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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산보의 미학

김진섭(1903~?)은 일본 호세이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귀국해서 이하윤, 정인섭 등과 함께 해외문학연구회를 조직해서 비평활동을 전개했다. 그는 1930년 무렵부터 독서와 번역에 대한 글을 다수 썼고, 수필을 최초로 본격적인 문학 작품으로 썼던 인물이다. 해방 이후에는 ‘생활인의 철학’ 등의 산문집을 남겨 수필가로서의 이름을 갖고 있다. 산보, 혹은 산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 중에서 가장 간단하고도 그 의미가 깊은 활동이다. 어딘가에서 어딘가까지 때로는 목적을 가지고, 때로는 목적을 갖지 않고 걸어가면서 무언가를 보는 산보는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닌가.모니터에 머리를 박고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잠시 미뤄두고 10분 정도라도 바깥의 주변을 산보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풀리는 경우도 있다. 어딘가를 걷는 것은 나의 삶에 붙은 자연스러운 맥락을 잠시 바꾸는 행위이다.1930년대 독일 문학을 전공하고, 해외문학파의 이름으로 번역과 비평 활동을 했던 김진섭은 1934년에 ‘산보와 산보술’이라는 글을 쓴다. 산보라는 행위가 단순하고 간단하다보니 산보에 대해서 쓰인 글이 많지 않은데, 모처럼 이 글이 있어 읽고 음미해볼 만하다.김진섭은 생활인들이 갖게 마련인 직업의 중압과 가정의 번잡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럴 때 자연으로 가서 웅장한 삼림을 찾기 마련이라고 쓴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일상생활에서 여행이라는 것이 어디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일까. 그럴 때, 조그만 여행의 형식이 바로 산보라는 것이다. 즉 “거니는 것이 휴식이 되는 상태”가 바로 산보다.물론, 산보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형태도 다양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산보도 있고, 친구와 함께 무언가를 이야기하면서 하는 산보도 있다. 술집에서 술을 나누면서 하는 내밀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와 달리, 거리의 소음을 배경 삼아 나누는 고민 이야기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랑하는 사이에 함께 하는 산보는 특별한 어떤 것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손을 잡고 어깨를 겯기만 해도 그 자체가 사랑이 아닌가.비록 김진섭은 그 모든 산보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혼자서 하는 산보라고 말해놓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가 사유와 문학을 다루는 학자였기 때문이다. 철학자였던 칸트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산책했다는 일화가 있는 것처럼, 무언가를 생각하고 쓰는 긴 과정 중에 잠시 흐름을 끊고 산보하는 것은 사유의 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소설가 박태원이 썼던 많은 소설들 속에서 구보씨는 낮이나 밤이나 산보한다. 그의 산보는 바로 글쓰기 자체가 된다.하지만, 산보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어떤 형식이든 어떤 사람들과 하든 좋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카페 순례도, 혼자 혹은 동료와 사무실 근처를 한 바퀴 도는 산책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인근에 있는 녹색의 자연을 찾아 나뭇가지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그 아래를 걷는 일도 모두 산보이다. 산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평등한 행위가 아닐까.그렇게 길을 걷다보면, 우리 앞에 펼쳐진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의 모습들은 매순간 발견이 된다. 특별한 목적이 없더라도, 아니, 오히려 특별한 목적이 없으니까, 산보하는 발걸음 속에 눈에 들어오는 모든 대상들은 모처럼의 발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속 지도를 보고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우연한 만남들이 산보하는 마음 속에는 찾아온다.그런 의미에서 보면, 산보란 독서에 가장 가까운 행위일지도 모른다.문자와 그림들이 빼곡히 들어 있는 하나의 세계인 책의 세계 속을 헤매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행위가 독서라면, 거리를 거닐면서 세상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정보와 자극들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찾아내 의미로 만드는 행위가 바로 산보니까 말이다.우리 모두 오늘 오후만큼은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세상이라는 책 속을 산보해 보면 어떨까./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3-10-30

경북도의 농업대전환시대, 성공 길 보인다

경북도가 이모작과 공동영농으로 농업 소득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대한민국 농업대전환시대를 열기 위한 시범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5일 경북도가 농업대전환 시범단지로 선정, 추진 중인 문경사업단지에서 첫 결실인 콩 수확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곳 문경 영순 들녘은 매년 벼농사 한 번만 지어왔던 곳이었으나 시범단지로 지정받은 올해부터는 105ha 면적에 콩과 양파를 중심으로 이모작 공동영농을 추진하고 있다.현재 결실을 맺은 콩 수확이 끝난 자리에는 바로 양파가 파종되고 일부는 내년 초 감자가 식재될 예정이다. 들녘 전체는 늘봄영농조합법인이 책임 경영하고 공동영농에 참여한 농가에는 연말쯤 참여 면적에 따라 기본소득 등이 지급된다고 한다.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수확된 콩은 판로에 문제가 없도록 섭외 중에 있다”고 밝히고 “계획대로라면 단지의 농업소득이 기존보다 3.3배 늘어난 2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경북도의 농업대전환 사업은 특화작물의 이모작과 공동영농 방법을 통해 농가의 소득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이다. 동시에 고령화된 농촌의 인력 문제도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 사업의 완성을 위해 농업대전환 추진위원과 함께 네덜란드의 선진농업을 벤치마킹하고 문경, 예천, 구미 등을 우선 시범단지로 선정했다.이 지사는 농민이 도시근로자와 같은 일 하면서 도시근로자보다 낮은 소득을 얻어야 하는 문제에 고민하다 이 사업을 본격화했다. 농토 면적이 우리와 비슷한 네덜란드는 우리보다 두 배(8만 달러) 높은 농업소득을 올리고 있다.경북도가 전국에서 가장 앞장서 추진하는 농업대전환 사업이 문경사업단지 뿐 아니라 경북 전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경북도의 전폭적인 지원과 영농기술분야에 대한 연구 등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이 지사가 희망하는 돈 벌기 위해 농촌으로 가는 이도향촌(離都鄕村)의 날이 하루빨리 도래하길 바란다.

2023-10-30

해충의 습격

홍석봉 대구지사장 전국이 미국흰불나방 유충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송충이 비슷한 유충들이 수십 수 백 마리씩 무리지어 활엽수 잎에 달라붙어 나무 하나 정도는 며칠 사이에 벌거숭이로 만들어버린다.유실수는 물론 도심의 가로수와 공원 조경수 등 수종을 가리지 않고 잎을 갉아 먹어 피해를 입히고 있다. 최근 한강 변에서 많이 발견돼 송충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산림청도 3단계 경계령을 내리는 등 비상이다.1958년 미국흰불나방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후 65년 만의 일이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예전에도 대량 발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처럼 극성인 때는 드물다. 곤충학자 등 전문가들은 지난 여름 잦은 비와 가을까지 이어진 고온 현상이 영향을 미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잊혀졌던 ‘빈대’가 다시 출몰했다. 프랑스에서 빈대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는 외신이 전해진지 얼마되지 않았다. 국내 곳곳에서 수십 년 전 박멸돼 사라졌던 빈대가 다시 발견됐다. 대구 계명대 기숙사와 인천 서구의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찜질방에서도 발견됐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방역도 쉽지 않다.얼마전 부산항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남미 원산의 붉은불개미 50마리가 발견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붉은불개미는 사람이 물리면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다. 또한 경남 창원에서는 나무를 갉아 먹어 목조건축물에 피해를 주는 미국 캘리포니아 원산의 흰개미가 발견되기도 했다.해충의 출현은 지구 환경 변화 즉 온난화의 영향이 크다. 앞으로 어떤 미 기록종의 해충이 내습할 지도 알 수 없다. 보건 위생 청결과 꼼꼼한 방제가 필수적이다.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해 전 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30

‘자연기반해법(NBS)’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 지난 8월 환경부는 하천관리 강화 전문가 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 이후 본류는 정비가 잘 됐으나 당시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지류, 지천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에 더 취약해져 준설 등 하천환경 정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비슷한 시점에 개최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 공청회에서는 전 정부에서 결정한 금강과 영산강 5개 보에 대한 해체, 개방 결정과 한강과 낙동강 보의 강 자연성 회복 구상에 따른 보 처리방안 마련 등의 계획을 취소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 NBS)’이 크게 주목받았다.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는 ‘자연기반해법’을 자연의 기능과 공정을 모방한 생태적 설계기법으로 정의하였다. ‘자연기반해법’을 도입한 하나의 시설이 수자원확보, 오염물질저감, 홍수방어, 생태복원 등 수량-수질-수생태의 다기능·다혜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상류 산림복원, 사면녹화, 토사유출 발생저감, 수변습지와 저류지 확보, 수변림 조성과 홍수터 복원, 하천곡률 복원 등 하천과 관련한 다양한 ‘자연기반해법’이 소개되었는데, 대부분이 하천유역에 적용된다.지난 정부에서는 인위적 하천 준설을 억제하고 보와 같은 하천시설의 설치와 운영을 최소화하는 등 하천에서 ‘자연기반해법’의 직접적용을 강조했다. 반면에 이번 정부에서는 갈수록 커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악영향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으로 하천보다 하천유역에서 보다 폭넓게 ‘자연기반해법’을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이렇게 물관리에서 적용된 ‘자연기반해법’은 도시화와 산업화 이전으로 단순히 돌아가는 것이 아닌 산업화와 도시화를 병행하는 새로운 개념이다.최근 새롭게 부상한 ‘자연기반해법’은 물순환을 포함한 자연계 전체를 보호하고 복원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며,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복지를 향상시키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며, 재해 위험을 감소시키고 환경을 정화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이점으로 인해 ‘자연기반해법’은 지속 가능한 개발과 환경보호를 위한 중요한 도구로 여겨진다.자연기반해법(NBS) 우수사례를 살펴보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클라우마퀴어 사업’으로 집중호우에 대비한 도시 물관리 시스템과 녹지공간 개선사업을 시행하였다. 호주 멜버른에서는 열섬현상 완화와 생물다양성 향상을 위한 도심녹화 프로젝트가 시행되었고, 미국 뉴욕에서는 ‘하이라인 프로젝트’로 폐쇄된 철도노선을 고가공원으로 재활용하여 녹지공간을 제공하였다. 대구·경북에서 ‘자연기반해법(NBS)’ 적용이 시급한 곳은 작년 9월 태풍 힌남노의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포항시 형산강과 냉천 유역, 올해 7월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영주시와 예천군 등 경북 북부 내성천 유역 그리고 사유지 비중이 높지만,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팔공산 지역 등이다.

2023-10-30

LH, TK신공항 조기개항의 주역이 돼 주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27일 열린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 특수목적법인(SPC) 참여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LH는 자사의 과도한 부채 비율 등을 이유로 TK신공항 SPC 참여에 난색을 표해왔다. LH측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TK신공항 건설의 선결과제인 SPC 구성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PC구성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출자지분이 절반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대구시는 다음 달 중 서울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어 연내에 SPC를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지난주 국감에서 LH 이한준 사장은 SPC참여와 관련한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대구 동구을)의 질의에 “신공항 건설 사업은 TK주민과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관련 부서와 적극 협의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사장은 지난 16일 열린 국감에서 “현재로선 재무적 손실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SPC 참여가 어려운 상태”라고 답한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부동산 경제가 침체돼 악성 부채가 늘어나고 있어 ‘현재로선 어렵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제 말이 마치 TK신공항이 경제성이 없어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오해받은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이날 국감에서 강 의원은 TK신공항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기금을 활용하는 길이 열리면 신공항 사업을 추진할 SPC의 금융비용 낮추기에 도움이 되는 만큼 LH나 한국공항공사 등 공공기관 참여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최근 한국공항공사에 이어 LH가 SPC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TK신공항 건설에 속도감이 붙은 것 같아 다행이다. LH 이 사장도 언급했듯이,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TK신공항 건설은 사업성도 충분한 만큼 LH가 하루빨리 SPC에 참여해 신공항 조기개항의 주역이 돼주길 바란다.

2023-10-30

정치 팬덤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김진국 고문 정치인이 고약한 것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이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의 고향이라는 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는 어디로 갔나. 민주주의의 전범처럼 들먹이는 미국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서 선거가 가짜뉴스에 휘둘리고, 선거 결과에 불복(不服)하고, 극렬 지지자들이 의회를 난입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한국도 뒤지지 않는다. ‘개딸’이니, ‘문빠’니, ‘태극기’니 하는 극단 세력들이 정치판을 휘젓는다. 비타협적인 ‘탈레반’ 세력이다. 무조건 자기편만 드니 지지자들은 환호한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이 빠지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건 원시 시대부터 작동해온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원리다. 힘이 센 자가 이기고, 이기면 무조건 다 갖는 게임에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사기다. 합의해놓고 뒤집고, 규칙에 따른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 역시 민주주의라고 하기 어렵다.근본적인 대변혁이 필요하다.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가능한 것 하나라도 고쳐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여야 원내대표들이 국회 회의장에 비난 팻말을 붙이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작지만 칭찬할 만하다.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주 월요일(23일) 먼저 제안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찬성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우선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된 모습을 보인다”라며 국회 회의장 분위기부터 개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서 팻말을 부착하거나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라고 공개했다.그동안 국회를 보면 기가 찼다.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모두 말이 열려 있는 공간이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소위 면책특권이다.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 모든 회의가 생중계된다.그런데도 회의장 책상 앞에 피켓을 줄줄이 세워놨다. 국회 참관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한국을 선진국으로 아는 외국인에게도 창피하다. 본회의장, 상임위 회의장을 놔두고, 국회 본관 계단에 서서 학생들처럼 팔을 흔들며 구호를 외친다. 피켓이나 집단 시위는 자기 목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특권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국회의원 몫이 아니다. 박완서의 소설 ‘도둑맞은 가난’이 떠오른다.상대를 비난하는 팻말을 붙여놓고, 무슨 대화가 되겠는가. 처음부터 국회를 싸움판으로 만드는 짓이다. 복잡한 현안을 단순한 구호로 압축해 공영 방송에 지속해서 노출하는 것은 여론을 왜곡한다. 일부 의견을 과다 대표하고, 국정현안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헷갈리게 한다. 더구나 겨우 팻말이나 들고, 구호나 외치라고 국회로 보내준 게 아니다. 유권자에 대한 모욕이다.일부 과격파 의원은 이를 무시한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 수석 부대표는 방송인터뷰에서 “솔직히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없을 겁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기 참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이런 시도가 있었지만 조금 지나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야당을 과도하게 비난하는 정쟁(政爭)성 현수막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문제 현수막들을 철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기에 호응하지 않았다.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비난성 문자 폭탄을 “민주주의를 위한 양념 같은 것”이라고 두둔한 일이 있다. 당장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민주주의 파괴를 선동해서는 안 된다. 아이돌의 열성 팬 문화에서는 지지하는 가수 외에 다른 가수는 없다. 우호 세력은 물론 반대 진영의 정치적 경쟁자마저 인정하고 의견을 조정해야 하는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역사적으로 정치에서 가장 적극적인 팬덤은 나치였다. 팻말과 고성, 야유 등 돌출행동은 카메라의 주목을 받는다. 나쁜 짓을 즐기는 이유다. 적어도 책임 있는 언론만이라도 이런 행동을 외면하면 안 될까.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10-29

맨발걷기, 제대로 알고 해야하는 이유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요즘 산과 바다, 공원 등 어딜 가도 맨발로 걷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열풍에 힘입어 각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조례를 만들어 맨발걷기 장소를 조성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면 혈액순환과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되고, 운동 효과도 크다는 게 맨발걷기 애호가들의 주장이다. 발바닥이 땅바닥과 접지되면 활성산소를 없앨 수 있고, 병도 이겨낼 수 있다는 동영상과 책도 많다. 하지만 맨발걷기의 효과가 의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수의 전문의나 스포츠과학자들은 건강하거나 운동기능이 뛰어난 사람의 경우 큰 문제가 없겠지만 당뇨병이 있거나 노인의 경우 감염 및 낙상과 부상 등의 위험 요소가 많다고 지적한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맨발로 다니지 않는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가락이 뭉개질 수도 있고, 피부를 자르거나 구멍을 내는 날카로운 것을 밟을 수도 있다. 게다가 맨발걷기는 뼈와 근육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단단한 표면을 맨발로 걸으면 발뿐만 아니라 신체의 나머지 부분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미국의 한 족부 전문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뒤꿈치 또는 아치 통증, 정강이 부목 및 건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행의 생체역학이 적용되어야 이 같은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맨발걷기는 운동의 원칙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맨발걷기를 해야 부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맨발걷기를 하기 전에 준비운동은 필수다. 각 관절을 돌려주고 근육을 늘려주는 체조와 스트레칭 등으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맨발걷기를 할 때는 시선이 중요하다. 땅에는 돌, 유리조각, 가시 등 발바닥에 상처를 줄만한 위험요소가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아무 곳에서나 맨발을 노출시키면 안 되고 전용공원이나 위험요소가 적은 곳에서 해야 한다.맨발걷기는 지나치게 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맨발걷기를 신발을 신고 걸을 때처럼 걷다가는 관절과 인대 및 힘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맨발걷기를 산에서 하면 내려올 때 체중의 5~7배 정도의 하중이 발에 실리게 된다. 이 경우 아킬레스힘줄염이나 족저근막염이 생길 수 있고, 기존의 병증이 악화할 수도 있다. 특히 근골격계 노화가 진행된 노인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무리하게 걸으면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하중이 집중되면서 관절염 등 퇴행성 질환이 급속도로 진행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맨발걷기 도중 발에 상처가 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작은 상처나 물집도 궤양으로 번질 수 있어 맨발걷기 후에는 상처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발에 진물이 나고 갈라진다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당뇨병 환자는 맨발걷기를 자제하는 게 좋다. 다발신경병증과 같은 신경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부상 위험이 없는 곳에서만 맨발로 걸어야 한다. 관절에 문제가 있거나 발의 정렬이 어긋나면 사전에 정형외과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50대 중년 이상이나 체형의 불균형이 있다면 맨발걷기의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한다. 체형의 불균형은 신발을 신든 맨발이든 많이 걸을수록 발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체형 불균형 상태에서는 걸을 때마다 발바닥의 일부분에만 지나친 압력이 가해지게 되어 굳은살이 더 단단해지거나 족저근막염과 같은 발 부위 염증이 생기기 쉽다. 발바닥에는 지방 패드가 있어 발을 보호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지방 패드가 딱딱해지고 얇아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중년 이상의 연령층은 모든 종류의 걷기 운동에서 준비 단계를 거치는 게 안전하다.특히 노인의 경우 맨발은 낙상 등 부상 위험이 훨씬 크다. 최근 Shoe Science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765명의 노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집에서 넘어진 것과 하루 종일 신발, 양말을 신었는지 또는 맨발로 다녔는지 여부를 분석했는데, 집에서 넘어진 경우 참가자의 절반 이상(51.9%)이 당시 맨발이거나 양말이나 슬리퍼만 신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낙상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할 때마다 신발을 신는 것이 바람직하다.더구나 맨땅에는 수많은 병원균들이 존재하여 십이지장충, 포도상구균 등의 질병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습한 장소에서 맨발로 걷는 것은 무좀과 같은 곰팡이균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맨발걷기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근거가 부족한 면도 많다. 잘못된 맨발걷기는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맨발걷기를 만병통치라고 맹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전문가와 사전 의논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유행하는 건강법을 무작정 따라하다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맨발걷기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인지 전문의나 스포츠과학자에 확인한 뒤, 자신의 건강 및 체력 수준에 맞는 걷는 자세와 속도 및 시간을 정하고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3-10-29

국정기조의 변화는 탈이념정치에서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의 처절한 패배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는 변화 조짐이 약간 보인다. 대통령은 강서구 패배 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치에서 이념보다는 민생을 위해 정친인들이 현장으로 달려가길 촉구했다.정치 혁신을 위해 파란 눈의 인요한씨를 혁신 위원회의 책임자로 맡겼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6개월 동안 이념을 앞세운 정치가 국정의 기조가 되고 혼란을 자초한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대통령의 보수권 확대 코스프레 정도로 알았지만 그 강도는 점차 세었다. 정당 간 두 번의 정권 교체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이 나라 정치에서 이념 전쟁은 시대에 뒤진 정치행태이다. 자유주의 명분의 강경우익적인 갈라치기 정치는 극한 대결의 정치, 정치 실종시대를 자초하였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대를 탈피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강서구 보선의 참패는 이를 잘 입증한다. 대통령의 탈이념 정치야말로 국정 기조 변화의 첫 단추이다.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이를 따르는 기회주의적 세력과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이 같은 발언은 윤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국회뿐 아니라 장외에서도 정치 현안에 대한 정쟁이 날로 증폭되었다. 대통령은 야당 이재명 대표의 대화 제의를 피의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거부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언론과의 원만한 소통마저 거부하고 있다. 후보 시절 공약했던 출근길 도어 스테핑도 공식적인 기자회견도 사라져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의 이미지는 더욱 강화되었다. 정부나 집권당의 인사들은 대통령의 심기만을 살피는 수직적 관계만 형성되었다는 비판이 따랐다. 독립운동 영웅 홍범도 장군의 이미지는 여지없이 실추되었다. 정부의 협치는 사라지고 진영 정치, 패거리 정치로 살벌한 전투장이 되고 말았다. 물론 야당의 책임도 면할 수 없다. 민생 정치는 사라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고 있다.대통령은 내치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이념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프리드만의 자유주의를 수차례 강조할 때도 보편적 ‘자유’ 확산으로 이해하였다. 자유주의 진영의 철통같은 단결을 통해 공산전체주의를 막자는 것은 냉전시대에 자주 들었던 귀에 익은 소리이다. 자유진영에 바탕한 한미 안보 동맹은 역사적인 전통이며 우리의 불가피한 현실이다. 한·미·일의 외교적 결속은 북·중·러의 역 삼각 동맹 결속으로 다시 냉전 체제를 초래하는데 문제가 있다. 한·미·일 가치 동맹은 안보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경제적 실용외교에도 상충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 간 졸속, 굴욕 외교라는 비난 속에서도 한일관계를 급박하게 정상화하였다. 정부의 강제 징용 보상, 후쿠시마 오염 수의 해결 방식은 일본 정부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따른다. 그러함에도 일본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각료의 신사참배는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이념외교는 현대의 실용외교 다원외교에도 역행한다.정부의 이념 정치에는 뉴라이트 식 사고와 논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일제의 조선반도 식민화계획은 요시다 쇼인의 명치유신의 결과이다. 그러나 한국의 뉴라이트 인사들은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까지 옹호하고 있다.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당치 않는 주장까지 동조한다. 이들은 일제의 조선 침범은 당시 왕권의 무능, 조선인들의 미개성에 기인한다는 주장에까지 동조한다. 정부의 어느 각료는 매국노 이완용의 친일적 입장까지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이 연장선에서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진 쿠데타의 불가피성까지 옹호한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발전 집념과 그 성과는 인정할지라도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함은 역사 인식의 엄청난 오류이다. 대통령이 일부 뉴라이트 계열의 시대착오적 역사 인식을 국정 기조로 삼는다면 불행은 계속될 것이다.결론적으로 국정 기조를 바꾸려면 대통령부터 이념 정치에서 탈피해야 한다. 문제는 집권당과 대통령실이 이러한 시대에 뒤진 이념정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데 있다. 집권세력의 독선과 오만은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는 기제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국정의 중간평가인 내년 4월 총선 결과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현 정부의 국정동력은 추동력을 잃고 대통령의 네임덕 현상은 가속화 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강경 보수 우익의 국정기조를 민생정치로 탈바꿈해야 한다. 새로이 출범한 당 혁신기구는 이러한 제안을 과감히 할 수 있을까. 혁신기구 구성원들의 성향으로 볼 때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 양당 대표 회담이든 대통령과의 3자회담이든 대통령은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의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이 사법 리스크 해소용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는 안 된다. 여야 정치권은 이념보다는 민생 정치를 위한 대화를 복원할 시점이다.

2023-10-29

체크무늬의 기억법

평생 그 속에 갇혀 있었다잔잔한 떨림으로 번져오던 칸 칸이어지는 직선 무늬를 타고계단들이 자라 올랐고그 직선을 타고 떠나왔다 때로는찌그러지는 체크무늬를 만들고 껴입기도 하면서세상의 빈칸에 파고들곤 했다 따스하기도 하고꽉 찬 칸에서 튕겨 나세상의 끝자리에 매달려 대롱거리기도 하면서젖은 현수막으로 걸려 있기도 했다늑골에 소복한 보푸라기들을 찌르며마분지 같은 칸들이 밀려와 매달렸다 저녁 새들이 물고 오는 칸들이 있었다구름 경전이 칸 가득 쌓이기도 하고다시 그 질긴 교직(交織)에 갇히고풀리기도 하면서헐거덩거리며 왔다 ―김만수,'체크무늬’ 전문 (나의 수많은 근처들·2023) 바야흐로 체크의 계절을 맞는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디자인계의 명언이 있다. 디자인의 기능이 결과물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시각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조형은 점, 선, 면으로 치환할 수 있다. 20세기 추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는 이들의 특성을 활용한 조형의 무한한 가능성을 일찍이 주목했다. 여기 1987년 등단 이후 김만수(1955~) 시인의 긴 시력이 내장된 시선집에 담긴 체크 라인을 따라 그가 직조한 삶의 무늬를 들여다보자.체크란 무엇인가? 체크가 주는 속성은 중의적이다. 직선이 주는 단호함과 따스하고 포용적인 질감이 혼재한다. 선과 면이 공존하는 네모난 공간이기에 삶의 무늬는 체크의 칸 속에 갇혀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다. 하여 시인은 체크 밖에서 체크를 보는 방식으로 “평생 그 속에 갇혀 있었다”며 체크 속 지나온 여정을 기억하고 있다.우리가 “체스판 모양의 격자무늬”를 “체크무늬”라고 부르는데 “체크무늬”에서 “체크(check)”란 서양식 장기(將棋)인 “체스(chess)” 즉 왕(King)을 의미한다. 시인은 그 자신이 직조한 체스판 안에서 왕이 되었을까.체크에 내장된 시인의 시간은 횡과 열이 교직하기에 수직이거나 수평이거나 때로는 역방향이다. “직선 무늬를 타고//계단들이 자라 올랐고” 에서 상승기의 방향을 드러낸다면, “찌그러지는 체크무늬를 만들고 껴입기도 하면서//세상의 빈칸에 파고들곤 했다”는 대목에서는 삶의 한 공간에 자리 잡기 위한 치열한 분투기의 격정을 보여준다. 그렇다, 체크의 이중적 속성은 늘 교차한다. “따스하기도 하고” “세상의 끝자리에 매달려 대롱거리기도 하면서” 온기와 냉기를 벼리고 있다. 사람의 생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늑골에 소복한 보푸라기들을 찌르며” 칸과 칸 사이 “마분지 같은 칸들이 밀려와 매달” 리는 삶의 진경이 체크무늬 공간과 겹치기에. 이희정 시인 어떤 공간은 잊고 있었던 현재의 공간을 통해 과거의 감수성을 불러오는 데 일조한다. 누구나 저마다의 장소애(topophilia)를 갖고 있다. 김만수 시인은 포항이라는 공간에서 나고 자랐다. 장소를 구성하는 세 가지 기본 요소가 몸, 가족, 공동체라고 한다면 시인의 체크무늬 속 공간은 포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져 있다.“저녁 새들이 물고 오는 칸”에는 “구름 경전이 가득 쌓이기도 하”듯 체크무늬 칸, 칸에는 과거와 현재의 공간이 만나 갈등하고 회상하는 장면이 그 경험을 은유하고 있다.이처럼 점으로 시작한 한 시인의 역할은 시작과 끝을 ‘선’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선은 우리의 삶의 공간인 면과 맞닿아 있다. 켜켜이 직조된 선은 종내에는 하나의 ‘면’이라는 개인의 삶의 공간을 이룬다. 그 면을 이루고 있는 선은 끝없이 변화하며 무한한 가능으로 가고 있다. 시인이 직조한 체크무늬는 시작점과 마무리 점을 잇는 체크의 선들로 사람과 사람을 이으며 평행하게 이어지고 있다.“그 질긴 교직에 갇히고 풀리기도 하면서 헐거덩기리며”

2023-10-29

인류사는 현대까지 어떻게 진행 돼 왔을까?

박진홍 부국장 인류사는 현대까지 어떻게 진행 돼 왔을까 ?인류사는 선사와 역사로 구분된다.역사 이전을 선사(先史)시대, ‘문자 탄생’으로 기록 수단이 생긴 역사(歷史)시대로 나눈다.역사(歷史)란 무엇을 뜻할까?역(歷)은 과거에 있었던 일, 사(史)는 사람이 말을 하는 것으로 ‘사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기록’을 말한다. 동양에서 ‘역사’란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대략 400여년전, 명나라 애황이 쓴‘역사강감보’란 저서에서 시작됐다. 그전에는 중국 춘추시대 공자의 노나라 역사서 ‘춘추(春秋)’가 ‘역사’란 단어를 400여년간 대신 하고 있었다. 그러다 기원전 2세기 전후 한나라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史記)가 향후 1천700여년간 ‘역사’란 단어로 사용 됐었다. 서양에서는 BC 5세기경 그리스 헤로도토스가 페르시아전쟁 등에 관해 쓴 책 ‘Historia’에서 ‘역사’란 단어가 시작됐다.역사는 자주 바뀐다.역사적 대사건의 팩트는 불변이지만 ‘역사를 보는 관점’ 즉 사람들의 사관(史觀) 따라 역사 해석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역사를 공부할 때 정말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인류 역사는 1만년전쯤 메소포타미아에서 농업혁명으로 시작된 촌락들이 도시 문명으로 발전하면서 시작한다. 5천500년전 수메르인들이 메소포타미아문명을, 뒤이어 5천300년전 이집트문명이 각각 수많은 도시국가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 가운데 생겨난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인더스 문명이 5천년전, 중국 황하문명은 4천년전 시작됐다. 이 대목에서도 ‘우리 사피엔스종을 지구의 절대자로 만든 문명사가, 1만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인류는 600만년전 유인원 분기 이후 무려 599만년 동안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살아 왔다. 특히 공룡이 2억3천만년전 출현해 무려 1억6천500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점과 비교할 때 인류의 역사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현대 학계는 인류 문명사를 ‘소규모 집단·문화가 대규모로 통합·협력하는 방향을 지향해 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화폐와 제국, 종교가 주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보고 있다. 과거 수렵채집인들은 물물교환을 했으나 이후 도시와 왕국의 등장으로 물물교환의 효율성을 위해 화폐가 생겨난다.돈은 교환과 이동, 부의 축적에 용이했다.하지만 돈은 ‘상상 속에 존재 하는 상호신뢰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예를 들어 현대 전세계의 화폐량은 60조 달러지만 실제 유통되는 주화·지폐 총액은 6억 달러 미만에 불과하다. 화폐의 90% 이상이 컴퓨터 서버에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로마시대 화폐인 주화는 이미 인도에서 유통될 정도로 세계 경제를 연결시켰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화폐는 전세계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기 시작했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에서 수탈한 금·은으로 동아시아에서 비단과 도자기, 향신료 등을 구입했다. 세계적 통합 경제권이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전세계는 다른 종교와 언어, 통치를 받았으나 돈은 인류 공통의 기준이 됐다.제국주의를 거론하면 먼저 정복과 폭압, 학살, 노예 등 부정적 면이 강하게 제기 된다.하지만 역사를 둘러 보면 제국주의에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예를 들어 기원전 134년 이베리아 반도 캘트족 국가 ‘누만시아’는 로마군에 의해 정복됐다.하지만 21C 현재 스페인은 로마제국에 근간을 둔 로망어와 로마카톨릭교, 법, 정치체계, 건축법 등을 사용하고 있다.2천여년전 로마에 정복됐던 스페인이 현재 내용적으로 로마의 후신이 돼 있는 것이다.중국 역시 지난 수천년 동안 수많은 민족들이 정복과 피정복을 거듭한 후 현재 ‘하나의 통일 제국’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중국을 비롯한 모든 제국주의 동화현상은, 전세계 많은 민족·국가의 이질성을 아울러 온 것이 사실이다.또 현대인들이 누리는 문명 대부분도 과거 제국 착취물의 결과라는 점도 부정하기 힘들다.다만 제국에 정복된 민족들의, 수십년에 걸친 동화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웠다.기독교와 이슬람, 불교 등 종교의 경우 분열의 근원이기도 했지만 인류를 통합하는 매개체 역할도 강력하게 수행해 왔다.앞으로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인류가 자본과 노동, 정보시장이 통합된 하나의 글로벌 제국에서 살게 되지 없을까?

2023-10-29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바란다

유영희 작가 지난 23일, 국민의힘이 혁신위원회를 꾸렸다. 서울 강서구 선거 패배 이후 내년 총선의 승기를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일이다.12월 24일까지 60일간 활동하는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뜻밖에도 인요한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장이 지명되었다.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할아버지가 1912년 한국에 선교 활동하러 와서 아버지도 군산에서 태어났고, 인요한 역시 전주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자라 스스로 순천 촌놈이라고 소개한다고 하니 토종 한국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할아버지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3·1운동에 참여했다는 점, 아버지가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다는 점들로 인요한 가족의 한국사랑은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존 린튼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국적은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한 공으로 2012년 정부로부터 순천 인 씨라는 성을 받고 특수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도 갖게 되었다.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광주 시민군을 위해 통역도 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니, 일반 국민의힘 기조와는 많이 다르다. 이번에도 인요한은 첫 대외 행선지를 광주로 정하고, 개인자격이지만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에도 가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정도라면 진정한 통합을 위해 그가 적격이라는 생각이 든다.이제 그가 혁신위원장이 된 지 3일 만에 내놓은 12명의 혁신위원 명단을 보니, 여성이 7명으로 남성보다 1명 많고, 청년층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70년대생 3명을 제외하고라도, 80년대 4명, 90년대, 2000년대가 각 1명이다. 사업가로 이름을 올린 여성은 나이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중장년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정치인 6명 외에 교수 2명, 의사 2명, 앵커, 학생회장, 사업가 등이라 전문 정치인에게 휘둘리지 않을까 의문이 든다. 인요한 위원장도 그 점을 의식했는지 혼자서라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겠다고 약속한다.그러나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지난 행적이나 현재의 정치 이상이 아무리 통합 지향적이라고 해도 현실 정치에서 그 뜻이 관철되게 하려면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 추모식에 가는 이유에 대해 우리 모두 죄인이니 추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뭉뚱그리며 책임소재를 흐리고, 홍준표 이준석에 대한 대사면 제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떡하겠느냐는 질문에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하면 곤란하다. 혁신위원회의 권한 범위를 모르겠다면서 와이프와 아이만 남기고 바꾸겠다는 말을 어떻게 실천할지도 의문이다. 인요한은 박근혜 정부 때도 참여했지만 자기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자 후회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물러난다면 개인에게나 우리 사회에 손실이다.누가 정권을 잡든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여러 의구심과 불안 요소를 잘 극복하고 평소 가진 통합의 지향을 잘 관철해서 국민의힘이 이념 논쟁 그만두고 민생 정치를 펼치는 데 기여해주기를 바란다.

2023-10-29

완벽한 조직을 만드는 혁신리더십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포스코의 현장 혁신활동 중에는 개선리더 활동이 있다. 말 그대로 개선 역량이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으로 공장 별로 평균 3~4명의 인원을 선발해 개선팀을 구성, 현업에서 4개월간 빠지게 하여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약 1주일간 일과 낭비 개념 낭비발굴 방법과 개선기법에 대한 기본교육을 이수하고 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일하는 법을 배우고 성공 체험을 통해 현업에 복귀해서도 개선을 이어 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활동이다.일반적으로 리더는 어떤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목표 달성이나 방향을 이끌어 가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래서 카리스마가 있거나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 리더십이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리더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조직 내 다른 사람을 이끄는 책임을 갖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즉 현재의 위치에서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조직의 긍정적인 성과를 만들어가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다.그래서 개선리더도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해결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는 리더이며 4개월이 완료되는 시점에 사람의 변화와 성과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내야하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의 역량 향상은 물론 개선 결과가 좋은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체크와 피드백을 해 주면서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개선활동에 있어 리더의 역할이다.혁신활동에서 공장이나 그룹과 같은 리더의 또 하나의 역할은 본인이 맡고 있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고 현재 상태를 분석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한 후 현상과 목표의 차인 문제를 정의하여 조직원이 역량을 발휘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그러기 위해 문제를 유발하는 요인인 문제점들을 빠짐없이 도출하고 적임자를 선정하여 언제까지 어디까지를 정해주고 지속적으로 피드 백 해주어 좋은 성과가 나도록 과정을 체크하고 지원해주는 역할이 곧 혁신리더십이다.여기서 일의 본질이란 본인의 업무가 고객의 관점에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보면 된다. 제조업은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 고객이 필요한 때 공급하는 것으로 즉 Q.C.D(Quality Cost Delivery)를 말한다. 설비를 정비하는 업은 고장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고장이 나면 신속 정확하게 수리하는 것이며, 제품의 품질이나 정도를 분석하는 업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고객이 필요한 정보D를 제공하는 것이다.사람은 제품이 아님에도 가끔 불량이라는 단어를 쓰는 때가 있다.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모르거나 엉뚱한 행동을 할 때 태도나 자세 불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제 역할을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완벽한 개인은 없어도 완벽한 조직은 있다는 말이 있다. 완벽한 조직은 각자가 서로 다른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 하면서 맡은 역할을 다하는 리더가 될 때 가능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2023-10-29

시간에 관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2023년이 두 달 정도 남아서 그런지 얼마 전부터 ‘시간’이란 어휘가 주위를 맴돈다. 몸도 생각도 자꾸 시간을 둘러싸고 돌아간다. 그러던 차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영화관에 도착한다. 무려 10년 만에 신작을 가지고 돌아온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원한 얼굴이자 노장(老壯) 미야자키 하야오의 투혼에 경의를 표한다.‘그대들은….’에서 다뤄지는 시간은 2차 대전 혹은 일본식으로 표현하면 대동아전쟁(大東亞戰爭) 말기(末期)다. 당시 중학생 마히토가 겪는 신비로운 사건이 영화의 고갱이다. 마히토는 물론 하야오의 분신이다. 전화(戰禍)인지 또는 자연적인 발화(發火)인지 모르지만, 마히토는 불길 속에서 사라지는 엄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나이 어린 마히토가 거대한 불길 앞에서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예민하고 감수성 풍부한 마히토의 내면에는 무기력한 자아를 향한 원망이 자리 잡는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 시골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신비롭고 수수께끼 같은 사건과 장면이 이어진다. 독자 여러분이 몸소 ‘그대들은….’을 감상하시기 바란다.영화에서 흘러간 2년 동안의 시간이 의미심장하다는 사실은 덧붙이고 싶다. 마히토는 그 시간에 내면과 육신의 성장, 자신과 가족 그리고 현실 세계와 저승 세계 같은 복합적이고 추상적이며 비논리적인 것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마히토는 사람이 놓치고 살아가는 수많은 빛과 그림자, 그림자의 배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새로운 1년이 시작하고, 그 1년이 우리와 작별함으로써 또 다른 1년이 얼굴을 내밀면서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새해 전날 많은 사람이 승용차에 몸을 싣고 마치 전장(戰場)에라도 나가는 전사(戰士)처럼 비장한 얼굴로 해맞이를 하러 장도에 오른다. 왜 그러는지, 물어도 신통한 답변을 들은 적은 없다. 남들이 하니까, 뭔가 새로운 의지를 다지러,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군색한 대답 일색이다.하지만 거기에는 분명 특별한 의미가 들어있을 것이다. 사라진 1년에 조의를 표하고, 새로운 1년을 향한 굳은 각오와 결의를 다지기 위함이 해맞이 행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수많은 차량 행렬이 똑같은 목표와 방향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놀랍고 경이로울 따름이다.요즘엔 시간 흐름이 예전과 달리 완만하고 여유로우며 넉넉하다는 느낌이 날로 강해진다. 평생 한 번도 감촉하지 못한 푸근하고 자유로운 감상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언제나 쫓기듯 열렬하게 살았던 지난날의 나와 그것을 조용히 반추하는 거울 바깥의 내가 서로 어색하여 남산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그래서 아주 좋다. 서둘지 않아서 좋고, 작은 일에도 진심이어서 좋고, 강연 준비도 차분하고 내실 있게 할 수 있어 좋다. 그래서 나직하게 속삭인다. ‘시간아, 정말 고맙구나!’

2023-10-29

미국도 김치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식품업체의 위생관리 리스크는 기업의 존폐를 가를 만할 위중한 문제다. 최근 글로벌 맥주브랜드 칭다오가 오줌맥주 논란에 휩싸이면서 하루아침에 주식시장에서 시총 1조2천억원을 날려버린 사실은 식품업체의 리스크를 보여준 좋은 예시다.중국은 지난 2021년 중국의 한 김치공장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진 바 있다. 이번 칭다오 오줌맥주 사건은 중국식품 전반에 또한번 불신을 초래했고, 국가적으로도 망신살이 뻗친 일이 됐다.미국 연방정부가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 운영한다는 소식이다. 김치에는 유산균과 비타민 등 각종 영양분이 풍부하고 최근 미국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이 찾는 식품으로 등장한 때문이라 한다.한국산 김치가 미국을 비롯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중국 식품이 국제적 불신을 초래한데 반해 한국은 김치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있다는 것에 대해 국민으로서는 자긍심도 느낄만하다.우리나라는 김치문화 계승과 김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부터 11월 22일을 법정 기념일인 김치의 날로 정하고 있다. 이 날은 김치페스티벌과 요리경연대회 등과 같은 기념행사를 전국에서 펼친다.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는 우리나라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일찌감치 선정한 바 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 장 부스케 교수는 김치 재료에 함유된 영양성분이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한국김치의 효능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미국의 김치의 날 지정은 K-푸드의 세계화를 입증한 하나의 사례일 뿐아니라 한국음식 세계화의 전망을 밝게 한 쾌거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29

여당혁신위 동력 얻으려면 ‘破格’이 필요하다

여당 혁신위의 국민통합 의지가 돋보인다. 인요한 혁신위는 지난주 1호안건으로 ‘당내 대사면’을 제안했다.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이 대상이다.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에 따르면, 당 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혁신위가 첫 안건으로 당내 대사면을 결정한 것은 극심해진 당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사면 당사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쌓인 감정의 골이 금방 메워질 수는 없다. 혁신위가 성급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금물이다.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조그마한 당내 분열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비판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꾸준히 설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당이 변하는 모습을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혁신위가 차가워진 민심을 다시 견인할 동력을 확보하려면 다양한 충격적 조치들이 요구된다.인 위원장이 지난주말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을 콕찝어 “스타의원은 서울에 출마하는 게 상식이다”라고 언급한 말도 파장이 크다. 보수정당 지지기반이 강한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울산)지역 다선의원들이 희생정신을 발휘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는 요구다. 당사자들은 충격적이겠지만, 인적쇄신을 위해 혁신위원장이 할 수 있는 말이다.여당은 이번주 총선기획단과 인재영입위 가동을 시작으로 총선준비에 들어간다. 12월 12일부터는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총선기획단에서는 당의 공천방향이나 수도권 대책을 내놔야 하고, 인재영입위에서는 당의 다양성을 확보할 인재들을 발탁해야 한다. 혁신위 과제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조직간에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지금 중도층과 서민·약자들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참패를 면할 수 없는 위기상황이다. 혁신위와 총선기구들이 역할분담을 잘해서 민심을 감동시킬 만한 파격적인 메시지를 계속 내놔야 한다.

2023-10-29

소 럼피스킨병 확산, 경북 차단에 총력 대응을

국내서 최초 발생한 소 바이러스성 질병 럼피스킨병이 확산세를 멈추지 않고 전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다행히 경북은 아직 발병 소식이 없으나 현재 추세로 보아 안심할 일은 아니다.지난 20일 국내 처음 발견된 소 럼피스킨병은 29일 현재 확진 사례가 61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고, 발생지도 충남에 이어 경기, 인천, 충북, 강원, 전북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방역당국은 확진 사례가 나온 55곳의 농장에서 현재 3천758마리의 소를 살처분했다.경북은 한우와 젖소 등 1만9천여 호에서 85만여 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를 키우는 곳이다. 경북과 행정 경계를 맞대고 있는 충북에까지 이 병이 확산돼 경북은 사실상 초긴장 상태다. 도 보건당국은 24시간 비상체계에 들어갔고 영양군에 있는 종축 341두에 대한 긴급 백신 접종도 완료했다. 또 도내 14개 가축시장을 폐쇄하고, 청도에 있는 소싸움장도 문을 닫았다.럼피스킨병은 소와 물소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1종 법정 가축전염병이다. 고열과 피부·점막·내부장기 등에 결절이 생기고 피부부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고 식욕부진, 쇠약 증세를 보이며 임신 소의 경우 유산도 한다고 한다. 사육농의 피해는 물론 구제역처럼 소값 폭등을 일으키는 등 가축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사육농이 많은 경북으로서는 럼피스킨병이 유발되면 사육농의 막대한 재산손실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어 관계당국은 물론 사육농가도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가야 한다. 방역당국의 정보를 귀담아듣고 지시도 잘 따라야 한다. 경북이 청정지역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특히 백신 접종을 서둘러 사전에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400만 마리 분의 백신을 도입해 전국 소농장에 백신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백신 접종이 최선의 방법인 만큼 소사육 농가들이 백신 접종에서 빠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2023-10-29

10월의 어떤 기억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천고마비의 10월도 이제 다 지나간다. 단풍 고운 마지막 주에 들면 낙엽 지면 꿈도 따라가는 줄 몰랐던 아련한 추억을 되돌아보기도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는 낙엽 따라가버린 사랑의 노래가 아닌 쓰라린 가슴을 안아야 할 하나의 아픈 기억이 살아 오른다.작년 이맘때 ‘핼로윈 축제’의 흥청거림 속에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폭 4m의 좁은 언덕길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서로 뒤엉켜 압사당했던 159명의 젊은 영혼들의 기억이 슬프다. 아직도 그 사건의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특별법 제정과 분향소 설치를 다투는 가운데 1주기 추모행사가 열린다. 매년 호황을 누리던 대형 백화점의 마케팅 행사는 사라지고 핼로윈 축제는 물론이고 2주 전에 열려던 ‘지구촌 축제’도 취소됐다.10월 26일이면 생각나는 10·26사태는 1979년 현직 대통령이 살해된 기막힌 역사적인 날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3선 개헌을 통하여 장기 집권의 틀을 마련하고 1972년 10월 유신체제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낙후한 조국을 구하겠다는 선언으로 국민의 정신 개혁과 경제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으나 신임하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회식 자리에서 권총으로 살해당했다. 올해가 44주년이 된다.그리고 또 26일은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일본 총독 이토히로부미를 중국 하얼빈역에서 저격하였고 우리에게는 독립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한 사건이다. 그가 목숨 바쳐 구국 투쟁을 벌이겠다고 동지 11명과 맹세하면서 자른 손가락은, 여순감옥에서 쓴 많은 글씨와 함께 찍은 장인(掌印)의 자국으로 보여주며 그의 구국 열의를 되새겨 보게 한다.또 해방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46년에 일어난 ‘대구10월항쟁’은 올해로 77주년이다. 당시 미군정의 식량 정책에 불만을 품은 대구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하자 경찰이 총격을 가하고 계엄령을 선포하였는데, 이를 참지 못한 민중봉기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해방 후 최초 민중항쟁이었다. 이 사고의 진상규명과 희생된 수천 명의 명예 회복은 최근까지 계속되었다.역사는 흐른다. 낙엽 지는 가을의 정취 속에 마음을 정리해 보노라면 지나온 세월 동안에 일어났던 숱한 사건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25일은 ‘독도의 날’이었다. 1900년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명시한 것을 기념하며 2010년 한국교원 총연합회와 몇몇 유관 단체가 ‘독도의 날’이라고 선포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 있는데도 일본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만 우리 독도의용수비대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이제 곧 11월. 그 많았던 축제들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포항문화재단의 ‘우리동네 일상예감 프로젝트’로 떠나본 두 번째 ‘세계가곡여행’은 26일 끝났다. 매주 목요일 오전 오후 2개 팀이 대잠홀에서 이탈리아 오페라 공부와 함께 우리 가곡을 감성 있게 불러본 두 달 반의 노래 여행은 이제 나의 뇌리에 행복한 꿈으로 남는다.“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불러본다.

2023-10-26

가을걷이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벼논의 가을걷이가 끝나간다. 우리 고장의 올해 쌀농사는 풍년이다. 가뭄도 심하지 않았고 태풍의 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풍년가가 울려 퍼지는 흥겨운 분위기는 아니다. 풍년이 되어 수확량이 늘어나면 쌀값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가을걷이를 해야 할 농작물은 벼 말고도 콩과 팥, 조, 기장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조와 기장은 요즘 보기 드물어졌다. 쌀, 보리, 콩과 함께 오곡이라 하여 주요 곡물이었으나 보리와 같이 주식의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김장용 무·배추와 감·사과의 수확은 아직 좀 이르다. 농부의 가을걷이는 자연의 추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가을이면 대부분의 초목들이 결실을 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피자식물만도 4천 종 가까이 된다니 농작물의 수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작디작은 씨앗에서 출발한 들풀의 농사는 실로 엄청난 결실이다. 망초나 쑥 같은 국화과 풀들은 수만 배의 결실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극심한 가뭄이나 홍수에도 아주 망하는 법이 없이 생태계를 이어갈 가을걷이를 하는 것이다.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에서는 생태계의 모든 종들이 계절에 맞추어 살아간다. 한해살이로 생을 마치는 종들도 상당수 있다. 사람들도 농경사회까지는 부지런히 계절을 쫓아가는 생활을 해왔다.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거름 주고 김을 매고, 가을에는 추수를 하는 것이 삶의 내용이었다. 그러다보니 가뭄과 홍수, 태풍 같은 기후의 영향을 어느 동식물 못지않게 받고 살았다. 치산치수로 자연재해를 줄이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불가항력에 대해서는 천지신명에 빌기도 했다. 문명이라는 꾀를 내기도했지만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지금은 농어민이나 관광관련 사업을 하는 인구를 제외하고는 계절과 기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 삶이다. 그러나 년·월·주 등을 단위로 하는 생활 역시 지구의 공전과 자전의 사이클에 따른 삶이어서 자연의 조건을 아주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생업의 여가시간은 여행이나 야외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다 많이 자연을 가까이 하기를 바란다. 먹이를 구하는 수단을 농경에서 산업으로 바꾸었지만, 삶의 본질적인 생태는 친자연적이라는 얘기다. 의식주의 해결을 넘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현상에서 보다 근원적이고 생리적인 삶의 동력이나 감성 같은 걸 얻게 되는 것이다.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다. 농부가 아니라도 그런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봄이면 꽃구경을 가고, 여름에는 바다를 찾고, 가을에 단풍놀이를 하는 것도 계절을 수용하는 삶이지만, 수시로 집 가까운 공원이나 야외로 나가서 계절의 추이에 젖어보는 것도 삶을 한결 깊고 충일하게 하는 일이다. 추수가 끝난 들길을 걸으며 나의 한 해 농사는 어떠했고 무엇을 수확으로 거두어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내 삶의 알곡은 과연 무엇인지, 금싸라기 같은 하루하루를 나는 그저 빈 쭉정이로만 산 것이 아닌지를 돌아보는 계절이다.

2023-10-26

대구 최대현안인 취수원 문제, 새국면 열릴까

구미 해평취수장 물을 대구식수원으로 공동사용하는 문제가 구미시의회에서 다시 논의돼 관심을 모은다. 지난 25일 열린 구미시의회 임시회에서 김장호 구미시장은 김재우 시의원(민주당)이 ‘대구 취수원 이전 협정 파기’와 관련된 질문을 하자, “구미시의회가 나서 (해평취수장 공동사용과 관련한) 시민들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시장은 “시민들의 입장 변화가 없는 이상 제가 나서서 어떻게 하기는 쉽지 않다. 시의회 차원에서라도 의견 수렴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의회차원에서 먼저 논의해 대구와 구미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의 발언이 구미시의회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해평취수장 공동사용에 대한 구미시민들의 여론이 우호적으로 나타날 경우 그동안 식수원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대구시와 구미시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길이 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국무조정실과 환경부, 경북도, 대구시, 구미시,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4월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해평취수장에서 대구정수장까지 45.2㎞ 관로를 개설해 하루 평균 30만t의 물을 대구시민들에게 공급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 시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8월 “이 협정은 구미시민이나 시의회 동의없이 체결되었기 때문에 형식적 합의에 불과하다. 실질적 실효성이 없다”고 선언했었다.대구시는 지난해 이 협정이 무산된 이후, 구미시와 취수원 다변화 협상 논의를 다시는 진행하지 않겠다는 강경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구시는 현재 안동·임하댐 물을 문산·매곡 정수장(약 110㎞)까지 도수관로로 연결해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놓고 환경부와 협의하는 중이다. 만약 해평취수장 공동이용에 대한 구미시민들의 여론이 긍정적으로 돌아섰을 경우, 대구시 식수원 대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구미공단 하류의 오염된 낙동강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대구시민들로선 물 문제가 항상 최대현안이다.

2023-10-26

이준석을 어떡하나?

홍석봉 대구지사장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혁신위라는 것이 결국 어떻게 구성될지는 몰라도, 실권은 없으니 그냥 중진들 입막음용으로 쓰일 것”이라고 김기현 대표가 내놓은 혁신위원회를 평가절하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은 “가짜뉴스와 내부 총질, 제 얼굴에 침 뱉기로 당을 침몰시키는 응석받이 이준석을 제명해야 민심이 살아나고 당이 살아난다”며 이준석 제명운동을 펴고 있다.국민의힘이 ‘이준석 블랙홀’에 빠졌다.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및 당 지도부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이준석 전 대표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이준석은 최근 좌충우돌하며 당과 지도부를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마땅한 대응을 못 하고 있다. 내치지도, 쓸 수도 없는 ‘계륵’이 됐다.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 공천 여부가 주목받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당의 포용성과 건강성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을 묶은 신당론까지 분출하고 있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지만 이준석은 여전히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당 퇴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고 중도 확장성이 큰 때문이다. 하지만, 둘 다 지역구에 출마해서는 당선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의 여론을 움직이는 힘이 적어도 2, 3%는 된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후보 당선에 큰 역할은 하지 못하더라도 떨어뜨릴 수 있는 힘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선거판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는 있다는 시각이다.TK(대구·경북)에서 이준석을 보는 눈도 예전 같지는 않다. 특히 TK 국회의원들은 최근 이준석의 ‘비만 고양이’ 취급에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이 주류인 지역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나 대정부 활동에 그다지 존재감을 보이지 못 하는 탓이 크다. 하지만, 이렇게 조롱당해도 마땅히 대응을 못 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큰불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여당 내부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체제 등장으로 변화 조짐도 보인다. ‘통합과 변화’를 내세우는 인 위원장이 혁신위를 통해 이준석 및 비윤(비윤석열)계 끌어안기를 시도하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와 천아람 등 친 이 인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김기현 2기 체제에 실망한 보수 지지자들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최근 60, 70대 TK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상당 폭 떨어졌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잘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국민의힘은 우군 확보가 시급해졌다. 이런 판국에 계륵이 된 이준석을 바라보고 있자니 속만 뒤집힌다. 보수진영에선 서로 양보해 상생을 찾길 바라지만 해법 찾기가 녹록지 않다.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이준석의 처신과 행동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그의 정치 행로에도 독이 될 수 있다. 한때 기대와 힘을 함께 실어주었던 TK다. 이준석 전 대표는 ‘너무 나댄다’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2023-10-26

인기인의 마약범죄

우정구 논설위원 영화 배우 이선균의 마약투약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가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 영화배우 유아인의 마약투약 혐의가 논란을 일으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터져 나온데다 이와 별건으로 유명 연예인의 마약 투약 사실이 또다시 경찰에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와 그 파장이 일파만파다.연예인의 마약 논란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살아야 하는 특성 탓인지 오래전부터 빈발했다. 1975년에는 우리나라 록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신중현 등 당시 인기가수 18명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한꺼번에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그 이후에도 연예인의 마약 연루 사건은 심심찮게 벌어졌던 게 사실이다.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관리해야 하는 직업상 정신적 심리적 피로감으로 마약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학계의 분석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파급력 또한 크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특히 이들의 범죄가 감수성이 강한 청소년의 모방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은 우리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올들어 국내에서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사람은 모두 1만2천여명에 이른다. 10년 전 5천명 선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더 심각한 것은 마약 사범의 증가세가 청소년층에서 집중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지난 3월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필로폰 성분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마시게 하고 부모로부터 돈을 갈취하려는 범죄가 발생해 우리를 경악게 한 바 있다. 마치 냄새없는 독가스를 마시듯 마약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인기 배우들의 마약범죄가 늘어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26

행락철 지역축제 절정… 안전관리에 만전을

가을철은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사계절 가운데 가장 많은 지역축제가 열리는 시기다. 전국적으로 이 기간동안 600개 가량의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가히 축제의 달이라 할만하다.대구와 경북에서도 많은 축제가 예정돼 있다. 27일에는 경북 영주시 문정둔치와 부석사 일원에서 영주장날 농특산물대축제가 개막된다. 또 청송사과축제가 11월 1일 개막 예정으로 있고, 의성 슈퍼푸드 마늘축제는 11월 3일 열린다. 구미의 구미라면축제와 포항 구룡포과메기축제 등도 연이어 개최될 예정인데, 행사가 열리는 시기가 마침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때라 많은 관람객의 운집이 예상된다.특히 이 달말 핼러윈데이까지 겹치는 시기라 지자체는 인파밀집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사소한 부주의와 방심이 큰 사고로 부를 수 있으니 축제 주최자나 지자체의 빈틈없는 사전 준비가 필수다.행정안전부는 11월 말까지 가을철 인파밀집 안전관리대책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표본점검 대상행사를 늘리고 인파분산·통제. 구조·구급대책 등도 면밀히 살핀다. 특히 행사가 벌어지는 지자체의 각별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지역축제 중 발생한 안전사고의 절반이 가을철이다. 행사 안전관리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대구시는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뜻에서 매년 10월 안지랑골 곱창골목과 앞산 카페거리에서 개최하던 대구핼러윈축제를 취소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동성로 로데오거리 등에는 핼러윈데이를 맞아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여 세심한 대책이 있어야한다.사고가 나서 대책을 세우는 후진국형 인재(人災)는 이제 우리주변에서 사라져야 한다. 과학적이고 실효적 대책으로 사고에 대응해야 한다.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벗고 모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역의 특색있는 가을축제를 만끽하고 있다. 축제의 성패는 사실상 안전관리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주최자나 지자체의 정성과 노력이 안전 축제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2023-10-26

어느 포스코 직원의 호소..."55년만의 최초 파업이 자랑 될 수 없어"

올해로 포스코에서 만 2년 8개월 근무한 현장 직원입니다. 연봉은 7천만원 정도 받고 있으며, 조합원은 아닙니다.저는 포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여느 포항시민들처럼 포스코는 제게 꿈의 직장이었습니다. 파란색 근무복을 입은 포스코 직원들은 제게 우상이었습니다.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4년제 대학 대신 전문대에서 기술을 열심히 익히며 포스코 입사를 준비했습니다. 부족한 실력 탓에 삼수 끝에 입사했지만 지금은 부모님과 지인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최종 면접 때 “뽑아주시기만 하면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제 진심이었기에 용기를내어 말씀드립니다.지금 포스코가 많이 아픕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수없는 소용돌이속에 더더욱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에 직원들의 마음도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설마설마하던 파업이야기가 구체화되면서 현장도 기대반 우려반 분위기 속에 술렁이고있고 몇몇친구들은 파업을 하면 큰 돈을 받을 수 있겠지?하는 막연한 기대에 젖어 파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것처럼 말합니다.임금이 올라간다는데 그걸 마다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주식 100주를 안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불안합니다 왜냐하면 포스코는 제 평생 직장이기 때문입니다.몇년 바짝 벌어서 주식, 코인에 몰빵에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이 있을테고, 저같이 명예롭게 정년퇴직 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겁니다.회사 곳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매년 파업해서 수천만원씩 연봉을 올릴 수는 있나요? 인건비 부담이 지속되면 다른 IT기업들처럼 구조조정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수개월째 파업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고 직원들도 파업에 거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제가 그토록 동경했던 이 회사는 점점 투쟁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지금 회사에서는 파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바깥에서는 포스코 파업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나빠진다. 나라가 망한다”고 걱정들 하지만, 솔직히 포스코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다니는 저 같은 직원들은 그냥 미래의 직장이 없어질까 두려울 따름입니다.파업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수십대일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회사를 사랑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고 있습니다.회사 입장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거나 노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사측, '노무새' (노무새X)등 온갖 비난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침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진짜 이런분위기가 계속되다보면 저같이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이 받게될 차별은 불보듯 뻔합니다.2만명이나 되는 포스코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20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노조말대로 회사가 직원대우를 소홀히 했으면 어떻게 그많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20년 30년 근무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55년만의 최초의 파업이 자랑이 아니라 55년간 회사를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이 더 존중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극심한 대립과 분노는 우리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입니다. 결국 다함께 살아야 한다면 다투고 적대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입니다.현장에는 저 보다 더 훨씬 회사를 사랑하는 동료, 선배들이 많습니다. 회사나 노조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조속히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겠습니다.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철강(가명·포스코 직원)

2023-10-26

수면 관리와 건강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피로의 원인은 다양하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힘든 노동, 불규칙한 식사와 과식, 자극적인 음식, 흡연, 음주, 부족한 운동 등의 복합적인 결과는 피로를 유발한다. 그러나 피로하게 만드는 수십 가지의 원인이 있더라도 하나만 제대로 노력을 하면 피로를 확 줄일 수가 있다. 바로 충분한 잠이다. 사람은 잠을 자면서 피로를 회복한다. 그날 받은 스트레스와 많은 복잡한 일들은 수면 중 정리가 되어 다음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잠의 효능은 다양하나 최근의 한 연구결과는 잠을 잘 때 뇌척수액이 세포 곳곳의 노폐물과 독소를 청소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알아냈다. 잠을 자면 뇌 세포 사이에 척수액이 스며들어 낮에 하는 활동으로 쌓인 노폐물과 독소를 씻어 낸다는 것이다. 이 독소는 치매를 유발한다고 의심되는 물질로 잠을 충분히 자야만이 제거 될 수 있다.즉 잠을 제대로 자야지 뇌에 쌓인 독소가 제거 되고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잠은 자기 싫어서 안자는 것이 아니다. 잠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잠을 자도 자주 깨고 자더라도 얕은 잠이나 꿈을 꾸는 것이 문제다. 이는 내가 편안히 잠 들고 싶다고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수면제를 먹기도 하고 술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한다. 충분한 수면을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매일 자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정해놔야 한다. 만약 밤 11시 수면, 아침 7시 기상으로 정해놨다면 무조건 밤 11시엔 침대에 누워야 한다. 모든 불빛은 차단하고 눈을 감는다. 잠이 안온다고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면 안 된다. 그렇게 뒤척거리다 늦게 자더라도 무조건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일찍 잠이 들어 중간에 깨는 경우는 아침 7시까지 눈을 감고 누워 있어야 한다.운동을 해도 도움이 된다. 너무 심한 운동은 수면을 방해 할 수 있으니 수면 3시간 전에 30분~1시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하면 된다. 물론 원래 하던 규칙적인 운동이 있으면 그것을 하면 된다. 수면 시간이 밤 11시라면 저녁 8시에 운동을 마무리 하는 것이 좋고 늦어도 밤 9시엔 마무리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하게 되면 열이 나고 혈액순환이 되어 바로 자는 것이 힘드니 자는 시간 3시간 전에는 끝내는 것이 좋다. 10분이라도 하면 도움이 된다.명상은 그 자체로 피로를 풀고 수면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어렵지 않다. TV 보지 말고 불을 끄고 눈을 감는다. 소파에 앉아서 눈을 감고만 있어도 자연스런 명상이 되고 명상이 되면 자연스레 뇌척수액이 청소를 시작한다. 10분만 해도 도움이 되고 시간이 길어지면 더욱더 도움이 된다.그리고 한의원에 가서 한약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한약은 가슴의 화를 꺼주고 몸의 불편함을 없애 몸의 상태를 개선해서 수면에 도움을 준다. 중독적이지 않아서 몸의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복용하면 된다. 치자 황련 복령 등의 약재들을 사용하면 아주 심각한 수면 불량이 아니곤 대부분 개선된다. 각자의 방법으로 수면의 질을 높여 피로를 없애고 건강을 잡아보자.

2023-10-25

베리를 묻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11년을 넘게 같이 살았던 강아지 베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49일 되는 날, 묻었다. 모두의 집에서 가장 아름답고 크고 웅장한 소나무 아래에 묻었다. 원래 남편은 베리 나무라며 울릉도에서 사 온 마가목 아래에 묻으려 했다. 정작 베리를 묻으려 보니 묘목같이 어린 마가목은 작아 볼품이 없어 보였다. 난 보리수 아래 볕 드는 곳을 골랐다. 남편의 선택은 소나무였다. 6그루 소나무 중에 가장 보기 좋고, 우리가 자랑스러워하고, 남들도 보면 경탄해하는 수형 멋진 나무였다. 나도 마음에 들었다. 소나무 남쪽 아래 깊이 땅을 파고 조그만 오동나무관을 넣고 흙을 덮고 묘비명을 써서 꽂았다. “사랑하는 베리 영원한 세상에 잠든 곳.”잦은 병치레로 입원과 수술을 여러 번 경험한 베리였다. 작년 초겨울 암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이가 많아 수술은 힘들었다. 괴롭고 힘든 항암 치료는 견딜지 의문이었다. 며칠 고민 끝에 명을 다할 때까지 잘 먹이며 집에서 돌보기로 했다. 14살이면 사람 나이로 90 노인. 노인 모신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했다. 겨울을 못 넘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쇠약해지긴 했으나 원체 좋은 식성의 베리는 잘 먹어선지 호전하는 듯했다. 그러나 여름 들어 급격히 기운이 떨어지더니 움직임은 굼뜨고 깔끔하던 배변습관도 망가졌다. 살은 빠져 앙상해졌고 처연한 눈망울만 커졌다. 윤기나던 새까만 털도 푸석해지고, 뒷덜미엔 흰 털이 수북히 자랐다. 입가의 수염도 하얘졌다.8월 중순 출장으로 부득이 이틀을 비울 일이 생겼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나. 남편이 전적으로 돌보기엔 무리라 이만저만 걱정도 함께 안고 갔다. 남편은 수시로 사진을 찍어 베리의 동태를 알려주며 날 안심시켰다. 용케도 베리는 견뎌주었다. 돌아온 후엔 안방에서 같이 지내며 며칠 밤을 새웠다. 보통 괴로워하는 게 아니었다. 고통을 견디는 게 힘들어 보였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이리저리 바꿔줄 뿐, 고통까지 나눌 순 없어 안타까웠다. 물기 가득한 큰 눈을 보면 눈물만 났다. 물도 혼자 먹지 못하자, 손주 약 먹이는 약통에 물을 넣어 입가에 흘려주면 겨우 삼켰다. 괴로움의 신음을 며칠 들으니 산 자의 고통이 차라리 죽음만 못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새벽 3시. 베리 돌보느라 서로 잠자는 시간을 바꿔가며 쪽잠을 청해 기진맥진 잠들어 있는 남편을 깨웠다. 병원에 연락해 달라고 했다. 남편은 아는 수의사 교수에게 문자를 넣어 베리의 상태를 알렸다. 다음날 오전에 진료 준비할테니 데리고 오라는 문자를 바로 받았다.일 있던 남편은 내게 베리를 맡겼다. 정작 시간이 되자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다. 주차장에 주저앉아 남편을 급히 호출했다. 함께 병원에 갔고, 그리고 베리는 내 품에 안겨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병원에서 소개한 장례식장에서 베리는 한 줌 재로 내게로 와서 집에서 49일을 함께했다. 손주들이 와서 꽃을 놓고 베리 사진을 보며 울먹였다. 손녀는 아직도 가끔 하늘을 보며 베리야 잘있어? 묻는데, 모두의 집에 묻힌 베리의 묘를 보며 뭐라고 할까?

2023-10-25

누구와 겨루는가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학교폭력의 그늘이 짙다. 하필이면 권력의 주변에서 자녀들이 가해자로 발견되는 모습은 절망스럽다. 신체적으로 가해지는 폭력도 무섭고 두렵지만, 마음을 병들고 무너지게 하는 게 학교폭력이다. 몸에 입은 상처는 곧 아물겠지만, 마음에 입힌 상흔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가해자는 장난이었기 때문에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일을 피해자는 수십 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떠올리곤 한다. 피해자 본인도 힘들지만, 부모와 가족이 겪는 고통은 또 어떤가.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이어가기 힘들어지고 긍정적인 관계형성이 어려워진다. 학교폭력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해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것일까.남보다 힘이 세다는 걸 증명하려고 그러는 게다. 상대방을 제압하고 올라서는 방법이 폭력이 아닌가. 남들이 무서워하는 게 통쾌해서 그럴 것이고, 힘으로 누구든 무찌르면 세상을 가진 듯하여 그런다.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남들을 괴롭힌다고 해서 나의 모습이 한 치도 자라지 않는다. 남을 딛고 일어서 내가 성장하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만 폭력은 진정한 우위를 증명하지 않는다. 비겁함과 졸렬함을 드러내면서 가해자의 인성적 가치는 곤두박질친다. 남들과 다투어 이기는 일을 ‘경쟁’이라 가르친 학교가 잘못한 게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겨야 한다는 강박은 폭력까지 동원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진정한 경쟁은 ‘나를 이겨내는’ 일이다. 부단히 실력을 닦아 성장에 이르는 길은 나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다.대한민국 헌법 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적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학교폭력이 막아서는 꼴이 아닌가. 학교에서 더는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미국 학교에서는 행복한 가르침과 즐거운 배움을 확보하기 위하여 세 가지를 다짐한다. ‘나는 학폭을 저지르지 않으며, 주변에서 학폭이 눈에 띄면 신고하고, 내가 학폭을 당하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배움의 공동체여야 할 학교가 폭력에 물들게 할 수 없다. 학교폭력도 폭력이다. 발생하는 학교폭력을 보다 엄정히 대처하여 아침마다 등교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선도함은 물론, 피해자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법적인 처리방법도 강구해야 하지만,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교육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무한경쟁’이라 부르며 끝없이 남과 다투도록 내몰았던 교육방식의 공허함을 직시해야 한다. 나도 자라면서 남도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남을 해치면서 내가 성장하는 길은 없다는 걸 깨우치게 하고, 끊임없이 나를 이겨내며 거뜬히 일어서는 보람을 가르쳐야 한다. 생각으로 겨루고 토론하며 다투지만, 물리적인 폭력은 절대로 부르지 않는 행복한 교육을 회복해야 한다. 학교폭력으로 물든 어두운 교실은 시급히 바꾸어야 한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즐겁게 가르치며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2023-10-25

데이터센터가 경북도의 신성장 동력되길

경북도내 데이터 산업 육성의 교두보가 될 ‘경북형 클라우드(가상서버) 데이터센터’ 착공식이 지난 24일 예천군 호명면 금능리 현지에서 열렸다. 연면적 9천810㎡, 지상 4층 규모인 데이터센터는 KT그룹이 1천100억원의 민간 자본을 투입해서 건설한다. 2년후인 2025년부터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데이터센터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핵심 공약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조성되는 ‘글로벌 데이터 캠퍼스’와 함께 경북도가 디지털 산업 지방시대를 주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데이터센터는 고성능의 인프라(클라우스 기반의 서버, 네트워크, 운용설비)를 갖추고, 행정 업무 과정에서 생산된 각종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지금까지 시·군별로 서버를 따로 두고 관리했지만, 데이터센터가 운영되면 도내 22개 시·군을 비롯한 행정기관의 각종 자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내엔 개발자와 연구 인력을 위한 양자컴퓨터 실험공간도 구축된다. 포스텍에서 기술을 지원하며 실험을 통해 개발된 데이터는 양자컴퓨터 기술 연구에도 활용된다. 포스텍은 양자 제어칩·보안칩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경북도는 올들어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도내로 유치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었다. 사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발전시설과는 거리가 먼 수도권에 입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볼 때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 데이터센터는 하루도 쉬지 않고 가동되어야 하는 데다 서버 냉각을 위해서는 엄청난 냉방 전력이 소모된다. 이 때문에 국내 최다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한 경북도가 데이터센터 산업의 최적지로 꼽히는 것이다.경북도가 앞으로 IT기술이 집약된 데이터센터를 대거 유치해 집적단지화할 경우, 대규모 건설 수요에다 신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고, 무엇보다 지역 IT산업 확산에 많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환영한다.

2023-10-25

가축 ‘집단 살처분’ 괜찮나

홍석봉 대구지사장 소 피부병인 ‘럼피스킨병’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에서 국내 첫 확인된 지 5일 만에 경기, 충북, 강원 등 전국 확산 조짐을 보인다.방역 당국은 발병 소에 대한 살처분 조치와 함께 긴급 백신 접종에 나섰다. 전국 농가에는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벌써 27곳 농가에서 2천마리 가량이 집단 살처분됐다. 사육농가와 낙농업계는 대규모 살처분 가능성에 불안해하고 있다. 소 86만 마리를 사육, 전국 최대의 한우 사육지인 경북도도 비상 태세다.지난 5월엔 충북 청주·증평에서 구제역이 발생, 소 1천5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2010년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전국으로 번져 390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다. 경제 피해만도 3조4천억원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36만5천마리, 피해액은 2019년에만 1천334억원이다.정부는 집단 살처분으로 인한 가격 상승 등 경제 영향을 고려, 살처분 방식 전환을 꾀하고 있다. 발병농장에 대해 사육 가축들의 백신 항체 형성 정도에 따라 선택적 살처분으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2011년 백신접종 의무화 후 집단면역이 높아진 점도 작용했다.수의사이자 생명윤리학자인 박종무는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책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당연시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2010년 구제역 사태 당시 “방역 당국이 일정에 쫓겨 살아 있는 가축을 생매장하기도 했다”며 당시 작업 근로자와 수의사, 농장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토양, 지하수, 하천 등 환경 오염 문제도 불거졌다. 결국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25

‘모빌리티 엑스포’ 선도도시 대구 위상 높였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지상에서 하늘까지’라는 주제로 대구 엑스코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 엑스포(DIFA)가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내며 최종 마무리됐다.이번 행사는 전시규모, 참가업체수, 방문객수 등 양적 면에서 역대 최대란 평도 받았지만 수출실적과 글로벌 기업의 참가 등 질적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어낸 행사로 평가된다.총 230개사 1천500여 부스가 운영됐고, 방문객수도 전년의 두 배가 넘는 5만4천여 명이 다녀갔다. 수출상담회에는 GM, 리비안 등 글로벌기업 등이 다수 참가하고 상담액도 전년보다 74%가 증가한 7억100만달러를 기록했다.모빌리티엑스포는 전기, 수소 등 친환경 자동차와 모터, 배터리, 충전기 등 전동차 부품, 자율주행, UAM 등 모빌리티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회다. 국내 최대규모 전시회로 올해부터는 정부 행사로 격상돼 위상도 더한층 높아졌다.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교통의 산업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국내 유일의 전략적 전시회란 점에서 이번 행사의 성공 개최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특히 그 중 대구시가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모빌리티산업이 지역에서 성공리에 개최된 것은 모빌리티 선도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의 위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대구는 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미래신산업 중심의 산업기반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모빌리티산업도 그중 하나다. 대구는 자동차 부품산업과 배터리, 충전기 그리고 UAM 기체 제작에 필요한 부품 생태계가 비교적 잘 발달한 곳이다. 국내 최대규모 자율주행 실증단지가 들어서고 수성알파시티의 SW집적단지 등은 UAM산업을 육성할 기반으로 어느 곳에 뒤지지 않는다.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에스엘이나 삼보모터스 등 지역 부품업체의 역량은 세계적 수준급이다. 이번 모빌리티 엑스포 개최의 성공은 지역모빌리티산업의 장래가 밝다는 것을 뜻한다. 올해 7회를 맞은 모빌리티전문 전시회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전시회로 성장해 지역관련산업 발전에 힘이 되길 바란다.

2023-10-25

계해일주(癸亥日柱)

육십갑자 중 육십 번째 마지막 계해(癸亥)다. 천간(天干)의 계수(癸水)는 비와 이슬 또는 생명의 물이다. 지지(地支)의 해수(亥水)는 차가운 음력 10월의 기운이다. 동물로는 검은 돼지다.계해일주는 음의 기운인 수(水)가 왕성하고, 천간과 지지의 마지막 자리이고, 새로운 시작의 발원지라는 점에서 많은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신중한 성격에 다정다감하고 유순하다. 누구에게나 친밀감을 주며, 순수하면서도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성격이다. 아울러 얌전하고 조용한 편이나, 주체성이 강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서슴없이 하는 스타일이다.맑고 깨끗한 용모와 뛰어난 말솜씨를 가졌다. 총명하고 지혜로워 순간 판단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매사에 치밀하고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마치 물 흐르듯 논리 전개가 뛰어나다. 거짓이 없고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정직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기민하게 움직인다. 반드시 상대를 이기기 위해 만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를 굴복시키는 특징이 있다.내성적이고 침착하지만 의외로 신경이 예민하고 집념이 있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다. 의외로 개방적이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다. 융통성과 포용력이 있고, 정에 약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지고지순한 인정을 베풀기도 한다.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그러한 행동은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맹자의 사단(四端) 중 하나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은 남의 안타까운 처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어린아이가 우물 안에 빠지려고 한 상황을 목격한다면 사람들은 놀라고 걱정스런 마음을 가진다. 대부분 못 본 채 하지 않고 아이를 구할 것이다. 그들은 어린아이의 부모에게 보상을 바라는 것도 칭찬을 듣거나 원성을 듣기 싫어서가 아닌 것이다. 단지 본능적으로 선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독일 출신 유대인이며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 무능을 낳고, 또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고 말한다. 즉 ‘악의 평범성’을 말한다. 악(惡)은 의외로 평범하다는 것이다. 그 평범한 악은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마치 조직의 명령에 순응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여과 능력도 없이 행동하고 말하는 사고의 무능이 이성과 보편적인 공감능력을 마비시키고, 말과 행동에서 무능을 낳는다. 그 결과 많은 피해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계해일주 남자는 한 길로 꾸준히 나아가면 성공할 수 있는 운이고, 부인의 덕을 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량 기질이 있어 가정에 소홀할 수 있으니 신경을 써야 한다. 여자는 본인의 힘을 가지기 위해 남편을 출세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결혼 후 외간 남자를 만난다거나 야반도주할 가능성도 있다. 성정이 강하여 배우자를 무시하는 성향도 있다. 대체로 남녀 모두 신수가 훤하고 깔끔한 편이다.계해(癸亥)의 해는 동물로 돼지며 다산의 왕이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치는 기운을 내포하고 있다. 고사 지내는 날에도 돼지며 제사상에도 산신제에도 법계에 소통하는 것이 돼지다. 그래서 복돼지라고 한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계(癸)와 받는 것을 좋아하는 해(亥)는 환상적인 궁합이 된다. 하지만 의도는 착하고 선하지만, 뜻과 야망이 커서 사람들을 다 챙기지 못한다라는 의미도 내포한다.계(癸)는 천간의 마지막이고, 해(亥)도 지지의 끝이다. 천간과 지지가 모두 물 수(水)다. 그래서 깊은 바다처럼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온갖 물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서 정화된 깨끗한 물을 60갑자 중 첫 번째인 갑자(甲子)로 흘러 보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물이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그치지 않는구나’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되돌아오는 경우는 없다. 종착지는 망망대해다. 그래서 인간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남다를지도 모른다.근대 경험론의 선구자인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유토피아 소설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저술했다.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 정신과 신대륙의 발견에 영향을 받아 바다 저편의 새로운 세계를 그리워하며 이상향의 생활을 표현했다. 경험과 관찰을 통해 자연과학을 중시하던 시절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베이컨의 유명한 말이다. 앞서 플라톤이 처음으로 사라진 도시 ‘아틀란티스’를 언급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주인공은 페루에서 출발해 중국과 일본을 향해 가던 중 폭풍을 만나 표류한다. 그때 우연히 숲이 무성한 섬을 발견한다. 그곳은 ‘벤살렘’이란 나라로 미지의 섬이다. 거기에는 눈부신 과학과 문명으로 백성들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며, 모든 기만과 속임수와 거짓말을 혐오한다. 섬의 등불 역할을 하는 ‘솔로몬 학술원’에서 다뤘던 상상의 과학기술이 상당 부분 현대에 이르러 현실화되었다. 베이컨은 과학적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한 경험을 강조한 철학자였다. 그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벤살렘’을 통해 그려낸 것이다.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환경오염을 야기 시켜 지구가 날로 황폐해지고 있다. 또한 대량살상이 가능한 무기들, 특히 핵과 같은 무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자하는 욕구가 많아졌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미래를 예측해 왔다. 그 중 하나가 명리학이다.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 인간을 지배하고 조정하는 것이 유전자라고 말한다. 유전자는 감정과 이성도 없는 생존 그 자체다. 우월한 유전자만이 생존하여 생명을 이어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생존하는 동안 앞날을 예측하고자 유전자는 탁월하게 진화할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202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