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그들만의 사랑이 누구나의 사랑이 되는 순간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를 다룬다. 1960년대 서부, 남성성의 상징과도 같은 두 카우보이의 20여 년에 걸친 관계를 그리고 있다.만년설로 뒤덮인 여름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방목하는 양떼를 돌보던 이들은 그곳의 혹독하고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서서히 피어나는 감정이라기보다는 어느 한 순간 훅하고 들어오는 감정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다.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양떼들을 돌보던 두 명의 남자는 그들에게 찾아온 감정을 낯설어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를 목장주에게 들킨데다가 우박을 동반한 폭풍우로 인해 몇 마리의 양을 잃어 버리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산을 내려온 두 사람은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20여 년의 세월 동안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을 반복한다.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 그러나 소수의 사랑(퀴어 시네마)을 다루면서도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으로 이끌어가는 영화의 맥락이 대단하다. 누구는 그들의 사랑 때문에 불편한 영화일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는 ‘누구나의 사랑’에 관한 감동적인 영화이기도 하다.우울하고 퇴폐적이며, 어두운 것들을 말끔히 걷어내고 대자연의 풍광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남과 이별이다. 많지 않은 대사 속에서 그들의 감정을 실어 나르는 것은 눈빛과 표정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배경이 되어주는 브로크백 마운틴이다.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공간은 그들에게 시작의 공간이었으며, 만남의 공간이며, 둘만의 온전한 장소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서 온전히 감정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 공간을 두고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조금 다른 의미의 해석도 가능한데, 우선 그들의 직업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카우보이(cowboy)라는 직업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지만 소몰이꾼으로 서부개척 시대의 주역이었다. 숱한 서부영화 속에 등장하는 카우보이도 모두 소떼를 몰고 다니지 양떼를 몰거나 돌보지 않는다. 아무래도 양떼를 몰고 다니는 카우보이는 익숙하지 않다.영화의 제목이며 그들이 처음 만난 곳이며, 그 이후에도 오붓한 시간을 이어가던 만남의 장소였던 곳이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일주일에 한 번 부식과 필요한 물자를 지급받기 위해 산을 내려오는 것을 빼곤 여름 한 철의 그곳은 그들에게 온전히 둘만이 존재하는 ‘에덴동산’이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카우보이라기 보다는 에덴동산에서 양떼를 지키는 목자의 이미지로 그려지기도 한다.영화 초반에 그들에게 양들을 방목하는 일을 주면서 목장주인 아귀레는 지켜야하는 규율을 전달하는데 이는 여호와 하나님이 그의 모습으로 인간을 만들고 에덴동산에서 살아갈 규율과 금지된 행위를 알려주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이 둘의 관계는 태풍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방목장을 방문한 목장 주인에게 들키고 마는데, 이때 목장주는 높은 자리에서 망원경으로 이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마치 신이 지상의 피조물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앵글이 잡힌다.목장주의 규율을 어겨 양떼를 잃어버린 것으로 이들은 브로크백 마운틴을 하산하고 일자리를 잃는다. 에덴동산에서 벌거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았던 아담과 하와는 신의 규율을 어기고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몸이 벗은 줄을 알’게 되면서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야기와 겹친다.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추방된 이들은 각자의 길로 돌아가 일반적인 가정을 이룬다. 4년 후 잭의 엽서를 받은 애니스는 이후 1년에 한번 꼴로 만나서 추방된 땅 에덴동산과도 같았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허락되지 않은 사랑을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선까지 끌어올린 것은 침묵과 여백의 연출이며, 아름다운 자연 풍광으로 그들에게 에덴동산이 되어 주었던 브로크백 마운틴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침묵과 여백 사이로 잔잔한 감정들을 포진시키며 진행되던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묵직하고 아프며 슬프게 달아오른다.광활한 대자연의 풍광이 작은 사진 속에 담기고, 잊혀진 소품의 등장으로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그 여운은 길고 오래도록 남아 잊혀지지 않는 한 편의 영화로 남는다. /(주)Engine42 대표

2021-06-07

신라인이 본 세계… 유물에서 보이는 국제관계

“흙으로 사람 모양을 만드는 일을 맡고 있는 한 신라의 공인(工人)은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사람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작은 크기에 최대한 특징을 표현해야했는데, 특별한 옷을 입고 머리를 장식한 모습을 잘 표현하기 위해 서역에서 왔다는 특별했던 ‘그 사람’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집중하고 있다.”월성해자에서 출토된 서역인의 모습을 한 토우(土偶)를 통해, 그 토우를 만들던 신라 공인을 떠올려 보았다. 그 공인이 만든 독특한 복장의 토우는 16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다.일반적으로 토우는 작은 크기(2~10cm 내외)에 그 특징을 정확히 담아낸다. 토기뚜껑이나 항아리 등에 장식적인 기능으로 부착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한 눈에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예를 들면 임신한 여인이 가야금을 뜯는 모습, 남녀의 성행위 장면, 얼굴이 풍선처럼 동그랗게 과장된 사람, 개구리를 물고 있는 뱀 등이 인상적인 토우의 모습 등이다.앞서 월성해자에서 출토된 독특한 복장의 토우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복장(服裝) 표현을 비교적 충실히 하고자 했던 제작자의 의도가 느껴진다. 비록 팔 부분이 결실된 상태로 출토되어 자세를 완전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행동 혹은 자세 없이 정면을 바라보고 서 있으며 얼굴과 몸은 과장되지 않게 일반적인 비율로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가장 관심을 끈 것은 서역인으로 추정되는 복장이었다. 머리에 띠와 오른쪽 팔뚝까지 내려오는 천을 덧댄 터번을 두르고 있다. 팔 부분의 소매가 좁은 카프탄(caftan·지중해 동부사람들이 입는 셔츠 모양의 기다란 상의)을 입고 있으며 허리는 꼭 맞게 조여져 윤곽선이 드러나고 무릎이 살짝 덮이는 길이다.이러한 복장은 효율적인 이동성을 고려한 기마민족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고대 서아시아나 당(唐)나라에서 호복(胡服)으로 불리던 소그드인(Sogdian·중앙아시아 소그디아나를 근거지로 하는 현재의 이란계 주민)의 옷과 유사하여 서역의 영향을 받은 차림새로 볼 수 있다. 정확한 유래 지역과 민족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그 동안 경주지역에서 출토된 다양한 서역 유물을 통해서도 그 연결 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다. 서역의 유물로는 이국적인 로만글라스(Romanglass·로마제국에서 제작되어 삼국시대 우리나라에 유입된 유리제품), 장식보검(계림로 14호분 출토) 등이 확인된 바 있다.서역 사람의 모습으로는 괘릉(원성왕릉)의 무인석상과 경주 용강동 고분 출토의 토용(土俑)등이 알려져 있다. 왕릉에 부장된 로만글라스, 왕의 무덤을 지키는 서역인모습의 무인석상 등을 통해, 당시의 교류는 우연의 산물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적극적인 신라 외교의 일면임을 이해할 수 있다.지금 한창 발굴조사 중인 월성에서 최초로 확인된 신라의 아주까리(파마자)씨앗은 교류의 새로운 단면을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있다. 아주까리 씨앗은 주로 기름을 사용하는데 머릿기름이나 약용 식용 혹은 등잔용 기름등으로 이용하였다. 신라시대를 기록한 ‘삼국사기’ 혹은 ‘삼국유사’에는 남겨진 바가 없었는데, 이러한 아주까리에 대한 흔적을 월성해자의 깊은 흙 속에서 찾아낸 것이다. 아주까리의 출현이 더욱 반가웠던 것은 씨앗이 한반도 자생종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아주까리 씨앗은 인도 및 아프리카 등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월성에서 찾은 길이 9mm, 폭 7mm의 아주 작은 씨앗이 어떻게 신라에까지 왔을까? 또 그 사용법과 재배 방법은 누가 누구에게 전달해 주었을까? 단 1점의 아주까리 씨앗은 우리에게 지금부터 풀어야할 많은 질문과 숙제를 남겨 주었다. 최문정 학예연구사 우리에게 남겨진 서역사람들의 모습은 보다 적극적으로 당시의 국제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서역의 물건과 이국적인 식물 혹은 동물들을 배에 싣고 저 먼 지중해 바다를 지나 우리에게 당도했을 것이다. 혹은 먼 사막길을 거치며 수많은 밤과 낮을 지났을 것이다. 먼 곳에서부터 신라까지 직접 운반한 사람들은 용강동 고분의 토용처럼 덥수룩한 턱수염과 구레나룻을 가진 사람들이었을까? 터번을 쓰고 긴 상의를 입은 사람들이 섞여 있었을 수도 있다. 먼 바다 혹은 길을 지나 신라에 당도한 그들도 신라의 문화를 배웠을 것이다. 그 곳은 활기가 넘쳤을 것이고, 호기심과 새로움에 대한 호의적인 교환은 신라가 한반도 동쪽에 치우친 작은 나라에서 더욱 확장해나갈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어느 신라 공인이 담은 서역인의 모습과 누군가에 의해 옮겨진 아주까리 씨앗을 통해 우리는 신라 사람들과 서역인들이 함께 했던 그 시간을 여행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단서들이 모여 연결된다면, 신라의 다양한 교류 관계의 실타래를 모두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21-06-07

한 번만 끼워주세요

내게 운전은 먼 이야기였다. 학창시절에는 스쿨버스로 통학했고 대학생 때는 학교에서 십 분 거리에서 자취했다. 어쩌다 먼 곳으로 놀러 갈 일이 생기면 동행하는 친구의 차에 훌쩍 올라타면 그만이었다. 남의 차를 얻어 타고서는 난폭운전을 하네, 승차감이 별로네, 하고 평가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많은 사람이 성인이 되면 이루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면허를 취득하는 것이라고들 하는데 내겐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게 남이 운전해주는 차인데. 왜 그렇게 힘들여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가. “나 BMW(Bus, Metro, Walk) 타고 다니잖아” 하는 시답잖은 농담에는 은근한 진심도 섞여 있었다. 자가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대중교통을 타는 것에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은 미뤄 놓은 지 오래였다.인생이란 결코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평생 남이 운전해주는 차만 타고 살 것이라는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나 역시도 운전해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경제 사정에 맞춰 이사 간 집의 교통이 좋지 않아 약속을 잡으면 두어 시간은 기본이요, 버스와 지하철 몇 번이나 환승해야 했다. 출퇴근도 문제였다. 차로는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가 버스를 이용하면 두 시간이 훌쩍 넘었고 당연히 체력적으로도 무척이나 지쳤다. 고심 끝에 나는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차를 구입했다.다들 가지고 있다는 ‘장롱 면허’라도 있으면 곧바로 운전 연수라도 받겠다마는. 나는 면허는커녕 자동차 핸들조차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었다. 빨간불이면 멈추고 파란불에는 가야 한다는 사실 정도가 내가 아는 교통 법규의 전부였다.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던 날, 강사님의 팔을 부여잡고 말했다. “저 꼭 면허 따야 해요. 차 없으니까 너무 힘들어요.” 강사님은 나를 보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서 간절함이 엿보인다는 거였다. “이를 악물고 해요.” 강사님의 말에 나는 다짐했다. 운전학원 역사상 최단 시간 내에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리라.필기시험과 기능시험은 어렵지 않았다. 시중에 있는 모의고사 문제집을 달달 외워 필기시험에 단박에 합격했고 그 어렵다는 직각 주차도 거뜬히 해냈다. 문제는 도로 주행이었다.처음 도로로 나갔을 때는 그야말로 황망한 기분이었다. 아니, 뭘 했다고 내가 벌써 도로를 달리지? 그나저나 원래 도로가 이렇게 살벌했던가? 조수석에 탈 때는 몰랐는데… 머릿속에서 나를 태우고 달렸던 운전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모두 운전 고수였구나. 이 극악무도한 무법지대를 거침없이 누볐구나. 그들의 운전 실력을 멋대로 평가했던 어리석은 지난날의 나 자신을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인생은 실전이었다.뒤에서 빵빵대는 커다란 버스와 승용차들에 정신이 아득해질 무렵, 공포의 순간이 다가왔다. “정신 차려. 여기서 들어가야 해요.” 강사님의 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차선 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흔쾌히 속도를 줄여 끼어들 수 있게 해주는 차도 있었지만 반대로 속도를 높여 지나치게 빨리 달리는 차도 있었다.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옆 차선에서 차들이 줄줄이 들어와 도저히 끼어들 수 없을 때, 별수 없이 예정된 도로를 지나서 샛길로 빠질 수밖에 없었을 때는 정말이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제발 한 번만 끼워주세요.” 내 절규에 강사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들었다. “본인이 끼셔야죠. 누가 끼워줘요.” 아, 그렇구나. 도로는 정말 혼자의 싸움이구나. 나는 순식간에 외로워졌고 동시에 이를 악물었다. 이 작은 공간을 내 손으로 목적지까지 무사히 이끌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있는 힘을 다해 차와 차 사이로 끼어들어야 했다. 어쨌든 나는 무사히 면허를 취득했다. 여전히 도로는 무섭지만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남의 일처럼 여겨지던 휘발유 값과 현재 교통 상황을 알리는 뉴스도 이젠 훌쩍 가깝게 느껴진다. 비상등을 켜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시그널을 목도하면 어쩐지 뿌듯한 마음이 든다. 여기에서도 나름의 소통 방식이 있구나. 그리고 나도 이제 이 세계에 발을 붙였구나. 그런 생각에 스스로가 대견하다.그리하여 어느 도로에서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차를 만난다면 답답해하는 대신에 안쓰럽게 봐주시라. 지금 운전석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도로를 노려보며 사투를 벌이는 중일 테니.

2021-06-07

문신, 누구에게도 유해하지 않은

어느새 기온이 25도를 넘어서곤 한다. 반팔 티와 반바지가 어색하지 않은 계절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일찌감치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때때로 사람들은 그런 나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곤 한다. 내 팔과 다리에 새겨 넣은 몇 개의 자그마한 문신들 때문이다.나는 이십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몇 개의 문신을 몸에 새겼다. 온 팔과 다리를 휘감은 커다란 문신은 아니고, 그냥 좋아하는 문양 몇 개를 조그맣게 몇 군데 새겼을 뿐인데 때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본의 아니게 사로잡게 되곤 한다. 제일 오래된 문신은 오른 손목에 새긴 것인데, ‘Difference is not evil’이라는 허세 가득한 문구를 작은 팔찌처럼 둘렀다.가슴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姓)을 새겼고, 왼 손목에는 해와 달이 겹쳐져 있는 모양을 새겼다. 왼쪽 전완근 쪽에는 내가 사랑하는 밴드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들을 귀엽게 그려넣었고, 오른쪽 이두근 쪽에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나무꾼을 그려넣었다. 오른쪽 발목에는 제일 좋아하는 동물인 범고래 두 마리를 그려넣었고, 양 손날에는 말씀 언(言) 자와 절 사(寺) 자를 새겨 합장을 하면 시 시(詩) 자가 되도록 새겨넣었다. 가장 최근에 받은 문신은 앞서 이야기한 것들과 다른 성질의 것이다. 바로 반영구 눈썹문신이다. 앞서 언급한 것들이 예술적인 목적이나 패션의 목적으로 받은 것이라면, 이것은 미용을 목적으로 받은 것이다. 우리가 문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두 가지 개념을 모두 포함한다.다 자그마한 것들이지만 개수가 어느 정도 되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곤 한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거 문신인가요? 그럼 안 지워지나요?’인데, 레이저 시술을 받지 않는 한 지워지지 않는다. 간혹 문신과 타투라는 용어를 달리 생각하여 문신은 안 지워지는 것이고 타투는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지워지는 피부 염료인 ‘헤나’와 타투를 혼동해서 생긴 경우다. 문신과 타투는 같은 말이다. 다음으로 빈번하게 듣는 질문은 ‘아프지 않나요?’인데, 이는 부위마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내 경우 도저히 참지 못할 만큼 아픈 부위는 없었고 부위에 따라서 잠시 잠이 들기도 했을 정도로 아프지 않았던 곳도 있었다. 아팠던 곳은 손날과 가슴, 안 아팠던 부위는 팔뚝이었다. ‘왜 했나요?’ 또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멋으로 했다. 어렸을 때는 대단한 신념이랍시고 문장이나 글씨들을 새기기도 했지만 이 또한 나름의 멋으로 한 것이고, 대부분의 그림 문신들은 그냥 예뻐서 몸에 새긴 것이다.마지막 질문과 답으로 인해서 간혹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냥 예뻐서’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을 훼손했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하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귀를 뚫는 행위나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도 효경에 실린 공자의 가르침,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현대 사회에서 적용되기 어려운 여러 유교적 규범들과 함께 재고가 필요한 문제이고, 오히려 그보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있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작년 10월 21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문신사법 제정을 언급하였다. 한국타투협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현행법은 문신 행위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며, 법원은 문신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업무를 하는 경우에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박 의원은 “많은 시민들이 미용이나 자기표현의 목적으로 여러 종류의 문신 시술을 받고 있는데, 이를 합법화하고 문신사를 전문직종으로 만드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나 산업·보건적으로도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문신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한국타투협회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연간 국내소비 650만 건의 소비자를 보호하고 직간접적으로 22만여 명의 안전한 일자리 창출과 국민의 건강과 공중보건을 지키기 위하여 문신사법 제정의 절실함을 다시 한 번 호소”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문신은 이미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예술행위로 간주되어 자유롭게 행해지고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문신사에 대한 소정의 자격 또는 요건을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법적으로, 그리고 인식면에서 문신사, 그리고 문신 피시술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 팔과 다리에 있는 자그마한 그림들이, 또는 누군가의 몸에 새겨진 크고 작은 문신들이 도대체 누구에게 유해하기에 TV화면은 이를 모자이크 처리해 버리는가. 어째서 눈에 보이는 곳에 문신이 있는 사람은 경찰관이 될 수 없는가. 법률과 인식, 양면으로의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2021-06-07

다함께 만드는 행복도시

강석암​​​​​​​흥해읍 지역사회보장協 민간공동위원장 생각지도 못한 지변(地變)으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불안한 마음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11·15 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4년째를 맞고 있다. 망연자실한 우리 시민들을 일일이 잡고 위로할 수도 없을 만큼 참담했던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발 빠른 초동대응을 시작으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포항 흥해지역 특별재생사업’을 비롯한 지진대응 매뉴얼을 체계화하여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지진 대응체계 구축기반을 마련한 덕분으로 지진으로 흔들린 흥해지역에는 오는 2023년까지 총사업비 2천257억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작업이 추진된다.포항시가 지난 201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토부로부터 승인받은 특별재난형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직접 피해지역은 재개발 및 재건축을 추진하고, 그 밖의 지역은 거점 공공시설을 비롯한 도시재생사업과 주민분담금을 최소화하는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등 지진의 상처가 곳곳에 남은 흥해읍을 새로운 도시로 바꾼다는 계획이다.최근들어 하나둘씩 가시적인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 흥해읍 남성리 대웅파크2차 철거부지에 문화·체육·복지시설이 입주하는 복합커뮤니티 조성공사가 시작됐다.전파(全波) 판정을 받은 ‘경림뉴소망타운’ 철거 지역에는 지상 2층 규모의 다목적 재난구호소를 올해 말까지 준공하기로 했다. 평상시에는 농구, 배드민턴 등 시민의 생활체육 여가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재난 시에는 안정적인 이재민 구호 지원 등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마찬가지로 전파 피해 아파트인 ‘대성아파트’ 부지에 특별재생사업으로 확정된 흥해공공도서관과 현장지원센터, 키즈카페, 장난감도서관, 시립어린이집으로 구성된 ‘아이누리플라자’를 건립하는 ‘행복도시 어울림 플랫폼’의 공구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하기로 했다니 다행이다.포항시는 이밖에 사업을 추진하는 중간중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부족한 점은 추가사업 발굴 등을 통해서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이강덕 시장도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재생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꼼꼼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사업추진을 통해 주민 삶의 터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아울러 ‘공동체’라는 살아 숨 쉬는 지역사업을 통해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든든하기도 하지만 늘 걱정이 앞선다.우리는 ‘지진’이라는 초유(初有)의 사태를 겪으며 큰 피해를 보았지만 특별재난형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로운 희망을 그려가고 있다. 무엇보다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는 굳은 의지와 모두가 ‘우리’라는 하나 된 마음이 흐트러진 땅 위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우리 흥해는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가슴과 예의범절을 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정신문화의 고장이다. 특히 그 삶의 터전 속에는 ‘신바람’과 ‘흥’이라는 희망의 유전자가 있다. 우리에게는 그럴 힘이 있다. 지금 우리는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행복도시 흥해!’를 다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2021-06-07

포스코의 나눔과 베풂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6월의 아침을 노래하는 새소리가 경쾌하다. 저만치 보이는 포스텍 소나무숲 주위로는 백로와 왜가리가 유유히 날고, 효자아트홀 앞의 숲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온갖 새들의 지저귐이 사방에서 합창으로 들린다. 노랗게 익어가는 살구가 앞집 지붕 위로 보이는가 하면, 우거(寓居)의 뒤뜰에는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눈과 귀와 가슴을 열면 보이고 들리며 느끼는 것들이 많아서 누리달이라 하는가? 녹음이 반가운 6월은 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 나라를 지키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몸바친 수많은 분들과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혼신의 몸부림이 처절했었던, 위국 충의와 민중항쟁을 기리고 기념하는 때이기도 하다. 거룩한 뜻과 마음에서 우러나는 숭고한 헌신과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보전되고 국민들의 안위가 보위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6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엄숙하고 경건하게 선열을 기리고 위훈을 되새기며 추모와 보훈의 뜻을 다지게 된다.호국보훈의 달에 감사와 보은의 뜻을 담은 나눔과 베풂의 손길들이 참으로 가상하게 여겨진다. 포스코의 특별 봉사활동주간, 이른바 ‘2021년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에 포항·광양·서울·인천지역의 그룹사·협력사는 물론 포스코그룹이 진출해 있는 6개 대륙, 53개국에서 기업시민 구성원인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다양한 봉사활동과 재능 나눔을 대대적으로 펼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코로나19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특히 올해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하는 의미로 지구를 살리기 위한 친환경활동 등으로 실시됐다. 작년에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유공자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되새기는 보훈기념물을 헌정하고,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에서 조경작업 등의 환경정화활동을 하기도 했었다.여름의 길목에 이와 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로 지쳐가는 이웃과 시민사회에 생기를 불어넣고, 시원한 녹음을 드리우는 푸른 숲처럼 위무와 희망을 아낌없이 주는 고마운 일이 아닐까? 봉사는 남을 배려하고 사회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자발적인 의지와 섬기고 받드는 자세로 타인에게 도움과 용기를 줘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다만 일회성, 쇼맨십의 봉사활동이 아니라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진정성과 공익성이 나타나도록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코가 지난 1991년부터 지역사회와의 자매결연을 시작하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포스코봉사단을 창단해 임직원이 함께 하는 나눔의 토요일, 맞춤형 재능봉사, 1%나눔재단의 지원사업 등으로 체계적, 장기적인 사회공헌활동의 폭과 깊이를 더해가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할 것이다. 나눔과 베풂은 소박한 마음으로 이웃과 더불어 정성을 쏟을 때 아름다운 감동으로 피어난다. 학식과 재능을 나누고 일손과 노력을 더하며 온정과 물질을 베풀면 주변과 사회가 더 밝아지고 따뜻해지리라.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풂으로써 느끼는 보람과 만족감은 그렇게 해본 사람만이 체득하고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그렇게 베풀고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한결 향기롭고 살맛나는 행복한 누리가 될 것이다.

2021-06-07

국민의힘 전당대회 分裂의 무대가 돼선 안된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가 이번 주 금요일로 다가왔다. 전당대회는 11일에 열리지만 당장 어제부터 오늘(8일)까지 당원과 국민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투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각 후보에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날이 사실상 오늘 하루뿐인 셈이다. 현재 당권주자간 판세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신예돌풍’이 계속되느냐,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역전이 현실화되느냐의 3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의 독주가 여전하지만, 70%가 반영되는 당원 투표에서 당원들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가 승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권주자들간의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선거분위기가 혼탁해지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다. 주호영·나경원 후보는 6·7일에도 이준석·김종인 연대의혹을 ‘꼼수’라고 지적하면서 “당의 대선자원을 고갈시키는 해당행위”라고 공격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윤석열 배제’ 연대설을 제기하며 협공에 나선 것이다. 이에대해 이준석 후보는 “여의도 언저리에서 ‘받은 글’이라고 카톡으로 소위 ‘찌라시’가 돌고 나면 우연의 일치인지 나경원 후보가 비슷한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려서 음모론을 제기한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정작 구태는 유출된 당원명부를 악용해 자신을 음해하는 중진들”이라고 공격했다.선거전이 과열되면서 꼼수, 찌라시, 음모설, 폭망, 모욕, 뇌피셜(자신의 뇌에서만 맞는 생각), 망상 등등의 네거티브 용어가 난무하는 것은 지극히 좋지 않은 현상이다. 대선을 관리할 당 대표는 포용력과 인내, 자기희생이 필요한 자리다. 정치적 그릇이 커야하고 안정감도 필요하다. 막말 대신 품격이 있는 언사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사람이 돼야 한다. 전당대회가 막말 경연장이 되면 어느 국민이 국민의힘을 신뢰하겠나. 음모·배후설이 계속 나오면서 전대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권교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 전당대회가 야권의 모든 대선주자들을 끌어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외연을 최대한 확장하는 포용적인 무대가 돼야 한다.

2021-06-07

가상인간

가상인간은 진짜 사람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외형에 인공지능(AI) 기술로 목소리를 입힌 캐릭터를 가리킨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 LG전자가 선보인 가상인간 김래아가 큰 화제다. ‘래아’(來兒)는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김래아는 개발 당시 모션캡처 작업을 통해 7만여 건에 달하는 실제 배우의 움직임과 표정을 추출,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3D 이미지를 학습시켰다. 또 자연어 정보를 수집해 목소리와 언어도 갖췄다.LG전자는 래아에게 나이와 직업 등을 부여했다. 래아는 올해 23세의 여성으로, 본인을 싱어송라이터 겸 DJ라 소개한다.실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어 팬들과 일상도 공유하고 있다. 현재 게시물은 80개, 팔로워는 9천625명이다. SNS 게시물 상 래아는 흔한 20대 여성과 다를 바 없다.유튜브에서는 가상인간 ‘루이 리’가 화제다. 루이 리는 노래와 춤이 특기인 22살 여성 인플루언서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1만9천여 명을 보유, 각종 팝송 커버 영상을 올리거나 일상 속 브이로그를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루이 리는 온라인 쇼핑몰 ‘생활지음’의 모델로 발탁돼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있다.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끄는 가상 인간은 ‘릴 미켈라(Lil Miquela)’다.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를 합해 500만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미켈라는 캘빈 클라인,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 했다.릴 미켈라를 만든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는 2019년 130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진짜같은 가짜’가 인기를 끄는 첨단과학 발전이 눈부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6-07

알맞은 삶을 위하여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꼬마 요정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지요./ 백합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골짜기에서./ 그에게 왜 그렇게 자그마한가 물었지요. / 그리고 왜 키가 자라지 않느냐고요. // 꼬마 요정은 얼굴을 찡그리곤, 눈을 들어 / 나를 뚫어지게 보고 또 보는 것이었어요./ “나에겐 이 정도의 크기가 알맞아.” 그가 말했지요./ “너에겐 너 정도의 크기가 알맞듯이!” - 존 켄드릭 뱅스‘꼬마 요정’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20년 전 큰애에게 사준 동시집 ‘동생의 비밀’에 나오는 시다. 며칠 전 김경일 교수의 ‘적정한 삶’을 살자는 주장을 듣다 보니, 이 시가 생각났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은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를 뿐 우열은 없다고 한다. 자신의 그릇 크기에 알맞게 사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자신의 그릇 크기는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극대화를 추구하는 데서 불행이 시작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진부하기도 하고 지당하기만 한 말이라고 외면하기 쉽다. 동의한다 하더라도 내 그릇이 어떤지 잘 모르고 삶에 적용하기도 막막하다. 20년 전 내가 그랬듯이.그러나 지금, 저 시를 대하는 느낌이 조금 달라졌다. 내게 알맞은 삶이 무엇인지 조금은 깨달았기 때문일까? 이제는 알맞음이나 적정함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극대화한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은 아니다. 돈이나 지위를 극대화하려는 마음은 애당초 많지 않았기에 아쉬움도 별로 없지만, 학문의 길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은 아직도 불쑥불쑥 뒷머리를 잡아당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지나간 선택을 아쉬워할 것인가?사실 알맞음이나 적정함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짜잔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알맞음은 시행착오를 통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고요한 장소를 찾아 명상하는 것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도 자신에게 알맞음을 찾아가는 방법이지만, 그 어느 것으로도 한 번에 찾아지지 않는다.올해는 꼭 매주 공부 모임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운 좋게도 딱 맞는 인원이 모여서 몇 달째 매주 공부를 하고 있다. 첫 주제로 인지심리학 관련 책을 선택했다. 지난주에는 1년 후에 내게 다가올 새로운 경험을 상상해보고, 그 경험 속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이런 작업은, 현재 내게 불편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자각으로 고통을 줄여준다는 치료적 효과도 있지만, 1년 후 내 삶을 내게 알맞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보편적 효과도 있다.대학 재직 때는 우수 강사로 뽑히는 동료가 부럽기도 하고, 잘 팔리는 인문학 저술가를 보면 남몰래 열등감이 폭발하기도 했다. 페북에 좋아요가 몇백 개씩 달리는 인플루언서 페친도 나의 무능을 자극했다. 매주 공부를 하면서 내가 못났기 때문에 그것들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방식이 내게 알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서로 격려하면서 공부하고 함께 성장하는 작은 공동체적 방식이 내게 알맞은 크기인가보다 하는 발견도 덤으로 얻는다.

2021-06-07

심상찮은 대구 코로나 확산세, 방역 재무장해야

대구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9일 대구 북구 모 유흥주점에서 시작한 코로나19 감염세가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대구 북구 유흥주점발 코로나19에 이어 수성구에서도 주점발 코로나19가 확산되는가 하면 유흥업소,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매개로 한 연쇄감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영국형 변이 바이러스까지 겹쳐져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하고 업소의 영업시간 규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구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대구지역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 1일 42명에 이어 39명-74명-65명-41명-46명-26명 등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곤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난 3일 지역단위로서는 처음으로 확진자 1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2월 18일 대구에 첫 확진자가 나온지 472일만이다.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특히 지난해는 요양시설 등 취약시설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지금은 주점, 식당, 백화점, 목욕탕 등 일상 접촉을 통한 감염이 늘고 있다. 연령대도 지난해는 노령층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사회활동이 왕성한 20∼40대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 대상이 60세 이상 고령층인 점을 감안하면 젊은층 중심의 확산세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예고한다. 대구지역의 접종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구지역의 1차 접종자 수는 모두 31만여명으로 대구시 인구기준 12.9% 수준이다. 전국 평균14.7%에 못 미친다. 64세-74세의 접종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시내 카페, 식당 등의 영업이 제한되자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는 2만여명의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다. 거리두기 준수가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많이 목격됐다고 한다. 대구는 지난해 신천지발 코로나를 혹독히 경험한 도시다. 지금 코로나 증가세를 조기 차단하지 않으면 또다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각자가 개인 방역수칙 준수에 엄격해져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방역 재무장할 때다.

2021-06-07

칠곡할매글꼴을 아시나요?

백선기​​​​​​​칠곡군수 스마트 시대를 이끌었던 혁신적인 제품 아이폰(iPhone) 신화의 주인공인 스티브 잡스가 글꼴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스티브잡스는 대학을 중퇴했고, 캠퍼스 내 수업 도강을 하던 중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들은 경험을 2005년 한 대학의 졸업식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내 인생의 전환점은 타이포그래피 수업이었다.” 그는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통해 타입과 타이포그래피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것이 지금의 애플을 만들게 된 시작점이 되었다고 했다.스티브잡스는 학창시절에 배운 개러몬드(Garamond) 서체를 현대적으로 개선해 ‘Apple Garamond’ 서체로 발전시켰다.Apple Garamond 서체를 애플사의 모든 제품과 광고캠페인에 적용해 애플만의 독자적인 감성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성공신화를 만들었다.다양한 글씨체가 많은 사회일수록 이를 활용한 글꼴과 문화가 다채롭게 발달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한다.글꼴은 디지털 강국과 디자인 강국으로 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한글 글꼴산업은 과거에 비해서는 성장했지만 아직도 양적으로나 질적인 측면에서 주요 선진국 언어에 비해 미흡하다.최근 저작권 걱정 없는 무료폰트 배포가 붐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아직 사용자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이러한 상황에 지난해 12월 우리 칠곡군에서 이색적인 글꼴을 제작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칠곡군은 지난해 12월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친 할머니 400분 중 개성이 강한 글씨체를 선정해 글꼴로 제작했다.일제강점기 전후 태어나 한글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인문해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고 한글 문화유산으로 기록하기 위해서다.글꼴은 글씨체 원작자의 이름을 딴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추유을체 △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등 5가지다.할머니들은 자신의 손 글씨가 영원히 보전된다는 설명에 한 사람당 2천 여 장씩, 총 1만 장에 글씨를 써가며 글꼴 제작에 정성을 들였다.칠곡군에는 고향과 어머님의 따뜻한 정을 품고 있는 칠곡할매글꼴 열풍이 불고 있다.로얄사거리, 회전교차로 등 칠곡군 주요 거리에는 칠곡할매글꼴로 만든 이색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반듯하고 가독성이 좋은 글씨체가 아니라 마치 초등학교 저 학년이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것 같다.현수막 하단에는 글꼴의 주인공인 칠곡할머니 다섯 분의 이름이 등장한다.칠곡군 공직자들이 내미는 명함도 삐뚤빼뚤한 칠곡할머니 글씨체로 제작됐다.저 역시 칠곡할머니 글씨체로 제작한 다섯 종류의 명함으로 할머니 글꼴 홍보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왜관 시장 상인들은 칠곡할매 글씨체로 제작한 메뉴와 전단지를 사용한다. 고객에게 정감을 준다는 이유에서다.칠곡군에서 시작된 칠곡할매글꼴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주)한글과 컴퓨터가 제작한 한컴 오피스 프로그램에 탑재되어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애용하는 한글프로그램에서 칠곡할머니들의 글꼴을 사용할 수 있다.또 국내 최초의 한글 전용 박물관에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표구를 상설 전시하고 있다.이밖에도 대한민국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경주 황리단길에 칠곡할머니의 글꼴로 제작한 가로5m, 세로10m의 대형 글판이 내걸렸다.스티브잡스가 Garamond 서체를 통해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들었듯이, 21세기 디지털 가상공간에서도 우리의 서체가 오랫동안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글꼴이 생성돼야 한다.이를 위해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글씨체 등 기록문화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해야 한다. 또 개인별 손글씨체를 기증받고, 이를 상업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 등 법제도적 측면을 강화하고 지원해야할 것이다.디지털 시대의 글꼴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작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2021-06-06

숲이 전하는 소나타

숲에서 듣는 빗소리는 녹색 소나타이다. 올해는 며칠에 한 번씩 비님이 오시니 푸른 연주를 듣기 위해 내 발길이 자꾸만 숲으로 향한다. 첫 방문 때 보이지 않던 나무가 두 번째엔 눈에 띄었고, 맑은 날에 미미하던 으름덩굴 꽃 향이 빗소리에 묻어오니 더 진했다. 며칠 전 찾아간 가로숲은 미나리냉이가 입구까지 마중을 나와 초록 융단에 별을 박은 듯했다.‘의로운 성’이라 이름할 만큼 의로운 선비가 별처럼 많았던 곳이 어디일까? 바로 의성이다. 남부의 반촌이라 불리는 산운마을이 있는가 하면, 북부의 반촌으로 알려진 안동 김씨, 안동 권씨, 풍산 류씨의 집성촌인 ‘사촌 마을’이 있는 곳이 의성이다.사촌마을은 풍수상 명당으로서 딱 하나가 부족했다. 마을 뒷산으로 문필봉이 떡 버티고 서있고, 왼쪽으로는 좌산이 서 있어 좌청룡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오른쪽 지형은 광활한 들판이어서 우백호가 없었다. 그래서 풍수를 위해 방풍림을 심었는데 지금 이 숲이 천연기념물 405호로 지정된 ‘사촌리 가로숲’이다. 마을에서는 서쪽에 있는 숲이라 하여 ‘서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가로숲이라는 이름은 들판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조성한 숲이라서 붙여진 명칭이다. 간혹 길을 의미하는 ‘가로(街路)’로 잘못 알기도 한다. 원래의 이름은 마을 남서편의 바위 언덕을 가리고 마을 서편의 긴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어 ‘가리쑤’라고 불렀다. 이곳은 물길이 짧고 모래가 많아 비가 오면 물이 한꺼번에 흐르고 금방 땅속으로 스며들기 마련이어서 물길도 보호하고 바람도 막아 마을 터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숲을 만들었다. 이 숲이 우거지자 겨울의 매서운 북서풍과 홍수를 막아주어 사촌마을은 살기 좋은 터전이 되었다.사촌 가로숲에는 오래 사는 느티나무와 상수리나무, 팽나무를 심었다. 그 사이에 키를 맞추고 선 아카시아도 아름드리로 자라 향기를 바람에 실어 마을로 보낸다. 마을을 이룰 때 심은 나무들이 이제 수령이 600년에 이른다. 길이 1㎞에 폭은 45m 정도의 숲 사이를 흐르는 물길은 큰비가 오면 하천 바닥에 흙이 많이 쌓이고 나무들도 자주 유실되었기 때문에 숲과 하천 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예전에는 1년에 한 번씩 인근 10리 안의 사람들을 불러 모아 흙을 걷어 내고 숲을 돌보았다고 한다. 숲의 소유는 마을을 일군 안동 김씨 도평의공파이며, 관리는 199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의성군으로 넘어갔다. 마을에 서림계 문서인 ‘서림 계문부(西林契文簿) 병인년(1926) 5월 일’과 ‘임원록(1987)’이 남아 있다.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에는 이 마을에 3명의 정승이 태어난다고 했는데, 신라 시대 한 명, 조선 시대 류성룡이 있었다. 아직 한 분이 남았다. 큰 인물이 태어나면 항상 전설이 따르기 마련이다. 서애 어머니가 서애를 낳기 위해 친정집에서 가마를 타고 시댁으로 가던 중 갑자기 산기가 와서 가로숲에서 해산했다는 전설이 내려오지만, 후대에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고, 서애의 경우 외가에서 태어났다.사촌마을이 기록에 나타난 것은 1392년으로 안동 김씨인 김자첨이 안동의 회곡에서 이주해 오면서이다. 오래된 마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을에는 지은 지 100여 년의 한옥들만 보인다. 그 이유는 임진란 때 의병을 일으킨 이 마을을 왜군들이 불태웠고, 구한말에는 명성황후 시해 후 이곳에서 병신의병이 일어나자 일본군이 또다시 마을을 불태우는 바람에 황폐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사촌마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택은 1582년에 지은 만취당으로 부석사 무량수전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사가의 목조건물이라 전해진다. 만취당에는 만년송이라는 오래된 향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만년송’이라는 소나무 이름을 붙였지만, 소나무가 아닌 향나무다. 임진왜란 때 의병과 병신의병도 모두 지켜본 증인이다. 가만히 나무를 올려다보니 세 번째 정승이 의병 그들이라고 내게 전한다. 가로숲에서 들려오는 녹색 소나타가 만년송을 흔든다. /김순희(수필가)

2021-06-06

국민의힘 全大는 외연 넓히는 場이다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달 청와대 5당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에게 “거기 진짜 이준석이 되냐”고 거듭 물었다고 한다.집권당 대표로서는 다양한 테이블에서 마주앉아야 할 제1야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송 대표의 질문에는 호기심 반, 우려 반의 감정이 교차한 것으로 보여진다. 거침없이 의사표현을 하는 이준석과 마주앉아 협상을 하는 자기모습을 그려보면 기가 찰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에서도 현재 국민의힘 변화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이 전 최고위원이 최근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할 변화를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4·7 재·보선 참패 후 강성당원들의 문자폭탄으로 변화의 흐름을 놓쳤던 여당으로선 아프게 느껴질 부분이다.한국정치사에서는 한번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는 30대 정치인이 당 대표 선거에서 선두를 다투는 적은 없었다. 어느지역이냐, 몇선이냐로 승부가 결정되던 보수정당 전대에서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선거역사가 오래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젊은 정치인들의 도전으로 당이 혁신되고 국정운영이 획기적으로 바뀐 사례가 다소 있긴 하다.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민심은 국민의힘에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것을 건강하게 보고 있다. 어떤 조직이든 역동성과 의외성은 생명이다. 이준석 돌풍을 이끄는 것은 무엇보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당원과 보수층의 열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13 총선 참패 이후 수없이 혁신을 내걸었으나 일반 국민 눈에는 여전히 기득권에 집착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심은 지금 제1야당에서 나타나고 있는 격식파괴, 탈권위적 비전을 접하면서 정치권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이분법 진영 논리로 국민을 분열시킨 기존 정치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며칠 남진 않았지만 아직 변수가 있긴 하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했다는 문항 역시 스스로 지지자라고 주장한 응답자들의 지지율이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당원들의 선택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론조사와는 달리 투표장에 가면 ‘경험 없는 당대표가 대통령선거를 어떻게 이끌까’라는 분위기가 확 퍼질 수도 있는 것이다.누가 당대표가 되든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이준석 돌풍은 제1야당이 환골탈태 수준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 대안세력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지역·이념·세대별로 고른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준석 대세론’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는 계파·배후설이 계속 나오면서 전대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다. 선거과정에서 당연히 나올 수도 있는 논란이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야권파이를 키우는 장(場)이 돼야 한다.

2021-06-06

대구 전국 꼴찌 임금… 경제계 인식변화 필요

대구가 저임금 도시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GRDP(지역내총생산) 27년간 전국 꼴찌라는 오명을 쓴지도 오래된 일이다. 대구에 대기업을 유치해 대구경제를 끌어올리겠다고 큰 소리쳤던 정치 지도자가 많았으나 대구경제가 활력을 회복했다는 소식은 안 들린다.대구의 경제 사정이 이러니 인구 유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특히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대구지역의 인구 순유출은 7천518명으로 전년 1분기의 배 가까운 99.8%나 급증했다. 1분기 기준으로 2006년 이후 15년만에 최대다. 비수도권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순유출 인구 중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4천45명이 빠져나갔으며 그 중 62%인 2천507명은 청년층이 차지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구의 인구유출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대구시의 인구는 2003년 254만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금은 240만명 선을 겨우 지탱하고 있다.청년층의 도시 이탈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적 현상이지만 대구가 유별나게 심각한 것은 대구의 경제 사정이 그만큼 나쁘다는 것을 반영한다.그 가운데 대구지역의 임금 수준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은 청년이 이 지방을 떠나는 치명적 이유다. 2020년 행정구역별 월평균 임금통계에 의하면 대구지역의 월 평균임금은 294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평균 월 344만원보다 50만원이 낮다. 서울 374만 원, 경기도 346만 원, 경북 331만 원, 전남 325만 원에 비해서도 낮다. 같은 규모의 기업이면서도 대구기업은 수도권 기업보다 월평균 50만 원정도 낮다고 한다. 건설업의 경우 전국 50위권에 있는 지역업체의 연봉을 순위로 따지니 전국 100위권에 밀려났다고 한다.대구가 저임금 도시인 것은 대기업이 없는 데다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과 노동집약의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데 기인한다. 그러나 저임금 도시라는 오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도 제거돼야 할 과제다.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려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도 저임금으로 버티겠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집값은 전국 최고고 임금은 전국 꼴찌라면 이곳에서 일할 젊은이는 없다. 저임금 도시에서 탈출하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2021-06-06

역사문화마당 조성되는 대구신천 기대된다

대구 시가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신천의 대봉교 일원이 역사 가치를 담은 시민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한다. 대구시는 지난주 “신천의 대봉교 상류 좌안 둔치를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로 단장하는 신천 역사문화마당 조성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신천 역사문화마당 조성사업은 중구 대봉교 상류 좌안 둔치에 과거 신천의 모습을 복원하는 역사적 가치 회복과 더불어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에게 치유와 휴식, 교류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올해 말 실시설계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가, 내년에 사업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모두 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주요 사업내용을 보면 우선 낙동강 맑은 물을 이용한 벽천폭포가 만들어진다. 제방을 이용해 조성될 도심 속 벽천폭포는 신천의 명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연형 실개천도 조성해 시민들이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실개천 주변에는 산책로와 문화쉼터도 만들어진다.신천의 역사적 가치 복원을 위해서는 기존의 장송군락지에 옆에 느티나무와 팽나무를 심기로 했다. 1907년에 편찬된 경상도 대구부 읍지에는 신천이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우거진 ‘대구의 임수(林藪)’로 기록돼 있다. 임수는 나무가 우거져 있는 것을 말한다.달성군 가창면 비슬산 최정산이 발원지인 신천은 대구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금호강과 합류한다. 1778년 조선 정조 2년 때 대구 중심부에서 물난리가 심해 대구판관이던 이서(李逝)가 사재로 제방을 새로 쌓아 물줄기를 돌렸다고 해서 ‘신천(새로운 하천)’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지고 있다.신천의 양편 둑에는 산책로와 운동로가 조성되어 있고, 체육시설도 갖추어져 있어 대구시민들이 휴식과 운동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신천의 역사적 가치를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하는 신천역사문화마당 조성사업은 많은 시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이 사업이 빨리 완성돼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이 사회적거리를 유지하면서 치유와 휴식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06-06

호국의 달

우리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는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무덤에 꽃을 장식하며 남북전쟁의 희생자를 추모하던 데코레이션 데이에서 유래 돼 기념일로 정해졌다.미국은 이날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고 국민은 전몰장병을 기리기 위해 거리에 나와 꽃을 뿌리는 행사도 한다. 유럽의 대부분 나라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1월 11일을 현충일로 삼는다.우리는 24절기 중 9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망종(芒種) 날을 현충일로 잡았다. 예로부터 손이 없다는 청명과 한식에는 사초와 성묘를 하고 6월 6일 망종에는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전해졌다. 망종은 보리가 익고 모내기를 시작하는 때라 농경사회에서 가장 좋은 날로 손꼽힌 날이다.정부가 6월 6일을 현충일로 잡은 것은 이런 전통 풍습과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이 낀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함으로써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을 추모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마침 6월은 1일이 의병의 날이고 29일은 제2연평해전 추모일이 겹쳐 호국보훈의 정신을 살리기에 적합한 달이다. 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진 희생정신을 통해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기에도 좋은 때다.어제가 현충일이다. 북한의 침범으로 발발한 전쟁에 희생된 전몰장병과 순국선열의 고귀한 호국정신을 되돌아 본 시간이었다. 특히 이달은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돼 어느 시기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 것도 의미가 있다.대구 경북에는 호국의 정신을 기릴 많은 보훈시설이 있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나 국채보상운동기념관, 낙동강 승전기념관,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등 일일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다. 한 번쯤 이곳을 방문, 그들의 호국정신을 새기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6-06

뉴어바니즘 시대의 도시계획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뉴어바니즘(new urbanism)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도심의 황폐화, 도시의 무질서한 공간확산 및 주거지의 교외화로 인한 통행거리의 증가와 낭비적 교통수요의 발생, 도시 내 대기오염의 증가와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도시계획가와 도시 전문가들의 뜻이 모여 시작된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思潮)이다.뉴어바니즘은 도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와 도시의 외연적 확산이 교통문제와 환경문제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도 악화시킨다는 인식에 기초를 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대두한 개념이다.뉴어바니즘이라는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를 잉태한 이러한 문제 인식은 미국 도시들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데 매우 적절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도시들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데도 매우 적절한 인식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도시들도 개별 도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미국 도시들의 개발과정을 시차(時差)를 두고 답습했던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우선 미국 도시들의 경우를 보면 승용차의 대량 보급과 함께 미국인들의 쾌적하고 넓은 주택수요를 충족시키려고 도시 외곽지의 택지개발을 추진한 결과 도시의 외연적 확산이 보편화됐고, 도심은 야간에는 불이 꺼진 유령의 도시가 됐다. 그 결과 미국 도시들의 도심은 범죄의 온상이 됐고, 주거기능은 쇠퇴했다. 그리고 도심에 남아 있는 일부 주거기능은 저소득층의 주택수요를 충족하기에 급급했다.우리나라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에서 새로운 주택공급을 위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 주택단지를 개발함으로써 시민들의 통행거리와 통행시간을 증가시킨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이러한 사례는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주택공급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하다 보니 시민들의 통행거리와 통행시간 증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에서 도심의 쇠퇴를 가져온 것은 물론이고, 도심에서 주거기능이 거의 사라짐으로써 학교가 폐교되고 야간에는 도심이 활기를 잃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이처럼 도심의 주거기능 축소, 도시의 무질서한 공간확산 및 주거지의 교외화, 도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 등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도시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뉴어바니즘이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로 나타난 것이다.그리고 뉴어바니즘은 1990년대부터 다양하고 구체적인 도시계획 기법을 통해 현실에 접목되기 시작했다.예를 들면 스마트 도시성장(smart urban growth), 압축도시(compact city), 혼합적 토지이용(mixed land use), 대중교통 중심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을 들 수 있다. 스마트 도시성장은 신개발지의 개발보다는 기개발지 내에서 주택, 상업, 업무 기능의 개발을 강조함으로써 신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보자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요즘 우리나라에서 많이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도 스마트 도시성장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압축도시는 도시의 무질서한 외연적 확산 대신에 기개발지나 신개발지를 개발할 때 고밀도로 개발함으로써 자연환경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고 직주근접(職住近接)을 유도해 시민들의 통행거리 감소와 에너지 절약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그러나 무분별한 압축도시의 개발은 녹지공간의 확보를 저해할 수 있어 개발밀도의 선택과 녹지공간의 확보 사이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혼합적 토지이용은 도시 내에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는 시민들의 원거리 통행을 발생시키고 교통비용의 증가와 에너지의 낭비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 아래 토지이용의 무분별한 분리 입지보다는 토지이용의 적절한 혼합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시도되기 시작했다.대중교통 중심개발은 도시철도 역세권이나 버스정류장 주변지역 등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고밀도 도시개발을 유도해 시민들의 승용차 의존도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대중교통 중심개발도 궁극적으로 도로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뉴어바니즘을 현실에 접목하도록 시도한 이러한 도시계획 기법들은 우리나라 도시들에서도 활발하게 적용돼야 한다. 도시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도시기본계획을 비롯해 도시관리계획과 각종 사업계획에서도 스마트 도시성장, 압축도시, 혼합적 토지이용, 대중교통 중심개발의 개념을 구체화해 적용돼야 한다.특히 많은 도시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과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스마트 도시성장, 압축도시, 혼합적 토지이용, 대중교통 중심개발의 개념이 도시의 규모와 특성에 맞게 적용돼야 한다.이제 대구·경북지역의 도시들도 뉴어바니즘 시대의 도시계획 기법들의 도입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힘써야 한다.

2021-06-06

‘홈 트레이닝’ 바르게 하고 계신가요?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실내 및 야외에서 하는 운동시간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살천지’,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운동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그래서 집안에서 자기의 체중이나 소도구를 운동 부하로 이용하는 ‘홈 트레이닝’ 인구가 늘고 있다.그런데 집에서 간편하게 하는 운동일지라도 잘못된 자세나 동작은 통증 발생과 부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관절의 비대칭 변화는 점차 근육들을 변형시켜 신경의 기능까지 저하시킨다. 게다가 잘못된 호흡은 운동효과는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간편한 홈 트레이닝도 제대로 알고 해야 하는 이유이다.스쿼트(Squat) 운동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이고 효과적인 맨몸 운동 중 하나이다. 스쿼트 운동은 우리 몸을 단단히 지탱해주는 다리와 엉덩이를 만들어주고 혈액순환의 개선과 건강한 관절과 뼈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잘못된 자세와 동작으로 하는 스쿼트 운동은 무릎과 허리 부위에 통증과 부상이 따를 수도 있다.스쿼트 운동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잘못된 자세로는 먼저 무릎이 전방으로 지나치게 쏠려 발끝 선을 넘어서는 것인데,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체중이 무릎에 과하게 실리게 되어 무릎 부위에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허벅지가 안쪽으로 회전하면서 무릎사이 간격이 좁아진 형태인데, 이런 경우 엉덩이와 허벅지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무릎통증이 동반될 수도 있다. 이밖에도 허리를 포함한 어깨가 둥글게 말린 자세는 허리에 압력이 가중되어 허리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스쿼트 운동의 올바른 자세는 우선 다리를 어깨넓이나 조금 더 넓게 벌리고 허리를 곧게 세운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시며 가슴과 등을 반듯하게 편 자세로 의자에 앉듯이 무릎을 구부린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자세를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기 쉬운데, 처음에는 상체를 약간 전방으로 기울이다가 동작이 익숙해지면 차츰 편 자세로 변형하면 된다.그런 다음 허벅지와 지면이 수평을 이루면 호흡을 내쉬며 일어선다. 이때 복부에도 힘을 주면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허리는 굽히지 않도록 한다. 올라갈 때는 내려올 때보다 약간 속도를 내는데, 내려갈 때와 올라갈 때의 비율은 1.5 대 1이 효과적이다. 물론 초보자, 또는 재활에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1 대 1 비율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스쿼트 운동에 참여하는 주요 신체부위와 그에 따른 동작을 정리해보면,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며 허리는 부드럽고 곡선을 유지하며 펴준다. 무릎은 발끝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며 최대한 90도를 유지하고, 엉덩이는 의자에 앉는 기분으로 앉는다. 특히 호흡이 중요한데, 앉으면서 들이마시고 일어나면서 내쉬는 것이 효과적이다.스쿼트 운동은 방법도 중요한데, 자기 체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릎을 붙이고 똑바로 섰을 때 무릎 사이 간격이 2.5cm 이상이면 무릎내반슬, 즉 ‘오다리’라 한다. 오다리의 경우 발을 모으고 하는 ‘내로우 스쿼트’가 효과적이다.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내로우 스쿼트는 일반 스쿼트에 비해 다리 내전근에 자극이 커서 내전근이 약해 무릎과 다리가 벌어진 상태인 오다리를 교정하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서 넙다리곧은근, 척추세움근 및 가쪽넓은근이 더 발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나이가 많고 근력이 적어 스쿼트 동작이 어렵다면, 다리를 어깨 너비보다 더 벌리는 ‘와이드 스쿼트’가 효과적이다. 와이드 스쿼트는 발 사이 간격이 넓다보니 자세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무릎에 힘이 덜 들어가는 편이라 다소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에게 적합하다. 스탠스 너비가 넓어지면 무릎관절을 굽히는 근육(뒤넙다리근, 햄스트링근)이 더 활성화된다는 연구의 결과도 있다. 다만, 어깨 너비 2배 이상의 ‘쩍벌’ 수준으로 다리간격을 벌리고 하면 엉덩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이같이 자신이 특별히 발달시키고자 하는 하체 근육들이 있다면, 내로우 스쿼트이든 와이드 스쿼트이든 운동 방법을 선택해서 조절하면 된다. 그러나 극단적인 내로우 스쿼트나 와이드 스쿼트는 통증과 부상을 일으킬 수도 있어서 더욱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스쿼트 동작을 했을 때 무릎 통증이 느껴진다면, 무릎을 30도 정도만 구부리는 미니 스쿼트가 효과적이다. 무릎을 30도 정도만 구부리게 되면 연골판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자세와 동작으로 하는 운동은 부적절한 감각정보를 중추신경에 전달하여 잠재적 상해를 야기할 수 있다. 비대칭 자세로 스쿼트 운동을 지속하게 되면 잘못된 감각정보로 인해 허리, 무릎, 대퇴이두근 등에 심각한 부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간편한 홈 트레이닝도 정확한 자세와 동작을 제대로 알고 해야 약이 된다.

2021-06-06

장미, 함박웃음 메시지 내다

강길수 수필가 요즈음은 아침마다 즐겁다. 또, 당황스럽다.“어서 오세요. 잘 다녀오시고요. 호호!”하고 함박웃음 머금은 인사를 받으며 출입문을 나서기 때문이다. 문 오른쪽, 담장과 서로 벗 삼아 기대어 활짝 핀 얼굴들이 초록 손을 흔든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같은 담장과 그 벗이었다. 한데, 올해는 왜 유달리 사람을 더 사로잡으려는 듯 일제히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일까.웃는 벗과 어우러진 담장이 이렇게 아름답고, 고마운 줄 올해 처음 알았다. 원래 아름다운 모습에다, 절박한 시대의 메시지까지 덤으로 선물하니 어찌 기쁘고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는가. 1년 반 이상 이어지는 안개 속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강제로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국민의 일상을 많이도 집어삼켰다. 총체적 난국에,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로 겨우 속풀이나 해야 하는 무기력한 우리 민초들의 일상….반복되는 무기력 앞에서도 눈을 뜨게 한 6월의 함박웃음 머금은 상기된 얼굴들. 둘러보니 웃는 얼굴들이 우리 아파트담장뿐 아니라 공터 펜스 아래도, 학교 담장에도, 방송국 화단에도, 동네 공원에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근년 들어 봄꽃들이 한꺼번에 더 일찍, 더 활짝 피어나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작년 봄엔 이팝꽃이 유달리 하얗게 오더니, 올핸 장미꽃이 상기되어 웃는 얼굴로 아침마다 달려왔다.장미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근자에 왜 한꺼번에 활짝 피어날까. 사람들은 봄꽃들 앞에서 기쁘거나 슬프거나 무심하겠지. 나처럼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치부해버리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은 인간과 공동운명체이면서 가장 큰 생태계 구성원인 식물의 경고이자, 메시지가 아닐까. 인공위성이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 성간을 날고, 소행성과 화성에도 착륙하여 임무를 수행하더라도, 우리 사는 푸른 지구별이 잘못되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우리는 다가올 5G(generation) 이동통신과 그 이후 시대를 코로나19로 앞당겨서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온 분야를 더 자동화되고, 더 빠른 사물인터넷 세상으로 만든다. 그러면 오프라인 곧, 대면 관계가 거의 필요 없는 유토피아를 이루어 간다’고 인간은 지금 뻐기고 있지는 않을까. 현실 세계가 가상 세계이고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가 되는 새로운 세상을, 보이지 않는 지배자들이 욕심내고 있을 수도 있다. 나아가 인체와 기계가 결합한 포스트휴먼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들 눈에 지구 어머니가 애써 참아내고, 눈물 흘리는 모습이 보일까. 그렇다면 저 장미꽃들의 매스게임 같은 함박웃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 아름다운 부름을 듣고 애틋한 메시지를 보며 당장 실천해야 한다. 제발 지구환경을 지키고 개선하는 대명제 앞에 나라 간, 정치세력 간, 문화나 종교 간의 이해득실을 따져서는 안 된다. 우선 지구 어머니를 구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미는 지금 아우 꽃봉오리를 맺을 겨를도 없이 일제히 피어올라 6월의 하늘과 산하, 마을과 도시에 함박웃음 메시지를 선포하고 있다. ‘우리 함께 지구별을 구해내어요!’ 라고….

2021-06-06

‘호국문화의 길’을 걷다

윤영대 수필가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이맘때가 되면 6·25 전쟁의 상흔이 생각나고 그 일선에서 산화해간 선열들의 호국정신을 받들고 싶어진다.올해 6월 6일은 66회 현충일이다. 추모의 마음을 다짐하기 위해 현충탑을 찾아보니, 6·25 전쟁의 최후 보루가 되어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대반격의 기점이 되었던 포항지역에는 28곳의 현충 시설이 있다.먼저 수도산 덕수공원에 있는 충혼탑으로 갔다. 나루 끝 철길 숲이 시작되는 오른쪽 산길 옆의 하얀 충혼탑 표석을 따라 깨끗한 꽃길을 올라 넓은 계단을 오르면 작은 광장이 나타난다. 육·해·공·해병 그리고 경찰과 학도의용군이 태극기를 높이 들고 힘차게 외치는 좌우 청동 군상 두 개가 중앙에 조용히 선 횃불 모양 탑을 지키듯 한다. 알고 보니 호국영령들의 눈물을 표현한 물방울 조형물이 무궁화 꽃 기단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전투 장면이 길게 새겨진 뒷벽 부조의 뒤로 가면 위패봉안실에는 6·25때 전사한 군인 등 호국영령 2천295위의 위패가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를 들려주며 모셔져 있다. 탑 앞에 놓아둔 하얀 국화 앞에서 손 모아 묵념을 했다. ‘잊지 않겠습니다.’‘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마음속으로 부르며 내려와 그린웨이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포항여고 앞 ‘학도의용군 6·25전적비’로 갔다. 6·25 당시 포항여중 전투에서 펜 대신 총을 잡고 교복을 입은 채 싸운 71명의 학도의용군을 기리기 위해 5년 전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8월 그날 새벽, 북한군과의 전투 상황을 묘사한 아트타일 벽화로 둘러쳐진 잔디밭에는 한 손으로 비둘기를 날리는 학도병 동상과 이우근 학도병의 애끓는 편지가 새겨진 동판이 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라고 절규한 학도병은 끝내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학도병의 편지에 끌리듯 발길을 돌려 탑산에 있는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으로 갔다. 짙은 6월의 녹음에 싸인 둥근 기념관은 군번도 없이 산화한 어린 꽃봉우리 47명 등의 영령들이 봉안되어있는 성스러운 곳이다. 조용히 들어가서 정면의 학도의용군들 사진에 목례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천천히 둘러보았다. 박격포, 소총, 따발총 등의 무기와 함께 학도명단과 학생증 등 유품들을 살펴보고 현충 시설을 물었더니 친절하게 자료와 책자를 건네준다.오른쪽 숲길 입구, 학도병 자식을 애잔한 손짓으로 잡으려는 어머니 동상 옆으로 계단을 조금 올라간 산마루에는 ‘포항지구전적비’가 힘차고 좀 더 오르면 청동 부조의 ‘전몰학도충혼탑’이 우뚝 서 있다. 뒤돌아 내려다보니 동해의 푸른 바다가 평화롭다. 마지막으로 송도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미 제1비행단 전몰용사충령비’와 ‘포항지구전투전적비’로 가서 흐릿한 비문을 손으로 어루만져 읽고 바닷가에 서서 포항지구 전투를 상상해 본다. 요즈음 SNS에는 숙연히 추념해야 할 현충일이 대체공휴일 논란으로 법석댄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2021-06-06

수성사격장 소음측정, 해결 실마리 찾기를

민·군간 갈등을 빚어온 포항시 수성사격장에 대한 소음피해 측정이 3일부터 시작됐다. 연초부터 민·군간 갈등 조정에 나섰던 국민권익위는 2일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소음피해 측정에 나선다”고 밝히고 “결과에 대한 신뢰성, 투명성 보장을 위해 소음측정에 갈등 주체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당초 5일로 잡았던 측정 기간을 총 27일로 대폭 늘렸으며 주한미군 아파치헬기를 포함 해병대 포, 전차, 지뢰, 박격포 등 훈련용 무기 전반에 대한 소음을 측정키로 했다. 측정치는 주민의 고통을 실제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최고 측정값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고 한다.포항 수성사격장은 지난 2019년 경기도 포천에서 진행 중이던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이 주민 합의 없이 이곳으로 이전되면서 민군간 갈등을 촉발했다.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에 반대하던 주민과 군부대 사이에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갈등의 폭은 더 커졌고, 지금은 수성사격장 완전 폐쇄를 놓고 극한 대립을 벌이는 상태다.주민과 군부대간의 갈등이 국민 권익위에 접수되면서 지난 1월부터 권익위가 갈등 조정에 나서고 있다. 권익위의 적극적 개입으로 사격훈련이 중단되고, 주민의 편에서 소음문제 등을 듣겠다는 권익위의 뜻이 전달되면서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있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문제는 또다시 재발할 가능성은 높다.특히 권익위가 이 문제를 두고 국방과 주민 피해에 대한 접점을 어떻게 이뤄낼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포항 수성사격장은 1960년대 해병대 이전과 함께 이곳에 사격장이 들어섰다. 마을에서 불과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주민들은 사격훈련에 따른 불발탄, 유탄, 화재 위험은 물론 소음으로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오로지 국가 안보와 국방을 위해 희생을 감내해 왔을 뿐이다.그러나 국방부가 국방을 앞세워 더이상 주민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은 무리다. 50년 이상 소음과 위험으로부터 시달려온 주민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대책이 있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권익위의 소음피해측정 조사는 수성사격장 존폐를 가를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권익위가 중재에 나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대화국면으로 돌아선 것은 권익위의 역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민군 상생의 길이 나오길 기대한다.

2021-06-03

아듀! 대백 본점

대구시민에겐 대구백화점보다는 대백이란 이름이 훨씬 더 친숙하다. 1944년 창업주 구본흥 회장이 설립한 대구상회에서 출발해 1969년 주식회사 대구백화점으로 변신했던 동성로 소재 대백 본점이 이달 말로서 영업을 끝내고 역사의 길목으로 사라진다.대백 본점은 폐점에 앞서 6월 한달동안 본점 1층에 마련된 특별공간에서 고별 전시회를 개최한다. 대백 77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각종 사진물과 기록물 등을 전시하고 대백에 대한 대구시민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대백 본점은 대구 최초의 백화점이면서 대구시민에게는 쇼핑센터 이상의 의미가 있는 역사 공간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이곳에 세워진 백화점은 동성로에서 최고의 만남의 장소다. “대백 정문 앞에서 만나자”는 말이 관용어로 쓰일 정도였다. 대구시민의 대백 사랑 또한 유별했다. 전국에서 지역에 본사를 둔 백화점이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 남아 있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대구백화점과 쌍벽을 이뤘던 동아백화점이 2010년 이랜드 그룹에 인수되면서 대백은 지방에 남은 전국 유일의 기업이다.1973년 신세계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했다가 대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철수했다. 1997년 IMF 사태 때는 부산의 5개 백화점이 폐점되고 광주 화니백화점이 부도를 냈으나 대구 백화점업계는 명맥을 이어갔다. 특히 대구백화점은 지방유통업체로서는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되는 기록을 세웠고 1984년 유통업체 최초로 은탑산업훈장도 받았다.대구시민과 함께 52년을 동행한 대백 본점의 폐점은 대기업에 밀려난 지역백화점의 퇴출이라기 보다 대구시민의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추억 장소가 사라진다는데 더 큰 아쉬움이 있다. 대백 본점의 고별전이 유난히 마음을 끈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6-03

문재인 정부 3대 실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시행된 여러 경제정책들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고,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정책을 꼽으라면 어떤 것일까. 아마 부동산정책이 1번이고, 그 뒤를 이어 일자리정책과 탈원전정책이 꼽힐 듯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대변되는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패착 중 패착으로 매겨질 법하다.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던 문 대통령은 취임4주년 회견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패를 자인했다. 실패 원인은 뭘까. 공급정책이 아닌 수요억제책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부동산값이 뛰는 것은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주택자들이 많이 사서 문제니까 다주택자들이 사지 못하게 수요 억제를 하면 주택시장은 안정화될 것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이것은 인간의 욕망과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수요 억제책은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언젠가 수요가 들불처럼 일어서 급등하는 시장이 연출되고 만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임기 4년 동안 3억에서 8억으로 뛰어오른 서울의 아파트 값 폭등 앞에 고개를 숙였다. 또 취임 직후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놓고 매일같이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이 요즘 일자리 만들기에도 실패했음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산업의 영역에 따라 경기 회복이 불균등하고, 일자리의 양극화가 뚜렷하며, 무엇보다 일자리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2월과 비교해 아직 30만 개의 일자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청년과 여성의 구직난이 계속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난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탈원전정책 역시 세계적인 원전건설기술 보유국인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입혔다. 원전 기술 자립을 위해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한국 표준형 원전은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국에서 스스로 ‘원전의 위험성’ 운운하며 건설을 포기한 원전을 수입할 나라는 없다. 또 우리나라에 있는 원전은 모두 가압경수로 방식이다. 원자로에서 물이 담긴 용기에 간접적으로 열을 가해 데우거나 끓이는 중탕(重湯)방식으로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리니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적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탈원전정책을 내걸고, 건설이 완료된 신한울 1·2호기 가동을 가로막고, 합법적으로 추진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조차 재개하지 않고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전략으로 탄소제로의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선진국들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실제로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 가동이 불가피하다면서 탈원전 때문에 석탄, 갈탄을 때고 있는 독일과 메르켈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갈 길은 먼데, 해가 저무는’ 처지가 된 문재인 정부가 저질러놓은 3대 실책을 어떻게 주워담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2021-06-03

김병욱 의원 감형…이제 지역구활동 열중하길

대구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조진구)는 3일 오전 정치자금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포항 남·울릉)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및 선거비용에 관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90만원을, 선거비용과 관련이 없는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받은 형이 최종 확정되면 김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1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선거에 영향을 끼친 부분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15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으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재판부는 “선거운동이 금지된 기간 중 당협협의회 회의에 참석, 확성기를 이용해 사전 선거운동을 벌였고 회계 처리자와 회계 통장 등 공직선거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거자금을 집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집회 등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고 양형 조건을 고려한 결과 원심이 선고한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김 의원은 총선 선거운동 기간 전인 지난해 3월, 당원 집회에 참석해 스피커를 통해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법률에 정해진 이외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법률에 정해진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을 위해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선관위에 미리 통보한 통장이나 회계책임자를 통하지 않고 선거비용을 지출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도 기소됐다.김 의원은 올들어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하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일도 있었다.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고 복당했지만 지역구 주민들은 많은 충격을 받았다. 김 의원이 이날 법정을 나오면서 “더 낮은 자세로 성실하게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이제 사실상 소송문제도 마무리 됐으니 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역구를 위해 뛰어주길 기대한다.

2021-06-03

모내기 풍경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모내기철이다. 논배미마다 물을 가득 싣고 트랙터로 써레질을 하여 이앙기로 모를 심는다. 소를 몰아 논을 갈고 손으로 모를 심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이앙기 몇 대가 드넓은 들판에 모내기를 끝내는데 불과 일주일 남짓 걸린다. 손으로 일일이 모를 심는 데는 온 동네 사람들을 총동원해도 한 달이 넘게 걸리던 시절과는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모내기철은 농번기 중에도 가장 바쁜 때였다. 보리를 베고 타작을 하는 일과 겹치기 때문이다. 논에도 이모작으로 보리를 심었으니, 그것을 베어내고 나서야 논을 갈아 모를 심었다. 초등학생들까지 일손을 도우라고 가정실습이란 명목으로 일주일가량 휴교를 했다.모내기를 하려면 당연히 물이 있어야 한다. 봄 가뭄이라도 들면 저수지가 없는 천수답 주인은 하늘만 쳐다보며 애를 태울 수밖에 없었다.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길도 온 들판을 다 적시기에 넉넉하지 않으면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끌어대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들판에서 밤샘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물꼬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죽하면 ‘제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제 논에 물 들어가는 걸 볼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말까지 생겼을까. 지금은 저수지 정비는 물론 들판 곳곳에 관정까지 뚫어서 전기 스위치만 올리면 양수기가 작동을 하도록 되어 있으니 웬만한 가뭄쯤은 걱정이 없다.모심기는 혼자서 할 수가 없었다. 품앗이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모심기일 것이다. 웬만한 논이면 열 사람 이상의 일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돌아가면서 손을 모아 모를 심어주는 품앗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을 할 때에는 흥을 돋우는 노래가 따르기 마련이었다. 동네마다 노래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이 한둘은 있어서 일하는 분위기를 흥겹게 한다. 새참으로 막걸리를 한 사발씩 돌리고 매기고 받는 모심기노래에 맞추어 모를 심다보면 노동의 고단함을 잊을 수가 있었다. 들이 넓은 우리 고장에선 모심기 노래를 비롯한 농요가 발달했는데 기계 영농으로 사라진 풍경이 되었다. 다행히 최근에 농요보존회를 발족해서 그 명맥을 이으려는 분들이 있어 여간 반가운 마음이 아니다.달라진 영농방법은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요즘 들판에는 개구리가 거의 없다. 트랙터로 갈고 써레질 하는 바람에 땅속에서 월동하던 개구리들이 무사하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제초제와 살충제의 살포로 메뚜기 같은 곤충들과 수생벌레들이 드물어져서 그것을 먹이로 하는 새들도 개체수가 줄었다. 이맘때쯤이면 강남에서 돌아와 분주하게 날아다닐 제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 높이 솟아올라 지저귀던 종달새 소리를 들은 기억도 까마득하다.1960년대까지는 농업이 우리나라의 주요산업이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농업인구였던 것이 1970년대부터 급감해서 지금은 전체인구의 5%이하로 줄어들었다. 거기다가 기계영농의 도입으로 전통적인 농촌문화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오랜 세월 이어오던 모내기 풍경이 사라진 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지만 뭔가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21-06-03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없을까?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유명한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요즘이다. 사기꾼들이 궁궐 앞에서 “우리는 바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옷감을 짭니다”라고 외친다. 사기꾼들은 베틀을 놓고 옷 짜는 시늉만 하다가 드디어 옷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임금 앞에서 옷을 입어보라고 했다.임금의 눈에는 옷이 보이지 않았지만 바보가 되긴 싫었다. 눈치를 보는 신하들은 보이지 않는 옷을 두고 온갖 아양을 떨었다. 의기양양한 임금님은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활보했다. 감히 한마디 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한 어린아이가 외쳤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최근 착공식이 열린 한전공대가 대표적으로 이런 경우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 표를 의식해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대통령이 된 후 밀어붙인 경우인데 주변의 누구도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취학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5년 내 전국 대학의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공기업을 이용하여 대학을 새로 짓겠다고 하는 것인데 이미 전국 주요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있고,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여러 개 있는데, 또다른 특성화 대학을 만든다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하고 주변에서 바른말을 했어야 했다. 한전공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면 좀더 신중하게 공청회 등을 거치고 학계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하고 시간을 두고 진행해도 되는데 졸속 진행되는 것은 정치논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대통령의 공약이나 말 한마디가 헌법이고 법률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과거 왕권시대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최근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책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고 무리하게 일들이 추진되고 있는데,“벌거 벗었다”고 용기있게 말하는 관료는 전무한 상태이다. 정부 정책은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리고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임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국민을 진정 위하고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그런 안정된 국가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그저 정치인들의 인기전술에 그리고 대통령의 공약과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 되는 현 내치 형태는 정말로 걱정스럽다.그런데 왜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바른말 하는 그런 용기있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이 없는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합리적 사고에 의한 사회, 경제, 정치상황을 판단하여 직언을 할 수 있는 양심있는 관료가 절실히 요구된다.포스텍 명예교수들이 한전공대를 한번 방문하는 기회를 가지는 게 좋겠다.그리고 이제 시작된 한전공대에 직언을 해주어야 한다. 포스텍은 정치적인 전략으로 세워진 학교가 아니다. 서울 아닌 지역에 진정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을 만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지어진 학교이다. 이 경험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벌거벗었다”라고 우린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옷을 입혀주어야 한다.

2021-06-03

기자는 생각하지 말아야 할까

장규열 한동대 교수 기자에게 물어보자. 판단은 독자가 할 것이므로 기자는 생각을 기사에 적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사실만 전달하고 생각을 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팩트만 충실히 전하면 되는 것이지, 벌어진 일에 대한 판단을 하지 말라는 원칙이란다. 생각은 기자의 몫이 아니라는 주장. 팩트를 중심으로 당신이 목격한 사실만으로 기사를 적으며 기계적인 중립을 유지하라는 권고. 왠지 그럴듯해 보인다. 그래야만 할 듯도 하다. 언론이 전하는 기사가 독자의 의견에 영향을 주게 되면, 왠지 언론이 독자를 쥐고 흔드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판단할 공간과 여유를 언론에 선점당하는 느낌이 들어 언론은 정말 그래야만 할 것처럼 보인다. 언론은 그냥 사실만 전하라, 생각은 우리가 한다.20세기 초반 월터리프먼(Walter Lippmann)은 ‘기계적 중립은 저널리즘의 원칙이 아니며, 피상적 중립이라는 모호한 결과를 낳게 되어 건강한 담론형성을 해칠 수 있다’고 하였다. 기사작성에 있어 기자의 양심을 숨기고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려고 하는 태도는 언론을 통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중립적인 기사작성이 허구적인 구호에 불과할 것임을 예견한 것이다. ‘저널리즘의 원칙들(The Elements of Journalism)’을 저술한 코백(Bill Kovach)과 로젠스틸(Tom Rosenstiel)은 언론인이 명심해야 할 열 가지 원칙들을 제시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로 ‘언론인은 개인적 양심을 표현할 의무가 있다(Journalists have an obligation to personal conscience.)’고 하였다.‘표현할 수 있는’ 소극적 자유를 넘어 ‘표현해야 하는’ 적극적 책임을 천명하였다. 모든 언론인은 사안을 대함에 있어 윤리와 책임에 따른 도덕적 기준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양심과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여야 하고,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같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정확하고 공정하며 독자중심으로 생각하는 독립적이며 용기있는 기사를 생산하기 위하여, 기자는 자신의 관점을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세상을 만나 폭증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관점들을 책임있게 전달하고 해석하면서 본인의 양심과 소신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공정함과 정확함을 유지하면서 견해를 당당하게 표출하여 타인과 견주는 용기가 오늘 언론에 요청된다는 것이다.‘양심의 표현’이 혹 언론의 객관성을 해치지는 않을까.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여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언론의 객관성은 이제 취재와 보도에서 공정함과 투명함을 유지하며 팩트를 철저하게 검증하여야 할 책임을 의미한다. 객관성은 중립성을 뜻하지 않는다. 객관성이 의견없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독자는 어찌해야 하는가. 독자는 소비자주권을 발휘하여 뉴스를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다양한 관점을 포괄적으로 섭렵하면서 건강한 판단에 이르도록 미디어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발휘해야 한다. 생각이 살아있는 언론을 꽃피워야 한다. 언론이 싱싱해야 민주주의가 산다.

2021-06-02

트래블 버블

트래블 버블은 방역우수 국가 여행객에 대한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내부는 자유롭지만 거품(Bubble)처럼 외부와는 방역 차단막이 있다는 의미에서 트래블 버블이라 불린다.세계 어느 나라 예외없이 해외여행객들에게 2주간의 자가격리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자가격리기간 없이 해외여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트래블 버블제도가 관심을 끌고있다. 트래블 버블 시행은 국가간 상호주의 제도인 만큼 방역 역량이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현재 단기 체류 관광객은 아예 입국이 안 되고, 특별입국의 경우에도 현지에서 평균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은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커 해외여행이 어렵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방역 역량이 인정된 국가에서 코로나19 검사 음성 판정을 받거나 백신을 접종했을 때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진다. 일부 국가는 관광수입을 위해 트래블 버블을 시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북유럽의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가 가장 먼저 ‘발틱 트래블 버블’을 시행했고, 대만과 태평양 섬나라 팔라우도 트래블 버블을 체결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지난 4월 트래블 버블을 통해 자가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지난해 트래블 버블을 맺었던 홍콩과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연기되고 있다.국내에서도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가 트래블 버블 제도 추진을 검토했지만, 코로나 확산 우려에 제동이 걸렸다. 현재로선 트래블 버블이 유력한 국가로는 방역상황이 좋은 싱가포르, 괌, 뉴질랜드 등이 후보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하루빨리 전세계가 트래블 버블 협약을 맺어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6-02

안동 하회마을 전동차운행 중단 당연하다

문화재청은 지난 1일 “안동시가 하회마을 입구에 차단기 설치를 요청한 사항에 대해 문화재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했다. 문화재 보호와 관람객 안전을 위해 오는 10월 이내에는 차단기를 설치할 예정이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에서 이제 골프장 카트와 유사한 전동차를 타고 골목을 누비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문화재청은 정식 차단기 설치 이전에 임시 차단기를 설치할 예정이며, 무분별한 전동차 운행을 제한하기 위해 차량 관제 시스템도 설치하기로 했다. 그동안 문화재청에서는 전동차들의 문화재 훼손은 문화재 보호법상 고의성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며, 안동시도 “농지를 불법으로 메워 전동차 대여업을 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고발조치 등 행정조치를 하고 있지만 벌금이 약해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해왔다.현재 하회마을에는 6개 업체에서 전동차 160여 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의 운전미숙으로 인해 올 들어서만 20여 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며칠 전에도 하회마을에서 전동차를 운전하던 50대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 2명과 해설사를 덮쳐 3명이 다치고, 마을 내 기념품판매점 가판대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전동차를 피하던 화물차가 보물 제414호인 충효당을 들이받아 기와지붕과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도 났다. 충효당은 1551년 지어진 서애 류성룡의 종가 고택으로 사고 후 담을 새로 쌓았다. 지난 4월 8일에는 전동차를 탄 관광객이 하회마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북촌댁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하회마을은 지난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특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양반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즐겨 찾는 인기 관광지다. 경관이 수려한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하회마을에는 풍산 류씨 후손들이 아직도 거주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전통 가옥이 잘 보존돼 있다. 하회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과거의 문화를 잘 보존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회마을이 역사적인 가치를 잃지 않도록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한다.

2021-06-02

이건희 미술관 ‘빌바오 효과’ 대구서 가능하다

스페인의 쇠퇴한 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하여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난 것을 빌바오 효과라 부른다.1980년 불황이 불어닥친 빌바오는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이 붕괴되고 실업률은 한때 35%까지 치솟아 범죄가 증가하고 주민이 떠나는 도시로 몰락했다. 절망의 도시에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손을 맞잡고 미술관 건립에 나서면서 이 도시는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난다.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창의 정신이 힘을 보탰다.빌바오에서 보듯이 도시의 재탄생은 산업분야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가 가진 창의력과 주민들의 끈질긴 집념 등으로 기적을 일궈낼 수 있다. 특히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독특한 문화적 콘텐츠로 매년 1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대구는 27년간 GRDP(지역내 총생산) 전국 꼴찌다. 250만 도시는 매년 수만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으나 이를 막을 현실적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초집중이라는 기형적 한국 현실에 기인하고 있는 문제지만 중앙 정부는 이를 해결할 의지도 없다.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있으나 지방에 분산해야 할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중앙 정부는 인구와 교통의 편리성을 이유로 수도권에 모든 것을 세웠다. 2019년 120조원이 투입되는 SK반도체 클러스트 공장 후보지가 대표적이다. 경북 구미와 충청권에서 유치전을 벌였으나 수도권 규제 제한에도 용인이 후보지로 결정됐다.이건희 국립미술관 유치를 위해 대구시가 파격적 제안을 했다. 이건희미술관 및 관련 시설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구시가 전액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대략 소요비는 2천500억원에 이르며 시비와 시민 성금으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또 삼성과 관련한 대구의 모든 스토리를 관광 인프라로 동원해 대구에서 빌바오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했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민 열망에 부응하고 문화 향유권 신장과 국가균형발전에 앞장서야 하는 사명감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대구는 이건희 회장이 태어난 곳이자 삼성 창업의 본향이다. 연고 측면에서 대구를 따라 갈만한 곳은 없다. 대구시의 파격적 제안은 국가균형발전의 열망을 담은 것이기도 하지만 빌바오 효과에 대한 강렬한 기대감도 반영했다. 대구시 제안에 담은 깊은 뜻을 중앙 정부는 잘 헤아려 주어야 한다.

202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