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기획ㆍ특집

도시 자체가 `예술품`… 비엔나를 만나다

`놀라움`이라는 감정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만났을 때 온다. 그것이 예술작품일 경우 이 놀라움은 경악 혹은, 정신적 공황상태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걸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스탕달 신드롬이 반 고흐(1853~1890)나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그림이 아닌 겨우 `도시의 건축물`을 보고도 느껴질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몇 해 전이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 머물던 일주일은 행복했다. 그해 5월 터키여행 중 만난 친절한 선배는 고맙게도 자신이 살고 있는 비엔나의 조그마한 아파트를 아무런 대가 없이 통째로 빌려주었다.동유럽을 여행 중이던 카이스트 여학생 3명과 기자는 그곳에서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요리해 먹고, 편안한 잠을 잤다. 한국어로 실컷 수다를 떨며 여행자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오스트리아와 비엔나는 클래식 음악의 거장 모차르트와 하이든, 슈베르트가 태어난 나라이며, 수백 년 동안 사랑받아온 그림인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 `추기경과 수녀`의 에곤 실레가 활동했던 도시다.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했던 음악가과 미술가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고, 거리에 침을 뱉거나 전철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든 도시.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매너는 기자가 여행해본 유럽 국가 중 최고였다.비엔나에서의 일주일. 느지막이 아침을 챙겨 먹은 후 교외선 전철을 타고 나가 시 외곽 강변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거나, 시내 중심가 노천카페에서 `비엔나커피`를 마시며 눈앞에서 펼쳐지는 길거리 연주회와 다채로운 공연에 무심한 눈길을 던지며 유유자적했다.사실 사람의 나이가 40세쯤 되면 어지간한 것에는 감동하기가 힘든 법이다. `미술관의 도시`라 불리는 비엔나이니 왜 그림을 보러 가지 않았겠는가.그러나, 미술에 관해선 문외한인 탓일까? 루벤스나 클림트의 그림을 봐도 별다른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춘 공간은 미술관인 아닌 비엔나의 `거리`였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도시 풍경“한국의 도시는 콘크리트와 통유리로 축조된 살벌한 공간”이라고 말한다면 누군가 펄쩍 뛰며 이를 반박할까?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와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수십 층 마천루(摩天樓)를 보자. 세칭 `잘 먹고 잘 사는` 몇몇 부촌을 벗어나면 콘크리트와 통유리는 가난한 자들의 눈물로 대체된다.한국에는 판자로 이어붙인 철거 직전의 빈민촌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 존재했다.바로 그런 도시인 서울에서 20년 가까이 살아본 기자는 부러웠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예술적인` 건축물이.피 뜨거운 열아홉 살 세르비아계 보스니아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Gavrilo Princip·1895~1918)가 망하게 만든 합스부르크 왕가. 오스트리아와 독일, 거기에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던 페르디난트 황태자의 갑작스런 죽음은 `세계 제1차대전`을 불렀고, 패배한 합스부르크가는 대(代)가 끊겼다. 이건 역사책을 읽으면 다 나오는 이야기이니 이쯤에서 그만두고.오스트리아를 여행한 그해 여름. 바로 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숨결이 곳곳에 묻어있는 거리와 궁전을 부지런히 쏘다녔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는 열패감과 부러움에 시달렸다. 모두가 알고 있고 그렇기에 비엔나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방문하게 되는 슈테판성당과 국립 오페라하우스, 쇤부른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만이 아니었다.비엔나 도심에 있는 시청 건물은 물론 국회의사당까지 멋들어지기 짝이 없었다. 의사당 분수에 석회암을 깎아 만든 조각상은 그 표정 하나하나가 진짜 사람처럼 섬세했고, 지붕 위의 조각된 마차는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했다.앞서 언급한 `스탕당 신드롬`과 유사한 감정이 기자를 흔들었다. 시청사의 첨탑 역시 고딕미술의 절정을 과시하고, 심지어 쓰레기소각장까지 모던한 예술품 같았다.▲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는 비엔나 사람들살풍경한 콘크리트 더미에서 살아온 `한국 촌놈`은 맥이 탁 풀렸다.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가장 유명한 두 여자, 마리아 테레지아와 그녀의 막내딸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았던 쇤브른 궁전의 정원에 이르러선 부러움을 넘어 감동까지 먹었다.사실 기자는 오래 전 지어진 성당이나 궁전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는 그걸 짓기 위해 흘려야했던 핍박받는 이들의 땀과 눈물을 먼저 떠올리는 `멋없는 인간`이다. 천성이 낭만주의자보다는 설익은 민중주의자에 가깝기 때문이다.그런데, 그날은 평소와 달랐다. 심지어 프랑스 왕과 결혼해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오스트리아에서 온 매춘부”라 조롱받았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불쌍하다고 느꼈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대체 무슨 감정의 뜬금없는 기복이었을까싶다.비엔나에 머물던 그때. 주말 밤엔 시청사 벽면에 거대한 스크린을 걸고 상영하는 야외 오페라를 관람했다. 왜 오스트리아에서 우리가 `클래식`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음악이 탄생했는지 짐작이 갔다.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자신의 사연을 떠드는 이 하나 없이 모두가 숨죽인 채 벽면에 투사되는 오페라에 집중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관이었다.비단 비엔나의 외양만은 아니었다. 도시 속에 담긴 내용은 더 근사했다. 필요 없는 쓰레기를 태우는 공간조차 예술작품처럼 아름답게 만든 비엔나 사람들은 오후 6시만 되면 슈퍼마켓과 담배 가게, 채소 가게, 공장과 사무실을 모조리 닫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즐긴다.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이다.오스트리아는…유럽 대륙 중심에 위치한 내륙국이다.정식 명칭은 오스트리아공화국(Republic of Austria). 13세기 말부터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기 시작했다.1815년 독일연방,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 1918년 공화국을 거쳐 1938년에는 독일에 합방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5년 구 소련의 점령을 거쳐 1955년에 주권을 회복한 나라다.북측으로는 독일·체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동쪽으로 헝가리·슬로바키아와 접경이다. 남쪽엔 슬로베니아·이탈리아, 서쪽에는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이 위치하고 있다.`영세중립국`이며 헌법에 영속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다. 면적은 8만3천871㎢이고, 내륙국의 특성상 어느 곳을 가도 바다는 볼 수 없다. 수도는 비엔나. 인구는 850만 명으로 180만 명 가량이 비엔나에서 생활한다. 오스트리아인(91.1%)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유고슬라비아인(4%)과 소수의 터키인(1.6%), 동양인 등이 함께 거주한다.평균수명은 79세. 공용어로는 독일어를 사용하며 70% 이상의 국민이 가톨릭교도다. 소수의 무슬림과 개신교도도 존재한다.사용하는 화폐는 유로(Euro). 1유로는 한국 돈 약 1천260원(2106년 12월 기준)이다.다수의 유럽 사람들이 그렇지만, 오스트리아인들의 준법정신과 공동체의식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높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보기 힘들다.한국과는 1963년 외교관계를 맺었다. 1970년 사증면제 협정이 체결됐고, 1971년에는 무역 협정이, 1979년에는 항공 협정이 체결됐다.한국의 대 오스트리아 수출액은 8억8천200만 달러(2015년 기준). 한국은 오스트리아에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을 수출하고, 자동차부품과 재생섬유 등을 오스트리아로부터 수입한다.오스트리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깨끗하게 잘 관리된 도시환경을 갖춰 많은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나라다. 동시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서구식 매너가 몸에 배인 국민들이 있기에 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큰 어려움 없이 도시와 시골 곳곳을 돌아볼 수 있다.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거나, 맛있는 현지 음식이 궁금하다면 고민하지 말고 오스트리아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환한 웃음으로 여행자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려 노력할 것이다.사진제공/안찬규/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2-30

붉은 닭띠의 해 `첫 해`는 알까? 우리의 염원을…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매년 새해가 찾아오면 많은 사람들이 추위와 번잡함 속에서도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전국의 해맞이 명소를 찾는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도 다사다난했던 순간을 보내고 어느덧 끝자락에 다다랐다. 저무는 해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어둠속에서 만물과 영혼을 깨우는 붉은 닭띠의 해,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새로이 맞이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가정의 행복과 사회의 번영 더 나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국가가 평안을 되찾고 침체된 경제가 회복되길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올해는 탄핵 정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여파로 전국 각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해맞이 행사가 취소 또는 축소될 것으로 보이나 경북 동해안에서는 국민들의 새해 염원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행사가 곳곳에서 정상개최될 예정이라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해맞이 명소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국내 최초 해상누각 영일대서`포항과메기축제`와 함께 즐겨경북 동해안의 새로운 해맞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는 포항지역 최고의 특산물 과메기 행사가 해맞이 축제와 함께 열린다.경북매일신문이 주최하고 포항시, 포항시의회, 영일대해수욕장상가번영회가 후원하는 `2016 포항 구룡포과메기 및 겨울바다 페스티벌 2017 포항 영일대 해맞이 축제`는 오는 30일부터 새해 1월 1일까지 열린다.이번 축제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며 겨울별미로 떠오른 포항과메기의 소비촉진을 유도해 어민소득증대 및 지역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지난 2013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해상누각인 `영일대`가 일출명소로 자리잡으면서 이번 축제의 의미와 품격을 한층 높이고 있다.행사는 첫날인 30일 오후 7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초대가수 축하공연, 시민노래자랑 예선, 통기타·색소폰 공연 등이 이어진다.31일 저녁에는 시민노래자랑 결선이 열려 수상자에게 대상 70만원, 금상 50만원, 은상 30만원, 동상 20만원, 장려상 10만원이 각각 주어진다.이어지는 송년행사에서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함께하는 송년 스파클러 점화를 통해 병신년을 마무리한다.새해 첫날에는 오전 7시 열리는 소원소지 달집태우기를 시작으로 오전 7시 33분께 해돋이가 예정돼 있는 해맞이행사가 이어지며 일출이 진행되는 오전 7시 40분에는 새해맞이 무사평안을 축원하는 대북 공연이 펼쳐진다.이밖에 특산물코너, 농특산물 판매코너 등이 운영되고 과메기를 비롯해 물회와 문어, 고등어, 새우, 골뱅이, 오징어 등 동해안의 각종 해산물을 맛보고 구매할 수도 있다. `호랑이 꼬리` 호미곶 새천년광장31일 불꽃쇼 등 해넘이 행사 다채해맞이 후 2017개 복주머니 나눠줘`호랑이 꼬리`로 유명한 포항 호미곶에서도 해맞이객을 위한 축제의 한마당이 펼쳐진다.오는 31일부터 새해 1월 1일 이틀간 포항 호미곶 새천년광장에서 열리는 `제19회 호미곶 한민족해맞이축전`은 새해를 맞는 희망의 메시지를 `평화`와 `사랑`이란 화두에 담아 전국민에게 전하는 의미 있는 잔치로 치러진다.해맞이 후 호미곶광장에서 펼쳐질 `하늘에서 복이 내려요`는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과 시민, 외국인에게 새해 축복을 상징하는 2017개의 복주머니로 사랑과 평화의 의미를 담는 행사이다.또 이에 앞서 자정 행사에서는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아듀 2016! 웰컴 2017` 프로그램에서 영상과 특수효과, 오색찬란 조명을 활용한 치유와 축복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이어 `디지털 멀티미디어 타종식`, `뮤직불꽃쇼`의 순으로 진행되며, 특히 포항시민과 관광객 대표들이 직접 참가하는 디지털 타종에서는 33번의 종이 울리며 2017년이 밝았음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사랑`을 의미하는 `하트풍선 2017개 날리기`와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의 손잡기`순서에서는 해상데크에서 입체적인 불꽃이 터지며 축전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이밖에도 부대행사로 소원지달기,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컬링, 아이스하키체험, 닭 윷놀이 민속놀이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번 해맞이 축전에 담아낼 계획이다.축제위원회는 호미곶의 지형특성상 강한 바람으로부터 관광객을 보호할 수 있는 대형텐트를 이용한 방한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쾌적한 해맞이관광 환경조성을 위해 행사장 주변 기업형 노점상 전면 금지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영덕 삼사해상공원서 듣는 `제야의 종소리` 경북대종 타종행사로 `송구영신`안동 일출봉서도 특별한 해맞이영덕대게의 고장 영덕 강구 삼사해상공원에서는 병신년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오는 31일부터 새해 1월 1일까지 열리는 `2017년 영덕해맞이축제`는 25일 새롭게 개통된 상주∼영덕고속도로 효과로 평소보다 몇배 이상의 해맞이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영덕해맞이축제는 동해안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해맞이 축제로 삼사해상공원에 세워진 경북대종의 타종행사를 보기 위해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해맞이 축제는 31일 오후 4시 30분부터 열리는 전야행사로 막이 오른다.경북도 무형문화재인 월월이청청 공연, 청소년 어울마당, 마술쇼, 송년음악회 등이 이어지며 송구영신의 축제분위기를 돋운다.이어서 계단제막 및 시군 등 점등, 새해희망 퍼포먼스 등이 펼쳐진 후 이희진 영덕군수 등 도내 각계각층 인사들의 힘찬 제야의 경북대종 타종으로 2017년 새해를 맞이한다.안동 일출봉에서도 특별한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한국예총안동지회 주관으로 새해 1월 1일 오전 6시 50분 안동시 녹전면 녹래리 일출봉에서 열리는 `2017 일출봉 해맞이 행사`는 권영세 안동시장의 신년 메시지와 김광림 국회의원, 김성진 안동시의회의장 덕담 등으로 새해 번영과 안녕을 기원한다.2017개의 신년 대박 소망 풍선 날리기와 함께 국악협회 회원들의 국악공연, 헤이븐솔리스트앙상블공연 등이 새해맞이 축하공연으로 이어진다.이밖에 경주 문무대왕릉에서는 31일 오후 8시부터 `2017 경주 해맞이 축제 문무대왕릉 해룡 일출제`가 열려 경주시민 등 해맞이객들이 함께 새출발을 다짐한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6-12-26

다시, 인도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벌써 꽤 오래 전 일이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직장생활이 7년을 넘어서던 시기. 달디 단 오아시스를 만났다. 1개월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황금보다 소중한 그 한 달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다. 그 고심의 시간 끝에 인도가 기자에게로 왔다.새카만 그들의 순박한 미소그리고 무조건적인 친절첫 대면때의 충격·공포상쇄시키고도 남을 정도델리로 들어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타지마할을 보고, 인간 존재의 무상함과 삶의 덧없음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는 바라나시에 갈 수도 있었지만, 태생적으로 `물`을 좋아하는 기자는 인도 북부의 역사와 실존자각 대신 남인도의 바다를 택했다. 인도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뭄바이로 들어가 역삼각형 대륙의 아래쪽 꼭짓점인 트리밴드럼까지 서남해안 바다를 따라 1천600km를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혼자서 떠나는 먼 여행. 설레는 마음에 2~3주 전부터 쉬이 잠들 수가 없었다.`배낭여행자의 바이블`로 이야기되는 `론리 플래닛`을 포함, 관련 책을 여러 권 구입해 인도의 역사와 풍습, 지리와 사람들에 관해 진지하게 공부하기도 했다. 무엇 하나에 그토록 집착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이후 처음이었다.마침내 AI(인도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하던 날. 기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비록 생면부지의 땅이지만 나름 철저한 사전 조사와 학습을 통해 `인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홍콩과 델리를 경유한 비행기가 뭄바이국제공항에 착륙하자마자 무참하게 깨어졌다. 기자의 믿음은 착각에 불과했던 것이다. 공항에서 숙소를 향하는 에어컨 없는 고물 택시. 그 안에서 내다본 뭄바이의 새벽 풍경은 살벌했다. 수를 헤아리기 힘든 사람들이 이불도 없이 아스팔트 위에 시체처럼 누워 자고 있었다.동양에서 가장 거대한 슬럼(slum)이 뭄바이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책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실상 앞에서 느낀 놀라움과 충격은 독서를 통한 이성적 자각과는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어디선가 끊임없이 풍겨오는 생선 썩는 냄새와 인도 특유의 자극적인 향신료가 비위 약한 기자를 괴롭혔다. 1~2km 이상 이어진 슬럼의 풍경들. 차 소리에 잠이 깬 여자 하나가 새까만 얼굴에 유난히 큰 눈을 빛내며 달리는 택시를 말없이 바라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충격과 공포`였다.평소 배짱 하나는 두둑하다고 믿었는데, 이건 상상 밖이었고 예상을 뛰어넘었다. 몇몇 여성 여행자들이 뭄바이 혹은, 델리의 풍경에 기가 질려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다음날로 귀국 비행기를 탔다는 풍문이 과장된 것이 아니란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하지만, 충격과 공포는 오래 가지 않았다. 가난한 그들의 순박한 미소와 무조건적인 친절은 인도 첫날의 놀라움과 두려움을 상쇄시키고도 남았다. 그 미소와 친절은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더 자주 그리고, 구체적으로 발현되고 있었다.미리 말하자면, 기자가 인도에 머문 27일의 시간 동안 한 번도 사소할망정 위험에 처한 적이 없었고, 인도 사람들에게 상처받거나 실망한 때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라서는 `가난한 사람도 아름다울 수 있는` 인도에 더 머물고 싶어 이런 메모를 끼적였다. “나, 언젠가는 다시 여기로 돌아와 바르칼라 해변의 야자수 아래서 수채화처럼 늙어 가리라.”잠시잠깐 머문 공간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는 욕망까지 품게 한 인도. 어떤 감동이 기자를 그렇게 만들어놓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답은 쉽게 나왔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 때문이었다.가끔 서울역엘 간다. 거기서 만나는 걸인들. 담배 한 개비와 푼돈을 요구하는 그들의 얼굴은 열이면 열 모두 일그러져 있다. 백 번 이해한다.그 상황에서 누가 웃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국에서 찡그리고 사는 이들은 걸인만이 아니다.아침 출근길. 버스정류소에서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회사원과 공무원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그럴 것이다. 이 찡그린 표정은 기사가 운전하는 자가용 뒷좌석에 몸을 기댄 고위관료나 기업 대표도 비슷하다. 이러니 “한국엔 행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극단적인 농담까지 나오는 게 아닐까. 인도를 여행하며 적지 않은 돈을 `박시시`(적선) 했다. 손발이 잘려나간 불구의 중년사내에서부터 젖먹이를 안고 때 묻은 손을 내밀던 10대 미혼모, 거기에 도저히 나이를 예측할 수 없는 주름진 얼굴의 노인에게까지.그런데 놀라웠다. 그들 모두가 구걸을 하면서도 세상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한 시인의 레토릭(수사)을 빌리자면 `얼굴 가득한 높고도 커다란 미소`였다. 인구의 70%가 하루에 1천원 이하의 돈으로 겨우 연명한다는 가난한 나라에서 만난 환한 웃음.특히 아이들이 그랬다. 주행 중인 택시나 오토릭샤를 따라 한참을 달려와 헐떡이면서도 기자가 내미는 5루피 동전 혹은, 20루피 지폐를 받으며 천사처럼 웃었다. 그 웃음은 잔돈이 없어 적선 요구에 응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였다.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한번 구걸을 시작한 아이는 죽을 때까지 걸인으로 살게 된다. 가난한 나라에 가서 잔돈푼으로 자신의 휴머니즘을 과시하는 여행객들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그러나 생각해 보라. `가난한 어린 천사`가 세상사 때 묻은 우리에게 한 끼의 밥을 원하며 웃고 있는데, 그걸 그냥 내치는 게 옳은 일인가? 눈앞에서 일어나는 비극은 못 본 체 하면서, 세계평화와 인간존엄만을 강변하는 사람들을 기자는 믿지 않는다.분명 기자는 다시 인도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누가 뭐라 하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금액을 `박시시` 할 것이다. 왜냐, 인도 아이들이 가르쳐준 `웃음의 힘`에 비하면, 돈이란 건 정말이지 하찮은 것에 불과하니까.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한국 사람들, 돈이라면 벌벌 떤다. 아까워서 남 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아까운 돈`은 그냥 두고, 돈 쓰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웃음만이라도 나누고 살면 어떨까. 마음을 비우면 더욱 즐거워지는 인도여행한국인들에게 인도는 익숙하고 편한 여행지가 아니다.중국의 북경이나 상해 혹은, 일본의 동경처럼 3박4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훌쩍 다녀올 만큼 가깝지도 않고,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해변의 휴양지처럼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가 좋은 것도 아닌 곳이 인도다.하지만, 인도는 시간을 들이고 불편을 감수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여행지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불교 유적들을 한 나라 안에서 모두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이방인을 향한 따스한 미소를 확인할 수 있는 인도.게다가 저렴한 물가는 여행자들에게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드넓은 국토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계절마다 펼쳐지는 화려하고 이색적인 축제. 이처럼 매력 가득한 나라 인도를 `행복하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아래 2가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신비주의의 안경`을 벗어야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한없이 신성한 나라` 또는, `해탈한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한 곳`이라고 착각하고 있다.이런 선입견은 영화나 소설, 여행에세이 등에서 보거나 읽은 것 모두를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생긴다.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도에도 비양심적인 도둑과 사기꾼이 있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도 지천이다.`성자(聖者)의 나라 인도`라는 환상을 깨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인도여행은 시작된다. 편견과 선입견을 가진다면 그 나라의 깊숙한 저변과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진실을 보지 못한다.▲ 짜증이 나더라도 웃음을무더위와 비위생적인 환경은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인도 일부 지역의 한낮 기온은 섭씨 40도를 오르내린다. 한국에선 경험하기 힘든 더위다.거기에 허름한 식당의 접시와 컵 위로는 파리가 몰려다니기도 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달라붙어 지긋지긋한 호객 행위를 하는 장사치도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여행을 하다보면 짜증나는 상황과 마주칠 수도 있다.이럴 경우엔 편안한 마음으로 웃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여행이란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이고, 집 밖이 집처럼 편안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2-23

외로운 `우티의 밤`, 시인 기형도를 떠올리다

뱅갈로르 시외버스터미널은 복잡하고 컸다. 풍채가 경찰청장급인 잘생긴 제복의 사내에게 `인도의 알프스`로 불리는 우티(Ooty)행 버스티켓을 파는 곳과 출발 장소를 물었다. 대나무 막대기를 든 그가 점잖게 고갯짓으로 기자의 의문에 답해준다. 그 폼 역시 의젓하기가 청장급이다. “곧 승진하길 빌게요”라는 농담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다행히 매표소는 멀지 않았다.우티까지의 소요시간을 물으니 “10시간 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또 그 긴 시간을 낡은 버스에서 시달려야 한단 말인가.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이지만 인도는 넓고도 크다.뱅갈로르를 출발한 버스가 털털거리며 우티를 향했다. 대여섯 시간을 달리니 높다란 산길로 접어든 것인지 눈에 띄는 나무부터가 흔해빠진 인도 야자수가 아닌 끝이 뾰족한 침엽수다. 침엽수는 추운 지방에서 자란다.선득선득한 기운이 느껴지는 풍경.섭씨 40도를 넘는 인도의 불볕더위를 열흘 이상 경험한 터라 갑자기 닥쳐온 추위가 싫지 않았다. 한국에선 정말 싫어한 게 찬바람이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이처럼 조변석개(朝變夕改)다. 밤 10시가 조금 넘었을까? 졸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휴게소에 도착한 것인지 승객들이 우르르 내리고 있다.덩달아 하차해 인도 담배 골드 프레이크 한 개비를 피워 물었다. 조도가 낮은 형광등 불빛만이 두어 개 덩그러니 켜져 있는 황량한 휴게소. 뭘 먹을 생각도 별로 없어 쭈그리고 앉아 있는데 저만치서 귀엽게 생긴 꼬마 남매가 걸어온다. 오빠는 열 살쯤, 여동생은 예닐곱 살이나 됐을까. 목판에 끈을 묶어 목에 건 오빠가 “담배를 사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목판엔 인도에서 생산되는 몇 종류의 담배와 초콜릿 따위가 담겨 있다. 그걸 왜 사지 않겠는가. “5갑만 다오”라고 말하니, 눈이 동그래진다. 반갑다는 것이겠지. 웃으며 달라는 대로 값을 지불하니, 키가 기자의 배꼽에도 이르지 못하는 여동생이 무거워 보이는 보온병을 들고 와 “짜이(홍차에 설탕과 우유를 섞은 음료)도 드세요”라고 권한다. 그것 또한 왜 마시지 않겠는가. 오빠에게처럼 “5잔만 다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혼자선 그만큼을 마실 수가 없다. 대신 가격을 물어보지 않고 100루피(약 2천원)를 줬다. 그 푼돈을 꼭 쥐고는 저 멀리 뒤편에 선 엄마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는 아이. 꼬마숙녀가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기자의 마음도 환해졌다. 둘을 끌어안고 사진을 찍고는 “여기 사느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지 기자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남은 생에서 다시 이곳을 찾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그러나, 언젠가는 꼭 `여기`로 돌아와 이 아이들이 건강하고, 착하게 커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열망만은 감출 수 없었다.기자와 남매가 이야기 나누는 걸 지켜보던 백인 할아버지 하나가 “너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자기는 호주에서 10년 전에 인도로 왔단다. 그리고, 열 몇 살이 적은 인도여자를 만났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했다.“10시간 비행기 타고 저 멀리 한국에서 왔습니다.”“어디로 가냐? 우티냐?”“네. 거기로 갑니다.”“어디 묵을 거냐?”“가서 알아보면 되겠지요. 설마 나 하나 잘 곳 없겠습니까.”“너, 재밌는 청년이다. 연락처 적어줄 테니, 내일 밥 먹자.”은자(隱者)들에게 어울리는 도시. 우티에 도착한 것은 자정 무렵이었다.야트막한 산 아래 지어진 알록달록한 예쁜 집들, 거기에 차갑고 코끝 매운 공기. 뿐이랴, 사는 곳이 달라 기질도 다른 것인지 더운 지방 사람들처럼 지긋지긋하게 달라붙어 호객을 하지도 않는다. 사람을 못 본 채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가끔은 고마운 일이다. 인도에서라면.기자에게 호의를 보인 호주 영감님이 “가는 길이니 함께 타자”고 오토릭샤를 잡으며 권한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곤 옆자리에 앉았다. 5분 정도 달리니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밀집한 지역이 나타났다. 영감님이 손가락으로 오른쪽 오르막을 가리키며 “저기가 괜찮은 호텔”이란다.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내일 전화 드린다며 작별을 고했다.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어깨를 움츠리며 숙소로 향했다. 길게 흥정할 것도 없었다. 더운 물이 나오는 싱글룸 800루피. “지금은 우티의 최고 성수기”라며 할인은 안 된단다. 다른데 가봐야 형편은 비슷할 것이란 부연설명까지 덧붙인다. “그럽시다. 밥을 안 먹었는데, 아직 식당이 영업을 하나요”라고 물으니, 한단다. 잘 됐다.마음 같아서는 뜨끈한 짬뽕국물에 소주 한잔이 간절한데, 여기는 만리타향 인도.그냥 뜨거운 물에 미지근한 볶음밥을 먹으며, 추운 몸도 녹일 겸 위스키를 두어 잔 마셨다.방으로 올라와 창문을 열었다.맵싸한 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간다. 그 차갑기가 한국의 11월 날씨 같다.`아, 이래서 영국 사람들이 여기를 여름 별장도시로 만든 거구나`라는 깨달음이 새삼스러웠다. 호텔이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저 멀리 우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깜빡이는 작은 불빛 몇 개를 제외하면 캄캄절벽 같은 어둠이다.농밀하고 너무나 명백한. 하지만, 그 색채가 검은색이라기보다는 푸르스름한 빛깔에 가깝다.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나 은둔자가 된 시인 기형도(1960~1989)가 그랬던가. “밤은 검지 않고 푸르다”고. 그런 밤이었으니 `센티멘털`과는 거리가 먼 둔감한 기자도 쉬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상점에 가서 맥주라도 몇 병 더 사올까? 한 두시간 연착은 예사… 검은 매연 내뿜는 낡은 버스… `인도의 교통수단`KTX를 타면 수도 서울에서 항구도시 부산까지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한국. 나라가 좁기도 하지만, 최첨단을 달리는 교통수단으로 인해 한국인들은 `편한 이동`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인도에선 시속 300km에 육박하는 기차나 잘 깔린 아스팔트 위를 고속으로 질주하는 안락한 버스를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낡고 느린 기차의 식당칸에서 바깥 풍경을 보며 느긋하게 맥주 한잔 마시고, 먼지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을 덜컹거리며 달려보는 것은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이다.▲시시때때로 연착하는 기차`기다림`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인도에서의 기차여행이 지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1~2시간 연착은 예사고, 어떤 경우엔 예정보다 10시간 이상 늦게 도착하는 기차도 있다.재미있는 것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서인지 `연착하는 기차` 때문에 화를 내는 인도사람은 거의 없다. 10분만 늦어도 발을 동동 구르는 성질 급한 한국인들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차는 느리고, 나라는 넓기에 40~50시간 이상을 기차로 여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때문에 인도 기차의 거의 대부분은 침대칸을 갖추고 있다. ▲ 매연을 뿜어내는 낡은 버스 “저런 버스가 아직 폐차되지 않았다니…” 인도에 처음 도착하는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혼잣말을 하게 된다.낡은 엔진 탓에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것은 물론, 좌석의 고정장치가 망가져 휘청대기 십상인 인도의 시골마을 버스들.어떤 버스는 아예 창문조차 없다.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가끔은 좌석 아래로 닭이나 오리가 돌아다니기도 한다.인도에서 버스를 탈 때는 마음을 비우고 `편안한 승차감`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게 좋다. 버스에서 만나는 인도 꼬마들의 환한 웃음이 그나마 여행자를 위로한다.▲ 국내선 비행기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도의 기차나 버스에 비한다면 비행기는 고가의 교통수단이다.한국의 항공료와 비교해도 결코 싸지 않은 인도의 비행기 요금. 하지만, 일정을 짧게 계획하고 온 관광객이라면 장거리 이동은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델리, 뭄바이, 콜카타 등의 대도시에서는 국제선은 물론, 인도 국내선 비행기도 운항한다. 한국처럼 환한 미소로 반겨주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은 없지만, 시간을 절약해야 하는 여행자들에겐 반가운 교통수단이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2-16

상주시, 으뜸 농업·물류 중심도시 확고한 자리매김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폭염과 이상기후 등으로 농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농작물에 따라 풍흉이 엇갈렸던 한해였다. 농업환경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여건도 FTA를 비롯해 국내산 쌀값 하락과 수입농산물의 잠식 등으로 농민들의 고통이 무척 컸다.이러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우리 농업을 지켜가고 보다 나은 미래농업을 꿈꾸는 농업인들이 있기에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대한민국 농업의 수도를 표방하고 있는 상주는 전국 으뜸 농업도시답게 어려운 농업환경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경북농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상주농업의 현실과 비전을 짚어보고자 한다.市 단위 농업종사 비율 전국 상위권수출시장 확대로 농업소득 증대 박차미래 생명산업·6차 산업화에첨단 기술력 더한 진정한 농업도시 도약▲ 경북 최대의 농업도시 상주상주시는 전체 가구수 4만6천313호 중 농가수가 1만4천975호(32%)이며, 전체 인구수 10만2천374명 중 농업인구수는 3만5천311명(34%)에 달해 시 지역이지만 농업종사 비율이 전국 상위권에 속한다.경지면적 또한 2만6천324ha(논 1만4천827ha·밭 1만1천497ha)에 달해 경북에서 제일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곶감은 전국시장의 60%(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오이 3만1천190t, 양봉 553t, 육계 313만2천수로 전국 1위, 명실상감 한우는 전국 2위, 쌀과 배는 경북 1위의 생산량을 자랑한다.농산물 조수익은 연간 1조 2천억원을 넘고 있으며, 1억원 이상 고소득 농가가 1천500여 호나 되는 등 명실공히 대한민국 농업의 중심도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 상주시는 고소득 지역대표 전략품목으로 쌀, 포도, 배, 오이, 기능성 소득작물 등 5개 품목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이와 함께 지역농특산물 브랜드 이미지 강화와 국제화, 기후변화 등 환경여건에 대응하는 새소득 작물 육성, 수출시장 확대 등을 통해 농업소득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풍부한 농업인프라를 보유한 상주상주시는 풍부한 농업인프라에 더해 고속도로 IC가 6개나 존재하는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50km 이내, 세종시에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99km 이내에 있고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수산대학 등 국내 주요 농업관련기관이 광역교통망으로 2시간이면 접근 가능하다.상주시에는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를 비롯해 경상북도 산하연구기관인 상주감시험장, 잠사곤충사업장, 가축위생시험소 등이 있어 농업관련 연구기관끼리 시너지 효과를 내는대도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 공성면 금계리에 있는 농협 티엠알 사료공장은 1일 300t의 섬유질배합사료를 생산해 연간 7만t의 고품질 사료를 공급할 수 있다. 복룡동 일원에는 4만7천167㎡ 부지의 삼백 농업.농촌 테마공원이 자리잡고 있어 농경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체험은 물론 자연친화적 휴식공간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양잠·명주 관련제품을 전시하는 함창명주박물관과 상주 곶감유통센터, 농촌진흥청 소속의 국립식량과학원 상주출장소 등이 위치하고 있다. ▲ 다양한 농산품이 생산되는 상주 상주시는 쌀, 배, 오이, 곶감, 양봉, 육계, 한우 등 경북도 내 1위 생산품목을 7개나 보유하고 있으며 포도, 사과, 오미자, 누에와 명주 등 다양한 농업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상주쌀은 예로부터 삼백의 하나로서 토질이 좋아 밥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며, 생산량 또한 경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주시는 `쌀 산업 선진화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쌀 수입 개방확대와 소비자 요구변화 등 유통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RPC 시설 현대화 등으로 미질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상주지역의 과수 생산량은 배 경북 1위를 비롯해 포도 3위, 사과 8위에 랭크돼 있다.2004년 한·칠레 FTA체결 이후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 사업을 비롯한 과실전문생산단지기반조성 사업 등을 통해 원예특작 농가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가고 있다.또 주요과수의 작목전환에 대비해 블루베리·아로니아 재배단지 조성, 체리·오미자, 청포도 단지조성 등 지역특화 대체작목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경북도 내 1위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는 최고 명품오이 생산기반조성을 위해 내재형하우스, 무인방제기, 보온커튼 시설과 안전한 육묘공급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규모의 승마장을 보유하고 있는 상주는 말산업 육성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용운 말 특성화고와 경북대 말산업 연구원, 경북대 대동물 병원과 말 특수동물학과 개설, 경주마 생산목장 등 말산업 인프라 구축과 함께 승용마 육성센터건립, 에코힐링 호스파크, 상주와 구미승마장을 연결하는 낙동강 승마 트레킹로드 조성 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상주 곶감은 상주경제의 30%를 차지하며 연 56만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500억원의 인건비와 700억원의 각종 자재비 등이 발생되는 상주시민의 생명산업이다.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상주곶감의 명품화를 위해 곶감유통센터를 건립해 운영해 오고 있으며, 철저한 품질관리와 전처리위생시설(HACCP)을 추진하고 있다. ▲ 앞서가는 귀농·귀촌의 중심지 상주상주시는 다년간의 귀농귀촌 정책추진은 물론 국비지원 도시민농촌유치 지원사업(2010~2018) 추진을 통해 귀농귀촌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전국 2위)을 수상한 국비지원 도시민 농촌유치 지원사업은 올해 3주기 1년차에 접어들어 지역민과 귀농귀촌인이 화합하는 마을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2016년 도시민 농촌유치 지원사업의 대표적 사례로는 공동체 창안학교, 청년귀농학교, 귀농귀촌 발전포럼운영 등이 있으며, 사업추진 성과에 따라 3주기 3년차(2018년)까지 계속할 계획이다.이러한 정책들의 성과에 대해서는 `2014년 상주시 귀농귀촌실태조사`와 2015년 `상주시 귀농귀촌 5개년 발전 연구용역`이 잘 대변하고 있다.▲ 이정백 상주시장.`2014년 상주시 귀농귀촌실태조사`는 지역 단위 최초의 사례로 통계청 주관 지역통계 활성화를 위한 우수사례 공모에서 창의성, 효과성, 파급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이정백 상주시장은 “상주가 지닌 천혜의 자연조건과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최대한 활용해 명실공히 농업 중심도시·물류 중심도시로 확고하게 자리매김 해나갈 것”이라며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는 미래 생명산업과 6차산업화를 통한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으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덧붙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더해진 진정한 농업 중심도시가 될 수 있도록 도 농업기술원을 유치하는데 시민들과 함께 힘을 합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2016-12-15

청렴의 리더로 세계 초일류 국가주의 정신 실현

“종합제철 성공과 제철보국, 이것이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의미다.”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순교자적으로 희생하는 세대다.”“포항공대는 천하위공의 국가백년대계고, 과학기술은 국부의 원천이다.”“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화해, 영남과 호남의 화합은 시대정신이다.”-박태준 어록에서2004년 평전 집필 이후 16년만에… 2004년~20011년까지 타계 직전 7년간 활동 증보글로벌 철강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 성공 신화에서 정치입문·은퇴까지 생생히 담아작가 이대환 “그는 흐트러짐 없이 필생을 완주하는 동안 시대의 새 지평을 개척했다.그 위업에 내재된 정신을 기억하고 무형의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12월 13일은 `세계 최고의 철강인`으로 불린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타계 5주기가 되는 날이다.그때 그의 부음은 세대와 이념을 넘어선 범사회적 추모의 행렬을 이루게 했다. 한국 산업화의 성공을 이끌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된`철강 신화`를 이뤄낸 박태준. 1968년 4월 박정희 대통령의 뜻에 따라 포스코를 포항에 건설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위대한 기업가`였다. 그럼에도 그는 집 한 채 남기지 않은 청렴의 리더였다. 박 회장은 중국 덩샤오핑이 “가장 수입하고 싶은 해외 인물”이라며 탐을 냈을 정도다. 포스코가 고 박 명예회장의 5주기를 맞아 최근 그의 타계 직전 7년간의 활동을 추가한 개정증보판`박태준 평전-세계 최고의 철강인`(아시아)을 출간했다. `박태준 평전-세계 최고의 철강인`은 우리 시대와 후세가 길이 공유해야 할 공적 자산인 그의 무사심 일류국가주의와 무소유 대기업가정신을 파란만장한 20세기 한국사의 거울에 비춰보며 그 가치를 평가하고 그 의의를 되새긴다. 저자 이대환 소설가가 처음 집필을 시작한 후 16년 만에 박 회장의 서거 5주기를 맞아 장정을 완주했다. 이 평전은 지난 2004년 12월 박 회장의 희수(喜壽)를 맞아 첫 선을 보였다. 이 책은 박 회장의 젊은 시절 포항제철의 성공신화, 정치 입문과 은퇴까지의 신념과 고민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박 회장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이대환 작가가 쓴 `세계 최고의 철강인 박태준`이라는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 “외국에서 나오는 수작(秀作)의 전기에 비견할 만한 작품이 나왔다” “문장, 통찰, 감동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책이다” “실로 `나는 나라를 사랑했고, 나라에 나를 바쳤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인물의 평전이다” “`왜 오늘 다시 박태준인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던져주는 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한국의 대표적 평전문학이 됐다. 이번에 출간된 완결판은 평전이 출간된 뒤부터 박 회장이 타계할 때까지 7년동안의 활동과 어록을 새로 담고 일부 내용은 보완됐다. `박태준 평전` 완결판은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박태준의 마지막 계절`을 비롯해 2004년 여름부터 그의 타계까지 `황혼의 30여 계절`을 증보하고 기존 평전의 군데군데를 보완하면서 문장도 더 손질했다. 증보와 보완은 2004년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진 박태준과 저자 이대환 작가의 대화, 저자의 주변인물에 대한 추가 인터뷰를 통해 이뤄지게 됐다. 또한 책머리에 놓은 작가의 에세이 `내 영혼에 남은 거장(巨匠) 박태준`에서는 주인공과 저자의 각별한 인연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의 부피는 기존 856쪽에서 1032쪽으로 불어났다. 1997년 초여름 박 회장과 처음 인연을 맺어 그가 타계한 날까지 고인과 “숱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의 생애와 사상과 추억에 대한 온갖 대화”를 나눴던 저자 이대환 작가는 박 회장이 일으킨 기적의 정신을, 신화의 장면들을 또렷하게 보여준 뒤 박 회장과의 `기나긴 대화`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작가로서 내가 지켜본 박태준의 최고 매력은 지장, 덕장, 용장의 리더십을 두루 갖춘 그의 탁월한 능력을 많은 사람들이 꼽듯 나도 흔쾌히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을 최고 매력으로 꼽진 않는다. 내 시선이 포착한 박태준의 최고 매력은 `정신적 가치`를 가치의 최상에 두는 삶의 태도였다.” ▲ 이대환 작가이 작가는 또 “포항제철 설립과 발전의 역사는 국가정책 결정자, 기업 경영자, 그리고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중요한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청암 박태준은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흐트러짐 없이 필생을 완주하는 동안 시대의 새 지평을 개척했다. 그러나 공적의 크기로만 기억하는 것은 참다운 의미가 없다. 박태준의 위업에 내재된 정신을 기억하고 무형의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12-13

`한국의 시베리아` 봉화 그 눈부신 겨울 제대로 즐겨보시렵니까

`한국의 시베리아`로 불리는 경상북도 봉화는 최근 지역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분천역 산타마을, 승부역 눈꽃열차 등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개발해 겨울철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전에는 봉화라고 하면 `오지마을`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으나, 요즘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많은 이들이 갖가지 체험을 즐기며, 여행자들이 행복해하는 관광도시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산타클로스`의 동심과 함께하는 분천역 산타마을 눈썰매장·이글루 터널 등 동화속 산타마을 구현겨울철 특별운행 `산타열차`로 관광객 발길 줄이어산타클로스는 아이에서 어른까지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전설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산타클로스는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한 성 니콜라스의 미담을 17세기 아메리카 신대륙에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이 `산테 클라스`라 불러 자선을 베푸는 전형으로 삼았다.이 발음이 그대로 영어어화 했고, 19세기 크리스마스가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상상의 인물이 돼 어린이들의 발음인 `산타클로스`로 변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 산타클로스가 사는 마을은 노르웨이 오슬로를 비롯해서 전세계 여러 곳에 있으나,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산타마을이 가장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는 전세계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를 12개 국어로 번역해 일일이 답장을 해주는 산타클로스의 비서들이 있다. 이를 통해 동심의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를 기억하게 하는 서비스를 실시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우리나라 사람들도 매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클로스를 떠올린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전후 며칠만 기억되고 다시 잊혀진다.하지만, 봉화는 잊혀진 산타클로스를 되살려 지난 2014년 봉화군·경북도·코레일이 함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산타마을 조성해 요즘 표현으로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산타마을은 이름에 걸맞게 산타와 연상되는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눈썰매장, 산타레일바이크, 산타풍차방, 이글루터널 산타소원지, 루돌프 포토존, 산타 시네마 등의 특색 있는 시설은 관광객들에게 동화 속 산타클로스 마을에 온 것 같은 신비스러운 광경을 선사한다.또한, 산타마을 주변 향토음식점에서는 곤드레밥, 산채비빔밥, 수수부꾸미, 메밀전, 봉화 전통막걸리 등 전통음식과 대추, 수수, 차조, 녹두, 호두, 산나물 등 지역주민이 직접 재배한 청정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보며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봉화군은 지난 2015~2016년 2회에 걸쳐 `한여름 산타마을`도 운영해 무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에게 특색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여름 산타마을`은 기존 산타마을에 싼타 슬라이드, 레일썰매, 안개분수 등 여름에 어울리는 각종 시설을 확충해 관광객들에게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했다. 이처럼 봉화의 산타마을 시리즈는 총 4회에 걸쳐 180일간 33만6천명(1일 1천867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수십 억원의 지역경제 파생효과를 거두는 성과를 나타내며, 주민들의 농가소득 증대에도 크게 이바지를 하고 있다. 분천역 산타마을의 성공은 비단 산타마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와 연계한 여러 관광자원도 한몫을 하고 있다.먼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백두대간협곡열차를 언급할 수 있다. 2013년 4월 처음 개통한 백두대간협곡열차는 국내 최초의 개방형 관광열차로 운행구간은 분천역을 시발역으로 하여 강원도 철암까지 오간다.봄, 여름, 가을에는 백두대간협곡열차로 운행되지만 겨울에는 산타마을과 연계해 `산타열차`로 운행된다. 산타열차 내부는 크리스마스와 겨울을 연상케 하는 각종 장신구들로 꾸며지고, 승무원들 역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있어 열차를 타면 진짜 산타마을로 가는 열차에 오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낙동강세평하늘길`이라는 트레킹코스다. 이 코스는 분천역~승부역 구간 12km로 낙동강과 협곡, 철로를 따라 숨은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힐링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으며, 매년 2만5천여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러한 산타마을의 인기는 지난 4월 국내 겨울여행지 선호도 2위를 차지한데 이어, 12월 초에는 한국관광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국내 최고 권위의 `2016년 한국관광의 별`(창조관광자원)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며 국내 최고의 관광명소 중 하나로 발돋움하고 있다.한편, `2016~2017 산타마을`은 2016년 12월 17일부터 2017년 2월 12일(58일간)까지 운영될 계획 이어서 다시 한번 전국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칙칙폭폭` 기적 소리에만 얼굴을 내주는 승부역 협곡 절벽에 숨은 간이역, 진정한 힐링공간으로 각광소박한 먹거리·청정 특산품 등 도시민 마음 사로잡아차로는 닿을 수 없는 산속 깊은 곳에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을 가진 조그마한 간이역인 승부역이 있다. 이곳에서는 시간도 멈추고 생각도 멈춘다. 단지 자연이 내어주는 그 비광에 온갖 시름을 내려놓게 된다.승부역은 낙동강의 위협적인 물살이 바위를 깎고, 산을 휘감으며 빚어낸 협곡의 절벽에 위치해 있다.승부역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진 기념비(영암선 개통 기념)가 세워져 있는데, 영암선 철도의 가장 난공사였던 승부역 공사에 희생된 근로자들을 기리기 위해서다.승부역은 1956년 1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잠시 신호장으로 격하됐다가, 2005년 다시 보통역으로 격상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승부역은 지난 1998년 환상선 눈꽃열차를 운행하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된다. 중앙, 태백, 영동의 3선이 철도를 따라 운행하며, 청량리역을 출발해 제천~영주를 경유해 청량리로 돌아오는 이 코스의 중심역이 승부역이다. 사실 분천역이 이름을 알리기 전에는 승부역이 더욱 인기가 많았다. 승부역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로 대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승부역의 자연환경과 소박한 먹거리, 청정 농산물 등은 도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충분했다.그러나 한때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정기 열차를 찾기가 어려워 승부역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해맞이 열차, 산나물 열차, 피서 열차, 단풍 열차 등의 운행이 점차 확대되었다.승부역은 2013년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와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가 운행되면서 전국에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알리게 된다. 이를 계기로 승부역 주변 개발도 본격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산골철도역사 문화관광자원화사업이다.이 사업은 2014년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에 의해 지역생활권 선도사업으로 최종 승인돼 2014~2016년 봉화군 3개역(법전역·춘양역·승부역)의 주변환경을 정비하는 사업과 두 지역에 산재한 간이역사와 관련된 스토리텔링 자원을 발굴하고 홍보하는 사업이다. 승부역은 이 사업을 통해 역 주변에 낙동강 비경전망대, 포토존, 관광객 쉼터를 설치하였고, 그 옆으로는 마을 주민들이 협력해 지역농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총 5동의 판매부스를 조성해 묵나물, 도라지, 콩, 산나물 등 관광객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늘어난 관광객과 함께 농산물 판매도 증가해 지역에서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산림청, 봉화군, 코레일이 협업해 2014~2016년 3년에 걸쳐 백두대간 협곡구간(분천역~승부역) 복합경관 숲 조성사업도 진행했다. 이 사업은 산촌지역 소득창출 기여를 목적으로 3개 부처가 협업해 전국 최초로 추진한 시범사업으로 승부역 주변 50ha에 조성돼 승부역을 찾는 관광객들은 투구봉으로 향하는 2km 발밤숲길을 걸으며, 한반도 지형의 세평뜰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또다른 볼거리로는 질금전망대, 철쭉터널, 투구봉약수터, 춘양목숲길 등이 있다.고즈넉한 따뜻함이 있는 승부역. 빠르게 변하는 요즘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한 번 방문하면 그런 걱정은 사라진다. 여기가 바로 진정한 힐링공간이자 행복의 공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봉화/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16-12-12

꼼꼼한 커리큘럼, 촘촘한 산학협력 명실상부 경북도 거점대학 `우뚝`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는 2017학년도 정시모집 원서를 오는 31일 오전 9시부터 내년 1월 4일 오후 6시까지 인터넷으로 접수한다. 정시모집 가군, 다군에서 선발하며, `가`군에는 불교문화대학, 인문대학, 과학기술대학(공학계열 일부), 한국음악과, 스포츠과학과를 모집하고, `다`군에는 사회대학, 상경대학, 자유전공학부, 과학기술대학(이학계열 일부), 사범교육대학, 한의예과, 간호학과, 미술학과 등을 모집한다.2017 정시모집에서는 예체능계열을 제외하고 모든 모집단위에서 수능 100%로 학생을 선발하며, 고교에서 이수한 계열과 관계없이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모집단위별로 요구하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반영 영역에 응시한 수험생은 지원이 가능하다.대학수학능력시험 반영방법은 △한의예과는 3+1이며 국어 20, 수학(가) 30, 영어 30, 과탐 20을 반영하고 △예체능 계열은 2+1 로 선택영역은 국어/수학/영어 중 2개 과목을 40씩 반영하고 지정영역은 탐구 20, 사탐/과탐/직탐 중 1이다.△그외 전체학과는 3+1로 국어, 수학(가/나), 영어, 사탐/과탐/직탐 중 1을 반영하되, 자연계열은 수학(가)에 가중치 10%, 간호학과는 수학(가) 10%, 과탐 5% 가중치를 적용한다.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는 가군은 2017년 1월 13일, 다군은 2017년 1월 26일 예정이다.이외에 자세한 일정과 전형사항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입학처 홈페이지 (http://ipsi.dongguk.ac.kr)를 참고하면 된다. 입학상담 문의전화는 054-770-2031~4.8년간 학부교육 선도大 선정230여개 기업체와 산학협력서울캠퍼스와 학사교류제도▲ 8년 연속 교육부 선정 잘 가르치는 ACE 대학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의 우수한 교육 역량은 이미 인정받았다.2011년부터 교육부 학부교육 선도대학(일명 ACE 대학)에 선정되어 4년간 학부교육 모델을 구축했고, 2015년에 연속으로 선정돼 2018년까지 8년간 ACE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 대학특성화(CK)사업 선정올해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교육부 대학특성화(CK)사업에 선정됐다.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16년 대학특성화 사업(이하 CK사업) 재선정 평가에서 `캠퍼스 인큐베이터와 지역관광 산업과의 연계기반 관광창업 인재양성 사업단`이 신규사업단으로 추가 선정된 것이다.`관광창업 인재양성사업단`은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부 특성화사업단으로, 캠퍼스를 창업 인큐베이터로 활용하고, 대학·지방자치단체·창업기업들이 협력하는 관광창업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학생들을 `관광창업`의 인재로 육성할 계획이다.▲ 2016 중앙일보 대학평가 전국 15위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는 2016 중앙일보 대학평가 교육중심대학 순위에서 전국 15위를 기록했다.이는 지난해에 비해 10계단 상승한 결과로 교육부가 선정한 잘 가르치는 ACE대학답게 교육 역량이 강한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권역 우수 교육중심대학에도 금오공대와 함께 선정됐다.계열별 평가에서는 인문계열 저·역서당 피인용(회) 평가에서 전국 7위를, 인문계열 순수 취업률 평가에서는 전국 11위를 기록했다.한편 지난 9월 발표된 중앙일보 대학평가 인문사회계열 학과평가에서는 유아교육과가 참여대학 중 취업률 1위, 전임교원 1인당 저역서 권수 2위를 차지한 바 있다.▲대학창조일자리센터 사업으로 취업 프로그램 강화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취업지원전담교수들이 취업 컨설팅, 토익 및 취업 몰입교육, 취업동아리 운영 등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시행해 학생들의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특히, 영남지역과 수도권에 걸쳐 230여 개 기업체와 U.C.Dongguk 산학협력을 맺고 현장중심 맞춤형 인재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일본 유수 기업에 20명 취업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는 2015년부터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해외취업연수사업인 K-MOVE스쿨을 운영하면서 토요타자동차, 아이산공업, 세트재팬, 미츠이조선 등 일본 내 다양한 기업에 지금까지 1기, 2기 총 20명을 해외 취업시키는 성과를 내고 있다.일본 (주)테크노스마일에서는 인재개발부 노노야마 부장 일행이 지난 9월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를 방문해 K-MOVE스쿨 3기생의 연수과정을 참관했다.(주)테크노스마일사는 토요타자동차 계열에서 독립해 자동차, 전기, 전자 등 이공계열 분야에 인재를 공급하는 종합인재양성 서비스회사다.동국대 경주캠퍼스 K-MOVE스쿨 1, 2기 연수생들을 채용한 후 만족해하고 있으며, 지난 11월 이대원 동국대 경주캠퍼스총장이 일본 현지를 방문해서 (주)테크노스마일사와 지속적인 인재 채용에 대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인기 학과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학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우수한 인프라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의학과, 간호학과는 동국대 경주캠퍼스를 대표하는 인기 학과다.또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경상북도 등 정부로부터 인력양성사업을 수주해 국가 에너지산업을 선도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행정 분야에서 활약할 인재를 양성하는 행정경찰공공학과, 경주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특성화하는 호텔관광경영학부에 대한 기대도 크다.특히, 2017학년도에는 바이오제약공학과를 신설해 모집한다.▲동국엘리트 장학생으로 우수인재 선발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는 폭넓은 장학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입학부터 졸업까지 아낌없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특히 동국엘리트 장학 중 가장 완화된 D장학은 국어, 수학, 영어 중 2개 교과목 수능등급의 합이 4일 경우에 해당되며, 전학기 등록금 및 입학금 면제, 기숙사비 면제, 해외연수비 최대 1년을 지원하고 있다.▲서울캠퍼스와 교류 제도 강점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서울캠퍼스와의 교류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서울캠퍼스로 전과할 수 있는 캠퍼스간 이동 제도를 비롯해 1년 동안 서울캠퍼스에서 학점 취득이 가능한 캠퍼스간 학점교류 제도, 서울캠퍼스에서 추가로 전공 취득이 가능한 캠퍼스간 복수전공 제도 등 다양한 학사교류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지방에 위치한 캠퍼스지만 교육과 학사제도에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그 결과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비수도권 사립대학 1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스마트 강의실 구축 등 교육 시설도 최신화전국에서 입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1천900여 명을 수용하는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KTX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경주까지 약 2시간이면 도착이 가능해 수도권 학생들의 접근이 더욱 편리해졌으며, 대구, 포항, 부산, 울산, 양산 지역으로 학기 중 통학버스를 운행한다. 액티브 러닝 전용 스마트 강의실 구축, 스마트 수업관리시스템 도입 등 스마트 학습공간으로 캠퍼스를 변모시켜 나가고 있다.▲자랑스런 동국인 양성, 사회에서 사랑받는 대학동국대학교는 건학 110년을 맞이하고, 경주캠퍼스가 설립된지 38주년이 됐다. 경주캠퍼스에서만 4만5천여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이제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경상북도 동남권 지역에서 명실상부한 거점대학으로 자리잡고 있다.▲참사람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ACE 대학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는 교육부의 `잘 가르치는 대학(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대학)`에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 연속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6 중앙일보 대학평가 결과 교육중심대학 전국 15위 및 대구경북권역 우수교육중심대학으로 선정됐다.신입생들을 위한 기숙형 대학 프로그램인 RC(Residential College)와 신입생의 대학생활과 학업지도를 전담하는 교양학부대학을 설치해 학생들이 인성과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16-12-09

인도 오토릭샤 기사가 데려다준 `클럽`에는…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떠도는 여행은 `익숙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부른다. 특히 음식이 그렇다. 입에 맞지 않는 걸 먹어야한다는 건 비극이다. 여행자는 이런 비극을 감수하면서까지 `새로운 것들`을 찾아가는 사람이다.인도에서 만나는 한국음식, 포장용 같은 냉면과 `튀김` 삼겹살머나먼 이국서 경험한 익숙한 맛에 소주까지… 최상의 맛 느껴 네댓 명의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어 `코리안 레스토랑`을 찾긴 찾았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어중간한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거의 없다. 주인이라는 한국 여자는 아주 잠깐 얼굴이 보이더니 어디론가 가버렸고, 인도인 종업원들에게 냉면과 삼겹살 구이를 주문했다. 한국에서 수입된 팩소주도 있단다. 익숙한 그것들이 반가웠다.“자꾸 부르면 귀찮을 테니 소주는 아예 3팩쯤 가져다주세요.”주방과 홀이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이윽고 테이블에 음식이 차려졌다. 음...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냉면은 한국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장제품을 이용해 만든 것 같고, 삼겹살은 철판 위에서 너무 오래 구워 `구이`가 아니라 `튀김` 수준이다. 포항이나 서울에서라면 이런 상차림이 반가울 리 없다. 허나, 그때는 상황이 달랐다. 조금 과장하자면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 그 익숙한 향기에 뱃속이 요동을 쳤다. 게다가 인도인 종업원 서너 명이 먹는 내내 웃으며 기자를 쳐다보고 있는데 어떻게 인상을 찡그리겠나. 비록 튜브에 든 겨자지만 듬뿍 치고, 면발에 식초도 뿌려 단번에 삼키듯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시원함,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인도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젓가락을 이용해 소주 안주로 먹는 삼겹살 `튀김`도 그런대로 고소하다. 맞다, 절에 가서 등심구이를 찾는 건 우스운 일이다. 인도에서 이 정도의 한국음식이라면 `A급`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인도인들이 즐겨먹는 탈리(thali·인도식 백반)보다 20배는 비싼 `한국식 점심`을 혼자서 먹었다. 기분 좋게 값을 치르고, 웃음으로 반겨준 종업원들에게 약간의 팁도 나눠준 후 배를 두드리며 나왔다.식사 후엔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청했다. 낮술로 마신 소주가 과했던 것인지, 냉면과 삼겹살을 너무 먹은 포만감 탓인지 일어나니 이미 방 안이 캄캄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도시에서의 밤`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어둠이 내린 뱅갈로르는 여타의 한국 도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네온사인은 고사하고 환한 형광등조차 흔하지 않은 인도의 시골마을에서 일주일 정도를 머문 탓인지 번쩍이는 밤의 불빛들이 더없이 반가웠다. 달려오는 오토릭샤를 잡아타고 “물 좋은 나이트클럽으로 갑시다”라고 하니, “오케이! 노 프라블럼”이란다. 인도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불가능한 부탁을 받아도 “몰라요” “안 돼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그런데, 그 릭샤왈라(오토릭샤 운전수)가 내려준 곳이 예상외로 너무 조용하다.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물론, 입구를 드나드는 청춘남녀도 없다. 썰렁~ 그 자체다. 허나, 내친걸음이니 어쩔 것인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여기가 나이트클럽 맞냐”고 물었다. 그런데... 거긴 회원제로 운영되는 인도 부자들을 위한 고급 사교클럽이었다. 릭샤왈라는 “클럽”이라는 단어만 알아듣고는 여기로 데려다준 것이다. 대략의 자초지종을 듣고는 기자의 초라한 행색을 아래위로 훑어보던 건장한 경비원 2명이 콧수염을 들썩이며 웃었다. 어쩌랴. 기자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그 고급 사교클럽 앞에서 다시 오토릭샤를 기다렸다. 인도에 머무는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독일과 스웨덴에서 생산된 고급 승용차들이 건물 옆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맞다. 한국이나 인도나 아니, 세상 어느 곳이나 부자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 가난을 눈앞에서 본다는 건 불편한 일이니까. 가진 자들이 보기에 못가진 자들이란 `게으름뱅이`에 불과할 테고, 그런 이들과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격에 맞지 않다고 믿으며 살 테니까. 고상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사교클럽 건물 앞에서 복잡한 심사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이트클럽이고, 록카페고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인도까지 와서 그런 걸 찾고 있는 스스로가 우스워 보이기도 했고. 에라, 모르겠다. 어디 가서 올드 몽크(Old Monk·인도산 럼)에 맥주 섞어 폭탄주나 마시자. 단순한 술집이라면 머물고 있는 제국호텔 근처에도 많았다.왔던 길을 되짚어 눈에 띄는 아무 술집에나 들어갔다. 한국 생맥주집이랑 유사한 분위기다. 미국 가수의 올드팝이 흘러나오고, 조명은 어둡다. 그러면 어때. 남자 혼자 마시는데 분위기가 무슨 대수인가. 올드 몽크 한 병과 맥주 3병을 주문해 급하게 폭탄(?)을 제조했다.빨라서 좋은 건 비행기밖에 없는 모양이다. 홀로 급히 마신 폭탄주 대여섯 잔에 단숨에 취기가 올랐고,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나른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뒷머리 쪽으로 빠르게 번져갔다. 술 마시는 스타일이 독특해 보였는지 매니저가 테이블로 와서 “무슨 슬픈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 “아니. 한국 남자들은 기쁠 때도 이렇게 마셔”라고 응수했다. 술집 매니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주고받았다. 외로워서였을 것이다.사회학자나 평화운동가도 아니면서 카스트제도의 불합리성과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비인간성, 종교와 인종이 야기한 내전(內戰) 등등. 다음날 일어나면 기억하지도 못 할 거창한 이야기들을 시원찮은 영어실력으로 쉼 없이 떠들었다. 휘적휘적 손발을 내저으며 술집을 나온 게 몇 시였는지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그저 깨어난 아침, 머리가 강철 해머로 두드려 맞은 듯 아팠다는 것만 뚜렷이 떠오른다. 주독(酒毒)이야 시간 외에는 약이 없는 병. 숙취의 고통은 한국에서나 인도에서나 똑같았다.▲ 조용한 웃음과 달관의 태도로 기자를 놀라게 한 인도 노인.`인도 사람`을 읽는 3가지 키워드틀에 맞춰진 한국인의 시각과 관념으로 볼 때 인도인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그들의 행위는 때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합리적이지 못하고, 예의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종교·문화적 특성 때문에 쓴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여행이란 `사람`을 만나는 일과 다름없다.아래 인도인들의 3가지 행동특성을 미리 알고 간다면 인도여행에서 겪어야 할 당혹스러움이 조금은 완화될 수도 있을 듯하다.▲ 시시때때로 떠올리는 미소즐거울 때는 물론이거니와 어색할 때도,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인도 사람들은 웃는다.그 웃음에는 묘한 힘이 깃들어 있다.세상과 자신을 지척에 있는 존재가 아닌 멀고 먼 별개의 존재로 보는 시각. 이는 한국인과 인도인을 구별하는 잣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만원버스에서 발등을 밟혀도, 상대방이 다소간 실례되는 행동을 해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너그러움이 인도 사람들에겐 있다.웃을 수 있다는 건 여유를 가졌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경제적으론 훨씬 더 부유한 한국인들에겐 왜 이 `여유`가 사라졌을까?▲ 삶에 대한 낙관인도의 조그만 산골마을에서 만난 칠순 노인에게 물었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점상.그럼에도 눈동자에 무언가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담고 있었다.“할아버지,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 돌아온 간명한 대답이 어지간한 철학자 못지않았다.“왜 힘들지 않겠어. 하지만, 부자라고 고통과 고민이 없겠어? 이게 신(神)이 내게 허락한 삶이라면 싫어도 받아들여야지 어쩌겠어.”인도인들은 큰 욕심이나 이룰 수 없는 욕망을 의도적으로 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게 그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아닐지.▲ `카스트제도`에의 순응`인도의 경제수도`라고 불리는 뭄바이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브라만(Brahman·카스트제도의 최상위 계급)은 때 묻은 셔츠나 바지를 제 손으로 빨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 쌀을 살 돈이 없어 굶더라도 세탁물은 수드라(Sudra·카스트제도의 최하위계급)에게 맡긴다는 말도 덧붙였다.세탁소를 운영해 아무리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해도 수드라는 브라만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수천 년 이어져온 카스트제도의 엄혹함은 여전히 인도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한국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불합리하더라도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인도의 현실이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2-09

市·해병대 공동운명체로 상호발전 기대

“첫째, 해병대는 일치단결하여 유사시를 대비, 교육훈련에 정진하자. 둘째, 민(民)에는 양이되고 적(敵)에는 사자가 되자. 셋째,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자유를 수호하는 역사를 창조하자.”1949년 4월 15일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수륙양면 작전의 상시전개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창설된 해병대 초대사령관 신현준 중령이 강인한 해병양성을 위해 제시한 교육훈련 이념이다. 창설기 해병대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강인한 훈련의 연속으로 `해병혼`과 `해병정신`을 주입했으며 그 결과 한국전쟁 당시 상승불패의 정신을 갖게하는 초석이 됐다. 오늘날까지도 군입대를 앞둔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해병대는 최소 5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거쳐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혹자는 해병인들이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기치아래 전역 후에도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선후배 문화를 강조하는 등 튀는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해병대부심`을 부린다”며 비하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지역사회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 기여하는 바는 이루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1952년 8월 포항비행장 방호를 위해 포항과의 첫 인연을 시작한 해병대 포항부대도 이같은 해병정신을 바탕으로 수많은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각종 재난재해 발생시 적극적인 대민지원을 펼치고 있다.지난 2012년 기준 해병대는 포항시에 생산유발효과 776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310억원, 취업유발효과 795명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경우 해병대의 포항주둔으로 인한 경제적효과는 연간 1천846억원에 이른다. 지난 199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해병대 캠프는 1회당 약 300명씩 지난해까지 총 113회에 걸쳐 3만4천961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봄, 가을 두 차례 농번기가 오면 실시하고 있는 대민지원활동은 포항지역 16개 읍·면·동에서 연간 2만여명의 장병을 투입해 지역 농민들의 생업을 지원하고 있다.이처럼 해병대는 70여년 동안 포항에 주둔하면서 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함께한 포항시와 해병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서상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포항시민과 해병대 장병간의 상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해병대 장병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포항시민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하고 기존 시민들은 장병들에 대해 타지역에서 온 손님이 아닌 같은지역 시민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장병들이 전역 후에 포항을 떠날 경우 포항명예시민에 준하는 칭호를 수여해 포항시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기고 명예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포항시는 지역의 위상을 크게 높인 인물이나 시민의 생활개선 및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에 대해 명예시민증을 수여해 지난 1997년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홍명보 감독, 가수 최백호씨, 개그맨 김원효씨 등 현재까지 총 10명의 명예시민을 선정한 바 있다. 해병대1사단, 교육훈련단 등 포항지역 해병대에서 한 해 배출하는 전역자가 5천명에 이르는 만큼 적지 않은 숫자라 포항시가 이들 전원에 명예시민증을 수여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명예시민증의 희소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신해 명예시민에 준하는 칭호를 별도로 신설해 이들에게 수여한다면 가치있는 일로 승화될 것으로 기대된다.서 연구원은 포스텍, 한동대 등 지역대학과의 적극적인 공조필요성도 제기했다. 군복무를 수행하면서 배움을 희망하는 장병들에 대해 지역대학 교수가 진행하는 강의를 수강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전역 후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포항출신인 서상문 책임연구원은 “포항시민과 해병대 장병들이 이처럼 다양한 경로로 접촉할 기회를 가지면서 상호간 존재를 지속적으로 인식한다면 군부대와 지역사회가 상호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끝

2016-12-07

청년행복 찾아주는 알찬 `체감 정책` 펼친다

체계적이고 우수한 청년지원정책을 자랑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청년들은 애국심과 애향심이 강했다. 자신의 나라가 지옥 같다며 `헬 조선`이라는 신조어를 연발하는 우리나라 청년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대부분 복지국가는 세율이 40%를 넘는 등 기본적인 사회구조부터 다르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을 위한 우수한 지원정책은 하루아침에 이뤄낸 것이 아닌 부단한 소통과 노력의 결실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도 난무하지만, 경북도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 올 한해동안 1만여개 청년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고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지는 경북도가 올해 펼친 청년지원정책과 내년도 계획을 살펴봤다.상공인·대학·지자체 대표 등 `의기투합` MOU 체결道 청년고용촉진 특별위도 발족, 자문 역할 `톡톡``1社-1청년 더 채용 릴레이 운동` 장밋빛 기대해외취업 성공 청년들에 지원도 아끼지 않아내년에는 건강관리·자기계발 등 복지혜택 늘리고취업준비생 기술함양 교육 마련 등 지원 확대□ 전국 최초 청년취업과 신설올해 신도청 시대를 맞은 경북도는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고자 청년 일자리 창출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특히 올 초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 전담부서인 `청년취업과`를 신설해 다양한 정책을 연구하고 실현했다.청년취업 정책토론회 등을 열어 청년일자리 활성화 정책을 마련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모든 부서가 청년지원 관련 신규사업을 발굴했다. 먼저 청년일자리 1만2천개 창출과 청년고용률 45% 달성을 목표로 `청년취업 Cheer Up! 종합대책`을 수립·발표했다. 또 지역 상공인과 대학, 지자체 대표 등 청년고용 관련 협업기관 단체가 모여 청년일자리 늘리기 결의대회를 갖고 청년고용촉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북도 청년고용촉진 특별위원회도 발족해 청년일자리 확충 장·단기 계획 수립과 정책개발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는 10개 상공회의소 3천900개 회원사 주관 아래 하반기 취업 시즌에 맞춰 `1社-1청년 더 채용 릴레이 운동`을 진행했다. 지난 9월 21일 영천 상공회의소를 시작으로 경산, 상주, 칠곡, 포항, 구미, 김천, 영주, 안동, 경주 등을 돌며 일자리 확산 운동을 펼쳤다. 이 행사는 캠페인으로 그치지 않고 회원사 기업들이 릴레이 운동에 동참해 현장에서 즉석 면접을 치르고 바로 채용해 실질적인 취업으로 연결되는 획기적인 운동이다. 도내 10개 상공회의소 소속 약 4천개 기업이 청년 1명씩을 더 채용한다면 경북 청년실업자는 20%가량 감소할 전망이다.해외취업 정책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해외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에게 항공료, 보험료, 현지정착비 등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대상은 경북에 주소를 둔 19~34세 청년이다. 아시아·오세아니아는 1인당 200만원, 미주·유럽은 3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도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경북도경제진흥원 내 `경북청년해외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전담직원 2명도 배치했다. 현재까지 115명이 신청·접수했으며, 35명이 지원받았다. FTA 확대 등 복잡한 글로벌 무역환경에 대응하고 수출기업 수요에 부합하는 무역 인재 양성을 위한 청년무역사관학교도 운영 중이다. 올해 4년째 운영된 이 학교는 지역 제조업 및 우수농산물 수출기업체에 무역 전문인력을 공급하고 지역 대학생들의 수출입 전문역량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모집기준은 만 39세 이하 청년으로서 경북소재 대학교 재학생(졸업생) 및 경북에 주소를 둔 대학생이다. 현장실습에 참가하면 학기제 학점도 인정받을 수 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271명이 수료해 114명(42%)이 취업하는 우수한 성과를 낳았다. 청년창업을 위한 정책도 다양하다. 지난 10월 13일 창업기업이 접하는 맞춤형 멘토링을 지원하고자 멘토단을 위촉했다. 청년창업지원정책의 초점이 창업육성에서 사후관리로 전환되는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도는 지난 7~8월 2개월에 걸쳐 모집공고 및 기관추천을 통해 청년멘토 13명을 최종 선정했다. 총괄, 경영관리, 지식재산, 마케팅, 투자자문분야 등으로 세분화된 청년멘토단은 청년창업과 창업기업육성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전문분야 재능기부를 통한 멘토링 지원이 가능한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앞으로 2년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실전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멘토링을 청년창업기업에 상시 제공하게 된다. 또한 청년창업에 대한 인식과 저변확대를 위해 대학생, 도민, (예비)창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펼친다.지난해 8월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 중심가에 청년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경북 청년 CEO 몰`을 개소했다. 이곳은 지역 청년창업기업의 마케팅과 홍보, 제품 판로개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판매장과 카페를 겸하는 1층에서 청년창업기업 34개 업체 114종의 제품을 전시·판매한다. 지난 9월까지 1만500명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제품판매와 카페운영, 회의장 임차 등의 수익사업을 통해 3천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경북도 조성희 청년취업과장은 “정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도는 올해 `일·취·월·장 7대 프로젝트`를 추진해 9천483명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했다”면서 “목표했던 1만2천개 보다는 부족하지만 80%를 넘어서는 성과를 달성했고, 실질적인 취업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내년도 7개 사업 신규시책, 154억 예산 편성경북도는 올해 기업과 대학, 관계기관과의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했다. 내년부터는 올해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실적 위주의 청년고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계획이다.단순히 청년취업만을 위한 사업추진을 넘어 청년행복을 찾아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건강관리, 자기계발 등 복지향상 지원, 취업준비생 기술함양 교육훈련 강화, 사회 전반의 일자리 인식개선사업 확대 등의 신규시책을 마련했다. 2017년도 청년지원정책 예산은 지난해 62억원보다 150% 증액된 154억원을 편성했다. 도는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맞춤형 교육 후 취업으로 연계하는 경북청년기업매칭협력사업(20억원)과 청년취업틈새기술인력양성사업(5억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등 근무여건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청년취업경북청년카드지원(20억원), 청년고용이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고용환경개선비를 지원하는 청년고용촉진기업지원(20억원), 청년 CEO육성 및 청년창업제품 판로개척지원에 29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또 도는 북부권 청장년 창업지원센터를 신규설치해 신도청 중심지인 북부권의 청년창업활성에 거점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정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경북은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과를 신설하고 지금까지 청년들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임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을 기반으로 청년고용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학 등 취업지원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2-05

인도에서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을까?

뱅갈로르로 가는 차는 속도를 높이며 밤길을 달렸다. 야간 여행자를 위한 좌석인 `슬리퍼 시트`인지라 목과 등도 편안하다. 에어컨 역시 속된 말로 빵빵하다. 다만, 하나 거슬리는 게 있다면 뒷좌석에 앉은 이탈리아 여자-인도 남자 커플. 잘생긴 외모의 릭샤왈라가 소개한영국 지배 역사가 보이는 城과의 만남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차에 타자마자 시작된 그들의 소곤거리는 밀어(蜜語)는 자정을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이탈리아 억양이 섞인 영어발음은 왜 그렇게 딱딱 끊어지며 잠을 청하는 기자의 귀를 괴롭히던지. 그러나, 어쩔 것인가. 사랑에 빠진 이들은 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너나없이 누구나 그런 청춘의 시절을 겪고 성장한다.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속삭임 탓에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두어 시간을 정신없이 버스에서 잤던 걸까. 눈을 뜨니 사위가 부옇게 밝아오고 있었다.뱅갈로르가 멀지 않았는지 저 멀리 직각으로 깎아 세운 현대식 건물이 보이는 듯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10분쯤 달린 버스는 도로변에 멈춰 섰고, 승객들이 저마다의 짐을 챙겨 내리기 시작한다. “여기가 뱅갈로르 맞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오토릭샤 몇 대가 정차한 버스 옆에 대기해있고, 릭샤왈라들은 호객에 여념이 없다. 어젯밤 차 안에서 펼쳐본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에 의하면 `24시간 체크아웃`이 가능한 `제국호텔`(Empire Hotel)이 괜찮단다. 썩 마음에 드는 이름은 아니지만, 어차피 기자가 식민통치를 당연시하는 `왕정복고주의자`도 아니고, 호텔 명칭 따위가 무슨 문제가 될까. 다른 이들과 달리 손님을 모으는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릭샤왈라 한 사람에게 제국호텔을 아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간명하고 시원스럽다.“안다. 타라.”그런데, 이 릭샤왈라. 너무 잘 생겼다. 키가 족히 190cm는 넘어 보이고, 자연스런 웨이브의 머리칼이 만화책에 등장하는 미소년의 그것처럼 찰랑거린다.지금 당장 매력적인 영국첩보원 `007 제임스` 본드 역할로 캐스팅돼도 전혀 꿀리지 않을 영화배우급 외모다. “당신, 너무 잘 생겼네요”라는 칭찬에 그가 운전하다 말고 기자를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이것 봐라, 웃음도 백만 달러짜리다. 잠시 달리더니 그 미남 릭샤왈라가 “여기서 사진 한 장 찍는 게 어때요?”라고 권한다. 그가 정차한 곳엔 유럽풍의 근사한 성(城)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서있다. 한 가운데 선명하게 펄럭이는 인도 국기가 아니라면, 영국 왕족들이 주말을 보낸다는 `윈저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멋들어진 건축물이다.숙소로 정한 제국호텔에, 윈저궁을 벤치마킹한 듯한 성까지...아, 맞다. 뱅갈로르를 포함해 인도는 오랫동안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영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 식민지풍의 건물과 왕조시대의 향수를 부르는 호텔 이름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제국주의가 제3세계에 끼친 악영향이 어떠한 것인지를 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기자의 심사가 복잡해졌다. 십자가와 성병(性病)을 앞세운 유럽인들의 침탈에 학살당하는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 벽안(碧眼)의 이방인들에 대항해 제 나라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피 흘린 지도자들인 호치민과 호세 리잘, 아우구스토 산디노 등의 이름이 연이어 떠올랐다. “왜 나는 세상사를 편하게 보고 해석하지 못 할까”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 허나, 오래 마음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 고민은 한국에 돌아가서 해도 충분하니까. `인도에선 인도의 오늘을 즐기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잠시잠깐 멀리 떠났다가 돌아온 심란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핸섬한 릭샤 기사는 “이제 가자”며 길을 재촉했다.정보는 틀리지 않았다. 제국호텔은 비교적 쾌적했다. 뱅갈로르 중심가가 가까웠기에 환전을 하기에도 좋았고, 근처엔 괜찮은 식당도 여럿 눈에 띄었다. 거기다 직원들도 격식을 갖춰 손님을 대한다. 체크인을 하고 잠시 들러 맛본 1층 카페의 우유 섞은 홍차 맛도 일품이다.오늘 밤엔 한적한 시골마을인 함피와는 전혀 다른 이곳에서 네온사인 빛나는 나이트클럽에나 가볼까?하지만, 계획은 금방 변경됐다. 일단 냉면을 판다는 한국식당을 찾아보기로 한 것. 2주 이상 한국음식을 먹지 못한 터라 시원한 냉면이 너무나 간절했다.스스로 미식가라고 말하기엔 부끄럽지만, 기자는 맛없는 음식을 못 견딘다. 인간의 즐거움 속엔 먹는 기쁨이 분명 포함돼 있고, 그 포함의 영역이 꽤 넓다고 믿는 편이다. 해서, 맛있다는 음식점은 거리에 상관하지 않고 찾아다녔고, 맛만 있다면 가격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캐비아(소금에 절인 철갑상어 알), 트뤼프(송로버섯) 따위의 귀하고 비싼 희귀식품에만 열광하는 건 아니다. 그걸 자주 즐길만한 돈도 없을 뿐더러. 그저 적절한 가격에 성의를 다해 차려내는 음식점을 만나면 하루가 즐거웠을 뿐. 어쨌건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은 다르기 마련인데, 기자의 경우엔 된장찌개와 냉면을 가장 맛있어하고 즐긴다. 그런데, 뱅갈로르에 바로 그 `냉면`을 하는 식당이 있단다. 물론, 한국 사람이 주인일 것이다.오뉴월 염천에 차게 식힌 고깃국과 동치미 국물을 적절한 비율로 섞은 육수를 한 모금 마신 후, 고무줄처럼 질긴 함흥냉면이 아닌 슴벅슴벅 씹히는 평양냉면 대여섯 가닥을 입 속으로 밀어 넣는 느낌.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고였다.샤워를 한 후 제국호텔을 나서 일단 환전을 하고,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한국식당의 위치를 수소문했다. 인도에서 맛볼 평양냉면을 기대하며.몸에 딱 붙는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들과 양복을 차려입은 샐러리맨이 보이는 걸 보니, 여긴 분명 `시골`이 아닌 `도시`다. 어제까지 머물던 함피와 오늘 도착한 뱅갈로르는 분명 달랐다.잊을 수 없는 베나울림의 석양고등학교 3학년 가을이었다. 희곡작가를 꿈꾸던 사촌형의 집에서 프랑스 작가 장 그르니에(1898~1971)의 매혹적인 산문집 `섬`을 발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가 극찬한 책. 무작정 `바다`를 좋아하던 기자는 바다와 잘 어울리는 단어인 `섬`이란 제목에 매료됐고, 코앞으로 다가온 학력고사와는 관계없이 밤을 새워 그걸 읽었다. 아주 열심히. 시인이 되고 싶었던 소년에게 `성문종합영어`와 `해법수학`은 이미 관심 밖이었다.`섬`에서 발견한 그리 길지 않은 문장 서너 대목은 30년의 세월을 넘어 아직도 기자의 심장 깊숙한 곳에 우뚝한 돋을새김으로 남아있다. 르네 데카르트의 진술을 인용한 부분이다.“나는 안개 낀 새벽녘 낯선 항구에 도착하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그곳에서 비밀을 서랍을 지닌 채 가난하고 겸허하게 살고 싶었다.”인도에 도착해 첫 번째로 머물렀던 칼랑구트 해변을 떠나 조그만 소읍 마르가오를 거쳐, 허위허위 베나울림 해변에 도착해 콜라 한 병으로 섭씨 40도의 더위를 식히던 때는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조악한 문장으론 그 아름다움을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아라비아해의 석양. 해넘이가 시작되고 있었다.하루 종일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와 그 파도를 몰고 오는 저 먼 바다는 물론, 세상 전체가 온통 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 사나이라 믿어왔던 오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찔끔` 눈가가 시큰해져왔다.그 감정 과잉의 상태가 고교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이어진 기억의 연상작용은 장 그르니에 산문집 `섬`과 비밀과 겸허함에 관한 데카르트의 문장을 머릿속에서 복원시키고 있었다. 어디선가 낡은 도트 프린터 소리가 들려왔다.“촤르륵 촤르륵...”사위어가는 태양의 잔광은 눈처럼 흰 수염을 기른 노인과 그의 손자, 손을 맞잡은 연인과 그 바다에서 간난신고의 생을 이어가는 어부, 거기에 해변을 어슬렁거리는 소에게까지 공평하게 쏟아지고 있었다.그 장엄한 풍광을 견딜만한 용량이 아닌 기자의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아, 정말이지 여기 잘 왔구나”라는 혼잣말을 하며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 서 있었던 게 기억난다. 손에 든 콜라병이 파도와 함께 왈츠의 박자로 춤추고 있었다. 아직도 그 저녁, 베나울림의 석양을 잊지 못한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hss@kbmaeil.com

2016-12-02

맑은 공기 머금은 봉화 특산물 `맛있는 초대`

봉화군은 백두대간 마루금 32km 구간이 병풍처럼 감싸 안으며 천혜의 자연을 고이 간직한 대한민국 최고의 청정지역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키우고 자란 사과, 고추, 한약우, 송이 등 봉화의 대표적 농특산물은 청정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물려 날이 갈수록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봉화군 전체 인구 60% 이상이 농업인이다. 박노욱 봉화군수는 농민이 실제 필요한 각종 농업 관련 지원정책을 펼치며 군민이 행복한 부자농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본지는 봉화군의 주요한 농특산물을 소개함으로써 향후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육질 단단, 당도 높은 고랭지 사과전국 3대 고추 생산지로 명성 자자`한약우 전용사료` 엄격한 사육 적용천혜자연이 선사하는 숲속 보물 송이화색 선명·향 짙은 고품질 거베라 봉화사과봉화사과는 전국 재배면적 5위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영주사과나 청송사과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종 축제, 행사 등 현장에서 봉화사과를 맛본 사람들의 얘기는 다르다. 빛깔, 육질, 당도 등은 어느 지역 사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맛 또한 뛰어나다고 말한다.봉화사과는 태백산맥 남단에 위치한 고랭지 지역에서 생산된다.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색이 선명하고 육질이 단단하며 저장성이 높다. 또한 공기가 맑고 신선한 기후에서 재배되므로 병해충 발생이 적어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퇴비를 많이 사용해 세포 내 노란색의 꿀층이 형성돼 씹는 질감이 좋다. 이에 봉화군은 봉화사과를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인정받는 농산물로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사과는 선물용, 제수용 과일로 인식돼 젊은 소비자층에게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봉화군은 1인 가구와 청장년층의 소비패턴에 대응해 먹기 쉽고 보관도 쉬운 중소과 사과 생산을 위해 소비자 맞춤형 사과단지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은 사과인 루비에스, 알프스오또매 등을 전문 육성하려는 노력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또한, 봉화사과의 전국적인 인지도 향상을 위해 매년 서울 등 수도권 다중이용시설에 홍보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말에는 한국시리즈 개막식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참여시켜 봉화사과를 전국에 알리는 노력도 보였다.이런 노력은 농림축산식품부 실시 2016년 FTA 과수생산유통지원사업 연차평가에서 최우수 1등급을 8회 연속 수상하는 등의 실적으로 나타났다. 봉화고추봉화고추는 밤낮의 큰 일교차와 풍부한 일조량으로 빛깔이 곱고 매운 맛과 감미가 뛰어나 전국의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봉화고추는 전국 3대 고추 주산지로 1천500ha에서 4천300t의 고품질 고추를 생산하고 있으며, 2011년 6월 준공한 봉화고추종합처리장은 HACCP시설을 갖추고 세척 청결 고춧가루를 생산하고 있다.지난 2014년 5월에는 특허청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하는 등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가치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NS홈쇼핑 우수업체로 선정되면서 파인토피아 봉화고춧가루라는 브랜드로 10회에 걸쳐 40t을 판매하기도 했다. 또한, 각종 홈쇼핑 출연으로 인한 주문이 쇄도하는 등 봉화고추의 인지도는 높아만 가고 있다. 봉화한약우봉화한약우는 1993년 봉화한약우를 성장동력 작목으로 정하고 20두를 시험 사육하기 시작해 1995년 봉화한약우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사육을 시작하였다.이어 1996년 봉화한약우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하고 봉화한약우 배합 약초사료 공장을 준공하였으며, 2006년에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품질인증을 획득하였다. 2008년 봉화한약우 캐릭터를 개발해 서울축산물 공판장에 한약우 브랜드로 상장하게 되었으며 봉화한약우 전문 판매장인 봉화한약우프라자(봉성면 금봉리)를 준공해 소비자들과 미식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2011년 8월에는 국립축산과학원과 봉화한약우 품질고급화를 위한 MOU를 체결해 기술지원 등 집중육성에 날개를 달게됐다. 봉화한약우는 육질1++ 등급 고급육 생산에 초점을 맞추어 사육된다. 육성 초기부터 비육 중기까지 배합사료를 제한해 급여를 실시함으로 비육후기에 발생하는 대사성 질병을 방지하여 사육한다. 매년 당귀외 4종의 한약재 부산물을 10톤 이상 구입해 자체 배합 비율에 따라 한약우 전용사료를 만들어 엄격한 한약우 사육프로그램을 적용하기에 현재 약 180농가에서 1만두의 고품질 한약우를 생산해 연간 28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봉화한약우를 제대로 기르기 위한 노력은 전국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으로 확인됐으며 2015 소비자선정 최고의 브랜드대상을 수상했고, 지난 11월 중순에는 2017년 우수축산물 브랜드로 3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도 거두었다. 봉화송이봉화송이는 깨끗한 물, 맑은 공기, 마사토의 비옥한 토지 등 천혜의 자연이 선사하는 숲속의 보물로 여겨진다.전국 송이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봉화는 태백산 자락의 마사토 토양에서 자라 다른 지역 송이보다 수분함량이 적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고, 맛이 쫄깃하며 향이 뛰어나 강원도 양양이나 경북 울진, 영덕 등 타지역 송이보다 좋은 품질임을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대부분의 버섯은 죽은 나무에서 발아해 기생하지만, 송이는 살아있는 나무 중에서도 소나무 뿌리 끝 부분인 세근에 붙어사는 외생균으로 소나무로부터 탄수화물을 공급받으며 땅속 무기양분을 흡수해 기생하는 독특한 종자다.특히 봉화송이는 최소 20년에서 60년 이상된 소나무에서만 기생한다. 송이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섬유질과 비타민 무기질 등이 함유돼 있어 염증을 치료하고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며 성인병을 예방한다.봉화군은 전체 산림면적의 절반 정도에서 송이가 생산되며, 전국 최고 품질의 송이를 활용한 대한민국 대표 가을축제인 봉화송이축제가 9월 말에서 10월 초에 개최돼 매년 40여만 명의 관광객이 봉화를 방문하고 있다. 봉화거베라거베라는 국화과 식물로 한 개의 꽃대에 하나의 꽃만을 피운다. 잎에 거친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고, 5~9월에 꽃이 피고 뿌리로 월동해 이듬해 봄에 포기나누기로 번식하며 추위에 비교적 잘 견디는 꽃이다. 봉화거베라는 전국에서도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화훼 재배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봉화군의 거베라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봉화지역이 연평균 기온 10℃로 고랭지의 쾌적한 기후환경과 주·야간 일교차가 크고 물이 잘 빠지는 사질토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봉화거베라는 우수한 재배환경과 성실한 농가들의 보살핌으로 화색이 선명하고 꽃수명이 길며, 병해충 발생이 적어 특유의 향이 진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봉화군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화훼 재배농가의 오랜 숙원과제인 시설하우스 내 연작피해 방지, 하우스 시설경쟁력 제고, 고유가시대 에너지이용 효율화 등 매년 품종 개량과 영농교육으로 봉화거베라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고 있다./박종화기자pjh4500@kbmaeil.com

2016-11-30

타국서 젊음 바친 용사들을 기억하며

“100명의 적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명의 양민을 보호한다.”대한민국 건국이래 최초로 외국 원정군으로 파병된 해병대 청룡부대가 신조로 내세운 문구다.1964년 8월 대한민국 정부는 공산 침략에 직면한 자유월남공화국을 지원키 위해 한국군의 월남파병을 결정했다.해병대 1개 여단과 육군 1개사단의 파월을 결정한 정부는 1965년 9월 20일 해병대 포항기지에서 해병대1사단 제2연대를 기간으로 해병대 제2여단(청룡부대)을 창설해 파월해병 결단식을 가졌다.초대 청룡부대장으로 임명된 이봉출 준장은 선봉대를 이끌고 포항역을 거쳐 부산항에서 출항, 1965년 10월 9일 베트남 캄란만에 도착했다.청룡부대는 미군 1공수사단 제1여단으로부터 캄란만 일대의 전술책임지역을 인수, 같은해 11월 4일 까두산 작전을 실시해 부숑비행장을 위협하는 적을 소탕해 18년동안 베트콩(베트남 공산군)의 아성으로 군림한 까두산을 탈환했다.같은해 12월 16일 캄란 동북쪽 투이호아로 이동한 청룡부대는 이듬해 1월 1일 파월 이래 최초로 전개한 여단급 탐색작전인 `청룡 1호작전`을 펼쳐 베트콩의 해상보급 추진기지인 봉로만 일대에 주둔하던 적군 1천500명을 소탕하는 성과를 냈다.이 작전을 통해 봉로만을 경유해 북쪽 퀴논으로 통하는 1번도로를 개통시키고 월남 3대 곡창지대인 휴송평야를 확보해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기여했다.청룡 1호작전과 함께 청룡부대 10대 작전 중 하나인 `짜빈동 작전`도 혁혁한 성과를 낸 전투 중 하나였다.1967년 2월 14일 오후 11시 20분부터 이튿날 오전 7시 24분까지 펼쳐진 이 작전은 청룡부대 3대대 11중대가 인해전술을 펼친 월맹정규군 제2사단 1연대, 21연대 및 지방게릴라 1개대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작전이었다.11중대 장병 191명은 수백여명이 기습공격을 펼친 베트콩을 전술기지에 구축한 교통호를 이용, 일제사격과 수류탄·크레모아 폭발로 격퇴했다.당시 아군 15명이 전사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으나 적군 243명을 사살하는 뛰어난 공을 세우며 중대 전원이 일계급 특진의 영예를 얻었다.이후에도 청룡부대는 1972년 2월 29일 제5진 철수가 완료되기까지 6년 5개월간 총 3만7천304명을 베트남에 파병해 여단급 작전 66회, 대대급 작전 109회, 소부대급 작전 15만1천347회를 전개해 적군 9천619명을 사살하고 1천256명을 포로 또는 귀순자로 삼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또한 구호물자 8천810t을 지원하고, 현지 민간인 40만3천729명에 대한 교육지원, 건물 1천593동에 대한 건설지원을 실시하는 등 대민봉사활동도 함께 진행했다.이 과정에서 2천702명이 다치고 1천76명이 전사하는 아픔도 있었으나 한국군의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침체된 국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렇듯 오직 국가를 위해 이역만리 타국에서 젊음을 바친 참전용사들을 영원히 기억속에 남기기 위한 월남참전 기념비를 해병대의 본거지이자 월남파병 결단식이 열린 역사적 장소인 포항시에 건립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도심공원 등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에 별도로 기념비를 세워 해병대 예비역과 지역민, 관광객들까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와 관련 월남 참전용사 서모(77)씨는 “서울, 대구, 울산 등 대도시 뿐만 아니라 경남 창녕, 거제, 경기 이천, 의정부, 전남 남원, 강원 양구 등 전국 10여곳에 월남참전기념비가 건립돼 있지만 해병도시인 포항에는 별도의 기념비가 없어 안타깝다”며 “해병대 출병식이 열린 옛 포항역에 공원이 조성될 예정인 만큼 포항시와의 협조를 통해 월남참전기념비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6-11-29

선진 직업교육시스템 구축이 청년문제 해결 실마리 된다

청년실업문제 청정(淸淨)국가 오스트리아는 일하지 않으면 각종 사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청년 스스로 일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체계적인 기술교육과정은 수많은 마이스터(장인)를 양성하고 있다. 법정 의무교육 9학년(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이 끝나면 진학이나 기술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기술교육의 선호도가 더 높다. 기술교육 최종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마이스터에 오르면 대학졸업자들보다 더 대우받는 사회풍토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졸이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판이하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단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바우 건축직업학교(BAU Akademie Lehrbauhof Salzburg)를 방문해 기술교육 과정을 취재했다. 밝은 표정으로 현장실습교육을 받는 이곳 학생들을 보면서 머리를 싸매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새벽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엽기까지 했다.오스트리아 학생 70%, 대학 대신 직업교육 선택잘츠부르크 바우 건축직업학교 연방·州정부서 지원재학생에 수당 지급… 자격증 취득때마다 올려 받아직업훈련중 적성 맞지 않거나 다른 일 하고 싶다면공공고용서비스 AMS 통해 타 분야로 이동 가능다양한 고용서비스 원스톱 제공, 취업률 90% 넘어□ 대학진학보다 기술교육 선호오스트리아 직업교육 시스템은 유럽연합국가 중에서도 본보기로 삼는다. 단순 실습교육이 아닌 기업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산업현장의 인력 미스매치를 줄이고 있다. 기술이론교육 역시 교과과정을 세분화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고, 교육자가 필요한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대학진학률이 70.8%(2015년 기준)에 이르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오스트리아는 70%가량이 직업교육을 받는다. 더 큰 테두리인 유럽연합 차원으로는 절반가량이 직업교육을 받는다. 유럽연합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청년실업문제가 대두하자 직업교육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젊은 인재들이 일찍부터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을 갖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이 때문에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선진화된 직업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유로스타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취업교육률은 체코가 73%로 가장 높았으며, 크로아티아(71%), 오스트리아·핀란드(각 70%), 슬로바키아(69%), 슬로베니아(67%), 네덜란드(66%) 등의 국가가 뒤를 이었다.학생들도 직업학교를 선호한다. 직업학교에는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어서 기술을 배우는 학생부터 기업의 오너가 되려는 학생까지 다양한 꿈들이 자라고 있었다. □ 마이스터 양성소 바우 건축직업학교잘츠부르크 교외에 있는 바우 건축직업학교는 건설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이 학교는 건설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운영되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교장을 비롯한 12명의 교사가 근무한다. 시간제 강사 5명도 교육을 돕고 있으며, 연간 150명 전문가가 특강을 벌인다. 학교는 연간 200만 유로 예산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의 직업교육 비용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지원한다. 학생들은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매월 일정한 비용의 수당도 받는다. 이 수당은 단계별 자격증을 취득할 때마다 높아진다. 재교육을 받는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건축직업학교는 목공, 타일, 벽돌 쌓기, 땅 다지기, 건설장비 운용 등의 기술을 교육해 다양한 분야의 장인양성을 목표로 한다. 모든 건설분야에 필요한 안전교육은 물론, 기업경영이나 건설법,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 등 현장과 관련된 이론 교육도 이뤄진다. 교육기간은 3년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첫 과정은 15세부터 시작한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합격하면 18세에 전문인력으로 인정받는다. 전문인력이 되면 선임기술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이어 정식기술자에 도전한다. 최종 목표인 마이스터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기업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통과한다면 또래 대학졸업자들보다 급여수준도 높고, 사회적으로도 더 인정받는다.바우 건축직업학교 입학생 55% 이상은 마이스터 과정을 밟는다.올해 입학해 첫 현장교육 과정을 받는 도미닉(15) 군은 “딱딱한 교실보다는 활발한 현장이 좋고, 집을 짓는 일에 매력을 느껴 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건설자가 꿈이기 때문에 일단 벽돌 쌓기 분야 장인이 되고, 또 다른 분야도 배울 계획”이라고 말했다.산림관련 기술교육을 마치고 취업했다가 건축기술 재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마티아스(22)씨는 “대학에 진학하면 단순히 이론교육만 받고 학위 밖에 딸 수 없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유리하다”면서 “일 때문에 노르웨이도 다녀와 봤지만, 오스트리아의 직업교육과 지원정책이 좋아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 수준 높은 공공고용서비스(AMS:Arbeits Markt Service)오스트리아에는 건축 분야 외에도 미용과 제빵, 전기, 자동차수리,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학교가 있다. 바우 건축직업학교는 물론 모든 학교들이 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학생들을 돕는다. 직업훈련을 받다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다른 분야의 일이 하고 싶다면 AMS에 상담 신청을 한 뒤 다른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AMS는 구직자와 구인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일자리를 알선하는데, 수요자에 적합한 다양한 고용서비스를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한다. 우리나라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과 비슷한 장치다. 그러나 취업성과를 기준으로 보면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사회 기본 시스템 등이 전혀 다른 오스트리아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워크넷 취업률은 40%를 밑도는 반면 AMS는 90%를 상회한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적극적인 소통으로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돕고, 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취업을 도운 성과라고 볼 수 있다.요한 필터바흐 교장은 “오스트리아 청년실업률이 낮은 비결은 직업교육시스템과 공공고용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다채롭고 충실한 취업교육은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이는 노동시장의 충성도를 높여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또 그는 “고급 인력이 취업해 기업이 성장하면 국가 경제의 안정성으로 귀결된다. 청년교육이 국가 경제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청년실업 문제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부재가 원인”인터뷰 요한 필터바흐 바우 건축직업학교 교장요한 필터바흐사진 바우 건축직업학교 교장은 우수한 교육 시스템이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실마리가 된다고 강조했다.필터바흐 교장은 “직업학교 교육과정은 6단계로 나눠져 있고 마지막은 현장 소장 개념의 마이스터다. 전문대학을 졸업하면 3단계부터 시작하는데, 이론은 바싹하지만 기술이 없다”면서 “오히려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우리학교 졸업자들이 성장이 빠르고 급여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3천명 정도가 졸업하는데 모두 건축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가 되거나 컴퓨터 전공자가 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 학교는 건축관련 마이스터 과정을 받는 비율이 55%나 되고 전체 학생 중 15%가 마이스터가 된다”고 설명했다.또 그는 “오스트리아는 직업학교 입학비율이 70%에 이르지만, 잘츠부르크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업학교에 입학하는 비율이 45% 정도 된다. 예전과 비교하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자신의 적성을 살려 전문직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이 많아 직업학교 진학률은 매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서 “학교도 전문학교로 학생을 유치하고자 초등학생들을 초대해 직업교육 과정을 설명하는 등 홍보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는 “학교 내에 건설 관련 기술혁신팀과 연구팀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팀을 운영하는 등 기술교육뿐만 아니라 연구활동으로 학교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 학교를 통해 실력 있는 건설분야 전문인력을 많이 배출하고 있어 국가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마이스터를 배출하는 만큼 자부심도 크다”고 자랑스러워 했다.마지막으로 그는 “국가 경쟁력을 키우려면 자라나는 청년들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청년들이 고급인력을 가진 인재로 성장하면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나라 경제가 튼튼해진다. 최근 세계적으로 대두하는 청년실업문제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의 부재가 원인이다”고 평가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1-28

`풍광이 취기를 부르는` 함피를 떠나던 날…

인생은 짧고, 하루는 더 짧다. 이 `짧음`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생은 위대해질 수도, 비루해질 수도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결코 길지 않은 `인생`과 `하루`를 즐겁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우리는 누리고 있는가? 말리기호텔에서 한 번 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한참 어린 독일 여성 프란시와 만나 저녁을 먹을 것이니, 최소한의 격식은 차려야 했다. 그건 인간으로서의 매너이기도 하다.오토릭샤 가이드 프랭키와의 서운하고 안타까운 이별폐허의 장엄함·멋진 풍광에 취한 인도의 시간들프랭키가 오늘도 고생이 많다. 호스펫에서 함피로, 함피에서 호스펫으로, 다시 같은 길을 되짚어 프란시의 숙소까지 기자를 데려다줘야 했으니. 그의 수고를 생각해 은근슬쩍 100루피의 팁을 주머니에 찔러주었다.저녁식사를 위해 어두워진 길을 되짚어 함피로 향했다. 저물녘의 안도감은 그날도 변함이 없었다. 달리는 길 건너편에선 결혼식이 열리는지 울긋불긋 화려한 의상을 챙겨 입은 축하객들이 어둠을 밝히는 환한 얼굴로 신부의 집을 향한다. 프란시가 알려준 게스트하우스 앞에 프랭키의 오토릭샤가 멈췄다. 조그만 숙소의 2층 난간에서 프란시가 고개를 내밀어 인사하며 “어서 올라오라”고 한다. 프랭키에게 “넌 이제 그만 엄마 집으로 돌아가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뭘 안다고 골목길을 나설 때 “굿 나잇!” 하며 눈을 찡긋한다.프란시가 묵고 있는 숙소의 계단을 올랐다. 얼핏 보기에도 허름한 숙소다. 프란시는 화장기 없는 발그레한 얼굴과 물기 묻은 머리칼로 기자를 반겼다. 게르만 여성의 건강함이 보기 좋았다.옆방에 묵고 있다는 이스라엘 청년 하나가 숙소를 나서는 프란시를 향해 “어디 가니?”라고 쓸데없는 참견을 한다. 프란시가 `쿨`하게 응대했다. “나? 데이트 하러 가.” 어두워진 함피의 골목길을 걸었다. 프란시가 봐놓은 루프탑 레스토랑(옥상에 꾸며진 식당)이 있다고 했다. 굽이굽이 길을 돌아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프란시는 마늘빵과 과일샐러드를 먹겠단다. 기자도 같은 걸 주문했다. 그런데, 나온 음식이 너무 싸구려처럼 보이고 볼품이 없다. 접시는 가장자리가 깨져있고. 하기야 120루피(2400원)짜리 저녁밥이 오죽하겠나. 좋은 요리를 사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맥주 여러 병을 주문하는 것으로 상쇄했다.주거니 받거니 마신 7~8병의 맥주가 인종과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둘의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줬다. 마침내 취기가 오른 프란시는 푸른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당신, 시 쓴다면서요. 나한테 저 하늘의 별을 노래해주세요”라는 곤혹스러운 부탁까지 했고.창졸간에 맞이한 인도에서의 데이트는 재론의 여지없이 즐거웠다. 음식이 담긴 접시와 술병을 모두 비우고 숙소까지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바래다준 게 고마웠던지 프란시가 기자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게 유럽식 인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함피를 떠나야하는 날이 왔다. 풍광이 취기를 부르는 묘한 경험을 했던 며칠. `몽롱한 상태`가 아님에도 폐허를 통해 확인한 장엄함. 술기운보다 강렬한 `그 무엇`이 기자를 이 도시로 다시 돌아오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급속도로 팽창하는 자본의 맹렬한 기세도, 세련됐지만 인간본연의 모습에선 멀어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문명의 그물도 여기만은 피해갔으면 하는 바람. 그건 과한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분명 그때 심정은 그랬다. 프랭키와의 이별은 서운하고도 안타까웠다. 엄마와 할머니, 여동생을 먹여 살리며 일찍 철든 열여덟 소년. 그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덜어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왔다. 함피를 출발해 뱅갈로르(Bengaluru)로 가는 버스는 해가 저문 후에 있었기에 그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호텔에서 체크아웃을 끝내고 내려오니 로비에 프랭키가 기다리고 있다. “뭘 먹고 싶으냐”고 물으니 “아무거나 좋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긴, 프랭키는 기자와 함께 다닌 사흘 내내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내세운 적이 없었다.뱅갈로르행(行) 버스표도 프랭키가 예매해준 것이었다. 자기가 차의 정확한 출발시간과 발차 장소를 알고 있으니, 걱정 말고 편하게 밥 먹고 술도 한잔 마시란다. 술 좋아하는 기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알아서 챙겨주는 기특함이라니.프랭키의 오토릭샤는 몇 분 만에 인근 호텔 야외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가다가 우연히 만난 프랭키의 친구 한 명도 합석했다. 오늘 헤어지면 이 소년가장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이것저것 맛있는 걸 좀 많이 사주고 싶은데, 프랭키와 친구 둘 모두 겨우 감자튀김과 시원찮은 빵 쪼가리만을 먹겠단다. 맡겨두면 안 되겠다싶어 기자가 메뉴판을 뺏어들고 마구잡이로 3~4개쯤의 요리를 주문했다. 당연지사 맥주와 위스키도 가져오라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기자는 인도요리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고, 뭘 모를 땐 비싼 걸 시키면 그 값어치만큼 맛있을 것이라는 어림짐작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 `어림짐작`은 크게 틀리지 않아 한 개의 요리를 제외하고는 다 먹을 만했다. 프랭키와 친구도 자기네들 접시에 덜어주는 음식을 넙죽넙죽 잘 먹는다. 속으로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이렇게 맛있게 먹을 거면서 왜 얌전을 빼고 그래.”기자는 위스키를, 그들은 맥주를 마시며 닭고기와 양고기, 이름을 알 수 없는 민물생선으로 만든 요리를 즐겼다. 해가 진 호스펫 거리는 행인들로 북적거렸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번잡함과 소음도 익숙해져서인지 싫지 않았다.이윽고 식사가 끝나고 뱅갈로르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버스터미널까지 따라 나온 프랭키가 오래오래 손을 흔들어주었다. 돌아보니 그 표정이 슬퍼보였다. 그와의 작별이 피붙이와의 헤어짐인 듯 기자의 가슴도 저려왔다.▲ 베나울림 해변 식당에서 `더치페이` 문제로 함께 웃었던 인도계 프랑스인 살리나.인도에서 경험한 `더치페이`인도 서남부 베나울림 해변.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이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흔드는 곳. 오두막 형태로 만든 숙소에는 기자 외에도 이탈리아 할머니, 스물다섯 살 프랑스 여자 카일라,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생의 80% 이상을 유럽에서 보낸 인도계 프랑스인 살리나가 묵고 있었다.모두 제각각 혼자 여행 중인 4명의 이방인들이 외로움을 핑계로 맥주 한잔을 나누며 친해졌다.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웃는 얼굴로 서로를 대했지만,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생활에서의 에티켓은 판이했다. 특히 `더치페이`(각자 내기) 문제.다음 일정이 모두 다른 넷이 버스표를 예매하기 위해 시내로 걸어나갔다. 5월의 남인도는 거리에 내놓은 계란이 익어버릴 정도로 덥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올 땐 택시를 탔다. 한국 돈으로 대략 1천500원 정도의 요금이 나왔다.큰돈이 아니기에 동승한 여자들에게 택시비를 나눠 내자고 말하기는 싫었다. 해서 흔쾌히 운전사에게 돈을 지불했다. 그런데, 이건 뭔가. 택시에서 내린 여자 셋이 저마다 지갑을 꺼내더니 5루피(약 100원)짜리 동전까지 꼼꼼히 계산해 내민다.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함께 탄 택시비 정도는 혼자 내는 게 한국 사내들의 매너고, 숙녀들을 위한 배려”라고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살리나는 한참을 “나눠서 내야하는데, 나도 돈 있는데...”라고 중얼거렸고. 유사한 사건(?)은 또 있었다. 네 사람이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다. 채식주의자인 카일라는 샐러드와 맥주를, 이탈리아 할머니는 통밀빵과 오렌지주스를, 살리나는 닭고기볶음밥을, 기자는 새우구이에 인도산 럼(Rum)을 마셨다. 식사가 끝나고 계산을 할 때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들 몰래 기자가 음식 값을 지불해버린 게 빌미였다. 넷이 먹은 걸 모두 합해도 1만원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받아라” “안 받겠다”는 이야기가 수차례 반복됐다. 결국엔 모두의 웃음으로 마무리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여행에서 돌아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니 “잘했다. 사나이가 옹졸하게 그걸 받으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고, “각자 나눠 내는 게 그들의 문화인데 존중해주지 그랬냐”라며 타박하는 이들도 있었다.혼자 떠나는 여행이 매력적인 건 지금껏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들을 만나 이렇듯 판이한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건 기자는 인도에서 `더치페이`의 곤혹스러움과 즐거움을 제대로 배웠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1-25

“우리나라 원전 내진설계 기준 충분… 안전성에도 문제 없어”

9·12 경주 지진 이후 원전 밀집지인 경북동해안에서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첫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원자력시설 안전성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원자력 부산물 처리 방안을 모색하는 `2016 경북에너지포럼`이 24일 경주 보문단지 내 KT 경주수련관에서 개최됐다.`원자력시설, 지진에 안전한가`란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포항, 울산, 경주, 영덕, 울진 등 5개 지자체 관계자와 시·도·군의원을 비롯해 포항공대, 한동대, 동국대 등 학계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해 지역 최대 관심사인 원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토론회는 한동대 장순흥 총장의 `원자력 안전과 지진`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인 김무환 포항공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박동일 산업통상지원부 원전환경과장, 한국원자력연구원 황용수 박사, 방창준 한수원 내진기술부장 등 전문가 3명이 차례로 나서 주제 발표를 했다. 이어 주제 발표자 3명과 김규태 동국대 교수, 박주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술연구소장, 이동은 경주시의회 원전특위부위원장 등 6명의 종합토론과 시민들의 질응응답의 시간이 이어졌다. ▲ 장순흥 한동대 총장“원전, 최대 지진 규모 7까지 견딜 수 있어”장순흥 한동대 총장원자력과 관련해 사람들이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정확하고 명확하게 알리고자 이 자리에 참석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기 분야에 한정해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원자력은 석탄, LPG, 수력 등 다른 에너지와 비교해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없어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잔열 제거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중대사고로 번진 이유는 쓰나미로 잔열 제거에 필요한 전기펌프 시설까지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최대 지진 규모 7까지 견딜 수 있는 정도로 설계돼 있다.전세계의 원자력 발전소는 사망 위험도의 안전 기준에 부합하며 안전하다. 우리나라의 원자로 설계 하에서는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외부로의 즉각적인 대량 방사선 누출이 일어날 수 없다. 역사지진과 계기지진에 근거해 7이상의 지진 발생 가능성도 작다.지진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로 현재의 원전 내진 설계 기준은 충분하며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었다. 만약 7이상의 지진이 예상되면, 설계 보강을 수행하면 된다.종합토론·질의응답△ 김규태 동국대 교수 = 원자력에 대해 논의할 때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순화해 수평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과학 용어사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의 눈높이 맞춰 소통해야 안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와 일반 시민이 지닌 정보의 양과 지식수준이 다르므로 그 간격을 좁히는 데 우선 용어사용부터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나서 수평적인 대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박주완 코라드기술연구소장 = 폐기물 관리사업을 시행하는데 운반이나 영구처분 시설을 개발하기 위한 안전성도 우선 확보해야 한다. 안전성과 운영기술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고, 처리용기 및 시설 설계, 건설운용 기술 마련 등이 진행될 수 있다. 실제 처분시설과 유사한 환경에서 안정성 평가를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동안 운반저장 분야에서는 용기 개발에 집중해왔다. 앞으로 한수원과 연계해 표준화된 시스템과 운반저장용기 개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더불어 한미협정에 기반한 취약한 기술 확보 노력도 요구된다. 부적합지역부터 배제 후 광역적인 지질환경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영구처리를 위한 기술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적합성 평가를 위한 기준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지질자원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지하시설에 필요한 부분도 공동 추진할 방안이다. 이와 함께 국제원자력기구에 연구인력을 파견하고 로드맵을 세워 RD연구 계획을 수립할 방안이다.△이동은 경주시의회 원전특위부위원장 = 원자력 사고는 어떤 천재지변보다도 임직원들의 실수로 인해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로 연구원이 안전수칙을 잘 지키지 않아 폭발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원자력의 위험 요인은 바로 내부에 있다고 볼 수 있다.따라서 한수원 직원들은 유사시를 대비해 보다 투철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시스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스펙보다 인성 위주로 직원 채용하고, 1년에 최소한 3차례 이상 시민대피 훈련을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특히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에 필요한 예산으로 친환경적인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써야 한다. 차세대에너지, 형광물질개발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이번 기회에 자체 시스템부터 정비하고 바꿔나가길 제안한다.발제▲ 박동일 산자부 원전환경과장“사용후 핵연료 한시적 관리방안 마련해야”박동일 산자부 원전환경과장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24기에서 발생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원전내 저장시설에서 관리하고 있다.지난해 12월말 기준 중수로형 40만8천797다발, 경수로형 1만6천297다발의 방폐물이 발생했다. 국내 유일의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은 저장용량 49만9천632다발의 81.8%가 채워진 상태이며 경수로형 원전인 한빛원전 63.1%, 한울원전 68.7%, 고리원전 86.4%로 가동된지 얼마안된 신월성원전(12.3%)을 제외하고는 모든 원전이 60%가 넘는 저장량을 나타내고 있다. 향후 발생량을 전망하면 현재 가동중인 원전 24기에 향후 계획된 12기까지 추가해 2016년 이후 경수로형 7만3천110다발, 중수로형 25만5천840다발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수로형 저장시설은 2019년부터 포화가 예상되고 경수로형은 2024년부터 저장량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준위방폐물 관리방안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지난해 6월 고준위방폐물 안전관리 세부절차 등을 제시한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지난 7월 정부차원의 관리 기본계획으로 수립했다.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정부의 주요추진과제는 △국내외 관리시설 부지확보 △안전성이 입증된 관리시설 적기확보 △고준위방폐물 관리기술 지속개발 △국민과 함께하는 방폐물 안전관리 △중간저장시설, 지하연구시설, 연구처분시설 등 관리시설 투자계획 등이 있다. 이와함께 원전내 사용후 핵연료 한시적관리방안을 마련해 중간저장시설 확보시점 이전까지 추가 저장시설을 확충·대비해야 한다.▲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처리과정 추가땐 효과적 폐기물 관리 가능”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최근 경주 지진 사태로 원전에 대한 국민과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악례 때문이다.이러한 반향은 존중돼야 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구체적인 기술 개발을 비롯한 쌍방향 소통이 현재 수준보다 적극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현안은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함께 원자력 발전의 부산물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도 중차대한 사안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은 경주에 건설돼 운영 중이다. 반면 사용 후 핵연료는 매년 상당량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원자로 건설 시 부속 시설로 건설된 수조에 저장하는 것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의 근본적 최종 관리 방안은 영구 처분이다. 사용 후 핵연료를 일정 기간 저장 후 별도로 재활용하는 경우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아니면 일정 기간 저장 후 사용 후 핵연료 형태로 안정한 심부 지하 암반에 최종 처분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현재 국내 원전 폐기물 처분 연구계는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한 후 40년 전후로 최종 처분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연구계가 심혈을 기울여 도전폐는 파이로 프로세싱과 같은 추가적인 처리 과정을 도입하면 많은 방사성 붕괴열을 발생하는 특정 핵물질을 분리해 독립적으로 보관·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폐기물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창준 한수원 내진기술부장“全원전 `스트레스 테스트`로 안전확보에 최선”방창준 한수원 내진기술부장지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으로 미야기현 동쪽 앞바다 해저(깊이 24km)에서 발생했다. 당시 지진에 의한 소내전력의 상실로 진앙지로부터 반경 160km에 위치한 후쿠시마현의 다이치 원전의 EDG(비상디젤발전기·Emergency Diesel Generator)가 가동됐으며 주요 안전설비에 대한 손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피해가 발생한 것은 해일로 인해 외부전원이 단절돼 총 6기중 4개호기의 냉각기능이 상실된 것이다.진앙지로부터 반경 130km 내에 위치한 오니가와 원전의 경우 해안방벽이 있어 해일에 의한 피해는 입지 않았다. 당시 비안전등급의 일부 구조물과 기기가 파손됐으나 발전소가 자동으로 정지됐고 안전정지상태를 유지했다.오기나와 원전의 계측값은 1호기 원자로건물기초의 경우 0.6g로 계측돼 설계기준(0.54g)을 초과했고 2, 3호기도 설계기준을 초과했다. 하지만 지진 해일이 발생하자 지역 주민들은 인근에서 가장 안전한 오나가와 원전으로 대피했다.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와 월성원전의 거리는 28km에 불과하지만, 월성원전 계측값은 0.098g로 나타났다. 이 지진에 의한 월성원전 부지의 지반가속도는 0.098g로 내진설계값인 0.2g의 절반 수준으로 안전성에 미친 영향은 없다. 월성 1~4호기는 운전기준지진(OBE) 설계응답스펙트럼 초과로 안전점검을 위해 순차적으로 수동정지했고 점검결과 이상이 없었다. 이와 함께 전 원전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추진해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박동혁·안찬규·김민정·이바름기자

2016-11-25

경주·울산·포항 `해오름동맹` 잇는 화해와 기회의 강

위기는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는 말은 2016년 한해 형산강에 딱 들어맞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올해는 많은 희비가 교차했었다. `신라 천년의 젖줄`이라는 영광의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70~8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오염과 시민의 무관심 속에 버려졌던 형산강에게 올해는 화려하게 부활한 한해였다. 국비까지 지원된 형산강 프로젝트의 일부 사업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목재 데크를 설치하는데 매달리는 개발 위주의 사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상당수 계획은 생태와 인문학적 면모를 보완해 한층 세련되게 개선되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강의 위 아래에 위치해 불편한 이웃이었던 경주와 포항이 형산강을 매개로 손을 잡고 협력하는 화해의 강이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에 즈음해 울산광역시까지 가세해 해오름동맹까지 출범했다. 하지만 형산강에 위기의 상처도 쓰라렸다.수은 재첩 파문은 형산강을 여전히 장밋빛 희망에 대한 기대만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시련의 교훈을 주기도 했다.형산강의 완벽한 부활은 생태적 온전함을 담보하지 않으면 빈껍데기에 불과함을 다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총 1조원 규모 생태환경 보존·치수사업 추진역사·문화·생태 활용한 8대 전략과제 발굴내년부터 47개 사업 본격 가시화환동해경제권 중심도시 주도적 역할 기대□ 총 1조원 규모 형산강 프로젝트강은 수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광대한 생명의 보고이다. 인류의 문명은 강에서 시작됐고, 새로운 문명과 문화가 만들어지는 변화의 중심에 강이 늘 존재했다. 형산강은 유구한 신라천년의 역사 문화를 간직한 채 포항과 경주를 지나 영일만으로 흘러, 포항시민의 삶의 애환과 기쁨이 담겨 있는 삶의 터전이자 대한민국 산업화를 일구어 낸 `영일만 기적`의 한 주역이다.이처럼 우리의 소중한 젖줄인 형산강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통한 친수, 생명, 문화의 강으로 재창조해 미래세대를 위한 희망으로 건강하게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이러한 공감과 인식하에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포항시와 경주시는 형산강을 친수공간으로 공동 개발해 상생발전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형산강 프로젝트`를 경북도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의욕적으로 추진, 민간부문 시민참여형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지역 간 상생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연 `형산강 프로젝트`는 지난해 국책기관인 국토연구원에서 지역 상생발전 기본구상 연구를 통해 형산강의 역사, 문화산업, 생태자원을 활용한 8대 전략과제, 47개 사업을 발굴했으며 전체 예산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 포항 구간 내년 17개 사업 추진총 예산 중 포항시 구간의 예산은 5천억원 규모로 올해 13개 사업 158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는 내년 17개 사업 596억원을 목표로 국·도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포항~경주 지역 상생발전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포항시 연일읍 유강리에서 경주시 양동마을까지 두 지역을 연결하는 `상생로드(자전거 길) 개설사업`이 오는 25일 역사적인 연결식을 앞두고 있다.포항시 남구 상대동 일원에 들어설 `형산강 수상레저타운`은 내년까지 총사업비 90억을 투입해 형산강 물길을 따라 수상레포츠 교육시설 및 체험인프라 구축을 통한 도시순환형 레저관광 시설로 조성키로 했다.또 `형산강 에코생태탐방로`는 멸종위기 1급 조류 월동지로 유명한 연일읍 중명리~유강리 일원 형산강 하류를 중심으로 조성된다.내년까지 총사업비 35억을 투입해 생태환경전망대와 생태환경 해설판 등을 설치한다. 조성이 완료되면 서식조류 생태환경 보호와 함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생태체험학습장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이 밖에도 자전거도로와 연계해 랜드마크 역할을 할 `형산강 상생인도교(150억, 16~18)`, 새로운 생태환경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친환경 생태테마랜드(150억, 17~19)`, 호국역사체험 교육의 장으로 조성되는 `학도의용군 호국문화길(10억, 16~17)`, 포항의 옛 부조장터와 경주 양동마을을 잇는 `형산 신부조장터 공원 및 뱃길 복원사업(90억, 17~19)` 등은 적극적인 국·도비 예산 확보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생태 복원사업 강화최근 이슈화된 형산강 수질문제와 관련해 시민들의 깊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형산강을 생명과 문화의 강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형산강 생태복원 종합계획`도 수립됐다.시는 이미 추진 중인 `형산강 프로젝트`에도 생태환경 보전사업을 보완해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고부가가치 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친숙하고 생명이 넘치는 수변 환경을 제공하는데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또 형산강 환경개선을 위한 `형산강 퇴적토 준설사업`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국비확보에 박차를 가한다.`형산강 하구 및 철강공단 하수관거 정비`, `공단 비점오염 저감 완충저류시설 설치`, `형산강 퇴적물 측정망 운영지점 증설`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 특히 이같은 수질환경 개선사업은 실행력을 높이고자 기존 `형산강 프로젝트`에 포함해 추진, 형산강 생태복원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견인한다. □ 민·관 협력에도 역점포항시는 지역 상생협력의 대표적인 롤모델로서 지역경제활성화의 새로운 모멘텀인 `형산강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시민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한다. 또 산학민관이 합심해 형산강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물론 생태적으로 쾌적하고 건강한 하천을 조성하도록 적극적인 가교역할을 펼칠 계획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형산강은 강의 공동 활용을 통한 새로운 지역개발사업의 한 전형으로 시작해 울산과 경주, 포항을 이어주는 화해와 기회의 강으로서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올 한해 확인한 성과와 문제점들을 면밀히 분석해 내년에 더 사업을 촘촘하게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형산강 프로젝트`는 형산강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한 전략적인 지역발전의 성장동력 거점화의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인근 시군과의 상생을 지속적으로 이어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2016-11-23

영양고추로 버무린 맛있는 김장축제… 20억 경제유발 효과

`사람은 어머니 음식으로 처음 길들여지는 법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자 고향맛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들빼기 김치다.`  -한국 음식문화를 다룬 만화 `식객`의 저자 허영만.`빛깔찬 영양김장축제` 성료4만여명 국내·외 관광객 찾아직접만드는 김장체험 큰 인기고추·배추 등 농가홍보 효과도 더 이상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문화인 김치.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져서는 안 될 김치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축제가 있어 화제다. 최근 영양에게 개최된 `2016 빛깔찬 영양김장축제`에 4만여 명의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이 찾아 한국의 맛에 흠뻑 빠졌다. 이번 축제는 주민화합의 장으로 거듭났다는 평가 속에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6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0일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2016 빛깔찬 영양김장축제`는 배추김치만의 단조로움을 보완하고자 영양군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엄숙)에서 준비한 다양한 김치(고들빼기, 무말랭이, 깻잎김치, 파김치) 및 장아찌를 판매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방문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영양군의 대표 특산물인 영양고추를 홍보하기 위해 영양토종고추(수비초), 다복고추로 만든 김치를 내놓아 시식회 등에서 영양고춧가루와 영양김치의 우수성을 알렸고, 매콤한 영양만의 김치를 통해 체험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올해는 개막 첫날 5천여 명을 시작으로 관광객 4만여 명이 축제장을 찾아 김장체험을 했고, 이는 현장김치 구매로 이어져 20억원의 경제유발효과가 발생했다.또한, 올해 행사에는 관내 배추작목반, 절임배추 작목반의 참여로 지역고랭지 채소농가도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이를 통해 농가소득도 적지 않게 올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번 김장축제에서 가장 큰 인기를 모은 것은 `김치담그기 체험행사`였다. 1인당 1만원의 저렴한 체험비로 관광객들과 함께한 이 프로그램은 실질적으로 김치 담그는 방법을 알 수 있게 해준 행사로 유치원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지난 17일에는 수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어린이들과 중앙초등학교 학생, 영양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및 교직원들이 함께 김장에 담겨 있는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에 대해 공부하고, 김장체험을 하는 의미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번 김장 체험학습에 참여한 중앙초등학교 5학년 한 학생은 “평소 집과 학교에서 즐겨먹는 김치에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이 신기했으며, 어머니와 같이 양념을 직접 바르고 김장을 해보면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19일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한류스타 이상윤 씨가 함께한 김장체험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체험행사에는 중국인 관광객 400여명이 참여해 축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번 김장체험은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영양군을 방문한 대규모 중국관광객에게 영양군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또한, 세계 속의 한국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치를 직접 만들어보고 시식하는 기회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음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거리도 제공했다. 주민화합을 위해 준비한 `읍·면의 날` 행사도 주목받았다. 수비면을 시작으로 일월면까지 6개 읍·면이 행사를 통해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는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축제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봉사단체 회원과 축제 참여자들이 김장담그기 체험행사 후 직접 만든 김장김치를 “지역 소외계층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사용해 달라”며 관내 봉사단체에 전달해 추운 겨울날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문화 조성의 장이 되었다.지난 2013년부터 새로 마련된 `빛깔찬 영양김장축제`는 토종고추인 수비초, 칠성초의 복원과 영양지역에서만 재배되는 다복고추의 품질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번 축제와 관련해 권영택 영양군수는 “영양고추를 바탕으로 한 영양김치의 산업화, 명품화, 차별화를 통해 지역농민의 소득향상과 생산동기를 확대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평가보고회 등을 통한 다양한 의견 수렴으로 빛깔찬 영양김장축제를 영양군 겨울 대표축제로 만들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이에 덧붙여 권 군수는 “영양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품질을 인정받는 양념과 맛있는 영양배추가 어울린 환상의 영양김치를 꼭 기억해 두셨다가 내년에도 축제에 많이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인터뷰로 정리한`빛깔찬 영양김장축제`- 올해 빛깔찬 영양김장축제가 예년에 비해 달라진 점은?`김치담그기 체험행사`를 강화하고 가족단위 체험장을 신설했다. 이는 가족과 어린이들이 현장에서 판매되는 절임배추와 양념을 이용해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였다.-영양김치만의 장점은 무엇인가?`빛깔찬 영양김장축제`에 사용되는 고춧가루는 위생처리된 영양고춧가루를 100% 사용해 맛뿐만 아니라 위생과 안전성 면에서도 최고를 자부한다. 영양지역의 토양은 식양토로 고추 재배에 알맞고, 산간고랭지의 지리적 환경도 영양고추의 우수성에 기여하고 있다. 축제에 사용되는 배추 또한 산간고랭지에서 재배돼 영양가와 당도가 높고 아삭아삭하다.-빛깔찬 영양김장축제의 기대효과는?기존의 산나물, 고추뿐만 아니라 영양 고랭지 채소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통해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의 품질과 명성을 자랑하는 `영양고추`와 `고랭지배추`를 주재료로 한 건강 발효식품 영양김치로 지역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려나갈 것이다.-향후 축제의 추진방향은?영양의 겨울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고객의 입맛에 맞춘 김치를 개발하고, 엄선된 재료선택과 관리를 통해 영양만의 맛을 낼 수 있는 김치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주민들이 주관하고 행정기관에서는 뒷받침하는 민간주도형 축제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16-11-22

“포항시·해병대는 공동운명체”

▲ 서상문 고려대학교 연구교수포항과 해병대는 어미 닭과 병아리의 관계로 비유될 수 있다. `줄탁동기`과정을 거친 피붙이 같은 운명공동체다. 줄탁동기란 불교의 깨침과 득도 수단의 하나인 공안(公案) 가운데 하나다.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돼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와 어미닭이 알의 안과 밖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미닭이 밖에서 알을 쪼아주어 부화된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바깥으로 쉽게 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든 혼자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관계를 말한다.市·해병대 협력, 동반 성장비행장·철도·항만 시설 등군사전략적 입지조건 갖춰전 세계적 신속 임무 수행해병대의 `최강 조직` 자랑포항시민이나 해병인이라면 이 관계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포항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오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철강 위주에서 탈피한 산업의 다양화는 중요한 과제이지만, 허물기보다 보존의 개념으로, 개발만능에서 벗어나 자연 생태계와 인간이 상호 공존하는 쪽이 바람직하다.해병대도 부단히 발전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세계 군사강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21세기형 현대 해병대의 발전 방향은 정규전 이외에도 다양하고 복수의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쪽으로 가고 있는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위협의 다양화, 비대칭화, 비선형화라는 오늘날의 안보환경 하에 국가 혹은 비국가 집단들은 군사혁신을 통한 무기, 장비의 다양화 및 첨단과학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위협 증가에 대응하는데 해병대가 가장 적절한 부대로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전투경험을 토대로 제4세대 전쟁(The 4th Generation War)과 대반란전(counter insurgency) 교리를 정립하는 식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미국의 해병대가 좋은 본보기다. 우리 해병대는 국가 전략기동부대로서 병력은 적지만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신속하게 병력과 장비를 투사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최강의 조직으로 평가 받고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국가의 특성상 해병대는 서해-남해-동해를 잇는 U자형 전략방어 부대로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돼 실제로 그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해병대가 `국방 119`, `작지만 강한 군대`로 일컬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하지만 해병대의 발전 방향을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제압능력의 제고에만 국한시킬 게 아니다. 시야를 넓혀 점증하고 있는 동북아 역내 중국, 일본 등의 군사력 증강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게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병력이 최소 3만3천명 정도로 편제될 필요가 있다.또 이에 걸맞게 1개 연대급에 불과한 해병의 상륙함 전력도 최소 현재 보다 3배 이상 증강돼야 한다. 이 문제는 육·해·공군 간의 병력 배분의 합리적이고 대국적인 재조정문제와 맞물려 있다. 2020년대 초 완성을 목표로 창설 중에 있는 해병항공단을 앞당겨 조기 작전 투입이 가능토록 할 것도 고려할만하다. 이는 기존 지상전 위주의 전쟁에서 해상전과 공중전의 중요성이 더해지는 현대전 추세에 부합하기 위한 자연스런 요구다. 하지만 이는 해병대 예산이 전체 국방비 예산 중 겨우 1%에 불과한 현실에서는 요원하기만 하다. 오늘날 해병대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최강의 강군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해병대의 터전인 포항시민의 애정어린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보적인 줄탁동기 같은 공동운명체의 관계에 있는 해병대가 무너지면 포항도 무너질 뿐만 아니라 국가 전역이 무너질 수도 있다. 반대로 군사전략적 관점에서 해병대가 웅지를 틀 수 있는 입지조건으로 비행장, 철도, 항만을 다 갖추고 있는 포항만한 곳도 없다. 따라서 대지가 어머니라면 인간은 대지의 아들이듯이 어미 닭이 병아리를 보듬고 있는 형국의 운명공동체인 포항과 해병대의 미래는 지속적인 상호 신뢰와 사랑의 농도에 달려 있다. 포항시민과 해병대인이여, 서로 믿고 뜨겁게 사랑할지어다!

2016-11-21

“아낌없는 청년지원 정책이 지역 경쟁력 살려낸다”

연애, 외모관리, 인간관계,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모두 포기한 `N포 세대`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극자본주의(hyper-capitalism) 국가로 불리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청년문제가 실업부터 비롯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돈을 벌지 못하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용절벽이 악화할수록 청년들의 시름은 깊어간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지난 9월 기준 9.4%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심각하다. 실업률을 산정하는 경제활동인구에 학생, 취업·공무원 준비생, 비경제활동인구(취업을 포기한 사람) 등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를 일컫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nning)`을 포함하면 청년실업률이 30%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정적인 사회복지가 정착된 유럽은 어떨까. 최근 여러 유럽국가에서도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지만, 청년지원정책이 우수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단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정부와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을 만나 청년지원정책을 취재했다.□ 잘츠부르크는…오스트리아 주정부 9개 중 하나인 잘츠부르크는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어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베토벤, 하이든 등과 함께 빈 고전파를 대표하는 작곡가 모차르트의 고향이기도 하다. 1965년 개봉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촬영지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영화팬이 찾고 있다. 이곳의 인구는 약 54만명이지만, 연간 숙박 관광객만 무려 100만명이 넘는 오스트리아 대표 관광지다. 잘츠부르크 도심으로 들어서면 트램웨이(Tramway)와 비슷한 유선 전기버스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전기버스와 연결되는 전깃줄이 건물 사이사이에 거미줄처럼 얽혀 장관을 이룬다. 오래된 건물과 전기버스라는 신구 조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이다.잘츠부르크는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산업구조다. 레드불 등 대기업으로 불리는 업체도 있지만, 극소수다. 엘리베이터 부품이나 자동차 엔진 부품 등 정밀공업이 우수해 가장 많은 수출을 하고 있으며, 건축산업과 나무산업도 발달했다. 최근 잘츠부르크 청년들이 많이 취업하고 성장하는 분야는 멀티미디어, 창의산업 등이다. 오스트리아 전체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5.9%를 기록, 잘츠부르크는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실업률은 따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전체 실업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정부는 판단하고 있다.15년전부터 교육지원금 `빌둥셰이크` 자체 도입구직·재교육 원하는 청년 연간 5천명 혜택 받아대학생·소수민족 어학지원금 등 교육비 지원 다양100가지 넘는 마이스터 자격시험도 적극 지원우수한 청년지원 정책들, 실업률 낮추고 경제활성화 효과인력양성으로 지역기업 키우고 주정부 재정도 살 찌워□ `청년문제 청정국가` 오스트리아 지원 정책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주정부 9개 중 하나로 오스트리아 연방정부의 정책을 따른다. 더 큰 테두리로는 유럽연합의 관리를 받는다. 잘츠부르크 주정부가 단독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한정적이지만 주거·건축 관련 지원금과 교육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오스트리아는 가족형편과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19세까지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족지원금(아동수당)을 지원하는데, 아동 1인당 나이에 따라 연간 최소 147만8천원에서 최대 202만9천원까지 받을 수 있다. 자취를 하며 대학을 다니거나 부모가 일찍 사망한 경우, 4년 이상 단독세대로 직업활동을 했을 때에는 월 최대 84만5천원을 받을 수 있다. 일반 대학생들은 월 59만5천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가족지원금는 별도로 양육수당을 받는다. 아이 1명당 14만원 수준이다.각종 지원금을 받으려면 대학입학 후 학점 등을 제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교육지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뛰어난 부분이다. 잘츠부르크는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외에도 별도로 세금을 부과해 재원을 직접 마련, 젊은 세대들이 집을 사거나 지을 때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주택지원금도 연방정부 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된다. 미혼모·미혼부를 비롯해 신혼부부, 아이가 많은 가정일 경우 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태양열 발전 등 친환경에너지를 이용한 주택은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주택지원금 재원은 주민들로부터 급여의 일정 비율을 주택건축을 위한 부담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슈테판 마이어 잘츠부르크 주정부 대변인은 “잘츠부르크는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청년취업을 유도하는 다양한 지원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주정부도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항상 고민하고 실현하고 있다”면서 “지역 청년들이 느끼는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도 각종 설문을 통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애향심도 강하다”고 강조했다.□ 잘츠부르크 주정부 차원 교육지원금 `빌둥셰이크`유럽연합 국가들은 대부분 청년에게 현금을 지급한다. 각 국가가 정한 연령까지 재산이나 소득 여부와 관계 없이 양육수당을 지원한다. 교육도 대부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대학진학보다는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청년들은 자격취득교육지원법의 지원을 받는다. 특히 잘츠부르크는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빌둥셰이크`라는 교육지원금을 지원한다. 이 제도는 잘츠부르크 주정부가 15년 전 자체적으로 도입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재교육(보수교육)을 원하는 사람 등 누구나 자격취득을 하고 싶다면 지원할 수 있다. 주정부는 연간 5천여명을 선정해 교육비를 지원하는데, 이는 대학생 지원금이나 기존 실업교육과 관련한 지원금 정책과는 별도로 운영된다. 이와는 반대로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직장인도 대학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준다. 외국인노동자나 소수민족 출신이 독일어를 배우도록 지원하는 `독일어 어학 지원금`도 있다. 화물자동차 운전 자격시험을 비롯한 일반기술에도 교육비를 지원한다.2년 전부터는 마이스터(장인) 자격시험도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값비싼 가격 때문에 서민들이 장인 자격취득에 어려움을 겪자 지원정책을 손본 것. 오스트리아는 기술이 필요한 개인 사업을 하려면 무조건 마이스터 자격증이 필요하다. 열쇠 수리공도 자격증이 없으면 할 수 없고, 회사 사장이 되려면 직종과 관련한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장인 자격증 종류만도 100가지가 넘는다.▲ 크리스티안 잘러트마이어 잘츠부르크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이 공동기획취재단에게 청년지원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장인 자격시험 지원은 교육비용 50% 제공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으면 제도를 악용해 취미로 교육을 받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4년을 기준으로 1인당 최대 900유로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20살이 지나도록 직업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던 사람과 50세 이상은 1천250유로까지 받을 수 있다. 시험 응시료는 이와는 별도로 2천유로까지 지원된다.연간 주정부 교육지원금 총 예산은 250만유로 정도다. 지난해 교육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19세 이하 125명, 19~45세 3천470명, 45세 이상 382명 등 총 5천명으로 나타났다. 잘츠부르크 주민 약 1%가 매년 혜택을 보는 셈이다.잘츠부르크 주정부 관계자는 청년들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정책이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크리스티안 잘러트마이어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은 “지난 15년간 교육지원금을 지원했는데, 매년 주민 1%가 교육지원금을 받았으니 현재까지 인구 15%가 혜택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또 “지역 기업들이 장인 자격증을 가진 인력이 필요하고 선호하는데, 이를 주정부가 지원해 좋은 인력을 양성하면 지역에 더 많은 기업체가 들어올 것이고,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면서 “기업이 활성화되면 지역 경제도 함께 좋아지고 장인 자격증을 소지한 고급 인력들은 더 많은 월급을 받아 다시 세금을 내기 때문에 주정부 재정으로 다시 순환된다”고 설명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1-21

50개 나라를 홀로 여행한 열아홉 청년을 만나다

함피에서 눈 뜬 세 번째 날. 어디선가 스멀스멀 익숙한 향기가 몰려온다. 이건 뭔가? 맞다. 밥 짓는 냄새다. 그랬다. 기억의 회로 저편 멀리에도 엄마가 “탕탕” 도마 두드리고, 조개에 구수한 된장 풀어 아침을 준비하던 향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건 애틋한 그리움의 영역이다.집 떠난지 1년…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캐나다 청년과의 추억아침을 제공하는 말리기호텔 레스토랑은 1층에 있는데, 4층 기자의 방까지 휘몰아쳐오는 쌀 익어가는 향기. 그것 때문에 잠을 깼다.아직은 선선한 이국의 아침 바람을 맞으며 프랭키가 운전하는 오토릭샤에 올랐다. 겨우 통닭 한 마리 사준 걸 두고 “엄마가 당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며 웃는 프랭키. 덩달아 웃게 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비탈라사원(Vitthala Temple). 오늘 함피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모양이다. 입구엔 아주 당당하게 `인도인 10루피(200원), 외국인 250루피(5천원)`란 푯말이 우뚝 서있다. 그래, 이게 정당한 거다. 재벌의 100만원과 노동자의 100만원은 절대적 가치에 있어선 동일하나, 상대적 가치는 판이한 법. 가끔은 `바가지`를 쓰고도 웃어야할 때가 있는 법이다.입장료를 지불하고 사원에 들어섰다. 찌는 듯한 날씨 탓에 기자 외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혼자 두리번거리며 왕이 탔다는 거대한 석조마차와 두드리면 실로폰 소리가 난다는 신전(神殿)의 기둥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 백인 여자 하나가 가쁜 숨을 내쉬며 나타난다.“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래요?”“저도 혼자인데 잘 됐네요. 제 셔터도 한번 눌러주세요.”이렇게 시작된 스물두 살 독일 소녀 프란시와의 대화는 그늘로 자리를 옮겨 제법 오래 계속됐다.기자의 한국어판 `론리 플래닛`(가이드북)과 그녀의 독일어판 `론리 플래닛`을 펴놓고, “이거 똑 같네”라며 낄낄대다가, “너 어디 사냐?”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냐?”로 이어지던 대화 끝에 그녀가 치과대학에 다닌다는 걸 알게 됐고, 여행을 좋아하던 오빠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제 오빠가 살아있을 때 이집트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이랑 닮았다”고 한다. 우뚝한 코에 짙은 눈썹, 거기에 꿈꾸는 녹색 눈동자까지 프란시의 오빠는 전형적인 게르만 사내였다. 대체 백인과 황인이 어디가 닮았다는 건지. 그러나, 그 말이 싫지 않았다.두 달 전 독일을 출발해 인도를 거쳐, 태국과 베트남까지 6개월쯤 여행할 것이라는 프란시에게 차가운 생수 하나를 사주며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의하니, 망설임 없이 좋단다. 저녁에 숙소 앞으로 데리러간다는 약속을 했다.그녀를 보내고 프랭키가 안내하는 유적과 박물관, 호수 등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점심 먹을 때가 됐다. 프랭키와 그의 친구 서너 명을 불러 함께 밥을 먹었다. 역시 혼자 하는 식사보단 `어울리는 밥상`이 좋고, 얻어먹는 밥보단 사는 밥이 훨씬 맛있다. 점심을 먹은 후 프랭키는 집에 가서 쉬라고 돌려보낸 후 함피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망고트리`에 갔다. 바나나나무가 가득한 숲 한가운데 위치한 카페였다. 망고트리는 시원하고 쾌적했다. 차가운 음료수를 주문하고 그물침대에 누워 한국에서 가지고간 이성복 시집을 뒤적거렸다. 이렇듯 `즐거운 독서`가 얼마만인가. 명민했던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이 죽기 전 몇 년 동안 쓴 일기를 묶은 책 제목은 `행복한 책읽기`였다.`행복한 책읽기`를 하다 뒤를 돌아보니 눈동자가 사파이어처럼 새파란 어린 친구 하나가 혼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중이다. 시선이 마주쳐 미소를 보냈더니, 저도 “하이!”라며 씩 웃는다.앞에 놓인 테이블에 아무 것도 없기에 “날 더운데 뭘 좀 마셔”라고 권하며 콜라와 싸구려 샌드위치를 사줬다.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는 캐나다에서 온 열아홉 청년이었다. 집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넘었고, 언제 돌아갈지는 자기도 모른단다. 게다가, 이런 정처 없는 장기여행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한국이라면 고등학교 3학년쯤 되는 나이. 이처럼 스케일 큰 여행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어떤 한국 부모가 입시를 앞둔 자녀에게 무한정의 자유를 허락하겠는가. 그래서, 물었다. “너희 부모는 네가 사는 방식에 관해 아무 말 안 하니?”“아버지와 엄마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건 내 삶이잖아요”라는 똑 부러지는 대답이 돌아왔다.이제껏 그 열아홉 청년이 여행한 곳은 대략 50여 개 나라. 지구 위에 존재하는 국가의 25%에 육박하는 숫자다.믿기지 않았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겨우 열아홉임에도 삶에 대해 한없이 `열려있는 태도`를 가진 아이였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열아홉 청춘들의 삶이 불쌍해졌다. 영어단어와 수학공식의 암기에만 목을 매달아야 하는 그들은 자신의 삶을 자유의지로 다스려가는 이 캐나다 청년이 얼마나 부러울까.세상의 모든 곳을 돌아본다고, 세상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허나, 분명한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보다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확률은 훨씬 높다. 많지 않은 나이에 제 삶의 방식과 지향을 스스로 선택해 의연히 그 길을 걸어가는 모습. 참으로 근사했다.그 옛날, 타히티를 찾아낸 영국의 항해가 제임스 쿡 제독이 그랬던 것처럼 해도(海圖) 없는 바다를 향해 용감하게 닻을 올린 열아홉 캐나다 청년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앞으로도 네 영혼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라”고 격려해주고 싶었다.시원찮은 영어로 손짓과 발짓을 섞어 그와 적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프란시와 약속한 저녁 데이트에 가야할 시간이었다. 인도 아기들의 커다란 눈을 보면…인간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결핍되거나 결락돼 있는 것을 부러워한다. 그건 인지상정이다.조금은 천박한 표현일 수 있지만, 돈을 가지지 못한 자는 부자를 부러워하고, 여행을 하고 싶지만 여러 여건 때문에 다녀보지 못한 이는 여행자를 동경한다. 또,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서로가 궁금해 하고 다른 성(性)으로 살아보고 싶어 한다.기자의 경우엔 뭐가 결핍돼 있을까? 어떤 결락이 빈 가슴을 더욱 춥고 쓸쓸하게 하는가.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오래 전 일찌감치 폐기처분한 순수와 무구함.살아갈수록 세상사 때가 더 진하게 묻어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시간들. 그걸 생각하면 아득해지고 그럴 때면 아이들이 순정한 눈동자를 보며 위로를 얻는다.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눈빛은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기들의 눈 속엔 티끌 한 점으로 시작된 인류의 시원(始原)이 보인다. 윤대녕의 소설 한 대목을 빌리자면 “존재의 시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몸짓”이 읽힌다. 해서 기자는 아이들이 부럽다. 1개월의 인도여행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뭄바이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소녀와 바지를 사러 들어간 함피 옷가게 주인의 두 딸, 제 아버지와 기자가 이야기하는 잠시잠깐을 참지 못해 칭얼대던 귀여운 남매까지.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내내 부끄러웠다. 시인 서정주는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라며 지나온 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지만, 기자는 그렇지 못했다. 자꾸만 잘못 살아온 것 같아 편치 않은 마음이 울렁거렸다.모두가 조카들처럼 예쁜 그 아기들을 부둥켜 안아주고 싶었다. 그처럼 순정한 포옹 속에서 기자의 오만과 선입견, 자만과 탁한 욕망을 털어내고 싶었다. 세상 어느 `어른`도 가지지 못한 순진과 무구 그리고, 순수함을 지니고도 결코 거들먹거리지 않는 아기들의 겸양. 비록 그게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 해도 아기들의 눈망울은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다. 다시 한 번 인도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꺼내 아이들의 눈동자와 만난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다짐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기 힘들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송선호

2016-11-18

“기본소득네트워크 도입이 청년실업 돌파구 될 수 있어”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혼동하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태어난 나라로,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아내 프란체스카 도너(Francesca Donner)도 그 출신이다.유럽 대륙 중앙에 있는 이 나라는 중도통합형 복지국가로 영미식 신자유주의나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보다는 실용적인 복지국가 모델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세계 18위를 기록하는 등 소득수준이 높다. 국가 실업률은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기획단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과 잘츠부르크를 찾아 기본소득네트워크와 선진 청년 지원정책을 취재했다.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소득 보장 주장부자·상위 10% 계층 증세로 재원 마련2006년 시작 2018년 국회에 시민청원 목표현재 유럽 전역 25개 네트워크가 운영오스트리아사회주의청년연맹 실업 최소화 운동기업에 총매출액 대비 세금 부과 세원 확보주 30시간 노동 단축은 질병·의료비 감소더 많은 일자리 더많은 사람에 제공 가능□중도통합형 복지국가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황제의 나라로 서구의 변방과 동서의 교차로에 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Vienna)은 19세기 말 유럽 최고의 도시로 꼽혔다. 인근 유럽 국가들보다 자유주의와 산업화, 민주화가 늦게 진행됐고, 현재까지도 엘리트주의적 정치문화가 남아 있다. 아돌프 히틀러가 태어난 나라로, 세계대전 가해 세력으로 분류돼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의 분할 신탁통치를 거쳤다.자본주의체제와 사회주의체제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중립을 선택했으며, 화해와 타협, 조정과 중재, 점진주의와 실용주의, 융합과 재창조 등을 모형으로 한다.중도통합형 복지국가인 오스트리아는 개인 소득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걷는다. 이는 가족지원금, 취학아동 양육수당, 실업수당, 출산수당, 연금 등 복지재원으로 사용된다. 일반 의료비가 무료이며, 25세까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특히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성인에게도 직업교육지원금을 지급한다.□기본소득 붐(boom) 이뤄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유럽국가에서는 국가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매월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는 기본소득보장 운동이 활발하다.클라우스 삼보(79)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은 “기본소득 도입이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는 2006년 공식 출범했다.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한 홍보물을 만들어 배부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5천여명으로부터 도입찬성 서명을 받아냈다. 오는 2018년 오스트리아 국회에 기본소득 도입 시민청원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으로는 7개 이상의 나라에서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유럽연합의회에 청원하고 2020년 도입을 목표로 한다.지난 2014년 1차 청원 운동을 진행했으나, 6개국에서 30만명의 서명을 받는데 머물러, 청원에 실패했다. 이후 꾸준한 활동으로 기본소득 운동을 확산했고, 현재는 유럽 전역에 25개 기본소득네트워크가 운영돼 전망을 밝히고 있다.기본소득네트워크는 기복소득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 보장 △보편적인 기본소득 보장 △개인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 보장 △최소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기본소득 보장 등 4가지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가장 큰 걸림돌이 재원 마련이다. 그들은 부자증세로 국가 양극화 현상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위 10% 계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 클라우스 삼보(79)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클라우스 삼보 회장은 “청년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공부하고,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려면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상위층이 누리는 혜택이 분산되는 것이 청년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그는 “지난 5월 비엔나대학교 경제학과 학생을 상대로 기본소득 관련 특강을 했는데, 2천여명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며 “6월에도 전국 40개 지역에서 천여명의 청년들이 기존 정치에 불만을 느끼고 주거와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한편, 독일에서는 기본소득 캠페인으로 `마인 그룬트아인콤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54명에게 1년간 월 1천 유로(약 128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오스트리아 청년들이 말하는 `청년문제`오스트리아 사회주의청년연맹 율리아 헤르(23·여) 의장과 돌란트 플락히(23) 대변인은 낮은 최저임금, 비싼 집값, 난민 문제 등을 청년 삶의 어려움으로 꼽았다.사회주의청년연맹은 현재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 산하 청년조직으로 120년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16~22세 청년 7만여명이 가입해 활동한다. 연맹은 사민당의 산하 조직이지만 그들의 정책과 입장이 다를 때는 철저히 반대의견을 내기도 하는 독립된 조직이다.오스트리아 청년실업률은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그들은 실업률을 더 줄이고자 다양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연맹이 추진하는 청년문제해결을 위한 운동은 `가치창출 부담금`과 `주당 30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 도입이다.`가치창출 부담금`은 집권당이 추진 중인 정책으로 가치가 창출되는 곳에서 세금을 내게 하는 재원확보 방안이다.율리아 헤르 의장은 “소수 고용주가 대부분의 일자리를 쥐고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오스트리아의 세율이 높다 보니 회사나 주거지를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곳으로 옮긴다”고 실태를 지적했다.이어 “재원을 허투루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가치창출 부담금`을 도입해 기업 총매출액(순수익) 대비 일정액을 세금으로 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오스트리아에선 현재 법적 노동시간이 주당 40시간, 산업별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단체협약상으로는 주당 38.6시간이지만, 잔업이 많아서 통상 법적 노동시간을 웃돌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높고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연맹의 주장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스트레스도 줄고 질병이 적어져 오히려 의료비 등 복지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또 일자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실업률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연맹은 여성과 남성 간 임금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그는 “오스트리아는 일자리가 적은 건 아니지만, 급여 등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하는 것이 청년들의 고민”이라며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를 느끼는 청년들이 직접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연구해 국가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2016-11-14

일찍 철든 소년의 넓은 등을 보던 날

아침 일찍부터 소년 오토릭샤 운전수 프랭키와 성스러운 고대도시 함피의 유적들을 둘러봤다. 이슬람과 힌두세력이 각축을 벌이며 서로 대립한 탓에 상당수 유물과 유적이 손상된 상태로 남아있었지만, 함피는 파괴된 폐허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무너진 바위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의 흔적들이 여행자를 매료시켰다.무너진 바위에 새겨진 함피의 역사…폐허 속에서도 아름다움 빛나오토릭샤 가이드 소년 프랭키의 초대로 인도가족들과 만나할머니와 엄마·여동생과 조그만 방 한칸서 생활하는 소년가장가난으로 일찍 철든 소년 프랭키의 미소에 기자의 삶 되돌아 봐인도사람들처럼 걸쭉한 카레와 밀가루빵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니 `살인적인 더위`가 함피의 폐허를 뒤덮었다. 길거리에 줄지어 드러누운 개들의 혀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날씨 탓인지 잠이 쏟아졌다. 프랭키에게 “호스펫의 호텔로 돌아가자”고 부탁했다. “나머지 유적과 좋은 경치는 내일 안내해다오. 대신 오늘 약속한 가이드 비용 500루피는 지금 주겠다”고 하니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다. 기자를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오후엔 다른 손님을 태워 영업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건네는 지폐를 “마지막 날 받아도 된다”며 사양하는 프랭키를 호텔 앞에서 돌려보내고 객실로 올라와 달콤한 낮잠에 들었다. 꿈도 없는 평화로운 잠이었다.해질 무렵 일어나 로비로 나가니 프랭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집으로 놀러가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인도 사람 집에 초대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프랭키가 운전하는 오토릭샤 뒤에 타고 땅거미가 어둑하게 내리는 호스펫 시내를 지나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렸다.프랭키의 집은 북적거리는 시장 어귀에 자리 잡고 있었다. LG전자에서 생산한 낡은 텔레비전과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인 스테인리스 그릇이 차곡차곡 포개져있는 조그만 방 한 칸과 손바닥만한 마당이 집의 전부였다. 프랭키는 거기서 할머니, 엄마,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인도에선 여자들이 돈을 벌기가 쉽지 않아 자기가 오토릭샤를 끌고 다니며 버는 돈으로 가족의 생활비를 충당한다는 프랭키의 설명이 이어졌다. 릭샤도 자기 것이 아니라 임대한 것이기에 수입의 절반 이상은 릭샤 주인에게 줘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만약 기자가 프랭키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웃으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를 마흔여섯이나 먹었음에도 기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구를 책임지거나, 먹여 살려본 적이 없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부양할 아내와 아이들이 없고, 부모 또한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남의 도움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그럼에도 기자는 매일같이 벌어지는 선후배,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드러내놓고 불만을 터뜨리곤 했다. “왜 나는 독일산 고급승용차와 100평짜리 주상복합아파트를 가진 부자로 태어나지 못한 거냐?”가난은 소년을 일찍 철들게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남기고 간 3명의 여자를 최소한 불행하지 않게는 해줘야한다”는 열여덟 소년 프랭키의 말에 기자는 부끄러워졌다. 어린 나이에 짊어지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삶의 무게 혹은, 가혹한 운명을 기꺼이 감수하고 사는 소년. 그런 상황에서도 착한 웃음을 지을 줄 아는 프랭키는 지금 생각해보면 기자의 스승이기도 했다.프랭키의 엄마가 들어간 설탕의 양을 가늠할 수조차 없이 달디 단 홍차와 인도 과자를 내왔다. 일종의 손님 접대였을 것이다. 기자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사양할 수는 없는 일. 그건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행위일 수도 있다. 겨우겨우 설탕물 같은 홍차 한 잔을 어렵게 비워내니, 프랭키의 엄마가 묻는다. “맛있나? 한 잔 더 가져올 테니 마셔라.” 표정관리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또 마실 수밖에 없었다. 사발 크기에 가까운 커다란 잔으로 홍차를 연거푸 마시고나니 평소 1년 먹을 설탕을 30분 만에 해치운 느낌이었다. 아랫배가 살살 아플 정도였다.프랭키의 할머니는 뭐가 그리 수줍은지 기자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는다. 손자의 웃음과 닮은 오밀조밀한 예쁜 미소다.남의 집에 초대받아 가면서 아무 것도 들고 가지 않은 게 영 어색해 “딸에게 통닭이나 한 마리 튀겨주세요”라며 500루피(약 1만원)를 내미는데, 프랭키 엄마는 이를 몇 차례나 마다했다. 억지로 손에 쥐어주며 “착한 아드님과 건강하게 사세요”란 작별인사를 전했다. 프랭키의 할머니와 엄마, 여동생은 대문 밖까지 따라 나와 기자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프랭키의 친구가 한다는 이발소에 들렀다. 한국을 떠나올 때 이미 덥수룩하게 자라있던 머리칼을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발사가 손에 든 가위가 한국 초등학생들이 색종이나 마분지를 자를 때 쓰던 것과 꼭 같다. 이건 또 무슨 코미디 같은 상황인가. 하지만, 걱정도 잠시뿐. 그 조악한 가위를 사용해 쓱싹쓱싹 잘도 머리칼을 헤집어가며 잘라낸다. 솜씨가 놀랍다. 이래서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인가?거기다 이발이 끝난 후 서비스로 해주는 안마가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우두둑”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리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원해졌다. 게다가 이발 비용도 저렴하다. 겨우 1천원.상쾌한 기분으로 호텔로 돌아와 프랭키를 돌려보냈다. 종일 이것저것 귀찮게 요구하는 기자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음에도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로 “편히 쉬어요”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 그가 더 좋아졌다.160cm가 채 되지 않는 조그만 키에 어깨가 여자애처럼 좁은 프랭키가 타박타박 기자를 등지고 걸어갔다.그의 등이 183cm에 90kg인 기자의 등보다 더 넓어 보였다. 환시(幻視)였다. 그날, 프랭키가 선물한 환시는 자신을 희생하며 가족을 위해 힘겨운 발버둥을 치고 있는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열아홉 인도 신부사는 내내 가끔은 기억 속에서 꺼내 볼 아름다운 추억이 된 인도여행.내륙에 위치한 도시 함피가 너무 더웠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식히려 영국인들이 만든 휴양도시 우티로 급하게 몸을 숨겼다.위도는 비슷함에도 온도 차이는 무려 30도가 났다. 함피가 섭씨 40도라면 우티의 새벽은 영상 10도. 한기가 느껴져 벽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였다.우티가 선물한 시원함과 쾌적함에 다시 힘을 얻어 산세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인근마을 쿤누르(coonoor)로 소풍을 갔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가, 오토 릭샤를 대절해 일대를 돌아보고, 해질 무렵 장난감 같은 협궤열차를 타고 돌아오는 당일치기 투어였다. 현지에서 친해진 릭샤왈라들과 의기투합해 10병이 넘는 맥주를 마시고 우티로 돌아오는 길. “칙칙폭폭” 절경 속을 달리는 협궤열차에서 신혼여행을 왔다는 인도인 부부를 만났다. 남편은 26살, 아내는 19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착하게 웃는 둘의 얼굴이 더없이 행복해보였다. 말 그대로 파안대소(破顔大笑).기자의 맞은편 자리에 앉은 남편은 낡은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내 사진은 한 장도 안 찍어주고, 내내 바깥 풍경만 찍어대기에 점잖게 한마디 충고했다.“어이, 와이프 사진도 좀 찍어주고 그래야지.”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이게 24장밖에 안 찍히거든요. 그래서 저 사람 찍어줄 여분이 없어요.”한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친구와 후배의 경우라면 아내에게 맞아 죽기 딱 좋을 소리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도 열아홉 어린 아내는 수줍게 웃기만 했다. 부러웠다. 저렇듯 착한 와이프를 얻었으니.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달리다보니 숨어 있던 장난기가 발동했다. 기자의 디지털카메라에 관심을 보이는 남편에게 전격적으로 제의했다.“이봐 새 신랑, 아내 볼에 키스해 봐. 그러면 이 카메라 선물로 줄게.”절대로 할 수 없단다. “인도인은 한국인과 달라요”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럼 손등에라도 해봐.”가만히 웃고만 있던 신부도 손사래를 치며 부끄러워한다.“남편이 원한다고 해도 난 절대로 그럴 수 없어요.”“해봐라”와 “안 된다”를 거듭하며 우리는 오래 알아온 친구들처럼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그 사이 기차는 어느덧 우티역(驛)에 도착했다.“앞으로도 건강하고 착하게 살아야한다”는 진심 어린 축복의 말을 전하며 그 신혼부부와 헤어졌다.물질적 풍요 없이도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보며 마냥 행복해하던 신랑과 신부.그들은 오늘도 선량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겠지?꼭 그럴 것이라 믿고 싶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1-11

연애·취업·인간관계·결혼·출산까지 포기 위기의 `N포 세대`에 희망을…

최근 우리나라 청년들은 스스로를 `헬 조선(지옥 같은 한국 사회)`이라는 단어 아래 가둬놓고 희망과 꿈을 포기한 안타까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연애, 취업, 외모관리, 인간관계,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모두 포기한 `N포 세대` 세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4%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당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던 외환위기 시절임을 생각하면 현재 청년실업률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정부는 매년 약 2조원을 청년실업 대책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일자리 정책은 청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지 못하는 실정이다. 본지는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했다. 세계적으로 청년지원정책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2개국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청년정책 방향을 5회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청년실업률 지난 9월기준 9.4%10명 중 1명은 `백수`인 셈학생·취준생·취포생 등 포함하면체감 청년실업은 30~40%에 이르러OECD 회원국 중 한국 등 5개국 상승세청년문제 해결 시동 건 경북도올 1월 전국 최초 `청년취업과` 신설`1사-1청년 더 채용하기` 프로젝트도 가동청년일자리 창출 성과 속속 이어져도서관·편의점이 전부인 공시생 4년차알바 편의점서 쪽잠 자며 시험준비`인생역전`은 공무원 임용 뿐이던가…#새벽 4시.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해장 음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멈추는 시간이다. 포항 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인 이호진(29·가명)씨는 이 시간이 좋다.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4년째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그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쓸 면목이 없어서다.학사모를 쓰고 기뻐했던 기억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의 첫 일과는 직장이 아닌 도서관 출근이다. 두꺼운 책을 뒤적이다 어둠이 내리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편의점 계산대를 베개 삼아 쪽잠을 자기도 한다. 그가 누울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지만,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낸다. 취업문이 바늘구멍보다 좁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 역전`을 위한 돌파구는 공무원 임용뿐이라는 일념으로 오늘도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중졸 출신인 일명 `흙수저` 20대 청년 어린 나이부터 건설현장 일용직 전전햇빛 그리운 쪽방 벗어날 날은 언제…#김정훈(27·가명)씨는 가난이 싫다. 그는 요즘 흔히 말하는 `흙수저`이다. 홀로 가계를 담당하는 어머니의 부담을 덜고자 고등교육도 마치지 못했다.어린 나이부터 일용직 근로자로 건설현장을 전전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삭신이 쑤신다.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싶지만, `중졸`이라는 이유로 서류지원도 쉽지 않다. 국가가 지원하는 직업교육도 쉽게 받을 수 없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생활도 8년. 아무리 발버둥쳐도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 일거리가 줄면서 기본적인 생활도 어렵다. 그는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쪽방 월세를 걱정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헬조선` 외친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우리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같이 규정하고 있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는 그에게 다른 나라 얘기다.■ 우리나라 청년실업 현주소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매달 고용지표를 발표할 때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다. 지난 9월 기준 9.4%를 기록, 대략 10명 중 1명은 `백수`인 셈이다.그러나 청년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청년실업은 이보다 훨씬 가혹하다. 실업률을 산정하는 경제활동인구에 학생, 취업·공무원 준비생, 비경제활동인구(취업을 포기한 사람) 등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청년실업률이 30~40%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다.니트(NEET)족 증가도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니트족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ning`의 약자로 정규교육을 받지도 않고, 노동시장에서도 제외되어 있으며,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층을 의미한다.2014년 한 조사에서는 청년층(만 15~29세) 950만명 중 취업자와, 학생을 제외한 니트족은 163만명(17.2%)이라고 집계된 바 있다. 특히 니트족은 수입창출이 불가능해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잠재실업률 상승 때문에 국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각종 일탈행위의 잠재요인으로까지 분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적 문제 `청년실업`청년실업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지난해 평균 청년실업률도 11.6%를 기록했다.국가별로는 그리스가 41.3%로 가장 높았고, 스페인(36.7%), 이탈리아(29.9%), 포르투갈(22.8%), 프랑스 (18.9%) 등이 뒤를 이었다.반면 일본은 5.3%를 기록하며 가장 낮았고, 독일(6.5%), 아이슬란드(7.0%), 스위스(7.1%), 멕시코(7.7%), 노르웨이(8.2%), 오스트리아(8.4%), 미국(9.1%) 등도 한국보다 낮은 편에 속했다. 청년 실업률이 상승 추이를 보이는 회원국은 우리나라(0.2%p)를 비롯해 핀란드(1.8%p), 노르웨이(1.5%p), 터키(0.5%p), 네덜란드(0.3%p) 등 5개 나라다.나머지 29개 회원국은 청년 실업률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하락했다. 청년실업률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국가는 아일랜드(-3.9%p), 슬로바키아(-3.7%p), 그리스(-3.7%p), 스페인(-3.0%p) 등으로 집계됐다.■ 경북도 청년실업문제 해결 `집중`경북지역 청년실업률은 6월 기준 9.61%로, 일반실업률 3.21%보다 6.4%p 높다. 포항 철강산업과 구미 전자·전기사업 등도 어려움을 겪으며 청년들의 취업길은 더 험난해졌다.지역 인재 유출현상까지 가속화하면서 청년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올해 신도청 시대를 맞은 경북도의 청년 정책은 슬로건 하나로 집약된다. 바로 `경북청년! 일·취·월·장`이다. `일찍 취직해 월급 받아 장가(시집) 가서 부모님께 효도하자`는 내용으로, 청년일자리 1만2천개를 창출하고 이와 동시에 청년 고용률 45%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특히 도는 청년실업문제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1월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과`를 신설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청년취업 문제를 노동시장 원리에 맡겨 두기에는 사회적 시급성이 절박하고, 기업과 사회의 동반성장 측면에서 청년고용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숨어 있는 일자리를 찾아내는 데 주력한다는 복안이다.이는 다른 정책보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김관용 경북지사의 신념에서 시작됐다.`1사(社)-1청년 더 채용하기`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도는 올해 3월 7일 상공인, 대학, 경제·노동단체, 지자체 등의 대표와 도민들이 모여 청년일자리 늘리기 범도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청년 구직자와 도내 우수기업의 연결에 도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자는 활성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각 기관의 대표들과도 경북도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를 별도로 발족해 청년일자리 확충을 위한 장·단기 계획 수립과 정책 개발 자문의 시간을 자주 갖는 등 청년취업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도의 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까지 취업자 145만6천명, 고용률 63.7%를 기록했다.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중 제주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실적이다. 청년 실업률(9.61%)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6-11-07

`성스러운 도시`에서 만난 세속의 사람들

고아의 해변을 출발해 함피를 향하는 여정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인도 내륙에 위치했고, `성스러운 도시`로 불리는 함피로 가는 관문인 호스펫에 도착했다.시내는 늦은 시간임에도 몹시 북적거렸다. 인근 마을을 다녀오는 인도 사람들부터 멀리서 이곳을 찾은 이방의 여행자들, 거기에 장사치들까지 시끌벅적 제 할 일과 제 갈 길을 찾고 있었다.오토릭샤 가이드인 소년가장과 사흘동안 `함피` 여행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허물없이 술잔 나눈 추억들성스러운 도시의 유적군·바위풍경에 넋을 잃기도수천 리 먼 길을 오느라 힘겨웠으니 숙소는 좋은 걸 잡아 편히 쉬며 여독을 풀려고 마음먹었다. 호스펫 버스터미널 인근 `말리기호텔`이 괜찮다는 정보를 얻어들었다. 하루 1000루피(약 2만원)면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잠들고, 다음 날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다니 나쁘지 않아 보였다.버스에서 내려 호텔을 찾아가는 길. 어리게 보이는 `오토 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인도의 교통수단) 기사 하나가 끈질기게 따라오며 “당신이 여기에 머무는 동안 함피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돼주겠다”고 제의했다. 영어도 썩 잘한다. 사람을 예의 바르게 대하고, 눈빛이 살갑기도 해서 정이 갔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없으니 웃으며 되물었다. “그래? 난 사흘쯤 있을 텐데 얼마를 주면 될까?”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주면 됩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어 “하루에 500루피면 어떠냐”고 물으니, “오토 릭샤로 당신이 원하는 곳을 다 가주고, 내가 아는 멋진 곳도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계약은 어렵지 않게 성사됐다.그 소년 운전기사와 사흘 내내 붙어 다니며 친해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소년가장이었다. 이름이 `프랭키`라고 했다. 인도 관광안내인들은 본명이 아닌 영어 닉네임을 쓰는 경우가 흔하다.만약 `여행`이 `일상`보다 가치우위의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뭘까? 뭐니 뭐니 잡다한 이유를 붙일 수 있겠지만, 기자의 생각엔 새로운 바람의 냄새, 이제껏 보지 못한 바다의 빛깔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거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하자면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을 친구로 만들어주는 힘을 가졌다는 게 아닐지. 그런 이유로 여행은 일상보다 위대하다. 고아의 바다에서부터 멀고 먼 길을 달려 도착한 함피. 힌두와 이슬람 유적이 곳곳에 산재한 이 고도(古都)는 일상을 벗어난 기자에게 여행이 줄 수 있는 최고치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함피가 전해준 냄새와 빛깔 모두는 한국과 판이했고, 거기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허물없이 친구가 되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해준 것이다.열여덟 운전사 프랭키, 치과의사가 될 스물두 살 독일 소녀 프란시, 50개국을 혼자서 떠돌았다는 열아홉 살 캐나다 청년,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지저분한 주점에서 낮부터 취해있던 술꾼들. 기자는 그들 모두와 새로운 냄새 그리고, 빛깔을 기꺼이 나누어가졌다. 술 혹는, 정(情)에 취해.함피에서 오토 릭샤로 15분 거리에 있는 호스펫 말리기호텔에서 맞은 첫날 아침. 늦잠을 잤다. 흙먼지 가득한 울퉁불퉁한 길을 낡은 버스로 10시간 넘게 달려온 데다 밤에 도착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이다.프랭키가 바래다준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생애 가장 시원한 샤워를 했다. 콧속은 황토로 막혀있고, 목덜미 역시 붉은 색깔의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새까만 발가락과 손톱 밑에 낀 때는 또 어땠던가. 이것들을 말끔히 씻어내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샤워 후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 없을 수 있나. 때에 절은 옷은 세탁서비스를 맡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 `웨이브`로 가서 닭 가슴살로 만든 스테이크와 인도산 맥주, 여기에 위스키까지 한잔 주문했다.통후추를 듬뿍 뿌린 닭고기 스테이크가 입에 맞았다. 술을 곁들여 천천히 음미했다. 어두워진 호스펫 시내 풍경을 구경하다가 열다섯 살이 안 돼 보이는 레스토랑 막내 웨이터와 친구가 됐다. 그가 한 잔, 한 잔 서빙해주는 양주를 대략 한 병 쯤 마셨다.외로운 여행자의 친구가 되어준 어린 웨이터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한국에서 가져간 소형 플래시를 선물해주고, 취한 채 방에 도착했을 땐 이미 자정이 훌쩍 넘어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눈알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그러했으니, 늦잠의 이유는 충분했다. 그런데, 깨어난 아침. 잠시 당황했다. 어젯밤 프랭키와의 약속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해가 뜬 후에는 엄청난 속도로 더워지니 일찌감치 아침 8시에 호텔 입구에서 만나 함피를 돌아보자는 프랭키의 제의에 “오케이”라 말했었는데, 벌써 9시 30분이 넘어있었던 것. 세수도 하지 않고 4층 방에서 로비까지 단숨에 뛰어 내려갔다. 아, 미안하게도 기자를 보며 환하게 웃는 프랭키. 그는 약속에 늦은 손님을 기다려준 것이다. “미안하다. 어제 너무 마셔서 늦게 일어났다”고 하니, “괜찮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응수한다. 7시 30분에 와서 2시간 넘게 기다렸단다. 더 미안해졌다.다시 방으로 올라와 대충 얼굴만 씻고 프랭키가 기다리는 호텔 입구로 부리나케 나갔다. 사과하는 뜻에서 호텔에서 아침을 사주겠다고 하니 한사코 사양했다. 호텔 레스토랑의 비싼 음식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럼 일단 함피로 가자. 점심을 사겠다”란 말에 프랭키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오토 릭샤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달렸을까. “아…” 감탄사 없이는 형용조차 할 수 없는 함피의 거대한 유적군(群)과 현실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던 기묘한 바위 무더기가 눈앞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그 풍광에 `기절할 뻔` 했다.보통 사람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삶을 마친 요절한 젊은 시인의 시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아래와 같은 노래를 불렀다. 우울하고 어둡고, 습한 목소리였다.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모두 폐허다부정하려해도 그 폐허가 나를 키웠음에 분명하다내 폐허 위론 또 어떤 꽃이 피어날까. 노점상 할아버지, 건강하시죠?불행인지 다행인지 기자는 할아버지의 얼굴도, 외할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두 분 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 요절했기 때문이다. 그 이른 죽음의 이유를 기자는 잘 알지 못한다.청년기를 보낸 일본에서 학교보다 기생집을 더 자주 출입했던 조부는 1944년 가을 아내와 다섯 자식을 거느리고 귀국해 몇 년을 못 살고 사망했다.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폭음을 했고 아침나절 피를 토하며 갔다고 한다.외조부 역시 두주불사(斗酒不辭) 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역시 40대 중반에 돌아가셨단다. 외조부의 성함은 김만두(金萬斗). 쌀이건 콩이건 1만 석을 수확하는 부농(富農)이 되라고 지은 이름 같은데 결국은 이름처럼 살아보지 못했다.그들을 보지 못한 `조부 부재`의 결핍감 때문일까? 기자는 멋있게 나이 든 사내를 좋아한다. 낡은 흑백사진에서 본 할아버지 같기 때문이다.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기고 코트를 챙겨 입거나, 흰색 두루마기를 폼나게 차려 입고 유유자적한 걸음을 걷는 노인들이 근사해보였다.인도를 여행할 때다. 근사하게 늙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맘에 꼭 드는 할아버지 한 명을 만났다. 해발 2500m에 건설된 고산도시 우티(Ooty)에서였다. 그는 노점상이었다. 하루 종일 있어봐야 담배 두어 갑과 말린 약초 한 주먹이나 팔까싶은 조그만 길거리 가게. 그 도시에서 머문 3박4일 내내 거기서만 담배를 구입했다. 돌아가신 조부와 외조부가 떠올라서였다. 우티를 떠나던 날. 가게에 들러 담배 20갑을 한꺼번에 샀다. 손을 잡고 “앞으로도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했다. 순간 그 노인의 눈가에 맺히던 물기. 기자 역시 이상스럽게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자의 할아버지 같았다. 해괴한 감정 전이였다. 만약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생존해있다면 그들에게 효도했을까? 내 삶의 방식을 다른 시대를 살아온 그들이 이해할 수 있었을까? 기억 밖에 존재하는 두 노인이 보고 싶다. 아니, 지금도 인도 땅 서남쪽 산간마을에서 담배와 약초를 팔고 있을 그 노인까지 합해 세 노인이 보고 싶다.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 늙는다는 것, 병들어 죽는다는 것의 비밀스러움을 기자는 아직 알지 못한다.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제삿날 조부와 외조부에게 한 것처럼 인도의 노인에게도 들리지 않는 인사만을 겨우 전할 뿐.“어르신, 아픈 데는 없으시죠?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합니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1-04

환경변화를 접한 시민들의 평가

구미는 1970~80년대 한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온 대한민국 경제 중심 도시였다. 하지만 경제발전이라는 거대한 명목 아래 구미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산업화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남유진 구미시장은 2006년 시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녹색도시`를 위한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전개했다. 구미시 선산읍이 고향인 남 시장은 구미가 `산업도시`, `회색도시`, `굴뚝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인식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0년간 장기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했다. 사업 초기에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남 시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사업을 구체화·체계화 시키는데 열중했다.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이 10년 동안 펼쳐지면서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현재는 전국 지자체 정책 중 가장 우수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실제 구미는 10년 동안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진행하면서 외적인 모습과 더불어 도시의 이미지까지 바꾸면서 시민들 삶의 질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에 본지는 `구미의 미래, `녹색도시`를 향한 구미 스토리`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봤다.“도시 곳곳마다 펼쳐진 공원 큰 정원을 거니는 것 같아요”쓰레기 넘쳐났던 공원의 대변신시민정서와 삶의 질도 바꿔놨죠□ 박시연(46) 전업주부 봉곡동 주택가에 살고 있는데 집 부근에 공원이 4곳이나 있어요. 3곳은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고, 한 곳은 바로 대문 앞에 위치해 있어요. 둘모아공원이라는 곳인데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집 앞에 큰 정원이 하나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겨울을 제외하곤 항상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어 꼭 우리집을 위한 정원 같거든요.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어요. 제가 대구에서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구미로 왔거든요.당시에는 공원이 없었어요. 지금 공원이 있던 자리에는 항상 쓰레기가 넘쳐났어요. 쓰레기더미로 인해 여름에는 악취와 벌레 때문에 고생이 여간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동네 곳곳의 자투리 공간에 조그마한 공원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처음엔 그냥 그러러니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동네 분위기도 바뀌고 버려지던 쓰레기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정리가 되지 않던 쓰레기더미도 없어지면서 많은 게 바뀌었어요.퇴근 후 밖에 나가기 싫어하던 남편이랑 동네 산책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관계가 더욱 좋아졌으니까요. 사실 저녁이면 쓰레기 냄새로 인해 정말 나가기 싫었거던요.그런데 우리집만 바뀐게 아니었어요. 공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잘 모르던 동네주민분들도 알게 되고, 지금은 모두 이웃사촌이라는 말처럼 가깝게 지내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인근 가게 주인분들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거던요.이런 동네 공원들이 일천만그루나무심기운동으로 인해 생겼다는 사실은 솔직히 얼마 전에 알았어요. 나무심기운동을 10년 동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사업으로 인해 공원이 많아진 것인지는 잘 몰랐거던요.매년 일천만그루나무심기운동의 일환으로 꽃씨나 묘목을 나눠주면 받아와서 마당에 심어 가꾸기는 했지만, 이 사업으로 집 앞에 공원이 생기고, 냄새 나는 쓰레기가 없어질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어요.구미시가 진행한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은 제가 보기엔 그냥 나무만 일천만그루를 심은 게 아니라 구미시민들의 정서와 삶의 질을 바꿔놓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아름다운 정원같은 공원이 계속 생겨나고 지켜지길 바랍니다.“자연 환경이 건강해지니 사람들 마음도 건강해져”더불어 살어가는 법을 가르쳐준진정한 시민운동으로 자리잡아□ 류갑섭(69) 국학기공 경북협회장 구미가 고향은 아니지만 내 청춘을 함께한 곳이다. 1980년대 사업을 위해 이 곳으로 오면서 구미공단은 나에게 우여곡절을 안겨주었고, 나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스며든, 내 청춘이 깃든 마음의 고향이라고 생각한다.당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계 경제에 발 맞추느라 자연환경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사실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제가 발전하고 나라가 풍족해지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나 또한 그랬다.사업이 잘 풀리지 않으면 산에 올라 명상에 잠겨 복잡한 심경을 정리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산을 좋아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구미에서 월산산악회 2대 회장직도 맡게 되었었다. 당시에도 구미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낙동강이 도심을 흐르고, 금오산과 천생산, 팔봉산 등의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그러던 중 남유진 구미시장이 취임하면서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난 정말 반가웠다. 항상 모든 일에 앞서 경제만 생각해 일을 추진하던 다른 시장과 달리 자연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난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히 할 줄 아는 사람이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구미시는 10년 동안 나무를 심고 자연을 아껴오면서 그 약속을 지켰다. 일천만그루나무심기로 인해 구미시의 환경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들이 생겼고, 도시 어디에서도 나무와 숲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난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러한 것들이 도시 경쟁력이라고 믿는다.10년 동안 나무심기운동을 지켜보면서, 이 운동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변했다. 사업 초기, 나무 심을 돈이 있으면 다른 경제분야에 투자하라는 등 일방적으로 비난을 퍼붓던 사람들도 이젠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가는 존재다. 한국 경제의 중심도시에서, 또 경제만 생각하고 살던 시민들에게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줬다.공장에서 일만 하는 사람들이 아닌 자연과 함께 할 줄 아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구미 시민들이다. 일천만그루나무심기운동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시민들에게 알려준 진정한 시민운동이었다.“일천만그루 나무심기 운동 선배들 뒤이어 제가 앞장서” 발령 후 매일 현장서 업무파악10년 노하우 제대로 익힐겁니다□ 강도윤(30) 구미시 공무원 전 공무원이 된 지 1년밖에 안 된 말 그대로 신참입니다. 그런 신참이 남유진 구미시장님과 공무원 선배들이 10년 동안 진행해온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 담당자가 되어 사실 부담감이 상당합니다.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은 구미시의 최역점 사업이었기에 최고 기량을 갖춘 선배들이 일을 담당해 오면서 조기 달성이라는 큰 업적도 남겼습니다. 그런 중차대한 업무를 저 같은 새내기 공무원이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하지만 저와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의 인연도 남다르기에 마음을 고쳐먹고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 달성 기념식이 열린 지난해 11월 4일이 저의 공무원 발령일입니다.이날 제2의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이 시작된 만큼 이 사업은 저의 공무원 생활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녹지계로 온 3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에 대한 서류를 분석하고 현장에 나가 업무를 파악했습니다.저의 작은 실수로 인해 10년 동안 쌓아온 선배들의 공로에 누가 될까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선배들 못지 않게 저도 멋지게 일을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은 구미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도시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시민들의 인식도 바꿔놓았습니다.이제는 저와 함께 제2의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이 시작되는 만큼 이 사업도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일해볼 생각입니다. 저의 이 자신감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에겐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선배들이 옆에 있고, 과장님과 계장님이 가르침을 주시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이제 막 시작하는 공무원 새내기이긴 하지만, 지금 신나게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보면서 선배들이 느꼈을 보람과 사명감을 이젠 제가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앞으로의 10년을 저와 함께 할 제2의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에도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끝/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6-11-03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10일 착공 `물산업 허브` 도약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오는 11월 10일 착공식을 가지고 대한민국 물산업 허브로서 도약을 본격화한다. 2012년부터 환경부와 함께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65만㎡에 3천137억원을 투입해 2018년까지 물산업진흥시설과 실증화시설, 기업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완공되는 2018년까지 61개 물기업을 유치하면 약 4천300억원의 투자유발효과와 3천여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 등으로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중요한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물산업클러스터는 물 관련 연구·생산기업 등을 집중 육성해 국내 물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향후 해외 물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2018년까지 진흥시설·실증화시설·기업집적단지 조성향후 20~30년내 석유산업 추월하는 국가 핵심산업으로 성장물 관련 연구·생산기업 집중 육성… 미래 신성장동력 역할◇ 2018년 물산업클러스터 완공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물산업진흥시설은 물융합 연구동과 워터캠퍼스, 글로벌비즈센터로 조성되며, 물융합연구동에는 물산업진흥원과 기업전용실험실 및 공공기관과 민간연구소가 들어간다.이들 연구시설은 물 산업 연구·개발(RD), 제품 및 기술 인·검증, 기술상용화 등 물산업클러스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워터캠퍼스는 DGIST와 경북대 등 지역 중심 대학이 참여해 물산업 전문인력과 기업 맞춤형 재직자 양성 및 교육, 산·학 연계 창업지원 등을 지원하는 곳으로 물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창업지원실, 시제품 생산실, 프로젝트랩 도서관 등이 갖춰진다.실증화시설은 테스트 베드 시설로 실제 플랜트를 건설해 정수장·하수처리장·폐수처리장·재이용처리장, 저탄소 수처리 부품 및 장치기술 고도화 사업,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나노기술(NT) 융복합 수처리 기술개발 등 물 관련 기업 수요자에게 신기술 제품의 실험공간을 제공한다.또 대구시는 허브 테스트베드에서 개발된 기술과 제품을 대구 시내 18개 환경시설에서 대규모(3천~7만㎥)로 테스트하게 된다. 기업집적단지에는 역량과 기술력, 실증화시설 활용능력, 경영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기술과 제품이 우수한 기업을 집적할 계획이다.대구시는 2018년 초까지 클러스터의 모든 시설에 대해 가동준비를 할 계획이며, 이에 앞서 산·학·연·관 물산업 전문가 30여명과 함께 내수시장 활성화, 강소기업 육성, 해외시장 진출의 3개 분과를 구성하고 지속적인 토론을 진행해 왔다.또 대토론회를 통해 국가물산업의 내수 활성화전략, 해외시장 진출전략, 물기술 세계표준화정책 등에 대한 정책제안과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조성되고 있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전략적 해외진출 전진기지로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물산업클러스터에 물 관련 기업 집적기업 및 연구기관이 집적되는 물산업클러스터가 한국의 물산업을 선도할 전진기지로 주목받으며 물 관련 기업들이 모이고 있다.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현재 물산업클러스터에는 롯데케미칼 외 13개 강소 물기업과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를 위한 분양 계약 또는 투자 협약을 체결했으며,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기간 중에 (주)진행 등 2개 기업과 추가로 입주계약을 체결했다.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하는 16개 입주기업 중 롯데케미칼 투자액은 500억원, 고용인원은 120명이며, 15개 중소기업의 투자액은 1천79억원, 고용인원은 699명에 이르는 등 총 투자액은 1천579억원, 신규 고용창출은 819명으로 예상된다. 유치면적은 152,261㎡로 전체면적 481,070㎡의 32%이다.이와 함께 대구시는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45개 물기업과 대학, 연구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타깃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체를 직접 방문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물기업체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1호 기업인 롯데케미컬은 연 매출액 8조4천719억원, 고용인원 2천717명으로 멤브레인과 고밀도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업체로 2015년 12월 10일 투자협약에 이어 올해 5월 9일 입주계약 체결, 9월 2일 토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는 11월 생산공장을 착공해 2017년 11월 준공할 계획이다. 2001년도 대구 달성군에 문을 연 지이테크는 대기·수질환경 전문공사업체로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악취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7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북아프리카 모로코 등 해외 환경시장에 직접 수출을 진행하는 대구지역 최고의 전문 환경시설 업체다.㈜엔바이오컨스는 하수슬러지 건조연료화 분야 국내시장 1위 업체로, 지난해 12월 대구환경공단과 함께 중국 강소필립유한공사와 합자회사를 설립해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고, 밸브 제조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삼진정밀은 밸브 관련 특허 200여개를 보유하고 지난해부터 방글라데시 다카 상수도본부에 수출을 시작하는 등 북미, 동남아시아 등 세계 35개국으로 밸브를 수출하고 있다.㈜에코셋과 ㈜미드니는 자외선을 이용한 수처리 분야에서 독자적 기술을 보유한 업체이며, ㈜에코셋은 자외선 소독 설비로 국내 최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Title22 인증을 받아 미국·중국·홍콩 등으로 수출하고 있는 우수 중소기업이다.국내 PVC 파이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PPI평화(주)는 매출액 907억원, 종업원수 85명으로 국내 플라스틱제 배관자재(2040방음관/이음관) 중 유일하게 일본에 수출했으며, 2013년 세계 최초로 아피즈 수도관(100년 이상 수명) 개발, 미국 NSF(미국국립위생규격)인증 획득, 미국 수돗물 공급 1위 업체인 Water America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에 수도관을 수출했다. PPI평화는 최대 100억원을 투자해 9천900㎡ 부지에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스테인레스 물탱크, 여과기 필터를 제조하는 지역기업 문창은 매출액 111억원, 종업원 24명으로 PE수지가 융착된 스테인레스 물탱크와 STS 보온 일체형 물탱크를 생산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국제물주간, 미국 물환경연맹 전시회에 참관하는 등 물산업클러스터 1차 입주기업으로 선정됐다.수질·대기분야 환경시설 전문기업인 (주)케이디는 매출액 77억원, 종업원수 28명으로 Bio-SAC공법, S-DAF(와류식 고효율 가압고액 분리장치), BVDS 탈취설비, 비점오염원처리시스템 기술력을 축적했으며, 왕겨와 볏짚을 사용한 생물학적 탈취 방법 및 장치로 미국에 특허등록을 했다.유량계와 수도미터, 스트레이너, 원격검침기 제조업체인 (주)한국유체기술 매출액 64억원, 종업원수 15명으로 KOLAS(국제인증교정기관)로부터 액체유량 분야 국제공인교정기관 자격을 획득했으며, 2011년 최고 벤쳐기업상과 2009년 경북 스타기업상을 수상한 (주)그린텍은 매출액 75억원, 종업원수 22명으로 2015년 CE 인증 취득 및 베트남 법인을 설립했으며 수중 카메라로 미국에서 특허를 등록했다. 교반기 개발 및 생산업체로 국내에 약 5천여대의 교반기를 납품하는 등 국내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주)우진은 매출액 60억원, 종업원수 20명으로 대구환경공단과 공동연구로 고효율 소화조 교반기를 개발하고, 올해 4월 중국 소흥시 수처리발전유한공사와 교반기 2대 무상 시범설치 운영 MOU를 체결했다.스테인리스 폴리에틸렌 복합파이프를 생산하는 (주)금강은 매출액 98억원, 종업원수 35명으로 2015년 9월 포스코와 최대 2만톤 스테인리스 대용량 배수지 공동개발 MOU를 체결했으며, 2004년 5월 SB Watertech GMBH(독일)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던 (주)진행워터웨이는 세계 63개국에 스케일부스터 생산특허를 등록하는 등 정상급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권영진 시장은 “물산업은 향후 20~30년 내에 석유 산업을 추월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국가 핵심산업”이라며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물관련 강소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16-11-02

조국 위해 몸바친 영웅 `5인의 해병`

인터넷 검색창에 `5인의 해병`이라고 치면 가장 먼저 1961년에 개봉한 이 영화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전쟁영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해 영화제목을 딴 날치기단까지 등장할 정도였다.영화는 군인 아버지를 둔 초임장교가 아버지가 대대장으로 있는 부대에 소대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소대장은 개성이 강한 소대원들과 5인의 해병을 이뤄 북한군의 탄약고를 폭파시키는 위험한 임무를 자원한다. 5명의 해병대원은 적진에 진입해 임무를 완수하지만 소대원 1명을 제외한 4명은 장렬히 전사하고 만다. 숨진 소대장의 시신을 안고 귀환한 소대원은 소대장의 아버지인 대대장에게 소대장이 탈취한 기밀문서와 유품을 전해준다(중략)….1965년 해병1사단 병사 5명적진 침투훈련 임무 중 순직해병대 12m높이 충혼탑 건립과송라면 방석리에 추념비도 세워방문객 위한 환경정비 신경써야□ 영원히 기억해야 할 영웅들임무 수행과정과 대원들의 관계 등이 영화와는 내용에 있어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영화 개봉 4년 후인 1965년 포항에서도 조국을 위해 한 목숨 바친 5인의 해병이 등장했다.해병대1사단 1연대상륙단 수색중대 소속 고 강대현 중위, 오중광 상병, 오경환 일병, 유문선 일병, 김규산 일병 등 5인의 해병은 1965년 12월 13일 상륙단이 진행한 훈련인 `해룡작전`에서 상륙훈련에 앞서 적 해안 수색정찰 임무를 맡게 됐다.수송함에서 7인승 고무보트를 이용해 정찰조로 투입된 이들은 이날 오전 7시 15분께 가상 적 해안에 은밀하게 침투하던 중 포항시 북구 송라면 독석리 앞 해상에서 갑자기 불어온 돌풍과 험한 파도에 휩쓸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해병대1사단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사단 내에 충혼탑을 세우고 순직장소 인근에 추념비를 건립해 지금도 고귀한 희생을 기리며 우뚝 서있다. 해병대는 1966년 2월 2일 5인의 해병 추모사업을 발기했고, 해병 전 장교 및 부사관들이 모은 성금 159만5천714원으로 같은해 10월 15일 12m높이의 충혼탑을 만들었는데 1사단 내 조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박영근 전 기자의 특종보도하지만 당시 사고가 보도되자 군의 무리한 훈련을 질타하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부에는 큰 악재로 부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일보의 1면 특종기사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당시 포항 주재기자였던 박영근(82) 한동대 특임교수는 “`돌아오지 않은 5인의 해병`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기억나는데 `해병에는 훈련이 없다. 해병의 훈련은 실전이다. 해병이 기상이 나쁘다고 작전을 안 하느냐`의 골자로 보도를 하자 상황이 급변했다”면서 “우리 청년들의 해병 입대 경쟁이 오늘날 하늘을 찌르게 된 것은 해병대의 투철한 전투정신이 미국 해병도 인정하는 최고의 한국 해병을 낳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진입로 등 관리 개선 시급북구 송라면 방석리 해안가에 위치한 추념비는 5인의 해병이 순직한 이듬해인 1966년 3월 포항지역 해병전우들의 모금을 통해 세워졌다.직사각형 모양의 비석 전면에는 강대현 중위를 비롯, 순직 후 1계급씩 특진한 5인의 해병 이름이 새겨져 있다.건립된지 올해로 50년을 넘긴 비석이지만 비교적 관리가 잘돼 훼손된 흔적이 없다.그러나 비석 주변이 밭과 주택으로 둘러싸여 처음 방문한 이들이 추념비가 세워져 있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특히 차도에서 단번에 가로지를 수 있는 진입로가 있음에도 추념비 옆 주택소유주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이용을 막고 있어 방문객들은 100여m를 빙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방문객 김모(41·북구 양덕동)씨는 “해병대 출신으로서 이곳에 추념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하게 됐는데 진입로를 찾는데 적잖게 애를 먹었다”며 “50년이 지난 오래된 비석이지만 찾는 이가 아직도 있는만큼 국가와 포항시 차원에서 관리에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6-11-01

2016 포항 철강마라톤 5㎞ 참가자 명단

감진규 강가인 강구홍 강길호 강나영 강나은 강남진 강다인 강대룡 강동원 강동협 강동훈 강무선 강병순 강병우 강상목 강석영 강성민 강성배 강성형 강수정 강수진 강승무 강승민 강승엽 강신민 강아름 강영갑 강영남 강영순 강영옥 강용수 강우성 강원구 강윤식 강지영 강진근 강태만 강현 강현진 강혜리 강호경 강호진 계성수 고광수 고광수 고서현 고성협 고세리 고승혁 고태은 고태준 고한용 공동현 공병설 공병택 공승준 공윤덕 공윤식 공찬식 공혜영 공환철 곽동욱 곽동혁 곽윤섭 곽인규 곽태현 구교웅 구본민 구상태 구유나 구은성 구자일 구혜성 구훈석 권경민 권경우 권경환 권기석 권기용 권기웅 권기혁 권나훈 권동근 권동우 권무호 권미애 권민수 권민호 권보경 권성민 권세정 권세진 권수용 권순형 권순호 권승만 권승현 권애경 권양구 권연숙 권연정 권영일 권영제 권영철 권영추 권오섭 권오엽 권오탁 권오혁 권용근 권용재 권유진 권은실 권은정 권응현 권인술 권재경 권재용 권준수 권준원 권지민 권지헌 권진만 권진선 권진아 권태용 권태우 권해수 권혁민 권혁태 권현양 권혜원 금주성 김가은 김가희 김가희 김갑주 김강민 김강산 김강일 김건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하 김건호 김경미 김경미 김경민 김경민 김경민 김경민 김경민 김경민 김경민 김경석 김경석 김경숙 김경애 김경옥 김경원 김경원 김경탁 김경현 김경호 김경호 김경희 김경희 김경희 김계균 김광규 김광석 김광수 김광연 김광열 김교성 김구환 김국철 김규대 김규동 김규민 김규민 김규식 김규한 김규한 김기동 김기백 김기수 김기영 김기영 김기영 김기영 김기욱 김기일 김기홍 김기화 김기환 김기환 김기환 김길수 김나예 김나정 김나현 김나형 김낙경 김남규 김남규 김남규 김남규 김남엽 김남준 김남진 김남철 김다름 김다솜 김다정 김단아 김대래 김대성 김대수 김대영 김대영 김대욱 김대욱 김대원 김대유 김대은 김대인 김대일 김대현 김대현 김대현 김대화 김대환 김도경 김도균 김도빈 김도연 김도연 김도연 김도연 김도원 김도윤 김도현 김도현 김도현 김도현 김도현 김도형 김도형 김도형 김도형 김도형 김동균 김동근 김동근 김동명 김동민 김동선 김동섭 김동연 김동영 김동우 김동우 김동우 김동재 김동준 김동진 김동철 김동철 김동하 김동한 김동혁 김동혁 김동혁 김동현 김동현 김동현 김동현 김동현 김동현 김동현 김동훈 김동훈 김동훈 김동희 김동희 김두만 김두한 김두현 김락현 김량희 김만수 김만식 김말용 김명득 김명성 김명숙 김명연 김명준 김명진 김명진 김명진 김명학 김명화 김무건 김문영 김문준 김문희 김미경 김미경 김미미 김미송 김미수 김미영 김미영 김미영 김미정 김미정 김민경 김민경 김민관 김민구 김민규 김민규 김민상 김민서 김민서 김민서 김민서 김민서 김민석 김민석 김민석 김민석 김민선 김민선 김민성 김민성 김민성 김민성 김민수 김민우 김민우 김민재 김민재 김민재 김민재 김민재 김민재 김민정 김민정 김민정 김민정 김민주 김민철 김민철 김민호 김민휘 김민희 김바다 김범석 김범수 김범수 김별하 김병관 김병극 김병성 김병순 김병영 김병원 김병철 김병환 김병훈 김보경 김보경 김보경 김보령 김보현 김복형 김봉민 김봉진 김봉찬 김부성 김상규 김상규 김상근 김상근 김상선 김상수 김상수 김상옥 김상준 김상태 김상헌 김상현 김상호 김상훈 김상훈 김상훈 김새하 김서윤 김서익 김석래 김석현 김석현 김선동 김선만 김선미 김선식 김선애 김선우 김선이 김선중 김선진 김선희 김선희 김선희 김성규 김성근 김성록 김성록 김성민 김성민 김성민 김성민 김성민 김성민 김성민 김성민 김성수 김성아 김성아 김성엽 김성영 김성완 김성우 김성욱 김성원 김성준 김성준 김성준 김성진 김성진 김성철 김성태 김성현 김성현 김성현 김성현 김성호 김성호 김성호 김성호 김성훈 김성희 김세동 김세배 김세원 김세일 김세철 김세혁 김세현 김세훈 김세훈 김소연 김소영 김소영 김소진 김소희 김소희 김수경 김수민 김수연 김수진 김수진 김수진 김수진 김수택 김순애 김순택 김슬기 김승룡 김승빈 김승진 김승찬 김승호 김승호 김승훈 김시종 김시훈 김신영 김신일 김신희 김쌍미 김안수 김억수 김연수 김연주 김연주 김연주 김연희 김영곤 김영광 김영구 김영균 김영근 김영금 김영덕 김영덕 김영동 김영문 김영미 김영미 김영배 김영빈 김영빈 김영서 김영수 김영수 김영숙 김영숙 김영식 김영주 김영준 김영준 김영준 김영진 김영진 김영진 김영진 김영진 김영진 김영찬 김영철 김영철 김영철 김영태 김영태 김영하 김영한 김영호 김영호 김영환 김영훈 김영희 김예원 김예은 김예진 김왕태 김요한 김용규 김용기 김용수 김용재 김용정 김용주 김용진 김용진 김용진 김용호 김용환 김용훈 김우제 김우진 김우철 김원식 김유리 김유미 김유미 김유민 김유석 김유식 김유정 김유정 김유지 김유진 김유현 김육식 김윤기 김윤미 김윤석 김윤섭 김윤정 김윤태 김윤하 김윤한 김윤희 김윤희 김윤희 김윤희 김윤희 김은경 김은경 김은미 김은서 김은수 김은수 김은주 김은지 김은지 김은진 김은진 김은진 김은혜 김은호 김은희 김의곤 김의진 김이량 김이브 김이성 김익순 김인규 김인배 김인철 김일중 김자운 김장수 김장운 김장현 김장호 김장호 김재 김재경 김재경 김재빈 김재섭 김재성 김재수 김재엽 김재영 김재옥 김재용 김재원 김재준 김재철 김재필 김재헌 김재현 김재현 김재형 김재형 김재형 김재호 김재훈 김재흥 김재희 김정구 김정기 김정목 김정민 김정민 김정민 김정민 김정민 김정민 김정민 김정선 김정수 김정숙 김정숙 김정열 김정용 김정욱 김정원 김정윤 김정일 김정재 김정택 김정현 김정현 김정형 김정호 김정호 김정호 김정홍 김정환 김정환 김정훈 김정훈 김정훈 김정훈 김정훈 김정훈 김정희 김정희 김정희 김제천 김제홍 김조은 김종근 김종기 김종대 김종문 김종백 김종범 김종석 김종오 김종욱 김종원 김종원 김종진 김종철 김종화 김종훈 김주남 김주삼 김주연 김주영 김주형 김주환 김준겸 김준규 김준서 김준수 김준영 김준영 김준현 김준형 김준형 김준형 김준호 김준호 김준홍 김준회 김준희 김준희 김중구 김중형 김지나 김지민 김지수 김지승 김지애 김지애 김지연 김지연 김지웅 김지윤 김지윤 김지은 김지은 김지은 김지은 김지헌 김지혜 김지혜 김지혜 김지혜 김지호 김지환 김지훈 김지훈 김지훈 김지흥 김지희 김진국 김진근 김진서 김진솔 김진수 김진수 김진수 김진아 김진아 김진영 김진우 김진우 김진우 김진우 김진일 김진현 김진형 김진호 김진호 김진홍 김진환 김진희 김찬민 김찬우 김창엽 김창우 김창호 김채윤 김채현 김철관 김철민 김철수 김철용 김철윤 김철호 김초롱 김충배 김충열 김치수 김치영 김태경 김태경 김태균 김태선 김태섭 김태섭 김태성 김태수 김태수 김태식 김태영 김태영 김태완 김태용 김태우 김태원 김태진 김태철 김태헌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호 김태환 김태훈 김태훈 김태훈 김태훈 김태훈 김태희 김판식 김판오 김평주 김표진 김하임 김학동 김학섭 김학영 김한빈 김해수 김해옥 김향수 김헌철 김혁 김혁희 김현경 김현경 김현묵 김현미 김현민 김현민 김현서 김현석 김현섭 김현수 김현숙 김현승 김현영 김현오 김현우 김현우 김현우 김현우 김현우 김현우 김현정 김현정 김현정 김현정 김현정 김현정 김현주 김현준 김현진 김현진 김현진 김현철 김현태 김협우 김형규 김형민 김형수 김형우 김형욱 김형준 김형준 김형진 김형진 김형희 김혜영 김혜영 김혜영 김혜원 김혜정 김혜정 김혜진 김혜진 김호연 김호영 김호원 김호진 김호태 김홍경 김환욱 김효선 김효선 김효진 김효태 김훈재 김훈정 김훈희 김희규 김희범 김희준 나영조 나온 나주영 나천주 남건욱 남도형 남상렬 남상민 남성택 남성호 남수희 남우현 남정임 남중군 남창현 남태호 노병진 노성권 노슬기 노승관 노일용 노정표 단진견 도명술 도민애 도원우 도혜진 류경범 류동훈 류성일 류연상 류주욱 류주현 류태규 류한식 마성용 마현지 모덕종 문경동 문규섭 문상태 문성호 문승현 문영빈 문인영 문정호 문지웅 문홍득 문희영 민봉기 민영빈 민진영 민형기 박강수 박건률 박건수 박건영 박건우 박건우 박경동 박경득 박경란 박경만 박경숙 박경원 박경진 박관희 박광미 박권철 박규호 박기범 박기영 박기원 박기황 박나연 박남문 박노수 박노주 박대현 박덕신 박도형 박동소 박동혁 박동현 박동희 박미경 박미나 박미라 박미영 박민규 박민아 박민준 박민호 박범서 박범진 박병철 박병태 박병학 박보인 박부현 박산 박상미 박상미 박상미 박상욱 박상윤 박상제 박상호 박서연 박서현 박석호 박선영 박선주 박설아 박성길 박성미 박성민 박성민 박성수 박성우 박성유 박성인 박성재 박성준 박성혁 박성현 박성호 박성호 박성호 박성호 박성환 박성훈 박성훈 박세권 박세명 박수정 박수진 박수현 박수호 박순남 박순원 박승욱 박승준 박시영 박시현 박영경 박영곤 박영규 박영기 박영미 박영선 박영수 박영웅 박영희 박완배 박요한 박요환 박용구 박용국 박용선 박용준 박용호 박용화 박우형 박원희 박유승 박은경 박은서 박은선 박은영 박은용 박은주 박인숙 박재규 박재규 박재도 박재봉 박재석 박재연 박재연 박재완 박재완 박재한 박재현 박재현 박재현 박재형 박재형 박재형 박재형 박재형 박정우 박정원 박정익 박정혁 박정현 박정호 박정환 박정환 박종길 박종화 박주연 박주영 박주환 박준구 박준권 박준범 박준영 박준우 박준우 박준혁 박준혁 박준혁 박준형 박준홍 박지민 박지성 박지숙 박지영 박지영 박지영 박지우 박지우 박지원 박지은 박지형 박지훈 박진수 박진우 박진홍 박찬욱 박창규 박창준 박창현 박창현 박창흠 박철민 박칠구 박태봉 박하람 박한솔 박한유 박해경 박해옥 박헌 박혁 박현규 박현영 박현정 박형남 박혜림 박홍규 박회정 박효빈 박흥수 박희상 반언경 반중표 방만제 방병윤 방소진 방양문 방재현 방찬석 방춘수 방현서 방현철 배경옥 배기권 배기태 배기홍 배명희 배무열 배성남 배성철 배소현 배수남 배숙연 배승호 배승희 배영신 배은정 배재강 배정아 배종수 배지훈 배진찬 배채인 배태삼 배향주 배현진 배호정 백경열 백경열 백낙현 백도열 백동엽 백락현 백상민 백성민 백승수 백승진 백승훈 백웅빈 백지혜 백찬권 벡선흠 변경식 변재오 변희은 사재완 사재정 서광수 서대석 서동균 서동식 서명아 서무원 서민관 서민석 서민지 서범석 서보호 서상미 서상진 서선아 서수윤 서아름 서연석 서연우 서영범 서영순 서영식 서영진 서은주 서은호 서익동 서정욱 서제석 서종진 서주영 서주환 서지우 서지혜 서창진 서한솔 서현태 서효실 서효태 서후석 석호태 선철오 설재훈 성기운 성낙신 성다영 성두만 성만기 성민관 성영준 성호경 성희윤 소인영 소재환 손경아 손권길 손동기 손동수 손동천 손동휘 손락현 손명기 손명락 손민호 손병기 손병준 손병진 손병혁 손병현 손상기 손상기 손상익 손상현 손서형 손석형 손선희 손성대 손성모 손성미 손성민 손승락 손승민 손승현 손승훈 손영무 손영재 손영창 손용근 손유범 손유진 손은애 손익목 손인락 손재성 손정익 손준영 손지민 손지우 손지형 손진용 손현석 손현숙 손현지 손희재 송가원 송광렬 송광섭 송근창 송대호 송대호 송동욱 송민규 송민영 송영미 송영태 송욱호 송원섭 송원용 송유지 송인길 송인오 송재엽 송재한 송지수 송진우 송진협 송창근 송채은 송현탁 송현호 신관엽 신규빈 신규철 신동민 신동철 신동혁 신동훈 신명기 신명찬 신몽희 신상민 신석현 신성희 신승준 신승호 신영빈 신영숙 신용술 신용운 신우기 신유림 신은석 신은승 신익주 신재훈 신정범 신정수 신정숙 신정숙 신정식 신지원 신진모 신진유 신창연 신품선 신혁재 신혜정 신효준 신훈섭 심경은 심경이 심경희 심규승 심미선 심상선 심선경 심성보 심세원 심수현 심지영 심창섭 심한식 심현민 안건영 안건우 안광수 안기찬 안도건 안동춘 안병돈 안병현 안상일 안상현 안상현 안석규 안설 안성수 안세환 안승하 안양수 안영준 안윤수 안은경 안일영 안정우 안종훈 안준기 안준기 안준식 안준영 안지환 안찬규 안창근 안철수 안현기 안현진 안형준 안형진 양대욱 양병근 양승인 양윤경 양종훈 양지현 양채훈 양혜윤 양홍율 양홍재 양희철 엄재현 엄철호 여동근 여성운 여운재 여주호 연경훈 연제정 염우정 예병우 오경미 오광석 오만석 오미정 오병학 오상태 오수엽 오승우 오염근 오영섭 오영탁 오은빈 오인택 오정은 오제훈 오종표 오종현 오주연 오주열 오준형 오지원 오창석 오춘석 오태석 오태식 오한목 오해선 오현정 오현진 옥광일 왕신룽 우기택 우병옥 우선동 우선정 우영남 우영복 우인혜 우정훈 우종기 우종범 우주성 우현우 우현하 원수진 원윤식 원태주 유동우 유명주 유병률 유병선 유병수 유병종 유상훈 유선미 유수형 유아름 유아연 유영재 유영훈 유용인 유재홍 유종호 유지윤 유태식 유태호 유현재 유현호 육득진 윤광석 윤규영 윤대식 윤도림 윤동현 윤미경 윤미애 윤범수 윤범식 윤상수 윤상일 윤석열 윤성민 윤성일 윤승탁 윤승한 윤여화 윤영식 윤영채 윤용백 윤용철 윤은주 윤정기 윤종영 윤지민 윤지석 윤지수 윤지현 윤진호 윤찬호 윤창빈 윤충렬 윤태복 윤태웅 윤필식 윤한근 윤현숙 윤현진 윤희선 윤희정 은승모 이가숙 이가연 이가은 이강복 이강일 이강주 이건후 이건희 이경민 이경민 이경자 이경진 이경환 이경환 이경희 이경희 이경희 이고은 이곤영 이공무 이광호 이광희 이국기 이국철 이규호 이근섭 이근섭 이근수 이근주 이기대 이기식 이기화 이다윤 이다은 이대성 이대식 이대영 이대우 이대현 이대호 이대희 이덕우 이덕진 이덕호 이도건 이도겸 이도윤 이도헌 이도형 이도형 이돈재 이동구 이동규 이동근 이동빈 이동우 이동우 이동우 이동원 이동은 이동준 이동준 이동준 이동진 이동헌 이동헌 이동혁 이동혁 이동현 이동현 이동호 이동화 이두흔 이든 이만곤 이만석 이명래 이명욱 이명호 이무건 이문수 이미금 이미지 이미현 이민수 이민우 이민우 이민재 이민형 이바름 이백희 이범진 이병건 이병규 이병대 이병욱 이병익 이병희 이봉규 이봉재 이상갑 이상관 이상근 이상길 이상도 이상미 이상배 이상봉 이상열 이상엽 이상엽 이상엽 이상오 이상용 이상율 이상준 이상준 이상준 이상준 이상진 이상진 이상찬 이상철 이상현 이상현 이상협 이상협 이상협 이상혜 이상호 이상호 이상호 이상호 이상화 이상훈 이서혜 이석봉 이석연 이석윤 이석주 이석현 이석호 이석호 이선경 이선경 이선미 이선우 이선주 이선희 이성광 이성균 이성기 이성룡 이성민 이성욱 이성원 이성한 이성화 이성환 이성훈 이성희 이성희 이세민 이세진 이소영 이송교 이수민 이수연 이수정 이수정 이수정 이수정 이수진 이수진 이수형 이수환 이수환 이숙희 이순도 이순섭 이순임 이승규 이승기 이승덕 이승민 이승우 이승우 이승윤 이승윤 이승윤 이승재 이승재 이승재 이승준 이승준 이승현 이승현 이승현 이승호 이시내 이어진 이언승 이연수 이연숙 이영걸 이영기 이영민 이영서 이영석 이영수 이영수 이영식 이영인 이영준 이영준 이영진 이예림 이예서 이예찬 이옥지 이완수 이왕재 이용 이용근 이용선 이용준 이용철 이용희 이용희 이우석 이우석 이우성 이우식 이우희 이운재 이원문 이원미 이유건 이유건 이유리 이유석 이유선 이유세 이윤진 이윤진 이은상 이은석 이은선 이은솔 이은숙 이은지 이은희 이은희 이인 이인식 이인호 이일용 이임호 이자명 이자영 이재강 이재민 이재민 이재선 이재성 이재순 이재연 이재영 이재용 이재용 이재용 이재우 이재우 이재원 이재원 이재원 이재진 이재학 이재헌 이재헌 이재혁 이재혁 이재현 이재현 이재형 이재홍 이재화 이정묵 이정민 이정민 이정민 이정민 이정수 이정수 이정열 이정우 이정우 이정우 이정우 이정욱 이정욱 이정원 이정은 이정진 이정현 이정호 이정호 이정호 이정호 이정호 이정화 이정희 이정희 이정희 이정희 이제영 이제형 이제훈 이종길 이종길 이종만 이종범 이종윤 이종인 이종인 이종현 이종화 이주경 이주연 이주영 이주하 이주형 이주형 이주형 이준 이준규 이준민 이준서 이준수 이준수 이준식 이준영 이준혁 이준혁 이준형 이준호 이준희 이준희 이준희 이지상 이지수 이지영 이지웅 이지원 이지원 이지원 이지원 이지은 이지은 이지은 이지은 이지현 이지협 이지홍 이진성 이진수 이진우 이진현 이찬기 이찬기 이창기 이창민 이창섭 이창수 이창열 이창우 이창우 이창한 이창현 이창형 이창형 이창희 이채경 이채현 이철규 이철성 이충건 이충상 이충호 이태경 이태관 이태원 이태호 이태훈 이태희 이태희 이하나 이하은 이하진 이학연 이한열 이해동 이해성 이해원 이해인 이해일 이현배 이현석 이현영 이현준 이현지 이현진 이형수 이형식 이형집 이형철 이혜경 이혜인 이혜자 이혜지 이혜지 이호 이호상 이호정 이환호 이효준 이효진 이희철 이희현 이희호 인연정 임근식 임기표 임나영 임다빈 임대용 임동규 임동욱 임설균 임성훈 임아로 임예은 임우신 임우영 임유식 임윤택 임인재 임재민 임재현 임정규 임정섭 임종덕 임종우 임주형 임지우 임진섭 임진희 임태석 임태웅 임태혁 임혁종 임현숙 임형진 임호영 임효진 장경국 장경진 장기만 장기하 장기훈 장대헌 장도원 장만식 장명수 장문석 장민석 장백석 장병호 장세영 장승운 장영호 장온애 장용훈 장우진 장유빈 장유수 장윤석 장은지 장은지 장이석 장일훈 장자원 장재원 장재원 장재필 장정란 장정호 장지수 장지현 장지호 장진규 장진수 장진혁 장진호 장진희 장해청 장현우 장혜진 전광주 전기엽 전다솜 전두섭 전병수 전병휴 전부경 전석열 전성묵 전양수 전영환 전윤선 전은주 전재영 전재영 전재용 전재용 전정식 전준혁 전진 전진석 전찬웅 전훈 정건용 정건이 정경모 정광식 정광욱 정광현 정광환 정교식 정기열 정기찬 정다운 정다은 정다은 정다혜 정대법 정동만 정동찬 정명교 정명옥 정명채 정명화 정목헌 정민석 정민석 정민우 정민지 정병환 정상만 정상목 정상미 정상윤 정상학 정서연 정석만 정석화 정석화 정석희 정성경 정성국 정성길 정성득 정성윤 정성진 정성환 정세윤 정세한 정세한 정세호 정세훈 정세훈 정소윤 정수정 정수현 정순완 정순용 정승용 정승욱 정승주 정승환 정승환 정신영 정안진 정연두 정연욱 정영조 정영환 정영훈 정예인 정용구 정용찬 정우식 정원석 정원영 정원준 정유나 정유라 정유승 정유진 정유진 정유채 정윤미 정윤식 정윤재 정은식 정은애 정은주 정의성 정인수 정인용 정인지 정일성 정재경 정재경 정재백 정재영 정재욱 정재웅 정재원 정재훈 정재훈 정재훈 정주용 정준영 정지원 정지융 정지종 정지현 정지훈 정진관 정진영 정찬길 정찬호 정창동 정창형 정철화 정태기 정태호 정한규 정한영 정혁은 정현교 정현옥 정현우 정현윤 정현준 정혜린 정희용 정희정 조경석 조경수 조관형 조광수 조규남 조규찬 조극래 조기현 조동원 조민섭 조병기 조병립 조성민 조성민 조성원 조성헌 조수영 조승준 조승형 조승호 조영봉 조영희 조예현 조용범 조용석 조용탁 조우현 조원양 조유리 조유준 조윤선 조윤희 조은영 조은종 조은주 조은진 조일현 조일현 조재민 조재민 조재영 조재익 조정훈 조준수 조차현 조찬호 조창래 조철배 조한호 조현근 조현주 조형석 조형찬 조혜민 조호 조흥제 조희준 조희진 주교하 주기범 주높새 주성덕 주수빈 주승민 주영욱 주영진 주재식 주재형 주정섭 주정은 주중선 주한울 주헌석 지미애 지용선 진곤학 진보성 진상철 진석재 진선호 진여원 진영주 진용현 진유영 진정일 진중열 진혁재 차동길 차문환 차영창 차일태 차재민 차재민 차희재 채규진 채동준 채명근 채상준 채호용 채효정 천기석 천미진 천상오 천지호 천호근 최가영 최경락 최경서 최경식 최경향 최경호 최경환 최광준 최구열 최귀철 최규영 최규태 최규호 최규희 최근호 최나민 최다솜 최다영 최단비 최도철 최명석 최명숙 최명자 최무구 최문석 최문혜 최미나 최미옥 최민규 최민선 최민주 최민호 최법호 최병문 최병철 최부림 최부식 최상규 최상륜 최상식 최석규 최석조 최석호 최석훈 최성덕 최성운 최성원 최성현 최성화 최성훈 최세빈 최소라 최소윤 최소윤 최수아 최수호 최승규 최아름 최억수 최영길 최영주 최예종 최옥정 최용업 최용준 최운영 최웅기 최원석 최원석 최원석 최원식 최원탁 최유경 최유진 최윤 최윤서 최윤섭 최윤재 최윤정 최윤주 최윤채 최은광 최은희 최인규 최인규 최인영 최인혜 최인호 최자은 최재량 최재식 최재영 최재영 최재영 최재영 최재영 최재원 최재원 최재혁 최재혁 최재훈 최재훈 최정란 최정호 최정호 최정훈 최종금 최종률 최종원 최종진 최종호 최준엽 최준원 최준혁 최중혁 최지언 최지웅 최지은 최지훈 최진영 최진용 최진혁 최창건 최창국 최창환 최치훈 최태환 최하늘 최학록 최한두 최현기 최현빈 최현정 최형우 최형철 최혜조 최혜진 최혜진 최호철 최홍석 추민아 피수연 하귀자 하기호 하미경 하민석 하상열 하상조 하성훈 하세훈 하소라 하승엽 하인철 하준영 하지훈 하창준 하태용 하태칠 한광희 한남식 한동근 한명훈 한승호 한승호 한원규 한유수 한유준 한은주 한일도 한정석 한지형 한현우 한효광 함석원 함채현 함효규 허건 허경호 허명옥 허병무 허병호 허영환 허용구 허원정 허재원 허종수 허준녕 허준영 허준우 허진한 허진혁 허철수 허춘열 현명숙 현진섭 홍건일 홍기표 홍동희 홍륜건 홍명주 홍상희 홍성식 홍성원 홍세율 홍세종 홍인표 홍자영 홍주헌 홍헌호 황교문 황국성 황귀호 황도경 황명섭 황명환 황병기 황병열 황병주 황병호 황보은경 황보은식 황서윤 황서현 황선희 황성호 황수빈 황영은 황예빈 황은경 황재성 황재영 황재웅 황정민 황정환 황종희 황진규 황천일 황태희 황푸름 황현수 황현주 황현주 황현탁 황형남 황효성 황희진강기주 강대현 강병성 강병훈 강성호 강원진 구자환 구주영 권도헌 권병기 권영수 권오규 권우현 권혜정 길주열 김경철 김규한 김낙주 김남영 김대원 김덕환 김렬호 김무관 김무학 김미봉 김 민 김민정 김병국 김병욱 김보영 김봉주 김상균 김상도 김성욱 김소해 김염희 김원대 김율화 김재환 김정민 김태우 김하정 노승호 도경민 류현모 마성호 박남규 박수연 박은희 박재형 박재홍 박창현 박홍기 배인호 배정훈 배종철 서기은 서덕균 서인호 서재응 서종덕 서효상 성형기 손석락 손요한 손진욱 송창호 신대섭 신부경 신혜림 안태현 엄영욱 예정재 윤성노 윤원규 윤재훈 윤정은 이강재 이광희 이덕민 이무희 이상현 이상훈 이성환 이승재 이영순 이예람 이옥경 이완식 이익재 이종욱 이종윤 이종현 이주민 이현무 임연희 임용진 임춘섭 장인권 장진성 장진혁 장혁재 전대환 전영환 전준휘 전진영 정백규 정상복 정세훈 정윤성 정은서 정은송 정혜선 조규대 조규식 진익환 천민호 최경환 최용준 최재원 최창호 최태환 최현제 최혜미 표현주 피희숙 한승우 황용수AnthonyHessBenGaleJANEJiangZhuxunLisaMaxwellMurraySarah cao현장접수 참가자들은 미처 기록정리를 하지 못해 지면에 게재하지 못한 점 양해를 바랍니다.

201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