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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철우지사, ‘지방외교’의 모델을 만든다

경북도의 미래동력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외교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주요도시와 협력관계를 맺어 경북도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려는 선제조치다. 최근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경주(SMR)와 울진(원자력수소), 안동(바이오생명) 산업단지에 핵심기업들을 유치하고. 대구경북(TK)신공항의 성공적인 개항을 위한 사전작업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농어촌지역인 경북의 경우 인구소멸 위기에 대한 해법도 늦기 전에 찾아야 한다.현재 경북도 경제사절단과 함께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지사는 지난 17일 텍사스주에 있는 아메리칸 항공 본사를 방문, TK신공항 추진 상황을 브리핑하고, 미주 직항 노선 개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미국 3대 헬리콥터 기업인 벨 헬리콥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경북도내 주요대기업(LIG 넥스원·한화시스템·풍산)과 방위산업(방산) 부품·소재개발에 대한 상호협력을 강화하도록 주선했다. 이 지사는 이날 세계 1위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LM)도 방문했다. 이 회사는 오래전부터 한국 정부 및 방산업체와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이 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후 특히 지방외교에 주력해 왔다. 지방정부도 이제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국제외교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 지사는 지난 5월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2023년 지방외교포럼’에서 “지방 외교는 지속가능한 지방시대의 핵심 동력이자 글로벌 시대의 국가경쟁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이 포럼에서 시도지사협의회·주한외교단과 협력 MOU를 체결함으로써 지방외교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실제 광역단위 지방정부의 국제화 수준은 각 지방도시들의 경쟁력으로 구현된다. 지방도시의 인구소멸 문제나 전염병 등 초국가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외교만으론 불충분하다. 이 지사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서 국가가 보유한 외교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23-10-19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이번에는 관철돼야

포항시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가 본격화되는 지금이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 인가의 적기로 보고 총력적인 범시민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포항시와 포스텍이 추진하는 연구중심의대는 개업의를 배출하는 의과대학과는 다름에도 그동안 의대 정원에 묶여 설립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가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포스텍의 연구중심의대 설립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게 포항시와 포스텍의 생각이다. 연구중심 의대는 공학과 의학의 합성 개념이다. 치료에 집중하는 개업의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질병 예측과 치료기기, 백신개발 등을 연구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곳이다.이른바 정부의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과정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신종 감염병이나 희소병 치료제 개발 등 첨단의학 분야의 경쟁력이 필요함을 모두가 절실히 느꼈던 바다.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은 이미 6년 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고, 정부를 상대로 그동안 설득과 노력을 병행해 왔다. 이에 정부도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지난 2월에는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한 포럼에 참석, 포스텍과 KAIST의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현재 우리나라는 의과대학 졸업생 중 1%도 안 되는 인력만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바이오헬스산업 분야의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는 마당에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연구중심의대의 설립은 시급한 과제다.포항은 연구중심의대 설립에 적합한 요소를 골고루 갖춘 곳이다. 글로벌 연구대학인 포스텍이 있고 방사광 가속기, 세포막 단백질 연구소, 그린백신 실증지원센터 등 바이오산업과 관련한 인프라도 뛰어나다. 포스텍, 한동대 등의 우수 인재가 뒷받침 되니 이보다 적격인 곳은 없다. 정부가 인가를 망설일 이유도 없다.지난 14일에는 포항시민 1천여명이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번 만큼은 지역민의 숙원을 풀어야 한다.

2023-10-19

현대판 맹모지교 ‘초품아’

우정구 논설위원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로 짜여진 강남 8학군은 우리나라 최고의 학군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2023학년도 입학자 기준으로 이곳 소재 8학군 고등학교에서 서울대로 진학한 학생은 서울대 전체 입학생의 10.4%를 차지했다고 한다.이곳이 전국 최고 학군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이 일대 자리잡고 있는 수천 개에 이르는 학원과 더불어 이곳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 때문이다.교육 수도 대구의 수성학군도 학부모의 극성스런 교육열로 서을 강남 8학군 못지않은 전국적 명성이 있다. 수성구의 아파트 가격이 다른 구보다 훨씬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학군 명성에 따른 프리미엄 탓으로 풀이도 된다.최근 우리나라 아파트 매입의 주도 세력인 30·40세대가 선호하는 아파트 단지는 ‘초등학교를 끼고 있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올해 전국에서 진행된 신규 분양단지 중 1순위 청약통장 경쟁률 상위 9곳이 반경 500m 이내에 초등학교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뜻)라 불리는 이 단지는 다른 지역의 아파트보다 작게는 1천만원 많게는 5천만원까지 시세가 더 높다고 하니 아파트 선호도의 새로운 트랜드가 될 전망이다.이런 이유는 초등학교가 아파트단지와 붙어 있어 자녀들이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아도 돼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주변 교육환경도 좋기 때문이라 한다.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좋은 학군을 찾아 어디든 간다는 부모의 교육열의가 강남 8학군을 만들어내 듯 초등학생 자녀의 안전을 위해 초품아를 찾는 학부모의 교육열의 또한 놀랍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따로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19

전쟁의 참상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매스컴이 연일 전쟁의 참상을 보도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고 대규모 포격을 가하면서 새로운 전쟁이 발발했다. 이스라엘도 즉시 전쟁을 선포하고 응징에 나서서 현재까지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한 상황이다. 그런 처참한 광경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들이 스스로 자행한 것이라는 사실이 절망스럽다.지구상에서 전쟁을 하는 동물은 인간과 개미뿐이라고 한다. 개미들의 전쟁이야 단순히 생존을 위한 본능에 따른 것이겠지만, 인류가 전쟁을 하는 이유와 목적과 수단은 복잡다단하다. 그만큼 구실과 핑계가 많다는 뜻이다. 인류의 역사가 온통 전쟁사인 것만 보아도 인간들이 얼마나 호전적인 동물인지를 알 수 있다. 전쟁으로 영토와 세력을 넓혔던 시기를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로 치부하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터이다. 알렉산더, 칭기즈칸, 나폴레옹 같은 정복자들을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하는 심리에는 그런 호전성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의 나라를 침략한다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범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렇다. 전쟁이란 결국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것일진대, 무슨 명분으로든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포격 역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알면서도 저지른 일이라는데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결과야 어떻게 되던 먼저 타격을 가하고 보자는 테러집단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당사국이 아니라고 침공을 당한 나라가 보복에 나선 것을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아무런 악의도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무차별 학살되는 실상에 대해서는 참담함을 누를 길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전쟁의 참상을 먼 산의 불 구경하듯 바라볼 수는 없는 처지다. 6·25전쟁의 상처가 아직 다 가시지도 않았거니와 대놓고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의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동맹으로 둔 것이 그것이다. 일찍이 한미동맹을 이끌어낸 이승만 대통령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룬 것이다.국가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전쟁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힘이 약한 나라들은 서로 연합을 하거나 동맹을 맺어서 평화와 안정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6·25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UN군이라는 미국을 위시한 자유우방국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 가담한 한미일 공조 강화도 국가의 안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었다. 아직도 반미를 외치고 반일감정을 부추기면서 체제전복의 기회를 노리는 반국가 세력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개탄과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2023-10-19

무서리 내리는 상강(霜降)에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요즈음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며 기온은 뚝 떨어지고 전국적으로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평년보다 3~5도 낮은 강추위가 올 거라고 예보되고 있다. 동쪽 바다에는 강풍이 불어 파도가 높을 거라고 한다.이제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의 절기이다. 무서리가 내린 아침 풀밭을 걸어 보면 발목이 시리고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곧 산과 계곡은 낙엽으로 물들고 들판엔 들국화와 코스모스가 하늘대며 풍요로운 가을을 노래하겠지…. 농부들은 벼를 추수하고 농사를 마무리하며 겨울 준비를 할 터,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뛴다’던 옛 농촌의 힘들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큰 농기계들이 훑고 지나간 들판에는 하얀 천으로 말아둔 볏단들이 한 해의 결실이다.예전 같으면 보리 씨 뿌려 다음 봄날을 기다려 보겠지만 요즈음 보리 심는 경우는 드물고, 고구마 캐어 삶아 먹고 국화주 한 잔 마시며 그동안 수고를 돌아 봐야지…. 가끔 천천히 달려보는 마을 개천 가엔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흐드러지게 피어 지나가는 계절을 손짓하고 있다. 시골집 골목길 입구의 감나무에 몇 개 남겨둔 빨간 홍시는 직박구리 같은 텃새들을 불러 모으고 철새들은 벌써 남으로 날아갔는지 소식이 뜸하다. 까마귀 무리는 들판을 지나는 전깃줄에 모여 앉아 우리 인간들을 보며 수군대는 듯하다.다음 주부터는 가로수도 단풍으로 물들 것이고 내연산 계곡에는 소풍객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날 것이다. 이제 더 날이 추워지고 된서리가 내릴 때면 수풀도 나뭇잎도 모두 시들어 가겠지만 단풍은 절정을 이루고 국화가 만발하게 된다. 국화를 ‘신이 만든 꽃 중에서 마지막에 만든 꽃’이라던가? 서리 내리는 계절- 오상고절(傲霜孤節)에 피어난다고 꽃말은 고결(高潔)이다.이맘때면 온 나라가 가을 축제로 흥청댄다. 축제의 계절이다. 포항은 지난 12∼15일‘일월의 빛, 포항의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바탕으로 한 제15회 일월문화제가 열려 부부 선발대회도 했고 풍물 공연 한마당과 춤 축제가 열렸었다. 그리고 영일대해수욕장에서는 2023 스틸아트 페스티벌이 열려 ‘Steel Wave, 포항의 꿈’을 형상화한 예술가 26명과 철강기업 20여 곳에서 제작한 40여 개의 조형물이 전시되고 있다. 모래밭 체험 부스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놀러 나온 젊은 부부의 사랑스런 모습도 일렁인다. 스탬프투어에 끼어들어 스틸아트를 찾으며 10개의 도장을 찍어 조그만 기념품도 받았다. 작품들을 모두 둘러보고 형산강 하구 둔치로 갔더니 핑크 뮬리 밭의 분홍 물결이 강물 따라 출렁이며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시골집에 가서 잔디를 말끔히 깎고 화단에 떨어진 주먹만 한 노란 모과를 주워 바위 위에 모아놓으면 가을이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상추잎 뜯고 부추를 솎아내어 부추전 부쳐 막걸리 한잔하며 요즘 나랏일을 생각해 보니 추상(秋霜) 같은 하늘의 엄명으로 벌레 먹은 잎사귀 모두 털어내고 아름답게 단풍으로 물든 세상을 기원해 본다.

2023-10-19

마음을 여는 열쇠

정미영 수필가 쇳대박물관을 둘러본다. 입구부터 진열되어 있는 자물쇠와 열쇠가 인상적이다. 나무 빗장, 비밀 자물쇠, 열쇠패 등 장식 기법과 열고 닫는 방법이 다양하다. 선사시대에도 자물쇠는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동굴을 지키기 위해 입구를 막아놓은 무거운 돌이 자물쇠의 시초다. 덩치 큰 바위가 작은 쇳덩이로 바뀐 셈이다.현관자물쇠는 힘이 세다. 몸집이 작지만 자신보다 몇 배나 큰 집을 지켜낸다. 그런데 사물인지라 고장 날 때가 있다.얼마 전, 우리 집 현관자물쇠도 고장이 났다. 집 가까이에 있는 자물쇠가게를 찾아갔다. 문이 잠겨 있어 간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주인을 기다리면서 유리문 너머의 자물쇠를 구경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진열장까지 차지한 자물쇠들은 마치 공예품 같았다.잠시 후 주인이 왔다. 주인은 내가 전에 사용했던 자물쇠와 비슷한 것을 권했다. 비밀번호를 누르면 열리는 자물쇠라 열쇠를 잃어버릴 걱정이 없는 것이다. 자물쇠를 새로 단다고 애쓰는 동안 한나절이 후딱 지났다.저녁밥을 하려고 쌀을 퍼내는데 오동나무 쌀통에 매달린 붕어자물쇠가 눈에 들어왔다. 붕어는 잠을 잘 때도 눈을 뜨고 있어 재물을 지켜준다는 의미로 예부터 모양을 본떠 장롱이나 뒤주에 자물쇠로 쓰였다고 한다. 쌀을 퍼내며 나도 빌어보았다. 붕어가 지켜준 쌀로 지은 밥을 먹고 가족들이 늘 건강하기를….쇳대박물관에도 상징성과 장식성이 뛰어난 자물쇠가 많이 보인다. 거북은 벽사(8F9F邪)와 장수(長壽)의 상징이고, 물고기는 다산(多産)과 수호(守護)의 상징이다. 느릿한 거북과 힘이 약해 보이는 물고기가 자물쇠를 만드는데 상징성을 부여받는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의 해학적인 멋을 엿볼 수 있다.자물쇠가 물건에만 있으랴. 때때로 내 마음은 작은 일에도 대책 없이 닫혀 버린다. 상대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섭섭해 한다. 마치 열쇠를 잃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열리지 않을 때가 있다.내가 결혼할 무렵이었다.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친구들이 많았다. 파타야보다는 푸켓 해변이 더 낫다는 둥, 코끼리 등에 올라탔더니 현기증이 났다는 둥, 친구들의 자랑은 끝이 없었다. 내 귀가 솔깃했다. 비용도 국내인 제주도 여행보다 저렴하다고 하니, 마음이 자꾸 가야될 이유를 만들고 있었다.그러나 나는 마음을 접고 제주도로 가야 했다. 그 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여서 뉴스에서는 연일 경기가 나쁘다는 소식뿐이었다. 신랑은 국가 경제를 살려야 된다며 국내로 갔다 오자고 했다. 나는 두말없이 동의했다. 나라를 걱정하는 그가 밉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형제 중에 막내인 남편은 집안을 위해 애쓰시는 부모님 같은 형님 내외분이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그래서 차마 외국까지 갈 수 없었다고 했다.남편의 변명을 듣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좋을 뻔했다. 신혼여행은 일생에 단 한 번 뿐이지 않은가. 신부보다 형님 내외가 더 소중했나 싶었다. 그 일로 내 마음은 닫혔다. 어떤 만능 열쇠꾸러미를 들고 온다 해도 열릴 것 같지 않았다.남편은 내 마음의 자물쇠 열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갑자기 친정어머니가 보고 싶다면 포항에서 대구까지 늦은 밤이라도 함께 달려갔다. 퇴근 후 피곤해도 집안일을 서슴지 않고 도와주었다. 따뜻한 말과 손길이라는 열쇠로 나를 달래고 다독거렸다. 남편은 점점 자물쇠와 열쇠를 잘 다루는 장인이 되어 갔다. 드디어 내 모난 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의 자물쇠가 열렸다.잠긴 문은 열쇠로 열면 된다.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열 수가 있다. 닫힌 마음을 여는 열쇠는 따뜻한 마음이다. 마음이 상처를 입으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쓰다듬어 주면 풀릴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마음 열쇠를 하나쯤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테석테석한 삶의 응어리와 회한으로 뒤엉킨 세월의 궤적이 다소곳하게 풀어지리라.

2023-10-18

임술일주(壬戌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아홉 번째는 임술(壬戌)이다. 천간(天干)의 임수(壬水)는 모든 지혜를 잉태시키려는 넓은 호수 같은 물이다. 지지(地支)의 술토(戌土)는 만물을 수장하고 마감하는 흙의 기운이다. 동물로는 검은 개다. 임술일주는 백두산 천지처럼 깊으며 그 속을 헤아릴 수 없다. 자신의 속마음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형태가 없어 보이나 유연함을 가지고 있기에 겉으로 보기에 친절하고 착해 보인다. 하지만 강한 성격으로 호전적이고 강단이 있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경향이 있다.삶은 권력 지향적으로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다.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화가 나면 무섭게 변한다. 또한 재물과 인연이 깊고 돈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상당히 계산적이고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한다. 이익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익이 된다면 의리도 저버린다. 돈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다. 끈기와 지속성과 지구력이 있어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다.한편으로 굉장히 강직한 성품이다. 그만큼 자기 삶에 있어 타인에 의존하거나 기대기보다는 주도적이고 진취적으로 살려고 한다. 사람들을 휘어잡는 힘이 강하여 모든 일을 법과 권력의 힘에 의해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허나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해 손해를 보거나 스스로 자멸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최고라는 자만심 때문에 주변의 말을 무시하는 성향이 있다.사마천 ‘사기’ 상군열전에 나오는 상앙은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이다. 위나라에서 중용되지 못하자, 진나라에서 현명한 선비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나라 효공을 도와 변법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뒷날 천하를 통일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상앙은 군주의 절대권력 확립에 필요한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귀족들의 세습적 특권을 박탈하고,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사상 논의도 금지시켰다.상앙은 여섯 자 되는 나무를 남문에 세우고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10금을 준다 하였으나 아무도 옮기지 않자 50금으로 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그것을 옮겼다. 그에게 50금을 주고 나라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것은 상층부가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법을 어긴 태자를 처형하려 했다. 하지만 태자 대신에 태자 태부의 목을 베고, 태사의 이마에 묵형을 내렸다. 그 다음날부터 진나라 백성은 모두 법령을 지켰다.상앙이 진나라에서 재상이 된 지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군주의 종실이나 외척 중에서 원망하는 자가 많아졌다. 숨어 지내는 선비 조량이 상앙을 찾아와 말했다. 은둔하고 있는 현명한 사람을 세상에 나오도록 하여 왕에게 추천하고, 노인을 공경하고, 고아를 보살피며, 공을 세운 자는 그에 합당한 지위를 주는 것이 당신한테 이롭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제 공(功)을 이루었으니 물러나 전원에서 조용히 살 것을 충고하였다.상앙은 권력과 재물에 취해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진나라 효공이 죽고 태자가 혜문왕이 되었다. 결국 반대세력이 상앙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밀고하였다. 마침내 그는 거열형을 당했다. 사마천은 ‘상앙은 타고난 성품이 잔인하고 덕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백성을 위해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일소했다. 그의 경제정책도 눈여겨볼만하다. 하지만 그는 전통 유교사회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임술일주의 남자는 남자다운 외모와 덩치가 크고 강한 인상이 많다. 배우자와의 연이 박하고 몸이 병약한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 주변에 이성이 많아 외도로 불화가 생길 수 있다. 결혼 후 발복한 경우가 있다. 여자는 여성스럽고 매력적이지만, 성격은 호탕하다. 무능한 남편을 만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식을 놓고 이별하는 경우가 많다. 자존심이 강한 성격으로 돈 씀씀이가 헤프고 이성을 좋아하기에 노년에 외롭고 힘든 삶을 살 수 있다.임술일주는 임(壬)은 제방으로 쌓여있는 큰 호수며, 댐을 연상시킨다. 제방 안의 물은 돈을 의미하며, 잘사는 사람이 많다. 술(戌)은 집을 지키는 충직한 검은 개다. 충성스럽고 책임감이 뛰어나다. 마치 가을에 호수 곁에 있는 개의 물상으로 쓸쓸함과 고독감이 묻어난다. 개는 주인을 잘 만나면 애완견(犬)이 되고, 병들면 버려지는 유기견(犬)이 된다. 최악의 경우는 보신용으로 끌려가는 개 구(狗)가 된다. 그래서 환경 변화에 예민한 편이다.특징으로 출세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대인관계에서 실익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매사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방법으로 일에 빠져 외톨이가 되어 가정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항상 주위를 살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그와 같은 예는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1829∼1910)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모범적으로 살았고 고위직 법관이었던 주인공이 불치의 병을 앓고 삼 개월 만에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죽음이 임박한 그는 고독 속에서 살았다. 그것은 사람들이 우글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고독이었다. 그는 이 끔찍한 고독을 과거의 상념에만 의지해서 견뎌냈다.그렇지만 죽기 전에 그가 가장 슬퍼한 것은 죽어가는 가운데서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인간적으로 손을 내밀지 않은 고독감과 위선이었다. 그가 느낀 고통은 화려한 도시에서 느끼는 고독이었고, 지인들과 가족들 속에서 느끼는 고독이었다고 말한다. 그를 위로해주는 사람은 병수발을 드는 하인 게라심 한 명 뿐이었다.그와 평소에 가까웠던 사람들은 그의 부고를 듣자마자 슬퍼하는 척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의 자리를 누가 대신 차지할지, 그로 인해서 자신들은 어떤 이익이 될지 빠르게 계산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묘 자리 값을 최대한 적당히 책정했고, 반대로 그의 죽음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을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물질적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뒤돌아보게끔 하는 이야기다.불안한 자는 사랑받길 갈구한다.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한 자가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길 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을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지, 현재 자신에 대해 강한 불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음으로써 이대로 괜찮다는 안도감을 조금이라도 얻고자 함이다.

2023-10-18

스마트시티 포항, 원도심에 새 숨결 불어 넣다

안병국 포항시의원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우리나라 도시들은 초고속 성장과 빠른 산업화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 반면 원도심의 물리적 환경쇠퇴와 인구 감소 및 중심 기능의 유출로 도시화의 부작용이 커졌다.필자는 평소에 매일 자전거로 죽도시장과 중앙상가 인근 거리를 다닌다. 얼마 전 ‘2023 중앙상가 야시장’ 개최로 오랜만에 조용하고 한산했던 중앙상가 주변이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동안 쇠퇴하던 원도심 공간을 기회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자 우리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좋은 아이디어인 소프트웨어가 준비돼 있어도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도구나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성공시키기 위해서 스마트시티 기술은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스마트시티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자, 도시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추구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플랫폼이다.우리 포항시는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 주관 ‘2022 스마트시티 챌린지 본사업’에 최종 선정돼 관련 사업을 추진중이다. 해당 사업은 우수 기술력을 가진 기업과 지자체가 협업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우리 시는 스마트 도시안전, 스마트 교통, 디지털 행정혁신, 데이터허브 4대 분야 10개 서비스를 통한 미래형 스마트시티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스마트시티 챌린지 본사업의 연계로 CCTV에 AI기반 지능형 분석 시스템을 적용, 사람·차량 객체 식별과 폭력, 쓰러짐 등 선별 감지로 이상 상황을 즉각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또 녹화된 CCTV 저장 영상에 검색어 추출을 통해 사람·차량·사건을 찾아내는 시간을 대폭 줄여 사건 해결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범죄예방과 시민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포항시는 최근 중앙동 ‘육거리 보행환경조성’을 위해 교통섬·고원식 횡단보도 설치를 마쳤다. 교통섬 간 횡단보도 설치로 횡단 길이가 짧아져 보행자가 도로 위에 머무는 시간이 최소화된다.교통섬과 인도 간에 설치되는 고원식 횡단보도는 보행자를 안전하게 만들고, 남북방향 양 직진 시 보행자 신호를 추가로 부여해 보행자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이러한 교통섬과 고원식 횡단보도의 설치는 시민들의 수요가 많은 육거리 위쪽 거점시설(북구청, 꿈트리)과 도서관, 인디플러스 영화관, 북포항 CGV 등 육거리 아래쪽 중앙상가와 빠르고 자연스럽게 연결돼 상호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인근 죽도시장과 중앙상가 등을 이용하는 시민과 관광객의 이용 편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고, 교통 접근성 및 보행 안정성 향상으로 원도심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또 다른 방안인 스마트주차장은 공공 및 민간주차장의 실시간 주차 면수, 주차장 위치 정보를 홈페이지나 앱으로 제공하여 불법 주정차 예방 및 방문객을 유도한다.이는 중앙상가에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주차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2019년에 시작된 1차 사업은 민간주차장에 AI(인공지능) 카메라를 설치하고 도로가에 VMS(문자표출장치)를 부착해 민간 주차장별 주차가능 현황을 제공했다.2023년 고도화 사업은 민관통합주차관제 시스템을 도입, 향후 중앙상가 내 어디에 주차를 하더라도 이용자가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또 ‘주차난으로 중앙상가를 찾지 않는다’는 오명도 씻을 수 있게 된다.스마트시티는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불편을 첨단 기술로 해결하면서 원도심 기능을 다시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또 육거리를 중심으로 한 원도심과 시민들의 삶이 혁신기술과 함께 많이 나아지길 기대한다.

2023-10-18

건강한 생활 습관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많은 사람들이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피로는 감기처럼 한 순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몸의 관리가 안되는 이유들이 쌓여 건강이 약해진다. 내 육체를 넘어서는 일들과 스트레스, 불균형적인 식사, 부족한 운동 등이 세월을 거치면서 몸을 약하게 만든다. 즉 건강이 나빠진다.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 스트레스 관리, 음식 관리와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쉴 시간도 없는데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다 할 수 있냐고 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시간은 있다. 그 시간을 다른데 쓸 뿐이다.현대인은 쉴 때도 쉬는 것이 아니다.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온전히 휴식하지 못한다. 쉴 때는 핸드폰을 꺼놓고 눈을 감자. 소파에 앉거나 누워도 좋다. TV 핸드폰 컴퓨터를 하지 말고 온전히 나를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운동을 할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핸드폰을 끄고 TV를 끄고 밖에 나가자. 뛸 필요는 없다. 우선은 나의 동네를 한바퀴 걸어 보자. 근처에 산책길이 있다면 그 길을 따라서 걸으면 된다. 30분, 1시간, 2시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돌아오면 된다. 익숙해지면 등산을 해도 되고 헬스장에 가도 된다. 그리고 식사의 질을 높여야 한다. 우선 맵거나 자극성 있는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음식은 위장에 부담을 줘 불편함을 일으킨다. 그리고 음식의 양을 줄여야 한다. 식사 시간에 허겁지겁 많이 먹지 말고 천천히 음식을 먹어야 한다. 고기나 생선의 단백질을 먼저 먹고 야채를 먹고 밥을 먹는다. 바쁘다고 밥과 국만 먹거나 밥을 많이 먹는 식단은 피해야 한다. 음식을 입에 넣고 바로 다음 음식을 넣지 말아야 한다. 입에 넣은 음식을 꼭꼭 씹어 삼킨 다음 음식을 입에 넣어야 한다.알고 보면 쉬운 방법들이지만 하지 않는 생활 실천법이다. 좋은 음식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고 소식하고 운동 하고 푹 쉬는 간단한 방법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영상을 시청하거나 걱정거리를 생각하고 있고 귀찮아서 밖으로 나가서 걷지 않는다. 음식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입에 당기는 매운 음식 자극성 있는 음식을 급하게 많이 먹는다. 하루 이틀은 괜찮을지 몰라도 시간이 누적되면 내 몸의 이상을 일으킨다.큰병은 하루 아침에 오지 않는다. 내 몸의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한다. 내가 내 몸을 아끼고 관리 하지 않으면서 하루 아침에 몸이 건강한 젊은 상태로 가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고 관리를 해야 한다. 귀찮아도 하기 싫어도 해야지 내 몸이 살아난다. 시간도 많이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부터 핸드폰을 끄고 밖으로 나가서 걷고 집에 있을 때는 TV를 끄고 가만히 있어 보자. 식사를 할 때는 천천히 담백하게 식사를 하면 내 몸은 보답을 해줄 것이다.

2023-10-18

선덕여왕릉제의례를 아시나요?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경주에 낭산이라는 야트막한 산이 있다. 삼국사기에 413년 실성이사금 13년에 “구름이 낭산에서 일어나 멀리서 보면 누각과 같고 향기가 자욱하여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았다”는 기사가 있다. 신라인들은 이 산을 신들이 내려와 노닐었다며 신유림(神遊林)이라고 부르고 복된 땅의 신성숲으로 숭배하였다. 삼국유사에는 선덕여왕이 생전에 “내 죽으면 도리천에 장사지내라”고 유언하시며 그곳이 낭산 남쪽이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도리천은 불교의 이상세계로 사천왕천 위에 있다고 했는데, 여왕 사후 32년 후에 문무왕이 낭산 아래에 사천왕사를 지었으니 여왕의 예지력이 대단하다고 했다. 현재 선덕여왕릉은 당신이 점지하신 바로 그곳, 낭산 남쪽 중턱의 신성한 숲속에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선덕여왕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다. 신라에 세 분의 여왕이 있을 뿐, 고려는 물론 조선에서도 여왕은 없으니 역사적으로 매우 귀하신 분이다. 재위 16년 동안 내우외환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지혜로 국난을 극복하고, 선정을 펼쳤다. 항상 백성 가까이 다가가 민생을 살피고 복지에 힘썼다. 고려 수이전에 심화요탑(心火遶塔)이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선덕여왕을 사모해 마지않은 미천한 백성 지귀가 아름다운 여왕을 가까이서 보려는 소원을 품다 마음의 병을 얻었다. 가여운 그의 소원을 들어주려, 한 병사가 왕의 행차 정보를 주었다. 여왕의 행차를 기다리다 보지 못하고 잠들어버린 지귀의 사연을 듣고는, 잠든 그를 깨우지 말라며 당신의 팔찌를 풀어 지귀의 가슴에 살포시 얹어 주는 따스한 어머니였다. 그러나 자기의 어리석음에 한을 품어 불귀신이 된 지귀가 서라벌 곳곳에 불을 지르자 시를 지어 엄하게 꾸짖어 징죄하는 강단있는 여왕이었다.고구려와 백제로부터의 끊임없는 침입에도 여성인 탓에 직접 전장을 누빌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전장에서 희생된 자식을 슬퍼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할 수 있었다. 전쟁영웅을 귀하게 모시고 기리는 절, 영묘사를 지었다. 수시로 참배하며 자식 잃은 어미 된 마음과 영령을 위무했다. 앞의 지귀는 그곳에서 만난 백성이었다. 아름다운 분황사를 창건하고, 황룡사 9층목탑을 건립했다. 하늘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첨성대도 지었다. 나라를 수호하고 백성을 풍요롭게 살리고자 하는 염원뿐이었다. 김춘추와 김유신 같은 걸출한 인재를 중용하여,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았다. 학자들은 이러한 선덕여왕을 ‘인재등용의 리더십’의 왕이라고 평가한다.선덕여왕을 흠모하고 존경하는 경주의 여성들이 여왕의 리더십을 배우고 따르자며 모였다. 2008년부터 경북방송 대표였던 황명강 현 경북도의원의 발의로 선덕여왕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했다. 선덕여왕릉제의례 또한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3년 뒤, 2011년 경주와 인근 도시의 여성리더들이 모여 여성단체 선덕여왕경모회를 창립하였다. 그들이 주축이 되어 선덕여왕릉제의례가 치러진 지 올해로 16회째를 맞는다. 신라의 복장을 갖춘 여성제관들이 전통의 방식으로 행사하는 제의례는 이색적이고 장관이다. 제법 알려져 해마다 참례자들도 늘어난다. 2023년 선덕여왕제의례는 오는 10월 21일 엄숙히 거행된다.

2023-10-18

토포악발(吐哺握髮)

홍석봉 대구지사장 ‘토포악발(吐哺握髮)’은 중국 주(周)나라의 주공(周公)이 식사할 때나 목욕할 때 손님이 찾아오면 ‘입에 있는 음식을 뱉고, 감고 있던 머리를 감싸쥐고’ 나가 영접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민심 수습과 정무 보살피기에 잠시도 편안함이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훌륭한 인물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한나라 때 한영이 지은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오는 이야기다.주나라는 무왕이 은나라 폭군 주왕(紂王)을 멸하고 세운 나라다. 무왕이 나라를 잘 다스려 정국을 안정시켜 가던 중 병사했다. 아들 성왕(成王)이 제위에 오르자, 신하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이에 무왕의 아우이자 성왕의 삼촌인 주공단(周公旦)이 섭정하며 주왕조의 기반을 굳건히 했다. 공자는 주공단이 며칠이라도 꿈속에 나타나지 않으면 자신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주공단을 이상적인 정치가로 꼽고 존경했다. 주공은 봉건제를 실시, 왕실의 안정을 꾀했다. 이때 주공의 아들 백금이 노나라로 부임하게 되자 주공은 “나는 한 번 씻을 때 세 번 머리를 거머쥐고(一沐三握髮), 한 번 먹을 때 세 번 음식을 뱉으면서(一飯三吐哺) 천하의 인재를 잃을까 염려했다”고 지침을 주었다. 주공은 아들에게 정무를 잘 보살피려면 잠시도 편히 쉴 틈이 없고 훌륭한 인물을 얻으려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위정자는 항상 인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이 바뀔지 주목된다. 만기친람(萬機親覽)할 수는 없다. 정치권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에 노심초사다. 토포악발의 심정으로 국정에 임하고 인재 구하기에 힘써야 할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18

무너지는 사회, 일으키는 교육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마음이 무너지는 일들이 발생한다. 중학생이 40대 주부를 성폭행했다고 하고, 60대 의사가 병원 간호사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했다는 게 아닌가. 동방예의지국을 들먹일 까닭은 이제 무너져버린 것일까. 사회의 맨 앞에 선 정치와 언론은 정치놀음과 정략다툼으로 날이 새는데, 건강한 사회를 향한 담론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있는 것일까.나라에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경제, 안보, 문화, 산업 등 수다한 과제들 가운데 우리가 쉽게 놓치는 명제가 있다.교육. ‘백년대계(百年大計)’는 먼 앞날을 내다보며 일으키는 일인데, 오늘 우리는 어떤가. 국가 공동체는 지금 교육으로 다져야 할 내일을 생각하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넘겨줄 다음세상에서 ‘다음세대’가 자신있게 살아가도록 가르치는가. 내일을 고심하는 교육이 오늘 우리에게 있는가.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가르쳐야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까.경쟁. 끝도 없는 경쟁.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으로 세상을 배웠다. 남을 이겨야만 성공하는 세상. 반목과 다툼이 일상이 되고 끝없는 비교만 넘치는 세상. 그런 끝에 만난 세상은 아름다운가. 이긴 자들이 과연 좋은 세상을 만들었는가. 주변의 모습에는 상처만 가득할 뿐, 행복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경쟁’의 본 뜻을 바꾸어야 한다. 진정한 경쟁의 의미는 남보다 나를 이기는 게 아닌가. 남을 밟고 일어서는 영광이 아니라 나를 이겨 거뜬히 서는 보람이 아닐까. 진짜 성공은 나 자신을 이겨내는 데 있음을 깨우쳐야 한다. 부족함과 게으름을 스스로 이겨내는, 나 자신을 이기는 경쟁이야말로 거친 세상을 이기고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첩경이 아닐까.선생님은 학생에게 누구인가. 끊임없이 응원하고 격려하여 더 나은 내일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날마다 부추기는 이가 아닌가. 반면, 실수를 지적하고 점수와 등수를 매기며 부족함을 드러내고 부끄럽게 만들고 있지나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학생이 오늘 무엇을 해도 ‘오늘의 최선’을 던졌음을 인정하고 그보다 더 잘하도록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그립지 않은가. 오늘 학생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당겨다 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배우려고 다가온 아이에게 모자란 부분만 탓하며 비난으로 가득한 하루를 만나게 한다면, 아이는 그날 무엇을 배우게 될까. 부정적 인성이 되어 자신과 주변을 어둡게하지 않을까. 교육은 함께 사는 공동체를 키워야 한다. 일등만 대접받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잘난 사람만 득을 보는 문화도 공평하지 못하다.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서로를 포용하는 정신을 길러야 한다. 세상은 힘들고 거친 다툼의 장소가 아니라, 친절하고 따뜻하여 함께 사는 마음이 가득한 곳임을 가르쳐야 한다. 한 사람도 놓고가지 않는 학교를 구현해야 하며 모두 함께 즐거운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나라의 백년을 준비하는 교육이 돼야 한다.

2023-10-18

포항 도심 관광명소 관리가 이래서야

환경문제 해결과 도심관광 명소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항운하가 수질오염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운하 주변 주택가 주민들이 악취에 시달리는가 하면 비오는 날이면 수면 위로 쓰레기가 떠올라 포항을 찾는 관광객 보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한다.포항운하는 2014년 1천6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동빈대교와 형산강을 잇는 옛 물길을 복원해 길이 1.3km의 운하로 탄생했다. 도시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크루즈를 타고 낭만을 즐기고 주변의 산책로에는 많은 사람이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특히 관광용 크루즈를 운영하면서 영일대 앞바다와 포항제철소 전경 등을 즐길 수 있는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이다.이 운하는 당초 관광 외에도 수십년간 양학천과 칠성천에서 배출되는 오수가 동빈내항으로 흘러들어와 심한 악취를 풍기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바다 만조로 해수면이 높아지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포항운하 수질은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해수면이 높아지면 양 하천의 오수가 바다로 빠지지 못하고 역류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운하관과 산책로를 잇는 육교 인근 수면에 집단 폐사한 물고기가 떠올라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사실이 이러한 데도 포항시는 아직 수질검사 한번 하지 않았다고 하니 관광명소 관리를 이렇게 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보태자.포항 스카이워크를 지나 북쪽으로 난 영일만북파랑길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동해안 절경을 걷는 해안 둘레길로 관광객의 인기가 높은 곳이다.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트레킹코스라 지금도 많은 이가 찾고 있다.그러나 트레킹코스 곳곳 절벽에는 금방이라도 비탈면에서 쏟아지는 토사로 무너질 것 같아 관광객을 불안케 한다. 그런데도 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안전망 설치를 미루고 있다. 일부 관광객은 “당장 산사태가 날 것 같아 차라리 폐쇄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꾸짖는다. 포항 명소 관광지는 곧 포항의 얼굴이다.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2023-10-18

신공항 사업성 충분… 이제 조기개항이 목표

대구시가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및 후적지 개발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결론이 나왔다. 삼일회계법인은 세계 4대 회계법인 가운데 하나인 PwC와 제휴를 맺고 있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다. 분석 결과, 사업가치를 나타내는 척도인 순현재가치(NPV)가 최대 2조5천억원, 내부수익률(IRR·시장이자율보다 높으면 투자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은 최대 12.3%로 나왔다. NPV는 0원을 넘으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며, 이번 분석에서 적용한 시장이자율은 6.74%다. K2 이전 후적지는 기존 K2부지(697만㎡·211만평)뿐만 아니라, 주변 개발제한구역(423만㎡·128만평)까지 포함한다. 현재 자연녹지 용도로 지정돼 있는 개발제한구역은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다.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성이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 만큼, 앞으로 TK 신공항 건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조기개항하는 것이 남은 숙제다. 그러려면 한국토지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구성이 급해졌다. 사업을 대행할 SPC구성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출자지분이 절반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대구시는 이번 사업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중 투자설명회를 열어 연내에 SPC를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구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LH의 SPC 참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지난 16일 열린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LH 이한준 사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TK신공항 건설에 참여할 수 없다”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그저께(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TK신공항을 국가정책으로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한 만큼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예타면제로 사업 신뢰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TK 신공항건설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진행되고, 사업성도 충분한 만큼 공기업인 LH는 하루빨리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2023-10-18

구미, 대구는 ‘경부고속도로’라는 대동맥으로 연결된 우애 깊은 兄弟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1968년∼1970년 박정희 대통령께서 건설한 경부고속도로. 우리나라 산업화와 근대화,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대동맥으로 일일 생활권이 가능해졌다.그야말로 우리나라 산업화를 앞당기고, 이로 인해 대구·경북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는 급성장 할 수 있었으며, 비슷한 시기인 1969년 구미국가공단이 조성되며 우수한 제조능력을 바탕으로 수출국가로 거듭나게 되었다.우리나라 산업화의 초석을 다진 구미공단. 조성 54년 동안 수출과 무역흑자 확대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1등 공신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그 배후에는 대구광역시라는 큰집이 있어서 가능했고, 구미공단에서 근무하는 많은 산업역군들은 대구에서 주거와 문화, 교육 등을 충족하고 있어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대구와 구미가 ‘경제공동체’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은혜 갚은 까치’, ‘결초보은’이야기를 알고 있는가.누군가 상대방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그 은혜는 또 다른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며, 우애 깊은 형제는 밥 한 그릇이 있을 때 형 먼저, 아우먼저 양보하기 마련이다.구미와 대구는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힘을 합쳐 성장해온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순망치한’인 것이다.그러나 지금 대구와 구미, 구미와 대구는 어떤가?취수원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 않은가?단언컨대 대구시민과 구미기업의 입장해서 생각해야 한다. 대구시민의 상당수는 구미라는 국가공단이 있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그 소득을 기반으로 살아갈 수 있으며, 구미기업은 대구라는 거대 도시가 있기 때문에 우수한 근로자를 채용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문화와 교육,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으며, 경제1번지인 구미공단과 대구는 견고한 협업을 통해 대구경북이 메가시티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소소하고 감정적인 대립에서 벗어나 대승적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정신도 지금 시점에서 꼭 필요하며, 서로를 흠집 내거나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다.경부고속도로와 구미국가공단을 통해 산업화를 앞당겼듯이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고마움을 깨닫고, 긴밀한 협력에 손을 맞잡아야 한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라는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이 파도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탈 수 있을지 도로망, 철도망 확충과 시너지 극대화에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재차 강조컨대 구미와 대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에 있음은 분명하다. 기업으로 따지면 생산기지와 RD부서랄까? 연구개발 없이 생산할 수 없고, 연구개발을 아무리 잘한 듯 생산기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감사하고 기쁘게 여기며 긴밀한 협력을 강화할 때 비로소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고 일자리가 넘치는 지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요컨대 박정희 대통령께서 구미공단을 만드셔서 대구·경북을 먹여 살리고 국가경제에 큰 역할을 하였는데 구미에 기업 활동을 제한하고 기업유치를 막는다는 것은 경부고속도로를 해체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박정희 대통령을 욕보이게 함은 물론이며,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부디 구미와 대구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협력과 공생을 통해 서로 윈윈하기를 바래본다.

2023-10-18

현재보다는 내일을 위한 축제를 고심할 때

심한식 경북부 많은 지자체가 10월을 맞아 다양한 축제를 열고 있다.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축제도 있지만, 실패작, 축제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행사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14일부터 15일까지 경산생활체육공원 어귀 마당에서 제12회 경산대추축제 농산물 한마당이 개최돼 지역의 명산물인 대추를 홍보하고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했다. 그러나 경산대추축제가 과연 전국 최대의 대추 주산지이며 임산물 지리적 표시 등록 제9호로 지역 명산물인 경산대추를 홍보하려는 것인지 대추재배 농가를 위한 행사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축제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겨야 하고 특히 농산물 축제는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홍보와 판매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연이다.이번 경산대추축제와 농산물 한마당을 위해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산시연합회가 경산시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은 경산대추축제 1억 7천만원, 농산물 한마당 1천만 원이다. 1억 7천만원의 보조금에도 행사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관련 부스는 손에 꼽을 수 있었고 프로그램으로는 4차례의 경산대추 깜작 할인 판매, 경산대추 골든벨이 전부였다. 정작 경산대추를 홍보하기 위한 시식 대추는 어느 곳에도 없어 경산대추축제라는 이름에도 철저하게 방문객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경산대추축제장에서 시식용 대추를 만날 수 없는 문제는 지속 지적되어 오고 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어 시비를 보조하는 경산시가 시식용 대추의 축제장 배치를 전제 조건으로 명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특히 축제장 한쪽을 차지한 노점상의 음식값은 회오리 감자 하나에 5천 원 등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해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의심스러웠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8일 남천면축제추진위원회가 개최한 경산포도축제와 대비된다. 3천만 원의 시비 보조에도 남천포도축제에는 무제한의 포도막걸리리 시음과 포도를 맛보고 살 수 있도록 시식 장소를 마련해 유명한 가수를 초대하지 않았음에도 현장을 찾은 방문객 대부분이 만족감을 표시했다.남천면축제위원회는 3천만 원의 시비 보조에도 어떻게 넉넉한 인심을 베풀 수 있었을까. 지역에서 생산되는 MBA(머루 포도)에 대한 자부심과 오늘이 아닌 내일에 대한 투자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성공적인 축제를 위해 당장 눈앞에 있는 현실보다 앞으로의 비전을 보고 달려나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shs1127@kbmaeil.com

2023-10-17

영웅도, 괴물도 될 수 있는 초능력자 구룡포

강지우 SF평론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이 화제다. 한효주, 조인성 등 유명 배우들이 초능력자로 열연하는 가운데 류승룡 배우가 분한 무한 재생 능력자 장주원의 고향은 포항 구룡포다. 묵처럼 투명하게 삶은 개복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도 나온다. 개복치를 어느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지 찾는 이들도 생겼다고 한다. 포항에서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경조사에 빠지지 않는 친숙한 음식인데, 드라마에서 보니 반가웠다.장주원을 주인공으로 한 에피소드에서 개복치는 꽤 여러 번 등장한다. 왜 하필 개복치일까? 개복치는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예민한 생물이다. ‘살아남아라! 개복치’라는 게임이 유행했을 정도다. 장주원도 겉으로는 투박하고 강해 보이지만, 속은 허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인물이다. 길을 잃었다며 반려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무한 재생 능력으로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그 능력 때문에 결국 ‘괴물’이라 불리며 배척당했기 때문이다.‘무빙’의 포스터에는 “우리는 영웅도, 괴물도 될 수 있어”라는 문구가 있다.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지만, 남들과는 다른 힘이 차별을 낳는다는 의미로도 읽힌다.SF에서 초능력자는 여러 가지 시선으로 그려진다.‘어벤져스’에서는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초능력자가 ‘엑스맨’ 시리즈에서는 돌연변이 괴물로 공포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타고난 특성을 차별의 이유로 삼는다는 점에서 현실의 인종차별을 떠올리게 한다. 엑스맨에서 대립하는 양 진영의 수장이 흑인 인권 운동가를 모델로 한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다. 차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의 공존을 꾀하는 자비에는 마틴 루서 킹으로부터, 결국 인간을 힘으로 지배해야 한다는 매그니토는 맬컴 엑스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다. 이야기가 만들어진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다.이렇게 초능력자가 차별받는 SF는 현실의 우리 사회를 낯설게 보게 한다. 초능력자들은 우리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 있는 데도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다. 단지 우리와 다를 뿐인 이들에게 열등하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인식을 ‘차별의 이유’로 덧씌워 내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무빙’에서처럼 어쩌면 영웅이 될 수 있을 평범하고도 찬란한 이들을 우리는 괴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지금의 한국 사회에 초능력자가 있다면 어떤 존재로 살아가게 될지,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국 SF작가들의 앤솔러지 ‘이웃집 슈퍼히어로’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수록작 중 이서영 작가의 ‘노병들’도 ‘무빙’처럼 국정원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초능력자가 주인공이다. 세대 간의 정치적 갈등을 중심으로 덜 화려하지만, 더 처절한 전투가 펼쳐진다.김보영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에서는 반복되는 대형 참사 현장에서 묵묵히 사람을 구하는 시간 능력자가 등장해 묵직한 여운을 준다.

2023-10-17

연오랑 세오녀의 꿈과 멋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10월은 ‘문화의 달’ 답게 행사와 축제가 즐비하다. 전국각지에 다채로운 문화·체육행사가 늘어나고, 지역특색을 살린 테마축제들이 연이어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하루하루 축제같고 선물같은 나날이다. 햇살 좋고 적당한 기온에 바람마저 부드러워 나들이나 야외활동하기에 안성맞춤인데, 눈길 닿고 발길 머무는 곳마다 볼거리, 즐길거리를 입맛대로 누릴 수 있으니 한결 가을날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축제에 참여하고 전시나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축제마당에 빠져들어 어깨춤이 덩실덩실 춰질지도 모른다.지난 주 목요일부터 4일간 포항 일원에서 열린 ‘제15회 일월문화제’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시민들에게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개막행사와 주제공연, 기획전시, 체험 및 연계 프로그램 등으로 포항문화예술회관, 해도도시숲,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등지에서 코로나19의 시름과 위축을 완전히 떨치며 4년만에 제대로 다채롭고 풍성하게 열린 것이다. 이러한 일월문화제는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연오랑(해), 세오녀(달) 부부의 설화에서 비롯된 고유의 일월사상을 기리며 전통문화 유산을 보존, 계승시키는 종합문화예술축제로 격년마다 개최돼 왔다.특히 일월문화제의 개막을 알리며 전야행사로 열리는 연오랑·세오녀 부부 선발대회는, 포항시에 거주하는 선남선녀가 두루마기와 치마 저고리 등 우리 고유의 한복을 입고 맵시를 뽐내며 부부 금슬과 장기자랑, 발표력, 관객 응원 등을 심사해서 뽑게 된다. 올해는 30~70대까지 각 읍면동 대표로 16쌍이 출전해 저마다 멋스런 행진과 독특한 자랑, 재치있는 표현 등으로 관객들과 호흡하고 공감하며 눈길을 끌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이렇게 선발되는 연오랑 세오녀 부부는 지역 고유의 일월신제 헌관으로 봉행, 포항시 공식행사 참여 및 홍보대사·해외 문화사절 등의 역할로 포항을 빛내고 알리게 되며, 빛과 개척의 포항 정신을 대변하기 위해 1983년부터 이어져 올해 22회째를 맞았다.‘연연이 이어 온 해와 달의 드리움이/오늘날 일월문화의 꽃으로 피어나/낭랑한 동해의 파도로 노래하고 있구나//세세년년 사무치는 연오랑이여! 세오녀여!/오랜 세월 일월의 땅 가꾸고 지켜와/여명을 밝혀주는 꿈, 여기는 대대손손 빛나는 포항이어라!’-拙 즉흥 육행시 ‘연오랑 세오녀’ 전문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의 빼어난 외모와 맵시, 덕목을 갖춘 사람은 주목을 받아왔고 회자되고 있다. 특히 현대 들어 전국춘향선발대회나 지역의 특산물 홍보를 담당하는 영양고추아가씨 등의 미인대회가 있다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모범부부는 연오랑 세오녀 부부 선발대회가 전국적으로 유일하다. 단순히 전해 내려오는 설화 속 인물 재현의 선발이 아니라 포항의 정체성 발현과 고귀한 향토문화 유산의 현대적인 계승, 발전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효행과 봉사, 맵시와 덕행으로 포항시민들의 귀감이 되는 연오랑 세오녀의 꿈과 멋이 포항의 저력과 경쟁력이 되길 기대해본다.

2023-10-17

선거구 획정지연… 정치신인들 속탄다

내년 4·10 총선 준비를 위한 사무가 시작됐지만, 아직 선거구가 확정안돼 정치 신인들의 불만이 높다. 선거구획정위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 달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요지부동이라고 한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지명도가 높은 현역 의원이 유리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년 전인 지난 4월10일까지 선거구를 결정했어야 했다. 전국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조정이 필요한 선거구는 30곳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군위군이 지난 7월 1일 대구에 편입됐지만, 선거구 개편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군위·의성·청송·영덕 선거구에 속해있는 군위군은 지리상 대구 동구을과 북구을 지역구 중 한 곳으로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군위군과 접하는 지역구는 대구 동구을이지만, 팔공산이 가로막혀 있어 같은 생활권은 아니다. 과거부터 군위군의 생활권은 대구 북구다. 그러나 대구 북구와 군위군은 칠곡군 동명면이 사이에 있어 실체로는 인접지역이 아니다. 인구 2만3천200명인 군위군은 인구 20만1천여명인 동구을 보다는 25만여 명인 북구을과 선거구가 합쳐지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인구가 27만1천42명을 넘어서면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할 수 있는 기준 때문이다. 경북지역의 선거구 개편도 불가피하다. 현재 안동·예천 지역구의 경우, 안동시만으로도 선거구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예천군을 의성·청송·영덕 선거구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영주·영양·봉화·울진 선거구에서 울진을 군위가 빠진 자리에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선관위는 지난 13일 재외선거관리위 설치를 시작으로 이미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오는 12월 12일부터는 예비후보자등록 신청을 받는다. 이때까지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기존 선거구에 맞춰 등록 신청을 받아야 한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선거업무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신인들의 선거운동에 지장을 초래해 총선결과의 정당성도 약화시킨다. 국회 정개특위는 하루빨리 22대 총선 선거구를 확정해야 한다.

2023-10-17

부동산 침체 등 국감장 이슈된 대구경제

지난 16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와 대구지방국세청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첫 지방국감에서는 대구지역 경제 현안들이 집중 타깃이 됐다. 특히 아파트 미분양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 등 부동산발 지역경기 침체 등이 집중 거론돼 부동산 국감이란 평가까지 나왔다.지금 대구지역 부동산 경기는 전국 최악이다. 정상 거래가 막히고 가격 하락으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하다. 작년 12월 1만3천여 가구이던 대구지역 미분양 물량이 올들어 1만2천여 가구로 줄었지만 대구는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을 보유한 곳이다. 또 새로이 건립되는 아파트 물량도 현재 수 만가구에 이르러 적체 물량이 지역경제에 미칠 여파가 큰 걱정이다. 부동산 관련산업의 경기 침체는 두말할 것도 없다.이날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부동산 PF연체율이 2021년말 0.37%에서 올해 6월말 2.17%까지 급등했고, 증권사 부동산 PF 채무보증액도 과다하고 연체율도 17.28%까지 올라갔다”고 지적하며 “부동산 PF 대출이 지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또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새마을 금고 자산건전성 문제가 불거졌다”며 “PF 대출 위험성과 경제 파급력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대구에서 분양 보증사고가 발생하고 건설사가 도산하는 문제가 생기면 경북으로 확산한다”며 한국은행은 대구경제 상황을 집중 분석해 정책을 담당하는 대구시와 경북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국정감사는 정부나 지자체가 정책을 제대로 운용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대안을 준비하는 기능을 한다. 대구지역 경제 현안이 되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국감에서 집중 논의된 것은 지역경제를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계기로 지역 경제관련 기관들이 좀 더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이번 국감에서는 지역의 실물경제가 다른 지역보다 안좋다는 지적도 나온만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각 기관들의 분발 노력이 있어야 한다.

2023-10-17

의대정원 대폭확대, 여당 총선에 도움될까

심충택 논설위원 민주당의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정부가 의대 정원 확충을 진짜 실행한다면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다. 성과를 내길 바란다. 국민이 지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의 이 글은 과연 진심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정부·여당이 만약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총선 득표용’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誤算)이다.의대정원 확대는 우선 가장 민감한 이슈인 ‘사교육비 뇌관’을 건드리기 때문에 교육계에서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오래전부터 수험생은 물론, 대학 1~2년생,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의대 열풍’이 불어왔다. 최근에는 직장인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정원을 파격적으로 증원할 경우 교육계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의대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 18년간 어떤 정부도 의대정원 확대에 손대지 않았던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이미 사교육비 뇌관의 불씨인 수도권 입시학원들이 ‘의대 마케팅’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들로선 의대정원 확대가 ‘황금알을 낳는 신시장’으로 보일 것이다. 2024학년도 전국 39개 의대의 신입생 모집 인원은 총 3천16명(수시 1천872명, 정시 1천144명)이다. 만약 의대 정원이 2025학년도부터 1천명 늘어나면 현재 정원보다 모집 인원이 33%나 증가한다. 성적이 상위권인 초·중·고 학생들과 N수생(재수생 이상) 상당수는 입시학원의 새로운 수요자가 될 것이다.수험생들이 많은 영향을 받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킬러(초고난도) 문항 출제 배제로 수능부담이 줄었는데, 의대까지 증원되면 재수생이 더 몰릴 것’, ‘SKY 자연계열 학생들은 상당수가 반수에 도전할 것’ 등의 글이 올라온다. 커뮤니티 글처럼 대학 이공계열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대거 재수시장에 뛰어든다면 날벼락은 대학들이 맞는다. 서울대를 예로들면, 올해만 해도 신입생 중 휴학생이 418명이나 되는데 상당수가 의대진학이 목표라고 한다.교육전문가들은 “이미 확정된 2028년 대입개편(정시 40%)에다 의대 정원확대까지 더해지면 N수생 확대, 사교육비 부담 등의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교육계뿐만 아니라 과학·산업계도 우수인재들이 너도나도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면 연구인력을 어디서 구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충분히 이해된다.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작년기준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2.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수준이다. 그러나 의대정원 확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의사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필수의료 분야(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등)로 의사들을 유인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덜렁 의대정원만 늘릴 경우,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 같은 의료계의 고질적인 현안은 해결하지 못한 채, 인턴과정도 거치지 않은 피부·미용 개원의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23-10-17

막걸리 축제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에서 민족 전통술인 막걸리 축제가 열렸다고 하니 괜히 관심이 갔다. 국제와인박람회나 와인축제, 맥주축제 등은 자주 들어본 행사 이름이지만 우리민족 대표 술인 막걸리를 테마로 지역에서 축제가 열린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아 흥미가 갔다.지난 주말 대구 불로동 전통시장에서 열린 불로막걸리 문화축제는 비록 작지만 많은 이들이 즐기고 간 축제로 여운을 남겼다. 특히 우리 전통주로 어르신들이 주로 마시는 술로 인식됐던 막걸리가 이제는 세대 구분없이 젊은이들도 즐길 수 있는 대중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은 행사의 의미를 더해 주었다.막걸리는 “막걸러 냈다”하여 붙여진 이름. 맑은 술인 청주(淸酒)의 대칭되는 개념인 흐린 술인 탁주(濁酒)의 한 종류다. “막걸러 냈다”는 것은 방금 걸러내 신선하다는 뜻과 마구 걸러 거칠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막걸리는 두 가지 의미를 다 포함한다.고려시대 문헌에도 탁주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중국의 ‘고려도경’에는 “고려인들이 빛깔이 짙은 술을 마신다”는 기록이 있어 탁주의 역사는 문헌으로 보아도 오래됐다.막걸리의 장점은 다른 술에서 보기 힘든 영양분이 많다는 것이다. 식이섬유와 단백질, 미네랄 등이 함유돼 있어 과하지 않게 마시면 몸에도 좋다고 한다.또 빚는 과정에서 누룩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화에도 좋다. 서민과 애환을 함께해 온 전통주여서 그런지 탁주, 탁배기, 백주, 대포, 왕대포 등 다양한 별명도 갖고 있다.우리민족 고유의 전통과 정신이 녹아 있는 막걸리의 기술과 맛이 잘 전승되게끔 막걸리 축제가 발전을 거듭했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17

반타블랙, 찰나의 푸른빛

인도 예술가인 애니쉬 카푸어의 ‘BLACK’은 검은색 원형 조각품이다.카푸어는 반타블랙(VANTA Black)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반타블랙은 영국의 한 기업이 나노기술을 통해 개발한 새로운 색상 소재인데, 빛의 99.965퍼센트를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어둠’이라 할 만한 순도 높은 암흑으로 만들어진 카푸어의 작품은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기묘한 매력을 지녔다.작품 앞에 선 감상자는 분명 무언가를 보고 있지만 실제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블랙홀처럼, ‘BLACK’은 빛 뿐만 아니라 사람의 눈빛마저 모조리 흡수해버리는 절대적이면서 매혹적인 검은색이다.그런데 이 완벽에 가까운 검은색도 완벽은 아니어서, 다르게 파악될 0.035퍼센트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얼마 전 매일경제신문 문학담당기자이기도 한 김유태 시인과 술 마시는데, 그가 대뜸 서울국제갤러리 ‘애니쉬 카푸어展’에 다녀왔다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BLACK’을 내게 보여줬다.“이 완벽한 검은색이 옆에서는 묘하게 청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몇 걸음 떨어져서 보면 회색빛으로 보이기도 하더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친구의 흥분한 모습을 즐거워 하면서, 나는 스마트폰 속 카푸어의 ‘BLACK’과 김 시인이 입은 올블랙 셔츠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검은색은 오직 어둠일까?‘, ’검은색은 끝일까?’, ‘검은색은 죽음일까?’얼마 전 전남 구례 섬진강으로 쏘가리 낚시 갔다가 늦은 밤까지 강변에 있었다. 원래도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물가인데 그날따라 구름이 달을 가려 그야말로 칠흑이었다. 어둠 속에서 선명해지는 것은 물소리와 몸을 뒤채는 강의 살내음 뿐. 그런데 아주 잠깐 구름의 두께가 야위는 순간 강 전체가 은은한 푸른빛이 되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때 우연처럼, 쏘가리의 입질을 받았다. 그 찰나의 푸른빛이야말로 김유태 시인이 ‘애니쉬 카푸어展’에 전시된 ‘BLACK’에서 봤다던 어둠 속의 빛이 아닐까?세상에 완벽한 검은색은 없다. 2019년 MIT 연구진이 개발한 신물질은 빛 흡수율 99.995퍼센트로 반타블랙의 효율을 압도적 갱신했는데, 그 물질 역시 0.005퍼센트 빛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세상은 점점 더 짙은 어둠이 되어 가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선 수천의 사람들이 죽어 가지만, 학폭 피해자인 20대 여성이 스스로 삶을 버렸지만, 주윤발은 전 재산 9600억 원을 기부하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휘영 김상우 두 청년은 장기기증으로 각각 3명,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그렇기에 암흑 같은 절망의 심연 속에도 빛이 자라난다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검은색은 어둠이 아니다. 검은색은 끝이 아니다. 태초의 빛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광채가 검은색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검은빛인 어둠 위에 다른 빛이 입혀질 때 색(色)과 상(象)이 태어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그러므로 검은색은 심연의 입구이자 출구다. 빛은 검은색에 삼켜졌다가도, 다시 검은빛에서부터 무수한 빛이 파생되고, 압도적인 덧칠색이지만 검은색은 모든 색을 돋우는 바탕색이기도 하다.우리 사회의 약자, 소수자, 아브젝트적 존재들은 빛이 들지 않는 어둠 안에 있다. 때로 빛은 너무 환해 물상을 분산시키지만, 어둠은 상과 상, 그림자와 그림자를 밀착시킨다. 순백의 빛이 설맹(雪盲)을 만드는 데 비해 암흑처럼 보여도 어둠은 늘 암중모색(暗中摸索)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렇게 어둠과 어둠이 서로 끌어안을 때, 새벽처럼 푸르스름한 빛이 부화할 때, 그 빛이야말로 빛보다 빛나는 어둠일 것이다. 타자와 연대하는 것이, 사람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시대일지라도 우리는 불가능의 가능성을 믿으면서, 빛보다 빛나는 어둠을 온몸으로 밀면서 나아가야 하리라.지금 어둡다면 그 암흑은 곧 나타날 찬란한 빛의 암시일 것이다. 상투적인 문장이지만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던 말을 믿는다.일찍이 검은색에 관해 오래토록 탐구한 한 시인을 빌리자면 “검은빛은 죽음이 아니다, 비애가 아니다 검은빛은 환하다”(송재학, ‘주전’).

2023-10-17

쓰임에 맞게 사는 일

최근 장염을 오랜 기간 앓았다. 평범한 식사가 어려웠고 앉아 있기도 괴로울 정도로 속이 울렁거리고 두통이 심했다. 몸이 아프다보니 퇴근 후에는 바로 집에 가서 잠들기 바빴고, 주말엔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냈다.집은 이사 온지 세 달이 다 되어갔지만 아직도 어수선한 짐들이 마구 쌓여 있었다. 옷장 속 서랍 안, 컴퓨터 책상 아래, 신발장 구석 등 물건들이 규칙 없이 멋대로 굴러 다녔고, 특히 냉장고 안은 언제 사두었는지 각종 식재료들이 형체만 유지한 채 놓여 있었다. 장염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어수선한 집 안에 내내 있다보니, 불필요한 물건과 청소가 필요한 공간이 눈에 띄었다. 그 뒤론 조금씩 닦고 청소하며 쓸모없는 건 비우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런 나의 변화를 읽었는지 각종 청소법과 살림하는 법 영상을 추천해주기 시작했다.살림 고수들의 살림법은 대단했다. 깨끗하게 씻은 페트병을 반으로 갈라 계란 보관함으로 쓴다던가, 커피 트레이를 활용해 신발을 보기 좋게 보관한다거나 일회용 쓰레기봉지를 청소용품으로 재활용해서 화장실 벽을 닦는 등 재사용 할 수 있는 것들은 모아 한 번 더 쓸모 있게 쓰고 있었다. 수십 개의 영상을 보다보니 나 또한 재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것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고, 그렇게 아끼며 필요에 맞게 정리해 나가는 생활 습관은 궁상맞기 보단, 삶을 조금 더 공들여 가꾸어 나가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살림하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스스로 여러 규칙을 정하게 되었는데, 우선 외식을 자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루의 고단함을 자극적인 음식으로 해소하려 했으나 이젠 가능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꼭 살이 덜 찌고 건강한 음식만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직접 식재료를 손질하고 불에 구워 간단하게라도 먹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저녁 식사와 동시에 다음날 먹을 점심 도시락도 싸고 가능한 설거지도 바로바로 하려니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래도 건강한 음식과 깨끗한 주방, 필요한 양념과 그릇들을 언제나 여유롭게 꺼내 쓸 수 있다는 것에 안정감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또 채소와 과일은 집 근처 마트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른다. 예전엔 매번 먹고 싶은 음식을 때에 맞춰 반나절 만에 배송해주는 인터넷에서 주문을 했다면 이제는 일주일에 딱 한 번 금요일 퇴근길에 장을 본다. 기존 식재료는 모두 다 먹어치우고선 장을 보는 규칙을 세우고 필요한 재료는 미리 체크해서 필요한 것만 사서 집에 돌아온다.집으로 돌아와선 채소와 과일 손질을 한 후 야채 통에 넣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예전에는 귀찮아서 미루고 했던 청소나 정리정돈이 이젠 조금은 익숙해져 전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움직이곤 한다.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일정한 루틴을 통해 삶의 노하우는 생기고 노하우가 쌓일수록 점점 더 생활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나간다.늘 루틴대로 깨끗한 주방과 삶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다면 참 좋지만, 실은 몸이 아픈 날이나 피곤한 날에는 어쩔 수 없이 배달 어플을 켜며 스스로 항복하고 만다. 아직 완벽한 살림 고수가 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해 버리며 그날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을 시킨다. 배달 온 음식 양이 너무 많으면 우선 용기에 소분부터 하고선 딱 먹을 만큼의 일인분만 남기고선 먹는다. 오롯이 그릇에 담긴 일인분의 몫은 오늘의 집안일을 해내지 못했다는 부채감을 줄여준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대로 집이라는 공간은 변화하고, 그럴수록 집은 나의 취향과 성격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누군가 집이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필요 이상으로 화가 많이 나는 날에는 손이 닿지 않는 깊숙한 서랍 안의 먼지를 털고 닦으며 물건을 재정돈 한다.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닦아내고 나면 겉으로 드러나는 화가 줄고 불현듯 덧없게 느껴진다.청소는 짧게 해도 금방 허기를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분노 대신 부엌 앞에 서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끌어준 건강한 간식을 만들어 먹어야 한다. 이렇게 나의 삶은 조금 더 단순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꼭 필요한 쓰임에 맞게 물건과 감정을 활용하고 소비하며 쓰는 삶,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만족감을 느끼며 가을날을 보내고 있다.

2023-10-17

우리, 울지 말자

강길수 수필가 “우리, 울지 말자!….”편의점 앞 탁자 의자에 앉아 고개 숙여 우는 아가씨의 등을, 다른 아가씨가 쓰다듬으며 한 말이다. 스무 살 전후로 보이는 앳된 아가씨들이다.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 그녀들 곁을 지날 때였다. 거리가 멀어지는 데다, 벽돌 깔린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굉음으로 이어지는 대화는 못 들었다. 출근길, ‘상대로 젊음의 거리’에서의 일이다.‘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젊디젊은 아가씨가 초가을 아침을 울고 있을까.’ 걱정과 궁금함이 마음에 여울졌다. ‘젊음의 거리란 이름을 가졌지만, 음주, 가무, 유흥, 때론 싸움, 밤엔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으로 점철된 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뒤따랐다. 연전, 이곳에서 청년들이 싸우던 모습도 떠올랐다. 시나브로 가슴이 저려 왔다.젊은이들이 그 젊음을 만끽하고, 희망을 충전하며, 사랑과 위로를 주고받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젊음의 거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거리를 걸으며 출퇴근한 지난 8년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상대로 젊음의 거리’로 부르기 전 3년, 후 5년을 오갔다. 젊음의 거리 조성 이전, 조성 중, 조성 이후를 다 보며 다닌 것이다. 한데 웬일인지, 내 눈에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6년 전, 이곳을 ‘상대로 젊음의 거리’로 지정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젊은이가 모이지만, ‘정체성이 없는 음주 유흥거리로 형성된 이 거리를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거리로 만들기로’ 했단다. ‘가로환경개선 사업과 유해환경개선 사업,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그린웨이(Green Way) 프로젝트’와 ‘도시재창조 프로젝트’를 연계, 시민에게 ‘문화공간, 여가 공간을 제공하는 문화와 자연 그리고, 인간이 어우러진 복합체 도시로의 변모’를 꾀한다고도 했었다.참 좋은 소식이었다. 한데, 지금 현실은 어떤가. 간선도로에 벽돌을 깐 가로환경 개선과 전선 및 통신선 지중화 사업만 미흡하게 마친 게 전부다.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거리로 만들기’와 ‘문화공간, 여가 공간을 제공’하는 기획은 공염불이 되었다. 그린웨이, 도시재창조라 했지만 철길숲과의 연계성도 별로 없어 보여, 시 당국에서 제대로 고민한 것 같지 않다.아침마다 청소하는 분들이 없다면, 이곳은 호객용 찌라시와 담배꽁초, 각종 음주 쓰레기로 범벅이 된 거리가 되었을 터다. 청소원이 늦게 오거나, 비 오는 날 아침은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젊은이들의 독창과 개성의 문화거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무릇 모든 시스템은 투입과 산출의 구조이듯, 독창과 개성의 문화도 노력과 투자를 들이지 않으면 나올 수 없을 것이다.만일 이곳이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거리’라면, 젊은 아가씨가 밤잠도 제대로 못 잔 얼굴로 초가을 아침에 울고 있을까. 나라 장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노력과 투자는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지금이라도 시 당국은, 이곳이 젊은이들을 위한 진정한 ‘상대로 젊음의 거리’가 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예서 초가을 아침에 울고 있는 아가씨의 눈물을 닦아 주기 바란다.

2023-10-16

걷고 싶은 도시, 포항

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철길숲 산책로가 끝나는 유강리 정수장과 형산강을 잇는 상생숲길 인도교가 지난 10월 10일 준공되어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철길숲 산책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이로서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형산강 맞은편 연일 지역까지 도보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분들께도 희소식일 것이다.‘걷기 좋은 도시’를 넘어 ‘걷고 싶은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시민의 이동권 문제와 직결된다.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에는 기본적으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어서 이동할 권리를 ‘보행권’이라고 한다. 아직은 비교적 낯선 개념이지만, 앞으로 더 강력하게 지향해야 하는 권리이자 가치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보행권 차원에서 포항의 도시공간은 아직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보행 인프라가 갈 갖춰져서 도보로 이동하기 좋은 지역은 철길숲 근처와 형산강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인프라 정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또한 도보 이동은 자동차를 이용할 때와는 전혀 다른 도시경관을 감각하게 해 준다. 철길숲이나 형산강을 따라 오래 걸어 본 사람이라면 직관적으로 알 것이다. 보행로를 따라 걸으면 자동차의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과 완전히 다른 풍경과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다. 하늘, 나무, 풀, 유유히 흐르는 강물, 지나쳐가는 사람들, 산책 나온 반려견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까지. 보행자의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와 습도, 바람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누군가가 포항을 자동차로만 경험한다면, 포항을 반쪽밖에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도보 이동은 지구환경 보호의 차원에서도 권장된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물론이고, 최근 보급되기 시작한 전기차조차도 완전히 친환경적이지는 않다.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논외로 하더라도, 동력인 전기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보행 인프라를 잘 구축하여 멀지 않은 곳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친환경인 이유다. 마찬가지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교통수단인 자전거 도로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보행자와 자전거 탑승자가 모두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확실히 분리하는 편이 좋다. 마지막으로 도보 이동은 시민의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을 준다. 최근 맨발 걷기 붐이 뜨겁지만, 굳이 맨발이 아니더라도 걷기는 최고의 운동이다. 편안한 신발 한 켤레 외에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으며, 관절을 비롯한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운동에 따로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현대인으로서는 이동과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다. 스마트폰의 걷기 어플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매일매일의 걸음 수를 확인할 수 있으니 걷기에 재미를 붙이기 쉽다.가을은 걷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다. 운동을 위해서든, 출퇴근길이든, 볼일 보러 오가는 길이든 상관없다. 더 추워지기 전에 잘 맞는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 보자. 걷고 싶은 도시, 포항을 만나게 될 것이다.

2023-10-16

‘수요응답형교통(DRT)’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 지난 10월 4일 대구 혁신도시에 대구 최초의 ‘수요응답형교통(이하 ‘DRT’)’ 버스가 시범운행을 시작했다.시범운행 사업구역은 대구혁신도시 일부인 의료RD지구에 국한되어 있으며, 의료RD지구내 15개 정류소와 도시철도 1호선 율하역과 2호선 연호역을 대상으로 운행한다.이번 시범사업은 내년 6월 말까지 9개월간 시행되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대구혁신도시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DRT’는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운행 노선과 스케줄링을 수요자에 맞추어 운행하여 효율적 운행이 가능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중교통의 공백과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년 4월 11일 확정 발표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제시하였는데, 10대 감축분야 중 수송분야가 전환과 산업분야 다음으로 감축량이 많다. 수송분야의 많은 감축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전환과 함께 ‘DRT’ 확대를 포함한 대중교통활성화를 핵심 대책으로 포함했다.해외 여러 국가에서 ‘DRT’를 성공적으로 도입하여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의 ‘Kutsuplus’ 서비스는 수요에 따라 미니버스를 운영하며, 승객은 앱을 통해 라이드를 예약하고 탑승지와 하차지를 선택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의 ‘Via’는 아를링턴 지역에서 ‘DRT’ 서비스를 제공하며, 승객은 앱을 통해 셔틀을 요청하고 공유되는 차량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호주 시드니 ‘Bridj’는 지역 주민들에게 피크 시간대에 ‘DRT’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여 전통적인 대중교통 노선과 연결된다.최근 한국에서도 ‘DRT’ 도입이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세종시는 ‘DRT’ 버스 ‘셔클’을 2021년 4월부터 시범 운영중인데, 운영 초기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4천250건 중 무려 97.6%가 긍정적 평가를 했다. 일부 부정적 평가에서는 경로 불만 또는 승하차 장소 불만 등 이동지연 이슈가 대부분이었다. ‘셔클’ 이용자 400명을 대상으로 상세 조사한 결과 ‘셔클’ 이용전에는 버스(42.3%), 자차(26%), 도보(14.9%) 순이었으나 ‘셔클’ 이용후에는 셔클(56.2%), 자차(13.2%), 버스(12.8%) 순으로 버스 이용객 상당 부분이 ‘셔클’ 이용객으로 전환되었다.지난 7월 26일(수) 개최된 ‘제1차 대구광역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중간보고회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은 연간 약 616만t인데, 이중에서 수송분야는 약 388만t으로 무려 63%를 차지한다.반면 대구시 자동차 등록 대수는 계속 증가하여 대중교통(버스와 철도) 수송분담률은 2021년 현재 25% 내외로 2019년 30% 수준에서 오히려 감소 추세다.이제 ‘DRT’ 도입으로 대구경북지역 대중교통의 빈틈을 메우는 동시에 미래 지속 가능한 교통시스템 도입으로 ‘2050탄소중립’에 대비해야 한다.

2023-10-16

자녀 2명두면 다자녀 가정?

홍석봉 대구지사장 저출생 현상이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가족계획사업은 1962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표어가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였다. 1965년 합계출산율 5.4명이었다.1970년대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표어가 바뀌었다. 이 무렵 두자녀 갖기 운동이 벌어졌다, 1974년 합계출산율 3.6명이었다.1980년대 한 자녀 갖기 운동이 펼쳐졌다. 표어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합계출산율 1.6명(1988년)이었다.2000년대 저출생, 고령화기로 접어들었다. 적정 인구 유지조차 어려워졌다. 지난해엔 역대 최저인 0.78(대구 0.76)명이 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인구 늘리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젠 다자녀 가정에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출산을 유도하고 있다. 통상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을 의미하는 ‘다자녀 가정’을 2명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저출생 현상 심화에 따른 고육책이다. 다자녀 가정엔 출산 및 의료비·주거·양육 및 교육 지원, 공공요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대구도 자녀를 2명 이상 두면 ‘다자녀 가정’이 된다. 최근 조례를 개정, 오는 20일 대구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다자녀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대구시도 기준 완화를 검토했지만 재정 부담으로 주저해왔다. 하지만 이제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도 할 것은 해야 한다. 부채 제로를 선언한 대구시는 마른 수건도 다시 짜야 할 상황이다. 효율적인 재정운용이 절실하다. 곧 1명의 자녀만 두어도 다자녀 가정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날이 닥칠 지도 모른다. 걱정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16

여당, ‘혁신적인 쇄신’으로 위기를 돌파하라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지 4일만인 지난 15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기현 대표체제를 신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여당에 당장 비대위를 꾸리기보다 김 대표를 주축으로 한 ‘차분한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전날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자의 반 타의 반 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직후에 열린 의총이어서 당 대표 거취가 주목을 받았었다. 김 대표는 총선체제 전환을 위해 어제(16일) 신임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를 서둘러 임명했다. 4·10 총선 공천의 실무 작업을 총괄할 사무총장에는 재선의 이만희(영천·청도) 의원을, 총선공약을 책임질 정책위의장에는 3선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을 임명했다. 이 총장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수행단장을 지냈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비윤계로 분류된다. 이외에 지명직 최고위원과 조직부총장, 여의도연구원장, 대변인 등 주요 당직은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을 전진배치했다.국민의힘은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실감했을 것이다. 한국갤럽이 보선 직후인 지난 12~13일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38.1%)이 국민의힘(33.9%)을 역전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여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이 51.8%에서 42.4%로 하락했다. 이번 선거가 ‘고작 구청장 한 사람 뽑는 작은 선거’가 아니라,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민심의 무서움을 여실히 증명한 선거였던 것이다.김기현 대표는 “내년 총선승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만큼, 하루빨리 혁신적인 당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총선을 책임질 주체는 당 대표인 만큼 대통령실만 쳐다보는 무기력한 태도는 버려야 한다. 유권자들이 깜짝 놀랄만한 공천 혁신과 정책개발을 해 내야 한다. 과거처럼 친윤 중심의 공천으로 당이 내분에 휩싸이면 내년 총선도 참패한다.

2023-10-16

등산객 몰리는 단풍철…산불 예방에 만전을

본격적인 단풍철 시작으로 산을 찾는 등산객이 증가하고 있다. 이달 하순을 기점으로 전국의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 등산객도 크게 증가해 등산객 실화로 인한 산불 발생 우려도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여간(2018∼2023년 9월) 산불 발생 현황에 따르면 경북은 산불로 인한 피해가 전국에서 가장 크다. 최근 5년여간 산불 발생 건수는 경기도가 778건으로 가장 많고, 경북은 565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피해액 규모는 5년간 전국 총 피해액 2조1천421억 가운데 경북이 절반을 넘는 1조1천616억원을 차지했다.경북지역이 전국에서 산불 발생은 물론 이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한 것은 산림여건 등 환경적 요인도 있으나 산불 예방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경북은 겨울철에 접어들면 해마다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 울진·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림 2만여ha를 불태우고 213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1986년 산림청의 산불통계 작성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로 기록됐다.가을철은 일교차가 커 건조하기도 하고 바람이 쉽게 형성돼 작은 불씨에도 불이 크게 번져 대형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맘때면 국·도립공원과 지자체 등은 산불조심 기간을 별도 정해 운영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11월초부터 12월 15일까지 한달여간 산불조심 기간으로 정해 일부지역 입산을 통제했다.산림청 10년간 통계에 따르면 가을철 산불은 단풍을 즐기기 위해 산을 찾는 등산객 실화와 인근 주민의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등이 주된 원인으로 드러났다.매년 반복되는 산불은 주로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산림당국의 예방 활동과 등산객 및 주민의 관심으로 산불 발생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산불로 인한 막대한 재산손실 등 각종 폐해를 잘 인식시키고 주민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여의도 면적의 130배에 달하는 산림이 산불로 황폐화됐다는 사실을 모두가 상기해야 한다.

202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