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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상상이 현실 되는 녹색 포항의 미래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약 200년간 인류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단기간에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환경문제는 도외시했고 푸른 하늘은 순식간에 굴뚝에서 뿜어나온 검은 연기로 덮였다. 20세기 후반 들어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환경과 관련된 이슈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과제로 떠올랐다. 환경을 상징하는 녹색(Green)과 성장(Growth)이 결합된 녹색성장은 어느덧 인류가 지향하는 궁극적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포항시가 추진 중인 그린웨이(Green Way)도 비슷한 맥락에서 시작한 범시민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녹지, 생태, 경관 등을 하나로 통합하는 생태적 건강성을 상징하는 `녹색`과 포항시 정책의 방향성을 뜻하는 `길`을 하나로 묶어 53만 시민이 함께 뛴다면 진정한 녹색성장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그린웨이가 전하는 포항의 정신문화` 연중 특별기획시리즈를 통해 포항 그린웨이를 따라 숨겨진 지역의 정신문화를 발굴하고 지역 공동체 정신으로 정립하기 위한 활로를 모색하려 한다./편집자주`사람·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목표문화·자연·인적연대 새로운 도전생태·환경개선 최우선과제 실천철강·회색도시 이미지 탈피 나서도시숲 조성, 도심 녹색벨트 확충204㎞ 해양길·산림권역 재정비 등도시 재창조 `야심찬 전략` 기반자연친화적인 쾌적한 도시 지향□ 그린웨이, 왜 추진하는가1960년대 후반 인구 7만명의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포항시는 포항제철소 건설로 53만 철강도시로 성장했다.포스코와 포항철강공단에서 40여년간 생산된 철강재 덕분에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우수한 품질의 철강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반이 만들어지면서 조선업은 세계 1위로 올라서고 중동 플랜트 건설 시장을 호령할 수 있었다.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가 탄생한 것도 세계 최고 품질의 가전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철강제품이 포항에서 생산됐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포항시는 철강과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포항시에 씌워진 철강도시, 회색도시 이미지는 쉽게 극복하기 힘들었다.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포항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생태·환경개선을 통해 과거 회색도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친환경 녹색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그린웨이 정책은 필수과제가 됐다.시민들이 정성껏 심은 나무가 한 그루씩 모여 숲이 되고, 숲에서 깨끗한 물이 만들어져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되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이강덕 시장은 “이제부터는 과거에 주변으로 밀려나 있던 생태문화적인 자원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그동안 철강도시로서 단순히 경제공간으로만 인식된 개념에서 벗어나 문화, 자연, 인적연대를 가진 하나의 복합체로 포항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그린웨이란 무엇인가그린웨이는 사람, 도시, 생태, 문화, 산업, 경제가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돼 시민행복으로 향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태도시의 미래상을 위한 정책이다.크게 `직접그린`(Green), `간접그린`, `연계그린` 세가지로 나뉘는데 궁극적으로는 포항이라는 도시에 그린(Green)을 입히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직접그린은 생태적 건강성을 의미하는 그린 본연의 의미로 녹지공간 확대를 통한 자연 회복에 부합하는 사업이다. 포항역~효자역 구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폐철도부지 도시 숲 조성사업을 주축으로 한 공원녹지 조성과 호미반도 둘레길, 오어지 둘레길 등 휴양림, 탐방로를 중심으로 한 산림확보, 냉천고향의강 사업을 포함한 도심내 하천복원 등 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직접사업을 의미한다.간접그린은 그린이 확산되기 위해 도시공간 곳곳에서 건강한 녹색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친환경 사업이다. 녹색건축, 가로경관개선, 담장허물기, 초록마을 만들기 등 도시재생 분야와 대중교통 이용, 자전거도로 활성화, 녹색교통체계 구축 등 교통분야, 대기오염물질 저감, 산불방지 대책, 녹색에너지 이용 등 대기·에너지 분야 등이 포함된 간접사업이다.끝으로 연계그린은 직·간접사업과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 관광, 교육, 복지 등 복합사업을 의미한다. □ 그린웨이 프로젝트란포항시는 `그린웨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실천전략으로 센트럴 그린웨이(Central Greenway), 오션 그린웨이(Ocean Greenway), 에코 그린웨이(Eco Greenway)를 3대 기본축으로 설정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창조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마련했다.센트럴 그린웨이는 도시숲을 동맥으로 하는 도심권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주요 도로변과 교통섬에 수목과 잔디 식재를 통해 도심 녹색벨트를 확충하고 공해방지를 위해 철강공단 주변에 방재림을 조성한다.특히 도심을 관통하는 철길을 걷어내고 시민의 꿈과 희망이 담긴 나무를 심는 폐철도부지 도시 숲 조성사업은 정상궤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이 사업을 통해 도심에 방치된 철도부지를 녹색 친환경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시민의 힐링장소이자 산소공급공장으로 조성할 방침이다.양포에서 화진까지 204㎞에 이르는 해양권역 사업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오션 그린웨이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비롯한 동해안 연안 녹색길 조성을 중심으로 진행한다.이외에도 지역 해수욕장 주변 특화숲 조성, 워터폴리, 포항구항 해양공원, 송도백사장 복구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에코 그린웨이는 자연친화적인 녹색 생명루트를 의미하며 풍부한 산림권역의 재정비와 체계화를 추진한다.포항시는 오어지 둘레길, 내연산 치유의 숲, 형산강 상생문화 숲길조성 등 다양한 테마를 지닌 도심 속 휴식처를 만들어낼 방침이다. □ 2천만 그루 생명의 나무심기 운동그린웨이는 범시민운동으로서 역할도 수행한다.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시민 모두가 동참해 2천만 그루 생명의 나무심기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포항시는 지난 3월 21일 흥해읍 곡강 생태공원에서 2천만 그루 생명의 나무심기 운동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시민 3천여명이 참여해 무궁화 1천600본을 곡강천 제방 둑 4km 구간에 촘촘히 심고 2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본격 선포했다.2천만그루는 앞으로 10년간 53만 시민이 매년 1인당 4그루씩 심고 가꾸자는 내용으로 민·관·군 모두가 캠페인에 참여해 미래세대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적 의지가 담겨있다.생명의 나무심기는 공원조성과 천만송이 장미 식재, 산업단지 녹화 등 공공에서 1천300만본, 기업체의 사내조경, 담장 및 울타리 녹화, 농가의 소득사업 식수 등 민간부문에서 700만본을 식재할 계획이다.지역별 향토수종으로는 △흥해읍 이팝나무 △오천읍 왕벚나무, 이태리포플러 △동해면·호미곶면 모감주, 해송, 중장 △기북면·송라면·장기면 자작, 잣, 낙엽송 △연일읍·청하면 산딸기, 산수유, 모감주 △해안지역 해송, 해국, 해당화, 돈나무 △시가지지역은 플라타너스, 느티나무은행, 중국단풍, 대왕참나무, 노각, 소나무류를 식재하기로 했다.시는 지역별 향토자생 수종을 집중적으로 식재해 향토성을 부각하고 특색있는 공간을 연출해 계절별 아름다운 경관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10년간 지역 내 공원, 녹지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자투리공간에도 담쟁이, 장미를 심어 작은 도시 숲을 조성해 시민이 행복한 친환경 녹색도시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이강덕 시장은 “시민들이 삶의 질 향상과 행복한 생활을 희망하는 만큼 포항시가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자연친화적인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데 힘쓰겠다”며 “시민 모두가 2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에 동참해 포항사랑을 실천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7-04-12

일흔 살 한국 엄마와 열아홉 살 필리핀 엄마

2008년 봄. 엄마는 남편을 잃었다. 38년을 함께 살아온 사내의 간에서 시작된 암이 대장으로 번졌고 수술 등의 치료가 이미 늦은 상황. 담담하게 100여 일을 앓다가 비탄의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조용히 한 줌 재로 사라진 남편.살아오는 내내 말수가 적었던 남편은 이렇다 할 유언 따위도 남기지 않았다. “집이 춥다. 따뜻한 곳으로 옮겨 살아라”란 말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게 더 슬퍼서였을까? 엄마는 소리 없이 오래 울었다.기자 역시 아버지를 안타깝게 떠나보냈지만, 더 큰 아픔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야 할 엄마를 곁에 두고 크게 울 수 없었다. 그저 이런 약속을 했을 뿐이다. “아버지 대신 내가 해외여행도 함께 가고 할 테니 너무 슬퍼마세요.”크건 작건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법. 필리핀은 기자가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은 두 번째 외국 여행지였다. 짙푸른 바다와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엄마는 여행 몇 주 전부터 이미 들떠있었다. 보라카이 해변에서 입을 유행 지난 옷가지를 가방 속에 챙겨두고.마침내 비행기가 필리핀을 향해 날개를 펼치던 날. 창가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아이처럼 티 없이 웃는 그녀를 보며 기자의 기분도 좋아졌다. `아버지도 함께였다면 더 좋았을 걸…`이란 생각에 기자도 엄마도 잠시 서글퍼졌지만, 어쩔 것인가. 죽은 사람과는 관계없이 살아있는 자들의 삶은 어떻게든 이어져온 게 인간의 역사이니.필리핀 중서부 칼리보 국제공항(Kalibo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 후 버스를 타고 2시간쯤을 달렸다. 이윽고 카티클란 선착장.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가는 조그만 배들이 줄지어 선 그곳에서 엄마는 놀란 얼굴이었다. 세상 어딘가에는 이처럼 보석처럼 푸르고 맑은 바다도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아왔단 사실이 새삼스러웠을 것이다. ▲ 슬픈 깨달음… `엄마도 새우를 좋아한다`새벽밥을 먹고 부지런히 공항으로 가서 아침 비행기를 탄 덕분에 해가 지기 전에 보라카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푼 우리는 해변으로 나갔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그곳에서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일상을 벗어났다는 해방감은 노인에게나 젊은이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왔다.키가 훌쩍 큰 필리핀 청년 하나가 다가와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해 지는 모습을 구경하시죠”라고 청해왔다. 그 정도 말은 영어를 하지 못해도 눈치만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평소처럼 엄마는 걱정부터 했다. “배 타면 돈 많이 달라고 하는 거 아니냐?”하지만, 막상 조그만 무동력 요트에 오른 엄마는 소녀처럼 신이 났다. 보라카이 섬 바람만을 이용해 꽤 빠른 속도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요트 위에서 신발을 벗고 먼 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태평양의 석양 빛깔로 물들어가고 있었다.배에서 내리니 허기가 몰려왔다. 보라카이의 일몰을 뒤로 하고 싱싱한 해산물이 펼쳐진 좌판에서 자신이 먹을 새우나 게, 생선을 직접 고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아기 주먹보다 더 큰 새우를 2kg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잠시 후 새콤달콤한 양념을 뿌려 요리한 새우와 필리핀 전통주 탄두아이, 망고주스까지가 식탁에 차려졌다. 기자는 그날 알았다. 엄마도 새우를 좋아한다는 걸. 사실 한국에서 큼직한 새우나 꽃게는 저렴한 식재료가 아니다. 기자가 어렸던 시절. 수산시장에서 새우나 꽃게를 사올 때면 엄마는 두 아들이 먹기에도 모자란 그걸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엄마가 새우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둘이 먹기엔 지나치게 많아 보이는 새우구이 앞에서 엄마는 음식 취향을 숨기지 않았다.그처럼 많은 새우 껍질이 자신 앞에 쌓여있는 걸 그녀는 몇 번이나 보며 살아왔을까? 진원지가 불분명한 슬픔이 밀려왔고, 이상스레 술이 빨리 취했다. 그랬다. 아들이란 마흔 살이 넘어도 엄마 앞에서라면 철들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엄마`라는 존재가 품고 사는 내밀한 심경을 100%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필리핀 여행에서 돌아온 후 기자는 한국에서도 가끔 엄마와 함께 새우나 게를 요리하는 식당으로 간다. 연인에게는 자주 사줬던 그것들을 엄마에겐 40년 동안 대접해본 기억이 없다는 걸 반성하면서. ▲ 한적한 바닷가마을에서 만난 필리핀 모자(母子)보라카이 섬에서 보낸 나흘. 일흔 살 엄마와 40대 중반 아들은 서로를 간섭하지 않으며 즐거워했다. 이름 그대로 눈이 내린 것처럼 새하얀 화이트 비치(White Beach). 사파이어빛 파도에 몸을 맡긴 엄마는 얼굴이 타는 줄도 모르고 온종일 수영을 했고, 멀찌감치서 그걸 지켜보며 기자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의 책을 뒤적거렸다.그리고, 마지막 날. 우리는 화이트 비치에서 트라이시클(오토바이를 개조한 필리핀 삼륜차)을 타고 보라카이 섬 한적한 마을을 둘러보러 갔다. 화려한 관광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나무로 허술하게 지은 집은 무너져가고, 그 앞에 나와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한없이 어두웠다. 엄마는 또 한 번 놀라는 표정이었다.젖먹이를 품에 안고 나타난 열아홉 살 `어린 필리핀 엄마`가 일흔 살 `늙은 한국 엄마` 앞에서 부끄러운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진 `늙은 한국 엄마`는 지갑을 열고 손에 잡히는 대로 지폐를 꺼내 `어린 필리핀 엄마`에게 건넸다. 그 늙은 엄마 역시 한국에서는 콩나물 값 500원을 깎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그날 엄마가 왜 그랬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그저 가난한 필리핀 모자의 모습에서 자신과 아들의 젊은 날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 필리핀 해변에선 뭘 할까?7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니 필리핀은 눈길 닿는 곳곳이 해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세부나 보라카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섬은 1년 내내 휴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해변 주위에는 첨단시설을 갖춘 호텔과 바닷가재와 커다란 게를 요리해 판매하는 고급 레스토랑도 지천이다.하지만, 필리핀에는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해변도 적지 않다.중부 비사야제도에 흩어져있는 섬들이 그렇고, 남부 민다나오 인근의 바다가 그렇다.숨 가쁘게 달려왔던 일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조용한 해변에서 여유롭게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분명 그 의미가 클 것이다. ◇ 선베드에 누워 평소 읽지 못했던 한 권의 책을…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나가게 되면 마음 편히 독서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게 부정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이다.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거운 휴가가 분명하지만, 인적 드문 조용한 바닷가에 드러누워 시인 김선우의 산문집이나 이청준의 소설 한 권을 펴드는 것 역시 멋진 휴양이 될 수 있다.휴가 기간이 한국보다 훨씬 긴 유럽의 여행자들은 2~3주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필리핀 해변에서 보내기도 한다.그들이 하루 종일 꼼짝도 하지 않고 선베드에 누워 두꺼운 추리소설이나 로맨스소설을 읽는 모습은 어떤 측면에선 부럽기도 하다.진정한 휴가와 휴양은 마음은 비우고 머리는 채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 요트 위에서 석양을 즐기는 소박한 호사를…`요트`라고 하면 화려함이나 사치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지중해나 서유럽 해변엔 한 척에 수백억 원이 넘는 호화스러운 요트가 수십 척씩 정박해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만나는 요트는 소박하다. 그러면서도 멋스럽다. 4~5명의 승객을 태우고 돛을 펼쳐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를 30분에서 1시간쯤 항해하는 요트 위에서의 낭만을 한국 돈 1만원 안팎이면 즐길 수 있다. 조그만 요트를 가진 필리핀 청년들은 저물녘이면 해변으로 나와 관광객을 상대로 흥정을 벌인다.“제 요트에 타세요. 당신에게 필리핀의 석양을 선물할게요.” 그 제의를 거부하지 말고 `작고 예쁜 요트`에 올라 잠시나마 태평양 저녁 바다의 낭만을 즐겨보자.사진제공/구창웅/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4-07

영주 선비의 격조와 기개 재조명…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

영주시는 선현들의 올곧은 정신과 문화를 계승·발전시켜 현대인에게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 위해 한국선비문화축제를 매년 이어가고 있다.한국선비문화축제는 유교문화의 본향인 영주시의 역사적 배경을 재조명하고, 한국 정신문화의 중심인 선비정신과 선비문화 등 다양한 생활상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전통성과 앞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부분에 초점을 두고 시행되고 있다.올해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되는 `2017 한국선비문화축제`는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이며 한국 선비정신의 중심적 역할을 이어오고 있는 영주시 순흥면 소수서원과 선비촌 일대에서 영주시와 (재)영주문화관광재단이 주관·주최해 열린다.영주시의 한국선비문화축제는 올해가 10회째로 이번 축제의 주제는 선비의 사랑이다.5월26~29일 영주문화관광재단 주최영주시 소수서원·선비촌 일대 개최`선비의 사랑` 주제 다양한 프로그램□ 영주시의 선비문화 계승·발전을 위한 노력영주시는 한국의 대표적 정신문화인 선비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지고 있는 영주시의 선비문화축제는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지역의 창조적 개발 및 정체성 확립, 지역주민의 공동체 의식함양에 취지를 두고 매해 이어지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의 다변화한 구조 속에서 문화적·정신적 정체성을 확립하자는 데도 그 뜻을 두고 있다.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는 소수서원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을 배경으로 유교문화의 본향에서 선비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적 경쟁력을 갖춘 축제인 동시에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도 역할하고 있다.영주시는 유·불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천년고찰 부석사와 소수서원, 자연의 정취가 아름다운 무섬 전통마을, 선비의 숨결이 남아 있는 선비촌, 단종 복위에 연루됐던 금성대군 위리안치지 등이 자리한 고장이기도 하다. □ `2017 한국선비문화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이번 `2017 한국선비문화축제`에선 고유제, 창작오페라 선비 갈라쇼, 사인사색 인문학콘서트, `선비의 사랑` 개막공연, 멀티미디어쇼, 선비의 사랑 개그 퍼포먼스, 선비문화 골든벨,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기부행사, 선비체조 배우기, 순흥 초군청 줄다리기, 소수서원 Est.1543 기념플래시몹, 안향 선생 전국휘호대회, 선비밥상 향토음식 경연대회, 선비 비정상회담, 실경뮤지컬 `정도전`, 경북도립예술단 한국무용공연, 한국선비문화축제 10주년 기념음악회, 마당놀이 `덴동어미`, 선비 어린이 인형극, 버스킹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만날 수 있다. 영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이런 행사를 통해 전통적 선비정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한국의 대표적 선비 배출 요람 소수서원소수서원은 국학의 제도를 본떠 선현을 제사 지내고 유생들을 교육한 장소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유학자인 안향의 사묘를 설립한 후 1543년 유생 교육을 위한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이 그 시초다.이후 경상도관찰사 안현이 서원의 경제적 기반을 확충하고 운영방책을 보완했다. 이 시기의 서원은 사묘의 부속적인 존재로 과거공부 위주의 학교로 인식되고 있었다. 풍기군수로 부임한 이황은 교학을 진흥하고, 사풍을 바로잡기 위해 서원 보급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사액과 국가의 지원을 요청해 1550년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하사받았다.소수서원은 1868년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할 때에도 존속했다. 소수서원은 사적 제55호로 지정되고, 보물 제59호 숙수사지당간지주, 국보 제111호 회헌영정 등과 141종 563책의 장서가 남아 전해지고 있다. □ 영주가 배출한 대표적 선비는…앞서 말한 것처럼 영주는 수많은 선비를 배출한 학문의 고장이다. 아래 영주를 대표하는 선비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정도전(1342~1398):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학자로 본관은 봉화(奉化), 자는 종지(宗之), 호는 삼봉(三峰), 시호는 문헌(文憲)이다. 이성계를 추대해 조선 개국의 중심에 있었던 정도전은 대표적 개혁사상가로 고려 말 국가적인 시련과 사회적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으로 양인(良人)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의 건설과 자주국가의 확립을 목표로 했다. 그는 한양 천도를 주도하고, 1395년 정총 등과 함께 고려국사를 수찬하고 경제문감을 저술해 임금에게 올리고 새 궁궐의 이름을 경북궁이라 짓고, 궁내 강녕전, 연생전, 경성전, 사정전, 근정전, 정문, 융문루, 융무루 등의 이름 짓기도 했다.△안축(1287~1348): 고려 후기의 문신이며 본관은 순흥(順興), 자는 당지(當之), 호는 근재(謹齋), 시호는 문정(文貞), 할아버지는 희서, 아버지는 석(碩)이며 어머니는 안성기(安成器)의 딸이다. 경기체가 관동별곡(關東別曲)과 죽계별곡(竹溪別曲)의 작가로, 죽계(지금의 풍기)에서 세력 기반을 다지고 중앙에 진출한 신흥사대부의 한 사람이다. 1347년에 흥녕군(興寧君)에 봉해지고, 순흥 소수서원에 제향(祭享)됐다.△안보(1302~1357): 고려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순흥(順興), 자는 원지(員之). 시호는 문경(文敬), 아버지는 석(碩)이며, 형은 첨의찬성사 축(軸)이다. 1320년(충숙왕 7) 문과에 급제, 광주사록(廣州司錄)에 임명되고, 1344년에 원나라의 제과(制科)에 합격해 요양행중서성조마 겸 승발가각고로 있다가 노모(老母)를 위해 귀국해 양광도 안렴사를 거쳐 이듬해 교주도 안렴사를 역임했다. 형인 축과 함께 안향(安珦)을 제향한 소수서원에 배향(配享)됐다.△박승임(1517~1586):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본관은 반남(潘南), 자는 중보(重甫), 호는 소고(嘯皐)다. 퇴계 이황 문하에서 학문을 익혔으며 1540년 식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했다. 승문원, 예문관, 홍문관 등에서 청환직을 거쳤으며, 충언을 담은 1만 여 상소를 올리는 등 정책 결정에 적극 참여했던 인물이다. 박승임의 성리학적 견해는 이황의 학성을 따라서 주리론적 경향이 강했다. 저서로는 `성리유선` `공문심법유취` `강목심법` `소고문집` 등이 있고 영주시 구산정사에 제향됐다. △김담(1416~1464): 조선 전기의 천문학자로 본관은 예안(禮安), 자는 거원(巨源), 호는 무송헌(撫松軒), 시호는 문절(文節)이다. 1435년 정시에 병과로 급제하고 1439년에 집현전 박사가 됐다. 이순지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였던 김담은 세종 때 천문과 역법사업에 크게 공헌했다. 김담은 정인지, 정초, 정흠지, 이순지 등과 함께 `칠정산내편` `칠정산내편정묘년교식가령` `칠정산외편` `칠정산외편정묘년교식가령` `대통력일통궤` `태양통궤` `태음통궤` `오성통궤` `사여전도통` `중수대명력` `경오원력` `선덕십년월오성릉범` 등 천문과 역법에 관한 많은 책들을 번역하고 펴냈다. △황준량(1517~1563):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평해(平海), 자는 중거(仲擧), 호는 금계(錦溪)로 현 영주시 풍기읍에서 태어났다. 이황 문하에서 학문을 익혔으며 1540년 식년시문과에 을과로 급제하고 1557년 단양군수, 1560년 성주목사로 4년간 재임하다 1563년 병으로 낙향해 예천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황은 이를 애석하게 여긴 나머지 제문을 두 번이나 쓰고 특별히 행장도 직접 썼다. 문집으로 `금계집`이 있으며 풍기의 욱양서원과 신령의 백학서원에 제향됐다./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17-04-06

눈동자마저 물 들듯… 사파이어 빛깔 반짝이는 바다

세상엔 `아름다운 해변`이 적지 않다.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이탈리아의 아말피, 태국의 피피 섬…. 하지만, 청아한 물 빛깔과 새하얗고 고운 모래만으로 이야기하자면 지구 위 어떤 해변도 필리핀 중부 비사야제도에 미치지 못할 듯하다. 개인적 취향을 이야기하자면 기자는 산보다는 강을, 강보다는 바다를 더 좋아한다. 해서 `만약에 전생(前生)이란 게 있다면 아마도 나는 커다란 농어 또는, 나붓거리는 해초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하곤 했다. 어려서부터 사파이어 색채로 반짝이는 바다를 보면 사족을 쓰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적지 않은 나라의 해변을 여행했다. 바다를 편애하는 사람의 필리핀 중부지역 여행은 당연지사 즐거웠다. 비사야제도의 여러 해변을 기쁘게 만났다. 속절없고 바람 같은 인간의 생을 위로해주는 새파란 물결과 일시에 들끓다 허망하게 하얀 포말로 사라지는 파도. 그것들 속에서 울고 웃었다. 원시의 풍광을 지닌 발리카삭 섬, 석양이 기가 막히게 근사했던 팡라오 섬 알로나 비치, 물빛 고운 보홀 항구, 짙푸른 바다와 새파란 하늘이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지는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 관광객들이 만들어내는 북적임과 번잡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세부….그랬다. 위에 열거한 바다를 떠돌던 때 기자의 손에는 600원짜리 맥주 `산 미구엘`과 소다수와 라임즙을 섞은 필리핀 전통주 `탄두아이`(Tanduay)가 늘 들려있었다.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필리핀 비사야제도의 해변들. ▲ 한국 호텔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던 필리핀 청년2번째로 필리핀을 여행했을 때는 수도인 마닐라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많은 이들이 걱정과 우려 섞인 이메일을 보내왔고, 엄마는 여러 차례 국제전화까지 걸어와 “여행을 그만두고 어서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기자는 그때 마닐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일로일로), 다시 쾌속정을 타고 1시간 30분(바콜로드), 거기서 또 네그로스 섬을 횡단하는 로컬버스를 타고 7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도시인 두마게테에 있었다. 폭탄이 터진 지역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테러의 위협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인터넷 속도가 한국의 10분1에도 미치지 못하는 두마게테의 PC방 컴퓨터를 이용해 지인들과 엄마를 안심시킨 후에야 비사야제도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제가 있는 지역은 폭탄테러가 일어난 곳에서 수백 km 떨어져있으니, 아무 염려 마세요. 저는 남태평양의 환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매우 즐겁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이메일 답신을 보내고는 갑자기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스콜(squall·강풍과 천둥을 동반하는 열대성 소나기)에 젖어가는 거리를 바라보며 향기 좋은 커피를 마셨다.그날 밤엔 두마게테의 한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다는 스물한 살 청년과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포켓볼을 쳤다. 기자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는 그가 “내 꿈은 한국의 호텔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호텔을 `경영`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호텔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니. 그 말이 이상스레 쓸쓸하게 들렸다.지난 시절. 체 게바라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꿈`에 관해 말했고, 가수 조안 바에즈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꿈`을 노래했다.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하고, 차별받는 이들에게 평등을 선물하는 것이 청년에게 어울리는 꿈일 것인데, 너무나 현실적인 `꿈`밖에는 말할 수 없는 스물한 살 젊은이가 어쩐지 슬퍼 보였다. ▲ 팡라오 섬과 발리카삭 푸른 바다와 만나다여행을 하다보면 슬픔과 쓸쓸함도 경험하게 되는 법. 필리핀 청년의 맑아서 서러워 보이던 눈빛을 뒤로 하고 다음 날 오후엔 쾌속정을 타고 조용한 섬 보홀로 갔다.산호 가루로 형성됐기에 물빛이 사파이어 색채로 반짝이는 알로나 비치와 거기서 조그만 목선을 타고 들어간 발리카삭 섬의 원시적 풍광이 더없이 아름다웠다.발리카삭 섬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전기가 끊기는 곳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여행자 숙소가 하나, 구멍가게가 한둘, 식당이 두어 곳밖에 없는 조그맣고 소박한 섬. 주민이라곤 닭과 돼지를 키우며 관광객들에게 조개껍데기로 만든 기념품을 파는 원주민 수십 명이 전부였다.거기서 하루를 묵었다. 복잡하고 바쁜 한국 도시에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불편을 감수할 만큼 즐거웠다. 잠시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낯설고 새롭게 다가오는 풍광과 순박한 섬 주민들 속에 섞여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먹음직해 보이는 참치구이와 신선한 망고주스로 저녁을 먹고는 동네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조그만 구멍가게에 설치된 노래방 기계를 이용해 팝송도 한 곡 불렀다. 노래 실력에 관계없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던 발리카삭 섬 사람들. 사파이어 색채를 닮아 짙푸르고 투명한 바다, 웃음의 힘으로 가난을 이기며 살아가는 필리핀 시골마을 사람들. 그들과 더불어 미소와 빵을 나눌 수 있었던 `특별하고도 의미 있는 하루`였다. 고등학교 시절 읽은 소설 중에 `팔색조`라는 게 있다. 거기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이렇게 한 번씩 사로잡히고 나면 한참은 괜찮아져요.” 그 문장은 여행의 매혹이 없었다면, 다장조의 동요 같은 지루한 일상을 견디기 힘들었을 기자의 삶을 위로해왔다.여행은 그랬다. 언제나 그랬다. 크고 작은 비행기와 고속 페리, 창문이 없어 바람 속을 달리는 듯한 로컬버스와 매연을 뿜어대는 트라이시클(tricycle·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 인정 많은 기사가 운전하던 지프니(jeepny·지프를 개조한 필리핀 버스)와 에어컨이 고장 난 택시를 타고 떠돈 필리핀 중부 비사야제도에서의 2주일은 행복했다.그 시간이 앞으로도 한참 동안 기자의 단조로운 삶을 견디게 해줄 것임을 믿는다. 돈? 중요하다. 일? 역시 그렇다. 그러나, 그것들이 전생에 와본 듯한 기시감(旣視感)을 주는 여행지에서의 한 조각 웃음보다 소중할 수 있을까? 필리핀은…7천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전통문화에 스페인·미국문화 혼합아시아 대륙 남동쪽 태평양에 흩어져있는 7천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다.공식 명칭은 필리핀공화국(Republic of the Philippines). 적도 부근이라 대부분 지역이 1년 내내 열대기후다. 1565년부터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1898년 독립을 선언했으나, 이후에도 오랜 기간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로 있었다. 온전히 독립을 쟁취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필리핀해(海), 남중국해, 셀레베스해가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 위치해있다. 면적은 약 30만400㎢. 국토는 북부의 루손과 수천 개의 조그만 섬으로 이뤄진 중부의 비사야제도, 남부의 민다나오로 크게 3등분 할 수 있다.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이기에 태풍의 발생지이며, 환태평양조산대에 자리해 있어 지진과 화산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았다.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타이완과 영토·영유권 분쟁을 겪었고,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해안선을 모두 합치면 자그마치 3만6천289km에 이른다. 수도는 마닐라(Manila)고, 국민의 절반 정도는 타갈로그인(29%)과 세부아노인(15%)이다. 지역에 따라선 일로카노족(9%)과 비사야족(7%)이 다수인 곳도 있다. 필리핀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85%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톨릭교도다. 무슬림국가인 말레이시아와 가까운 민다나오는 지리적 영향으로 이슬람교도가 많다. 이로 인해 남부지역에선 종교간 갈등으로 오랫동안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사용하는 화폐는 페소(Peso). 1페소는 한국 돈으로 약 23원. 물가가 비싼 관광지가 아니라면 50~100페소 정도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인구는 1억 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7천 개의 섬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하는 어려움을 감안하면 정확한 데이터는 아닌 듯하다. 평균수명은 71세.다양한 종족이 만들어낸 전통문화에 스페인과 미국의 문화까지 합쳐진 필리핀의 용광로 같은 `복합성`은 국민의 특성을 몇 마디 짧은 설명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최근에는 한국인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몇몇 사건들이 발생했지만 필리핀은 여전히 동서양의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 깨끗한 바다와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밀림, 환한 얼굴로 웃는 낙천적인 사람들과 신선한 해산물 요리, 거기에 저렴한 물가까지 생각한다면 필리핀 여행이 주는 매혹을 떨치기 어렵다. 유명한 휴양지인 보라카이, 세부, 팔라완에는 사생활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고급 빌라와 호텔도 많다. 적지 않은 신혼부부들이 이곳에서 허니문을 만끽한다. 휘영청 떠오른 달 아래 조용한 해변에서 둘만의 저녁식사를 즐기며.사진제공/구창웅/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3-31

일자리 창출·제공, 다양한 지원·협력으로 상생의 길 찾아

경북도청이 안동시 풍천면 일대로 옮겨 와 개청한지 일년이 지났다. 바야흐로 천년 도읍지가 온전히 터를 잡아 가고 있다. 청사를 안동·예천으로 안착시킨 경북도는 현재 신도시 2단계사업이 한창이다. 2단계 사업은 도시 활성화 단계로 주거와 상업시설, 종합의료시설, 복합환승센터, 복합물류센터 등을 조성해 인구 10만 자족도시를 만드는 것이다.이렇듯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그 이면에는 혐오시설 문제가 늘 상존한다.그간 풍천면 일대에 혐오시설이 들어서거나 들어선 부지 인근 주민들과 경북도는 꾸준히 대립했고, 찬반여론이 갈렸다. 주민들은 반대를 통해 편익을 도모하고 경북도는 주민들의 요구를 일부 허용해 사업을 이어가거나 완공해 왔다.현재 풍천면 일대에는 경북북부권환경에너지 종합타운 조성이 한창이고, 이미 지난해 장사공원이 들어섰다. 또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 공공하수처리시설도 1단계 사업이 완료돼 2단계 사업을 앞두고 있다.작년 10월 풍천면 일대 `안동 장사문화공원` 본격 가동공원내 편의시설 운영 등 지역주민 일자리창출·소득증대 기여환경에너지 종합타운 ·공공하수처리장 조성도 박차연인원 4만명 일자리 창출효과 기대◇ 경북북부권환경에너지 종합타운 어디까지 왔나경북도내 생활폐기물은 하루 2천361t이 발생되고 있다. 여기에 26.8%인 634t이 매립되고, 31.9% 752t이 소각, 41.3% 975t이 재활용 처리된다.현재는 매립 위주의 처리에서 소각처리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북부지역 11개 시·군의 경우 소각시설이 노후되거나 용량이 적어 매립에만 의존하다 보니 소각률이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이에 경북도는 도청신도시와 북부권 11개 시·군의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해 민간투자사업(BTO)으로 2014~2019년까지 안동시 풍천면 일대에 경북북부권환경에너지 종합타운을 조성한다. 사업비는 총 1천833억원으로 국비 603억원, 도비 222억원, 민간 1천8억원 등이 투자된다.시설규모는 부지 6만㎡에 일일 510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 가연성폐기물을 소각하는 자원회수시설(390t/일)과 음식물류폐기물을 처리하는 유기성바이오가스화시설(120t/일)로 구성된다.특히 소각 후 발생하는 여열과 바이오가스로 3만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전기 15MWh를 생산하고, 음식물류폐기물을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로는 퇴비를 생산한다.이 시설이 준공되면 경북북부지역에 위치한 11개 시·군(안동, 영주, 상주, 문경, 군위, 의성, 청송, 영양, 영덕, 예천, 봉화)의 가연성폐기물과 음식물류폐기물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데다 이 11개 시·군은 가연성폐기물을 매립하지 않고 소각함으로써 매립장 사용 연한을 늘릴 수 있다.또 향후 20년간 시·군별 처리시설 설치와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 2천700억원의 절감효과와 쾌적한 생활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 착공한 종합타운은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앞서 경북도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설명회와 견학, 도지사 면담 등을 통해 에너지타운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한편 완벽한 환경오염방지시설 설치 등으로 주민피해가 최소화될 것을 약속했다. ◇ `장사공원`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 기여지난해 10월 안동장사문화공원이 풍천면 일대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이 공원은 현대식 시설로 256억원을 들여 3만1천108㎡ 부지에 건축 연면적 5천673㎡ 규모로 완공됐다. 이곳은 안동시시설관리공단 직원 7명이 화장로 5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카페테리아, 유족대기실, 식당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운영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다만 신축 개원에 따라 기존의 안동화장장보다 화장 비용과 운영비가 올랐지만 깨끗한 시설과 휴식·추모공간 마련으로 유족이나 이용자들의 편의 도모는 물론 기존 화장장 이미지를 탈피하고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공원 신축 당시 `화장장`이라는 혐오 이미지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최신식 공기정화배출시설로 이를 극복해 지금은 지역 주민들에게 우선적인 일자리 제공과 기금 조성 등 다양한 지원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실제 현재는 화장로 예약에 있어 운영 화장로 수가 부족하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올해부터 화장로 5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예약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설날과 추석 당일은 제외하고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전화 또는 인터넷상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시스템을 통해 화장일 5일 전부터 전일 오후 4시까지 예약이 가능하다.권천중 안동시 노인장애복지과장은 “개원 후 총 640여 건의 화장 신고 건을 안정적으로 처리한데다 앞으로 화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지역 내 화장 수요를 충족시키고 선진 장례문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 공공하수처리시설 2단계 설치경북개발공사는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 건설사업에 의한 계획도시와 그 주변지역 사업대상지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공공하수처리시설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2013년 착공해 지난해 12월 완공한 1단계 사업 하수처리구역 면적은 4천904 ㎢이고, 하수처리인구는 2만4천800명이다. 시설 용량은 일일 9천㎥로 530여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개발공사는 1단계 사업에 이어 2019년 12월 2단계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2022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2단계 사업은 400여억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하수처리구역 면적은 1단계보다 줄어든 3천245㎢이다. 또 하수처리인구와 시설 용량은 1단계와 같은 수준이고, 약 연인원 4만 명의 일자리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현재 1단계 공공하수처리시설은 경북개발공사가 한국환경공단에 위탁해 운영 중이고 향후 안동시가 관리를 맡게 될 전망이다.▲ 이경기 경북도 환경정책과장“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인/터/뷰이경기 경북도 환경정책과장“도청 신도시 내 환경에너지종합타운은 꼭 필요한 시설인만큼, 주민건강을 위해 다이옥신을 포함한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첨단시설을 설치하고, 24시간 오염물질 감시 및 정기적인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해 인체나 농작물 오염 등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이경기 사진 경북도 환경정책과장은 “에너지타운은 환경부에서 규정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의 20% 내 배출을 목표로 운영하고, 인근 주민들과 협의해 반입차량 노선과 반입시간을 조절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운영비용은 북부지역 11개 시·군에서 시설에 반입되는 양에 따라 처리수수료를 납부하고, 소각열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한 금액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즉 소각시에 발생하는 열을 회수해 14M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메탄)가스를 이용해 1MWh의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처리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그리고 건설공사에 소요되는 인력은 지역주민을 우선 고용하고 도내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도급 또는 하도급을 실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이 과장은 “에너지타운은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시설이지만 주민 설득 등 힘든 과정을 거치고 첫 삽을 뜬만큼 향후 관리에도 최선을 다해 주민에게 사랑받는 에너지타운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권기웅·이창훈기자

2017-03-30

문화·예술의 융성시대 열어가는 `三白`의 고장 상주

낙동강의 원류가 시작되는 상주는 예로부터 광활하고 비옥한 토지 때문에 물자가 풍요롭고 문화·예술이 잘 발달한 고장이다. 삼한시대에 축조된 상주시 공검면의 공갈못은 상주의 유구한 농업역사와 농경문화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쌀과 누에고치, 곶감이 워낙 유명해 삼백(三白)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상주는 최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농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경북도 농업기술원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이러한 기관 유치 등과 관련해 상주시는 지역문화예술 발전과 문화융성을 통한 활기찬 시정 추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문화예술 활성화와 문화향유 욕구 충족, 지역 정체성 회복 및 전통문화도시 구축, 문화유산의 체계적 관리를 통한 문화재 품격 높이기와 지역의 위상 제고 등이 그것이다.시민들의 문화향유권 충족 위해다양한 예술활동 지원`대한민국 한복진흥원` 건립으로관광인프라·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역사·유적·문화재 등 문화유산 보전지역의 품격·위상 강화에 총력◇ 다양한 문화예술 활성화상주시는 다양한 문화예술활동 지원으로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 충족과 동시에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의욕을 증대시키고 있다.지난 한 해 동안 KBS 전국노래자랑, 상주예술제, 캠핑축제, 실경뮤지컬 무인 정기룡, 한여름밤의 축제, 낙강시제 문학페스티벌, 지역문화사랑방 등 140여 개의 크고 작은 문화예술행사를 진행했다.올해도 가족간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세대공감 열린음악회를 비롯해 세계유교문화재단 힐링콘서트 효사랑 음악회, 거리문화예술제 등을 개최해 문화예술 행사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 상주시의 설명이다. ◇ 대한민국 한복진흥원 내년 준공상주시는 한복산업 활성화 기틀을 마련하고 한복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주함창명주테마파크 일대에 대한민국 한복진흥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상주를 한복문화산업의 메카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시작한 대한민국 한복진흥원 건립은 올해 3월까지 설계를 마무리하고, 4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내년 12월에 준공할 예정이다.총 사업비 226억원을 들여 연면적 8천140㎡에 지상2층 규모로 건립되는 한복진흥원 내에는 한복 전시홍보관, 전수학교, 융복합산업관 등이 들어선다.지난해 12월 착수보고회를 통해 한복진흥원 건립에 따른 제반 문제점을 미리 점검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등 우리나라와 상주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대한민국 한복진흥원은 한복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개발·육성하고 관광인프라를 구축함은 물론 한복산업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문화재의 품격과 지역의 위상 강화상주는 고대 사벌국과 고녕가야국을 거쳐 신라시대에는 9주, 고려시대에는 8목 중의 하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경상감영이 200여 년 간 있었던 대도회지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유구한 역사 속에서 전통문화가 발달한 상주는 곳곳에 문화유산이 산재돼 있어 지금도 발굴 조사 등으로 다양하고 귀중한 유물과 유적을 찾아내고 있다.상주는 현재 96종 374점(국가지정문화재 23종 53점, 도지정문화재 73종 321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14건을 국가문화재로, 3건을 지방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이밖에도 지역 곳곳에 산재돼 있는 수많은 비지정 문화재 등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전해 전통문화가 계승될 수 있도록 문화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올해는 27억여 원의 국·도비를 확보해 40여 건의 지정문화재 및 향토유적의 보수정비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특히 시는 문화재방재시설 설치와 문화재지킴이 활동 등을 통해 문화재 훼손 예방과 문화재 보호의식을 함양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문화재 바로알기 투어 프로그램 운영상주시는 지역의 특성 있는 환경과 문화유산 탐방투어를 통해 천년고도 상주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고취할 목적으로 `2017 우리지역 문화재 바로알기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올해 처음 시행하는 이 사업은 지역주민과 청소년 등 희망자를 모집해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버스투어로 진행하게 된다.투어에서는 현장감과 재미를 더하고 참여자의 이해도를 높여 문화유산의 가치와 소중함을 올바로 인식시키고 지역의 역사성을 재조명 할 계획이다. ◇ 우수 공연 프로그램 유치로 삶의 질 향상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 상주문화회관은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과 양질의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상주시는 문화회관 시설 보수 및 환경 개선을 위해 1억4천500여만원을 들여 올해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문화회관에서 다양한 장르의 기획공연을 진행했다.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문예회관과 함께 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2천800만원을 지원받아 `가수 안치환, 시인 정호승을 노래하다` 공연을 펼쳤다.또 국비 2천600만원을 지원받은 `재즈파크빅밴드와 유열의 힐링콘서트` 공연도 개최해 시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상주시는 올해도 우수한 공연을 유치해 지역문화 격차 해소와 문화수준 향상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 최신 영화 및 추억의 영화 상영상주시는 지역 내에 영화관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상주문화회관에서 국내 인기 상영작, 우수 작품 등을 매월 둘째, 넷째(금요일~일요일) 격주로 편당 3일씩 6회에 걸쳐 상영하고 있다.특히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 행사로 추억의 명작영화 또는 발레, 오페라, 뮤지컬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이정백 상주시장은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함은 물론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문화참여 기회를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신장하고 문화예술과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지역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상주/곽인규기자ikkwack@kbmaeil.com

2017-03-29

여행, 낯선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즐거움

나이에 관계없이 낯을 심하게 가리는 사람들이 있다. 성격 탓이다. 그런 경우 여행자로서는 낙제점이다. 다행이랄까? 기자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어렵지 않게 어울리는 인간형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도 적지 않은 낯선 이들과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가격에 비해 시설이 나쁘지 않은 숙소 호스텔모스텔에서 아침과 저녁까지 제공받으며 비교적 잘 지냈다. 익숙하지 않은 치즈와 홍차, 빵과 소시지, 소금에 절인 올리브로 아침을 먹는 것도 곧 익숙해졌다.저녁으로 나오는 스파게티도 한국에선 즐기지 않는 음식이었지만 뭐 어떤가.미국과 영국, 크로아티아와 폴란드에서 온 젊은 친구들이랑 잡담을 주고받으며 달게 먹었다. 일본 친구와 먹은 중국식당의 볶음밥과 양념 돼지고기 구이도 좋았다. ▲ 8개월째 여행 중이라는 한국인 여행자와의 만남 그 숙소에서 지낸 마지막 날. 한국을 떠나 중국과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8개월째 여행 중이라는 20대 중반의 사내와 만났다.그때는 기자의 배낭여행도 6개월을 지나고 있었기에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오랜만에 만난 같은 나라 사람이 그리웠을 시기다.스물여덟이라고 했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에게 선배로서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었다.“세상엔 저 외에도 긴 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군요. 아무래도 형편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내가 나을 테니 저녁을 살게요. 뭐 먹고 싶어요?”돌아온 대답이 재밌었다.“아… 네. 여기도 KFC가 있던데, 그걸 보니 학교 친구들과 먹던 닭튀김에 시원한 맥주가 먹고 싶었어요.”모처럼의 식사 제의에 겨우 통닭이라니…. 그의 소박함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의 수도 서울과 달리 시끄러움과는 거리가 먼 도시 소피아. 우리 둘은 수령(樹齡)이 족히 수백 년은 넘어 보이는 가로수들을 뒤로 하고 불가리아 KFC를 찾아나섰다.한국어를 하며, 한국인과 걸어 다녔으니 그곳이 외국인지 내 나라인지 헷갈렸다.어제 내린 비 탓에 부쩍 떨어진 기온. 한국의 초봄 날씨를 보이는 거리를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고 프라이드치킨과 콜라, 감자튀김 등을 잔뜩 주문했다.이제는 오래 알아온 동생 같아진 스물여덟 후배가 말했다.“여행은 고칠 수 없는 병(病)인 것 같아요. 저도 15년 후쯤엔 선배님처럼 또 다른 도시를 떠돌고 있겠지요?”마치 시인 같은 그의 어법에 기자의 답변도 장황해졌다.그날, 우리 둘은 자정까지 숙소인 호스텔모스텔로 돌아가지 않았다.왜냐고? 술은 그런 날 마시라고 있는 것 아닌가.▲ 벨기에 걸스카우트 6인방, 요즘 앤트워프는 어때요?“여행이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다름없다”는 말을 믿는다.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믿음이다. 만약 기자가 다시 길고 먼 여행을 떠난다면 그건 새로운 땅과 새로운 바다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일 것이다.소피아에서 만난 `스물여덟 사내` 외에 떠오르는 이들이 또 있다.불가리아를 떠나 도착한 다음 여행지는 마케도니아. 거기엔 막 청소를 끝낸 유리창처럼 맑고 깨끗한 호수가 아름답게 펼쳐진 오흐리드라는 그림 같은 마을이 존재한다. 그곳에 머물 때다. 벨기에 앤트워프에 산다는 발랄한 여고 졸업반 소녀 여섯 명을 만났다. 한 달 후면 대학생이 될 열여덟 살 아이들.스카우트 대원인 그 애들은 대학에 다니는 선배 둘의 인솔 아래 이른바 `어드벤처 캠핑(모험여행)`을 왔고, 기자가 묵었던 숙소 근처에 텐트를 치고 있었다. 친절하고, 싹싹하며 나이답게 순수한 소녀들과의 더듬거리는 영어 대화가 더없이 즐거웠다. 벨기에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쓰는 나라다.그럼에도 모두가 영어도 잘했다. 기자와 같은 숙소에 있던 열여덟 네덜란드 소년 루벤 역시 신이 난 눈치다.왜 안 그렇겠나? 열여덟 소녀를 싫어하는 열여덟 소년은 지구 위에 없다.형이 한국 유학생과 친한 탓에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를 봤다는 루벤에게 슬쩍 물었다.“걸스 제네레이션(소녀시대)과 쟤들 중에 누가 더 예뻐?”어색하게 웃으며 우물쭈물 말끝을 흐리는 루벤. 맞다. 열여덟은 그런 나이다. 부끄러우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시간들…인상적이었던 건 그 벨기에 소녀들 중 매우 뚱뚱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전혀 기죽어 보이지 않았고, 누구도 그 아이를 따돌리는 기색이 없다는 거였다.`왕따`라는 단어가 신문 사회면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의 상황이 동시에 떠올랐다. 너나들이로 어울리고, 평등하게 마음을 나누는 듯한 그 아이들을 보며 벨기에 교육의 어떤 면이 `왕따`를 막아내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소녀들은 낮에는 산에 오르거나 배를 빌려 섬으로 소풍을 갔고, 해가 질 때면 돌아와 텐트촌에서 콜라나 우유를 마시며 서툰 솜씨로 요리를 했다. 누구랄 것도 없었다. 모두가 너무 귀여웠다.2유로(약 2천500원)짜리 선글라스를 호수에 빠뜨렸다고, 하루 종일 물가에서 놀았더니 피부가 햇볕에 타서 벗겨졌다고 칭얼대던 그 소녀들도 이젠 어엿한 대학생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금빛 머리칼이 곱던 벨기에 쌍둥이 자매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왕따`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고 자랐으니, 교사가 돼서도 그렇게 가르치겠지.푸른 보석 사파이어보다 환하게 웃던 여섯 명의 벨기에 스카우트 소녀들. 앞길이 구만 리 같은 그 친구들의 청춘에 축복의 말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쳇바퀴의 일상 속에서만 살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다소 지루했던 불가리아 소피아에서의 여정을 즐겁게 바꿔줬던 스물여덟 한국 청년과 오흐리드에서 만난 벨기에 앤트워프 꼬마숙녀 6인방.그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아저씨는 너희들의 행복과 건강을 빌어줄 것이다. 진심을 다해. 소피아를 제대로 즐기는 2가지 방법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도착해 찾아간 숙소.가장 먼저 들은 말이 “좀도둑에 주의하고, 가방과 지갑을 조심해라”는 것이었다.불과 며칠 전에도 프랑스에서 온 여성 여행자 한 명이 시장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정보와 함께였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사람살이의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재래시장은 도시의 어떤 곳보다 매력적인 장소다. 해서, 그곳을 피해갈 수 없었기에 용감하게(?) 길을 나섰다.다행히 운 좋게도 기자는 좀도둑과 소매치기를 만나지 않았다.넉넉한 인심을 지닌 불가리아 사람들의 따스한 미소로 기억되는 공간 소피아의 재래시장. 이와 함께 거리를 걷다가 만나는 여러 종교의 교당(敎堂)도 기억에 남는다. 이전 여행기에서 언급했듯 소피아엔 이슬람교도, 불가리아정교도, 가톨릭교도, 기독교도들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고 있다.◇ 달콤한 과일과 싱싱한 채소가 한국의 반값소피아의 재래시장은 화려한 색채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체리와 사과, 살구와 수박 등의 과일이 붉고 푸른 저마다의 빛깔로 달콤한 향기를 뿜어낸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새콤한 체리가 아기 주먹 크기다. 부드러운 식감의 살구 맛도 잊을 수 없다.토마토와 가지, 각종 녹색 채소 역시 새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천막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재래시장의 인심은 한국이나 불가리아나 크게 다를 바 없어서 “깎아주세요”라는 요구도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 인심 좋은 상인은 덤에도 인색하지 않다.게다가 가격도 한국의 절반 정도로 저렴하니, 소피아를 찾는 여행자들은 꼭 재래시장에 들러보길 권한다. 물론, 좀도둑을 조심하면서.◇ “저건 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교당일까?”소피아엔 역사적·종교적으로 의미가 큰 건축물이 적지 않다.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 성 니콜라스 정교회, 성 게오르기 교회 등. 이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교당만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조그맣고 낡은 가톨릭교회, 이슬람성당, 불가리아정교회당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종교인이라면 더 좋겠지만, 종교를 가지지 않은 여행자도 풍경을 즐기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예쁘게 꾸며진 정원에 들어선 작은 교당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어 보는 것은 유의미한 체험이다. 주말엔 교당에서 젊고 아름다운 불가리아 신랑과 신부의 결혼식도 열린다. 만약 용기가 있다면 초대받지 않은 이방(異邦)의 축하객이 돼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사진제공/류태규/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3-24

찬란하고 아름다운 역사 품은 고령… `가야문화특별시` 꿈꾼다

지역에 소재한 문화·관광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개발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프로젝트가 어느 지자체 할 것 없이 진행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문화와 관광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홍보함으로써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중세시대 축조된 미려한 성당과 역사책에 등장하는 고대 유적이 로마와 아테네 등의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다. 두 나라엔 해마다 수백만에서 수천만 명의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이를 통해 얻는 사회·경제적 수익이 천문학적이다.멀리 유럽까지 갈 것도 없다. 동남아시아 빈국인 캄보디아의 시골마을 시엠립은 1천여 년 전 왕조시대에 만들어진 `앙코르와트(Angkor Wat)`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그 석조사원을 보려고 독일과 스웨덴, 네덜란드와 중국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시엠립을 방문한다. 이들이 거기서 사용하는 돈이 캄보디아의 경제를 지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본지는 문화와 관광을 통해 미래를 가꿔가는 고령군의 오늘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유네스코 등재 고분군·유적·암각화 등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역사·문화 활용해 관광 접목 적극 추진`가야국 역사루트 재현사업`에 총력520년 대가야문명 정통성 잇고과거·현재·미래의 역사교육장 마련◆ 고령, 아테네와 시엠립 같은 문화·관광도시로고령군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화·관광사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문화의 향기 가득한 관광도시 고령”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해왔다.고령은 고대왕국 대가야의 520년 역사와 전통의 향기를 간직한 유서 깊은 도시다.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선등재 대상으로 선정된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의 역사유물을 집적해 전시하는 `대가야박물관`, 선사시대의 미술양식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유적 `장기리 암각화` 등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기도 하다.올해도 고령군은 이러한 역사·문화 유적들을 적극 활용해 관광에 접목시키는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새로운 관광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휴양`과 `레저`에도 방점을 찍어 “단순히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고 싶은 문화·관광·휴양·레저도시 고령”이라는 미래 청사진을 의욕적으로 그려갈 예정이다.`세계 속의 가야문화특별시`를 지향하는 고령군이 2017년 추진할 주요 문화·관광사업은 △가야국 역사루트 재현사업(사업비 573억원) △부례지구 낙동강 레저휴양 공간조성사업(95억원) △2017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26억원) △워터파크 조성사업(민간투자 400억원) △대가야 종묘 건립사업(35억원) △모듬내 캠핑장 및 관광자원 개발사업(63억원) 등이다. ◆ 숨 쉬는 역사와 함께, 즐거움과 더불어, 환경을 생각하며…먼저 올해 고령군 문화·관광사업의 핵심이라 할 `가야국 역사루트 재현사업`은 “가야문화권을 대표하는 광역관광거점 육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다.지난 2010년 출발을 알린 이 사업은 2018년까지 고령군 대가야읍 고아리 안림천변 일대에 대가야생활촌을 조성하고, 연계자원인 장기리 암각화 또한 관광자원화 사업에 포함키는 프로젝트다.여기에 이용될 부지 면적만도 10만2천㎡. 공방촌과 나루터, 고고학 발굴체험장과 주산성 전시관 등도 `가야국 역사루트 재현사업`을 통해 관광객들을 맞이하게 된다. `대가야 종묘 건립사업`은 고령군의 정체성 확립과 대가야 역사와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이미 고령은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행정구역 명칭 변경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사업의 내적 토대도 마련했다. 이 사업은 대가야읍 지산리 인근에 추모사당과 스토리전시관을 건립하고 각종 휴게시설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사는 올해 10월 시작될 예정이며 201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와 관련 한중석(57) 고령군 문화유산추진단장은 “대가야는 서기 42년에 건국돼 520년간 지속된 나라다. 어느 국가나 시조왕과 선왕에 대한 제사가 있었다. 대가야 종묘 건립사업은 이런 측면에서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며 “왕실의 사당인 종묘를 건립해 대가야 문명의 정통성을 잇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진 역사교육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2017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은 고령군이 강릉시, 광주 남구와 함께 “관광 여건이 좋고, 차별적인 관광 콘텐츠를 지녔으며, 잠재력이 큰 지자체”라고 평가받으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한중석 문화유산추진단장고령군은 “이 사업을 통해 대가야 고령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사업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전문가 컨설팅과 세부 실행계획 수립과정을 거친 상태다.고령군 관광진흥과는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국내외에 문화·관광도시 고령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지역 경제상황도 한층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드러냈다.이외에도 친환경 레저공간을 지향하는 `부례지구 낙동강 레저휴양 공간조성사업`과 `워터파크 조성사업`, `모듬내 캠핑장 및 관광자원 개발사업`도 준비된 계획에 따라 착착 진행 중이다.산악 어드벤처 체험시설과 바이크텔, 풋살장 등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여가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부례관광지(우곡면 예곡리)는 이미 많은 군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이곳을 찾은 김홍철(58·덕곡면)씨는 “앞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새가 노래하는 조용한 공간에서 취미생활인 암벽 등반을 즐기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 군관광협의회 출범과 `2017 대가야 체험축제`위와 같은 문화·관광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미래 관광 진흥을 위해 고령군관광협의회(회장 이상용)도 지난 2월 출범했다.관광사업자, 관광 관련 단체 관계자, 주민 등 9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고령군관광협의회는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고령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협의회는 앞으로 `2017 대가야 체험축제`를 시작으로 특산품 판매와 캠핑 페스티벌, 고령 알리기사업과 관광 아카데미사업 등의 진행에 도움을 준다는 각오다. 이상용 회장은 “농촌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관광과 문화의 도시 고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회원과 군민 모두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령에서는 곧 `대가야 체험축제`가 열린다.오는 4월 6일부터 9일까지 대가야박물관 일원에서 진행될 이 축제에는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대가야 문화의 부흥을 기대한다”는 고령군민들의 염원이 담겼다.고령군 관계자는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 다양한 먹을거리가 가득한 역사와 문화의 고장 고령으로 4월 가족여행을 오신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고장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고령은 오늘도 기억에 남는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을 지속하고 있다.`2017 대가야 체험축제`에 관한 궁금증은 홈페이지(http://fest.daegaya.net)를 찾아보거나 054-950-6424(고령군관광협의회)로 문의하면 된다. 수학여행지로도 최고의 조건 갖춘 고령 고대유적·선현들 흔적 곳곳에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유적지와 역사현장을 둘러보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나누는 수학여행은 학창 시절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다.많은 중고교생들이 수학여행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령은 고대 유적과 학문으로 이름 높았던 선현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고, 다양한 박물관과 체험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있어 수학여행지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거기에 깨끗하고 저렴한 숙소도 여러 군데다.고령군청 관광진흥과는 고령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과 대가야박물관, 대가야 왕릉전시관과 우륵박물관, 개실마을 등을 꼽았다.대가야읍 지산리에 위치한 지산동 고분군은 700여 기의 고분이 작은 산처럼 솟아있어 장관을 이룬다.여기서 출토된 토기와 철기 등의 유물은 인근 대가야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듣는 대가야의 역사가 학생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준다.가야금 연주의 대명사처럼 이야기되는 우륵의 생애를 한눈에 확인해볼 수 있는 우륵박물관과 순장무덤을 재현해놓은 대가야 왕릉전시관도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영남학파의 거두인 문충공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문향이 살아있는 개실마을에선 민박체험도 가능하다.미숭산 자연휴양림 주변에 자리 잡은 역사적 공간 신리마을 거쳐 `경북의 비경`으로 불리는 상비리계곡을 지나 대가야 농촌체험특구 원두막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것도 권장할만한 코스다.또한 고령에선 평소 해보기 힘든 특별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개실마을의 엿 만들기 체험과 떡메치기 체험, 가얏고마을의 가야금 연주 체험, 감자와 고구마 캐기, 딸기 수확, 모내기, 콩 타작, 손두부 만들기, 다슬기 줍기, 산나물 캐기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각각의 계절마다 진행된다.역사를 품은 관광지를 돌아보고 농촌체험을 마친 여행자들은 덕곡면 예마을이나 생비원, 또는 미숭산 자연휴양림에 위치한 숙소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전병휴·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3-24

전국 유통망 확대로 고품질 농특산물 판매 `富農 문경` 올인

문경시는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대응해 문경농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농업소득배가 프로젝트, 농업의 6차업산화 등 차별화된 시책으로 경쟁력을 높여 `농업인이 잘사는 부자농촌`을 건설하는데 주력해 왔다.특히 지난해에는 농업의 다각화를 통한 농업소득배가 시책의 성공적인 정착과 사과, 오미자, 쌀, 콩 등 대표 농산물의 융복합 산업화, 농산물의 유통과 판매를 위한 적극적 지원으로 문경의 농업과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문경사과가 `2016년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수상, 문경오미자는 2008년부터 9년 연속 친환경농산물 부문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수상, 2016 귀농귀촌시책평가 최우수상, 2016 경상북도 농정평가 우수상 수상 등의 성과를 거뒀다.903억 예산 투입 경쟁력 강화농업 다각화로 소득배가 성공사과·오미자 등 대표 농산물 산업화농작업 기계화 등 체질 개선에 총력□ 농업예산 903억원…농촌을 위한 꿈과 열정문경시는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농업인이 잘살고, 농사짓기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903억원을 지원해 농업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문경시 농업·농촌예산은 그 동안 800억대에서 증감을 반복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900억대를 넘어섰다. 이는 2016년 795억원 대비 12.7% 증가한 것이다. 올해 문경시 전체 예산증가율이 7.2%이고, 문경시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복지예산 증가율이 4.5%임을 감안하면 문경시의 농업분야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알 수 있다.□ 농업소득 배가로 행복한 농업고윤환 시장은 취임 후 시정목표를 `새로운 도약, 일등문경`으로 정하고 농업인이 잘사는 부자농촌 건설을 위해 `농업소득배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체 경작면적의 49%를 차지하고 있는 쌀, 콩, 감자, 양파 등 식량작물 및 밭작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이모작 재배 확대와 우량종자 보급, 농작업의 일관기계화로 노동력과 경영비는 줄이고 농가소득은 높이는 구조로 문경농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문경의 대표 작목인 사과, 오미자는 생산에서부터 가공·유통에 관광을 더한 6차산업화를 통해 소득을 높인다. 이를 위해 농식품 가공산업과 농·특산물의 유통지원을 강화하고 국내 농산물 시장을 넓혀가고자 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지역특산품 중 최초로 다국적기업 음료시장을 개척한 스타벅스 문경오미자 피지오, 최초의 오미자와인 오미로제,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 가공품 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들로 연간 1천억원의 소득을 올려 `문경농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했다.□ 천혜의 사과 생육지문경은 백두대간의 크고 작은 산줄기들이 지나는 평균 해발 300m 이상의 분지형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사과 비대기인 7~9월 사이 알맞은 강수와 평균 일조량이 7시간 16분으로 풍부해 맛과 빛깔이 빼어난 사과를 만든다. 평균일교차가 12.9℃로 타 지역보다 3~4℃ 높아서 문경사과는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토양은 배수가 잘되는 경질양토와 사질양토가 풍부해 병치레 없이 잘 자란다.문경은 2016년 기준 1천878농가에서 1천931ha에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는 4만2천t의 사과를 생산해 1천63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지난해 농가 한 가구당 평균 5천400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 사원의 수입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문경시에 따르면 43t 이상 생산하는 농가는 소득이 1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시 통계를 분석한 결과 170~220가구가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사과농가의 10%가 억대소득 농가다.□ `최고브랜드` 문경사과를 만든 사과산업 전략문경시는 고품질 사과 생산과 판매를 위해 행정 및 재정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의 경영불안을 없애고자 농작물 재해보험료를 지원하면서 경영안정을 가져왔다.시는 지난해 73억원(지원금 90%·자부담 10%)을 투입해 태풍과 우박,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사과와 오미자, 쌀, 콩 등 29개 품목의 농작물 재해보험을 지원했다.이를 통해 가뭄 등의 재해를 입은 212농가에 9억6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시는 230여억원이 투입된 FTA기금사업을 통해 품종갱신과 관수시설 등도 지원하고 있다. 수입사과에 맞서 국내 사과재배 환경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해마다 사업비를 책정해 농가에 지원한다. 또한 올해 문경읍 평천리에 과실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해 엘리트 생산자단체 육성으로 문경사과의 경쟁력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농·특산물 직거래 매출액 74억원 지난해 문경사과 등 농특산물 직거래 매출액이 74억1천500만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문경사과와 오미자가 인기를 끌면서 문경새재와 고속도로 휴게소 양방향에 설치한 농특산물직매장 매출액이 크게 늘었고, 문경사과축제 등 4개의 인기축제를 통한 직거래, 대도시 직판행사, 로컬푸드 꾸러미사업 등으로 농산물 직거래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문경새재에 설치한 농특산물 직판장은 지난해 매출액이 19억7천400만원으로 2015년 14억8천만원보다 33% 증가했으며, 신선농산물의 취급으로 입점 농가수가 크게 늘었다. 이는 문경시의 시설확장과 홍보·판촉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문경사과축제 등 각종 축제와 수도권 등에서 개최한 직거래 장터의 매출액도 46억원으로 증가했다.문경새재에서 개최한 문경사과축제에는 32만명이 다녀갔고 문경사과 25억원, 지역농산물 5억원 등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미자축제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시는 지난해 고속도로 상·하행선에 휴게소 규모로는 전국 최대의 문경시 로컬푸드 행복장터를 신축했고, 문경새재에 있는 농산물직판장도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새롭게 단장해 매출액이 2배 정도 증가했다.고윤환 문경시장은 “농산물 생산농가와 생산자단체, 시청, 관련기관의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품질 좋은 문경 농특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해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와 농업인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이어 “오는 4월 29일부터 시작되는 `문경 전통찻사발축제`에서도 다각적인 마케팅을 펼쳐 축제가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17-03-23

모로코에서 벽화를 그리고 싶다던 일본인 아카시

불가리아는 기자가 여행한 첫 번째 유럽국가다. 보통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의 서유럽을 즐겨 찾는 것과 달리 조금은 특별한 선택이었다.그래서였을까. 불가리아로 입국하기 하루 전 조그만 노트에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그간 살아온 아시아가 아닌 낯선 대륙을 향한다는 일종의 설렘 때문이었을 것이다.`불가리아 소피아로 가는 열차 출발시간이 1시간 50분쯤 남았다.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빨라서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거쳐 터키에 도착한지도 벌써 1개월이 넘어서고 있다.막상 떠나려고 마음먹고 보니 매일 보던 이스탄불의 석양이 유난히 슬프고 아름다워 보인다.이제 배낭을 정리해 숙소와 15분 거리인 시르케지(Sirkeci)역에서 기차를 타면 내일 낮 불가리아에 닿는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유럽이라는 다른 공간, 다른 인종, 다른 거리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생경함 때문일까? 기분이 묘하다. 이런 감정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지금 마음으론 기차를 타고 프랑스까지 쭉 올라가볼 생각인데, 그게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 ▲1980년대 한국의 시골풍경을 떠올리다 14시간이면 도착한다던 기차는 3~4시간을 연착해 오후 늦게서야 기자를 불가리아 소피아역에 내려놓았다.터키 이스탄불을 어젯밤 10시에 출발했으니 적지 않은 시간을 기차에 머물렀다. 그러나, 편안한 침대칸을 예약했고, 같은 칸에 머문 유쾌한 핀란드 아저씨 덕택에 여행은 지루하지 않았다.아침에 일어나 기차 창밖으로 내다본 불가리아의 풍경은 한국의 1970년대 혹은, 1980년대 시골과 닮아있었다.붉은색 기와를 소재로 만든 야트막한 집들과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 넓이를 가늠키 힘든 감자밭과 옥수수밭, 거기에 낡은 트랙터로 농사짓는 사람들까지.수도인 소피아도 규모로만 보자면 한국의 소읍(小邑) 수준이었다. 낡은 트램(노면전차)이 덜컹거리며 오가고, 사람들은 동구권에서 오래 살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소피아 근교엔 소비에트연방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공장이 창문이 깨지고 벽이 허물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불가리아 사람들은 이방인을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길로 그저 묵묵히 바라봤고, 아이들은 동양인을 신기해하며 힐끗거릴 뿐이었다.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가지고 `호스텔모스텔`이란 저렴한 숙소를 찾아갔다. 머물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유럽인으로 추정되는 백인이고, 동양인으로 보이는 건 기자를 포함해 3~4명에 불과했다. 일본 사내 하나, 중국계 미국인 여자 한 명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때 만난 서른두 살 일본인 아카시는 정말이지 독특하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아카시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자.도착하자마자 허기가 밀려왔다. 다행히 호스텔모스텔 근처에도 조그만 식당이 적지 않았다.눈에 띄는 식당 중 한 곳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갓 구운 빵과 오이냉국 비슷한 차가운 수프, 포크커틀릿처럼 생긴 고기튀김을 먹었는데 다 맛있었다.불가리아 이전 여행지였던 터키와 이란에선 국 비슷하게 생긴걸 구경도 못했는데….냉국에서 요구르트 맛이 나긴했지만 오랜만에 국물을 맛보니 피곤함이 사라지고 기분까지 좋아졌다.기자 또한 “국과 밥이 최고”라고 말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 모양이다.머물 곳으로 정한 호스텔모스텔도 마음에 들었다.하루에 1만원 가량인 숙박비에 비해 공동침실과 샤워실 등의 시설이 나쁘지 않았다.게다가 간단하게나마 아침과 저녁까지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어 여행경비를 아낄 수 있었다.시원한 해장국만은 못하지만 공짜로 먹는 것이니 치즈와 홍차, 소시지와 염장한 올리브로 차린 아침식사도 나쁘지 않았다.저녁에는 파스타와 맥주까지 넉넉하게 먹을 수 있으니 젊은 배낭여행자들이 모여드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끊임없이 지구를 떠돌고 싶은 사람을 만나다 앞서 말한 일본인 아카시를 다시 만난 건 소피아에 도착한 둘째 날 점심 무렵이었다.시내로 산책 나가보니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었다. 한국에서 먹던 탕수육과 짜장면 생각이 나서 얼른 들어갔다.거기에 아카시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앉아있었다.둘 다 혼자였기에 “합석하는 게 어떨까?”라고 먼저 제의했다.흔쾌히 “그럽시다”라고 응수하는 아카시.푸른 눈동자의 백인 주방장이 요리한 볶음밥과 중국식으로 양념한 돼지고기 튀김을 함께 먹었다. 곁들인 불가리아 맥주의 풍미가 좋았다.아카시는 18개월째 혼자서 아시아와 유럽을 여행 중이라고 했다.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아등바등 다녀 졸업해봐야 샐러리맨인데 그렇게 인생을 보내는 건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뒀다고 했다. 그 이후에는 잠시 일을 해서 돈이 좀 모이면 여행을 다니고, 돈이 떨어지면 일본으로 돌아가 다시 일자리를 찾는 과정을 반복해왔다며 깔깔거렸다. 그 웃음에 거짓이 없는 듯해 보기가 좋았다. 한없는 자유를 누리고 사는 것 같아 부럽기도 했다.죽이 맞은 우리는 낮술에 취해 한 나라의 수도답지 않게 고적하고 조용한 소피아를 함께 돌아다녔다.성 니콜라스 정교회를 지나 불가리아 국회의사당 앞에서 담배를 나눠 피웠고, 1천6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성 게오르기 교회에서는 인간의 유한함과 역사의 무한함을 떠올리기도 했다.이튿날 트램을 타고 교외로 나갔을 때는 조용한 공원에 앉아 서로의 첫사랑 이야기까지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각기 다른 `여행의 이유`가 있다.아카시 역시 그랬다. 그가 말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내가 태어난 별 지구를 끊임없이 떠돌고 싶다”고.아름다운 지중해가 펼쳐진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벽화를 그리고 싶다던 아카시의 꿈은 지금쯤 이뤄졌을까? 문득 궁금하다.불가리아는 요구르트보다 빵이 더 맛있다?새로운 볼거리가 곳곳에 있는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오랜 시간을 걷게 된다.육체적 에너지를 일상생활에서보다 많이 소모하게 된다는 이야기다.그래서일까? 배도 자주 고프다. 새롭게 만난 나라와 도시에 싸고 맛있는 음식이 흔하다면 그건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는 어떤 음식을 맛보면 좋을까? 아래는 소피아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맛본 불가리아 음식들이다.◇ 한국과는 달리 짭짤한 요구르트불가리아 사람들은 요구르트를 키셀로 믈랴코(Kiselo Mlyako)라고 부른다. 이를 한국말로 해석하면 `시큼한 우유`가 된다. 불가리아 요구르트는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유명하다. 자연환경이 유산균을 만드는데 최적화돼 있는 불가리아의 요구르트는 여러 나라에서 영양가 높은 음료로 인식돼 있다.그러나, `달콤한 요구르트`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짭짤한 맛이 나는 키셀로 믈랴코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기자의 경우엔 채 썬 오이를 요구르트에 듬뿍 넣어 일종의 수프처럼 만든 요리가 좋았다.◇ 큼직하고 저렴해서 더 맛있는 빵유럽은 지역마다 생산되는 밀의 품종이 다르다고 한다.그래서인지 밀을 주재료로 만드는 빵의 맛도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불가리아 사람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빵을 즐긴다.고급 제과점에서 먹는 비싼 빵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맛있다.하지만, 젊고 가난한 여행자들이 매번 그런 곳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는 없는 일. 다행히 불가리아는 길거리에서 파는 빵도 맛과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과일잼이나 크림이 든 커다란 불가리아 빵 하나면 허기가 금세 사라진다. 가격까지 싸서 금상첨화다.◇ 프랑스 와인만큼 향과 맛이 좋은 포도주불가리아인들은 기원전 6천년 경부터 포도를 먹었다고 전해진다.자연적으로 자라난 것이건 재배한 것이건 포도를 먹었다면 포도주 또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불가리아 포도주의 역사와 전통은 만만찮다. 유럽 사람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포도주를 좋아하지만, 불가리아 와인도 이에 못지않게 높이 평가한다고 들었다.소피아의 슈퍼마켓에 들어가면 여러 종류의 불가리아 포도주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1병에 2유로(약 2천500원)짜리 포도주의 향과 맛이라곤 믿기기 않을 정도인 것들이 많다. 주당에겐 큰 즐거움이다.사진제공/류태규/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3-17

EBS와 연계가 중요… 유형별 개념 정리 신경써야

최근 전국에서 치러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는 지난 수능과 유사한 난이도를 보였지만, 국·수·영은 전반적으로 약간 높은 난이도를 보였다. 3월 모의고사의 국어는 전반적으로 까다로웠고, 수학은 체감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다. 또 영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가 처음 적용됨에 따라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 올해 치러질 2017년 국·수·영 수능 학습 대책을 송원학원과 함께 살펴봤다. 국어 영역2018학년도 수능도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2017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의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상향됐기 때문에 2018학년도 수능 국어영역도 당연히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보고있다.특히 국어영역은 1교시라는 특수성으로 인한 심리적 난이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2017학년도 수능 이전에 실시된 3월 전국연합은 대체로 쉽게 출제됐지만, 이번에는 2017학년도 수능부터 어렵게 출제된 기조를 이어가고자 하는 출제기관의 의도가 반영돼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게 출제됐다.이런 기조는 앞으로 실시될 교육청 주관의 전국연합 평가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므로 복합 제시문과 긴 제시문, 문항 수가 많은 유형에 적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제시문 구성에도 흔들림 없는 개념과 독해, 그리고 문제 해결 방법을 익히자2017학년도 수능을 기점으로 독서 영역은 물론 문학 영역에서도 새로운 지문을 구성하고 그에 맞는 문제를 개발해 출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기존의 장르 복합 유형과 시대 복합이나 제제, 주제, 구성 등이 유사하거나 이질적인 제시문들이더라도 얼마든지 조합해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우선 철저하게 장르별 개념과 독해 방법을 숙지하고 이에 근거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어떤 새로운 구성이 제시되든, 아는 작품이든 아니든 간에 문학 작품 독해와 문제 풀이에 필요한 방법을 적용해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법을 철저하게 학습하고 어휘력을 향상시키자수능 국어영역에서 만점 또는 고득점을 받으려면 문법 문제와 어휘 문제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우선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시행 전까지 고전문법과 현대문법을 완벽하게 학습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세트형 문법 문항의 출제가 새로운 유형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충실히 하는 것이 좋다.문법은 짧은 기간 집중해서 노력하면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이다.현대문법의 기초부터 개념을 익히고 실력을 다지면서 고전문법 중에서 중세국어 분야를 탄탄하게 학습하도록 하자.아울러 어휘력은 쉽게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어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지금부터 수능까지 꾸준히 준비를 한다면 어휘력을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모르는 어휘가 나올 때마다 메모나 표시를 해 두고 매일 사전을 찾고 용례를 확인하면서 문맥에서의 쓰임을 파악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자.사전 찾기와 용례확인, 숙지와 반복, 문맥에서 어휘의 의미를 추리하고 파악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휘 능력은 물론 독해력과 문제 풀이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수학 영역가형은 풀이과정이 복잡하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풀어보는 자세를 가져야 사고력 문제 해결력이 높아진다.대체로 어려워하는 경우의 수 문제는 단순히 공식으로 풀려고 하지 말고, 단계별로 문제 상황에 맞춰 구분해 철저하게 따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나형은 상위권의 경우, 실제 수능에서는 21번, 30번 고난도 문제가 대체로 미적분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중위권 학생은 고난도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는 3월 교육청 모의고사보다 실제 수능에서는 다소 쉽게 출제될 수 있어 이번 시험 결과에 좌절하지 말고 기본 개념과 문제 풀이 학습을 하면 성적 향상이 가능하다.□ 모의고사에 출제된 유형별 개념들을 정리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3 모의고사는 매번 시험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에 지나간 개념에 대해서는 복습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매번 시험을 볼 때마다 빈출되는 유형을 분석해 연계되는 개념들을 정확하게 정리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EBS 연계교재에 출제된 유형별 개념 정리하는 게 좋다.EBS 교재에서 수능의 70% 정도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한다.따라서 EBS 교재의 문항은 반드시 유형별로 정확하게 정리해 보아야 한다.하지만, EBS 연계 교재에서 연계출제 되더라도 똑같이 출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교재에 출제된 유형과 연관된 개념들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정리해야 한다.그런 뒤에 시중교재에서 유사유형의 문제를 찾아 풀어봄으로써 EBS 연계교재에 출제된 유형에 익숙해져야 한다.시간이 허락된다면 전 단원 마지막 개념 및 유형도 정리하는 것이 좋다.보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잊게 된 개념 또는 유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따라서 처음부터 개념, 유형정리를 다시 하는 것이 유리하다.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1학기 내신이 남아있기 때문에 내신범위부터 시작하는 것이 올바르며 내신 이외의 범위는 6월 모의평가 전까지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또한, 한번 잊은 개념과 유형은 다시 잊게 될 가능성이 크므로 다시 정리할 때는 이러한 것들을 따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영어 영역전국연합 시험은 EBS 방송교재와 연계되지 않은 시험이며, 학년 초임을 고려해 쉬운 난이도로 출제됐으므로, 이번 시험을 결과로 자신의 진정한 등급을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2018수능에서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한다는 발표가 있었던 만큼, 어휘와 구문 실력을 바탕으로 글의 흐름과 주제, 요지 등을 파악하는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야만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상위권은 결국 빈칸과 쓰기 문제에서 승부가 결정되므로, 이 고난도 유형의 문제 풀이를 반복적으로 하면서 문제 풀이 기술을 늘려야 한다.1단계 목표로 6월 모의평가 1등급을 목표로 공부해야 한다.EBS 방송교재를 중심으로 공부하되, 비연계 문항을 대비하는 공부도 지속적으로 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절대평가로 전환됐지만, 출제 유형은 전년도와 같으므로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문제유형을 철저히 분석해 학습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80점대 학생들이 90점대로 점수를 올려 1등급을 받으려면 고난도 지문에 대한 반복학습을 통해 적응력을 높여야 하고 고난도 유형(빈칸추론, 어법, 어휘)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70점대 학생들이 점수를 높여 2등급(80점) 이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휘 구문과 같은 기본기를 충실히 학습하고, 어려운 문제보다는 기본 문제를 중심으로 충실히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아울러, EBS와의 연계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EBS 연계 학습을 철저히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 도움말

2017-03-16

문경시, 글로벌 스포츠 중심도시 `비상` 위해 정조준

스포츠 도시 경북 문경이 문경시통합체육회 출범과 함께 새로운 비상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스포츠그룹인 국군체육부대와 상호 협력을 다지며 명실상부한 스포츠 도시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고윤환사진 문경시장도 앞장서 스포츠 분야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향후 스포츠를 통해 열어갈 문경의 건강한 미래가 주목된다. 관광·축제와 연계해 `스포츠ICT 융복합 산업도시`로 육성 박차국군체육부대와 마케팅 협력…국제·전국대회, 전지훈련지 각광◇문경시통합체육회 출범지난해 3월 29일 문경의 선진 체육을 이끌 통합 문경시체육회가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초대 회장인 고윤환 시장 주관 하에 창립총회를 열고 새롭게 출발했다. 문경시체육회와 문경시생활체육회는 지난해 `문경시체육단체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자율적인 통합을 추진했고, 그 결과 42개 연맹·연합회가 통합되는 성과를 거뒀다. 문경시통합체육회가 출범한 것이다. 고윤환 시장은 “2015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 글로벌 스포츠 중심도시로 발돋움한 문경이 이제는 국군체육부대와 상호 협력해 경제활성화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전국단위 대회 유치로 지역경제 살려야문경은 지난해 총 42개의 전국 및 시도 단위 대회를 유치해 약 4만6천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전지훈련으로 문경을 다녀간 팀은 총 325개팀 25개 종목 3만7천여명으로 약 25억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거뒀다. 올해는 연초부터 전지훈련팀이 몰려들어 20% 이상 증가 추세다. 특히 경북체육회 하키팀이 국토의 중심지이자 최고의 체육시설 인프라를 가진 문경으로 숙소를 옮겨와 국군체육부대를 활용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16년 말에는 대만 하키팀이 문경을 방문해 국제하키대회 개최도시로서의 타당성 및 국가대표 전지훈련지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하키국제대회 유치활동을 펼칠 계획이다.올해도 장애인 체육 활성화 및 장애인 체육 역량강화를 위해 코리아오픈 국제 장애인 탁구대회를 유치하고, 대통령배 정구대회를 비롯해 전국단위 38개 대회를 유치할 계획이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협의체 구성 문경시는 국군체육부대를 활용한 스포츠마케팅을 위해 지난해 12월 21일 `스포츠 발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상호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김재광 문경부시장과 박현식 국군체육부대참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상설협의회를 구성했고, 정기적 협의 및 수시회의를 개최해 인적, 물적 자원을 제공·지원하고 인적 네트워크 및 노하우를 활용할 계획이다. 업무협약을 통해 국군체육부대의 시설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우수한 경기 시설을 이용해 각종 스포츠 포럼을 통한 정보 교류와 스포츠 정책개발, 산학연 구성을 통한 스포츠발전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또한 문경시는 `스포츠 ICT 융·복합 산업 도시`육성을 위해 관련 전문기관에 의뢰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1추진전략인 스포츠도시 구축을 위한 주요 과제로 생애주기별 스포츠활동 진흥, 시설을 활용한 스포츠이벤트 발굴 및 유치, 국군체육부대를 활용한 전지훈련 메카 육성사업을 진행한다. 또, 제2추진전략인 스포츠 정보플랫폼 구축을 위해서는 스포츠 어드벤처 조성, 스마트 스포츠 정보서비스 공급, 지역 관광·이벤트 정보 서비스 제공 등을 추진 중이다.지난해 11월 18일에는 문경새재 유스호스텔에서 ICT 융·복합 스포츠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여기선 영국 셰필드의 스포츠산업 정책사례 소개와 경험 공유, 문경시(경북도)의 추진전략과 국제교류 방안 등이 논의됐다. ◇스포츠와 관광이 융합하는 축제도시문경시는 관광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문경새재, 문경 8경 등 관광명소와 주목받는 축제인 문경전통찻사발축제, 문경사과축제, 오미자축제, 한우축제 등 다양한 축제들을 개최하고 있다.스포츠·관광의 융복합은 스포츠와 관광이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함으로써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하며, 다양한 국내외 스포츠이벤트 개최를 통해 외부 관광객들이 문경지역으로 유입·체류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 이벤트 참가자들이 지역의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경지역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들이 지역에서 스포츠 시설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또, 교통, 음식점, 특산물 등 관광정보와 지역축제 정보, 스포츠이벤트 정보, 스포츠시설 정보를 IOT플렛폼, 모바일앱 등 스마트 정보플렛폼으로 구축해 사용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이런 정책의 시행으로 기대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 유발효과 204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74억7천만원, 취업 유발효과 153명으로 분석됐다. ICT 융·복합 스포츠산업 육성으로 취업(고용) 유발효과도 높게 나타났으며, 경제적 가치 또한 3천608억원으로 분석돼 스포츠산업이 지역의 신성장 동력임을 알려줬다. ◇각종 스포츠인프라 갖춰 전지훈련지로 각광문경이 전지훈련장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문경국제정구장, 신축 배드민턴전용경기장, 신축 국궁장, 장애인체육관 등 우수한 스포츠인프라와 국군체육부대의 뛰어난 체육시설 및 국가대표 선수와의 파트너훈련, 선수단 숙소와 전지훈련장간 순환버스 운행 등이다.특히 2021년에는 중부내륙철도가 개통될 예정으로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구축되고, 금년 말 진천으로 태릉선수촌이 이전되면 국가대표 선수들의 전지훈련지로 인기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또 문경시는 매년 대규모 전국단위 씨름대회를 개최해 씨름의 도시로 알려진만큼 씨름에 대한 체험, 전시, 관람, 전지훈련 등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전지훈련장 조성 등을 위해 2017~2018년에는 총사업비 35억원을 들여 폐교를 활용한 씨름전용 전지훈련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백두대간의 중심인 문경지역에 산악관광 붐 조성과 산악스포츠 저변확대를 위해 흥덕동 영강체육공원에 인공암벽장을 건립하고, 영순면 천마문화센터 앞 천마체육광장 조성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20년 된 실내정구장을 리모델링해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체육시설을 구비하는 등 스포츠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윤환 문경시장은 “이러한 시설들이 완공되면 문경은 완벽한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해 엘리트체육의 전지훈련은 물론, 각 종목의 대회 개최지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며 “세계대회를 치러낸 경험을 바탕으로 숙박, 관광 등의 분야와 접목된 ICT스포츠 융복합산업 육성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문경/강남진기자

2017-03-10

김천시 `출산 정책` 새 판 짰더니… 아기 울음소리 늘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김천시의 출산정책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40만6천300명으로 1970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적었다. 합계출산율도 1.17명으로 2009년(1.149명)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 10년간 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선임연구위원이 인구포럼에서 `저출산은 고학력·고소득 여성 탓`, `낮은 혼인율은 여성들의 눈높이 탓`으로 돌리면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결국 보건사회연구원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발제자인 연구위원은 인구영향평가센터장에서 자진해 물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천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도시 김천만들기`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본지는 김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출산정책과 이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알아봤다.각 부서별 저출산 대책 하나로 묶어임신·출산·육아까지 지속적으로 지원출산장려금 지급·건강관리사 확대 등 추진출생아 수·합계출산율 증가 등 성과로`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한발 앞으로□ 저출산 문제 전담부서를 만들다김천시도 처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출생아 수가 2010년 1천119명에서 2015년 1천30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이에 박보생 김천시장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도시 김천만들기`를 공약사업으로 선정한다. 그리고 2016년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전담부서 `저출산대책계`를 신설해 효율성의 극대화를 도모했다.이는 각 부서에서 별도로 추진하고 있던 저출산 대책들을 하나로 묶어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임신에서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면서도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효과는 금방 드러났다. 매년 감소하던 출생아 수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2016년 출생아 수가 1천111명을 기록하면서 전년도 1천30명보다 81명이나 증가했다. 또 현재 인구 증가율을 가늠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도 2014년 1.384명에서 2015년 1.419명으로 0.035명 증가했다. 이는 2016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17명, 경북 합계출산율 1.40명보다 높은 수치다. 김천시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6년 경상북도 저출산 극복사업 평가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 추진김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저출산 대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이다. 김천시는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출산과 양육에 있어 직장에서 배려를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했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여성 10명중 7명은 출산과 양육에 있어 전혀 배려를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이에 김천시청 직장어린이집 설립, 육아휴직제의 실질적인 운영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방안을 강구·시행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출산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등 일과 가정의 양립제도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천시는 일과 가정의 양립제도를 추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임산부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임산부교실`은 임산부에게 필요한 요가 및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시행되고 있다. 또 지원대상이 극히 일부로 제한되어 있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출산 후 10~20일간 지원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사업`은 경북에서 가장 많은 시비를 확보해 지원대상 범위를 고령산모, 둘째아 이상 출산가정으로 확대·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출산에 대한 가치관의 올바른 확립과 환경조성을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결혼·가족관 확립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양육자의 경제 부담을 줄이다김천시는 누구나 임신과 출산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임신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감 최소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올해 저출산 대책 사업에 39억9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행복한 임신과 출산 △즐거운 육아 △경제적 부담경감의 3개 부문을 중점 추진할 방침이다. 시는 이미 추진하고 있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신혼부부 건강검진,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지원 사업의 적극적인 활용과 더불어 올해 신규사업으로 시행될 `임산부 태아 기형아 검사비`에 7천700만원의 시비를 확보해 1천여명에게 본인부담금을 지원할 계획이다.또 육아에 사용되는 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비 9억7천400만원을 확보해, 출생 시 첫째아이는 80만원(출산 50만원, 첫돌 30만원), 둘째아이는 340만원(출산 100만원, 매월 10만원씩 2년), 셋째아이는 680만원(출산 200만원, 매월 10만원씩 4년), 넷째 이상 아이는 900만원(출산 300만원, 매월 10만원씩 5년)의 출산장려금을 각각 인상 지급한다.출산장려금은 2016년 한 해 동안 총 17억원(1천549명)을 지급했을 만큼 활용도가 가장 높은 시책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행될 `로타바이러스(장염) 예방접종비 지원사업`은 김천시가 경상북도 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사업이다. 평소 고가의 접종비 때문에 예방접종이 어려웠던 가정에 비용 전액을 지원함으로써 부가적인 육아 경제비용을 보전해주는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그 외 셋째아이 이상 가족진료비 지원, 셋째 이상 출생아 건강보험료 지급, 5만원 상당의 출산용품(기저귀) 지원, 미숙아 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지원,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 및 환아 진료비 지원, 영양플러스 사업, 출산 및 육아용품 무료대여 등 다양한 사업으로 경제비용을 낮춰주고 주고 있다.김천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혜택을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도시 김천` 리플릿을 보건소에서 직접 제작해 동주민센터와 읍·면사무소, 보건소 등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에 비치하고 `해피맘 스마트 앱`을 활용해 각종 모자보건 및 출산장려 사업들을 홍보해 임산부 등록이나 출산장려금 지원 등을 누구나 손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김천시는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맞춤형 출산장려 지원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도시 김천`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이와 관련해 박보생 김천시장은 “앞으로도 타 시·군보다 앞장서 출생아, 임산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강구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을 발굴해 저출산 극복을 위한 출산장려 사업의 선도 지역으로 거듭나겠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도시 김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김천/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7-03-10

무신론자, 정교회성당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다

`모스크와 케밥(kebab)의 도시`로 불리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밤 11시에 출발하는 야간 국제열차를 타고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를 향했다. 야식으로 챙긴 소시지와 샌드위치를 안주 삼아 마신 포도주 한 병에 기차여행의 즐거움은 배가됐다.그러나, 여행자가 늘 즐거울 수만은 없는 법. 갑작스런 2번의 여권 검사 탓에 좋았던 기분을 망쳤다.터키-불가리아 국경을 넘은 건 안개 낀 새벽이었다. 불가리아 국경경찰인지 세관원인지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제복 입은 여성이 잠든 기자를 조심성 없이 툭툭 쳤다. 억지로 눈을 뜨니 웃음기 하나 없는 무심한 표정으로 묻는다.“어디 가세요?”“저요? 이거 불가리아행 열차잖아요. 소피아에 갑니다.”“왜요(Why)?”아니, `왜요`라니.이런 불친절한 검문 방식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 바로 며칠 전까지 이란과 터키 국경에서 환하게 미소 짓던 친절한 경찰과 세관원을 만나온 터라 더 기분이 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긴 내 나라가 아닌 외국.화를 내서 좋을 게 없다. 상황만 악화될 뿐이다. 발끈하는 감정을 얼굴에서 숨기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점잖게 대꾸했다.“소피아가 멋진 도시라고 해서 놀러 가는데요.”기자의 대답엔 일언반구의 응대도 없이, 쌀쌀한 표정으로 여권을 돌려주며 제 볼일 다 봤다는 식으로 휙 돌아 기차 침대칸을 빠져나가는 불가리아 경찰(또는 세관원).3시간 후쯤엔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반복됐다. 막 동이 틀 무렵이었고, 또 억지로 잠에서 깨어야 했다.이번엔 제복 입은 남성이었다. 그 역시 기계로 만든 로봇처럼 표정이 전혀 없었고, 던진 질문 역시 앞 상황과 맞추기라도 한 듯 똑같았다.“어디 가세요?”“왜요?”제2차 세계대전 이후 권위적인 사회주의 독재 속에서 오래 살아온 탓인지, 불가리아 사람들의 첫인상은 차갑고 사무적이며 시니컬했다. 친절과 따스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길을 물으면 관광객의 손목을 끌고 목적지까지 바래다주는 터키와 이란 사람들 같은 호의적인 태도를 소피아에선 기대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본 TV 광고처럼 요구르트가 맛있지도 않았다.입국 때부터 기분이 상해있어서였을 것이다. 소피아에서의 보낸 3박 4일은 기대만큼 즐겁지 못했다.도심 한가운데 칼로 두부를 자른 듯 직각으로 서 있는 웅장한 건물들까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대부분 독재정권 시절 축조된 관공서로 짐작되는 것들이기에 그랬다.소피아 중심가를 피해 사람들의 표정에 웃음이 조금은 녹아있는 재래시장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1kg에 1유로(약 1천200원)도 하지 않는 크고 달콤한 분홍빛 체리가 우중충한 기자의 기분을 아주 조금 달래주곤 했다.▲ 조그만 정교회성당에서 홀로 들은 노래그러던 그 나흘 중 어떤 하루였다. 소피아 변두리를 어슬렁거리던 기자는 무슨 마음에선지 불가리아 정교회성당엘 들어가게 됐다.시내 중심가에 지어진 이름난 성당에 비하면, 작고 낡고 보잘 것 없는 곳이었다. 실내는 어둡고 눅눅해 어디선가 곰팡이 냄새가 풍겨올 것만 같았다.그 흔한 성화(聖畵) 한 점 걸려있지 않은 소박한 성당.뭘 해야 할지 모를 어색하고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때, 신부인지 수사인지 모를 한 사내가 온몸을 휘감은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났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서 흔들리는 조그만 향갑(香匣)이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그게 불가리아 정교회의 성가(聖歌)였는지, 일종의 기도양식이었는지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웅얼거림에 가까웠던 음률은 어제 들은 듯 귓가에 선명하다.노래는 장엄하면서도 평화로웠다.신부 혹은, 수사의 노래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긴 나무 의자에 얌전히 앉아 귀와 마음을 동시에 열었다.당시의 평안했던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웅얼거리는 노래가 끝난 후 그가 보일 듯 말듯 한 작은 미소를 보냈다. 그 잔잔한 웃음에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았다.기도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기자는 40년 넘게 무신론자로 살아온 사람인데.▲`소피아 여신상`을 지나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으로아주 드물게 겪은 종교적 공간에서의 체험은 불가리아 사람들의 종교에 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소피아엔 이슬람 성당이 적지 않다. 또한, 불가리아 사람들 대부분이 믿는 정교회의 교당도 많다. 거기에 적은 수지만 가톨릭교회도 있다.꽤 긴 시간 종교를 의도적으로 부정하는 사회주의국가에서 살아온 불가리아 사람들. 그들에게 신(神)과 종교는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때 기자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 소피아 여신상이었다.1990년대 초반. 여신상이 서있던 자리엔 러시아의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1870~1924)의 동상이 자리했었다.사회주의가 몰락한 자리에 들어선 신의 형상. 무언가 의미하는 바가 커보였다.결국 인간이 마지막에 기댈 곳은 사상이 아니라 신이라는 뜻일까?무신론자인 기자의 심사가 복잡해졌다. 생각은 촉수를 뻗어 신과 종교에 관한 본질적인 물음으로 다가갔다. 저 멀리 거대한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성당의 황금빛 지붕이 저녁 햇살을 받아 묘한 색채로 빛났다.그 아래로 불가리아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처럼 성(聖)과 속(俗)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게 아닐까.불가리아는…인구 720만명 다민족 국가다큐멘터리·인형극 수준 높아유럽 동남부 발칸반도에 위치한 나라다. 공식 국명은 불가리아공화국(The Republic of Bulgaria). 면적은 11만879㎢, 해안선의 길이는 354㎞로 몇몇 해변은 휴양지로도 이름이 높다. 인구는 약 720만 명. 수도는 소피아(Sofia)다. 루마니아, 그리스, 터키, 세르비아, 마케도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불가리아인이 전체 인구의 83%를 넘고, 터키인(9.5%), 마케도니아인, 아르메니아인, 러시아인, 그리스인이 함께 생활한다. 전형적인 다민족 국가라고 할 수 있다.불가리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터키어와 마케도니아어를 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국민의 대다수가 불가리아정교(83%)를 믿고, 소수의 이슬람교도(12%)와 가톨릭교도(2%)가 있다. 화폐 단위는 레바(Leva). 1레바는 한국 돈 약 615원이다.주된 산업은 농업으로 1950년대엔 구(舊) 소련 방식의 농업집단화를 실시했다. 소련 붕괴 직전인 1989년부터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받아들여 기술력을 높이고, 생산방식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변화에 따라 현재는 농업생산물의 질적 향상을 추진 중이다. 국내총생산은 516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은 6천700달러다.한국과는 1990년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1994년에는 문화 협정과 이중과세방지 협정, 무역 및 사증면제 협정을 맺었다. 한국은 합성수지, 승용차, 섬유 등을 불가리아로 수출하고 금속광물, 사료 등을 불가리아에서 수입한다.1990년 한국전통무예단이 불가리아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1992년 한국·불가리아 문화교류협회가 발족했다. 이후 서울에서 `불가리아 아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양국 간 문화교류가 활발한 편이다.디나르 알프스산맥과 연결된 발칸산맥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뻗어 있어 국토는 2개의 유역으로 나뉜다. 발칸산맥 북부는 겨울이 길고 눈도 많이 내린다. 반면 발칸산맥 남부는 겨울이 온화한 대신 여름철 기온이 매우 높고 덥다. 국토의 40% 가량이 산지로 이뤄져 석탄, 석유, 철, 망간, 납, 아연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다.다큐멘터리와 인형극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수의 국민들이 축구, 레슬링, 배구 등의 스포츠를 좋아한다. 다뉴브강(江)과 흑해에서는 낚시와 요트를 즐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강력범죄는 잘 발생하지 않지만 소매치기나 좀도둑은 적지 않다. 복잡한 곳에서는 여행자 스스로 가방과 지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사진제공/류태규

2017-03-03

“입찰제도 개편·적정공사비 확보로 합리적 경쟁과 화합 이룰 터”

7천300여개의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건설관련 권익단체인 대한건설협회 유주현(64·사진) 신임회장이 2일 오후 서울에서 취임식을 갖고 3년 임기동안 건설협회를 이끌게 됐다. 유 신임회장은 지난 해 12월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제27대 대한건설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건설업계의 `전경련`이라 불리는 대한건설협회는 1947년 설립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초대회장을 지냈고, 국내 건설산업 발전을 위한 각종 연구 및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하는 단체다. 유 신임회장을 만나 취임소감과 향후 활동계획을 들어봤다.가장 역점 둘 활동은“노후시설물 스마트화생활밀착형 시설물 발굴”정부·국회에 바라는 점“SOC투자확대·활성화지나친 금융규제 개선해야”중소업체 경영난 해소 방법은“공공부문 건설투자 확대분별한 분리발주 막아야”- 국내 최대 건설관련 이익단체의 수장으로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어떤 각오로 이끌어 갈 것인가.△ 여러가지로 부족한 제가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단체인 대한건설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개인적으로 더할 수 없는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2017년은 건설업계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와 도전을 겪는 격동의 한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인해 건설경기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건설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회원 여러분이 저에게 협회 회장을 맡긴 것은 건설협회를 중심으로 침체돼있는 건설 경기를 활성화 시키고,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모색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건설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의 모든 역량을 다 바칠 각오다.- 어떤 부분에 가장 역점을 둘 것인지.△ 무엇보다 새로운 건설시장 발굴에 온 힘을 쏟고자 한다.앞으로는 기존 시설물의 노후화에 따른 성능개선 및 스마트화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협회는 노후 시설물 스마트화 및 생활밀착형 시설물 발굴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그 다음으로는 불합리한 규제 및 발주처의 불공정행위를 개선하고, 적정공사비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해외건설시장에 우리업체가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투자개발형 사업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중소건설업체를 위한 해외진출 지원사업도 추진토록 할 예정이다.아울러 대형건설업체의 협회운영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대·중소 건설업체 모두가 시장의 틀안에서 상생·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건설산업이 침체되고 있는 만큼 건설산업 재도약을 위해 정부와 국회에 바라는 것도 많을 것 같다.△현재 건설업계에는 언제 건설산업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저유가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작년도 해외수주액이 10년전 수준인 282억달러로 떨어졌고, 대내적으로는 SOC투자축소, 주택·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시계제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건설산업을 다른 산업과 달리 규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하지만 건설산업은 대표적인 일자리창출 산업으로서, 고용·공간 복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 규제보다는 진흥정책 중심으로 건설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우선, SOC투자확대가 최우선 정책이 돼야한다. 정부는 SOC 예산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나, 최근 국토연구원 등에서는 선진국 사례를 들어 앞으로도 SOC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있다.특히 시설물의 노후화가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서민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크고 고용창출 효과도 지대한 만큼 SOC투자는 지속돼야 한다.협회도 노후시설물에 대한 성능개선 및 스마트화를 위한 법안 마련 추진 등 SOC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반마련에 노력할 것이다.다음으로는 11·3부동산대책 등으로 내수시장을 지지하던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고 있다.부동산 시장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지나친 금융규제 등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또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건설 시장과 관련해 투자개발형 사업을 위한 정책마련이 필요하다.다행히 정부가 해외 PPP(민간협력사업, Public Private Partnership)전담기구 설립 추진 등을 하고 있으므로 협회도 향후 동 지원기구 설립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적극 협의하는 한편, 중소건설업체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서도 발빠르게 움직일 생각이다.끝으로 종합, 전문 등 칸막이식 업역으로 나뉜 현재의 건설생산체계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종합과 전문간 등록기준 조정을 전제로 영업범위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우리나라 건설업이 효율적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 지원해주기를 기대한다.-대형건설업체들보다 중소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고있다. 중소건설업체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생각인가.△ 지난해 부동산 경기의 반짝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기침체로 건설산업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특히, 중소종합건설업체들의 경우 공공건설투자 부진과 지나친 경쟁으로 공사물량 부족에 따른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는 실정이다.따라서, 중소종합건설업체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서 전체 건설물량 확대 차원에서 공공부문의 건설투자 확대를 이끌어 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종합과 전문으로 이원화된 현재의 업역질서에서 중소종합건설업체들의 희생을 전제로 도입된 소규모복합공사와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와 같은 기형적 제도가 무리하게 확대되는 것을 막고, 업역질서를 정상화하는 노력에 중점을 두겠다.수많은 공종들이 유기적인 시공을 통해 완성돼야 할 건설공사에서 일부 공종들의 분리발주 확대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하지 않도록 무분별한 분리발주 확대 주장에도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예전에 LH공사가 시행하던 `직할공사`제도가 실패로 끝났던 점을 들어 분리발주를 확대하면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려워 하자책임문제가 뒤따른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 부분은 법리적으로 접근해서 설득하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할 예정이다.아울러, 대중소건설업체간에 경쟁과 역할 분담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입찰제도의 개편과 함께 적정공사비 확보로 우수한 품질의 목적물을 건설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입찰제도 개편·적정공사비 확보는 건설업계 오랜 숙제다.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현재의 건설업계 어려움은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는데서 생긴다.원도급업체가 적정공사비를 제대로 못받으니 하도급업체에도 적정공사비를 제대로 못주게 된다. 현재 건설업체들은 추정가의 80% 정도를 받아서 이윤을 떼고 하도급업체에 주고있는 상황이다.2012~2013년 미국 연방도로청에서 발주된 사업의 추정가 대비 낙찰률은 93.5%였고, 일본의 국토교통성 발주공사 역시 낙찰률이 91~92% 수준으로 한국에 비해 훨씬 높다.더구나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종합평가제의 공사비가 종합심사제(국가)에 비해 다소 높게 책정되자 정부가 종평제 공사비를 다시 낮추려고 한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외적으로 예산 절감했다고 한다.소비를 진작하고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기업에 이윤이 남아야 돈이 돌게 된다. 그걸 제대로 안하니까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전체 경기도 나빠진다고 본다.이는 전문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이윤이 빠듯하다보니 손해가 나는 경우가 많다.그래서 전문건설업의 경우 공사하다 회사가 부도가 나서 보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의 손실규모가 커지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지난 번 건설협회장 선거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업계 내부의 화합과 통합도 중요하다고 보는데….△평생 건설업에 몸담아오면서 제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3년간 우리 업계의 화합과 통합, 그리고 협회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먼저, 대중소 구분없이 회원사 목소리에 귀를 열고 맞춤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각종 서비스 업무를 발굴해 나갈 것이며, 새로운 시대조류에 걸맞게 급변하는 건설환경을 주도하는 협회로, 회원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특히 회원사의 협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업계발전에 대한 수시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원로회의`를 신설하고, 대형사의 적극적인 협회 참여장치를 마련하는 등 대중소 업체간 화합·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유주현 신임 회장 프로필유주현 신임 회장은 1953년 경기 안양 출생으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건설산업최고전략과정을 거쳐 1993년 신한건설 대표이사에 취임해 현재는 신한건설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03년 건협 경기도회 제18~19대 회장을 역임하고, 2009년부터 경기도회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또 경기도 양궁협회장, 경기교육장학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2017-03-02

청도에서 막 도착한 봄 초대장

“청도는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문화의 도시로서 조상의 얼과 전통을 토대로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해 보다 다양한 체험 관광코스와 먹거리 개발로 관광도시의 위상을 한층 더 높여나가겠습니다.”이승율사진 청도군수가 봄 향기 가득한 청도에서 신선한 먹거리와 다양한 체험관광을 즐겨줄 것을 부탁하며 청도행 초대장을 보냈다. 청도에서 다가올 봄을 즐기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독특한 향과 맛의 한재미나리도 먹고매주 토·일 소싸움의 박진감에 취하고빛으로 만든 동화속에서 황홀함까지오감이 즐거운 청도에서 `봄 즐기기`◇ 봄 향기 물씬 풍기는 `청도 한재미나리`청도 한재미나리는 199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농약 재배로 품질인증을 받은 청정채소다. 봄철 까칠한 입맛을 돋궈주고 혈액 순환을 도와 몸에 쌓인 독소를 체외로 내보내는 봄철 최고의 영양식품이다.한재는 볕이 잘 드는 지역이지만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비닐하우스를 동서 방향으로 지어 옆면을 통해 남쪽으로 드는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했다. 한겨울에도 섭씨 18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해 밤에는 따뜻한 지하수를 미나리 밭에 대고 낮에는 물을 빼는 작업을 거친다.이런 재배방식을 통해 다른 미나리에 비해 실하고 부드러운 한재미나리를 수확할 수 있다. 한재미나리는 식감이 연하고 맛과 향이 독특하다. 3~4월에 줄기가 굵고 속이 꽉차 미나리 중 최고로 꼽힌다. 취향에 따라 미나리와 삼겹살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매주 열리는 청도소싸움… 박진감 넘쳐청도소싸움 전용 돔형경기장은 매주 토·일요일 박진감 넘치는 황소들의 우직한 힘겨루기와 함께 소싸움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찬다.청도소싸움 경기장은 국내 최초의 자동 개폐식 돔형 경기장으로 1만1천245석의 좌석을 갖추고 비나 눈이 와도 전천후 경기가 가능하다.오는 3월 30일부터 4일간은 `2017 청도 전통민속소싸움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 빛의 향연 `청도 프로방스` 축제 청도소싸움 경기장 바로 맞은편 산자락은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1천만 개의 LED 조명등이 한꺼번에 켜지면서 화려하게 변신한다.형형색색의 조명등과 어우러진 하트 모양의 불빛터널, `백설공주`와 `헨젤과 그레텔` 등 동화 속 주인공을 만나 볼 수 있는 `별빛동화마을 빛 축제`프로방스다. 국내 최초 310m 야간 짚라인,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놀이시설 등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어 가족여행객에게 인기다. ◇ 터널 속에 자리한 저장고 `와인터널` 와인터널은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에 완공된 구 남성현 터널로 와인 숙성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자연의 멋도 한껏 즐길 수 있는 터널이다. 직육면체의 화강암과 적벽돌을 3겹의 아치형으로 조적해 건설된 자연석 터널로 상시 온도가 13~15도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와인을 발효·숙성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무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아름다운 와인터널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특색 있는 관광명소 개구리박물관과 화양읍 다로리 주민의 삶이 집집마다의 담벼락에 그려진 반시밸리 벽화마을도 만나볼 수 있다.◇ 인기 만점 청도 레일바이크지난해 개장한 생태공원과 청도 레일바이크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청도레일바이크는 청도읍 유호리 청도천변에 왕복 5㎞의 경부선 옛 철길을 복원해 운영하고 있다. 철길 옆 테마산책로에는 이색자전거를 비치해 관광객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레일바이크 이용료는 4인기준 대당 2만5천원이며, 이색자전거는 2인승은 1만원, 4인승은 2만원인데 1시간 30분 동안 이용할 수 있다.올 상반기 인근에 완공 예정인 자전거 시범공원도 이용객들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체험형 레저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지닌 `운문사` 운문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솔 향기 가득한 솔바람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기슭의 평탄한 자리에 담장의 높이마저 가지런한 사찰이 나타난다. 25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경학을 수학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승가대학 운문사다.운문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고찰로 고려시대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180호 처진소나무 외 30여 동의 건물과 9점의 보물, 11명 고승대덕의 영정과 그외에도 많은 문화재가 보존돼 있는 곳이다.운문면 가슬갑사는 신라시대 원광법사가 화랑의 `세속오계`를 만들어 전파한 곳으로 화랑정신의 발상지다. 청도군은 화랑정신을 계승하고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 인근 30만㎡ 부지에 화랑발상지기념관과 정신수양관, 화랑단체촌, 국궁장, 야영장 등 신화랑풍류마을을 조성한다. 단체생활을 통한 호연지기를 함양하는 시설로 오는 9월 개장할 예정이다. 또한 운문댐 안쪽에 3개의 야구장으로 건설된 청도베이스볼파크가 올해 공사 착수를 추진 중에 있어 이들 시설이 모두 들어서면 운문면 일대가 하나의 관광벨트가 되고, 이곳에서 체험관광과 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이승율 청도군수는 지역 농협장과 군의회 의장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농민이나 지역업체에서 생산한 농·특·가공품 등을 관광문화와 연계해 6차산업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관심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부자농촌 청도`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이 군수의 약속이자 다짐이다.청도/나영조기자 kpgma@kbmaeil.com

2017-02-27

`책 읽는 도시` 구미 삶의 품격을 높이다

구미시가 독서운동으로 도시의 품격(品格)을 높이고 있다. 구미시는 전 시민이 하나의 책을 통해 동일한 정체감을 형성해 보자는 취지로 지난 2007년부터 `한책 하나구미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지난해 4월 15일에는 `한책 하나구미 운동`1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기도 했다. 구미시는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작가와 함께하는 북 토크, 북 아트, 책 읽어주는 할머니 체험 등 다양한 독서 행사도 함께 진행해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꾸준히 책 읽는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도서관 건립에 힘써 온 결과 전국 자치단체 중 열람석수 1위, 보유장서 2위의 `도서관 도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구미시는 그동안 `회색도시`, `산업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이제는 대한민국독서대전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구미시가 10년 동안 진행한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알아봤다.`한책 하나구미운동` 10년째 전개북 토크 등 다양한 이벤트 큰 호응시민 자발적 참여 독서문화 이뤄내전국 지자체 중 열람석수 1위회색·산업도시 이미지 벗고명실공히 `도서관 도시` 자리매김□ `한책 하나구미 운동`의 시작구미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시민의 80% 이상이 일자리를 찾아 온 외지인들로 구성돼 있다보니 좀처럼 연대감을 조성하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이에 남유진 구미시장은 책으로 시민들의 동일한 정체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책 읽기 운동을 제안한다.평소 책 읽기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던 남 시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2007년부터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시작됐다. 이 운동은 본래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시작된 `원 시티 원 북(One city One book)운동`을 벤치마킹한 것이다.한 도시의 구성원 모두가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함께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는 독서캠페인이다. 실제 시카고에서 `앵무새 죽이기`를 시민들이 함께 읽고 고질적인 인종문제를 극복하자, 책 읽기 운동은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미시 외에 청주도서관과 부산시민도서관 등이 이를 벤치마킹해 책 읽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책 읽기 운동은 시민 스스로`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가 참여해야만 했다. 구미시도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강요하는 책 읽기가 아닌 자발적인 독서참여 문화 조성`이었다고 말한다.남 시장도 “좋은 책을 선정하고 배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민들이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임을 강조해 왔다. 구미시는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집중했다.이를 위해 매년 올해의 책 선포식을 시작으로 독후감쓰기 대회, 책을 읽고 난 후 토론회, 북콘서트, 성과전시회 등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의 책 선정은 후보도서 추천에서부터 선정까지 모두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지도록 했다. 시민들의 참여는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10년 동안 진행되는 큰 힘으로, 매년 참여하는 시민들의 수가 늘어갔다.첫해인 2007년 올해의 책 선정에 참여한 투표자가 1만5천115명이었던 것이 지난 2016년에는 2만9천146명으로 거의 2배 가량 증가했다. 또 지난해까지 올해의 책 투표, 선포식, 북 콘서트, 독후감 행사 등에 참여한 시민들도 약 22만여명에 이른다.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함께 책 읽는 독서문화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연도별 올해의 책에 선정된 도서는 `2007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2008 연어(안도현)`, `2009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2010 지도 밖으로 행진하라(한비야)`, `2011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 `2012 생각한다는 것(고병권)`, `2013 초정리 편지(배유안)`, `2014 여덟 단어(박웅현)`, `2015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설흔)`, `2016 모두 깜언(김중미)`등이다. 2017년 올해의 책은 현재 신청을 받아 시민 심사위원회에서 검토 중에 있다. □ 독서문화가 `독서 인프라` 구축으로`한책 하나구미 운동`으로 책 읽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독서를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 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구미시에는 시립중앙도서관과 경북도립도서관 단 두 곳의 도서관 밖에 없었다.하지만, 책 읽는 시민들의 요구와 책 읽기 운동을 전개한 구미시의 노력으로 현재 시립중앙, 인동, 상모정수, 봉곡, 선산, 경북도립 등 6개의 공립도서관을 지닌 도서관 도시로 발전했다. 내년 완공 예정인 양포도서관까지 건립되면 7개의 공립도서관을 갖추게 된다.구미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은도서관 2개, 2개의 도서실, 새마을 문고 37개 등을 갖추면서 열람석 수가 5천142석, 장서 수는 101만8천961권으로 전국 지자체 중 열람석 수 1위, 장서 수 2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전국 최고의 책 읽기 좋은 도시로 명성을 얻었다.시는 또 도서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문앞 도서대출 서비스, 희망도서 신청, 도서대출 예약신청, 무인도서관 운영과 지체장애인과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대출도서 무료 택배 서비스, SMS 문자서비스 등도 운영하고 있다. □ 대한민국독서대전 유치 추진구미시는 10년 넘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고 있는 `한책 하나구미 운동`을 기반으로 올해 대한민국독서대전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지자체가 주관하는 대한민국독서대전은 독서의 달인 9월에 3일간 진행되는 전국 규모의 독서 박람회다. 또한 독서와 교육, 문화와 예술이 융합된 종합적 예술축제다.구미시는 대한민국독서대전을 유치하게 되면 문체부에서 `책 읽는 도시`로 선포되고, 이를 통한 독서문화 활성화와 독서·출판 단체들의 네트워크 구축으로 관련 산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에 시는 지난 8일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 유치를 위한 자문단을 위촉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특히, 남유진 시장은 지난 16일 미국을 방문해 `한책 운동`의 발상지인 시애틀 공공도서관과 MOU를 체결하고 `한책 하나구미 운동`과 교류하기로 합의했다.또 야외도서관인 `스토리 팟(The Story Pod)`의 국내 최초 도입을 위해 지난 21일 캐나다를 방문해 토니 반 바이넌 뉴마켓 시장과 면담을 갖고, 양 도시간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스토리 팟 운영 노하우 등을 전해 들었다. `스토리 팟`은 약 7㎡(1.8평)의 작은 공간에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곳이다. 주민들이 놓고간 책들을 다른 방문객이 빌려 읽고, 서로 자유롭게 기부도 하는 등 `순환 방식`으로 운영되는 작은 도서관이다. 구미시는 미국, 캐나다의 선진 도서문화를 벤치마킹 해 시민들이 실생활 속에서 더욱 쉽고, 가깝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독서문화 환경을 조성해나갈 방침이다. 구미시의 이러한 노력이 대한민국독서대전 유치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7-02-24

사라예보 가톨릭 구역에서 정신을 잃고 헤매다

전말을 알게 되면 누구나 통곡할 수밖에 없는 발칸반도의 역사. 상호배제와 끔찍한 학살, 비명과 고통이 수백 년간 반복돼온 아픔의 땅.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인간으로서의 희망`을 보스니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무심한 햇살과 그 아래 새하얀 비석들 수만 개가 아프게 눈을 찔러오던 사라예보의 공동묘지. 실핏줄이 터진 붉은 눈동자로 사납게 짖어대던 개를 막대기로 쫓아준 꼬마들이 또래다운 호기심을 발휘해 드물게 보는 동양인인 기자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왔다.하지만 그날 그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들었고, 무슨 대답을 했는지 도통 떠오르지가 않는다. 시간은 증발했고 기억은 휘발됐다. 그건 단지 기자와 꼬마들의 힘겨웠던 의사소통 탓만은 아니었을 터.아이들이 하나둘씩 산을 내려가고도 한참동안 더 묘지에 앉아 있었다. 시들어버린 장미와 암녹색 이끼, 해독할 수 없는 문자가 새겨진 비석을 눈앞에 두고. 참담함이라고 해야 할까, 향하는 곳이 분명치 않은 분노라고 불러야 할까? 당시의 심정을 아직도 명확하게 표현할 수가 없다.어둠이 사라예보의 산과 묘지를 온전히 뒤덮은 다음에야 벗어놓은 슬리퍼를 꿰신고 시내 중심가로 내려왔다. 이 막막함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뒤집혀진 마음 상태론 술을 마시는 것 외엔 할 게 없었다. ▲ 하얀 비석을 뒤로 하고 내려와 마구잡이로 폭음술을 팔지 않는 무슬림 구역을 지나 숙소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가톨릭 구역으로 휘청거리며 걸었다. `학살의 그날` 새겨진 총탄 자국 선명한 건물들이 스쳐갔다.보스니아 내전 기간 동안 사라예보는 세르비아계 군인과 민병대에 포위돼 있었다. 식량이나 물을 구하러 거리로 나온 아이와 노인들은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을 맞고 생이 꺾이곤 했다. `죄 없는 죽음`이 곳곳마다 넘쳐났다. 사라예보 한복판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을 담은 조형물이 있다. 그건 내전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추모하는 것이고, 총탄 자국이 흉한 건물을 새로 단장하지 않는 이유는 `슬픔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런 구체적인 사실을 기자는 한국에 돌아와서야 책과 인터넷을 뒤져보며 알게 됐다.마침내 도착한 가톨릭 구역. 조그만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 술을 마셨다. 싸구려 위스키로 시작해 러시아 보드카와 맥주, 나중에는 알코올 함량이 60%를 넘나드는 라키아(Rakia·유럽산 자두나 청포도를 증류한 투명한 술)까지 벌컥댔다. 끝도 모르게 이어진 폭음이었다. 저녁도 거른 채 급하게 들이켠 술은 엉망의 취기를 불러왔다. 주위에 앉은 보스니아 사람들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윙윙거리더니 한순간 사라져버렸고, 술집 앞 거리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환시가 보였다. 나중에는 “사람이 사람에게 이럴 수가… 사람이 사람에게 그럴 수가…”라는 혼잣말까지 지껄였던 것 같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기억의 회로가 끊겨버렸다. 샛노란 달이 처연하게 밝은 밤이었다.멈췄던 기억의 회로가 다시 작동을 시작하고 정신이 돌아온 건 다음날 아침 게스트하우스에서였다. 지갑과 여권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침대 머리맡 가방에 그대로 들어있었다. 어떻게 술집에서부터 숙소까지 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술값을 제대로 지불했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 직원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사라예보에 도착한 첫날부터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기자가 건네는 물음에 친절하게 대꾸해주던 금발의 20대 여성이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미안한 일이었지만 거두절미하고 질문부터 던졌다. “저기, 제가 어젯밤 언제쯤 들어왔죠?”“새벽 2시가 좀 넘었을 거예요. 얼마나 마셨는지 엄청나게 취해 보였어요.”“아 그래요…. 혹시, 결례를 하지는 않았나요?”“아뇨.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쓰러져 잤으니까요.” ▲ 슬픔과 부조리의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그쯤이면 천만다행이지 싶었다. 자신의 슬픔을 다른 사람에게 전이시키거나, 신파조의 슬픔을 무기 삼아 주위를 괴롭히는 건 마흔을 넘긴 사내가 젊은이들에게 할 짓은 아니지 않나. 고통과 아픔을 홀로 삼킬 줄 알아야 어른이라 할 수 있다. 별다른 실수가 없었다는 걸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돌아서는데 등 뒤에서 그녀의 걱정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젯밤에 친구랑 거리를 지나다가 술집에 혼자 앉아있는 당신을 봤어요. 심각한 표정이던데 왜 그랬어요? 사라예보가 싫은가 봐요?”그 예상치 못한 물음에 이런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그렇지 않아요. 사라예보는 좋습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싫죠.” 그 여자 앞에서 주제넘게 철학자 흉내를 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자도 가끔은 `대체 인간이란 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같은 종(種)을 죽이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악독한 행위다. 그러나 자신의 생존과 행복이 아닌 다른 존재의 행복과 생존을 위해 제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이다. `희생`은 인간만이 사용하는 단어다. 양립되기 힘들어 보이는 극단을 오가는 인간. 바로 그 인간들이 만들어온 것이 역사다. 쉽게 이해되고 수긍할 수 있는 역사가 있다면, 불가해하고 일그러진 역사의 시간 역시 분명 있었다. 그렇다면 그 불가해하고 일그러진 역사로부터 인간은 무엇을 배워야할까?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반성하지 않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보스니아 사람들은 내전과 학살의 아픈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그리고 2017년 오늘. 한국은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있나.`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영화와 만나다영화는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어렴풋이나마 추측하게 해주는 대리체험의 교과서다.참혹했던 `보스니아 내전`의 전개 과정과 인간존재의 의미를 되묻게 만드는 `인종청소`의 끔찍함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가지게 해준다.아래 소개하는 3편의 영화는 여기에 더해 감동과 카타르시스까지 주는 작품들이다.보스니아를 필두로 발칸반도의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감상해보길 권한다.▲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 `그르바비차`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 `그르바비차` ▲ 사라예보 외곽의 작은 마을 그르바비차에 사는 소녀 사라는 아버지가 없다. 엄마인 에스마는 “아빠는 전쟁에서 불쌍한 사람들을 구하려다가 죽었다”고 말한다.사라는 그런 아빠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엄마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수학여행을 앞둔 딸에게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있었으니, 사라의 아버지는 전쟁영웅이 아니라는 것. 어린 딸에게는 숨기고 싶었던 불행한 과거를 들키게 된 엄마.모녀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는데…. 보스니아 출신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의 데뷔작으로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웰컴 투 사라예보`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웰컴 투 사라예보` ▲ 사라예보의 참상을 취재하러 온 종군기자 플로이드와 마이클. 둘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학살에 할 말을 잃어버린다.직접 보면서도 믿기 힘든 전쟁의 잔인한 맨얼굴에 치를 떨던 그들 앞에 고아 소녀 에미라가 나타난다.어떻게 해서건 이 소녀를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시키고 싶은데…. 1997년 제작된 작품으로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최초의 영화로 알려져있다.종교간 대립과 인종갈등이 인간을 어떻게 악마로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전쟁을 기록하는 종군기자의 윤리문제에도 카메라 렌즈를 가져다댄다.▲ 안젤리나 졸리 감독 `피와 꿀의 땅에서`안젤리나 졸리 감독 `피와 꿀의 땅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젊은 여성 아일라는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 세르비아 군인들에게 납치돼 수용소로 끌려간다.그곳에선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끔직한 일들이 매일 벌어지는데….할리우드 인기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원제는 `In The Land Of Blood And Honey`. 사람이 사람을 죽고 죽이는 비극의 현장인 전쟁터.그 참화 속에서도 사랑의 숭고함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영상으로 전함으로써 보스니아 사람들의 생채기를 어루만져준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2-24

비극의 역사 없이 세워진 나라가 있을까

사람살이의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재래시장은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그간 여행한 나라마다 시장은 빼놓지 않고 들렀다. 하지만, 박물관이나 유적 등에 관한 흥미는 크지 않다. 사람마다 여행스타일이 다르니까 그렇다.사라예보에서도 굳이 박물관을 찾아갈 생각은 없었다. 라틴 다리 인근 노천카페에 앉아 높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시원한 보스니아 맥주를 마시며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게 더 좋았다.그런 여유를 즐기는 가운데 멀리 산마다 새하얗게 들어찬 것들이 눈에 띄었다. 저게 뭐지? 궁금증이 일었다. 사라예보는 야트막한 산으로 빙 둘러쳐진 지형이다. 그 산마다 하얀 기둥 혹은, 막대기 같은 게 지천이다. 뭘까? 궁금증은 즉각 해소해야 한다. 게다가, 게으른 여행자에게 남는 것은 시간뿐이니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슬리퍼를 끌며 천천히 산에 올랐다. 비구상 같던 풍경은 금세 실체가 돼 눈앞에 펼쳐졌다. 하얀색 비석이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일이십 개도 아니고, 일이백 개도 아니다. 수천수만 개였다. 비석, 무덤, 떼죽음, 학살(Genocide), 비극, 인종, 종교….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단어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으로 휙휙 지나갔다. 그때가 한여름이었음에도 한기가 몸을 엄습해왔다. 어디서 온 것인지 탁한 침을 흘리는 개 몇 마리가 기자의 주위에서 으르렁거렸다. 눈알이 시뻘겋게 충혈돼 있었다. 위협적이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비석… 죽은 자들의 공간그 순간, 전후 맥락도 없이 왜 원로시인 고은(84)의 `문의마을에 가서`라는 시가 떠올랐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문득 팔짱 끼어서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모든 것은 낮아서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아무리 돌을 던져도죽음에 맞지 않는다겨울 문의여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갑작스러운 두통이 밀려왔다.아시아의 참혹한 학살 현장인 캄보디아 `킬링 필드`(Killing Fields)를 본 후 겪었던 것과 유사한 공황상태에 빠졌다.“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를 혼잣말로 반복해 읊조리며 망연자실 서 있는 기자 앞으로 보스니아 아이들이 다가와 개를 쫓아줬다. ▲ 때론 환멸을 부르는 인간들의 악행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단어를 치고 엔터키만 누르면 줄줄이 나열되는 정보를 혼자 아는 척 길게 인용할 필요는 없다. 해서 기자가 알고 있는 동서양 현대사의 `비극적 죽음`에 관해 짤막하게 요약하려 한다.먼저 1980년 광주항쟁. 18년을 장기집권 하던 독재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았다.최측근으로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비명에 간 것이다. 이어진 12·12 쿠데타. 전두환과 노태우, 박준병과 정호용 등 권력을 잡은 육군사관학교 동기들. `신군부`로 불리던 이들에겐 휘어잡은 헤게모니를 공고히 해줄 희생양이 필요했다.광주가 피를 흘렸다. 수백 명이 죽었고 수천 명이 다쳤다. 제 나라 군인이 쏜 총탄에 자국민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5·18은 역사의 아이러니였다. 그로부터 37년의 세월.아직도 5월이 되면 광주엔 고통을 호소하며 정신병원을 찾는 환자가 다른 달보다 많다고 한다. 다음은 1976년 크메르루즈(Khmer Rouge)의 캄보디아 대학살. 1975년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에 경도된 프랑스 유학생 출신 게릴라들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장악한다. 농촌을 중심으로 하는 원시적 공산체제를 꿈꾸었던 이들은 무지막지한 개혁을 단행한다. 아니, 개혁을 빙자한 학살을 자행한다. 크메르루즈는 지식인과 유산계급의 씨를 말리려 했다.손에 굳은살이 박이지 않았다고, 글을 읽을 줄 안다고, 안경을 썼다고 처형장으로 끌고 갔다.심지어 공무원과 교사의 어린 자식들까지 마구잡이로 죽였다.폴 포트, 카잉 구엑 에바브 등이 주도한 학살이었다. 4년간의 크메르루즈 집권기간 동안 캄보디아 인구 800만 명 중 150만 명이 살해됐다.그리고, 보스니아 내전. 1990년대 초반 소련연방 붕괴 후 동유럽 전역은 독립과 자치를 요구하는 서로 다른 민족들의 목소리로 뜨거웠다. 유고슬라비아연방에 속해 있던 보스니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민투표를 통해 연방에서 탈퇴한 1992년. 보스니아 국민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세르비아계는 그들과 종교가 다른 무슬림이 나라의 패권을 쥐는 걸 저지하려 했다. 유고연방의 주도국이었던 세르비아의 지원 하에 학살자들이 보스니아로 속속 들어왔다. 당시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의 최고 정치지도자와 군사령관이 합세해 수도 사라예보를 포함한 보스니아 전역에서 `인간 도살`을 시작했다. 차마 입에 올리기 힘든 일이 수년간 일상처럼 벌어졌다. 20만 명 이상이 죽고, 250만 명에 이르는 난민이 발생했다. 여섯 살 여자아이와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까지 이마에 조준사격을 해 죽였다.수천·수만의 무슬림들이 학대와 강간을 당했고,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 격리됐다. 부정할 수 없는 `야만의 시간`. 이전 여행기에서 언급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라도반 카라지치, 라트코 믈라디치 등이 주도면밀하게 진행한 학살이었다. 유럽에서 맛보는 이슬람 요리낯설고 물선 외국에서 독특하고 생소한 요리를 맛본다는 건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 하나다.보스니아는 유럽 대륙에 위치해있음에도 이슬람교의 생활양식이 보편화된 국가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향을 받아 이슬람 음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국민의 거의 절반이 무슬림이기에 그렇다. 사라예보에 머무는 관광객들이라면 한 번쯤 무슬림식당에 들러 이슬람 요리를 맛보는 것도 즐거운 체험이 되지 않을까.◇ 독특한 향신료를 사용한 양고기와 닭고기 요리돼지고기 먹는 걸 금기로 여기는 무슬림들은 단백질과 지방 보충을 위해 양고기와 닭고기를 즐겨 먹는다.재료를 숯불에 구운 것에서부터 기름에 튀기거나 물에 끓인 것까지 요리방식은 수십 가지다.아랍에서 건너온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이슬람 고기 요리는 한국에선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맛과 향을 여행자에게 선물한다.화덕에 구워 기름기가 없고 담백한 빵을 곁들이면 푸짐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다만 향신료 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먹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슬람 요리는 `무슬림 구역`에서사라예보는 지금도 무슬림 구역과 가톨릭 구역으로 양분돼 있다.터키 요리와도 비슷하고, 중동 음식과도 유사한 보스니아의 이슬람 요리는 당연지사 무슬림 구역의 식당에서 판매된다. 많은 미식가들로부터 “최고의 향신료”로 칭송받는 샤프란(Saffron)을 섞어 만든 향기로운 밥이나, 구운 가지와 토마토를 곁들인 양고기 스테이크를 맛보려면 무슬림 구역으로 가야한다.가톨릭 구역에선 이슬람 요리를 맛보기 어렵다. 무슬림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친절한 보스니아 사람들이 웃으며 길을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라마단 기간엔 식당이 문을 닫으니 주의이슬람교도들이 `신성한 달(月)`로 여기는 라마단(Ramadan) 기간에는 모든 무슬림이 해가 떠서부터 질 때까지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다. 이 시기에는 거의 대부분의 무슬림식당이 일몰 때까지 문을 열지 않는다.사라예보의 무슬림식당도 마찬가지다. 독실한 무슬림의 경우에는 이 기간에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담배도 피우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이슬람교도가 많은 지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라마단 기간을 반드시 고려해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자칫하면 종일 굶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애주가에게 정보 하나 더. 무슬림식당에선 술을 팔지 않는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2-17

복지예산 1천억 시대 개막… 체감하는 `행복 문경` 실현

문경시는 최근 2017년도 복지예산 1천억원 시대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 전체 예산 5천585억원의 18%로 복지부서별 예산을 살펴보면 사회복지과 213억3천200만원, 노인장애인복지과 555억800만원, 여성청소년과 240억4천만원이다. 시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전국 22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복지사업 복지재정효율화 부문 부적정수급 환수·확인조사 평가에서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돼 기관표창과 3천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또한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자 지난해 1천174명에서 1천289명으로 대상자를 확대하고, 수당을 2만원씩 상향 지원한다. 지역 내 2천800개 위생업소에 대한 친절교육으로 모범업소를 육성하고, 지도점검 및 위생교육을 통해 안전한 식품관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년도 문경시가 추진하는 사회복지정책을 살펴본다.사회·여성·청소년·노인·장애인 복지예산 확충일자리 제공으로 저소득층 자활·자립 돕고위기가정에 후원금 전달…주민화합 유도□ 읍면동 복지허브화`읍면동 복지허브화`를 통한 국민중심의 맞춤형 복지전달체계 개편으로 문경은 2016년 7월 문경읍 및 점촌5동 2곳을 설치했으며, 금년에는 경북 최초로 `권역형 읍면동 복지허브화`를 추진해 문경읍과 점촌5동에서 운영하던 것을 8개 읍·면·동 권역형으로 확대했다.`읍면동 복지허브화`로 찾아가는 복지상담을 실시해 지역주민 재능기부, 후원금품 등 연계·지원으로 공공복지를 보완할 수 있는 민관협력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 흥덕종합사회복지관 건립지역간 균형있는 복지시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종합적인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흥덕종합사회복지관 건립사업`을 2018년 준공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현재 총 사업비 36억 중 21억을 확보했고 국·도비 15억원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시설은 경로식당 및 건강증진실, 프로그램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종합복지서비스 시설로 현재 설계용역에 들어가 있다. □ 2017년 맞춤형 급여 확대국민기초생활보장 맞춤형급여 생계지원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6억원이 늘어난 102억원을 지원한다.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맞춤형 생계급여 선정기준이 2017년 중위소득 30%(4인기준 4백46만7천380원)이하로 확대되고, 생계급여도 5.2% 인상돼 좀 더 많은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 정확한 조사로 빈틈없는 복지제공11개 분야의 복지대상자 선정기준 인상에 따라 새롭게 수급자로 선정 가능한 대상자와 신규수급 신청자에 대해 사회보장 시스템을 활용해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를 벌여 빈틈없는 복지를 제공한다. 또한 기존 수급자를 대상으로 2017년 복지수급자 연간 조사계획을 수립해 부정수급 예방을 강화할 계획이다. □ 일자리 제공이 최선의 복지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의 자활·자립을 위해 읍면동, 문경지역자활센터, 문경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통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성 있는 자립지원 직업상담사가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밀착사례관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개소한 문경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고용과 복지서비스를 함께 지원하고 있다.이밖에도 근로소득이 발생한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 목돈을 만들어 향후 탈수급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희망·내일키움통장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 저소득 주민 생활안정자금 지원사업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전세 입주보증금 및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보증금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지원 규모는 3억6천만원으로 3년거치 일시상환 조건이다.전세입주보증금 융자는 최대 3천만원까지 가능하며, 영구 임대아파트 입주보증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정한 입주보증금 내에서 융자신청이 가능하다. □ 위기가구에 대한 긴급 복지지원긴급 복지지원은 갑작스런 위기상황에 처한 저소득층을 발굴해 위급상황을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생계·의료·연료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이 사업은 긴급복지 지원대상에 따라 보건복지부 129긴급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제이티에스를 통해 지원하며, 생계가 곤란한 저소득층을 조기에 지원해 실질적인 위기상황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 복지체감도 올리고 사각지대 줄이고저소득 위기가구를 신속하게 발견해 맞춤형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복지제도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고, 복지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며, 읍·면·동 사회복지담당 공무원과 통합사례관리사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한 방문상담을 진행하고 있다.위기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후원금 지원, 집수리 개선사업 등 민간단체와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 이웃사랑 수호천사 릴레이찾아가는 맞춤형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법적 수혜를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의 숨은 기부자를 발굴해 매달 4명의 후원자가 위기가정 4가구를 직접 방문해 후원금을 전달하는 1:1 후원사업이다.수호천사 활동 참여로 나눔문화를 확산하고 주민화합을 유도해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문경시 종합자원봉사센터 운영문경시 종합자원봉사센터에 현재 등록된 자원봉사자는 175개 단체 1만6천431명으로 지역축제, 문화행사, 재난지원, 환경보호 등 분야별로 활동하 있다.주요 사업은 재가노인 식사배달사업, 행복마을 만들기(집수리사업, 문패 달아주기 등), 푸드뱅크사업 등이 있다. 나눔을 통한 행복도시 문경 만들기에 동참하고, 자원봉사 대회 등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의 사기 진작과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은 문경시가 지역의 특성과 주민의 복지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발굴하고 시행하는 사업으로 기준 중위소득 120%(4인 기준 4백46만7천380원) 이하의 18세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아동·청소년 정서발달 지원서비스, 인터넷 과몰입 아동청소년 치유서비스, 장애인 보조기구 렌탈서비스, 비만 건강관리서비스 등 4개 분야로 사업비 2억9천8백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저소득 주민을 위한 의료급여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어려운 저소득 주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급여제도 대상자는 2천660세대 3천440명이다. 진료비 157억원, 의료급여 현금급여사업 2억2천900만원, 수급권자의 합리적 의료관행 유도 및 과다이용자 체계적 관리를 위한 사업에 10억1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 보훈선양 사업 전개문경시의 국가유공자 보훈명예수당 대상자를 유족에서 국가유공자로 확대했으며, 보훈수당 및 명예수당을 2만원씩 상향 조정했다. 또한, 보훈단체 활성화를 위해 연간 9개 보훈단체에 1억2천5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현충시설인 박열의사기념관과 운강이강년기념관을 운영해 애국애족 정신을 선양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운강 이강년 선생의 순국 110주년을 맞아 운영에 내실을 기하고 있으며, 향후 역사인물 선양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점촌4동 한절골에는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교두보 역할을 한 고(故) 박동진 중사 기념비를 설립한다.□ 모범 위생업소 육성문경전통찻사발축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전국단위 행사에 대비해 2천800곳 위생업소에 대한 점검과 친절교육, 음식문화개선사업 등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관광지 등의 업소를 대상으로 소비자식품 위생감시원을 활용한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위생지도점검 및 친절교육을 강화하고 있다.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위생·영양관리를 지원한다. 더불어 숙박, 이·미용 등의 공중위생업소도 서비스 평가 및 위생용품 지원을 통해 전국 최고의 모범중소도시에 걸맞은 위생업소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7-02-13

노인이 건강하고 노인이 웃는 도시 100세 시대 준비된 상주시라 전해라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상주는 경상도의 뿌리로서 전형적인 농업도시이자 살기 좋은 전원도시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드넓은 들판은 순후한 인심을 잉태하고 맑은 물과 청량한 공기는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근간이 되고 있다.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토양에서 생산되는 각종 친환경농산물 또한 보약이 부럽지 않은 건강식품들이다. 여기에 더해 건강 100세·아름다운 인생을 추구하는 차별화된 상주시의 의료보건 정책은 행복한 상주, 건강한 상주를 만들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유치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상주시는 특정 기관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 입주하는 기업 등에 대한 밀착형 의료보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러한 상주시의 보건 시책을 상세히 검토해보고자 한다.밀착형 의료보건서비스 추진진료소·건강증진센터 신·증축65세 이상 어르신 등록·관리치매 조기검진 검사비 지원◆ 보건시설 현대화를 통한 양질의 의료서비스상주시보건소는 보건의료시설 현대화계획(2008~2017년까지)에 따라 보건소와 43개 보건지소 및 진료소,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을 신·증축했다.또 PACS 방사선 장비, 생화학자동분석장비, 골밀도 측정기, 치과유니셑, HIV 검사기 등 240여종의 현대화 의료장비를 보건소와 보건지(진료)소에 비치해 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골다공증의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해 방사선실에 최신 골밀도 검사장비를 구입 비치해 폐경기 전후의 여성, 노인, 요통이나 관절염이 있는 사람, 당뇨병 환자 등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검사를 하고 있다.읍·면지역 18개 보건지소는 시의 초고령화 특성을 반영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급만성질환의 의료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등 친밀감 있는 보건기관으로 다가서고 있다◆ 감염병 사전예방과 차단에 주력상주시는 각종 신종 감염병 발생요인이 증가함에 따라 감염병 조기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표본감시 의료기관 4곳, 질병모니터 지정 130명, 설사환자 신고센터 44곳이 그것이며 방역기동반과 역학조사반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감염병 면역력 획득을 위해 어린이 완전 예방접종(BCG 외 14종), 어르신과 취약계층에 대한 예방접종(인플루엔자 외 4종), 생애주기별 예방접종(폐렴구균 및 12세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결핵 이동검진을 하고 있으며, 결핵 예방의 중요성과 예방수칙에 대한 캠페인을 연중 펼치고 있다. ◆ 위생적인 외식환경 조성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32.4%는 하루 한 끼 이상 외식을 하고 있다.맞벌이가정의 증가와 1인가구의 확대 등으로 외식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상주시는 안전한 외식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이를 위해 식품위생업소 2천714곳과 공중위생업소 479곳을 대상으로 식품안전 점검·종사자 개인위생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특히, 영양사 고용의무가 없는 100인 미만의 어린이집, 유치원, 취약계층 영유아 보육시설 등의 집단급식소에 대해서는 상주어린이급식지원센터 운영으로 식품안전 및 성장 단계별 영양관리를 강화하고 있다.위생적 외식환경 조성에 큰 역할을 하는 일반음식점 영업주들을 대상으로 나트륨 섭취 줄이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남은음식 재사용 안하기, 좋은식단제 운영 등 음식문화 개선도 유도하고 있다.◆ 행복공간 만들기 프로젝트 가동흡연문제와 관련해 흡연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군인 등을 대상으로 순회교육과 체험부스운영,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흡연자에 대해서는 맞춤형 금연클리닉 운영, 담배연기 없는 행복마을 만들기, 담배연기 ZERO 사업장 만들기, 금연 건강지킴이 아카데미 등을 시도하고 있다. 신체활동 활성화사업으로 개인별 맞춤형 밀착서비스인 `튼튼탄탄 건강관리 교실`을 비롯해 마을별 어르신 체조대회, 생활터 교육, 걷기동호회 활성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생애주기별 만성퇴행성질환과 중풍, 갱년기 등 장애극복을 위해 한의약 기술을 활용한 중풍예방교실, 골관절 관리교실, 갱년기건강교실, 야외기공체조교실 등도 운영한다.구강보건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맞춤형 구강교육과 함께 학생들이 평생 치아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상희학교, 모서초등학교 등에 양치실을 설치했고 올해는 공검초등학교에 양치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 건강 100세 프로젝트 운영상주시는 지난해부터 18개 읍·면보건지소와 25개 보건진료소에 100세 건강 상담소(44곳)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1만3천373명(65세 이상 인구대비 49%)의 대상자를 등록·관리하고 있으며 맞춤형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또 건강한 노년을 위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으로 `사통팔달 튼튼혈관 만들기` 등 8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치매 없는 건강한 노후를 위해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치매 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검사 결과 인지저하에 해당될 경우 치매 조기검진 거점병원으로 2차검사를 의뢰하고 검사비를 지원한다.생활터 중심의 치매예방사업으로 함창 구향3리 외 16개 지역에서는 65세 이상 인지저하 주민 등 255명을 대상으로 `우리 마을 예쁜치매쉼터`를 48회 운영하기도 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상주시는 사망률 1위인 암의 발생율을 낮추기 위해 국가 암조기검진을 독려하고,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주기적인 건강검진 지원과 함께 40세·66세의 생애주기별 건강검진을 통해 기본적인 건강권을 지켜주고 있다.국가 암건강검진 대상자가 검진을 통해 5대암(위암·간암·유방암·대장암·자궁경부암) 및 폐암이 발견될 경우 3년간 본인부담금 200만원을 지원한다.아울러 의료수급자 및 실질적 취약계층에서 의료비에 대한 부담으로 수술과 치료를 미루고 있을 경우, 공공의료기관인 김천의료원과 연계해 원스톱(검진 및 시술·입원·간병·자택 이송)으로 실질적인 시술(본인부담금 300만원 범위)을 지원한다.특히 지난해에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23명에게 인공무릎관절수술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상주`출산감동 모자튼튼 가족행복사업`을 추진해 출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출산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상주시에 부부가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가정에서 출산한 아기에게는 20만원에서 70만원까지 출산장려금도 지원하고 있다.출산장려금과 더불어 올해 출생아에게는 명주배냇저고리 등을 선물하는 `해피박스 지원사업`도 전개하고 있으며, 결혼이주여성의 출생아에게는 건강보험금과 출산육아용품(뽀로로 식기세트 등)을 추가로 지원한다.출산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고자 올해는 150여명의 산모에게 건강관리사를 지원할 예정이며, 보건소에 등록한 영아에게는 정장제를, 임신부에게는 철분제와 엽산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이외에도 육아용품 대여, 임산부 및 영유아 영양플러스사업, 출산관련 의료비 지원, 저출산 극복 결혼문화 인식개선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상주/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2017-02-10

그 도시는 여전히 `죽음`과 `전쟁`을 기억하고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반면교사 해야 할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죄 없는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인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1889~1945), 캄보디아의 폴 포트(1928~1998)와 함께 아래 세 사람의 이름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이들은 자신이 도대체 무슨 악행을 저지른 것인지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슬로보단 밀로셰비치(1941~2006)라도반 카라지치(1945~)라트코 믈라디치(1942~)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의 새벽 거리는 괴괴하리만큼 조용했다. 크로아티아의 해변도시 스플리트에서 밤늦게 출발하는 국제버스를 타고 10시간을 달려 도착한 도시.1984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이며, 폐병을 앓던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Gavrilo Princip·1895~1918)가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황태자 부부를 저격한 `라틴 다리(橋)`가 있는 도시. 거기에 크지 않은 공간에 세르비아정교회 성당과 이슬람교 성당인 모스크, 가톨릭 교회까지가 각기 다른 신을 향해 첨탑을 올린 풍경들.외국인 여행자가 거의 없는 국제버스터미널에서 기자를 시내로 데려다줄 트램(노면전차)의 승차장을 찾아 걸었다. 트램은 보스니아만이 아닌 동유럽 여러 나라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생소한 공간이니만치 길 찾기가 쉽지 않았고, 그 덕에 제법 걷고 나서야 트램에 올라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내전이 끝난 지 20년이 가까워오는데, 도심 건물들은 아직도 흉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사라예보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홀리데이 인 호텔`까지도 그랬다. 나중에야 알게 됐다. 그 건물들이 쥐 파먹은 모양으로 흉측스러웠던 건 `비극적 역사`가 벌어질 당시의 총탄 자국 때문이란 걸.보스니아 사람들의 가슴에 상흔(傷痕)이 지워지지 않은 것처럼, 탄흔(彈痕) 역시 여전했다. 한두 건물이 아니라, 그 도시 대부분의 건물이 그랬다. 때론 세월이 상처의 흔적을 숨겨줄 수도 있지만, 영혼에 입은 상처는 시간만으론 온전히 치유되지 못한다.▲ 술을 팔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독특한 구역` 시내 한복판으로 짐작되는 곳에 내려 숙소를 찾았다. 이른 아침인지라 구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문을 연 식당이 많지 않아 아무 곳에나 들어갔다. 양고기와 노란색 향신료를 사용한 볶음밥. 메뉴에 돼지고기가 없다. 그렇다면 이건 무슬림 식당이다.알다시피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돼지고와 술을 먹지 않는다. 이슬람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알게 되는 사실이다. `신성 무슬림 국가`를 지향하는 이란의 이스파한(Isfahan)을 여행할 때 만난 그곳 청년들은 기자가 “한국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좋아하고 곧잘 먹는다”고 하자, 사람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표정을 만들어내며 몸서리를 쳤다. 종교와 지역이 다르면 음식문화도 판이한 것이다.식사를 마친 후 다행히 저렴한 가격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을 수 있었다. 밤새 버스에서 시달린 여독을 풀고 편하게 한숨 자려고 맥주 한 병을 청했다. 꼭 술집을 겸하지 않더라도 유럽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맥주와 간단한 음료 정도는 판매한다. 그런데 맥주가 없단다. “가톨릭 구역으로 가야 살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보스니아에서 생산되는 맥주 `사라예보스코`. 쓴맛과 단맛이 적절히 조화돼 풍미가 좋은 술이다. 그러나, 사라예보의 무슬림(Muslim·이슬람교도) 구역에선 맛보기가 어렵다.한참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사라예보에는 지금도 무슬림 구역과 가톨릭 구역이 존재한다. 무슬림 구역의 식당과 숙소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심지어 슈퍼마켓에서도 그렇다. 술이 없는 슈퍼마켓이라니….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술을 구할 수 있는 한국인의 상식에선 이해가 어려운 대목이다.반면, 몇 블록을 건너가면 곳곳이 노천카페이고, 길가에 앉아 `사라예보스코`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는 청년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슈퍼마켓엔 맥주는 물론, 보드카와 위스키, 그리스 전통주인 우조(ouzo)까지 없는 술이 없다. 이건 가톨릭 구역 이야기다. 2개의 구역으로 나뉜 하나의 도시. 기자가 보기에 사라예보는 참으로 기묘한 도시였다.▲ 생각보다 작고 초라한 `라틴 다리` 낮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지형의 사라예보. 그 산마다 온통 하얀 색 비석이 가득하다.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크로아티아를 여행할 때 대충 듣기는 했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는 시기까지 보스니아 전역에서 엄청난 규모의 대량학살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게 실감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전쟁과 혁명을 몸으로 겪어보지 못한 한국의 1970년대 생. 기자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책이나 영화로 대리체험을 했을 뿐이지 총살과 고문, 일방적인 구타와 저항할 수 없는 모욕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래서 기자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이런 결론에 가 닿은 이유는 다음 회 여행기에서 설명하려 한다. 달콤한 잠으로 여독을 푼 후 숙소를 나와 `라틴 다리`부터 찾았다.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황태자에게 총을 쏜 장소가 궁금했다. 민족과 조국이란 단어는 청춘들의 피를 뜨겁게 한다. 그렇기에 과도한 민족주의에 경도됐을망정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의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어 언제나 흥미롭게 다가온다.청년은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문장에 매혹되기 쉽다. 자신과 부모, 이웃을 괴롭히는 자들을 없애버리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그 열망 속에서 제 나라를 핍박하던 이국(異國)의 통치자를 죽이고, 스스로도 죽었다. 그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역사책을 찾아보면 된다.그런데, 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역사의 현장`인 라틴 다리는 너무나도 작았다. 한국 시골 마을 도랑에 만들어진 교량 수준의 크기였다. “여기로 거대 제국의 황태자가 탄 차량과 뒤를 따른 보좌행렬이 지나갈 수 있었을까”라는 혼잣말이 나올 정도. 그 다리에서 `제1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점화됐다는 사실은 입구에 있는 낡은 표지판만이 증언하고 있을 뿐이었다.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한때 “유럽의 화약고”로 불렸던 발칸반도에 위치한 나라다.공식 명칭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osnia Hercegovina)이고 수도는 사라예보(Sarajevo). 북부 보스니아와 남부 헤르체고비나로 나눠져 있다. 보스니아는 보스나 강(江)에 인접했다는 것에서, 헤르체고비나는 옛날 이 지역 통치자의 별칭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언어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의 공용어인 `세르보크로아티아어`를 사용한다. 면적은 5만1천197㎢, GDP는 2016년 기준 165억 달러로 세계 112위 수준이다. 사용되는 화폐의 단위는 마르카(marka). 평균수명은 약 78세다.무슬림,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등이 함께 살고 있다. 국민의 45%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다. 유럽 국가 중 알바니아와 함께 무슬림의 비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세르비아인은 인구의 약 33%, 크로아티아인은 19% 정도다.이슬람교도가 많은 만큼 관련 문화유적도 나라 곳곳에 산재해 있다. 17세기에 축조된 역사적 사원인 카레바(Careva)와 알리파사(Alipasa)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다. 사라예보는 물론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도 아름다운 푸른색 타일로 장식된 모스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인구는 약 390만 명. 인접국은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등이다.1908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에 병합됐다가 1946년 공화국이 됐다. 1992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될 무렵 독립을 선언했으나 이슬람교와 가톨릭, 세르비아정교 등 종교간의 대립으로 무참한 집단학살의 역사를 겪어야 했다. 북부 일부 지역을 제외한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다. 때문에 철광석과 아연, 은과 대리석 등의 광물이 풍부하다. 또한, 삼림과 수자원을 이용한 공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기후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보스니아 지역은 온화한 편이나 겨울 추위는 매섭다. 반면 헤르체고비나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은 기온이 높고 건조하며, 한겨울에도 온난하다.한 나라의 수도치고는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사라예보에서 터키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 요리를 즐기고, 강변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건 보스니아를 찾는 여행자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포도 등의 과일이 맛있고, 중세의 성(城)과 1556년 만들어진 아름다운 다리로 유명한 모스타르(Mostar)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2-10

하얀 속살 감추고 빨갛게 물든 대게 그 맛 알아?

비단바다 경북 울진 후포항의 바다 내음이 세상을 깨우고 `울진대게`와 `붉은대게`가 맑고 푸른 울진 앞바다를 가득 채우는 3월. 대지가 온통 봄바람과 따스한 볕으로 출렁이는 3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생태문화관광도시` 울진의 남쪽 관문으로 전국 최고의 대게 생산지이자 해양레저스포츠의 요람 마리나항으로 부상하고 있는 후포항에서 상큼쫄깃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개최된다. 그 축제의 현장을 미리 가본다.왕돌초 광장·후포항 부두 등 공간 대폭 확대지역 해산물 맛보고 구매하는 `방티 페스티벌`울진 레시피 먹거리 판매 등 다채로운 콘텐츠◆ `비단바다 후포항에서 대게와 놀다`바다는 울진대게의 펄떡거리는 기운으로 가득 차고, 바다나물이 흩뿌리는 내음은 싱그럽다.해마다 기다려지는 봄. 울진군 후포항에서 바쁜 일상의 틈새를 비집고 한바탕 신명나는 세계가 펼쳐진다.울진군축제발전위원회(위원장 남효선)는 올해 축제의 콘셉트를 `축제의 관광자원화와 공동체 문화 정착`을 위한 원년으로 정하고, 지난해 말 지역사회단체와 함께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일찌감치 축제 준비에 들어갔다.특히 올해 축제 주제는 지난해 첫 민간주도형으로 열면서 제시한 “비단바다 후포항에서 울진대게와 놀다”이다.이번 축제는 종전의 후포항 한마음광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것을 왕돌초광장과 후포항 부두 일원으로 공간을 대폭 확대해 새로이 단장했다. 대게와 붉은대게철인 후포항 전역을 축제의 신명판으로 펼치기 위해서다.또 울진의 대표적 명품브랜드를 주제로 펼쳐지는 축제인만큼 관광객과 주민들이 쉽게 대게와 붉은대게를 비롯한 후포항이 생산하는 다양한 해산물 먹거리를 푸짐하게 맛 볼 수 있도록 `먹거리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푸지게 먹고 신나게 놀자”…`방티페스티벌`이번 축제에서 처음 선을 보이는 `방티페스티벌`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관광객들이 처음 만나게 될 `방티페스티벌`은 후포항의 주요 해산물을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 축제를 통한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축제운영위원회는 ◆행사장을 찾은 가족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가족참여 프로그램 확대 ◆야간 볼거리 창출을 위한 축제 조형물과 대게등 포토존 설치 ◆관광객과 주민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프로그램 강화 ◆다양한 레크리에이션과 게임 등을 통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먹거리 접근성 강화 ◆대게장밥, 대게원조마을 국수, 대게묵밥 등 전통음식 시식체험 ◆대게빵, 대게고로케, 송이빵 등 지역특성을 살린 축제 주전부리 프로그램 강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및 반짝 할인이벤트 ◆방티페스티벌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2차 가공품 및 레시피 개발 등 관광객과 주민들이 쉽게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해 축제를 내실화한다.특히 `방티페스티벌`은 아름다운 후포항을 배경으로 `회 마당` `구이, 찜 마당`으로 나눠 운영해 후포항이 쏟아내는 다양한 해산물을 축제장 현지에서 저렴하게 맛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사실상 이번 축제의 킬러콘텐츠라는 게 축제위원회의 설명이다.◆ 축제판이 선사하는 톡톡 튀는 주전부리축제 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주전부리 문화다. 대게빵, 대게찜, 대게고로케, 대게장비빔밥, 대게국수를 비롯 바다커리, 해산물피자, 멍게비빔밥 등은 울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레시피로 울진대게 축제의 핵심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또한 축제장을 찾는 누구나 쉽게 울진의 맛을 맛 볼 수 있도록, 후포항을 비롯 울진지방에서 생산되는 각종 수산물을 활용한 주전부리 레시피와 농·수·임·특산물을 축제장 상설부스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대게춤·노래로 구성된 플래시몹이번 축제의 시작은 `월송큰줄 거리퍼레이드`와 `대게춤 플래시몹`이 활짝 열어 젖힌다.지난해 축제에서 첫 선을 보인 `대게춤 플래시몹`은 이번 축제의 변별력과 놀이성을 대표하는 축제 킬러콘텐츠의 하나다.특히 올해는 울진지역의 유아원생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의 주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볼륨있고 세련된` 대게춤 플래쉬몹을 연출해 축제의 킬러콘텐츠로 자리매김시킨다는 계획이다.또 개막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축제 기간 내내 왕돌초광장과 후포항 부두, 한마음광장에서 `거리 플래시몹`과 `대게춤` `대게노래` 등을 펼쳐 축제 참가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신명의 판을 만든다.여기에 `대게 마스크 체험`과 `대게 소원지 달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울진지역의 대표적 전승놀이인 `월송 큰줄당기기`는 거리퍼레이드와 줄당기기 체험의 두 종류로 마련해 지역의 문화특성과 참여성을 대폭 강화시킬 방침이다. 또 울진의 독특한 여성집단놀이인 `게줄당기기`와 `달넘세` 시연을 통해 울진문화의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 가족단위 놀이·체험프로그램 강화또 축제참가 밴드제를 도입해 축제 레크리에이션, 게임프로그램을 통한 `깜짝 할인이벤트`를 진행한다.이를 통해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를 저렴한 가격으로 축제장에서 직접 쪄 맛볼 수 있다. 이는 축제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유료로 운영된다.축제참가 밴드는 깜짝 할인이벤트와 경매프로그램 바다보물잡기, 맨손체험 등에 참여하기 위해서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 깜짝 할인이벤트는 왕돌초광장과 후포항 부두, 한마음 광장 등 축제장에서 수시로 펼쳐 접근성과 참여성을 강화한다.또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맨손 물고기잡기` 프로그램은 체험 횟수를 10회 이상으로 대폭 늘여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운영된다.축제관광객·지역민이 함께 참여하는 `월송큰줄당기기`와 `게줄당기기`, `달넘세` 등 집단놀이를 비롯해 `천연염색`, `대게장밥·원조 대게국수 시식체험`, 선상일출 무료 승선체험인 `선상일출 바다여행`, `함대 승선체험`, 오징어ㆍ숭어ㆍ우럭ㆍ넙치 등 활어잡기 체험인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대게 살을 이용한 퓨전 음식 만들기인 `대게 퓨전요리식당`, 게뚜껑이 달린 리본에 소원을 써보는 `대게 뚜껑 소원지 달기`, 그외에도 레크리에이션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 관광객들을 축제의 주인공으로 만든다.이번 축제와 관련해 울진군축제발전위원회는 “종전의 나열식 행사성 축제에서 벗어나 후포항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만드는 민간주도형 참여축제의 신명판을 연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특히 지난 2013년부터 울진대게축제와 붉은대게축제를 통합 개최해 축제의 변별력을 크게 강화한만큼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통합을 지향하는 최고의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축제관련 문의: 울진군축제발전위원회 사무국 (054) 789-5485~6./주헌석기자 hsjoo@kbmaeil.com

2017-02-06

연인을 위해 몇 나라의 국경을 건너온 여자는…

베오그라드 중앙역에서 금발의 호객꾼을 따라 도착한 숙소는 오래되고 깨끗하지 못했지만, 젊은이들이 내뿜는 열기로 인해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온 대학생 10여 명이 단체로 묵고 있었고, 스물넷이라는 호스텔 주인의 친구들도 왁자지껄 모여 탄산음료에 독한 보드카를 섞어 마시며 뭐가 그렇게 좋은지 1분 간격으로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스페인과 포르투갈 청년 절반에 세르비아 청년 절반, 거기에 얼굴색이 다른 중년의 동양 사내 하나가 낀 풍경이었다.나이로 보자면 그들은 기자의 조카뻘이지만, 서로가 초면인 여행자들에게 나이 차이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와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은 스페인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 세르비아 출신의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와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의 이야기가 앞뒤 없이 오가는 가운데 모두가 잠을 잊었고 흥겨운 술판을 이어졌다.그 시끌벅적한 술자리에서 기자를 숙소까지 데려온 여자가 호스텔 주인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거칠고 우락부락한 인상을 가진 세르비아 남자친구를 대신해 상냥한 말투와 호감 가는 인상으로 호스텔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녀는 세르비아인이 아닌 에스토니아 사람이라고 했다. 물설고 낯선 외국까지 와서 연인을 위해 쉽지 않은 호객 일을 자처한 여자. 역시, 사랑의 힘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강했다.배낭여행을 하다보면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커플을 가끔 만나게 된다. 남부유럽 마케도니아에서는 이탈리아 여자와 벨기에 남자 커플을 봤고, 불가리아에선 체코 여대생과 핀란드 사내의 다정다감한 연애를 지켜보며 부러워했다. 뿐인가, 알바니아에선 기독교도인 독일 남자와 이슬람교도인 알바니아 여자 커플과 커피를 함께 마시기도 했다. 사랑은 인종과 국적은 물론, 종교까지도 뛰어넘는 위대한 것이란 걸 그들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됐다. ▲ 사랑하는데, 국적 따위가 무슨 제약이 될까기자가 만난 커플에 한정시켜 말하자면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상대의 국적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였다. 아니, 그 이전에 서로 다른 국적은 연애를 시작하는데 방해요소가 될 수 없는 듯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자기 목숨도 상대방을 위해 내줄 수 있는 게 사랑인데.등산과 수영 등 활동적인 레포츠를 즐기는 이탈리아-벨기에 커플은 가끔은 이탈리아어로, 때로는 프랑스어로 다음날 일정을 의논하며 옆에서 누가 보건 말건 10초당 한 번씩 키스를 하곤 했다. 체코-핀란드 연인은 남자가 두 살 아래인 `연상연하 커플`인데 누나(?)를 에스코트하는 남자의 모습이 의젓했다. `서로 다른 종교`라는 높고도 단단한 벽을 뛰어넘어 사랑을 나누고 있는 알바니아-독일 커플의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한국과 달리 국경이 국경처럼 인식되지 않는 유럽. 그런 외부적 환경은 사람의 심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태어난 나라가 다를 뿐, 동시대의 공기를 호흡하며 유사한 고민과 희망 속에서 사는 젊은이들에게 “너는 인종과 종교, 국적이 같은 사람하고만 연애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건 규제나 폭력일 수도 있는 것이다.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거의 유일한 존재다. 사랑의 대상을 선택하는 것 역시 어떤 제약이나 도그마에 휘둘릴 필요가 없지 않을까.조금은 방향이 다른 문제제기일 수도 있지만, 최근 한국에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한국인 남성-외국인 여성`, `외국인 남성-한국인 여성` 커플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가진다면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바라볼 이유가 없다. 전제나 조건이 붙어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란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 `빛나는 시절`을 사는 베오그라드의 청춘들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연인을 따라 에스토니아에서 베오그라드로 왔다는 금발의 호객꾼 여자와 괄괄한 성격의 세르비아 남자를 다시 만난 건 칼레메그단(Kalemegdan)이란 거대한 성(城)이 지척인 베오그라드 언덕 위에서였다.도나우강과 사바강 물결이 쿨렁이며 합쳐지는 광경이 장관을 이루는 낭만적인 장소에 둘은 서있었다.새벽까지 이어진 호스텔 호객에 지쳤을 에스토니아 여자의 어깨를 나긋나긋한 손길로 마사지 해주는 세르비아 사내의 모습이 190cm에 육박하는 커다란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한없이 귀여웠다. 간지러운 것인지 연인의 손을 가볍게 쳐내면서도 연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에스토니아 여자의 얼굴도 보기 좋았다.그렇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20대 청춘의 빛나는 시절이라면 둘이 있는 곳이 곧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것. 그게 세르비아든 에스토니아든 한국이든. 그 빛나는 청춘을 허망하게 지나온 기자는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해도 청춘을 돌려주는 상점은 세상에 없으니까.밀어(蜜語)를 속삭이는 둘에게 다가가 “늦은 점심이라도 함께 먹자”고 청하려다가 생각을 바꿔 발길을 멈췄다. 지금 저들의 배를 불리는 건 감자튀김이나 햄버거 따위가 아닌 둘만의 속삭임일 것이기에. 그 순간 그네들 사이에 끼어드는 건 주제넘은 일인 동시에, 눈치 없는 행동일 것이 분명했을 터다.젊고 아름다운 에스토니아-세르비아 커플을 뒤로 하고 시내로 향했다. 세르비아는 한국과 비슷하게 외국의 침략을 여러 차례 겪었고, 내전의 상처 또한 안고 있는 나라다.파괴와 재건을 거듭한 베오그라드의 역사 역시 한국의 수도 서울과 흡사하다. 인종과 종교가 야기한 야만의 과거를 추상적으로나마 떠올리며 천천히 걷고 있는데…. 저건 대체 뭐지?도심 거리 곳곳을 소가 점령(?)하고 있었다. 소를 형상화한 조형물의 색깔과 질감·형태가 모두 조금씩 달랐다. 대체 저렇듯 많은 소를 조각해놓은 이유가 뭘까? 궁금증이 몰려왔다.누구에게 물어봐야 명쾌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그러나, 여행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지, 해답을 내놓는 사람이 아니다. 며칠 더 베오그라드에 머물게 된다면 자연스레 그 이유를 알게 되겠지. 낯선 도시에서 낯선 바람이 불어왔다. 느려서 더 낭만적인 동유럽 기차여행느긋하게 창밖 풍경을 보며, 유유자적 식사와 음료까지 즐길 수 있는 기차여행은 매력적이다. 한국이나 일본, 서유럽과 달리 동유럽 기차는 평균시속이 채 50km에도 미치지 못한다. 느리다는 이야기다.그러나, 그 `느림` 속에는 많은 `낭만`이 숨겨져 있다. 만약 당신이 동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래 코스에서 기차를 타보길 권한다.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이나, 버스여행과는 전혀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터키 이스탄불 ↔ 불가리아 소피아터키에서 수많은 이슬람사원을 둘러보고, 오스만투르크 문화의 향기를 느낀 여행자들이 유럽으로 넘어가기 위해 이용하는 열차여행 코스다.보통은 밤늦게 이스탄불역을 출발해 다음날 오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도착한다. 기차 안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자정을 넘긴 시간에 터키-불가리아 입·출국사무소에서 긴 줄을 서보는 것도 평소에는 해보기 힘든 흥미로운 체험이다.보스니아 사라예보 ↔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비극적 현대사의 생채기가 도시 곳곳의 총탄 자국으로 선명하게 남아있는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이 도시에선 많은 관광객들이 인간과 역사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보스니아에서 운행하는 열차는 낡았다. 그 열차에 몸에 싣고 베오그라드까지 달리는 8~9시간 동안 뭘 해야 할까?기자의 경우엔 먹먹한 가슴을 달래기 위해 위스키를 마셨다. 창밖으론 `상처투성이 발칸반도의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해바라기가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 헝가리 부다페스트끊임없이 이어지는 진초록의 감자밭, 넓은 목초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떼, 빨간 기와지붕 아래를 오가는 부지런한 농부들…. 세르비아에서 헝가리로 가는 기차의 창밖 풍경은 한국의 1970년대와 닮았다.아름다운 전원풍경이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진한 세르비아 꼬마들과 과자를 나눠먹으며 장난을 치는 것도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한 방법이다.이 기차여행의 끝에서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만날 수 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2-03

자연·지리·최적의 정책 어우러진 `귀농귀촌 1번지` 문경시

예로부터 높고 험한 산세와 내륙에 위치한 탓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불편한 교통환경으로 문경시는 말 그대로 `고립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문경도 수도권과 경북, 충청권까지를 아우르는 교통의 요지가 되면서 관광명소로 전국에 이름을 떨치게 됐다. 현재의 문경은 관광뿐만 아니라 갖가지 농·특산물과 더불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문경시가 추진 중인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귀농귀촌인을 위한 정책을 점검해보기로 한다.소백산맥 중앙부 지역옛부터 약재·과실로 유명오미자·감홍사과 등 `효자`특산물 집중적 홍보와 함께귀농 정착 위한 다양한 교육작물 발굴 지원사업 등 진행□ 문경의 자연환경문경시는 서쪽과 북쪽에 위치한 태백산맥에서 뻗어나온 소백산맥의 중앙부에 속하는 지역으로 산세가 험준하고 고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영순면과 산양면 지역으로 들어서면 띠모양의 길고 좁은 소규모의 평야지대가 존재한다. 문경 도심지 남쪽에서 이안천(利安川)과 합류하는 낙동강은 영순면 남쪽에서 흘러든다.험난한 산세와 평지, 그리고 강물이 함께 하면서 문경은 옛부터 약재와 과실들이 유명했다.특히, 지역대륙성기후의 성격이 강해 한서의 차가 큰 편이고, 연평균기온 12.0℃, 1월 평균기온 -2.0℃, 8월 평균기온 23.6℃, 연강수량은 1천505.3㎜로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하기에 최적의 지역이다.□ 대표 농산물 오미자와 사과문경의 오미자는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등에 수록이 되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문경의 대표적인 특산물이었다.넓은 백두대간의 산간지대를 보유하고 있는 문경시는 말 그대로 오미자가 자라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현재도 1천100여 농가가 전국 생산량의 40%인 연간 4천여t을 생산하고 있다.`동의보감`에 의하면 오미자는 신맛(간을 보호), 쓴맛(심장 보호), 단맛(비위를 좋게함), 매운맛(폐를 보호), 짠맛(신장과 방광을 좋게함)으로 몸을 이롭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오미자의 이러한 효능은 현대 과학으로도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다.동아대, 부산대, 경북대 등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오미자는 면역기능 활성화에 탁월하며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다.특히, 오미자에 포함된 항산화 물질은 동맥경화나 뇌·심장혈관계 장애개선, 노화·발암억제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문경사과는 1930년대 선교사가 처음 재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특성상 밤낮의 일교차가 매우 크고, 비옥한 토질과 기후 덕분에 문경사과는 육질이 단단하며 향이 짙고 당도가 높아 `꿀사과`라는 별칭까지 있을 정도다.특히, 사과의 한 종류인 `감홍`은 고두병 등으로 재배가 어렵고 저장기간이 짧아 다른 지역에서는 재배를 기피하고 있는 종이지만, 문경에서만큼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문경의 자연환경에 적합한 `감홍`은 평균 당도 18브릭스를 자랑하며 매년 열리고 있는 `문경사과축제`의 안방마님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문경사과는 1980년대 재배면적이 454㏊에서 1995년 1천428㏊로 급증했다. 현재는 2천16㏊의 면적에 1천867농가가 연간 4만4천500t의 사과를 생산하며 전국 사과주산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 특산물 홍보를 위한 시의 노력“천혜의 환경”이라는 말만으로 우수한 농특산물을 알리는 시대는 이미 끝났음을 문경시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느 시·군보다도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로 농특산물의 홍보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문경시는 오미자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오미자연구소, 기공지원센터, 55곳의 가공공장, 종합유통센터, 체험관광마을과 손잡고 역동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2013년 전국규모 단일법인 (사)문경오미자생산자협의회를 조직해 침체된 소비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처해 오미자사업을 선도하고 있다.문경시의 이러한 노력으로 문경오미자는 2008년부터 9년 연속 친환경농산물 부문 대표브랜드로 선정됐으며, `2013 지역경제 활성화 최우수 사례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15세계물포럼 만찬주에 선정되기도 했다.문경사과 역시 1993년 집하장, 선별장, 저온창고, 출하장 등의 시설을 갖춘 문경농협 유통센터 준공을 시작으로, 2008년 문경거점산지유통센터 준공, 2009년 문경사과연구소를 설치하고, 2012년부터 매년 고품질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이러한 노력으로 문경사과와 사과주스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농협하나로마트 등의 전국 유통망을 기반으로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귀농·귀촌정책문경시는 도시민들의 귀농 초기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귀농인의 집 리모델링과 무상임대, 소득지원사업, 귀농정착지원사업, 빈집수리비지원사업, 주민초청 집들이행사 지원, 한계농지 개간지원, 귀농창업 및 주택구입지원사업, 농업현대화사업, 농기계임대센터 운영, 멘토·멘티 운영, 귀농코디네이터 운영, 소득작물 발굴지원 등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또 귀농인과정, 초급기술교육과정 등 교육 기회를 확대해 귀농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귀농귀촌시책을 추진하고 있다.여기에 매년 상·하반기 귀농귀촌 상식과 정보, 귀농귀촌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실은 `귀농귀촌 소식지`를 발간하고, 600여 문경시 귀농귀촌연합회 회원들을 통해 지역민들과 화합 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특히, 대표 농특산물인 문경사과, 오미자 수확철 등 일손이 부족한 시기에 귀농귀촌인들로 구성된 일손지원단을 운영해 지역 농가에는 적기에 일손을 지원하고, 귀농귀촌인에게는 농업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지역발전 방안과 관광 활성화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건의받아 시정에 반영하는 등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고윤환 시장□ 농·특산물과 귀농귀촌귀농귀촌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과 지역 농특산물이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문경시는 귀농을 희망하는 예비 귀농인과 초보 귀농인에게 농지와 주택을 알선하고, 성공적인 농촌생활 정착 등을 도와줄 귀농귀촌 코디네이터를 각 읍면별로 1명씩 지정·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오미자, 사과 등 소득작물에 대한 전문적인 재배기술을 전수해줌으로써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조기 정착과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문경시는 지역 농특산물에 대한 기반조성과 유통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 귀농인들이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경은 올해 오미자 생산에 있어 친환경자재·생산기자재 등에 20억원, 문경사과의 품종 갱신 및 생산기자재 등에 101억6천8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대표상품의 가치를 높일 예정이다.고윤환 문경시장은 “농촌개발과 지역활성화를 위해서는 귀농귀촌인이 서로 화합하고 상생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신소득 특화작목 개발과 6차산업화를 적극 지원해 문경을 부자농촌, 명품 귀농귀촌 1번지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17-01-31

설 연휴 고향 품에서 “행복 재충전 하세요”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시끄럽고 탈 많았던 병신년(丙申年)을 역사 속으로 묻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다. 언제나 그립고 포근한 고향을 만나는 날이기도 하다. `민족 대이동` 때문에 도로가 꽉 막혀 답답하기도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면 고향은 언제나 그랬듯이 엄마의 품처럼 아늑하다. 올해 설은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과 함께 내 고향 나들이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고향의 현재를 가슴에 담아보는 여행도 설을 쇠는 멋진 방법이 될 것이다.관광도시로 도약하는 포항호미곶서 바다 감상… 운하서 크루즈 관광 즐겨포항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연중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해맞이 명소다. 장엄한 일출과 탁 트인 동해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연인원 100만명이 방문하는 호미곶 새천년기념관에는 포항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문화, 산업, 미래비전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바다화석 박물관, 수석 전시실, 옥상 전망대 등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동해안 최대 어업항인 구룡포를 찾으면 근대문화거리와 과메기문화관을 관람할 수 있다. 구룡포과메기 문화관은 어린이와 관광객들이 해양생물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해양체험공간과 포토존, 구룡포의 문화, 관광, 먹거리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동해안 각종 수산물의 집산지인 구룡포는 영덕보다도 대게 조업량이 많아 대게를 맛보기에도 좋은 곳이다. 영일대해수욕장은 `작은 해운대`라고 불리는 도심 속 해수욕장이다. 특히 포스코 조명과 어우러진 야경으로 유명하다. 전국최초의 해상누각인 `영일대`도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수외식업지구로 선정된 설머리 물회마을도 영일대해수욕장 끝 부분에 위치해 한곳에서 멋과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다.배를 타고 포항의 모습을 둘러보고 싶다면 포항운하를 방문하면 된다. 포항시민의 젖줄인 형산강을 출발해 죽도시장과 동빈내항을 지나 영일만을 둘러보는 포항운하 크루즈 관광은 이제 포항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포항운하는 과거 동빈 내항과 형산강 사이에 매립됐던 지역에 운하를 건설, 다시 복원된 물길 위로 크루즈를 타고 항해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크루즈는 A와 B 코스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각 총 40분 코스이다. 최근 관광명소로 각광받는 어촌체험마을도 있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 신창2리 마을을 찾으면 해초를 이용한 비누공예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역사관광 1번지` 천년고도 경주보문단지서 민속놀이 체험 …주요관광지 할인도경주는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가 간직된 우리나라 최고 역사관광지다.불국사와 석굴암 등 문화재의 보고이다. 또 △교통한옥마을 △동궁과 월지(구 안압지) △동궁원 △엑스포공원 등의 관광인프라도 활성화돼 있다. 특히 명절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어 하루 나들이 코스로 더할 나위가 없다.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는 설 당일인 28일 `2017년 설날맞이 특별행사`가 열린다. 이날 행사는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과 고향을 찾은 귀성객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자 민속놀이, 공연, 체험부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전통 민속놀이 체험은 대형윷놀이, 제기차기, 투호놀이, 비석치기 등으로 구성돼 있고, 퓨전국악과 마술이 어우러지는 공연도 매시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전통한지와 관련된 체험부스도 함께 진행돼 관광객과 귀성객들에게 설 명절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특히 보문호반길의 상징인 달 조형물에서는 새해 소망을 비는 소원지 쓰기와 느린우체통 우편엽서 보내기 행사도 진행된다.주요 관광지 할인행사도 진행된다.보문관광단지에서는 경주월드가 경주시 숙박업체 이용 시 스노우파크 입장료를 30% 할인하고 숙박업체들 또한 다양한 패키지 상품으로 최대 45%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힐튼경주호텔은 동궁과 월지까지 투숙객 대상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동궁원은 입장료를 2천원 할인한다. 안동 관광지로 거듭난 경북도청국악·현악·팝페라 등 다양한 공연에 전시도 감상대한민국 유교수도 안동은 하회마을, 도산서원, 유교랜드 등 선비문화를 체험하기 좋은 도시다. 특히, 안동으로 이전한 경북도는 설 명절 신청사를 찾는 귀성객들을 위해 온 가족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도청 본관(안민관) `다목적홀`에서는 경북도립예술단 및 무용단, 도청 프라이드밴드, 달구벌 국악예술단 등 여러 단체가 `설맞이 특별공연`을 선보인다. 국악, 현악, 난타, 색소폰, 무용, 팝페라, 전자 바이올린 등 공연종류도 다채롭다.본관에서는 문방사우 중 붓과 벼루를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 `선비의 붓`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청사 곳곳에는 미술품, 도자기, 서예작품이 전시된다. 청사 인근에는 각종 조형물을 비롯해 조경수 및 연못 등으로 조성된 `원당지`, `세심지`가 있어 청사관람의 즐거움을 한층 더해 준다.경북 신청사는 백두대간 소백산에서 갈라져 나온 문수지맥의 끝자락에 있는 `배산임수`, `장풍득수`의 명당에 자리 잡고 있다. 전통한옥형태의 청사를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70만명에 달하고, 올해는 인근 하회마을, 병산서원 등 유명관광지와 연계해 100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특히, 설 연휴 안동을 찾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을 위해 휴그린골프장과 유교랜드, 온뜨레피움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안동문화관광단지 특별 패키지 상품도 출시됐다.가까운 봉화군에서는 분천역 산타마을에서 레일바이크, 소망우체통, 이글루 체험 등의 다양한 체험행사가 진행돼 한겨울의 낭만을 제공한다. `오감만족` 테마별 여행지 대구아이들과 즐기기엔 안전테마파크·신세계백화점 아쿠아리움이 좋아대구시는 민족 대 명절인 설을 맞아 고향과 친척집을 찾는 가족, 친구 등이 연휴 기간 동안 즐길 수 있는 대구신세계백화점의 아쿠아리움과 시민안전테마파크, 대구근대골목, 김광석길 등 대표 여행지를 테마별로 추천했다.최근 문을 연 대구 신세계백화점 `얼라이브 아쿠아리움 대구`를 찾으면 귀여운 바다소 `매너티`와 교감하고 대형 화면으로 앵무새, 수달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이곳에는 샤크브릿지, 360도 수조, 해파리 수조 등 색다른 재미를 경험하고 인어쇼를 즐기며 동심을 키울 수도 있다. 다만, 설 당일은 휴관한다.유럽식 테마파크인 이월드에서는 눈썰매와 25종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으며 야간에는 국내 최초 LED 크리스털 볼이 아름다운 빛의 연주를 선보인다. 노천탕, 네이처 파크 달빛정원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스파밸리도 아이들과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체험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와 대구과학관이 좋다. 두 곳 모두 설 당일은 휴관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과학을 몸으로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시간을 짜맞춰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생활안전(산악조난·폭우·산불), 지진 안전, 심폐소생술 등을 제공하는 전국적인 안전체험 명소다. 국립대구과학관은 세계 최대 물시계, 무게 중심 공중자전거, 천체투영관, 4D 영상관 등을 보고 체험할 수 있어 과학과 가까워질 수 있는 관광지다.도심 야경을 보고 싶다면 앞산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빛 조형물과 터널이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는 빛의 파노라마를, 세계적 건축설계자 하니 라시드가 설계한 디아크는 수려한 야경과 낙동강 풍광을 즐길 수 있다.도심과 근교 여행지로는 1900년대 선교사가 산 동산선교사주택을 출발해 3·1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 고택, 제일교회, 약령시, 진골목을 거쳐 종로까지 이어지는 길이 1.7㎞의 대구근대골목이 있다.또 6·25 전쟁으로 피난 온 문인과 예술인이 1970년대까지 활동하던 이름난 다방, 술집, 음악감상실 등이 즐비한 향촌문화관, `영원한 가객` 김광석 노래가 울려 퍼지는 김광석 길에서 낭만을 느낄 수 있다.차를 타고 잠깐만 나가면 팔공산 동화사에서 세계 최대 규모 통일약사여래대불, 마애불좌상 등을 관람할 수 있고, 케이블카 타고 오르면 팔공산 겨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해 선생 이름을 딴 옥연지 송해 공원에서는 백세교와 둘레길을 따라 고즈넉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사문진 나루터에서는 강바람을 맞으며 유람선을 타고 주막촌에서 따뜻한 국밥도 맛볼 수 있고 낙동강 레포츠 밸리·구지오토캠핑장에는 카라반 8대와 캠핑데크 14개가 있어 온 가족이 여유롭게 머물면서 자전거, 왕발통(세그웨이), 사륜바이크를 빌려 타고 양궁과 사격을 체험할 수도 있다.식도락여행으로는 안지랑 곱창골목을 찾아 양념곱창을 즐길 수 있고, 평화시장의 닭똥집 골목, 들안길 먹거리 타운, 동인동 찜갈비 골목 등을 찾으면 대구를 맛볼 수 있다./사회 1·2부 종합

2017-01-26

남한과 북한을 헷갈려하던 호스텔 주인아저씨

아름답고 고풍스런 건물이 줄줄이 늘어선 세르비아의 전원도시 노비사드. 운 좋게도 머물던 시기에 영화 촬영이 진행되고 있어 그 현장에도 가볼 수 있었다. 아마도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작품인 듯 멋지게 장식한 마차와 클래식한 디자인의 자동차가 함께 등장했다.팔과 다리가 늘씬한 남녀 배우들이 대기하는 카페에선 그들과 눈인사도 나눴다.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영화배우들은 미남이고 미녀였다. 여배우의 푸른 눈동자가 빛나는 햇살 아래 사파이어처럼 반짝였다.오랜 시간의 산책과 영화촬영 현장 구경이 지겨워진 기자는 잠시 쉬려고 묵고 있던 `소바 호스텔`로 돌아왔다.유럽과 할리우드의 영화포스터가 벽면 가득 걸린 깔끔한 숙소.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숙소 주인은 동양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노비사드에 도착한 첫날 저녁. 벨기에에서 온 70대 할아버지와 독일 여대생들, 숙소 주인아저씨와 기자가 공용거실에서 함께 맥주를 마셨다.동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아직 한국에 관해 세세한 사항까지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독일 여학생 하나가 “한국은 중국과 같은 문자를 쓰느냐?”고 물었다. 또 변변찮은 영어 실력으로 그렇지 않다는 걸 설명해야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숙소 주인이 먼저 나섰다. ▲ 한국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었는데…“한국은 중국과는 별개의 나라이고, 언어와 문자도 다르다. 중국 문자는 사물의 형상을 본뜬 것인데, 한국의 경우엔 아니다.수백 년 전에 어떤 왕이 한국만의 문자를 만들었다. 일본 문자는 중국, 한국과는 또 다르다”는 요지의 설명을 거침없이 펼치는 숙소 주인.기자는 `어떤 왕`이 `킹 세종(세종대왕)`이라는 것만 부연하면 됐다. 수고를 덜어준 고마운 주인아저씨.그가 한국에 관해 알고 있는 건 그 외에도 많았다. 삼성 핸드폰이 노키아 제품보다 더 많이 팔리고, 현대가 한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생산업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거기에 더해 홍상수와 김기덕 감독의 영화 DVD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작품들이 “동양적인 매력과 독특함을 보여 준다”는 감상평까지 내놓았다.한국영화에 관한 그의 판단이 옳고 그름을 떠나 “저 정도면 세르비아 노비사드에선 한국에 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군”이란 혼잣말이 나왔다. 그런데….낮잠을 자기 위해 숙소로 돌아온 기자가 가벼운 인사를 전하자, 소파에 기대 앉아 책을 읽던 그가 대뜸 이런 말을 했다.“어제부터 봤는데 너 말이야, 너희 나라 대통령인 `미스터 킴`과 너무 닮았어. 왜 김정일이라고 있잖아.” 기자가 세르비아를 여행했을 때는 김정일이 죽기 전이었다.갑작스런 말에 황당해하는 표정을 보며 그가 한마디를 더 던졌다.“프레지던트 킴은 세르비아에서도 유명해. 미국이 무서워하는 핵을 가졌잖아.”아…, 그는 기자를 북한에서 온 여행객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반기문 UN 사무총장에 이어 김정일과 닮았다니. 갑자기 터져 나온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그렇다면 그는 김기덕과 홍상수도 북한의 영화감독인 줄 알았던 걸까?노비사드. 한국 사람들은 남·북한을 불문하고 모두 닮았다고 말하는 이들과의 만남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고,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이제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겪은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 베오그라드, 미녀 호객꾼을 만나다늦은 밤 홀로 낯선 도시에 도착한다는 건 설레는 동시에 조금은 두려운 일이다.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중앙역. 기차에서 내린 건 자정이 훨씬 지난 오전 2시 무렵.그럴 땐 장 그르니에(Jean Grenier·1898~1971)의 산문집 `섬`의 한 구절을 조용히 되새겨 보면 마음이 다소 가라앉는다.새벽녘, 안개 낀 낯선 항구에 도착하고 싶었다거기서 가난하고 겸허하게 사는 꿈비밀이 없는 삶이란 서랍 없는 책상과 같은 것…베트남의 고풍스러운 도시 훼(Hue)와 아라비아해의 파도가 일렁이는 인도의 마르가오(Margao)역에 도착했을 때도 사방이 캄캄한 밤이었다.낯선 공간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속에 혼자 남겨진 느낌. 누구나 막막함과 당혹감에 휩싸인다. 그러나, 지나치게 겁먹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혼자 떠난 여행이라면 그 정도 곤경은 이미 예상했을 게 아닌가.크든 작든 여행지에서의 문제란 어떻게든 해결되기 마련이다.기자의 경우도 그랬다. 훼에선 고교 동창끼리 여행 온 이들의 도움을 받아 근처 숙소를 찾아갈 수 있었고, 인도 마르가오에선 역 바닥에서 반쯤 잠들어 있던 택시기사를 깨워 해변 인근 호텔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렸다.가끔은 일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게 최상의 해결책일 수도 있는 것이다.베오그라드에서도 그랬다. 대부분이 잠든 늦은 밤임에도 국경을 넘어 그 시간에 도착한 여행자들을 위해 역 주변 숙소에서 적지 않은 호객꾼들이 나와 있었다.저마다 준비한 팸플릿 형태의 숙소 홍보 전단을 보여주며 자신의 호스텔 혹은 게스트하우스로 가자고 채근했다. 숙소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했다. 도미토리의 경우 간단한 아침식사를 포함한 1박 가격이 10유로(약 1만3천원) 정도.금발을 길게 늘어뜨린 젊은 여성이 기자에게 다가와 물었다. “우리 호스텔로 갈래요?” 내미는 전단을 보니 예상했던 가격이다. 비슷한 비용에 유사한 조건이라면 미인을 따라가서 나쁠 게 뭐 있겠는가.“그럽시다. 여기서 가깝죠?”배낭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숙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다. 국적과 종교·인종은 다르지만 찾아보면 공통의 관심사가 적지 않다.역 앞을 벗어나니 인적이 눈에 띄게 드물어졌다. 앞장서 걷는 여자를 따라 기자 역시 발걸음을 빨리했다. 10분 정도 갔을까. 전단지에 찍힌 숙소 사진과는 전혀 다른 낡고 허름한 건물이 나타났다. 내부는 더 지저분했다. 자주 세탁하지 않은 게 분명한 침대 시트가 때에 절어 반질반질했다.약간 실망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내처 살 것도 아니고 하루 이틀 묵고 떠날 건데 뭐 어때`라는 낙관으로 마음을 돌렸다. 한국의 시골 여인숙도 1만3천원에는 못 구한다. 그 가격에 뭐 대단한 시설과 서비스를 바라겠는가. 생각을 바꾸니 마음도 편해졌다. 기자가 숙박부에 이름과 여권번호를 적는 것까지 본 그 `호객꾼 처녀`는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밖으로 나갔다. 새해, 나 홀로 배낭여행자가 돼보는 건 어떨까?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국 여행자를 볼 수 있는 시대다.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온 서유럽과 동남아시아, 미국 등은 물론이고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여행지인 중동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서도 한국인을 만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2017년 오늘.혼자서 계획과 일정을 짜고 낯선 공간을 헤매 다니는 `나 홀로 배낭여행자`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남녀를 불문하고 혼자서 장기간의 여행을 떠난다는 건 용기와 단단한 마음가짐 없이는 힘들다.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3일간 머물렀던 때. 기자는 바로 이 `용감한 나 홀로 배낭여행자` 한 명을 만났다. 오르막길이 많은 베오그라드 시내. 돌아다니다 지치고 힘들면 카페에 들러 커피나 맥주를 마시곤 했다.그날도 그랬다. 맥도날드가 보이길래 가벼운 점심식사나 할 겸 들어섰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는데 바로 옆 식탁에 얼굴이 뽀얀 20대 여성 하나가 볼펜 색깔을 바꿔가며 뭔가를 열심히 메모하고 있었다. 얼핏 봐도 한국어는 중국어·일본어와 구별이 된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물었다.“한국에서 왔어요?”▲ 베오그라드를 출발해 노비사드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귀여운 꼬마숙녀.그 여학생 역시 기자처럼 혼자서 동유럽을 여행하고 있었다. 나이는 겨우 스물하나. 자신이 다니는 한국의 Y대학 교환학생으로 온 세르비아 학생과 친해졌고, 학업을 마친 후 제 나라로 돌아간 그를 만나러 방학을 이용해 베오그라드에 왔다고 했다. 그늘 한 점 없는 선량한 눈빛에 친절하고 예의 바른 말투. 기자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떠나는 기차를 예약한 탓에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홀로 세상을 떠도는 용기에 힘을 보태주기 위해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었는데….베오그라드 칼레메그단 요새 근처 맥도날드에서 만났던 그 여학생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사 어려움에 기죽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낯선 공간과 시간이 야기하는 두려움을 너끈히 이겨낸 `나 홀로 배낭여행자들`. 그런 용기와 모험심이라면 앞으로 살아가며 겪을 어려움 앞에서도 쉽게 무릎 꿇지 않을 것이다. 올해 당신이 이뤄야 할 꿈의 목록에 `나 홀로 배낭여행자 돼보기`를 포함시키는 건 어떨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1-26

다보스포럼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국내 최고기업 선정

글로벌 철강사 포스코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근 다보스포럼의 `글로벌 지속가능경영`국내 최고 기업에 선정됐다. 전세계 철강사 가운데서 유일하게 3년 연속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포스코의 이런 경쟁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세계 최고 철강사에 우뚝 서기까지의 그 원동력을 찾아본다. 스마트그리드·안전SSS·QSS혁신허브 등 `위대한 포스코` 재건 총력`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2010년부터 7년연속 1위 쾌거◇철강사로는 3연속 100대 기업에 올라 포스코는 지난 1월 17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WEF) `2017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발표에서 지난해보다 5계단 오른 35위를 기록, 국내 기업 가운데 최고 점수를 받았다.포스코는 특히 △안전 성과 △폐기물 재활용 △CEO대비 임직원 평균 임금 수준 등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전세계 철강사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100대 기업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이번 성과는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 수요산업 시황 부진, 세계 각국의 무역규제 강화 등 더욱 어려워진 시장 환경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 꾸준히 힘써온 포스코의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포스코는 또 샘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SAM)평가에서도 철강업계 최초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2년 연속 우수 기업 및 철강산업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되고, WSD가 평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2010년부터 7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스마트그리드로 에너지 효율 극대화포항제철소는 정부의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 확산사업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계열사 포스코ICT와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신사업 육성을 위한 정부 무상 국비지원사업이다. 경북도에서는 포스코ICT가 유일하게 사업자로 선정돼 에너지효율화 사업을 올해부터 3년 동안 추진하게 됐다.포항제철소와 포스코ICT는 집진기·팬·펌프모터(pump motor) 등 회전기기의 전력을 절감하고 전력 사용을 모니터링하는 100억 원 규모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또 양사 합동으로 포항제철소의 대형 회전기기를 진단해 전력낭비요인을 발굴·개선방안을 수립하고, 인버터(inverter)를 적용하는 등 에너지 절감에 나서고 있다.포스코는 포스코ICT와 함께 스마트그리드 사업역량을 쌓은 후 국내외 시장진출도 노린다. ◇안전 SSS로 무재해 사업장 실현포스코가 지난 12일 포항 본사에서 `포스코패밀리 안전 SSS 2017`을 열어 지난해 주요 활동성과와 올해 추진 전략을 공유하는 안전 SSS(Self-directed Safety Spread)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서 전 직원은 무재해 사업장 실현을 다짐했다.권오준 회장과 그룹사 및 외주파트너사 대표 등 6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포스코패밀리 안전대상 시상, 안전 SSS 활동 추진경과와 2017년 포스코패밀리 안전보건방재 실행전략 공유, 안전다짐을 서약했다.포스코 임직원들은 개개인의 안전수준이 회사 전체의 안전수준이라는 데 공감하고 안전보건기준을 숙지해 잠재위험을 발굴·개선, 작고 사소한 재해도 지체없이 주관부서에 알리는 등 안전기준 준수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포스코는 2014년 11월 노사가 함께 실행 중심의 자발적 안전실천 활동인 안전 SSS 활동을 도입했다. 2015년에는 양소 중심 안전제안 및 수기 공모, 자발적 안전 캠페인, 재해영상 및 안전멘트를 제작하는 등 안전 SSS 활동 활성화에 집중했으며, 지난해에는 안전 SSS 활동 가이드를 전 직원에게 배포하고, 개인별 무재해 시스템을 도입해 우수활동자 4천7명을 포상하기도 했다. 또 스마트세이프티 아이디어를 공모해 접수된 총 1천72건 중 12건을 선정, 추진하는 등 내실을 다지고 있다.◇QSS+ 활동은 설비경쟁력 원천포스코는 지난 10년간 `최고 품질의 제품`, `고장 없는 공장`, `안전한 작업장`을 목표로 QSS+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 됐기에 포항제철소가 세계 최고의 설비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실제로 생산력, 가격 및 품질 경쟁력 등을 비교했을 때 포항제철소는 세계 여느 최신예 제철소 못지 않은 성능을 자랑한다.포스코의 QSS+활동은 이제 대한민국 제조혁신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으면서 지역사회 및 여러 기업에 전파되고 있다. 포항 지역에서도 QSS+ 지원을 확산하고 있고, 정부의 산업혁신 운동 3.0과 맥락을 같이한다.종래에는 포스코 거래 협력기업 위주로 진행됐던 현장혁신 지원활동을 동반성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에까지 확대함으로써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사례로서 꼽힌다.포항제철소는 지난 2011년 포항철강공단 중심의 QSS+ 혁신활동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더 나아가 2012년엔 참여 범위를 관공서(소방서·경찰서 등)와 학교, 병원, 언론사, 외식업 등으로까지 확대했다. 특히 포항시와는 2014년 QSS+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창조경제센터를 통한 중소기업육성 기술지원단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위대한 포스코`의 재건을 위해 QSS+에서 일상개선 활동은 공정별로 활동수준과 방법은 유연하게 선택하되, 기존 5S와 마이머신은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관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My MS 활동은 핵심설비를 중심으로 품질(Quality), 안정성(Stability), 안전(Safety) 세 측면을 고루 만족시키는 3Zero(품질불량 Zero, 설비고장 Zero, 안전재해 Zero)를 지향해 나갈 것이다. ◇동반성장 대명사 `QSS 혁신허브 활동`포항제철소가 지난해 12월 `QSS 혁신허브 6기 성과 공유회`를 열고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 활동 결과를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학동 제철소장을 비롯한 포항제철소 임직원은 물론 이강덕 포항시장과 포항철강공단 업체, 교육재단, 언론사 대표 등 71개사의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포항제철소는 QSS 혁신허브 6기 활동을 통해 포항철강공단 내 7개 업체와 포항상공회의소 회원사 5개사를 포함해 △운전면허시험장 △포항의료원 △포항시 산림조합 △설머리 물회지구 △선린애육원 △기북면 등에서 포스코 고유의 혁신모델인 QSS를 전파해 왔다.포항제철소가 혁신허브 활동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총 413곳의 기관이 동참해 △5S 활동 △혁신리더 양성 △본원 경쟁력 향상 등에 힘써 오고 있다./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2017-01-26

“아들 代까지 분단 영토 물려줄 수 없는 게 나의 희망”

“아들 대(代)까지 분단된 영토를 넘겨줄 수 없다는 게 나의 희망이다. 무조건 통일을 시킬 것이고, 고향에 걸어서 갈 것이다. 통일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 24일 대구·경북 지역 기자들과 만찬 자리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날 만찬은 새누리당 이철우(김천) 의원의 주선으로 서울 여의도 일대 식당에서 이뤄졌으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망명 결심 배경과 북한의 현 실태, 그리고 대북정책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태 전 공사는 한창 한국 생활에 적응 중이었고, “망명한 이후 기자들과 이런 식사 자리를 처음 해본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태 전 공사는 “통일에 대한 얘기를 하면 많은 이들이 먼 장래로 생각해 한숨을 쉬고 얘기한다. 특히 한국사람들은 통일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말 가슴 아프다”며 “반신반의하면 절대 안된다. 된다고 생각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야 통일이 될 수 있다. 이런 신념으로 저는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북한 외교관들 중에도 망명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스마트폰을 통해 나의발언은 물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저의 동료, 즉 북한 외교관들이 본다”며 “이들이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것은 `태영호가 진실을 얘기하느냐, 거짓말을 하느냐`다. 때문에 제가 하는 말을 그대로 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최근 `한국에 온 북한 외교관이 상당히 많다`는 발언과 관련해 그는 “저보다 먼저 온 선배들 중 가족들을 데리고 오지 못한 분들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외교관 자식들을 북한에 볼모로 잡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관들이 해외에서 김정은 체제를 홍보하는데 이 사람들의 자식들을 볼모로 잡아놓으면 되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그분들을 정말 존경한다. 자기가 자신을 희생한다면 괜찮지만 가족들까지 놔두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저는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그러면서 그는 “탈북 경로 등을 말하면 저를 도와줬던 분들이 모두 죽는다”며 “제가 말 못하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의 일문일답.사드문제로 韓·美 VS 北·中 구도 형성개성공단 폐쇄 잘해… 北, 열자고 할 것원칙 있는 대북지원이 통일 앞당길 터둘째 교육문제로 망명 결정 보도 맞아北 외교관들 내가 진실 얘기 하는지 봐탈북 경로 말하면 저 도와준 분들 죽어`태백산맥` 영화 덴마크서 아내와 봤죠영화 본뒤 공산주의 모순 책 자꾸 봐져△사드와 관련해 북한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중국과 한국, 그리고 미국이 사드문제를 가지고 싸울테니 북한은 가만히 있는다는 전략이었다. 서로 싸우는 상황에서 중국이 사드배치 반대입장을 밝히면 한국-미국 VS 중국-북한이라는 대결구도를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이 전략이 먹혀들어간 것 같다. 만약 북한이 나서서 사드배치 반대입장을 말했다면 중국이 지금처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외교관 시절 통일 정책 등 한국 관련 서적 탐독했나.-남한 대북정책 관련 책을 딱히 본 것은 없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스마트폰으로 다 보는 시대다. 과거 동구권 사회주의 나라가 붕괴될 때 주민들은 서방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생활을 라디오를 통해 몰래 들었다. 이로 인해 자유민주주의를 동경했다. 지금은 북한 사람들이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고 있다. USB를 통해 한국영화가 들어가고 스마트폰으로 한국 뉴스를 본다. 현대 과학 기술은 1990년대 동구권 사회주의가 붕괴될 때와 비교도 안 되게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도록 기술이 진보했다. 이점을 유심히 봐야 된다.△ `태백산맥` 영화를 보고 체제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좌익 영화라는 비판이 있었는데.-1997년도 덴마크에 있을 때 처음 한국영화를 접했다. 아내와 한국 영화라는 제목만 보고 영화를 봤는데, 그게 빨치산에 대한 영화였다. 영화가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할아버지, 아버지 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앞부분에서 남노당 개별 투쟁을 잘 그렸다. 북한에서는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많은 북한 노동간부 등을 숟하게 처형했고, 아사 현상까지 일어났다. 1950년대 있었던 일을 영화로 만들었지만 영화 기본은 체제, 이념 대결이다. 특히 그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개성을 허용하지 않고 사상의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으면 북한과 같은 현실을 초래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공산주의 이념, 이게 과연 중요하냐는 의문이 들었고, 북한의 공산주의와 김일성의 세습 정치 사회 모순 그런 책을 자주 보게 됐다.△아들 교육 때문에 망명을 결정했다는 보도가 있다. 얼마나 정확한가.-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다 같지 않겠나. 자식의 운명을 생각하게 된다. 저는 북한 체제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이념적으로 오래전에 터득했다. 북한 체제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이념적으로 아는 것과 그걸 자기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사실 북한 외교관들은 사상적으로는 북한 체제에 등을 돌린 상태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북한 체제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 체제에 맞춰 움직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교육에서 모든 사회는 김정은 위원장을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유럽교육은 개인과 개성을 많이 발전시킨다. 유럽에서 아이들이 빙 둘러 앉아 사상의 자유 등을 배우면서 지내다보니 점차 머리가 굳어졌던 것이 풀리고, 북한의 현실을 영국 현실과 결부하게 된다. 일례로 영국 학생들이 아이에게 `김 위원장처럼 머리를 깎지 않으면 잡아간다는데 머리 기르고 다녀도 괜찮겠어?`라고 놀린다. 여기서 부딪히는 환경 등 풀리지 않은 질문을 아들이 물어본다. `북한이 못살고 있는데 경제 구조와 정책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 `북한 당국의 미국의 적대시 정책도 문제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거짓말 할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제 자신이 모순에 빠지기도 했다. 북한의 정책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 대외적으로는 외국인들에게 홍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모순에 저를 빠뜨리는 것이다. 특히 노란물이 들어간 아이를 북한에 데리고 가면 아이의 인생이 얼마나 고달프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무슨 과오를 저질러 수용소에 끌려가든지 했을 때 `아버지가 해외에서 탈북할 때 같이 탈북했으면 내가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처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아이가 원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단계에서 노예 사슬을 끊어주자라는 생각에 망명을 결정했다.△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박근혜 정부의 불관영 정책도 실패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한국은 햇볕 정책도 한번 해보고, 보수 정권에선 강경, 제재 정책도 해봤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판별하고 저 정책은 잘못됐으니 저 당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어떻게 하겠다는 방도를 찾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햇볕 정책은 그 당시 역사적 환경 속에서 남한의 발전된 실상과 남한의 적대감을 낮추는 등 평화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다시 햇볕 정책을 펼친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얻은 교훈에 기초해서 원칙성 있는 대북 정책을 실시해야 된다. 식량지원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에 식량을 지원할 때는 어떻게 준다는 규정이 있다. 식량이 당국에 넘어가지 않고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모니터링한다. UN이 규정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때 산골짜기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 일일이 확인하고, 사람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한다. 미국 역시 쌀 100t 중 10t은 주민들에 가고 나머지는 군에서 가져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지원한다. 그 이유는 북한 사람들에게 10t이라도 간다는 점과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없애기 위해서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이럴 때마다 국가와 국가간에 쌀을 주고 받는 것이고, 북한은 `남북은 형제들끼리 주고 받는 것`이라며 1991년 남북관계 기본 합의서를 거론한다. 기본 합의서에 국가 관계가 아니라 통일로 가는 특수관계라고 했는데 국가관계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한국도 동의한 통일로 가는 특수관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북한이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한국은 할 소리가 없다며 가져가라고 했다. 이젠 그렇게 하면 안된다. 북한이 또 이렇게 나온다고 해도 통일로 가는 특수관계에 있지만 국제적인 규정대로 북한 사람들에게 쌀이 전달되는 것을 우리도 봐야겠다고 주장해야 한다.△ 이럴 경우 어떤 효과가 있나.-한국에서 평양에 3층짜리 아동병원을 지었다. 북한 당국은 한국에서 지어줬다는 것을 비밀로 부쳤고, 한국사람들이 떠난 뒤 병원의 문을 열었다. 그 병원을 보고 북한사람은 놀라워했다. 책, 학습지 등 도서관은 물론 병원안에 놀이터까지 갖춰놔 북한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다. 북한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당 자금으로 만들어준 것 아니냐고 알고 있었는데, 의사들이 `아랫동네(한국) 아이들이 건설해준거야`라고 말하면서 평양시내에 소문이 확 퍼졌다. 이런 얘기가 김 위원장에게 보고됐고, 그 즉시 김 위원장은 `(아랫동네) 아이들이 병원 하나 들여와서 북한주민들 속에서 아랫동네 휼륭하다는 말이 도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 당장 당 자금 풀어서 평양 문수거리에 그 병원의 몇배가 되는 큰 병원을 지어라`고 지시해 돌격대가 동원돼 1년 반만에 지었다. 결국 조그마한 병원이 김 위원장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병원을 짓게 했다. 핵무기에 들어갈 돈이 이렇게 쓰인거다.개성공단 폐쇄도 차라리 잘됐다. 돈 때문에 북한에서 꼭 열자고 할 것이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해야 된다. 그런데 돈으로 주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지원해야 한다. 일례로 북한의 보건 실태가 열악하다. 약도 없고, 마취제 없이 큰 수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현금을 주는 대신 병원 하나씩을 지어주겠다는 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병원 치료는 북한 주민들이 받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주민들은 한국이 지어준 병원이 좋다는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러한 방법이 통일로 가는 길이자, 통일을 앞당기는 일이다./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17-01-26

남다른 청렴성·생생한 행정경험 `검증된 리더십` 앞세워

2017년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조기 대선 성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에 따라 대선 시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헌재가 180일 이내 탄핵을 인용한다면 `벚꽃 대선`이 현실화된다. 더구나 대구·경북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보수여당인 새누리당이 26년 만에 분열되면서 4당 체제로 바뀌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바른정당 입당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선 판도는 요동치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은 2017년 대선 정국을 맞이해 대구·경북 대선 주자들에 대한 분석을 싣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에 이어 마지막으로 새누리당 김문수 비대위원의 대선 경쟁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학생·노동운동가 출신에 국회의원·경기지사 등 `다양한 이력`지자체 중 경제분야 최대실적 입증 등 국가경영에 자신감 충만보수 텃밭 TK서 고배 `반면교사` 삼아 `새누리 명성 회복` 앞장새누리당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이다. 험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길을 걸었고,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이력까지 갖췄다. 명실상부한 사회주의자이자 노동운동의 지도자였지만 사회주의 붕괴를 지켜보며 보수 세력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사연 많은 김문수김 비대위원은 고3때 3선 개헌 반대를 주도하다 무기정학을 받았고, 대학생활에 실망해 사화과학동아리인 `후진국사회연구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광주 대단지 등 빈민 대상 사회조사를 하면서 사회현실에 실망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부터 학생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가 제적당했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190명의 대학생을 제적시켰고, 나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장티푸스에 걸려 시골 가서 40도가 넘는 고열에 연일 피를 쏟고 누워있을 때 제적이 됐다”고 회상했다.학교에서 제적당한 김 지사는 고향에서 야학과 농민운동을 펼쳤지만 쉽지 않았다. 동네 어른들을 상대로 농촌계몽운동을 하다보니 어느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고(故) 김근태 전 장관 등의 영향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김 전 장관의 주선으로 구로공단에 취직했다. 또 청계천 노조 간부들에게 노동법을 가르치며 노동현장 분위기를 익히기도 했다.하지만 노조활동으로 인해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사회로 나온 김 비대위원은 혼란스러웠고, 진로에 대한 고심도 더욱 깊어졌다.결국 민중당을 결성, 합법적인 정당운동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단 한 석도 얻지 못해 `김문수의 첫 번째 도전`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인사는 바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그에게 영입되어 보수정당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딛게 됐고,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보수정당의 대표적인 대권 잠룡으로 성장하게 됐다.◇ 김문수만의 대선 경쟁력경기도지사 시절 그가 보여줬던 행정능력은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김 비대위원도 이 점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북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의 자질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선진국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 국가 리더십은 우선 유능한, 검증된 리더십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선진국인 미국은 대통령들이 거버너(주지사)들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며 “미국은 검증된 행정 경험을 중시한다. 국가 리더십은 똑똑해야 하고, 최소한 지방자치단체 등 작은 정부를 이끈 경험이 있어야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지금 경제위기, 안보위기, 인구위기 등에 갇혀 있다.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다. 검증된 리더십이 차기 국가 리더십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비대위원은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 투자 유치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살리기는 검증된 리더십이 가장 필요하다. 이론보다는 생생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실전이 절실하다. 정치인 출신들은 이론만 난무하다. 실전과 이론은 너무 다르다. 민생 경제 살리기도 역시 실전, 즉 해본 사람이 더 실질적인 일자리를 늘린다”며 “저는 대한민국의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를 8년간 이끌어 보았다. 특히 일자리, 기업·투자유치 등 경제분야에서도 국내 지자체 중 최대 실적을 거둬 보았다. 이론과 말이 아니라 실천과 실적으로 검증받았다”고 자평했다.청렴하다는 점도 김 비대위원만이 가진 강점이다. “청렴영생 부패즉사(淸廉永生 腐敗卽死): 깨끗하면 영원히 살고, 부패하면 즉시 죽는다”라는 말을 만들었을 정도다. 이 덕분일까. 경기도지사 시절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경기도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청렴을 강조해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작품으로 유명한 김진명 작가는 “전 이 나라의 모든 지도자, 모든 정치인을 만나봤지만 그 중 가장 훌륭했던 분은 김문수라 확신한다. 그는 현재는 물론 과거를 통틀어서도 이 나라에서 가장 청렴한 정치인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은 “검증된 리더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청렴이다. 대한민국 역대 정권은 어김없이 대통령 또는 측근 비리로 얼룩져 왔다”며 “아무리 검증된 리더십을 가져도 대통령 또는 그 주변이 썩었으면 국가경영이 잘 될 리 없다. 대통령부터 `청렴영생, 부패즉사`의 청렴도가 요구돼야 하며 대통령이 깨끗하면 그 주변에 흙탕물이 일 수 없다”고 피력했다.◇ 보수로부터 외면 당해 내리막길지난해 4월 그는 대도박을 시도했다. 수많은 지역구 중 국민적 관심이 큰 대구지역 총선출마를 선택했다. 총선 승리를 넘어 대권 가도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도였다. 여권 잠룡으로 꾸준히 오르내렸던 김 비대위원이 승리한다면 야권 차기 대권 주자를 눌렀다는 존재감과 동시에, 보수의 심장을 지켰다는 상징성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대구 수성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그러나 일부는 `여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대구를 선택한 것을 비판했고, 총선 내내 수도권 차출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김 비대위원은 수성갑이 험지라며 절대 쉬운 지역이 아니라고 반박했다.결과는 참담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 여권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야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에게 패하면서 정치적 책임론이 쏟아졌다.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들은 “경북 영천 출생으로 경북고를 나왔으니 대구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대구지역에서의 기반이 없다”며 “오랫동안 지역 표심을 다진 김부겸 의원에 비해 김 비대위원은 국회의원 지역구도 모두 경기도 부천이었고, 경기도지사를 2번 연임하는 등 경기도에서 주로 활동했다. 특히 수도권 규제완화론 등 경기도지사 시절 보여줬던 행보도 지역에선 마이너스가 됐다”고 지적했다.김 비대위원 역시 “최근 총선에서 떨어진 게 지지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시험이나 선거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다”며 “겪고 나니 많은 점을 깨닫게 됐다. 더 겸손하게 민생과 국가적 어려움에 내 목소리를 내면 국민들이 다시 주목해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발점에 다시 서다그런 그가 다시 한 번 뛰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을 구할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으로 임명됐다. 인적쇄신 등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개혁하도록 목소리를 낸다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도 재도약할 수 있다.또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의 민심을 회복하는 것도 관건이다.대구·경북(TK)의 민심을 얻지 못하고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김 비대위원이다.이와 관련해 그는 “지금 1년 6개월째 대구 수성구에서 아내와 살고 있다.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고향 대구·경북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많이 고심 중”이라며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 집권여당 새누리의 명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23년 간 오로지 공천심사위원장, 보수혁신위원장 등 새누리에서만 올곧게 개혁 정치를 해온 만큼 비대위원으로서 인적 청산, 정책 혁신을 이뤄 대구·경북에서 새누리의 자존심을 반드시 우뚝 세우겠다”며 “이 당 저 당 옮겨다니는 정치인이 대구·경북의 정치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을 하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신의를 매우 중시하는 대구·경북민들에겐 언감생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끝

2017-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