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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후보의 안보관’만은 꼭 체크해 보길

심충택 논설위원 재향군인회가 최근 “제20대 대통령은 안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의 5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한국 정통성을 부정하지 않을 것, 북한과 대화하면 평화가 올 것이라는 환상이 없을 것, 한미동맹 위축이나 손상을 초래하지 않을 것,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할 의지가 있을 것,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폄훼하지 않을 것 등이다.벌써 2주일째로 접어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를 보면서 재향군인회가 제시한 차기 대통령의 조건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당초 우리 국민은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러시아가 단기간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은 소총과 화염병을 들고 침략군에 맞서고 있다. 그 중심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있다. 그는 러시아의 암살위협에도 조국을 떠나지 않고 “내게는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며 ‘대통령 값’을 하고 있다. 외신에서는 그를 두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질 전 영국총리와 닮았다며 호평을 하고 있다.젤렌스키 대통령과 가장 대비되는 우리나라 최고지도자는 조선시대 선조임금이다. 1592년 임진년 4월 13일 왜군이 부산포에 상륙한지 20일도 채 안된 4월 말 선조는 궁궐을 버리고 피란을 떠난다. 징비록에서는 ‘경복궁 앞을 지나갈 무렵 양쪽 길에는 백성들의 통곡소리가 요란했다. 임진강에 이를 무렵 밭에서 일하던 사람이 왕을 보며 “나라님이 우리를 버리시면 우린 누굴 믿고 살아간단 말입니까”라며 통곡했다. ‘5월 1일 날이 저물어서야 개성을 향해 떠나려고 했는데 경기도의 아전과 병사들이 모두 도망쳐 호위할 사람마저 없었다’고 선조의 피란과정을 기록했다. 징비록은 이어서 ‘왕이 성을 비우자 성안에 남아있는 백성을 보니 살아 있는 사람도 모두 굶주리고, 야위고, 병들고, 피곤하여 얼굴색이 귀신과 같았다’고 했다.선조와 같은 무능한 지도자 때문에 우리 민족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주변 국가의 침략을 당해왔다. 그때마다 백성들은 살상을 당하고 금수강산은 초토화됐다.그럼 지금 우리는 안전한가. 친북·친중 외교로 일관해온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한국의 유일한 안보시스템인 한미동맹은 뿌리째 흔들려 왔으며 지금도 악화일로에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정에서도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대러제재 동참에 우물쭈물하다 미국측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4국(호주·인도·일본·미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에도 한국은 쏙 빠져 있다. 위험한 독재정권인 북한·중국·러시아가 바로 옆에 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강한 동맹국 없이 혼자 힘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우리 국민은 독재정권의 무자비한 본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오늘은 20대 대선 선거일이다. 지금 우리 국민 상당수는 진영논리에 갇혀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도 생각해 보지 않은 채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최소한 나와 가족의 생명과 직결된 후보의 ‘국가 안보관’만이라도 체크해 보고 투표장에 가야 한다.

2022-03-08

산불원인 철저 규명… 고의 과실 땐 엄벌을

경북 울진에서 발화한 동해안 산불이 닷새째 이어진 가운데 산림당국이 막바지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건조한 날씨와 최악의 가뭄으로 대형산불로 이어진 동해안 일대 산불은 지금까지 밝혀진 산림 훼손규모가 1만7천여ha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의 57배, 축구장 면적으로 따지면 2만1천여개 규모다. 총 464개의 시설물이 소실되고 7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대피했다.현재까지 진화 작업에 동원된 소방, 경찰, 군인, 공무원 등의 인력만 1만9천명에 달한다. 따져봐야겠지만 천문학적 수준의 재산상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정부가 울진과 삼척에 이어 다른 피해 지역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검토 중이나 이 정도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의 고통과 아픔을 대신할 수는 없다.정부는 7일 관계부처 합동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정부 지원과 주민 협조를 당부하고, 특히 고의나 과실에 의한 산불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다스릴 것을 밝혔다. 산림청에 의하면 최근 10년 발생한 산불은 봄철에 60% 이상 일어나고, 입산자의 실화와 논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등 부주의에 의한 산불이 70%를 차지했다.사람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산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울진 산불 발화원인의 하나로 경찰은 지나가던 차량에서 던져진 담뱃불을 주목하고 있다. 철저한 원인규명이 있어야겠지만 사소한 부주의가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강릉 옥계면에서 일어난 산불이 60대에 의한 방화로 밝혀진 가운데 최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발생한 산불도 방화로 의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철저한 원인 규명으로 산불 방화가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산불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산림은 본래의 상태로 복구하는 데 10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 화재로 인한 산림 훼손으로 생계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많이 있다. 산불 방지를 위해 고의나 과실에 의한 부주의에 대해서도 엄벌하는 잣대가 필요하다.

2022-03-08

퍼펙트스톰 공포

우정구 논설위원 선거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운 가운데 시중 물가 오름세가 천정부지다. 국제유가 폭등으로 차량 유지비는 물론 외식비, 소줏값, 커피값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치솟기 시작한 국제 곡물가와 유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 물가도 이제 본격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소비자 물가가 10여년만에 처음으로 4%대로 올라설 것 같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 소비자 물가는 이미 5개월째 3%대 고공행진중이다.통화량이 팽창하면서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계속 올라 일반대중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을 두고 인플레이션이라 한다.지금 우리의 물가는 인플레이션 속에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단계까지 왔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경기불황 상태에서는 수요가 감소하고 불안 심리가 작용해 물가가 내려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는 것은 저성장 고물가의 상태란 의미로 우리경제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뜻이다.우크라이나 사태로 OECD국가의 물가도 평균 7% 올라 31년만에 가장 높다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물가불안도 지속될 수밖에 없어 경제가 초긴장 상태다.기상용어인 퍼펙트스톰은 2008년 미국 글로벌 경제위기 때 경제용어로 사용됐다.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유가와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한데다 물가상승까지 겹쳐 경제가 폭풍급으로 위태로워졌다는 것이다.물가가 오르면 서민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실물자산 가치가 올라가고 돈 가치가 떨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더 심화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퍼펙트스톰, 이젠 새 대통령이 극복할 중요 과제의 하나가 됐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3-08

국가 주도의 함정

홍택정문명중·고등학교 이사장 류현진과 박찬호, 박세리와 추신수, 손흥민, 아이돌 방탄소년단 등은 스스로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일찍이 파악하고 키워나가 성공한 케이스들이다.손기정과 서윤복 선수와 이봉주나 황영조도 역시 마라토너로서의 자질과 재능을 발견해서 꾸준한 노력의 결과 세계 제패를 이룩했다. 재능의 발견과 꾸준한 맞춤식 훈련은 자발적, 능동적인 결과에서 얻어진 성과이자 열매다.21세기 4차 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급속도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최전선의 전투는 일선 지휘관과 병사들의 판단으로 진행돼야 한다. 지형지물과 병사들의 사기와 적절한 병참지원과 포병과 항공기의 지원, 적의 전세를 정확히 파악해서 공격의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의 주도면밀한 판단이 있을 때 승리를 기약할 수 있다.국가가 주도한 일도 있다. 전쟁이나 캠페인 등은 국가가 먼저 주도해 국민 참여의 계기를 제공해야겠지만, 역시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감이 있을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대표적인 성과는 새마을 운동이나 금 모으기 운동이 선례다. 신바람 나는 자발적 참여만이 예상을 초월하는 목표치를 달성한다.북한에서 일어난 천리마 운동이나 중국의 문화혁명은 실패했다. 목표 설정과 운동의 주도세력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와 같이 국가 주도는 위험한 전체주의나 공산주의의 독재적 발상이며,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한다.특히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분출돼야 하는 교육에 있어서 획일적이고, 경직된 국가 주도는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고 급기야 낙오하게 된다.교육은 살아있는 수많은 인재의 머릿속에 잠재하는 무한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는 작업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국가의 몫일지는 모르지만, 방법론의 제시는 금물이다. 손쉬운 국가 주도는 다양성을 말살하고, 참여의식을 저하 시킨다. 앞서의 여러 유능한 스포츠 스타들을 국가가 관리해 훈련했더라면, 보나 마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과 다를 바 없다.맞춤식 개인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국가주도로는 이뤄질 수 없다. 교육도 일선 학교의 우수한 교사들의 창의력이 발휘되도록 하고, 특히 사학은 고유의 건학이념이 존중될 때 의욕이 넘치는 적극적 투자와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2022-03-07

거대한 ‘이미지의 덩어리’로 남는 영화

어느 시점부터인가 ‘한 편의 영화’ 안에서 갖춰야 할 이야기의 완결을 거부하는 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길어지더니 급기야 드라마처럼 시리즈가 이어지고, 회차를 이어가며 상영되는 영화들이 등장하게 된다. 여기에 개별 영화들이 공동의 세계관을 형성하더니 그 속에서 연관성을 가지고 간섭하면서 동일 세계관의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전작의 영화들을 다시 봐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영화의 제작방식과 더불어 관람이라는 소비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가 이어지면서 기존의 질서를 허물고 ‘영화관람은 영화관’에서라는 등식에 균열이 가고 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over-the-top·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의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제작에 있어서 전통적인 영화 제작사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각종 플랫폼을 통해 영화관과 동시개봉을 시작하면서 영화를 소비함에 있어서 장소와 시간에 더이상 구애받지 않게 되었다.제한된 상영시간과 영화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 편의 영화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가 존재할 여지가 적었다. 그래서 영화의 흥행은 얼마나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는가가 중요해지고, 그 속에서 치열한 계산이 이루어지곤 했다. 단관극장에서 멀티플렉스관이 등장하면서 더욱 더 촉발된다.하지만 지금은, 가장 작게는 휴대폰에서부터 책상 위 컴퓨터, 거실의 TV까지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시대 속에서 기존의 방식과 새로운 소비형태가 충돌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물론 대형 스크린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의 감동은 그에 걸맞는 시스템에서 관람할 때 온전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정의 TV는 점차적으로 대형화되고, 그에 따른 음향과 각종 기기들도 다 함께 변화하면서 끊임없이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제 한 편의 영화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어떤 환경에서 영화를 볼 것인가의 선택지가 추가된 것이다.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은 위의 다층적인 변화를 복합적으로 드러내며 상영된 영화다. ‘듄’은 촬영부터 아이맥스(IMAX) 상영을 위해 아이맥스 인증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감독의 창작 의도를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서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관람해야하는 이유다.“‘듄’을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은 마치 욕조에서 스피드 보트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나에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영화는 대형 스크린의 경험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라고 영국의 영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영화관에 대한 우려보다는 다양한 관람방식에 대한 분명한 선택지를 던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프랭크 허버트의 SF 대하소설 ‘듄’은 전 세계적으로 2천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영화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마침내 1984년에 데이빗 린치 감독의 ‘사구, Dune’이라는 제목으로 우여곡절 끝에 영화화 되었지만 감독조차 잊고 싶어하는 처참한 실패로 남는다.소설 ‘듄’은 방대하고도 낯선 개념들이 가득하다. 국내에서 출판된 책의 경우 총 6권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은 1권의 절반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의 전반부가 그러하듯 영화는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세계관을 구축하고 등장인물을 설명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한 편의 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완결된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듄’은 파트1로 다음 이야기를 펼치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데 중점을 둔다. 방대한 내용을 느린 속도로 쌓아 올린다. 그 속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원작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이라는 단호하고 분명한 이미지에 몰입한다.감독은 빛과 어둠, 색감과 사운드와 풍경 속 질감을 섬세하게 다루고자 한다. 빠른 속도를 담보하는 통쾌함과 박진감보다 장엄하고 우아하며 느슨한 속도를 취한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즈음 영화는 끝난다. 그래서 영화 ‘듄’은 관람 후 뚜렷한 이야기가 남기 보다는 거대한 ‘이미지의 덩어리’가 남는다. 이제 ‘듄’ 파트2에서 거대한 ‘이미지의 덩어리’라는 기초에 본격적으로 쏟아 낼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이것을 알고 있는지 영화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대사로 끝을 맺는다./(주)Engine42 대표

2022-03-07

노송(老松) 아래 아무것도 없었다 (Ⅲ)

이십이 년 전 필립의 형이 죽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가던 중이었다. 새로 산 패러글라이더를 싣고 달리던 차가 호수에 빠졌다. 필립은 운전석 차창으로 빠져 나왔지만 형은 그러지 못했다. 차는 무거웠고 호수는 깊었다. 필립이 다시 호수 속으로 몸을 던졌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섯 시간 뒤 형은 차와 함께 올라왔다. 안전벨트를 그대로 매고 있었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에서도 안전벨트가 생명줄이라 여긴 듯 보였다. 그날 만식이 변했다. 아니, 원래 그랬는지도 모른다. 필립이 모르고 있었을 뿐. 형의 자리에 서니 만식이 보였다.이후 만식은 영원히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 같았다. 그것도 건강하게. 그는 건강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 챙겼고 수명 연장과 관계된 새로운 것들을 찾아다녔다. 만식이 기댔던 것은 의학 기술이었다. 새로운 기술과 신소재를 앞세운 인공 장기 업체들은 고가의 상품을 사용할 수 있는 돈 많고 절실한 소비자가 필요했고 만식은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을 원했다. 새로운 기술과 소재들은 만식이 지불한 금액만큼 효과가 있었다. 만식이 여든이 되었을 때 만식의 심장과 만식의 콩팥 중 하나와 만식의 간, 그리고 관절의 일부는 만식이 태어날 때 가지고 왔던 그것들이 아니었다.큰아들이 죽은 후 만식은 담배를 끊었지만 담배에 대한 두려움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내가 담배 냄새를 맡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나는 담배가 가장 무서워. 만식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비흡연은 올더앤베러의 채용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여태까지 피웠던 담배가 어디 가겠어? 언젠가는 내 목을 붙잡고 늘어지겠지. 만식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말했지만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기다리지는 않았다. 유난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올해 봄, 한 달 정도 객담과 기침이 지속되자 만식은 수술을 선택했다. 의사의 만류는 의미가 없었다.성공적인 인공 폐 이식 수술 후, 만식이 퇴원하던 그날 사고가 났다. 닷새 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던 만식이 사라졌다. 만 삼십육 시간 후 동해안의 자그마한 부두에서 만식과 만식의 차가 발견되었다. 필립은 만식이 숨진 채 발견된 그날 만식의 시신을 받지 못했다. 유족의 동의와 관계없이 부검이 진행되었다. 경찰은 만식의 인공 심장과 인공 콩팥, 인공 간, 그리고 새로이 이식받은 인공 폐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식은 자연 그대로의 인간이 되어 돌아왔다. 이틀 전이었다.-그 참, 그렇지 않아도 형님께 조심하시라 말씀드렸었는데. 인공 장기를 노리는 나쁜 놈들이 있다 하더라고. 형님에게 그런 일이 생길 줄이야.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자고 몸에 단 것들이 아니냐. 그런데 그것들 때문에 죽는 일이 생기다니. 참.-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 기다려봐야지요. 결과를 바꿀 수는 없으니.-그래, 경찰 쪽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고?-형사 한 명이 찾아오기는 했습니다. 짧게 이야기만 나누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상이 끝나기 전에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습니다.필립은 조용히 만식의 상을 치르고 싶었다. 만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이 싫었다. 만식의 죽음보다 인공 장기에, 사라진 인공 장기들보다 그 인공 장기들이 만식의 몸속에 있었다는 사실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 뻔했다.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 경찰서에 불려 다니는 것, 잊힐만하면 다시 무덤 속에서 불려 나오는 것, 필립은 원하지 않았다. 뭐가 중요해? 죽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지. 사람들의 무관심을 원했다. 어떻게 돌아가셨냐는 조문객들의 질문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모호한 대답을 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사라진 인공 장기들은 필립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장례를 치르려면 떼어내야 하는 것들, 애초에 달지 말았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김강 작가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 ‘여행시절’(공저) ‘당신의 가장 중심’(공저) 등을 썼다. 필립은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만식의 죽음에 대해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말라 신신당부를 했다. 한 명의 조문객이 방문하기 전까지는 필립이 뜻하는 대로 흘러갔다.-아이고,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지난주에 문안 인사를 드렸을 때만 해도 웃는 얼굴로 덕담도 하고 그랬는데.영권. 만식이 후원회장으로 있던 국회의원이다.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만식의 후원을 받았다. 영권의 뒤로 인호가 서 있었다. 필립은 인호와 눈을 맞췄다. 인호는 빙긋이 웃음을 지었고 필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게 무슨 일입니까? 형님.필립은 영권을 말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영권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무릎을 꿇은 채 영정을 바라보고 있는 영권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필립이 영권을 안고 빈소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영권이 몸을 돌렸다. 영권의 일정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2022-03-07

혁신과 성장 그리고 부강한 사회

정상철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우리는 6·25 잿더미에서 60여년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경제적으로 성장했으나 인륜적 가치는 무너지기도 했다. 한때 공무원은 복지부동한 자세로 정체되는 사회의 요인이 되기도 했고, 돈 봉투를 요구하는 교육자와 주지 자리를 놓고 계파간 싸움을 벌이는 일이 불과 20여년 전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자원이 없어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지침아래 사회적 문화성장에는 신경을 못 쓴 탓도 있고, 그 무엇보다도 건강체질을 만들어 가지 못한 요인이기도 하다.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혁신비서관이 생겼고, 혁신비서관은사회적 부조리를 혁신적인 행정체계로 변화시키며 조직을 건강한 체질로 변모하게 한 것이다. 청와대에서 혁신행정기획을 세우면 남쪽 지방까지 행정력이 미치는 데 6개월 정도 걸리고 지속적인 지원과 일관된 정책이 필요로 했다. 그 결과 지방의 작은 시골마을을 나비축제로 국제적 유명 도시로 탈바꿈시킨 함평군수, 지역발전의 선두를 달린 남해군수 등 여러 유명 단체장이 탄생했다.이런듯 불가능해 보이던 공무원 조직과 기업이 건강해지고 성장하는 데는 ‘가치 있는 새로운 변화’라는 혁신이란 두 글자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공무원, 기업, 서비스업, 학교 등 혁신이란 두 글자가 들어가면 조직이 건강해지고 성장한다. 이러한 데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혁신을 하는 데는 5가지 절차로 이루어진다.첫째, 조직의 바람직한 모습, 즉 꿈을 그리며 함께 실현해 나갈 비전을 설정한다. 가끔 ‘당신의 꿈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행복하게 사는 것’ 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바람이고 꿈은 가령 ‘10년 내 5층 건물주가 되겠다’ 등 시간개념이 설정되어야 한다.둘째, 목표를 설정한다. 바람직한 모습과 현재의 차이가 목표가 되는 것이다. 즉, 5층 건물주가 되기 위해 필요 요건을 10년간 나눠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다.셋째,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계획은 목표에 대한 실행안을 도출하고 누가 언제까지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를 세우는 것이다.넷째, 계획을 실행한다. 유사한 꿈을 실현한 멘토를 찾아 자문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물의 힘이 아니라 물이 바위를 두드린 횟수라는 것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다섯째, 성과 분석과 포상이다. 목표가 달성되면 바람직한 모습이 실현되는 것이다. 성과에 대해서 분석하고 인증해주고 포상하면 조직의 선순환사이클 속에 동기부여가 되어 끊임없는 성장문화로 갈 수 있다.혁신 활동은 지속성 속에 진화 발전이 있고 성장하고 문화로 갈 수 있다. 어떤 조직이든 혁신이 들어가면 건강한 조직으로 탈바꿈 할 수 있고 성장하는 지름길이며 부강한 사회로 가는 시작이 되는 것이다.최근 국가경영을 잘 하겠다는 대선 후보들은 혁신리더십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2022-03-07

치곡(致曲)의 마음으로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봄이 오는 길목이 순탄치만 않다. 날씨가 풀리기가 무섭게 미세먼지가 안개처럼 하늘을 가리고, 기류의 변화로 돌풍과 강풍이 불어와 나무와 풀들을 동면에서 깨우고 있다. 유례없는 겨울가뭄에 바람마저 잦아드니, 크고 작은 산불의 복병이 화마로 돌변해 여지없이 봄의 발목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은 정점을 향해가는 듯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연일 역대 최다치를 보이며 애태움을 가중시키고, 후보 선출에서부터 선거유세까지 약 6개월간의 대선 레이스도 오늘로 마감되지만, 선거 막판 구도 재편에 초박빙 혼전이 안개보다 더한 깜깜이 판세로 요동치는 형세다.어쨌든 긴장과 불안의 동토에 요원할 것 같은 봄날이 가까운 발치에서 서성대고, 진영과 이념 대립의 난무 속에 치열한 혼조세를 보였던 혼돈의 대선정국도 내일이면 판가름 나게 된다. 추운 겨울 속에서도 풀과 나무는 땅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쉼없는 물긷기로 봄날을 준비해왔듯이, 지역과 세대, 계층과 선전의 소용돌이 속에 대선후보들은 진정한 민의와 대의를 읽고 수렴하여 새봄 같은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기저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다는 치곡(致曲)의 마음을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치(致)’는 미루어 지극히 하는 것이요 ‘곡(曲)’은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니, 치곡은 작은 일에도 모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중용 23장에 나오는 구절로, 매우 정성스럽다는 ‘곡진(曲盡)하다’와 비슷한 말이다. 즉, 치곡은 사소한 일도 무시하지 않고 정성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매사의 정성스러움(誠)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곧 겉에 배어 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곧 뚜렷해지며, 뚜렷해지면 곧 밝아지고, 밝아지면 곧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곧 변하게 되고, 변하면 곧 생육된다.(曲能有誠이니,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며, 變則化니라)’-중용 23장그러니까 치곡(致曲)은 ‘誠→形→著→明→動→變→化’의 과정을 통한 변화는 전혀 새로운 존재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밝아진다는 말과 변화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늘 긍지를 갖고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게 되면 겉모습만 변하는 아니라, 알맹이 자체가 완전히 변화하는 것으로, 오직 세상에서 지극한 정성을 다하는 것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唯天下至誠 爲能化)는 것이다.자연은 지성의 세계이다. 흙 한줌,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공(空) 것이 아니라 모두 제 나름의 특성과 자질로 형체가 있고 성의를 다해 생육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이 감동하듯이(至誠感天) 하늘 아래 극진한 정성(天下至誠)이야말로, 사람과 세상을 능히 움직이고 바꿀 수 있을 것이다.위정자이건 대다수의 민초이건 온 마음을 다해 순리와 이치에 따르고 온전함과 순수함을 위해 정성과 노력을 기울일 때, 진정한 화평과 감화의 꽃이 피어날 것이다.

2022-03-07

냉철한 판단과 현명한 선택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이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거운동에서 보여주었듯이 진영논리와 내로남불, 온갖 광고성 공약(空約)들이 국민을 우롱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지탄받아 온 유력 후보들의 도덕성과 자질문제는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를 극대화시켰다.그럼에도 우리는 주권자로서 표심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후보들의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않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통합과 분열, 정의와 불의의 갈림길에 서 있는 대한민국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감정 휴리스틱(heuristics)’의 인지편향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두 눈을 더욱 부릅뜨고 냉정한 이성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적 갈등, ‘선택적 정의’를 정의라고 강변하는 정치꾼들, 부동산 블루로 잠 못 이루는 청춘들,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세계 최고의 자살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외교의 딜레마 등 그 어느 하나도 결코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이슈들이다.이 난제(難題)들을 해결할 대통령은 누구인가? 아무리 둘러보아도 믿고 맡길 후보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최악이 아니면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선거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다. 주권자의 심부름을 충실하게 이행할 보통사람을 뽑는 일이니 성인군자를 기대하지는 말자.그렇다면 후보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진솔하고 정직한 대통령이어야 한다. 선거 때는 통합과 포용을 말했던 사람이 당선되면 독선과 분열의 길로 갔고, 정의의 투사처럼 행세했던 사람이 당선되면 불의를 정당화하는 표리부동한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가면을 쓴 후보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 속에서도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줄 아는 유권자의 혜안이 절실하다.대통령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편 가르기, 확증편향과 내로남불, 선택적 정의는 나라를 완전히 두 동강 내어 버렸다. 목적을 위해서 정의를 내팽개친 대통령이 바로 공동체 파괴의 주범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었다. 새 대통령은 특정 진영의 보스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표로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 정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마지막으로 ‘비전’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전환 시대의 대통령은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과 위기관리능력이 필요하다. 경직된 이념과 흑백논리에 매몰된 후보는 국민을 미래로 이끌 수도 없고 당면과제들을 해결할 수도 없다. 오직 네거티브(negative) 공세로 반사이익만을 노리는 후보는 스스로 무능을 자인하는 셈이다. 독선적이고 무능한 사람이 제왕적 권력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2022-03-07

양간지풍(襄杆之風)

양간지풍은 ‘강원도 영동지방의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서풍으로, 고온건조하고 풍속이 빠르다.‘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에서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도 불린다.양간지풍은 왜 생길까. 먼저 봄철에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이 위치하고, 북쪽에 저기압이 위치한다. 남고북저의 기압배치에서 강원도 지역에 따뜻한 서풍이 불게된다. 영서지방과 영동지방의 차가운 공기 위에 따뜻한 공기가 위치해 연속적인 역전층을 형성한다. 역전층 아래에 위치한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상층의 따뜻한 공기와 태백산맥 사이의 좁은 공간을 압축해 지나면서 풍속이 빨라진다. 결국 태백산맥을 지난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풍속이 더욱 빨라지며, 고도가 낮아지면서 공기덩어리 내부의 기압과 기온이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진다.태백산맥을 지나고 나서 공기가 고온건조해지는 특성은 푄 현상인 높새바람과 비슷하다. 높새바람은 늦봄과 초여름에 영동지방에서 영서지방으로 부는 동풍으로, 태백산맥을 오르는 동안 수증기가 응결하여 구름을 생성한다. 그러나 양간지풍은 발생과정에서 수증기가 응결하지 않고, 역전층을 유지하며 서풍으로 태백산맥을 넘는다.또한 역전층이 강할수록, 영동지방의 태백산맥 경사가 심할수록, 해풍이 부는 주간보다 육풍이 부는 야간에 풍속이 커진다. 그래서 산불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5년 고성군 산불과 2019년 4월 고성·속초 산불 등이 양간지풍으로 산불이 번진 사례다.이번에 발생한 경북 동해안지역 산불 역시 양간지풍 탓에 산불이 더욱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대자연의 조화를 인간이 막기란 참으로 지난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07

부정선거 논란있다고 투표 포기해선 안돼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현 판세를 모두 박빙우세로 판단하면서, 유권자가 몰려 있는 수도권 부동층 흡수에 총력을 쏟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우세를 자신하고 있지만, 지난 5일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대혼란 사태가 내일 본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윤석열 후보 측은 선거관리 부실문제가 부정선거논란으로 비화돼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윤 후보는 “저희 당에서 철저하게 감시하고, 정권이 바뀌면 그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테니 걱정 마시고 9일에 빠짐없이 투표해달라”고 당부했다. 지금과 같은 박빙판세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돼 지지자들이 일부라도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도 지난 5일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코로나에 확진된 분들이 투표하는 과정에서 많은 불편을 겪으셨다고 한다. 본투표에서는 불편과 혼선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두 후보가 지적했다시피, 지난 5일 실시된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들을 만도 했다. 선거인에게 제공된 투표용지 수거용 봉투에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있었는가 하면, 선거사무원 혼자 참관인 없이 돌아다니며 확진자들에게 투표용지를 건네거나 기표용지를 수거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선관위가 공공연하게 비밀투표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선관위도 이와 관련해 “투표관리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내일 본투표 때는 절대 이러한 사태가 재발돼선 안 된다. 각 당에서도 확진자 선거관리를 선관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왜곡되는 일이 절대 없도록 감시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이번 선거관리 부실사태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를 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이 왜곡되지 않는다.

2022-03-07

20년만의 대형 산불, 피해복구 지원에 만전을

지난 4일 경북 울진군 두천리 야산에서 처음 발화한 산불이 강원도 삼척 등지로 크게 번졌으나 7일 현재 불길을 잡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7일 당국이 집계한 피해 규모는 1만6천여ha로 여의도 면적 57개 상당에 이른다. 4천635세대 7천330명의 주민이 대피 중이다. 2만3천여ha 피해를 낸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강원도 삼척 등 5개지역)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라 한다.산불은 울진 원전기지와 삼척 LNG가스기지 등 국가 주요시설과 울진 금강송 군락지, 보물급 문화재가 있는 불영사 등으로 번져 소방당국이 초긴장 상태다.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참담한 상황이며 소방관 등 수천명의 진화인력이 나서 악전고투 산불과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불길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오랜 가뭄으로 올 들어 전국에서 산불은 작년의 두 배가량 발생하고 있다. 꺼진 불이 다시 살아나는 등 진화에도 애를 먹고 있다. 지난달 달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10일째 진화와 재발화를 반복하고 있다.정부가 6일 울진과 삼척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를 입은 지역과 주민을 돕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대통령이 정한 응급대책과 재해구호, 복구에 필요한 행·재정적 특별지원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6일 오후 울진 주민대피소를 찾아 주민들을 위로했다.지금 많은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와 절망에 빠져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더라도 그들의 삶이 본래대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피해주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때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집마저 몽땅 태우고 바깥으로 나와 앉은 이들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과 위로는 큰 힘이 된다.사회는 십시일반 정성을 모으고 정부 당국은 하루빨리 삶의 터전을 되찾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산불에 대해서도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있어야겠다. 산불 발생이 60% 이상 부주의에 의해 일어난다고 하니 국민도 산불에 대한 높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2022-03-07

새 대통령, 위기일수록 기대도 크다

김진국 고문 36.93%. 지난 4~5일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결과다. 과거 다른 선거와 비교가 안 되게 높다. 5년 전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은 26.06%. 그보다 무려 10.87%가 높다. 코로나19, 각 정당의 사전투표 독려를 고려해도 뜨거운 열기다.가장 큰 배경은 정치에 대한 갈증이다. 사전투표 직전 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53.2%였다.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정치 교체’를 선거 막판 반전 카드로 내밀었다. 현재의 정치에 불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이 국민 마음에 크게 물결치고 있다는 뜻이다.선거 열기가 뜨거운 만큼 그 이후가 걱정이다. 대결이 치열할수록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하자마자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또 치러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2년 남았지만, 국회 상황이 만만치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38%로 같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국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잘못된 선거제도 탓이긴 하지만 그 괴리에서 오는 갈등은 고질적인 정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국회의 협조는 받겠지만 여론과 의석의 불일치에서 오는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 민주당의 독주가 여야 대치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협조를 받기가 어렵다. 협치로 나아가면 다행이겠지만 행정부와 국회의 대립, 민주당 흔들기, 정계 개편 등 정치 혼란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더구나 두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유세 때 쏟아놓은 말들에는 설익은 약속이 많다. 윤 후보는 준비 기간이 짧았다. 일단 전문가들의 제안을 학습하기 바빴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중 기존에 내놓은 정책을 많이 바꾸었다. 이 후보는 이를 실용주의라고 하지만 표를 따라다닌 결과다. 누가 되건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다. 빨리 정리해야 한다.여기에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의 대립 격화가 가져온 국제 무역 질서의 혼란, 코로나19로 죽어가는 중소상공인과 방만한 재정 운용의 후유증이 다음 정부로 부담을 떠넘기게 돼 있다. ‘취업 포기’, ‘평생 알바’라는 딱지는 젊은 층에 평생 짐을 지워놓았다. ‘일자리 대통령’이 만든 사라진 세대다.새로운 비전보다 이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재명 후보까지 지난 5년을 ‘반성한다’, ‘사죄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먼저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 문 정부에서는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일이 너무 잦다.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 선거 중에 후보가 한 말은 당선을 위한 안간힘이라고 이해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내 말을 진짠 줄 안다’고 뒤집어서는 안 된다. 말이 분명해야 정책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진다.빨리 정국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선거 막바지에 약속한 다당제의 상생 정치를 이행해야 한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지만 그 정신대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기를 기대한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의회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힘들어도 최대한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진영을 뛰어넘는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을 들으면 모두 범죄자다. 죄가 있으면 조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는 게 좋다. 또다시 임기 내내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사법제도를 정치에 이용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임기 중 거대한 업적을 쌓으려는 욕심도 금물이다.통일이건, 탈원전이건 좋은 목표라고 서두르면 뱁새 꼴이 난다. 이불 속에서 만세 부르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패권국인 미국도 혼자서 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함께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도자의 개인 취향 따라 움직이면 국민만 불행하다. 임기는 5년이다. 그렇다고 서두르면 안 된다.    /본사고문

2022-03-06

대통령 선거 유감

김규종 경북대 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지금까지 있은 어떤 대선보다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돌아보면 이런 견해가 올바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심사를 금하기 어렵다.‘87체제’ 이후의 대선만 회고해 보자. 1노 3김 경쟁체제로 치러진 1987년 대선은 문자 그대로 ‘양김’의 분열과 노태우의 어부지리로 종결됐다. 하지만 박정희·전두환의 체육관 선거를 종식했다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대선이었다. 1992년 김영삼-김대중-정주영의 3자 경쟁 구도는 흥미진진했다.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대선의 백미는 ‘우리가 남이가?!’였다. 문민정부 탄생은 그 결과물이다.1997년 이른바 ‘디제이피 연합’과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으로 촉발된 위기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졌다. 김대중의 승리로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한 나라가 되었다. (일본은 2009년에야 하토야마 유키오의 민주당 정권이 탄생한다). 2002년은 고졸 신화의 노무현이 보수우파의 거목 이회창을 이긴다. 정몽준의 단일화 약속 파기에 굴하지 않은 승리로 노무현은 한국 정치사를 새롭게 쓰게 한다.2007년 대선은 결과가 나와 있었다. 국민의 관심은 오히려 이명박과 박근혜 가운데 누가 보수의 대표선수가 되느냐에 쏠려 있었다. 2012년 대선은 노무현의 서거와 이명박의 실정이 맞물려 문재인과 박근혜의 박빙 승부가 흥미로웠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의 돌출발언으로 박 후보가 승리한다. 그리고 촛불시위로 창출된 2016년 대선 공간은 싱거운 대결로 끝나 문재인이 당선되어 오늘에 이른다.지금까지 거론된 인물들은 상당히 비중 있고 역사적인 책무를 수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20대 후보들의 면면은 다르다. 누구도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나 호응을 받지 못한다. 그들을 둘러싼 저급한 수준의 뒷얘기가 토론회까지 잠식할 정도이고 보면 중언부언이 필요 없다. 어쩌다 저리 추락하고 말았을까?! 정치가들의 수준을 보면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 즉 민도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행정부인 내각과 입법부인 국회의원들의 얼굴을 보면 그 나라 국민의 지적·정신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참기 어려운 분노와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숱한 정치인들과 행정관료들이 득세하는 세상 아닌가. 더욱이 어떤 후보는 투표용지 인쇄가 끝난 다음 갑자기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태연자약하게 유권자들을 우롱해놓고도 천연덕스러운 사람의 심사는 무엇일까?!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투표장에서 권리를 행사하자! 그러나 다음 선거에서는 사람 같은 사람, 배포 크고 식견도 넓고, 도덕적으로 순결하고, 능력도 있으며, 역사 인식도 투철하고, 미래기획도 튼튼하게 준비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도록 판 자체를 바꿔보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최소의 도리 아닐까?!

2022-03-06

확진자 연일 폭증하는데 방역은 거꾸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발생이 나흘 연속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대혼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직장과 가정 등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혼란이 결코 적지않은 심각한 상황이다. 개학 첫날 일선학교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전국적으로 16만명의 학생이 등교를 못했다. 대구에서도 7천여명이 등교를 못하는 등 학사 일정도 차질을 빚었다.오미크론이 델타보다 독성이 약하다고 하지만 지금 코로나19 지표는 최악이다. 6일 신규 확진자는 24만3천628명이다. 대구와 경북도 2만명에 가깝다. 우리나라 최근 2주간 누적 확진자는 116만명으로 세계 1위다. 5일에는 하루 사망자가 216까지 나와 코로나 발생 후 처음 200명을 넘었다. 유행이 정점에 이르면 사망자가 지금의 2∼3배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위중증환자는 지난달 19일 400명을 넘어선 후 2주만에 두 배를 넘어 900명에 육박한다.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규제를 연속 풀고 있다. 2주 전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늦추더니 5일부터 오후 11시로 연장했다. 당초 13일까지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갑자기 당겨 이날부터 시작했다. 지난 1일부터 방역패스도 전격 해제했다. 재택치료자가 100만명을 넘었으나 확진자 동거인의 자가격리 조치도 해제했다.지금 수많은 재택치료자가 코로나 치료제없이 해열제로 버티고 있다. 확진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치료받아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거리두기를 잇따라 풀어도 되는지 의아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서라는데 이론은 없다. 하지만, 각종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는 지금 시점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정부의 방역규제 해제가 대통령 선거 날에 맞춰진 것도 오해를 자초한다. 곳곳에서 정치방역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만약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표를 의식해 방역규제 완화했다면 그로 인한 희생과 피해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달 중 오미크론의 정점이 온다고 하니 만반의 준비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2022-03-06

핵 전쟁의 위협

우정구 논설위원 1, 2차 세계대전에 이어 미지에 닥칠 세계 대국간 전쟁을 주목해 제3차 세계대전이라 칭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지구촌에는 여러 번 3차 대전의 위험이 있었으나 다행히 전쟁에 이르지 못했다.전문가들은 만약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1, 2차 대전보다는 훨씬 더 격렬하고 파멸적 전쟁이 될 것으로 본다. 이는 1947년 냉전시대 도래 이래로 다수 국가에 의해 개발된 핵무기 때문이다. 따라서 3차 대전은 지구문명과 인류생명을 파국으로 몰고 갈 지구 궤멸적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3차 대전의 핵심은 핵무기다. 2차 대전 때도 핵무기가 등장했지만 주고받지 않고 한쪽의 일방적 사용이란 점에서 핵전쟁이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도발로 세계인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에 쏠리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핵무기 관련 발언을 하며 “제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해 국제사회 비난을 샀다.지금 세계열강들은 비약적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어 핵무기뿐 다양한 신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막강한 전력이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무기나 신무기의 사용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한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세계가 전면 핵전쟁에 들어가면 50억명 이상이 전쟁 당일 사망하고 나머지도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지금 세계는 표면적 모습과 달리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한 국면이다. 2차대전의 베테랑인 미국의 브레들리 장군은 “핵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그것이 시작되지 않게 하는 것”이란 말을 했다. 지구촌 사회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06

양 진영 결집한 사전투표…대선이 뜨겁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40%대에 육박하면서 이번 선거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틀 후에 치러지는 본투표에서는 이 열기가 그대로 이어져 ‘역대급 대선 투표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높은 투표율을 두고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역대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진영에 유리했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은 사전투표율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체로 투표율에서 진보성향의 호남지역이 높게 나온 반면, 보수정서가 강한 영남지역이 낮게 나오자 민주당 이재명 후보측은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측은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야 모두 사전투표에서 나타난 부동층의 향방을 주시하면서 초조해하는 분위기다.높은 사전투표율은 정치적 메시지도 담고 있지만,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투표율과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함수관계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지역별 투표율만 놓고 보면, 호남지역의 높은 투표율이 진보진영의 강한 결집력 결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사전투표일 바로 전날 성사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로도 볼 수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2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높은 투표율의 한 요인이다. 유권자들이 사람이 몰리는 본투표일 보다는 거주지에 상관없이 이틀간 투표를 할 수 있는 사전투표를 택했을 가능성도 크다. 여야 유력후보들도 사전투표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남은 이틀간의 선거운동에 총력전을 펴는 모습이다.이번 사전선거에서도 부정선거 논란이 발생한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코로나 확진자·격리자 투표에서 선거관리 부실로 대혼란이 발생해 투표 마감이 4시간이나 지연된 것이다. 정치후진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본선거 이틀을 남겨둔 현재의 대선 판세는 여전히 살얼음 승부전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개표 결과에서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면,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선관위는 혼란의 원인을 국민에게 상세하게 공개하고, 9일 본선거 때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22-03-06

대인하류(大人下流)의 실천

김순호 영천YMCA 이사장 어떤 조직이든 리더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 리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방향을 가리키냐에 따라서 그 조직의 방향,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정해지기 때문이다.노자가 쓴 도덕경(道德經)에는 대국하류(大國下流)라는 말이 나온다. 큰 나라는 하류에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아래로 흘러 바다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듯 낮은 곳으로 물은 흐르는 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인하류(大人下流)하여야 한다. 큰 사람은 낮은 곳에 있어, 작은 것을 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작은 것들과 사사로이 맞서거나 경쟁하지 않고 그들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이다.가난하고, 외롭고, 힘이 약한 사람들을 품어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다. 그들은 높은 곳으로 향하거나 높은 사람들을 동경하지 않고, 어린아이와 사회적으로 무시를 당하는 사람 곁으로 가서 그들의 친구가 되어준다.예수가 그랬고, 석가모니가 그랬다.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위에 사람 곁에만 있는 사람은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리더는 대표선수다. 시민의 대표로 세운 대표선수다. 그래서 잘 보여야 할 사람은 위에 사람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시민이다.지역민들 속으로, 아래로 찾아드는 리더를 우리는 원한다. 선거 때 잠시 시장에 들러 어묵을 주워 먹고, 맘에도 없는 악수를 하면서 “일꾼이 되겠다”라고 거짓 약속을 하는 사람은 당선이 되면 얼굴 보기가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사람은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시민들을 위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야망을 위해 시민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지역민과 지역을 위해 존재하는 리더가 아닌, 자신을 위해 지역민이 필요하고, 지역이 필요한 사람은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사람들은 모두 좋은 리더를 원하고 있다. 좋은 리더를 통해서 자신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몇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먼저, 앞서 고민하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고민하지 않는 리더는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시민들보다 앞서 고민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민한 결과로 시민들이 좀 더 좋은 세상에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더가 고민하지 않으면 시민이 대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앞서 고민하는 리더를 원한다.둘째, 늘 시민 곁에 있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리더는 시민과 함께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얼굴을 맞대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삶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시민 곁에 있음으로써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리더를 우리는 원한다.셋째,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큰 댐이 무너지는 것도, 큰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모두 아주 작은 문제에서 시작된다.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바로 처리해 줄 수 있는 리더를 우리는 원한다.넷째,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민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귀담아 청취해서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가려운 사람에겐 등을 긁어 주고, 목이 마른 사람에겐 시원한 물 한 잔 줄 수 있어야 한다. 목말라 물을 애타게 찾는 사람에게 물은 주지 않고 “좋은 책이니 읽어 보라”고 물 대신 책을 건네는 리더는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리더가 좋은 리더다.예수가 제자의 발을 씻김으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섬김을 받으려 하는 사람은 먼저 남을 섬길 줄 알아야 한다. 어른이 어린아이를 섬겨야 하고, 회사의 사장이 직원을 섬겨야 한다.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을 섬겨야 하고, 대통령과 지도자가 국민을 섬겨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인하류(大人下流)의 진정한 실천이다.

2022-03-06

바람을 기다리는 집

7번국도를 달리다 재미난 이정표를 발견했다. ‘바깥멋질’, 위로 가면 울진 평해가 나오고 옆으로 가면 학곡1리와 바깥멋질이 나온다고 초록색 바탕에 하얗게 써놓았다. 입말로 부르는 듯한 동네 이름을 관공서에서 떡하니 간판에 새겨놓은 게 신기해서 차를 돌려 들어가 보았다. 그냥 빈집이 늘어가는 평범한 시골이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누군가 나처럼 궁금해서 알아보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바깥멋질은 옛날 고을 원님이나 관찰사가 평해에 부임할 때 머무르며 행차를 준비했던 곳이란다. 조용한 동네에 왁자지껄한 퍼레이드를 보는 그 자체가 큰 구경거리여서인지, 그곳을 언제부턴가 ‘멋질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도를 보면 ‘안멋질’도 있어서 동네를 바깥과 안으로 구분해 불렀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이름을 참 쉽고 알맞게 짓는다는 걸 새삼 느낀다.목적지 없이 해안선을 따라가다가 경치 좋은 곳에 차를 멈추자는 게 오늘의 여행 콘셉트였다. 국도에서 내려서 해안선 가까이 드라이브 길로 달렸다. 소나무 숲 사이로 바다가 언듯언듯 비쳐서 더없이 좋았다. 그러다가 ‘대풍헌’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내비게이션에서 찾으니 5분 거리라 그리로 말머리를 돌렸다. 다가갈수록 바다가 가까워지더니 항구 가까이 독도 모양의 조형물이 나앉았다. 그 앞에 말쑥한 한옥이 우리를 맞는다.새로 단장하고 문을 연 지 일 년 된 수토문화전시관, 그 뒤로 대풍헌이 자리했다. 그 이름을 풀이하면 바람을 기다리는 집이다. 서남풍이 불면 배를 띄우고 한류를 타면 울릉도까지 하룻밤 하루낮이 걸렸다. 울릉도에는 육지로 돌아오기 위한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인 ‘대풍감’이 있다. 그곳에는 조정에서 파견된 수토사들이 묵었는데, 수색하여 토벌하는 일을 맡은 관리였다.예부터 우리는 새로운 말을 잘 만들어내고, 또 경제적으로 짧게 잘도 줄였던가 보다. 대풍헌과 수토사에서 지금은 부먹찍먹, 단짠단짠 같은 말은 나이 든 사람들도 그 뜻을 다 알지만 ‘많관부’라고 하면 대부분 모를 것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를 줄였다. 별다줄이다. 별 걸 다 줄인다는 말이다. 그중에 대풍헌처럼 창의력이 돋보이는 신조어도 있다. 임신 중기에 먹성이 늘어 잘 먹는 것을 입덧에 빗대어 먹덧이라 하고, 무엇이든 처음 접하는 일이라고 어린이를 붙여서 요리 초보는 요린이, 주식 초보는 주린이라는 표현도 귀엽다.조선 시대에 울릉도와 독도를 침략하여 벌목과 어로를 일삼는 왜군을 수색하여 토벌하는 수토사를 2-3년마다 파견하였다고 조선왕조실록에 전한다. 동해의 난류와 한류가 울진 앞바다에서 만나 먼바다 방향으로 흘러나감으로 울진 구산포항이 울릉도로 가기에 가장 적합했다는 사실을 조선사람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언어조합능력 또한 그런 지혜에서 나온 것이리라.고급 관리들은 이곳에서 잠을 잤지만, 200여 명의 수군들은 근처에 월송포진성에서 야영을 하고 있다가 출항했다고 한다. 인근의 마을 사람들과 유지들이 각출해서 이들의 숙식을 해결했다고 대풍헌 내의 현판에 기록되어 있다. 이런 기록들이 문화재로 인정받아 전시관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수토사문화전시관에는 울릉도와 독도에 관한 퀴즈 교실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즐길 수 있고, 독도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화면이 있어서 섬의 작은 집과 그 아래로 해안선을 간지럽히는 파도와 섬 사이를 나는 괭이갈매기도 볼 수 있다.전시관을 나와 전망대로 오르면 수토사들을 추모하는 공원이 있다. 비석과 출정 모습이 재현된 석판 그림을 보면 역사에 새겨진 그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조금 더 올라가면 구산항전망대가 있다. 날씨 좋은 날은 망원경으로 울릉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푸른 바다 전경이 마음을 탁 풀어놓게 만들어, 바람을 기다리며 여기에 머물렀을 수토사들의 숨결도 함께 느껴본다. 순풍이 불자 수토선에 일행들을 싣고 깃발을 휘날리며 나서는 이들의 모습이 멋지다. 바다로 미끄러져 가는 당당한 뒷모습을 상상하니 멋질골이라 부르고 싶다. /김순희(수필가)

2022-03-06

객체지향적(O-O) 사고가 필요하다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3월 9일 대통령선거가 있다. 선거는 치열하게 치러지고 있고 결과에 들뜨고 있다.그러나 후보들의 TV 토론을 들으면 답답한 마음이 생긴다. 상대방을 헐뜯기에 바쁘고 정작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정책과 방향에 관한 연구와 소견은 부족하다. 여러 번의 토론에서도 계속 상대 약점 들추기에만 급급해한다.이런 후보들의 토론을 들으면서 늘 가지고 있던 우리 사회의 ‘객체 지향적 사고’의 필요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객체 지향(Eject-Oriented: O-O)이라는 단어는 1960년대 시뮬레이션(모의실험) 언어를 연구하는 그룹 노르웨이의 Simula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개념으로 내어놓은 말이다.이것은 1970년대 미국 Xerox PARC에서 개발한 스몰 토크(Small Talk)라는 언어의 중요한 밑거름을 제공한 개념이기도 하다.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한 언어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이러한 언어들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지는데, O-O 언어와 절차 지향(Process-oriented) 언어이다. O-O이란 실제 세계를 모델링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으로서, O-O 프로그래밍에서는 데이터와 절차를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서 생각한다.이는 마치 컴퓨터 부품을 하나씩 사다가 컴퓨터를 조립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O-O 언어는 그 중 ATT의 벨 연구소에서 비야네 스트롭스트룹등에 의해 개발된 C++ 등을 거쳐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각광받고 있는 자바(Java)로 연결된다. 가전제품에 사용될 소프트웨어의 개발 목적으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제임스 고슬링에 의하여 고안된 언어이다.요즘 대학에서 주로 가르치고 한참 인기를 끄는 파이썬은 현재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서 매우 강력한 언어 중에 하나가 되었다.파이썬으로 인해 프로그래밍, IT 산업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돌이켜 보면, 필자가 대학 다니던 시절 배우던 포트란(Fortran)이나 코볼(Cobol)에서 이러한 새로운 프로그래밍의 발달은 O-O에 기반한다.O-O는 O-O 디자인이라든가 O-O 분석이라든가 프로그램밍 개념을 떠나 한 개의 분석개념으로 쓰이게 되었다. 사실상 O-O 개념은 우리가 유치원에서부터 배웠다. 개체와 속성, 클래스와 멤버 등의 개념은 알게 모르게 우리는 어려서부터 인식해 왔다.이런 것들 개념적으로 정리되고 프로그래밍 또는 분석기법 등지에 응용되면서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짐에 따라 이러한 언어들이 각광을 받게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O-O의 여러 가지 특성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보호하기(Encapsulation)인데 어떻게 보면 정보화 사회에서의 공개(Openness)와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진다.그러나 이 단어의 핵심은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조를 개발할 때 각 프로그램의 각 부문은 내부적인 결정이나 작업을 최대한 감싸고 있어서 상호간의 간섭을 배제하는 데에 있다.이러한 방법의 장점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할 때 작업의 양을 최소화하는 데에 있다.40여 년 전 유학을 위해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그리고 일본출장을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두 나라는 역사나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길거리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듣기 힘들다. 통학길에서는 버스 양쪽 도로의 차들이 모두 정지한다. 회의시간을 정확히 지킨다. 회의 준비가 철저하다. 일본어로 쓰미마생, 아리가또, 영어로 Please, Thank you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이런 등등의 공통점이 있다.한마디로 전체적인 인상은 각자가 업무에 충실하고 남을 간섭할 때는 정중한 단어로 간섭에 대한 예의를 표한다는 것이다.남의 옷깃을 강하게 스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는 우리와 대조가 된다.이것이 O-O 사고와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한국에서 국회에서 청문회나 대통령 유세에서 남을 헐뜯고 약점만 들춰내고 군인이 정치를 간섭했던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또 정당들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이름을 자주 바꾸는 것도 아마도 O-O 사고의 부족으로 볼 수 있다.대학입시 제도가 자주 바뀌는 것도 교육부가 대학의 고유권한인 학생의 입학선발에 수시로 간섭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대학은 대학대로 학생선발, 교육, 연구에 충실하고 교육부는 선진 고등 교육과 연구 대학육성을 위한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하다면 이러한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는 O-O 사고의 부족에서 온다.이제 우리 정치, 사회는 모두 O-O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앞당기고 존경받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2-03-06

극단적인 선택은 정부 책임이 크다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퇴근이후 일정이 변화가 가장 크고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모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도 줄고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이로 인해 불안 공포가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다. 매일 갱신되는 확진자, 입원자, 위증자 수는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사망률은 2월 4주 기준 1.05명(중앙방역대책본부)에 이르는 등 실로 위험한 사회적 불안 요소다.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또 다른 그림자는 바로 극단적인 선택이다. 지난 2021년 7월 30일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28.6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극단적인 선택 사망률이 코로나로 인한 사망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를 보여준다. 극단적인 선택율은 20년 가까이 OECD 34개 회원국 중 1위도 고수하고 있다.이러한 오명뿐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6조원을 육박한다는 조사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의 수는 이라크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전쟁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극단적인 선택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이 제시되고 있다. 과거엔 노인의 극단적인 선택, 사회적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성인, 청년, 청소년 등으로 추이가 전이되고 있다.특히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의 극단적인 선택문제는 심각하게 부상하고 있다. 자아정체성 미숙이나 혼란 등으로 충동적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 쉬운 시기이다.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사고나 병이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이니 더욱 사회적 관심과 안전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일부 언론에서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된 보도 후 모방 극단적인 선택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청소년 사이에는 습관적으로 자해하는 사람에게 ‘패션 자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일부 SNS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송’, ‘자해 굿즈’등 자해관련 콘텐츠도 생겨나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울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OECD에서도 극단적인 선택은 25세 미만의 청년층과 노인층에게 더 강한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우리가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20년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 극단적인 선택률 추이, 특히 노인 및 청소년 극단적인 선택 사망률의 지속적 증가이다.사회적 취약계층이 극단적인 선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서 더욱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미국, 핀란드, 영국, 이스라엘, 홍콩 등에서는 주변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극단적인 선택 원인을 규명하는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을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가족의 참여가 부진해 크게 활용이 되고 있지 않다. 심리적 부검을 통해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을 규명해 예방대책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된다.특히 핀란드는 1992년 세계최초로 국가주도 ‘극단적인 선택예방 프로젝트’를 수립했다.우리나라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보다 극단적인 선택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음에도 이에 대처하는 관심과 정책은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의 경우 감영 증상이 나타날 경우 매뉴얼에 따라 대처하고, 여러 가지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다. 극단적인 선택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이를 시도하기 전 주위사람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즉, 극단적인 선택 징후가 나타나기에 이러한 위험신호를 알게 되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정부의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한사람의 극단적인 선택은 남겨진 사람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주고, 또 주위에 같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무서운 전염성도 가지고 있기에 더욱 중요한 사회문제로 제기돼야 한다.WTO에서도 극단적인 선택 예방지침서를 제시하고,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된 우리정부의 정책은 미비하지만, 생명존중과 더불어사는 사회 실현을 위한 통합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특히,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 체계적 관리를 통해 재발을 방지 할 수 있는 사후 관리 사업에도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또 유족에 대한 편견을 해소를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다.데이터를 통해 극단적인 선택을 분석한 연구 자료를 보면 과거에는 군대와 학교에서의 폭력이 원인이었으며 정부가 이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최근에는 20대의 극단적인 선택이 증가하는 이유는 일자리부족에 근거한다.정부가 통계상 일자리를 늘렸다고 자화자찬할 때 우리의 소중한 미래세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이 정부의 책임이 큰 이유이다.

2022-03-06

그래도 살만한 세상

강길수수필가 차를 몰고 돌아오는 도중이다. 웬일인지 뭔가 찜찜했다. 도착하자마자, 가지고 갔던 봉투 서너 개 속 서류를 손가락으로 벌려가며 두세 번 안을 살펴보았다. 호주머니도 다 뒤졌다. 그래도 가지고 갔던 통장과 법인카드가 든 비닐 커버는 보이지 않는다.조수석에다 봉투의 내용물을 다 쏟았다. 하지만 찾던 물건은 없다. 돌아오면서 이상하게 찝찝하던 기분이 이해되었다.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 그도 가져가지 않았단다. 분실이 확실해졌다. 통장 잔고가 없어 분실해도 금전적 손해는 안 보지만, 새로 통장과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성가신 게 사실이다.군 제대 후 대기업 실험실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실험분석과 품질관리, 환경 관련 실험과 분석, 관리를 해왔었다. 이런 업무들은 절차와 과정이 하나하나 연결되어 있기에, 어느 한 단계만 에러가 있어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절로 단계마다 확인에 또, 확인하는 습관이 붙었다. 때문에, 사림들이 꼼꼼하다거나 분명하다고 하는 평을 들으며 살았다. 한데, 오늘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다시 가는 동안, 통장과 카드 분실신고하고 재발급받을 각오를 하였다. 그것을 두고 간 지가 한 시간 가까이 지났으니 말이다. 청사 입구에 코로나로 인한 손 소독과 온도 체크를 겸한 장비가 있다. 그 뒤에 들어오는 사람을 점검하고, 안내하는 직원 데스크가 있다. 입구 문을 들어서며 직원에게, 혹시 분실물 통장이 없느냐고 물었다. 없다는 대답과 함께, ‘아까 오신 분이지요? 빨리 아까 자리에 가 보시라’는 친절한 말을 덧붙였다.얼른 두 층을 올라가 직원을 만났던 탁자로 갔다. 거기엔 통장과 카드가 든 비닐 커버가 아까 놓아둔 그대로 얌전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속으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통장과 카드가 든 비닐 커버를 보물처럼 사뿐히 주워 안주머니에 넣고, 발걸음도 가볍게 계단을 내려왔다. 안내 직원에게, “찾았어요! 오늘은, 기분 좋은 날입니다.” 하였더니, 그녀도 “잘 됐어요!” 하며 함께 즐거워했다.차를 몰고 두 번째 같은 길을 돌아오면서 보이는 세상은, 처음 돌아올 때와 같은 곳인데도 달라 보였다. 세파에 휩쓸려 지레 실망했던 마음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정치권, 운동권이 진실과 거짓을 뒤바꾸고, 여론과 선거를 조작한다는 데이터와 의혹이 팽배해도 집권층은 아랑곳하지 않고, 갈라치기만 일삼았다. 그래도 백성들은 민심이 천심답게 서로 믿고, 도우며 사는 거란 마음이 푸르게 물들었다.발원지의 작은 물줄기가 내가 되고 강이 되어, 마침내 바다를 이룬다. 하천과 바다의 물이 자정작용으로 스스로 깨끗해지듯, 나라의 물 백성들은 사회의 오염원들을 물처럼 묵묵히 정화하고 있다고 믿어졌다. 그 증거가 오늘 내가 겪은 통장과 카드를 잃었다가 되찾은 일이라 싶었다. 개인 모여 가정과 사회, 백성을 이룬다. 탁자 위에 놓인 통장과 카드가 든 비닐 커버 앞을 지나면서도 그대로 둔 사람들이 바로, 물 같은 백성들이리라. 하여, 우리 사회는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2022-03-06

세상의 논쟁을 대하는 법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이제 3월 9일이면 20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 날이 오기까지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자니 분노와 실망을 넘어 무력감을 느끼는 국민도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 분명해 보이는 사실에 대해서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인간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심신 건강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뉴스를 멀리해야 한다고까지 할까? 이럴 때는 중국 고대의 현자, 장자를 떠올리며 세상의 시비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장자는 기원전 4세기 무렵 중국 전국 시대 송나라에서 태어난 사상가이다. ‘장자’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으로 이루어진 책 이름이기도 하다, ‘장자’ 내편 중 제2편 제물론은 ‘세상의 논쟁을 잠재우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장자는 세상에서 옳고 그름을 다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내가 당신과 논쟁을 했다고 합시다. 당신이 나를 이기고, 내가 당신에게 졌다면 당신이 옳고 내가 틀렸을까요? 내가 당신을 이기고 당신이 내게 졌다면 내가 옳고 당신이 틀린 걸까요? 그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틀렸을까요? 아니면 양쪽 다 옳을까요? 양쪽 다 틀린 걸까요? 이 판단은 나도 당신도 알 수가 없소. 그렇다고 제3 자가 와도 판정할 수가 없소. 제3 자가 당신의 입장과 같은 사람이라면 당신과 같으니까 공정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고, 제3 자가 나와 입장이 같은 사람이라면 그는 나와 같으므로 공정한 판단이라고 할 수가 없소…. 그러니 누구에게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단 말이오? 이렇듯 불안정한 세상의 의견을 옳다고 의지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라오.”사람들은 자기 의견과 같은 사람을 끌어들여 자기 의견이 옳다고 증명한다. SNS에서는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차단하고 의견이 같은 사람들의 그룹에서만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이미 그 사람은 나와 의견이 같은 사람이니 그 사람이 내 의견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줄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장자의 이런 회의주의가 그럴듯해 보이고 속이 뚫리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장자가 끝까지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같은 상황을 보고 어떤 사람은 옳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옳지 않다고 하니, 이 대립된 의견의 균형을 잡아 두 의견을 조화시켜 무한한 경지로 뻗어 나가 무한한 세계에 머물게 해야 하오.”대립된 의견을 조화시키는 기준을 하늘의 길, 천예라고 한다. 장자는 이 천예를 통해 대립을 초월하고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자고 한다. 그 자신도 자유를 추구하며 제자들과 자연 속에서 살아갔다. 하지만, 이 천예를 누가 알 것인가, 숲속에서 사는 것이 정말 천예를 따라 사는 삶인가? 이런 의문을 따라가다 보면, 장자의 말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뉴스를 끊고 세상을 등지고 살 것이 아니라면, 장자의 이야기는 나만 옳다는 자만을 돌아보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선택 과정에서 대립은 불가피하지만, 조화와 균형의 여지를 남겨두는 열린 마음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2-03-06

후보 단일화 시너지 효과, 사전투표가 관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3일 후보 단일화를 전격 선언함으로써 대선판도가 새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안 후보를 지지해 왔던 중도·무당층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향할 지가 주목된다.일단 윤석열 후보로서는 단일화로 인해 지지율 흡수와 컨벤션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보이지만, 안 후보 지지층의 표가 이미 분산됐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할 수도 있다.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대위는 “야권 후보 단일화의 영향을 최대한 차분하게 분석하고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윤석열·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선거에서 승리하면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두 후보는 이와 함께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이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니다. 인수위원회와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 뜻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두 당은 대선 뒤 즉시 합당도 추진키로 했다.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성사된 야권후보 단일화로 인해 일단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지지층이 결집해 있는데다 중도·무당층까지 대거 투표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의 마지막 남은 변수를 사전투표율로 보고 있다. 사전투표에서 승기를 잡은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오는 9일 본투표일에는 재택치료자가 100만명에 이르고 입원치료와 자가격리자를 포함하면 숫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지자들의 사전투표가 그만큼 중요해졌다.사실 코로나 확산이 지금 추세대로 진행되면 확진자·자가격리자의 투표 참여율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민심에 부합하는 대통령을 선출하려면, 유권자들은 투표 관리의 투명성과 방역의 안전함을 믿고, 사전투표든 본투표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2022-03-03

경칩날

주말인 5일은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24절기 중 우수 다음으로 오는 세 번째 절기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다. 겨울철 한반도에 뻗쳐 있던 대륙성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이때부터 기온이 조금씩 상승해 계절은 봄으로 넘어간다.우리의 옛 조상들은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듣고 놀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열 계(啓)자를 써서 계칩이라고도 불렀다. 입동(立冬)이 벌레가 동면에 들어가는 절기라면 경칩은 그 벌레가 긴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다.“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이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기운이 완연해진다는 말이다. 옛 사람들은 나무의 물이 차기 시작하는 이때, 나무의 고로쇠 수액을 받아먹기도 하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개구리 알을 먹으며 몸보신 하는 풍속도 있었다. 또 이 시기에 나는 냉이, 달래, 쑥 같은 봄나물을 먹으며 긴 겨울철 부족했던 비타민 등 영양도 보충했다.농사철로 보면 본격적인 영농 준비가 시작되는 때다. 농민들은 농기구를 챙기고, 밭갈이와 보리심기 등으로 흙길에도 나선다. 농사의 본을 보여주는 임금의 선농제 행사도 이 때 이뤄진다. 한햇동안 먹고사는 생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 하겠다.두 번의 악몽같은 경칩을 보낸 우리는 이번 경칩에 바라는 꿈이 있다.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하루속히 일상이 정상화됐으면 하는 것이다. 하루 20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 발생을 바라보면 까마득한 먼 날의 일 같지만 땅속에서 생물이 깨어나고 꽃들이 피는 자연섭리처럼 우리의 일상도 반드시 회복될 거라 믿는다. 봄은 희망이다. 경칩이 봄의 시작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03

심각한 대구경북 미분양아파트, 대책 있나?

대구와 경북의 주택 거래량 감소와 미분양 아파트 증가가 심각한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최근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적체되고 있는 아파트 미분양 사태와 거래 감소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10여년 전 대구지역의 부동산시장 경기침체로 겪었던 어려웠던 시절을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더이상 누적되는 것을 두고 볼 것이 아니라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대구시는 최근 부동산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주택정책자문단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대구시의 현재 부동산 거래급감의 원인인 심리위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조정대상지역 해제는 대구시가 이미 중앙정부에 건의한 상태이나 이 정도 수준으로 중앙정부가 대구시의 건의를 받아 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택규제를 풀었다가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우려가 있어 현재의 주택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대구시는 작금의 대구지역 주택상황을 잘 정리 분석해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의 미분양 물량은 8천995가구로 전국 물량의 41.4%에 해당한다. 대구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미분양 물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 곳이다. 국토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1월 경우 대구와 경북의 주택거래량도 전달보다 26%, 14%가 각각 줄었다.특히 대구는 2019년부터 3년간 4만가구 가까이 주택이 공급됐음에도 2025년까지 5만7천여가구가 더 공급될 거라 한다. 과도한 물량 공급으로 주택시장이 크게 교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중앙정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정책을 일률적으로 펼쳐 지역적인 상황과 맞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이에 대한 대안도 모색하는 것이 옳다. 또 지자체 차원에서도 물량 완급을 조절할 대책 마련에도 고민하여야 한다. 주택시장이 급등하거나 급냉해 생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조치가 지금은 필요한 시점이다.

2022-03-03

세상을 품고 내일을 생각하며 폭넓게 담으라

장규열 한동대 교수 새 대통령을 만나기 일주일 전. 걱정과 긴장, 기대와 흥분이 오가는 마지막 몇 날. 나라와 국민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습관이 되어버린 코로나와 새롭게 마음을 어지럽히는 우크라이나.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혐오정치와 비전제시 가운데 국민은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지지하는 이들이 몰려다니고 서로 간에 진영을 넘어서는 지지선언들이 들려오면서 선거판은 혼란스럽다. 주권재민이라지만, 표심으로 승부를 결정할 날들이 며칠 남지 않았다. 마지막 날들을 지혜롭게 사용하려면, 유권자는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구호와 주장이 정치적 관심사라면, 정말로 중요한 것들이 모두 담겼을까. 찬찬히 숨고르며 헤아려보자. 나라의 내일과 모두의 일상에 진정으로 필요한 가닥을 빠뜨리지는 않았을까.글로벌마인드(Global mind). 국제통상과 외교정책은 누가 돌아보는가. 반도국가의 미래운명은 이해당사국 간의 관계조정에 달렸을 터에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는 습관을 언제 벗어나려는지. 관계망의 폭도 넓히고 깊이도 다뤄야 하는데, 누구도 소상한 계획을 말하지 않는다.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국경의 의미도 흐려지는 세상에 국민도 이제는 더 넓은 세상을 만나야 하는데, 담론과 토론은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좁다란 한반도에 갇힌 정신세계는 어떻게 탈피할 것인가.다음세대(Next generation). 말재주와 사탕발림으로 20·30을 회유하려는 정치는 그 자체가 구태스럽다. 긴 안목으로 백년대계를 꾸려야한다. 다음세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지, 그들과는 무엇을 나누어야 하는지, 어떤 교육으로 가르치고 배울 것인지. 철학과 나침반이 보이지 않는 교육이 진짜 문제가 아닌가. 오늘을 퍼먹이기에 급급한 공부로는 든든한 내일을 준비하지 못한다. 다음세대는 다음시대에 어울릴 공부로 만나야 한다. 학령인구 동태는 심상치 않은데 대책없이 옛 모습을 답습하는 대학과 입시제도는 언제 손볼 것인가. 오늘만 겨우 담는 교육정책으로는 다음세대를 기를 수 없다.다문화(Multiculturalism). 급격하게 바뀌는 우리의 모습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부분, 다문화인구. 그들에겐 표가 없어 정책적인 영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우리 전체인구의 2.7%를 차지하며, 전체 출생아수 대비 6.0%, 학교 내 전체 학생대비 3.0%에 이르고 있다. 개념적으로도 인구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라고 부른다는데, 그럴 날도 머지않았다. 사회적, 교육적, 문화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나라의 얼굴과 습관이 새로운 배경과 환경에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풍성하고 다양한 문화를 담고 만들어낼 그릇을 마련해야 한다.디지털과 온라인에 더하여 글로벌, 넥스트와 멀티환경에 너끈하게 어울릴 이 땅이 되어야 한다. 대선이 그만한 역량을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편가르기 표싸움에만 몰두한 정치는 미래를 당당하게 열어야 하는 나라와 국민에게 턱없이 부족하다. 넓게 바라보고 내일을 생각하며 다양하게 품는 리더를 기다린다.

2022-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