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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한 영향력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인류의 위대한 발견 중에 하나가 항생제의 시초가 된 페니실린이다.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인류의 평균수명이 늘고 폐렴과 같은 세균성 질병으로부터 해방되어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했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이에 대한 감사를 처칠과 그의 부모에게 돌렸다. 처칠이 어렸을 때에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 플레밍이 물에 뛰어 들어 처칠을 구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처칠의 부모는 플레밍이 의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결국 페니실린을 만들게 되었다. 처칠과 플레밍이 서로에게 끼친 영향력이 인류를 구한 셈인데 당시에는 아무도 이런 결과가 올 줄을 예측하지 못했다.서정주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치고, 무서리가 내리고, 잠을 자지 못하는 밤을 보낸다고 했다. 국화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개체의 활동이 서로 영향력을 주어 한 송이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자연만물은 개별적으로 존립하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것이 연결되어 생성되고 존재한다는 가이아 이론과 연기설은 닐스 보어의 양자역학에 따른 거리초월현상실험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아원자의 미립자 하나를 쪼개면 두 개가 서로 반대쪽으로 수십 수백㎞로 달아나면서 회전하는데 그 중 하나가 회전 방향을 바꾸면 신기하게도 반대편에 있는 입자도 같이 방향전환을 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라이언 왓슨은 따로 떨어져 사는 같은 종의 원숭이 중 한쪽이 학습한 기술을 다른 곳에 사는 원숭이에게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대로 답습한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였고 셀드레이크도 비슷한 연구에서 같은 형태의 종에게서는 학습이 되지 않아도 시공간을 초월해서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실험결과를 얻어 그것을 형태공명이라 명명했다. 삼라만상의 개별적인 활동이 타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을 헤겔은 자각적 정신 또는 세계정신이라 했고 이런 정신으로 사는 개인을 보편적 개체라 했다.이렇듯 개체인 나 한 사람의 사소한 언행과 생각은 언제 어디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파괴적 영향력을 지니는 보편적 개체로 각자의 삶을 자각하게 하고 세계정신으로 이끌게 된다. 내 뱉는 숨 하나, 표정 하나, 손짓 하나, 말 한마디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타자에게 생과 사의 영향력을 끼치는 자각정신이요 세계정신임을 생각하면 그 무엇 하나라도 무심하거나 소홀히 할 수 없다. 한 송이 국화도 삼라만상이 연합하여 피울진데 이런 나의 개별적이고 개체적인 삶이 우주전체에 선한 영향력이 되어 한 송이 평화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2021-06-02

대보름날 망우리야

불의 문명이 찬란하다. 원자력 발전소, 석탄 발전소가 곳곳에 있어 어디를 가든 휘황한 네온사인과 화려한 조명이 세상을 밝힌다.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컴퓨터, 자동차, 누구나 불의 문명을 구가한다. 하지만 지하에 묻혀 있어야 할 화석연료가 열로 바뀌면서 빙하가 녹고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미세먼지가 창궐해 숨통을 조인다. 문명의 역습이다.화마(火魔)의 습격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체르노빌 폭발 사고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데, 대지진으로 일본에서 원전이 폭발해 주변이 온통 방사능으로 뒤덮였다. 일본 정부는 폐발전소의 오염수를 처리하지 못해 바다에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들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채 죽어가고 있다. 재앙이 재앙을 낳는 것이다.밥을 하고 쇠를 녹여 쟁기를 만들던 인류의 불장난은 문명의 꽃을 피웠다. 그러나 화약으로 폭탄을 만들고 핵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생산하고 우라늄을 농축해 핵폭탄을 만드는 불장난은 문명을 한 방에 파괴한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체르노빌, 이라크전, 후쿠시마, 사고가 나면 통제하지 못할 기술을 남용한 대가이다. 무모하게 불장난하는 자에게 불은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우리에게 불의 기억은 따뜻했다. 아궁이, 부뚜막, 구들, 아랫목, 호롱불, 화롯불, 군밤, 군고구마…, 모두 온기를 지닌 낱말이다.대보름날이 다가오면, 버려진 깡통을 주우러 다녔다. 못으로 깡통에 구멍을 숭숭 뚫고 철사를 이으면 불통이 되었다. 깡통 안에 불이 붙은 나무를 넣고 빙빙 돌리면 내 머리 위에도 보름달이 떴다. 오른팔로 돌리고 왼팔로 돌리고 거꾸로 돌리고, 몸도 따라 돌다 어지러워 머리도 빙글빙글 돌고,망우리 망우리야 대보름날 망우리야가난한 살림살이 달님처럼 부풀어라별똥별 별똥별아 밤하늘에 별똥별아오늘은 별비되어 머리위에 쏟아져라밤이 새카맣게 타도록 쥐불놀이를 하다가 불통을 하늘로 던졌다. 불통은 긴 불꼬리 날리며 떨어지고 별똥별이 머리 위로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러고 나면 화톳불 곁에 모여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누었다. 지직지직 화톳불을 꺼지면 얼굴에 검정을 묻힌 도둑고양이처럼 집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꿈에 집에 불이 났고 오줌을 누어 시원하게 불을 껐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지랑대 높이 지도 한 장 올렸다.불땡 - 화력(불땀).불질 - 아궁이 등에 불을 때는 일 또는 총·포 등을 쏘는 일.알불 - 재가 섞이지 않은 불씨.불목 - 온돌방 아랫목의 가장 따뜻한 자리.부삽 - 아궁이나 화로의 재를 치거나 불을 담아 옮기는 데 쓰는 작은 삽.잉걸불 - 장작에 불이 붙어 이글거리는 모습을 일컫는 말.후림불 - 불똥이 튀어 번지는 불, 비화(飛火).불머리 - 불길의 위쪽 부분.부넘이 - 아궁이 안쪽 구들 아래로 불이 넘어가는 고개.화톳불 - 한데서 장작을 모아놓고 태우는 불.소줏불 - 소주를 너무 마셔 코에서 알콜 기운이 푹푹 나오는 현상.모깃불 - 모기를 쫓기 위해 풀 따위를 태워 연기를 내는 불.불땀머리 - 나무가 자랄 때 남쪽을 정면으로 향했던 부분.불소나기 - 불똥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부지깽이 - 불을 땔 때, 불을 헤치거나 끌어내거나 하는 데 쓰는 막대기.아궁이에 장작을 때면 나중에 잉걸불이 남는다. 발갛게 달아오른 숯을 화로에 가득 담아 방안에 놓으면 차가운 외풍이 물러갔다. 화롯불에는 알밤이 빠지지 않았다. 알밤 한 톨도 나누어 먹어야 한다며 식구가 둘러 않았다. 잘 익은 밤을 까며 도란거리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정겨웠다. 호롱불 아래 앉아 해진 양말을 깁던 어머니는 밤 한 톨 먹고도 배가 부르다며 손사래를 쳤다.“태백산 기슭을 어슬렁거리는 겨울바람은 호랑이보다 무서웠다.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찬바람은 어찌나 매서운지,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먼 산길을 구불구불 걷다 보면 아랫목 생각이 굴뚝같았다. 소년들은 화톳불을 피우고는 그 위에 돌멩이를 올렸다. 돌멩이가 뜨거워지면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온기 한 줌이 얼마나 소중한지 온몸으로 느낀 추억 한 토막이지만 돌아보면 그것은 차가운 세상으로 나갔을 때 36.5°의 체온을 지키기 위한 연습이었다.”(김이랑 수필 ‘구들’부분 발췌)여름밤에는 모깃불이 타닥타닥 잔별을 튀기고, 겨울에는 밥그릇이 아랫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마당에는 호야등이 환히 밝히고, 방안에는 호롱불이 그림자를 흔들고, 고기 잡는 개울에는 관솔불이 비추고, 골짜기에는 서리한 강냉이 구워먹는 화톳볼이 타오르고, 보슬비 오는 날에는 앞산에 도깨비불이 번쩍거리고,불을 적절히 쓰던 시절의 불장난은 따뜻했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6-02

글꽃

배문경수필가 카톡이 날아왔다. 열어보니 어머니가 살림에 필요한 물품을 올려놓으셨다. 띄어쓰기는 없고 연이어 붙인 낱말들이 긴 연의 꼬리처럼 느껴진다.작년 초 어머니는 글을 배워보고 싶다고 하셨다. 연세가 여든 가까운데, 괜한 고생을 하신다 싶었다. 가까운 곳에 한글 가르치는 장소가 있다는 현수막을 보셨던 모양이다. 흔쾌히 문해학교에 등록하신 후 배우러 다니셨다. 어머니는 보고 읽는 것은 되지만 글자는 발음대로 쓰셨다. 글자 하나하나가 삐뚤빼뚤하게 늘어졌다. 두 글자가 써진 단어를 쓰며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읽으셨다. 아이들 한글 깨치기와 비슷했지만 열의는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작은 상을 방에다 가져다 놓고 집중해서 연습하곤 하셨다. 코로나로 인해 쉬는 날이 많아 집에서 교재로 연습했다. 더러는 단톡에 단어를 올렸는데, 문장은 아니고 단어나열에 그쳤다. ‘희설타우유올리기름’ 아이가 쓴 글 같았지만 연이어 쓴 글자가 재밌었다.언젠가 컨벤션센터행사에 참석했다가 그곳에서 유치원생이 그린 것 같은 작품이 전시된 것을 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크레파스로 색을 칠하고 그 옆에 짧은 단상을 적었다. 노인들의 시화작품 전시였다. 글을 배우니 너무 행복하다는 내용이었는데 꽃과 나비가 그려져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쓰고 그릴 수 있었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그 심정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져 뭉클했다.어머니 세대가 그랬다. 고통스러운 일제의 지배가 끝나나 싶으니 동족상잔의 전쟁이 터졌다. 먹고사는 일이 너무 힘들어 죽지 못해 살아온 세대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 공부할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힘들게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노동으로 자식들을 뒷바라지한 세대다. 이제 자신을 위해 글씨를 배우고 그림을 그려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한다는 것은 말년의 행복이다.우리 삶에서 성공과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교육 부족이라고 했다. 특히 읽고 쓸 수 없다는 것은 앎에서 고립된다는 뜻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4%가 문맹이고 문맹의 2/3 가 여성이다. 전 세계 국가의 39%만이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준다고 한다. 배우려 해도 교육 시스템이 부족하다.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란 책과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는 한나와 마이클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고, 나이 차이에도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이후 마이클은 문맹인 한나에게 ‘오딧세이’와 안톤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를 읽어준다. 한나는 자신이 글자를 모른다는 것을 철저히 숨기기 위해 글자를 몰라도 되는 직업을 선택하며 마이클을 떠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책임자로 일을 한다. 이 일로 감옥에 투옥되고 법정에서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숨기면서 무기징역을 받는다. 글자를 모른다고 실토했다면 4년의 구금으로 끝날 일인데.이후 다시 만난 마이클이 책을 읽은 테이프를 감옥으로 보내자 발음과 글자를 보면서 한나는 글을 깨쳐간다. 글자를 익힌 그녀는 마이클에게 고마움의 편지를 보낸다. 마이클은 한나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고 기다린다. 하지만 한나는 쌓인 책을 밟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문맹이 주는 비극은 관객의 심금을 오래도록 울렸다.단어와 단어가 연결되어 문장이 된다. 문장과 문장이 하나의 그림이 되고 의미가 된다. 글은 나의 마음과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기호이다. 글은 쓰고 읽는다는 수준을 넘어 문학적 작품이 되기도 한다. 영어권에서 영어를 모른다면, 한국에서 한글을 모르면 살아가기 힘든 것과 같다. 자신의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보다 답답한 일이 있을까.근무를 마치고 어머니가 써서 보낸 글자대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다. 물건을 담을 때마다 어머니가 쓴 단어 하나하나가 띄워 쓰기 된다. 음식에 흰 설탕을 솔솔 뿌리는 어머니의 손길과 우유를 따라 마실 아이들과 올리브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는 계란프라이와 볶음밥이 만들어질 것이다.어머니가 보낸 글자가 맛난 글자로 거듭난다. 표현은 서툴지만 진솔한 마음을 담은 글꽃이 핀다.

2021-06-02

북미 관계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트럼프 대통령 시대는 북미 관계의 획기적인 변화 조짐이 보였다. 그것이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위한 전술인지 북한 비핵화 집념인지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트럼프는 방한 시 판문점에서도 김정은을 잠깐 만났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수시로 서신을 통해 상호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결국 미국 역대 대통령 중 북한의 통치자를 최초로 인정한 대통령이 되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는 낙선했으며 북미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바이든의 대통령 취임 이후 새로운 대북 정책이 5개월 만에 발표됐다. 그 골자는 과거 오바마 시대 대북정책기조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접근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식 탑다운 방식보다는 실무적 단계적 대북 접근방식을 통해 실효를 거둔다는 내용이다. 바이든은 대북 특사로 한국계 미국 외교관 성김을 임명하여 북핵문제를 외교적 방식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은 대북 제재는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에는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협상의 공은 북한으로 넘어가고 그들의 응답이 기대되는 시점이다.북한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면 선대선(善對善)의 원칙으로 미국과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대미 협상의 최종 목적은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데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 하나 미국이 이를 인정치 않는다. 북한 당국은 대북 제재의 해제를 통한 당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북한 당국은 당면한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의 족쇄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비핵화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이처럼 북미 관계는 상호 요구 조건과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풀기 어려운 퍼즐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북한의 대미 정책 구상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과거 외교 행태로 미루어 그들의 북미 협상의 선택 시나리오는 제한되어 있다. 그 하나는 현상 유지 정책이며, 다른 하나는 대미 협상의 전단계로 대미 강경책을 펼칠 가능성이다. 전자는 북한이 처한 대내외 위기 앞에서 대내 결속을 다지면서 대미 협상에는 응하지 않는 전술이다. 후자는 대미 강경책으로 그들의 탄도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술책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전략적 카드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문재인 정부 초기의 운전자 론이나 중재론도 작동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대미 협상 외에는 별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방책을 견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의 대북 정책은 불행히도 한반도 문제의 종속변수일 뿐 독립 변수가 아니다. 우리가 북에 매달릴수록 북한은 남한 배제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도 대북 무관심이나 무시 전략을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때로는 통중봉북(通中封北)도 필요할 것이다. 북한의 ‘우리 끼리 정신’이나 ‘민족 공조’는 그들의 장식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2021-06-02

환경위기시계와 교육위기시계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 “지금 우리나라는 몇 시일까요? 문제를 해결한 팀은 손을 들어 주세요!”선생님의 질문에 모든 학생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필자를 제외하고 모두 어두웠다. 그 표정을 이해하지 못한 필자는 연신 손목시계만 보았다.“각 팀에서 찾은 시간을 학습지에 적어주세요. 그러면 선생님이 확인하겠습니다.”학생들은 팀별로 모여 마지막으로 팀원 간 의견일치를 본 다음 학습지에 시간을 적었다. 역시 이해를 못 하는 것은 필자뿐이었다. 선생님이 지나갈 때 학생들은 의연한 표정으로 자신들이 쓴 시간을 보여주었다. 교단으로 온 선생님은 모든 팀이 정답을 맞혔다고 하였다. 그 순간 환호성이 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숙연해졌다.“지금 우리나라 환경위기시계의 시간이 얼마인지 다 같이 말해볼까요!” “9시 46분입니다.”환경위기시계라는 말에 필자는 갑자기 뒤통수를 뭔가로 세게 맞은 듯 멍했다. 지금까지 생태교육을 한답시고 이곳저곳에서 강연 아닌 강연을 했던 필자이다. 그런데 환경위기시계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학생들 보기가 부끄러웠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그래서 강연장 맨 뒤로 가서 빠르게 환경위기시계를 검색했다. 미안함에 손이 떨렸다.“전 세계 환경전문가들이 느끼는 인류생존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중략) 환경위기시계는 ‘00:01~03:00→불안하지 않음, 03:01~06:00→조금 불안함, 06:01~09:00→불안함, 09:01~12:00→매우 불안함’으로 구분해 표시한다. 환경위기시계가 나타내는 12시는 ‘인류생존이 불가능한 마지막 시간’, 즉 ‘인류 멸망 시각’을 의미한다. 2020년 한국은 09:56이다.”검색 글을 보면서 필자의 입에서는 놀람의 탄성이 멈추지 않고 나왔다.“12시의 의미가 지구 멸망이라고 할 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2시간 정도입니다. ”설명을 듣는 학생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진지(眞摯)함이 결연(決然)함으로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강의 끝부분에 선생님은 물었다.“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청소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아이들은 저마다의 각오를 외쳤다. 그중에 한 학생의 말이 유독 크게 들렸다. “우리가 힘을 합쳐 환경위기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합니다.”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한다는 학생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주말 동안 필자는 그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튼 뉴스에서 P4G 정상회의에 관한 이야기를 보았다. 녹색 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줄임말인 P4G! 이번 서울 회의의 주제는 ‘포용적인 녹색 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이라고 했다. 필자는 오히려 그 회의가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사실을 참가국 정상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다.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교육위기시계가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몇 시일지?

2021-06-02

유월의 노래, 유월의 기도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많지만 /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6월이다. ‘유월이 오면’이라는 스무 행짜리 도종환 시인의 시의 첫 여섯 행을 옮겨 본다. 이즈음의 나무들은 더이상 앳된 빛을 띠는 신록이 아니다. 바야흐로 봄은 가고 여름이 왔다. 녹음(綠陰)의 사전 풀이처럼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와 수풀’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와 있고 이 녹음은 점점 짙어질 것이다. 얼마 더 지나면 장마가 시작되겠고, 장맛비를 피해 들어간 나무 그늘은 적잖은 비가림이 될 터이다. 시간은 이렇게 잘도 가고 온다. 그런데, 계절을 느끼는 마음들은 사뭇 복잡하다.시집 ‘접시꽃 당신’(실천문학사, 1986)에 실린 위 시는 6월을 아프게 그리고 있다. 헤어져 사는 이들이 느끼는 절절한 그리움이 그 아픔의 원천인 것이다. 시인이 노래하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의 대상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인이 이렇게 노래하고 그리지 않아도 우리 겨레 많은 이들에게 아프고 쓰린 흔적을 남기고 드러내 주는 달이 6월이란 사실이다.며칠 뒤 6일은 망종(芒種)이자 현충일이고, 25일은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상처로 남은 한국전쟁이 시작된 날이다.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은 남북으로 갈라진 채 70여 년을 살아가고 있는 이산가족들에게 가장 절절하겠지만, 전쟁은 휴전이라는 말로 지금도 진행형의 상황이며. 전쟁의 후유증은 우리 모두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 있고, 상처 또한 아물지 않은 상태이다.그렇지만 사랑과 따뜻함으로 이어진 가정의 달 5월이 가자마자 아프고 슬픈 6월을 맞는다고 속상해 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아픔을 극복하고 사랑으로 승화시킬 힘이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 남과 북이 적대적 대치와 긴장을 풀고 사랑과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도록 하자고 하면 안이하고 감상적이라는 핀잔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길이 우리 겨레가 나아갈 길이 분명한데, 암, 그리로 가야지. 하기야 이래저래 갈라져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이 휴전선 남쪽의 모습인데 남과 북이 하나되는 길이 어디 그리 쉽겠는가.영국의 계관시인 로버트 브리지스(Robert S. Bridges)는 ‘When June is come’이라는 시에서 “아, 삶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이라고 6월을 노래했다. 6월을 즐기는 그가 부럽다. “유월이 오면, 온종일 / 나의 사랑과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 산들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 놓은 / 햇빛 찬란히 비치는 높은 궁전들을 바라보리라”라는 흥얼거림은 우리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이다.그래도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라는 성경 이사야서 2장 4절의 말씀이 이 땅에 실현되기를 나는 기도한다.

2021-06-01

다시 생각하는 지구온난화

산호섬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몰디브는 현재 20년째 인공섬을 만들고 있다. 훌후말레섬이라는 이곳에는 현재 5만명이 이주해 살고 있다. 앞으로 20여만명이 사는 도시로 탈바꿈할 예정이라 한다.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수도 말레의 인구를 이곳으로 분산시킨다는 것이 몰디브의 구상이다.몰디브 주변 1천여 섬의 80% 이상이 해발 1m 이하에 자리 잡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몰디브 섬의 상당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등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지표면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1850년 대비 지구의 평균 온도는 1도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기후학자들은 지금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하면 이르면 7년 뒤인 2028년에는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이란 연구결과도 내놓고 있다.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지구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인간과 자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이미 수차례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기온상승과 더불어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대기오염, 생태계 다양성 훼손 등 숱한 환경 변화의 문제를 야기한다.지진이나 해일 등 재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우리 현실로 다가올 거란 얘기다. 인간은 직접 일이 닥치기 전에는 이를 실감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지속적인 환경 문제 제기에도 지금의 지구는 여전히 병들어 가고 있다.서울에서 열린 P4G 정상회담이 끝났다. 환경문제에 대한 지구촌의 각성을 촉구했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 미지수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새겨보는 시간이라도 됐다면 다행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6-01

대구·포항 바이오랩 유치경쟁은 뭘 보여주나

불과 며칠 전까지 한 식구라며 행정통합을 추진했던 대구시와 경북도가 ‘K-바이오 랩허브(바이오랩)’사업 유치를 두고 또 다시 갈등관계에 들어갔다. 정부가 최근 바이오랩 구축을 추진할 지자체를 모집한 결과, 공모진행 전부터 유치의사를 밝힌 경북 포항, 인천, 대전, 충북 오송 외에 대구, 강원등 8곳이 추가로 신청서를 냈다. 바이오랩은 실험시설, 사무 공간, 네트워킹 등을 제공해 바이오분야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국비 2천500억원, 지방비 850억원을 투입해 사업추진에 나선다. 포항시는 이미 지난 4월 초부터 바이오랩 유치 실무추진단을 조직해서 조직적인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실무추진단에는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한동대 생명과학연구소, 포항테크노파크,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 바이오 기업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4월 중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만나 바이오랩이 포항에 들어서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다. 대구시는 지난달 27일 대구첨복재단 등 유관기관과 함께 ‘바이오랩 유치를 위한 전략 고도화 토론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토론회에는 대구첨복재단, 대구테크노파크, 한국뇌연구원, 기술보증기금,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벤처투자사 관계자 등 10여 개 기관이 참여했다. 바이오랩이 미래도시의 성장동력과 연결돼 있는 만큼 각 지자체들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현재 대전이나 인천 등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지자체가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경북지역 유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식이다. 지역정치권에 의하면 포항시에서 대구시 측에 해당 사업을 동반신청하자고 제안했는데 대구시가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행정통합을 추진해 왔다.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한 몸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바이오랩 유치경쟁을 보면서 두 지자체가 말로만 통합을 외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2021-06-01

백신 접종률 높이는 게 코로나 종식 지름길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달 31일 정홍수 대구시의사회장과 김신우 대구감염병관리지원단장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현재 대구지역 백신 접종률은 9.1%로 전국 평균 10.5%에 못 미치는 전국 최하위다. 이달 3일까지 예약을 받는 60세 이상 74세 미만 어르신 접종 예약률도 57.9%로 전국 평균 68.3%에 못 미치고 있다. 대구시장의 백신 접종률 진작을 위한 담화는 이처럼 부진한 지역사회의 백신 접종률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권 시장은 담화를 통해 “코로나 감염병의 고리를 끊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백신 접종뿐”이라 했다. “백신 접종이 부진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과잉불신 때문인데 이대로 가면 우리 공동체가 또다시 코로나19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했다.이달부터 정부도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 제공에 나섰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구시민의 낮은 접종률은 지역사회의 감염병 예방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대구시가 백신 접종자에 대해 건강검진권 제공을 검토하고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경우라도 국가 보상 외에 대구시가 추가로 책임질 것 등을 약속한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다. 시민의 협조가 필요한 때다.최근 대구지역 코로나19 상황은 매우 위중하다. 연일 두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1일에도 42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그 가운데 4명은 유흥주점 관련자다. 유흥주점 관련자는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0여일이 지난 현재 누적 확진자가 24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슬람 사원 관련자도 누적자가 60여명이다.백신수급 불안 문제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추가 도입이 결정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다. 11월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지금부터 할 일이다.코로나19가 안겨준 고통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안다. 지금도 그 영향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파산 위기에 허덕인다. 가능한 빠르게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을 해야만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두가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2021-06-01

조국을 위한 희생

권윤구 포항 중앙고 교사 6월 1일은 의병의 날로 의병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국가에서 제정한 기념일이다. 외국의 침략에 맞서 민중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저항 조직을 의병이라고 한다.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 전쟁에 참여하는 독립군에 해당한다.의병이 가장 크게 일어났던 때는 임진왜란과 구한말시대다. 전국에서 일어난 의병은 임진왜란 초기에는 관군을 능가했고 관군이 일본군을 상대하지 못할 때 의병은 엄청난 전쟁의 승리를 올렸다. 대한제국 시대에는 일제 침략에 맞서 전국적인 의병 항쟁이 일어났다. 제1차 의병 항쟁은 갑오개혁 이후 단발령이 선포되면서 시작되었다. 또한 러일 전쟁이 끝날 무렵 일어난 의병활동은 대규모 항일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지역 영덕에서 의병대장 신돌석 장군의 전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리고 벽산 김도현 선생은 지역에 큰 의미와 교훈을 남긴 의병장이다. 벽산 선생은 극렬한 저항을 보여주고자 절명시를 남기고 순국하셨다.6월 6일은 현충일이다.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 잃어 그들의 혼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날이다. 현충일과 망종은 6월 6일이다.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인 망종(亡種)과 현충일이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부터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곡식을 수확하고 모내기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날을 망종으로 생각하였고 망종인 이 날은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전쟁터에서 전사한 애국지사의 넋을 기리며 제사를 지냈다. 망종은 나라를 지킨 영웅에게 제를 올리는 가장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망종’인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했다.의병의 날과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날이다. 필자가 학창 시절에는 6월에는 늘 기념식을 했다. 운동장에서 현충일 노래를 부르면서 작은 영웅에 대한 넋을 위로했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기념식을 하지 않는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영웅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부동산 투기와 주식을 하면서 집 장만을 위해 ‘영끌’을 하지만 결혼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산율은 0.84명이다.현충일은 관공서와 민간기업 그리고 가정에서 조기를 게양한다. 조기 게양은 조의를 표하는 날, 태극기를 다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조의를 표하는 날이 바로 현충일이다. 조기를 게양하는 이유를 우리는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조기게양을 하고 조국을 위해 돌아가신 영령들에 대한 넋을 기리는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세상을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두 가지인데 낳고 길러 주신 부모님 은혜와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복잡한 요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의병과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우리나라도 이제는 용기를 가지고 덕이 넘치는 젊은이가 나, 개인보다 국가를 생각하는 민족의식을 가지는 그날까지 국가와 직장 그리고 가정 개인이 일치단결하여 호국영령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2021-06-01

보는 것과 듣는 것

김규종 경북대 교수 봄날이 저문다. 불후의 명곡 ‘봄날은 간다’가 귓전을 쨍하니 울리는 시점이다. 왔으니 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하되 봄이 오는 것은 반갑지만, 가는 것은 아쉽다. 우리에게 ‘보는 것(봄)’의 향연을 차고 넘치도록 선사한 화사한 봄날이 퇴장을 준비하는 시절이다. 하기야 소만(小滿)은 벌써 지났고, 6월 5일은 망종(芒種)이다.너른 들을 걷다가 어디선가 새 울음소리 들린다. 유심히 들여다보아도 소리는 들리지만,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저런 새소리를 금방 구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한숨 절로 나온다. 그러다가 문득 물 위를 걷듯 달리듯 뛰듯 분망하게 돌아다니는 꼬마물떼새 두 마리. 청아하고 높은 음색의 소리 주인공은 그들이다.작고 여윈 녀석들에게서 저리 높고 맑은소리 나오는구나, 생각하니 형상과 소리의 부조화와 불협화가 떠온다. 크고 두터운 생명의 소리는 낮고 둔탁하며 위압적이다. 작고 여린 생명체의 소리는 날카로우며 앳된 서정과 동행이다. 그런데 홀연히 들려온 저들의 소리는 예상과 달랐으니, 형상과 소리의 어긋남이다.보는 것과 들리는 것 사이의 거리에서 오는 불협화는 유쾌함과 당혹감을 선사한다. 당연한 기대치를 단박에 박살 내는 현장감을 뭐라 해야 할 것인가! 묵직하고 살집 좋은 인간에게서 나오는 날카롭고 새된 목소리를 들을라치면 경이로울 때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러기에 예단은 언제나 금물이다.대상을 인식할 때 동원하는 최초의 감각기관은 눈이다. 시각이야말로 정보를 수신하고 판단하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다. 오감 가운데 으뜸이 시각인 것은 당연지사. 오죽하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까지 나왔겠는가?!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법전(法典) ‘경국대전’에서도 최악의 장애를 ‘맹인(盲人)’으로 판단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하지만 보는 것, 즉 외관(外觀)은 우리를 속인다. 조선 선비 이직의 말처럼 ‘겉 희고 속 검은 이’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외모에 정신을 놓고 실패를 경험한다. 시각을 보완하는 가장 적절한 감관(感官)이 청각인 까닭은 거기 있다. 소리를 듣고 대상을 온전하게 판단하는 것이다.얼굴이 모두 다른 것처럼 누구에게나 고유한 목소리가 있다. 소리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교양과 성품이 담겨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각에 압도된 나머지 청각신호에 대체로 태무심(殆無心)하다. 봄날은 보는 것의 나날들이다. 그 봄날이 간다. 보는 것의 시간이 흘러가면 열매 맺는 계절, 여름이 다가온다. 이 시기에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시각이 아닌 청각이다.요즘 부쩍 꾀꼬리와 소쩍새 울어대고, 개구리는 밤늦도록 울면서 시절을 알린다. 저런 낱낱의 생명체에게 허여된 시절이 오고 가면서 자연의 순환과 우주 운항은 어김없이 진행된다. 이제 여름의 노래에 귀 기울일 때다!

2021-06-01

‘조선’을 찾아 떠난 숭고한 순례의 여정

최남선이 1925년 3월부터 약 50여일에 걸쳐 지리산 근방의 각 지역을 순례하고 집필하여 백운사에서 1926년에 출판한 기행문. 우리를 둘러싼 공간은 사실 아무 특색도 없이 그저 그곳에 놓여서 그렇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뿐인 것만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에는 이미 내가 누군가와 그곳에서 만나며 관계를 맺으며 교섭해나갔던 경험들이 그대로 쌓여있게 마련이다. 가족이 오랫동안 살았던 집에는 자연스레 그들이 남겨둔 물건들, 상처들, 사건들이 흔적처럼 남아 켜켜이 쌓이기 마련이다.물론, 그곳에 우리 마음의 어떤 부분이 실제로 쌓이는 것은 아니다. 쌓이는 곳은 사실 우리의 마음이다. 층층이 남은 그날의 감상들, 단단히 묶인 감정들, 분위기나 냄새 등은 모두 우리 마음속에만 기억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단지 벽에 난 생채기는 그날의 마음을 흔적처럼 남기고 있는 것뿐이다. 이사 갈 때쯤이 되어 우리가 그런 흔적들이 가득한 집을 둘러보면서 여기에 우리 가족의 기억이 가득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우리가 어딘가 여행을 떠나 늘 유심히 보게 되는 것은 여행자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그런 낯선 공간만이 아니라, 그 공간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는 그네들이 남긴 흔적들이다. 시장에는 몇 번이고 고쳐 묶어둔 자국이 있는 천막을 묶은 끈이 있고, 어린 손자들의 손으로 그려진 작은 꽃이 벽 한 쪽에 귀퉁이 한 쪽이 조금 떨어져 붙어 있기도 하다. 그 공간을 살아가면서 그네들이 남겼던 삶의 기억들이 여행자들에게는 한편으로는 동질감으로, 한편으로는 이국의 정취로 다가온다. 여행이란 결국 누군가 그 공간을 점유했던 사람들의 삶의 기억들을 기념물 같은 흔적들을 통해 잠시나마 돌아보는 행위라 규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기행이나 유람 등 어딘가에 가서 그처럼 옛사람들의 자취를 돌아보고, 새롭게 자신이 느낀 정취를 더하는 행위로서 여행기라는 글쓰기는 인간이 말과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계기와 마찬가지 기원을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말과 글을 가지고 무엇을 했을 것인가. 저 먼 고개 너머를 가보고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가, 무엇이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말과 글을 통해 전하는 경험은 바로 그 요체인 것이다.지금까지 옛사람이 남겨둔 수많은 기행문 또는 여행기가 존재하지만, 최남선(1890~1957)이 1926년에 발간한 ‘심춘순례’의 자리는 유독 빛난다. 조선의 ‘국토’를 순례의 대상으로 새롭게 발견했던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순례’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대상에 대한 종교적 함의를 감안한다면, 이 시기의 최남선은 바로 조선의 국토에 대한 태도를 마치 종교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던 것이다. 3·1운동 당시 투옥되었을 때의 최남선(왼쪽). 최남선은 1925년 3월 하순부터 지리산 근방의 각 지역을 순례하고 주로 백제의 흔적을 중심으로 이어진 각 사찰들 속에 흔적처럼 남겨진 한민족의 기억을 복원하고 찾아내고자 애썼다. 그는 서문에서, “조선의 국토는 산하 그대로 조선의 역사며 철학이며 시며 정신입니다. 문자 아닌 채 가장 명료하고 정확하고 또 재미있는 기억입니다. 조선인의 마음의 그림자와 생활의 자취는 고스란히 똑똑히 이 국토 위에 박혀 있어서 어떠한 풍우라도 마멸시키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나는 믿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조선 국토에 남겨진 민족의 기억이 단지 책 속 문자에 머무르지 않고, 그 속에 남겨진 문화적 기억의 흔적 속에 널리 남아 있음을 간파했던 것이다.최남선의 이러한 시도는 이후 그가 남긴 일련의 기행문, ‘백두산근참기’, ‘금강예찬’등으로 이어졌거니와, 그가 발견한 순례의 정신은 현진건의 ‘고도순례경주’, ‘단군성적순례’ 등으로 이어졌다. 그들에게 있어 조선의 국토는 바로 순례의 대상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홍익대 교수

2021-05-31

신라시대 사람은 누구인가? - 인골이 알려주는 그들의 모습

현대 사회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가 직접 보기도 하며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그러나 과거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 모습을 알기는 쉽지 않다.이러한 모습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유적에서 출토하는 인골(人骨)이다. 유적에서 출토하는 인골을 통해 얼굴, 체격, 질병의 흔적,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분석하는 것을 형질인류학 혹은 체질인류학으로 하나의 연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그러나 산성이 강한 한반도의 특징으로 인해 인골이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경주지역에서 신라시대의 인골이 출토하는 지역은 7곳 정도이다. 출토하는 유적은 80년대 월성의 해자에서 발견된 해자를 제외하면 고분 속에서 확인되고 있다.그러나 전신의 골격이 출토되지 않고 있어 당시의 사람의 모습을 자세히 알려주지 못 하고 있다.인골이 남긴 힘든 상황 속에서 월성유적의 조사 과정에서 전신의 골격이 온전한 2구의 인골을 확인했다. 인골은 성벽의 축조과정을 살펴보기 위한 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2기의 인골은 모두 전신을 곧게 편 상태로 한 구는 하늘을, 다른 한 구는 또 다른 인골을 바라보는 형태로 출토했다. 그리고 발 아래부분에 토기도 함께 확인됐다.출토한 인골은 앞서 언급한 형질인류학적인 접근을 통해 성별, 생활습관, 특징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먼저 2기의 인골은 남자와 여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와 같이 태어난 연도에 대한 정보가 없이 골격만 남은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가면 생기는 다양한 뼈의 변화를 통해 연령을 파악할 수 있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50대의 숙년(熟年)으로 사망과 관련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은 생전에 많은 노동 활동을 한 흔적도 보인다. 지속적인 운동은 근육도 발달시키지만 근육이 뼈에 붙은 부분도 발달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으로 착각할 만큼 뼈가 발달해 있어 노동의 강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뼈 조직의 발달은 남녀를 구분하기 힘들게도 한다. 여성으로 판별한 것은 골반에서 임신과 관련한 흔적이 발견되어 남녀로 구분할 수 있었을 정도로 육체노동을 지속적으로 했던 사람으로 생각된다.치아를 통해서는 성장기의 영양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 했던 것을 알 수 있다.성장기에 영양 공급이 좋지 않을 경우 치아의 표면에 선과 같은 홈이 보이게 된다. 월성에서 확인된 2기의 인골 모두에게서 이런 흔적이 확인되는 점은 어린 시절을 곤궁하게 살았던 흔적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식료는 쌀, 보리와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하는 농경민의 경우는 치아에 충치가 많이 생긴다. 이에 반해 수렵채집민과 같이 곡물류가 적은 식생활인 경우 치석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구의 인골에서도 치석(齒石)과 치주염(齒周炎) 흔적이 확인되는 등 곡물류의 섭취가 많지 않았을 가능성이 보인다.이러한 결과들을 두 사람은 지배층에 해당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어린 시절에 원활하지 못 한 식량 사정과 상당한 강도의 육체노동을 지속했던 사람이다. 이는 당시의 평범한 신라시대 사람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신라시대에서는 상당히 장수한 사람인 것으로 생각된다. 김헌석경주문화재연구소 주무관 현재 삼국시대 사람의 평균적인 수명은 알려져 있지 않다. 고분에서 출토하는 인골들이 지배층인임에도 30-40대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월성에서 확인된 2기의 인골은 50대의 사람들로 피지배층인 당시의 가장 많은 신라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그럼 왜 2기의 인골이 성벽 속에서 나오게 되었을까? 현재 인골이 출토된 상황을 보면 성벽의 기초를 만드는 작업이 끝나는 시점에 묻힌 것으로 생각된다. 그 시기는 인골의 발 아래 있던 토기를 통해 4세기에서 5세기의 시점으로 생각되고 있다. 아마도 월성의 안전한 축조를 위해 희생됐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지금까지 고분에서 주로 확인되던 인골은 당시의 지배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이에 반해 월성에서 확인된 인골은 신라시대의 피지배층의 모습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우리는 아직 신라인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나가야 한다. 월성에서는 해자에서도 다수의 인골이 확인됐다. 이러한 인골들도 정리된다면 신라시대 사람들의 생활고 모습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그리고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가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2021-05-31

누림과 기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6월의 시작이다. 날이 갈수록 푸르싱싱함은 짙어 가는데 보리는 어느새 누렇게 익어간다. 보리가 익으면 타작을 해서 수확하는 이맘 때를 맥추(麥秋)라고도 하지만, 가난하고 힘겨웠던 시대의 ‘보릿고개’라는 춘궁기의 비애와 궁핍의 설움이 서린 때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신산의 세월을 지나 비록 코로나의 난국이지만, 생활 전반적으로는 예전에 비해 여유와 풍족의 삶을 살아가는 요즘이 아닌가 싶다.즐기거나 누릴 것들이 많은 유월이라서 누리달이라 했던가?초목은 무성해지고 밭에는 곡식들이 착하게 자라고 있는가 하면, 무논엔 어린 모들이 가녀린 몸짓이나마 가을날의 결실을 기약하며 초록의 언어를 쓰는 듯하다. 맑푸른 날씨에 들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마음 속의 근심도, 코로나의 시달림도 가벼운 바람 결에 날아가는 듯하다.지역별 여러 축제나 행사, 작은 모임 등이 코로나의 괴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침체와 단절을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코로나의 사슬에 묶여 긴장과 우울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할 것인가?하루에도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시대와 상황은 늘 바뀌고 달라지기 마련이다. 변화에 유연한 적응과 방역의 선제적인 대처 속에 목적과 취지에 맞는 아이템을 특성화시켜 나간다면, 얼마든지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며 누리고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6월은 기리는 달이기도 하다. 나라를 지키고 자유와 평화를 누리기 위해 이 땅의 무수한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누세월 피로 물든 산하는 침묵하고 있지만, 누대에 걸쳐 우리는 위국헌신의 넋과 뜻을 기리고 잊어서는 안된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해마다 6월이면 국립묘지에서는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엄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기 위해 한달 간 묘역 전개소에 작은 태극기를 꽂아 둔다고 한다.호국보훈의 얼과 뜻을 되새기기 위해 필자는 최근 동료들과 함께 인근의 영천호국원엘 가서 비석 닦기와 태극기 꽂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왔다.영천호국원은 수많은 국가유공자와 참전용사들이 안장된 국립묘지이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호국원 관리자의 안내에 따라 현충탑 앞 분향소에서 단체로 참배를 한 후, 3구역 봉안묘역에서 5천300여기의 묘비를 일일이 닦고 미니 태극기를 가지런히 꽂으며 추념의 마음을 되뇌었다. 가족단위로 참가한 봉사자들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정성스럽게 태극기를 꽂고 비석을 닦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갸륵한 마음을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여겨졌다.새로운 누림과 면밀한 기림으로 활기와 존숭을 더해가는 나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리고 즐기되 신중하고 요란하지 않게, 기리고 위하되 경건하고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평온한 유월을 보내기를 기대해 본다.

2021-05-31

안전, 기업 생태계의 뿌리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인간은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아무런 사고없이 살아가길 꿈꾸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고통을 겪는 가정도 적지 않다. 우리는 매일 같이 뉴스를 통해 여기저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소식을 접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작년의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가 무려 2천62명에 이른다고 하니 안타깝고 걱정스럽기만 하다.불안하고 위험한 현장의 중대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을까?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사고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과 고민으로 필자는 중소기업의 안전관리를 십 수년간 컨설팅해 왔었다.이에 ‘안전한 공장 만들기’의 노하우를 알리고 공유하여 범국가적으로 사회와 산업현장의 무재해가 달성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안전이란 위험에 노출될 염려가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실상 산업현장을 살펴보면 수많은 위험요소가 잠재되어 있고 작업자들이 곳곳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가령 어떤 회사는 STS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초기에는 자재들이 여기저기 복잡하게 방치돼 있고 바닥에는 압연유가 흘러 상시 미끄러운 현장이었다. 그럼에도 작업자는 안전화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작업현장을 다니다가 미끄럼으로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되는 곳으로, 회사는 안전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근원적이고 체계적인 안전활동으로 10년이 넘도록 단 한 건의 경미한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무재해 공장을 실현하고 있다. 그 결과 안전우수공장으로 선정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이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터득한 안전 성공 노하우는 첫째, 작업자의 안전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시켜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감염증을 막기 위한 나와 타인의 위생을 지키기 위해서 써야 한다는 인식이다. 즉 현장에서도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불편하더라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해야 작업에 대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둘째, 위험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학습과 훈련을 통해 안전기준을 잘 이해하고, 현장이 그 안전기준에 부합되는지에 초점을 두고 현장을 관찰할 때 비로소 곳곳에 숨어있는 잠재 위험요소가 보이기 시작한다.셋째,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문제해결은 현장이 답이다’는 말처럼 현장에서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문제 이면의 심층적인 근본원인들을 밝히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작업을 없애는 방법이나 수작업을 자동화하는 방법, 인체공학적인 작업방법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현장에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안전은 기업생태계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뿌리가 굳건해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기에 이제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누군가가 시키고 지도하는 ‘관리안전’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있게 실천하는 자율적인 ‘자주안전’ 중심으로 안전 뿌리가 튼실하게 뻗어나가길 기대해본다.

2021-05-31

가짜가 발붙일 수 없는 세상

조영민고령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무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나오는 소설이야기가 있다. 바로 진짜와 가짜이야기다.흔히 아는 예로 동양의 옹고집전, 서양의 왕자와 거지, 최근의 사례로는 영화인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있다.그중 옹고집전의 줄거리를 앞부분만 얘기하자면 옹정 옹진골 옹당촌이라는 마을에 옹고집이라는 자가 살고 있었다. 이 자는 심보가 고약하고 인색하기로 마을에서 유명했다. 마을 사람들과 머슴을 못살게 굴고 심지어 팔십이 넘은 노모를 굶게 하거나 냉방에 넣고 돌보지 않았다. 이에 월출봉 비치암의 도승이 학대사라는 중을 시켜 옹고집을 꾸짖고 오라고 보내지만 학대사는 오히려 수모만 겪고 돌아온다.도승은 이 말을 듣고 허수아비로 허옹(가짜옹고집)을 만들어 실옹(진짜옹고집)에게 보낸다.허옹이 실옹과 똑같이 행동하자 가족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고 관청에 재판을 받으러간다.사또가 족보를 가져오라고 해서 물어보니 허옹이 더 잘 안다. 결국 진짜 옹고집은 곤장을 맞고 집에서 쫓겨나고 가짜 옹고집이 집으로 들어가서 가족들과 산다. 이처럼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특히 선거철 진짜로 둔갑한 가짜뉴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미국의 ‘팩트체크 사이트(factcheck.org)’에서 제안한 가짜뉴스 구별방법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첫째 실제 언론사에서 작성한 것이 맞는지 뉴스의 출처를 파악하라. 둘째 제목만 읽지 말고 끝까지 읽어봐라. 셋째 누가 쓴 글인지, 글쓴이는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작성자를 확인하라. 넷째 기사작성 날짜를 확인하라. 마지막으로 글이 충분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있는지 확인하라.2022년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뿐만 아니라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치러지는 해이다.벌써부터 대선후보적합도가 발표되는 등 선거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앞으로도 많은 정보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이 정보는 가짜와 진짜가 섞여있을 것이고 유권자들은 이를 잘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유권자들이 먼저 가짜가 발붙일 수 없는 세상을 만든다면 진짜들의 선의의 경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1-05-31

화음을 쌓는 일

요즘 나는 ‘MSG 워너비’에 푹 빠져있다. ‘MSG 워너비’는 MBC 예능 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에서 기획한 남성 발라드 프로젝트 그룹이다. 현재는 별루지, 김정수, 강창모, 정기석, 이동휘, 이상이, 원슈타인, 박재정 등 8명의 출연진이 등장하고 있으며, 서바이벌 경쟁을 통해 최종 4명의 가수가 데뷔한다.기존 가수인 SG워너비의 이름을 본 따 만들어진 MSG워너비는 2000년대의 향수를 겨냥한 컨셉으로 과거 유행한 여성 발라드곡인 ‘빅마마의 체념’, ‘태연의 만약에’를 재해석해 새로운 무대를 선보여 화제 되었다.한편 원조 SG 워너비가 방송에 등장하여 히트곡들을 차례대로 부르자 아리랑, 살다가, 라라라 등 수많은 곡들이 역주행하여 각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 흥미로운 흐름을 보여주기도 했다.나는 평소 좋아하는 가수도, 즐겨 듣는 노래도, 나아가 취미나 취향도 딱히 없는 무색무취의 재미없는 사람이지만, MSG 선발전 무대를 보고난 뒤부턴 어찌나 상기되어 있는지 모른다.8명의 출연진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들의 감정에 충실히 임한다. 정해진 가사를 부족함이나 과함 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대단한데 오롯이 목소리만으로 무대를 장악한다.8명 출연진들의 감미로운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넋을 놓고 반하게 된 데에는 클라이맥스로 치닫을 때에 나오는 화음이었다. 화음은 음악에서 높이가 다른 둘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려 생기는 합성음을 말한다. 서로 다른 음역대가 만나 소리를 쌓고 합쳐 나아가는 것인데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부르거나, 누군가의 목소리를 묻어 버릴 정도로 너무 크게 부르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깔려 있어 근사한데다 그들의 개성과 열정, 각기 다른 표정과 분위기가 어우러져 흥미롭고도 신비로운 서사를 보여준다. 마치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진 무지개를 마주한 듯한 경이로움이라 해야 할까. 서로 다른 것이 만나 공통된 지점에서 발화하는 아름다움은 충분히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그렇지만 화음은 극히 드물다. 언제나 끊이지 않는 학교와 직장, 병원에서 만연히 이루어지는 집단 따돌림은 불협과 불협이 만나는 끔찍한 노래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목소리에는 수많은 욕설과 소음과 고함으로 엇나간다. 듣는 사람도 인상이 찡그려질 정도인데, 부르는 이들은 얼마나 지옥 같은 마음으로 내지르는 걸까. 자신의 목소리가 옳다는 착각, 개인을 소외시키고 배제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오만으로는 한평생 하모니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뛰어난 음악작품 속의 멜로디는 화성진행에서 쓰는 화음의 음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화음에 포함되지 않는 음을 비화성음이라 부르는데, 멜로디의 진행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는 비화성음이 반드시 들어간다. 화음 밖의 음들은 기능적으로 안정감을 더하고 다채로운 화성 진행을 통해 더욱 훌륭한 멜로디를 만들어 낸다. 다양함으로 창조된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풍부한 흥미로움을, 굵직한 메시지를, 깊은 위안이 되어주기도 한다. 실제 우리의 태도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안팎을 포용하여 전혀 다른 이들을 만나 하모니를 이룰 때에 더욱 고귀한 감정의 결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독백으로 이룬 무대는 늘 머쓱하고도 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그간 조그맣게 벌린 일 몇 가지를 정리했다. 무엇을 원하고 어떤 걸 쫓는지 모를 지경에 처해 자꾸만 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2년 간 근무했던 곳을 벗어나 현재는 새로운 곳에서 전혀 다른 일을 하며 매일 비슷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가치관 충돌로 의아하기도, 처음 들어보는 취미나 취향을 발견해서 놀라기도 하지만 그런 대화 속에서 타인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물론 복잡하고 힘겨울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는 데다 그들과 나의 공통된 부분을 발견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 또한 왠지 끌리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존재가 하나가 되기 위해선 여러 시행착오가 따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재미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1-05-31

백석의 참치회와 낚시금지법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인 백석은 낚시인들에게도 사랑 받아 마땅하다. “참대창에 바다보다 푸른 고기가 께우며 섬돌에 곱조개가 붙는 집의 복도에서는 배창에 고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즉하니 물기에 누굿이 젖은 왕구새자리에서 저녁상을 받은 가슴 앓는 사람은 참치회를 먹지 못하고 눈물겨웠다”(‘시기의 바다’)는 시에서 “배창에 고기 떨어지는 소리”야말로 낚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가 아닌가? “참치회를 먹지 못하고 눈물겨웠다”의 대목에선 선상낚시를 나섰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꽝조사’의 안타까운 심정이 엿보인다.물론 1930년대 백석이 왕돌초나 관탈도에 가 참다랑어 낚시를 즐겼을 리는 만무하다. 1912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백석은 청년이 될 때까지 바다를 보지 못했거나 평북 서남부와 인접한 황해를 본 게 전부였을 것이다. 1929년 일본 유학길에 올라서야 처음 대양을 보게 된 백석이 일본 혼슈 지방 어촌의 풍경을 그린 것이 위 시다. 가난한 유학생으로 하숙집에 머무는 시인에게 ‘참치회’란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못 먹어 눈물겨울 정도로 백석은 생선회를 좋아한 모양이다.1935년 백석은 박경련이라는 여인을 짝사랑하게 되고, 이듬해 그녀의 고향인 통영에 세 번이나 찾아가는데, 그때 본 바닷가 마을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 ‘통영’ 연작이다.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이라고 노래했는데, 전복, 해삼, 파래, 아개미(명태 아가미젓)는 통영을 대표하는 해산물이다. 도미(참돔, 감성돔, 벵에돔, 돌돔), 가재미(도다리), 호루기(호래기), 대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낚시의 훌륭한 대상어가 아니었을까?생선은 확실히 특별한 식재료다. 손질된 것을 시장에서 사다가 조리하는 경우엔 다른 음식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직접 낚은 물고기의 눈을 바라보며 그 숨을 거두어야 하는 ‘낚시 요리’는 각별하고 애틋한 행위다. 한 그릇 음식이 사람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고 숭고한 생멸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 여름, 나는 외판 영업사원처럼 분주해질 예정이다. 백조기 같은 반찬용 물고기들부터 귀한 별미인 한치, 문어를 경유해 고급어종인 붉바리까지 잡으려면 매주 서해, 동해, 남해, 제주도로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먹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둬야겠다. 최근 환경부는 3만5천평 이상 전국 495개소의 주요 저수지를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하여 낚시금지구역으로 봉쇄하겠다고 했고, 전국 지자체들은 서로 경쟁하듯 하천에서의 낚시 행위를 금지시키고 있다. 정부로부터 수질 관리 예산을 지원 받기 위해 일종의 ‘전시 행정’을 펴는 것이다. 낚시가 수질 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며, 생활하수가 주원인이라는 게 연구결과로 이미 입증됐는데도 낚시만을 탄압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낚시인들이 낚시금지법 개정을 위한 국회 청원을 제기했고,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현재 국토교통위원회 심사에 회부된 상태다. 외국에서 낚시는 관광자원이자 중요한 여가다. 여행에서 본 유럽과 북미, 일본의 낚시 행정, 낚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러웠다. 우리도 외국 못지않은 천혜의 황금어장을 갖고 있으며, 낚시인들의 의식도 많이 발전해 환경보호, 어자원 보호에 앞장서는데 낚시를 향한 따가운 시선과 근거 없는 풍문들만 여전하다. 낚시인들도 우리 이웃이고 친구다. 그런데 왜 국가는 ‘금지’라는 족쇄를 걸어 예비 범법자 취급을 하는가? 낚시금지법이 바다로 확대되면, 바다낚시 메카인 경북은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뿐더러 도민들의 생활 만족도도 저하될 것이다. 낚시금지법은 악법이다.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낚시를 해왔고, 하천 오염은 물고기를 얻기 위한 낚시 때문이 아니라 고기를 얻기 위한 축산업과 도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생산하기 위한 공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자원 남획의 주범은 불법어업이고, 오히려 낚시는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얻어오는 ‘소확행’을 추구한다. 나는 내가 낚시인임이 자랑스럽다. 백석과 동시대에 활동한 윤동주의 시를 패러디하자면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여름으로 가득 차 있”고, “별 하나에 농어와 별 하나에 광어와 별 하나에 한치와 별 하나에 무늬오징어와 별 하나에 백조기와 별 하나에 붉바리… 나는 별 하나에 맛있는 이름 하나씩 불러본”다. “배창에 고기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을 이 계절, 낚시인을 친구로 두었다면 생선을 못 먹고 눈물겨울 일은 없을 것이다.

2021-05-31

가파른 1인가구 증가…다양한 대응책 나와야

부모와 자식이 함께 가족을 이루어 사는 전통적 가족 모습이 줄어들고 나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를 잡아갈 추세다.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제4차 가족실태 조사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30.4%로 나타났다.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로 조사됐다. 10년 전인 2010년(15.8%)보다 무려 2배 가량 늘어난 숫자다. 여성(53%)이 남성(47%)보다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61%를 차지했다.1인 가구의 등장은 1960년대 이후 세계적 대세로 여겨졌지만 핵가족보다 더 단순화된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1인 가구가 살아야 할 주거공간의 문제에서부터 저출산과 독거노인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숙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1인 가구의 등장이 반드시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인 가구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법률적인 체제까지 검토가 있어야 할 문제이다.1인 가구 증가의 원인으로 경제적 문제, 취업난, 고령화 등 여러 요인을 손꼽고 있으나 개인주의의 확산과 같은 사회적 변화와 인식에 기인하는 부분도 많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 등장하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정부나 자치단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더군다나 1인 가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혼자 사는 이들 10명 중 7명이 앞으로도 혼자 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미혼자의 60%가 혼자 살 생각을 가졌으며, 20대의 절반이 이에 동의했다.일본은 이미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가장 많은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이에 따라 주거문제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우리도 이런 멀지 않은 장래의 문제를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한다.특히 1인 가구의 증가는 낮은 출산율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어 소멸위기에 봉착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더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1인 가구 증가에 도농이 따로 없다.

2021-05-31

꼰대공화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꼰대공화국에서 ‘왕 꼰대 선발대회’가 열리고 있다. 참가 자격은 ‘꼰대력 테스트’에서 최고 수준인 5등급을 통과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늙은 꼰대와 젊은 꼰대, 보수 꼰대와 진보 꼰대, 남성 꼰대와 여성 꼰대 등 각양각색이다. ‘꼴통꼰대’들의 치열한 경연이다 보니 영국 BBC가 보도할 정도다. 한국의 꼰대가 세계로 수출(?)되었으니 참 가관이다.꼰대란 어떤 사람인가? 국립국어원은 “늙은이를 이르는 은어”라고 했지만, 이제는 ‘젊은 꼰대’의 등장으로 “권위적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 고루한 사람”을 통칭하고 있다. BBC에서는 ‘꼰대(Kkondae)’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연장자”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꼰대는 ‘구태의연한 자기중심적 사고’를 타인에게 강요, 즉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다.꼰대공화국은 ‘말로만 민주주의체제’다. 유교문화·군사정권·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서열을 중시하는 집단주의가 견고해졌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집단주의 의식은 ‘나’의 존재를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 가두었다. 하지만 자유주의의 확장과 함께 성장한 개인주의 세대는 그 울타리를 탈출함으로써 ‘우리’를 강조하는 집단주의와 ‘나’를 강조하는 개인주의가 정면충돌하고 있다.토크빌(A. Tocqueville)이 “개인주의는 민주주의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던 것처럼, 민주주의 정신의 바탕은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다. 개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도 개인이 진다는 것이다. ‘꼰대질’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침해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다. 꼰대공화국에서는 대화와 토론은 없고 지시와 강요만 있을 뿐이다. 꼰대는 흑백논리에 입각해서 아군과 적군, 우파와 좌파로 양분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은 ‘선’이고 그 외는 ‘악’으로 간주한다. 꼰대들의 상투적 표현인 “나 때는 말이야….”에서 알 수 있듯이, 이기심과 우월의식이 상대방의 의견·능력·존재를 모두 부정한다. 개인주의는 타자(他者)를 수용하지만, 이기주의는 타자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갈등을 격화시킨다.꼰대는 시대에 뒤떨어진 ‘우물 안 개구리’다. 세상은 변하는데 자신의 작은 경험을 일반화해서 그것만이 옳다는 ‘병적 믿음’을 가지고 있다. 오만과 독선, 내로남불이 꼰대의 특성이다. 정치적으로 볼 때 시대의 흐름과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정당은 ‘꼰대정당’이 된다. 대통령 탄핵에도 불구하고 정신 못 차린 ‘꼰대야당’은 선거에서 4전 4패했고, 권력에 취해 민심을 읽지 못하고 마이웨이(my way)를 고집한 ‘꼰대여당’은 4·7보선에서 참패했다.꼰대공화국은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민 각자가 ‘꼰대성’을 버려야 한다. 대통령이 꼰대가 되면 독재를 하게 되고, 국민들이 꼰대가 되면 ‘한 나라 두 국민’으로 분열된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항상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입은 다물고 귀를 열어라.

2021-05-31

미라클 모닝

미라클 모닝은 보통 새벽 4~6시에 기상해 독서, 명상, 운동, 영어공부, 재테크 등 ‘루틴(반복 행동)’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미라클 모닝이란 말은 할 엘로드가 쓴 ‘미라클모닝’이란 책에서 처음 소개됐다. 대체로 새벽 6시 전에 일어나 운동이나 독서, 영어공부 등 자기계발 등을 하는 모습을 ‘인증샷’ 형태로 기록한다. ‘미라클모닝 챌린지 00일차’라고 기록하고, 일어난 시간이 표시된 휴대폰 화면 캡처, 운동 등 인증샷을 공유하는 식이다.이 게시물들은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다는 인증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독려하는 메시지로 작용한다. 2030세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미라클모닝’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만 29만건에 달할 정도다.코로나19가 몰고 온 우울감이 2030 세대에 번지면서 일상 속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을 찾으려는 심리가 반영됐다. 현재의 불안감을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이겨내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미라클 모닝을 하게 되면 매일 아침 동일한 시간에 일어나서 똑같은 루틴대로 아침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런 반복적인 생활은 불확실성을 줄여 불안감을 낮춘다.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자기계발 바람이 코로나19 우울과 관련 있다고 한다. 일상 속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으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것. 작은 성과를 계속 이뤄나가는 것은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서로 독려하며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을 찾아가는 미라클 모닝 챌린지 열풍에 힘입어 ‘미라클모닝’도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하고 있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러려면 우리를 변화의 길로 인도하는 ‘미라클 모닝’, 기적의 6분을 따라가보자./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5-31

하회마을 골목 전동차 160대 누빈다니 놀랍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골목에 전동차들이 운행하면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니 충격적이다. 5월 29일 오전 하회마을에서 전동차를 운전하던 50대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 2명과 해설사를 덮쳐 3명이 다치고, 마을 내 기념품판매점 가판대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화물차가 보물 제414호인 충효당을 들이받아 기와지붕과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도 났다. 충효당은 1551년 지어진 서애 류성룡의 종가 고택으로 사고 후 담을 새로 쌓았다. 지난 4월 8일에는 전동차를 탄 관광객이 하회마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북촌댁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회마을에는 현재 6곳의 전동차 업체에서 모두 160여대를 운행하고 있으며, 가장 빠른 전동차는 시속 5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부모가 어린자녀에게 운전대를 잡게 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 마을주민과 관광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하회마을 주민들은 “관광객이 운전하는 전동차가 마을 담벼락 등을 박는 사고는 매일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같이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에서는 차량 진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문제는 안동시와 문화재청이 법적으로 전동차 운행을 규제할 수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전동차들의 문화재 훼손은 문화재 보호법상 고의성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태도이며, 안동시에서는 “농지를 불법으로 메워 전동차 대여업을 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고발조치 등 행정조치를 하고 있지만 벌금이 약해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하회마을은 조선시대 가옥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이 마을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과거의 문화가 주민들의 삶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중에는 일주일 동안 이곳에 숙박하면서 하회마을의 역사를 음미하며, 공부하고 간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이 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과거의 모습을 잘 보존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회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도록 주민과 관광객, 행정 당국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한다.

2021-05-31

상주시가 스마트 그린 도시 구축에 나선 까닭은?

강영석상주시장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위기 등으로 이제 우리 일상생활의 안전과 생존까지 위협하는 수준까지 되었다. 매년 반복되는 때 이른 폭염, 긴 장마, 겨울철 이상고온 등으로 다양한 기상재해가 나타나고 있다.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깨끗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노력과 대책이 필요하다. 그 새로운 출발점으로 환경부가 지난해 실시한 ‘도시 녹색생태계 회복’을 위한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은 2020년 7월 14일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 가운데 그린뉴딜에 포함된 사업이다. 기후 및 환경문제에 대한 진단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환경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기후·물·대기·자원순환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들을 융합하여 해결책을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사업이다.환경부는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모를 통해 종합선도형 5개 도시, 문제 해결형 20개 도시를 선정하였고, 상주시는 그중에서 종합선도형 5개 도시에 선정되어 국비 100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167억 원으로 기후변화 대응사업을 추진한다.상주시가 이 사업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상주시는 사방이 큰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도시로 초미세먼지 수치가 높고 폭염도 잦은 편이다.상주시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그동안 도심 하천인 북천을 생태계를 살리는 북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북천 명품화 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친환경 도시재생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에 선정된 배경에는 우리 시의 이러한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스마트 그린 도시 구축에는 다양한 세부사업이 있다.수변 생물이 서식하는 실개천인 생태계류 설치와 빗물 속의 오염 물질을 걸러 하천으로 보내는 식생 체류지도 조성이 포함돼 있다.미래 친환경 차 시대를 맞아 전기차 충전소 설치와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할 인공 안개(쿨링포그) 분무 시설 설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도로 자동 살수 시스템’ 구축도 하는 등 시민체감형 종합 휴식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하여 ‘스마트 환경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주변 공공건물에는 ‘옥상녹화’도 추진할 계획이다.상주시에서는 이 사업과 별개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상주형 뉴딜 추진단’을 구성하고 디지털 뉴딜, 그린뉴딜, 안전망 강화 사업 등 총 53개 사업을 상주형 뉴딜 사업으로 선정하여 쾌적한 도시 생활환경 조성에 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특히, 그린뉴딜 부문 대표 사업인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을 포함하여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 등 20여 개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등 일회성이 아닌 중장기적 시책 추진을 통해 시가지 전역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이번 사업을 통해 연간 ‘자동차 2천500대 분량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둠으로써 2050년 탄소 중립 사회를 실현하는 토대를 구축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다.환경문제는 이제 지구촌의 가장 민감한 이슈로 등장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지금이 환경변화를 체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적기라고 할 수 있다.중앙정부와 상주시 의지가 충만한 만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이처럼 지역별로 특색있게 추진하는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이 기후 및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자연과 인간 중심의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모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때다. 21세기 기후변화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이 사업과 연계한 후속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상주를 스마트 그린 도시 선도 지역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2021-05-30

자갸~ 작약 보러 갈래?

꽃 한 송이를 선물 받았다. 환하게 피어난 함박꽃이다. 이슬이 송글송글 맺힌 꽃에서 봄 향기가 묻어났다. 결혼하던 해 봄, 시댁에서 잠을 깬 아침이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새벽 밭일을 나가신 어머니가 돌아오시기 전에 아침밥을 준비 중이었다. 아버님이 “아가~”하시며 뭔가를 들고 부엌에 들어오셨다. 함지박처럼 크게 웃으며 피어난 작약꽃이었다.시댁 마당에는 작약이 두 무더기로 핀다. 분홍 잎 속에 하얀 솜털 같은 잎이 보송한 꽃은 대문 옆에, 보라색 모란을 닮은 작약은 거실 앞마당에 심었다.이웃에서 한 뿌리씩 얻어와 꾸미신 정원이다. 그 몽우리 중에 먼저 핀 첫 송이를 꺾어 내게 건네신 것이다. 밭에서 돌아오신 어머니는 “나는 평생 한 번도 못 받은 걸, 니는 우에 받았노” 하시며 말끝을 흐리셨다.어머니가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긴 지 사 년이 지났다. 네 번째 봄이 오고 분홍 작약이 먼저 꽃문을 열었다. 어린이날에 시댁에 가니 아버님은 몇 송이 꺾어 거실 화병에 두고 즐기셨다. 집에 돌아갈 때 가져가서 한껏 보라 하셨다. 꽃 몽우리를 만지니 손이 끈적하다. 그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개미들이 줄지어 송이를 오르내린다. 개미까지 데려갈까 봐 몇 송이 꺾어 함지박 가득 물을 받아서 가지 채로 담궈 뒀다.우리 집 거실에서도 작약은 자태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2주가 지나도록 마지막 몽우리까지 다 피워냈다. 먼저 핀 꽃들의 끝이 마르기 시작했다. 석가탄신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남편이 “자갸, 작약 보러 갈래?” 어디를 가자는 거냐 했더니 묻지 말고 따라나서라 했다. 차에 올라 내비게이션에 신녕이라고 입력했다. 포항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작약으로 가득한 동네가 있었다.신녕면 화남리 194-1번지 일대가 작약 농사를 하는 곳이었다. 3~4년 지난 뿌리가 한약 재료가 되니 특용작물로 키우고 있었다. 꽃은 향기가 좋아 차로 만들어 마시면 시원한 맛이 나서 가슴이 뻥 뚫리는 행복감을 준다고 했다. 축농증과 비염에도 효과가 있다 하여 싱싱한 꽃을 콧속에 넣고 잠을 자면 더 좋다고 한다. 뿌리를 달여먹으면 좋은 여러 병증 중에 생리통과 현기증, 두통에 좋다는 동의보감의 글귀가 귀에 박힌다. 나에게 맞는 약재였다. 쌍화탕의 주요 재료로 사용되는 작약의 뿌리는 한방에서 혈맥을 통하게 하며 속을 완화하고 나쁜 피를 풀어주는 약재로 이용한다.작약의 꽃은 크고 탐스러워 ‘함박꽃’이라고 불리며, 결혼식 꽃장식과 신부 꽃다발로 많이 쓴다. 어릴 적 학교 가는 길에 미경이네 작약밭이 있었다. 선생님 교탁 위 꽃병에 주번이 되는 날에 꽃을 가져가야 했다. 할아버지가 산에서 진달래나 조팝꽃을 꺾어주실 때도 있었다. 그날은 학교 가는 길에 내가 당번이라는 게 생각이 났고, 미경이네 작약밭에 몰래 들어가 한 송이를 훔쳤다. 함지박만 해서 한 송이만으로도 교실이 환했다. 나중에 미경이에게 고백하자 뿌리를 약재로 쓰려고 꽃은 따줘야 한다고 괜찮다고 했다. 사실 근처에 작약밭이 거기뿐이라 고백하지 않아도 뻔히 드러날 일이었다.경북 영천시 신녕면에서는 2018년부터 5월 15일부터 19일까지 작약꽃 한마당 행사를 개최하여 작약 품종 전시, 작약꽃 따기 체험, 꽃차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지난해는 행사가 취소됐고, 올해는 드라이브-스루로 꽃만 보고 가라고 했다. 꽃밭 사이를 거닐다 보니 향기가 은은하게 번졌다. 경주 서악동, 영양 서석지 근처 동네에는 오늘 낼이, 평창은 6월 첫 주에 핀다고 소식을 보내왔다.깊은 산속, 너덜지대에는 야생 백작약이 간혹 눈에 뜨인단다. ‘간혹’이란 말이 의미하듯 수가 줄어서 보호종이 되었다. 너덜은 너덜겅의 준말로 많은 돌이 깔려 있는 산비탈을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백작약이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으로 피한 것 같아서 마음이 싸하다. 자기에게 약이 되는 꽃이라 작약인가, 농담을 건네자 함지박처럼 남편이 웃는다. 약이 되긴 되었네. /김순희(수필가)

2021-05-30

환경부의 모순된 탈플라스틱 정책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 3월 31일부터 제2차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실천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순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란다.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한가지’와 ‘하지 않을 일 한가지’를 약속하는 내용을 ‘~고 ~고’ 운율에 맞춰 SNS에 올리고 후속 주자를 지목해 이어나가는 방식이다.△텀블러(개인컵) 및 다회용컵 사용 생활화하기 △비닐봉지 아닌 장바구니(에코백) 사용하기 △음식 포장 시 다회용 용기에 담아가기 △음식 배달 주문시 안 쓰는 플라스틱 거절하기 △플라스틱 빨대·막대 사용 줄이기 △음료 구입 시 무라벨 제품 우선 구매하기 △온라인상품 주문은 모아서 한꺼번에 하기 △과도하게 포장된 제품 소비 줄이기 △포장안한 상품 구매하기 △세탁비닐 등 불필요한 비닐 사용 줄이기를 통해 생활 속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세제, 바디워시, 향수, 식품 등을 포장재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매장을 ‘리필 스테이션’이라 부른다. 이곳을 찾은 소비자는 제품을 매장 전용 용기에 담거나 아예 직접 용기를 가져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리필 스테이션’이 활성화된 유럽국가에서는 화장품을 소분해 판매하는 것에 대해 별도의 자격을 요구하거나 규제하지 않는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세제, 섬유유연제 등 세탁제품만 리필을 허용할 뿐이다.샴푸와 바디워시 같은 세정용 제품은 리필이 불가능하다. 세정용 제품은 ‘화장품’에 해당함에 따라 개인 용기에 덜어서 판매하려면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라는 자격증 소지자가 매장에 상주해야 한다는 법 규정 때문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에 대해 “세정용 제품을 개봉해 나눠 담는 과정에서 변질 또는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전문적으로 관리할 인력을 두도록 한 것”이라며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조치”라고 설명했다.지난 1월 ‘제3회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자격시험’이 시행됐다. 응시자 4천353명 가운데 314명이 합격했다. 고작 7.2%의 합격률이다. 앞선 2회 시험 때도 합격률은 10.1%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웠다.탈플라스틱을 위해 소분해 팔고 싶은데 합격률 10% 안팎인 ‘국가고시’ 같은 시험까지 통과해야 하나? 샴푸, 바디워시를 단순히 덜어서 판매하는 것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일인가?환경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제를 도입했다. 소비자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고 생산자가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생산자는 포장재 재질에 대한 평가결과에 따라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등으로 구분해 표기해야 한다.하지만, 화장품 회사에 대해선 예외를 뒀다. 화장품 업계가 재활용 등급 표시에 따른 이미지 실추 및 수출 경쟁력 저하 등을 내세워 표시 예외를 요청하고, 포장재를 역회수하는 협약으로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면제받았기 때문이다.화장품만큼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이 많은 제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혜 소지가 다분하다. 화장품 회사는 이런 특혜성을 등에 업고 탈플라스틱에 노골적으로 역행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18년 회수된 공병을 재생원료로 사용했지만, 출고량의 1%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즉 99%는 재활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자 정부가 화장품 회사의 ‘등급 표시 예외 적용’ 방침을 철회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재활용되지 않는 용기를 사용하면서 등급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요, 이를 가능하도록 예외를 적용한 환경부는 화장품 업계에 면죄부를 준 것이 때문이다.필자도 ‘탈플라스틱 챌린지’에 지목을 받았다. ‘일회용품 줄이Go!, 다회용품 사용하Go!’란 문구를 SNS에 올리고 첼린지에 동참했지만 마뜩지 않다. 국민들은 탈플라스틱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제로 다회용 용기의 상용화나 일회용기의 재활용은 제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환경부가 이를 우선적으로 보완하고 해결책을 내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선진국들의 모범 사례과 국민 의견수렴으로도 도입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많을 것이다. 본연의 역할을 잊은 채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환경부를 보고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까? 기업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일상에서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국민에게 박수받는 환경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1-05-30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속가능한 사회

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도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리고 2019년에 발생한 왕관처럼 생긴 바이러스이기에 코로나19(COVID-19)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온 지구를 휩쓸 팬데믹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우리 모두는 마스크를 쓰고 있고, 코로나19는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또 변종바이러스로 인해 어느 시점까지 진행될지 알 수도 없다.코로나19 발생의 원인에 대해 말이 많기도 했었지만, 이제 정설(定設)로 자리 잡은 것은 수산물을 판매하던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의 야생동물들로부터 발생했다는 설이다. 중국정부는 우한이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말이다.전염병의 세계사에서 6세기 콘스탄티노플 비잔티움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1세 때의 전염병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5천만여명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전해진다. 14세기 유럽의 페스트는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사망하게 하였다. 또 천연두는 1796년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개발하였음에도 20세기에만 3억여명이 죽었다. 1차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경에는 스페인 독감으로 지구상에서 약 1억명이 사망했다. 이 사망 숫자는 당시의 1차세계대전에서 사망한 군인의 수보다 휠씬 더 많다.전염병이 어디에서 오는지? 빅히스토리에서는 인간이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발전해가면서 짐승을 집에서 기르게 되었고, 이때 가축으로부터 건너온 인수공통감염병이 인간으로 전이 되어 왔다고 보고 있다.신대륙 발견의 사실(史實)을 보면, 인간에 의한 감염도 끔찍하다. 스페인 군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들어가 아즈텍문명을 무너지게 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군인들이 퍼트린 천연두이다. 전혀 새로운 세균,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는 인간종(人間種)이 완전히 괴멸할 수도 있다는 역사적 증거인 셈이다.그리고 현대에서는 인간의 자연개발과 환경파괴로 인해, 인간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브라질,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밀림을 개발하게 되고 밀림에 있던 야생동물인 박쥐로부터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온다는 것이다. 에볼라도, 사스(SARS)도, 코로나19도 인간의 자연 파괴에서 발생하였다. 여기에서 인류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철학과 목표를 세우지 않을 수 없다.강한 놈만 살아남는 적자생존, 승자독식, 비양심, 비인간성, 무분별한 자연훼손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생명에 대한 외경, 자연에 대한 존중, 생태적 자연관 등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공유하는 휴머니즘적 생태주의 가치를 되돌아봐야 한다.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열렸다. 그 회의의 결과로 지구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의 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여야 한다.’는 명제를 기본원칙으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의제21’라는 단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방의제21은 리우데자네이루 회의의 결과물이다. 거버넌스(협치)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시민사회와 지방정부가 환경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문화가 생겼다. 이는 지역사회를 녹색환경사회를 목표로 변화시켜 나가자는 취지에서 보면 의미가 크다.그리고 리우데자네이루 회의에서 합의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환경과 자원들을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의미를 말한다.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 후세대까지 지속되도록 지향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산업혁명이후 인류는 탄소, 즉 석탄과 석유없이는 산업활동을 유지할 수 없었다. 농업생산력 증가로 인해 인구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고, 지구의 일부분이었던 인류로 인해 지구가 무분별하게 파헤쳐졌다. 산업활동을 정지하거나 제어하지 않으면 인간은 지구를 막다른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코로나19의 발생원인이, 돈이 된다면 지구 끝까지 개발해나가는 황금만능주의적 자본주의, 열대우림의 남벌, 야생동물에 대한 침해, 툰드라 냉대지대의 해빙으로 나타난 신종바이러스에 기인한다면, 코로나19바이러스는 언제나 인간에게 노출되어 있고 일상적으로 팬데믹을 일으키게 된다. 지금의 마스크를 벗어 던질 수가 없다. 이게 사람의 삶인가? 그 즐겁던 소풍도, 아이들의 웃음도, 노인들의 고즈넉한 산책도 디스토피아가 되는 것이다.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라, 무한경쟁으로 인해 인류가 망해 가고 있는 내일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자.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로 인해 지구는 뜨거워져 가고, 그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의 아이들, 가족들의 아름다운 삶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로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의 삶에 대해 공감하고, 경쟁보다는 공존공영, 나눌 줄 아는 삶이 얼마나 즐거운 삶인가?

2021-05-30

포항시립미술관 산책

윤영대수필가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포항시립미술관을 찾았다. 화창한 늦봄에 환호공원 둘레길 산책도 겸해서였다. 주차장에 내리니 미술관의 ‘poma’ 표지가 연오랑세오녀 일월 신화를 품은 영일만 일출의 태양처럼 안내를 한다. 입구에 올라서면 은빛 철사로 엮은 사슴 조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맞는다. 이팝나무 심고 있는 작업이 한창인 공원의 미술관 앞 인공연못에는 하얀 대리석 어머니상이 한쪽 젖가슴을 들어낸 채 고뇌에 찬 모습으로 삶의 어려움을 얘기하듯 처절한 모습이지만 뒷 유리창에 비친 환호공원의 아름답고 포근한 정경은 미술관을 더욱 곱게 감싸고 있다.포항시립미술관은 2009년 12월 22일 개관하여 철(steel)을 테마로 한 세계 유일의 스틸아트 미술관으로 포항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인 철을 통해 예술적 가치의 확산을 위한 환경과 생태계를 조성하는 ‘신철기 시대(Neo-iron Age)’와 미술관이 있어 행복한 도시, 포항을 소망하고 있다.미술관 전면에는 새로 막을 연 전시회의 현수막 3개가 커다랗게 걸려있다. 세르비아 작가 스체파노비치의 ‘한 화가의 증언’과 2020년 장두건 미술상 수상 작가 김은솔의 ‘기억의 파동’ 그리고 최근의 소장품전 ‘20이일(異日)’을 알리고 있다. 토요일이라 가족 관람객이 눈에 띄고 아이들과 같이 온 젊은 부부들의 웃음이 환하다.미술관에 들어서면 제주산 검은 화산암으로 된 높다란 로비 벽면이 예술적이다. 1전시실에는 주한외국공관 협력 전시 프로그램의 첫 번째로 세르비아 작가의 그림인데 검은색, 붉은색 등으로 그려진 포스터 같은 작품들이다. 가상현실과 패권세력의 선동, 자본주의 광고 등 지금 세계의 광기를 보여 준다. 안쪽 4전시실에는 최근 수집한 조각 소장품 6점이 전시되어 있다. 모두 스틸아트다. 상반신만을 왼팔로 버티고 있는 작품을 보니 괜히 팔에 힘이 들어간다.2층으로 올라가 초헌 장두건 화백의 드로잉 작품들을 둘러보고 2전시실로 들어가니 파동 치는 영상과 찢어질 듯한 잡음을 통해 포항 지진과 코로나19의 재난 상황을 작가의 감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이 어려워 매주 토요일 있다는 도슨트 투어를 찾았지만 6월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아쉬웠다.미술 자료를 모아둔 도서실도 있어 기웃거려보고 입구 쪽의 카페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환호공원에 놀러 나온 소풍객들의 정겨운 모습들 속에 장난꾸러기 아기들의 손을 잡고 거니는 할머니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다.작년까지만 해도 매월 마지막 목요일 오전에는 로비에서 ‘미술관 음악회’가 열려 미술과 음악의 만남을 통해 온몸으로 예술의 전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1년 넘게 연주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커피 한잔 마시고 나와 20여 개의 스틸아트 작품이 있는 공원 잔디밭 길을 걸어 본다. 숲속 정자엔 젊은 남녀의 모습이 앙상블이고 공원 분수대 마당과 하얀 돛 닮은 천막 밑의 가족 모임은 코러스이다. 야외공연장도 있고 인공폭포도 시원한 물줄기를 내린다. 숲속 산책길을 천천히 올라 둘레길의 산마루 전망대에 서면 영일만의 푸른 물결은 자연의 심포니이다.

2021-05-30

소소한 행복을 위해…

박은미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실장레이첼 켈리는 ‘내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연습’에서 정원을 가꾸거나 남을 도울 때처럼 우리가 한 행동이나 생각의 간접적인 결과물에서 행복이 얻어진다고 하였다.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은 삶에서 큰 힘이 될 것이고, 차곡차곡 쌓여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의 반동 없이도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소소한 행복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되듯이 누구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고 있다.최근 직장에서의 일뿐 아니라 개인적인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일·삶 균형, 개인 및 가족 여가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는 일자리 선택에 있어 워라밸(일·생활 균형)을 최우선적 조건으로 추구하고 있다.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의 조건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워라밸 보장(49.9%)이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금전적 만족(48.9%), 복지(30.6%) 순으로 나타났다(2020. 8, 잡코리아). 때문에 일·생활균형제도 활용이 늘고 있으며, 제도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별 제한적 활용성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고, 중소기업 내 분위기와 인사상 불이익으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에도 어려움이 있다. 개인을 노동력·생산력의 관점에 기반한 전략에서 개인의 삶의 질 제고 전략으로 전환하여 생애주기별 일과 삶의 균형 실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추구해야 할 방향은 첫째, 보편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육아휴직 권리를 임금근로자에 한정하지 않고 고용보험 가입, 예술인, 플랫폼노동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으로 확대, 부모 모두의 육아휴직 확산 및 육아휴직 사용 문화 정착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그리고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해 육아휴직에 따른 기업의 업무공백 및 비용부담을 완화해서 눈치 보지 않는 실질적 사용 여건 조성해야 할 것이다. 둘째, 남성의 돌봄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남성 돌봄이 주변적 존재가 아닌 중심 주체가 되어 남성의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 등 돌봄 참여를 편견 없이 남녀 모두 함께 돌보는 문화 조성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가사와 육아 참여 독려를 위한 가족사랑 실천 캠페인을 회사, 가정, 지역에 전개하고, 아빠 놀이학교와 아빠 요리교실 등 맞돌봄 및 맞살림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남성을 위한 실질적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일터 문화를 혁신하는 방안으로 기존 업무방식을 재설계하여 디지털 기반으로 소통 및 협업하는 업무 환경 여건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코로나19에 대응한 디지털화를 가속화 하고, 업종 및 직무 특성, 사업장 맞춤형 유연근무제 적용할 수 있는 중장기적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일·생활 균형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확산은 사회적 협력이 중요하다. 일·생활 균형이 사회 전반적인 가치로 자리 잡도록 관련 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 강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가족친화 인증기업 확대 및 활용도 높은 인센티브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21-05-30

‘한계상황에 와 있다’는 자영업자들

심충택논설위원대부분 사람은 대도시 골목이나 농촌지역 장터에 있는 슈퍼마켓, 약국, 옷가게, 빵가게, 음식점, 문방구 등이 내일도 모레도 그 자리에 있을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이들 동네 가게들이 우리 공동체에 주는 순기능(順機能)이 얼마나 큰지 한번쯤 생각해본 사람도 아마 드물 것이다. 만약 동네 가게가 어느 날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고 가정해 보면 그동안 간과했던 다양한 기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공기나 물처럼 항상 우리 주변에 있으니까 모두가 그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이다.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대구시내 중심가에서도 오래전부터 장사가 안돼 하나 둘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적자운영을 견뎌낼 자영업자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 자영업자 525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32.2%로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15∼20% 인상되면 폐업을 하겠다는 답변도 26.7%에 달했다. 특히 종업원이 없거나 가족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자영업자 중에서는 40.6%가 현재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적어도 3명 정도는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는 조사결과다. 장사가 안되고 매출이 시원찮다 보니 빚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도 증가하고 있다.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대구·경북지역 자영업자 대출 변화 및 잠재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신규대출한 대구·경북 자영업자는 전년 말보다 30.9% 증가한 24만2천700명(대구 12만6천900명, 경북 11만5천900명)에 달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평균 자영업자 신규대출 증가율(24.1%)을 크게 웃돌았다.우리나라는 특히 자영업자 수가 많다. 취업자 2천700만명 중 550만명이 자영업자다. 그러니 자영업이 경기나 고용,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히 취약 경제주체인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최근 가동됐는데 한계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만이라도 현 수준에서 동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우리 민족은 어려운 시절 이웃끼리 콩 한쪽도 나눠먹고 살았다.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계와 품앗이로 대표되는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의 모델을 우리는 이미 자산(資産)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따뜻한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동네마다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지역경제에 가장 좋지 않은 모양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지역경제의 실핏줄인 동네가게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1-05-30

정치와 서문시장

대구의 서문시장은 조선 후기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장의 하나로 손꼽혔다. 원래 대구 읍성 북문 밖에 있었으나 관찰사가 거주하는 경상감영이 대구에 설치된 이후 서문 쪽으로 이전했다. 서문 바깥에 있다 해서 이름을 서문시장으로 불렀다.서문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것은 경상감영이 대구에 설치되면서 이곳이 영남권의 정치,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부터다. 지리적으로 영남권의 중심지에 있고 대구를 감싸고 있는 낙동강을 이용한 수로 교통이 발달해서다. 서문시장은 1922년 일제 강점기에 장소가 비좁다는 이유로 지금의 자리로 이전됐으나 내막적으로는 일본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막아보고자 했던 조치라 한다.실제로 서문시장은 대구 3.1운동의 주도적 거점지였다. 조선 중기이래 수백 년에 걸친 서민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우리 고장 사람들의 삶의 역사 현장이다.서문시장은 해방 이후 수차례 큰 화마를 입었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지금도 전국적 명성을 유지한다. 5천개의 점포와 2만여명의 종사자, 주말이면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대구의 명소다.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재래시장이 쇠퇴의 길로 가고 있으나 서문시장은 재래시장의 대표답게 언제나 서민의 훈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대구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특히 대통령 후보 등 정치인이 대구에 오면 반드시 찾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3.1운동을 주도한 대구시민 정신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지만 대구의 대표성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국민의 힘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잇따라 서문시장을 찾았다. 서문시장이 지닌 대구민심의 훈기를 얼마나 얻어 갈지 두고 보아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