솟아오르지 않고 수평으로 뻗어나간 나무의 몸은 굽이진 삶의 역경을 견디며 꿋꿋이 살아온 존재를 연상시킨다. 붉게 빛나는 껍질은 태양을 머금은 듯 따스하고, 거친 표면 속에는 내면의 강인함이 느껴진다. 누구든 자연과 삶의 깊은 교감을 경험할 수 있을 듯하다. 햇살이 소나무 사이로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를 지키며 삶의 지혜를 전하는 소나무야말로 우리의 참 스승이 아닐까. 청송의 또 다른 매력 아이스클라이밍 ▲청송 전국 아이스클라이밍 선수권대회 페스티벌기간: 2025. 1. 4.(토) ~ 5.(일) ▲UIAA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 기간: 2025. 1. 10.(금) ~ 1. 12.(일) 장소: 청송 얼음골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팔각산로 140(내룡리 22-4)경기종목 : 아이스클라이밍 난이도·속도 경기문의 : 청송군 문화경제과 체육진흥팀(054-870-6207) ▲휴 청송(회의와 숙박을 할 수 있는 자연 속 생활형)숙박시설: 2인실(10개), 가족실(2개), 단체실(1개)회의실: 1실(45인~50인 컴퓨터, 음향 및 프로젝트 사용 가능)시설: 족구장, 텐트 야영장, 어린이 놀이기구, 샤워실, 화장실, 세탁실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팔각산로 11-4 문의: 054-873-8991)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12-18

역사적 사실을 재료로 문학적 진실에 다가서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2000년 8월 12일. 러시아의 잠수함 쿠르스크가 바렌츠해(海)에서 가라앉는다. 108m의 심해였고, 침몰한 잠수함엔 118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이 잠수함이 왜 침몰했는지, 어째서 그곳에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사건이 생겼는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지금까지도 거의 없다. 역사 속 수수께끼로 남은 것이다. 바로 이 역사적 사건(사실)을 씨줄과 날줄 삼아 문학적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자 노력한 소설가가 있다. 열정과 에너지에, 적지 않은 시간까지 바쳐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한 20대 젊은 작가 홍기훈(27)이다. 러시아에서 침몰한 잠수함 이야기를, 미국 기자의 입장에서, 한국 작가가 쓴 흥미로운 소설 ‘가라앉는 마음’은 포항에 자리한 출판사 도서출판 득수가 펴냈다. 소설과 소설가의 발굴에서부터 작품의 취재와 집필 과정, 그리고, 작가 홍기훈이 ‘가라앉는 마음’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까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래 독자를 대신해 작가와 작품에 관해 기자가 던진 질문과 홍기훈이 들려준 답변을 요약 정리해 옮긴다. - 역사적 사건,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사고를 찾아내 장편을 완성하기는 쉽지 않은 일일 듯하다. 쿠르스크호 침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처음에 내 시선을 끈 것은 본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였다. 다들 사고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알아도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알아낸 내용을 기반으로 소설을 준비하기까지 했지만, 집필 직전 미국의 HBO에서 그 사건을 다룬 동명의 드라마를 개봉했다. 드라마에서는 체르노빌 사고를 완벽에 가깝게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건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쿠르스크 유가족들이 군 장성들에게 화를 내다가, 진정제를 주사 당한 뒤 끌려 나가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대체 어떤 나라가 사고 희생자의 유가족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진정제를 주사하는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를 꼭 알아내고 싶었다. - 쿠르스크호 침몰 사고의 개요를 독자들에게 간략하게 설명 부탁한다. △2000년의 러시아는 1991년의 소련 붕괴와 1998년의 모라토리엄 여파로 여전히 휘청거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쿠르스크는 소련 시절에 설계되어 러시아 시기에 건조된 핵잠수함으로, 2000년 여름 바렌츠해에서 훈련 도중 침몰해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다. - 소설의 집필은 ‘취재-집필-수정 및 퇴고’가 통상적이다.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취재에는 3개월, 집필에는 5개월이 걸렸다. 수정에 3개월, 퇴고에도 집필과 비슷한 기간이 소모되었으니 다 따지면 1년 반 가까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사건이라는 것은 늘 양파와 같아서,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집필 기간에도, 수정 및 퇴고 기간에도 계속 사건을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내내 취재를 겸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 ‘가라앉는 마음’은 인터뷰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뭔가. △서방 국가에 살며 서방 언론을 접하는 내가 그 나라 사람들의 내면을 전부 안다는 듯 함부로 표현하며 글을 써내는 게 그리 좋은 선택 같지는 않았다. 내게서 편견을 완전히 걷어낼 자신이 없었기에 그런 부분까지도 작품에 녹여내자 싶었고, 그것이 인터뷰 형식의 소설을 쓰게 된 이유이다. - 이번 작품의 형식 혹은,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작가가 있다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가라면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인터뷰라는 방식 자체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라는 벨라루스 작가의 영향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한데, 실존 인물들을 만나 수집한 인터뷰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써내는 ‘목소리 소설’의 창시자다. - 자료 수집 과정이 만만찮았을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가장 큰 문제는 자료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일단 소련 붕괴는 국내에서 관심 가지는 연구자가 거의 없는 주제고, 쿠르스크 침몰은 한술 더 뜬다. 국내의 주요 도서관이나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봐도 쿠르스크 침몰에 대해 다룬 논문은 단 한 건인데, 그마저도 침몰 사건 자체가 아닌 영화 ‘쿠르스크’에 대한 내용이다. 해외에서도 자료를 찾는 것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소련 특유의 비밀주의 문화에 더해, 1990년대-2000년대 사이의 러시아는 사회가 완전히 무너져서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거나 기록할 상황이 아니었다. 서방 언론사의 편파적인 시선만을 전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런 이유로 교차 검증 가능한 자료들만 소설 내에 사용했는데, 그 자잘한 내용들을 한 번에 떠올릴 자신이 없어 필사를 하기도 했다. - ‘가라앉는 마음’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는가. △이 책은 성경이 아니다. 절대적인 진실 같은 건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래서 이 사건과 낯선 나라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좋겠다. - 지금도 세계에선 전쟁이란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정치인들은 스스로가 대단히 합리적이고 동시에 정의롭다고 믿으며, 거기에서 기인하는 각자의 명분이 있다. 그 알량한 명분을 자랑스럽게 손에 쥔 채 전쟁과 같은 끔찍한 일을 계획하고, 동시에 국민을 교묘히 선동한다. 거기서 희생되는 건 잘려 나간 다리를 보며 울부짖는 군인, 혹은 공습으로 시체조차 찾을 수 없게 된 죄 없는 아이들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소설의 제목은 누가 지은 것인가. 또, 제목에 담긴 함의는. △가라앉은 것은 단순히 잠수함과 그 승조원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리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제목은 출판사와 내가 십수 건의 시안을 두고 여러 번 협의한 끝에 골랐는데, 처음에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하다가도 보면 볼수록 끌리는 은근한 맛이 있어 골랐다. - 왜 소설을 쓰게 됐고, 당신에게 소설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쓰게 되었다. 우스우리만치 단순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냥 쓰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던 것이 몇 년 전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쓰는 건 재미있지만, 의미가 추가된 것이다. 나는 물리적 시간에 치여 소설을 쓸 수 없는 이들을 대신해 ‘시간’을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 쿠르스크 침몰 사건을 다룬 장편 ‘가라앉는 마음’ 표지. - 이른바 ‘MZ세대’는 문자보다 짧고 가벼운 영상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런 견해에는 완전히 동의한다. 소설조차 종이책보다는 웹소설 시장에서 더 많이 읽히는 마당에, 접근성 좋은 가벼운 영상의 인기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유튜브 쇼츠를 위시한 짧은 영상은 단순히 가벼운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영양가가 없다는 게 문제다. 소설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낀다. 늘 혼자,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게 소설 아닐까? 하지만, 영상과 소설 어느 하나만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 ‘가라앉는 마음’ 출간 이후 주위의 반응은. △소설을 출간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기존에 연습을 위해 쓴 소설들은 많았다. 그런 습작을 꾸준히 읽어왔던 지인들에게는 이번 소설로 크게 도약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외부 독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이 오고 있기는 한데, 막 출간된 소설이라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없었다. 그러니, 내심 궁금하다. - 앞으론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소설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인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여기에는 별다른 창의성이 묻어있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대신 정교함이 있다. 감히 비유하자면 호쾌하게 만들어낸 독특한 형상의 전위적 조각품보다는, 한 땀 한 땀 무늬를 그려 넣은 도자기 그릇에 가까운 듯하다. 낯선 사건,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다루지만 무엇 하나 빼놓지 않으려 애쓰며 소설을 썼고, 앞으로도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12-17

“2025 APEC 품은 경주시, 국제 협력·교류 중심지로 도약”

2025 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법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경주시가 국제 협력과 교류의 중심지, 첨단과학도시로서 입지를 세웠다. 이번 특별법은 경주라는 도시명이 명시된 두 번째 특별법으로 신라왕경특별법에 이어 경주의 미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특별법 제정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 설치와 국가·지자체의 행정·재정적 지원 근거가 명확히 했다. e-모빌리티 연구단지 내에는 지난해 미래차 첨단소재 성형가공센터 준공에 이어 탄소소재 부품 리사이클링 센터가 지난 4월 문을 열어 차세대 모빌리티 혁신부품 산업도시 도약의 기틀을 확고하게 다졌다. 특히 올해는 남산 일원 37만여㎥가 39년 만에 문화재 구역에서 해제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또 경주가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의 올해 여름휴가 여행지 만족도 조사에서 당당히 전국 1위에 선정되며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명성을 굳건히 다졌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내년에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로 단순한 개최 도시를 넘어 경주가 국제적 협력과 교류의 중심지가 되도록 남은 기간 손님맞이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APEC 정상회의로 글로벌 도시 도약 내년 10월 말 경주에서는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2005년 부산 이후 20년 만이다. 21개 회원국을 비롯해 2~3개 초청국의 정상, 기업인 등 총 2만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APEC 성공 개최를 위해 △완벽한 기반시설 조성 △APEC 레거시 미래 비전 △경제 APEC △문화관광 APEC △시도민과 함께하는 APEC 등 5가지 추진 전략을 세웠다. 12월 현재 국비 1719억원, 도비 579억5000만원, 시비 947억5000만원 등 총 3246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향후 다양한 기념 사업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비를 더 추가로 건의할 예정이다. □ 여름휴가 여행지 만족 전국 1위 황리단길은 사계절 내내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전국 최고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인기에는 한옥에 대한 건축 행정절차 간소화, 보행 친화 거리 조성, 대릉원 입장료 전면 폐지 등 경주시의 행정적·재정적 뒷받침이 큰 역할을 했다. 대릉원 돌담길에서는 4월 한 달 간 매주 금·토요일, 10월 한 달 간 매주 토·일요일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거리 예술공연과 함께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에코플레이 로드가 열렸다. 이로 인해 상반기에는 누적 입장객 15만 명, 하반기에는 13만 명이 방문하면서 또 다른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천북 물천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자전거 펌프트랙(Pump Track)이 지난 4월 정식 문을 열었다. 자전거 공원은 어린이를 위한 초급 코스부터 일반인(중급), 전문가(고급) 코스까지 난이도별로 도로를 갖췄다. 경주시는 균형 있는 생활체육 환경을 만들고자 권역별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북경주 파크골프장이 개장하면 시내권 54홀, 서경주 9홀, 남경주 9홀, 동경주 36홀, 북경주 9홀 등 지역 내 파크골프장은 모두 117홀 규모로 늘게 된다. 보문관광단지에 ‘대한민국 관광역사공원’이 조성됐다. 보문관광단지의 개발 역사와 도내 시군의 주요 관광지를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인 스토리 광장을 비롯해 산책로, 전망 공간으로 구성됐다. □ 금리단길 새로운 핫플레이스 기대 금리단길이 빛을 주제로 한 감성 테마거리로 탈바꿈됐다. ‘신라의 황금문화와 경주의 별 개양성’을 주제로 지난해 5월부터 7억 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빛광장 520㎡와 빛거리 300m를 조성했다. 황리단길과 차별화된 상권 개발과 점포 활성화를 위해 골목길매니지먼트 사업으로 빈 점포 창업자 12곳에게 점포당 3000만원, 스타점포 발굴 사업으로 10곳 업체당 1000만원 상당의 직·간접 지원이 이뤄졌다.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는 16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상 7층 규모의 황오 커뮤니티센터를 조성했다. 여기 들어서는 상생협력상가는 주민, 청년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점포를 참여시킬 예정이다. □ 녹색 경주로 삶의 질 높여 현곡면과 황성동을 잇는 길이 371m, 폭 20m 왕복 4차로의 황금대교가 지난 5월 준공됐다. 주거밀집 지역인 이 2곳의 교통난 해소와 정주 여건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황리단길 인근에 차량 894대를 수용할 수 있는 환승주차장이 내년 12월경 들어선다. 이 사업은 사정동 428번지 일원 4만7248㎡ 부지에 235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공영 주차장을 만드는 사업이다. 경주 시내버스 위치를 모바일에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초정밀버스정보 서비스가 지난 8월 12일부터 개시됐다. 카카오맵 어플에서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버스 실시간 운행 위치 정보를 10㎝ 오차 범위 내 1초 단위로 갱신해 준다. 황성공원 내 부지 16만271㎡의 숲을 복원하고 산책로와 물길을 만드는 ‘도시바람길숲 사업’이 지난 11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갔다. 주낙영 경주시장 □ 생애주기별 인구정책 경주시가 저출생 문제 극복과 24시간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을 위해 맘존여성병원에 매월 1250만 원의 산부인과 전문의 1명 인건비를 협약 해지 시까지 지원한다. 지역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를 위해서는 68가구 규모로 임대인과 협약을 맺어 임대인에게 월 최대 55만원까지 1년간 임대료를 지원한다. 청년신혼부부는 매월 월세 5만원과 보증금만 부담하면 된다. 내년 7월부터는 경주시 거주 7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게 된다. 이 사업은 70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의 이동권을 보장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어르신 기본요금 무료택시 사업도 내년부터 1회 사용 한도가 8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늘고, 연간 지원 금액도 13만2000원에서 16만원으로 인상된다. 경주시는 지난 4월 ‘2024 경주형 저출생과 전쟁 종합대책 보고회’를 열고 인구 감소 완화와 미래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할 63개 사업에 791억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4-12-16

“학생 한명한명의 가능성과 꿈 실현하는 ‘맞춤형 교육’ 실천”

칠곡교육지원청(교육장 구서영)은 ‘따뜻한 배움 모두가 빛나는 칠곡교육’이라는 비전과 ‘도전하는 나, 소통하는 우리, 함께 펼치는 미래’라는 지표로 학생중심 교육혁신을 선도하며 교육발전 특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맞춤형 성장 지원과 자치 역량 강화를 통한 건전한 학생문화 조성, 지역간 화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구서영 교육장은 “칠곡교육지원청은 학생 한명 한명의 가능성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맞춤형교육을 실천하며 미래 세대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육장은 이어 “학생 맞춤형 통합지원을 통해 학업은 물론 정서적, 진로적 성장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해 지역사회의 신뢰을 얻고 있다. 특히 영호남 학생 자치프로그램은 칠곡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교육의 통합과 화합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학생맞춤형통합지원 칠곡교육청은 2023년부터 3년간 학생맞춤통합지원 시범교육지원청 운영을 통해 위기 학생을 발굴하여 지원하고 있다. 현재 통합지원 및 협력단을 구성하여 맞춤형 통합지원 환경 조성과 연계 지원을 활성화했다. 28명의 학생을 발굴해 교육환경 개선과 심리상담비, 병원치료비 등을 지원 등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위기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며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내고 있다. □ 도전! 호국 시간 여행자 교육장 인증제 도전! 호국 시간여행자 교육장 인증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목표를 정해 칠곡의 호국유적지를 비롯한 경상북도 호국유적지를 탐방하고 지역의 호국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개인 맞춤형 체험 활동이다. 탐방이 끝나면 인증 기준에 따라 교육장 인증서를 수여하는 인증제 프로그램으로 2022년부터 3년간 관내 초·중 1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칠곡교육청에서는 학생맞춤형 미션과 소감을 담은 워크북을 제작·배해 학생들이 탐방을 통해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스스로 미션을 만들어 가족과 함께 해결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가족들의 큰 호웅을 얻고 있다. 칠곡교육청은 앞으로도 ‘도전! 호국 시간여행자’와 같은 스스로 도전하는 체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칠곡-해남’ 학생자치교류활동 영호남 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칠곡-해남’ 학생 교류 프로그램으로 지역간 화합과 이해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칠곡(초 21교, 중 11교)과 해남(초 19교, 중 11교)의 학생들은 양자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건전하고 행복한 학생문화 조성을 위해 칠곡-해남 지역 학생자치회 활동을 강화해 한달 여간의 공통의 실천과제를 정하고, 각급 학교에서 실천을 한 후, 그 활동 결과를 온라인자치회의를 통해 학생들이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자치활동은 리더십과 공동체 의식 함양과 학교내 민주적 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긍정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칠곡도서관 신축 칠곡도서관은 1959년 건립돼 64년이 경과 된 오래된 건물이다. 그동안 시설의 노후화와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독서 및 문화 활동의 어려움과 좁은 진입로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다. 도서관은 칠곡의 행정, 교통, 교육의 중심지로 도서관의 접근성을 고려해 현 부지에 신축한다. 규모는 지하 1층·지상 3층(부지 4,777㎡, 연면적 3200㎡)으로 2027년 3월 개관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토지 보상을 마치고 8월 칠곡군 담당부서와 도서관 관계자, 지역주민 등 60여명을 대상으로 ‘계획설계 설명회’를 열었다. 신축 도서관은 정보 이용 공간의 통합 및 개방화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가족과 함께 주말을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도서관, 청소년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 사회통합·세대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따뜻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한다. □ 기하로 더 즐거워지는 수학 칠곡수학체험센터(센터장 오홍현)는 경북도 중부권역 거점센터로서 ‘기하로 더 즐거워지는 수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만지고 느끼고 깨닫는 수학을 구현하는 탐구·체험형 수학 활동 공간이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탐구형 교구와 대형 교구를 통한 수학적 원리 탐구 기회 제공, 학생과 일반인, 가족단위 체험활동 지원을 통해 즐겁게 수학적 원리를 느낄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칠곡수학체험센터에서는 학교단체수학체험교실과 이동수학체험교실, 학생 수학동아리 활동 지원, 방학 중 수학체험캠프, 토요가족체험 프로그램, 대형교구 대여 등 체험·탐구 중심의 수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또한 체험·탐구 과정 중심의 수학교육 방법 개선과 전문성을 위한 교사대상 직무연수,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학 클리닉 및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자녀교육에 대한 소통을 위해 학부모 연수를 진행하고 있디. 특히 칠곡교육지원청이 주최하고 칠곡수학체험센터가 주관한 ‘2024 경북 중부권 수학축전’이 지난 10월 개최됐다. 이 행사는 ‘독서로 더 즐거워지는 수학! 수학으로 더 밝아지는 미래!’라는 주제로 학생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학 체험에 도전하면서 수학의 즐거움과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행사에는 경북도 중부권 유·초·중·고등학교 학생 250여명, 학부모 200여 명 등 450여 명이 참여해 펄러비즈로 주사위 만들기 등 수학체험마당 29종, 구조물 만들기(그래비트랙스) 등 대회 3종, 수학대중화 강연으로 ‘파이 미로 저자 김상미’외 3명의 작가와의 만남, 수학독서 골든벨 및 루빅스큐브 맞추기 미션 등 특별행사 4종을 운영해 참가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 교육발전특구 지정 박차 칠곡교육청과 칠곡군은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의 파트너로서 대학, 산업체 등 지역기관들과의 협력으로 지역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인재 양성과 정주 기반 마련을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칠곡교육청은 초·중 학생들이 상시로 쉬며 공부할 수 있는 ‘마을늘봄학교’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육가족을 대상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사제동행 어울림 버스킹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교실 등의 학교 연계 프로그램 △지역 대학(경북과학대, 대구예술대)연계 체험과 같은 학생체험 프로그램 △칠곡교육가족한마음 樂 콘서트 △앱 활용 건강 UP 챌린지 △교육가족문화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4-12-15

확 바뀌는 성주군 대중교통 체계… ‘사통팔달 교통요지’로

광역 환승, K-패스, 70세 이상 무료승차 등 대중교통 시스템에서부터 감응 신호체계, 고원식 횡단보도 등의 스마트한 도로환경까지 성주군의 대중교통 체계가 대폭 변화했다. 성주군은 대중교통 요금체계를 대구·경북 대중교통 광역환승 시행일(2024년 12월 14일)과 발맞춰 구간마다 달라지던 버스요금을 단일화하고, 주변 지자체 및 광역철도(대경선)와 환승도 가능하게 조정했다. □ 거리에 따른 구간요금 사라지고, 광역환승 혜택 가장 먼저 거리에 따른 구간요금이 사라진다. 250번 좌석버스는 2000원, 0번 일반버스는 표준요금인 1500원으로 모두 동일하다. 이외에 성주-가천·수륜-고령-대구서부정류장 노선(8100원)이 성주에서 고령까지 단일요금 1500원으로 통일돼 5200원으로 낮아진다. 광역환승의 경우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무료 환승 혜택도 볼 수 있다. 성주에서 250번 버스를 타고 환승 시 1500원을 더 내야 탈 수 있었던 지하철, 시내버스와 환승체계가 구축돼 내릴 때 교통카드를 찍고 30분 내 지하철 통과 시 ‘환승입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0원이 결제된다. 이는 기존에 환승하던 대구·경산·영천 세 개 지자체에서 성주·칠곡·고령·김천·구미·청도 여섯 개 지자체로 확대된 대중교통 광역환승시스템으로 타 시·군(9개 시·군)을 넘나들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구광역시 지하철, 시내버스로 갈아탈 경우 하차 후 30분 이내 탑승하면 무료 환승이 가능하고, 타 시군은 하차 후 1시간 이내 탑승하면 무료 환승이 가능하게 된다. 최대 2회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 □ 광역철도 대경선 50% 할인과 청소년 요금 할인 광역철도 대경선(구미~경산)은 50% 할인받고 환승한다. 구미부터 칠곡, 대구를 거쳐 경산까지 연결되는 광역철도 대경선이 12월 14일 동시 개통되며 교통카드로 환승하면 표준요금의 절반을 할인해 준다. 광역철도 또한 대구 지하철과 비슷한 운행간격으로 환승 적용을 위해 30분 이내 개찰구를 통과해야 하며, 거리에 따라 구간요금이 있으니 확인 후 탑승하면 된다. 청소년(13세~18세)과 어린이(6세~12세)의 경우 250번은 청소년, 어린이 각 1300원, 800원으로 다른 노선은 850원, 400원으로 요금이 인하된다. 다만 청소년, 어린이가 어른용 교통카드를 사용할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없으므로 미리 나이에 맞는 교통카드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오는 2025년 1월 1일부터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학생, 직장인 등은 추가로 환급을 받는다. 성주군에 주소를 두고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K-패스 카드를 발급받고 홈페이지나 앱에서 회원가입을 한 후 K패스 교통카드로 전국 어디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일반 20%, 청소년 30%, 저소득층은 53%의 환급률로 최대 60회까지 환급받는다.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은 전국 전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농어촌버스, 신분당선, 광역버스, GTX를 전부 포함한다. 2025년 7월 1일부터 70세 이상 어르신은 무료로 탑승이 가능하다. 성주군에 주소를 둔 70세 이상 주민은 내년 7월 1일부터 광역환승에 포함된 9개 지자체 대중교통과 지하철, 광역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6월중‘어르신 통합무임 교통카드’를 주소지 읍·면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게 되며, 마을별로 발급 일자를 구분해 이장회의를 통해 홍보할 계획이다. □ 사통팔달 교통요지로 변화 중인 성주군 농어촌버스는 군민에게 충실한 발로써 40여 년간 꾸준히 인구, 물류 수송의 핵을 담당해 왔다. 이제 광역환승으로 요금이 줄어들고 환승으로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이 확장되면 성주 주요 인프라에 활기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역환승, 노인무료 등 대중교통 서비스에 관한 문의는 새마을교통과 교통행정팀(054-930-6256)으로 하면 된다. 국도 33호선 신호체계도 스마트해진다. 기존의 일반 신호시스템을 개선하여 신호대기 시 손실시간을 최소화하고 교통사고와 통행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국도 33호선 교차로에 감응신호시스템이 구축된다. 감응신호시스템은 좌회전 차량이나 접속도로에서의 진입차량 및 횡단보도 보행자를 감응한 경우에만 신호를 부여하고, 나머지 시간은 주도로에만 직진신호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3개년 동안 성주군을 지나는 국도 33호선 구간 중 총연장 20㎞, 8개 신호교차로에 감응신호시스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감응신호시스템이 구축되면 교차로 내 불필요한 신호대기와 교통 혼잡을 완화하여 획기적으로 교통흐름을 개선할 수 있으며, 또한 불법 좌회전, 무단횡단,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행위 근절 및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교차로에 차량진입을 알려주는 스마트교차로알리미를 설치하여 교통안전사고를 예방한다. 스마트교차로알리미는 도로 특성상 진입 차량을 인지하기 어려워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교차로에 주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과 경고 문구를 안내전광판에 표출하여 부도로에서 진입하는 차량의 서행을 유도한다.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을 전광판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 충돌을 방지하여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2023년 초전면 칠선리에 최초로 도입 후 2024년 상반기에 성주교차로 램프구간에 설치하여 운영 중이다. 또한 올해 연말까지 성주읍 예산리에 추가 설치될 예정. 시야확보가 어려운 교차로에 점차 확대하여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교통안전지수 개선율 전국 1위 성주 성주군은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2023년도 교통안전지수를 평가한 결과 개선율 부문에서 군 지역 그룹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 이병환 성주군수는 “교통환경 개선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교통안전 사업을 다각도로 시행하는 등 취약점에 대해 더욱 행정력을 집중해 군민의 교통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과 관련된 신호체계, 교통지도 단속 등의 문의는 새마을교통과 교통지도팀(054-930-6252)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4-12-15

포스코형 ‘내화물 열풍 건조 장치’ 3종 만들어 대한민국 특허

“모든 원인과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김수학(62)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포스코 포항제철소 명장이 처음 인연을 맺었던 주물선고로는 330㎥ 크기였다. 입사 후 몇 년이 지났을 무렵 주물선고로가 1080㎥ 규모의 신주물선고로로 대체됐다. 자연스럽게 그는 고로를 건설하는 단계부터 이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주물선고로와 인연을 맺고 설비관리를 총괄하며 지낸 지 22년이 흘렀을 때였다. ‘종풍’. 설비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폐쇄하는 것을 말한다. 2012년, 종풍 후 보전작업을 거쳐 2021년 이 주물선고로를 완전히 철거하는 공사에도 참여했다. 주물선고로는 일반고로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고로조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은 다 필요하다. 또한 고로가 겪을 수 있는 모든 문제 또한 다 겪을 수 있다. 그렇기에 주물선고로와 함께하는 동안 김 명장은 고로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 고로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을 품은 김 명장에게 숙련기술인의 길을 들어 본다. - 포스코에 입사하게 된 과정은. 1962년 부산에서 3남1녀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부산에서 생활하다가 강원도 철원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이후 서울에 머물던 중 우연히 신문에 난 포스코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해 입사하게 됐다. 1986년 12월 포스코에 입사한 후, 제선 분야에서 38년째 근무 중이다. 입사 초기부터 2012년까지 고로 공장에서 전 공정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고로 건설부터 조업, 폐쇄, 보전, 철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행하며 전문성을 키웠다. 2012년 이후에는 제선부 기술개발 섹션에서 내화물 품질관리 및 관련 기술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업무는. △고로 주상내화물 품질관리, 송풍지관 수급 및 건조작업, 고위험 수작업 기계화 추진, 저근속사원 기술 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공장 내 낭비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공정 개선과 신기술 적용, 장비 개발 업무도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 고로의 노심 활성화 장비 성능 향상과 내화물 잔존 측정을 위한 3D 스캐닝 기술 적용 등 혁신적인 기술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 주물선고로란 무엇인지. 그 역할은. △주물선고로도 용선을 뽑아내는 고로이다. 다만, 일반 고로의 용선과는 성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고로에서는 철광석과 코크스로 용선이라는 쇳물을 뽑아내고, 이 용선을 제강공정에서 받아서 취련을 거친 뒤 압연공정으로 보낸다. 제철공정을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그렇다. 그런데 때로는 제선공정, 그러니까 고로에서 생산하는 쇳물의 양과 제강공정에서 필요로 하는 쇳물이 양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제강에서는 용선이 100만큼 필요한데 고로에서 생산하는 양이 90이다. 이럴 때 주물선고로가 용선 수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제강에서 용선이 부족할 경우 주물선고로에서 생산한 용선으로 모자란 양을 보충해 주는 거다. 반대로 고로 생산량이 제강 사용량보다 많을 경우 주물용 냉선, 즉 괴(塊)의 형태로 만들어 완제품으로 판매하거나 제강에서 사용하도록 하니 용선 생산 밸런스를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황에 따라 주물용 냉선은 부가가치가 높은 완제품이 되기도 했다. - 업무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입사 후 몇 년이 지났을 무렵 신주물선고로(용광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자연스럽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주물선 고로의 탄생부터 종풍까지 모든 순간을 지켜봤다. 완벽하게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무(無)의 상태에서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만큼 기쁨 그리고 아쉬움까지, 희로애락을 모두 느끼게 해준 고마운 설비였다. 한 사람이 이렇게 설비가 태어나 사라질 때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만 고단함을 잊을 정도로 귀중한 경험이었고, 인생에서 단 한번 뿐인 경험이었다. - QSS 시범요원 활동 경험을 들려달라. △2006년 QSS(Quick Six Sigma)라는 단어나 개념이 낯설던 시절, 시범요원으로 선발돼 개선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관련 지식이나 인프라가 전무한 상태였지만,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개선 활동을 수행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보완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툴을 만들고, 낭비 요소를 발굴하여 다양한 개선 활동을 발굴했다.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QSS 인재들이 양성돼 현재까지 QSS 개선리더 53기가 배출됐다. 각 현장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25년은 QSS 활동이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QSS2.0이라는 버전으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이를 통해 더욱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개선 활동을 이어 나가며, 포스코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 - ‘내화물 열풍 건조 장치’를 개발해 특허 취득까지 이뤄냈다고. △브라질 CSP(Companhia Siderurgica do Pecem) 제철소에 설비관리기술 슈퍼바이저로 파견 근무를 했었다. 당시 현지 제철소에서 우리와 다르게 운용 중인 내화물 건조 장치를 보고 영감을 받아 ‘포스코형 내화물 열풍건조장치’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포스코가 고로 조업을 시작한 이후, 무려 50년간 사용하던 기존 직화 방식을 뿌리째 뽑아내고 새롭게 현장을 바꾸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유럽 아르셀로미탈과 티셴크루프 등 선진 철강사 벤치마킹을 통해 수없이 검증하고, 전문가들과 연구를 거듭하는 등 끊임없는 도전 끝에 포스코형 내화물 열풍 건조 장치 3종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포스코에 가장 적합한 장치를 개발해 광양제철소에도 적용했으며 전사적으로 품질, 원가, 안전,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놀라울만한 성과를 냈다. 이 장치 덕분에 대한민국 특허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 명장으로서 후배 양성과 기술 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명장이 된 후에도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포스코 신입사원 특강, 명장과의 대화, 포스코 기술대학 과제 활동 지도, 저근속사원 교육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직원들이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고자 노력 중이다. - 인생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나의 인생철학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자녀들도 마찬가지이다. 훌륭한 자식보다 행복한 자식이 되기를 원한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총 2가지이다. 첫째, 가정을 사랑으로 채우는 것이다. 가족들을 소중히 여기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둘째, 회사 생활에서도 가정과 같이 모든 일을 내 일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평소 젊은 후배들에게도 주인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인생에서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다 보면 모든 일에 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지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포스코는 일반 기업과는 다른 특별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주인 없는 회사’ 라고 말하지만, 포스코는 회사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고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이자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자랑스러운 우리의 철강기업이다. 현재 철강업계 불황, 제철소 위기 상황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위기 앞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주인 정신’으로 구성원 모두가 회사를 지켜나갈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그래왔듯 앞으로도 세계 속에서 우뚝 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수학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명장은 △올해의 용선인 선정(2011년) △포스코회장 표창(2012년)△브라질CSP 고로조업 및 설비관리기술 전수(2016년)△제선조업 혁신기술개발 대한민국 특허(2018년)△포스코 명장(2021년)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12-15

겨울 별미 ‘과메기 회·김밥, 돌장어 어묵·튀김’ 건강한 맛 매료

포항시가 주최하고 본지가 주관한 포항의 대표 특산물 ‘구룡포과메기와 영일만 검은돌장어’의 뛰어난 맛과 영양을 알리기 위한 ‘2024 포항 구룡포과메기&영일만 검은돌장어 미디어 홍보 행사’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개최됐다. 행사에 참석한 언론인과 유명 파워블로거들은 이날 ‘종가의 손맛’이 더해진 구룡포과메기와 검은돌장어 요리가 선사하는 맛과 풍미에 엄지를 ‘척’하고 올렸다. 포항 특산품 도시락 “참신하네” ○…이날 참가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포항 구룡포과메기와 영일만 검은돌장어를 활용한 도시락이었다. 도시락 안에 담긴 박정남 명인의 요리는 담음새도 좋고 맛도 더욱 좋아 인기 만점이었다. 행사 초반, 시식대에 도시락을 진열하자 참가자들이 채소롤과 윤기 흐르는 과메기, 돌장어 튀김 등을 보며 “도시락이 예뻐서 장식용으로 가져온 모형인 줄 알았다”, “참신하다”, “먹기에 아까울 정도”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파워블로거들 “맛집이 여기 있네” ○…행사에 참여한 파워블로거들은 구룡포과메기와 검은돌장어 요리를 시식하며 “와”, “최고다” 등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시식을 개시하자마자 과메기를 넣은 ‘채소롤’과 ‘과메기 김밥’등은 순식간에 동났고, 시식한 파워블로거들은 “아삭해서 식감이 살아있어 좋았다”고 호평했다. 한 파워블로거는 “전국 맛집을 많이 다니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먹어볼 수 없었던 음식들이다”며 “새로운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칠갑산’ 가수 주병선 깜짝 등장 ○…이날 행사장에 국민 인기곡 ‘칠갑산’의 가수 주병선씨와 가요채널 ‘뮤직캠프 쇼쇼쇼’의 진행자로 친숙한 유해모씨가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주병선씨는 “과메기를 활용해 여러 한식을 만든 것이 새로웠다”면서 “언제먹어도 과메기는 정말 한국적인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과메기에 대한 많은 홍보가 필요할 것 같고, 앞으로도 많은 홍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더 맛있게 만들겠다”는 약속 ○…전세계의 기후이변으로 우리나라도 전국 해역에서 고수온으로 인한 어업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포항 구룡포과메기 생산에도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좌동근 이사장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좋은 과메기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좌 이사장은 “최근 꽁치 어획량 감소로 과메기 생산이 많이 어려움에 놓여있다”면서 “이상기후로 인한 수온 상승 현상이 이어져 꽁치가 잘 잡히지 않고 개체수가 줄어 크기도 과거에 비해 많이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지만 더 좋은 원료를 가지고 앞으로도 더욱 맛있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4-12-12

“한 그루 잘 키우면 벤츠도 사”산주들 설득해 만든 명품숲

만추(晩秋)는 늦은 가을이라는 계절적인 의미를 넘어, 늦가을의 고즈넉한 아름다움, 쓸쓸함 그리고 지나간 시간의 여운 같은 추억이 담긴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우리의 가슴을 물들게 한다. ‘100대 명품 숲’의 하나인 울주 소호리 산192 한독 참나무숲을 만추에 ‘숲과 자연’이라는 공부 모임 회원들과 함께 탐방에 나셨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는데 만산홍엽의 아름다운 산자락을 타고 곡예 하듯이 고갯길과 꼬부랑길을 따라 차로 오르내리면서 드라이브하는 것은 즐거운 미지의 오지 탐험 같다. 누군가는 산 고개 넘어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여 잿길만 찾아다니는 마니아도 있다고 한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만추의 산은 단풍으로 곱게 물들고 반면에 도로변 논밭의 오곡은 벌써 농부들이 갈무리하여 덩그렇게 속을 다 내보여 감흥과 쓸쓸함이 교차했다. 도착한 곳은 소호리 산192 한독 참나무 숲을 조성한 김종관 박사님 댁이었다. 마을로부터 좀 떨어진 외딴 산자락 끄트머리에 있는 동향의 아담한 주택이었다. 그는 고려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 사유림 경영 사업에 뛰어들어 오늘날의 소호리 참나무숲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1974년 시작된 한독 산림 협력사업으로 독일의 임업 기술자들과 함께 오지 중의 오지인 이곳 깡촌 소호리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여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으로 올려놓았다. 이후에도 베트남, 몽골 등 외국 산림 녹화사업에 한평생을 헌신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산림녹화, 사유림 경영 사업 이야기는 ‘소호리 산192’라는 소설로 탄생했다. 언젠가 또 한 편의 인생과 숲이라는 분야의 다큐멘터리로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조명할지 모를 일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이곳에 다시 돌아와 주민들과 함께 산림 경영으로 잘 사는 마을을 만들고자 주름진 이마에 맺힌 부부의 땀방울은 영롱한 이슬방울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김 박사님의 안내로 ‘소호리 산192 한독 참나무숲’으로 갔다. 그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아 지금은 100대 명품 숲으로 선정되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참나무는 평균 키가 20m가 넘으며 가슴높이 둘레가 80cm나 된다면서 그는 지난 일들을 전쟁 승리 장군의 무용담처럼 거침없이 그리고 쉼 없이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민둥산이 된 산을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위해 “200년 된 참나무 한 그루를 베어 팔면 벤츠 승용차 한 대를 살 수 있다”라고 하면서 산주들을 설득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설명 들으면서 울울창창한 참나무 숲속으로 들어갔다. 4800㏊ 산림 대부분이 사유림으로 많은 수의 산주가 동의해야 추진이 가능한 사업이라는 것까지만 듣고 더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왜냐면 수림의 비탈길을 한 줄로 이어져 올랐기 때문에 맨 꽁지에 붙어 오르는 나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이제부터 나 홀로 시간이다. 비슷한 크기의 참나무가 미끈하고 큰 키의 잘생긴 자신의 몸매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주변을 둘러쌌다. 다른 산의 참나무림이랄까 숲과는 그 모습이 달랐다. 나무 목재로 10층의 건물도 짓는다고 하니 경제성은 충분할 테고, 간벌하고 또 그곳에 어린나무를 심어 키우면 앞으로 계속해서 베고, 심고를 반복할 수 있어 산에서도 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벨 때는 돈이 생기고 녹색 숲일 때는 맑은 공기와 같은 공익적 가치와 그곳에서 힐링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사업이 있을까 싶다. 참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나무이다. 이름도 나무 중 가장 재질이 좋고 진짜 나무란 의미의 ‘참’이다. 상수리부터 굴참, 떡갈, 신갈, 갈참, 졸참나무까지 6종을 보통 ‘참나무’라고 부른다. 활엽수인 참나무 아래에 그늘에도 잘 자라는 전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가 조화롭게 조성된 숲은 울주 소호리 참나무 숲이 유일할 것 같다. 숲속에는 수령이 40~45년 가까이 되는 참나무들이 전나무, 잣나무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 이는 곧게 자라는 침엽수들 덕분에 참나무는 경쟁하여 자기도 곧고 굵게 자랐다. 나무와 나무 사이 공간이 좁아지니 참나무는 옆으로 가지를 뻗지 않고 곧게 잘 자랐고 결국 숲은 경제성 있는 보기 좋은 울창한 숲으로 변해 있었다. 참나무를 간벌하면 아래 전나무가 후계목이 되고 전나무를 간벌하고 나면 또 잣나무가 후계목이 될 수 있도록 조림되어 있었다. 나무 아래 땅 위에는 나뭇잎으로 빈틈없이 깔려있어 땅속에 살아가는 미생물과 작은 동물들은 겨울나는데 아무런 걱정도 없겠다 싶다. 나무와 이별한 낙엽은 이렇게 또 희생정신으로 이불이 되고 먹이가 되는 것을 볼 때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낙엽 위에 떨어진 도토리는 흙을 만날 수 없어 뿌리를 내릴 수 없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나 산까치나 다람쥐 등이 땅속에 파묻어 놓고 때로는 잊어버려 뿌리를 내리고 어린나무로 자란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낙엽이 땅을 덮는다고 하지만, 바람이 이를 밀어내고 짐승이 뒤집혀 놓아 도토리는 흙과 교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다. 마침, 도토리 한 알이 몸속의 기운을 내밀고 새싹으로 변하여 줄기가 아닌 뿌리로 변하여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대단한 힘이다. 참으로 괴이한 현상이다. 어떻게 부드럽고 연약한 새싹이 거친 땅을 파고들까. 보고 또 보아도 신기한 생명의 힘을 느꼈다. 나무는 자신을 보호한 녹색의 잎을 가을이 되면 미련 없이 또 어김없이 원래의 곳으로 보내드린다.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을 나뭇잎에 불어넣어 녹색의 옷으로 자신을 보호하지만, 가을이라는 계절이 올 때면 물의 공급을 멈추고 나뭇잎은 원래의 모습인 울긋불긋한 단풍의 모습으로 변하고 붙잡아 주던 물의 손길이 끊어지면 원래의 곳으로 돌아간다. 이별이 아닌 또 다른 모습으로 또 다른 일을 시작한다. 그렇게 나무의 생명은 끝이 아니라 변하고 이어지는 영원한 생명의 순환이 아닐까 싶다. 경사진 숲의 비탈길은 낙엽으로 인하여 미끄러웠다. 그 미끄러움이 오히려 종아리 근육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된다니 이것 또한 불평할 일이 아니다 싶다. 드디어 비탈길은 끝나고 넓고 평탄한 임도가 나타났다. 주변의 산 능선, 골짜기 등 먼 곳을 조망할 수 있어 좋았다. 맞은편 산에는 일본잎갈나무의 단풍이 붉게 물들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했다. 여름 같았으면 볼 수 없는 경관을 만추에는 볼 수 있으니 이 또한 가을 산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언제까지 임도를 다 돌아다니며 걸을 수는 없으니, 공부 모임의 지도교수이며 김종관 박사의 대학 동기이기도 한 박용구 교수님께서 여기서 기념 촬영을 하고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맞은편 동쪽 백운산과 남서쪽 고헌산, 북쪽 문복산 자락의 물송골봉이 병풍처럼 해발 500m 이상의 고지대인 소호리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 국토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산림행정의 수장이신 임상섭 산림청장은 얼마 전 이곳 소호리 참나무숲을 찾아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 미래세대를 위한 자원보존과 산림의 사회적 기능을 유지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제 산림을 보존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능과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산림행정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만추의 계절에 만난 ‘소호리 한독 참나무 숲’의 탐방은 우리 산림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은…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전국의 집 가까운 숲 가운데 산림청이 우리나라의 생태적, 역사적, 문화적, 경관적 가치를 지닌 숲을 선정해 발표한 것이다. 생태적 가치(희귀 식물과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건강한 숲)를 지닌 숲, 역사·문화적 가치(오래된 숲, 전통적인 이야기가 깃든 숲)를 가진 숲, 휴양·경관적 가치(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힐링 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한 숲)를 간직한 숲을 지정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12-11

초겨울에 다시 만나는 선도산과 서악동 고분군

언제나처럼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의 속도처럼 빨랐다. 취재를 위한 현장 답사 차원에서 처음으로 경주 선도산과 서악 일대를 돌아본 건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다. 올해 7~8월은 유난스러운 폭염이 사람들을 괴롭혔다. 마애여래삼존불을 만나기 위해 산을 오를 때면 목덜미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숨결은 거칠어졌고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웠다. 고대왕국 신라의 시작을 알린 박혁거세의 탄생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비밀스러운 여성 ‘선도산 성모’를 모시고 있다는 성모사(聖母祠) 처마 아래서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며 차가운 얼음물을 들이켰던 기억이 선명하다. 서악마을 곳곳에 자리한 왕들의 무덤을 살필 땐 그곳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의 최고 권력자들을 떠올렸다. 무열왕, 법흥왕, 진흥왕, 진지왕, 문성왕, 헌안왕… 1400여 년 전을 살았던 그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려보려면 큰 상상력이 필요했다. 그럴 때면 뜨거운 바람이 머리칼을 훑고 지나갔다. 저물 무렵 석양이 유난히 붉었다. 세상사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또한 끝이 있다. 선도산과 서악마을, 서악동 고분군, 백제인들이 성스러운 산으로 믿었던 충남 청양의 칠갑산까지 두루 돌아봤던 여정의 끝이 이제야 보인다. 최근에 찾아간 서악의 산과 왕릉 주변엔 늦가을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11월 말이었으니 그럴만했다. 바람은 차가워졌고, 짙푸른 녹음은 갈색으로 변했다. 2시간 가까운 긴 산책에도 땀이 흐르지 않았다. 쉽지 않은 취재와 기사 작성이었지만 보람과 감동이 없지 않았다. ‘4개월 동안 내가 보고 느낀 건 무엇이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문화와 예술을 귀하게 여겼던 천년왕국 신라의 유물을 직접 보고, 선도산 성모의 설화와 전설 속에 담긴 은유와 상징을 파악하려 애쓰고, 줄줄이 늘어선 신라 통치자들의 유택에 관한 논문을 읽었던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발견한 선도산의 3가지 보물을 다시 한 번 요약하는 것으로 짧지 않았던 여정을 마무리하려 한다. ◆ 여전히 아우라 내뿜는 마애여래삼존불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 혹은, 서악동 마애여래삼존입상으로 불리는 불상은 무열왕 통치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사학자들은 “무열왕의 아들 문무왕이 조성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지만, 연대를 알려주는 사료가 없어 불상이 깎아 세워진 시기를 정확하게 아는 이는 없다. 지금은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지만 부처상과 보살상이 내뿜는 아우라(aura·예술품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는 흘러버린 1천 년 이상의 시간과는 무관하게 빛난다. ‘두산백과’는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의 현재 모습을 그려내듯 설명하고 있다. 이런 문장이다. “본존(本尊) 높이 6.85m, 왼쪽 협시보살(脇侍菩薩) 높이 4.05m, 오른쪽 협시보살 높이 4.05m다. 선도산 정상의 커다란 바위에 본존을 조각하고, 양 협시보살은 다른 돌로 된 삼존불상이다. 본존불의 얼굴은 많이 파손되었으나 고졸(古拙)한 미소가 남아 있고, 목은 길지만 삼도(三道)는 잘 보이지 않으며, 어깨는 넓고 크나 움츠린 것 같아 군위(軍威)의 삼존석굴 본존불과 같은 형태다. 한쪽 어깨에 걸친 법의(法衣)는 묵직하게 보인다…(후략)” 부처의 양쪽을 보좌하듯 서있는 2개의 보살상은 파손의 정도가 비교적 덜하다. 그래서일까? 거기서 “신라인의 미소를 봤다”고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중생을 구제한다는 자비의 관음보살은 우아한 기풍을 엿보게 하는데, 본존불에 비해 신체는 섬세하며 몸의 굴곡도 잘 나타나 있다. 중생의 어리석음을 없애준다는 대세지보살은 얼굴과 손의 모양만 다를 뿐 모든 면에서 관음보살과 동일하다. 사각형의 얼굴에 눈을 바로 뜨고 있어 남성적인 힘을 풍긴다”는 건 ‘위키백과’의 부연이다. 경주를 비롯한 한국 곳곳엔 돌을 깎아 만든 불상이 드물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빼어난 미적 감각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게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이다. 이 평가에 관해선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 서악동 고분군에 김유신 무덤이? 사적 제142호인 서악동 고분군은 경주 시내 한복판에서 관광객들을 맞는 대릉원과는 또 다른 고적함과 조용함으로 여행자들에게 다가온다. 서악마을 초입에 자리한 무열왕릉은 웅장하고 거대하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열왕 김춘추를 모르지 않는다. ‘삼한일통의 토대를 닦았다’고 이야기되는 무열왕은 영화와 TV 속 역사드라마 등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김춘추의 업적과 위상에 어울리는 대형 고분이다. 무열왕릉을 뒤로 하고 선도산 자락으로 발길을 옮기면 적지 않은 수의 고분을 볼 수 있다. 비석이 없어 매장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기 어렵지만, 학계에선 이 무덤들을 왕릉으로 추정한다. 법흥왕, 진흥왕, 진지왕 등이 깨어나지 못할 영원한 잠에 들어있다고 여겨지는 서악동 고분군의 주인들에 관한 ‘나무위키’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여기엔 무열왕 이상으로 지명도가 높은 신라 장군 김유신이 등장한다. “서악동 고분군과 김유신묘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는데, 바로 배총(陪51A2·큰 무덤 옆에 딸린 작은 무덤) 중 하나가 김유신의 무덤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김유신묘는 난간석이 설치된 무덤으로 왕릉급의 장식으로 형성돼 있다. 난간석의 변화 등을 추론할 때 지금의 김유신묘는 김유신의 무덤이 아니라 신라 왕들 가운데 한 명의 무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서악동 고분군 아래 2기의 배총 가운데 하나가 실제 김유신의 무덤일 것이라는 추정을 하기도 한다.” 이미 1351년 전에 사망한 김유신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아볼 방법이 있을까?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할 듯하다. 그러나, 이런저런 논란과는 별개로 선도산 아래 서악동 고분군에 잠든 이들이 7세기 신라의 최고 권력자들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 2100여 년 전 신라의 시작을 알린 선도산 성모 신라는 기원전 57년에 태동해 935년까지 지속된 우리 땅 고대왕조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는 “진한 6부, 혹은 사로 6촌이 자신들을 다스려 줄 임금을 원하고 있었다. 이때 하늘에서 내려와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를 맞이해 거서간(임금)으로 세웠다”고 쓰고 있다. 신라의 출발에 관한 서술이다. 박혁거세를 신라의 첫 번째 통치자로 보는 것에는 대부분의 사학자들이 동의한다. 그의 탄생에 관해선 각기 다른 두 가지 설화가 전한다. 이와 관련한 고문헌의 기록을 아래 옮긴다. “박혁거세가 하늘에서 강림한 말이 낳은 알에서 태어난 난생설화를 전하면서도 한편으로 선도 산신(山神) 설화를 함께 기술해두었다. 선도성모 설화(仙桃聖母 說話) 또는 사소부인 설화, 파소부인 설화는 신라의 건국자 박혁거세의 생모가 바다를 건너가 박혁거세를 낳은 후, 경주 선도산 산신이 되었다는 설화다. 역사책에서 선도 성모의 이름은 파소 혹은, 사소라고 기록돼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선도 산신(파소·사소)이 바로 바로 선도산 성모다. ‘한국민속문학사전’에 의하면 선도산 성모는 신라의 시조모로 알려졌기에 신라 건국 시기에 출현한 존재로 볼 수 있다. 김부식이 송나라 사신으로 가서 접한 성모 숭봉(崇奉)의 일을 ‘삼국사기’에 기록한 것이 최초의 자료라고 한다. 역사 서적 속에 등장하는 선도산 성모는 2100여 년 전 인물이다. 타임머신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누구도 그녀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명확하게 알려줄 수 없다. 하지만, 신라의 시작과 함께 이야기되는 박혁거세와 밀접한 관계로 기록된 선도산 성모는 앞으로도 신라 역사의 주요한 연구대상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끝

2024-12-10

포항 운주산 안국사, 신라 불교 전래의 ‘열쇠’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소재한 운주산에 신라에서 불교가 공인되기 이전 시기에 창건된 대규모 옛 절터가 있었다는 문헌 기록과 함께 그 절터에서 여러 시기로 추정되는 토기편들이 발견되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기계면 남계리 운주산 북쪽 중간 ‘절골’이라는 산중턱에 소지마립간대(479년) 에 이미 왕의 국사가 수도하던 사찰이 있었다는 것이다. 소지마립간대는 신라에 불교가 공인된 법흥왕대(528년) 이전 시대라는 점과 각종 사료를 통해 안국사가 신라 왕실에 불교 전파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상존하면서  이곳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특히 당시 왕이 직접 두 번이나 행차하였고, 왕이 직접 그 절의 이름을 ‘운주산 안국사’라고 지어주었다는 내용이 담긴 문헌 기록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이 1989년에 발견되면서 더욱 안국사 절터에 대한 시선이 쏠린다.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은 1757년(영조 33) 운주산 안국사 승려가 태백산 각화사 사고 중에 남아있던 안국사 관련 사적을 다시 정리하여 목판본으로 제작됐으며,  현재 목판본은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소장 중이다.  1989년 동국대 신라문화연구소 ‘신라문화 제6집’에 안국사 관련 전문 및 간략 해제문이 실려있고,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의 원문 번역은 ‘기계기북향토지’ 109∼123페이지에도 게재됐다.  기계면 남계리 ‘운주산 안국사’는 조선 영조 때 목판본으로 제작된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을 비롯하여 포항시에서 발행한 시사, 군사 그리고 옥산서원 사제문 일기, 동경 잡기 등 문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기록들을 바탕으로 2024년 상반기에 포항시 향토문화유산 지정 신청에 따른 현장조사에서 신라토기가 발견되었고 그에 따라 포항시 향토문화유산 제2024-1호로 지정되었다.   지난 4월 포항시가 향토문화유산 지정에 따른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라토기로 추정되는 조각편들과 승탑군, 와편, 석물들이 발견되어 향토사학자들을 들뜨게 만들기도 했다. 사학계는 이러한 유적 발견이 삼국유사의 사금갑 설화와 연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라 초기 불교의 전래 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당국의 발굴조사를 통한 체계적인 학술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에 따르면, 신라 왕궁의 천주사 분수승 사건으로 승려들이 죽임을 당하게 되자, 서라벌의 도인인 원일 스님은 남산 석골에 숨어 지냈다. 이후 스님이 숨어 있던 남산에서 상스러운 빛이 일어나자, 소지왕은 원일 스님에게 변고를 물었다. 이에 스님은 승려를 주륙하고 불법을 훼손한 때문에 국운에 해가 미칠까 두렵다고 답하였다. 그러자 소지왕은 원일 스님을 국사로 삼고 불교를 받드니, 다시 일월이 빛나고 천지가 밝아졌다. 이후 원일 스님은 왕성에서 3년을 머물다가 도성 북쪽 80여리 산꼭대기에 옮겨 살았다. 소지왕이 직접 행차하여 산 중턱 평평한 곳으로 옮기고 법당과 신승당을 짓고 승려 100여 명이 상주하게 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행차하여 사찰을 살펴본 후 친히 ‘운주산 안국사’라 이름을 지어 주었다.'  삼국유사 사금갑 설화를 비롯 안국사와 관련된 사료는 여러곳에서 발견된다.    ‘소지 마립간 즉위 10년, 신라 소지왕 또는 비처왕이 못 속에서 나온 노인의 편지 때문에 죽을 위기를 넘겼다는 내용과  왕실 내전에서 향을 피우며 불교 의식을 주관하던 분수승이 궁주와 은밀히 간통하고 있어 두 사람이 처형당했고, 그로 인해 승려들이 대대적으로 숙청당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불교 공인 이전인 소지마립간 당시 불교에 대한 귀족들의 반발로 인하여 승려들이 숙청당하고 산속으로 숨어 지냈다’라는 내용과 궤를 같이 해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의 기록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정경희 교수는 논문을 통해 “운주산 안국사는 신라에 불교가 공인되기 전 가장 큰 규모의 사찰로 운주산 일대에 많은 암자를 거느린 천년 고찰이었으나 지금은 상안국사와 하안국사 양사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밝힌다.  영일군사 포항시사에서도 “안국사는 불국사와 동일한 규모의 사찰이었으며, 신라시대 절 안국사가 있을 때에는 큰 마을이 있었는데 절골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고, 이후 일제 강점기에는 산남의진 1대 대장 정용기가 의병 활동의 주둔지로 이용하다 1910년에 소실되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옥산서원 사제문 일기에서는 “조선 정조 1792년 3월 16일 정혜사, 안국사, 거동사, 법광사 네 개 사찰의 스님들을 불러 선비 밥상을 배전하여 돕도록 하였다”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관련 연구 논문으로, 경주대학교 이강식 교수는 ‘기마 군단을 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라에서 입지를 다지고 삼국 통일의 원동력이 된 김유신 장군은 왕경인이 아니라 기계인이라는 변증’을 제시하며, 김유신 장군의 본가 터가 기계 현내리에 위치해 있음을 밝혔다. 신라 왕경과 기계 지역 간의 교류와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영천시사에서는 “안국사가 위치한 운주산은 조선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김백암 장군이 병사를 이끌고 성을 쌓고 진터를 설치해 한양을 지키기 위한 산성으로, 영천 수성(守城)이라는 자연부락 이름이 유래했다”라고 적고 있다.   또한, “산 중턱에는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난처로 이용된 동굴이 있다”라고 기록돼 있다.  또 폐사지 안국사지에 대하여 2012년 한국의 사지(下) 지표조사 보고서에서는 1669년에 간행된 동경잡기, 1800년 무렵의 범우고 광여도 등과 성대중의 안국사 중 수기, 1845년 증보 간행된 동경잡기 등에서도 안국사에 대한 사료가 나타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번 포항시 향토문화유산 지정 관련 조사 이전에도 지역의 많은 향토사학자들과 언론에서도 안국사에 대한 역사적 가치에 관심이 있어 왔다. 그중 경북매일(2022년 5월 31일)에서는 ‘산남의진 기억하고 추모하자’, 경북일보(2011년 8월 12일 칼럼)에서는 ‘광복절에 생각하는 안국사 터’, 경북일보(2011년 8월 15일 칼럼)에서는 ‘청성 성대중 안국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다’ 등의 기획 보도를 한 바 있다. 신라가 고대 국가로 발전한 힘의 원천인 철기 문화가 왕성했던 당시, 기계천을 중심으로 기계 인비리 암각화 고인돌, 문성리 고인돌, 성계리 고인돌 마을 등에서 동시대의 토속신앙의 유물·유적들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주민들이 살아왔음을 유추 해 볼 수 있다. 특히, 신라에 불교가 공인되기 이전인 소지왕 대에 왕의 국사가 당시 경주현 기계 지역에 위치한 운주산 안국사에서 수도한 기록은 매우 귀중하고 소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안국사의 각종 사료를 살펴보면 신라의 불교 전파과정 짐작이 가능하다.  고구려에서 경상북도 구미 도개면 신라불교 초전지를 거쳐, 우리 지역에는 고구려의 최남단인 청하면(지명이 고구려 아혜현을 신라 경덕왕 때 해아현으로 개칭)으로 들어와 신광면(흥곡리 신라인 무덤 및 지증왕 대 냉수리 신라비 및 냉수리 고분 존재)을 거쳐, 기계면(신라 대 지명 모혜현, 인비리 암각화 및 최대의 고인돌 집단 분포지, 김유신 장군 생가 터, 그리고 소지왕의 국사 원일이 수도하던 운주산 안국사 위치)으로 흘러 든 것으로 볼수 있는 것이다.   신라 김 씨 왕실이 불교 수용을 통한 왕권 강화를 시도한 것도 안국사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신라 왕실은 경주 낭산(박혁 거세 탄생지인 나정에 신궁을 짓고 불교 수용에 힘썼으며, 김 씨 왕실의 삼산 오악 제의 중심인 중악)을 삼신산으로 지정하여 선불 융합을 이루었는데,  밀교와 불교가 융합하며 신라에 불교가 수용되는 과정에서 운주산 안국사는 불교의 그 전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장소라 할 수 있다. 오상기 전 포항석곡도서관 팀장   신라 사찰 창건 시기를 보면, 안국사는 불교 공인 이전인 소지왕, 479년에 창건되었다. 이는 포항 지역의 3대 사찰인 보경사(진평왕, 579년), 법광사지(진평왕, 602년), 오어사(진평왕대)가 신라 불교 공인 이후 불교가 왕성한 활동을 한 시기에 창건된 것보다 이른 시기다. 또한, 신라 초기 불교의 정착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일설에 의하면 100여 명이 강론했고 백련사 등 많은 암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현재도 ‘절골’이라는 자연부락명이 그대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운주산 안국사’는 전불시대, 신라에 불교가 전래되는 과정을 찾아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불교가 공인된 이후의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등으로부터 신라 왕궁의 북쪽의 외침을 지켜왔으며, 조선시대 임진왜란에는 왜구로부터 백성들을 보호하였고, 특히 일제 강점기 산남의진 제1대 의병장 정용기 장군의 의병활동 주둔지로 줄곧 호국의 산, 호국사찰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 국가문화유산청 차원에서 현장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관련한 학술연구를 통하여 신라 불교 전래 과정과 역사적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있는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 목판본이 포항시립박물관으로 회수 받을 수 있을 것과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지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4-12-09

화석 대신 ‘수소환원 원리’로 철 생산, 탄소 배출 획기적 절감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철강 산업은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에 따라 저탄소 또는 탄소 배출을 아예 하지 않는 철강 생산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철강 산업은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파리 협정(2015) 등 국제적인 기후 협약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농도가 계속 증가하면서 지구 온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한 ‘수소환원제철소’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글로벌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 탄소중립시대, 수소환원제철 필요성2. 수소환원제철, 해외에서는 어떻게3. 정부,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해야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 문제 철강 산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탄소 배출원이다. 철강 산업은 고온의 가열과 화학 반응을 통해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한다. 이는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철강 산업은 전 세계 산업 배출량의 약 7~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철강이 건설, 자동차, 기계 등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인 재료이기 때문에, 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 배출이 막대함을 의미한다. 철강 생산에서 CO₂ 배출의 주요 원인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제철 공정이다. 철강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인 고로 제철에서 코크스라는 화석 연료가 철광석과 반응해 철을 추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러한 탄소 배출 문제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기술 접근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기술들은 기존의 제철 방식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탄소 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기술은 제철, 화력발전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분리, 포집해 저장하는 것이다. CCUS 기술은 탄소중립 실현의 가교가 되는 ‘브릿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4%를 CCUS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탄소포집 기술을 이용하면 대기중에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고갈 유전, 가스전 등에 수십~수백만년 저장할 수 있다. 탄소 포집, 운송, 저장 기술은 이미 어느정도 상용화돼 있고, 기술 성숙도도 높아 단기간 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한국의 경우,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이 부족해 탄소포집기술 활용이 제한적이다. 한국석유공사(KNOC) 주도로 동해가스전 저장소를 개발하고 있지만, 연간 40만 t 수준에 불과하다. 철강업계에서만 연간 탄소배출량이 1억t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많은 민간 기업들은 탄소포집, 저장, 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탄소 저장소를 확보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국영가스공사인 ‘페르타미나(Pertamina)’와 탄소 포집 및 저장 사업을 추진하고자 협력하고 있다. 찔레곤에 위치한 크라카타우 포스코에서 50~250㎞ 떨어진 인근 해상에 고갈중인 유전과 가스전을 활용해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계획이다. 포스코는 2030년부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폐유전 및 가스전에 보관하는 실증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전기로 제철(EAF, Electric Arc Furnace)과 철강 스크랩(재활용된 철)을 많이 사용하는 방법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중요한 접근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필요성 전통적인 제철 방법인 고로 제철(Blast Furnace)은 코크스라는 화석 연료를 사용해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는 대기 중으로 방출돼 온실가스를 증가시키고, 이는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의 기본적인 원리는 수소(H₂)가 철광석(Fe2O3)과 반응해 철(Fe)을 추출하는 것이다. 즉, 철광석(Fe2O3)과 수소(H₂)가 반응해 철(Fe)과 물(H₂O)을 생성하는 반응이다. 이때, 수소는 철광석을 환원시키는 역할을 하며, 기존에 사용되던 코크스를 대신한다. 즉, 수소환원제철은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기존 제철 방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수소를 활용한 제철 기술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수소는 풍부하게 존재하는 자원이므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철강 생산을 위한 원료로도 유망하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도전 과제 철강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되면, 철강업계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기존의 철강 생산 시설을 수소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도 가능하므로, 새로운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수소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원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어, 철강업계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은 청정 수소의 공급이다. 청정 수소는 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풍력, 태양광 등)로부터 생산할 수 있지만, 현재 수소 생산 비용이 높고, 이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운반하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으며, 기술적 안정성과 대규모 상용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와 시험이 필요하다.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 기술적 안정화 등의 여러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프로젝트 포스코는 2019년부터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해왔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소’를 구축해 수소를 사용한 철강 생산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대한 시험을 마친 후, 상용화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뿐만 아니라 한국의 철강 산업, 나아가 전 세계 철강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의 제철소가 사용할 수소는 대부분 청정 수소가 돼야 하므로, 수소 생산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 생산비용을 낮추는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수소환원제철소를 구축함으로써, 한국은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탄소 배출 문제에 대응하는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수소를 통한 철강 생산 방식은 장기적으로 운영비 절감과 함께 친환경적인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다. △기후 변화 대응과 글로벌 경쟁력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가 상용화되면, 한국은 기후 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글로벌 철강산업의 환경적 규제를 준수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EU)과 같은 주요 경제권에서는 철강산업에 대한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수소환원제철소는 이러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는 단순히 철강 산업의 혁신을 넘어,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탄소 중립 사회를 목표로 하는 현재, 수소를 활용한 제철 기술은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소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철강 산업의 미래를 선도하고,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한 주역이 될 것이다.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12-08

첫 ‘1조 예산 시대’ 여는 문경, 시민 행복도시 완성한다

문경시의 내년도 본예산 규모가 개청 이래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겼다. 2025년에는 주요 공약사업 및 현안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 궤도에 오르는 만큼, 문경시는 과감한 재정투자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 어려운 지방재정 여건 속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면, 내년 예산안은 시정 역점 사업에 적극적으로 재원을 투입함으로써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으로 위축된 지역 경기 활성화와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 역점 사업 민선8기 공약사업과 더불어 신성장동력 TF팀 운영으로 발굴한 역점 현안사업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한다. 문경새재 관광지 조성사업 108억원, 문경타워 건립사업 46억원, 문경역세권 도시개발사업 148억원, 모전 ON 유-길 조성사업 80억원, 문경새재 야간경관조명 조성사업 25억원 등을 편성했다. 시민과의 약속인 공약사업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한편, ‘체류형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속 가능한 새로운 관광자원을 조성해 지역 활력화에도 집중한다. 각종 개발사업 외에도 시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해 필수적인 예산들도 반영했다. □ 농·축산업 발전 사과 등 과수산업 지원 92억원과 오미자농가 지원 18억 6000만원, 문경새재 농특산품 직판장 리모델링 공사 15억원, 문경 감홍사과 브랜드 명품화 사업 16억원, 문경오미자 K-Food 육성사업 12억원 등을 반영했다. 농산물 생산 및 유통을 지원하고 지역 대표 특산물인 약돌축산물과 감홍사과·오미자 산업 육성에 주력한다. 아울러 전년 대비 농·축산업 분야 보조금을 85억 6000만원 증액 편성, 지역 근간 산업인 농·축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 □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닻별거리 및 닻별의 집 조성사업 등 16억원과 지역상품권 운영 46억원, 상권르네상스사업 8억 5000만원, 소상공인 시설 및 경영개선 지원사업 6억원, 중소기업 운전자금 이차보전 6억원 등을 반영했다. 스타 마케팅을 활용한 ‘닻별거리’조성 및 관련 콘텐츠 개발로 구도심을 거점으로 한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적극 지원한다. □ 스포츠 도시 육성 각종 체육대회 행사 지원 49억원과 BMX 체험장 조성 11억원, 실내테니스 경기장 건립 49억 6000만원, 매봉 국민체육센터 건립 4억원 등을 편성, 지역경제와 상권 활성화의 중추가 되고 있는 스포츠 도시 문경 조성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 교통 및 물류 인프라 구축 시내버스 무료화 사업비 15억원과 도시공공형버스 및 희망택시 등 교통수단 운영비 지원 15억 5000만원, 어린이보호구역 및 실버안전길 조성 등 교통안전 개선 사업 3억 3000만원 등을 반영해 시민의 교통 안전과 교통 약자의 폭넓은 이동권을 보장한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시내버스 전면 무료 운행에 따른 사업비를 지원,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대폭 경감하고 시민 교통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 재난·안전 기반 확충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 96억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45억원, 하천재해예방사업 18억 7000만원, 소하천 정비사업 32억 5000만원, 하천위험시설물 정비 69억원 등을 편성했다. 시는 각종 자연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다. 신현국 문경시장 □ 2025년 시정 구상 신현국 문경시장은 민선8기 출범 이래‘긍정의 힘! Yes문경’을 가치로 폐광지역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결과, 문경의 성장동력이 될 사업들이 결실을 맺으며 희망찬 미래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대표 성과로는 경북 농민사관학교와 더본 외식산업개발원 개원, 단산터널 개설공사 재개, 세계소프트테니스대회 등 국제대회 유치를 통한 스포츠 도시 위상 제고, 용두리 슈퍼와 관광용 테마열차 운행, 프리미엄 감홍사과 신세계 백화점 런칭 행사 등을 들었다. 지난 성과를 토대로 민선8기 후반기를 맞아 더욱 완성도 높은 지역발전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KTX 문경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숭실대·문경대 통합 △주흘산 케이블카 및 하늘길 조성 등 체류형 관광산업 완성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포츠·체육 도시로 도약 △권역별 도시개발사업 완성 △농업소득 1조원 실현 △스마일 도시 문경 완성 등 6대 시정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숭실대·문경대 통합은 양 대학 간 실무협의를 통해 통합방법을 구체화해 온 만큼 통합추진에 속도를 높여 가시적 성과 달성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둘째, 주흘산 케이블카와 하늘길을 2027년 완공 목표로, 문경타워·문경새재 야간경관조명 조성 등 새재 권역을 중심으로 신규 콘텐츠를 마련해 체류형 관광산업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포츠·체육 도시로 도약을 위해 2031년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읍면별 신규 파크골프장 확대 조성, 종목별 체육행사 유치에 힘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방침이다. 넷째, 권역별 도시개발사업 완성을 위해 역세권과 연계한 각종 개발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신규 산업단지 및 농공단지, 공공 열분해시설 설치사업을 본격화해 최적의 투자 환경을 마련한다. 아울러, 박서진과 닻별거리, 포장마차 먹거리, 달빛주막 등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모전 ON 유-길 조성사업, 중앙공원·모전공원 정비사업을 내년 완공해 시민 휴식 공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다섯째, 농업소득 1조원 실현을 위해 감홍사과와 오미자의 재배면적 확대에 집중하고, 감홍사과, 오미자, 약돌한우 명품화 사업을 추진하여 문경 농특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스마일 도시 문경 완성’을 위해 교육과 복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를 시행해 시민 모두가 품격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행복 도시 문경을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신현국 시장은 “어려운 세입 여건 속에서도 국·도비 확보를 위한 노력과 각종 공모사업 선정으로 부채 없는 건정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개청 이래 첫 본예산 1조 원 시대를 열었다”며 “문경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주요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시민 행복 도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24-12-05

선비의 기개 닮은 거대한 품엔 풍류와 배움 함께 숨 쉬어

영귀봉(靈龜峰)과 서원(書院)을 감돌고 흐르는 죽계천 맑은 물에 은행나무와 솔숲이 목욕재계한다. 솔잎에 매달린 이슬방울은 죽계천 윤슬의 반짝임과 솔숲으로 스며든 아침 햇살로 불을 밝힌 듯 유난히도 반짝인다. 유생들과 함께 둥그렇게 성생단(省牲壇)을 둘러싸고 있다. 뭔가 성스러운 의식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살이 통통 오른 소 한 마리가 멀뚱멀뚱한 큰 눈으로 콧김을 내뿜고 있다. 서원의 관리가 향사 의식의 순서를 적은 홀기(笏記)에 따라 제향 제물을 올려 두고 흠집 여부를 살펴 보고 있는 중이다. 성생의(省牲儀) 또는 충돌례(充腯禮) 등으로 불리며 제물을 검사하고 품평하는 생간품(牲看品)을 하고 있다. 서쪽에 선 축관이 준비한 제물이 적합한지를 ‘돌(腯)’하고 물으니, 헌관이 좋다고 판단하여 ‘충(充)’하니 의식은 끝이 나고 제물을 준비한다. 이곳 순흥 출신의 고려 시대 대학자 안향의 학문 정신을 기리는 행사 의식 중 제물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솔숲 속 소수서원 지도문 앞 성생단 양옆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처음부터 오늘날까지 향사 준비 과정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축관과 헌관은 제물로 사용 함에 새끼를 밴 암소와 병들거나 약한 소는 제외하고, 참여한 제관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 될 수 있도록 그 기준을 삼으라고 암시했을지도 모른다. 성인을 섬기고 그 정신을 이어받는 향사 일에 제관이나 유생들은 힘들다거나 불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물은 결국 알게 모르게 참여한 사람들의 배를 채워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향사나 제사에 참여도 저조하고 그로 인하여 힘들어하며 불평하니 옛날과는 희비가 엇갈린다. 안향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주자학자이며 동방 신 유교의 비조(鼻祖)라고 한다. 풍기 군수였던 주세붕(周世鵬)이 이곳에 사묘를 세워 선생의 위패를 봉안하고 백운동 서원을 창건했다. 이를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재임하면서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았다. 한때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서원은 홍역을 치렀지만, 소수서원은 역사적 중요성과 상징성이 높았기 때문에 완전히 폐지되지 않고 있다가 그 후 다시 복원하여 지금까지 잘 보존하여 유지되어 오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이곳에는 통일신라시대 숙수사(宿水寺)라는 절이 있었다. 절의 상징 조형물인 당간지주(幢竿支柱)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무슨 사유인지 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소수서원이 들어섰다. 그리고 주변에는 울창한 숲을 조성하고 서원을 출입하는 지도문 양옆에 은행나무 암그루와 수그루 두 그루를 심어 놓았다. 소나무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항상 푸름을 간직하는 것이 선비의 기개와 닮았기 때문에 학자수(學者樹)라 불렀다. 그리고 우람하고 하늘 높이 치솟은 은행나무는 할아버지와 손자 간의 세대를 잇고 인내와 기다림을 상징하는 나무로 공손수(公孫樹)라 불렀다. 이러한 상징적인 자연물을 늘 가까이 하면서 잊지 말라고 하는 숨은 뜻이 담겨있지 않을까 싶다. 자연에서 휴식하고 수양하는 일은 조선 시대 성리학을 배우는 하나의 수업 과정이기도 하다. 솔숲은 낙락장송(落落長松)이라 불리는 건장한 소나무로 울울창창하다. 숲은 서원의 경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기록에 따르면 선조 1586년에 평창의 유생 이충언이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또한 효종 1654년에 영귀봉 아래에서 남쪽 나래에 이르기까지 소나무 1000여 그루를 심었는데 산 것이 겨우 500여 그루였다고 한다. 그 후 소를 방목하거나 화재가 나지 않도록 하고 소나무를 더 심어 지금의 숲으로 무성하게 했다고 한다. 서원을 짓고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속 서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조상의 나무사랑, 숲 사랑, 자연사랑이 돋보이는 사례로 오늘날까지 우리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풍광에 심신을 치유받는다. 푸른 하늘로 힘차게 솟아있는 솔숲의 은행나무 노거수 두 그루는 나이 500살 동갑내기이다. 키 21m, 가슴둘레 4m의 수나무는 소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키 25m, 가슴둘레 5m의 암나무는 죽계천 언덕 위에 있다. 수피가 벗겨져서 그런지 밑둥치에서 많은 줄기가 뻗어 올랐다. 서로 마주 보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부부 은행나무이다. 오늘따라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노란 꽃잎을 방문객의 머리 위에 뿌리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솔숲의 풍광이다.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소수서원의 이름에 걸맞게 은행나무도 천연기념물로 품격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에는 국보와 보물, 안향과 주세붕 초상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문화재를 더욱 품위 있게 받쳐주는 것은 서원을 감싸고 흐르는 죽계천 맑은 물과 푸른 솔숲, 거대한 암수 두 그루의 은행나무 노거수가 아닐까 싶다. 이들 삼박자가 없다면 소수서원 역시 덩그런 벌판 위에 세워진 하나의 건물에 불과할 것이다. 특히 소수서원에 영혼을 불어넣고 활기를 띠게 하는 것은 살아 숨 쉬는 자연물인 솔숲과 은행나무이다. 죽계천 주변에는 솔숲과 함께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각종 풍류를 즐기며 경각심을 고취하는 시설물과 글귀가 있다. 푸른 솔숲에 노랗게 물든 단풍잎의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맑은 죽계천에 비친 노란 단풍 옷을 입은 은행나무는 또 어떠하고. 이런 환상적인 경관에 취하면서도 또 배울 것은 배우는 삶 속에 풍류와 배움이 함께하는 길을 걷도록 해 두었다. 주세붕(周世鵬)이 경(敬)이라는 글자를 바위에 새겨 놓은 경자암(敬字巖), 푸른 산의 기운과 시원한 물빛에 취하여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다는 취한대(翠寒臺),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던 정자인 경렴정(景濂亭) 등 죽계천을 끼고 있어 자연을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모임과 풍류, 심신을 수양하던 장소로 풍광이 수려한 곳에 위치하여 유생들은 시연(詩宴)을 베풀고,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웠다. 이곳에서 우리 조상의 다양한 삶을 그려 보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소수서원의 은행나무와 솔숲은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조화의 정수다. 500년 세월을 견딘 은행나무는 유생들의 굳건한 의지를 상징하고, 적송의 푸름은 선비의 절개를 닮았다. 죽계천 맑은 물과 경자암의 글귀는 학문의 숭고함과 성인의 공경을 일깨운다. 솔숲 사이를 걸으면 자연의 품에서 선비의 기개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은행나무의 거대한 품은 후학을 품는 서원의 정신과 같고, 소나무의 긴 가지는 하늘을 향해 쉼 없이 뻗어 나가는 학문을 닮았다. 이곳은 학문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진 조선 유생들의 이상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힐링의 장소로 탈바꿈하지 않았나 싶다.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이 곱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 아래 가을 정취에 넋을 잃고 있다.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은… 소수서원은 지방에 설립한 사립 고등교육기관이다. 조선시대 서원 중에서 소수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필암서원, 돈암서원, 병산서원, 무성서원, 도동서원의 9개 서원이 2019년 7월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이란 이름으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됐다. 소수박물관은 성리학을 주제로 선비문화를 조명한 유교 전문 박물관이다.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정신문화를 계승함과 동시에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대에 ‘유(儒)와 한(韓)’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문화 재창달 교육원이고, 선비촌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터다. 선비세상은 대한민국 K-문화 테마파크다. 한옥, 한복, 한식, 한글, 한지, 한음악의 6개 한국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첨단매체를 통해 선비정신을 폭넓게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체험공간으로 역할한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12-04

지역발전 토대 다져 ‘군민 행복시대’ 활짝 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4년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 벌써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다. 올 한 해 고령군은 ‘군민 행복’과 ‘발전하는 지역’을 지향하며 다양한 정책을 세우고 이를 실행했다. 그 가운데 고령군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5번째 한국의 고도’로 지정받았다는 것이 관심을 끌었고, 연중 쉼 없이 펼쳐온 고령군의 청년정책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고령군의 노력도 좋은 평가를 받을만했다. 아래에서 위에 언급된 2024년 고령군 주요 정책의 추진 과정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본다. ◆한국의 ‘5번째 고도(古都)’로 지정된 고령 올해 고령군은 군민들이 오랜 기간 기다려온 경사를 맞았다. 고령이 ‘대가야 고도(古都)’로 공식 지정된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고도 보존육성 중앙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고령군이 한국에서 5번째 고도로 지정됐음을 고지했다. 2004년 3월 5일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경주, 공주, 부여, 익산에 이어 고령군이 5번째 한국의 고도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고도란, 이름 그대로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의 중심지이며 오랜된 수도라는 뜻. 이는 앞서 언급된 다섯 도시, 즉 경주, 부여, 공주, 익산, 고령의 역사·문화적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1600년 전 대가야의 도읍이던 고령군 대가야읍 일대는 최근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 산성인 주산성, 대가야 궁성지, 고아리 벽화 고분 등 대가야의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고대 국가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거기에 역사적·경관적 가치가 잘 보존돼 관광지로서의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내외의 평가다. 고령이 고도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역사·문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주민지원사업 등이 가능해졌다. 또한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할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한 지역 활력 증진과 주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 그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고령군 활성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고도 지정 이후 관련 사업을 추진할 이남철 고령군수는 “고령이 20여 년 만에 신규 고도로 지정된 것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대가야 도읍지 고령이 공식적인 대가야의 역사문화도시로 인정받은 것이라 군민과 함께 기뻐했다”며 관련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를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고령군은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대가야 궁성지 발굴 및 복원 정비사업, 세계유산 및 핵심유적 탐방거점센터 건립, 고도 주민협의회 구성 및 고도 육성 아카데미 설립 등을 차근차근 추진할 예정이다. ◆청년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의 변화 지향 현재 고령군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구정책도 청년인구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투자 역시 아끼지 않는다. 청년인구 활성화 정책이 인구의 주요 이탈층인 청년을 붙잡고, 이를 통해 미래 출산율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안정된 지역의 인구 구성을 이끌어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이중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사업은 고령군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지난 가을엔 다산면 벌지리에서 ‘천년건축 시범마을 조성 기공식’을 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다짐했다. ‘천년건축 시범마을 조성사업’은 경북도가 인구 감소로 쇠퇴하는 지역의 위기 앞에서 모범적이고 자랑스러운 전통인 하회마을처럼 세상의 변화와 무관하게 흔들림 없이 지속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이는 새로운 도시 모델 구축을 목표로 8개 시·군을 선정해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고령군이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을 알렸다. 고령군의 천년건축 시범마을 조성사업은 지역특성에 맞는 지속가능한 주거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인재와 청년들이 찾아오는 지방시대 전환의 상징적인 장소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앞으로 사업비 230억 원을 들여 면적 2만5370㎡ 부지에 임대주택 25동 70호(공동주택 8동 44호, 단독주택 17동 26호), 커뮤니티센터, 테라피농장, 체육시설, 돌봄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고령군은 경북개발공사와 함께하는 임대주택사업도 추진 중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50호가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2026년 하반기가 되면 1차 사업으로 지어질 20호에 사람들이 입주하게 된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경북도의 저출생 대응사업과 연계해 돌봄시설을 포함하는 공동주택으로 공급하게 된다. 일자리·청년창업지원센터 운영, 자격증 취득 지원, 청년 근로자 교통비 지원, 청년 창업자 임차료 및 리모델링 지원, 예비창업가 육성사업 등 적극적 청년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는 고령군은 지난여름 열린 제29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에서 ‘일자리창출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거 관련 정책과 함께 청년층 이탈의 주요 원인인 자녀의 양육과 교육환경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책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 중이다. 원어민 영어교실, 창의력 증진 프로그램 등 수요는 높으나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교육과정을 개설해 제공하고 있으며, 봄에는 고령 어린이과학체험관을 개관해 부족한 교육인프라를 확충했다. 다자녀가정의 양육부담을 경감해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멈춤 없이 진행됐고, 3월부터 다자녀가정 양육장려금과 학자금 지급사업을 시작했다. 양육장려금은 고령군에 사는 3자녀 이상 가구 중 1~6세 셋째 이상 자녀에게는 매월 20만원, 7~18세 셋째 이상 자녀에게는 매월 15만원을 고령사랑상품권 등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게 고령군의 설명이다. ◆베트남·태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노력 고령군은 올해 해외 시장 개척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10월에 베트남과 태국 시장 판로 개척에 나선 고령군 해외무역사절단은 수출상담 87건, 상담금액 307억 원의 성과를 거뒀다. MOU 체결건수도 22건이고, MOU 체결금액은 645만 달러다. 베트남 해외투자청과 태국 투자청 방문으로 고령군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평가받았다. 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와의 경제교류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고령군 우수기업의 베트남 진출 지원과 지역 우수제품·농식품의 공동 컨설팅의 길이 펼쳐진 것이다. 더불어 베트남 최대 한국 식품 유통업체 K-마켓과 수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고령군 해외무역사절단은 aT한국농수산식품공사 태국지사와 KOTRA 방콕무역관도 방문해 태국-한국간 수출입 동향을 파악하고, 한국 농식품의 태국시장 수출 전략을 고심하기도 했다. 고령군 해외무역사절단에는 이남철 고령군수 등 공무원과 고령군의회 의원들, 고령군 중소기업 10개 업체 등이 참가했다. 베트남 해외진출기업인 해원산업 현지공장인 해원비나 견학을 시작으로 베트남 하노이, 태국 방콕에서 현지 상담회를 개최했다는 게 고령군의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참가 기업과 해외 바이어간 수출 상담도 진행했다. 향후 고령군은 태국 내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고령군 우수 농특산물과 가공식품의 태국시장 진출 또한 모색할 예정이다. 해외무역사절단 파견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낸 고령군은 앞으로도 고령군 우수기업 및 제품의 해외시장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방침을 알려왔다. 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4-12-03

전쟁의 공포 속 신라 백성의 마음 위로해준 ‘염화미소’

불국정토(佛國淨土) 혹은, 서방정토(西方淨土)가 되고자 했던 신라엔 돌과 나무로 조각한 불상이 부지기수였다. 이 사실에는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석굴암은 직사각형 전실(前室)과 원형의 주실(主室)이 복도 역할을 하는 통로로 연결돼 있다. 360여 개의 돌로 천장을 만들어낸 기법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그 빼어남이 빠지지 않는다. 석굴암 본존불(本尊佛·가장 높은 지위의 부처)과 십일면관음보살상, 사천왕상 등은 능수능란한 석조 기법과 사실적이고 완벽에 가까운 표현, 화려함과 미려함에서 21세기 석물조각 기법을 훌쩍 뛰어넘는 신라 석공들의 기예를 보여준다. 경주 남산의 미륵곡 마애여래좌상(彌勒谷 磨崖如來坐像) 또한 신라 사람들의 탁월한 미적 감각을 보여주는 불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다. ‘위키백과’는 “신라시대 보리사터로 추정되는 곳에 남아 있는 전체 높이 4.36m, 불상 높이 2.44m의 석불좌상으로 현재 경주 남산에 있는 신라시대의 석불 가운데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불상”으로 미륵곡 마애여래좌상을 평가한다.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한 머리는 상투 형태로 높게 솟아 있으며, 둥근 얼굴에서는 은은하게 내면적인 웃음이 번지고 있다”는 묘사는 이 불상이 지닌 사실감과 핍진함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라시대 만들어진 불상은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통일신라시대를 전후한 시절에 들어선 왕릉이 즐비한 서악 일대를 굽어보며 온화한 웃음을 짓고 있는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은 어떤 위상과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5.81m의 아미타여래입상과 4.53m의 관음보살상 영남대학교 한국학과 이창국의 논문 ‘경주 선도산 아미타삼존상의 조성 시기와 조성 목적’에선 위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논문은 아래와 같은 서술로 시작된다. “경주 시가지 서쪽에는 서천(형산강)이 남에서 북으로 흐르고 있다. 이 서천 너머에 무열왕릉과 경주 서악동 고분군이 자리한 선도산(해발 380m)이 있다. 선도산에는 신라 왕릉과 고분을 비롯하여 ‘서형산성(西兄山城)’ ‘경주 서악동 삼층석탑(보물 제65호)’ ‘성모사(聖母祠)’ 등 여러 문화유산들이 산재하고 있다. 그리고 아미타삼존상이 이 산의 정상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 쓰인 ‘아미타삼존상’은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을 지칭하는 것이다. 고대 신라는 물론, 현대 경주에서도 기이한 설화와 신성함이 숨 쉬는 지역으로 지목되는 선도산 일대의 형상을 설명한 이창국의 논문은 마애여래삼존불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높이 5.81m의 아미타여래입상을 본존불로 하여 좌측에 높이 4.53m의 관음보살상, 우측에 현재 높이 4.56m의 대세지보살상이 있다. 이중 본존불은 자연 암벽인 안산암에 조각된 마애불이고, 좌우측의 협시보살상은 화강암으로 조각된 별도의 독립된 입상이다. 본존불의 얼굴은 현재 코의 일부와 입과 턱을 제외한 상당 부분이 파손되었으며, 바닥에는 별석의 화강암대가 있다. 대좌는 복판의 복련석 5매로 구성되어 있으나, 우협시상 측면에 본존불의 대좌로 추정되는 석재편들이 있어 현재의 대좌는 변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차례 찾아 그 지역을 꼼꼼히 돌아본 경주 서악마을(선도산 일대)엔 무열왕릉을 비롯해 진흥왕릉, 진지왕릉, 문성왕릉, 헌안왕릉, 법흥왕릉 등으로 추정되는 무덤들이 지호지간에 흩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그림을 그리듯 묘사하자면 마애여래삼존불이 선도산 정상 부근에 우뚝 서서 부처를 숭배하고, 불가(佛家)의 이념과 사상을 적극적으로 따르고자 했던 신라의 지배자들이 묻힌 능(陵)을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인 것이다. ◆신라 백성들을 하나로 묶어낼 대상물의 필요성 이런 외형적인 모습을 갖춘 마애여래삼존불이 선도산에 자리한 것에는 ‘보이지 않는 이유’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경주 선도산 아미타삼존상의 조성 시기와 조성 목적’엔 “신라의 지배층들은 민심 이반에 대처하고, 삼국통일전쟁에 따른 신라인들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강구했을 것”이란 문장이 나온다. 6~7세기는 신라가 백제·고구려·당나라와 영토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다투던 시기다. 피와 살점이 튀고, 언제 생명을 잃을 줄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신라의 지배층은 백성을 하나로 묶어낼 이데올로기가 필요했을 터. 그랬기에 “불교적 대안으로 아미타신앙을 유행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아미타신앙의 대상물로, 신라인들의 마음을 위로할 존재물로 삼존불을 조성했을 것”이란 게 논문을 쓴 이창국의 추론이다. 살아있을 때 덕을 쌓고 선행을 베푼다면 죽어서 부처가 다스리는 극락(極樂)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삼국통일 즈음 전쟁 시기에 신라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은 그런 믿음의 토대 위에 만들어졌던 게 아닐지. 계속 경주 서악마을엔 어떤 이야기가…선도산 성모 설화 스며있는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공간 지금의 경주 서악마을은 ‘황금의 고대왕국’으로 불리는 신라의 시작을 알린 선도산 성모의 신비로운 설화가 스며있고, 미학적인 측면에서의 완성도가 그 어느 석불보다 뛰어난 마애여래삼존불이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또한, 신라를 통치한 여러 왕의 유택(幽宅)들까지 줄지어 늘어선 지역이니 서악마을은 말 그대로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공간’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는 경주 서악마을 고분군(古墳群·다수의 고분이 집중된 곳)의 가치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려주고 있다. “경주 서악동 고분군은 경주시 서악동 무열왕릉 바로 뒤편 구릉에 분포하는 4개의 대형 무덤을 가리킨다. 1964년 8월 29일 사적으로 지정됐다. 이곳 고분들은 경주분지의 대형 고분과 비슷한 형태로 둥글게 흙을 쌓아 올린 원형봉토 고분이다. 아직 발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내부구조를 알 수는 없으나, 봉분이 거대한 점, 자연돌을 이용해 둘레돌을 두른 점 및 무열왕릉보다 높은 곳에 있는 점으로 보아 왕릉으로 추측한다. 안에는 나무로 된 네모난 방을 만들고 그 위와 주변에 돌무더기를 쌓은 돌무지덧널무덤 형식으로 추정할 수 있다.” 왕의 무덤과 신라인들이 ‘성스러운 어머니’로 추종했던 여성의 신화, 여기에 거대한 석불의 비밀스러움까지 깃든 서악마을은 그간 유물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지역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24년 3월 출간된 ‘서악마을 이야기’엔 이런 노력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담겨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선도산 아래 서악마을이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쏟은 15년간의 땀방울을 보여준다. 그랬기에 경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문화유산 주변의 경관과 마을을 대상으로 삼은 선도적 노력과 풍성한 활용 사례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간 서악마을은 삼층석탑 주변에 작약과 구절초를 심어 지역민과 관광객을 위한 축제를 열었고, 인근 서원과 서당에서 고택 체험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전통 문화와 현대 문화가 어우러지는 각종 행사도 다수 기획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신라 왕릉 여러 기가 선도산에 자리한 이유는 서남으로 뻗은 능선과 동서의 계곡 건너에 있는 능선 등을 종합해 볼 때 풍수지리 사상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이러한 풍수지리설에 더해 경주 서악마을을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었던 건 신라의 문화와 예술을 역사적 단절 없이 오늘에 이어가고 싶다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꽃피는 계절엔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고, 울울창창 나무들 푸른 여름엔 우리 땅의 건강함을 확인할 수 있으며, 눈 내리는 겨울이면 낭만과 서정 속에서 즐거이 서성일 수 있는 경주 서악마을. 이런 공간을 가졌다는 건 비단 경주 사람들만의 행운이 아닌 우리 모두의 즐거움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4-12-03

이차돈의 순교… 불교 공인으로 재탄생한 신라

“잘려진 목에서 하얀 피가 솟고, 처형되던 날 서라벌 하늘에선 꽃비가 쏟아졌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시절 이차돈의 순교. 이차돈이 불국정토(佛國淨土) 건설을 위해 쓰러진 그날 이후 신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불교왕국’으로 재탄생한다. 불교가 나라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종교가 된 것이다. 일찌감치 불교를 받아들인 고구려, 백제와 달리 신라의 불교 도입은 비교적 늦었다. 토속 신앙을 받드는 백성들이 많았고, 권력층 역시 부처가 설파한 도리가 자신들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하여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게 이유다. 하지만, 막상 불교가 국교 수준으로 숭배 받게 되자 신라는 빠른 속도로 대형 사찰을 건설하고, 절에서 생활하는 불자들을 귀하게 대접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간행한 책 등에 의하면 ‘신라는 불교 도입에 대한 반대가 심해 아도 화상(삼국시대 경북 일대에서 활동한 승려) 이후 100여 년이 지난 뒤 이차돈의 순교를 계기로 뒤늦게 국가가 불교를 공인’한다. 설명은 이렇게 이어진다. “공인 이후로 신라의 불교 신봉은 삼국 중에서 가장 열성적이었고, 불교를 국가 운영원리로 채택함으로써 강력한 중앙집권적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신라 불교의 전래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민승(民僧)이 들어와 공식 외교를 통하지 않고 포교를 한 것이 고구려·백제 불교와의 차이점이다.” ◆호국적 성격이 강했던 삼국시대 신라 불교 이차돈의 죽음이 촉발시킨 ‘불교의 국교화’ 이전에도 불교를 신라에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없지 않았다. 각종 고문헌과 전래 기록상에는 신라 제13대 미추왕 2년(263년)에 고구려의 승려 아도가 와서 불교를 전했다는 설, 19대 눌지왕 때 고구려 승려 묵호자가 불교를 선양했다는 설 등이 전해지고 있다. 삼국시대의 신라 불교는 나라와 왕실을 수호한다는 호국불교(護國佛敎)의 성격이 강했다. “진흥왕 이후 신라는 불교정신에 입각해 국민을 단합시켰다. 대표적인 사례로 팔관재회(八關齋會), 백고강좌(百高講座), 황룡사 9층탑 건립, 사천왕사(四天王寺) 건립 등이 있으며, 특히 화랑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세속오계(世俗五戒)는 불교정신으로 민족을 단합하고 국가를 지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위키백과’의 설명이 이 사실을 부연한다. 법흥왕 통치 시절 이차돈의 순교 이후 신라에선 금속, 목재, 석재로 만들어진 수천, 수만의 불상이 탄생한다. ‘숭배의 대상’을 형상화 하는 작업이었다. 왕을 포함한 신라의 지배층이 이런 작업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유사한 형태를 띠며 국가가 주도한 불교 프로젝트는 6세기 이후 신라가 멸망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지속됐다는 게 대다수 사학자들의 이견 없는 주장이다. 6세기에 조각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 또한 ‘불교 전파의 어려움-이차돈의 죽음-불교의 국가 공인-급속하게 진행된 거대 불사(佛事)-불교왕국으로 전이(轉移)된 신라’라는 공식 속에서 세워졌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 영남대학교 한국학과 이창국의 논문 ‘경주 선도산 아미타삼존상의 조성 시기와 조성 목적’은 선도산 아미타삼존상(마애여래삼존불)의 현재 모습을 서술하면서 시작된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삼존상은 현재 높이 5.81m의 아미타여래입상을 본존불로 하여 좌측에 현재 높이 4.53m의 관음 보살상, 우측에 현재 높이 4.56m의 대세지보살상이 있다. 이중 본존불은 자연 암벽인 안산암에 조각된 마애불이고, 좌우측의 협시보살상은 화강암으로 조각된 별도의 독립된 입상이다. 본존불의 얼굴은 현재 코의 일부와 입 및 턱을 제외한 상당 부분이 파손됐으며, 바닥에는 별석의 화강암 대좌가 있다.” 이창국의 논문은 불상의 미시적인 부분까지 세밀하게 관찰해 “본존불에는 표면 곳곳에 원형 구멍이 있는데, 실제 청동못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과 “좌우 협시상 조성 당시에는 머리부터 신체, 대좌와 발을 조각한 두 부분으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이 만들어진 시기는 대략적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몇몇 역사학자들은 무열왕 통치 기간에 깎아 세웠을 것이라 유추하고, 또 다른 사학자들은 무열왕의 아들인 문무왕 김법민 재위 시절에 조성된 게 아닌가라고 짐작한다. 세 개의 불상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이제 세상에 남아있지 않으니, 어떤 추론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을 만든 거대 불사는 당시의 신라사회 분위기로 봤을 때 ‘호국(護國)’이라는 목적의식에 아래에서 이뤄졌음이 분명할 듯하다. 이를 염두에 둔 것일까. ‘경주 선도산 아미타삼존상의 조성 시기와 조성 목적’ 역시 논문의 맺음말을 아래처럼 끝내고 있다. “(마애여래삼존불은) 신라의 삼국통일 전쟁 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고, 전쟁의 참가자뿐만 아니라 남겨진 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전쟁에 대한 의지를 결집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조성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이로 인해 문무왕은 민심 이반에 대처하고 왕권의 안정화를 추구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계속) 선도산 성모, 혹은 서술산 성모 2000년도 더 된 까마득한 옛날이다. 기원전 57년. 현재의 경주를 포함한 영남 일대에 하나의 고대왕국이 형성된다. 훗날 백제와 고구려를 병합해 삼한을 통합하고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사라진 935년까지 ‘황금의 제국’ 또는, ‘빛나는 불교왕국’으로 한국사에 이름을 남긴 신라. 그 신라의 첫 번째 왕으로 기록된 이는 박혁거세. 알에서 태어났다는 난생설화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박혁거세와 때놓을 수 없는 ‘설화 속 인물’이 바로 선도산 성모다. ‘삼국사기’ 등 신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들에 의하면 선도산 성모는 선도성모(仙桃聖母), 서술성모(西述聖母) 등으로도 불렸다. 한국 신화에서는 선도산의 성모로, ‘삼국유사’에선 신라의 시조 혁거세 거서간(=박혁거세)의 생모로 지목된 여성. 사소부인(娑蘇夫人), 서술산 성모 역시 선도산 성모를 칭한 다른 이름으로 추측된다.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윤혜신의 논문 ‘서술산 여신 신화와 선도산 여신 신화의 서사 윤곽과 구비문학적 면모’는 이 여성의 삶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다. 아래 그 내용을 인용한다. “서술산에 여신이 있었다. 서술산 여신은 솔개를 따라 산에 이르렀고 이곳을 집으로 삼았다. 서술산 여신이 박혁거세를 낳았다. 서술산 여신이 계룡으로 현신하여 알영을 낳았다. 선녀들에게 비단을 짜게 해 붉은색으로 물들여 조복을 만들었다. 그걸 남편에게 주니 나라 사람들이 이로 인해 신이한 영험을 알았다. 서술산 여신은 나라를 지켰고, 신령한 이적(異跡·신비롭고 기이한 일)을 많이 행했다. 서술산 여신은 나라가 생긴 이래로 나랏제사를 받았다. 제54대 경명왕의 매를 여신이 찾아주었다. 서술산 여신은 안흥사의 불전을 수리하도록 도왔다.…(후략)” 자그마치 1000년 가까이 지속되며 사회시스템·문화양식·예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뒤를 이은 고려왕조와 조선왕조에 영향을 미친 신라였기에 그 시작에 관한 궁금증과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노력이 오랜 시간 지속됐다. 오늘날도 관련된 연구서와 학술논문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과정 가운데 앞서 말한 윤혜신의 논문은 선도산 성모를 ‘성스러운 처녀’로 설명한다. 이런 대목이다. “고대의 여신에게 처녀성이라는 용어는 생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자질, 주관적 상태, 심리적인 태도에 관련돼 있는 정신적 자질로 남성과 독립적으로 자기 자신을 유지한다. 남성에 의존적이지 않은 자기 자신의 질서를 유지하는 여신은 남성 위주의 질서로 재편되기 전의 사회에서 발견된다.” 몇몇 사람들은 ‘박혁거세는 알에서 나왔다는데, 그렇다면 선도산 성모가 알을 낳은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진다. 거기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선도산 성모의 이야기는 사실의 잣대가 아닌 고대 설화의 특성인 상징과 은유를 바탕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4-12-01

‘리왕조 인연’ 봉화군-베트남 우호교류 협력 새 지평

봉화군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K-베트남밸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베트남과의 교류를 확대한다. 봉화군은 최근 베트남 다낭시 화방군을 상호방문하며 교류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다진바 있다. 베트남 북부(하노이)에서 시작한 봉화군-베트남 교류는 중부지역(다낭시)으로 확장됐고 앞으로 베트남 남부지역까지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은 봉화군이 추진하고 있는 K-베트남 밸리 사업을 국가 대 국가 사업으로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베트남 화방군 대표단 봉화 방문 봉화군은 지난 27일 베트남 다낭시 화방군 대표단이 봉화군을 방문해 두 지역 간의 우호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이는 지난 8월과 11월 봉화군 대표단이 화방군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으로 이뤄진 것으로 두 지역 간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보여주는 뜻깊은 행사로 평가된다. 화방군 도반훙 당 서기를 비롯한 대표단은 처음으로 봉화군을 직접 방문해 봉화군의 대표적인 역사적 유산인 충효당을 관람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봉화의 전통 음식을 경험하며 지역의 매력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환영 인사에서 “화방군 지도부와의 재회가 매우 기쁘고 뜻깊다”며 “지난 화방군 방문 당시 따뜻한 환대와 세심한 배려를 잊지 못하고 있다. 두 지역이 함께 체결한 우호 교류 의향서와 계절근로자 협약을 기반으로 농업, 관광,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이뤄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월 봉화군이 화방군을 방문한 때에는 상호 우호 교류 의향서를 체결하고 계절근로자 교류 협약식을 했다. 상호 우호교류 의향서에는 문화,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발전과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것을 명시했다. 특히 계절근로자 교류 협약을 통해 화방군이 봉화군으로 계절근로자를 파견해 농촌 지역의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두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봉화군 봉성면에는 베트남 왕족으로 화산 이씨의 시조인 이용상의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살고 있다. 이곳에는 이용상의 13세손인 이장발(1574~92)의 충효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충효당이 있다. 이장발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19세의 어린 나이로 전장에 달려가 문경새재에서 혈전에서 전사했다. 봉화군은 화산 이씨의 집성촌인 베트남 마을에 ‘K-베트남밸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다낭시로 교류 확대 봉화군은 올해 베트남 북부에 치우쳐진 교류·협력 활동을 중부로 넓혀가고 있다. 지난 11월 7일에서 11일까지 봉화군 베트남교류협력 추진단이 베트남 다낭시를 방문해 큰 성과를 거뒀다. 주 다낭 대한민국 총영사관을 방문해 강부성 총영사관에게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의 설명과 지원을 요청해 화답을 받았다. 특히 주 다낭 총영사관에서는 향후 다낭시 및 직속 기관과의 인적교류를 위한 원활한 비자 발급을 약속했다. 또한 다낭시의 듀이탄대학교 개교 30주년 및 국가대학교로의 승격 축하 행사에 초청받아 봉화군과 베트남 리왕조의 역사적 연원을 설명하고 듀이탄대학교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했다. 향후 K-베트남 밸리 조성에 있어서 듀이탄대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봉화군 국제 자매도시이자 베트남 리왕조의 고향 뜨선시 인사이동에 따른 신임 당서기장과 인민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나 두 도시의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고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의 실질적 참여방안도 논의했다. 신임 당서기장인 루딘특(Luu Dinh Thuc)은 박닌성 사무국장으로 근무했을 때부터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사업의 성공을 위해 꾸준히 상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봉화군이 주최하고 경북연구원 및 하노이대학교가 주관한 K-베트남 밸리 발전 글로벌 포럼에도 참석해 하노이대학교 학생들에게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그에 따른 주제발표 및 토론을 이어갔다. 포럼에 참석한 하노이대학교 학생들은 베트남 리왕조와 봉화군의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며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참여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봉화군수(박현국)가 주한 베트남 국가 관광청이 주관한 ‘한국-베트남 관광 활성화 및 문화 협력 포럼’에서 봉화군 역점추진사업인 K-베트남 밸리 조성에 대해 설명하고 처음 한국을 방문한 팜민찡 베트남 총리 앞에서 K-베트남 밸리 충효공원 내 리태조 동상 설치를 베트남 정부에서 제작·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6월에는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과 부호 주한베트남대사가 봉성면 창평리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 대상지에서 진행한 ‘베트남 리왕조 유적지 충효당 방문행사’에 참석해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을 높이 평가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11-28

은행나무처럼 깊이 뿌리 내린 흔들리지 않는 충절과 신념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한 선량들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 외침은 산 메아리로 허공을 맴돌며 패거리 문화를 양산할 뿐 아무런 감동이 없다. 국가나 국민보다 개인적으로나 자신의 이익과 당리당략에 치우친 논리 개발로 궤변을 늘어놓고 우격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삿대질하며 남 탓을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그들은 알고 하는지 모르고 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는 국내외 정세를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의견을 하나로 모우고 뭉치기는커녕 서로 자기주장만 되풀이하고 파벌과 분열의 씨앗을 키울 뿐이다. 이럴 때 충절과 신념의 표상이 된 포은 정몽주 선생이 더욱 그립다. 가을빛이 완연한 영천의 임고서원. 그 입구에 이르면 은은하게 노랗게 물든 잎사귀들이 반기는 500년 된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다. 은행나무는 키 30m, 가슴둘레 5.95m, 앉은자리 폭 22m에 달한다. 거인의 임고서원 은행나무는 그 자체로 오랜 세월과 굳건한 신념을 상징한다. 무수한 계절을 지나오며 바람과 비를 견뎌낸 그 자태는 흡사 살아 숨 쉬며 말 없는 교훈을 속삭이는 것만 같다. 나무 곁에 서면 은행나무의 물음이 들려온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이 물음은 이 고장 출신 포은 정몽주 선생을 아는가? 라는 물음으로 들린다. 임고서원은 포은 정몽주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그는 고려 왕조에 대한 충절을 끝까지 지킨 충신으로, 신념을 지키기 위해 생애를 걸었던 역사적 인물이다. 고려가 흔들리던 시절, 그는 굳은 신념으로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었다. 조선 건국이라는 새로운 물결 속에서도 그의 충성심은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은행나무로 변신하였다. 그의 길은 외롭고도 험난했으며, 마침내 그 길의 끝에서 그는 최후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의 충절은 후대에 빛나는 유산으로 남았다. 임고서원은 그가 남긴 정신을 후세에 전하고자 세워진 공간이다. 그리고 이곳을 지켜온 은행나무는 그의 이야기를 말없이 이어가고 있다.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는 황금빛으로 변하며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그 아래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포은 선생의 이야기를 되새긴다. 충절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선생의 시조 단심가(丹心歌)를 읊조려 본다. 단심가에서 드러나는 신념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는 단순한 충성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에 대한 고백이자 헌신이다. 이에 포은 선생 자당이 지은 ‘백로가(白鷺歌)’를 보면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울세라/청강에 좋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는 시조에서 보듯이 포은의 충절은 어머니로부터 배운 가정교육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그 어머니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은 단지 왕조에 충성한 것이 아니다. 그가 지킨 것은 바로 자신의 신념이었다. 그는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고려를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그에게 충절이란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었고, 그의 삶 그 자체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삶을 보며 진정한 충성이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은행나무처럼 깊이 뿌리를 내린 신념은 어떤 시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신념이 있기에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은행나무는 임진왜란 중에 부래산에 세워진 서원이 소실되면서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불길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서원 앞을 지키고 있다. 마치 충절의 상징처럼 굳건히 서 있는 나무는 가을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그 자태를 뽐낸다. 사람들은 은행나무 아래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무가 지닌 고귀한 가치를 마음에 새긴다. 이곳을 지키며 자라는 은행나무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역사’이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서 있는 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조상들이 물려준 정신의 상징이다. 그 정신은 바로 포은 정몽주 선생이 지킨 충절과 신념이다. 노랗게 물던 우람한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곱씹어본다. 마치 뿌리 깊이 내린 은행나무처럼, 우리가 세상 속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신념과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은행나무는 500년의 세월을 견디며 서 있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손길과 보호 덕분이었다. 공직에 있을 때 모셨던 이곳 출신 이남철 선배님은 여러 지역의 자치단체장을 역임하고 퇴직 후 포은 정몽주 선생의 숭모사업회장과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장을 역임했다. 임고서원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선생의 충효 정신을 늘 강조했다. 선생의 가르침과 함께 나무를 보호하며 그의 신념을 이어갔다. 충절과 신념이란 거창한 말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일상의 다짐임을 은행나무는 조용히 일러준다. 우리는 때로 흔들리기도 하고,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나무와 서원 앞에서는 삶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포은 정몽주 선생의 충절은 단지 왕조에 대한 충성뿐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에 대한 충성이었다. 그가 은행나무처럼 뿌리 깊이 신념을 내렸기에 오늘날까지도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세우고, 그 가치를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포은 선생을 대신하여 은행나무는 말없이 우리에게 전한다. 임고서원과 포은 정몽주 임고서원은 고려 말의 충신인 포은 정몽주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조선 명종 1553년에 경상북도 영천시의 부래산에 처음 창건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이후 선조 1603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 재건되었고, 여러 번 중건과 제사를 드리게 되었다. 서원은 고종 1871년 서원철폐령으로 폐지되었으나, 1965년에 복원되었다. 포은 정몽주 선생은 고려 충숙왕 1337년에 태어났으며, 일찍부터 학문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다양한 관직을 역임하며 고려 말기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국정을 바로잡고 외교에 큰 공을 세웠다. 특히 명나라와의 외교를 원만히 하고, 내부적으로는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등 고려의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조선 개국 세력과의 갈등 속에서 1392년에 이방원에 의해 피살당하여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의 죽음은 고려의 마지막 충신으로 여겨져 후세에 큰 영향을 남겼다. 선생의 비문에는 그의 출생, 학문적 업적, 정치적 기여, 그리고 그가 고려 말기 혼란 속에서도 충절을 지킨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의 행적을 기리는 동시에 후대 사람들이 그의 가르침과 충절을 본받기를 기원하는 문장들이 기록되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11-27

“설비 매뉴얼·도면·정리정돈… 조업 현장의 필수 수칙이죠”

“기술이 곧 희망입니다.” 포항제철소 제선설비부 에너지정비섹션에 근무 중인 이정한(61) 포항시 최고장인. 그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평생을 기술 발전에 헌신해 왔다. 이정한 최고장인은 동력설비와 제철소 전체 유틸리티 공급을 담당하면서, 여러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의 노력과 열정은 포스코 내에서 일찌감치 인정받았고, 여러 특허와 제안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 장인의 인생 여정과 그의 철학,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도록 한다. - 전기를 전공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호롱불로 생활하던 초·중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전기를 접하게 되면서 놀랍고 신기한 모습을 보고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결심은 경북공업고등학교 전기과로 진학하게 만들었고, 이후 전기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데 큰 동기가 됐다. 고등학교 시절, 집안 형편상 대구에 전세방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대구에 사글세를 얻어 혼자서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생전 처음으로 혼자 생활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는 사글세 주인집 초등학교 아들 두 명을 과외를 해가며 생계를 이어갔다. 어머니는 저에게 어떻게든 열심히 공부해 집안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고 했고,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늘 학업에 열중했다. 그 결과 항상 1~3등을 유지할 수 있었다. - 포스코에서의 경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설비개선 및 프로젝트는. △포스코에서 제철소 고로 송풍 설비와 에너지설비의 정비 업무를 담당해 왔다. 에너지설비란 제철소 전체 전력, 부생가스, 스팀, 용수 등을 공급 및 감시하는 설비이다. 입사 후 신입사원을 막 벗어날 때쯤 발전설비 신설에 따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일본 나가사키 미쓰비시(주) 터어빈 제어 기술 연수를 받았다. 설비에 대한 능력을 키우고 선진 기술과 문화를 배워 좀 더 빠른 설비 시운전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때 배운 기술과 일본의 기술을 접목해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책으로 편철했다. 그 중에서도 1990년 대부분 일본 설비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설비를 프린터 로깅 인터페이스 장치 개발로 국산화 시켜 원가 절감과 대일 무역 역조방지에 큰 성과를 이루었다. 제철소 고로에 Air를 공급하는 송풍 설비가 일본 설비로 조업하고 있을 때였다. 노후 열화로 교체 추진 중 같은 일본 메이커로 교체하자는 의견이 다수 있었지만, 독일 설비로 개조 교체해 성능 향상과 운전 중 전력이 절감되는 성과를 이루어서 가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송풍 설비 메탈 베어링의 오일 리크 문제점을 여러 시행 착오 끝에 완벽하게 개선했다. - 이러한 기술을 특허 노하우에 등록해 기계장치 설비개선에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제철소 송풍 설비 문제점으로 조업 불가능한 답답한 환경에서 솔루션 아이디어를 제공해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조기에 설비를 복구했다. 이와 같은 내용을 광양 제철소, 울산 SK공장, 울산 효성 공장에 기술지도를 하기도 했다. 제철소 송풍 설비 기동장치 독일 연수를 통해 기술을 습득해, 외국 기술자만 시운전 하던 것을 자체 기술력만으로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은 신규 설비에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교체 성공한 설비에 대한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SIEMEN와 공동으로 유튜브로 제작해 홍보하기도 했다. 이 같이 제철소의 다양한 에너지설비의 신설과 개조, 개선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한 것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현재는 제철소 가스, 발전, 전력, 용수설비 기술지원과 문제점에 대한 검토 그리고 안전하게 작업하는 방법으로 위험성 평가, 잠재위험 발굴 후 문제점에 대한 대책수립등을 하고 있다. 제철소 핵심 설비 정비와 문제점 개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나의 노력과 열정을 인정받아 특허 우수상, 우수 제안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설비 매뉴얼과 도면, 현장 정리정돈이다. 설비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도면을 정독한 후에 접근을 해야 한다. 도면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비하는 것은 실이 없는 상태에서 바느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전기담당자라면 100%의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전기 작업을 수행하지 않아야 한다. 즉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전기도면을 숙지한 후에 작업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비업무를 수행해 오면서 느낀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문제점이 발생돼 설비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꼭 도면을 보고 내용 확인 후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에 나가서 설비를 보면서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나가면 쉽게 설비복구가 가능했다. 지금도 습관이 돼 이렇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래야 안정된 설비운전이 가능하고 현장에서 단 한 건의 실수도 없으며 안전사고 발생 없이 작업수행이 가능하다. 불필요한 낭비 발생도 방지할 수 있는 일거양득이다. 설비 대·중수리를 실시하는 경우 수많은 부품들을 교체하고 수리함에 있어서 사전에 충분한 도면 검토와 현장 확인이 되지 않고는 절대로 설비의 품질과 안전한 작업을 장담할 수가 없다. - 포항시 최고장인으로서 후배 숙련기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배운 기술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많이 전수해 주고 욕심을 내기 보다는 베풀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인생은 결코 길지 않다. 전문기술과 지식 그리고 노하우는 기회가 있을 때 배워야 한다. 어느 회사에 입사하든지 신입사원때 배운 지식이 평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본인이 맡고 있는 설비나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자연스럽게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해 나간다면 언젠가 최고의 기술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늘 책과 함께 있어야 하며 부족함이 없도록 숙지하고 배워야 한다. 지금의 시대는 초스피드 시대이다. 지금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도태되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다. 힘들고 피곤하고 어렵다고 하지 말고, 항상 노력하고 정진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 인생 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도전 정신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고 방식과 최선을 다 해보자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해보지도 않고 노력도 하지도 않고 안된다는 말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물론 안될 수 있겠지만 먼저 최선을 다해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후배사원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전수해주고 안전하게 작업하는 방법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작업하는 방안을 공감하도록 하겠다. 기회가 된다면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베풀고 살고 싶다. 욕심은 끝이 없겠지만 포항시 최고 장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인생 비전 3가지가 있다. 첫째, 우리나라 문화와 전통을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는 역사 해설가 되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부분을 세계 널리 알려주면서 우수하고 부지런한 국민이라는 것을 인식해 주고 싶다. 둘째,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책임감 있게 일하며 누구에게나 부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셋째, 내가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 앞으로의 목표는. △포항시 최고장인으로 선정된 후에도 기술 전수와 멘토링을 통해 후배들의 직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하우를 전수하고 제철소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선봉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자격시험 실기 감독과 기업의 생산성과 안정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술이 곧 희망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최고의 기술을 습득하고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포항시와 포스코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경주시 천북면에 소재한 아동복지시설 대자원에서의 나눔의 실천 봉사활동과 대한적십자사 후원활동을 지속하며 따스함을 세상에 나누고자 한다. 포항제철소 제선설비부 에너지정비섹션  이정한 포항시 최고장인은… △경북공업고등학교 졸업(1981년) △포항전문대학 졸업(1988년) △포항시 최고장인(2022년) △포항제철소 제안 협의회 회장(2022년) △한국해양안전협회 포항시장 표창(2023년) △한국산업인력공단 감독위원(2024년)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11-27

왕릉 굽어보는 부처… 서방정토 꿈꾸던 신라인들의 성지

40대 초반 시절이다. 보름쯤 이란을 여행했다. 지금처럼 이스라엘과 군사적으로 극단적 대립을 하던 시기가 아니었기에 마음만 먹는다면 한국인도 ‘이슬람 공화국’ 이란을 돌아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조로아스터교의 성지(城地)로 불리는 야즈드(Yazd)는 이란 중부에 자리한 사막도시다. 사흘을 거기 머물며 적지 않은 이란 사람들과 만났고, 하루는 시간을 내서 석조건물과 꺼지지 않는 불을 보존한 조로아스터교의 발상지란 곳을 찾아갔다. 기원전 2000년경에 생겨난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는 자라투스트라(Zarathustra)다. 이란 동부 지역을 활동 근거지로 삼았던 그는 이미지와 상징으로의 ‘불’을 숭상했다. 이 종교를 배화교(拜火敎·신격화된 불을 숭배하는 신앙)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지금의 이란은 이슬람교를 축으로 하는 신정일치국가에 가깝다. 그렇기에 한때 페르시아를 상징하기도 했던 조로아스터교의 위세가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특정 종교의 성지로서 가지는 무게감은 여전해 보였다. ‘성지’란 종교적으로 성스러운 지역을 뜻한다.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사전적 의미 파악을 위해 자료를 찾아보면 이런 서술을 발견할 수 있다. “주로 종교의 발상지나 종교사에서 중요한 일이 일어난 장소를 성지로 지정한다. 해당 교단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민간에서 전승되는 경우도 있다. 다수의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성지로 여기는 곳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예루살렘이다. 그곳은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등 3가지 유력종교의 성지다. 사실 유대교의 성지는 대부분 기독교나 이슬람교에서도 성지로 인정된다.” ◆ 신라인들이 ‘성지’라 여겼던 지역은… 이란의 야즈드가 조로아스터교의 성지고, 예루살렘이 유대교를 포함한 3개 종교의 성지라면 경주 서악과 선도산 일대는 ‘신라 불교의 성지’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불교가 국교의 위치로 격상됐던 법흥왕 이후 신라의 지배자들은 나라를 서방정토(西方淨土·부처가 다스리는 불화 없는 땅)로 만들고자 했다. 어떤 왕도 예외가 없었다. 삼국통일의 기틀을 세운 무열왕의 명령에 의해 세워졌을 것으로 보이는 마애여래삼존불과 불교신앙의 수호자로 역할했던 신라 왕들의 무덤 다수가 서악과 선도산에 있다. 거기에 더해 그곳엔 신라의 최초 통치자 박혁거세의 어머니로 불리는 선도산 성모의 설화까지 떠돈다. 동국대학교 사학과 최연식 교수의 논문 ‘선도산의 신성함을 바라보는 세 가지 입장’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성지로서의 선도산에 관한 요약 설명이다. “경주 서쪽의 선도산은 경주평야 입구의 중요한 지역으로 신라시대뿐 아니라 이후에도 경주의 서악(西岳)으로 크게 중시되었다. 이곳에는 법흥왕과 진흥왕, 진지왕, 무열왕이 묻힌 것으로 알려진 왕릉들을 비롯해 다수의 상층 귀족들의 고분이 만들어졌고, 산 정상 근처에는 대형 아미타 삼존불상이 왕릉을 바라보고 서 있다.” 기자는 종교를 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악과 선도산을 찾을 때면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어떤 묘한 기운에 휩싸이곤 했다. 아마도 짧지 않은 시간 그 일대에 관한 연구서와 관련 논문들을 눈여겨 읽었던 탓이었을 게다. 때론 보잘것없는 지식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는 법이니까. ‘모종의 기운’과 ‘상상력’은 앞서 언급한 이란의 사막도시 야즈드를 여행했던 당시에도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시나고그(synagogue)’로 불리는 유대교 회당과 조로아스터교 사원, 이슬람 사원 모두가 비교적 원형을 갖춘 채 남아있었고, 흙으로 지어진 전통 페르시아 가옥들도 보존돼 있는 지극히 ‘성지스러운 풍경’ 속에서 지냈던 까닭이었다. 경주 서악과 이란 야즈드가 마찬가지다. 두 지역은 사람들에게 고고학적 상상력을 펼치게 하고, 종교가 가진 엄숙함을 체험하게 해준다. ◆ 고려시대에도 신성함을 인정받았던 곳 앞에서 말한 논문 ‘선도산의 신성함을 바라보는 세 가지 입장’ 역시 선도산이 비단 신라시대만이 아니라, 왕조가 바뀐 고려 때도 그 존엄성을 인정받은 지역이라고 쓰고 있다. 이런 서술이다. “‘삼국유사’에는 신라의 시조를 낳은 존재이자 유력한 산신이라고 하는 선도산 성모에 관한 전승(傳承·문화, 풍속, 제도 등을 이어받아 계승함)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유물과 유적, 전승 등은 선도산이 신라시대 이래 경주의 주요한 신앙적 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고려시대에는 동쪽 입구의 토함산과 함께 경주를 수호하는 양대 신성(神聖)으로 중요하게 제사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후략)” 신라 태동기의 경주 서악을 떠올려본다. ‘성스러운 어머니’로 불리는 여성이 신이(神異)한 술법을 행하고, 신령스런 기운을 간직한 구름이 산을 에워싼 풍경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6~7세기엔 바로 거기서 마애여래삼존불을 깎아 세우는 거대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생명을 다한 왕들이 극락정토(極樂淨土)로 갈 것임을 믿으며 고단한 몸을 눕혔다. 이런 곳이 성지가 아니면 어디가 성지겠는가? (계속) ‘서악’에 누운 신라의 왕들 얼핏 봐도 필부필부(匹夫匹婦)의 무덤은 아님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다소 과장하면 작은 산처럼 솟은 거대한 봉분의 크기가 그렇고, 깔끔하게 단장된 묘역 풍광이 그러하다. 게다가 핏줄로 연결된 이들의 유택(幽宅)임을 증명하듯 줄지어 자리했다. 사람들이 ‘서악동 고분군’이라 칭하는 신라시대 무덤들은 왕이나 최고 권력자의 능(陵)으로 추정된다. 여러 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이것들은 선도산 정상 부근에 꼿꼿이 서서 1400년 세월을 이겨낸 마애여래삼존불, ‘신라’라는 고대국가를 태동시킨 선도산 성모의 전설과 함께 경주 서악(선도산 일대)을 ‘참으로 서악답게’ 보이게 하는 중요한 유적이다.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신라는 6세기 이전까지는 경주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대릉원 등에 왕의 묘역을 조성했다. 이후 6세기에 접어들면서는 왕릉이 서악 일대에 축조되는 경우가 흔했다고 한다. 서악동 고분군은 신라 중고기 왕들의 묘역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1963년 8월 29일 사적 제142호로 지정됐고, 지정 당시 ‘서악리 고분군’으로 불리던 것이 2011년에 서악동 고분군으로 명칭 변경됐다. 지난여름부터 가을이 깊어져 찬바람이 부는 11월 중순까지 여러 차례 서악동과 선도산을 찾았다. 취재를 위해서였다. 방문이 거듭될수록 그곳 고분에 묻힌 이들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다를 뿐, 1400여 년 전 신라의 왕들이나 기자나 결국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유한하고 미미한 존재라는 깨달음이 새삼스러웠다. 그런 날은 무덤 사이를 거니는 산책 시간이 길어지곤 했다. 그렇다면 서악동 고분군엔 누가 묻혀 있을까? 어떤 이들이 영욕(榮辱)이 반복되는 지상에서의 짧은 생애를 마치고 깨어날 수 없는 영원한 잠에 들어있을까. 이 의문에 ‘나무위키’가 답을 들려줬다. “역사고고학적으로는 무열왕을 비롯해 진흥왕, 진지왕, 문성왕, 헌안왕 등의 무덤으로 서악동이 거론된다.…(중략) 조선시대에 비정돼 현재 사적으로 지정된 진흥왕릉과 진지왕릉이 실제 진흥왕과 진지왕의 능이 아니라 서악동 고분군의 대형분이 진흥왕릉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왜 나왔을까? 거기엔 이유가 있다. 진흥왕은 신라의 전성기를 이끈 이름 높은 통치자다. 그런데, 서악동 고분군에서 진흥왕릉으로 지목된 능은 그 규모와 주변 장식이 작고 소박하다. 그런 이유로 “남긴 업적과 위상에 맞지 않게 너무나 초라한 무덤”이라는 의구심이 떠돌았고, 실제 진흥왕의 유택은 봉분의 크기가 비교적 큰 고분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논란이 있었던 것. 하지만, 이러한 논란과는 무관하게 선도산 아래 너른 평지에 만들어져 있는 서악동 고분군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엄정한 진리를 인간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또 다른 선도산의 보물’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4-11-26

웅녀·유화·허황후… 그녀들의 신비한 역할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 생존해있고, 사진이라는 구체화된 증거가 남는 시대의 역사는 왜곡될 가능성이 낮고, 미루어 추측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오래된 문헌과 낡은 고서(古書)에 짤막하고 은유적으로 남은 기록을 찾아내고 연구해 그 비밀을 푸는 행위다. 자료가 피상적이고 부족하면 실체를 밝히는 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고대국가의 태동과 그것에 얽힌 각종 설화나 전설을 들여다보면 ‘아득하다’는 느낌 앞에 서게 된다. 사학자건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건 마찬가지다. “건국신화는 초현실적·초자연적인 내용을 전함과 동시에 국가의 창업이라는 역사적 사건도 포함하고 있다. 한국 고대 건국신화 역시 신화적 요소와 역사적 요소가 있다”고 말한 건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채미하 강사다. 채 강사의 논문 ‘한국 고대 신모(神母)와 국가제의(國家祭儀)-유화와 선도산 신모를 중심으로’는 선도산 성모와 동일한 의미의 ‘선도산 신모’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고대국가의 ‘성모’는 누구였을까? 오랜 옛날 시작된 우리나라 고대국가의 역사 속 성모(=신모)가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죽음 이후엔 어떤 방식으로 추모됐는지를 추적하고 있는 채미하의 논문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한국 고대 각국의 건국신화에 나타나는 시조의 어머니와 시조의 비는 신모였다. 우선 시조의 어머니, 시조모로는 고조선 건국신화에 보이는 웅녀가 있다. 웅녀는 ‘삼국유사’에 따르면 곰이었으나 신의 아들 환웅에게 사람이 되기를 빌어 환웅의 시험을 통과한 후 사람이 되었고, 또 아이를 낳기를 간절히 원하여 인간으로 변한 환웅과의 결합을 통해 단군을 낳았다.” 채미하는 우리 땅 고대국가의 대표적인 신모로 고조선의 웅녀, 고구려의 유화, 백제의 소서노, 신라의 선도산 신모와 알영, 금관가야의 허왕후, 대가야의 정견모주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인물일까. ‘삼국사기’에 의하면 유화는 고구려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주몽의 어머니다. 아들이 나라를 세운 후에는 여신(女神)으로 추앙받았다고 한다. 보통의 경우 유화의 경우처럼 국가를 태동시킨 성모라면 사후에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허왕후는? “가야국 김수로왕의 비(妃)이자 김해 허씨의 시조다. 본래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로 배를 타고 가야에 와서 왕비가 됐다. 아들 10명을 낳았는데 2명에게 어머니의 성(姓)인 허(許)를 주었다고 한다”는 것이 ‘두산백과’의 설명. 유사한 맥락에서 이야기되는 정견모주는 또 어떤 관련 설화를 지니고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민족문화대백과’를 펼친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 서술된다. “정견모주(正見母主)는 최치원의 ‘석이정전(釋利貞傳)’에 등장하는 가야 산신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찬자가 인용한 ‘석이정전’ 즉, 승려 이정의 전기에 등장하는 것. ‘석이정전’은 신라 때 최치원이 지었다고 전한다. 해당 기록에 따르면 가야 산신인 정견모주가 천신 이비가에게 감응돼 대가야와 금관국의 왕을 낳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석순응전’ 즉, 승려 순응의 전기도 인용돼 있는데, 그에 따르면 대가야의 월광태자가 정견의 10대손이라고 한다.”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에 가까웠던 설화 속 성모들 앞서의 설명이나 인용처럼 고대국가의 태동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여성들은 거의 예외 없이 평범한 인간이 아닌 신(神)에 필적하는 능력과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유화의 경우 고구려와 백제계 왕들에 의해 부여신(神)으로 숭배받기도 했고, 허왕후는 일부 연구자들로부터 ‘가야에 불교를 전파한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한다.‘한국 고대 신모(神母)와 국가제의(國家祭儀)-유화와 선도산 신모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신모는 시조모와 시조비로 대별’된다. 둘 가운데 시조모는 천신과 혼인한 웅녀, 유화, 정견모주가 있다. 배우자 없이 아들을 낳은 선도산 성모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이 논문은 “시조비로는 알영과 허왕후가 있으며, 소서노는 시조모이자 시조비이기도 했다”고 쓴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건국신화를 보면 신모 중 시조모는 시조를 낳고 양육하고는 건국 이후에는 그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 신모가 한국 고대 건국신화에서 소외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유화는 시기에 따라 변화되는 고구려 건국신화에서 시비·시아하백녀하백녀 유화로 나오며, 그 성격도 수신적 성격뿐만 아니라 신모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선도산 신모 역시 6촌장 세력과 연합하면서 신모로 자리매김했고 신라 중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나라를 통치할 아들을 낳거나, 최고 권력자의 아내가 된 여성.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석이정전’ 속에는 고대국가의 태동과 형성에 관여한 그녀들의 신비스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의 비밀이 온전히 풀릴 날이 언제일지 궁금한 게 비단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계속) 신라 첫 임금 박혁거세와 선도산 성모 신라 사람들이 신성한 지역으로 인식했던 선도산 일대를 떠도는 설화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신라의 첫 번째 왕인 박혁거세의 어머니 성모(聖母)가 살았던 곳이 선도산’이란 게 아닐까. 박혁거세는 혁거세 거서간(赫居世 居西干)으로도 불린다. 무슨 뜻일까? ‘거서간’은 진한 시대의 명칭으로 왕이나 귀인을 부르는 칭호다. 이와 관련 일연의 ‘삼국유사’는 “혁거세 거서간이 백마가 낳은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였으나, 사소부인(娑蘇夫人)이 혁거세 거서간을 낳았다는 전설도 함께 전하고 있다”고 쓴다. 그렇기에 여기서 ‘사소부인’으로 지칭되는 사람을 ‘선도산 성모’로 보는 견해도 있다. 어쨌건 선도산 성모와 박혁거세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떤 삶을 살았으며, 죽음은 어떠했는지에 관해서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들은 구체적 증거가 없거나 부족한 ‘신화시대’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쨌건 두 사람이 어떤 방식이건 모종의 형태로 결부돼 이야기되고, 논의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고문헌에선 박혁거세의 출생이 어떻게 기록되고 있을까. ‘삼국유사’를 다시 펼쳐본다. 이런 서술이 등장한다. “혁거세는 사로국 6부 촌장들이 임금을 세우는 회의를 하던 중 하늘에서 내려온 백마가 낳은 알에서 출생했다. 기원전 69년 여섯 마을의 촌장들이 알천 언덕에 모여 ‘우리를 다스려 줄 임금이 없어 도무지 질서가 없다. 덕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 그를 임금으로 모시고 나라를 만들자’고 의논했다. 그때 알천 언덕에서 멀지 않은 양산(楊山) 기슭에 이상한 기운이 보였다. 촌장들이 나정(蘿井)이란 우물 곁에 가보니 하얀 말 한 마리가 엎드려 있다가 하늘로 날아갔다. 거기엔 자줏빛 알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는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설화를 요약해 정리한 것이다.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은 이 난생설화(卵生說話)와 더불어 신라의 첫 임금이 여성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함께 언급한다. “박혁거세는 사소부인에게서 출생했다는 설도 있다. 사소부인은 선도산 성모와 같은 여신이다. 사소부인의 출신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그녀가 정착하였다는 곳은 서형산(西兄山) 혹은, 선도산(仙桃山)이라 불리는 산이다.” 까마득한 2000여 년 전 고대왕국의 출발과 관련된 설화이니 현대의 시각과 인식에선 그저 허무맹랑한 풍문처럼 들릴 수도 있는 게 선도산 성모와 박혁거세 이야기다. 그러니, 연구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건 당연할 터. 하지만, 대부분의 고문헌이 기록하고 있는 박헉거세의 탄생설화는 “아기였지만 몸에서 광채가 나고, 그 아기를 본 짐승들이 몰려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고, 하늘과 땅이 울렁이며 태양과 달의 빛이 더욱 밝아졌다”는 등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이처럼 특별했던 아기, 즉 신라의 최초 통치자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을까? 선도산 성모가 낳았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을 들려줄 사람은 없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4-11-24

오염된 플라스틱에 형성된 해양 생태계… 결국엔 ‘우리 입’으로

“홍합이 해변으로 떠밀려온 플라스틱 부표와 페트병에 붙어 자라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결국 우리가 먹는 홍합도 이런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호미곶에서 해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해숙씨(61)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을 전했다. 정씨는 “바람이 많이 불거나 파도가 높게 치는 날이면, 해변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어마어마하게 밀려온다”며 “이게 다 어디서 왔을까 했는데, 중국 문자로 된 라벨이 붙어있는 페트병들이 해변에 널려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놀랐던 순간도 언급했다. 정씨는 “순창 고추장 통이 일본 해변에 떠다니는 걸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우리가 먹고 버린 것이 이렇게 먼 곳까지 가는구나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해변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10L짜리 쓰레기봉투 두 장을 들고 포항시 북구에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가 봤다. 화진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인사를 건넨 것은 파도에 떠밀려 해안을 구르는 생수병이었다. 해변을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주워 담다 보니 그 출처는 다양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중국과 일본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페트병들이었다.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봉투는 금세 플라스틱 쓰레기들로 가득 찼다. 다른 해수욕장은 어떨까. 월포 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그 답은 쉽게 나왔다. 거센 파도에 밀려온 해조류 사이로 숨어있는 페트병들, 찌그러진 막걸릿병, 그리고 쓸모를 잃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들이 해변의 일부가 된 듯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칠포해수욕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누군가 먹다 버린 고추장 통,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란 액체가 든 페트병, 푸바오가 그려진 플라스틱 모자 등 예상치 못한 다양한 쓰레기들이 발견됐다. 해수욕장 앞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씨(63)는 “파도에 떠밀려오는 쓰레기가 정말 많다. 가끔 해변 청소를 하러 여러 단체에서 오지만 그때뿐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제 해양환경단체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에 따르면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는 1억5000만t 이상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날 때마다 800만t이 추가된다. 이는 1분마다 쓰레기 수거차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리는 것과 같다.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일부는 대양을 순환하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며 쓰레기 섬(Garbage Patch)을 형성한다. 그중 가장 큰 것이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가 만든 쓰레기 섬 ‘거대 태평양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다.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1600㎞ 떨어져 있는 이 쓰레기 섬의 크기는 무려 160만㎢에 이른다. 한국 국토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과학자들은 7만9000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곳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플라스틱과 관련한 연구 2600여 개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해양 생물 297종 중 88종이 플라스틱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물에 몸이 걸리고, 낚싯바늘에 입이 얽히고, 배에는 먹이 대신 플라스틱 조각이 쌓이는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했다. 실제로 작년 8월 강원도 고성 해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폐사체 부검 결과 뱃속에서 비닐, 플라스틱 조각이 쏟아져 나왔다.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한 것이다. 발견된 폐사체 10마리 중 7마리 뱃속에서는 총 64점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 정회헌 해양환경공단 해양폐기물 관리센터 대리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하천·하구, 해양 레저 활동, 어업·양식 활동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며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망 훼손 및 어획물 오염을 일으켜 조업 시간이 지연되고,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훼손한다. 해안 경관 훼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불법 투기를 방지하며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사례 수거∼재활용, 신제품으로플라스틱 오염 막는 해양청소기술세계적 혁신기술·시스템으로 주목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네덜란드의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과 ‘그레이트 버블 베리어’(Great Bubble Barrier), 호주의 ‘씨빈 프로젝트’(Seabin Project)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단체는 각각 혁신적인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해양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동시에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덜란드 ‘오션 클린업’ ‘오션 클린업’은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네덜란드의 비영리 단체로, 특히 태평양에 형성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GPGP) 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3년에 도입된 ‘시스템 03’은 거대한 U자형 구조로 설계돼 있으며, 길이가 약 2.2km에 달해 한 번에 축구장 크기만큼의 해양 구역을 청소할 수 있다. 시스템 03의 가장 큰 장점은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수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중 카메라와 해양 동물 안전장치(MASH)를 통해 쓰레기 수거 과정에서 해양 생물이 그물에 갇히는 것을 방지하고, 필요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션 클린업은 수거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며, 해양으로 다시 유입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 ‘그레이트 버블 배리어’ 독일 출신 엔지니어 필립 에르호른이 2015년 호주 유학 중 폐수 여과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그레이트 버블 배리어’(The Great Bubble Barrier) 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강이나 바다의 운하 바깥쪽에서 강력한 공기를 내뿜어 거품장벽을 만들고 장벽에 막힌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시 운하 입구로 돌아오도록 설계됐다. 테스트 결과, 버블 배리어는 강으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86%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환경친화적 특성도 갖췄다. 거품으로 만들어진 장벽이기 때문에 어류와 선박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으며 물속 산소 농도를 증가시켜 수질 개선에도 기여한다. 현재 암스테르담의 운하에 설치된 시스템은 연간 약 42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며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강이나 운하를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차단해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 ‘씨빈’ ‘씨빈’(Seabin·바다 쓰레기통) 프로젝트는 호주의 두 서퍼, 앤드류 터튼(Andrew Turton)과 피트 세글린스키(Pete Ceglinski)에 의해 시작됐다. 이 두 서퍼는 항구와 마리나에서 해양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수거할 수 있는 장치인 씨빈을 개발했다. 씨빈은 간단한 설치와 유지보수로 다양한 해양 환경에서 널리 사용될 수 있는 장치로, 현재 전 세계 860곳 이상의 항구에 설치돼 있다. 씨빈은 전기 구동식으로 하루 24시간 운영되며 물을 끌어당겨 부유 쓰레기, 미세 플라스틱, 기름 찌꺼기 등을 빨아들인다. 이 장치는 하루 약 3t, 지난 6년간 총 약 2000t 이상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다. 씨빈 프로젝트의 장점은 간편한 설치와 유지보수, 그리고 해양 쓰레기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수거된 쓰레기는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다. 씨빈 프로젝트는 기술적 솔루션뿐만 아니라,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교육적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해양 관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11-24

의소세자 태를 묻은 ‘태실’, 소의 여물통 닮아 ‘쇠죽골’

‘곱작골, 질바들…’ 지난 2018년 6월 27일 본지 10면에 소개된 영주지역 옛지명이다. 들으면 정겨운 마을이름 속 켜켜한 역사의 의미란 제목으로 영주시의 지명 유래를 게제했었다. 지명유래는 그 자체가 역사이다. 영주시에는 다양한 지명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있다, 지명은 역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이자 숨겨진 비밀을 찾는 작업이다. 영주지역 역사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을 다시 한번 짚어보기 위해 영주 속 지명 이야기를 이어간다. □ 영주동 지역 △ 수용소골 제일교회 옆 왼쪽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철탄아파트가 나온다. 이곳이 수용소골이다. 일본의 침략으로 고향을 떠나 만주와 중국으로 이주해 살다가 1945년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이주민을 수용하고자 5평 정도 규모의 주거지를 마련해 살던 곳으로 수용소골이라 불렀다. △ 염매시장 기독병원 뒷골목이 염매시장이다. 원래는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이라 해 염매시장(廉賣市場)이라 했지만 이곳에 영주역이 들어서면서 다방, 여관, 술집 등이 생기면서 요염한 여자들이 모여들며 요염할 염(艶), 팔매(賣)자를 써 염매시장의 뜻이 바뀌게 됐다. 현재는 재래시장으로 남아 있다. △ 부용대(芙蓉臺) 고청산 남록 커다란 바위 주변을 부용대라 한다. 영광중학교 왼쪽 길을 따라 서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태호목공소라는 건물이 바위위에 지어져 있다. 옛날 서천이 이곳으로 흘렀는데 맑은 물과 버드나무 숲이 절경을 이루어 퇴계 선생이 부용대라 이름 지었다. △ 쪽박소 시가지 인근 봉송대 암벽 아래 옛날 서천이 흐를 당시 물길에 의해 소용돌이치는 소가 있었다. 이를 쪽박소라 불렀다. 주변의 경관이 아름다워 주민들이 목욕과 낚시 뱃놀이를 했다 전해진다. 이 쪽박소 위 암벽에 신재 주세붕(周世鵬)과 소고 박승임(朴承任)의 시를 새겨 놓았는데 지금은 메워지고 주택들로 가려져 잘보이지 않는다. □ 가흥동 지역 △ 태봉(胎封) 귀내마을 동편골 숲속에 있는 괴정(槐亭)이라는 작은 정자 동편의 봉우리를 태봉이라 한다. 조선조 왕세손의 태(胎)를 봉안한 곳이라해 태실(胎室)이라 불리다가 태봉(胎封) 혹은 태봉(胎峰)으로 부르게 됐다. 2008년 향토사학자들에 의해 태실이 확인됐다. 이 태실은 영조의 장손이자 사도세자의 적장자며 헌경왕후의 소생으로 이름은 정(琔)이고, 시호는 의소(懿昭)이며 정조의 친형이다. △ 한절마(大寺洞) 현 강변아파트 인근이 한절마다. 신라시대 때 조성된 큰 절이 있었다 해 한절마로 불렸다. 1961년 영주 대 수해 이전까지는 영주세무서와 마을까지 이어지는 큰 마을이었다. 또, 광승마을에 살던 김광헌이란 선비가 수해로 마을이 물에 잠기자 서천 물가 한적한 곳에 이주해 살았다고해 한저(閒渚)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 애고개(阿也峴) 영주군지에 의하면 작은 언덕 고개라 해 언덕 아, 이끼 야, 고개 현자를 써 아야현이라 불렸지만 우리말 발음으로는 애고개 또는 애얏고개라 부르게 됐다. 이 고개는 어린 아이에 대한 슬픈 사연이 있어 애고개라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상망동(上望洞)-하망동(下望洞) 지역 △ 갱변마 현 삼일주유소 앞에서 코아루아파트로 가는 골목주변 마을로 갱변마라 불렀다. 철탄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보름골 및 단운마을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이 이곳에서 합류돼 강변 모래밭을 이루었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 진펄리골 큰 단운 마을 입구에서 왼편 농로를 따라 영동선 철길 옆을 지나 약 1㎞쯤 가면 진펄리골이 나온다. 옛날 이곳은 가뭄이 심해 모내기를 할 수 없어 질펀하게 많다는 뜻으로 진펄리골이라 했는데 이후 물이 많아져 농사를 잘 짓게 됐다는 구전이 내려오고 있다. △ 쇠지골 원당로를 따라 봉화방향으로 가다보면 봉화 삼거리 오른편 철길 건널목 너머 마을이 쇠지골이다. 옛날 옥천 전씨들이 터전을 이루어 살면서 마을이 형성되고 마치 소의 여물통과 닮았다해 쇠죽골이라 불렸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쇠지골로 변화하고 쇠지골을 서자곡(書子谷)으로 부르기도했다. △ 원댕(元塘)이 영동선 철길 옆 하망동행정복지센터가 소재한 마을이다. 이 인근 지역을 원댕이라 불렀다. 조선 명종때 고령 박대령(朴大齡)이란 사람이 처음 터전을 이루고 살 때 마을 뒤편에 있는 큰 절 마당에 원당지(元塘池)라는 못이 있었다고 해 마을 이름을 원당이라 불렀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원댕이가 됐다. □ 휴천동 지역 △ 말무덤골 영주파머스마켓에서 봉화통로를 잇는 우회도로를 가다 오른쪽을 보면 유전사란 절이 있는 골짜기가 있다. 이곳이 말무덤골이라 불리는 원리 공동묘지가 있는 곳이다. 옛날 이곳에 고을 관내에서 병으로 죽은 말과 소를 묻던 곳이라 해 말무덤골이라 했다. △ 술바우(酒岩) 휴천동 선영여고로 가는길 좌측 산기슭의 바위를 술바우라 한다. 10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예안으로 통하는 길목이어서 주막촌이 형성 됐다고 한다. 옛날 이 바위에는 불상이 새겨져 있었다고 전해지나 현재는 흔적을 찾을수 없다. 옆에는 군수 조영화(趙永和)와 군수 정동기(鄭東箕)의 선정비가 새겨져 있다. △ 둘구비(二曲) 전단마을 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노인회관이 있는 작은마을이 있다. 이 마을을 둘구비라 한다. 약 300년전 강릉 유씨 일족이 터전을 잡아 살았다. 이 마을을 굽이치는 곳에 명당터가 있다고 하였는데 고령 박씨 묘터라고 한다. 두 굽이의 명당터를 둘-굽이라 불렀는데 연철이 되어 둘구비라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 풍기읍 △ 달밭골(月田) 비로사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산 비탈면에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이 달밭골이다. 높은 곳에 위치해 보름달을 훤하게 볼수 있다 해 달밭골로 불리게 됐다는 설과 달밭은 옛 한글로 다락 밭, 산전을 뜻하는 말로 산중에 밭을 일구고 사는 마을이란 의미도 있다. △ 잿밭(災田), 잣밭(栢田) 풍기 금계중학교와 인근한 작은 마을로 잿밭이라 부른다. 원래는 낮은 밭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도선비기(道詵秘記)의 옥룡자금계도(玉龍子金鷄圖)에 따르면 이곳을 재밭(災田)이라 불렀는데 발음과 의미가 변하고 마을 주변 기슭에 잣나무가 많다해 잣밭(栢田)이라 부르고 있다. △ 희여골(白洞) 억새풀이 우거져 가을이면 희게 보인다 해 백동, 희여골로 불리고 있다. 약 500여년전 창원 황씨들이 이주해 집성촌을 이루고 살던 지역으로 생거백동(生居白洞), 사거묵동(死居墨洞)이라 해 살아서는 풍기 묵동에 죽어서는 순흥 묵동에 묻혀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