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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봄날의 서울, 조계사와 회화나무의 아름다운 이야기

서울 봄날의 거리는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붐비었다. 서울에 살고 있는 고향의 절친한 친구와 함께 덕수궁 정문 옆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정담을 나누었다. 오늘따라 커피 향이 더욱 짙게 고향의 향수를 자극했다. 우리는 정년퇴직 후 제주도에 사는 고향 친구와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동창과 전화로 황혼의 삶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을 찾은 나를 위해 친구는 오늘 하루를 함께 서울의 고궁 등 시내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했다. 먼저 오전에는 덕수궁 돌담길과 고종황제 길을 걷고 점심 식사 후 오후에는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리는 국제펜클럽 총회와 이사장단 이취임식장까지 안내해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도중에 갑자기 수백 년 묵은 조계사 회화나무와 백송 생각에 일정을 수정하여 조계사로 향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조계사 대웅전 앞뜰 붉은연등 등 휘황찬란 부처님 오신날 맞아 인산인해 이뤄 500년 세월 품은 천연기념물 ‘백송’ 키 13.6m·둘레 2m·독특한 하얀껍질 수백년 껴안은 채 변함없이 우뚝 선 회화나무에 소원 비는 사람들 발길 명상과 기도, 쉼터·소통의 공간으로 대부분 사찰은 산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나에게 서울의 도심에 그것도 가장 번화한 중심가에 조계종의 본산 조계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산중 사찰은 자연 속에 자리하여 고요한 수행과 깊은 명상에 적합한 공간이다. 조용한 환경에서 내면의 집중과 깨달음을 추구하기에 더없이 좋다. 또한 그러한 것이 전통적인 불교의 사찰이기도 하다. 반면에 서울 조계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불교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현대인들에게 종교활동과 정신적 휴식을 제공하는 데에는 산중 사찰보다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중 사찰이 심오한 수행의 공간이라면, 조계사는 대중과 소통하며 도시 속 신앙과 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하는 실천적 종교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늘 언론을 통해서만 보고 들은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는 사실에 적이 긴장되기도 했다. 조계사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신도들뿐만 아니라 내외국인을 비롯한 나무를 보러 오거나 관광으로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아마 다가오는 5월 5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는 영향도 크지 않았나 싶다. 조계사는 붉은 연등으로 휘황찬란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조계사 대웅전 앞뜰에 연등을 달고 살아가는 회화나무가 먼저 눈에 띄었다. 나무에 소원을 비는 한 시민을 보았다. 회화나무 노거수는 수백 년 시간을 껴안은 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살아갈 것이다. 한 시민이 그 거대한 몸에 이마를 대고 기도하는 순간, 나무는 단순한 생명이 아닌 전능하신 부처님과 인간의 경계를 잇는 존재로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시민은 그 앞에서 말없이 삶의 무게를 내려놓은 채 나무의 숨결에 귀 기울이며 소망과 고요함 사이의 빛나는 틈에서 가장 순수한 기도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그 기도하는 자체가 바로 부처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룩해 보였다. 나무 주변의 벤치에 앉아 있는 시민은 나무와 물리적으로 가깝게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55번지 조계사 대웅전 앞뜰에는 500살 되어 보이는 회화나무 노거수 외에도 같은 나이의 천연기념물 백송 노거수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천연기념물 백송은 조선시대 중국 사신이 들여온 희귀한 소나무로, 희고 거친 껍질이 세월의 흔적처럼 드러난 채 대웅전을 향해 굽이진 가지를 뻗고 있었다. 한때 일곱 갈래로 웅장했던 가지는 이제 세 개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백송의 나이가 500살, 키 13.6m, 몸 둘레는 2m이다. 형형색색의 연등 사이로 솟은 그 자태는 여전히 신비롭고 경건했다. 해맑은 미소의 어린 부처상과 함께 살아가는 아픈 상처를 안은 백송은 부처님과 일상생활,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조계사 마당에서 인간과 자연의 깊은 교감을 상징하듯이 했다. 스님과 신도들의 기도와 명상의 시간을 수백 년 동안 조용히 지켜보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계사 경내의 부처님과 회화나무, 백송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조계사를 찾는 세속인들의 지치고 상처 난 심신을 보듬고 꿰매 주어 안정과 평화를 찾게 해 주는 숭배의 대상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불교에서 나무는 단순한 식물을 넘어 생명, 성장, 깨달음, 무상의 교훈을 담은 상징적 존재로 여겨 왔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나무는 수행의 공간이자 인간 내면의 성장과 자연과의 조화를 일깨우는 매개체로 작용해 왔다. 불교 예술과 사찰의 구조 속에서도 깊은 상징성을 지닌 중요한 요소이다. 조계사 경내의 회화나무와 백송은 이러한 불교적 상징을 실감케 하는 대표적인 존재로 생각되었다. 회화나무는 오랜 시간 신도들의 기도를 받아온 역사와 인내의 증인으로서 생명력과 영적 성장을 상징하고 백송은 희고 곧은 기상으로 청정한 마음과 불굴의 정신을 상기시킨다. 이 두 나무는 각각 역사성과 정신성(精神性)을 품은 상보적 상징으로, 찾는 시민에게 심오한 영적 공간으로 작용했다. 회화나무와 백송이 있는 이 자리는 본래 왕자들의 별궁이었고, 이후 한 양반가의 저택으로 그러다가 보성학교에서 지금의 조계사가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 숱한 수난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나무였다고 전해오고 있다. 나무도 품격이라는 신분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집 마당에 회화나무를 심으면 큰 학자가 나온다고 해서 학자수(學者樹)로도 불리는 이 나무는 궁궐이나 서원 혹은 그야말로 지체 높은 양반들만 식재하고 볼 수 있었다. 그 옛날에는 서민들이 함부로 심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오늘날 오래된 회화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서열 높은 분들의 거주지였거나 양반가, 선비가 살았다고 보면 대체로 맞아떨어진다. 지금이야 그런 상징성과 의미보다는 수형과 꽃의 아름다움에 더 무게를 두고 정원이나 집 마당에 심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백송은 어릴 때는 녹색인데 어른이 되면서 나무껍질이 하얀 레이스처럼 조각조각 갈라져 백송(白松)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줄기는 흰빛이지만, 하늘을 이고 있는 바늘잎은 늘 푸르다. 조선시대에 중국에서 도입된 것으로 회화나무처럼 양반집에만 심을 수 있는 품격 있는 나무라고 한다. 백송은 나이만큼이나 몸도 성치 않았다.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 무상한 것은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우정만은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다시 세속으로 환속했다. 조계사(曹溪寺)는… 조계사는 한국불교 조계종의 총본산으로, 대승 보살 정신을 바탕으로 대중과 함께하는 삶을 지향하는 중심 사찰이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 불교의 자주화와 민족자존 회복을 염원하는 스님들에 의해 각황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으며, 근대 한국불교 최초의 포교당이자 4 대문 안에 세워진 첫 사찰이다. 1937년 현재 위치로 이전하면서 삼각산 태고사를 형식상 옮기는 방식으로 절 이름을 태고사로 바꾸고, 보천교의 십일전 건물을 대웅전으로 개축하여 1938년 봉불식을 열었다. 이후 1954년 불교정화운동을 계기로 조계사로 개명되어 오늘날까지 한국불교의 중심 사찰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4-23

천년기념물 경주개 동경이를 아시나요?

요란한 짖음이 일제히 터져 나온다. 차에서 내리기도 전인데, 수백 마리 개들이 낯선 방문을 먼저 감지했다. 성난 파도처럼 일대가 술렁인다. 벨을 누르자 약속된 방문을 기다린 듯,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린다. ‘천연기념물 보존’이라는 말에 걸맞게 경비가 철저하다. 하지만 문이 열렸다고 해서 함부로 걸어갈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경계가 사방에 깔려 있다. 간담이 서늘해지고,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제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현실이다. 수백 개의 눈, 그리고 날 선 경계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갇혀 있다고는 하나 이 날뛰는 짖음 앞에 감히 어떤 용기가 작동할까. 조선후기 문헌에 ‘장자구’ ‘녹미구’ 언급 현종 ‘동경잡기’에 ‘東京狗’ 명칭 첫 등장 단순한 애완견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신라 토우에도 동물 중 가장 많이 등장 이름 ‘동경이’엔 경주의 역사 흔적 뚜렷 “일본 신사 수호신 고마이누와 닮았다” 일제 강점기 도살로 개체수 급격히 감소 온갖 고난 딛고 신라 1000년 전통 계승 여간한 담력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앞발을 일으켜 세워 두 발로 서서 철망을 박차듯 밀어대는 녀석, 목줄이 팽팽해질 만큼 허공을 향해 몸을 튕기는 녀석,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송곳니까지 내보이는 녀석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짖음, 극대화된 공포는 결국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한다. 그러다 한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살아 있는 눈빛이 반들거린다. 녀석의 검은 눈동자 속에 잔뜩 겁에 질린 내가 서 있다. 이 모진 위협 속에서도 나는 진심을 전하느라 최선을 다한다. 녀석이 먼저 내 눈빛을 읽은 걸까. 으르렁대면서도 짜리몽땅한 꼬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짖음은 경계가 아니라, 요란한 반김으로 읽힌다. 마음을 읽는 데 내가 녀석보다 한발 늦은 걸까. 드디어 녀석의 선한 기운이 읽힌다. 경계하고 짖고, 낯선 이를 의심하는 성질은 녀석들의 본능이다. 마치 “누구십니까? 어떻게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것처럼. 그러고 보니 보존회 전체가 개들의 마을 같다. 보존회 건물 안은 녀석들만의 치열한 공동체로 느껴진다. 낯선 인기척과 얼굴, 냄새와 음성, 신고식도 없이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나를 경계하는 건 당연하다. 짖고, 두드리고, 날뛰며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내게 확실히 각인시킨 셈이다. ■역사에 기록된 토종개 ‘동경이(東京狗)’의 존재는 고문헌 곳곳에 드러난다.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 백제본기 660년(의자왕 20년)이다. “사비성 서쪽에서 들사슴처럼 생긴 개가 사비강 둑 위에서 궁궐을 향해 짖자, 궁 안의 개들도 따라 짖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백제가 멸망했다.” 여기서 ‘들사슴 모양의 개’는 짧은 꼬리와 민첩한 체형을 가진 신라의 토종개를 지칭한 것이다. 조선 후기 학자 이규경(1788~1856)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동경이에 관한 묘사가 있다. 그는 “경주의 개는 꼬리가 없으며, 노루 새끼를 닮아 장자구(獐子狗)라 하고, 사슴 꼬리를 닮아 녹미구(鹿尾狗)라고 한다” 고 기록했다. 동경이의 생김새를 언급한 것이다. ‘동경구(東京狗)’, 즉 ‘경주의 개’라는 명칭이 명확히 등장하는 기록은 1669년, 조선 현종 10년에 경주 부윤 민주면이 편찬한 『동경잡기(東京雜記)』다. 그는 경주 여인들이 북쪽 기운이 허한 것을 보완하고자 머리를 뒤로 틀어 올렸다는 ‘북계(北髻)’ 풍습을 기록하며, 짧은 꼬리를 가진 개 역시 “북방의 기운이 허한 탓에 생긴 것이라 하여 동경구(東京狗)라 불렸다”고 전한다. 개의 특징을 단순히 외양으로 설명하지 않고, 지역의 자연환경과 풍속, 음양오행 사상까지 연관 지어 놓았다. 실학자 이익 또한 1760년 무렵에 쓴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짧은 꼬리를 가진 개에 대한 기록을 남겼으며, 1778년 유득공의 『이십일도회고시(二十一都懷古詩)』, 이학규의 『물명유해(物名類解)』, 그리고 근대기 백과사전인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서도 ‘노루꼬리 개’, ‘무미견(無尾犬)’, ‘동경 개’ 등의 기록을 남겼다. 짧은 꼬리를 지닌 동경이는, 단순한 지역의 애완견을 넘어 신라와 조선의 사상과 환경, 인간의 감성에까지 기록되어 살아남은 문화적 존재였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신라 무덤 속 꼬리 짧은 토우 5~6세기 사이,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토우(陶偶)들 중 꼬리 짧은 개가 있다. 흙으로 빚은 개는 생생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짧은 꼬리를 치켜들고, 귀를 쫑긋 세운 채 누군가를 향해 달려가려는 찰나의 몸짓이다. 얼굴의 선과 눈매, 귀의 방향과 자세까지도 놀랍도록 사실적이다. 토우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개다. 그중 꼬리가 없거나 몹시 짧은 개는 멧돼지와 맞서 싸우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동경이가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닌, 맹수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짐승을 대적해 사람을 지키는 용맹스런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동경이는 신라인의 삶 깊숙이 존재하던 ‘생활견’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개는 종종 무덤에 함께 묻히거나, 토우로 만들어져 묻혔다. 죽음의 문턱 너머까지 사람과 함께하던 삶의 동반자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려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개는 이미 사람과 한집에서 숨을 쉬고, 고단한 노동과 험한 길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무덤 속에서조차 그들과 헤어지지 않았다. ■이름에 깃든 역사, 댕견 한국에는 여섯 종류의 토종개가 있다. 삽살개, 진돗개, 풍산개, 불개, 제주개, 그리고 댕견이다. 댕견은 꼬리가 짧은 경주 토종개 ‘동경이(東京狗)’다. 동경이는 ‘경주에서 왔다’는 단순한 지리적 표기가 아니다. 그 안에는 고려 이후의 역사와, 경주의 자취, 그리고 사람들의 정서가 함께 담겨 있다. ‘동경(東京)’이란 명칭은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한 후, 새 수도 개경의 동쪽에 자리한 경주를 행정적으로 부르던 표현이다. ‘동쪽의 도읍’. 그래서 경주에서 태어난 이 짧은 꼬리의 개는 ‘동경의 개’, 곧 ‘동경이’, 또는 ‘동경견’이라 불렸다. 그러나 문헌보다 더 오래된 이름은 사람들의 입에 남아 있다. 지역 어르신들은 이 개를 ‘동경이’보다는 ‘댕견’, ‘댕갱이’, 혹은 ‘땡갱이’라고 부른다. 툭툭 뱉어지는 이 구수한 방언은 경주의 골목과 마을에서 오랫동안 불린 소리다. 지금이야 ‘경주개’로 통칭되지만, 댕견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경주 어른들의 입에 붙어 있다. 댕견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짧은 꼬리다. 보통 개의 꼬리뼈는 여러 마디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개는 아예 꼬리뼈 자체가 없거나, 많아야 두어 마디 남짓이다. 그래서인지 꼬리 대신 다리와 목, 후각이 유난히 발달했다. 짧고 단단한 몸에 유연한 근육이 붙어 민첩하다. 특히 후각이 매우 예민해 멧돼지 같은 야생 짐승을 추격하거나 유인하는 사냥개로서 탁월했다. 흥미로운 건 성격이다. 다른 토종견들이 낯선 이를 경계하고 잘 짖는 데 비해, 댕견은 조용하고 살갑다. 경계보다 관찰이 먼저고, 공격보다 기다림이 먼저다. 주인을 향해서는 절대적인 복종심을 보이면서도, 타인에게는 똘망한 눈빛으로 먼저 마음을 건넨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짧은 꼬리를 흔들며. ■일제강점기, 씨가 마른 댕견 동경이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언제 봤다고 해맑게 달려든다. 낯선 이에게도 주저 없이 다가가 애정을 구하는 녀석과 마주하면, 누구라도 경계를 허물게 된다. 그렇게 한 생명을 향해 마음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랑스러운 개도 수난의 시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민중들이 뿌리째 흔들리던 그때, 사람의 언어와 문화, 심지어 마당을 지키던 개 한 마리조차 제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없었다. 동경이에게도 피로 쓰인 절멸의 시간이었다. 일본은 전시 동원령 아래 사람을 마구잡이로 징집했으며, 가축뿐만 아니라 개도 도살의 대상으로 삼았다. 동경이 역시 급격히 사라졌다. 동경이가 일본 신사의 수호신인 ‘고마이누(高麗犬, こまいぬ)’와 닮았다는 이유로 도살되었다는 말이 떠돌았다. 고마이누는 일본 신사의 입구를 지키며 악귀를 막는 신수(神獸)다. 꼬리가 거의 없고, 눈빛이 단단하며, 용맹한 동경이의 모습이 고마이누와 흡사하다는 것이 일본인의 불쾌감을 샀고, 결국 동경이를 없애려는 시도로 이어졌다는 설이다. 역설적이게도 ‘신성함’이라는 이유가 학살의 명분이 되었다니 큰 모순이다. 자신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동물이 식민 지배하고 있는 하찮은 조선 땅을 돌아다니는 흔한 짐승이라는 것에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이 설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일제강점기 동경이는 실제로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꼬리가 없다는 이유로 ‘병신개’, ‘재수 없는 개’라며 천대받았다. 어느 날부터 울타리 안에서 개가 사라졌고, 짖던 소리도 줄었다. ‘씨가 말랐다.’ 그건 단순한 생명의 소멸이 아니었다. 경주의 역사와 신라의 감성, 사람의 삶을 묵묵히 지켜온 동반자가 사라진 것이었다. 이 설이 사실이라면, 동경이의 절멸은 단순한 생명의 소멸이 아니라 경주와 신라의 감성, 그 땅의 문화까지 지우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 종(種)을 지우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동경이는 일부 민가의 마당에서, 산기슭의 움막에서 조용히 새끼를 낳고 생명을 이어갔다. 주인의 손에서 숨어 지내고, 아이들과 뒹굴며 그 억센 세월을 버텨냈다. 그렇게 기적처럼 이어진 생명은 지금도 경주의 마을 어귀를 거닐고, 신라의 시간을 품은 채 단단하게 살아가고 있다. <下> 편에는 주인을 따라 죽은 경주개 동경이 전설이 이어집니다.

2025-04-22

“매일 아침 아보카도” 125세 할아버지의 장수 비결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건 대부분 인간의 바람.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기에 장수한 노인들의 삶은 가끔씩 세계적 화제가 된다. 칠레의 한 할아버지가 125세까지 비교적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한국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평소 무얼 즐겨 먹었을까? 실업급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부정수급과 반복 수급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구체적 자료가 나와 사람들의 혀를 차게 했다. 필리핀 유명 관광지 앙헬레스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와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던 60대 남성이 서울 봉천동 아파트에 불을 질렀다는 뉴스도 지난 한 주 네티즌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125세 칠레 할아버지...“대체 뭘 드시고 사셨나요?” “식감이 물컹이고 미끌거려 좋아하지 않았던 과일인데, 오늘부턴 나도 아보카도 먹어야겠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100세를 넘겨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무려 125세까지 비교적 건강하게 생존한 페루의 노인이 있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다. 마르셀리노 아바드 톨렌티노라는 긴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가 바로 그 주인공. 미국의 뉴욕포스트는 최근 그가 125번째 생일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마르셀리노 할아버지는 페루의 오지 마을인 차글라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칠레 정부가 발급한 신분증에는 그의 출생년도가 1900년으로 표기돼 있다. 그러니, 현재 나이는 놀랍게도 125세. 7세 때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마르셀리노는 현재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녀도 없다. 페루의 한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그는 매일 아침마다 요양원 요리사에게 ‘특정 과일’을 청해 먹고 있다는 게 뉴욕포스트의 설명이다. 바로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은 건강 과일로 알려졌다. 요리의 장식품이나 각종 소스 재료로 사용되는 아보카도는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독특한 식감 탓에 호오가 갈리는 먹을거리다. 물론, 아보카도를 매일 먹는다는 것 하나만이 ‘125세 노인의 특별한 장수 비결’은 아닐 터. 마르셀리노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직접 농사를 지어 깨끗한 유기농 채소와 과일 등을 주로 먹으며 살았다고 한다. 지향할만한 식습관을 일생 유지해온 것이다. 적절한 육체노동과 채소·과일 위주의 식물성 식단, 거기에 남미 사람 특유의 낙관적인 기질까지 더해져 오랜 세월 큰 병 없이 살아온 것이 아닐까. 마르셀리노 할아버지의 뉴스를 접한 한국 네티즌들은 “욕망을 절제한 소박한 삶의 태도가 이분을 장수하게 만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바란다”는 동방예의지국 사람들다운 댓글을 남기고 있다. ▲실업급여를 20차례나? 일부 수급자는 1억원 받아 일시적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용해야 할 실업급여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정수급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한 사람이 횟수와 금액 모두에서 과도하게 실업급여를 받아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행하고 있는 것. 이에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최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실업급여를 2회 이상 반복적으로 받은 사람은 2020년 42만1000여 명에서 2024년엔 49만여 명으로 늘었다. 한 사람이 20회에 걸쳐 1억원가량을 수령한 경우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반복 수급자 문제도 있다. 거듭해 실업급여를 받아낸 사람이 2020년에는 전체의 24.7%에서 2024년엔 28.9%로 증가했다. 실업급여 수급자 3명 중 1명은 반복 수급자인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부정수급 사례는 2020년 2만4257건(237억원)에서 2024년엔 2만4447건(323억원)으로 꾸준히 늘어간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280여 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이런 소식을 들으면 열심히 일할 의욕이 사라진다”며 “실직 후 부지런히 직장을 찾으러 다니는 성실한 사람들은 뭐가 되냐”고 푸념했다. 그래서다. “일정한 차원에서 실업급여 수급 횟수를 제한하고, 반복 수급자 문제를 해결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없다면 앞으로도 비양심적 부정수급자는 더 증가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앙헬레스에서 총격으로 한국인 사망...“필리핀 여행 조심해야” “그 지역은 평소에도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건이 터졌구나.” “총기가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국가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휴양관광지 중 하나로 불리는 앙헬레스에서 한국인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네티즌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월요일(21일) “필리핀 북부 루손섬 팜팡가주 앙헬레스에서 한국인 관광객 1명이 오토바이 강도에게 습격당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사망한 사람은 가방을 뺏으려는 필리핀 강도에게 저항하다 총에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람은 피격 직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현지 공관은 사건 발생 인지 직후부터 필리핀 경찰 당국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는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부의 이어진 부연. 필리핀 앙헬레스는 수많은 카페와 술집, 식당 등이 밀집한 유명 관광지다. 이전에도 필리핀 대표 유흥가인 이곳에선 크고 작은 한국인 관광객 대상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또한, 이 지역은 한국처럼 철저한 보안과 안전이 보장되는 곳도 아니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5월엔 60대 한국 남성이 같은 지역에서 큰 부상을 입기도 했고, 같은 해 여름엔 앙헬레스에 조성된 코리아타운에서 40대 한국 관광객이 또 다른 오토바이 강도에게 피해를 입기도 했다.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한 필리핀 경찰과 마약단속국의 지속적인 범죄 예방 활동과 범인 검거 노력이 없지 않지만, 발생하는 많은 범죄 모두를 사전에 예방하기엔 수사 인력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필리핀에선 앙헬레스 외에도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에서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한국인 남성이 강도에 맞서다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대사관은 현지 주민과 필리핀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깊은 밤엔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하게 밖으로 나갈 경우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선 항상 조심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난 여행지에서 마음이 들뜬 관광객들은 이런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층간 소음 다툼 있었던 아파트에 방화...용의자는 사망 “살다보면 층간 소음 같은 고충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근데, 왜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다수가 거주하는 공간에 불을 질렀는지 모르겠다”는 댓글에 공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했다. 사망자는 방화 용의자고, 부상자 가운데 2명은 전신에 화상을 입은 중상이라 인명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아파트에 불을 지른 60대 방화 용의자는 사망 전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피해를 부른 방화사건의 용의자가 지목되자 사람들은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왜 멀쩡한 아파트에 불을 질러 자신에게 잘못한 게 없는 사람들까지 고통에 빠뜨렸나”는 의견부터 “방화범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건물을 불을 지르는 것인지, 그들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는 댓글까지가 인터넷 기사에 달리고 있는 상황.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난 봉천동 21층 아파트 현장을 찾아 조사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로 인한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다. 사망한 방화 혐의자는 농약 살포기를 사용해 불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화재 현장 인근 자신의 주거지에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정확한 유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도됐다. 해당 방화 혐의자는 봉천동 아파트 화재 발생 15분 전에도 인근 빌라 앞에서 또 다른 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4-22

구미 만의 파격적 벤처 생태계 조성, 우수 스타트업 육성 견인

구미시가 첨단분야 스타트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벤처창업 지원 4대 전략을 추진한다. 대내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구미시가 추진하는 벤처창업 지원 정책은 지역의 창업기업의 성장을 돕고 구미만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지원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창업 성장 지원 △ 창업 공간 △벤처 펀드 △산학연관 커넥티드 협의체 운영 등이다. 구미시가 추진하는 이번 정책의 추진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초기-혁신-글로벌 3단계 창업성장 필요한 프로그램 맞춤형 지원 창업-혁신성장-확산지구로 구성된 성장 유도형 벤처타운 조성 수도권 집중 벤처 문제점 해결, 지역 5개사 벤처투자협의회 출범 지역 총 13개 기관 공동 참여, 산학연관 협의체 효율적 연계 강화 □ 파격적인 창업 성장지원으로 우수 스타트업 육성 강제 견인 구미시는 초기, 혁신, 글로벌로 3단계로 창업성장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초기 창업 단계인 ‘뉴벤처 창업지원사업’은 시제품 개발, 디자인 개선, 지식재산권, 인증 지원 등 기술 성장 가속화를 지원한다. 2025년 신규사업으로 통합공고(1월 2일) 접수 결과 국내 창업기업 123개 사가 신청, 창업 5년 미만의 기업 4개 사가 선정됐다. △㈜오에이치엔지니어링(대표 천범호) △㈜한스코리아(대표 한기정) △㈜엑스빅(대표 김태연) △㈜업티어(대표 이윤근)가 그 주인공이다. 혁신 스타트업 단계인 ‘TIPTOP 스타트업 육성사업’은 혁신적인 제품의 빠른 시장진입을 위해 전담 응용연구, 생산 환경구축 등 상용화 촉진을 지원한다. 2024년 당시 사전 모집에 306개 사가 신청하는 기록을 세웠다. 2025년 1차 모집에 국내 벤처투자사의 추천 조건으로 19개 사 접수, 2개 사를 선정하고 2차 모집에는 시장에 제품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상용화 유망기업 33개 사 접수, 2개 사 선정으로 총 4개 사를 선정했다. 1차에는 △㈜알에프온(대표 조경래) △㈜에이포랩(대표 박재영)가 선정됐고, 2차에는 △㈜골든크로우(대표 장의순) △컬러렌(대표 박근창)이 선정됐다. 선정된 4개 사는 제품 상용화와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한 기술 검증, 인증, 연구기관 협업 등을 집중 지원받게 된다. 글로벌 단계 ‘스타트업 해외시장개척 지원사업’은 해외시장에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컨설팅, 홍보 콘텐츠 등 글로벌 시장진출을 지원한다. 2024년 스타트업 9개 사가 CES에 참가해 혁신상 수상기업(엑스빅)이 탄생하기도 했다. 2025년은 접수 결과 12개 사가 신청, 2개 사를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은 △㈜오리온엔이에스(대표 유성재) △㈜네스트(대표 장승원)로 해외 전시회 참가, 바이어 매칭, 해외 컨설팅, 콘텐츠 제작, 현지 체제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구미시는 오는 6월 CES 2026 전시회 참가 및 혁신상을 준비 중인 창업기업 2개 사를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 창업기업 성장 환경 마련 창업기업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창업지구, 혁신성장지구, 확산지구로 구성된 성장 유도형 벤처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구미시는 올해 창업지구인 금오테크노 밸리 내 종합비즈니스지원센터를 스타트업 필드로 구축해 입주 가능 공간 30개 호실을 제공할 예정이다. 창업 공간의 임대료는 ㎡당 월 1426원으로 매우 저렴하며 구미 이전기업은 2년간 임대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스타트업 필드는 창업 5년미만의 초기창업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4월 공고, 30개사를 선정해 6월 10일부터 리모델링 후 입주가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스타트업 필드가 위치한 금오테크노밸리는 연구기관과 대학, 지원기관이 집적화돼 기술협력, 인재 공급, 지원 혜택 등 기업 성장에 유리하며 지리적 접근성(IC 5분, 주요 역 10분 이내) 또한 높아 앞으로도 초기 창업기업의 성장 거점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앞으로 도시재생혁신지구(공단동 237번지) 완성에 따라 구미형 유니콘 타운을 조성해 입주 공간을 더욱 확대하고 제품 개발 인프라, 다양한 지원기관,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집적화할 예정이다. 광역철도 개통에 따라 창업 거점 공간을 확대하여 다양하고 우수한 창업의 구미 이전이 기대되고 있다. □ 구미시 벤처 펀드를 활용한 지역 밀착형 투자환경 조성 수도권에 집중된 벤처투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지역 5개 투자사와 협력한 벤처투자 협의회가 출범했다. 벤처투자 협의회를 통해 구미시는 지역 창업기업의 요청에 따른 현장 방문 방식의 투자유치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총 14개 사를 검토했다. 올해는 반도체, 방산, 로봇, IT 의료, 차세대 이동통신 등 첨단 산업 분야의 벤처창업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를 약 2000억원 규모로 결성하고 지역 밀착형 투자 심사를 통해 우수 창업기업의 규모적 성장 발판을 제공한다. TIPTOP에 선정된 ㈜알에프온은 지난 3월 27일 벤처투자협의회의 지원으로 ‘구미형 벤처창업 펀드 1호’기업에 선정돼 1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에이포랩 역시, 벤처투자협의회가 수술용 내비게이션에 대한 우수한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토 중에 있어 향후 투자유치를 통한 빠른성장이 기대된다. 구미시는 지역의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혁신 창업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접수하기 위해 스타트업 필드 등 창업거점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투자 IR을 진행하고 창업기업 검토의견서를 제공한다.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기업은 구미시 창업지원 안내 사이트(startup.geri.re.kr)로 접수하면 된다.□ 지역 산학연관 협의체의 효율적인 개편 및 연계 강화 효율적인 협의체 운영과 창업지원 기능 강화를 위해 기존 11개 기관에 투자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투자사를 신규로 참여시켜, 총 13개 기관이 함께한다. 창업지원 기관은 △구미전자정보기술원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경상북도경제진흥원 △금오공대 강소특구육성사업단 △구미상공회의소 △기술보증기금 구미지점 △신용보증기금 구미지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경북지역본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북지역본부 △한국디자인진흥원 경북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 △KOTRA 대구경북지원단 구미분소 △와이앤아처㈜ △인라이트벤처스㈜ 등이며, 우수 창업기업의 애로사항을 합동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구미시 창업지원기관 협의회는 지난 3월 25일, 창업기업(4개 사)의 성공적인 사업화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했으며, 협의회의 지원을 희망하는 창업기업은 통합 안내 사이트를 통해 연중 상시로 신청할 수 있다. 협의체는 분기별 1회 개최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구미시는 지역 창업기업 긴급·애로사항을 상시 해소하기 위한 SOS 대응 채널을 가동해 창업기업에 발생하는 각종 현장 긴급·애로사항을 접수·처리하고 있으며, 필요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종합 컨설팅을 제공한다. 구미시는 지역 창업지원 사업을 한 곳에서 확인하고, 간편 온라인 접수와 수혜기업 성장 이력까지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안내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구미시 창업지원 통합 안내 사이트(gstartup.geri.re.kr)를 통해 실시간으로 창업지원 정보 및 각종 프로그램을 안내받을 수 있다. /류승완·김락현기자

2025-04-20

“벚꽃으로 출렁이는 4월의 경주서 고요와 여유를 만끽하자”

□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봄 4월, 경주는 벚꽃으로 출렁인다. 겨우내 검게 웅크렸던 나무들은 어느새 화색이 돌고, 햇살을 양껏 머금은 가지마다 수억만 송이 꽃을 매단다. 꽃들은 한꺼번에 피어오르며 화르르, 화르르 사람을 부른다. 마치 봄의 사절단처럼 성대한 잔치가 벌어진다. 꽃잔치는 찬란하고 아름답다. 즐겁고 기쁘다. 여기서만은 누구든 주인공이 된다. 흐드러진 벚나무 아래에 서면, 평범한 사람도 하루쯤은 공주가 되고 왕자가 되며, 왕과 왕비가 되는 착각에 빠진다. 아니, 착각이 아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아닌가. 꽃이 어우러진 찰나만큼은 나도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가 된다. 사방이 꽃이다. 길과 길, 동산과 동산, 집과 집 사이를 이어주는 길목마다 눈이 시릴 정도의 꽃무더기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꽃이 핀 풍경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간다. 꽃은 사람을 품고, 사람은 꽃 속에 묻힌다. 그렇게 모든 게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보문호를 따라 끝도 없이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진다. 호수 위로 부서지는 햇살, 그 위를 유영하는 꽃잎들, 그리고 고요히 물결치는 호수, 그 위로 떨어지는 빛의 눈부심마저도 모두 한 편의 에세이가 되고 시(詩)가 된다. 보문호는 경주 시내에서 동쪽으로 10여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다. 사방 242만 평의 드넓은 곳에 조성된 관광단지는 호수를 가운데 두고 별천지의 세상을 갖추었다. 호텔과 콘도, 골프장, 놀이시설, 그리고 고즈넉한 산책로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자리를 잡았다. 보문호를 따라 걷는다. 반나절쯤 족히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눈길 닿는 곳마다 꽃이요, 귀 기울이는 곳마다 새소리다. 벚꽃이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눈부시도록 아름답다는 말, 아마 벚꽃 흐드러지는 보문호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사방으로 물든 벚꽃 아래에서 많은 사람이 삶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누릴 것이다. 찬란함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바쁜 일상 중에 잠시 눈을 들었을 때, 바로 곁에 피어 있는 벚꽃 한 송이처럼 가까이 있다.   사방 242만 평의 드넓은 관광단지 호텔과 콘도•골프장•놀이시설 등 모든 것이 조화로운 별천지 세상 그 가운데 자리잡은 호수 ‘보문호’ 호수 중심으로 장막을 두른 벚나무 바람 불면 기다렸다는 듯 꽃잎 흩날려 눈발처럼 온 세상 감싸는 몽환의 풍경 모두 한 편의 에세이와 詩로 변모 □ 물결처럼 흐르는 보문호의 벚꽃 보문호는 1년 365일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벚꽃이 터지는 4월 초부터는 많은 인파가 몰린다. 보문호를 중심으로 장엄하게 장막을 두른 벚나무에 꽃이 핀다. 갈라지고 만나는 길이 마치 천상의 길처럼 변모한다. 밋밋하던 길도 벚꽃을 덧입으면 영화 속 장면이 된다. 종일 걸어도 싫증 나지 않는 길이다. 꽃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꽃잎처럼 나부끼며, 보문호 물결 위에 내려앉은 꽃잎처럼 나도 느릿하게 떠다닌다. 바람이 불면 기다렸다는 듯 꽃잎이 한꺼번에 흩날린다. 눈발처럼, 꿈결처럼, 온 세상을 부드럽게 감싸는 몽환의 풍경이 펼쳐진다. 끝없는 산책로를 따라 벚꽃 터널이 쉼 없이 펼쳐진다. 손을 뻗으면 어느새 손바닥엔 꽃잎이 내려앉는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꽃잎을 쫓는다. 연인과 연인은 손을 맞잡고, 젊은 부부는 아이를 가운데 두고, 중년 부부는 보폭을 맞추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천히 걷는다. 모두 느릿한 걸음으로 봄의 한 자락을 붙드느라 여념이 없다. 벚꽃은 누구에게나 동등하다. 찬란한 제빛을 누구에게든 아낌없이 내준다. 4월의 보문단지는 시간을 멈추게 한다.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찰나가 아닌, 영원처럼 각인시킨다. 화려함보다는 고요와 여유를, 빠른 속도보다는 깊이 스며듦을 선사한다. 경주의 봄은 유적만큼이나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다. 천 년이 흘렀고, 수억 년의 시간을 향해 흘러가는 도시 경주. 눈여겨보지 않던 구석까지, 잊고 지나친 골목까지도 봄이 깃든다. □ 연간 천만의 사람이 찾는 경주의 관광(觀光) 경주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시간의 깊이와 결을 품은 도시다. 사방이 유적지이고, 골목 구석구석에도, 산야에도 역사의 이야기가 스며 있다. 누구나 경주를 찾고 싶어 한다. 경주에서는 단순한 것이 단순한 것이 아니며, 밋밋한 것이 결코 밋밋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경주에서만큼은 ‘관광’이라는 단어도 예사롭지 않다.  觀國之光 利用賓于王(관국지광 이용빈우왕) : 나라의 빛을 보는 것은 왕에게 손님 대접을 받게 되니 이로울 것이다.  觀國之光 尙賓也(관국지광 상빈야) : 나라가 빛남을 손님으로 숭상받을 것이다.    ‘관광(觀光)’이라는 말은 주나라 『역경(易經)』의 ‘풍지관괘(風地觀卦)’에서 비롯되었다. ‘보다’라는 뜻의 ‘관(觀)’과, ‘빛나다, 아름답다, 자랑스럽다’는 뜻의 ‘광(光)’이 합쳐진 단어다. 다른 지방이나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과 풍습, 문물을 자세히 보고 그 빛남을 감상하는 일이며, 단순한 구경이 아닌 ‘나라의 큰 덕을 보고 느끼는 일’이 본래의 뜻이다. 일본에서는 ‘보다’의 뜻으로 ‘観光(관광)’을 쓰고, 중국은 ‘관광(观光)’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만, ‘여행하다’라는 의미의 ‘旅游(여유)’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세히 보다’는 뜻을 가진 ‘觀光(관광)’을 쓴다. 우리나라의 ‘관광’에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깊이 보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 셈이다. 경주는 그런 의미에서 진짜 관광의 도시다. 단순히 구경하는 도시가 아니라, ‘나라의 덕과 아름다움을 자세히 보는’ 본래의 의미를 알고 다녀야 하는 곳이다. 언어는 삶에서 나온다. 그러니 언어는 삶을 닮고, 또 담는다. 그리고 시대를 기억한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관광’이라는 말 또한 그렇다. 명소를 찾고, 맛집을 검색하고, 숙박과 항공권을 예약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이 ‘관광’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한 시대의 그림자가 스며 있다. 우리말에는 원래 ‘관광’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대신 ‘유람’, ‘탐승’, ‘순례’와 같은 말을 썼다. ‘유람’은 자연과 경치를 즐기며 여유 있게 거니는 일이고, ‘탐승’은 배움을 위한 여정이며, ‘순례’는 믿음과 마음의 길을 따라 걷는다는 의미다. 그 어떤 말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발길보다 마음이 먼저였고, 경치를 즐기는 눈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사유가 깃들어 있었다.  ‘관광’이라는 단어가 우리 삶에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 때였다. 일본에서 사용하던 ‘観光(かんこう, 간코우)’라는 말이 우리 삶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보다(観)’와 ‘빛나다(光)’. 얼핏 생각하면 고상하고 긍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이 말이 뿌리내린 방식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일제는 식민국 조선의 풍경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했다. 경복궁의 근정전은 관광지로 개조되었고, 조선의 사찰은 일본인의 ‘여행 코스’가 되었다. ‘관광’은 조선을 통제하고 소비하는 방식 중 하나였으며, 조선은 ‘관광’이라는 말로 누군가의 시선에 따라 전시된 풍경이 되었고, 누군가의 궁금증과 즐거움을 충족하기 위한 배경에 불과했다. 그러니 ‘관광’이라는 말은 여가의 단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배의 언어, 소비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관광’이라는 말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득, ‘관광’이라는 말보다 우리가 다시 ‘유람’, ‘순례’, ‘탐승’ 같은 말을 되살린다면, 풍경을 보는 눈과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 제37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를 준비하는 경주 2025년, 경주는 특별한 해다. 제37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보문관광단지에서 열린다. 경주는 이제 세계의 담론을 품는 장소가 된다. 올해는 불국사‧석굴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30주년이자, 보문관광단지 지정 50주년이 되는 해다. 경주의 찬란한 역사와 오늘의 시간이 겹쳐 세계로 뻗어 가는 해이기도 하다. 천 년을 건너온 돌담 끝에 미래를 향한 발자국이 찍힌다. 경주는 한때 폐허의 도시였다. 찬란한 유산은 남아 있었지만, 그것을 누리고 돌볼 여유는 없었다.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은 경주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다소 거창한 꿈을 꿨고, 1974년 보문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이후 1979년 4월, ‘대한민국 제1호 관광단지’라는 이름을 달고 사람들에게 문을 열었다. 보문단지의 모든 풍경은 이방인의 눈에 경주의 찬란한 역사를 보여줄 것이다. 이제 세계가 경주를 바라본다. 오래전, 일제는 경주를 ‘관광’이라는 이름 아래 파헤쳤지만, 이제 경주는 경주의 언어와 경주의 감성으로 경주를 말한다. 그야말로 오롯이 경주의 시간이다. 보문관광단지는 단지 관광의 장소를 넘어서, 시간을 품은 곳이 되었다. 하루의 기억이 쌓이고, 한 세기의 변화가 겹쳐지는 경주. 경주는 다음 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봄날 벚꽃이 흩날리는 보문호로 천 년의 속삭임이 다시 스며들고 있다.

2025-04-16

마을을 품은 왕버들과 반곡지의 로맨틱 사랑

마을을 품고 있는 저수지 제방 위로 왕버들 노거수 20여 그루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다. 계절 따라 이어지고 펼쳐지는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은 소리 소문 없이 전국으로 퍼졌다. 이제 문화관광부 ‘전국 사진찍기 좋은 녹색 명소’로 선정되었다. ‘허삼관’ 영화가 촬영되었고, 달의 여인, 구르미 그린 달빛, 홍천기, 붉은 단심 등 인기 드라마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늘 한번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내와 함께 그곳을 찾았다. 경북 경산시 남산면 반곡지는 녹색 명소란 말처럼 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녹색의 친수 환경이었다. 반곡지는 언제 조성되었으며 왕버들 나무는 왜 심었는지 정확한 연대와 기록은 안내판에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생각건대 당시 조성 때는 오늘날 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왕버들은 뿌리가 깊고 강하여 토양을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 저수지를 조성할 때 주민들은 둑의 안전을 위하여 또는 홍수나 집중호우로 인한 흙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심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왕버들은 물가에서 잘 자라며 물을 정화하는 기능도 다른 나무에 비하여 탁월하다. 저수지 주변 마을의 습기를 조절하고 농업용수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하면서 심었을 수도 있다. 옛날 농경시대에는 왕버들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바구니나 농기구 손잡이 등 생활용품을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왕버들은 무성한 잎으로 인해 그늘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자연스러운 휴식 공간을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곳은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회의를 하며 공동체 집회 장소로 이용되었을 것이다. 강이 없는 마을에 흘러가는 물 모아 저수지 만든 우리 조상들 지혜 탄성 제방둑엔 왕버들 심어 친수공간으로 계절마다 변하는 아름다운 주변 풍광 반곡지 물 속 살랑 드리운 왕버들에 둥지 튼 새들과 생명체 함께 살아가 오늘날에는 그런 이용 공간보다는 새로운 면모로 다시 태어나 주민은 물론 시민의 치유와 휴식처로, 명품 반곡지 왕버들을 보기 위해 먼 곳에서 관광객과 특히 사진작가들이 계절을 넘나들며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다. 우리 또한 그중에 한 사람이다. 물은 인간의 생존과 생활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역사적으로 인류 문명은 항상 물가에 형성되었다. 농업과 산업, 생활용수뿐만 아니라 문화적, 정서적 요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 중국 문명은 황하강, 인도 문명은 인더스강이 그렇다. 서울의 한강과 대구의 낙동강이 그렇다. 모두 강 유역에 사람이 모여 살면서 문화를 꽃피웠다. 그런데 강이 없는 마을에 흘러 내려가는 물을 모아 저수지를 만들어 이용한 예는 그리 흔치 않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왕버들을 저수지 제방 둑에 심어 녹색 친수 공간을 조성한 것은 특별하다 하겠다. 단순한 수자원 저장 시설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친수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계절마다 변하는 주변 경관은 지역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제공한다. 오랜 세월을 거쳐 자란 나무들은 자연의 시간성을 잘 보여주는 생태적 상징이다. 노거수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며, 저수지와 함께 살아온 지역의 역사이기도 하다. 봄에는 신록과 새싹이 돋아 활력을 주고, 여름에는 녹음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며, 가을에는 황금빛 풍경을 연출하며, 겨울에는 고요한 정취를 선물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경의 정취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에 많은 인기 드라마의 촬영지로 선택되었지 않았나 싶다. 특히 낮과 밤에 왕버들이 반곡지 물속에 잠들어 있는 고요한 명상의 모습이라든지, 바람의 잔잔한 물결 아래 춤추는 몸의 동작은 보는 이를 반곡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그뿐이겠는가. 아침을 깨우는 왕버들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의 지저귀는 노랫소리는 또 얼마나 아름답고 듣기 좋은지 모른다. 나뭇가지를 포롱포롱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의 몸짓은 앙증스럽기까지 하다. 반곡지는 품속에 왕버들 그림자를 품고 사랑을 속삭인다. 왕버들은 반곡지에 가지를 드리우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사랑의 자장가를 들려준다. 낮이면 둥근 해가 그들의 사랑을 이어주고, 밤이면 하늘에 휘영청 뜬 밝은 달이 그들을 만나게 해 준다. 가끔 바람의 심술로 해와 달을 가리기도 하지만, 구름이 사라지고 나면 또 그들의 사랑은 시작되고 영원히 이어진다. 우리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누구의 심술도 인내하면서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살아간다. 왕버들과 반곡지의 사랑 속에 또 다른 많은 생명체가 숨 쉬며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새들이 나무 위에서 둥지를 틀고, 물가에서는 다양한 수생식물과 곤충이 살아가고 물속에는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살아간다. 때때로 원앙새가 날아와 사랑을 속삭인다. 물닭과 오리가 찾아와 물속 고기떼를 따라다닌다. 그들은 친구와 적으로 또는 경쟁과 협조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반곡지는 작은 생태계이다. 반곡지와 왕버들은 오늘날에 우리에게는 생태 감수성을 키워주고,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를 함양하는 교육 교재이자 스승이다.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농촌의 고즈넉한 풍경을 체험한다. 아내와 함께 반곡지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 또한 황혼의 행복한 인생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시 - ‘왕버들과 반곡지’ 긴 가지로 반곡지를 부드럽게 감싸고 신록을 뿜어내는 왕버들 잔잔한 물결로 왕버들 그림자를 품고 물 향기로 인사하는 반곡지   사랑하는 이여, 너의 그림자 속에 내 마음도 잠들리라 반곡지 은빛 물결에 그대 이름을 새겨본다   사랑하는 이여, 너와 함께한 그 시간이 해와 달을 넘어 영원히 이어지리라. 왕버들 손끝으로 그대 눈빛을 그려 본다   간혹 구름이 질투하여 해와 달을 가두고 연인의 속삭임을 어지럽히려 하겠지 구름은 지나가면 그뿐 반곡지 물 향에 왕버들 아름다움은 흔들리지 않으리라.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4-16

사랑·불륜 그리고 출산… '박정희 모가지 따러 온' 김신조 숨져

지난주와 이번 주도 유명 영화배우의 출산, 귀순한 북한 군인의 사망, 중국에 등장한 신종 직업 등 다양한 소식이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화감독 홍상수와 오랜 기간 만남을 이어온 배우 김민희가 아들을 낳았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사람들은 둘 사이를 두고 “불륜이다” “이젠 그들의 사랑을 인정해줄 때도 됐다”는 엇갈린 반응을 드러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법이니까. 1968년 겨울. 한국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던 ‘1·21 사태’의 주역 김신조 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중년 이상 세대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20~30대는 그의 이름을 낯설어했다. 요인 암살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 무장공비로 남한에 파견된 김신조 씨는 군인·경찰과의 교전 과정에서 살아남았고, 이후 귀순해 사망 전까지 목회자로 활동했다. 암 진단 이후 생활 습관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생존율이 높아지는지를 연구한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고, 결혼식장에서 ‘가짜 신부’ 역할을 하며 생활비를 버는 중국 여성의 이야기도 외신에 소개됐다. 이 뉴스들 역시 네티즌에게 주목받았다. ▲배우 김민희 출산에 “부도덕하다” vs “사랑 인정해야” 배우 김민희가 출산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그녀는 영화감독 홍상수와 10년 이상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둘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영화팬들은 전혀 다른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홍상수 감독이 조강지처를 두고 젊은 여자와 불륜을 해서 낳았으니 축복받은 출산은 아니다”라는 견해와 “사랑을 누가 말릴 수 있나. 이젠 둘의 연애를 인정해줄 때도 됐다”는 의견이 충돌하는 형국. 2015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난 홍상수와 김민희는 이후 연인 관계임을 인정하며 해외 영화제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올 초엔 배가 불러온 김민희의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었다. 김민희와의 연애가 세간에 불거지며 홍상수는 30년 동안 함께 생활한 아내에게 이혼 조정을 접수하고 관계 정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홍 감독의 아내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김민희와 홍상수 두 사람을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이라 비난하는 네티즌들은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남녀가 서로 끌리는 건 재채기 같은 것이라 이성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둘을 옹호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어쨌건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지, 홍상수 감독이 아내와는 어떤 해결점을 찾아낼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영화팬들이 많다.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수다”...귀순한 김신조 사망 언필칭 ‘1·21 사태’를 기억하는 노년층들이 적지 않다. 1968년 1월. 북한 무장공비들이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를 암살하기 위해 비밀스럽게 남한으로 향한다. 침투 과정에서 군인·경찰과의 교전으로 대부분이 죽음을 맞았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공비가 한 명 있었으니 그가 김신조다. 체포 후 열린 공개 회견에서 기자들이 “우리나라에 온 목적이 뭔가?”라고 물었을 때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수다”라 대답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 바로 그 김신조가 지난주 수요일(9일) 사망했다. 향년 83세. ‘1·21 사태’ 이후 귀순해 한국에 정착한 그는 생전에 목회자로 활동해왔다. 다수 언론이 보도를 통해 김신조의 죽음을 알리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세대에 따라 천양지차(天壤之差)의 모습을 보였다. 1968년 당시 무장공비 침투와 사살·체포 과정을 흑백TV를 통해 지켜봤던 60대 이상의 중년들은 “아직도 급박했던 그때 한국 상황과 체포된 후 김신조의 무섭게 번득이던 눈동자가 기억 속에 선명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반면 2000년 이후 태어난 20대 이하 젊은 네티즌들은 “김신조가 누구에요?” “이 할아버지가 유명한 사람인가요?”라는 반응을 보이며 낯설어했다.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대남 공작부대 소속이던 무장공비들이 서울의 중심인 청와대 지척까지 다가와 국가 안보를 위협했던 ‘1·21 사태’의 여파는 컸다. 교전과 체포 과정에서 종로경찰서장이 숨지기도 했고, 안보 불안을 느낀 정부는 향토예비군과 육군3사관학교를 창설하고, 고교와 대학에 교련 과목을 신설하기까지 했다. 김신조는 결국 한국으로 귀순했지만 삶이 순탄하지 않았다. 북한에 남겨진 가족 걱정에 술에 의존하며 도박에 빠지기도 했고, 죄의식에도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에 의해 신앙생활을 하며 안정을 찾았다는 김씨는 1981년 성락교회에서 침례를 받았고, 1997년 1월 21일엔 목사 안수를 받은 후 목회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암 진단 후엔 생활 습관을 어떻게 바꿔야할까? “체중 증가를 경계하라.” “성인은 매주 150~300분 중간 강도의 운동을, 어린이는 매일 1시간 이상 중간 또는 고강도 운동을 하라.” “녹색, 붉은색, 주황색 채소와 콩, 과일, 통곡물을 섭취하라.” “가공육, 설탕이 첨가된 음료, 정제 곡물 식품은 안 먹는 게 좋다.” 미국암학회는 지난 2022년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이 가이드라인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24%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암학회 역학 연구팀이 비흡연·비만 관련 암 생존자 3700명의 생활 습관과 사망 위험을 15년 이상 추적·관찰한 결론이다. 이 내용은 얼마 전 미국 ‘국립암연구소저널’에 게재됐다. “암 진단을 받으면 사람들은 오래 살기 위해 생활 습관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고 싶어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올바른 생활 습관이 암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팀의 부연이다. 관련 소식이 국내에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암에 걸린다고 무조건 죽는 건 아니구나. 규칙적 생활과 섭식 조절이 암 생존자의 수명을 늘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드러냈다. ▲중국의 신종 직업 ‘가짜 신부’...수입 적지 않아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혼이 늦어지면 부모로부터 잔소리를 듣는구나. 40대 미혼인 내 입장에선 이런 직업이 생긴 게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 생겨난 신종 직업(?)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가짜 신부’ 아르바이트다. 얼마 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가짜 신부’ 역할을 하며 생활을 꾸려가는 중국 서남부 청두 출신의 한 20대 여성을 소개했다. 그녀는 지난 7년 동안 20번의 결혼식에서 신부 연기를 했다고 한다. 그 일을 하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부모들로부터 결혼하라는 압박이 이어져 고심하는 청년들을 돕고 싶다”는 것. 2018년 자신의 친구가 부모님을 만날 때 대가를 받고 여자친구 역할을 해준 것에서 착안해 가짜 신부 역할로까지 아르바이트의 영역을 넓힌 격이다. 소식을 접한 한국 네티즌들도 관심을 가지며 “신부 역할 대행을 해주면 얼마나 받는지 궁금하다”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젊은이가 중국에도 많은 모양”이란 댓글을 남겼다. 가짜 신부 역할을 하려면 의뢰인이 원하는 나이와 직업, 학력과 취향 등의 정보를 암기하고 가짜 신랑의 가족들을 만나야 한다고. 신부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의 1회당 보수는 1500위안 안팎으로 한국 돈으론 30만원쯤이다. 물론, 특별한 요구 사항이 있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2023년 중국 대학 졸업자의 평균 임금은 6050위안. ‘가짜 신부’ 역할 4번이면 대졸자 월급과 비슷한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이건 누군가를 속이는 사기 아닌가”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가속화되는 취업난과 결혼 기피 현상이 중국에서 기이한 신종 직업을 만들어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 한국에서도 ‘가짜 신부’ 아르바이트가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4-15

단순한 쇼핑 공간 넘어 문화·여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지난 2월 28일 경산지식산업지구 유통상업시설 용지 10만 9228㎡가 한무쇼핑㈜과 경산지식산업개발(주)이 분양계약을 체결하며 경산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을 구체화했다. 경산지식산업지구와 현대백화점이 개점할 프리미엄 쇼핑몰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며 추진과정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무쇼핑(주)은 현대백화점이 최대지분을 소유한 알짜 계열사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킨텍스점, 충청점을 비롯해 ‘김현아’로 불리는 김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스페이스원(남양주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김포 현대점과 스페이스원(남양주점)은 24년 기준 전국 아울렛 매출 3, 4위를 기록했다. 국내외 경제 침체로 개발 계획 변경·면적 축소 등 우여곡절 겪어 민선 8기 조현일 시장 취임 후 아울렛 유치 서명 운동, 16만명 참여 작년 4월25일 복합경제시설 구축 ‘21차 계획변경안‘’ 드디어 통과 2028년 개점 땐 연간 800만명 쇼핑객 방문 예상, 지역 경제 효자로 ◇경산지식산업지구의 부침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의 경산지식산업지구는 지역의 산업지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며 지난 2010년 12월 경산학원연구지구로 지정되며 외국 교육기관을 유치해 세계적 수준의 학원연구도시로 도약을 기대했으나 국내외 경기침체와 외국교육기관의 유치 어려움 등으로 개발계획이 변경되고 면적이 축소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이유로 2018년 6월 공사준공과 2020년 12월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준공도 미루어지며 사업면적도 하양읍 대학리와 와촌면 소월리 일원 648만 6530㎡에서 627만 2500㎡과 391만 6666㎡로, 또다시 380만 2621㎡로 축소되며 명칭도 경산지식산업지구로 변경됐다. 현재는 2025년 4월 첫 삽을 뜬 1단계 285만 6285㎡(2020년 12월 준공)와 2020년 11월 착공에 들어간 2단계 95만 3336㎡로 개발되며 건설기계와 기계 부품, 메디컬 신소재, 자동차부품, 금속, 전자부품, 전기 정비, 기계, 의료기기, R&D 등의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험난했던 프리미엄 쇼핑몰 승인 하지만, 경산지식산업지구의 사업이 장기간 진행되면서 대부분 중소기업 위주의 업종 배치와 다양한 일자리 부족 등을 이유로 경산시는 2020년 9월 1단계 17만 7000㎡ 부지에 200여 개의 국내에 유명 잡화 브랜드를 유치하는 세계적인 프리미엄 아울렛을 조성하는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경상북도와 ㈜신세계사이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경산지식산업개발(주)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산지식산업지구의 분양을 촉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21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이 아울렛이 건설될 부지가 산업용지로 개발돼 물류·유통단지로 변경은 불가하다는 견해를 밝히며 무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민선 8기 경산시장으로 취임한 조현일 시장은 서비스와 유통의 기능을 포함한 복합 경제산업으로의 전환으로 자급자족 복합도시를 구축하고자 2020년 12월 대형 아울렛 유치를 위한 서명 운동을 펼쳐 16만 명이 서명한 서명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하며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을 설득할 수 있는 ‘지식산업지구 개발계획 변경안(제19차 개발계획 변경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제19차 개발계획 변경안은 1단계에서 2단계 5만 평으로 대형 프리미엄 아울렛 부지를 옮기고 서비스와 유통의 기능을 포함한 복합경제 산업지구 조성으로 정주 여건을 개선해 산업과 여가, 문화가 있는 청년이 찾는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고, 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 산업의 기술 고도화 및 미래산업인 자율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고자 미래 모빌리티 복합연구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2023년 12월에 개최된 경제자유구역 심의위원회는 경산지식산업지구 2단계 사업지구 내 일부 산업시설용지와 연구 시설 용지를 유통상업 시설용지와 복합시설 용지로 전환하는 개발계획 변경안을 논의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조현일 시장과 조지연 국회의원 등을 필두로 끊임없이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 유치에 나서 지난해 4월 25일 경제자유구역위원회가 경산지식산업지구의 R&D와 제조업 중심의 지식산업시설을 지식산업과 서비스, 유통이 결합한 복합경제시설로 변경하는 제21차 개발계획 변경 승인안을 통과시켰다.   ◇현대 경산 프리미엄 쇼핑몰 탄생 개발계획 변경안의 승인에 따라 후속 행정절차인 제26차 실시계획 변경을 추진해 지난해 12월 변경을 완료하고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 유치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프리미엄 쇼핑몰부지를 공개경쟁으로 분양한다는 입장에 따라 지난 1월 경산지식산업개발 주식회사는 유통상업시설용지 입찰공고를 통해 와촌면 소월리 일원 10만 9228㎡를 입찰기준가 565억 8010만 4000원, 입찰 신청 보증금 25억 원의 분양계획을 밝히고 2월 18일을 마감 시한으로 밝혔다. 마감 시한을 앞두고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무쇼핑과 신세계사이먼이 입찰에 참가했지만, 한무쇼핑이 입찰 기준가 565억 원을 훨씬 웃도는 994억 5000만 원으로 응찰해 낙찰받고 2월 28일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경산지식산업지구 프리미엄 아울렛 부지의 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앞으로 현대백화점 측은 이를 대구 경북권 시장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 경제 효과 경산시는 현대백화점과의 협의로 2028년 하반기 개점할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이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 체류할 수 있도록 문화·여가가 어우러진 복합시설을 확충하는 등 쇼핑·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가족 친화 시설물 설치와 매장 동선 배치 등을 통해 교외형 아울렛 매장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으로 타지역 아울렛과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무쇼핑과 지속적인 협의를 거칠 계획이다. 인근 상업용지에 다양한 테마시설을 유치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인근의 소월지를 관광 자원화하는 계획을, 주변의 관광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에 장시간 체류할 수 있는 경산 시티투어버스와 지역의 대표적 관광지인 갓바위와의 연계방안도 모색한다. 2028년 현대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이 개점하면 연간 800만 명의 쇼핑 관광객이 경산시를 찾을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청통와촌IC와 경산지식산업지구(아울렛 부지)를 잇는 연결도로도 개설할 예정이다. 특히 교통체계 개편으로 피크시간의 차량정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현대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할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킨텍스점, 충청점을 비롯해 ‘김현아’로 불리는 김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스페이스원(남양주점) 운영하는 풍부한 경험으로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을 성공적으로 개점해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건설과 소비지출에 따른 파급 효과로 연간 방문객과 취업유발 효과 1만 3천여 명, 생산유발 효과 1490여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590억 원을 기대할 수 있어 지역 경제에 미칠 파문 효과가 상당하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경산지식산업지구 내 10만 9228㎡ 면적의 땅에 경산시의 미래가 달려있다”며 “2028년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의 성공적인 개점을 위해 시 차원의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4-15

개항 100주년 맞은 감포항 ‘해양레저관광 중심지’로 새 도약

경주 감포항이 100년의 물결을 넘어 미래로2014경주 동해안의 관문으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경주의 끝자락, 동해와 마주한 감포. 이 작은 항구는 지난 100년 동안 바다를 향한 경주의 창이자, 수많은 세대가 땀과 희망을 실어 보낸 생명의 선창(船艙)이었다. 1925년,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그늘 아래 첫 항해를 시작한 감포항은 해방과 전쟁, 산업화, 자연재해의 물결 속에서도 제자리를 지켜내며 성장해 왔다. 그리고 지금, 감포는 새로운 백년을 향해 다시 닻을 올리려 한다. 감포항의 역사와 사람들,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통해, 한 항구가 품고 있는 ‘시간의 결’을 보자. □ 경주 바다에 새겨진 시간의 지도 올해로 100년을 맞은 감포항은 단순한 어항이 아니다. 근현대사의 격랑을 지나오며 지역 정체성을 지켜낸, 살아 있는 역사이자 문화의 현장이다. 1925년 1월 16일 지정항으로 지정된 감포항은, 1995년 국가 지정항으로 등록된 이후 동해안 수산업의 거점이자 해상 물류의 관문으로 기능해왔다. 경북 연안에서 잡히는 해산물의 주요 집산지로 성장하며, 감포는 지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감포항의 진정한 가치는 단지 경제적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곳의 바다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의 삶과 정서가 깃든 터전이었다. 해녀들의 거친 숨소리, 마을의 제례문화, 해풍을 견디며 축적된 삶의 지혜는 감포를 하나의 독립된 문화지형으로 만들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어촌뉴딜300과 다양한 국비 사업을 통해 항만 인프라가 현대화됐고, 감포항은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항구로 변모했다. 최근 들어서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잇달아 강타하며 큰 피해를 입었지만, 주민들은 스스로 피해를 복구하고 일상을 회복해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공동체의 회복력과 단결력은 지금도 지역민의 자부심으로 남아 있으며, 감포항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상징이 되고 있다. □ ‘함께 한 100년, 함께 할 100년’ 경주시는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감포항 일원에서 ‘감포항 100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감포항의 역사와 지역 정체성을 기념하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시민 참여형 축제로 마련됐다. 행사 첫날인 25일 오후 5시 45분에는 공식 기념식이 열린다. 기념식은 동백나무 기념식수와 타임캡슐 매립으로 시작되며, ‘백년의 구슬’ 퍼포먼스, 불꽃 연출, 주제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제공연은 샌드아트, 미디어 대북, 트론댄스, 드론쇼 등으로 구성되며 감포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압축적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주민 참여형 행사로 운영된다. 경주시는 개항 100주년을 맞아 지역 어업인과 상인, 청년기업인, 주민 등으로 구성된 ‘감포항 100주년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행사 기획과 운영 전반에 걸쳐 이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준비위원회는 100인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기획 단계부터 프로그램 구성, 현장 운영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다. 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감포항이 걸어온 100년의 발자취를 되짚고,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 4일간 이어질 감포항 대축제 감포항 100년 기념행사는 날짜별 특색 있는 주제를 정하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첫날인 25일은 ‘환대의 날’로, 공식 기념식과 함께 주제공연, 축하공연이 열린다. 이날 무대에는 지역 출신 가수 장보윤과 이수연, 트로트 가수 이찬원이 출연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26일은 ‘청년의 날’로, 젊은 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유튜버 ‘춤추는 곰돌’과 DJ 박명수가 참여하는 EDM 파티, K-POP 랜덤플레이댄스, 청년 대상 콘테스트 등이 예정돼 있다. 27일은 ‘문화의 날’로 지정해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공연이 중심을 이룬다. 어린이합창단, 마술쇼, 밴드 공연, 지역 예술인 무대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마지막 날인 28일은 ‘보은의 날’로, 어르신을 위한 효 공연이 진행된다. 이날은 트로트 가수 박서진이 무대에 올라 기념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행사 기간 상시 운영되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워터볼, 패달보트, 활어 맨손잡기, 감포항 스탬프 투어, 감포 사진전, 유등 전시, 룰렛 이벤트, 바다라면 증정 등이 마련돼 전 연령층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 세계 향해 다시 출항하는 감포항 감포항은 현재 ‘해양레저관광 중심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바탕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주시는 관광안내센터 정비, 종합 디지털 안내도 구축, 항만 경관 개선, 수상레저 확대 등 다양한 기반 확충 사업을 통해 감포를 동해안의 핵심 관광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와 연계해, 감포를 포함한 국제 해양관광벨트 조성도 구상하고 있다. 감포의 바다는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묵묵히 시간을 품어왔다. 고깃배의 닻 내리는 소리, 방파제 너머로 들리는 파도, 새벽 어시장의 분주함은 모두 감포의 시간이다. 그 시간 위에 100년이 쌓였고, 그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이제 감포항은 바다의 기억을 품고, 세계를 향한 희망을 싣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다시 출항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감포항 100년은 감포만의 역사가 아니라, 경주의 해양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라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지는 감포항의 가치가 앞으로 경주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5-04-14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가르침을 전해주다

지난 3월 22일 토요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화된 산불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인근 지역,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 빠르게 번져 수만 헥타르의 산림을 태웠고, 30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특히, 영양 답곡리 만지송 등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고운사, 국가유산, 주택, 농업 시설물 등 큰 피해를 보았다. 산불 진화에는 헬기와 인력이 총동원하여 가까스로 진화되었다. 피해 주민들이 일상생활로 되돌아갈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인간의 실수로 재앙을 입었기에 사람은 고통을 참고 견딘다고 하지만, 자연에 살아가는 뭇 생명체는 무슨 죄라고 삶의 터전을 잃고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다. 노거수를 찾아다니며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거움을 나누는 나에게는 방송을 통한 현장 모습을 보고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아직도 산불 진화만큼은 자연의 도움이 필요한데 오히려 비 대신 바람이 불 때면 속수무책이다. 산불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김천 대덕면 조룡리 섬계서원 경내 뒤뜰에 천연기념물 300호로 지정된 유주(乳柱)가 발달한 은행나무가 살아가고 있다. 섬계서원(剡溪書院)에 모신 백촌 김문기 선생이 돌아가신 1400년경에 심은 것으로 보아 나이는 600살, 키 28m, 몸 둘레 12m이다. 그의 앞에 서면 오래되고 거대함에 놀라 저절로 경외심이 발동한다. 그 모습은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스승으로, 친구로 내게 다가온다. 겨울에는 그 무성한 잎을 떨군 채 발가벗겨진 몸에 앙상한 나뭇가지는 바람에 손짓을 보낸다. 겨울은 은행나무의 삶의 쉼표란 생각이 든다. 봄에 작고 연한 잎을 틔워서 여름에 무성한 잎으로 자라 펼치며, 가을에 노란 단풍잎으로 노래한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은 겨울이다. 스스로 그동안 축적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운다. 어쩌면 이것이 삶의 이치일지도 모른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겨울은 결코 끝이 아니다. 내려놓음 또한 소멸이 아니다. 빈 가지 끝에는 이미 다음 생명을 잉태하는 눈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무가 잎을 떨굴 때, 그것은 사라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다. 우리도 살아가며 많은 것을 쥐었다가, 때가 되면 놓아야 할 순간이 온다. 그 과정이 허무가 아닌 이유는 내려놓음 속에 또 다른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 은행나무는 말없이 그 진리를 가르쳐 준다. 황혼의 내 삶에 서원 뒤뜰 묵묵히 살아가는 은행나무는 가지려고만 하고 내려놓지 않으려고 하는 나의 욕심에 또 하나의 교훈을 주었다. 겨울 가지 끝에 잉태한 연둣빛 아기는 잔잔한 바람에 고개를 내민다. 희망의 새싹은 이내 몸을 감싸고 왕성한 식욕으로 몸집을 불리겠지. 지금의 알몸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낀다. 굵고 거친 몸은 마치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낸 노인의 손등 같다. 삶의 흔적이 새겨진 주름과도 같은 나이테를 가슴에 품고, 수많은 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몸은 더욱더 단단한 근육질로 변했다. 지난여름 푸른 잎들이 생명의 싱그러움을 노래하는 모습이 보인다. 가을 노란 단풍잎이 갈 바람에 춤추는 모습이 보인다. 계절 따라 성장하고 변하는 은행나무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특히, 유주(乳株)는 마치 나무가 흘린 눈물처럼 보인다. 긴 세월을 살아오며 품은 이야기들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는 듯하다. 그것은 자연의 신비이자 생명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수백 년을 살아온 생명의 조각이자, 세월을 꿋꿋이 견뎌낸 존재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품고 있는 깊은 이야기가,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준다. 은행나무는 누가 심었는지를 둘러싼 역사적 논쟁이 있는 나무로 유명하다. 가까운 마을에 살고 있는 김녕김씨와 서산정씨 간의 은행나무 노거수의 식재 주체에 대한 서로 자신의 조상이 심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여 법정 다툼까지 하였다고 한다. 은행나무를 김녕김씨 조상이 심었든, 서산정씨 조상이 심었든,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잘 가꾸고 보호하는가이다. 조선 순조 1802년에 섬계서원을 세울 때 이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터를 잡아 강당과 사당 건물을 배치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나무 밑동에 불이 붙었는데, 지나가던 할머니가 호미로 긁어 불을 껐다는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그리고 왜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서원을 세웠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고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서원은 조선 시대 유학 교육과 성리학 이념을 실천하는 공간이다. 특히, 섬계서원과 같은 지방 서원들은 향촌 사회의 인재를 양성하는 사설 교육기관이다. 학문을 연마하고 유교적 도덕성을 함양하는 공간이다. 은행나무는 그 자체로 교육의 상징일 수 있을 것이다. 뿌리를 깊게 내리고 수백 년을 살아가는 모습은 학문 탐구의 지속성과 연륜을 상징하며, 서원의 강학 활동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선비들이 은행나무 아래에서 독서하거나 토론을 벌이며 사색에 잠겼을 수도 있으며, 이는 자연과 조화롭게 학문을 연마하는 유교적 태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은행나무는 교육교재는 물론 나무 아래 그늘은 교육 장소로 안성맞춤일 것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서원의 높은 뒤뜰에 심어놓은 은행나무는 유생들 뿐만 아니라 마을을 드나드는 주민들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었을 것이다. 은행나무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서원의 정원에 자리한 은행나무는 단순한 조경 요소를 넘어 유생들의 학문과 인격 수양에 중요한 교육적 역할을 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계절 변화 속에서 성장하는 은행나무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하며, 강한 생명력과 절개를 지닌 모습은 유학에서 강조하는 군자의 덕목과 일맥상통한다. 세월이 변하여 그때 영광은 어디 가고 은행나무는 홀로 서원을 지키며 가끔 찾아오는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섬계서원(剡溪書院)은…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445-1에 위치했다. 1802년(순조 2년)에 지방 사림들이 주동이 되어 각도 사림들과 힘을 모아 김충의공 백촌 김문기 선생(金忠義公白村金文起先生)의 거룩한 충절을 추모하여 후학들로 하여금 선생의 충절과 학문을 현양하고 배우게 하고자 창건하였다. 상량문은 성균관 대사성 이노춘(李魯春)이 지었다. 세충사(世忠祠)에는 사육신의 영도자로 1456년 단종(端宗) 복위 모의를 하고 순절하신 공조판서 충정공 백촌 김문기(金文起)를 주향으로 봉안하고 같이 순절하신 맏아들 영월군수 여병제공 김현석(呂甁齊公金玄錫)을 배향으로 모시고 있다. 서원 경내 동별묘에는 영남의 삼현으로 불리우는 반곡(盤谷) 장지도(張志道) 선생과 절효(節孝) 윤은보(尹殷保) 선생, 남계(南溪) 서즐(徐騭) 선생을 추배하였다. 1866년(고종 5년)에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당했다가 1899년에 강당을 다시 세우고, 1961년에 세충사를 복원하고 도·시비 1억7천만 원을 지원받아 보수하고 동별묘를 복원하였다. 도기념물로 지정(2007.12.28.)됐고, 매년 음력 3월 중정일에 유림 행사를 봉행하고 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4-09

봉분 없는 서봉총… 잃어버린 역사와 아픔의 흔적

□ 황금 유물이 쏟아진 대릉원 고분들 신라 고분이 펼쳐진 대릉원 일대는 무한한 이야기의 터다. 대릉원 일대는 신라 왕경이 펼쳐졌던 주 무대였다. 그러기에 죽은 후에도 쉬이 떠나지 못했다. 대릉원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죽은 자의 터가 산 자를 불러들이는 부활의 땅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른 봄, 대릉원의 아침은 눈부시다. 나는 이른 시각부터 대릉원을 바삐 오가며 무엇을 찾고 있었다. “어데 찾능교?” 잔디밭에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햇볕을 쬐는 세 어른 중 한 어른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 걸 예상하며 스치듯 말했다. “서봉총이요.” 어른이 답했다. “구스타~프!” 나는 놀라 어른을 바라봤다. “여~ 아잉교~” 어른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여~ 뒤에.” 어른이 다시 등 뒤 잔디밭을 가리켰다. 그제야 이 휑한 곳이 봉분 없는 서봉총이라는 걸 알았다. □ 고분을 헐어 흙과 자갈을 쓰다 일제강점기 경주의 고분은 파면 팔수록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경주에 고분 발굴팀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일제는 고분에 집착했다. 1926년 5월 중순부터 11월까지 50여 기의 고분에 손을 댔다. 이번엔 웅장한 고분(서봉총)이었다. 고분 발굴 책임자 고이즈미 아키오와 조선총독박물관 경주분관 관장 대리직을 맡고 있던 모로가 히사오는 고분 발굴에 건설업자를 끌어들였다. 자금을 후원받는 대신 고분의 흙과 자갈을 파 쓰게 했다. 당시 경주역 기관차 차고 신축·확장 공사에 많은 흙이 필요했으므로 발굴과 건설 모두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중장비에 의해 흙과 자갈이 제거되고, 목관 내부가 순식간에 드러났다. □ 세 번째 신라 금관, 서봉총금관(瑞鳳塚金冠, 보물 제339호) 발굴한 스웨덴 황태자 구스타프 6세 아돌프 이 무렵, 스웨덴 구스타프 6세 아돌프(스웨덴 베르나도테 왕조 제6대 국왕), 황태자 부부가 일본에 와 있었다. 고고학을 공부한 황태자는 동양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다. 일제는 자신들이 식민 지배하는 조선과 경주를 소개하고 방문을 권했다. 황태자의 환심을 사 스웨덴과 우호를 다질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또한 자국의 고고학적 수준을 세계에 알릴 기회이기도 했다. 황태자가 서봉총 발굴 현장에 도착하자 일제는 직접 발굴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황태자에 의해 금제 허리띠와 드림장식, 금관이 나왔다. 일제는 한술 더 떠 무덤 이름을 스웨덴의 이름을 따 ‘서전관’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당시 스웨덴을 한자식으로 ‘서전(瑞典)’이라고 했다. 황태자는 정중히 거절했다. 신라 왕의 무덤에 서양의 이름을 붙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금관에 장식된 새 세 마리가 있으니 ‘봉황총(鳳凰塚)’이라고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일제는 이미 봉황대가 있어 스웨덴의 한자식 표기 ‘서전(瑞典)’의 ‘서(瑞)’자와 황태자가 발굴한 금관에 봉황이 있으니 ‘봉(鳳)’ 자를 따 서봉총(瑞鳳塚) 이라 했다. □ 금관 모독 사건 -황금 유물로 치장한 평양 기생 차릉파가 신라 제57대 왕이라고. 서봉총의 발굴 책임자 고이즈미 아키오는 공(功)을 인정받아 1935년 평양부립박물관장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서봉총의 유물을 평양에서도 전시할 것을 요청했다. 전시를 마치고 일본 고관대작들과 연회를 열었다. 술에 취한 고이즈미는 서봉총 유물을 여자에게 씌우고자 했다. 사진을 찍어 나중에 책에 쓰겠다고 했지만, 일종의 과시욕이 발동했던 것이었다. 고이즈미는 연회에 동원된 5명의 기생 중 한 명을 지목했다. 22살 평양 기성권번(기생양성소) 출신 차릉파(車綾波)였다. 금관은 물론 서봉총에서 출토된 금제 허리띠와 금제 드리개, 금제 목걸이, 금귀걸이, 금팔찌, 금반지에 이르기까지 차릉파가 몸에 걸친 순금 유물의 무게는 무려 2관 800돈(10.5㎏)에 달했다. 일본 고관대작들은 황금 관을 쓴 차릉파를 가운데 두고 마구 웃고 희롱했다. 역대 3명의 여왕이 있던 신라, 술에 취한 그들은 신라 마지막 왕(경순왕, 제56대) 이후 천년 만에 부활한 57대 여왕이 차릉파라며 농락했다. 다음날, 연회에 참석했던 고이즈미와 일본 고관대작들은 신라 왕의 혼이 서린 국보급 유물을 가지고 논 것에 대해 입단속했다. 그러나 금관을 쓰고 갖은 유물을 몸에 걸친 차릉파의 사진이 평양 시내에 나돌면서 9개월 만에 언론 기사화되었다. 국보급 유물을 기생의 액세서리로 전락시킨 사건이었다. 스웨덴 황태자를 모셔 기획 쇼까지 해가며 발굴한 유물에 먹칠을 한 셈이었다. 천인공노할 짓거리에 조선 사람들은 물론 일본인의 분노도 치솟았다. 그러나 차릉파는 ‘왕관을 쓴 기생’이라는 별칭으로 오히려 유명해졌다. 고이즈미 관장은 총독부로부터 재발 방지를 위한 견책성 시말서만 썼을 뿐, 평양박물관장직은 유지되었다. □ 고분 사이에 살았어 여든넷, 나이를 언급하는 어른은 평생 경주를 떠나본 적 없다고 했다. 고분과 고분 사이에 사람이 살았다. “요기, 바로 요, 요 젙에(여기 곁에) 우리 집이 있었어.”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앉아 고분은 죽은 사람을 묻은 무덤이 아닌 뒤란, 마당 앞에 있는 하나의 언덕이나 구릉처럼 인식되던 때였다. 서봉총을 바라보는 어른의 얼굴에 아득한 세월이 묻어났다. “어릴 적엔 여기서 뛰놀았어. 저 우에도(위에) 올라가고” 어른이 봉황대를 가리켰다. “그때는 고물상들이 많이 돌아 댕깄어. 기와 조각 같은 걸 갖다주면 돈을 줬어.”. “한 10만 원씩 줬어요. 그때 돈으로도 꽤 큰 돈이었어요. 그러니 아들부터 어른까지 뭐라도 더 주우러 다녔지.” “그게 문화재인지도 몰랐어. 못 먹고 없이 살 때라 문화재 생각할 겨를이 어딨노. 그런 거 볼 줄도 몰랐다.” 어른들의 기억 속에서 경주의 과거가 조각조각 살아났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기억의 편린이 되살아나 이어지는 듯했다. “뒷산 어디 가면 그릇이 그치럼(그렇게) 많이 나왔어. 고물쟁이한테 이야기하니 며칠 뒤 트럭을 끌고 와서 싹 다 파갔어. 싹 다.” 어른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 속에는 씁쓸한 기억이 묻어 있었다. 오래전 경주의 고분들은 보호받지 못했다. 무덤 속 유물들이 조용히 사라졌다. 봉분도 없는 서봉총을 바라본다. 켜켜이 쌓였을 수많은 시간과 그 시간 속에 사라진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낯선 객과의 대화를 잇다 말고 어른은 한참 허공을 바라본다. 어쩌면 어른들에게 고분은 단순한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맞닿아 있는 잃어버린 공간인지도 모른다. 서봉총을 둘러보며 단순한 유적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마주했다. 신라 왕족의 찬란한 황금문화가 깃든 곳이자, 일제강점기 일본의 탐욕스러운 손길이 닿았던 곳. 문화재 약탈의 중심이 되었던 경주의 처참한 역사가 고스란히 서려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봄날의 대릉원에서 어른들의 기억을 통해 또 다른 경주의 상처를 들었다. 뒷산 어딘가에서 사라졌을 그릇들, 기와 조각을 모아 고물상에 팔던 아이들, 그리고 서봉총 앞에서 지나간 시간을 바라보던 84세의 어른까지. 수탈의 흔적은 단순히 유물의 행방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깊이 새겨져 있었다. 서봉총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터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곳에서, 나는 묵묵히 서봉총을 바라본다.

2025-04-09

드라마서 사라진 일타강사… 17세 소녀 살해범 사형 구형

‘한국사 일타 강사’로 불렸던 전한길 씨에 대한 관심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여전히 뜨겁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이 예고됐던 전씨. 끝까지 드라마 속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많은 이들이 출연 무산의 이유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디지털 공간을 뜨겁게 달군 지난주와 이번 주 화제 가운데 하나였다. 비트코인과 금 가격의 지속적 상승세를 낙관하던 투자자들은 곤혹스러움에 빠졌다. 최근 암호화폐의 가격과 금값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이어진 것. 그 이유를 놓고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주도한 관세전쟁 탓이다, 아니다’라는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연기는 물론 노래 실력까지 빼어났던 할리우드 배우 발 킬머가 사망했다는 소식은 영화팬들의 놀라움과 슬픔을 불렀다. 당연지사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해 가을. 순천에서 무고한 열일곱 살 소녀를 무참하게 살해한 박대성에겐 항소심에서 사형이 구형됐다. 검찰만이 아니라 네티즌들 역시 박씨의 악행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전한길이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하지 못한 이유는? “과도할 정도로 자신의 분명한 정치색을 드러냈으니, 현실 정치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대중이 시청하는 드라마엔 나오지 않는 게 맞다”는 의견과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고, 이미 촬영된 드라마의 출연 부분을 편집한 건 과했다”는 견해가 대립했다. 세칭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 씨에 대한 뉴스로 다시 한 번 한국 사회가 시끌벅적이다. 최근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화제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전한길 씨는 지난 2023년 자신이 그 드라마에 특별 출연한다는 소식을 알린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전씨의 출연 장면은 세칭 ‘통편집’ 당했다고 한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전씨의 얼굴은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달 28일 최종회를 선보였다. 애초 여주인공 금명(아이유 분)이 만든 인터넷 강의업체에 단역으로 출연할 것이 예상됐던 전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 TV쇼 부문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 베트남, 태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1위에 오른 흥행작. 여러 언론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수준 높은 작품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편집과 재촬영을 진행했다”는 게 넷플릭스의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한길 씨의 출연 장면 방영이 무산된 게 과연 그 이유 때문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물론, “편집된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어쨌거나, 전씨 관련 뉴스는 그게 정치적이건, 비정치적이건 ‘탄핵 정국’이 뜨거워진 지난달부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내려진 4월 초순까지 인터넷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비트코인과 금은 필승불패라고 믿었는데…” 비트코인과 금(金). 당분간 흔들림 없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이 2가지 투자자산의 가치가 맥없이 꺾이고 있는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지난 주말엔 ‘안전자산 중 안전자산’으로 대접받던 금의 가격이 3%가량 하락했다.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3024.2달러. 이전 거래일보다 2.9%p가 내렸다.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투자시장에서의 암호화폐 가격도 내림세다. 아직은 ‘폭락’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마냥 안심할 상황도 아닌 것 같다. 7일 비트코인은 8만 달러선이 무너졌다. 이 또한 전날 가격보다 7%p 이상 떨어진 수치다. 지난주 트럼프 정부가 관세정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8~9만 달러 수준은 지켰으나 이번 주 들어 그보다 더 하락한 것. 이런 형국이니 네티즌들 사이에선 “금과 비트코인은 필승불패라고 여겼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란 푸념이 나온다.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금값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온 관세전쟁이 미국만이 아닌 다른 국가들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소 성급하지만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와 금을 사놓은 사람들도 “만약 판다면 언제 팔아야 손해를 덜 볼 수 있을까”란 걱정을 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다. ▲발군의 연기력 보여준 배우 ‘배트맨’ 발 킬머 사망 ‘배트맨3-포에버’ ‘탑건’ ‘모스크바 제로’ 등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영화배우 발 킬머가 죽었다. 향년 65세. 미국의 각종 언론매체는 ‘발 킬머가 지난 4월 1일 오후 로스앤젤레스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를 긴급 타전했다. 그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팬을 가지고 있는 유명인. 소식을 접한 영화팬들은 “지구와 인류를 구하던 슈퍼 영웅도 죽음 앞에선 어쩔 수 없구나”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그다지 길지 않은 65년의 삶이었지만, 좋은 배우로 오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라 추모하고 있다. 발 킬머는 영화 ‘더 도어즈’를 통해서는 ‘불멸의 록커’ 짐 모리슨(1943~1971)으로 분해 연기력만이 아닌 빼어난 노래 실력까지 보여줬다. “영화 사운드 트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그의 가창력은 발군”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곱슬거리는 금빛 머리칼에 남성미 진하게 풍기는 외모를 가진 그는 젊은 시절엔 수백, 수천 명의 소녀 팬을 몰고 다니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선 출연 영화 1편당 수천 만 달러의 개런티를 받는 ‘몸값 비싼 배우’로도 이름이 높았다. 강한 자존심과 쉽게 꺾이지 않는 고집 탓에 영화 촬영 때 감독들과 불화하기도 했지만, 그를 잘 아는 이들은 “실제 마음은 양처럼 유순한 사람이 발 킬머”라는 또 다른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검찰, 17세 여학생 살해범 박대성 질타하며 사형 구형 지난해 9월 26일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길을 걷던 17세 여학생을 무참하게 살해한 박대성이 항소심에서 사형을 구형받았다. 1심에선 무기징역이 선고됐었다. 지난 목요일 광주고법 형사1부 심리로 열린 박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며 구형 이유서를 읽었다. 검찰 측의 구형 이유가 설득력과 감정 소구력이 높아서인지 네티즌들 사이에서 “흉악범에게 엄정하게 죄를 묻는 빼어난 문장”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 정도 호소력이면 검사가 시(詩)건, 소설이건 어떤 글을 써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까지 보였다. 박대성이 사형 당해 마땅한 이유를 읽은 이날 검사의 의견을 요약하면 이렇다. “국민들은 부유하고 강한 힘을 가진 나라가 되는 것에 앞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판사와 검사가 매일 사건 기록에 빠져 사는 근본적 이유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다. 17세 여학생이 길을 가다 영문도 모른 채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을 보고 서민들은 내일의 희망조차 잃어가고, 네티즌은 피고인도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분노한다. 꿈을 펼치지도 못한 피해자를 박대성은 개인적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잔인하게 살해했다. 살인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고통 받는 세상이라면 오늘의 행복을 미루고 노고를 감내하는 국민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느냐?” 항소심 재판이 열린 날 박대성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죄송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최후 진술했다. 이에 다수의 네티즌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살인자 스스로도 알고 있으니, 우리가 용서할 이유가 없다. 엄벌만이 정의를 세우는 길”이란 댓글을 남겼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4-08

낙동정맥 명산에게 인생철학을 배웠다

‘숲과 문화반’ 단체와 함께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문턱을 즈려밟고 포항 내연산 보경사를 둘러보고 계곡을 타고 선일대에 올랐다. 계곡 여기저기에 기암괴석을 빚어놓은 계곡물의 예술적 감각에 더하여 장인정신에 놀랐다. 부드럽기 그지없는 물이 수천 년을 한결같이 모난 돌과 바위를 갈고 다듬어 몽돌과 기암괴석으로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조각 예술품을 전시해 놓았다. 눈길이 자석처럼 빨려들었다. 그 듬직한 무게감과 믿음직스러움에 감동했다. 겨울 찬바람이 계곡 입구를 막아섰다. 미인송이 우리를 눈짓하여 샛길로 피해 오라고 했다. 계곡물을 마을로 끌어들인 수로는 얼음이 꽁꽁 얼어 옷소매를 여미게 했다. 하지만 향긋한 솔향에 취해 추위를 잊고 감추어놓은 심곡의 속살을 무례하게 훔쳐보았다. 딴 세상이다. 청아한 물소리가 들린다. 얼음 녹는 소리다. 따스한 햇볕 스며드는 소리다. 생명을 잉태하는 숨소리다. 봄을 부르는 희망의 찬가를 들으면서 꾸준함의 발길은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고 올라 마침내 선인이 산다는 선일대에 올랐다. 선일대(仙逸臺) 바위에 뿌리를 내린 일송(一松), 태초에 흙 한 줌에 희망을 걸고 뿌리를 내리니 하늘도 감동하여 비바람에 흙을 실어 보냈나 보다. 바위를 감싸고 있는 그 힘차고 깊은 뿌리가 감동적이다. 선일대 난간에 환한 미소 띤 황혼의 얼굴들, 산을 배경으로 한 촛대 바위 절벽 위 선일대 소나무 노거수, 삼척갑자동방삭(三尺甲子東方朔)이어라. 삼천 년을 하루 같이 살아가는 선일대 소나무, 기암괴석의 절벽에 숨어 살아가는 소나무, 늘 푸름을 잃지 않고 우리를 맞이한다. 그 늠름한 장수의 비결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끝자락에도 이곳을 탐하고 올해 또다시 이곳을 탐하여 오르니, 평소 뻣뻣한 허리는 유연해지고 접혔던 몸통은 펴졌다. 놀랍다. 선일대 노송이 마시는 공기를 마시고 바람과 계곡물 소리, 자연의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기분마저 최상이니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의 물결이 가슴을 적셨다. 선일대 바위 소나무를 선인송(仙人松)이라는 고유의 이름을 지어주고 경외감을 표했다. 내연산은 포항 송라에 있는 낙동정맥을 올라타고 있는 명산이다. 동해를 바라보면서 그 산자락은 유유히 월포리 해변에 발을 담그고 있는 형국이다. 그 깊은 계곡의 초입에 신라 시대 창건한 명찰 보경사를 품고 있다. 특히 관음폭포는 주변 암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독특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조선 시대 화가 겸재 정선이 이곳을 배경으로 한 산수 실경화에 그려 놓은 절벽의 노송은 지금도 늘 푸름을 자랑하며 굳건히 살아가고 있다. 그 살아가는 위치 또한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절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가 하면, 흙 한 줌도 물 한 방울도 담기 어려운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무한한 울림을 주었다. 누가 심고 가꾸고 보호한다고 해서 이런 소나무를 탄생시킬 수는 없다. 그 스스로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경외감을 표했다. 보경사 경내에는 국보급 보물도 있고 문화재도 여러 점 있지만,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대웅전 앞뜰에 5층 석탑과 함께 있는 소나무 노거수이다. 나이 300살로 추정되며 키 7m,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몸 둘레는 3.65m나 되었다. 그 자태의 늠름한 모습의 아름다움을 그 어떤 글로써도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굵고 거친 살결은 오랜 풍상을 견뎌낸 흔적이며, 마치 굽이치는 파도를 닮은 뒤틀린 가지들은 수많은 계절을 지나오며 자연이 빚어낸 걸작이다. 부처님의 자비를 품은 소나무다. 고결한 뿌리 깊이 내려 세월을 품었고, 우람한 줄기 휘돌아 자비를 말하고 있다. 석가모니의 지혜를 머금은 듯, 굽이굽이 감싸안은 모습은 곧 연민의 손길이라. 구도자의 길을 비추는 푸른 기운, 속세의 번뇌를 거두어 안식의 그늘을 내리시니, 그 아래 서니 바람조차 불경을 읊고, 가지마다 자애로운 미소가 깃들어 있다. 수백 년을 살아온 자비의 소나무 그 모습의 아름다움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닮았으니, 기도하는 중생 평안과 해탈을 얻는다. 수관은 동산에 떠오르는 보름달의 모습이요. 우람한 몸통은 하늘로 승천하는 용틀임의 모습이다. 보름달 휘영청 밝은 밤이면 분명히 아미타불의 환생이라. 시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존재, 수많은 불자의 염원이 깃든 성스러운 염원의 공간이다. ‘숲과 문화반’을 지도하는 박용구 경북대 명예교수님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소나무 또한 깨달음의 아미타불을 줄여 아미송(阿彌松)이라 고유의 이름을 지어 칭송하였다. 또한 경내에는 기념물 제11호로 지정된 자연유산 탱자나무 노거수가 있다. 나이 400살, 키 6m, 몸 둘레 1m, 지상 약 160cm에서 가지가 갈라져 원형으로 자라고 있다. 내가 처음 보았을 때는 두 그루였는데, 한 그루의 안부를 사찰에 여쭈어보았더니 태풍으로 삶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예로부터 탱자나무는 사찰에 악귀를 막아낸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 탱자나무 또한 그러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장수하는 탱자나무는 그리 흔치 않은 관계로 귀히 여기고 있다. 작은 부처가 나무 아래에서 나무의 장생과 건강을 지켜주고 있었다. 고대 철학자들은 숲과 나무를 보며 인생을 성찰하고 철학적 깨달음을 얻었다. 불교의 처처불심(處處佛心)과 도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처럼, 자연 속에서 깨달음을 찾고 스스로 돌아보는 삶, 즉 숲과 나무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우리에게 인생의 길을 알려주는 철인과 같다. 나무는 오랜 기간 천천히 성장하며 깊이 뿌리를 내린다. 이는 우리에게 조급하게 결과를 바라기보다 꾸준히 노력하고 뿌리를 내리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나무처럼 우리의 삶에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순리에 따라 살아야 하지 않을까?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뿌리는 단단하게 땅에 박고 살아간다. 이는 삶에서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우리는 내연산 보경사를 둘러보고 계곡을 탐하면서, 절벽 바위 위나 틈새에서 살아가는 소나무와 경내의 아미송(阿彌松), 그리고 장수한 탱자나무를 통해 인생철학을 배웠다. 숲과 나무에 관한 고대 철학과 종교 숲과 나무는 우리 삶의 거울이자 깨달음의 원천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소요학파는 자연을 관찰하면서 이성과 논리로 삶을 탐구했다. 숲속을 거닐면서 사유하고 토론을 하며 그것을 실천하는 산책 철학으로 발전하였다. 식물사회의 균형과 조화를 배우고 중용의 철학을 중시하여 지나침과 부족함을 피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행복의 길이라고 했다. 스토아학파 제논은 자연법칙에 순응하며 감정을 초월하고 초연한 태도를 유지하는 자연과 일치하는 삶을 강조했다.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릴 뿐, 뿌리를 깊게 내리며 인내한다. 인간도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평온을 유지하는 삶을 주장했다. 그리고 불교에서 처처불심(處處佛心)이라고 하여 모든 사물과 자연 속에서 부처의 마음과 깨달음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강한 나무는 바람에 꺾이고, 유연한 풀은 바람을 따라 휘어지지만, 다시 일어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유연함과 무집착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도교에서는 무위자연이라고 하여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라 했다. “나무는 성장할 때 억지로 가지를 늘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라난다. 자연스러움이 곧 도(道)”라고 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4-02

시간을 거슬러 올라 신라의 황금빛 ‘금관’ 과 마주하다

□ 신라의 빛 금관 경주의 대지에는 봄기운과 신라의 향기가 함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저 멀리 무덤들이 웅장하게 솟아 있다. 그곳엔 신라의 왕들이 누워 있고, 나는 신라의 왕들이 걸었고, 지금의 경주 사람들이 걷고 있는 길을 따라 우리들의 빛을 만나러 간다. ‘금관’, 떨림이 일었다. 과연, 천 년의 시간을 넘어 그 찬란한 빛은 오늘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황금빛 시간의 조각을 만나기 위해 신라 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국립경주박물관 어둑한 전시실, 차분한 어둠 한가운데 금관이 빛나고 있다. 유리관 속 금관은 마치 천년의 시간이 그대로 걸어 나온 듯하다. 시간의 틈새에서 흘러나온 신비로운 빛. 신라 왕들은 왜 이토록 화려한 금관을 머리에 썼을까. 권력의 상징이었을까? 아니면 하늘과 신에게 가닿고자 하는 염원의 상징이었을까? 금관의 가지는 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뻗었고, 가지 끝에 달린 푸른 곡옥(曲玉)은 신라 사람들이 꿈꾸던 영원의 세계를 담은 듯 푸르다. 죽어서도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었을까. 죽어서도 나라를 다스리며, 하늘과 신에게 기원하고자 했을까. 황금으로 빚은 금관은 태양이 녹아내린 듯 강렬하다. 그러면서도 섬세하다. 빛을 머금은 금판 위에 새겨진 작은 무늬들은 마치 신라의 바람과 빛과 아지랑이와 물결을 담아낸 듯 일렁인다. 신라인들은 금으로 태양을, 옥으로 생명을 표현했다고 한다. 흔들리는 곡옥은 풀처럼 흔들리고, 금관을 둘러싼 장식은 별처럼 반짝인다.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금관은 단순한 치장의 장신구가 아닌 하늘과 땅, 생명과 죽음, 온 우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진 신성한 상징물이었으리라. 신라 금관은 현재까지 모두 6개가 발굴되었다. 1921년 집터 수리 중 나온 최초의 금관총금관을 시작으로 금방울이 장식된 금령총금관, 그리고 스웨덴 황태자가 발굴에 참여한 서봉총금관, 셋은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천마총금관과 황남대총금관은 1970년대 초, 우리 고고학 기술로 세상에 나온 금관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 1972년쯤 도굴범들이 교동의 폐고분을 도굴하여 숨기고 있던 것을 되찾은 교동금관이다. 이중 금령총금관과 황남대총금관은 중앙박물관 소장이고 나머지는 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그럼, 금관은 어디서 어떻게 발굴되어 현재의 우리와 마주하고 있는 걸까. 천천히 금관이 세상에 나온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 노서동 집터 공사 중 나온 첫 금관 -금관총 금관(金冠塚 金冠, 국보 제87호) 일제강점기인 1921년 9월, 경주 노서동 중심가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구슬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파란빛을 띠는 게 아주 고급스러웠다. 지나던 일본 순사 미야케 요산(三宅與三·삼택여삼)이 눈여겨보고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봉황대 아래 언덕을 가리켰다. 미야케는 다급히 그곳으로 갔다. 인근에서 주막을 운영하던 박문환(朴文煥)이 주막 뒤뜰을 넓히고 돋우느라 언덕의 흙을 파다 쓰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심상치 않은 파편들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미야케는 박문환에게 더는 흙을 파지 못하게 하고 곧바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경주경찰서장에게 보고했다. 당시 경찰서장 이와미 히사미쓰(岩見久光·암견구광)는 바로 조선총독부 고적조사 촉탁 직원인 모로가 히데오(諸鹿央雄·제록앙웅)에게 연락했다. 둘은 곧바로 현장을 둘러보았다. 둘은 지독한 유물 수집가로 현장에서 심상치 않은 촉을 느꼈다. 규정상 현장을 보존하고 총독부의 지시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와미와 모로가는 모든 절차를 무시했다. 그리고 경주에 머물고 있던 일본인 경주고적보존회 촉탁 와타리 후미야(渡理文哉·도리문재)와 경주보통학교장 오사카 긴타로(大坂金太郞·대판금태랑)를 불렀다. 그리고 넷이 직접 연장을 들고 현장으로 갔다. 그리고 발굴에 들어갔다. 모로가와 와타리가 직접 채굴하고 경찰서장 이와미와 경주보통학교장 오사카가 채굴 상황을 기록하고 발굴된 것의 분류와 정리를 맡았다. 매장 주체부가 드러났다. 모로가의 눈에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보였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금관이었다. 가슴이 벅찼다. 막 드러난 신라능묘의 황금관을 눈앞에 두고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꿈같았다. 뒤이어 비취색 곡옥과 금사슬, 금허리띠, 금귀걸이 등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의 황금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유리그릇 편과 구슬목걸이 등 매우 귀중한 유물도 뒤를 이었다.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었다. 뒤늦게 보고를 받은 경주 군수 박광렬(朴光烈)이 다급히 현장을 찾았다. 파헤쳐진 능묘는 처참했다. 피장자가 묻힌 곳까지 마구 연장질을 해댄 현장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었다. 조상숭배를 금과 옥조로 여기며 살아왔거늘 조선의 정신을 뿌리째 흔드는 야만적인 행태에 치가 떨렸다. 군수는 상부에 보고하여 지시와 절차에 따라 진행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조선인인 경주 군수의 말은 무의미했다. 그들은 보고 선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수를 철저히 따돌렸다. 군수는 이를 두고 볼 수만 없어 경상북도지사에게 긴급 보고했다. 도지사는 도청 직원을 급히 파견하는 동시에 조선총독부에도 긴급 전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와미와 모로가의 막무가내 행실보다 모두 한발 늦었다. 발굴은 2~3일 만에 비전문가들에 의해 졸속으로 끝이 났다. 경주경찰서장이 법령에 따라 경무총장을 거쳐 조선총독에게 즉시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모두 무시하고 연장부터 들이대 무단 채굴한 후 덮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현장 보존은 더더욱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때 모로가는 마치 모든 권한을 쥔 것처럼 주도했다. 뒤늦게 총독부에서 정식 파견된 일본인 우메하라 스에지(梅原末治·매원말치)와 고이즈미 아키오(小泉顯夫·소천현부)는 절차와 방법을 무시한 난폭한 수습에 적잖은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신라 금관 최초 발굴’이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대미문의 특종감을 찾았으니, 일제의 입장에선 대만족이었을 것이다. 일제는 환호했다. 온 나라가 들썩였다. 세계 유일한 낯선 형태의 금관을 두고 일제는 자신들의 세기적 최고의 고고학 성과물로 자랑했다. 세계의 이목이 일본이 식민 지배하고 있는 조선, 조선의 경주라는 도시에서 출토된 신라 금관에 쏠렸다. 금관의 출현은 식민 지배를 받던 조선인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였다. 모로가는 흡족했다. 금관은 자신의 촉이 이루어낸 최고의 성과물이었으니까. 일제의 야욕은 경주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고분들을 향했다. 그들의 목적은 학술적 조사와 가치에 중심을 둔 게 아닌, 오로지 묻혀 있을 부장품에만 쏠려 있었다. 많은 전리품과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보물찾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 식리총과 금령총을 열어라 -금령총금관(金鈴塚金冠, 보물 제338호) 한번 재미를 본 모로가의 고분에 대한 야욕은 더 커졌다. 1924년 4월, 사이토 마코토 총독(齋藤實·재등실, 제3·5대 조선총독)이 조선 남부 시찰차 경주로 왔다. 모로가는 사이토 총독과 봉황대에 올랐다. 그리고 남쪽을 바라보며 섰다. 봉토가 많이 손상된 고분 2기가 보였다. 옹기종기 들어찬 민가 사이의 고분은 미관에도 좋지 않았다. 세월의 흐름을 못 이기고 이미 많이 파괴된 고분을 두고 모로가는 넌지시 발굴의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1923년 9월, 일본 본토 관동대지진으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조선총독부는 소극적이었다. 모로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모로가의 집요한 계책에 총독이 그리하라 일렀다. 이는 총독이 사적 자금을 내어 허락한 것이었다. 또 다시 고분들은 마구 파헤쳐졌다. 총독이 허락한 발굴이라는 명분 아래 모로가는 기세등등했다. 1924년,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 위원이자 현장 책임자인 우메하라 스에지와 고이즈미 등이 인부들을 대동해 노동동의 고분(식리총(飾履塚), 금령총(金鈴塚)) 2기를 파기 시작했다. 원형이 크게 손상된 고분이었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두 번째 금관이 나온 것이다. 금관엔 금방울(金鈴·금령)이 달려 있었다. 금령총금관(金鈴塚金冠, 보물 제338호)으로 이름 붙였다. 다른 한 곳에서는 장례에 쓰였을 것으로 보이는 신발인 금동식리(金銅飾履)가 나왔다. 어디 이뿐인가. 금제관드리개·가는고리금귀걸이·유리구슬목걸이·은제허리띠와 띠드리개·은팔찌·철제고리자루큰칼 등도 함께 쏟아졌다. 금관이 작은 걸로 봐서 어린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하는 곳에서 이처럼 많은 황금이 쏟아진 것이다. 자신의 예측이 적중하자 모로가는 환호를 질렀다. 짜릿했다. 황금 유물에 심취한 모로가는 점점 경주에서 절대적인 문화 권력자가 되고 있었다. 한편 경주에는 일본인들이 들끓었다. 모로가 외에도 관학자를 비롯하여 황금이 쏟아진다는 소문을 듣고 자칭 고고학자라며 떠들고 다니는 아마추어 유물 수집꾼들이 득실댔다. 금관의 출현으로 경주는 유명세를 탔지만, 반면 도굴범들이 들끓는 도시가 된 것도 사실이다. *스웨덴 황태자가 참여한 ‘서봉총’ 이야기와 ‘신라금관 모독’ 등의 이야기는 ‘신라금관’ (하) 편에서 계속됩니다.

2025-04-02

서울 한복판 싱크홀 깜짝… 산불 속 새끼 지킨 ‘금순이’ 감동

산불이 사람들의 두려움과 걱정을 부른 지난주였다. 재산 피해는 물론, 적지 않은 이들이 불길과 연기에 목숨을 잃었다. 그런 안타까움 속에서 화마에 위협당하는 새끼들을 구한 진돗개의 사연이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예기치 않은 재난은 서울 강동구에서도 일어났다. 도심 한가운데 생겨난 싱크홀이 성실한 생활인으로 살아가던 오토바이 운전자의 생명을 빼앗아 간 것. 많은 네티즌들이 그를 추모했다.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금값에 투자자가 몰린다는 뉴스와 치명적인 기생충 감염을 불러올 수 있는 민물고기 섭식에 대한 위험성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한 주였다. ▲ 극악한 산불 속에서도 새끼 지킨 진돗개의 모성 자식에 대한 사랑과 보호본능은 비단 인간에게만 한정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쉽사리 잡히지 않고, 주변 일대를 지옥처럼 만들고 있었던 상황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줄 소식 하나가 전해져 네티즌들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얼마 전 동물구조단체 ‘유엄빠(유기 동물의 엄마 아빠)’는 “산불이 타오르는 곳에서 쇠줄에 묶인 진돗개가 새끼를 지키려고 자신을 희생하며 안간힘을 다했다”는 사실을 SNS를 통해 알렸다. 사연을 요약해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쑥대밭으로 변한 의성 화재 현장에서 새끼들과 함께 발견된 진돗개 한 마리. 그 개는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으로 만들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공간) 속 쇠줄에 묶여 있었다. 그러니, 불을 피하기가 힘든 상황. 그럼에도 그 개는 뜨거운 불길에 위협당하는 새끼들을 지키려고 피부가 찢길 정도로 필사적 몸부림을 친 흔적이 보였다고 한다. 어미 개의 그런 노력과 희생 때문이었을까? 새끼 한 마리는 죽었지만, 살아남은 나머지 강아지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안전하게 이송됐다고. 유엄빠 회원들은 모성을 지킨 이 진돗개가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새끼들을 지켜낸 엄마”라며 ‘금처럼 귀하게 살라’는 뜻을 담아 ‘금순이’라는 이름을 선물했다고 한다. 뉴스를 읽은 네티즌들은 “인간을 향한 개의 충성심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식 사랑까지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금순이와 새끼 강아지들이 고통스런 기억을 잊고 새 삶을 시작하길 바란다”는 등의 의견을 기사 댓글을 통해 남기고 있다. 극단적 상황에선 사람이나 짐승이나 본질이 드러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모성(母性)’이란 동물의 보편적 본성에 가까운 게 아닐지. ▲ 오토바이 운전자 삼킨 ‘싱크홀’… 안타까운 죽음 나라를 걱정하는 비탄의 목소리가 지난 주 다시 한 번 인터넷 공간을 뒤흔들었다. 이런 의견이다. “경북, 경남, 경기 할 것 없이 전국 여러 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심각하게 어지러운데, 싱크홀은 또 뭔가. 거기서 사람이 사망했단다. 대체 우리나라엔 안심할 곳이 한 군데라도 있는 걸까?” 인재라고 해도 부정하기 힘든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산불에 적지 않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또 다른 불의의 사망 사고가 발생해 네티즌들이 추모의 말을 남기고 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생긴 싱크홀 탓에 그곳에 빠진 오토바이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동소방서는 지난 주 화요일 오후 1시경 “싱크홀에 매몰된 30대 남성이 오전 11시 22분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관계 당국은 사고 직후 17시간에 걸친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싱크홀(sinkhole)’이란 지반이 침하돼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나 웅덩이가 생기는 현상을 지칭한다. 싱크홀의 크기는 지질의 특성과 발생 원인에 따라 다양한데, 작게는 폭 1m 이내에서부터 큰 경우 도시 지면 하나를 전체적으로 덮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하게 생기기도 한다. 싱크홀의 위험성은 이미 할리우드와 한국에서 제작된 여러 편의 재난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성실한 생활인으로 살아온 오토바이 운전자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관련 기사의 댓글을 통해 “죽음은 누구도 예상 못한 곳에서 불현듯 닥친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며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은 오토바이 운전자분의 명복을 빈다”는 의견을 전했다. ▲ 연일 오르는 금값… 당분간 ‘불패신화’ 이어갈지?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기엔 현금보다는 금에 투자하는 게 상책이 아닐까?” 금값이 지속적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과열 양상을 경계하는 전문가들이 없지 않지만, 그것도 잠시뿐. 걱정 섞인 목소리는 연일 오르는 금값에 소리 없이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얼마 전엔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의 금 선물(先物·일정한 시기에 현품을 넘겨준다는 조건으로 매매 계약을 하는 거래) 가격은 온스 당 304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444만원에 육박하는 거래가다. 이 수치는 연초보다 14%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금값의 최고가 경신은 올 한 해만 14번이나 있었다. 미국에서의 거래가가 치솟자 그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는 국내 금 투자자들도 들썩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중순 국내 금값 폭등 이후 “곧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는 전망이 없지 않았으나 그 예측은 무색했다. 3월 말 한국거래소에서의 금값은 1g당 14만300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가파르건 완만하건 매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한 달쯤 오르고 내리는 걸 반복하던 한국의 금 시세는 이제 국제시장에서의 거래가와 거의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한국거래소의 부연. 그러나, 이것도 단기 예상에 불과하다는 평가와 함께 “금값의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서민들은 한 돈짜리 금반지를 돌잔치에 선물로 가져가는 것도 부담스런 시대가 돼버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일까? “사두면 오를 걸 뻔히 알면서도 금을 살 돈이 내게는 없구나. 결국 큰손 투자자들만 금으로 떼돈 버는 세상이 온 것 같네”라고 자조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 민물고기, 익혀 먹지 않으면 심각한 감염병 부를 수도 “요즘도 민물에 사는 잉어를 날것으로 먹는 사람이 있나? 위험한데…” 얼핏 보기엔 맑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물 속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를 익혀 먹지 않으면 심각한 기생충 감염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5대강 주변 지역민 2만6958명을 대상으로 ‘장내 기생충 감염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생충 감염률이 4.5%로 집계됐다고 한다. 기생충별 감염률은 간흡충 2.3%, 장흡충 1.9%, 편충 0.2% 순으로 드러났다. 특히, 낙동강과 섬진강 유역 일부 지역(경북 안동, 경남 하동, 전남 구례)은 10% 이상의 높은 감염률을 드러내 경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자료에 의하면 하동 주민의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12.6%, 구례 주민은 11.7%, 안동 주민은 10.3%로 조사됐다. 이중 간흡충은 식품을 매개로 하는 기생충으로 유행 지역 하천의 자연산 민물고기를 날것으로 먹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간흡충은 만성적인 담도 관련 질환을 일으키며, 악화되면 담관암까지 불러올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5대 강은 한강·낙동강·금강·섬진강·영산강이다. 질병관리청은 올해도 장내 기생충 감염병을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5대강 주변 지역 39개 시·군 주민 2만4000명을 대상으로 간흡충 등 장내 기생충 감염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감염 걱정을 없애려면 강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익혀서 먹는 게 최선의 방법”이란 말을 전하고 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4-01

KTX 개통으로 더 가까워진 문경… ‘찻사발 축제’도 한걸음에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명예문화관광축제인 ‘2025 문경찻사발축제’가 오는 5월 3일부터 5월 11일까지 ‘문경찻사발, 새롭게 아름답게’라는 주제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일대에서 열린다. 매년 4월 말에 축제를 시작했던 기존 찻사발축제와 달리 이번 축제 일정은 5월 첫째 주 토요일부터 시작되고, 중부내륙고속철도인 KTX 문경역 개통과 시내버스 무료화로 더 많은 관람객이 이번 축제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망댕이 가마와 발물레를 문경 도자기의 정체성으로 하고, 일상생활 자기 대중화를 목표로, 새롭고 다양한 도자기를 선보이고, 도자기 빚기 시연, 전시·체험, 특색있는 부대 프로그램으로 축제장을 가득 채울 계획이다. □ ‘문경시 홍보대사’가 참여하는 알찬 개·폐막식 문경새재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대망의 축제 첫날인 개막식에는 문경시 홍보대사인 웅산, 박군, 영기, 주미, 윤윤서가 출연한다. 문경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홍보대사들로 구성된 알찬 스타 출연진들이 축제의 시작을 알리며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안 광화문 주무대에서 열릴 폐막식에는 최근 현역가왕2 우승을 차지한 박서진이 참여하며 축제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달래줄 예정이다. □ MC와 함께하는 양방향 소통 도자기 시연 ‘사기장의 하루’ 축제의 주인공으로서 오랜 시간 축제에 참여해 온 문경 도예가들의 시연 행사가 더 크고 잘 다듬어진 공간에서 진행된다. 기존의 작고 일방적인 무대 시연에서 더 나아가 MC와 문답하고 관람객들과 소통하며 작가들의 개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더 넓은 광화문 주무대에서 ‘사기장의 하루’가 열린다. 또한 이번 축제의 외국 작가 초청을 통해 참여하는 ‘자사호의 도시’ 중국 이싱시 작가들과 ‘도자기 도시’ 중국 경덕진시의 작가들의 시연도 함께 준비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 새로운 기획 찻그릇 ‘우려나눔이’와 생활자기 판매 확대 작년부터 시작된 기획 도자기인 커피 사발에 이은 새로운 기획 도자기 이벤트를 올해도 준비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작가들의 공모를 통해 개완 형태의 기획 찻그릇이 선정돼 ‘우려나눔이’라는 별칭으로 만날 수 있게 된다. 또한 요장별로 한층 더 다양하고 실속 있는 가격대의 생활자기 라인업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이끌 예정이다. □ 더 새로워진 ‘축제패스권’과 체험·쉼터 공간 확대 요즘 축제의 트렌드인 ‘체험’과 ‘역할 부여’를 위해 축제패스권(판매가 1만 5천 원)에는 찻사발 테마를 접목한 야외방탈출 미션과 요장투어가 새롭게 추가됐다. 또한 축제장과 문경새재 일대의 소비 진작을 위한 문경사랑상품권(1천원)도 지급해 패스권 구성을 다양화했다. 광화문과 저잣거리 일대에는 편하게 쉴 휴식 공간과 체험거리를 확대, 오랜 시간 축제장에 머물며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 야간 프로그램 도입과 가족 친화 행사 확대 친환경 캠핑과 피크닉을 합친 새로운 야간 프로그램인 친환경 캠크닉을 문경새재 1관문 앞에서 어린이날에 선보인다. 문경새재의 고즈넉한 날씨와 함께 분위기 있는 무대 공연까지 예정된 이번 야간 프로그램은 현장 접수로 관람객들에게 보고 쉬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어린이 행사로 ‘EBS 이벤저스’ 특집 공연과 가족 참여형 게임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찻사발 테마에 접목돼 축제장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어버이날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할 스냅사진찍기 이벤트도 준비하며 가족친화형 행사를 확대했다. □ 축제장 전역 활성화 오픈세트장 전체를 사용하는 넓은 축제 공간의 장점을 더욱 살리기 위해 축제장 활성화 방안도 마련됐다. 축제장 입구와 광화문 주무대에 설치될 키오스크는 주요 작가들의 프로필과 축제장 안내 지도를 표현하며 더 편하고 쉽게 관람객들이 축제장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롭게 설치했다. 특히 광화문 주무대 중심으로 행사가 이어지되 전시존과 판매존, 쉼터, 먹거리까지 자연스럽게 동선이 이어질 수 있도록 배치하고, 주요 길목의 바닥에 표시될 로드웨이는 주요 지점에서 더 나아가 축제장 구석구석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기능하며 관람객들의 세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준비됐다. 김선식 축제추진위원장은 “축제의 변화와 도약을 위해 우리 작가들부터 나선다는 생각으로 일찍부터 축제를 기획하여 준비했다”며 “올해는 기획찻그릇인 ‘우려나눔이’와 새로운 개성 있는 작품들로 도예 산업의 부흥과 지속적인 축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작년 말 KTX 문경역 개통과 올해부터 시작된 시 단위 최초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정책으로 더 많은 분이 축제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축제는 투자라는 기조하에 적극적인 관광 수요를 발굴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경찻사발축제는=경북도 문경시에서 매년 4월에 열리는 전통 축제. 문경 지역에서 생산되는 찻사발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와 체험 활동을 제공한다. 찻사발 만들기, 전통차 시음, 공연 및 전시, 찻사발 경매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관광객들은 한국 전통 차 문화와 도자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3-31

영강 59km 굽이마다 늘어선 벚꽃, 하얀 감성에 여심도 ‘흠뻑’

영강(潁江)은 낙동강 발원지 마지막 큰 지류로 문경의 젖줄이다. 상주시 화북면 소재지에서 입석천과 용유천이 만나 영강이 되고, 곧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로 든다. 그리고 농암면 쌍용구곡을 설정하고, 농암면과 가은읍 경계에서 회룡포요, 하회인 ‘섬안’을 만들고, 상강정과 영류정을 짓고, 견훤 후백제왕도 탄생시킨다. 그리고 먹배이를 지나 마성면으로 들어 구랑리 적벽을 어루만지며 동남으로 흐른다. 그 물은 진남교에서 소야천을 만나 완전한 영강이 된다. 거기에서는 영강과 소야천(조령천) 두 물이 만나 ‘용소’가 되고, 깎아지른 절벽에 토끼비리 잔도(棧道)를 내고, 또 다른 회룡포요, 하회인 ‘된섬’을 만들어, 경북제일경을 낳는다. 그리고 불정협곡을 휘돌아 호계면으로 들면 ‘개여울’에 징검다리를 놓고, 신기공단의 용수가 되며, 창동 뱃나들에 배를 띄우고, 우지동 벌판에 물을 댄다. 그런 후 산양면과 흥덕동 사이에 딴봉을 낳고, 영강체육공원을 만들고, 영신숲 유원지를 감돌면서 화천(花川)을 이루어 곶내라는 새 이름도 짓고, 영신도령 이야기로 밤을 새우며, 150리 사연을 풀어놓는다. 영강의 59km, 150리 길은 때로는 굽이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때로는 고요하게 거울을 펼치기도 하며, 산과 나무와 풀과 사람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 흐른다. 그리고 상주시 이안천을 만나 영순면 말응리에서 낙동강으로 들면 낙동강은 ‘완전한 낙동강’이 되어 여기서부터 부산 다대포까지 700리 여정을 시작한다. 영강은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꽃길이다. 수많은 절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겨우내 얼었던 물과 대지가 녹으면서 그 희고 냉랭한 기운이 벚꽃으로 흐드러지고, 사람들의 마음도 따라 활짝 피기 시작한다. □ 강둑길 20리 영신 벚꽃길 점촌시내 앞 영강 강둑길은 영신동에서 창동까지 20리. 길 양쪽에는 봄기운이 퍼지는 4월 초가 되면 문경에서 가장 먼저 벚꽃을 피운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자전거길’로 나온다. 바람을 가르며, 겨우내 시린 칼바람이 언제 왔던가? 묻는다. 또 다른 사람들은 삼삼오오 걷는다. 각기 다른 생각으로 같은 길 위를 걷지만, 벚꽃의 정취에 취하는 것은 모두 같다. 벚꽃이 벌어지는 만큼 사람들의 마음도 열리고, 생각도 열린다. 활짝 핀 벚꽃 아래 사진 찍는 이들의 얼굴을 보면 안다. 벚꽃의 꽃비도 여기서 제대로 맞을 수 있다. 나비가 날아다니듯 하늘대는 벚꽃의 춤사위는 4월 중순까지 이어지고, 남녀노소 가릴 것도 없이 몸도 마음도 봄이 된다. □ 점촌시내 모전천 벚꽃축제 그 사이 영강의 작은 지류인 점촌시내 모전천 ‘반쟁이’. 도심을 가르는 도랑 가에 벚꽃이 망울을 터트리면, 어디선가 어김없이 찾아오는 각설이가 축제를 연다. 포스터도 없고, 현수막도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귀신같이 안다. 벚꽃이 피면 봄의 한 구색(具色)으로 이 축제가 열리는 것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문경시민 모두가 안다. 특히 저녁이면 춘정(春情)을 못 이기는 사람들로 500m 거리가 북적거린다. 엿 사달라는 각설이의 입담이 외설의 담장을 아슬아슬 걸어가면, 더는 못 배기고 주머니를 끌러 엿을 사는 사람들. 그러면 꺾고 굴리며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나물 캐러 간다고 아장아장 들로 가네........” 한 곡조 노래를 선물한다. 그 옆에는 닭발·족발·파전·소주·맥주·막걸리에 노래도, 엿도, 만담도 듣지 않는 사람들의 생활사가 붉고 푸른 전등 빛에 또 다른 벚꽃을 피운다. □ 진남교반 산벚꽃 영신 벚꽃길을 지나 북으로 오르면,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이 모두 모이는 불정협곡부터 10리 길은 외통수다. 산도, 물도, 길도 한 줄기씩, 서로를 안고 돌 뿐이다. 가파른 산이 동서에서 깎아 질러 산문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물과 길과 사람이 드나든다. 산문을 들어서면 영강을 따라 진남교 10리 벚꽃 길이 옛 3번 국도를 따라 펼쳐진다. 그리고 어룡산 안부(鞍部)와 고모산성, 토끼비리에는 산벚꽃, 산 복숭아꽃, 산 살구꽃이 ‘봄의 게릴라’처럼 여기저기 피다가 이내 ‘봄의 혁명’을 성공시켜 온 산하를 봄으로 점령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봄으로 진군하는 꽃들의 맨 앞에 벚꽃이 있다. 약수 받는 사람, 민물매운탕 먹는 사람, 휴게소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 오미자테마터널을 감상하는 사람, 토끼비리를 걷는 사람, 고모산성을 오르는 사람. 그들 모두 벚꽃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봄의 나그네들이다. □ 조령천 20리 벚꽃길 진남교반을 돌아서면 ‘봉생정’에서부터 또 다른 20리 벚꽃길이 펼쳐진다. 영강의 큰 지류인 조령천(소야천)을 따라간다. 바쁜 국도에서 벗어나 멀리 주흘산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면서 아늑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먼 산에서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을 부르는 소녀가 잔잔하게 손짓한다. 주지봉을 배경으로 ‘목고개마을’이 꽃 대궐을 이루고, 성주봉을 배경으로 ‘솥골마을’이 꽃 잔치를 벌이는 장관. 주흘산과 영강과 들판과 마을이 벚꽃을 매개로 봄의 왕국을 형성한다. □ KTX문경역-문경온천 벚꽃길 조령천 20리 벚꽃길이 끝나는 문경읍 마원리. 옥녀봉 꽃 잔치 아래 ‘철마(鐵馬)’가 멈춘다. 수도권에서 뻗어오는 중부내륙철도의 KTX 종착역, ‘문경역’이다. 주흘산은 이마에 닿아 있고, 문경의 고도(古都)가 역사와 문화를 펼친다. 바로 앞 온천지구에는 영강의 또 다른 지류인 신북천을 따라 겹벚꽃이 좋다. 서울대학교병원인재원 쪽부터 문경골프장 입구인 고요리까지 10리에 펼쳐져 있다. 단산 활공장과 모노레일, 문경새재리조트, 수많은 크고 작은 펜션들, 벚꽃 아래 이 마을들은 유럽풍을 자아낸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3-30

봄이 걸어오며 반기는 백석 산수유꽃 향연

□ 흰 돌이 많았다는 경주 백석마을을 아시나요 산수유가 봄보다 먼저 내려앉는 마을이 있다. 이 꽃 저 꽃 벌들이 바삐 쏘다니는 동안 마을엔 모처럼 화색이 돌고 인기척도 함께 든다. 봄이 온 게다. 어디서들 알고 찾아온 것인지 객지 사람들의 발길이 종일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사람들은 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 듯하다. 경주역에서 차로 5분 남짓 달리면 백석마을에 이른다. 경주역과 지척인데도 백석마을엔 폐가와 빈집이 많다. 한때는 80호가 넘는 큰 마을이었다. 지금은 전부 객지로 나가고 밤에 불이 켜지는 집은 겨우 3~5채뿐이라고 한다. 풍경은 오래된 기억 속 한 장면처럼 낯설고도 아늑하다. 낮에는 봄볕 아래 노란 산수유꽃이 흔들리고, 밤이면 불이 켜지는 집이 손에 꼽힐 만큼 적다. 정적이 내려앉은 마을, 하지만 봄이 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을은 봄이 되어서야 비로소 숨을 쉰다. 겨우내 굳게 닫혔던 빈집마다 문이 열리고, 객지로 나가 살던 이들이 하나둘 돌아온다. 그리고 밭고랑을 갈고, 씨앗을 뿌린다. 삽질 소리, 농기계 소리가 마을을 울린다. 묵은 땅이 뒤집히고, 굳은 마음도 풀린다. 저들끼리 핀 산수유 꽃도 사람 구경을 즐긴다. 건천읍 화천 3리 백석길 16, 백석마을에 이른다. 흰 돌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단석산 자락 아래, 신라 장군 김유신이 이곳을 지나다가 냇가에 꽃이 많은 걸 보고 ‘꽃내’라고 부르다가 ‘화천(花川)’으로 불렀다. 약 350년 전 밀양 박씨(密陽朴氏)가 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살았는데, 개척 당시 뒷산에 흰 돌이 많다고 해서 ‘백석(白石)’으로도 부른다는 마을 어른의 이야기다. □ 봄이면 사람보다 산수유꽃이 먼저 드는 마을 모처럼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마을 군데군데가 노랗다. 꽃들은 무더기무더기 피어 저들끼리 즐거웁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겨울 기운이 강해 바람이 시리더니 며칠 새 봄기운이 완연하다. 꽃은 꽃망울 여는 걸 저들끼리 터득했나 보다. 절정이다. 꽃들은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해진다. 바람이 불면 새파란 하늘에서 하늘거리는 모습은 별처럼 영롱하다. 마을 어귀 저수지에서 흘러내리는 개울을 사이에 두고 저들 편한 대로 가지를 뻗어 꽃을 피웠다. 주인을 기다리는 나무, 혹은 기다림 그 자체가 나무가 된 것처럼 말이다. 마을 초입에 서 있는 수령 300년을 자랑하는 신목 앞에도 산수유는 가지를 뻗었다. 아직 채 봄을 맞지 못했는지 잎사귀 하나 돋우지 않은 신목에게 노란 산수유꽃이 해맑은 아이처럼 찬란한 봄 인사를 건넨다. 한낮의 햇살이 산수유꽃을 투과하며 그림자는 더 길고 짙게 마을로 내려앉는다. 마을 구석구석, 걷다 보면 어느새 꽃 속에 파묻힌다. 돌담이 살아있는 마을이다. 그 사이로 산수유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 사람 손길이 미친 산수유는 표가 난다. 꽃이 많고 색깔도 선명하다. 그러나 저절로 무시로 난 것들은 가지만 무성할 뿐 꽃이 적다. □ 한때는 자식들 공부시킨 든든한 밑천 봄이 오면 백석마을은 노랗게 물든다. 아니 햇빛을 머금어 찬란한 금빛으로 빛난다. 마른 가지 끝에 작은 꽃망울들이 터지기 시작하면, 마을은 하루가 다르게 환해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꽃잎은 마치 비단을 두른 듯하다. 산기슭을 따라 여기서 저기서 산수유꽃들이 마을을 감싼다. 봄은 그렇게 산수유꽃과 함께 마을에 스며든다. 마을을 찾은 이들의 마음에도 한 줄 따뜻한 빛을 남긴다. 꽃잎 하나하나, 오랜 세월을 품은 듯 기품마저 느껴진다. “옛날부터 유명했어. 저 위쪽 산만디(산기슭) 거기서부터 여기, 질까(길가)까지 전부 노랬어.” 열아홉에 시집와 예순하고도 네 해를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최순자(84세) 어른이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때는 꽃이 고븐 지도(고운지도) 몰랐어. 그냥 다 일로만 보였으니까.” 산수유는 매화가 필 무렵 함께 피었다. 빠르면 2월 중순께 눈을 덮어쓰고도 샛노란 꽃을 피워냈다. 며칠 만에 일찍 저버리는 매화에 비해 산수유는 봄 동안 지천을 꽃등(燈)으로 밝혔다. 꽃이 지면 그 자리에 새파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단풍이 물드는 10월엔 산수유 열매가 빨갛게 익어갔다. 새빨간 보석같이 빛났다. 이 또한 꽃 못지않게 장관을 이뤘다. 11월엔 터질 듯 통통하게 물이 올라 반짝거렸다. 그리고 서리가 내리면 쪼글쪼글 마르기 시작했다. “생 거를 따서 소쿠리에 담아 며칠 골긴다(시들게 한다). 아니면 첨부터 서리를 마차가(맞게 해서) 몰캉한 걸 따던가.” 육질이 홍시처럼 몰캉해지면 씨앗 빼는 게 훨씬 수월하다. 생육에서 씨앗을 뺄 수 없어 터득해 낸 지혜다. “그걸 이빨로 하나하나 깠어. 열매 하나하나 낱낱이 입에 물고 이빨로 깨물어 씨앗을 발라내는데, 애들 학교 갔다 오면 전부 매달렸어. 산수유 농사를 많이 하는 집이 있었는데 그 집에서 일거리를 대주기도 했어.” 최순자 어른과 함께 서 있던 일흔넷 공진국 어른이 말을 잇는다. “한 깡통에 이백 원인가 쳐줬어. 한 깡통이 한 되, 그러니까 껍데기로만 한 근 600g이 나오는데 200원 쳐줬어요. 많이 까는 사람은 하루 꼬빡 6근씩 까냈어요.” 이빨로 까면 이빨이 닳았다. 그래서 산수유 철이 되면 미리 손톱을 길렀다. 손톱도 닳았다. 그래도 돈 생각하면 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당시 학교 등록금이 한 삼천 원 했을 때니까, 한 보름 까면 삼천 원, 등록금은 나오는기라. 그러이 죽을 동, 살 동 모르고 까는기라. 훗날 까는 기계가 나왔는데 품질이 입으로, 손으로 까는 것만 못해요.” 돈이 됐다. 삼 남매, 사 남매, 많은 집은 오 남매, 육 남매 전부 산수유를 해서 공부를 시켰다. 그렇게 떠난 자식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은 점점 조용해졌다. 빈집이 늘고, 폐가가 생겼다. 하지만 산수유나무들은 여전히 피고 산수유를 붉혔다. □ 귀한 한약재, 산수유 산수유는 예부터 귀한 약재로 쓰였다. 한방에서는 산수유를 ‘구기자, 오미자와 함께 세 가지 보약 열매’라 칭했다. 신맛이 강하지만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북돋우는 효능이 있어, 술을 담그거나 끓여 차로 마셨다. 이 마을에서도 가을이면 산수유 열매를 말려 두고, 겨울을 나기 위한 차를 만들곤 했다. ‘본초강목’에는 오래 먹으면 몸에 힘이 붙고 눈이 밝아지며, 뇌골통과 이명(耳鳴)을 치료하고, 오래 산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대에 와서는 유기산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 있어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것과 동시에 속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수유 열매는 백석마을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열매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삶의 일부였고, 계절의 순환 속에서 이어지는 유산이기도 했다. □ 도처로 팔려나간 백석마을 산수유 KTX 경주역 위쪽부터 백석마을까지 전부 노란 산수유 군락이었다. 논두렁 돌무더기에도 집 마당, 뒤란에도 그랬다. 그때에 비해 나무는 턱없이 줄었다. “경지정리 한다고 뽑아내기도 했지만, 관광단지 조성한다고 관상목으로도 엄청 사 갔어요. 대구나 서울 경기도 전국 조경업자들이 나무 사러 엄청 왔어요. 이른 봄에 꽃 하나 없고 황량하니 볼 게 없는데 산수유는 일찍 노랗게 꽃이 피고 보기 좋거든. 어디 노랗기만 하나. 여름에 조롱조롱 열린 열매가 보기 좋고, 가을 되면 빨가이 이쁘거든. 그러이 호텔 뜰이고 관광지마다 한 나무씩, 두 나무씩 가져가 심은기라.” 꽃 향이 온 마을로 번진다. 밭과 마당, 때로는 빈집이나 폐가 구석구석까지 파고든다. 오래된 집들이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다 폭삭 주저앉았다. 인적이 끊긴 마을에 꽃이 피자 낯선 객들이 오기 시작했다. 이 아름답고 갸륵한 풍경을 이야기하며 최순자 어른도 공진국 어른도 꽃처럼 환하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처음 걸었던 신목 앞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나는 오래전부터 백석마을 기억하는 일부인 양 정겨웁다. 아마도 봄을 알리는 산수유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알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 건가보다. 백석마을은 봄이 가장 먼저 걸어오는 길목인지도 모르겠다. 노란 산수유 꽃 속에서 잠시나마 따뜻한 봄기운을 품는다.

2025-03-26

푸른 창해·창공 바라보며 해돋이 즐기는 행복한 나무

나는 변하지 않는 큼직한 바위를 품고, 누구보다 먼저 동해 아침 해돋이를 하는 나무이다. 거칠고 험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손으로 바위를 움켜쥐고 살아가지만, 외롭지 않다. 새벽이 오면 나는 가슴을 활짝 펴고 동쪽 하늘을 바라본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 태양이 서서히 얼굴을 내밀면, 나의 심장은 벅차오르고 온몸이 따뜻한 기운으로 감싸인다. 밤새 바닷바람에 시린 몸을 맡겼던 나는 태양이 보내오는 부드러운 빛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두 팔을 벌려 환호한다. 황금빛 햇살이 이마를 스치고, 어깨를 감싸며 온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는 태양으로부터 받은 귀한 하루의 보따리를 설레는 마음으로 푼다. 아침 태양 빛이 여기까지 1억4960만㎞의 광활한 우주를 쉼 없이 달려왔음을 생각하면 더욱 경이롭다. 초속 30만㎞로 질주한 태양의 빛이 8분 20초 만에 마침내 나의 가슴에 닿는 순간, 나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실감한다. 그 빛은 단순한 아침 햇살이 아니다. 태양과 지구의 정교한 균형 속에서 탄생한 기적 같은 선물이다. 지구는 23.5도 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위를 돌며 1년에 한 바퀴를 완성하고, 기울기는 계절을 만들어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수백 년 동안 그 변화를 지켜보며 살아왔다. 또한, 지구는 하루 한 바퀴 자전하며 낮과 밤을 바꾸고, 태양을 향하는 각도에 따라 그 길이를 조율한다. 그렇게 태양과 지구는 서로 맞추어 가며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태양은 아버지, 지구는 어머니, 우리는 그들로부터 태어난 생명체, 아들딸들이 아닌가. 어찌 하늘의 태양과 대지인 지구를 경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저 먼 수평선에서 달려 온 파도는 철썩이며 나를 향해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힘차게 살아가자!”며 격려라도 하듯 바위에 입 맞추고 하얀 메밀꽃을 토한다. 바람은 신선한 공기를 가득 안고 와 나를 감싸 안으며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나는 두 팔을 흔들며 기쁘게 화답한다. 향긋한 향기를 바람에 실어 바다로, 하늘로 보낸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지만, 단 한 번도 같은 아침은 없다. 매일 새롭고 소중하다. 아침 해맞이 순간, 나는 다시금 깨닫는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또 새로운 빛으로 시작될 것임을. 그렇게 나는 어디에 찾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매일 새로운 선물을 받으며 기적을 맞이한다. 좀 더 상세하게 소개한다면, 나는 영덕군 축산면 경정리 647번지의 거대한 바위 위에 터를 잡고 천 년을 살아온 섬향나무이다. 나는 직접 받는 햇살뿐만 아니라 바다 수면에서 반짝이는 윤슬의 별빛도 함께 받아 누구보다 더 많은 축복의 빛을 받는다. 이러한 강한 햇살은 바닷가 바위 위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광합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증발로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러나 잎과 뿌리가 수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구조로 특화되어 있어 그런 걱정은 붙잡아 매라 한다. 비늘잎이 둥글고 길게 모여 삐죽한 형태를 이루는 것은 수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또한, 열매가 하얀 왁스로 덮여 있는 것도 수분 증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육질 방울열매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다. 특히 3월이면 직박구리 소리로 아침은 활기차게 시작된다. 야생 먹이자원이 달리는 잔인한 봄, 3월에는 활기찬 새들의 장마당이 선다. 시끌벅적한 아침이다. 내가 스스로 살아가는 자생지랄까 생존 지역은 동해를 내려다보는 절벽으로 쉬이 다가갈 수 없이 가파르며, 바위가 켜켜이 쌓인 곳이다. 그런 절벽 바위를 은밀하다고 표현한다. 이른바 숨은 서식처로 비밀스러운 피난처, 미소 피난처이다. 최고령 나무로 울릉도 도동의 향나무는 2500~3000년을 살아왔다고 한다. 나의 동료 향나무는 극한의 환경에서 자라며, 자연이 빚어낸 듬성듬성 그루 숲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한국의 오래된 매향(埋香) 문화와도 연결된다. 매향 문화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걸쳐 향나무를 바닷가에 묻어 후손들이 다시 발굴해 사용하도록 기원하는 독특한 종교적·민속적 풍습이다. 이러한 매향 문화는 불교 신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금강산 삼일포 매향 비문은 “강릉, 삼척 등에 향나무를 베어 포구마다 물속에 묻었다”라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동해안 깎아지른 절벽의 향나무 해안 경관은 세계 자연유산이고, 매향은 자랑스러운 인류 문화유산이 아니겠는가? 동해안 향나무 자생지는 한국인의 뿌리와도 맞닿아 있다. 동해안을 따라 남하한 북방 선사인이나 남해안을 거쳐 동해안을 따라 북상한 남방 선사인은 우리 조상을 분명히 만났을 것이다. 향기 나는 우리를 알아채지 못했을 리 만무하다. 적어도 동해안 신석기인은 향나무 풍광을 무대로 살았다는 사실을 옛 해안(古海岸)에 위치하는 울산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의 가장 오래된 선사 기록이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곳은 도시의 빌딩 숲에서 겨우 몇 조각의 햇빛을 구걸하는 나무와는 다른 세상이다. 푸른 창해와 창공을 바라보면서 해변에서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나는 참으로 행복한 나무임을 깨닫는다. 봄의 바닷가 아침 햇살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해안의 파도 소리와 신선한 아침 공기는 나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감싸준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찬란한 빛이 바다를 가르고 해안으로 한 줄기 뻗친다. 윤슬이 반짝인다. 항구 어민들의 고깃배가 만선의 희망과 기쁨으로 출항과 귀항을 서두르고 갈매기가 호위하고 있다.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암괴석에 붙어 살아가는 따개비의 안간힘과는 달리 미역은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그 신비로움에 두 손을 모아 경건한 마음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잠자던 세포가 깨어나고,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큰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누군가의 도움이나 방해도 없이 축복의 선물, 태양 빛을 오롯이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아침 해돋이는 희망이고 또 하루의 출발선이다. 하나 아쉬운 점은 훼손된 몸과 살아가는 바위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어망 쓰레기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음이다. 매향(埋香) 문화 매향 문화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쳐 한국에서 행해졌던 독특한 종교적·민속적 풍습으로, 향나무(沈香木)를 땅에 묻어 후손들이 다시 발굴하여 사용하도록 기원하는 의식이다. 이 풍습은 불교적 신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주로 바닷가에서 진행되었다. 매향(埋香)이란 ‘향나무를 묻는다’는 뜻으로, 주로 신앙적인 목적에서 수행되었다. 특정한 장소(주로 해안가)에서 불교 승려와 신도들이 모여 매향 의식을 거행했다. 향나무를 정성스럽게 땅속에 묻고, 불경을 외우며 신성한 의미를 부여했다. 매향문(埋香文)이라는 비석이나 기록을 남겨 후대에 알릴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한국에는 여러 곳에서 매향과 관련된 유적이 발견되었다. 강원도 양양은 고려시대 매향비가 발견되었다. 경기도 화성은 매향 의식이 이루어졌음을 기록한 유물이 있다. 오늘날 매향 문화는 단순한 민속 신앙이 아니라, 향나무와 관련된 전통적인 의례로서 중요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3-26

결혼생각 없는데 ‘비혼식’ 열어 축의금 돌려 받을까

경북 의성군과 경남 산청군, 울산 울주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큰 화재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사망자도 나왔다. 적지 않은 시간 불길을 잡는데 매달린 산불 진화대원들의 피로도 누적되고 있는 상황. 빠른 시간 안에 화마(火魔)가 잡혀 재해에 신음하는 주민들이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산불이 최대 이슈가 된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까지 산불 진화 관련 뉴스 외 몇몇 다른 소식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사망한 배우 김새론이 미성년자일 때 교제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배우 김수현 관련 논란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 논란 탓에 거대한 광고시장 중국도 김수현과의 결별을 고민하는 듯하다. 30~40대 한국 여성들이 비혼식을 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와 열흘 동안 물침대에 누워있으면 790만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프랑스에 생겼다는 소식 역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소 2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파렴치범이 “아내에겐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을 알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해 여성들의 공분을 부른 사건도 있었다. ▲미성년자 교제 논란 김수현, 중국서도 ‘손절 움직임’ 스물다섯에 극단적 선택을 한 영화배우 김새론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배우 김수현. 한국 대중예술계에 이어 중국에서도 김수현 ‘손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주 화요일 쿠쿠차이나는 “김수현과 관련된 브랜드 홍보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모든 공식 플랫폼에 게재된 김수현의 이미지 자료를 교체한다”고 선언했다. 연이어 “현재 준비된 김수현 관련 마케팅 계획도 중단하고, 향후 (김새론과 관련된 각종) 사건의 진행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김수현의 중국 홍보활동이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그의 얼굴이 인쇄된 이미지 광고도 위에 언급된 플랫폼에서 지워졌다. 김씨의 과거 사생활이 세칭 ‘한한령(한류 금지명령)’이 완화된 중국에서의 활동을 가로막은 것이기에 그의 고심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연예인에게 광고 관련 수입이란 간과하기 힘든 큰 돈벌이다. 김새론 사망 이후 김수현은 한 유튜브가 제기한 ‘미성년자와의 연애’, ‘급박한 채무 상환 압박’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 왔다. 그게 김새론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다는 추문에도 휩싸였다. 김수현의 소속사인 골드메달리스트는 수차례 김새론 유족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으나, 그게 사람들의 생각을 뒤집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에서도 ‘김수현 손절’이 가시화됐다는 소식을 접한 몇몇 네티즌은 “미성년인 여배우에게 몹쓸 짓을 했으니, 지금 처한 상황은 자처한 게 아닌가? 누군가에게 억울하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왜 축의금을 내기만 할까? 돌려받을 방법은… “나도 비혼식이라도 열어 그간 낸 축의금을 돌려받아야 하나?” 혹한의 겨울이 지나고 화사한 꽃들이 앞 다퉈 피어나는 봄이 목전에 도착했다. 예로부터 이 계절은 ‘화혼(華婚)의 시기’. 지난 시절보단 결혼하는 사람들이 대폭 줄었지만, 그럼에도 3~5월은 예비 신랑과 신부의 설렘이 있는 때다. 헌데, 미혼자들은 이 시기가 예상치 못한 지출이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숫자의 축의금 봉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 결혼하지 않은 남성과 여성이 늘어나면서 적게는 수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남의 결혼식에 내놓았던 축의금을 자신은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그래서일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21세기형 궁여지책’이 나왔다는 뉴스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결혼하지 않은 한국 독신 여성들 사이에서 비혼식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비혼 세태’에 주목한 것이다. 2023년 말 현재 한국 30대 가운데 51%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00년과 비교했을 때 비혼자가 4배 가까이 늘어난 것.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비혼식’이란 단어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앞으로도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선언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또한, 비혼식엔 일부 기업에서 제공하는 ‘비혼 축하금’을 지인들에게도 거둬들이고 싶다는 은근한 바람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전 생각’이 아닐지. 갈수록 결혼식이 줄어드는 상황. 이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의 “40세건, 45세건 일정한 연령이 되면 비혼식을 공식화해 그때까지 사용된 친척과 친구들의 결혼 축의금을 반의반이라도 돌려받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마냥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는 세상이 된 듯하다. ▲인면수심 대리운전 기사… 성범죄 후 “아내가 알면 안 돼” 여성 네티즌들의 혈압을 상승시킬 게 분명한 사건이 발생했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 남성이 출소 2개월 만에 또 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피의자가 대리운전 기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젠 무서워서 대리운전도 못 부르겠다” “여성에겐 여성 대리운전 기사를 매치시켜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여러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린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의 개요는 아래와 같다. 한 여성이 친구와 술을 마신 후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앱을 통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차에 탄 후 잠이 든 여성이 정신을 차렸을 땐 대리운전 기사가 성폭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에 여성이 극렬하게 저항하자 문제의 그 대리기사는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 경찰이 사건 현장 주위에 있던 대리기사를 체포해 알아보니 그는 전직 군인으로 이전에도 강제추행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전과가 있었다. 출소한 지 2개월 만에 다시 성 관련 범죄를 저지른 이 대리기사는 성폭행 과정에서 불법 촬영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실상 대리운전 업체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범죄 관련 전력 조회가 어렵다. 그런 까닭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업체가 대리운전 기사를 뽑을 때 최소한 성 관련 범죄 전과자인지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도 개선 요구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어치구니없는 사실 하나 더. 성폭행 피의자인 대리운전 기사가 “내 아내에겐 범행이 알려지면 안 된다”며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한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를 질타하는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희한한 ‘꿀 알바’… 열흘간 침대에 누워 있으면 790만원 “세상에 그런 꿀 빠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니. 내가 프랑스 산다면 만사 제치고 달려가 지원하고 싶어지네.” 10일 동안 물침대에 편안하게 누워 있으며 된다. 그러면 5000유로를 준단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790만원이다. 이런 ‘꿀알바’라니 한국 네티즌들도 유쾌한 댓글 달기에 나섰다. “왜 우리 동네엔 비슷한 알바가 없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얼마 전 영국 데일리메일은 ‘유럽우주국이 프랑스 툴루즈에 위치한 메데즈 우주병원에서 우주 비행이 사람의 몸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위해 3번째 실험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실험은 20~40세 남성 20명이 대상이다. 실험에 지원하려면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 하고, 신체에 특별한 병이 없어야 한다. 일정한 선발 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물침대에 누워 열흘을 있어야 한다고. 추적 관찰과 회복 단계까지 모두 21일을 병원에서 보내면 앞서 언급한 790만원을 받게 된다. 유럽우주국은 “물침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인이 체험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니, 실험의 목적은 ‘우주에 체류하는 우주 비행사의 건강 연구’인 것 같다. 어쨌건 침대에 누워 컴퓨터 화면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적지 않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니, 프랑스가 아닌 어느 나라라도 지원자가 적지 않을 게 분명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3-25

지역사회·어르신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평생학습 모델’ 구축

포항시는 202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1만312명(전체 인구의 22.4%)에 달하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노인 인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일자리와 돌봄서비스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포항시 평생학습원은 “배움으로 삶을 채우고, 미래를 키워 나가는 평생학습도시 포항!” 전략을 기반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과 복지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평생학습원은 기본적으로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고령층을 위한 통합교육 플랫폼을 구축하여 건강관리와 평생학습 강좌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여가를 즐기며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場)이 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며, “아울러 시민들이 배움을 통한 자아실현으로 삶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지속가능한 평생학습 도시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맞춤형 교육 및 어르신관 운영 확대 지난해 평생학습원이 운영한 전체 교육 프로그램은 1374개로, 이 중 정규 시니어 강좌 114개, 신중년사관학교 8개, 동경대학(동네경로당대학) 15개 등의 노인 대상 강좌를 개설해 폭 넓은 학습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일 평균 700여명이 이용하는 뱃머리교육관 내 어르신 맞춤형 공간을 조성하여 당구장, 노래방, 물리치료실, 바둑실, 포켓볼장, 장기실, 탁구장, 헬스장 등 기존 시설과 함께 도서열람실, 심리상담실 등 총 10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중단되었던 물리치료실이 올해부터 운영을 재개하며 기존의 찜질기와 샌드베드 외에도 돔 온열기, 손 지압기, 공기압 마사지기 등 새로운 물리치료 기기를 구비하여 하루 평균 8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건강체크 키오스크를 설치해 어르신들이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올해 도서열람실을 신설하여 일반도서 500여 권과 함께 큰 활자책 150권, 돋보기 안경 등을 비치해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려워 독서를 하지 못했던 노인들의 독서활동도 돕고 있다. □체계적인 회원관리시스템 구축 및 일자리 창출 평생학습원 어르신관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은 시설 규모에 비해 이용자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북구에는 포항시 노인복지회관이 있지만, 남구에는 노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60세 이상 시니어들이 이용 가능한 어르신관이 실질적 남구 노인복지회관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고 해마다 어르신관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편 민원 및 관리의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평생학습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많은 어르신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올 해 어르신관 회원관리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자율이용 예약 키오스크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 실별로 시니어일자리단을 활용한 지원인력을 배치하고,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정기적 간담회와 인식개선 교육도 추진하고 있다. □노인심리 상담 및 정서적 지원 강화 지난 1월 23일 개소한 은빛쉼터 노인심리상담실은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담실에는 노인심리상담사 1급 과정 수료생 15명이 자원봉사로 참여해, 정기적인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노인들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 문제들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며, 이러한 현실속에서 외로운 어르신들을 친구가 되어 마음을 어루만지고 삶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전문 심리상담사들과 함께 고민하고 어르신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공간을 포항시가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선배시민교육으로 세대 간 연대 강화 포항시는 평생학습원 방문 어르신을 대상으로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는 선배시민 교육을 3월 한 달 31회 처음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주로 노인복지회관에서만 진행해 오다가 이번에는 지역사회 문제 전문가인 장혁란, 안은희, 김경미 교수와 협력하여 1600여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감 △공동체에 대한 헌신 △선배시민의식 부족 원인과 여러 사회적 갈등해소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발전 등의 내용을 다룬다. 이를 통해 노인들이 젊은 세대의 성장을 돕는 멘토링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젊은 세대의 성장을 돕고 어르신들의 사회참여를 독려하는 멘토링 역할을 부여함과 동시에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공동체 의식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3-20

삼라만상으로 스며드는 불음, 서라벌을 깨우다

‘마침내 신종이 완성되니 그 모양은 마치 산과 같이 우뚝하고, 소리는 용의 울음과 같았다. 위로는 하늘 끝까지 울려 퍼지고 아래로는 지옥에까지 스며드니 … 소리를 들은 사람은 복을 받을지어다.’ -성덕대왕신종 명문 중에서- □ 범종 소리 ‘둥~ 둥~ 둥~’, 사람들이 홀린 듯 한곳을 바라본다. 장중한 소리다. 맑은 음이다. 무념의 세계로 들어가듯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국적과 종교를 굳이 따지지 않고 그저 거룩한 마음으로 소리 앞에 서 있다. 막히지 않는 여음이다. 1200년을 살았다는 육중한 쇳덩이가 뿜어내는 소리다. 속인의 마음을 흔드는 소리다. 법계에 두루 임하여 깊고 어두운 무간지옥을 밝히며 축생의 고통을 떨치고, 지옥을 무너뜨리며 모든 중생을 바른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소리다. 어떠한 절정도 없이 삼라만상으로 장엄하게 스며드는 불음(佛音)이다. 여운은 또 다른 여운과 이어져 끝내는 저 멀고 아득한 피안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 봉덕사와 성덕대왕신종 높이 3.75m, 지름 2.27m, 무게 18.9톤인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 국보 제29호)은 법구사물(法具四物) 중 하나인 범종(梵鍾)으로 원래 ‘봉덕사종’으로 만들어졌다. ‘삼국유사’에 봉덕사는 성덕왕이 태종대왕을 위해 706년에 창건했다는 것과 효성왕(孝成王, 제34대 왕)이 부왕인 성덕왕의 복을 위해 738년에 세웠다는 두 가지 내용이 있다. 봉덕사종은 가장 오래된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과 함께 한국 최고의 범종으로 꼽힌다. 성덕대왕신종 주조는 왕명에 따른 거사였다. 경덕왕(景德王, 제35대 왕)이 부왕 성덕왕(聖德王, 제33대 왕)의 공덕을 기리고, 나라의 태평과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게 했다. 그러나 경덕왕은 살아있는 동안 종의 완성을 이루지 못했다. 경덕왕이 죽고 8살의 어린 혜공왕(惠恭王, 제36대 왕)이 즉위 7년(771년) 되던 해에 완성해 봉덕사에 안치했다. 어찌 됐건, 종은 경덕왕이 부친을 위해 시주한 황동 12만 근으로 주조했기에 ‘성덕대왕신종지명(聖德大王神鍾之銘)’이라 하여 종의 몸체에 이같이 돋을새김해 놓았다. □ 고단했던 여정 771년 주조된 성덕대왕신종은 조선기 들어 고난을 겪는다. 1424년(세종 6) 때 ‘전국 각 사찰에 있는 종을 거두어 다른 용도로 주성하라’는 명이 내려진다. 이때 경주 촌로가 신종만은 녹이지 말고 보전해 달라며 죽음 각오하고 상소를 올린다. 세종은 촌로에게 지필묵을 하사하고 ‘경상도 경주 봉덕사와 개성 유후사 연복사의 큰 종은 헐지 말도록 하라’는 명을 내린다. 이후 홍수로 북천이 범람하여 북천가에 있던 봉덕사가 폐사된다. 수풀에 버려지다시피 한 신종을 본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은 애석한 마음을 시로 남겼다. 절은 망해 모래와 자갈에 묻히고/ 이 물건은 잡초 덤불에 맡겨졌네/ 주나라 돌 북과 같이/ 아이들은 두드리고 소는 뿔을 가는구나/ 매월당시집 권12 ‘유금오록’ 봉덕사종 중에서 1460년(세조 5)에 이르러 풀숲에 있던 종을 수습해 영묘사로 옮긴다. 그리고 50여 년 후인 1507년(중종 2)쯤 ‘경주부윤 예춘년이 종을 봉황대 옆으로 옮긴다. ‘동경잡기’에 군사를 모을 때나 성문을 여닫을 때 종을 쳤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지은 ‘종각중수기’에는 타종의 회수와 관리 규정을 기록해 놓았다. 밤에 다니는 것을 금지하는 인정(人定)에 28번, 통행금지가 풀리는 파루(罷漏)인 새벽 4시에 33번을 쳤다. 이밖에 도성 안에 화재가 나거나, 큰일을 알릴 때 종을 쳤다. 신종은 400여 동안 관종(官鐘)으로서 봉황대를 지켰다. 그러다 1915년 5월, 일제강점기 경주고적보존회에 의해 조선총독부 박물관 경주분관 인 옛 경주박물관(현 경주문화원) 종각으로 이봉한다. 하지만, 하나의 유물처럼 전시·관람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한 듯 타종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1975년, 현재의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지기까지 무려 네 차례나 자리를 옮기는 고단한 여정이었다. 이제 종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2003년 개천절을 마지막으로 녹음된 소리로 대신한다. □ 육중한 종, 어떻게 이봉했나? 한 장의 사진이 있다. 1915년 봉황대 옆에 있던 성덕대왕신종을 경주고적보존회 조선총독부 박물관 경주분관 인 옛 경주박물관으로 옮기는 모습이다. 사진 속 조선인은 삿갓, 갓, 패랭이를 쓴 남성과 치마를 입은 여인과 아이들이다. 모두 흰옷을 입었다. 오른쪽 여섯 명은 일본인이다. 순사와 감독자 및 관련 사람들과 하수인으로 보인다. 일본인은 모자를 쓰고 양장이나 제복을 입어 다소 위엄 있는 모습이다. 일본인은 감독자이고 조선인은 지렛대와 동아줄을 잡은 걸 보면 인부일 것이다. 변변한 장비가 없던 시절이었다. 종을 옮길 때 사용한 건 다름 아닌 통나무와 동아줄이다. 인부들은 흙길에 둥근 통나무를 침목처럼 깔았다. 종의 몸체 아랫부분에 동아줄을 둘러 묶고 줄을 나무 틀에 감았다. 그리고 연자를 돌려 종을 당겼다. 종을 통나무 위에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쪽을 쳐들어야 하는데, 자칫하면 무게가 반대로 쏠려 넘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가까스로 종을 통나무 위에 올렸다. 장정들의 함성과 함께 종은 조금씩 통나무를 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통나무를 옮겨가며 밀고 당기기를 1달, 드디어 보존회에 도착했다. 봉황대 종각에서 보존회(현 경주문화원)까지 약 400m의 거리, 그리 먼 거리가 아닌 듯해도 18.9t의 쇳덩이를 변변한 장비도 없이 옮기자면 무척 고단했을 것이다. 그렇게 보존회로 옮긴 신종은 60년 후인 1975년 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아이를 공양해 만들었다는 에밀레종 성덕대왕신종의 또 다른 이름은 ‘에밀레종’이다. 어머니를 부르는 어린아이의 슬픈 소리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하는 이야기에 종을 만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자, 아이를 넣었더니 소리가 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국유사’나 신라의 전설이 망라된 ‘동경잡기’ 어디에도 이런 이야기는 없다. ‘鐘(종)’, 한자를 보면 쇠 ‘金(금)’과 아이 ‘童(동)’이 합쳐진 글자다. 종을 만들 때 인(P)을 넣으면 주조성이 좋아져 종소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인은 사람의 뼈에 많은 성분이다. 포항산업과학기술연구원에서 성덕대왕신종의 성분을 검사했으나 인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종에는 없는 0.2%의 유황이 검출되었다. 종이 1,200년 넘는 긴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유황 성분일 것으로 본다. 그럼, 종을 만들 때 아이를 공양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아이를 공양해 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중국에도 전해진다. 중국 베이징의 오래된 종을 모아놓은 고종박물관에는 이런 그림이 있다. 커다란 종을 만드는데 소리가 잘 나지 않자, 아이를 바치기로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가던 아이가 이글거리는 쇳물을 보자 발버둥을 쳤다. 아이 둘을 쇳물에 넣었는데 급히 넣다가 신발이 밖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종을 완성하여 타종하니 ‘신 달라’는 소리가 났다는 이야기의 그림이다. □ 아름다운 문양 성덕대왕신종은 형태와 무늬, 주조기법, 소리에 이르기까지 예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세계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다. 종의 꼭대기에는 소리의 울림을 도와주는 음통(音筒)과 종을 매다는 고리인 용뉴(龍9215)가 있다. 음통은 한국 범종에만 있는 독특한 구조다. 용뉴의 용머리 조각은 제왕적 위엄을 나타낸다. 종신 위쪽에는 네모난 띠 모양의 연곽(蓮廓)이 있고, 연곽 내부에 연꽃 봉오리를 규칙적으로 새긴 연뢰(蓮857E)가 있다. 종을 치는 부분에는 연꽃 모양의 당좌(撞座) 두 개를, 그 사이에 네 구의 비천(飛天)을, 그리고 마주 보는 비천 사이에 명문을 새겼다. 종신의 상단과 하단에는 넝쿨무늬 띠를 새겼다. 연꽃 위에 무릎을 꿇은 공양비천상(供養飛天像)은 돌출되게 새겼다. 서로 마주 보는 두 쌍이 모두 명문을 향하고 있다. 하늘을 바라보는 얼굴에 눈코입이 없어도 존경의 눈빛과 경건한 언어를 짐작게 한다. 향로를 받쳐 든 두 손에는 부처의 높은 덕을 찬양하는 듯 거룩함이 묻어난다. 천의(天衣)와 영락(瓔珞)은 유연하게 하늘을 향하고 덩굴풀이 꼬여 뻗어가는 당초(唐草) 모양의 구름은 하늘거리며 피어오른다. 가인의 자태처럼 보드라운 선의 흐름에 아득한 속살거림마저 묻어난다. 당목이 종신을 때리는 2개의 절제된 연꽃무늬 당좌(撞座) 역시 크고 선이 활달해 대담한 인상을 준다. 비천상 가운데 명문이 있다. 총 1037자로 왕의 지시를 받고 한림랑 김필해가 종의 이름을 지었다는 것과 제작 시기, 제작 이유, 종의 의미, 주조에 참여한 여덟 명의 이름과 관직, 기술자 네 명의 직책과 이름을 기록했다. 종의 바닥엔 울림통을 파 놓았다. 울림통은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맥놀이 현상을 만든다. ‘둥~’ 소리는 어디서 생겨나 어디로 가 어디에 머무는가. 가히 측량키도 어려운 깊이와 무게로 다가오는 여운, ‘둥~’ 웅장한 타격음과 함께 대지를 밀치듯 하늘을 울리듯 뻗어간다. 어떠한 매듭도 없이 그저 천지로 뻗어간다.

2025-03-19

“해외 지자체와 MOU·공공형일자리 도입으로 일손 걱정 해결”

봉화군이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농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해온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외국인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농업 인력 고령화 등으로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봉화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프로그램 확대와 공공형 계절근로자 제도 도입 등 다각도의 지원책을 마련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러한 결과 농촌의 인력 공급이 원활해짐에 따라 농업경영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고추와 수박 등 노동집약적인 작목의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이모작이 활성화함에 따라 농가소득이 크게 증가했다. 아울러 농업 은퇴시기 연장, 휴경농지 감소, 농촌 빈집 감소 등 그간 농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농촌 인력 수급이 안정화되어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일손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해 농촌에 일손이 부족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외국인 계절근로자 국가 다변화 봉화군은 국제적 환경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의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급에 힘써왔다. 2022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급은 146명이었으나 2023년 557명, 2024년 692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879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할 예정으로 2022년 대비 6배나 증가했다. 기존에는 베트남 하남성 단일 지자체에서 인력을 수급했으나 2023년에는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과 추가 MOU를 체결했고, 2024년에는 베트남 화방현과 스리랑카 등으로 MOU 체결을 더욱 확대했다. 올해는 5개국 6개 지자체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봉화군에 입국해 일손을 보탤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총 705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한다. 20일 베트남 하남성에서 38명, 캄보디아에서 16명 등 총 54명이 입국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계절근로자 입국이 이어진다. 봉화군은 이러한 노력으로 인력 수급이 원활해짐에 따라 농촌 인건비도 자연스럽게 안정됐다. 2022년 농촌 인건비는 일급 13~15만원까지 상승됐으나 현재는 11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 공공형 근로자 중소농가 지원 하루나 이틀 단위의 단기간 고용인력이 필요한 중소 농가를 위해 운영 중인 공공형 계절근로자 제도도 농가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농가가 외국인근로자를 3~5개월 동안 직접 고용하는 방식만 허용돼 단기 고용인력이 필요한 농가는 이용하기 어려웠다. 군에서는 단기간 일손 지원을 위해 2023년부터 봉화농협을 사업대상자로 선정해 공공형 계절근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20명의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24명으로 확대했으며, 인력 중개 실적도 연인원 1187명에서 366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에 대한 농가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재신청률이 99%에 달한다. 올해는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예산 2억3000만원을 확보했으며 수요 증가에 대비해 춘양농협을 신규 사업대상자로 추가 선정했다. 봉화농협과 춘양농협은 50여 명의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올해 운영할 예정이며 근로자들은 오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농작업에 나서게 된다. □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 속도 봉화군은 농업근로자의 주거환경 개선과 인력 중개 활성화를 위해 민선 8기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은 5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옛 봉성중학교를 리모델링해 기숙사 18실(72명 규모), 인력중개사무실, 다목적실, 근로자 휴게시설 등으로 조성된다. 실시설계 용역을 마무리하고 오는 5월에 착공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기숙사가 건립되면 현재 3곳으로 흩어져서 운영 중인 근로자 숙소와 중개사무실, 식당이 한 곳으로 통합돼 농업근로자 운영의 효율성과 농가 편의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내외국인 혼합 농작업반 운영 봉화군은 내국인 농업근로자 보호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내국인 고용인력은 외국인에 비해 나이가 많아 신체 능력이 부족하지만 농가 소통과 영농 경험이 풍부해 내국인을 찾는 농가 수요도 꾸준하다. 농촌인력중개센터 사업 확대를 위해 매년 약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외국인 근로자에 집중된 인력 운영을 분산하고, 내·외국인이 혼합된 농작업반을 운영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봉화군은 농가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더욱 현실적인 인력중개센터를 운영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농촌 인력 안정화에 더욱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5-03-19

향나무의 강인한 생명력과 범종각 울림이 깨달음 주는 듯

자연유산인 노거수에도 품격이라는 등급이 있다. 어떤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어떤 나무는 기념물 또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법적인 보호 아래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품격에 해당하지 않는 노거수들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인간 생활의 편리함에 밀려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노구의 몸으로 자연의 눈비와 바람을 맞으며 환경 악화로 인한 병해충의 위협 속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그저 같은 나무로 보일 수도 있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이러한 구분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품격이 정해진 나무 못지않은 노거수들이 우리 주변에도 많다. 법관이 같은 법조문을 놓고도 해석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처럼, 노거수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다. 노거수와 숲을 탐방하면서 매번 느끼는 점은, ‘노거수’라는 이름만으로도 존재 가치와 법적 보호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음에도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늘 아쉬울 따름이다. 노거수의 품격이라는 등급은 민속문화적, 역사적, 경관적, 생태학적 가치에 따라 보호와 보존의 필요성이 판단된다. 가장 높은 품격은 천연기념물(天然記念物), 그다음으로 기념물(記念物), 그리고 보호수(保護樹)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 역시 인간이 정한 잣대일 뿐이며, 지구의 식물사회학적 관점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듯이, 노거수 또한 나름의 가치가 있는 중요한 나무일뿐이다. 천연기념물, 기념물, 보호수 모두 자연유산에 속한다. 자연유산이란 자연환경 속에서 형성된 문화적, 역사적, 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유산을 뜻한다. 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역사적·학술적·경관적·생태적 가치를 포함하는 살아 있는 유산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거수는 자연유산이 아닐까? 법적인 잣대로 보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러한 기준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노거수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생명의 증인이자, 우리 민속과 역사, 문화가 깃든 자연유산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을 천연기념물, 기념물, 보호수 등으로 구분하여 보호의 정도를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분류는 관리와 보호를 위한 기준일 뿐, 나무 자체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 사회에서도 신분이나 직업이 존재하지만,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평등하다. 인간의 가치를 사회적 지위나 재산으로 판단할 수 없듯이, 노거수 또한 크기나 지정 여부에 따라 그 존재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나무가 지닌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법적 보호를 받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자연 속에서 살아온 시간과 생태적 가치는 모두 소중하다. 더욱이 인간의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상대적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특정 나무를 국가적 보호 대상으로 삼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저 평범한 나무로 여길 수도 있다. 이는 마치 문화권에 따라 특정 인물이 영웅으로 평가되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나무를 등급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거수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된 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여기고 마을의 수호신으로 삼았다. 나무는 그 자체로 한 시대를 살아온 존재이며, 우리와 공존해 온 자연의 일부다. 특정 나무만 보호하고 다른 나무는 무관심하게 대한다면, 이는 자연에 대한 편협한 태도가 아닐까.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보호 기준의 차이를 넘어, 모든 노거수가 소중한 생명체이자 역사적 존재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사람과 나무 모두 자연 속에서 태어나 성장하며, 시간 속에서 흔적을 남긴다. 인간이 삶의 여정을 거치며 경험과 기억을 축적하듯, 나무도 수백 년의 바람과 비를 견디며 생명의 기록을 남긴다. 우리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무도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노거수를 법적으로 구분하여 보호하는 제도는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태도다. 우리는 모든 노거수를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보고, 인간과 자연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법적 보호 여부와 관계없이 노거수를 우리의 자연유산으로 인식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오늘도 안동시 안기동 276번지 석수암 사찰 경내에 있는 향나무를 찾아 나섰다. 나이 420살, 키 8.4m, 밑둥 둘레 4m이다.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절을 창건하면서 심었다는 전설과 1995년 6월 30일 도 기념물 106호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이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향나무는 범종각과 함께 사찰의 공간을 형성하고 있었다. 범종은 세상의 고통을 씻어주고 중생을 깨우치는 역할을 한다. 향나무의 강인한 생명력과 범종각의 영적인 울림이 조화를 이루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마음의 안식과 깨달음을 주는 듯했다. 향나무는 불교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나무다. 한국 불교에서 의례, 건축, 상징적 의미 등 여러 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사찰에서는 향나무를 신성한 나무로 여기며, 공간을 정화하고 부처에게 공양하는 신성한 재료로 사용한다. 향을 피우는 행위는 불법에 대한 공경을 표하며, 수행자의 정신 집중을 돕는 수행의 일부로 여겨진다. 또한, 향나무는 내구성이 강하고 특유의 향을 지녀 불교 사찰의 불상, 목탑, 불단을 만드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향나무로 만든 불상은 시간이 지나도 부패가 덜하고 향기를 유지하여 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2022년 10월 26일 국보로 지정된 해인사 대비로전의 비로자나불 양위는 향나무 목불(木佛)이다. 사찰에서 향나무가 자주 사용되는 것은 정화 작용과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향나무는 자신을 찍어 내는 도끼날에도 향내를 묻히고, 갈기갈기 찢긴 속살 조각마저 태워 인간의 심신을 향으로 위로하며 마침내 하얀 재만 남고, 바람을 거스르며 시공간을 넘어선 방향(芳香)은 향나무의 진면목이다. 특히 석수암 향나무 연리지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오랜 세월을 거쳐 하나로 이어진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연리지는 사랑, 인연, 조화를 상징하는 자연의 기적 같은 존재로, 마치 두 사람이 긴 세월을 함께하며 깊은 정을 나누는 것 같았다. 거친 나무껍질과 휘어진 가지는 시간의 흔적을 담고, 그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하나가 된 모습은 운명적인 연결과 깊은 유대감을 떠올리게 했다. 주변에 걸린 소원지는 사람들이 나무에 바라는 희망과 사랑을 담아 기원하는 듯하여 더욱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향나무 노거수와 범종각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마치 시간의 흐름을 담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향나무 노거수에서 뿜어 나오는 향기를 맡으면서 연리지가 상징하는 의미를 마음속 깊이 새기며 경외감에 고개를 숙였다. 천연기념물·기념물·보호수의 구분은… 각기 보호하는 개념, 보호 범위와 지정 주체가 다르다. 천연기념물은 학술적, 역사적, 경관적 가치가 있는 동·식물, 지형, 광물 등 자연물 중 국가가 지정해 보호하는 문화재다. 지정 주체는 국가유산청. 대상에는 희귀 동식물, 특별한 지형·지질, 자연환경 등이 포함된다. 기념물은 각 지방자치단체(광역지자체)가 지정한다. 국가 지정 문화재보다 지역적으로 중요한 자연물 및 유적이다. 지정 주체는 각 시·도지사고, 대상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해당 지역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 및 자연물이다. 보호수는 역사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한 나무다. 지정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시·군·구청)이고, 대상은 수령 100년 이상, 보호할 가치가 높은 나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3-19

방송·광고계 ‘김수현 지우기’ 갈수록 커지는 설왕설래

연예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스물다섯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배우 김새론. 그녀가 선배 배우 김수현과 오랜 시간 만남을 이어갔다는 주장이 김새론 유족에게서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온갖 이야기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네티즌들의 설왕설래도 뜨거운 상황. 영국에선 “공중화장실에 갔을 때 비치된 화장지를 조심하라”는 경고가 발령됐다. 화장지에 마약 사용자의 혈액이 묻어 있을 가능성을 지적한 기사가 나온 것. 키우던 반려견이 죽자 슬퍼하다가, 결국 거액을 들여 반려견을 복제한 중국인 이야기도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 역시 어느 나라보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위기에 처했다는 외신 보도도 눈길을 끌었다. 화재 위험성에 더해 불매운동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테슬라의 앞날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주와 이번 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이야기들을 정리한다. ▲사망한 배우 김새론과 김수현을 둘러싼 논란 얼마 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배우 김새론과 생전 그녀와의 교제설이 불거진 배우 김수현을 둘러싼 잡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김새론 유족에게 제공받은 둘의 ‘스킨십 사진’을 공개하자 네티즌들의 의구심은 더 커졌다. 그때까지 김수현 측은 “고인과는 동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었지만, 볼에 입을 맞추는 사진이 나옴으로써 “해명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새론 유족에 의하면 공개된 사진은 2016년 촬영된 것으로 김새론은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김수현은 28세였다. 유족은 “김새론이 15살이었던 2015년 1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김수현과 교제했다”고 주장한다. 사진 공개는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됐다. 여기에 김수현의 소속사에게 돈을 빌린 김새론이 “당장 7억원을 달라고 하면 나는 정말 할 수가 없어. 꼭 소송까지 가야만 할까. 나 좀 살려줘. 부탁할게”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김수현을 질타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참으로 점입가경”이란 반응부터 “어린 배우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등의 댓글이 SNS에 쏟아졌던 것. 한동안 김수현 측은 김새론과의 교제 사실을 부인하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사진과 관련 증거들이 공개되자 김수현 측은 “김새론의 어머니를 만나 해명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다수의 네티즌들은 김수현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계와 광고계도 ‘김수현 지우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논란의 뇌관이 아직 온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라 향후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영국 공중화장실 괴담…화장지를 조심하라” “세상이 참 무섭다. 이제 영국에선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겠구나. 그나저나 한국도 마약중독자가 적지 않다는데, 우리 공중화장실은 안전할까?”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의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영국 공중화장실에서 시작된 괴담(?)이 언론 보도와 인터넷을 타고 한국까지 도착한 것이다. 얼마 전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공중화장실에 비치된 휴지를 사용할 땐 눈여겨 봐야한다. 수상한 얼룩이 있거나 움푹 팬 자국이 보인다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 얼룩이나 자국이 마약을 주사하는데 사용된 바늘 흔적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 마약중독자가 사용한 바늘엔 피가 묻어 있고, 그 피는 각종 질병을 전염시킬 수 있다. 아직까지 공중화장실 휴지에서 마약 사용자의 혈액이 검출됐다는 뉴스는 없지만, “매사 불여튼튼이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의견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다. 영국엔 한국인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흔하다. 그런 유명관광지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조차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일까? 영국 여행을 계획했다는 한 네티즌에게서 “주머니나 가방에 내가 쓸 휴지부터 잊지 않고 챙겨야겠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다. 마약 문제가 영국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너무 사랑해서”…3200만원 들여 죽은 반려견 복제 “얼마나 아끼고 귀여워했으면 그 큰돈을 쓰면서까지 강아지를 복제했을까. 나도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이니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실었다. 중국 항저우에 거주하는 O씨가 자신의 죽은 반려견을 복제했다는 것. 복제에 사용된 비용은 한국 돈으로 약 3200만원. O씨는 지난 2011년 반려견(이름 조커)을 입양했다. 반려견으로 인해 독신자인 O씨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었고, 둘은 10년 이상의 세월을 친구처럼 지냈다고. 하지만, 인간도 강아지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 2022년 11월 반려견이 심장마비로 죽자 이후 O씨는 심각한 면역력 저하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다. 결국 O씨는 반려견 조커의 복제를 결심했고, 반려견의 복부와 귀 등에서 피부 샘플을 채취한 후 배아를 발달시켜 대리모 역할을 한 개에게 이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외모와 행동이 모두 ‘조커’와 빼닮은 복제 반려견이 탄생했다. O씨가 이 복제견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엇갈렸다. “사람과 강아지 사이의 사랑을 보여준 감동적인 사연이네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모습은 똑같아도 개의 본질과 영혼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는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이들도 없지 않았다.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이런 에피소드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반려견과 함께 하는 한국에서도 곧 생겨나지 않을까? ▲불매운동, 주가 폭락…곤경에 처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내각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얼마 전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등 가혹하게 보이는 각종 정책에 앞장서면서 적지 않은 이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유럽에선 일론 머스크가 오너인 테슬라가 생산하는 전기자동차의 불매운동 조짐도 나타났다. 유럽 현지 판매량이 감소하고, 미국 중고 전기자동차 시장에서의 가격도 떨어졌다. 전기자동차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식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화재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높은 성능과 긴 주행거리를 위해 전기자동차에 탑재된 NCM 리튬이온 배터리는 임계점을 넘어서면 에너지가 소진될 때까지 쉼 없이 연소된다. 단시간에 1000℃가 넘는 ‘열 폭주’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있으니 전기차 구매 의사를 철회하는 고객도 적지 않은 상황. 불매운동과 화재 위험성 탓일까? 테슬라의 주가도 연일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들려온다. 지난주 주식시장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15% 이상 하락했다. 스스로도 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일론 머스크는 “정부효율부 수장 역할과 기업 운영을 병행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는 상태다. 한국 네티즌들도 이런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약자들에게 냉혹한 칼날을 휘둘렀으니 그게 자신에게도 돌아간 것”이란 비판이 있고, “일시적 하락세를 보인다고 테슬라 주가가 바닥까지 가진 않을 것”이란 낙관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3-18

고분 출토 유물 1만여점 한자리, 고대 압독국 위용 한눈에

경산은 고대의 압독국(押督國)이 자리 잡은 곳으로 일찍부터 고대인들의 생활문화 공간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임당·조영동 고분군 등의 각종 고분군이 존재하고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의 전진기지로 삼았던 유서 깊은 고장으로 지금까지 봉분형태의 20기 봉분 중 15기가 발굴돼 출토유물도 1만여 점으로 방대하다. 고총·고분에서 출토된 금동관과 금동관식, 은제 허리띠, 고리자루칼(環頭大刀) 등 최고 지도자를 상징하는 유물들은 압독국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고분 중 출토된 유물들로 왕이나 왕비의 무덤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확실하지 않으면 고총이라 한다. 이러한 압독국의 문화유산을 정리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임당유적전시관으로 5월 개관한다. 경산은 자연 자원과 문화재, 기타 문화·역사자원 등 다양한 관광자원은 많으나 수익 창출과 지역을 알리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임당유적전시관은 지나가는 관광지에서 찾아오는 관광지로 지역을 알리는 대표적인 공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고대부터 경산의 중심지 임당 대구와 경산을 이어주는 대구지하철 2호선은 대구 사월역을 지나 종착지 영남대역으로 이어진다. 영남대역은 학원 도시 경산답게 대학생들로 북적이는 지역대표 핫플레이스로 영남대역에서 도보 8분 거리에 새로운 명소 임당유적전시관이 자리 잡았다. 영남대역에서 임당유적전시관으로 가는 길은 국가 유산 사적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길(1번 출구)과 활기 넘치는 대학촌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길(5번 출구)이 있어 학생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많이 찾을 것으로 보여 대구에서도 흔치 않은 지하철을 이용한 박물관 관람 시대가 경북에 처음으로 열린다. 경산 임당(林堂)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압독국(押督國)’ 또는 ‘압량소국(押梁小國)’으로 기록된 고대국가 압독국의 중심지로 대량의 유적과 유물이 발굴된 지역이다.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은 ‘임당유적’으로 더 많이 알려졌으며, 임당동·조영동, 압량읍 부적리·신대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1982년 첫 발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700여 기의 고분과 마을 유적, 방어시설인 토성, 저습지 등에서 다양한 희귀 고고학 자료가 출토되어 한국 고대사 연구에 귀중한 유적으로 손꼽힌다. 특히 당시 사람을 복원할 수 있는 359여 개체의 인골자료, 수천 개체의 동물 뼈, 생선 뼈, 어패류 등 한국 고대사회 모습을 복원할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해 고대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 고분을 닮은 임당유적전시관 현재 임당동 언덕의 무덤들은 4~6세기경 조성된 대형 고분군으로 당시 최고 지배자의 안식처이다. 임당유적의 역사적 흔적과 흐름을 담은 임당유적전시관의 건축은 고분 토층의 단면을 형상화해 고분군과 주변 자연환경을 이어주는 조화로운 건축물로 ‘시간과 공간이 쌓이다’는 주제를 반영해 디자인되었다. 국가 유산과 어울리도록 고분군과 주 출입로에서 바라보면 낮고 소박한 건축물이지만, 다소 넓은 내부공간에서 반전 매력이 있는 전시관이다. 전시관의 상징인 MI(Museum Identity) 역시 고분을 닮은 전시관을 모티브로 ‘현재는 과거로부터, 미래는 현재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아 하나로 이어진 역사의 길은 유구한 시간을 간직한 ‘임당’을 상징하며, 이를 반영한 다양한 교육과 학술 프로그램이 관람객과 만날 예정이다. □ 반전 매력 1 : 로비 미디어 아트월 대다수 박물관에 들어서면 중앙로비 안내대의 안내에 따라 상설전시실 전시 유물과 연출물 관람으로 이어지지만 임당유적전시관은 중앙로비에서부터 색다른 매력에 빠진다. 이곳 전시의 첫 번째 반전 매력이 바로 LED 디스플레이로 만들어진 대형 미디어 아트월이다. 미디어 아트월은 가로 25m, 세로 8.5m의 초대형으로 인근에서는 보기 어려운 규모로 지금도 우리에게 전해지는 임당유적과의 공존 느낌이 들고자 핵심 키워드인 ‘고총·고분’과 ‘인골’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고대의 기억’, ‘임당유적의 발견’ 그리고 ‘고대인의 삶의 흔적’ 등 모두 3편의 뛰어난 실감형 콘텐츠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주입식보다는 시각적인 느낌을 중시하는 MZ세대 관람객들에게 큰 반향이 기대되는 코너다. □ 반전 매력 2 : 전시관 뷰 포인트 국가 유산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는 전시관은 장소로서의 가치가 높은 곳이다. 낮고 소박한 건축물이지만 옥상 전망대에 엘리베이터로 오르면 탄성이 절로 난다. 탁 트인 시야에 한번, 압독국의 영역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에 두 번, 지역 중심부답게 교통 인프라(지하철 2개 노선, 경부고속철도, 대구선, 하늘길)와 자연환경이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에 세 번째 탄성을 발하게 된다. 전망대는 압독국 최고 지배자의 무덤군이 조성된 임당동 구릉보다 낮지만, 최대 높이 12m로 당시 지배자의 통치 영역을 직관도 하지만 증강현실(AR)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2층 실내 노출 정원인 ‘하늘길 정원’도 매력적인 뷰포인트 지점으로 주목되는 공간이다. □ 반전 매력 3 : 4단식 出자형 금동관 지난해 가을 임당동 고분군 학술발굴 과정에서 경주에서도 흔치 않은 ‘4단식 出자형’ 금관이 재질만 다를 뿐 경산의 석실묘에서 금동관이 출토되어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돌방무덤에서 출토된 금동관은 금동으로 만들어진 관으로 신분과 계층이 상위임을 방증하는 권위적인 상징물이다. 형태는 2개의 엇가지 세운 장식과 3개의 맞가지 세움 장식 및 관테로 구성되어 있으며, 맞가지 세움 장식이 4단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출토된 금동관은 기존에 경산지역에서 확인되었던 3단식 出자형 금동관과 달리, 처음으로 4단식 出자형 금동관이 출토돼 경주 이외의 지역에서도 처음으로 출토된 것으로 개관기념 특별기획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 임당유적전시관의 진정한 매력 그동안 고고학적 발굴성과는 유물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공개되고 이 유물을 사용한 옛사람의 연구(풍습, 생활 등)는 다른 유적과 유물의 사례를 통해 추론했다. 이러한 연구 경향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단일유적 국내 최대 인골 개체 수(359개체)와 가까운 시대가 아닌 1500년 전의 사람 인골이라는 특수성으로 실제 무덤의 주인공과 순장자의 뼈(인골) 분석과 연구에 여러 학문의 학자들이 참여한 ‘압독국 문화유산 연구·활용 프로젝트’이다. 이 융합연구로 이어진 결실을 임당유적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2022년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교류한 폴 테일러 박사는 “임당유적에서 출토된 고인골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로 보존상태와 개체 수가 탁월한 편이고, 남녀노소, 계층이 다양하게 확인된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임당유적전시관은 ‘임당유적을 고고학에서 과학 영역으로 확장’해 전시·연구·교육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충실한 전시관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3-18

‘자연·공간 어우러진 매력 도시 청송’ 건설에 모든 행정력 집중

청송군이 올 한 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목표는 ‘자연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살고 싶은 농촌공간 구축’이다. 이를 위해 36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청송군의 복안.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체계적인 농촌공간 정비 및 살고 싶은 농촌마을 조성’ ‘쾌적하고 계획적인 도시건설’ ‘낙후된 시가지의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 발전’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공공디자인 구현과 공공건축물 건립’의 4가지 전략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사업들을 통해 안정적인 정주환경을 제공하고 체계적인 공간 정비로 ‘살고 싶은 청송’을 조성한다는 것. 계획적인 도시건설과 창의적인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 활성화 역시 도모할 예정이다. 아래에서 그 세부적인 내용을 순서대로 소개한다. ◆지역사회에 긍정적 변화 가져올 다양한 사업 추진 2019년부터 추진해 온 ‘청송읍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이 올해 말 완료될 예정이다. 이는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청송읍 행정문화센터가 연말에 준공되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청송읍이 경쟁력 있는 농촌중심지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난해 농식품부 공모에 선정된 ‘농촌협약 사업’은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해 농식품부에 승인 신청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농식품부와 청송군이 협약을 통해 지역이 스스로 수립한 발전 방향에 따라 투자를 집중하는 사업이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총 383억 원을 투입해 청송읍을 제외한 7개 면에 각종 다목적 시설 건립, 리모델링, 주민역량강화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 청송군의 설명.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하속1리, 신점1리, 거대리, 천천1리)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개조사업엔 마을회관 리모델링, 담장 정비, 슬레이트 지붕 철거, 주민역량 강화 교육 등이 포함된다. 지역 특성에 맞는 마을만들기 사업(각산리, 송강1·2리, 고와리, 장전2리)도 추진해 안전한 생활 인프라 확충과 주거환경 개선을 도모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민 맞춤 교육으로 군민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고 지역의 특성이 돋보이는 마을을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2023년부터 추진 중인 ‘덕리지구 농촌공간사업’도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농촌협약’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등 각종 농촌개발사업과 연계해 정주서비스 개선과 살고 싶은 농촌마을 조성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쾌적한 도시환경 위한 도로 정비와 청년 관련 정책도 쾌적하고 계획적인 도시건설을 위한 도시계획도로 정비도 추진한다. 2023년 공모에 선정된 ‘현서·안덕면 전선지중화사업’은 현재 설계 마무리 단계이고, 상반기 중 착공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서면과 안덕면 소재지(L=2.2km)의 전선(통신선)을 지중화해 쾌적한 도시미관을 조성하게 된다. 낙후된 시가지 활성화와 지역발전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으로는 ‘진보진안지구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청송금곡지구 도시재생인정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진보 복합커뮤니티센터는 내년 상반기 준공될 예정이며, 진보면 소재지의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한 진보로 전선지중화사업도 올해 상반기 완료된다. 아울러 작년 청송읍 중앙로 및 청송시장 앞 월막교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해 불법 주차로 인한 교통불편을 해소했다. 진보면 우회도로 사거리(국도34호선)에도 원활한 교통 흐름과 신호대기에 따른 불편 해소를 위해 회전교차로를 설치해 상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청송금곡지구 도시재생인정사업’의 ‘5080 청춘삶터’ 복합센터도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창업지원, 건강문화, 취미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세대간 사회통합과 공동체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 이를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경희 군수 “자연과 공간이 조화 이루는 청송 건설” 청송군의 가장 큰 문제였던 청년 주거이탈을 해소하고,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정주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립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청송읍 월막리에 총 44세대 규모의 ‘청년빌리지’를 올해 말 준공 예정이며, 여성 교도관과 청년들을 위한 100세대 규모의 ‘진보면 공공임대주택’도 진보면 진안리에서 실시설계 중인 것. 청송군은 앞으로도 주거 안정화를 통해 청년 생활인구를 확보하고, 침체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공공임대주택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청송읍 현비암 일대에는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산책로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 사업으로 읍면 소재지의 노후되고 난립한 간판을 재정비해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깨끗하고 쾌적한 도시미관을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제반 역점 추진사업에 대해 윤경희 청송군수는 “새로운 인구를 유입하고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정주환경과 충분한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난개발을 방지하고 청송의 자연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살고 싶은 청송군을 건설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작종 사업도 추진 다시 한 번 요약하자면, 최근 농촌 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송군이 ‘자연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살고 싶은 농촌공간 구축’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청송군은 체계적인 농촌 정비와 정주환경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고, 이를 위해 도시재생, 농촌공간 정비, 생활환경 개선, 정주여건 개선 등의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청송군의 노력은 주민들이 살고 싶은 농촌을 조성하고, 도시로 떠나는 인구를 되돌리며, 새로운 인구 유입을 촉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청년층과 신중년층이 머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문화·복지·경제활동이 어우러진 농촌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청송군 추진 사업의 핵심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청송군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생활환경 개선사업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부남면 하속1리 등 4개 행정리에서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이 진행되며, 마을회관 리모델링, 담장 정비, 생활 인프라 확충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노후화된 마을 환경을 개선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또한 진보면과 청송읍에서는 ‘전선 지중화 사업’이 추진돼 도시 미관이 개선되고,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 환경이 조성됐다. 전선 지중화는 주민들의 생활 속 안전을 강화하고, 청송군이 쾌적한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 경관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청송군의 다양한 농촌활력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향후 청송군은 ‘누구나 살고 싶은 농촌’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김종철·홍성식 기자

2025-03-17

만년송 향나무 향기 아래 선조들의 절개와 충절 되새겨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속되게 말해서 과학 문명의 도움으로 언제 어디서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꾀할 수 있다. 시간과 돈만 있다면 왕권 국가의 임금도 부럽지 않다. 그런데도 자신의 노력은 하지 않고 세상이 불공평하다느니 하면서 늘 세상을 탓하며 입에는 불평불만이 가득 찬 사람도 있다. 그러나 보릿고개를 경험한 세대라면 이러한 이유는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라며 무시할 것이다. 옛날 같으면 어디를 가려고 하면 몇 시간을 기다려 버스나 기차를 타야하고, 아니면 걸어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황혼에 조금의 여유만 있다면 생각나는 대로 자가용으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마음껏 즐기고 또 바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모두 하루 생활권으로 가능하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는 언제, 어디서나 전화로 연락을 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을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해 주어 똑똑한 여비서를 두고 있는 회사의 사장과도 같다. 오늘도 똑똑한 여비서에게 길 안내를 부탁하고 의성 점곡면 사촌리 마을에 살고 있는 만년송 향나무와 사촌 가로숲을 하루 일정으로 찾아 나섰다. 대한민국은 도로 왕국이라는 말처럼 잘 포장된 도로 위를 자동차는 미끄러지듯 질주했다. 구불구불한 옛길은 곧은 선형의 길로 정비되고, 산 고갯길은 산의 허리를 뚫어 터널로 건설되었으며, 중간중간 쉴 수 있는 휴게소에는 먹거리도 있고 화장실도 잘 마련되어 있다. 휴게소에서 쉬면서 향긋한 카페라떼 한 잔은 운전 졸음까지 쫓아주니 친한 길동무와 진배없다. 자동차 안의 잔잔한 음악은 귀를 즐겁게 하고, 창밖의 풍경은 눈을 즐겁게 한다. 이 모든 것이 마음을 즐겁게 해 주어 도로 위 자동차 실내 음악으로 ‘나즐로’ 행복감을 느꼈다.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리 205번지에 향나무 앞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향나무는 조선시대 퇴계 이황의 제자인 김사원(金士元) 선생이 3년에 걸쳐 지은 만취당 건물 뒤편에 서서 만취당과 마을을 지켜보고 있었다. 만취당은 1983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가, 2014년 보물로 승격되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연배의 살아있는 만년송 향나무는 아직 천연기념물로 승격되지 못함에 못내 아쉬움을 남겼다. 거대한 향나무는 만년송(萬年松)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 나이는 500살, 키 8m, 몸 둘레는 2.3m라오. 아직도 매년 나이를 먹으면서 키도 자라고 몸 둘레도 늘어난다오. 조선시대 송은(松隱) 김광수(松隱金光粹) (1468~1563) 선생이 심고 스스로 나를 만년송(萬年松)이라 불렀다오. 모두 선조들의 식수관과 자연 애호 사상을 본받을 수 있는 현장 학습자료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뜰에 심어온 정원수 식재의 흐름과 향나무 생태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면서도 나의 모습에서 장수와 절개, 생명력과 충절을 보고 닮도록 노력한 선조들의 지혜는 보지 못하고 있으니 섭섭하네”라고 안내문은 은연중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촌리는 만년송과 함께 노거수로 울창한 마을 숲이 있다. 이는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 서편에 남쪽과 북쪽을 이어놓은 긴 띠형의 인공 숲이다. 길이만도 약 1000m나 되며 넓이 또한 40m에 달하는 경상북도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마을 숲이다. 주민들이 마을의 허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에 울력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였다. 이는 방풍림으로 완벽한 조건을 갖추어 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 제405호로 지정하여 그 뜻을 기리며 보호하고 있다. 숲은 나이가 300살에서 600살 된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팽나무, 왕버들 노거수 등 다양한 수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를 ‘사촌리 가로숲’이라 부르며 의성군에서는 매년 ‘점곡 가로숲 둘레길 걷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가로숲은 마을의 품격까지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경관을 아름답게 해 주고 있었다. 잘 조성된 숲길은 건강을 다지는 힐링의 장소로 최적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레길에는 중생대 백악기 시대의 공룡 발자국을 체험할 수도 있었다. 가장 큰 공룡의 발자국은 1.1m에 이르고, 다리의 길이는 4.4m로 추정하고 있다고 하니, 공룡이라는 집채만 한 동물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생각하니 그를 숨겨주고 먹여주는 나무와 숲은 얼마나 크고 울창할까 하는 생각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사촌 마을은 신라 때부터 살기 좋은 마을로 꼽혀왔다고 한다. 안동김씨와 풍산류씨, 안동권씨 삼성의 집성촌으로 의성 북부의 반촌이다. 특히 송은 김광수, 서애 류성룡, 천사 김종덕 등 숱한 유학자들이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마을에서 태어나 대소과에 급제한 사람이 무려 49명이나 된다고 하니 흥미로운 마을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이 마을에서 3명의 정승이 태어난다고 한다. 신라시대 나천업, 조선시대 류성룡에 이어 한 사람이 더 나올 것이라고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 어른들은 출가한 여인들이 친정으로 돌아와 아기를 낳는 것을 원치 않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은 어느 고을이고 있는 것을 보면 뭔가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교훈적인 이야기로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사촌리 마을은 영남 8대 명당으로 선비와 학자들의 고장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전국의 3대 장수촌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1970년에는 70세 넘는 노인들이 5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는 물론이고 일제 강점기에도 의병을 일으켜 구국 항쟁의 선봉에 섰다. 이 모두는 향나무와 가로숲 등 나무를 사랑한 자연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찾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내면의 삶까지 볼 수 있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무아지경에 빠진다. 오늘날에도 안동김씨 문중 회의는 이곳 향나무와 함께하고 있는 만취당에서 열린다고 한다. 늘 푸른 향나무의 향긋한 향기를 맡으면서 절개와 충절의 정신을 본받고자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 가이스카 향나무와 우리 향나무 한국의 향나무는 동해안 지역(강원도, 울릉도, 독도 등)에 자생하는 반면, 일본의 가이스카 향나무는 자연 자생지가 없다. 이는 한국 향나무를 일본에서 조경용으로 개량한 변종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이스카 향나무를 단순히 일본 나무로 배척하기보다는, 한국과의 연관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백제는 조경, 건축, 도자기, 불교문화 등을 일본에 전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식물 역시 이러한 교류 속에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가이스카 향나무를 단순히 일본 나무로 여기고 배척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3-12

‘쾅’ 민가 덮친 폭탄 8발… 공군 “피해배상 등 모든 조치”

지난 한 주도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었다. 경기도 포천의 한 마을엔 폭탄이 떨어져 주민들이 혼비백산했다. 군사훈련 중이던 공군 전투기의 오폭 탓이었다. 부상자가 적지 않았고, 주택과 차량도 파손됐다. 국방부와 공군은 국민들 앞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사람들은 합당한 피해 보상과 철저한 재발 방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흉악범 양정렬이 재판에서 사형을 구형받았다. 양씨는 김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일면식도 없던 사람을 죽이고, 그의 지문을 사용해 거액의 대출까지 받은 혐의를 받는 범죄자다.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50대 남성도 네티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그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다. “죄질이 불량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세상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듯 잔잔한 감동을 전한 뉴스도 있었다. 미국에서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100세 할머니가 들려준 ‘3가지 건강 비결’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다. 그 비결이 뭔지 궁금한가? ▲ ‘공군 오폭’으로 민간인 다치고, 마을 부서져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란 말은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는 게 아닐까. 지난 주 목요일(6일) 경기도 포천 한 마을에 폭탄이 떨어져 사람들이 다치고 가옥이 부서졌다.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의 오폭으로 인한 것이었다. 관계 당국은 “주민과 군인 등 7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고, 통증과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국방부는 “사고 부상자는 민간인 15명, 군인 14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애초 파악된 숫자보다 피해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폭탄은 오전 10시쯤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낭유대교 인근에 떨어졌다. 목격자에 의하면 “갑작스레 큰 폭음이 들렸고, 이와 함께 땅이 흔들렸다”고 한다. 사람이 다친 것 외에도 건물 8개 동과 차량이 부서지는 피해도 있었다. 군은 장병들을 현장에 투입해 잔해 수거와 피해 주택의 정리를 지원했다. 사고 원인은 공군 비행기의 ‘폭탄 비정상 투하’로 파악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 군은 이날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공군, 육군, 주한미군이 참여한 합동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훈련에 투입된 전투기는 F-35A·F-15K·KF-16·FA-50 등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KF-16에서 MK-82 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된 것으로 군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사고로 인해 민간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걸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발표한 공군은 “향후 피해자 치료와 배상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 말했다. 그럼에도 오폭에 대한 비판과 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자 10일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참모총장인 내게 있다”며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을 지켜본 네티즌은 “철저한 훈련 준비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군 측에 전하고 있다. ▲ 미성년자와 성매매 한 50대 에이즈 감염자 “상대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감염병을 숨기고 성매매를 하다니, 그것도 미성년자와. 정말이지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아닐 수 없다.”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감춘 채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50대 남성의 재판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송현 부장판사)는 미성년자의제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50대 O씨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O씨는 지난해 여름 16세 미만 미성년 여성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체포됐다. O씨는 현금 5만원과 담배 2갑을 주며 위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선 O씨의 과거 행적도 드러났는데, 그는 이미 청소년 성 매수 전력이 있었다. 게다다 에이즈 감염자임에도 이 사실을 상대에게 숨겼다. 재판에서 검찰은 O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더불어 신상 공개·고지 명령과 취업제한 5년도 요청했다.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7개월 동안 피해 아동과 1주일에 3~4회 성관계를 가져 죄질이 불량하다”는 것이 검찰이 밝힌 구형 이유다. O씨의 에이즈 감염 사실은 수사 도중 O씨가 평소 복용하던 약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각됐다. 이에 경찰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위반 혐의도 함께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O씨와 성매매를 한 미성년 여성은 성병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재판에서 O씨의 변호인은 ‘O씨가 뼈저리게 반성 하고 있다’고 했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에이즈 감염 사실을 감추고 한 번도 아닌 여러 차례 미성년자와 관계를 가졌다. 엄벌에 처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아무리 생각해봐도 용서하기 힘든 행위”란 게 네티즌들의 중론이다. O씨에 대한 선고는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 검찰, ‘김천 오피스텔 살인범’에 사형 구형 한편, 지난 주 화요일(4일)엔 이른바 ‘김천 오피스텔 살인범’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작년 말. 김천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생면부지의 남성을 살해하고, 죽은 사람의 지문으로 대출까지 받은 양정렬(31)이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됐고, 신상이 공개됐다. 대구지검이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최초 사례였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라는 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었다. 검찰은 지난 4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1부 심리로 열린 양씨에 대한 강도살인 혐의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더불어 전자장치 부착 30년 명령도 청구했다. 앞서 언급처럼 양씨는 지난해 11월 김천시 오피스텔에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 A씨를 살해했고, A씨의 지문으로 60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전 살해 도구를 검색하고, 범죄에 사용된 물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한 양씨는 ‘계획 살인’이라는 수사기관의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검찰은 그날 “인간이 인간에게 한 행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렴치하며, (양정렬의) 교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구형 이유를 밝혔다.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 역시 “인과응보다. 악행에 대한 정당한 벌을 받아라” “같은 사람이라는 게 부끄럽다”는 등의 의견을 인터넷 공간에 남겼다. ▲ 마트 계산원 100세 할머니의 건강 비결은? 기이지수(期頥之壽)라 칭하는 ‘100세 노인’이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 “과연 그런 경우가 있을까”라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겠지만, 이는 가짜 뉴스가 아닌 사실이다. 미국 켄터키주에 거주하는 할머니 조클레타 윌슨이 바로 ‘일백 살의 마트 계산원’.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윌슨 할머니의 사연을 기사로 소개했다. 그녀는 미국 대형 마트 홈디포의 최고령 직원이다. 2021년 여름부터 현재까지 4년째 근무 중인 윌슨 할머니는 주 2~3회,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서서 일하지만, 지친 모습 없이 언제나 고객들과 유쾌한 대화를 주고받는다고. “돈이 아닌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위해 일한다”는 그녀는 근무가 있는 날이면 새벽 4시에 일어나 화장을 한 후 직접 운전까지 해서 마트로 출근한다. 관련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윌슨 할머니가 직접 말한 ‘건강 비결’에 주목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첫째 ‘지속적인 신체 활동을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라’, 둘째 ‘삶을 어둡게 바라보지 않는 낙관적인 태도를 가져라’, 마지막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존감을 가지고 자신감 넘치게 살아가라’는 것.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1세기를 살아온 어르신의 생활 속 지혜가 담긴 세 가지 조언에 공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3-11

꽃내음 ‘살랑살랑’ 봄마중 하러 남도로 가요

봄의 서막을 알리는 꽃 소식이 남도에서 시작해 북상 중이다. 이제 막 피어오른 봉오리마다 생명이 깃들고 봄의 기운이 달콤한 숨결을 내보낸다. 동백의 붉은 꽃, 순결한 하얀 매화, 아찔한 노란 유채가 화사하게 피어오르면 사람들의 눈도 마음도 환해진다. 아쉽게도 한파의 영향으로 올해는 제철꽃들이 벙글지 못했다. 그래도 봄은 막을 수 없는 법 3월 중순이면 지각한 꽃들이 더 화사하게 제모습을 비출 것이다.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에 맞춰 전국 각지에서는 다양한 봄꽃축제도 시작된다. 꽃의 정령들이 화사하게 너울대는 남도로 사랑하는 이와 여행을 떠나보자. 봄의 교향곡을 듣게 될 것이다. □ 홍매화 향 아찔한 양산 통도사 매화는 봄을 알리는 꽃이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피어 강인함과 지조를 상징하기도 하고, 기품 있는 자태로 고고함을 대표하기도 한다.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긴 겨울이 지난 양산 통도사 도량에는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마치 어둡고 긴 터널을 뚫고 나온 것처럼 매화가 핀 통도사는 봄의 기운으로 환하다. 많은 매화 중에서도 역대 선지식들을 모신 영각 앞 홍매화가 해마다 통도사에서 가장 일찍 꽃을 피운다. 마치 오랜 세월 수행으로 일군 향기처럼 매화는 그윽하고 맑은 향을 내뿜는다.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백매는 홍매화 옆에 서니 조금은 빛을 잃었다. 매화야 남도에서 지천으로 피지만 통도사의 홍매화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수령이 350년이나 된 이 홍매는 통도사를 창건한 신라시대 자장율사(590~658)의 법명에서 비롯됐다고 하여 자장매(慈藏梅)라고도 부른다. 매화는 사군자 중 하나다.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절개를 상징한다. 홍매화는 매화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사찰에 핀 꽃인데도 통도사의 홍매화는 묘하게 자극적이다. 어떤 이들은 화장한 여인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한다. 여인의 상큼한 미소를 닮았다는 것이다. 홍매화와 어우러진 경내는 천년 고찰답게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스님들은 무심하게 홍매화 나무 아래로 합창한 채 지나간다. 홍매화 주변에는 사진작가들이 몰려와 진을 치고 있다. 꽃잎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 어김없이 셔터 누르는 소리가 고요한 경내를 자극한다. 양산시 원동면 일대도 매화 명소다. 영포마을을 비롯해 쌍포·내포·함포·어영마을 등에 매화 밭이 조성되었다. 특히 영포리 영포마을에는 매화나무 2만 그루에서 폭죽이 터지듯 꽃이 피어난다. 개인 농원인 ‘순매원’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 낙동강 변에 있어서 매화 밭과 강, 철길이 어우러진 장관을 만날 수 있다. □ 여린 꽃그늘 아래 매화 향기 가득한 순천 선암사 이른 봄, 글 읽는 선비들이 도포 자락을 날리며 매화를 찾아 나서는 여행을 ‘탐매(探梅)’라 했다. 매화 핀 경치를 찾아가 구경하는 탐매는 그저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애틋하고도 간절한 마음이 담긴 여행이다. 사군자 중에서도 매화를 맨 앞에 두었으니, 혹독한 겨울을 지나 도도하고 단아한 자태를 드러낸 매화 한 송이는 고매한 군자를 대하는 것과 같았으리라. 전남 순천 선암사의 매화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수백년 동안 꽃을 피워낸 고목이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돼 있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디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나무들이 종정원 담장을 따라 고운 꽃그늘을 드리우고, 여행자는 그 아래에서 짙은 매화 향기에 취한다. 순천 향매실마을에는 선암사와 또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아직 꽃은 덜하지만 3월 중순을 넘어서면 산자락을 따라 자리한 마을이 하얀 매화로 구름바다를 이룬다. 마을 단위로는 전국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매화나무 재배지로, 주민들은 매화가 만개하는 시기에 축제도 연다. 음력 1월에 피는 ‘납월매’로 이름난 금둔사와 조선 시대 읍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낙안읍성 민속마을도 봄날을 만끽하기 좋은 탐방지다. □ 화선지에 물감 번지듯 화사한 매화마을 매화는 봄의 전령사다. 이른 봄에 떨쳐 일어나 섬진강 일대를 흰색으로 채운다. 섬진강 하류 백운산 자락의 광양매화마을은 이른 봄이면 새하얀 매화로 눈부시다. 10만 그루에 달하는 매화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면 마을 일대에는 흰 꽃의 띠가 형성된다. 매화가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마치 화선지에 물감 번지듯 매화가 화르르 퍼지고 있다. 매화는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주로 양반집 정원에만 심었던 귀한 꽃이었다. 섬진강을 여행하는 시인들은 매화마을을 세 가지 색을 가진 곳이라고 했다. 푸른 하늘과 은빛 모래, 흰색 매화가 조화를 이루는 곳. 마을 중심에는 청매실농원이 있다. 산 중턱에 있어 매화마을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임권택 감독의 작품인 ‘취화선’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도 자주 등장한 곳이다. 청매실농원 중앙에 있는 2000여개의 항아리도 진귀한 볼거리다. 따뜻한 봄 햇살과 함께 마당에 펼쳐져 있는 항아리 사이로 벌들이 웅웅거리며 날아다닌다. 매실을 곁들인 된장과 고추장 속으로 매화의 기운이 담겨 더욱 향기롭다. 청매실농원으로 향하는 언덕길에는 매화와 관련된 시를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 해안선 따라 수줍게 핀 동백, 거제 지심도 ‘수줍은 봄’은 경남 거제의 바다에 먼저 깃든다. 붉게 핀 동백꽃이 3월이면 해안선 훈풍을 따라 소담스런 자태를 뽐낸다. 장승포항 남쪽의 지심도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동백 군락지다. 원시림을 간직한 지심도의 식생 중 50%가량이 동백으로 채워지며 동백 터널을 만든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4월 하순이면 대부분 꽃잎을 감춘다. 3월 중순까지가 구경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지심도에서는 100년 이상 된 동백이 숲을 이룬다. 수백살짜리 동백이 자생하고, 전국에 몇 안 된다는 흰 동백꽃도 이곳에서 핀다. 흰 동백꽃은 날씨가 맞고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행운의 꽃이다. 동백꽃에는 ‘하나뿐인 사랑’이라는 꽃말이 있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오붓하게 산책하며 만나는 꽃이다. 선착장에 내리면 지심도의 주요 관광지를 잇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고, 동백 꽃망울은 길목에서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다. 해안 절벽이 있는 마끝, 포진지, 활주로를 거쳐 망루까지 두루 거니는 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도다리쑥국, 물회 등은 거제의 봄을 더욱 향긋하게 채우는 별미다. 지심도 동백꽃의 붉은 기운 뒤로는 장승포 바다가 펼쳐진다. 섬 정상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고, 맑은 날이면 남쪽 대마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3월 동백꽃의 향연이 마무리되면 4월은 유자 향이 섬을 채운다. □ 단아한 아름다움 장흥 묵촌리 동백림 전남 장흥의 봄은 정남진 바닷가에서 시작된다.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불어온 봄바람은 묵촌리(행정구역 접정리)에 이르러 동백 꽃망울을 터뜨린다. 용산면 묵촌리 동백림은 수령 250~300년의 고목 140여그루가 모인 아담한 숲이다. 이곳 동백나무는 붉은 꽃잎이 5장 달리는 토종 동백이다. 꽃송이가 작아서 화려하진 않지만, 한국 여인네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닮았다. 동백림은 풍수적인 이유로 조성됐다. 마을을 감싸는 산자락이 청룡의 등에 해당하는데, 그 길이가 짧아 마을에 액운이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동백나무와 소나무, 대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꽃은 3월 중순에 만개하며, 3월 초~4월 초 꽃과 낙화를 즐길 수 있다. 나뭇가지에 달린 동백꽃도 좋지만, 송이째 떨어져 붉은 융단이 깔릴 때 더욱 볼 만하다. 묵촌리는 동학 농민군의 장흥전투를 이끈 이방언의 고향이기도 하다. 광활한 동백숲을 보려면 천관산 동백생태숲에 가자. 계곡을 따라 약 20만㎡에 걸쳐 동백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장흥삼합을 비롯해 먹거리 천국인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은 토요일과 오일장(끝자리 2·7일)이 서는 날 열린다. 장흥 특산물이 알뜰한 가격에 거래된다. 야생 차밭과 비자나무 숲을 통과하는 길이 인상적인 보림사, 밤하늘의 신비를 엿볼 수 있는 정남진 천문과학관, 정남진 전망대 등 봄꽃을 찾아가는 길에 들러볼 여행지가 많다. □ 아찔하고 향기롭게 구례 산수유마을 노란 꽃이 마을을 온통 덮어버렸다. 산수유가 그렇게 눈부신 줄 미처 몰랐다.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 눈이 아찔해질 정도로 노란 꽃잎은 멀리서 보면 마치 개나리 같은데 가까이 다가서면 쌀알처럼 작은 산수유들이 모여 노란색을 이룬다. 산수유가 가장 화사하게 핀곳은 구례군 산동면이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 산골로 시집오면서 산수유 묘목을 자지고 와 심은 곳이라 해서 마을 이름이 산동이 됐다. 산동면에서도 대표적인 산수유마을은 위안리 상위마을. 무려 3만 그루의 산수유가 마을 곳곳을 엄호하듯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이웃한 하위마을, 반곡마을, 대평마을까지 2㎞가량 길마다 산수유를 볼 수 있다. 소박한 초가집 마당에도 산수유꽃이 파고 들었다. 하나 둘씩 대처로 떠나 빈집이 된 곳에도 어김없이 피어 있는 산수유는 적막한 풍경을 밀어내고 한폭의 수채화로 남는다. 상위마을 아래 반곡마을은 한류드라마의 원조가 된‘봄의 왈츠’의 무대이기도 하다. □ 유채꽃의 향이 가득한 제주 나들이 표선면 가시리의 녹산로 유채꽃길은 가시리마을 입구에서 10㎞ 정도 이어진 2차선 도로다. ‘시간을 더하는 마을’이라는 뜻처럼 가시리 녹산로는 시간을 더 내어 드라이브하고 싶은 길이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만큼 이름나 있다. 녹산로 근처에 솟은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 등 높고 낮은 오름의 능선을 따라 유채꽃밭이 드넓게 펼쳐진다. 제주의 유채가 여기에 다 모였나 싶을 정도다. 3월 말이면 녹산로 양옆 길가에 유채꽃과 더불어 벚꽃이 팝콘처럼 꽃망울을 터트린다. 두 꽃이 만나는 순간은 제주 봄날 최고의 장면이다. 제주의 봄을 느낄 수 있는 또다른 곳은 애월읍 곽지리 한담해안산책로다. 한담해안산채로는 애월리 마을에서 곽지리 곽지해수욕장까지 해안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꽃길이 이어진다. 소담하게 핀 유채꽃을 감싸는 돌담과 에메랄드빛 바다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이 가장 제주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섬의 서쪽 하늘에 해가 저물면 노을이 내리는 바다와 돌담 너머 핀 유채꽃도 금빛으로 물든다. 노란 봄꽃은 석양속에서 다른 어투로 말을 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