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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세월의 손길이 빚어낸 예술작품이 전하는 ‘위로의 선율’

노거수를 찾아 떠나는 길은 마치 인생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과 같다. 오래된 나무는 수백 년을 살아오며 그 자리에서 세월을 견디고, 바람을 맞고, 비를 머금으며 수많은 이야기를 품어왔다. 그런 나무를 직접 찾아가 손으로 쓰다듬고, 나무와 마주하여 숨을 고르는 일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되새기는 순간이며, 우리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오늘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화려한 공연이나 값비싼 여행이 곧 여가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진정한 여가는 꼭 돈을 들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노거수 앞에서 느끼는 경이로움과 숲속 자연에서 느끼는 감동의 물결은 비싼 티켓이나 화려한 무대 없이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수백 년을 한자리에서 지켜온 나무는 마치 삶의 스승처럼 우리를 맞이한다. ‘너의 어려움과 슬픔도 인내하면 곧 지나가리라’고 하는 듯한 여유로운 자태를 뽐내며,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깊이 있는 내면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야 비로소 자연이 주는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젊었을 때는 속도와 성취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눈에 보이는 성공이 우선시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느린 것의 아름다움,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위로를 점점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인생의 전반부는 본문을 쓰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그것을 되새기며 주석을 다는 과정이다. 노거수와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인생의 주석을 달아가며 지나온 길을 돌아볼 수 있다. 노거수는 시간을 품은 존재이며, 인간이 쌓아온 문화와 감정을 품고 있는 하나의 역사다. 나무 아래에서 우리는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여가를 즐길 수 있다. 값비싼 티켓을 손에 쥐지 않아도, 여행의 흔적을 인스타그램에 남기지 않아도, 노거수와 함께하는 순간은 우리에게 최고의 선물이 된다. 진정한 여가는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일이다. 노거수를 찾아 떠나는 길에서 우리는 자연의 품 안에서 한걸음 멈추어 서고, 바람과 대화하며,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펀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여가 활동을 소셜 미디어에 남기며 자신을 표현한다. 이제 여가 활동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명품 노거수와 숲을 탐방하면서 보고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하여 신문에 연재하는 것 또한 일종의 여가 활동을 소셜 미디어에 남기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경주는 신라문화의 본고장으로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문화재로 가득 찬 볼거리의 고장이다. 그래서 경주시는 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이고 노천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 경주에는 살아있는 문화재인 많은 노거수가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주 양동마을은 고택마다 집의 품격을 높여주고 집 지킴이로 향나무, 회화나무, 느티나무, 왕버들 등 노거수가 살고 있다. 특히 서백당 향나무 노거수는 그 오래됨과 아름다움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다. 봄볕을 머리에 이고 오르막 내리막 마을 길을 걷다 보니 또 다른 관광객들을 만나 그들과 합류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등줄기에 맺힌 땀방울은 내의를 적시었다. 삼삼오오 양산을 받쳐 들고 햇볕을 가렸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그리워하던 따뜻한 햇볕이 오늘따라 외면당하고 있으니 이 무슨 변고일까. 나이 드신 문화 해설가는 종갓집 고택으로 안내하여 조선시대 양반 집 구조와 살림살이, 생활의 애환 등을 재미나게 설명해 주었다. 입담 좋은 문화 해설가의 설명에 웃으면서 전통 마을의 고택을 둘러보는 재미는 또한 짭짤했다.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 가문과 여강 이씨 가문이 정착해 서로 협동하고 경쟁하며 살아온 유서 깊은 조선시대의 양반마을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201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마을은 500여 년이 넘는 오늘날까지 전통의 향기를 품은 채 150여 호의 기와집과 초가집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은 한옥, 서당, 정자, 영당 등 20여 채나 되었다. 두 가문은 사돈지간으로 협력과 보이지 않는 가문의 경쟁으로 조선시대 문신과 성리학자 등 걸출한 인재들을 배출하였다고 했다. 역시 발전을 위해서는 선의의 경쟁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 위에 있는 국가민속문화재 서백당 고택에 들어섰다. 고택 건축물의 아름다움보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향나무 노거수였다. 담벼락으로 둘러쳐진 고택은 그 옛날의 건물을 위한 담벼락이 아니었다. 바로 향나무를 품고 보호하는 담벼락으로 변신했다. 향나무로 다가가기보다 먼저 그 웅대한 자태에 놀라 한참을 톺아보다 카메라 렌즈에 고상한 품위를 담았다. 평지에 축담을 세우고 집을 짓는 것처럼 축담 위에 앉아 있는 향나무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처음부터 향나무를 배려한 식재가 놀라웠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고즈넉한 뜰 한가운데, 수백 년을 살아온 향나무의 웅장한 자태는 성인의 모습을 연상했다. 굵고 뒤틀린 줄기마다 세월이 새겨져 있고, 마치 세상의 풍파를 묵묵히 견뎌온 듯한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서백당의 주인인 손소(孫昭)가 심은 향나무는 나이 600살, 키 15m, 몸 둘레 3.6m, 수관 폭 14.7m로 민속 문화적 가치로 보아 천연기념물 반열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따스한 햇살이 나무의 거친 결을 따라 부드럽게 스치며 반짝인다. 비틀리고 꼬인 줄기는 마치 세월의 손길이 빚어낸 예술 작품처럼 신비롭고도 장엄하다. 짙푸른 가지들은 하늘 향해 힘차게 뻗어 나가고, 그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초록빛 물결을 만들어낸다. 바람에 실려 오는 은은한 향기가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방문객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이 나무를 바라본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맞이한 나무는, 마치 묵묵한 현자처럼 아무 말 없이 모든 이야기를 들어준다. 마치 세월을 지나온 나무가 전하는 오래된 이야기, 자연이 들려주는 위로의 선율 같다. 서백당(書百堂)은… 국가민속문화재 제23호다. 경주손씨 입향조인 양민공(襄敏公) 손소(孫昭, 1433~1484)가 조선 세조 때인 1459년에 건립하였다고 전한다. 손소는 청송부의 속현인 안덕현(安德縣)에서 태어나, 25세인 1457년에 풍덕류씨(豊德柳氏) 류복하(柳復河)의 사위로 양동마을에 정착하였다. 서백당 편액이 보이는 사랑채는 손소의 아들 문신인 우재(愚齋) 손중돈(孫仲暾, 1463~1529)과 외손인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이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손소 선생은 세조 5년(1459)에 식년문과에 급제한 후 주부·병조좌랑을 역임했으며, ‘이시애의 난’ 때 종사관으로 출정하여 적개공신 2등에 책록되었으며. 이후 안동부사·진주목사를 역임하였다. 1484년 양동마을 자택에서 별세했는데 조정에서는 매계 조위(梅溪 曺偉, 1454 ~1503) 선생을 치전관(致奠官)으로 양동마을 손소 빈소에 보내 조문하게 하였다고 한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3-05

출렁이는 ‘가상화폐’ 시장… 투자자들 고심도 깊어져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2030세대의 관심사 중 하나인 가상화폐. 대표적 가상화폐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등락이 지속되고 있다. 폭락했다가 반등하고, 폭등했다가 조정 국면으로 가고….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심도 깊어진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오늘도 “그만 팔아야 한다” “아니다. 더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한다”는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AI가 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기상 예측의 정확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영국의 한 언론매체는 ‘이전보다 정확도를 최대 20% 이상 높인 AI 기상예보 시스템이 개발돼 시험 단계를 거쳤다’고 보도했다. 앞으론 “허리가 뻐근하니 오늘은 비가 올 것 같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이 줄어들 수 있을까? 봄이 눈앞임에도 여전히 추운 날씨가 ‘난방비 폭탄’으로 날아들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힘들어하는 서민들의 고충이 더 커졌다. 국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난방비 인상이 불가피해 보이니 더 큰 문제다.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오른 것처럼 느껴진다는 ‘체감 난방비’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네티즌들도 많다. 걸그룹 멤버 한 사람이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단발로 공항에 나타난 카리나를 본 언론사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 전송했고, 그날 보도된 카리나의 ‘단발 사진’은 단박에 인터넷 공간으로 퍼져나갔다. 21세기 대중들은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한다. ‘좋다, 나쁘다’의 가치 판단 이전에 어쩔 수 없는 세태로 보인다. ▲폭락과 폭등 반복 ‘비트코인’, 그래도 사야할까? 북한 해커로 추정되는 이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비트(ByBit)를 공격해 15억 달러(약 2조1577억원)를 탈취해간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사건 직후 거래자들이 대규모 인출로 눈앞에 닥친 위험에 반응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그 파장은 몇몇 경제신문의 ‘바이비트 해킹 이후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4개 가상자산 20%대 하락세’라는 기사로 이어졌다. 해킹 사고 발생 후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돈을 가상자산 거래시장에서 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지난주 비트코인의 급락을 ‘돌출한 악재가 투자 심리의 약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인터넷 공간에선 “하락세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을 사두는 게 효과적 투자 전략”이라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현재는 공격적 투자보다 일정 시간 지켜보는 게 좋을 시기”라는 신중론도 곳곳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호시절’을 맞았던 가상화폐 시장. 그러나, 비트코인은 지난주 국내 거래소에서 작년 말 이후 처음으로 1억2천만원선까지 하락했다. 또 다른 주요 가상화폐인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도 가격이 떨어졌다. 지금 상황이 조정 국면인지, 더 큰 하락을 예고하는 징후일 것인지를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설전이 거세지고 있다. 3월 들어서는 다시 반등하는 걸 보면 비트코인에 대한 미래 가치의 정확한 예측은 매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위험자산’으로 불리는 가상화폐. 그런 이름을 얻은 건 가상화폐의 등락 예측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일 터다. 그러니,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듯하다. ▲일기예보의 정확도 대폭 높인 AI 시스템 개발 오래 전 이야기다. TV에서 일기예보를 진행하는 기상청 직원이 “오늘은 날씨가 맑겠습니다”라고 예보를 전한 직후 거리로 나서자 굵은 소나기가 쏟아졌다고.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그는 자신을 알아본 사람들이 “일기예보는 매일 틀려”라고 소곤거리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고 한다. 당시는 기상 예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이다. 이제 위에 언급한 것과 유사한 에피소드가 대폭 줄어들 것 같다. 최근 AI를 기반으로 한 보다 정확한 기상예보 시스템이 개발된 것이다. 영국의 한 외신은 얼마 전 ‘AI를 활용한 새로운 일기 예보 시스템을 출시한 유럽은 향후 최대 15일까지의 날씨 예측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AI 예측 시스템은 현재까지 사용 가능한 머신 러닝을 활용해 가장 광범위한 매개변수를 생성한다”는 것이 기상 관측 전문가의 전언이다. 기술의 발달이 기상청 직원이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지난 1년 6개월간의 테스트를 거친 결과 새로운 AI 기상 예보 시스템은 이전 방식에 비해 최대 20% 이상 향상된 정확성을 보였다. 앞으로는 한국 역시 AI 전문 인력과 관련 인프라 확충, 데이터 활용 개선과 기술력 강화로 진일보한 기상관측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몇 년 후, 아니 짧게는 몇 개월 뒷면 “아직은 맑은데, 비가 올 수도 있겠지. 우산을 챙겨가는 게 좋을까?”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생활의 편의성 확대를 반기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27평 아파트 난방비 40만원, ‘폭탄 난방비’ 원인은... “예년에 비해 큰 추위가 없었고, 실내온도를 21도에 맞춰 지냈는데도 난방비가 40만원이 나왔어요. 이 정도면 폭탄 수준 아닌가요?” 1월분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본 서민들은 깜짝 놀랐다. 지난해에 비해 대폭 오른 요금에 “도시가스 계량기가 고장 난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네티즌이 있을 정도. 올해는 입춘, 우수가 지나고도 2월 꽃샘추위가 대단했다. 당연지사 난방 온도를 올렸을 테고, 그 요금 고지서는 3월에 받아들게 된다. 아직도 또 한 번 폭등한 난방비에 놀랄 일이 남은 것이다. 주택용 난방 요금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M㎈당 101.57원에서 112.32원으로 9.8% 인상됐다. “그 여파가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에 이르러 현실화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 난방비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국제시장에서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이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기후의 급격한 변화가 가뜩이나 팍팍한 월급쟁이와 소상공인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옥죄고 있는 형국. 옛날부터 ‘겨울은 가난한 사람이 힘든 계절’이란 이야기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젠 가파르게 오른 난방비가 서민들의 한숨을 부르는 시대가 됐다. 도시가스 요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집을 비울 땐 보일러의 외출 기능을 사용하고,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인 20도를 지킬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번 주도 전국적으로 눈과 비가 내리고 춥다는 예보다.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폭탄 난방비’ 걱정이 사라질 날은 언제가 될까? ▲걸그룹의 바뀐 머리 스타일 하나에 인터넷이 시끌벅적 “언니 너무 예뻐요.”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가운데 한 명인 카리나(유지민·25)가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연예인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모방이 일상화된 21세기 한국. 긴 머리칼을 단발로 자른 카리나의 스타일 변화에 지난 주말 내내 인터넷 공간이 시끌시끌했다. 카리나는 얼마 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패션 위크에 참가하려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과 달라진 카리나의 외모에 어느 매체 할 것 없이 언론사의 카메라 플래시가 쉼 없이 터졌다. 촬영된 사진은 즉각 방송국과 신문사로 보내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SNS를 통해 무한 확산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귀여워요” “황금 비율 몸매에 똑 떨어지는 단발까지. 역시 카리나!“라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줄을 잇는 상황. 귀밑이나 목덜미 언저리에서 머리털을 가지런히 자르는 걸 ‘단발’이라 한다. 이건 사전적 의미. 헌데, 그 사전적 의미를 압도하는 게 연예인의 헤어스타일 변화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당분간 미용실에선 “단발로 해주세요”라는 젊은 여성들의 주문이 쏟아질 듯.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치렁치렁한 여성의 긴 머리칼이 사랑받던 시절.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은 숏커트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당시 사람들은 짤막한 머리칼을 가진 예쁘장한 여성을 ‘헵번 스타일’이라 부르기도 했다. 인터넷에서의 화제와 인기를 감안하면 카리나의 단발 역시 오드리 헵번의 숏커트에 준하는 ‘새로운 스타일’로 꽤 오랜 시간 주목받을 듯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3-04

신라 문명과 문화 흔적이 곳곳에 자리한 애증의 ‘시마네현’

지난 2월 22일,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며 다케시마의 날 20주년 행사를 야단스럽게 치른 일본 시마네현 마츠에시. 20년 전 2005년, 시마네현이 어이없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기 전까지는 경북도와 자매관계를 맺으며 돈독한 우의를 다진 곳이기도 하다. 그뿐인가. 고대 국가 신라와 신화를 공유하고 신라의 문명과 문화를 받은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선덕여왕경모회가 폭설 속 일본여행탐방을 다녀왔다. 시마네현에서 한일 간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재우고 깨닫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했다. 선덕여왕경모회가 기획하고 회원 15명이 함께한 일본 속 신라 흔적을 찾은 여행기를 본지에 보내왔다. □ 선덕여왕의 즉위와 일본 신라 27대 선덕여왕(재위 632년~647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다. 진평왕(재위 579년~632년)은 적장자인 아들은 없지만 대신 명민한 딸 덕만을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이를 위한 다양한 명분과 사례를 수집했다. 성골 남성이 없다는 명분만큼이나 좋은 또 하나의 사례를 일본에서 찾았다. 진평왕은 일본과의 교류가 빈번해 사신을 보내기도 하고 불상과 까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에는 최초의 여성천황인 스이코 천황(재위 592~628년)이 있었다. 진평왕은 이를 참고하여 덕만공주의 왕위 계승을 진행했으리라는 학계의 주장이 있다. 여자도 왕위에 오를 수 있는 명분이 축적되고 이를 강력히 지지하는 세력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이 즉위했다. 신라가 현재의 일본 문화에 어떻게 녹아있는지 그 현장을 찾아보고자 일본으로 향한 선덕여왕경모회는 일본여행의 명분을 또 하나 획득했다. □ 연오랑세오녀 설화와 스사노오노미코토 신화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157년)에 포항 바닷가에 살던 부부가 바위배를 타고 차례로 일본으로 간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있다. 이들은 일본의 왕과 왕비가 되었으나 신라에서는 빛이 사라졌다. 왕이 사신을 보내어 오라고 했으나 하늘이 시킨 운명이라며 대신 세오녀가 짠 비단을 보내어 제사를 지내 빛을 찾았다는, 우리나라 유일의 일월신화다. 일본에도 비슷한 신화가 있다. 일본 신화의 주인공인 스사노오노미코토가 신라에 가서 살다가 흙배를 타고 동해를 건너, 이즈모국(出雲國)에 도착했다는 일본의 역사서 ‘일본서기’와 ‘고사기’의 기록이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연오랑세오녀’가 단순히 설화 속의 인물이 아니라 포항의 옛 소국이었던 근오기국의 지배층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신라는 동해를 통해 일찍부터 일본과 무역교역을 이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신라는 일본에 제철, 직조, 농사기술을 전파하였고, 과거 신라인들은 일본 문명의 개척자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연오랑세오녀 설화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타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최초의 이민사일 수도 있다. 성(姓)이 ‘비단짜다(錦織)’이니 세오녀의 후손임에 틀림없다는 니시코리 아키라(錦織明) 선생님은 그 몇 대 손일까? 일본에서 가장 거대한 시메나와(注連繩·신사에서 신성한 장소를 표시하는 금줄의 일종)를 가진 이즈모타이샤는 800만이 넘는 일본 신들의 신사라고 한다. 매년 음력 10월이면 전국의 신들이 이곳에 모여 한 달간 회의를 한다며, 신들이 머무는 호텔이 있다고 했다. 과연 본전으로 들어가기 전 동서편으로 방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15년 전, 이즈모타이샤 마츠리에서 목도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신사 부근 바닷가에서 신라의 연오랑을 신으로 맞이하는 것으로 마츠리가 시작됨을 보고 느낀 뿌듯함에 다시 전율한다. □ 일본 속의 신라신사, 한국신사 시마네현에는 연오랑세오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신사가 여럿 있다. 오키군의 작은 어촌마을에 있는 가라카미시라기진쟈(한신신라신사·韓神新羅神社)는 이름부터 대놓고 신라(新羅)다. 도리이에 새겨진 ‘신라(新羅)’를 발견하는 순간 가슴이 웅장해졌다. 신사엔 스사노오노미코토 신화를 그린 액자가 있어 한신(韓神)인 연오랑과 스사노오노미코토를 동일시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히노마사키신궁(出雲日御碕大神宮)은 매우 아름다운 주홍빛 신사다. 떡갈나무 잎의 문장을 쓰는 이 신사는 일본 태양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와 동생 스사노오노미코토와 그의 아들 이소다케루노미코토를 제사하고 있다. 이즈모풍토기에 의하면 이 신사는 원래 한국신사였다고 한다. 이름이 바뀌어 없어진 것을 안 재일동포 김호수씨가 1996년 7월, 신사 본당 오른쪽 산면에 조그마한 신사 가라쿠니진쟈(韓國神社)를 새로 지어 올렸다. 우리 일행은 본당엔 일별도 주지 않고 먼저 찾은 이 한국신사에서 절절한 마음의 참배를 올렸다. 가슴 아프지만 동시에 가슴 뭉클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과거 어느 땐가는 일본에 선진문명과 고급문화를 전파한 우리나라였고, 이를 역사나 이야기로 전승해오면서 신격화하는 일본인의 신앙처를 가까이 들여다 본 심사는 복잡미묘했다. 신화를 공유하며 가까운 이웃 나라였던 두 나라가 가깝지만 먼 나라가 된 작금의 한일 관계를 곱씹게 된다. □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 주장하는 일본의 현장 마쓰에성 옆엔 시마네현청이 있고, 그 옆 옛 시마네현청 건물에 다케시마자료실(竹島資料室)이 있다. 작은 네거리 한켠엔 독도 사진을 박아두고 ‘다케시마는 시마네의 보물 우리 땅’이라고 커다랗게 쓴 현판도 있다. 그 아래 글씨를 읽으니 더욱 기가 찼다. “다케시마는 남도, 여도 등 2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면적은 0.20km이다. 시마네현 오키군 오키노섬에 속하지만, 오늘날 반세기 동안 한국에 불법 점거되어 있다. 시마네현에서는 다케시마의 영토권의 조기 확립을 향한 조사 연구, 홍보 계발 활동에 임하고 있다. 다케시마 문제에 대한 이해와 지원을 부탁한다. - 시마네현·시마네의회, 다케시마·북방영토 반환 요구 운동 시마네현민회의 -” 우리 일행이 간 날은 2월 18일이었는데, 2월 22일이 다케시마의 날이라 극우 세력이 많으니 자료실 방문을 자제하라는 지인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자료실 입구 표지판 앞에서 사진만 찍으며 우리 모두 속으로 외쳤다. “독도는 우리 땅!!” □ 일본 소설가 아베 고보의 문학 현장, 돗토리 사구 시마네현과 돗토리현은 일본에서도 동해에 접한 현이다. 두 현을 합해서 인구수가 110만 명 정도로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그러나 한때 고대국가의 중심지였으며 신들의 땅, 신화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고대도시의 면모를 잃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앞서의 신사들이 시마네현에 있었다면 돗토리현에는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자연경관이 있다. 3만년의 세월이 만든 일본 최대의 모래언덕, 사구(砂丘)가 바닷가에 바싹 면해 있다. 바람결이 만들어낸 모래무늬가 시시각각 달라 자연이 창조한 예술로 찬탄할 정도라 했다. 우리 선덕여왕경모회에서는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라 칭송받는 소설가 아베 코보(安部公房, 1924~1993)가 이 모래언덕을 배경으로 쓴 ‘모래의 여자’를 모두 사서 읽었다. 아베 코보를 전공한 이정희 위덕대 교수의 추천 덕이었다. 때문에 세 시간의 폭설을 뚫고 간 눈 쌓인 모래언덕에 발을 묻으며 우리들은 모두 모래의 여자가 살던 집을 찾기도 했다. 눈 오다 바람 불고, 또 잠시 해가 비치는 순간 순간, 억겁의 세월과 바람이 만든 모래언덕을 기어오르고 내려오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만끽했다. □ 가장 일본다운 정원 아다치미술관 아다치미술관은 이즈모 출신 사업가 아다치 젠코(足立全康, 1899~1990)가 1970년에 세운 일본 근대화 컬렉션으로 일본화, 도예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미술관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더 유명하다. 미국의 일본정원전문 잡지에서 여러 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 가꿔진 정원이 사계절 아름답다. 특히 겨울 정원이 볼거리라 했는데, 마침 눈 오는 날의 정원은 매혹적인 그림 그 자체였다. 액자같은 통창으로 감상한 정갈하기 이를데 없는 정원은 그 자체가 치유였다. 넋놓고 정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 근심 다 날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만화가 거리에서 경주가 벤치마킹할 것은? 돗토리현의 작은 항구 시카이미나토시에는 일본 요괴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1922~2015)의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 백 수십 개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미즈키시게루 로드라 이름 붙였다. 작은 도로 양편으로 세워진 동상들마다 기증자나 기증단체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지역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거리임에 더욱 부럽고 감탄스럽다. 이 길이 만들어지자 쇠락해진 소도시가 관광도시로 재탄생했다고 하니 문득 경주 출신의 만화가 이현세가 떠올랐다. 한때 우리나라 만화계를 풍미했던 이현세를 기리는 무언가가 경주에는 왜 없을까. /이정옥 선덕여왕경모회장(위덕대 명예교수)

2025-02-26

고고한 향과 웅장한 수형… 그 신성함에 홀리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 심리가 변화하면서 그중에도 여가 비용 상승이 증가하고 있다. 제한됐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한 탓일까 ‘지금 제대로 즐기자’라는 태도로 높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특히 현장성을 중시하는 공연과 스포츠 이벤트의 인기가 급증하며 2024년 프로야구는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기록했다. 또한, 젊은 세대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며 고가의 소비를 망설이지 않는다. 이는 특별관 영화, 팝업스토어, 체험형 전시 등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으며, 여행 또한 단순한 휴식이 아닌 개성과 가치를 반영한 경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나즐로(나 홀로 즐거운) 명품 노거수와 숲 탐방 체험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작은 여가 비용으로 큰 즐거움의 개성과 가치를 반영한 체험을 하고 있으니 일찍부터 트렌드 변화의 감을 잡은 탓일까. 오늘도 경북 울진군 죽변면 화성리 산 190번지 천연기념물 향나무 노거수와 마주하고 서 있다. 향긋한 향기가 몸을 감싸면서 혈류를 타고 나의 가쁜 숨소리를 잠재운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니 숨이 찼다. 심호흡으로 숨 차는 것이 진정되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기분도 또한 상쾌했다. 웅장한 향나무를 톺아보았다. 거대함과 묘한 줄기의 뒤틀림에서 나오는 곡선의 아름다운 미가 눈을 사로잡고 무한한 즐거움에 감정선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흥이 일어나 몸에 저절로 소름이 돋는다. 웬만한 아름다움에도 쫓기는 일상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친 일들이 부지기수인데 이렇게 고요한 나무 아래에서 나 홀로 흥분하고 있으니 이 또한 무슨 괴이한 일인가. 공활한 푸른 가을 하늘처럼 내 마음 또한 그같이 한량없다. 화성리 마을 뒷산 자락 중턱에 살아가고 있는 향나무는 나이가 약 500살로 추정되며, 키는 14m, 가슴 높이 둘레 4.5m의 우산 모형의 수형이다. 외과 수술을 하였지만, 아직도 건강한 모습이다. 향나무는 측백나뭇과에 속하는 상록 침엽 교목으로, 노송나무라고도 불린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세로로 얇게 갈라지며, 꽃은 4-5월에 피며 열매는 9-10월에 자흑색으로 익는 나무이다. 주로 정원수나 관상용으로 가꾸며, 목재는 특유의 향기가 좋아 귀중한 가구재나 약재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과 울릉도에 주로 자생하며, 중국, 일본 등에도 분포한다. 향나무는 전국에 골고루 분포하고 널리 심었던 자원식물이다. 한반도 동해안의 나무이고, 한국인의 나무라는 것을 노거수 탐방으로 알 수 있었다. 향나무 자생 개체군은 오랫동안 남획되었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향나무는 모두 심은 것으로 유래 되는데, 이는 민속 생활 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급 향의 재료로 향나무를 주목했던, 유교문화가 창성한 조선시대에 더욱 성행했다. 향교, 서원, 사찰, 무덤, 우물가 등 사람이 관리하는 장소에서 흔히 보는 크고 작은 향나무는 그런 맥락의 문화적 소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식물생태보감에 김종원 교수는 “일본열도에서 향나무 자생지라고 알려진 사례는 여태껏 없다. 오히려 식재 기원이라는 방증만 차고 넘친다. 모두 6세기 백제에서 전래된 불교문화가 크게 번창했던 곳이다”라고 기술하여 향나무는 동해안의 나무이고 한국인의 나무임을 말하고 있다. 가이즈카(Kaizuka) 향나무를 일본 나무로 알고 배척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는 잘못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 얼마나 맺힌 원한이 많으면 그럴까 싶다. 향나무 노거수가 무슨 요술을 부리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고요한 수림 속에 향나무와 마주하며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데 왜 이렇게 기분이 상쾌하고 좋을까?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를 내가 들이마시고 사람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나무가 받아 마시며 교호 작용하는 탓일까? 그 동안 도시의 혼탁한 공기 속의 양이온에 몸의 균형은 깨어지고 찌들어 그로 받은 스트레스는 일상의 생활을 그리 유쾌하지 못하게 했다. 양이온 과다 흡수로 우리 몸의 신경전달 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과다 촉진되어 자극에 대한 반응을 무디게 만들었다. 신체에서 보내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니 늘 몸이 무겁고 마음도 개운하지 못했다. 세로토닌의 생성을 막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에서 지내는 것이 최상이 아닐까 싶다. 음이온은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숲에 많고 특히 향나무,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림에 더 많다고 한다. 향나무에서 나는 향기는 우리의 심장과 신경, 근육 등 자율 신경을 진정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이는 세포의 장기 기능을 강화하여 혈액을 정화하고 혈액 순환도 잘 되어 혈색까지 좋아지니 즐기면서 건강도 챙기는 이보다 더 좋은 여가 체험이 있을까 싶다. 우람한 줄기의 거친 질감에서 세월의 흔적과 강인함을 느끼고, 독특하게 휘거나 꼬이거나 구부러진 모습에서 곡선의 아름다운 미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중앙 원 줄기에는 갈라진 틈이나 옹이가 오랜 세월 동안 자라면서 형성된 특징적인 무늬 또한 특별했다.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가지가 땅으로 처져 있었다. 그러나 일부 가지는 그와 반대로 하늘 높이 쭉 뻗어 자란 모습에서 자유 분망함과 힘찬 삶의 생기를 느꼈다. 처진 가지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받들어주기 위하여 지지대를 무려 10개나 세워 놓았다. 주변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고 천연기념물이라는 안내 표시판도 설치해 놓았다. 주민들의 나무사랑 자연관을 엿볼 수 있었다. 동해안에는 향나무 노거수가 많다. 보호수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돌보는 노거수가 부지기수다. 서해안과 남해안 마을과는 색다른 풍광이다. 동해안 마을공동체는 뜻을 모아 특정 공간에 향나무를 심어 기르며 마을 안녕과 평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신성한 곳을 지켜 내는 일을 향나무에 의탁한 셈이다. 이는 매향(埋香) 문화의 시발점 혹은,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 울진 화성리 천연기념물 향나무 노거수 줄기는 상록 교목성으로 곧게 자란다. 잎의 조건에 따라 둥치에서 구분되기도 한다. 약간 적갈색이고, 세로로 잘게 갈라지면서 떨어지는 껍질 질이 발달한다. 굵고 늙으면 속이 빈다. 잎은 길이 약 1.5mm. 비늘잎은 묵은 가지에서 나고, 긴 원통형으로 빼곡하게 모여 달린다. 길이 약 1cm 비늘잎은 보통 2~3개씩 돌려나면서 달리고, 닿으면 다칠 정도로 날카롭다. 비늘잎은 어린줄기나 상처를 심하게 입은 줄기 또는 가지에서 주로 나고 협한 생육 조건일수록 많다. 노간주나뭇잎은 길이 2cm 정도로 예리한 비늘잎이 있다. 측백나뭇잎은 비늘잎이 붙어서 납작하고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꽃은 4~5월에 피고, 암수딴꽃이지만 암수한몸도 흔하다. 비늘잎이 변형된 묵은 가지에 피며 암꽃은 짧은 비늘 잎줄기 끝에, 수꽃은 눈에 띌 정도로 긴 비늘 잎줄기 끝에 달린다. 열매는 방울열매로 씨가 2, 3개 들어 있고, 겉이 흰 가루 같은 것으로 덮인다. 서식처는 해안단구 및 해식애 절벽 바위, 내륙 하식애 석회암 등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2-26

계엄수사 받는 ‘4스타’·성범죄 저지른 군인… “軍 위상 바닥”

모자와 군복에 번쩍이는 별을 단 장성들이 줄줄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거나,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침울한 표정으로 출석하는 요즘이다. 거기에 군대와 군인들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미성년 대상 성범죄까지 인터넷 공간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현역 군인 한 명이 여중생과 숙박업소에 있다가 체포된 것. 많은 이들이 혀를 찰 만한 사건이다.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들이 ‘마약 단속’에 경찰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마약 관련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 적지 않은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의 마약 사용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를 반영하듯 마약류 투약으로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배우 유아인 씨 관련 뉴스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다소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한국 스타일의 ‘삼겹살 구이’가 유럽과 일본, 북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뉴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맛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세칭 ‘K컬처 열풍’이 음식에까지 미치고 있는 듯하다. 아래 지난주와 이번 주 네티즌들이 주목한 뉴스를 정리한다. ▲ 장성은 ‘별들의 수난시대’… 현역 군인은 성범죄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어깨에 별을 단 장성(將星)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명 장병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지휘봉을 휘두르는 이른바 ‘군대의 스타’들. 일반 사병은 입대에서 제대까지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하기도 쉽지 않다. 바로 그 장성들이 수난시대를 맞았다. 얼마 전 국방부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에서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수사를 통보받은 현역 군인은 모두 30명. 이 가운데 장성이 17명이나 된다. 위에 언급된 같은 자료엔 세칭 ‘4성 장군’인 대장(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1명, 별을 3개 단 중장이 5명, ‘투 스타’ 소장 3명이 수사 대상이라 적시됐다. 별 하나 준장 5명과 준장으로 진급이 예정된 3명에게도 수사 통보가 갔다. 계엄 사태 이후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에 출석해 네티즌들에게 익숙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수사 통보를 받은 중장이고,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소장. 이들 대부분은 재판에서 죄가 인정되면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지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 개인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형국이니 “한국 군대의 위상이 급전직하했다” “당당해야 할 장군(장성)들이 구차한 자기 변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니 한때 군인이었던 사람으로서 참담하다”는 네티즌들의 푸념이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군대와 군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린 사건이 연이어 또 일어났다. 현역 군인이 여중생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것.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는 그 죄가 무겁다. 한 통신사는 지난주 목요일 ‘서울 용산경찰서가 현역 군인 신분인 20대 O씨를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O씨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숙박업소에서 중학생 X양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여중생 아버지의 가출 신고를 받고 X양의 위치를 찾던 경찰은 앞서 언급된 숙박업소에서 X양과 함께 있던 군인 O씨를 찾았다. 면식이 없던 둘은 SNS를 통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은 둘의 SNS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 O씨의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해선 관용을 베풀지 않아야 한다” “별을 단 고위급 장성들이 내란에 참여하거나 방조한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이 시국에 또 군인이 여중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다니…”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 유아인, 석방됐지만 “마약사범은 영화 홍보행사 나오지 마” 수많은 청소년에게 연예인은 닮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기에 대중의 사랑으로 부(富)를 이루고 이름을 얻은 배우나 가수들은 보통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받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절제되지 않은 마약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21세기. 유명 영화배우나 인기 가수가 마약을 상용해 구속·처벌 받았다는 뉴스는 어린 학생들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이 작지 않다. 깔끔한 외모와 좋은 연기로 대중적 인기를 모은 영화배우 유아인이 지난해 9월 마약 상습 투약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는 소식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난주 열린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돼 일단 석방됐지만 유씨에게서 ‘마약사범’이란 딱지가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 것일까? 얼마 후 개봉하는 유아인 출연 영화 ‘승부’의 배급사는 “시사회와 기자간담회 등 마케팅 행사에 유씨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배우 이병헌, 조우진, 고창석 등이 함께 출연한 ‘승부’는 원래 넷플릭스가 2023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이 마약 관련 수사를 받으면서 개봉이 미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 개봉이 결정된 날은 내달 26일. ‘승부’의 제작사와 배급사 모두 거액이 투입된 영화가 “마약사범이 출연한 작품”이라는 손가락질 속에 관객들의 외면을 받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속이 탈 듯하다. 마약은 자신만이 아니라, 타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유럽에선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의 인기 ‘돼지의 갈비 부근에 붙은 뱃살 부위를 지칭한다. 세겹살이라고도 한다. 비계가 세 겹으로 겹쳐 보이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 생김새를 보면 비계-살코기-비계-살코기 순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섭취할 땐 사겹살. 배바깥빗근, 배속빗근, 배가로근 이렇게 근육 세 층으로 구성된 배벽을 먹는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이게 삼겹살에 관한 설명이란 걸. 직장인의 회식 자리나, 식구들이 모여 앉은 주말 저녁 밥상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메뉴. K팝과 K드라마를 앞세운 한국의 문화가 유럽과 남·북 아메리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K푸드’의 위세도 갈수록 세계인들의 입맛을 점령해가는 추세다. 최근 ‘위키트리’는 K푸드의 인기를 주도하는 아이템 중 하나인 삼겹살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내용. “포르투갈의 한식당에선 예약 없이는 삼겹살을 먹기 어렵다. 손님이 많아 웨이팅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 일본 오키나와의 삼겹살 전문점도 호황을 누린다. 한국에선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해외에선 한 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맛볼 수 있는 게 삼겹살 구이다.” 사실 유럽에선 삼겹살의 인기가 높지 않았다. 비계 부위를 꺼리는 식습관 탓. 그렇기에 프랑스와 덴마크 등 축산업이 발달한 국가에선 예전부터 삼겹살의 상당량을 한국으로 수출했다. 일본 역시 ‘본격화된 육식’을 하기 이전엔 지방이 과도한 돼지의 삼겹살과 내장 부위는 꺼리는 음식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시대와 판이 바뀌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여러 분야에서 높아진 가운데, ‘음식 문화’ 역시 유럽과 남·북미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국의 ‘독특한 섭식 스타일’로 부를 수 있는 ‘쌈’은 고기와 함께 채소를 섭취함으로써 영양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에서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이런 추세이니 TV에서 삼겹살 구이를 앞에 두고 “코리안 바비큐 넘버 원!”을 연발하는 유럽인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화려한 샹들리에 매달린 미국과 프랑스, 포르투갈과 도쿄의 고급 식당에서 ‘한 달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고 있는 한국 스타일 삼겹살 구이의 인기. 어쨌건 우리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2-25

삼국시대부터 군사 요충지, 대구 軍부대 이전 ‘軍위’가 최고!

군위군이 대구 도심 군부대 이전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부각되는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대구광역시 군위군은 군사적 위세를 뜻하는 ‘군위(軍威)’라는 지역 명칭이 시사하듯 역사적으로 중요한 군사 요충지였다. 삼국통일을 위해 나당연합군의 김유신, 소정방, 이무 장군이 군위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통일의 의지를 다진 곳이라는 배경이 담겨 있다.  이후 후삼국 통일 과정에서도 왕건의 부대가 이곳을 지나며 군사적 위용을 떨쳤다. 장군리, 무성리, 국통산 등 군사적 지명을 다수 보유해 그 정체성을 증명한다. 특히 효령면 장기리의 365고지는 6·25 전쟁 당시 대구 방어의 핵심 거점이었으며, 이곳에서 국군 6사단 7연대가 북한군을 격퇴하며 중요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군위군은 군민과 함께 힘을 모아 군부대 이전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대구 군부대가 군위군으로 이전되면 지역 경제의 꽃을 피우고, 동시에 군사적 전략의 중요한 거점을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대구 내 30분 생활권,  접근성 편리군위군은 대구 도심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교통망의 발전으로 군위군을 대구 도심과 연결하는 핵심적인 허브로 만들면서 지역 내 생활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대구 도심과 직접 연결되는 수성~동군위 구간 30km에 4차로 도로가 신설되고, 일부 구간은 6차로로 확장하는 팔공산 관통 고속도로 신설과 중앙고속도로 동명동호JC~군위JC 고속도로 구간의 6차선 확장 사업이 추진된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수성IC에서 동군위까지 이동 거리가 10km 단축되고, 소요 시간이 약 30분 단축되며 상습 정체 구간도 현저히 해소될 것이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 중인 조야~동명 광역도로 7.9㎞ 구간의 4차로 확장 사업이 완료되면, 국지도 79호선 팔공산 터널 4차선 도로와 연결돼 군위로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또한, 대구경북 광역철도(서대구~의성)와 지난해 개통된 중앙선(의성~영천), 대구선(영천~동대구)을 연계하면 시속 180km급 광역 급행철도(GTX)가 운행돼 서대구에서 신공항까지 40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하다. □  대구 학군, 뛰어난 교육 인프라군위군은 대구 학군을 그대로 이어받아 우수한 교육 환경을 자랑한다.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 도입과 교육특구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기반이 마련돼 있다. 또한 군위군은 314억원 규모의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몰입영어 등 다양한 무상교육과 장학사업을 통해 최상의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유아부터 아동, 청소년까지 성장 단계별 교육 인프라가 2027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며, 아이 1명이 성인이 될 때까지 1억3000만원 이상을 지원하는 등 최고의 교육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군위 2030 미래 복합도시 건설군위군에는 항공특화도시 스카이시티 건설이 계획돼 있다.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인구 14만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주거, 상업, 산업,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기능을 갖추게 된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메디컬센터, 국제 항공학교, 첨단기술산업단지(대구TP) 등이 포함돼 있으며, 민군상생타운과 5분 거리에 위치해 군사적 중심지로서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또한, K-2 영외관사와 인접해 군인 가족의 정주 환경을 지원하며, 76만평 규모의 복합레저단지가 2030년 완공된다. 복합레저단지는 레저, 문화, 상업(아울렛), 숙박(리조트), 공무원 연수시설을 포함하며, 다양한 체육·문화 인프라도 갖춰져 더욱 쾌적한 생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군위군은 대구·경북 지자체 중에서 골프장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 골프 인구 유입도 기대된다. 전국 최대 규모의 180홀 파크골프장도 조성될 예정이다.  □ 국방 트라이앵글 구축, 핵심 거점군위군은 이미 대구 민·군 공항 통합 이전지 선정 과정에서 군사작전의 적합성을 면밀히 검토 받았다. 특히, 대구 도심 군부대의 군위 이전을 통해 밀리터리타운과 K-2, 공군 8196부대를 연결하는 ‘국방 트라이앵글’이 구축되면, 국가 방위력 강화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 구축된다. 대구 도심 군부대 통합 이전을 계기로 군사 시설들이 한 곳에 집중될 경우, 그 협력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행정 효율성과 우수한 사업성군위군이 대구광역시 소속이라는 점은 군부대 이전 사업이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다. 도시관리계획의 입안과 결정이 동일한 기관에서 이뤄짐에 따라 협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간 지연이 최소화되고, 사업 추진 속도가 한층 가속화된다.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줄어들어 실질적인 추진이 용이해진다. 이를 통해 사업의 효율성과 실행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군부대 갈등, 군민 소통으로 해결군위군이 대구 군부대 이전 신청 후, 우보면 16개 민간단체가 궐기대회를 열고 국방부, 대구시, 군위군에 유치 촉구문을 전달했다. 이는 군위군만의 독특한 사례다. 군부대 밀리터리타운 예정지인 우보면은 과거 TK신공항 유치 투표에서 76% 찬성률을 기록하며 외부 시설 유치에 대한 높은 수용성을 보였다. 또한, 군위군은 무열과학화 친환경 훈련장 제안과 관련해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수렴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2024년 주민의식 및 행정수요 조사’에 따르면, 군부대 이전에 대한 긍정 응답이 77.8%에 달해 군민 지지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군위군은 역사적 정체성과 군사적 전략 요충지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군민들의 지지, 뛰어난 교통 접근성, 정주 환경, 교육 인프라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군부대 이전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군위군이 대구 도심 군부대 이전의 가장 적합한 지역임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환영 속에 군부대가 이전된다면, 군위군은 군부대와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군위군은 군사 요충지로서 역사적 당위성과 촘촘한 교통망을 통한 도심 접근성, 군인과 군 가족을 위한 최적의 정주여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우리 군민들의 뜨거운 염원과 함께 반드시 최종 이전지로 선정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5-02-24

매서운 바람도 꺾지 못한 건각들의 뜨거운 열정

세계 최고 수준의 우승 상금이 걸린 ‘2025 대구마라톤대회’가 23일 대구 도심에서 펼쳐졌다. 이날 대회 출발점인 대구스타디움의 체감 온도가 영하 6도를 기록할 정도로 매서운 날씨 였지만, 참가 선수들의 열정은 꺾을 수 없었다. 이번 대회는 15개국 158명의 정상급 엘리트 선수들과 40개국의 러너 4만130명 등 4만288명이 참여해 국내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우승 상금도 지난해부터 16만 달러(2억3000여만원)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면서 2시간 3분에서 5분대 기록을 보유한 정상급 마라토너 8명이 참가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엘리트 풀코스 남자부 1위 게브리엘 제럴드 게이(탄자니아) 선수, 국내 남자부 1위 박민호(코오롱) 선수, 국내 여자부 1위 최정윤(충남도청) 선수, 여자부 1위 메세레 베레토 토라(에티오피아) 선수가 각각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회는 3년째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하는 골드라벨 대회로 엘리트 풀코스, 마스터스 풀코스, 하프코스, 10㎞, 건강달리기 등 총 5개 종목으로 진행됐다. 올해 대회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개최 시기가 4월 초에서 2월 말로 앞당겨졌다. 대회 코스도 변경했다. 그동안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출발해 같은 코스를 도는 루프 코스였지만, 2024년부터 대구스타디움에서 출발해 청라언덕, 서문시장, 수성못 등 대구를 대표하는 곳을 거치며 한 바퀴 도는 순환 코스로 바꿨다. 특히 작년 대회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출발지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출발 간격을 40분에서 1시간 30분으로 벌려 편성했다. 또 참가자가 역대 최대 인원을 기록함에 따라 도착지를 3곳으로 분산하고 안전요원 등 5800여 명을 배치했다. 셔틀버스 노선도 확대 운영해 참가자들을 지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참여해 주신 선수, 시민 여러분 감사드리고 환영한다”며 “오늘 마라톤대회는 골드라벨 대회로, 세계 최고 상금과 대회로 거듭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안전하게 완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은 “대구마라톤 골드라벨 대회가 참가자가 많아 내년에는 플래티넘 대회로 승격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구하면 마라톤’인 만큼 내년, 내후년에도 꼭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운 날씨에도 대회 신기록 수립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회 신기록이 나왔다. 이날 엘리트 부문에서 탄자니아의 게브리엘 제럴드 게이 선수가 2시간 5분 21초로 완주해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그는 우승상금으로 13만 달러를 받았다. 또 지난해 마라톤에 데뷔해 두바이에서 우승했던 신예인 에티오피아의 아디수 고베나 선수가 2시간 5분 24초로 2위를 차지했다. 고베나 선수 역시 기존 대회 기록(2시간 5분 33초)을 앞섰다. 여자부에서는 에티오피아의 메세레 베레토 토라 선수가 2시간 24분 10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게브리엘 제럴드 게이는 “날씨가 춥기도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열심히 준비했고, 이번 대회에서 무조건 이겨야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우승을 차지해 너무 행복하다”며 “재미난 대회였다. 끝까지 뛰어서 이겼더니 매우 행복하고, 다음에도 대구를 방문해 대회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여자부 우승자 메세레 베레토 토라는 “감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기쁘다. 추운 날씨가 걱정됐었는데 실제로 뛰니까 걱정한 것보다 더 힘들었다”면서 “(대구마라톤)코스는 너무 좋은데 추운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1등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 감사하며 힘이 되어준 남편과 모든 가족 코치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코오롱 소속 박민호 선수는 2시간 12분 38초를 기록하며 국내 남자부 1위를 차지했고, 충남도청 소속 최정윤 선수는 2시간 32분 22초를 기록하며 국내 여자부 1위에 올랐다. ◇대회보다 빛난 시민의식… 전국서 온 이색 참가자 대구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은 ‘DAEGU’라고 적힌 빨간색 참가 티셔츠에 참가번호표를 붙인 옷을 입고 설렘과 긴장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구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이들은 도시철도 2호선 수성알파시티역과 3호선 용지역에 도착하자 행사장 셔틀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순서를 기다렸다. 역대 최대 인원이 참여하다보니 셔틀버스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었지만, 시민들은 순서를 지켜 줄 지어 서 있었고 차례 대로 버스에 탑승해 안전하게 경기장으로 도착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자신의 기록이나 점수보다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2살 자녀를 태운 유모차를 밀면서 건강달리기에 참가한 하진화(29·대구 수성구)씨는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 참가했다”며 “지난해 부산 미니언즈런에 이어 대구마라톤에 출전했는데 아이와 함께 즐겁게 뛰었다”고 말했다. 하프코스에 출전한 곽민석(35·대구 북구)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져 즐겁게 참여했다”면서 “부인은 10㎞에 참여해 함께 뛸 수는 없지만 완주한 뒤 영상통화를 하기로 했다. 경기에 앞서 서로를 응원하고 왔다”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마라톤 참가자 중 정장과 캐릭터 차림 등 이색 복장을 입고 달리는 이들도 있었다. 지역의 경북대학교에서는 200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 캐릭터 분장을 하거나 학교 잠바와 모자 등을 맞춰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경북대 점퍼를 착용하고 마라톤에 참가한 경북대 허영우 총장은 “대구마라톤 참가자들의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참가자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며 “덕분에 경북대가 대구의 대표적인 국제 스포츠 축제에 참여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실천하고 대학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의미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만화 코스프레를 한 김재영(33·경기도 성남)씨는 “‘갱갱수월런’ 달리기 크루가 다 함께 참여했는데 대구마라톤은 코스가 좋아 만족스럽다”며 “힘들 때마다 대구 시민들이 응원을 해 주어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스 곳곳에서는 응원단과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들에게 풍물패 응원 및 음료를 나눠 줬으며, 대회가 끝난 뒤에는 자원봉자들이 코스를 돌며 청소를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빈병과 비닐 등을 가득 모아 담았고, 이들이 지나간 거리는 깨끗했다. 조용태(47·경북 김천시)씨는 “김천 율곡성당 ‘율스런’이 1㎞ 뛸 때마다 100원씩 모아 행사 후 기부하기 위해 함께 참여했다”며 “유명한 행사에 참여하고 기부도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웃음 지었다. /김재욱·장은희·황인무기자

2025-02-23

‘청렴과 지조’ 선비 닮은 나무 곁에 두고 쉼에서도 배움 찾아

청송 월정리 침류정에 올라서니 주변의 다채로운 경관이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나지막한 산자락 끝, 하천에 발을 담근 경사진 언덕에 석축을 쌓아서 그 난간 위에 전망대와 같은 누각을 올려놓았다. 나뭇가지 새들의 노랫소리, 맑은 물 흐르는 하천, 주렁주렁 달린 빨간 사과는 나의 귀와 눈을 사로잡고 침샘을 돋게 했다. 도로변 따라 뿌리줄기에 매달린 고구마처럼 옹기종기 모인 농촌 마을은 간간이 자동차가 지나다닐 뿐 조용히 낮의 끝자락 아니 밤의 시작 저녁을 맞이하고 있다. 서녘 하늘 붉은 노을에 포물선을 그리며 서산으로 달려온 붉은 태양이 산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쉬고 있다. 고즈넉한 농촌의 평화로운 풍경 속에 나 또한 풍경 속 자연의 하나가 되어 있는 모습을 그리면서 회광반조에 눈시울을 붉힌다. 여름에도 이곳 침류정 향나무, 회화나무 아래에서 힐링을 한 적이 있다. 그 여름의 열기와 열정, 풍성한 에너지는 누구에게 돌려주었는지, 텅 빈 침류정 나뭇가지들이 갈바람에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늘 또다시 침류정 난간에 기대어 옛 조상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면서 또 다른 정취와 감흥에 빠져 들었다. 청송 월정리 침류정은 하천 건너 낮은 언덕 좌측으로부터 침류정(枕流亭), 오월헌(梧月軒), 동와정(東窩亭)에는 향나무, 회화나무, 은행나무가 살아가고 있다. 오월현 서당 앞뜰에는 도 기념물로 지정된 나이 350살, 키는 10m, 몸 둘레는 4m 50cm인 우람한 향나무와 동와정 서당 앞뜰에 100년을 훌쩍 넘긴 향나무 노거수 한 그루가 있다. 그리고 침류정 누각 주변에는 나이 200살, 키 15m, 몸 둘레는 3m 40cm이나 되는 회화나무 네 그루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들 노거수는 침류정을 지은 김성진의 제자들이 심었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주변의 노거수는 조경수로써 침류정과 서당의 품격을 높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문과 충효 정신을 길러주었을 것이다. 침류정과 오월헌, 동와정은 조선시대의 별서이며 서당이다. 별서는 본가와는 별도로 마련된 집이나 정원으로 휴식과 사색,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단순히 생활 공간을 넘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심미적 가치관이 반영된 독특한 건축물과 정원이다. 오늘날 아름다운 경관이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세워진 정자나 전망대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산기슭, 강변 등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에 터를 잡고 침류정을 짓고 주변에 나무를 심어 정원을 조성하였다. 이러한 곳에 의성김씨 김성진의 월정리 문중은 서당을 세워서 젊은이를 독서와 시문을 짓고 학문을 탐구했다. 그러한 덕분에 학문과 소양을 겸비한 의성김씨 후손들은 오늘날까지도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어 국가와 지역사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침류정 향나무는 경관을 꾸미는 요소뿐만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향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잎을 유지하여 청렴함과 불변의 의지를 상징한다. 유생과 선비는 향나무의 삶과 마주하면서 자신도 향나무의 상징처럼 청렴하고 강직한 삶의 자세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을 것이다. 특히 향나무는 제사와 같은 의식에서 향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조상 숭배와 경건함을 표현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유학 사상과 맞물려 은연중에 마음에 새기고 몸에 배었을 것이다. 회화나무 또한 예로부터 선비 나무라 하여 유교적 학문과 관계가 깊으며, 문묘에 회화나무를 심는 전통이 있었던 것도 이러한 상징성을 보여준다. 나무들은 단순한 조경의 역할을 넘어 학문적 영감과 유교적 이상을 실현하는 데도 중요한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그러한 것을 유도하기 위하여 향나무와 회화나무를 선택하여 조경수로 심었지 않았나 싶다. ‘침류정기(枕流亭記)’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곳의 풍광 속에서 왜 흐르는 물만을 취하여 정자의 이름으로 삼았는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잔에 넘치는 물이 천리를 흘러가며 무궁한 이로움을 준다. 작은 집이 잔에 넘치는 물의 근원과 같다. 오래 갈수록 더욱 많아지고, 멀리 갈수록 더욱 빛날 것이다. 흐름을 이어가고 맑음을 유지하는 것이 침류(枕流)의 교훈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낮이면 태양은 정열을 불태우고, 밤이면 달과 별은 전설을 노래한다. 태양이 어둠을 살라먹고 동쪽 하늘에 솟아올라 서쪽 하늘 아래로 숨어들면서 그 어둠을 토해낸다. 밝음으로써 가까운 주변의 사물이 보이고 어둠으로써 먼 하늘의 별들이 보인다. 밝으면 보이고 어두우면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어불성설인 것 같다. 낮의 시작은 새벽이요, 그 끝은 저녁이다. 그러나 밤의 시작은 저녁이요, 그 끝은 새벽이다. 서로를 물고 이어주면서 낮과 밤, 밝음과 어둠이 하나가 되어 하루를 이룬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하루의 시작은 새벽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그렇지도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자기만의 생각이 옳다고 우기고 주장하며 편을 가르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산기슭 강변에 자리 잡은 침류정 향나무, 회화나무 노거수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특별한 경관을 창출하여 학생들에게는 학문과 예술의 전당 역할을 했다. 이는 산림 문학의 발전에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 선비들은 자연을 관찰하고 그 아름다움과 생동감을 문학적 소재로 삼았다. 이는 자연을 노래하는 산림 문학의 시작점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산림 문학은 자연을 중심으로 한 문학으로, 자연 속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고 철학적, 유교적 사유를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는 예술과 문학의 소재이며 학생에게는 배움의 교재이다. 그러나 오늘날 조선시대 별서와 서당은 그 역할의 꼭짓점을 찍고 퇴색된 지도 오래되었다. 이렇게 허물어져 가는 별서와 서당을 힐링과 문학, 예술의 창작 공간으로 재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서서히 어둠의 그림자는 드리워지고 침류정 향나무, 회화나무 노거수는 반짝이는 별들의 노랫소리에 잠이 들면서 옛 영광의 꿈을 꾼다. 청송 월정리 침류정, 오월헌, 동와정은… 침류정(枕流亭)은 경북 청송군 현서면 월정리 264번지에 있는 정자다. 1992년 11월 26일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66호로 지정됐다. 조선 중기 학자인 김성진(1558∼1634)이 후배 양성에 전념하기 위해 지은 정자다. 김성진(金聲振)은 학식이 높고 효성이 지극하였으며, 후학을 위해 문집 목판각을 만들고 책을 인쇄해 널리 보급했다. 임진왜란(1592) 뒤인 1600년대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진은 의성김씨 청송 입향조인 김한경(金漢卿)의 증손으로 임진왜란 때 동생들을 창의케하고 자신은 노모를 피난시켰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집이다. 오월헌(梧月軒)은 ‘오동나무에 걸린 달’을 뜻하며 김성진(金聲振)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서당이다. 오른쪽 방은 강학재(講學齋)이고 왼쪽 방은 돈의재(敦誼齋)다. 정면 4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기와집이다. 대청을 중앙에 놓고, 그 좌우에 각각 온돌방 1칸을 배치했다. 동와정(東窩亭)은 조선 선조 때 통정대부장악원정(通政大夫掌樂院正)을 지낸 김흥서(金興瑞)가 후학을 가르치며 말년을 보낸 정자다. 동와(東窩)란 동쪽에 있는 움집이란 뜻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집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2-19

‘軍 친화도시’로 오랜 기반, 교통·메디컬·교육 등 여건 완비!

대구시가 도심에 위치한 군부대 외곽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 군부대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 제50사단사령부, 제5군수지원사령부, 공군 제1미사일방어여단, 방공포병학교 등 5개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대구 군부대 이전 예비후보지로 영천시, 상주시, 군위군을 선정했다. 최종 이전지 선정은 대구시에서 사업성 및 수용성 평가를 통해 3월 초 결정할 계획이다.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예비 후보지 3개 시군의 지역 유치 당위성과 유치 전략 등을 점검해 본다. 대구 군부대 이전 영천이어야하는 이유, 다섯 손가락도 모자란다? 영천시는 지난 2022년 10월 군부대 유치에 발벗고 나선 이후 영천시의 강한 유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9월 3일 국방부와 육군본부 관계자가 영천시 훈련장 후보지를 방문했을 당시 영천시민들은 박수를 보내며 크게 환영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대구 군부대 이전은 왜 영천이어야 하는지 살펴본다. □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 영천시는 팔공산, 보현산을 기반으로 한 우수한 방호능력을 갖추고 있고, 동서남북으로 중앙선, 대구선 복선전철, 대구도시철도 1호선 금호연장 확정(2030년 개통예정)과 하양 연장선 개통, 3개 노선의 고속도로(8개 나들목)가 이어진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이다. 포항, 울산과 인접해 해상지원작전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현재 2작전사령부(잔류세대 고려)와도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 □ 다양한 생활서비스 완비 예비후보지 중 유일하게 대학병원인 영남대영천병원이 소재하고 있고, 국군대구병원도 15km 이내 인접해 있다. 또한, 영남의 3대 시장으로 불리는 영천공설시장, 이마트와 롯데시네마, 스타벅스, 버거킹, 맥도날드, 롯데리아, 써브웨이 등 유명 프랜차이즈가 즐비하다. 체육센터와 시립박물관이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군인 가족들이 마음 편하게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다. 영남대 영천병원으로 시내버스가 직통 연결되고, 대구-경북 광역 환승제 확대 시행, 6 ~ 18세 학생들의 대중교통 교통카드 무료화, 대구도시철도 하양 연장선 개통에 맞춰 555-1 심야버스 노선 신설, 고등학생 안심귀가 택시비 지원 확대 등 모두가 누리는 생활서비스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군인자녀 맞춤형 교육 인프라 지난해 7월 교육발전특구로 선정돼 미래교육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월에는 영천고등학교가 일명 제2한민고라고 불리는 ‘군인자녀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됐다. 전국 명문인 파주 한민고를 롤모델로 정원의 60%를 군인자녀로, 나머지 40%는 경북도내 중학생을 선발한다. 파주 한민고는 2024년 입시에서 서울대(21명), 카이스트, 포스텍 등 다수의 학생을 보낸 전국에 으뜸가는 명문고다. 그리고 중학생 자녀를 위한 기숙형 ‘별빛중학교’도 운영되고 있어 군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군자녀 교육문제를 영천시가 유일하게 해결했다. □ 군사시설이 소재한 ‘군친화도시’ 영천시는 오랜기간 군(軍)과 함께 해오고 있어 군부대이전을 가장 뜻깊게 염원하고 있다. 제2탄약창과 육군3사관학교, 영천호국원, 오미부대, 21항공단, 1117공병단, 국립호국원 등 다수의 호국·군사시설이 소재있다. 대구 군부대가 이전해 올 경우 기존 부대와의 협력체계 구축 및 다양한 시너지·상생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 또한 전입지원금 30만원, 지난 23년부터 경북에서 처음으로 ‘군 장병상해보험 시행’ 등 군인장병을 위한 다양한 전입시책을 펼쳐 명실상부 ‘군친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호국도시, 국난극복의 DNA 입증 역사적으로 영천은 호국의 고장이다. 임진왜란 당시, 대규모 육지전 전투 중 최초로 읍성을 되찾은 영천성 수복전투가 있었고, 구한말 일제에 끝까지 저항한 산남의진 의병 중심지이기도 하다. 6·25전쟁 당시 수세에 몰린 국군이 영천에서 대반격을 시작했다. 인민군 3799명을 사살하고 9·15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토대를 마련했던 ‘영천대첩’의 승전지이기도 하다.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졌을 때, 특유의 국난극복 DNA로 극복한 호국의 도시가 바로 영천이다. □ 시민들의 강력한 유치 의지 2022년 11월 대구 군부대 유치 민간추진위(100여명)가 출범해 다양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 군부대 유치 전시민 서명운동에는 10만555명이 참여했다. 영천시의회 군부대 유치 지지선언, 대구 군부대 유치 여론조사(98% 찬성), 지역종교계(불교, 기독교, 천주교)가 합심해 공개적으로 대구 군부대 유치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8월 야외종합훈련장이 공개된 후, 칠곡군은 대구 군부대 유치 철회가 있었고, 그 외 예비후보지에서는 사격장 반대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반대활동이 이루어 지고 있다. 하지만 영천시는 대구 군부대 유치에 있어 반대여론이 전무하며, 전 시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더 강력하게 군부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지난 상반기 영천시의 생활인구는 평균 41만3788명으로 주민등록인구의 4배가 넘었다. 이는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 바 있다. 국군부대 후보지와 민·군상생복합타운 후보지까지 거리는 4km 미만, 이동시간은 7분 정도로 군인 및 가족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대구 군부대 이전이 최종 이전지 확정의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 두고 있는 상황에서 영천시는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시민들의 하나 된 유치 의지를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봉규 대구 군부대 영천유치 추진위원장은 “국가안보사업인 만큼, 대구시에서는 명확한 평가 절차와 평가기준을 공개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5-02-19

“너무 가혹” 25세 젊은 배우의 죽음에 애도·자성의 목소리

인터넷 공간은 지난주와 이번 주에도 뜨거웠다. 젊은 여배우의 극단적 선택은 TV와 신문의 선정적 보도에 관한 반성과 동료 연예인들의 추모를 불렀다. 지난해 필리핀에서 체포된 외국인 범죄자 중 한국인의 숫자가 가장 많다는 부끄러운 사실도 알려졌다. 대전에서 자신이 다니던 학교 교사에 의해 죽음을 맞은 여덟 살 아이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이 부모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연루된 14세 미만 촉법소년이 적지 않다는 소식도 충격적이었다. 일주일간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을 부른 뜨거운 뉴스를 소개한다. ▲‘주홍 글씨’ 새겨진 채 죽음 맞은 배우 김새론 “미성년자가 술과 담배를 한 건 분명 옳지 않다. 하지만, 그게 스스로 죽음을 택할 정도로 큰 범죄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누구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의 영전에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배우 김새론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자신의 집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스물다섯 어린 나이에 맞은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추모 의견이 인터넷상에 퍼지고 있다. 김새론은 2014년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듯한 사진이 SNS를 통해 공개되며 미성년자 음주·흡연 논란 속에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3년 전인 2022년 5월엔 서울 강남구 도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일으켜 다시 한 번 여론의 돌팔매를 맞기도 했다. 음주 사고 이후 짧지 않은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복귀를 준비해온 김씨는 연예 활동을 중지했던 기간에도 구설수와 네티즌들의 비난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과 얼마 전엔 연극과 영화를 통해 활동을 재개하려 했으나 비판의 목소리가 낮아지지 않아 그마저도 어려움을 겪었다. 연예인에게 ‘사회적 낙인’이 한 번 찍히면 컴백이 쉽지 않은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이에 일부에선 “지은 죄에 비해 과도하게 큰 벌을 오랜 기간 받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새론의 집에서 외부 침입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김씨의 죽음은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젊은 배우의 죽음에 연예인 동료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함께 연기했던 시간이 그립다” “저세상에선 슬픔 없이 행복하기를” 등의 추모 메시지를 올리고 있고, 영화팬들도 “악플로 당신을 괴롭힌 사람들을 용서하라”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함께 영화에 출연했던 유명 배우들은 김씨의 빈소를 찾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그간 김새론에 관해 선정적인 보도를 지속해온 언론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체포자 숫자 1위 한국… 필리핀에서 당한 나라 망신 해외에 나가 국위 선양을 하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제9회 동계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들이 그렇고, 위험에 처한 현지인을 도와 신문에 미담 사례로 보도된 한국 여행자 등이 그렇다. 이는 개인의 명예인 동시에 국격을 높이는 일이기에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불명예스런 일에 한국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발견되고 있어 네티즌들의 끌탕을 부른다. 최근 필리핀 현지 신문들이 주목할 만한 기사 하나를 보도했다. 필리핀 이민국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망친 외국인 180명이 관계당국에 체포됐다. 체포된 사람은 2023년 128명보다 41% 증가했다. 그런데, 체포된 외국인 범죄 혐의자 중 한국인이 74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는 중국인 범죄 혐의자 62명보다 12명이 많은 숫자다. 체포된 한국인은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고, 전체 체포자 중 30%의 비중을 차지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나라 망신이다. 한국과 중국의 뒤를 이어 체포된 범죄 혐의자가 많은 국가는 대만(12명), 일본(11명), 미국(7명) 등. 실제로 경제 범죄와 보이스 피싱, 강도와 마약 관련 강력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은신하다가 현지 경찰이나 한국에서 파견된 수사관에게 붙잡혔다는 뉴스는 이전에도 심심찮게 보도돼왔다. 필리핀은 7000개가 넘는 섬으로 형성된 나라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 의도를 가지고 숨고자 한다면 수색이나 신병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이 필리핀에 ‘범죄자 도피처’라는 오명을 씌운 건 아닐지. “우리나라는 외국인 범죄자의 피난처가 아니다”라고 일갈한 필리핀 이민국장의 발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 여덟 살 초등학생이 교사에 의해 죽다니… “어린 아이가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너무 슬프다.” 지난 주.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살해된 여덟 살 대전 초등학생 관련 기사가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다. 네티즌들도 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향후 수사 진행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 사람들은 숨진 초등학생과 살인 혐의자인 교사, 유족 반응을 다룬 기사를 접한 후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한 네티즌은 “사태가 이렇게 되도록 방관한 학교 관계자, 동료 교사들, 교육청도 처벌해야 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왜 자신의 불만을 연약한 어린 학생 살해로 해소하려 했나”고 살해 혐의자 교사에게 묻는 목소리도 있었다. 상당수 사람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로서 너무나 큰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다. 자식 키우는 부모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몇몇 네티즌은 향후 재발방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제 망설이지 말고 교사들이 앞장서 아이들 보호를 위해 교내에 CCTV를 달자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는, “지금은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하루 종일 학교에 두어야 하나?”라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 증가하는 ‘촉법소년 범죄’ 해결책은 없나? 미성년자 범죄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 전. 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죄책감 없이 절도나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관련 사건이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는 경우도 흔해졌다. 이는 분명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제9조의 악용 사례다. 최근 경찰청에 의해 촉법소년 범죄 문제가 다시 한 번 현실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검거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로 사람의 얼굴과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물) 성범죄’ 피의자 수는 682명. 경찰청 발표에 의하면 이 가운데 10대가 548명이고,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도 104명이나 됐다. 검거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중 80% 이상이 10대라는 사실은 사람들의 추측을 뛰어넘는 수치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딥페이크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지난해 하반기 이후론 하루 평균 사건 접수 건수도 이전의 3배 이상 많아졌다는 게 경찰청의 부연. 상황이 이러함을 감안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엔 이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는 듯한 모양새도 보인다. 중국의 경우엔 살인·중상해·상해치사·강간·강도·마약 밀매·방화 등의 범죄에 관해선 촉법소년 연령을 12세로 낮췄다. 다수의 아랍 국가에서는 누구도 나이를 이유로 형사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고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게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지에 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사실은 나이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인간이면 누구나 인지해야 할 당위가 아닐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2-18

‘바다의 반도체’ 돌김 양식장, 포항 영일만이 최적지죠

‘블랙 페이퍼’ ‘블랙 칩’ ‘바다의 반도체’…. 김을 은유적으로 묘사하는 표현들이 부쩍 많아졌다. 해조류의 일종인 김이 식품을 넘어 하나의 경제 가치, 문화코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증거다. 해양 문화권에서 언제나 채취가 가능했던 김은 역사의 시작과 동시에 우리와 함께 했으며 원시, 고대부터 인류의 식탁을 지켜왔다. 김이 우리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삼국사기 ‘연오랑세오녀’(延烏90CE細烏女) 편. 사서(史書)는 김 출현의 공간적 배경을 경북도, 그것도 포항(영일)으로 지목하고 있다. ‘검은 반도체’ 김이 고대부터 경북 동해안에서 채취, 유통되었다는 증거다. 얼마 전 경북도가 돌김 양식 기술을 개발해 동해안 김 생산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보도가 경북 동해안 주민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해조류 양식, 가공을 위해 지자체가 나섰다는 사실보다 1800년 동안 경북민들의 의식 속에 잠자고 있던 해양식품 DNA를 깨웠다는 사실일 것이다. ◆ ‘연오랑세오녀’ 편에 김 최초 등장 앞서 언급했듯 김이 역사서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삼국사기 연오랑세오녀 편. 사서에는 ‘연오(延烏)가 바닷가에서 해조(海藻)를 따던 중 갑자기 바위가 그를 싣고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그곳 사람이 비상한 사람으로 여겨 왕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학자들은 이 설화를 신라, 경주 세력에 밀린 동해안 근기국(勤耆國) 유민들이 일본으로 정치적 망명을 떠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역사가들은 김과 관련해 두 가지 점에서 이 설화를 주목한다. 첫째는 동해안에서 서기 157년 당시에 이미 해조(海藻, 김·미역)를 채취했다는 점이다. 1800여년 전 포항에서 이미 김을 식용화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김 채취와 관련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료다. 또 일본에서 바로 왕으로 추앙될 정도 힘을 가진 동해안 지배층이 직접 김 수확에 나섰을 정도면, 이것은 단순 채집을 넘어 국가적으로 장려되었거나, 상업적 단계까지 이르렀음을 추측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연오가 일본으로 이주,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 해산물들이 무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시적 상업, 유통 단계까지는 진행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포항과 일본 시마네현 오키섬은 최단거리로 연결되는데 해류와 계절풍 등 조건만 충족되면 쉽게 왕래가 가능해 이 같은 가설에 힘을 실어 준다. 정리해보면 2세기 이미 동해안 포항에서는 김이 생산 되고 있었고, 초보적 수준의 해외유통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포항에서 돌김 생산, 양식 기록 고대에 해조류를 매개로 이어진 한일 양국의 인연은 일제강점기에 다시 나타난다. 이번엔 암해태(巖海苔) 즉, 돌김의 생산과 관련된 자료로서다. 1930년대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경북도 포항, 영일지역에 돌김 생산과 관련된 기록들이 많이 나타난다. 1933년부터 1934년까지 대략 10여 회 이상 보도 내용이 보인다. △‘지방비를 보조해 경북 포항의 암해태(돌김) 생산을 장려 한다’(1933년 6월 18일) △‘암해태 양식 최적지 조사를 통해 포항이 어촌 부업지로 유망하다’(1933년 7월 23일) △ ‘연 생산 5만원을 목표로 돌김 대증산에 나서자’(1933년 8월 29일) △ ‘포항 지역 3곳에 연 생산 10만원 돌김 개량밭을 만들자’(1933년 12월 10일)는 보도 등이다. 본사 경제에디터 김진홍 기자가 쓴 ‘일제의 특별한 식민지 포항’에 보면 더 구체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이 책 276쪽엔 ‘일제는 1923년부터 돌김 양식을 시도했는데 품질이 우수한 결과를 낳았다. 이에 총독부에서는 보조금을 주고 장려했다. 바위에 시멘트를 도포(塗布)하여 양식을 도모한 결과 지금은 어촌 부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경북도 산업과에서는 10개년 계획으로 각 어업 조합에 3600원씩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기록도 나타난다. 김진홍 에디터는 ‘일제는 1920년대부터 포항에서 피조개, 대합조개 양식을 시도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1920년대부터 시작한 돌김 생산에서 큰 성과를 보이자 포항, 울릉도, 영해, 축산, 강구, 영덕, 구룡포, 감포, 청하 등 어업조합에 보조금을 주어 돌김 양식을 장려했다’고 강조했다. ◆김 산업 선점을 위한 자치단체의 노력 작년 우리나라 김 수출은 1조원(7억 8000만 달러)을 기록하며 본격 K-푸드의 출발을 알렸다. 지난 10년 동안 10배 넘게 성장하며 코리아 슈퍼푸드의 대표 격인 라면 수출액을 앞질렀다고 한다. ‘바다의 로또’로 성장한 김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김 수출 1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김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김산업 규모화, 스마트화로 가공, 유통 효율성 제고 △K-김 브랜드 가치 향상을 통한 시장 확대 △거버넌스 구축 및 연구 역량 강화 등 사업을 추진한다. 경북도도 5억원을 투입해 동해안 특성에 맞는 종(種) 배양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대량 생산 기술이 완비되면 대기업 가공공장 유치 등 본격적인 김 산업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인천시도 정부 ‘육상(陸上) 김양식 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김양식 산업 육성에 나섰다. 이 사업에 선정되면 인천시는 향후 5년간 총 350원의 국비를 확보하게 돼 종자 생산, 양식 설비 구축에 나서게 된다. 2023년 김산업 전문기관으로 선정된 목포수산식품지원센터도 올해 안으로 대양산단에 전국 최초로 ‘마른 김 거래소’를 건립한다. 목포시는 이런 인프라를 기반으로 내년도에 ‘김산업 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김 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돌김 양식 최고 후보지는 포항 영일만 해양수산부와 경북도가 김 양식과 관련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그 후보 지역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김진홍 에디터는 동해안 김양식 후보지로 영일만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 동해안 지역은 파도가 강해 엽체(葉體)의 바위, 콘크리트 구조물 활착이 어려운데 비해 영일만 지역은 육지로 깊숙이 들어간 덕에 파도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또 동해의 수온이 김양식에 적합한 10-15도를 유지해 해태의 생육에도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김 에디터는 영일만 지역 중에서도 남쪽 방향인 도구해수욕장 근처를 주목하고 있다. 신항만 쪽에서 내려온 파도가 에너지를 잃고 잔잔한 물결을 이루기 때문이다. 동해안 청정구역 입지를 바탕으로 수질 악화나 해수 영양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고수온, 수질오염, 중금속 오염, 황백화 현상에서 자유로운 ‘육상 김양식법’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다. 해상 김 양식이 태풍 등 자연재해, 해양오염에 취약한 데다 노동집약적 산업의 한계 등 많은 핸디캡 때문에 사양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수온과 광량(光量), 품종, 해수 영향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육상 양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김 육상 양식은 자연 재해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품질 관리가 쉽고 국제 식품 위생 기준에도 맞는 대안”이라고 말하고 “아파트식 대량 양식장에 ICT, AI 등 스마트 농법을 적용해 인력, 인건비 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철강, 이차전지 잇는 포항 산업화 동력으로 포항시는 고대부터 해초와 관련된 스토리텔링을 간직하며 김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중일전쟁 준비로 여념이 없던 일제가 동해안의 각 지역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김 양식을 지원했던 사실도 독특하다. 이런 역사적 서사(敍事)와 김과 관련된 역사, 전통을 바탕으로 포항시도 정부, 경북도의 김 산업 정책 공모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도와 도전이 결실을 거둔다면 포항시는 철강, 이차전지, 수소산업만큼은 아니지만 ‘블랙 반도체’라는 또 하나의 산업화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2-16

신비로운 건국 신화의 나라 ‘가야’

(사)가야연구원 원장인 김성문 시민기자는 우리고장 역사를 바로 알리고 고장의 자부심을 고취하고자 가야사 이야기를 60회 연재한다. 나라가 건국될 때는 위인이 나타나 나라를 세우고 신화로 꾸며진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주로 난생 신화로 꾸몄다. 우리나라 신화는 하늘에서 내려온 알이거나, 인간의 몸을 거친 알에서 태어났다. 박거세왕, 수로왕은 하늘에서 내려온 알에서, 고구려의 시조 고추모(고주몽)왕과 신라의 석탈해왕은 인간의 몸을 거친 알에서 태어났다. 하늘에서 내려온 알은 성스러운 빛과 더불어 내려온다. 성스러운 빛은 주로 자색으로 나타난다. 자색은 천자를 상징한다. 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고 천신의 아들이거나 또는 태양의 아들임을 의미한다. 신화에서는 인간 생명의 근원을 하늘에 두고 있다. 주인공의 탄생 자체를 하늘에 두고 있으므로 처음부터 신성시하고 있다. 신기롭고 이상한 징후에 의해 태어난 주인공은 곧 혼인과 더불어 왕위에 오른다. 가락국의 수로왕도 삼국유사 ‘가락국기’조에 보면, 계욕일(첫 사일·巳日)에 김해 지역 구간들이 시냇가에 모였다. 그들은 재앙을 없애기 위해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있었다. 그때 북쪽 구지봉에서 오색찬란한 서광이 하늘 높이 이어지고 기운이 천지에 가득해졌다. 이어서 이상한 음성이 들렸다. 구간들은 2~300명의 사람을 거느리고 구지봉에 가서 구지가를 불렀다. 한문으로 된 구지가의 통상적인 해석은,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김의박의 ‘옛말산책’에서는,“신이시여, 신이시여, 쉬이 나타나소서. 아니 나타나시면, 번쩍여주소서.”라고도 해석한다. 잠시 후 하늘에서 자줏빛 밧줄이 내려와 땅에 닿았다. 그 끝을 찾아보니 붉은 보자기에 황금 상자가 싸여 있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 해와 같이 둥근 황금알 여섯 개가 들어 있었다. 모두 놀라고 즐거워서 황금알을 향해 절을 백번하고, 황금 상자를 다시 보자기에 싸서 아도간의 집 탁자 위에 정중히 놓고 각각 헤어졌다. 그 이튿날 아침에 다시 모여 황금 상자를 열어보니, 여섯 개의 황금알은 여섯 동자로 바뀌어 있었다. 그들은 용모가 매우 거룩하여 걸상 위에 받들어 앉히고 절하며 극진하게 모셨다. 여섯 동자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서 십여 일이 지나니 신장이 2미터가 넘었다. 얼굴은 용과 같고, 눈동자가 둘이며 눈썹은 여덟 색깔이었다. 금상자의 알에서 나온 여섯 동자 중 제일 먼저 나온 동자를 수로라 했다. 변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로는 김해에서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었다. 나라 이름을 대가락 또는 가야국이라 했다. 그리고 나머지 다섯 형제인 고로는 경북 상주 함녕에 고녕가야를, 벽로는 경북 성주에 성산가야 또는 벽진가야를, 대로는 경북 고령에 대가야를, 아로는 경남 함안에 아라가야를, 말로는 경남 고성에 소가야를 건국하고, 각각 임금이 되었다. 그리고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을 중심으로 대가야 세력의 권역인 비화가 있었다. 가야국 전체의 경계는, 동쪽은 황산강(현재 낙동강), 서남쪽은 넓고 큰 바다인 창해(현재 남해), 서북쪽은 지리산, 동북쪽은 가야산이며 남쪽은 대마도 서북부 국미성까지다. 계속 /김성문 시민기자

2025-02-16

한국인에 진심인 도시 ‘마쓰야마’의 매력 속으로 ‘풍덩’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감정적으로 쌓인 것이 많아서 마음이 먼 것이다. 가깝고의 그 거리가 부산에서는 더 가까운 일본이다. 도쿄와 오사카 같은 번잡한 도시보다 조용한 소도시 여행을 더 좋아해서 우리 가족은 일본을 자주 다녀왔다. 대마도는 엄마와 한 번, 친구들과도 다녀왔다. 10년 전 동해에서 배를 타고 갔던 도토리현을 시작으로 교토, 나라, 오키나와, 가고시마를 고루 살폈다. 지난봄에는 우동에 진심인 다카마쓰를 다녀왔다. 마스코트 머리가 우동으로 꽉 찬 모습에 웃음이 나왔는데, 여행안내 책자에 우동 맛집만 표시하고, 우동택시투어가 운행 중이다. 예전부터 맛집 앞에 줄 서는 것은 질색이라 고개를 저었는데, 다카마쓰에서 우동을 먹고는, 다음날 또 가자고 남편을 졸랐다. 매일 한 끼는 우동 맛집을 찾아다녔다. 면발이 달랐다. 겨울에 들며 마쓰야마 여행을 계획할 때, 마쓰야마에서 다카마쓰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다. 남편은 포항에서 대전까지 거리라고 하기에 그래도 우동 먹으러 하루 다녀오자고 졸랐다. 유명 연예인이 아침에 일본행 비행기를 타고 가서 우동 한 그릇 먹고 되돌아 온다기에 돈도 많다했더니, 이제 그 심정을 알게 되었다. 마쓰야마는 한국인에게 진심인 도시다. 그래서인지 최근 여행객이 늘었고 직항이 생겼다. 설레는 마음으로 부산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라 좌석을 찾아 앉았더니, 포항 사는 친구가 뒤따라 탔다. 반가워서 어디 가냐고 우문을 던지니 마쓰야마 간다고 현답을 했다. 남편이 비행기가 완행도 아니고 가다가 어디 들르냐며 같은 비행기 타고 어디가냐고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똑같다며 웃었다. 여행 내내 한국인들 목소리가 어딜 가나 들리고, 그동안의 소도시 여행에서 느끼는 조용함은 기대하지 말아야 했다. 공항 안내에 가서 한국 여권을 보여주면 여권 한 장당 무료 쿠폰 한 꾸러미를 준다. 마쓰야마 중요 여행지에서 한 장씩 뜯어서 내밀면 입장권으로 교환해 준다. 꼭 받아야 한다. 여행하기 전 트래블카드를 만든 남편이 공항 ATM기에서 환전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가보니, 자꾸만 안된다며 땀을 뻘뻘 흘렸다. 아버지 환갑이라고 이번 여행비를 낸 아들이 보더니, 잃어버릴 때 대비해 막아놓은 것을 풀라고 하니 돈이 나왔다. 처음 써보니 생기는 일이다. 셔틀버스가 있다고 해서 밖으로 나가니, 버스 머리에 한국인 전용이라고 한글로 써있다. 비행기 안에서 본 사람들로 꽉 찼다. 버스는 JR마쓰야마역, 마쓰야마시역, 오카이도, 도고온천, 도고프린스호텔, 오쿠도고이치유노모리에 사람들을 내려주었다. 우리는 오카이도에 내려 호텔에 체크인하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75년 된 초밥집 스시마루에 들어갔다. 카운터에 할머니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것만 같은 모습으로 우릴 맞았다. 식당에 손님도 대부분 한국어로 대화 중이다. 음식은 일본 맛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다음날 일찍 트램을 타고 도고온천으로 향했다. 다음 정거장에 시각 장애인이 기다리니, 기관사가 내려가서 모시고 자리에 앉게 한 후 제자리로 가서 출발했다.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행동에 감동이었다. 도고온천역에 내리니 역사가 스타벅스점이었다. 1971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건물이라니 오래된 것을 쉽게 부시지 않고 간직하는 일이 우리에겐 힘든데 일본은 일상 같다. 커피를 주문해 2층으로 올라갔다. 갑자기 뿌뿌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오래되고 낡아 전시용인가 하던 봇짱열차가 칙칙 소리를 내며 달릴 준비를 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일본인들이 번호를 부르니 표를 내민다. 어릴 적 차장 아저씨가 표에 또깍 하고 구멍을 뚫어주던 그것을 눈앞에서 다시 보았다. 주말만 운행한다는 걸 뒤늦게 알아서 기차는 떠나버렸다. 역 앞에 또 다른 볼거리는 30분마다 봇짱카라쿠리시계가 공연을 펼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시계를 향해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벤트가 곳곳에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늦은 아침이자 이른 점심은 신사로 오르는 계단이 보이는 우동집에 첫 손님으로 들어갔다. 주문하려다 말고 깜짝 놀랐다. 가슴 앞으로 크로스해서 메고 있던 가방이 사라진 것이다. 거기엔 여권과 어제 엔화로 바꾼 지폐가 들어있었다. 당황한 남편이 어디서부터 없던 것일까 되짚어 생각하다, 스타벅스 2층 우리가 앉아 커피를 마시며 벗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평소 달리기하면 뒤에서 일등인 남편이 스타벅스로 향해 달리는 모습은 100미터 국가대표급이었다. 가방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며 달리니 발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가방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다른 나라였으면 우리의 여행은 엉망이 되었겠지 생각하니 아찔했다. 도고온천 주위로 귤을 재료로 하는 선물 가게와 음식점이 줄을 이었다. 인형 뽑기 대신 귤을 뽑는 기계가 있어 한참 구경했다. 숙소에서 내려다보이는 반스이소는 유럽의 어느 성 같다. 가는 길에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언덕의의 구름뮤지엄에 먼저 들렀다. 반은 공사중이고 1, 2층은 무료이고 3층부터는 유료다. 반스이소는 무료 쿠폰이 없어서 입장료를 냈다. 이 동네서 수세식 화장실이 제일 먼저 만들어진 곳이라 한다. 우리가 들어가니 피아노 연주회 중이었다. 사람이 드나들고 행사가 있어야 건물이 오래 보존되는 것이다. 마쓰야마성도 숙소 근처라 걸어서 찾아갔다. 산 위에 위치해서 올라가는 방법은 세 가지다. 걸어서, 케이블카, 1인 리프트를 타고 가는 것 중에 우리는 추워서 케이블카로 정했다. 무료 쿠폰 꾸러미에서 성 그림이 있는 것으로 뜯어 내밀었다. 모네의 그림이 있다는 마쓰야마 현립미술관도 설이라 휴관이다. 다음날 멀리 차를 빌려서 외곽으로 나갔다. 무치코 고택도 문이 닫혔고, 우치고자 가부키 극장은 공사 중이라 휴관, 가류산장과 시모나다 간이역을 둘러보았다. 돌아오는 날, 짐을 맡기고 검색대에 들어가기 전에 이른 저녁을 먹었다. 아들은 마트에서 산 일본 초밥이 맛있다고 좋아했다. 공항에는 한국에서의 사고 소식으로 긴장감이 돌았다. 한국인 지점장이 직접 나와 일일이 신경 쓰며 점검했다. 부산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한 후 걱정했었다고 말하니, 공대 오빠인 아들은 그럴 일 없을 거라며 웃었다. 일상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여행의 묘미임을 온몸 가득 느낀 여행이었다.

2025-02-12

엄마·처녀 소나무 잇따라 떠난 후 홀로 마을 지키는 장군송

우리는 먼 하늘 이름 모를 별에서 나 홀로 지구로 여행을 온 나그네이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생전과 사후는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향하다 떠날 때는 또한 나 홀로 떠난다. 건강하고 행복한 여행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지만, 인간은 채우지도 못하는 끝없는 욕심 때문에 나그네 여행길은 힘들고 고단하다. 때로는 과한 욕심에 눈멀어 나락으로 떨어져 돌이킬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에 봉착하여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우리의 인생길은 미리 볼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고 되돌아올 수도 없는 외길이며 첫길이자 마지막 길이다. 한 번뿐인 인생길, 창공의 바람처럼, 청산의 물처럼, 산야의 노거수처럼 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걷고 싶다. 그 인생길이 슬프고 아프면 슬프고 아픈 대로, 기쁘고 즐거우면 또한 기쁘고 즐거운 대로 나그네의 운명이라 여기고 안분지족하면서 천천히 그리고 부끄러움이 없는 길을 걷고 싶다. 오늘도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노거수 여행길에 나셨다. 노거수에 대한 고사와 설화가 있다. 그중에서도 환생담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은 후 나무로 환생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신성시되는 설화이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 인주리 산 15번지에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 노거수는 이러한 환생담의 설화를 가지고 있는 노거수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옛날 경북 포항 연일읍 인주리 운제산 자락 조용하고 아담한 시골 마을에 득대란 청년이 살았다. 그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된 어머니를 모시고 여동생과 가난하지만, 오손도손 정답게 살고 있었다. 가장 노릇을 하며 어려운 집안일은 물론 부모님께 지극정성이고 여동생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오빠였다. 그러나 남자로서 씩씩하게 자라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호연지기를 키우면서 공부와 무술을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 그러던 어느 해 나라에서 큰 전쟁이 일어났다. 득대 청년은 평소 생각하던 바대로 어린 동생에게 어머니를 잘 모실 것을 당부하고 전장으로 떠났다. 문무 겸비한 청년이라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임금님으로부터 대장군이란 칭호를 하사받게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대장군이 된 득대는 금의환향했다. 고향 조박골에 당도해 보니 온 마을은 도적들이 몰려와 가축이며 양식을 모두 털어 가고 마을 처녀들도 모두 붙잡아 갔다는 청천벽력에 아연실색했다. 단숨에 도적들 소굴로 달려간 득대는 도적의 두목을 죽이고 도적들을 멀리 쫓아내고 잡혀간 마을 처녀들을 모두 구했다. 그러나 동생은 도적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였다. 시신으로 돌아온 딸을 본 어머니는 충격으로 그만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동생을 마을이 보이는 산자락에 묻은 득대는 묘 앞에서 여드레 동안 어머니와 동생을 생각하며 통곡하다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나라와 마을을 위해 큰일을 한 득대를 어머니와 동생 옆에 나란히 묻어 주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세 사람의 묘 위에 소나무가 한 그루씩 자라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세 사람의 영혼이 소나무가 되어 마을의 수호신으로 환생했다고 믿어 장군 소나무, 엄마 소나무, 처녀 소나무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매년 정월에 세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아름다운 이야기와 한 그루의 장군 소나무만 남아 있다. 수년 전 엄마 소나무가 죽고 나자, 처녀 소나무마저 그 뒤를 따라 죽었다 한다. 그 흔적만이 남아 설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도 장군 소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마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마을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마을 주민들도 조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장군 소나무를 잘 보호하며 가꾸고 있다는 설화가 지금까지 주민들로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리는 장군 소나무 노거수 설화에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부모님에 대한 효도와 동생에 대한 형제간의 우애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를 모시고 여동생과 살아가면서 가장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평소에 문무를 익혀 전쟁이 일어났을 때 주저 하지 않고 전장에 나아가 혁혁한 공을 세우고 승리로 이끌었다는 이야기는 충성심과 애국심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어머니와 동생의 묘소에 쓰러져 죽은 득대 청년을 주민들은 어머니와 동생 옆에 함께 묻어 영혼을 위로해 주었다. 무덤에 소나무가 자라자 득대와 그의 어머니와 동생이 환생하였다고 믿고 마을 제사를 지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심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으로 인하여 득대란 청년의 행복한 가정은 물론 마을의 평화도 풍비박산이 났다. 전쟁으로 인한 물적 인적 피해는 나라뿐만 아니라 국민 개인적으로도 씻을 수 없는 불행을 가져왔다. 전쟁은 먼 설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도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은 하마스가 먼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였으나 이를 물리치고 오히려 하마스를 초토화시켜 종전의 협상에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러시아가 먼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영토의 일부분을 점령하였으나 우크라이나는 국제 사회의 무기 지원만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형국이라 종전의 협상도 어렵게 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힘이 약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 오늘날 국제 사회의 현실이다. 유비무환으로 스스로 강해지는 자강의 길만이 나라를 지키고 우리의 행복을 지키는 길임을 장군 소나무 설화의 이야기 속에서 깨달았다. 노거수 설화는 마을 신화의 성격을 지니면서 마을의 중심 공동체 공간으로 애향심과 단결심, 애국심과 충성심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을 바라볼 수 있는 운제산 자락, 언제나 마을 주민의 행동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여 바른 행동을 유도한다. 나무로 환생한다는 설화는 마을 주민 자치 교육의 수단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 규범을 노거수 설화로 엮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 볼 수 있다. 노거수에 얽힌 고사와 설화는 징벌담은 당산나무를 신성시해야 하고 제사를 소홀히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노거수 설화다. 영험담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견하거나 인간에게 풍요를 가져다주고, 당산나무에 해를 가하면 울거나 혈흔을 나타내는 영험이 있다는 노거수 설화다. 동물담은 노거수에 특정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 생물에게 위해를 가하면 천벌을 받는다는 설화. 동물담의 노거수 설화 속에는 뱀이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다. 뱀은 사탄과 같은 사악함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당산 집 또는 당산나무를 보존하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지킴이 동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식목담은 마을을 개척한 사람이나 역사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이 심었다는 노거수에 대한 고사다. 이인계시담은 꿈속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 계시하는 대로 이행하면 반드시 유리한 상황이 전개된다는 노거수 설화다. 현몽담은 당산나무에 꿈 이야기가 부가되어 있는 것으로 꿈속에 목신이 나타나 인간에게 계시하는 것으로 사람과 대결한다거나 괴질을 물리친다는 노거수 설화. 풍수담은 풍수지리설이 포함된 노거수 설화로 보면 된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2-12

후판부의 독보적 기술, 세계 최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

글로벌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주력 생산품으로 후판이 있다. 후판은 철강 제품 중에서도 두껍고 넓은 철판으로 건축, 조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용되고 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후판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포항제철소 후판부 기술개발섹션 이영춘 포스코 명장. 그의 가족은 포항제철소 부지에 거주했던 이주민으로 태어날 때부터 포스코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후에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압연과를 전공했다. 1987년 4월 포스코 냉연부 입사를 시작으로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골수 후판인이 됐다. 평소 업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압연기능장, 열간·냉간 압연기능사, 열처리기능사, 금속재료시험기능사, 산업안전기사, IT-Professional 1급 등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의 결과로 창립기념 모범사원과 올해의 후판인으로 선정되었으며, 2022년에는 후판부 최초로 명장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현재 포항제철소 후판부 기술개발섹션에서 근무하고 있다. 후판부는 철강 제품 중에서도 두껍고 넓은 철판을 만드는 곳이다. 우리가 만든 후판 제품은 건축, 조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강재로 사용된다. 저는 이러한 후판을 더욱 튼튼하고 고품질로 만들기 위해 가열, 압연, 가속냉각, 교정, 전단 등 압연 공정 전반에 걸쳐 품질, 생산, 환경, 안전 관련 기술 개발과 모든 문제 해결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후판 WTP(World Top Premium)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조업 기준을 정립 중이다. 또한, 후배 양성을 위한 기술 전수 활동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신입사원들에게 기본적인 품성과 주인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을 전담하고 있으며, 주임급 이상 핵심 직원들을 위해 설비, 품질, 압연 관련 이론과 실무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포스코의 후판 제조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들었다. 이 자부심의 근거는 무엇인지. △포스코 후판부 제품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우리는 모든 고품질 후판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는 중국과 같은 후발 철강사와 단순히 가격과 생산량만으로 경쟁할 수 없다. 우리는 다른 철강사가 생산하지 못하는 고품질 제품을 주문받아 그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해야 한다. 현재 포스코는 후판 공정에서 가장 생산하기 어렵다고 평가받는 4~6mm 두께의 초극박재나 WTP 같은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극저온용 니켈 초극박재, 티타늄, 방탄강이 적용된 다양한 신강종을 생산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건설, 조선, 기계, 송유관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강종별 최적 가열 기술을 개발하고 초극박 압연에 최적화된 압연 패스 스케줄 모델 기술도 개발해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포스코 후판부의 독보적인 기술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다. -롤 얼라인먼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어 크로스 설비를 활용했다고 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후판을 음식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후판을 ‘수제비를 만들기 위한 밀가루 반죽’이라고 생각해 보자. 밀가루 반죽을 얇고 균일하게 펴기 위해서는 ‘밀방망이’가 필요하다. 이때 적당한 힘으로 밀방망이를 사용해야 균일하고 일정한 두께로 펴진다. 후판을 압연하는 롤의 원리도 이와 같다. 압연기는 밀방망이처럼 후판을 원하는 두께로 만들기 위해 적절한 힘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롤이 너무 꽉 잡히거나 헐겁게 잡히면, 반죽이 고르게 펴지지 않는 것처럼 후판도 균일하게 압연 되지 않는다. 따라서 롤의 적절한 조정이 중요하다. 문제는 롤을 설치할 때, 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때 활용한 것이 바로 페어 크로스(Pair Cross) 설비였다. 원래 페어 크로스는 평탄도 제어를 위해 크로스 각을 조절하는 설비였지만, 롤 설치 시에도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설비를 이용해 롤을 최대한 고정하고, 필요한 유격만큼 벌려주는 방법을 시도했다. 내 아이디어가 들어맞아 압연기 롤 얼라인먼트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롤 얼라인먼트를 최적화하니 설비 강건화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당시 EIC기술부, 중앙/지구정비, 연구소와 협업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경험을 통해 포스코의 저력은 현장 맨파워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무리 어려운 난제도 현장 전문가들이 모여 집단 지성을 발휘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지난 반세기 역사를 돌이켜보면,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인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말이 정확히 부합한다. 모든 정답은 항상 현장과 사람에게서 나온다. - 평소 동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건강이 좋지 못한 동료를 위해 직접 산삼을 채취했다고 하던데.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하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면 동료를 대하는 행동과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주임으로 근무하던 시절, 평소 건강이 좋지 못한 동료가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팀파워 활동의 일환으로 반원 4명과 함께 무작정 산으로 향했다. 아픈 동료를 위해 산삼을 직접 캐서 주자는 엉뚱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원 중 누구도 산삼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달랑 사진 하나를 들고 산으로 갔다. 동료를 생각하는 우리의 정성을 산이 알아줬는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진짜 산삼을 캤다. “심봤다”하고 목청이 터지게 외쳤던 그 순간은 정말 감격스러웠다. 나중에 산에서 내려와 한국심마니협회에서 검증까지 받았는데 최소 10년에서 15년 정도 된 자연산 산삼이라고 했다. 그 동료에게 산삼을 전달하고 기뻤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돈을 주고 산삼을 사줄 수도 있었겠지만, 동료가 아파서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은 동료애와 진심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엣저 롤 교체 방법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고 들었다. 평소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노하우나 접근 방식을 사용하는지. △엣저 롤(Edger Roll)은 철강 생산 과정에서 후판의 폭 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롤이다. 동료를 위해 산삼을 캐는 것만큼이나 힘든 작업이 엣저 롤 교체 작업이다. 이 롤은 수직 방향으로 서 있으며,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교체 작업은 굉장히 힘들고 위험한 과정이었다. 크레인이 수직으로만 들어 올릴 수 있어 사람이 직접 당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민했다. 기존의 매뉴얼을 따르면서도, 그다음 단계에서는 의심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엣저 롤 교체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크레인의 구조와 엣저 하우징(Edger Housing)의 기계 구조를 이해하고, 간단한 치구를 제작해서 하우징 내 엣저 프레임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방법 덕분에 교체 작업 시간이 2~3시간에서 10~20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이처럼 문제를 해결할 때는 기존의 공리를 의심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업, 정비, 외부 전문가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소재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항상 더 나은 설비 유지와 개선 방안을 찾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강종 변화에 따른 압연 구간별 롤러테이블 재질 개선이나 초극박 모델 제어도 이러한 접근 방식과 유사하다. 결국 잘 만들어진 매뉴얼을 따르면서도 선구자적인 마인드로 새로운 방법을 함께 시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객사의 요구에 부응하는 품질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를 포스코의 ‘오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한 주인의식이 일상 업무나 장기적인 목표 설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주인의식’은 사회생활이나 개인의 삶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한다. 내 회사에 출근한다고 생각하면 일상 업무에서 소홀함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량이나 설비 장애가 발생하면 재발하지 않도록 주도적으로 개선하고, 안전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 있는 일터로 만들기 위해 자율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장기적인 목표 설정에서도 주인의식은 큰 영향을 미친다. 주인의식을 가지면 회사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이 생기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책임감은 포스코가 ‘존경받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로 이어진다. 안전과 기술 경쟁력이 공존하는 현장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포스코가 오랜 시간 동안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장에서 매일매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나가겠다. -앞으로 포스코 후판이 세계 최고 브랜드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지. △포스코 후판이 세계 최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론과 현장 경험이 조화롭게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체계적인 후배 양성을 목표로 삼겠다. 100년 기업 포스코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나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명장의 역할은 개선과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역할은 인재 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섬김의 리더십’, 즉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 유능한 인재들을 잘 육성하여 포스코가 강건한 현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포스코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후판을 세계 최고 브랜드로 확고히 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개선해 나가겠다. 끝 이영춘 후판부·기술개발섹션 포스코 명장은 △1969년 9월 22일생△포항제철공고 졸업(1987년)△87년 4월 6일 포스코입사(38년 근속)△올해의 후판인(2014년)△포스코 창립기념 모범사원(2014년)△포스코 명장(2022년)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2-11

출산 장려금 1억 효과 톡톡… 직장 내 갑질에 분노 목소리

지난주와 이번 주에도 적지 않은 사건·사고와 해외 토픽이 인터넷을 사용해 뉴스를 소비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MBC 기상캐스터였던 오요한나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아직 온전하게 해소되지 않았고, 일타 역사강사에서 탄핵 반대의 기수가 된 전한길 씨는 부산에 이어 대구에 등장해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에 따른 전씨 지지와 비판의 목소리가 현재도 엇갈리는 상황. 이른바 ‘성과급의 시절’을 맞아 두둑해진 주머니에 웃음 짓는 이들도 있었다. 중국에선 독특한 방식으로 성과급을 지급한 회사가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만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때아닌 입춘 한파’는 11일 오후를 기점으로 차츰 누그러질 전망이다. 겨울이 제아무리 길어도 결국 봄은 온다. 그게 세상사 정한 이치. 아래 지난 일주일간 네티즌의 이목을 끈 뉴스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의 죽음엔 어떤 이유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죽음을 ‘존재의 절멸’이라 정의했다. 절멸(絕 滅)이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웃음과 눈물,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인간 존 재 자체의 특성이 온전히 소멸되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그래서다. 고래로부터 우리는 그게 어떤 형태이건 ‘인간의 죽음’ 앞에서 통곡하며 슬퍼했다. 특히 젊은 나이에 맞은 죽음은 요절(夭折)이라 칭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던 게 한국의 오랜 전통. 지난해 가을. 전도유망하던 MBC 기상캐스터 한 명이 요절했다. 스물여덟의 안타까운 나이였다. 오요안나 씨 이야기다. 사망 후 4개월이 넘게 흐른 최근에서야 오씨 죽음의 배경에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주변 친구들의 증언으로 윤곽이 잡히고 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추모의 말과 함께 앞길이 창창한 나이에 명을 달리한 MBC 기상캐스터의 안타까운 마지막에 의문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지인들에게 호소한 오요안나 씨의 SNS 메시지가 공개되자, 상황은 겉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 특히, 오씨를 괴롭힌 상대가 시청자에게 익숙한 동료 기상캐스터들이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의 놀라움과 한탄은 더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특정 동료 기상캐스터의 이름도 인터넷 공간에 오르내렸다. 오씨 사건이 공론화되며 몇몇 MBC 기상캐스터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댓글 작성 기능을 막기도 해 의혹은 더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목요일엔 “요안나는 살고 싶어했다”는 지인의 증언과 사망 이후 144일을 눈물 속에 보냈다는 오씨 어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대체 MBC 기상캐스터들 사이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라고 묻는 이들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공정성을 위해 외부 인사를 포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유족측은 위원회 구성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다. 향후 MBC가 시청자들의 궁금증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80억 성과급 이벤트’에 중국도 놀라고 한국도 놀라 동서고금, 남녀노소 가릴 것 없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돈을 싫어하는 이가 존재할까?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린 회사의 성과급 지급 관련 기사가 언론에 보도된다. 올해는 보험회사들이 높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올해 예상 성과급 지급률은 연봉의 34~50%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해 연봉의 60%를 성과급으로 받은 메리츠화재 직원들은 올해도 그 수준, 혹은, 더 많은 성과급을 기대하고 있다고. 영업이익이 2023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오른 키움증권 역시 월급의 800%를 ‘성과급 파티’에 사용했다. 키움증권의 2024년 영업이익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급을 기대하는 게 비단 한국 회사원들만은 아닐 터. 이를 보여주듯 최근 해외 토픽 하나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2002년 설립돼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의 한 중장비회사는 한국 돈 80억 원에 해당하는 중국 지폐를 테이블 위에 깔아놓고 직원들을 모았다. 그 자리에서 실적이 우수한 사원들에게 “한 번에 들고 갈 수 있는 만큼 가져가라” 또는 “제한 시간 안에 세는 만큼 성과급으로 주겠다”며 흥미로운 이벤트를 벌인 것. 다만 한 사람이 10억 원 이상을 가져갈 수는 없도록 했다고. 그 장면을 상상하며 수억 원의 성과급을 옮기는 해당 중장비회사 직원들처럼 흥분감에 들뜬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온화한 겨울 보내던 대만을 얼린 강추위 대만의 더위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여름철 대만을 여행한 이들은 입을 모아 “더워도 너무 더운 나라”라고 말한다. 실제로 5월부터 시작되는 대만의 더위는 9월 말까지 지속된다. 더운 것만이 아니라 습하기까지 해 불쾌지수도 높다. 높은 고도에 위치한 대만은 남부 해안가는 열대기후, 북부와 중부 지역은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거기에 동쪽에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는 대만이 1년 내내 따뜻한 기후를 유지하게 해줬다. 연평균 기온이 북부는 22℃, 남부는 24℃라는 게 이를 증명한다. 대만의 겨울 기온은 통상 12~16℃ 정도로 한국보다 따뜻하다. 눈도 거의 내리지 않는다. 그러니, 그간 추위로 인한 사망 사고는 드물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한국의 입춘 추위를 가져온 ‘북극발 강력 한파’는 대만 역시 어김없이 뒤덮었다. 평소 따스한 겨울을 보내던 대만 사람들이기에 이번 한파가 가져온 충격은 남달랐다. 추위 탓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대만 뉴스매체는 지난 8일 자정부터 그날 오전까지 추위로 인한 사망자가 78명이나 된다고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맹추위의 습격이 드문 지역은 혹한에 대비한 시설이나 난방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한파에 의한 사망사고 역시 그런 환경에서 초래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최근까지 1345명의 대만 국민이 강한 추위로 인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한국 또한 이어지는 강력 한파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기상 예보로는 11일 오후부터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도 북극 한파의 영향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니, 더 이상의 ‘한파 사망 사고’는 없을 듯하다. ▲출산율 높인 회장님의 장려금 1억원 “합계출산율이 1.5명이 될 때까지 자녀를 낳은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 1억원을 주겠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몇 해 전 내놓은 약속이다. 그 약속은 현재까지 꾸준히 지켜지고 있다. 지난 수요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개최된 2025년 시무식에서 이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출산한 직원들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씩 모두 28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이로써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지급액은 총 98억원이 됐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책은 실질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 평균 23명이던 회사 내 출산율이 28명으로 늘어난 것. 꽤 높은 수치의 증가율이다. 이부영 회장은 대한노인회 회장이기도 하다. 저출생 문제와 노인인구의 미래에 관심이 높은 이 회장은 사내 출산장려금 지급만이 아니라, 노인 연령 기준을 75세로 높이자는 건의도 정부에 전한 바 있다. 현행 60세인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도 이 회장의 견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능력이 있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출산율을 높여 미래가 붕괴되는 걸 막아야한다는 건 한국만이 아닌, 세계 여러 국가가 공감하는 중차대한 과제다. 보다 많은 기업이 저출생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효과적인 지원책을 내놓았으면 한다는 이부영 회장의 바람에 다른 기업들도 동참 의지를 보일지 주목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2-11

만고풍상 견디며 푸르름 잃지 않은 노송과 황홀한 해맞이

을사년 뱀의 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의 다짐을 갖고자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팔공산 인봉 신선송을 찾아 나섰다. 어둠 속으로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새벽부터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북지장사로 가는 좁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경사진 오르막길에 굽은 산길은 앞을 밝히는 헤드라이트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몸의 감각과 정신 집중으로 무난히 북지장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직 주변은 어둠이 깔려 사물을 잘 분간할 수 없었다. 인봉의 소나무와 함께 해맞이할 요량으로 가파른 경사진 올레길을 따라 올랐다. 숨이 차서 고개를 들고 심호흡하는데 어두운 밤하늘 숲속 나뭇가지에 밝게 빛나는 달이 등불처럼 걸려 있었다. 밝은 한 줄기 달빛이 어슴푸레하게나마 어둠을 몰아내고 숲속의 산길을 밝혀 주었다. 길 위에 내려앉아 있는 달빛을 지르밟으면서 들숨과 날숨을 세어가면서 한 발짝 두 발짝 천천히 올랐다. 마침내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았다. 아 이것이 팔공산 인봉이구나 직감하고 잠깐 그를 톺아보았다. 주변을 살피면서 바위에 오르는 길을 찾았다. 북쪽으로 가서 살펴보니 내려가는 등산길이 있고 바위로 오르는 길은 없었다. 그러면 남쪽에 오르는 길이 있겠지, 하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그곳에도 가파른 바위 낭떠러지로 길은 없었다. 다시 한번 이쪽저쪽을 가보면서 살펴보았지만, 길은 찾을 수 없었다. 새벽에 어디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했다. 어둠이 걷히기를 기다렸다. 그 시간이 오히려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산행하다 보면 많은 사람이 “산(山)과 봉(峰)을 어떻게 구분하지?”하고 묻는다. 그렇다. 어떤 것은 산이라 하고 또 어떤 것은 봉이라 하니 헷갈리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산은 주로 산맥이나 산줄기의 큰 덩어리를 이루는 전체적인 지형을 의미하고 봉은 산의 일부로 특히 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를 지칭하지 않나 싶다. 한라산, 설악산, 팔공산 등 높이와 면적이 넓은 지역을 포괄적으로 지칭하고 봉은 팔공산의 동봉, 서봉, 인봉 등 산의 한 부분으로 특정 지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팔공산의 지명과 유래를 생각하는 동안 어느 순간에 어둠은 산속으로 숨어들고 동쪽 하늘에 붉은 서기가 돌았다. 이제는 정말 오르는 길을 찾아야만 했다. 일어나서 다시 북쪽에서 남쪽으로 거대한 바위를 따라 훑었다. 거대한 바위가 조각나 떨어져 길을 막고 있었다. 떨어진 바위를 타고 넘었다. 그러자 바위와 바위 사이 좁은 공간에 노끈이 보였다. 겨우 몸 하나 지나갈 정도의 좁은 바위틈 사이를 비집고 노끈을 잡고 몸을 솟구쳐 올랐다. 인봉(579m), 거대한 바위 위에 올라섰다. 그곳에는 천년의 세월을 함께한 신선이 선물했다는 소나무 한 그루가 살아가고 있었다. 키는 불과 2m 남짓하고 큰 줄기 몸 둘레는 60cm, 작은 줄기 몸 둘레는 50cm 정도의 단아한 우산형의 자태였다. 너무나 완벽한 비율의 분재형 소나무였다. 분재형 소나무라면 화분과 흙, 물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곳 소나무는 화분 대신에 큰 바위들이 서로 맞물려 하늘로 솟구쳤다고 할까, 아니면 하늘을 받들고 있다고 할까, 아무튼 뾰족한 산봉우리 큰 바윗덩어리 위 좁은 틈새 열악한 환경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바위 틈새에 있는 눈곱만한 흙은 비바람이 실어 오고 또 만들었지 않나 싶다. 화분에 있는 소나무도 시시때때로 물을 주지 않으면 주접이 들고 결국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바위 위에 살아가는 소나무는 누가 물을 주고 보살핀단 말인가. 그리고 보면 자연이 힘을 합쳐 소나무를 다듬고 키우지 않았나 싶다. 바람은 멀리서 구름을 실어 오고 팔공산은 새벽마다 찬 이슬로 목을 축여주고 가끔 내리는 비는 바위 틈새에 머물러 소나무의 생명줄을 붙잡아주지 않았을까 싶다. 인봉은 팔공산 노적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 위에 다시 한 번 힘차게 솟구친 거대한 바위덩어리이다. 동서남북 사방을 막힘없이 조망할 수 있어 가슴이 뻥 뚫어졌다. 동산에 잉태의 붉은 산기를 더욱 짙게 물들이고 있다. 붉은 태양이 하늘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고 있다. 햇귀의 기운이 막힘없이 이곳 인봉 신선송에 쏟아져 내린다. 나는 신선송과 함께 새해 해맞이를 했다. 동으로 뻗은 푸른 솔가지 솔잎이 반짝반짝 빛났다. 환상적인 해돋이 풍경의 순간을 맞이하여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신선송의 자태에 나도 모르게 두 손 합장하여 경외심을 표했다. 그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면서 그에게 나라의 안녕과 평화를 빌었다. 돋을볕은 먼저 팔공산의 높은 봉부터 찾아 들었다. 천왕봉(1192m), 비로봉(1176m), 동봉(1167m), 삼성봉(1150m)이 자리한 팔공산 정상의 봉우리를 밝혔다. 돋을볕으로 아침 세수를 하는 팔공산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팔공산 치맛자락 접힌 명승지에 신라 고찰 동화사가 자리 잡고 통일대불상이 조용히 인봉을 바라보고 있다. 팔공산을 바라볼 수 있는 가장 멋진 곳, 인봉 바위 위에서 수백 년 동안 만고풍상을 견디며 여전히 푸르름을 잃지 않고 살아 있는 신선송과 황홀한 아침 해맞이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언제나 변함없이 무언의 신비를 전해 주고 있는 것 같은 신선송과 함께 팔공 백 리 능선을 바라보니 마음이 숙연하다. 아침 돋을볕이 서서히 산 아래로 내려와 시가지를 밝히고 있다. 낙동강이 대구 시민의 젖줄이라면 팔공산은 시민의 품이요 산소 카페이며 에너지의 발원지이다. 저 멀리 서쪽으로 눈 덮힌 가야산이 보이고 남쪽 앞산과 비슬산이 대구 시내를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팔공산에서 뻗어 내려온 산자락의 봉들이 이어진 스카이라인 조망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조선 시대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은 1748년 팔공산을 유람하고 남긴 남유록(南遊錄)에서 “반쯤 시든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고색창연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라며 팔공산 인봉 소나무를 예찬했다. 이를 근거로 소나무 나이를 300살로 보기도 한다. 그때도 지금과 같다고 하니 300살을 더 보태어 600살이라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팔공산 인봉 소나무는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우리에게 불망의 ‘인봉 신선송’이다. 바위 위에 올려놓은 자연이 다듬은 바위 분재 소나무이다. 팔공산 국립공원 상징물과 천연기념물로 ‘인봉 신선송’은 생태학적으로나 문화적 가치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고색창연한 신선송의 고고한 자태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의 방문으로 뿌리가 노출되고 답압으로 생육환경이 날로 열악해지고 있어 팔공산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심 가져 주었으며 하는 바람을 해 본다. 필자의 시 ‘팔공산 인봉 신선송’ 팔공산 인봉 바위에신이 씨앗을 뿌리고 다듬은천년의 숨결로 뿌리내린 신선송새해의 빛을 가장 먼저 품는구나. 비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고눈보라에 휩싸여도 잎을 잃지 않는바위틈새 깊이 내려진 뿌리는 세월을 뚫고하늘로 뻗은 두 팔은 내일의 태양을 부른다. 그 뿌리는 깊고, 심지는 강하여붉게 떠오르는 아침의 태양처럼꿋꿋하고 단아한 자태희망의 등불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2-05

비행기·갑질… 디지털 세상 속,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

2025년 오늘. 사람들 대부분은 이른바 ‘디지털 시대’를 체감하며 생활하고 있다. 지난 세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이 보편화된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련 정보의 상당 부분을 인터넷을 통해 얻고, 뉴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생산·소비된다. ‘여론이 모이는 공간’도 인터넷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흔해졌다. 이에 본지는 지난주와 이번 주엔 어떤 뉴스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는지를 간략하게 정리해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독자들이 한 주의 주요 뉴스를 보다 편하게 일별할 수 있도록 하는 독자 서비스 차원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계속되는 항공기 사고에 불안한 여행자들 지난 연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했다. 무려 179명의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통곡에 많은 국민의 함께 아파했다. ‘참사’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비극이었다. 사고 이후 관계 당국은 시신 수습과 장례 과정에서 향후 개선해야 할 사항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인터넷에선 제주항공기 추락 참사와 관련된 가슴 아픈 사연들이 알려졌고, 아들과 딸,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목소리가 오래 이어지고 있다. 이는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15분엔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항공기에 화재가 발생해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 여행자들 사이에선 “이젠 비행기 타기가 겁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한 것은 에어부산 항공기 사고에선 승객과 승무원 176명 모두가 불길이 커지기 전 비행기 밖으로 탈출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의 원인이 보조배터리에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앞으로 비행기에 탈 땐 승객 개개인이 보조배터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전해졌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워싱턴DC에서도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미국 육군의 블랙호크 헬기가 충돌해 적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엔 한국계 10대 2명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연말과 연초, 국내와 해외 가릴 것 없이 계속된 항공기 사고 소식에 여행을 준비해온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다 철저한 안전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젊은 기상캐스터의 죽음, 그 원인은? 지난해 9월 15일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가 새삼 인터넷 공간이 뜨겁게 한 지난주와 이번 주였다. 오씨 죽음의 이유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는 지인들의 제보가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들에게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생전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친구와 주고받은 고민 상담 형식의 SNS 메시지가 공개되며 사람들의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유족에게서 “짧지 않은 2년이란 기간 동안 괴롭힘은 계속됐고,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며 가해자들에 대한 비난은 더 거세지는 형국이다. 사람들의 비판이 오씨가 근무했던 MBC에게까지 미치자 최근 MBC는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신뢰와 공정함이 우선돼야 하기에 조사위원장은 외부 인사인 법무법인 혜명의 채양희 변호사가 위촉됐다. 정인진 변호사와 MBC 내부 인사도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진상조사위원회는 5일 첫 번째 회의를 연다. “고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것이며, 신속하게 조사를 마칠 것”이라는 MBC측의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 주목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의 발언 놓고 설왕설래 오가 지난 19일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동영상을 업로드하며 선관위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다. 그로 인해 파생된 논란이 지난주부터 오늘까지 인터넷 공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전씨는 “비상계엄과 탄핵의 원흉은 바로 선관위”라며 “부정선거에 관한 건 야당 국회의원도 의혹을 제기했고, 여당 의원도 제기했으며 심지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부정선거만큼은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계엄까지 선포하게 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과 전광훈 등 극우 진영의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이라 비난과 지지의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씨는 역사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며 비판에 앞장섰고, 동료 강사들 중에서는 “자괴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왔다. “선생님을 존경했는데, 이젠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며 전한길 씨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탈퇴하는 제자들도 있다고 한다. 반면 전한길 강사는 여전히 연봉 60억 원을 포기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씨의 견해에 동조하는 네티즌들 또한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온 전한길 강사가 자신과 다른 정치적 태도를 보인다고 돌을 던지는 건 온당치 않다”며 동조 의사를 나타내고 있기에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내수 진작? 일본 좋은 일만 시킨 것 아닌가 이번 설 연휴는 지난달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어느 때보다 길었다. 적지 않은 기업이 1월 마지막 금요일인 31일도 휴일로 정했고, 많은 직장인이 그날 연차를 사용함으로써 최장 9일을 쉬기도 했다. 정부는 긴 연휴 동안 사람들이 국내에 머물며 소비를 함으로써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는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실상은 예측을 빗나갔다. 지난 연휴.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218만 명이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공항은 물론, 지방의 공항들까지 북새통을 이뤘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걸 지켜보는 정부 당국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국내 여행지에서 사용되는 돈이나 해외에서 쓰는 비용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에서 머물다 오겠다”는 이들의 발걸음을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옛날과 달리 명절 제사의 부담에서 벗어난 세대의 해외여행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한 경제일간지는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여행의 인기는 이번 설 연휴에도 식을 줄 몰랐다. 일본으로 떠난 여행객 수는 27만6237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일본을 여행한 12만2778명보다 크게 늘었다”며 “일본 좋은 일만 시켰다”고 보도했다. ▲가수 구준엽 아내 사망과 ‘입춘 추위’도 네티즌 관심사 1990년대 시원스런 댄스음악으로 사랑받았던 그룹 ‘클론’을 기억하는 중년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바로 그 클론의 멤버였던 구준엽은 역동적인 춤 동작과 시원스런 노래로 당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랬던 구준엽이 2021년 대만의 인기 배우인 서희원(쉬시위안)과 결혼하자 많은 이들이 놀라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둘은 클론이 대만에서 활동하던 1998년에 만나 오랜 시간 헤어졌다가 극적으로 재회해 사랑을 꽃피웠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 행복은 짧았다. 지난 3일 구준엽의 아내 서희원이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둘은 애틋했던 사랑과 길지 않은 결혼생활을 이야기하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반려자를 잃은 구씨의 슬픔은 겨울바람처럼 차가울 것 같다. 기자 역시 클론의 노래를 들으며 살아온 세대이기에 애도의 말을 전한다. ‘입춘 추위가 한겨울보다 매섭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주 내내 지속된다는 코끝 시린 시베리아 한파는 제법 긴 시간 이어질 듯하다. 급작스레 닥친 혹한에 네티즌들은 “정작 12월과 1월엔 맛보지 못한 매운 날씨가 봄을 목전에 두고 닥쳤다”며 두꺼운 외투 깃을 단단히 여미고 길을 걷는다. 그렇다. 세상사 모든 건 사람들의 예측에서 빗나가는 경우가 흔했다. 예부터 지금까지.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2-04

“AI 기술과 창의적 학습 콘텐츠 차별화로 교육의 질 향상”

아이들이 효과적으로 미술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맞춤형 피드백을 통해 학습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학습 서비스가 오는 3월 출시된다. 최근 (주)아트팩토리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특수 아동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미술 교육 서비스 ‘디노빌리지’를 선보였다. 디노빌리지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존 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특수아동과 창의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저학년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및 특수아동 교육의 한계와 교사 업무 부담 문제 현재 교육 환경에서는 초등학교와 특수아동 수업 진행 과정에서 교사가 부담해야 할 업무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과 특수 아동을 위한 교육 시스템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존 교육 시스템은 일반 학생을 중심으로 설계된 도구와 방법론에 치중되어 있어서, 특수아동과 창의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저학년 학생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창의적 사고를 키울 기회 또한 제한되고 있다. 또한, 돌봄 교실의 교사들은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모두 직접 제작하거나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과 업무 부담이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AI 교육 콘텐츠 제공 디노빌리지는 AI 기술과 창의적 학습 콘텐츠의 차별화를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사와 부모의 교육 부담을 줄여줄 아이템으로 평가된다. 또한, 에듀테크 시장의 디지털 전환과 개인화 학습 수요 증가에 발맞춰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학생의 학습 진행 상황 추적과 맞춤형 피드백으로 학습 효율 극대화 AI 교육 프로그램의 초등학교 적용 가능성은 매우 높다. 디노빌리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그림 생성, 화풍 변환, 학습 진행 상황 모니터링 등 다양한 교육 도구를 제공한다. 이러한 도구는 학생들이 창의적인 미술 활동을 하면서 AI와 협업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직관적인 UI/UX 설계와 실시간 피드백 기능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최적화된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 학습의 진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교사에게도 유용한 도구가 된다. AI 기반 학습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 잘 통합될 수 있다. 특히, 디노빌리지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교육 도구를 제공하며, 디지털 시대의 핵심 역량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학습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개별 학생의 학습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효율을 극대화한다. △국내 초등학교, AI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 도입 서울 강동구 초등학교에서는 AI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창의적 문제 해결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AI 기반의 창의적 콘텐츠 생성 도구를 제공해 학생들이 AI와 협력해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AI 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창의력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AI 기반 미술 교육 플랫폼 디노빌리지, 사용자 테스트 준비 완료 디노빌리지는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완료했으며, 핵심 기능들이 구현돼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할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주요 기능으로는 그림 생성, 색칠 도안 생성, 화풍 변경, 교사-학생 간 실시간 학습 확인 기능 등이 있다. 차별화된 특징으로는 아이들이 좋아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인간공학적으로 설계된 UI/UX가 있다. 또한, 교사용 편의 기능을 통해 학습 내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디노빌리지는 B2G(정부 및 교육 기관)를 주 타깃으로 설정하며, 향후 B2C(일반인 및 개인 사용자)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초등 저학년과 특수아동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미술 교육 서비스는 1000억 원의 타깃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의 협력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학습 도구와 직관적 UI·UX로 교육 혁신 디노빌리지는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교육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감정, 동작, 화풍 등을 사용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학습 도구를 제공하며, 초등 저학년과 특수아동을 위한 직관적인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설계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한다. 또한, AI 기술과 교육 콘텐츠를 결합해 그림 생성, 색칠 도안, 화풍 변환 등의 혁신적 기능을 구현하며, 교사가 학생의 학습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한다.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학습 시나리오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지하는 것도 큰 차별화 포인트다. 디노빌리지는 B2G 계약 추진을 넘어 지역 외 수요를 겨냥해 홈스쿨링 가정과 사교육 시장으로 확장하고, 초등 고학년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콘텐츠로 시장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 MOU 체결 계획으로는 교육청과의 창의적 미술 교육 지원, 지자체와의 특수아동 교육 지원 및 지역 행사 공동 기획, 대학 및 연구소와의 AI 교육 기술 공동 개발을 포함하고 있다. 기술 보호를 위해 현재 출원된 특허 2건 외 추가 특허 출원을 계획하며, ‘AI 기반 맞춤형 그림 생성 방법’과 ‘화풍 변경 알고리즘 학습 도구’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강화하고 있다. 오미라 (주)아트팩토리 대표 △사용자 피드백 기반 교육 효과 극대화 및 추가 특허로 기술 경쟁력 강화 디노빌리지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특수아동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미술 교육 서비스로서,‘저비용, 고효율’을 핵심 가치로 삼아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초기에는 초등학교와 특수 학교를 타깃으로, 나아가 홈스쿨링 가정과 사교육 시장을 대상으로 월 구독 서비스와 추가 콘텐츠 판매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지역 연계 행사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 기술 개발과 콘텐츠 고도화를 위해 사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을 개선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한다. 동시에 추가 특허를 출원하고, 사용자 데이터 암호화 및 DRM 기술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 더불어, 음악 및 영어 등 타 교과목과의 융합 프로그램과 3D 프린터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을 통해 교육 범위를 넓히고 다양화한다. 마케팅과 글로벌 확장 전략으로는 워크숍, 데모데이, 교육 박람회 참여 및 디지털 홍보를 통해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 또한, 아시아 지역의 공교육 및 사교육 시장을 목표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마련해 해외 교육 프로그램 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오미라 아트팩토리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는 디노 빌리지의 성공적 출시와 함께 신제품 홍보 프로모션 진행, 초등학교 납품, 지자체 장애인 센터 보급, 크라우드 펀딩, 고객 관리용 홈페이지 제작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해외 진출을 시작으로 화풍 변환 작가를 20개로 늘리고, 도안 생성 AI를 5개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2

특정 소재·중간재에 편중된 산업구조, 외부충격 방어에 한계

△보호무역 강화는 예견된 위기 1월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취임했다. 공교롭게도 포항 지역경제의 중심인 철강 금속산업은 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취임했던 2017년 이후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포항경제는 어떻게 될까? 지금이라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제2의 트럼프가 10년, 20년 뒤에 나타나도 여전히 비슷한 위기를 만날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이 무서운 점은 우리나라와 달리 어느 대통령이나,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자국에 도움이 되는 즉 ‘국익’에 기반하는 국가정책의 기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 데 있다. 지금 포항경제가 어려워진 첫 시발점을 8년 전으로 보는 논거가 여기에 있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금까지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도내 어느 지역의 산업, 기업이라도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전무후무한 새로운 문제에 부닥치는 경우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포항경제 위기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포항 내부에 잠재된 문제에서 온 것이다. △해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그러면 포항경제는 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자체적인 순환형 경제 메커니즘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포항지역 경제산업구조에 있다. 지금  포항 경제의 주축은 철강과 이차전지다.  그런데 모두 기초소재-중간재-자본재-최종소비재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갖추지 못하고 특정 소재나 중간재에만 편중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포항경제가 큰 위기에도 견딜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약점 때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가끔 시민들이 과거 IMF 때도 경기가 이렇게 나쁘진 않았다고 한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곳은 최종소비재 산업이다 보니 포항경제의 약점이 때론 약이 되어 주곤 했다.  하지만 외부 충격을 이 약점이 커버해 주는 것도 이제는 한계에 달한 듯하다.   2023년 포항시 수출액 1위는 이차전지(배터리 양극재)로 34억6천8백만 달러였고, 2위는 열연강판(스테인리스강) 7억2천7백만 달러, 3위는 후판(인장강도 490MPa 이상) 6억4천5백만 달러였다. 수출 2위, 3위를 합쳐도 이차전지 수출액의 39.6%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 포항경제의 수출은 철강이 아닌 이차전지가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이차전지 수출액이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포항시 전체 수출 실적은 감소 추세다. 2024년 11월까지 포항시 월평균 수출액은 2017년 8억3천8백만 달러보다 7.9% 감소한 7억7천1백만 달러에 그쳤다. 월평균 수입액은 동 5억3천4백만 달러에서 무려 46.1% 늘어난 7억 8천1백만 달러를 기록했다. (표1 참조) 당연히 흑자였던 포항의 무역수지도 2023년 이후 적자로 전환되었다. 이는 물류에도 영향을 끼쳤다.  포항항의 수출입 물동량을 보면 수출량(월평균)은 2017년 0.67백만 톤(R/T)에서 2024년 0.48백만 톤으로 28.05%가 줄었고, 수입량(동)도 동 3.64백만 톤에서 2.92백만 톤으로 19.75%가 줄었다. 물류업체(화물용 트럭 포함) 실적도 감소했을 것이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소가 일본과 중국의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철강 금속 부문 국제무역에서 1992년 소비재, 자본재만 일본에 우위였던 중국이 2022년에는 소재·원재료와 중간재 일부를 뺀 소비재, 중간재, 자본재 모두 일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포항의 철강업계가 일본과 같은 수준이라고 가정해도 문제는 일본이 앞서는 소재·원재료는 수출이 거의 없고 중국이 일본을 따라잡은 중간재가 주력이라는 점이다. 실제 2022년 포항시 수출입 가공단계별 구성(표2 참조)은 수출의 98.1%가 중간재다. 수입은 1차산품이 55.2%, 중간재가 41.8%로 합 97.0%에 이른다.  그동안 포항 철강 부문의 수출이 감속한 원인이 고부가가치의 유일무이한, 압도적인 품질경쟁력을 지닌 제품의 부재에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이라도 근본적 대책을  결론적으로 포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체의 최대 문제는 ‘가격경쟁력’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후진국일 때는 저임금을 무기로, 중진국일 때는 로봇 도입, 공정 개선 등 효율성 향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선진국인 현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혁신을 통해서만 성장 가능한 체질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고가 김진홍 경제에디터 라도 사는 유일무이한 제품과 기술, ‘품질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을 갖추지 못하는 한 여전히 위기가 오면 환율, 금리, 인건비와 같은 ‘가격’에 치중한 임시대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지난해 영일만 산단에 착공한 중국 CNGR그룹과 포스코그룹이 합작한 이차전지 소재 공장은 그 의미와 가치와 매우 크다. 그나마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중국 시장을 향한 교두보 역할을 이 공장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포항지역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최소한 올해만이라도 지역 산업은 연구개발과 품질향상에 노력하고, 지자체는 지역기업을 적극 지원하며, 시민들은 지역 농수산물을 우선 소비하고, 시·도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은 전적으로 이러한 흐름을 역행하지 않는 판단으로 지역 경제주체 모두가 일치단결하였으면 한다. /경제에디터

2025-02-02

레퍼 슬리피, 칠곡 할매 래퍼들의 양손자 되다…‘수니와 칠공주’위해 의리의 재능기부

래퍼 슬리피가 칠곡군의 할매 힙합 그룹 ‘수니와칠공주’를 위해 ‘양손자 인연’을 맺으며 재능 기부에 나섰다. 칠곡군은 지역 공동 농산물 브랜드 ‘건강담은 칠곡할매’를 홍보를 위해 수니와 칠공주와 함께 뮤직비디오와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을 제작했다. 이를 알게 된 슬리피는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고, 직접 녹음실을 찾아 할머니들과 함께 랩을 녹음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오는 20일 공개 예정인 ‘건강담은 칠곡할매 뮤직비디오’는 밝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됐다. 슬리피는 특유의 재치와 친근함으로 할머니들과 찰떡 호흡을 맞추며 촬영에 임했다. 영상 초반에는 할머니들이 힙합 비트에 맞춰 등장하고 슬리피가 직접 랩을 선보인다. 중반부에서는 할머니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퍼포먼스를 펼치고, 슬리피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영상 후반부에서는 건강담은 칠곡할매 브랜드를 강조하는 메시지와 함께 슬리피와 할머니들이 함께 마지막 포즈를 취하며 마무리한다. □ 힙합 선생님에서 양손자로 슬리피와 수니와칠공주의 인연은 202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방송을 통해 처음 만난 그는 할머니들에게 직접 랩을 가르치며 힙합 선생님이 됐다. 할머니들은 전쟁과 가난, 배움의 한을 랩으로 풀어냈고, 이를 들은 슬리피는 감동을 받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그는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양손자로서 이들과의 인연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수니와칠공주의 공식 홍보대사가 된 그는 할머니들의 음악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그는 수니와칠공주의 데뷔 1주년을 축하하는 영상을 보냈으며, 지난해 멤버 서무석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조화를 보내고 추모의 글을 남기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슬리피는 “할머니들과 함께할 때마다 제가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며 “이제는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양손자로서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 양손자의 응원 속 쇼미더 할머니 우승 수니와칠공주는 지난해 11월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다른 할매 래퍼 그룹과의 랩 배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평균 연령 85세의 할머니들은 직접 만든 가사와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무대를 지켜보던 슬리피는 무대 뒤에서도 계속 할머니들을 격려하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칠곡군 관계자는 “슬리피가 할머니들을 챙기는 모습에서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정말 손자 같은 따뜻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그의 응원이 할머니들에게도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 할머니들의 양손자 사랑 슬리피가 유산의 아픔을 딛고 지난해 3월 첫아이를 얻자, 수니와칠공주의 할머니들은 마치 친손자의 경사를 맞이한 것처럼 기뻐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수니와칠공주의 리더 박점순 할머니는“우리 슬리피가 이제 아빠가 됐다니 정말 기쁘다”며 “아기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슬리피도 아내랑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다른 멤버들도 “우리 양손자가 아빠가 됐으니 이제 우리는 증조할매가 된 거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자아냈다. □ 김재욱 칠곡군수 지원 약속 김재욱 칠곡군수는 이번 뮤직비디오 제작과 관련해 “수니와칠공주는 음악을 통해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하는 특별한 팀”이라며 “특히 슬리피 씨가 따뜻한 마음으로 할머니들을 챙기고 함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덕분에 칠곡의 어르신들과 농산물 공동 브랜드 건강담은 칠곡할매가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이어 “앞으로도 할머니들이 무대에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이들이 보여주는 도전과 열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힙합으로 세대 간의 벽을 허물다 수니와칠공주는 70대에서 9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힙합 그룹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가사에 담아내며, 전쟁과 가난, 배움의 한을 솔직하게 풀어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힙합이 낯설었지만, 꾸준한 연습과 노력 끝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무대 위에서 랩을 선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동년배들에게는 늦게라도 꿈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수니와칠공주는 각종 지역 행사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 무대에서도 활약하며, 노년층의 문화 활동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5-02-02

대경선 시승기-61.9㎞ 50분 대에 주파, 대구·경북 한 라인으로 연결 실감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앞서 대경선(大慶線)이 먼저 뚫렸네요. 열차가 길을 텄으니 이제 지역 주민들도 한뜻으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어수선한 정국, 정치 상황이 문제입니다.” 설 명절로 들뜬 27일 경산역 대합실. TV에서는 대통령 구속과 향후 전망을 알리는 패널들의 목소리가 역 구내를 울리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토론소리를 뒤로 하고 대경선 열차 시승에 나섰다. 대경선이 개통된 지 벌써 40여 일, 최근 1일 평균 이용객이 2만8000명을 기록했다. 당초 예측했던 수요에 접근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기착지 경산을 출발해 종점인 구미까지 대경선 61.9㎞ 전 구간을 돌아보았다. □ 난방시설, 공기청정기 완비 승차감도 쾌적 시승을 위해 대구에서 도시철도-시내버스 환승을 거듭하며 경산역에 도착했다, 여행자의 거친 호흡이 가라앉기도 전에 열차는 첫 정거장인 동대구역을 향해 출발했다. 제일 먼저 객실 내 인테리어, 시설들이 하나 둘씩 시야에 들어왔다. 도시철도와 달리 의자는 플라스틱 재질이었고 열선이 깔려 따뜻했다. 공기청정기와 난방시설도 잘 가동돼 실내는 쾌적했다. 외곽지를 오가는 광역열차라서 승차감이 다소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편안했다. 1435㎜의 안정된 궤간(軌間)과 도시철도 급의 구동음(AC 2.5kV, 60Hz) 덕이었다. 연휴 기간이라서인지 경산을 출발할 때부터 승객은 만원이었다. 열차는 대구 3호선보다 작은 2량이었고, 양 끝 실내가 한눈에 관찰되었다. 경산에서 구미까지 출퇴근을 한다는 한 직장인은 “무궁화호가 하루 32회 만 운행해 불편했는데 이제 (대경선이) 하루 100회 이상 운행돼 출퇴근 스트레스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경선은 출퇴근 직장인들의 경제적 부담도 대폭 줄여 주었다. 한 시민은 “구미에서 경산까지 가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기름값이 하루 1만 원은 나온다”며 “여기에 주차료까지 더해 월 30만 원 가까이 지출했지만 이젠 하루 왕복 5600원에 월10만 원이면 교통비가 다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 동대구역서 경산지역 대학생들 환승 열차는 정확히 10분 후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동대구역에서는 도시철도 1호선과 연결된다. 경일대, 호산대, 대구한의대,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은 여기서 환승해 안심을 거쳐 부호-하양까지 간다. 열차는 바로 도심 구간을 지나 대구역에 도착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저마다 일정과 약속을 위해 하차를 서두르고 있었다. 대구교대 앞에서 친구들과 약속 모임을 잡았다는 한 대학생은 “옛날에는 시내 약속을 잡으면 한두 시간 전부터 서둘러야 했지만 이젠 대경선만 타면 15분 만에 도심에 도착하고 또 도시철도 환승이 가능해 비용 면에서도 훨씬 절감된다”고 말했다. 열차는 12시 4분에 서대구역에 도착했다. KTX, SRT 승객들이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고속철도 승객들은 동대구역에서 대부분 내렸는지 하차 승객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열차는 7개 구간 중 가장 장거리인 서대구~왜관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이 구간은 무려 23.3㎞로 도시철도 3호선 전체 구간과 비슷한 거리지만, 최고 시속 100㎞로 달리는 덕에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16분 소요) 올해 말에는 이 구간에 ‘북삼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칠곡산업단지가 바로 옆에 있어 근로자들의 출퇴근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이웃한 약목면 주민들도 ‘약목역’을 설치해달라는 주민 궐기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 대구·경북이 한 라인으로 연결 실감 열차는 사곡역에 잠시 멈춰 섰다가 이내 종점인 구미역을 향해 달렸다. 차창 너머로 눈에 덮인 금오산과 철새 떼가 노니는 낙동강이 눈에 들어왔다. 종점에 이를 때까지 전 구간에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도심 구간은 입석 손님들도 상당수 있었다. 설빔 차림으로 하차를 준비하던 한 주부는 “한파주의보에 대설주의보까지 겹쳐 차를 두고 대경선을 이용해 구미 시댁으로 가게 되었는데 열차가 너무 쾌적하고 시간도 빨라 명절 연휴를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구미역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8분으로 전체 시간은 1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기사나 블로그 등에서 ‘40분 대에 주파한다’는 내용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일부 구간에서 몇 번 서행한 적이 있어 그 시간이 오버 타임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구미역에 내린 김에 식사를 위해 300여m 거리에 있는 구미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명절 특수로 발 디딜 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구미시는 대경선 개통을 구미 상업, 유통 발전으로 연결하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에 나섰다. 시는 구미역과 문화로 일대 유동인구,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가연합회와 간담회를 열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 대구·경북 광역 전철망 조성 희망 다시 구미역으로 돌아와 귀갓길에 오른다. 대경선 구미 플랫폼엔 벌써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출발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끝나고 입실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열차는 만석이 되었고, 기자가 대구역까지 오는 동안 한 번도 빈자리가 생기지 않았다. 경산-대구-칠곡-구미가 한 라인으로 연결되면서 대구·경북 간 심리적 거리가 한껏 가까워졌음을 실감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현실화 한다면 바로 이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구시 환경운동연합의 최진문 운영위원장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생기면 그에 맞춰 시민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고, 공간적 분업이 활성화 된다”며 “향후 대구·경북 전체를 아우르는 광역전철망이 빨리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1-30

“장르별로 골라봐요!” 가족과 함께 떠나는 OTT 여행

오징어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돌아온 ‘오징어게임’… 생존게임 속으로 K-드라마의 간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시즌 2로 돌아왔다. 3년 3개월 만이다. 오징어게임 2의 줄거리가 전개되는 시점은 지난 오징어게임이 끝나고 2년이 흐른 뒤다.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그렸다. ‘기훈’은 대학살이 일어나는 게임을 멈추고, 게임을 만든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오징어 게임에 도전한다. 하지만 계획은 좀처럼 쉽지 않다. 게임이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반으로 나뉜다. 게임을 계속해서 돈을 쌓으려는 자 게임을 중단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자가 팽팽하게 맞서게 된다. 세상을 떠난 주최자 오일남을 대신해 ‘프론트맨’이 ‘영일’로 위장해 기훈의 옆에 찰싹 붙어 한 팀으로 임한다. 그는 ‘기훈’과 같은 편인 척을 하며 ‘더는 죽는 사람이 없도록 게임을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기훈’의 믿음을 몰래 비웃으며 게임에 참여한다. ‘기훈’은 잔혹한 게임을 위해 끝내기 위해 참가자들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키며 게임 주최자를 찾는데, 과연 이 쿠데타는 성공할까? 특히 이번 시즌에는 공유,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양동근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공개 전부터 화제의 중심이었던 탑(본명 최승현)의 출연은 그가 이번 시즌 악당 캐릭터를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시즌2에서 탑이 맡은 캐릭터는 ‘타노스’로, 한물 간 랩퍼 역할이다. 극 중 ‘타노스’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준우승자 출신이지만, 유튜버 ‘진기명기’로 활동한 명기(임시완 분)의 방송을 보고 코인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빚을 진 인물로 설정됐다. 이 밖에도 성전환 수술을 위해 돈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현주’(박성훈 분), 도박 빚에 허덕이는 ‘용식’(양동근 분), 남자친구였던 명기를 믿었다 거액을 잃은 임산부 ‘준희’(조유리 분),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기 위해 돈을 모으는 ‘노을’(박규영 분) 등 여러 인물이 얽힌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번 설 연휴엔 바빠서 놓친 오징어게임 시리즈 방구석 정주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트리거’로 답답한 현실의 시름 잊어보자 “우린 목숨을 걸고 그 안에 들어가서 증거를 찍어야 해. 그래야 나쁜 짓을 멈추니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지난 15일 공개된 총12부작 범죄 스릴러 코미디 드라마다. 꽃 같은 세상, 검찰·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 사고들을 끝까지 추적하는 탐사프로그램 ‘트리거’팀의 이야기를 그렸다. ‘트리거’를 진행하는 MC이자 PD, 오늘만 사는 팀장 오소룡 역의 김혜수를 중심으로, 사회성 제로 중고 신입 PD 한도 역의 정성일, 열정 가득한 조연출 강기호 역의 주종혁 등이 출연한다. 오소룡(김혜수 분)은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캐릭터다. 정의감 넘치는 열혈 PD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데 열정적인 인물이다. 그는 나쁜 놈들의 잘못을 까발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재 현장을 누빈다. 장전된 총구 앞에서 “쏴보라”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낙하산을 타고 출입이 막힌 지역에 잠입하기도 한다. ‘트리거’팀의 신입 한도(정성일 분)는 사회성 제로인 명문대 출신 낙하산 PD로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다. 강기호(주종혁 분)는 3년 차 조연출로 오소룡 팀장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청년이다. 드라마는 이처럼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로 모인 ‘트리거’팀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고 빌런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펼쳐낸다. 탐사보도 팀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사이비 종교, 동물 학대, 스토킹 범죄 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사회이슈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다루지만 이를 무겁게만 끌고 가진 않는다. ‘트리거’는 경찰이나 법조인도 아닌 ‘언론인’의 시선으로 흉악 범죄를 조명하면서 신선함을 부여한다. 현실에서 은폐된 진실과 부조리를 폭로하고 악인을 응징하는 에피소드가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설 연휴 동안 답답한 현실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드라마를 찾는다면‘트리거’를 추천한다. 퍼펙트 데이즈 /넷플릭스 제공 ‘퍼펙트 데이즈’를 통해 위안을 찾기를… 이른 새벽 동네 주민의 빗질소리가 들리면 혼곤한 눈을 뜨며 아침을 시작한다. 이불을 개고 이를 닦고 집앞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빼낸 후 차에 탄다.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화장실) 청소부 인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는 삶이지만 기쁨을 잃지 않는다. 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길 우뚝 솟은 스카이트리 타워가 보이면 카세트 테이프를 꽂는다. 그가 주로 듣는 노래는 루 리드의 ‘원더플 데이즈’ 애니멀즈의 ‘더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 같은 1960~1970년대 올드 팝이다. 그는 사소한 일상이 모두 소중하다. 이른 새벽 가슴 깊숙이 들어마시는 공기, 출근 직전 마시는 캔 커피, 출근 길 자동차안에서 듣는 올드 팝,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코모레비), 이제 막 싹을 틔운 새싹, 단골가게에서 즐기는 사와(일본 소주와 탄산수를 섞어 만든 술), 잠들기 직전 읽는 문고판 책 까지.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삶은 소중하다. 어떤 이는 거창하게 살아가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삶을 살아가는 이도 있다. 남의 삶을 보며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대단히 지루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동안 한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자는 관객이 여러 명 있었다.) 똑같은 일상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같은 화장실을 매일 청소한다. 반복과 반복. 하지만 그것이 인생이다. 때로 예기치 않게 단조로운 일상을 깨뜨리는 일들도 생긴다. 청소업체 동료인 다카시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거나, 조카 니코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오래동안 보지 못한 동생과 재회하기도 한다. 마음속에 연모를 품었던 단골 가게 주인의 전남편과 의도치 않게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돌발적인 일들이 그이 일상을 깨뜨리지 않는다. 언제나 처럼 그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아침을 맞고 청소를 하고 사와 한잔을 한뒤 문고판 책을 읽으며 잠자리에 들 것이다. 삶이 불안하거나 일상이 불만족스럽다면 이 영화속에서 위안을 찾기를 권한다. 트렁크. /넷플릭스 제공 ‘트렁크’ 인간 본연의 감정 심도 있게 탐구 “밀당 좋아해요? 난 당신 안 꼬셔요. 그러니까 당신도 내 앞에서 편해져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2024년 11월 29일 공개된 8부작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로,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 서현진과 공유가 주연을 맡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며, 방영 이후에도 신선한 소재와 몰입감 높은 전개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트렁크’는 호숫가에서 발견된 의문의 트렁크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트렁크에 얽힌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중심에 놓인 두 남녀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노인지(서현진 분)는 사랑을 믿지 않는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New Marriage)의 차장이다. 그녀는 철저히 현실적이고 냉철한 인물로, 고객의 요구에 따라 완벽한 결혼을 설계하는 것이 직업이다. 한정원(공유 분)은 과거의 아픔에 갇혀 외로움에 잠식된 음악 프로듀서다. 그가 선택한 계약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은 만나게 되지만 트렁크를 둘러싼 사건에 휘말리며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노인지와 한정원의 관계는 단순한 계약으로 시작됐으나 한정원의 전 부인 이서연(정윤하 분)의 등장과 NM 대표 이선(엄지원 분)의 숨겨진 의도가 드러나며 이야기는 더욱 복잡하게 얽힌다. 특히 이선의 역할은 단순한 매칭 회사를 넘어선 NM의 비밀스러운 시스템을 암시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서현진과 공유는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서현진은 이성적이고 냉철한 노인지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으며, 공유는 한정원의 고독과 내면적 갈등을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풀어냈다. ‘트렁크’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외로움, 욕망, 구원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트렁크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인간의 숨겨진 진심과 상처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외로움과 구원을 성찰하며 시청자들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또 하나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설 연휴 색다른 감성과 여운을 남길 드라마를 찾는다면 ‘트렁크’를 놓치지 말자. /최병일·이시라·단정민·김보규기자

2025-01-23

한 줄 한 줄,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많은 이가 작금을 낭독의 시대라 한다. 혼자 묵독하던 책을 여러 사람과 어울려 소리 내어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낭독 모임도 곳곳에 생겼고, 독서회 중에는 회원들이 돌아가며 한 사람이 책을 읽어주고, 그것을 들으며 뜨개질을, 어떤 팀은 컬러링북에 색칠을, 또는 만다라를 그리는 모임도 있다고 한다. 다양하게 낭독을 공유한다. 이번 설에 부모님께 시를 들려드리고, 조카들은 색칠하며 연휴를 꾸며도 좋겠다. 낭독하기에 좋은 책 몇 권을 골라보았다. ◇ 한강 작가 읽기 2024년이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어로 읽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들리자 출판사와 서점은 마비가 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책 주문이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책을 주문한 친지들이 입 모아 묻는 말은 비슷했다. 책이 어려워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재미있게 즐기는 좋은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대부분 독자가 완전하게 이해하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이럴 때 낭독을 권하고 싶다. 우리 독서 모임도 정해진 목록이 있어서 어쩌나 하다가, 다른 날을 잡아 만나 그 자리에서 나눠 읽었다. 한강은 시, 수필,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펴냈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권양우 낭독사랑방에서 20여 명의 동인이 나눠 완독했다. 3시간이 걸렸다. 시의 느낌을 나누고, 노벨상 수상작에 한강이라는 이름이 불리던 날의 감동도 나눴다. 다들 자기 일처럼 기뻤다고 했다. 어떤 이는 한강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노벨상에 문학상이 존재한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고도 했다. 얼마 후 독서회 회원들과 아침 8시에 만나 오후 1시까지 ‘소년이 온다’를 읽었더니, 반을 남기고 다른 날을 하루 더 정해, 마저 읽었다. 다음 달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 번에 나눠 읽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인공 경하는 ‘소년이 온다’를 쓴 작가로 등장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새’와 ‘눈’은 공통점이 많다는 것도 같이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혼자 묵독할 때보다 만나서 낭독하니,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와 앉았다. 회원이 읽는 것을 들을 때 문장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고, 아무 때고 이해가 안 될 때 멈추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니 도가 터지듯 그렇구나 하고 끄덕였다. 함께 읽는 것이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다 같이 공감했다. 세 번째 책으로 ‘희랍어 시간’을 2월에 낭독하기로 정했다. ◇ ‘어린 왕자’ 사투리 버전 읽기 ‘어린 왕자’는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150개가 넘는 언어로 출판했는데 포항 사투리 버전 ‘애린 왕자’가 125번이고, 전라도 사투리는 154번째로 세상에 등장했다. 제주도 사투리도 있으니 골라 읽어도 좋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과 함께 ‘애린 왕자’를 읽고 줌으로 만나 이야기 나누자 했더니, 고향이 안동이지만 30년 이상 서울 언저리에 살다 보니 글로 된 경상도 사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포항에 사는 철학의 위안 독서 팀에게 한 단락씩 나눠 녹음해서 공유하자고 했다. 핸드폰의 기능이 다양해져서 영상 찍기뿐만 아니라 목소리만 녹음해서 파일로 공유하니 카세트테이프도 필요 없었다. 부산 출신 현미씨의 목소리, 경기도가 고향인 정희씨의 서울 억양의 사투리, 포항에서 나고 자란 진아씨의 진정한 포항 사투리까지 더해지니 애린 왕자가 살아 움직였다. 여수가 고향인 하원씨에게 전라도 사투리 ‘에린 왕자’를 녹음해 달라고 해서 들었다. 구수한 남도의 사투리가 경상도 사람이 읽어서 낼 수 없는 뉘앙스까지 담아내니 절묘했다. 책을 귀로 읽으니 그 맛이 남달랐다. 함께 들으며 웃고 즐겼다. 독서 모임의 의미가 확장되었다. ◇ ‘즐거운 소음’(두 사람을 위한 시) 1989년 뉴베리 수상작이다. 뉴베리상은 어린이 글에 주는 상이다. 오래전에 상을 받은 작품이 2024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곤충들의 일생이 그려진 문장들, 세밀화로 그려진 곤충들이 시와 함께 살아 움직인다. 책의 부제처럼 이 책은 둘이 함께 읽어야 한다. 그래야 운율이 살아난다. 마치 이중창처럼. 시는 악보처럼 한 사람의 목소리 부분, 둘이 함께 이중 화음으로 나눠 놨다. 같은 줄에 있는 구절은 내용이 달라도 같이 읽고 공간이 비어있는 사람은 쉬면 된다. 같이 읽다 따로 읽다 보면 저절로 시가 노래가 된다. 마치 듀엣처럼. 이 책이야말로 묵독하면 재미가 없다. 소리 내어 읽어야 그 맛이 산다. 미국에서 읽기 체험 교과서로 불린다. 다른 곤충들에게 물 위에 뜨는 법을 알려주는 소금쟁이, 하루살이, 메뚜기, 반딧불이, 각자 곤충들의 삶이 시로 적혔고 함께 읽으면 곤충들의 목소리가 들려와 교실이 풀밭이 되고, 숲이 된다. 이 책을 듣게 된 것은 라디오에서다. 지난봄 당일치기 여행을 하려고 새벽에 길을 나섰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니 자동으로 라디오가 들렸다. ‘라디오 북클럽’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림책 한 권과 즐거운 소음을 함께 읽어주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소개하는 방송이라니 반가워서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일요일만 하는 방송이었다. 듣는 이가 적은 새벽 6시, 그것도 모자라 다들 간만에 늦잠을 즐기는 일요일 새벽 하루 방송이라니, 책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지 말해주는 시간대요 방송편성이었다. 다시 듣기로 몇 편을 찾아 들으니 좋은 책이 많았다. 메모해 두었다가 주문한 책이 몇 권이나 된다. 그중에 즐거운 소음은 북클럽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만나지 못했을 책이었다. 감사한 방송이다. 긴 연휴 동안 부부가 함께,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와 목소리를 맞춰보면 색다른 추억이 만들어질 소중한 책이다. /김순희 수필가

2025-01-23

망망대해에 우뚝 울릉도 새하얀 지상낙원

□ 출항, 큰 바다를 건너는 일 며칠 연이어 결항에 결항이 거듭되었다. 건너가는 일은 계획하는 것만큼 수월하지 않았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해상 날씨와 선사 사정을 살폈다. 초조하기 때문이다. 출항이 결정되었음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겨울 바다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때는 숱하게 겪었던,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음에도 불안한 마음은 먼저 엄습했다. 배에 오르고 선체가 움직이고, 육지의 불빛이 점점 멀어져 까마득해져서야 비로소 ‘출항’은 기적처럼 반가웁게 현실로 다가온다. 밤새 요동치는 바다 위에서 흔들린다. 오늘만큼은 바다 위에서 한없이 흔들리고 흔들려도 좋으리. 내 육신 저 밑바닥까지 다 게우고 게워도 좋으리. 갈망하고 꿈꾸던 망망대해의 그 땅에 발 딛고 서는 순간이 온다면야 이 몸 녹초가 되어도 괜찮으리. 사위는 온통 짙은 어둠이다. 사방 천지 빛이라고는 없고 오직 바다를 가르는 이 한 척의 배뿐이다. 칠흑의 바다를 건너는 일은 어쩌면 극도의 불안 속에 시작되는 고난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검은 바다를 가르며 미궁의 세계로 달려가는 배의 갑판에 서서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향방을 가늠할 혜안이 없으므로 그저 어서 빨리 목적한 땅에 당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객실에 누웠어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뒤척이는 동안 수천, 수만의 시간이 흐르는 듯 지루하다. 삶에서 이렇게 시간이 더디게 흐른 적도 없었을 것이다. 배는 도착 예정 시각을 40여 분이나 넘겨서야 하선 안내 방송을 했다. □ 낯설지 않은 울릉도의 바람 아침 7시 40여 분, 울릉도는 아직 잠 깨지 않았다. 두꺼운 구름을 뚫고 여명이 밝아오려는 지 바다 위가 붉게 물들고 있다. 날개를 펼치고 한껏 비상하는 갈매기 날갯짓이 제법 여유롭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산골짜기를 훑고 내려온 바람에서 익숙함을 느낀다. 그리 멀지 않은 한때 나는 이 섬에서 먹고 잤다. 그러니 이 바람들이 낯설지 않다. 어떤 해로움도 거치지 않고 오직 태초의 바람처럼 맑고 선명한 바람이다. 망망대해의, 깊은 골짜기의 영혼이 가장 선명하고 가벼운 몸짓으로 일어선 게 울릉도의 바람이 아닐까 싶다. 여객선이 당도한 사동항을 빠져나와 도동으로 넘어가려는데 붉은 기운이 시선을 잡는다. 몽돌밭이 있는 사동리 물양장에 내려서서 동쪽을 향해 선다. 세상 구석진 곳까지 찾아 들어 밝히고 밝힐 해를 향해 나도 한없이 밝아지고 있었다. □ 반갑다, 금징어야, 울릉도 오징어야 저동항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다. 무슨 일일까? 지나치려다 급히 차를 세운다. 느릿하게 걷던 걸음이 빨라진다. 섬을 떠난 후 그간 몇 차례 울릉도에 왔었지만, 사람 하나 없는 텅 빈 어판장은 적막하기만 했다. 울릉도를 대표했던 오징어잡이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가장 먼저 어판장의 역할이 줄었다. 1∼3월, 겨울에 활발하게 잡혔던 오징어는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밤이면 수십 개의 집어(集魚)등을 달고 오징어 떼가 형성된 어군(魚群)을 찾아 나서던 채낚기 어선들의 불빛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울릉도의 오징어잡이 100년 역사가 점점 막을 내리게 될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일던 차였다. 오징어가 들어왔다. 울릉도 사람들마저 오징어가 왔다며 얼굴에 화색을 띤다. 적은 양이지만 어판장은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배에서 내린 오징어를 어판장 바닥에 쏟자 오징어가 배를 볼록하게 부풀린다. 놀라긴 놀란 모양이다. 열 개의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다 못해 배배 꼬이는 모습은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살아 있어 더욱 붉은 빛을 띠고, 때로는 붉다 못해 금빛을 띠거나 투명하기까지 하여 먹물통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오징어 왕국을 막 떠나온 호기심 많은 종족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활기차다. 너른 바다를 쏘다니다 막다른 곳에서 마주하게 된 인간세계의 경험이 다소 불쾌하다는 듯 물을 뿜거나 “빼액~”하고 거친 소리까지 낸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듯하다. 살아있는 오징어를 보는 일, 그 오징어를 사이에 두고 경매가 붙는 일, 이 모든 게 울릉도의 삶 아니겠는가. 7~8년 전까지만 해도 오징어잡이를 직접 나갔다는 어른이 오징어잡이와 경매에 대해 세세히 알려주신다. 어판장에서 마주한 지역민의 친절에 객의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경매가 시작된다. 밤새 오징어를 낚은 선주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지켜볼 뿐, 어떠한 말도 덧붙이지 않는다. 경매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 매수인이 어떤 손짓을 한다. 매수인이 많을 때는 곳곳에서 손짓이 이어지고 물이 오를 대로 오른 흥정은 더욱 치열해진다. 높게 금이 쳐지면 그제야 선주의 얼굴에 화색이 오른다. 오늘은 물량이 많지 않아 금방 끝이 난다. 싱겁다. 그러나 오랜만에 어판장에 들어온 오징어에 비록 적은 양이지만 모두의 표정이 밝고 힘차다. 경매가 끝나자 ‘할복(割腹)’이 시작된다. ‘할복’은 일본 사무라이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육체적 고통을 이겨 낸다는 의지의 표현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울릉도에서는 단순히 배를 가른다는 의미로만 생각하면 된다. 오징어 할복은 울릉도에서도 볼만한 구경거리다. 오징어잡이와 경매가 남성들의 몫이라면 할복은 여성들의 몫이다. 한 마리 할복하는데 50원이란다. 겨우 50원이라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종일 한다면 돈이 되는 기술 중의 기술이다. 몇 년 하셨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어요. 철 들고부터 했으니 한 40~50년 했나?” 평생 할복하여 자식들을 키워냈고 지금껏 굶주리지 않고 살아왔다며 일에 대한 자부심을 쏟아 놓는다. 그도 그럴 게 전문적인 도구나 연장은 없다. 각자의 손에 맞게 개조한 칼이 전부고, 그 칼도 닳고 닳아 볼품없다. 칼이 손바닥 안에 쏘옥 숨겨질 정도인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오징어를 가르고 가르기를 반복했을까. 숙달된 손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장인(匠人)의 품격이 절로 느껴진다. “어? 낯이 익은데….” 경매를 막 마친 매수인이 몇 안 되는 사람들 틈에 서 있는 객을 알아본 것이다. 그러더니 객을 불러 막 할복한 오징어 두 마리를 건넨다. 이렇게 값이 치솟는 중에 아는 이를 외면하지 않고 챙기는 울릉도 사람들만의 친절함인 게다. □ 새하얀 눈의 나라, 나리분지(羅里盆地) 종일 날씨가 얄궂다. 빗발과 눈발이 번갈아 내리고 개이기를 반복한다. 저동과 도동 날씨가 이러하면 북면은 분명 사나울 것이며, 나리분지엔 폭설이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북면으로 향하는 내내 눈 내리는 나리분지의 비경을 떠올린다. 북면 바다엔 높은 파도가 바다를 뒤집고 뒤집는다. 바람은 상상 이상으로 거칠고 눈발은 정처 없이 떠돈다. 천부에서 본천부, 홍문동을 지나 급경사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자동차 바퀴가 헛돈다. 1882년(고종19) 울릉도를 살피기 위해 파견 온 검찰사 이규원이 기록한 ‘울릉도검찰 계초본’에는 나리동으로 가는 길을 기록해 놓았다. “천년포를 지나 왜선창에서… (중략) … 점차 전진하여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니 큰 고개 다섯을 넘었는데 고갯길이 가팔라 올라갈 때는 거의 이마가 닿고 내려올 때는 뒷머리가 닿았다. 가장 아래쪽의 고개가 홍문가인데 이를 넘어 들어가면 이 섬의 중심인 나리동이다.” 길이 가파르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으나 막상 얼어붙은 길을 만나 아찔한 상황에 놓이고 나니 놀라고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가까스로 위험한 구간을 지나 나리분지 평탄한 곳으로 접어드니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박시윤 수필가 나리분지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면서 생긴 화구원이다. 가파르게 우뚝 솟은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원이기도 하다. 둘러보면 봉오리 봉오리가 연꽃처럼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남쪽의 성인봉(聖人峰, 984m)으로 나리분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나리분지 남쪽에는 작은 봉오리가 하나 더 있다. 화산이 크게 터진 후 다시 작은 화산이 터지면서 생긴 것으로 알봉(卵峰, 611m)이라 부른다. 나리분지는 온통 새하얀 세상이다. 아이젠과 방한용품을 챙겨 눈 속으로 걸어간다. 허벅지까지 깊숙이 쌓인 눈을 헤치며 걷는데, 어느 틈에서 요정이 나와 저들만의 세상으로 인도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눈 돌리는 곳마다 하늘을 우러러 곧게 뻗은 나무뿐이고, 나무마다 포슬포슬하게 쌓인 눈은 세상 무슨 티끌도 섞이지 않은 가장 깨끗한 자연 그대로인 것만 같다. 사방 천지 골짜기 골짜기마다 쌓인 눈으로 하여 설경은 흑과 백만 존재하는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다. 오직 산과 나무, 길을 내며 걸어가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목적한 곳까지 당도했다가 돌아 나올 때까지 하루가 다 저물도록 눈은 그치지 않았다. 설맹으로 흐려진 눈( 目)은 오래도록 시렸으나 투명한 풍경을 쉽사리 거둬들이지는 못했다. 울릉도를 떠나오는 순간까지도 설맹은 나를 오래도록 새하얀 세상, 울릉도만 기억하도록 오래오래 가둬 두었다. /박시윤 수필가

2025-01-23

액티비티와 쉼, 즐기면 경품이 ‘팡팡’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특급호텔들은 도심 속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설 패키지를 준비했다. 올해 설 패키지는 어지럽고 복잡한 현 상황과 경제 여건을 감안해 온전한 쉼을 주제로 다양한 패키지를 선보인다. 유명 관광지와 연계하거나 행운권을 추첨해 다양한 선물을 주는 곳도 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번거롭다면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특급호텔 설 패키지를 주목해 보자. ◇ 켄싱턴호텔앤리조트, 겨울 액티비티 즐기는 패키지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자녀와 특별한 추억을 쌓으려는 가족을 위해 ‘아이와 겨울여행’ 테마 패키지를 3월까지 선보인다. 이번 패키지는 △지역 겨울 축제 △눈썰매장 △유명 관광지 입장권 등 지점별로 다양한 겨울 액티비티와 지역의 유명 관광지를 연계한 콘텐츠가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켄싱턴리조트 5곳(설악밸리, 설악비치, 경주, 지리산하동, 지리산남원)은 인기 캐릭터가 그려진 스파오 잠옷도 준다. 겨울 대표 지역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는 켄싱턴호텔 평창의 ‘평창 송어축제’와 켄싱턴리조트 가평의 ‘가평 송어축제’가 있다. 각 패키지는 평창 송어축제와 대성리 송어축제의 얼음낚시 이용권 2매가 포함돼 온 가족이 함께 특별한 겨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켄싱턴호텔 여의도와 켄싱턴리조트 2곳(설악밸리, 설악비치) 총 3곳의 패키지는 인근 눈썰매장 이용 혜택이 포함됐다. 켄싱턴호텔 여의도의 ‘인 더 스노우(In the snow)’ 패키지는 △한강공원 눈썰매장 입장권 2매 △핫팩 2개 △웰컴드링크 2잔을 이용할 수 있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의 ‘속초 겨울여행’ 패키지와 설악비치의 ‘키즈 윈터 페스타’ 패키지는 인근 눈썰매장 이용권 2매를 준다. 켄싱턴리조트 경주는 온수 풀로 운영되는 뽀로로 아쿠아빌리지 입장권 3매를 포함한 ‘아이랑 겨울여행’ 패키지를 선보인다.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의 ‘윈터 키캉스’ 패키지는 섬진강 어류생태관 입장권 4매(성인 2인, 소인 2인)를 제공해 국내 최대 규모의 민물고기 전시를 관람하며 자연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 신라스테이, 역대급 경품 주는 버킷리스트 패키지 신라스테이는 2025년을 맞아 이용객들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테마로 한 역대급 규모의 14종 경품을 주는 패키지를 선보였다. ‘버킷리스트 그랜드 페스타 럭키스테이 2025’ 패키지는 객실 1박, 럭키 드로우 1회 응모권, 투숙 기간 중 뷔페 레스토랑·카페(cafe)’ 조·중·석식 뷔페 및 라운지 바 이용 시 50% 깎아준다. 행운권 경품은 새해, 졸업, 입학, 방학, 봄 시즌을 맞아 행운, 건강 관리, 가족과의 추억, 봄맞이 대청소, 입학 선물 등 많은 사람들이 이루고 싶어하는 버킷리스트 5개를 주제로 구성됐으며, 총 250명을 추첨한다. 경품은 순금 열쇠 7돈(1명), 100만 원 상당의 종합병원 건강검진 이용권과 신라스테이 서대문 숙박권 등이다. 가족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신라모노그램 다낭 숙박권, 서울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 4인 식사권 등도 제공한다. 이밖에 비스포크 스팀 로봇 청소기, 35만 원 상당의 홈클리닝 서비스 이용권, 신라스테이 침대·침구 세트 등이 있다. 신라스테이는 사랑하는 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위트스테이(SWEET STAY)’ 패키지를 출시했다. 스위트스테이 패키지는 고급 수제 초콜릿 브랜드 ‘멜리초콜릿’과 협업해 특별 제작된 신라스테이 한정판 봉봉 초콜릿 2구 세트 한정판 초콜릿을 제공한다. ◇ 곤지암리조트, 전통놀이와 불꽃놀이로 즐기는 설 서울에서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곤지암리조트 스키장이 2025년 설 명절을 맞이해 온 가족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전통놀이 체험과 불꽃놀이를 25일부터 설 연휴간 진행한다. 이번 설 명절 이벤트는 수도권 최대 스키장인 곤지암리조트 스키장 곳곳에서 25~29일까지 총 5일간 진행한다. 온 가족 함께 다채로운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더 ‘설’레이는 ‘날’ 이벤트는 초대형 곤지암 스키 베어와 겨울 눈꽃과 흰 자작나무가 펼쳐진 스키하우스 시계탑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새해의 소원을 담은 소원 편지지를 싸리 울타리에 걸어 소원을 비는 ‘새해 소원 적기’ 이벤트를 비롯해 전통 의상을 입은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힘껏 내리치는 ‘떡메치기’ 체험 및 인절미 시식 등 온 가족이 함께 명절의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미션형 전통놀이 체험도 함께 진행되는데 딱지치기, 비석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를 정해진 시간 내 완수한 후 마지막 히든 미션을 완료시에는 다양한 선물도 준다. 설 연휴 첫날인 28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소원을 빌며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하는 화려한 불꽃놀이 이벤트도 진행한다. 수도권 최대 스키장인 곤지암리조트 스키장 슬로프 베이스에서 오후 9시 40분부터 진행되며, 2025년의 희망을 품은 레이저쇼와 함께 다이나믹한 다채로운 형상의 천여 발의 불꽃들이 희망찬 노래에 맞추며 상공으로 올라가 설 연휴를 더욱 다채롭게 할 예정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1-23

히트맨2·하얼빈·소방관 한국영화 ‘극장전’

영화 '히트맨2' /영화 홈페이지 믿고 보는 권상우표 코믹 액션… ‘히트맨2’ 코믹·액션 영화 ‘히트맨2’가 설 연휴를 겨냥해 22일 개봉했다. 최원섭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믿고 보는 권상우표 전매특허 코믹 액션과 정준호 이이경의 티키타카뿐만 아니라 설 연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장르도 강점이다. 황우슬혜, 이지원까지 다시 뭉친 원년 멤버에 김성오가 새롭게 합류했다. 권상우는 전설의 암살요원에서 짠내 폭발 웹툰 작가를 거쳐 이제는 대히트 흥행 작가가 되어 돌아온 ‘준’ 역을 맡았다. 최근 그는 “‘히트맨’은 너무나 사랑하는 영화, 베스트다”라고 애정을 드러내며 이번에도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예고했다. 권상우는 “톰 크루즈만큼은 뛰어보자”며 열의를 드러냈고, 정준호는 “10번을 해도 정말 끝까지 한다”며 열정을 칭찬했다. 최원섭 감독은 “1편에서도 코미디와 액션 중점을 뒀는데 이번에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며 똘똘 뭉쳐서 만들었다”며 “이번엔 액션이 49, 코미디가 51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작 ‘히트맨’은 개봉 당시 흥행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으나, 코로나19 여파에도 설 연휴 특수에 힘입어 24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히트맨2’는 전작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스케일을 전반적으로 키웠다. 웹툰 작가로 변신한 특수요원 ‘준’(권상우 분)이 새 작품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지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폭발과 총기 액션 시퀀스가 강화됐고, 웹툰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요소도 더욱 화려해졌다. 코미디 요소 강화를 위해 덕규(정준호)와 철(이이경) 캐릭터의 비중을 늘렸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시사회 참석자들은 “과장된 연기와 뻔한 설정으로 인해 웃음을 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했다. 반면, 권상우와 황우슬혜의 연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두 배우의 코믹 연기가 영화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히트맨2’의 흥행 성공 여부는 변화한 관객들의 취향을 얼마나 잘 반영했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이며, 영화계는 이번 설 연휴 극장가의 흐름이 향후 한국 코미디 영화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화 '하얼빈' /영화 홈페이지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어디서 왔나… ‘하얼빈’ “대한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죽는데 어찌 두렵거나 후회스러울 것인가.” 1910년 3월 26일. 갓 서른을 넘긴 청년 한 명이 사형 당한다. 1909년 중국 하얼빈에서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사 안중근(1879~1910). 안 의사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신분으로 적의 수뇌를 쏘았다며 총살형을 요구했으나, 일본은 그 요구를 거부하고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교수형을 집행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 안중근. 영화 ‘하얼빈’은 ‘이토 히로부미 저격 의거’에 카메라를 들이댄 작품이다. 20세기 초반. 나라를 잃은 젊은이들이 개인적 두려움을 떨치고, 대의와 명분 앞에 당당하고자 했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 관객들의 호평을 불러냈다. 안중근 역을 맡은 현빈만이 아니라 조우진과 전여빈의 조연 연기도 빼어났으며, 차갑게 얼어붙은 두만강과 몽골 현지 촬영으로 담아낸 광대한 사막의 모습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자유가 누구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진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설날도 의미가 클 것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영화관을 찾아 ‘하얼빈’과 만나면 된다. 영화 '소방관' /영화 홈페이지 자기희생 제단 위에서 사는 사람들… ‘소방관’ 공포와 두려움은 인간의 보편 감정이다. 그러나, 우리 곁엔 두려움과 공포를 목적의식적으로 극복하며 매일을 죽음 곁에서 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타인을 위험에서 구해내거나, 재난 현장에서 자신을 던지는 이들은 숭고하다. 이는 그저 레토릭(rhetoric)이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소방관이 존중받아 마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저한 자기희생의 제단 위에 서있는 직업이 소방관이 아닐까. 곽경택이 연출한 영화 ‘소방관’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다. 2001년 봄 서울 홍제동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주연과 조연 가릴 것 없는 배우들의 호연과 사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끈다. 영화 속에서 소방관으로 분한 배우 둘은 이런 대사를 주고받는다. “형은 안 무서워요?” “무섭지. 근데 내가 여기서 물러서면 저 사람들이 죽어.” 실제로 홍제동 화재로 인해 소방관 6명이 순직했다. 영화는 현실의 토대 위에 상상력을 더해 소방관의 고뇌와 사명의식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비극적 결말과 마주한 여성 관객 다수가 소리 내 울었다는 후문. 메마른 가슴을 적실 카타르시스가 필요한 이들에게 어울리는 영화다. /이석윤·홍성식기자

2025-01-23

처진 모습이 아름다운, 늘 푸른 소나무는 변함이 없구나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람과 나무가 2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까지 같은 공간에 함께 하고 있다. 시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영세불망(永世不忘)하고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서유민 군수(徐有民 郡守)와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 노거수이다. 서유민(徐有民)은 자는 원경(元卿)이요. 본관은 달성으로 200여 년 전 1826년(순조 26년) 8월에 삼동 현령으로 부임하여 1828년(순조 28년) 3월까지 근무하고 가산 군수로 이동한 목민관이다. 그리고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 노거수는 나이 240살, 키는 14m, 몸 둘레는 2m 넘는 아름답고 우람한 늘 푸른 소나무이다. 서유민은 목민관으로 주민의 추앙과 이목을 끌었고, 늘 푸른 소나무는 나뭇가지가 아래로 처진 모습이 아름답고 우람하여 경외심과 이목을 끌었다. 사람은 주민들로부터 청렴한 목민관으로 영원히 잊혀지지 않도록 영세불망비를 세워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소나무는 내외적인 아름다움과 고결한 지조의 상징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나라에서 문화재로 보호하고 있다. 이 둘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주인공이 함께하고 있는 곳은 경북 청도 매전면 동산리 151-1번지이다. 지역 주민이 그의 공적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기 위하여 영세불망비를 세워 그를 기리고 있는 곳도 그리 흔치 않다. 얼마나 훌륭한 공적을 쌓았으면 그를 위해 주민들이 영세불망비까지 세웠을까. 지금의 공직자와 선량은 이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대통령과 국무위원, 주요 공직자들이 줄줄이 선량들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어 대행이라는 낯선 행정의 일면을 보고 있다. 또한 국회의 선량들은 공직자의 탄핵발의가 일상화되어 나라의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민으로부터 법 위반으로 고소 고발로 몇 년간 재판을 받는 해괴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신속하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해 주어야 할 사법부 판사 나리는 진영의 논리에 갇혀 국민을 양분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현실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두 진영으로 나누어 한양의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묵묵히 생업을 이어가는 국민은 불안에 불면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서유민 군수와 늘 푸른 소나무 노거수가 이를 보고 무슨 말을 해 줄까 궁금하다. 주민들은 늘 푸른 소나무 곁에 서유민 군수의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를 세워 그의 선정을 후손에게 길이 기억하게 했다. 매년 9월 초에 문화재 보호 재단에서 주변 잡초를 제거하고 깨끗하게 단장하고 있다. 아마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가 없었다면 서유민의 영세불망비도 찾기도 어렵거니와 그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훼손되었거나 자취를 감추었을지도 모른다. 영세불망비와 소나무라는 한 세트의 그림은 참으로 오묘하다. 영세불망비의 주인공은 200여 년 전에 돌아가시고 없지만, 그의 선정은 살아 숨을 쉬는 문화재 소나무와 함께 돌비석에 새겨져 오늘날까지 그의 선정 미담의 숨결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소나무는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의 옷을 입고 있다. 1980년대 450원에 출시된 솔이라는 브랜드의 담배가 있었다. 당시 고급 담배로 1986년까지 단일 브랜드로 시장점유율 60%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2005년에 단종되어 지금은 나오지 않지만, 애연가라면 담배 겉표지의 그림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바로 처진 소나무가 솔 담배에 그려진 모델이 된 소나무라고 한다. 아마 그로 인해 1982년 천연기념물 제295호로 품격이 올려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처진 소나무 중 가장 전형적이고 희귀한 유송(柳松)으로 전국에서 독특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가치가 높은 소나무라고 한다. 그러나 건강에 해로운 담뱃갑의 겉표면에 경고의 문구 대신에 덩그렇게 실려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지금은 그 브랜드의 담배가 단종되었다니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소나무는 비틀린 줄기와 가지의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나무의 모습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비유하는 듯하다. 이는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자연이 만들어낸 조형미이다. 인간이 조각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자연의 손길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소나무의 푸른 잎은 생명력과 불멸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문화에서 소나무는 변함없는 의지와 장수를 상징하는 나무로 자주 등장한다.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는 고결함과 지조를 지키는 군자의 덕목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아래로 처진 나뭇가지는 마치 고개를 숙인 모습처럼 보인다. 이는 겸손함과 인내의 미덕을 상징할 수 있다. 고개를 높이 들기보다 내려 숙이는 행위는 동양 철학에서 지혜와 성숙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공자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군자는 겸손해야 한다”라고 가르쳤다. 소나무의 가지도 그러한 겸손한 자세를 표현하는 듯하다. 또한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흔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소나무가 오랜 시간 성장하면서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모습은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연륜과 삶의 지혜를 상징한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경험과 지혜를 축적하고, 겉으로는 약해 보일지라도 내적으로 단단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담고 있는 듯하다. 또한 처진 나뭇가지 모습은 오히려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었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도 완벽함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상처와 세월의 흔적 역시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겸손, 연륜, 순응, 포용,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통한 아름다움이라는 깊은 인문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연의 모습에서 삶의 철학과 가르침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푸른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오늘날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소나무와 영세불망비라는 한 세트의 그림에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조상의 깊은 뜻이 무엇인지 오늘날 스스로 영혼이 없다는 자조적인 공직자와 무소불위의 권한과 권력을 위임받은 선량들이 보고 무언가 느꼈으며 하는 바람을 해본다. 군수 서유민 영세불망비는… 경북 청도군 매전면 동산리 151-1번지에 위치했다. 1828년(순조 28년)에 만들어졌고, 비석 높이는 90cm, 너비는 38cm다. ‘선정에 부지런히 힘쓰시니 일마다 밝게 다스려졌네, 그 은혜 윤택하여 폐단을 막으니 군수님 떠나가셔도 더욱 생각나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유민(徐有民)의 자는 원경(元卿). 본관은 달성으로 1826년(순조 26년) 8월에 삼동 현령에서 도임하여 1828년(순조 28년) 3월에 가산 군수로 옮겨갔다. 선정비가 매전면 동산리 외에 금천면 임당리 명포마을, 청도읍성에도 남겨져 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1-22

고향·어머니·떡국… 따뜻한 情 담은 詩

오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으로써 올해 설 명절은 6일을 쉬게 됐다. 몇몇 회사는 31일도 휴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일부는 9일의 긴 연휴를 가질 수도 있다. 바뀐 세태 탓인지 설과 추석에 고향으로 가는 발길이 줄어들고, 친척 간의 만남도 소원해진 감이 없지 않다. 핵가족화와 더불어 집단보단 개인이 중시되는 현대화가 가져온 변화다. 그러나 6~9일의 짧지 않은 휴일을 보낸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태어나고, 부모가 살고 있는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떠올릴 때면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포근해지는 어릴 적 살던 마을, 잘났든 못났든 효자건 불효자건 오매불망 자식의 귀향을 기다리는 어머니, 그리고 일가친척들이 함께 한 밥상에 오른 소박한 한 그릇의 떡국. ‘고향’, ‘어머니’, ‘떡국’은 예나 지금이나 설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이 분명하다. 이번 설에 고향을 찾아 어머니를 만나고, 김 오르는 떡국을 달게 나눠 먹을 우리들. 그 시간에 어울리는 시 3편을 아래 소개한다. ▲이성부의 ‘산길에서’ 질박하면서도 섬세한 언어와 민중지향적 서정으로 많은 독자를 감동시켰던 시인 이성부(1942~2012)가 세상을 떠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의 시는 여전히 살아남아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다. 이성부의 절창 ‘산길에서’를 낭송해보면 ‘수줍음으로 와서/내 가슴 벅차게’ 하는 길과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 마침내 만들어지는 것’이 고향으로 가는 길임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된다. 기자 역시 그 길을 걷고 싶어진다. 20세기에 읽을 때도 좋았고, 21세기에 다시 읽어도 좋다. 당연하게도 ‘좋은 시’는 세월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이런 노래다. 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 조릿대밭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짐승처럼 그이들 옛내음이라도 맡고 싶어 나는 자꾸 집을 떠나고 그때마다 서울을 버리는 일에 신명나지 않았더냐?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힘이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 하더라도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 따라 오르는 일 이리 힘들고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안다. ▲정일근의 ‘어머니의 그륵’ 가난하고 무지한 어머니가 많던 시대였다. 여성에겐 진학과 학업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던 60~70년 전 한국. 지금 중년이 된 아들을 가진 상당수의 어머니가 아는 것 많지 않고, 풍족한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개개인 어머니들의 잘못이나 문제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 많이 배우지 못했음에도 삶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혜는 누구보다 빼어난 이 땅 노년의 어머니. 정일근의 시 ‘어머니의 그륵’은 그릇을 ‘그륵’이라 틀리게 쓰는 어머니의 언어가 실상은 시인인 자신의 언어보다 더 진실하고 뜨거운 호명(呼名)이란 걸 알려준다. 주름진 얼굴의 엄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시다. 설 명절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 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 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박남준의 ‘떡국 한 그릇’ 고희(古稀)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여전히 소년처럼 해사한 박남준(68)은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의 설 전날 풍경을 고풍스런 수채화인양 근사하게 그려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풍성한 마음가짐 하나로 시골 장터에 나가 고향으로 돌아올 자식들을 위해 과일과 얼린 명태를 사고, 특별히 아끼는 장남이 먹을 숨겨둔 감도 몇 개 깨끗한 행주로 닦아두는 어머니의 모습. 눈물겨운 그림이다. 설맞이 집안 청소와 전 부치는 일이 끝나면 아들과 딸이 사립문을 밀며 들어서고, 어머니는 설날 새벽 일찍 깨어나 떡국을 끓일 것이다. 세상 어떤 진미(珍味)가 그 떡국 맛만 하겠는가? 섣달 그믐어머니의 한숨처럼 눈발은 그치지 않고 대목장이 섰다는 면소재지로 어머니는 돈 몇 푼 쥐어 들고 집을 나서셨다 사고 싶은 것이야 많았겠지요, 가슴 아팠겠지요 섣달 그믐 대목장날 푸줏간도 큰 상점도 먼발치로 구경하고 사과며 동태 둬 마리 대목장을 봐오시네 집에 다들 있는 것인디 돈 들일 것 있느냐고 못난 아들 눈치보며 두부전, 명태전을 부치신다 큰형이 내려오면 맛보이신다고 땅 속에 묻어 뒀던 감을 내어 오시고 밤도 내어 오신다. 배도 내어 오신다 형님의 방에는 뜨근뜨근 불이 지펴지고 이불 호청도 빨아서 곱게 풀을 멕이셨다…(후략)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1-21

오션뷰와 시티뷰 동시에 즐기는 짜릿함 ‘스페이스워크’

포항시는 설 연휴 귀성객 맞이에 분주하다.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올해 설 연휴는 최장 6일간의 황금 연휴가 찾아온다. 포항시는 설 연휴 기간 도심이 활력을 찾고 침체한 지역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시는 연휴 동안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과 관광객들이 나들이하기 좋은 도심공원의 편의시설 확충 및 안전점검 등 환경정비를 마치고 귀성객을 맞이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우리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맞아 그리움과 설렘을 안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오는 귀성객들을 위해 주요 관광시설의 안전점검 등 환경정비를 정성껏 했다”며 “고향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에게 변화되어가는 포항의 아름다운 명소와 관광지에서 편안한 휴식을 보내며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동해안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스페이스워크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 있는 스페이스워크는 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로 아름다운 도심과 바다 전망을 한눈에 감상하는 관광명소이다. 2022년 11월 19일 개장을 시작으로 올해 3년을 지나면서 2022년 공간문화대상 수상 등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로 안정 받아 지난해 12월 28일 체험인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스페이스워크는 부드러운 곡선과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으며 사람들이 작품 위를 직접 걸으면서 동해와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형 예술작품이다. 총 길이 333m, 최고 높이 25m에 이르는 스페이스워크를 만들기 위해 최신 철강기술이 반영된 고품질 철강재 317t이 사용됐다. 스페이스워크는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형태의 세계적인 조형물‘타이거 앤드 터틀-매직 마운틴’을 본떠 만들었다. 원조격인 독일 조형물(높이 18m, 총길이 220m)보다 규모가 더 크다. 독일의 원조 조형물을 만든 세계적인 건축가 겸 설치미술가 하이케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스페이스워크를 직접 디자인했다. 거대한 롤러코스터처럼 보이는 스페이스워크를 천천히 걷다보면 울창한 숲과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 영일만 바다의 수평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가슴이 확 뚫리는 시원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스페이스워크 운영과 관련한 안내는 포항시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형산강과 동해안이 만나는 물길의 향연, 포항운하 지난 10년간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안락한 산책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는 포항운하도 신년을 맞아 부지런히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금계국과 핑크뮬리, 데이지 등 각종 초화류를 심어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야간 경관조명을 새롭게 조성해 색다른 사진 명소로 주목받았다. 2014년 1월 준공된 포항운하는 포항시 송도동과 죽도1동 사이에 있는 동빈대교와 형산강을 남북으로 잇는 물길이다. 총길이가 1.3km이지만 바닷길과 연결하면 8~10 km의 운하가 된다. 옛 물길과 생태환경을 복원해 시민들의 공원이자 새로운 관광명소로 탄생한 이곳은 도시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크루즈를 타고 낭만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운하 주변 산책길도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찾고 있다. 포항운하는 기존에 없었던 물길을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전에 있던 물길을 복원해 옛 모습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운하가 만들어졌다. 국가적으로 변혁기를 맞았던 1960년대 말, 포항이 도시화되면서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잇는 작은 물길을 매립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되었던 것을 복원해 물길을 다시 트고 주변을 정비해 포항운하와 유원지로 꾸몄다. 그 곁으로는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조성해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번 명절 연휴간의 포항운하의 크루즈는 설날 당일 오전을 제외한 나머지 연휴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며, 독특한 포항의 도심 속 푸른 물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도심속 생활권 내 녹지수변공간을 조성한 포항시는 시민의 관심에 부응하여 지속적인 인프라 구축과 정비를 진행할 예정이며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관광명소로 만들어 갈 방침이다. □ 신화속으로 걸어가는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 포항시 동해안 바닷가에는 연오랑 세오녀 설화가 있는 테마공원이 있다. 신라 사람인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는 신라 아달라왕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가니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어 세오가 보낸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어 해와 달이 빛을 되찾았다는 설화로 전해지고 있다. 포항은 영일만의 푸른 바다를 사이에 두고 영일만해수욕장을 마주 바라다보는 호랑이 꼬리 호미곶 어귀에 테마공원을 지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문화관광 명소를 만들었다. 동해의 바다 풍경과 어울리는 테마공원은 일본식 정원과 한국식 정원을 대비시켜 전시관 진입로의 양편으로 구분하고, 산책로를 설치해 방문객들의 쉼터로 제공한다. 일본식 정원과 한국식 정원에는 각각 정자 와 작은 호수를 곁에 두고 물에 비치는 그림자와 하나가 되어 예술적 풍경을 연출한다. 전설의 보물창고 귀비고 앞에는 연오와 세오가 일본으로 건너갈 때 타고 갔을 것이라고 여겨지게끔 신화속 이야기를 현실화 하여 쌍거북바위가 바다를 바라보며 엎드려 있다. 신비로움을 가지는 많은 방문객들은 용기를 내어 거북바위 등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기념촬영을 시도한다. 연오랑 세오녀가 떠나간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지어진 정자 일월대는 바다 가까이 세워진 한옥형 2층 정자로 운치를 더한다. 언덕 위에는 바닷바람을 받으면서 돛을 높게 올린 목선이 망망대해를 둥둥 떠가는 형상으로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경사가 제법 가파른 산책로를 등산하듯 오른다. 귀비고를 지나 남쪽에는 낮은 초가들의 신라마을이 댓잎 울타리로 옹기종기 조성되어 있다. 철기문화를 자랑하는 쇠로 만들어진 조각품들이 전시돼 철예술뜰을 선보인다. 주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전망이 좋은 ‘귀비고’는 연오랑 세오녀의 솜씨가 기록된 비단을 보관했던 신라의 보물창고 이름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1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1890m²규모로 건축됐다. 3층은 전망대와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제공하는 연오랑 세오녀카페,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위치하고 있다. 야외테라스 전망대에 서면 공원의 전경과 철강도시 포항의 도심은 물론 푸른물결이 넘치는 파도를 따라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선일대 □ 진경산수가 있는 내연산보경사 시립공원 송라면 중산리 일원에 위치한 보경사 군립공원은 1983년 영일군에서 지정한 수려한 계곡이 있어 매년 41만명 이상의 탐방객이 방문하는 포항의 대표적인 명소이다. 1995년 포항시와 영일군 통합으로 포항시가 됐으나 여전히 군립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오다가 2023년 2월에 내연산보경사 시립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의 동북쪽에 위치한 내연산(710m)은 12개의 폭포를 간직하고 있는 태백산맥 줄기에 있는 산으로 그 경관이 아름다워 경북의 금강산 혹은 소금강으로 불린다. 원래는 종남산이라 하였으나 신라진성여왕이 이 산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뒤로는 내연산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문수산(622m), 향로봉(930m), 삿갓봉(718m), 천령산(775m)등의 높은 준봉들로 둘러싸인 내연산 골짜기 청하골은 여느 심산유곡 못지않게 깊고 그윽하고 다양한 형태의 폭포와 소가 많기로 유명하다. 청하골의 12폭포 가운데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은 관음폭포(제 6폭포)와 연산폭포(제 7폭포)이다. 쌍폭인 관음폭포 주변에는 선일대, 신선대, 관음대, 월영대 등의 기암절벽이 장성처럼 둘러쳐저 있고, 폭포수가 만들어 놓은 못 옆에는 커다란 관음굴이 뚫려 있다. 이 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쪽 입구를 가린 채 떨어지는 폭포수 줄기를 볼 수 있다. 관음폭포 위에 걸린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30m, 길이 40m에 이르는 연산폭포의 위용이 눈에 들어온다. 보경사를 지나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등산로를 1.5km쯤 오르면 제1폭포인 쌍생폭포가 나온다. 그리 우람하지는 않지만 두 물길이 양옆으로 나란히 떨어지는 모양이 단아하기 그지없다. 이 폭포를 지나면 잇따라 보현폭포(제2폭포), 삼보폭포(제3폭포), 잠룡폭포(제4폭포), 무봉폭포(제5폭포)가 나타난다. 등산코스로는 보경사를 출발하여 보현암~소금강전망대~은폭포삼거리~선일대~연산폭포~보경사 원점 회귀로 약 7.5km로 2시간 40분 걸린다. 이 코스는 내연산의 모든 명소를 돌아볼 수 있으며 1~7폭포 조망권으로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