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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적자 늪에 빠진 경북 유일 포항경주공항

포항경주공항은 경북도내 유일의 민간공항이다. 1970년 3월 서울~포항간 노선이 취항한 이래 50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역의 민간공항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 KTX 노선 등이 들어서면서 승객 유지가 힘들어 노선의 폐쇄와 개설이 반복되는 진통도 겪었지만 도시 위상과 지역산업 활성화 등을 생각한다면 지역의 민간공항으로 계속 유지돼야 할 명분도 있다.지난 2018년에는 포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포항이 설립되기도 했지만 이도 승객 감소로 오래 버티지 못했다. 2020년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가 포항~김포, 포항~제주간 하늘 길을 연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경북 동해안 100만 도민의 하늘 길을 지키기 위해 경북도와 포항시가 포항경주공항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노력만큼의 결과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는 관광도시 경주와 협약을 맺고 공항 명칭을 두 지역을 아우르는 포항경주공항으로 바꾸어 새롭게 도약을 시도했으나 공항이 활성화되기에는 아직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포항경주공항은 2022년 6월 기준 최근 5년간 621억8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활주로 활용률도 1.2%로 국내 14개 공항 중 11위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 지난해 이용객 수는 전년보다 증가한 것은 희망적인 부분이다.포항경주공항은 도시의 브랜드 제고와 기업의 지역 유치, 지역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경북도와 포항시, 경주시 등이 이런 이유로 운항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에만 16억5천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했고 올해도 연말까지 20억원가량 지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공항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그것이 밑빠진 독에 물 붓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매년 지원액이 늘면서 공항 활성화는 지지부진하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멀잖아 글로벌 항공시대가 전개된다. 민간공항으로서 위상을 유지하는 묘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2023-09-26

안동댐, 녹조에 이어 이번엔 수위 높아져 비상

최근 집중호우로 안동댐이 1976년 댐 축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저수율(88.3%)을 기록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비상이 걸렸다. 댐이 만수위까지 차오르면 댐 주변 주민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가뭄에 대비해 물을 가두어 두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도껏 해야지 너무 심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4일 수위는 해발 158.22m로 예년 평균 150m보다 8m 이상 높다. 댐 건설 이후 가장 높았던 수위는 2002년 태풍 루사 때다. 당시 해발 159.91m까지 물이 차오르자 수자원공사 측은 수문을 개방해 사태를 수습했다. 수자원공사 측은 “상류에서 워낙 많은 물이 댐으로 유입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고 했지만, 이미 댐 주변 주민들은 각종 피해를 보고 있다. 안동시 와룡면 등 안동댐 수변 지역 해발 159m 지점에는 농가들이 산재해 있어, 댐이 만수위까지 차오르면 위험해질 수 있다. 현재 수위보다 1m만 더 차올라도 농가가 침수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불어난 물에 창고가 침수 피해를 본 곳도 있다. 특히 댐 수위가 높아져 산림지역까지 물이 들어가면 각종 부유물과 인·질산 등 영양염류가 그대로 호수 안에 유입돼 녹조현상의 원인이 된다. 주민들은 “산 중턱까지 물이 차올라 댐 골짜기마다 각종 부유물이 가득하고 악취도 풍긴다”라고 했다.안동댐의 경우, 지난달 발생한 된더위 때는 댐 상류 수계 전체(52k㎡)에 녹조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수질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8월 21일 예안교 일대에서 측정된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조류경보 ‘경계’ 수준인 ㎖당 8만1천여 개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처럼 인근 축산분뇨나 고사목, 생활쓰레기가 계속 유입되면 수질 오염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안동댐 물은 대구·부산 등 낙동강 유역 1천300만 영남지역 주민들의 식수 공급원이다. 정부차원에서 댐 오염 방지에 대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

2023-09-25

농촌 바꾸는 ‘스마트농업’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북도의 스마트농업이 일취월장이다. 스마트농업은 어느덧 대세가 됐다. 원격으로 농장의 온·습도를 조절하고 영양제 및 농약 살포까지 가능한 시대다. 하지만 스마트팜 조성 사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제한이 있다. 기술도 필요하지만 시설 투자를 할 수 있는 돈이 없으면 어렵다. 이에 경북도가 나섰다. 경북도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스마트팜에 농업인들이 적정 임대료로 경영할 수 있는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키로 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거점으로 권역별로 확대하기로 했다.시설하우스에 한정됐던 스마트팜은 노지로까지 확대된다. 경북도는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 사업을 위해 의성 사곡면에 95ha 면적을 확보, 3년간 245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 관수, 자율주행 트랙터와 연계한 스마트 농기계 등을 지원키로 했다. 스마트 팜 영농의 노지 확대는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 일손을 크게 덜 수 있다. 기업도 참여, 스마트 팜 용도로 개발한 트랙터, 콤바인 등 각종 농기계를 시험할 수 있고 기술 개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첨단 농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 축산 분야까지 확대된다. 경북도는 센서와 로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저장, 선별, 포장하는 스마트농산물산지유통센터 5곳을 만들기로 했다. 축산 분야도 원격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산시키기로 했다.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시달리는 농촌이 첨단기술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관행 농업에서 탈피,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정 등 요인까지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스마트농업은 농·어업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AI의 참여가 눈앞에 다가왔다. 농업의 진화는 계속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9-25

대구 맑은물 하이웨이, 완벽준비가 성공 열쇠

대구시가 추진하는 안동댐을 취수원으로 활용하는 맑은물 하이웨이 프로젝트가 본격화된다.대구시는 지난 24일 지난해 11월 안동시와 안동댐 맑은물 공급과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용역 발주한 안동댐을 상수원으로 하는 맑은물 하이웨이 추진방안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듬에 따라 검토안 결과를 두고 안동시와 사전 협의에 들어가는 한편 대구시 검토안을 환경부에 건의키로 했다고 밝혔다.대구시 검토안 중 가장 유력한 방안은 안동댐 직하류와 대구 문산·매곡정수장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안이다. 약 110km 구간을 연결해 하루 63만5천t의 원수를 공급받는다는 것이다. 건설사업비는 약 9천7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대구시는 몇가지 도수관로 연결 안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이 안이 경제성 측면에서 최적 안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깨끗하고 맑은 물을 공급받는 것은 대구시민의 오랜 숙원이다. 1991년 낙동강 페놀유출사고와 2018년 과불화화합물 수질사고까지 대구시민은 9차례의 오염수 사고로 곤혹을 치렀다. 수돗물의 67%를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대구시 상수도의 구조적 문제다. 이의 해결을 위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낙동강 상류인 안동댐 물을 활용하는 안을 내고 작년 안동시와 상생협약을 맺었다.대구시 검토안은 안동시의 협조와 정부 정책에까지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안동시와 상생협약을 맺었음에도 안동시의회가 추진 방식에 이견을 보여 관련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문제 해결의 첫 관문인 안동시부터 잘 설득할 수 있는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알다시피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문제는 중앙정부가 관여하고, 구미시에 대한 끈질긴 설득 노력에도 성사를 이뤄내지 못했다. 낙동강 수계에 얽힌 지자체간 이해관계로 해법찾기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듯 안동에 우호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야 한다. 또 정부의 계획에 반영돼야 정부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어 완벽한 준비는 필수다. 이제는 더 이상의 실패가 없어야 한다.

2023-09-25

권력과 언론의 거리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권력과 언론의 관계는 불편한 것이 정상이다. 언론의 사명은 권력을 감시·비판·견제하는 것이고, 권력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달성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과 언론의 이념적 성향이 다를 경우(진보정권과 보수언론, 보수정권과 진보언론)에는 양자의 갈등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다.권력과 언론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는 거리(不可近不可遠)’에 있어야 한다. 양자가 너무 가까이 밀착되면 진실에 대한 은폐·조작·왜곡이 일어나고, 너무 멀어져 적이 되면 권력은 언론을, 언론은 권력을 죽이려고 한다.때문에 권력과 언론은 ‘비판적 동반자’로서 적정거리를 두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럼에도 권력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하여 언론을 장악하려고 한다. 권력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언론의 힘을 제어함으로써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노골적으로 자행되었던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통폐합, 언론인에 대한 감시와 해직 등이 민주화 이후에는 보다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비판언론들을 악마화하면서 ‘언론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문재인 정권의 언론장악을 거세게 비판했던 윤석열 정권의 언론정책 역시 도긴개긴이다.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하면서 “언론의 제언과 쓴 소리를 잘 경청하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출근길 약식회견은 6개월 만에 중단되었고, ‘비속어 발언’을 처음 보도한 MBC는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됐으며, KBS사장과 이사장,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하는 등 공정언론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비판언론 옥죄기가 계속되고 있다. 소통을 약속한 대통령이 불통의 길을 가고 있으니 우려가 크다.한편 언론의 행태도 문제다.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된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들이 언론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정·관계로 진출하여 권력의 관점에 서면 언론은 정치화된다. 바로 이것이 ‘언론과 권력의 이익 카르텔’이다. 권력 감시견(watch dog)인 언론이 경비견(guard dog) 또는 애완견(lap dog)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정치논리가 저널리즘 원칙을 지배하면 언론의 공정성은 무너진다.대통령을 향해 낯 뜨거운 ‘윤비어천가’를 부르는 언론이 있는가 하면, ‘독재자의 전형’이라고 조롱하는 언론도 있다. 언론은 진영을 넘어서 양면을 함께 볼 수 있는 ‘뫼비우스의 띠(M00F6bius strip)’가 되어야 한다.권력과 언론은 가야 할 길이 다르다. 언론의 역할을 권력이 대신할 수 없듯이 정치인의 책무를 언론인이 대신할 수 없다. 언론이 권력과 가까워지면 권력의 시녀가 되고 멀어지면 권력을 감시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권력도 언론의 감시를 받지 않으면 ‘리바이어던(Leviathan·괴물)’이 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언론이 범하는 오류보다 더 위험하다.권력은 언론의 입을 잠시 막을 수는 있지만 영원히 죽일 수는 없다.

2023-09-25

이제는 사라진, 책 읽는 사람들을 위하여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표지. 얼마 전 스웨덴 교육 당국은 태블릿으로 대표되던 디지털 교육 방식을 버리고, 다시 교실에 종이책과 연필을 비치하고 독서와 필기 연습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교육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지금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문자나 이미지적 정보 어떤 것이나 디지털로 옮겨질 수 있는 시대지만, 아이가 앞으로 배워갈 세상이 모두 디지털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반가운 의미를 지닌 결정이라고 생각한다.인간이 영위해온 모든 세계의 기반이 디지털 네트워크로 옮겨지면서, 종이 위에 연필로 사각거리던 감촉이나, 우둘투둘한 캔버스 위에 채 다 발리지 않고 뭉쳐 있는 물감의 질감, 필름카메라의 철컥거리는 셔터의 소리 같은 한 없이 아날로그적인 감각까지도 흉내내어 디지털의 양적 해상도 속에 포착해내고자 하는 과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서걱거림이나 이질감, 기계장치의 맞물림 같은 감각을 디지털로 접한 세대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이제 인간의 문화는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여전히 책 속의 글자를 읽고, 이해하고, 글을 쓰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문득, 점점 손에 든 책의 무게가 해마다 더 무겁게 느껴질 때, 강단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 너머로 교수를 바라보는 학생들과의 사이의 공기가 조금씩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 이제 대학에, 그리고 우리의 모든 사회에 실제로 다가오고 있는 책의 시대의 변화를 절감한다. 이제 책을 벗어난 인간의 문화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그런 의미에서 2019년에 번역된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전병근 옮김, 교보문고)은 이제 사라져가고 있는 종이책의 의미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책이다. 전작 ‘프루스트와 오징어’(한국어 번역서명 ‘책 읽는 뇌’, 이희수 역, 살림, 2009)에서 인간은 결코 책을 읽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는 도발적인 발언을 통해, 그는 인간이 책을 매개로 뇌를 재배열하면서 후천적으로 읽는 뇌로 발전시켜 인류의 지적 발달을 이끌었다며 책 읽는 뇌와 창조성에 대해 논했던 바 있었다. 10년 만에 낸 이 ‘다시, 책으로’에서 매리언 울프는 여전히 읽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독자들을 향한 9개의 편지를 통해 급속히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디지털화되는 교육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집’을 떠난 독자들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손짓하고 있다.사실, 많은 미디어 학자들은 인간이 불편하디 불편한 문자와 글쓰기, 책을 벗어나 이제 새로운 전자 시대 디지털로 전환된 새로운 구술성의 시대로 옮겨갈 것이라 예측한다. 인간이 인간의 감각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모해간다면 당연하게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보의 습득 과정에 배치되는 비가역적이고 선형적인 고정된 정보 묶음으로서의 책보다, 비록 디지털로 매개되는 것이라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울 것임은 틀림 없는 사실일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책이라는 불편한 미디어에 무언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매리언 울프의 말대로 그 불편하디 불편한 책에 적응해나가며 인간이 키워온 상상력이나 공감 등의 감정적 기반들이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가 지나면 새로운 ‘인간’들이, 새로운 주체로서 사회를 채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공원 벤치에서, 카페 한 구석에서, 빈 강의실의 한 켠에서 책을 읽으며 고민하는 모습이 사라지는 것은 어쩐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3-09-25

우리 땅, 독도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 떨어져 있는 곳에는 ‘외로운 섬 하나’가 있다. 동해상 날씨가 좋아 배를 띄워도 가는 동안에 하늘이 변덕을 부려 운이 따라야지만 발을 디딜 수 있다는 섬. 평소에는 해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어떨 때는 울릉도 해안에서 육안으로도 보인다는 섬. 사진으로, 방송으로 많이 보아 잘 아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정말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섬. 삼봉도·우산도·가지도·석도 등으로 불리다가 울릉도 방언 돌섬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어 지금은 독도라고 불리는 섬이 동해안에 있다.‘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와는 달리 독도는 ‘외로운 섬 하나’가 아닌 동도와 서도 그리고 그 주변으로 89개나 되는 바위섬이 한 무리를 이루는 해저화산이다. 신생대 네오기 플라이오세에 해저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커다란 해산이 생겼다. 그 해산 위에 아주 작게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독도다. 높이가 2천m 이상, 지름이 30㎞나 되는 거대한 해저화산이지만 바다 위에 드러난 독도는 동도가 99.4m, 서도가 174m로 매우 작다. 이마저도 오랫동안 파도와 바람에 침식되면서 지금도 아주 조금씩 깎여 나간다.바람과 파도에 의한 풍화와 침식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지형을 만들어낸다. 독도에는 4곳의 아름다운 지질명소가 등록되어 있는데, 독립문 바위·삼형제 굴바위·천장굴·숫돌 바위가 그곳이다.독립문 바위는 청나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세운 독립문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식동굴이 계속 깎여서 기다란 아치형 다리를 바다 위에 만들었다. 응회암과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다.삼형제 굴바위는 세 방향에서 시작된 해식동굴이 한 점에서 만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파도 침식으로 인해 육지에서 분리된 시스택 지형으로 높은 파랑이 자주 덮쳐 바위 전체의 염분 비율이 높다. 당연히 식생은 자라지 못한다. 동도와 서도와 함께 삼봉도로 불리기도 하며, 높이는 44m이다.천장굴은 동도의 중앙에 우물처럼 움푹 파인 지형으로 노래 가사 ‘우물 하나 분화구’에 해당되는 곳이다. 처음에는 화산분화구로 인식되었으나 풍화와 침식으로 함몰된 지형으로 밝혀졌다. 독도에서 가장 유명한 사철나무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숫돌바위는 침식에 약한 응회암질이 사라지고 단단한 조면암질 암맥부만 남아있는 지형으로 바위의 암질이 숫돌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동도에서 생활하던 독도 의용수비대원들이 이 바위에 칼을 갈았다고 전해진다. 수평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계단과 같은 모양이 촘촘하게 드러나며 높이는 12.6m다.아쉽게도 국제해양법상 독도는 섬이 아니라 암초로 분류된다고 한다.섬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을을 형성할 정도로 경제 활동이 가능하며,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형을 뜻한다. 독도는 섬 자체 면적은 좁지 않으나 지형이 매우 가파르며, 평지가 거의 없고, 식수가 부족하여 사람이 살기에 원만한 환경은 아니다. 비와 눈이 자주 내려 연중 강수량은 고른 편이지만 습도가 높고, 안개도 자주 발생한다. 1982년 노래 가사에 적혀있듯이 ‘평균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으로 알려졌으나 기후 변화로 인해 2012년에는 ‘평균기온 십삼도 강수량은 천팔백’으로 가사가 바뀌었다. 아무튼 내륙에 비해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한 해양성 기후에 속한다. 대략 거주민은 3천명 정도 등록되어 있지만 실 거주자는 약 60명이고, 그중 주민은 14명(2019년 기준)이며, 실질적인 인원은 독도를 관리하고 수비하는 인력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독자적인 경제 순환이 어려운 곳으로 볼 수 있기에 섬이라고 알고 있는 우리의 인식과 달리 암초라고도 볼 수 있겠다.독도는 어로 활동이 금지된 지역인만큼 독자적인 식생이 풍부하다.대체로 비바람에 강하고 얕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들이 자생하는데, 해국·개밀·큰이삭풀·갯제비쑥·보리밥나무·사철나무·섬괴불나무·왕호장근·가는갯는쟁이·참소리쟁이 등이 있다.독도는 새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괭이갈매기·바다제비·슴새·알락할미새·섬참새 등 139종에 달하는 새들이 관측된다.예전에는 강치의 주 서식지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강치를 잡아 가죽(가방이나 모자)과 기름(항공유), 내장(의약품)을 활용했다고 한다. 일본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절멸했는데, 현재 일본에서 동화책과 인형으로 제작되어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쓰이고 있다. 일본의 강치 활용은 황당하긴 하지만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기도 하다.독도에는 아름다운 지형과 독자적인 동식물이 있으며, 이를 지켜왔던 역사와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에 외롭지 않은 이 섬은 영유권 분쟁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독도는 우리 땅’이나 ‘제시카송(영화 ‘기생충’)’, 라이카코리아의 운동화, 독도마켓의 상품들처럼 마음에 와닿는 문화는 우리 땅 독도를 알리고 지킬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2023-09-25

구미, 대구는 경제공동체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SK실트론, LG이노텍 구미에 조단위 대규모 투자’, ‘반도체 특화단지 구미 지정’, ‘방산혁신클러스터 구미 유치’이러한 구미산단의 경사가 있으면 누가 가장 좋아 할까. 그 수혜자는 누구일까. 구미시민인가. 구미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인가. 단언컨대 대구의 위성도시인 구미에 기업 신증설 투자가 일어나 고용이 늘어나고 GRDP가 증가하면 그 수혜는 구미도 구미지만 대구도 못지 않다고 본다. 유동인구 60만을 상회하는 구미에 직장을 두고 대구에서 출·퇴근 하는 인원만 수만여 명에다 구미에서 창출한 소득을 기반으로 대구에서 소비를 주도하는 사실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우리 회사 직원 30%도 대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고, 구미산단의 기업 대표자나 임원, 근로자까지 대구 수성구나 북구, 달서구, 성서 등에서 출·퇴근 하고 있으며, 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그 뿐인가 구미기업에서 필요한 자재와 공구의 상당량은 대구에서 올라오고 있으며, 하다못해 ‘선산5일장’의 상인들도 대구에서 많이 온다. 필자는 어제도 대구 수성구에서 저녁을 먹고 왔으며, 대구는 제2의 고향이자 대구와 구미를 떼어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기업은 어떤가? 구미에 본사를 두고 대구에 공장을 두는 기업, 반대로 대구에 본사를 두고 구미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도 허다하다. 요컨대 구미와 대구는 하나, 경제공동체라는 뜻이다.순망치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평소에는 다툴 때도 있지만 돌아서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부부 사이라고도 할 만큼.구미는 대구가 없으면 지금과 같이 성장 할 수 있을까? 수만여 명의 근로자가 대구에 주거지를 두고 있는데 구미 혼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대구는 구미가 없으면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일자리와 소득창출의 기반인 구미가 없다면 대구는 실업자가 급증할 것이다.큰 그림을 봐야한다. 우리 동네에서 공부 좀 잘한다고 으스대서는 안 된다. 수도권과의 경쟁, 더 넓게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좁은 시야에서 물문제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하며, 대구에 물을 주고, 양 지역 상생을 위해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다.구미는 알다시피 삼성, LG, SK, 한화, 도레이, 코오롱, 효성, LIG넥스원 등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로 이미 이들 대기업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어 신증설 투자가 용이하며, 실제로 최근 조단위 투자까지 일어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기업이 모여 있지 않은 지역에 임의로 대기업 공장을 지으려 한다면 다른 지역에서 반대할 것이며, 기업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다.다시 말해 구미가 잘되는 것이 대구가 잘되는 것이며, 구미를 키워야 대구경북이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고 본다.이러한 맥락에서 대구에서도 구미산단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같이 고민해주어야 한다.KTX, 백화점 등 어떤 인프라가 구미에 더 갖추어지면 구미기업 일자리가 늘어나 결국 대구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또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라는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이 파도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탈수 있을지 도로망, 철도망 확충과 시너지 극대화에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신공항을 거점으로 구미의 정주여건이 개선되고 물류경쟁력까지 키울 수 있다면 인구 증가는 물론, 기업 경쟁력이 한층 높아져 구미는 아주 매력적인 산단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본다.구미와 대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에 있음은 분명하다. 기업으로 따지면 생산기지와 RD부서랄까. 연구개발 없이 생산할 수 없고, 연구개발을 아무리 잘한 듯 생산기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감사하고 기쁘게 여기며 긴밀한 협력을 강화할 때 비로소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고 일자리가 넘치는 지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2023-09-25

줄세우기 정치의 한계

김진국 고문 더불어민주당이 쪼개지기 직전이다. 국회 의석 분포를 보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구도다.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민주당이 168명(56.4%). 무소속 9명 가운데 7명도 사실상 민주당이다. 그러니 통과된 뒤 서로 ‘네 탓’으로 폭발 직전이다.이재명 대표는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사퇴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라고도 했다. 친명(친이재명)계가 말해온 대로 옥중 공천까지 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더 개혁적…’이란 자신을 더 잘 따르는 후보들을 공천하겠다는 의지다.의원총회가 난장판이 됐다.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도 쫓아냈다. 이참에 친명계가 독주하겠다는 계산이다. ‘배신자’를 색출한다고 열을 올린다. 의원들 모두 실명으로 이 대표 영장 기각 탄원서를 내라고 한다. 국회에서 가결해놓고, 그 소속인 의원들에게 반대 탄원서를 내라니 이런 희극이 없다. 공산 전체주의에서나 보던 인민재판식 양심 고문이다. 위태위태하다.‘개딸’(개혁의 딸을 줄인 말로 극렬 이재명 지지자들)들이 부결 투표를 공언하지 않은 의원, 부결 여부를 묻는 문자에 답하지 않은 의원,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참여한 의원들을 ‘배신자’라고 공격한다. 그러자 어기구 의원은 부결 투표 인증사진을 공개했다. 비밀투표에 어긋나는 어이없는 행동이다. 고민정 의원도 웃는 사진으로 공격받자 부결 표를 던졌다고 해명했다. 의정활동이 인민재판을 받고 있다.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아온 건 이재명 대표다. 자신의 짐을 민주당에 떠안기고,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특히 이 대표의 신뢰가 무너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그는 지난 6월 19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표결 하루 전 불체포특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당당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던 약속을 석 달 만에 뒤집었다.검찰이 체포한다고 끝이 아니다. 법원에서 구속적부심을 거쳐야 한다. 최종적인 유무죄는 법원에서 가린다. 그런데도 부결을 호소한 데서 이 대표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법원도 검찰과 판단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겁을 먹은 행동이다.이날 부결 호소로 ‘방탄 국회’, ‘방탄 단식’이 아니라는 그의 말도 신뢰를 잃었다. 결백하다는 그의 주장을 믿던 사람들마저 흔들린다. 국회 표결이 필요없는 비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하라고 요구해온 그의 의도를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그동안 그의 혐의와 관련한 모든 언행에 부정적인 색칠을 해버렸다.신뢰는 한꺼번에 무너진다. 회기, 비회기라는 잔수, 단식을 해가며까지 구속을 피하려는 안간힘…, 큰 정치 지도자의 의연함보다 잡초 같은 생존력만 보여줬다. 이 대표는 단식을 시작하며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한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식의 이유로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파괴와 민주주의 훼손, 일본 핵 오염수 방류, 국정 쇄신과 개각 등을 꼽았다. 그렇지만 체포동의안 통과 뒤 그런 요구는 모두 잊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마저 방탄의 핑계로 희화화했다.반란표가 나온 더 큰 원인은 공천 협박이다. 원외 친명 인사인 강위원 더민주 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은 투표 이틀 전 “이번에 가결 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의 말이 아니라도 친명계의 독주를 통해 이런 압박은 계속돼왔다. 이날협박 발언이 내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내년 총선 공천이 친명계 일색으로 갈 것이라고 확신하게 했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집권당의 분열로 가능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도 결국은 민주당의 분열이 만들어냈다. 그런데도 여야 모두 강경 노선으로만 달린다. 장악력을 높이려고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선거의 승패는 몇십표, 심지어 한두 표로 갈린다. 선거 때마다 후회하면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9-24

가뭄에 단비

김규종 경북대 교수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흉흉한 소식 때문에 신문이고 라디오고 간에 새 소식을 보고 듣고 싶은 마음이 전연 들지 않는다. 누구를 찌르고, 죽이고, 도주하고, 자살하고, 사기 치고, 음해하고 등등 각종 사건 사고가 날마다 차고 넘친다. 참 흉악하고 무도한 세상이다. 6·25 한국동란이 끝난 지 어언 70년이니까 두 세대 이전에 전쟁으로 인한 살육(殺戮)이 멈춘 지 오래다. 그런데 흉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유는 무엇일까?!거의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배고프고 헐벗었던 1960∼70년대에도 흉악범죄와 자살 혹은‘묻지마 범죄’는 드물었다. 그런데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자 국민소득 3만 달러 넘는다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온갖 흉사(凶事)는 상상을 초월한다.일부 전문가들은 고도의 압축성장과 경제지상주의,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을 그 원인으로 제시한다. 그럴듯하다. 하지만 뭔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고, 여기저기 쑤시는 정신의 통증을 제어하기 어렵다.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반기(半期) 기준으로 두 번째 많은 흑자(黑字)를 냈다는 것이다. 9월 22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수출 120억1천만 달러, 수입 116억9천만 달러로 3억2천만 달러 흑자를 냈다고 한다. 이번 흑자 규모는 2019년 하반기 3억5천만 달러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라고 전한다.지식재산권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나뉜다. 산업재산권에는 특허와 실용-신안권, 상표와 프랜차이즈권, 디자인권이 있으며, 저작권에는 문화예술저작권과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저작권이 있다. 올 상반기에 산업재산권은 10억 8천만 달러의 적자(赤字)를 기록했으나, 지식재산권은 15억2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문화예술저작권은 한국 영화와 음악, 이른바 케이팝과 콘텐츠 수출 호조로 흑자기조를 도출했다.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저작권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 수출 등이 호조세를 이뤄 흑자기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으로 산업재산권은 꾸준히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상황이 호전되고 있으며, 문학예술저작권은 흑자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지식재산권 분야의 도약이 목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나는 오래전부터 지식재산권을 반대해왔다. 특히 노무현 정권 시절 타결된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한국이 지식재산권 영역에서 지나치게 양보함으로써 ‘자유’라는 용어에 균열을 가져온 이후 반대하는 견해를 강화하게 되었다. 강대국이 도달한 지적-정신적 재산과 재화의 활용 기간을 50년에서 75년까지 인정해주는 협정은 너무도 폭력적이고 가진 자들의 입장만 고려하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면 후진국은 영원히 후진국을 벗어날 방도가 없는 것이다.승자는 영원히 승자로 남고, 패자는 만고불변 패자로 남아야 한다는 족쇄가 최소 50년에서 최대 75년에 이르는 지식재산권 보호 규정이다. 이런 악조건을 뚫고 이뤄낸 지식재산권의 흑자 소식은 통쾌함과 통렬함을 한꺼번에 선물해줌으로써 가뭄에 단비 같은 느낌이다.

2023-09-24

신공항 화물터미널 위치 논란, 슬기롭게 풀길

대구경북 신공항 화물터미널 위치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대구시는 여객터미널이 들어서는 군위에 화물터미널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이고 의성군은 화물 물류단지가 예정된 의성에 화물터미널이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대구시는 “2020년 7∼8월 군위와 의성 공동합의문 작성 당시 여러 자료와 상황을 볼 때 화물터미널은 군위에 배치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히고 “공동합의문을 구체화하기 위한 공항시설 협의 단계서도 의성군은 화물터미널이 군위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전제로 후속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의성군은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해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는 의성군에 배치돼야 한다”며 “화물터미널 없는 항공물류단지는 생각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성군 비안면 이주지역대책위는 22일 경북도청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집회를 가졌으며, 27일에는 대구시청 앞에서 집회도 가질 예정이라 한다.대구경북 신공항은 최종부지 선정과 특별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산고 끝에 탄생한 대구경북민을 위한 대역사다. K-2 군공항 이전에서부터 군위-의성의 공동후보지 선정,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과 특별법까지 쉽게 진행된 부분이 하나도 없다. 논란과 갈등, 합의 등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금은 우리나라 제2관문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대구시와 경북도, 군위군과 의성군 그리고 지역의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똘똘뭉쳐 이룩한 역사적 성과물이다. 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이끌 신공항 사업이 본궤도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논란이나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공항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모든 문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모든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대처하겠다”고 말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미래지향적으로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공항 화물터미널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발전적이고 건전한 토론으로 흐르게 행정이 앞장서 주도해야 한다.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

2023-09-24

자동차부품사들의 미래차전환, 적극 지원을

경북도가 경주, 영천, 경산에 집중된 자동차 부품 산업단지에 △첨단소재 성형가공 △전기차 튜닝기술 △미래차 검사장비 개발 및 실증 사업화를 통해 전기차 부품산업 생태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자동차 산업 구조가 급속하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경북도가 전기차 부품산업 지원에 적극 나선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경북도는 최근 경주 외동산단의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 기반구축사업, 경산3일반산업단지의 도심형 자율 주행셔틀 부품 및 모듈 기반조성 사업을 마친 데 이어, 김천에 ‘자동차 튜닝기술지원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경주와 영천, 경산을 잇는 경북도내 자동차 부품벨트에는 모두 1천877개소의 관련업체가 있다. 이들 업체는 현재 미래차 전환에 대비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이 20년 기간을 두고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생산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그러나 부품업체의 전기차 부품사 전환은 녹록지 않다. 개발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고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이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자동차 부품사 가운데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18% 정도에 그친다는 통계도 있다. 대부분 미래차 대응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상태다.자동차는 최근 어려움을 겪는 우리 수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수출액은 약 11조원에 육박하며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2030년까지 지금보다 전기차 생산능력을 5배 높여 글로벌 미래차 3강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환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는 얘기다. 미국도 최근 2032년까지 신차판매의 67%를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다.국내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자금난과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도와주는 방법밖에 없다. 중소업체들이 하루라도 빨리 미래차에 올라탈 수 있도록 세제·금융지원 확대, 우수인력 육성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2023-09-24

인재영입, 삼고초려로

우정구 논설위원 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그룹의 대표적 경영철학의 하나가 인재 제일주의다.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에서부터 이건희 회장, 지금의 이재용 회장에 이르기까지 인재를 가장 중시하는 경영을 모토로 하고 있다.삼성전자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식 때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 오라”고 말했다. 대만 TSMC의 엔지니어, 애플 출신의 칩설계사, 벤츠사의 디자이너 등 삼성에는 각국에서 불러들인 인재들로 모여 있다.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엔지니어, 연구자, 디자이너,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일류 인재를 모으는데 전력한 CEO로 유명하다. 코카콜라에 눌려 있던 펩시콜라를 일으킨 펩시의 경영자 존 스클리가 그가 영입한 대표적 인재다.삼국지에 나오는 삼고초려는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선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촉한의 임금 유비가 허름한 초가집에 있던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간 것은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인재영입의 중요성을 전해주는 대목이다.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간 인재영입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재영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란 점에서 인재영입의 성과를 둔 논란도 적지 않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인재영입도 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이 조정훈 시대전환대표 등을 영입하자 대폭 물갈이 설이 나도는 지역정가에도 긴장감이 나돈다는 소식이다. 인재영입은 말그대로 좋은 재목을 찾자는 것인데 명분과 실리가 맞는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삼고초려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24

민생과 민심

유영희 작가 언제 끝날지 암담하기만 했던 코로나19가 지난 8월 31일 인플루엔자와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됐고, 그 이후에도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추석에는 대규모 이동이 일어날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일가친척이 서로 만나기 어려웠으니 오랜만에 마음 놓고 회포를 풀 것이다.친한 사람과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정치 이야기가 빠지기 어렵다.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대통령에 당선된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지난 1년 반 동안 얼마나 정치를 잘하고 있는지 찬반이 분분할 것이며, 최근 단식을 감행한 이재명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의견도 극과 극을 오갈 것이다.정치는 어떤 사안이라도 정당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향이 많고, 일반인에게 전달되는 정보도 왜곡되거나 제한적이라 소통하기가 참 어렵다. 자기가 즐겨 듣는 미디어에만 의존하다 보면, 자기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게 되고, 그만큼 양쪽 입장의 골은 깊어지고 대화는 끊어진다.민심이 천심이라는 말도 있지만,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현대 사회에서 민심은 미디어에 의해서 세뇌될 가능성도 많다. 그러니 민감한 정치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들리는 대로만 듣지 말고 조심스레 탐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최근의 가장 큰 이슈는, 지난 21일 제1야당 대표 이재명 의원에 대해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일일 것이다. 지난 2월 16일 대장동 등의 문제로 기소된 체포동의안이 한 표 차이로 부결된 후 백현동으로 다시 기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많았고, 이렇게 쪼개서 기소하는 검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일부 국민의 피로감은 이재명 때문이라기보다는 검찰의 전략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대장동 관련해서는 곽상도와 박영수의 혐의만 일부 증명되었을 뿐이어서 더 그렇다. 게다가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이 비명 계열의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 것을 보면, 이런 결과가 백현동 문제나 대북 송금 등의 혐의 때문인지 친명·비명 통합에 실패한 리더십 부재 때문인지 혼란스럽다.다른 한편, 이재명 대표의 대응이 선뜻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상에 보장된 불체포 특권을 먼저 포기한다고 해놓고 이번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한 것은 모순으로 보이는 데다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행보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의 강한 권고로 성과도 없이 24일간의 단식을 중단하고 보니, 방탄용이었느냐는 의심을 해소하기도 어렵다. 다만, 단식이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것이 범죄 혐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경제다. 지난 6월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3월의 2.6%에서 2.7%로 올린 반면, 한국은 1.6%에서 1.5%로 내려잡으면서, 취약계층 직접 지원과 재정건전성을 높일 것 등 여러 가지 권고했다. 이것은 대부분 정치력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민생이 해결되면, 민심은 돌아온다.

2023-09-24

유연함의 힘, 겸손(謙遜)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한가위 추석이다. 추석에 오랜만에 보게 되는 친구들이 있는데 어떤 친구는 환한 얼굴이 있고, 어떤 친구는 온갖 고생의 흔적이 있는 어두운 얼굴이 있다. 이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었을 때 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인상(人相)은 ‘사람 얼굴의 생김새’로 관상(觀相)하고는 차이가 있다. 관상은 생긴 대로 사는 것에 중심을 두는 데 비해 인상은 사는 대로 생기는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한다.필자의 기억 속에 인상 깊은 사람이 한석규 님이다. 10여 년 전 TV 토크쇼 ‘힐링캠프’에 나와서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겸손한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느꼈다.그는 법구경의 구절을 인용해 “당신의 녹과 쇠는 무엇입니까? 녹은 본디 쇠에서 생긴 것인데 그 녹을 방치하니 점점 그 쇠를 갉아먹어 버린다. 이처럼 자만심의 녹을 경계하면서 끊임없는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라는 말을 하였다.그런 그의 연기는 나이와 시대가 지나도 녹슬지 않으며 물(水) 흐르듯이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뜻으로 물의 미덕이 겸손이라고 한다. 물은 무엇과도 다투지 않는 유연함, 늘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 막히면 돌아가는 현명함, 더러움을 씻어주는 깨끗함,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포용력, 바위도 뚫는 끈기와 인내라는 것이며, 이를 모두 가지고 있으면 인간은 고귀해질 수 있다고 하였다.수전 에쉬포드의 유연함의 힘에서 ‘겸손은 유연함의 힘을 만든다’라고 하였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존중하며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건 없이 유연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필자는 골프공을 세상에서 제일 멀리 보낸 사람은 누구일까요. 얼마나 멀리 보냈을까요. 라는 퀴즈를 냈을 때 타어거우즈, 400m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멀리 골프공을 친 사람은 1971년 아폴로 14호의 선장인 앨런 세퍼드이다. 그는 달에서 6번 아이언으로 약 4㎞를 쳤다. 골프공을 가장 멀리 친 기록을 물었을 때는 어디에서 무엇으로 골프공을 쳤는지에 대한 조건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들으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조건의 틀 안에서 생각한다. 유연하게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없는 조건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 한다.애덤 그랜트 교수는 “겸손 없는 맹목적 자신감은 오만을 낳고 자신감 없는 겸손은 의심을 낳는다”라고 하였고,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겸손 리더십이 최고 꼭대기에 있는 제5의 리더십이라고 했다.자신감과 겸손은 상반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두 가지 요소를 보완적인 요소로 함께 갖추고 있는 리더야말로 최고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자신감 있는 겸손의 리더십으로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유연하게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

2023-09-24

이념정치와 가치외교의 맹점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이념정치란 정치에서 특정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정치를 말한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자유라는 단어를 수없이 강조하였다. 자유가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이며 민주사회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가치임은 부정할 수 없다.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공산 전체주의 세력, 그에 추종하는 기회주의 세력을 자유주의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였다.20세기 후반 칼 포퍼는 ‘열린 사회의 적들’에서 플라톤과 마르크스를 개방된 사회의 적으로 간주한 적이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최근 반국가 세력에 대한 규정과 인식,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 요구는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누가 우리 사회의 반국가 세력이며 이의 청산은 가능할까. 정치 공동체의 갈등을 이념의 투쟁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특히 정치적 반대세력을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는 정치에서는 협치나 화합을 기대할 수 없다.이념을 앞세운 갈라치기 정치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극한 대결의 정치를 조장한다. 반국가 세력을 제거하자는 이념정치는 진영 간 대결을 더욱 확산하기 때문이다.대통령은 최근 반국가 세력은 1+1이 2가 아닌 100이라고 선동 선전하는 세력까지 포함시켰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의 범주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이나 노동계나 시민운동 단체까지 포함시킨 듯하다.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체제를 공산 전체주의로 간주하고 반국가 세력으로 질타함은 반대할 사람이 없다.그러나 우리 내부의 정부 비판 세력을 싸잡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투쟁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지나친 논리이다. 이는 원칙적으로 자유 민주주의의 다원성에 배치될 뿐 아니라 여야 상생과 협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이 같은 극한 대결의 정치에서는 참된 정치는 실종되고 승리를 위한 마타도어나 흑색선전이 난무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괴담이나 가짜 뉴스는 확대 재생산되고 정치적 진실은 가려져 왜곡될 뿐이다.흔히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 한다. 이념을 앞세운 국내 정치는 가치외교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여기에서 전례 없는 한·미·일 3국 안보 및 외교적 결속이 선언되었다.국제 정치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이 통용된 지 오래다. 해방 이후 전통적인 한미 동맹이 우리의 안보의 구심축이 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한일 간의 안보 협력과 군사훈련에는 상당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독도 영유권 문제, 강제 징용 보상 문제, 위안부 문제, 간토 대지진 희생자 문제 등 미해결의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일본의 선의에 기댄 한일 간의 외교적 타결은 아직도 국민적인 정서가 용납지 못한다.김정은과 푸틴의 군사협력, 한·미·일의 합동 군사 훈련은 동북아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동북아의 역 삼각 냉전 구도가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심히 두렵다.한국 정치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여야가 공히 상대를 거부하는 투쟁과 대결의 정치, 진영정치에 매몰된 결과이다. 이념의 정치는 홍범도 장군의 평가에서 보듯 현대사의 해석뿐 아니라 핵 폐기 오염 수 등 환경 문제까지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집권 여당은 대통령의 철 지난 이념 정치에 맹목적으로 순응하고, 야당은 팬덤 정치에 종속되어 있다. 여당은 2차 대전 후 미국이 정적 제거용으로 이용했던 맥카시적 정치 술책을 재사용하고 있다. 야당 역시 자신들이 부패스캔들은 묻어두고 강성 지지층의 선동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세계 경제 10위권인 우리는 남북 체제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지 오래다. 상대를 공산 전체주의나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는 정치 프레임은 이제 통용될 수 없다.여기에는 모든 정치 현안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야당의 책임도 크다. 이런 곳에서 정치적 갈등은 증폭되고 정치적 진실은 왜곡될 뿐이다. 주변에는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과 혐오주의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직도 30% 대의 박스 권에 갇혀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지지율도 오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선수는 시합 중 시계를 봐서는 안 된다고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대통령의 임기는 이미 4분의1이 소진되었다. 내년 4월은 대통령의 중간 평가인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극한 대결의 정치는 결국 홉스의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정치’로 나아 갈 수밖에 없다.이쯤해서 집권 여당부터 대결의 정치를 지양하고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집권 여당의 이념적 갈라치기 정치, 야당의 열성적 팬덤 정치는 결과적으로 선량한 국민들을 포로로 만들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걱정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나. 내외의 경제와 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다. 여야 정치인들의 각성과 타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국민 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의 대타협 정치의 결단이 요구된다.

2023-09-24

기후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2022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가 발전(發電)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1%였다. 2030년에는 21.6%, 2036년 34.6%를 달성할 계획이다. 2022년 기준 독일은 49.2%, 일본 25%, 미국 22%, 영국 38.9%, 중국 27.6%, OECD 평균 31.3%, 베트남 16.2%이다. 2030년 목표치는 독일 80%, 일본 38.9%, 미국 60%, 영국 44.9%, 중국 50%, OECD 평균 42,5%, 베트남 39.2%다. 2040년 목표치는 독일 100%, 일본 50~60%, 미국 100%, 영국 56%다.이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재생에너지만 두고 볼 때 한국은 확실한 후진국이다. 지난 8월 16일 유럽계 에너지 분야 전문 컨설팅업체인 에너데이타(Enerdat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8.1%로 44개 조사 대상국 중 사실상 꼴찌다.더군다나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규제방침 속 한국의 재생에너지 미래는 더욱 암담한 실정이다. 1997년 12월 ‘기후변화 협약에 관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한 후 김대중 대통령부터 현 윤석열 대통령까지 6명의 대통령이 추진한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8.1%로 낙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이명박 정권은 ‘녹색성장(Green Growth)’이라는 단어까지 만들며 탄소중립에 적극적이었지만, 2011년 블랙아웃을 겪은 뒤 내놓은 발전 대책으로 석탄화력 발전소 7기(7천260㎿)를 건설하는 정책을 추진했다.국제 에너지정책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에널리틱스는 한국이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2030년 이전까지 석탄화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된다고 권고하는데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추진된 것이다.최근 석탄발전소 3기가 준공되고 4기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곧 좌초자산(시장 환경의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이 될 석탄발전소에 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탄소중립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원자력발전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으므로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에너지 재생을 통해서 기후재앙을 피하고자하는 에너지전환 취지에는 어긋난다.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부장관은 지난 4월 15일 독일의 마지막 원자력발전소를 멈추는 기념식에서 “원자력은 3세대 동안 전력을 공급했지만, 이로 인해 핵폐기물 처리 부담은 3만 세대가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원자력의 위험은 궁극적으로 관리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더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마치 원자력 에너지가 탄소중립 완전한 해결책인양 말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2012년 이후 석탄발전소를 건설한 잘못된 전철을 되밟는 것이라 할 수 있다.지금 우리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다. RE100과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고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한국이 에너지전환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100% 자체 조달하기 위해서는 국토의 3.5%, 농지의 24%에 달하는 토지와 약 2천조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첨단 스마트팜 건설과 첨단 스마트 그리드(분산 에너지 인터넷 기반 송배전망) 구축, 충분한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전기차 지원과 전기 충전소 설치에 드는 비용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후진국 탄소중립을 위해서 또 3천500조원 상당액(2조7천억 달러)을 부담해야 한다고도 한다.모두 5천500조원이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필자는 이 엄청난 비용이 우리에게 상상 이상의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와 미래형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사회를 우리가 선도적으로 추진해 갈 때 우리나라는 에너지전환 시대 글로벌 선도국이 될 수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의 디지털화한 제조업을 100% 활용하여 글로벌 에너지전환에 절대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앞으로 세상은 기후경쟁력이 경제경쟁력이고, 기후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인 시대다. 우리나라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과정에서 기후경쟁력의 기회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산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2042년 완공되고 그곳에 700만~1천만㎾의 재생에너지를 제때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3천만평의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하면 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인근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공급함으로써 송전선로 건설비용과 송전탑 건설로 야기되는 민원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인근 농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공급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져 우리나라를 미래에도 여전히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농촌, 농민과 조화를 이루는 21세기형 첨단 반도체 산업단지로 거듭날 것이다.

2023-09-24

희망을 보는 방식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단단한 몸통 위에,사람아, 사람아 단풍 든다.아아, 노랗게 단풍 든다. ―기형도, ‘병(病)’ 전문 (기형도 전집, 문학과 지성사)우리가 기억하는 기형도(1960~1989)의 시에는 절망과 희망이 공존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이른바 ‘신화’가 되었던 기형도의 일화는 아프다. 시인의 연보에는 “1989년 3월 7일 새벽, 사인은 뇌졸중. 만 29세 생일을 엿새 앞두고 있었음”이라고 그의 마지막을 요약하고 있다. 도저한 부정적 세계관에 입각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으로 단언한 김현의 언급을 시작으로, 그의 시를 새롭게 읽기 시작하려는 시도는 그가 떠난 지 30년이 지나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그의 시가 추구했던 아름다움의 목표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존재의 모습에 대한 앎’에서 비롯한다.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자기를 대상화하는 과정이 따른다. 이는 단순히 자기 내면을 고백하는 것과 다르다. 이것은 대상화의 과정에서 자신과의 일정한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사유하는 인식의 행위에 성공할 수 있다. 소개하는 시 병(病)은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내 얼굴이 /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와 같은 표현을 통해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이를 뒤따르는 화자의 언술이다. “반 토막 영혼”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 “단단한 몸통”이라는 시구처럼 기형도의 시적 자아는 늙은 나무처럼 시간이 오래되어 그 의미가 퇴색된 이미지로 자신을 비하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생명력이나 자연의 순환 원리를 드러내는 것에 반해, 기형도의 시에 제시된 나무는 주로 썩은 나무나 버려진 나무처럼 생명력이 다한 형태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마치 시의 “주어를 잃고 헤매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처럼 주어를 잃었다는 것은 행동의 주체인 스스로를 상실했다는 것. 그리고 가지가 잘렸다는 것은 자기의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움직임까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늙은 나무”는 단순히 자아 상실뿐만 아니라 무능하게 버려진 시체를 떠올리게 한다.시인의 어둡고 부정적인 자아 인식과 세계 인식의 태도가 읽는 이로 하여금 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를 엿볼 때와 같은 놀라움을 준다. 우리는 그림자를 품고 살지만, 그것을 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아직 젊은 시인의 태도가 너무나도 치열하고 진지하기에 마치 고뇌하는 젊은이의 대명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고뇌의 힘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한편 시인의 시세계를 대하는 우리의 가슴도 까맣게 멍이 드는 것 같다. 이희정 시인 생전의 시인이 애독했던 요한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에서 “모든 시대는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동경한다. 혼란스러운 현재에 대한 절망과 우울함이 심각하면 할수록 그 동경은 더욱 강렬해진다.”고 했다. 우리는 기형도를 죽음을 노래한 부정적인 시인이라기보다는 현대의 부조리한 삶, 특히 구조적 모순이 심화 됐던 1980년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한 실험적인 시인이었다고 추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형도의 시는 신화로서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기계문명이 발전할수록 타인에게 무관심한 상태로 살아가는 우리를 향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병病’은 소통이 단절된 채 쓸쓸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결핍과 상처의 초상이다. 사회 관계망 속에서 존엄성을 찾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소외일 것이다.기형도 시인은 ‘짧은 여행의 기록’을 이렇게 적었다. “그것을 나는 편의상 ‘희망’이라고 부를 것이다. 희망이란 말 그대로 욕망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가. 나는 모든 것이 권태롭다” 보다 아름다운 삶을 향하여, 시인은 가을 밖 벤치에 앉아 희망을 보는 방식으로 우리를 부른다.“사람아, 사람아 단풍 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 든다”

2023-09-24

메이드 인 구미, 구미가 다시 뛴다!

김장호 구미시장 최근 미국에서 ‘메이드 인 구미’(Made in GUMI) 제품이 화제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250t 규모의 물량이 완판되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은 구미산 냉동김밥. 구미 식품업체가 찰지고 맛 좋은 구미 해평쌀로 만든 ‘메이드 인 구미’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 것이다.비단 먹거리뿐이 아니다. ‘메이드 인 구미’의 저력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70년대 금성사(현 LG전자)의 흑백 TV를 시작으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와 각종 전자제품이 구미에서 태어나 세계시장으로 진출했다. 삼성, LG, 코오롱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구미를 기반으로 성장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앞으로 ‘메이드 인 구미’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날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지난 4월, 두 번의 실패를 딛고 방산혁신클러스터에 선정된 데 이어 7월에는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특화단지에 지정되며 구미시는 호기를 맞았다.구미 방산혁신클러스터는 오는 2027년까지 총 사업비 499억원되고 반도체 특화단지는 생산 5조3천억원, 부가가치 2조8천억원, 고용 6천500여 명에 이르는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이에 따라 구미국가산단은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 중심으로 재편되고 이들 산업과 연관성이 큰 로봇·AI·메타버스 산업도 함께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는 부단한 혁신의 결과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각오로 혁신 또 혁신, 끊임없이 혁신하며 1년을 달려왔다. 자만해서는 결코 안 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치열한 경쟁에 뒤지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만이 답이다.대한민국 근대화의 포문을 열었던 구미는 반도체산업 초격차로 새로운 지방시대에 앞장설 것이다. 생산 유발 5조4천억 원, 부가가치 유발 2조9천억 원, 일자리만 6천500여 명에 달하는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으로 구미는 또 한 번 격변할 것이다.방위산업 육성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첨단방위산업진흥센터와 방산특화개발연구소를 구축하고 앞으로 방위산업 부품소재 RD기관을 유치해서 구미를 명실상부한 K-방산 산업선도 수도로 육성해 나갈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해 정부가 추진하는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두 축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을 놓쳐서는 안 된다.구미만의 특화전략으로 기회발전특구를 성공시켜야 하고, 인력양성을 위한 구미만의 특화된 교육특구도 조성되어야 한다. 연구개발 인프라도 확충하고, 기업지원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부족한 학교도 늘리고 정주여건도 개선할 것이다. 물류산업 발전의 핵심 동력인 광역교통망도 확대할 것이다.반도체, 방산, 이에 더해 대구경북신공항 배후도시 구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지난주 열린 경상북도 첫 항공방위물류 박람회에 항공·방위·물류 관련 글로벌 기업과 기관들이 대거 구미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구미시가 강조한 것은 구미가 가진 강점과 체계적인 지원이다. 1969년 국가 최초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함께 성장한 구미가 앞으로 미래 50년을 이끌어나갈 기업들을 기다리고 있다.때마침 지난달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킬러규제 개혁으로 신성장 도약을 창출하겠다고 역설하셨다.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킬러규제를 빠른 속도로 제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처럼 구미시 역시 기업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지원해 줄 생각이다.지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방을 발목 잡는 킬러규제를 제거해야 한다. 구미만 하더라도 낙동강은 환경부에서, 구미공단은 산자부에서, 대학은 교육부에서 관리한다. 지방이 성공하려면 그에 맞는 권한과 책임이 필요하다. 예산과 인허가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감한 권한이양이 선행되어야 대통령께서 강조하시는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시대의 길이 열릴 것이다.이제부터 시작이다. ‘메이드 인 구미’, 메이드 인 부산’처럼 지역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도와주길 바란다. 오늘도 구미는 지방시대의 선두에 서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혁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메이드 인 구미’를 향해 구미가 다시 뛴다.

2023-09-24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은 ‘국민의 뜻’

국회는 어제(21일) 열린 본회의에서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배임),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뇌물) 혐의를 받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통과시켰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출석의원 과반수(148명)이며, 표결에는 재적의원(298명) 중 295명이 참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공을 들여왔지만, 당내 이탈표만 최소 29표에 달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가 입원해 있는 녹색병원에 찾아가 이 대표로부터 통합적인 당 운영을 약속받았다”며 비명(비이재명)계 이탈표 단속을 시도했다. ‘병상단식’을 이어가는 이 대표도 그저께(20일) 페이스북에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멈춰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실상 부결을 공식요청했지만, ‘방탄 정당’ 역풍을 우려한 비명계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이 대표는 이제 직접 부결을 요청한 체포안이 가결되면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분당(分黨) 수순으로 갈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조만간 이뤄질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민주당은 심각한 내홍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이 대표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구속사유를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도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염려되는 것은, 이 대표의 강성지지자들이 ‘체포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끝까지 색출해 정치적 생명을 끊겠다’며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혼란은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막는 것이 옳다. 대의기관인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은 ‘국민의 뜻’이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처리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2023-09-21

사필귀정을 위하여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흔히 하는 말 중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것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인데, 불교 경전에 나오는 말이니 진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일(事)이란 세상사를 말하는 것이고, 세상사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니, 사필귀정이란 인간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 말일 터이다. 인간세상을 고해(苦海)로 보는 불가의 다른 시각과는 어떻게 조화가 되는지 모르겠지만.물리학의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처럼 사필귀정도 만고불변의 진리인지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를 볼 때 인간사(事)가 반드시(必) 바름(正)으로 돌아간다(歸)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다. 인류가 오히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사필귀정이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일 터이다. 유사 이래 수천 년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온갖 범죄와 전쟁 같은 바르지 못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불변의 진리라기보다는 희망사항이라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끈조차 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협동하여 선(善)을 이루라’는 기독교 성서의 말씀처럼, 사필귀정은 우리가 목표로 삼고 매진해야 할 지상과제인 것이다.나라 안이 너무 혼탁해졌다. 좌·우로 갈려서 사활을 건 대결로 치닫다 보니 옳고 바른 것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특히나 좌파정권 5년 동안 저질러온 비리와 부정과 탈법과 반국가적 행태는 경악을 금할 수 없을 정도다. 그것은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민심을 황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떤 불법이나 파렴치한 짓을 해도 자기편이 한 것이면 용납이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결사적으로 옹호한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은커녕 최소한의 신뢰마저도 무너뜨리는 패역이 아닐 수 없다.사필귀정이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 되고 공동선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 각자가 각성하고 힘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 불의한 세력과 싸우더라도 스스로의 정당성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게 없다는 것이 좌파들의 논리다. 그런 좌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원칙과 공정과 상식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대중을 일시적으로는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처럼, 바름(正)을 견지하고 있으면 일시적으로 선전선동과 포퓰리즘에 미혹된 민심도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지금의 싸움은 결국 여론전이다. 민심을 얻는 세력이 승리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의와 정의의 싸움이라면 민심의 각성여부에 승패가 달린 것이다.사필귀정의 실현은 이 시대의 당위다. 그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흥망이 내 삶과 직결되는 것일진대, 우리의 삶을 위정자들이나 특정 세력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물론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국민 된 도리를 다해야 한다. 기울어지고 무너지고 전도된 것들을 바르게 놓을 수 있도록 현정권에 적극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2023-09-21

맨발로 걷는 건강한 삶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요즈음 걷기운동이 우리들의 일상에 많은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 만 보 걷기’를 꾸준히 하고있는 지인도 있다. 지난주 철길 숲과 송도 솔밭과 해변을 걸었더니 약 2만 보가 된다. 싱그러운 숲의 내음과 선선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걷고 나면 땀 젖은 피로감보다는 오히려 몸속의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느낌이다.지난 20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포항 GreenWay 아카데미 행사인 ‘맨발로 걷는 건강한 삶’이란 주제로 맨발 걷기 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의 강연이 있었다, 2시간가량 맨발 걷기에 관한 얘기를 듣노라니 그 효과가 신기하여 나도 한번 시작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선다. 맨발로 걷기를 ‘어싱’이라고 하기에 “무슨 말….?” 했는데 영어로 earthing-접지(接地), 즉 피부를 땅에 접촉하게 함으로써 우리 체내에 전기를 없앤다는 것이다. 그냥 걷기보다 맨발의 경우 2배 이상의 효과가 난다고 한다. 그 접지가 이루어졌을 때, 항산화 작용으로 NK 세포(바이러스 및 암세포 대응 백혈구) 증가로 인해 암, 고혈압, 뇌졸중 등 심각한 질환도 벗어났다는 체험담도 여럿 들려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압 효과, 뇌 기능 향상, 숙면 효과, 스트레스 해소 등 놀랄 만한 효과가 있으니 맨발로 걸어보라고 권유하고 있다.최소 10분에서 1시간가량 맨발로 흙 위를 걷는 운동이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며 전국 각 지역에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지자체들은 이에 호응하듯 산책로를 다듬어 주고 있다는데 벌써 지방의회 12곳에서는 조례 지정을 하여 국민의 건강한 삶을 보살피고 있으며 각종 축제도 벌어지고 있다.포항시는 그린웨이 추진과를 운영하며 2016년부터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전국 최초로 ‘걷기 좋은 길 맨발로(路) 30선 선정 도시’가 되어 살기 좋은 녹색도시로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 북부에는 영일대해수욕장과 용한리 해변 모래길, 기계서숲과 흥해 북천수 숲길 그리고 천마지 둘레길 등 12곳이 있고 남구에는 송도 솔밭과 해도 도시숲, 포항운하길 그리고 오어지와 달전지 둘레길 등 18곳이 선정되어 건강을 유지하려는 시민들의 맨발 걷기운동을 유도하고 있다.신발을 벗으면 발의 자유로움과 자세 균형 및 전자 흡수로 체온이 올라가 자연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맨발로 산길을 걸을 때의 몇 가지 우려 사항도 알려준다. 먼저 걷기 전에 몸을 풀고 1~2m 앞을 주시하며 걷고 길 밖으로는 걷지 말고 파상풍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발바닥은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데 수많은 인대와 근육, 뼈와 관절이 있고 또한 맨발 걷기는 가성비도 좋으니 일정한 계획을 세우고 집에서 가까운 맨발로를 찾아가서 열심히 걷기운동을 하면 좋겠다. 맨발로 입구에는 발바닥 모양의 알림판이 있는데 신발 벗고 들어가며 그 내용을 읽어보니, 혈액순환개선 up/ 뇌 건강 up/ 불면증 down/ 당뇨 down 등 7가지 효과가 적혀있다.곧 추분이다. 이제 밤의 길이가 길어지고 생명체들이 움츠려드는 계절에 자연 즉, 지구와의 접촉을 통해 숲속 길, 바닷가 길, 호수 둘레길 등을 맨발로 걸으며 건강한 삶을 살자.

2023-09-21

할 말은 하는 ‘장관’

홍석봉 대구지사장 국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무위원들은 수시로 국회에 불려가 호통 듣고 질책받기 일쑤다. 장관들은 국회만 나가면 어느 정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괜히 꼬투리 잡혀 봉변당하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의 추궁과 우격다짐에 곤욕을 치른다. 일상화된 국회 풍경이다.한동훈, 박민식, 원희룡 3명의 장관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국무위원이 된 이들이 국회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호통과 질책에도 상대를 직시하며 할 말을 한다. 에둘러 말하지도 않는다. 직설적이다. 한 번 붙어보자는 결기가 묻어난다. 꼬박꼬박 대꾸하는 모습은 밉상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강단 있는 검사의 모습이 겹쳐진다. 답변석에서 고심하며 상대 눈치를 살피지도 않는다. 상대 주장에 논리 정연하게 맞서 상대를 곤혹스럽게 한다.교과서적인 답변에 무기력한 장관 모습은 없다. 아니다 싶으면 작정하고 덤벼든다. 지난 정권의 주축이었던 586 친북좌파들의 김정은·시진핑 바라기에 절망했던 보수가 환호한다. ‘이게 아닌데’하면서 답답해 했던 국민에게는 사이다 발언이다.대통령의 소신 발언과 쾌도난마식 질정(叱正)은 장관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말해야 할 때는 주저 없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아니다”고 외친다. 이들은 장관 1년 만에 싸움닭이 됐다. 박·원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면서도 논쟁만 일삼는 정치인 모습이 아니다. 뚜렷한 주관을 말하고 야당의 집요한 공격에도 절대 굽히는 법이 없다.박민식 보훈부장관은 광주시의 정율성 공원과 관련, “6·25 남침 나팔을 불던 정율성에 기념공원을 받치느냐”며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질의하는 야당의원에겐 “어떻게 공산당원을 기리자고 하느냐”며 면박 준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친 친일파 발언, 홍범도 장군 관련 발언 등 소신 발언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주장에는 결기가 느껴진다.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도 선이 분명하다. 양평고속도로와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사업 포기 엄포까지 하며 투사 면모를 보였다. 국무위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에겐 전직 대통령 사례를 들며 단칼에 잘랐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상대방의 질의와 추궁을 탁월한 논리로 반박한다. 야당 의원의 체면과 입장은 단 한 푼어치도 고려하지 않는 면박에 상대는 말문을 닫고 만다. ‘피의자가 단식 자해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는 안 된다’며 입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도 상처에 왕소금을 뿌렸다. 당하는 처지에서는 무례하기 짝이 없고 기분 나쁘지만, 화를 속으로 삼킬 뿐이다. 한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기피 인물 1호가 됐다.반면 국민은 시원해한다. 호통과 억지가 난무하는 국회에서 논리적으로 정면 대응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벌써 차기 여당의 지도자급으로까지 이름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무조건 상대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말대꾸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전문성을 앞세워 논리적으로 대처하면서도 예의 바른 모습이 필요하다. 그런 장관이 정부와 국민에 신뢰를 준다.

2023-09-21

여전한 입시생의 서울 쏠림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 신문기사에서 본 내용이다. 대입 준비에 올인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재수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조사는 최근 3년간 학업을 중단한 일반고 학생 수가 무려 3만8천명에 달한다고 했다.서울 강남 등 사교육 열풍이 거센 곳일수록 고교에서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더 충격적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낭비로 본다는 것이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또다시 입시철이 다가왔다. 좋은 대학을 갈려는 학생들의 눈치 작전이 지금부터 치열해진다. 특히 서울소재 대학에 도전장을 내는 지방학생의 숫자에 따라 지방소재 대학은 지금부터 가슴앓이가 시작된다.지난 14일 마감한 2024년학년도 수시원서 접수결과에 따르면 올해도 지방소재 대학의 학생 모집은 매우 힘들 것 같다는 전망이다. 학생 자원이 대폭 줄어든 데다 서울쪽 선호가 여전하기 때문.수시원서 접수 결과, 지방소재 4년제 대학의 71%가 사실상 미달상태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116군데 지방대학 중 82개 대학이 6대 1 경쟁률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 수시모집은 학생 1명이 6곳 대학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계는 6대 1미만이면 사실상 미달로 본다. 특히 올해는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간의 경쟁률 격차가 더 벌어져 정부가 외치는 지방시대가 무색할 지경이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란 말이 아직도 유효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좋은 대학·직장이 있는 서울로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언제까지 지방의 우수한 인재가 서울로 향해야 하는지 안타깝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21

또 미뤄진 고준위특별법, 미래가 불안하다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대구 수성을)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40여년 간 국가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원전의 운영으로 발생한 고준위방폐물 처분의 문제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국회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당초 20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회의가 취소됐다. 산자위 법안소위에서만 벌써 11번째 공전이다. 법안소위의 다음 논의는 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11월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여야가 친원전, 탈원전 등으로 공방을 벌인다면 21대 국회에서 이 법의 처리는 물건너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자칫 원전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준위방폐장 건설은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경북민의 입장으로서는 비상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원전을 가까이 두고 있는 주민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이런 문제를 포함 고준위방폐물의 운반과 저장, 처분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여야가 특별법을 정쟁을 이유로 다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초 이 문제에 적극적인 야당이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은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맞서 정쟁화한 데서 비롯됐다.고준위 방폐장 연구시설은 장소 선정과 기술적 문제 등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 당장 시작한다 해도 시간이 많지 않다. 여야는 이를 정쟁 대상으로 삼지말고 국가 장래에 관한 문제란 관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특별법 제정의 첫 관문인 법안소위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21대 국회에서 특별법이 폐기되는 불행한 일은 막아야 한다. 여당도 영구방폐장 건설없이는 국가의 친원전 정책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음을 잘 인식해야 한다.

2023-09-21

손녀가 가르쳐준 취미생활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서울의 큰손녀는 대구할매 집에 와 며칠씩 지내길 즐긴다. 휴가 때 온가족이 내려왔다가도 엄마 아빠를 졸라 굳이 혼자 남아 며칠을 더 묵는다. 이런 손녀가 기껍고 기특한 할배 할매는 단 며칠이라도 알차고 보람차게 보내도록 갖은 프로그램 궁리를 하며 계획을 짜느라 법석을 떤다. 경주 가서 문화재순례 스탬프를 찍자. 미술관과 박물관 체험프로그램도 신청하자. 제 생일을 미리 당겨 사촌동생들과 생일파티도 열어줘야겠다.그러나 정작 손녀는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소위 집순이라며 제 엄마가 귀띔한다. 그렇다면 문방사우를 꺼내 한자로 이름쓰기를 가르쳐 볼까? 같이 놀 장난감 빨대블럭과 젠가도 사 두었다. 그런데 손녀에겐 계획이 다 있었다. 제 놀이감을 챙겨가지고 오는 야무지고 빈틈없는 아이.2년 전 여름방학 때였다. 500 피스 퍼즐상자를 가방에서 꺼냈다. 아빠 어렸을 때 할머니랑 퍼즐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저랑 같이해요. 혼자 해보니 맞추기가 꽤 어려워요. 좋지 좋아 같이하자 나 이런 거 무지 좋아해. 조손이 엎드려 퍼즐 조각을 맞춘다. 실로 제 아빠 어렸을 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같이 놀았다. 유달리 게임에 진심인 나는 밤을 새워서라도 완성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때를 떠올리며 손녀와 같이 퍼즐 조각을 맞춘다. 비교적 쉬운 조각은 손녀에게 넌지시 던져준다. 맞추며 기뻐하며 손뼉치는 손녀가 흐뭇하다. 함께 끼워맞추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마지막 퍼즐 조각은 손녀가 맞춰 끼워 완성하게 했다. 뿌듯해하며 사진 찍어 제 엄마와 아빠에게 보낸다. 어렵게 맞추었으니 액자에 넣어줄까 했더니 쿨하게 부순다. 서울 가져가서 다시 또 맞출 거라며 가방에 넣는다. 맞춘 후 며칠을 전시해두고 보는 나와는 다른 성격에 속으로만 놀란다. 손녀 떠난 후 나는 서점에 가는 남편에게 1천 피스 퍼즐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사고 맞추고를 반복하며 한동안 퍼즐에 푹 빠졌다. 퍼즐 상자를 세어보니 20개도 넘는다. 직소퍼즐로는 고흐의 명작시리즈도 많으나 제일 예쁘기는 미국의 유명한 달력작가 제인 우스터 스콧의 퍼즐이다.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그녀의 모든 퍼즐을 사모았다. 초등학교 친구들에게도 사보냈다. 허리 아파하는 나를 남편이 책망하자 마침표를 찍었다.올여름 방학에는 또 다른 취미거리를 가져왔다. 이름도 생소한 양모니들펠트. 할머니랑 같이 할 거라며 여러 개를 샀단다. 처음 보는 거라고 했더니 열심히 설명해 준다. 실뭉치를 돌돌 말아 바늘로 콕콕 찌르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요. 주로 강아지나 곰인형 같은 거 만들 수 있어요. 그림설명서가 있어도 실습으로 보여주며 꼼꼼히도 설명한다. 따라하다가 바늘에 찔려 피도 봤다. 작품(?) 얘기를 조곤조곤 나누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집에 있는 두 마리 강아지, 베리와 아키를 모델로 만들자며 사진 찍어 비슷하게 만들었더니 할머니 솜씨가 좋네요하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 속깊은 손녀 덕에 취미가 또 하나 늘었다. 같이 양모펠트공방을 찾아 구경하며 수강신청을 고민해봤다. 이번 추석에 손녀는 어떤 새로운 취미거리를 가져올까. 몹시 기다려진다.

2023-09-20

경제효과보다는 정치효과가 더 컸던 안전 체험관

김진홍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환동해위원회 위원 지난 연말 정년 은퇴를 하였기에 올해는 편안한 마음으로 은퇴 생활을 즐기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뜻대로 되어가지 못하는 것을 알만한 나이인데도 마음 수양이 덜 된 탓인지 가끔 속에서 끓어오르는 마음으로 불편할 때가 적지 않다. 그 원인이야 그저 자기 욕심을 못 채운 미련 때문이다. 더구나 개인적 이득보다는 ‘대의’에 어긋나지 않고 충분한 ‘당위성’을 갖추고 있었던 사안이었기에 더욱 아쉽다.벌써 만 6년이 되어간다. 포항 북구 흥해지역에서 일어났던 지진 말이다. 그날 오후 사무실에서 겪었던 지진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지진 발생 이후 뉴스가 쏟아지고 또 포항시와 경상북도로부터 매일 피해 상황을 전달받는 동안 문득 든 생각이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지진에 대한 경제적인 피해를 계산해본 연구가 있나 하는 것이었다.온갖 연구자료를 뒤져보아도 없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재산 피해액이라는 것도 실제 겪은 피해자들이 느끼는 금액과는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의 담당 부서는 명문화된 기준규정에 따라 계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문제는 그러한 피해 기준을 매년 아무런 사건, 사고도 없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나 부동산가격 상승률을 적용하여 피해 발생에 앞서 보상이나 손해사정 기준을 개정해두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거의 반년에 걸쳐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의 정부에서 피해액을 계산하는 수식을 어렵게 입수하고, 전문가들이 연구한 지진피해의 영향이나 분석기법을 파헤쳐서 연구한 결과(포항지진의 경제적 영향 추계 및 정책적 시사점)를 발표(2018년 5월)하였었다.나중에 특별법 제정이나 정부에 보상(배상)액을 요구할 때 이 연구 결과가 최저한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소식에 개인적으로는 보람도 느꼈다.하지만 필자가 주목했던 점은 과거가 아닌 미래였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책의 하나는 지진피해 지역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지진 체험 학습관을 건설하여 관광 상품화하라는 것이었다.그런데 ‘경북 안전체험관’의 발상은 분명 피해지역인 포항시 더 깊이 말하자면 북구 흥해읍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그동안의 움직임과 올해 최종후보지 선정에 포항이 제외되었다는 소식에 기가 찼다. 이것은 후보지를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사안이다.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오랫동안 생각해보았다. 답은 분명했다. 경제효과보다는 정치효과가 더 컸다는 이야기다. 지역의 모든 정책은 시정, 도정, 국정으로 연결된다. 시정이야 시장이 책임지지만 시의 영역을 벗어난 도정, 국정과 얽히면 정책은 연결고리인 국회의원 정도의 정치력이 중요해진다.포항시가 제 밥그릇을 제대로 챙기려면 최소한 행정과 정치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만 한다. 적어도 내년부터는 지역의 정치력이 더이상 엇박자가 아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으면 한다.

2023-09-20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홍석봉 대구지사장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재물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원불교는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나타내는 말’로서,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貪)하지 말고 분수에 맞게 살라는 가르침으로 풀이한다.고대 선시에서 나온 말로 고려말의 고승 ‘나옹화상’의 누나가 지었다는 ‘부운 (浮雲)’에서 유례했다. 불교에서 연유한 말이기도 하다.‘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空手來空手去是人生)/ 낳을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죽을 때는 어느 곳으로 가는 가(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낳는다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며(生也一片浮雲起)/ 죽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없어지는 것이니(死也一片浮雲滅)…./’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는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쓴 서예작품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걸려 있다. 이병철 회장은 이 글귀를 쓴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건희 회장도 자신의 집무실에 이 작품을 걸어 놓고 늘 가까이했다. 2021년 이건희 회장과 유족은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은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손을 채운 다음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는 뜻의 ‘공수래(空手來), 만수유(滿手有), 공수거(空手去)’라는 말을 남겼다.얼마 전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는 생전 1조7천여억 원을 장학재단에 기부, 우리나라 기부문화에 이정표를 세웠다.‘영끌’ 등 재산을 모으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게 현실이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간다. 욕심 부려야 하등 소용없다. 김연자의 노래처럼 산다는 것은 다 그런 것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9-20

대형마트, 골목상권과의 상생협력 확대하길

한국유통학회가 지난 2월부터 시행한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주변 골목상권이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학회 주춘한 교수팀(경기과학기술대)이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대구시내에 있는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슈퍼마켓, 농축수산물 전문점, 음식점, 편의점 등) 매출을 분석했더니, 전년 동기 대비 19.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골목상권인 전통시장 매출액 분석에서도 전년도 동기 대비 매출액이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우려했던 전통시장 매출액이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에도 상승세를 유지해 다행이다. 전체 유통업 매출액 증감률을 부산, 경북, 경남(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일요일 유지)과 비교한 결과, 대구시 매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대구시가 최초로 했다.소비자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유통학회가 대구시내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휴업일 평일전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25명(87.5%)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든 일요일에 쇼핑하기가 편해져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이 ‘매출액 하락’으로 이어진 곳은 온라인 쇼핑몰이 유일했다. 온라인 쇼핑몰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가 영업한 2·4주 일요일에는 증가율이 감소했고, 대형마트 휴업일인 2·4주 월요일에는 증가율이 껑충 뛰었다. 그동안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의 반사이익을 온라인 쇼핑몰만 누렸다는 방증이다.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은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12년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이번 조사에서 일요일 휴업규제가 골목상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대형마트로서는 그동안 억울하게 규제를 당했다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전국 대도시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킨 원죄(原罪)는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대형마트는 골목상권과의 상생협력을 더욱 강화해 지역기여도를 확대하길 바란다.

2023-09-20

대구 新川의 명품 공원화, 시민 기대 크다

대구 신천은 낙동강, 금호강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하천이다. 규모는 작지만 대구 남구에서 북구로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기 때문에 대구시민에게는 가장 친숙한 공간이다. 가창면 비슬산에서 발원해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신천 양편 둔치에는 산책로와 운동로, 체육시설 등이 설치돼 있어 하루에도 수많은 시민이 휴식과 건강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대구시가 신천의 수질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물도 맑아져 신천에는 지금 수십 종의 물고기가 서식한다. 깨끗한 물에서 산다는 멸종위기 1급의 수달까지 등장, 전국적 화제가 됐다.대구시가 1천296억원을 들여 신천을 휴식과 생태, 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시민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한다. 다음달부터 신천 둔치 대봉교~상동교 좌안 구간에 느티나무 등 수목 500여 그루를 심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모두 3천여 그루의 수목을 심는다. 신천에 하나의 새로운 숲이 조성된다.또 신천수변에 무대를 설치해 소규모 공연과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도 열 수 있도록 하고, 신천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대봉교 리버뷰 테라스도 현재 설계 중에 있다. 매년 설치와 철거가 반복되던 간이 물놀이장과 스케이트장도 내년부터 사계절 활동이 가능한 고정식으로 바꾸고 전국 최초로 하천 둔치에 파도풀이 있는 수영장도 선보인다고 한다. 이제 시민들은 푸른 숲길과 미니공원 등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고 문화와 휴식을 즐기게 된다. 신천은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대구시민들의 최대 휴식과 여가 공간이다. 대구시의 신천 생태공원화 사업은 도시의 품격을 높일 수 있을 뿐아니라 도시민의 안락한 휴식공간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공원처럼 규모는 크지 않으나 수변을 따라 조성되는 숲과 물이 흐르는 도심의 명품 휴식공간으로 변모된다면 관광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대구시는 신천이 시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가장 친숙한 공간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이름 그대로 전국 최고의 명품공간으로 만들어 내길 바란다.

2023-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