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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북, 국내 원전 메카로 자리잡아야

경북도는 지난해 3월 경주 하이코에서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선포식을 가진 바 있다. 르네상스란 중세 유렵의 문예부흥 운동을 의미하는 말로 원자력 르네상스란 경북이 원자력 산업을 중심으로 지역산업 부흥의 중심에 서겠다는 뜻이다.경북은 국내 원전의 절반이 위치한 곳이다. 체코원전 수주의 주축이 된 한국수력원자력의 본사가 있고 원전의 설계부터 건설 운영 및 폐기물을 담당하는 것까지 모든 기관이 경북에 있다. 한마디로 원자력 전주기 운영이 가능한 국내 유일 지역이다.경북도가 원자력을 중심으로 지역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이러한 인프라를 감안하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특히 글로벌 원자력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소형모듈 원자로(SMR)에도 경북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경주에 조성 중인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혁신원자력 연구개발을 통해 국내 SMR 기술개발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곳이다.최근 한수원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 컨소시엄이 체코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은 경북 원전산업 발전의 새로운 기회가 된다. 지방정부 차원의 역할도 당연히 필요하다.물론 24조원 규모의 체코원전 수주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관리해야 할 분야가 많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하는 정부로서는 국제시장에서 원전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반면에 경북도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원전 생태계가 잘 유지되도록 돕고 지역산업과 연계성을 찾아 지역업체들이 성장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경북도가 한수원의 최종 계약을 위해 체코 비소치나주와 친선교류를 강화하고 원전기업 협의체를 구성해 도내 기업의 원전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이번 체코원전 수주가 발판이 돼 체코에서 추가 원전수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체코원전 수주가 국내 원전 최고 밀집지역인 경북도내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도록 지방정부 차원에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경북도가 원자력 산업의 메카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2024-07-30

절제 잃은 권력의 폭주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의 ‘이원적 정통성’이 격돌하고 있다. 둘 다 주어진 권력의 정당한 행사라고 강변하면서 절제 없이 폭주하고 있다. 권력의 힘자랑은 오만과 독선에 다름 아니다. ‘문명된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만의 정치’이며,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증거다.민주당의 입법권력 폭주는 역대급이다.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여야 협의 없이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당적이 금지된 국회의장 우원식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함에도 노골적으로 민주당 편을 들고, 법사위원장 정청래의 야만적이고 파괴적인 행태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또한 판·검사들을 겁박하기 위해 ‘법 왜곡 죄’의 신설 및 검찰청 폐지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법안들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더욱이 민주당은 극히 절제되어야 할 탄핵소추권도 수시로 휘두르고 있다. 방통위원장 탄핵에 이어 판·검사 탄핵을 겁박하고, 심지어 대통령 탄핵청문회까지 열었다. 당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은 ‘도둑이 몽둥이를 드는 꼴’이다. 탄핵으로 판·검사의 직무를 중지시키려는 사법방해는 이재명의 대선가도에 방해물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오직 이재명 방탄과 윤석열 정부 파탄에 초점을 맞춘 민주당의 입법권력 폭주는 갈수록 태산이다.한편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절제 없는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도 재고되어야 한다. 물론 거부권은 입법부의 독선을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입법부의 권력 남용이 문제이듯이 행정부의 거부권도 마땅히 절제되어야 한다. 야당의 권력 폭주를 견제하기 위한 대통령의 거부권이 여당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대통령은 국민 다수가 입법에 동의하거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경우, 그리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어렵기 때문에 ‘특검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여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더욱 절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는 정치환경을 조성하는 것, 즉 여야의 정쟁을 끝내고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정치학자 레비츠키(S. Levitsky)와 지블랫(D. Ziblatt)은 ‘관용’과 ‘자제’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핵심규범이라고 했다. 도덕이 담보되지 않은 권력 행사는 위험하며, 절제할 줄 모르는 권력은 독재의 길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이 부여한 권력의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 아무리 법적 정당성이 있어도 도덕적 정당성이 없다면 권력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정치의 세계에서 권력은 돌고 돌며, 절제를 잃은 권력은 반드시 무너진다. 정권이 교체되면 권력 폭주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권력은 성찰과 반성으로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을 때 지킬 수 있는 마약이다.

2024-07-29

몽클레어 패딩과 부모 노릇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한국인의 과도한 ‘명품 사랑’이 유럽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린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프랑스나 이탈리아 명품 판매점 앞엔 한국인 구매자를 대신해 줄을 서주는 아르바이트까지 있다고 한다. 한국 백화점 역시 새로운 명품의 출시가 예고되면 전날 밤부터 백화점 앞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갈수록 심각해지는 ‘명품 사랑의 바람’이 아이들에게까지 불어 닥친 모양이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를 짤막하게 인용해보자.‘경기도 동탄에 거주하는 김OO씨는 4살 딸을 위해 티파니에서 78만원대 은목걸이를 구입했다. 18개월 된 딸을 위해선 38만원대 골든구스 구두를 샀다. 몽클레어 패딩과 셔츠, 버버리 드레스와 바지, 펜디 가운과 신발 등 다른 명품도 다수 구매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결혼식, 생일 파티, 콘서트에 갈 때 초라해 보이지 않길 바란다며…’비단 영국 신문이 만난 동탄의 김씨만은 아닐 것이다. 몇 해 전엔 100만원이 훌쩍 넘는 패딩을 중학교 한 학급의 절반 이상이 입고 다닌다는 기사와 그로 인한 신조어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경제력을 넘어서는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까지 등장한 게 한국이니.중학생 딸을 둔 후배와의 술자리. “친구들은 다 입고 다니는데, 왜 나는 안 사주냐고 우는데…. 부모 노릇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후배의 우울한 얼굴을 마주 보기가 딱했다. ‘몽클레어 패딩’과 ‘부모 노릇’이 그런 방식으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차려입은 옷과 손목에 찬 시계, 타고 다니는 자동차로 인간을 판단해선 안 된다. 사람에게 중요한 건 도야된 인품과 고상한 내면’이란 말이 헛소리가 돼버린 2024년 오늘이 서글프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7-29

수도권과 다른 지방 맞춤형 주택정책 필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시장이 봄날이라면 전국 지방의 도시들은 혹한기인 겨울에 비유된다. 정부는 지난 7월 18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는 수도권에는 더 많은 주택을 건립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전반이 과열된 분위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지방에 대한 정부 부동산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발표했다.지금 지방도시들은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 하락은 물론 정상적 거래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 부동산 빙하기를 맞고 있다. 특히 대구는 수년째 1만가구 수준의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관련산업들이 도산위기에 몰려 있다.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의하면 올 상반기 중 전국의 아파트값은 0.65%가 하락했다. 이중 지방만 보면 0.98%가 하락했고, 반면에 서울은 0.39%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는 2.56%가 하락했고 부산도 1.29%가 하락했다.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간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이런데도 정책의 주도권을 쥔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정책만 발표한다. 지방의 집값이 폭락을 해도 안정됐다고 말한다. 지방의 부동산 경기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대구지역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이 쌓이고, 신규사업은 중단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돼 주택가격이 폭등을 해서도 안되겠지만 폭락을 하거나 장기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금과 같은 지방도시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고착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비친다.부동산 경기의 후방 경제효과를 생각하면 지방의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방과 수도권을 분리해 각기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대구시는 최근 전문가로 구성한 민관합동주택자문단을 통해 날로 심화되는 주택시장 양극화 해소책으로 비수도권 중심의 수요 촉진책을 건의했다. 이번 기회에 중앙이 쥔 주택정책 권한을 지방정부로 넘기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2024-07-29

포항근해 유전 시추… 배후항만은 부산항?

포항 앞바다 유전 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을 위한 ‘배후 항만’으로 부산항이 결정되자 포항지역민들의 실망감이 크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지역 경제에 큰 활력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왔기 때문이다. 배후항만은 관계자들과 물자를 나를 보급선 운영과 탐사시추 과정에서 나온 시료 등 채취물을 육상으로 옮겨 분석하는 경로로 활용된다.한국석유공사가 최근 실시한 배후항만 공개 입찰에는 포항 항만운영사 1곳과 부산 항만 운영사 3곳이 참여했으며, 이중 ‘부산신항 다목적터미널’이 최종 낙점됐다. 포항시가 입찰공고 과정부터 문제 삼은 것은 입찰기준 중 기술평가 항목에 ‘시추프로젝트 항만하역 경험’이 포함된 부분이다. 입찰 참여 회사 중 시추프로젝트 하역 경험이 있는 곳은 부산지역 항만운영사뿐이어서, 포항시로서는 당연히 공정성 결여를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포항지역에서는 “처음부터 특정 지역을 밀어주기 위한 유리한 입찰 기준을 제시했다”는 소리가 나온다.석유공사가 제시한 입찰 평가 기준을 보면, 기본적인 요구 사항은 6가지(보급선 전용 선석, 부두 야적장, 창고, 하역장비, 야간 및 주말작업)이며, 기술평가 항목은 5가지(안전, 시추프로젝트 항만하역 경험, 부두 접근성, 창고 위치, 야적장 내 사무용컨테이너 설치)다. 경북도와 포항시, 석유공사는 지난 18일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석유공사 현장사무소 포항 설치, 영일항만을 활용한 기자재 보급기지 조성을 약속하기도 해, 배신감이 더 크다.탐사시추 작업은 오는 12월부터로 예정돼 있으며, 시추선은 11월 중 한국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석유공사는 입찰의 불공정에 대해 포항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영일만항을 지원항만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새롭게 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은 영일만항이 해당 프로젝트의 주 출입항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지만, 경북도와 포항시, 그리고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나서 향후 후속사업 과정에서는 영일만항 활용이 가능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2024-07-29

그저 수업만이라도 제대로 하기를

김규인 수필가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발표했다.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시달림을 받고 있다. 교권을 보호하자는 목소리는 높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서인지 학교 현장을 떠나는 교사도 늘어난다.초등학교 생활지도를 맡은 한 교사는 쉬는 시간에 학생들 사이에 손톱으로 긁은 사건을 맡아 처리했다. 처리 중 학부모의 진정으로 교육청 등 관련 기관의 조사를 여러 차례 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같은 일로 학부모에게 고소당했다. ‘학폭’이라는 용어를 썼다는 이유다. 학교폭력에 학부모가 당연히 알고 협의해야 하지만, 과도한 주장으로 일이 꼬여버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아이의 큰 아픔보다 자기 자식의 작은 손해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교권 침해유형은 모욕과 명예훼손, 교육활동 침해, 상해·폭행이 주를 이루며 성 관련 사건과 협박이 11%를 넘는다. 그 외에 불법 정보 유통도 발생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권 침해 사례는 더 다양한 형태로 증가한다. 법의 제정 등 현실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렇다고 관련 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국회는 법을 제정하고 교육청은 교권 침해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침해를 당한 교사를 치유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방송에서 바람을 탄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냥 넘어가던 사소한 일도 관련 교사나 학교를 상대로 고소하는 경우가 늘어난다.이제는 학생들 사이의 싸움 중재도 교사가 아니라 경찰이 나서는 시대가 되었다. 법적인 문제를 지원하기 위하여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성업 중이다. 사건만 발생하면 교사는 관련 기관의 조사에 시달려야 하고 학부모의 항의 전화와 고소 사건에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정작 수업을 받아야 하는 다른 학생들은 수업권을 침해당한다.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어야 하는지.이 시점에서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생각하게 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단순 지식만을 배우러 오는 것은 아니다. 또래의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도 기르고 양보하고 남을 배려하는 참된 인간 교육을 받는 게 학교가 아닐까. 친구도 선생님도 없는 나 혼자만의 학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성을 배워야 할 시간에 학교폭력과 고소와 상대방에 대한 험담만 늘어나는 곳에서 아이들이 배울 건 아무것도 없다. 자식이 귀할수록 남과 어울리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혼자서 떨어져서 살아가는 자식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왜 사람 인(人) 자가 막대 두 개를 기대어 세운 모양인지 알아야 한다.공교육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학교폭력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본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사회의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 교사가 제대로 서지 않는 사회에서 진정한 교육도 우리나라의 미래도 기대하기 어렵다. 더 이상 선생에 대한 존경을 바라지도 않는다. 선생은 그저 웃으며 수업하는 너무나 당연한 바람을 가질 뿐이다.

2024-07-29

이차전지 폐수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차전지는 알카라인 건전지가 대표적인데 1800년대에 개발되어 아직도 TV 리모컨 등 다양하게 사용되나 한번 사용하면 재충전할 수 없다. 반면 이차전지는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고 리튬 이온 전지와 같이 방전 후에 충전하여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이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 이차전지를 개발한 공로로 3명의 과학자가 노벨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는 등 이차전지는 획기적인 새로운 분야이다.이차전지는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과 같은 이동형 정보기기(IT)의 폭발적인 수요와 함께 급격하게 발전했다. 여기에다 친환경 교통수단 수요에 따른 전기자동차(EV) 보급 확대와 2050탄소중립에 대응한 재생에너지 저장시스템(ESS) 수요 증가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2020년 461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3517억 달러로 무려 8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보호와 자원재활용 규제 강화에 따라 EU시장이 중심이 되어 전세계 이차전지 재활용 시장은 2023년 81억 달러에서 2033년 857억 달러로 30% 가까운 높은 성장률이 전망된다.이에 정부는 지난 2023년 7월 용인·평택과 구미에는 반도체, 천안·아산에는 디스플레이, 포항·울산·청주·새만금 등 4곳에는 이차전지를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각각 지정하였다. 지정된 특화단지에는 2047년까지 681조원의 민간투자 계획에 맞춰 공공기관·국비를 통한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집중적 구축, 투자인센티브 제도 확충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들 산업에 다량으로 필요한 용수는 불순물(이온, 유기물, 미생물, 미립자, 기체 등)들을 극히 낮은 값으로 억제하여 이론적 순수에 근접한 물인 초순수(Ultrapure Water)인데 국내의 공급 기반은 아직 취약하다.한편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고 첨단 제조공정의 도입으로 인해 다수의 불특정 오염물질이 다량 포함된 폐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차전지는 양극재(전구체),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전해질) 등 리튬배터리 4대 소재의 제조공정에서 다량의 ‘이차전지 폐수’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차전지 재활용 공정에서도 망초(Na2SO4)와 같은 염이 고농도로 포함된 ‘이차전지 폐수’가 발생한다. 실제 전구체를 연간 100만t 생산하는 시설에는 무려 375만t의 폐염이 발생한다고 하며, 이외에도 유가 중금속, 금속류, 암모니아와 염소이온, 유기물질, 인, 용존고형물 등 다수의 오염물질이 다량 발생한다.이에 ‘이차전지 폐수’는 개별폐수처리시설을 통해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처리후 공공 폐수처리시설이나 하수처리시설로 연계 처리하여 방류수 기준 이하로 처리하여 공공수역으로 최종 배출해야 한다. 그런데 방류수 기준에 주요 물질인 리튬, 코발트, 황산이온 등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이 아직 없고, 이들 물질과 불특정 물질의 복합영향으로 방류수의 생태독성도 우려된다. 따라서 이차전지 특화단지 내에는 생산자와 협력한 ‘이차전지 폐수’ 최적가용처리기술(BAT) 개발과 함께 폐수처리수 재이용 생태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2024-07-29

아침 이슬

‘아침 이슬’이 수록된 음반. 몇 해 전 문예창작과 시창작 수업에서 대학생들에게 노래 하나를 알려줬다. 자꾸만 길어지고 사변적인 근래 한국시의 경향이 마뜩잖아 짧은 문장만으로 아름다움은 물론 울림과 감동까지 빚어내는 글들을 읽히면서 노랫말을 예로 들었는데, “가을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동요 ‘노을’)에 이어 소개한 게 김민기의 ‘아침 이슬’이다. 칠판에 가사를 적었다. 아느냐 물으니 모른다 했다. ‘이 노래를 모른다고?’ 놀랐지만 나도 아침 이슬 세대는 아니다.“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알게 된 노래, 가사를 외우지 않았는데 저절로 외워진 노래다. 유신과 신군부, 민주화운동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음에도 부르면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나는 노래다. 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소년기를 보낸 나는 앞 세대가 엄혹한 시절에 피워낸 불씨의 열기를 자연스레 감각하며 자랐다. 정치의식이라는 게 생길 즈음엔 광화문에 가 “효순이 미선이를 살려내라”고 외쳤는데, 그해 겨울엔 통기타를 치며 김민기의 ‘상록수’를 부른 대통령이 당선됐다. 투표권 없는 고3이지만 감격했다.이전 세대의 확고한 신념 뒤에도, 이후 세대의 막연한 의식 뒤에도 김민기의 노래가 흐른다. 본강의 큰 물줄기가 아닌 바위틈으로 숨어 흐르며 길을 만드는 발원지의 고요한 물처럼, 그 자신은 뒤로 남겨지고 양희은의 목소리를 앞세웠다. “작은 미소를 배운다”는 대목에서는 욕심 없는 겸양이 나타나고, “붉게 타오르고”라는 비유 대신 “붉게 떠오르고”로 덤덤히 묘사한 부분에서는 삿됨 없는 우직함이 나타난다. 노래를 직접 부른 영상이 딱 하나 있는데, 무대 뒤에서 음향기기를 만지다가 그 자리서 기타를 잡았다.스스로 ‘뒷것’을 자처하며 철저하게 뒤에서만 그림자로 살았다. 공단에서 동료 노동자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야학을 열어 달동네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공공 유아원 건립 기금을 마련하고자 권력의 감시 속에서 목숨 걸고 노래했다. 소극장 ‘학전’을 만들어 가난한 예술가들이 맘껏 연주하고 연기할 수 있는 무대를 차렸다. 뒷것인 그가 객석에 나와 있을 때는 늘 아동극이 상연될 때였다.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는 게 참 행복했다고 한다.소외된 공단 노동자와 달동네 아이들이 배움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고, 학전을 거친 예술가들이 한국 문화예술계의 주역이 됐다. 아동극을 보며 꿈을 키운 아이들은 지금 30대가 되어 사회에 진출했다. 성숙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열정과 노력을 발휘하며 자기 삶을 가꾸고, 나아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자리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 기원에 김민기가 있다. 아침 이슬은 정말 발원지의 투명한 한 방울 물인 것이다.앞에서 소리치지 않고 뒤에서 읊조렸을 뿐인데 저항의 상징이 됐다. 1975년 ‘아침 이슬’은 시답잖은 이유로 금지곡이 됐고, 김민기의 삶에도 시련과 서러움이 알알이 맺혔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부정한 권력자들은 노래가 가진 힘이 민중을 고취시키는 것을 두려워한다. 스페인 내전 당시 파시스트들이 로르카를 살해한 것도 그의 시가 피눈물 밴 안달루시아의 민중정서를 노래했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100만 명의 민중이 ‘아침 이슬’을 합창했다. 노래가 만든 거대한 파도에 마침내 독재자가 물러났다. 앞에 나선 그 어떤 사상가, 운동가, 정치가, 지도자도 하지 못한 일을 뒷것의 삶을 통해, 삶을 담아낸 노래를 통해, 노래에 실은 고결한 정신을 통해 김민기는 해냈다.노래가 생소해 멀뚱거리는 학생들에게 ‘아침 이슬’을 불러줬다. 미성으로 꽤 잘 불렀다. 아무래도 나는 뒷것은 못 되는 모양이다. 그때 노래를 들은 학생들이 지금 20대 후반쯤 됐다. 자기 자리서 열심히들 살고 있을 것이다. 그 노래엔 신비한 힘이 있다. 그날의 노래를 기억한다면, 각자도생의 비정한 세상에서도 타인과 나누며, 약자를 도우며, 정의로운 쪽에 서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2024년 7월 21일, 서러움 모두 버리고 광야로 간 김민기는 아침 이슬로 언제나 함께 있다. 이제 산 사람들의 뒷것으로 우리 마음과 정신을 떠받치면서.

2024-07-29

여름의 책

눅눅히 마음이 무성해지는 여름, 비가 계속 내리는 날씨 탓에 좀처럼 기운이 나지 않는다면, 저자 무루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꺼내게 된다. 이 책은 생의 충직함, 성실함, 유연함, 지혜로움을 말끔히 엮어 만든, 깨끗한 옷 같은 에세이다. 올곧게 객관화되어 있는 사람의 다정하고도 신비로운 이야기로, 묘하고도 신비로운 활력을 준달까.스무 살 무렵 늦은 성장통을 겪었다는 저자 무루(박서영)는 세상에 이해받지 못하는 소외감으로 그림책을 읽었다. 그림책에서 기쁨과 슬픔의 여러 이름을 발견하며 세상의 부조리와 간극, 소외되는 대상과 존재를 인지한다.비혼, 여성, 집사, 프리랜서, 채식주의자. 이토록 확고하게 자신을 나열함과 동시에 낯선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보지 않은 길로 가기 위해 용기를 낸다. ‘몸의 고립이 마음의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는 절박한 마음’으로 세상 밖을 걷고 머무른다. 외로운 날들이 모두 지나간 어느 때에, 그녀는 관계에 대해 ‘가끔은 한 사람의 손을 잡거나 나란히 걸을 수 있겠지만, 기왕이면 혼자서도 잘 걷고, 두 발로 씩씩하게 걷고 싶다’고 말한다.자신의 결정이 어디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것 때문에 책으로 도망쳤지만, 결국 그녀는 책 안에서 보고, 듣고, 사유한 것으로 자신을 이루어 타인을 공감하고 포용한다. 세상의 틈마다 그어 놓은 안과 밖의 경계는 극명하게 나누어져 있고, 가장자리의 존재는 쉽게 배척된다. 하지만 저자는 사이에 놓인 경계를 허무는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말한다. 바로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우리가 믿고, 사랑하고, 그래서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할 것들은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이다.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은 것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믿는 마음이란 실체와 효용, 현실과 확신을 넘어서는 지점에 있다. 현실에서조차 세상은 언제나 한 사람의 세계를 거뜬히 넘어서기 때문이다. 유연한 사고와 타인에 대한 공감 역시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질 터다.”저자는 그림책을 읽으며 자신의 과오를 인지하며 한계를 정하기도 하고, 계획과 좋은 습관을 세우기도 한다. 이러한 정직함과 성실함으로 자신을 쌓는 어른이라니. 어떤 직업을 삼고,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 낼지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지 그렇게 어떤 노인이 되고 싶은지 떠올려 보게 된다. 저자는 ‘작은 기쁨을 풍요롭게 누리는 사람’,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리듬을 가진 노래 같은 삶을 사는 사람’, ‘농부의 손처럼 투박하지만 다정한 사람’ 등, 자신의 모습을 또렷하게 그려내며 먼 미래의 얼굴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앞자리가 바뀐 나이 때문일까. 나는 올해 유독 가만히 있어도 옅게 보이는 입주름이나 안으로 말린 어깨의 모양, 여유로워 보이는 걸음걸이나 손짓 등에 신경 쓰고 있다. 동시에 10년, 20년 뒤 어떤 모습일지 자주 상상해본다. 그럴 때마다 어쩐지 아득한 기분이 든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더 오랜 세월이 지나면 지금처럼 뛰어다닐 수 없을 테고, 몸은 점점 더 무거워지겠지. 몸과 같이 기분마저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다면? 생각은 꼬리를 물어 어느새 울적해진 노년의 내가 그려지는 것이다.하지만 이 책을 다시금 꺼내어 읽다 보면 힘없이 늙은 몸을 가진 내가 아닌. 여유를 가진 채 그토록 되고 싶었던 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게 된다. 당연히 내 옆에 자리했던 모든 것들을 한 번 씩 돌아보며 감사할 줄 아는 삶, 나와 타인의 건강한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빌어주는 삶, 진실로 거짓을 가려내며 거짓 없이 사랑하는 삶 등등. 깊은 내면의 모습을 그러다보면 놀랍게도 미래를 기대하며 기다려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일렁이는 내면을 가꾸어온 섬세한 손길이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묻어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조금 더 구체적인 한 사람이 펼쳐진다. 타인의 변덕에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이 많은 사람. 요상하고 재미있는 유행어를 많이 알아 젊은이들과도 유쾌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차와 주전자 색색의 실과 뜨개바늘에 둘러싸여 평온하고도 고요한 할머니의 모습. 나의 먼 미래를 웃으며 상상하는 자유로움은 이토록 신비롭고 견고하며 근사하다.세 시간 만에 단숨에 읽어버린 책은 이제 등을 내보이며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다. 이럴 때마다 무언가 듬직하게 기댈 수 있는 단단한 벽을 얻은 것만 같아 마음이 평온해진다. 괴괴한 날씨에 영향을 받아 변덕스런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방법은 이렇게 나와 전혀 다른 타인의 세계를 잠시 엿보는 것이 제일 좋다. 책은 그런 걸 늘 가능하게 한다.

2024-07-29

상희구 시인의 ‘수선화 편지’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대구경북 방언으로 연작 시집을 완간했던 상희구 시인이 목소리를 상당히 죽여 침묵에 가깝게 속삭이는 새 시집 ‘수선화 편지’(오성문화, 2024)를 펴냈다. 상희구 시인의 방언 시집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시 해설을 겸한 시평도 쓴 적이 있다. 오늘은 좀 조심스럽게 시의 본질적인 문제를 언급할까 한다. 시가 강력한 목적성을 갖게 되면 메시지 전달에 힘을 주기 때문에 문학적 순결성을 상실하게 된다. 진보적인 목적시와 마찬가지로 방언의 자료를 가능한 작품에 많이 담겠다는 작가의 의도는 자칫 시의 전범을 훼손시킬 위험성을 안게 된다. 너무 많은 방언이 시 작품 속에서 누더기처럼 불어나면 조야해진다. 자칫 시의 품격을 떨어뜨리거나 천박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시 창작을 통해 방언 자료를 끌어 모으겠다는 의도가 오히려 시의 자리를 협소하게 만들 위험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최근 AI기술의 발전으로 거대한 음성자료 클라우드가 구축되고 거의 천문학적인 수량의 방언 자료가 이미 수집되어 있다. 시인은 자신의 시를 통해 많은 방언 자료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목적성 뒤에는 시문학 본질의 문제가 훼손돼 있다는 점을 결코 소홀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번의 ‘수선화 편지’에서는 시인 스스로 그러한 위험성을 감지했는지 기존의 시와 다른 상당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는 하다.‘경상도 사투리 호시뺑빼이란 말의 어원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단 시 ‘수선화 편지 24’를 살펴보자. 과연 시인이 방언 어원을 시작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눈여겨본다. “대개의 경우, 각 지역의 사투리는 표준말에 비하여/어투가 아주 거칠고 투박합니다. 그 이유는 어느 지역/사투리든, 의태나 의성의 의미가 도드라지기 때문입니다./”(상희구 ‘수선화 편지 24’ )은 방언학개론서의 설명도 아니다. 오히려 운문성을 일탈한 서술은 시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 표현일 뿐이다.문학 작품 속의 방언은 단순히 문화적 원자재다. 방언시는 부정적 차원에서의 변용을 위한 시가 아니다. 표준어로만 영위되던 문학의 외연을 시간적, 지리적으로 넓혀 정체성을 확대시켜 주고, 인종적 소수자나 이민자나 젠더와 같은 계급적 외곽 집단의 목소리를 유입해 역사적 진폭이나 문학 유산을 더 폭넓게 확장할 수 있음에 의미가 크다. 아마도 상희구 시인은 이러한 목적성 때문에 방언으로 시를 써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을 가진 것은 아닐까?“…. 얘들아, 그 작은집에 김 서방, 사업이 망해가아, 멀찌감치 야반도주했다 카디이 요새는 우째 사능공?//아이고 백모님, 그런 말씀 마이소, 김 서방이 사업 망한 그 질로 서울로 가가주고, 서울서 집장사로 해가주고, 돈을 엄청 벌어가아, 요새는 호시뺑빼이로 산답니더.”에서는 시와 산문의 경계도 없어 시적 긴장감마저도 없다.이러한 방언으로 쓴 시의 문학적 한계를 아마도 시인도 의식한 듯하다. 이 시집의 2부에서 보여주는 단행 시편들은 앞서와 달리 서정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최근 1행시, 3행시, 4행시와 같은 일본 하이쿠를 연상시키는 단행 시들이 유행하고 있다. 단행 시의 전통은 우리의 고전, 전통 시조를 이은 현대시조 장르에서와 같이 고도로 압축된 문학 양식이다.그동안 상희구 시인의 방언으로 쓴 시작의 성과들은 문학 해석학의 범위를 확대되는데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방언시들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번역이라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다. 영어권의 소설인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에 등장하는 흑인들의 방언, 계급어를 국내 번역 작품에서 녹여낼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실로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그들 언어가 함유하고 있는 계급적 문제까지 함유하고 있으니 표준어로만 번역한다면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역으로 한국 방언이 섞여 있는 문학작품의 외국어 번역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상희구 시인의 거작 대구방언시편을 외국어로 번역할 수나 있을까? 언어학적, 문화적, 지리적 차이와 사회 계급적 방언차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해외에도 알려낼 수 있을까? 문화적 실천으로 연구되고 문학작품이 대답할 수 있는 범주가 넓어졌지만 시대의 이념에 어떻게 조응하고 저항할 것인지 모색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2024-07-29

비잔티움제국 멸망 그 이후 수도를 이스탄불로 옮기다

1453년 비잔티움, 아니 로마를 멸망시킨 메메트 2세의 침략전쟁은 일단의 막을 내렸다. 그는 제국의 수도를 이스탄불로 옮기고, 세계 최고의 이슬람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사람이 몰려들도록 했다. 소아시아에 살던 사람들과 튀르크인, 그리스인, 아르메니아인을 대거 이스탄불로 이주시켜 세금혜택과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다.특히 지독한 기독교 국가로 거듭나던 이베리아반도에서 박해를 피해 유랑하는 유대인들을 받아들여 그야말로 부활의 에너지를 축적한다. 지난날 이슬람제국이 그랬듯 모든 종교를 인정하는 이슬람 특유의 관용과 포용 정책이 통했다. 이스탄불은 명성에 걸맞게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를 두루 아우르며 조화와 공존이 통하는 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이때 공동체란 뜻인 집단 거주지 ‘밀레트(Milet)제도’가 생겼다. 기실 통제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민족과 종교 공동체이자 공동 거주지가 생기면서 제국은 점차 확산일로를 걷는다.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저 멀리 이베리아반도의 에스파냐 상황이다. 에스파냐는 지독한 가톨릭 국가다. 9세기경부터 십자군 전쟁 당시 로마교황조차도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을 몰아내는 성전 레콘키스타(Reconquista), 즉 가톨릭교도들이 벌이는 국토 되찾기 ‘국토 회복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까닭에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지 않아도 좋다는 칙령을 내렸다.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던 이슬람의 코르도바 왕국은 단합하지 못했던 그리스도교도의 작은 나라들을 공격해 무자비한 학살과 약탈로 명성을 떨쳤다. 그리스도교의 성지 야보고의 무덤이 있던 산티아고 대성당을 파괴했고, 985년 바르셀로나를 불태워버린다. 그러다가 내치의 위기를 대외 전쟁으로 눈을 돌리게 했던 재상 알만수르가 죽자, 기독교도들이 반격에 성공하면서 코르도바 왕국이 멸망한다.이후 이슬람은 여러 작은 나라로 쪼개지고, 이합 집산을 이루면서 그라나다에는 베르베르인이 지배하게 된다. 치열하게 전개된 가톨릭 성전은, 1469년 카스티야레이온왕국 이사벨 공주와 아라곤왕국 페르난도 왕자가 세기의 혼인동맹을 맺음으로써, 이베리아반도의 마지막 이슬람국가, 무함마드가 세운 그라나다 나르스왕국(1238∼1492년)을 멸망시키며 이베리아반도는 가톨릭 국가로 거듭나게 된다.이베리아에 첫 통일국가가 탄생했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의사, 기술자, 회계사 등의 직업을 가졌던 유대인들을 박해하면서 에스파냐를 온전하고도 완전 무결점의 가톨릭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질주했다. 가톨릭 근본으로 하는 국가를 위해 사회 구성원의 실무를 담당했던 엘리트를 홀대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유대인은 물로,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과거 조금이라도 이타적 종교의 색채가 묻었던 예가 있으면 가차 없이 박해의 대상이 되었다. 이때 박해를 피해 발칸반도와 소아시아로 몸을 피한 유대인들을 그들의 종교를 인정하고 관용 정책을 펼친 메메트 2세가 받아들여 이스탄불에 역동적인 힘을 보탰다.비잔티움까지 손아귀에 넣은 오스만제국은 발칸반도는 물론 지중해 동쪽과 중동 지역, 북아프리카에까지 제국의 영토를 넓혔고, 이 기세를 몰아 16세기 말이 되면서 전성기를 구가한다. 북쪽으로 헝가리에서 러시아 남쪽 경계, 남쪽으로는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에서 걸프만까지 그 옛날 이슬람이 지배했던 지역 대부분을 제국의 땅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뒷받침하는 예니체리의 강력하고도 충성스러운 전투력과 데브시르메(Devşirme), 즉 지배지에서 전쟁고아들을 강제로 끌어 모아 무장시킨 군사 충원 방식에 있었다. 관전자로서 재미있는 부분은 메메트 2세는 스스로 기독교 교회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기독교 그리스인 대교구장을 임명했고, 제국의 술탄이자 로마제국의 황제를 자처했다. 그러자 또 하나의 황제를 자칭하는 신성로마제국을 그냥 둘 수 없었다. 이탈리아 원정대를 꾸리고 진격해 들어갔지만, 교황을 중심으로 기독교권 방어에 사활을 건 기독교 국가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때마침 알바니아 지방에서 반란이 일어나면서 급히 말머리를 돌려야 했다. 이후 1481년 메메트 2세는 이집트 정복에 나섰다가 원정 도중에 죽고 말았다.파티흐, 즉 정복자란 별명이 붙은 풍운아 메메트 2세가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졌다. 비잔티움을 이스탄불로 바꾸며 제국의 수도로 삼았던 그로 인해 지금의 이스탄불은 그리스인과 로마인, 터키인에 의한 인류 문화사적 정기가 은은하고 진중하게, 그러면서 때론 역동적인 광선을 발산하는 도시로 거듭났다.특히 흑해를 이슬람의 호수로 만들어버린 것은 그의 역작이었다. 발칸반도를 평정하면서 보스니아 귀족들을 이슬람으로 개종시킨 뒤 북방 변경 지역을 방어하는 오스만의 전사로 탈바꿈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4-07-29

노태우, 김영삼, 이회창… 그리고 한동훈

김진국 고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초청해 삼겹살 파티를 했다. 대표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들도 함께 불렀다.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화합하라고 삼겹살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러브샷도 했다. 이제 모든 것이 다 잘 풀려나갈까.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분당(分黨)대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정싸움이 심각했다. 윤 대통령이 원희룡 후보를 내세워 한 후보를 저격했다. 영부인과 한 대표 사이에 오간 문자까지 공개됐다. 24일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당내 선거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할까, 그것만 생각하자”라고 말했다.그런데 전당대회 바로 다음 날 친윤계 최고위원들은 한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은 각각 방송에서 채 상병 특검법은 “당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표의 권한을 축소해 허수아비로 만드는 발언이다. 민주당이 기존의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한 대표가 반드시 막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팬덤을 형성한 첫 번째 보수 정치인이라고 한다. 전당대회에서 당심과 민심이 모두 63%의 지지를 보냈다. ‘윤심’에 들지 않은 대표와 대표 후보들을 쳐낸 것과 같은 방법으로는 누를 수 없었다. 하지만 원외인 한 대표는 한계가 있다. 윤 대통령과 등지면 국회와 따로 움직여야 한다. 치명적 상처를 각오해야 한다. 한 대표만 그런 게 아니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 퇴임 후가 걱정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모두 버릴 순 없다.윤 대통령은 저조한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을 표로 모아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비서실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신영복 씨 글을 내려 보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줄임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春風)처럼 너그럽게 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는 가을 서리(秋霜)처럼 엄하게 하라’는 채근담의 경구다. 그러나 거꾸로 행동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유행어가 됐다. 불공정의 상징이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뜻하지 않게 횡재했다.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최순실의 자식 사랑에 분노한 민심이 조국 사태에 분개했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가. 지지율이 바닥이다. 영부인 문제에 너무 ‘춘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내로남불’을 부숴달라는 기대에 못미친다. ‘격노’라는 말이 너무 자주 들린다. 말을 듣기보다 하기를 좋아한다. 선거 국면 언행이 여론을 역류했다. 의대 증원 문제에서 무능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차기 후보라면 윤 대통령의 지지 세력을 넘겨받기보다, 거부감을 덜어내는 게 관건이다. 검사가 법 적용을 자의적으로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타격이다. 윤 정부가 실패하면 정권 재창출이 아예 어렵다. 더구나 임기가 반도 지나지 않았다.2인자는 여러 유형이 있다. 김종필(JP)·이회창은 실패했다. 노태우·김영삼(YS)은 성공했다. 차별화가 성패를 가르지는 않았다. JP는 ‘증언록’에 노태우 보안사령관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썼다. “첫째, 절대로 1인자를 넘겨다보지 마라.… 둘째, 있는 성의를 다해서 일관되게 1인자를 보좌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해라.” 그러나 그는 실패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JP의 조언대로 2인자의 자세를 지켜 대권을 잡았다.이회창 후보는 YS와 차별화했다. 극적으로 총리를 사퇴했다.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다. 지지자들이 YS 허수아비를 불태우는 일까지 벌어졌다. 떼놓은 당상이라던 판세에서 연거푸 실패했다. YS는 노태우 대통령을 몰아세우며 차별화해 성공한 경우다. 차별화하더라도 상처가 크면 안 된다. 도움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민심이고, 타이밍이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7-28

하얀 고무신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어린 시절 유난스러운 병치레로 부모님은 나로 인해 무던히 속을 썩였다 한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 하나는 아버지가 나를 무동 태우고,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길을 걸어 한의원으로 가는 것이다. 초록색과 주황색 색실로 꿩을 수놓은 조끼를 입고, 하얀 무명 바지저고리를 입은 젊은 아버지가 큼지막한 걸음걸이로 의원을 찾아가는 한겨울 풍경.그때 아버지는 스물아홉 청춘이었고, 발에는 하얀 고무신이 신겨 있었다. 하지만 내가 무슨 신발을 신고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필시 양말 발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출발하여 경유지인 한의원을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길을 걸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으므로. 고작 만 세 살 전이었고, 폭설로 어른들마저 힘겹게 길을 걸어야 했던 사정이 있던 터였다.세월이 많이 흘러 내가 아버지 연배가 되었을 때,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강의하고, 박사과정에 다니고, 여름방학 특강을 할 때, 나도 아버지처럼 하얀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집에서 학교까지 편도 2시간 20분이 걸리는 장거리 통학생이었던 시절을 돌이키면 지금도 짠하다. 지하철 1호선에 냉방기 대신 선풍기가 돌아가던 시절이었으니, 두 발은 얼마나 뜨거웠을까?!언젠가 제기동에서 막차를 타려고 제기 천변(川邊)을 서둘러 지나갈 때 일이다. 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하얀 고무신 발아래 무엇인가 뭉클, 하는 느낌이 선연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게 뭐지, 하는 섬뜩함과 고약한 심사가 어우러져 말할 수 없는 낭패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설마?! 아니, 그랬다. 커다란 시궁쥐가 고무신 아래 밟힌 것이다. 아아!…녀석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기사식당이 즐비(櫛比)한 천변에서 야식을 만끽하고 여유롭게 야간산책을 나온 녀석에게 나의 고무신은 폭력에 가까웠을 터! 하지만, 나도 그랬고, 쥐도 마찬가지로 침묵하면서 상황을 끝까지 통찰하고 인내하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상황은 평온하게 정리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충격적인 섬뜩함은 아직도 선명하다.그것이 두 번째 하얀 고무신의 소회다. 지난 2월 20일 시작한 ‘청도 인문학 강연’ 마지막 무렵부터 나는 하얀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두어 해 전 이서(以西)에 사는 양반 집에 다니러 갔다가, 그 집 안주인이 선물한 하얀 고무신이다. 안주인은 솜씨가 출중한 분이어서 고무신에 화사하게 꽃무늬를 새겨 넣었다. 아주 멋지고 우아한 하얀 고무신이다.오랜만에 신어보는 고무신은 여간 편리한 게 아니었다. 발에도 잘 맞고, 가벼운 데다가, 신고 벗기가 간명하여 마음에 쏙 드는 것이다. 급기야 그걸 신고 대구와 서울, 용인 나들이에도 나서는 형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활개 치며 다닐라치면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냥 눈감아버리기로 한다. 남의 신발에 관심 가진 인간은 없는 법이기에!고무신은 이제 생필품처럼 느껴진다. 한여름 더위와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나와 동행하는 가까운 벗이 된 것이다. 도서관에서 거리에서 시장에서 동네 산책에서 나와 함께하는 하얀 고무신을 보며 추억에 잠기는 호사까지 누리는 행복이 이어지는 삼복염천이다. 신이여, 축복하소서!

2024-07-28

촌캉스

우정구 논설위원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직장인도 휴가철이 되면서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돌아왔다.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많으나 올해는 특별히 촌캉스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시골을 뜻하는 촌(村)과 휴가를 의미하는 바캉스가 합쳐진 촌캉스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시골이나 작은 마을로 나가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휴가 스타일이다.냉방이 잘되고 수영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속 호텔에서 2박 3일 여름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와는 색다른 맛의 휴가 스타일이다.한적하고 평화스러운 작은 시골마을에서 가족과 보내는 촌캉스는 도심과는 다른 시골만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도시의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자연과 자연스럽게 접촉을 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풍경들을 즐길 수 있다. 또 텃밭에서 따온 각종 신선 채소 등 지역 특산물로 조리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여행의 맛을 더해 준다. 헐렁한 고무줄 바지를 입고, 밀짚모자에 고무신까지 신으면 금방 시골 사람이 된다.촌캉스는 무엇보다 바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인파가 붐비지 않는 시골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신적 힐링에 좋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면 그 어떤 장소보다 상호간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휴가비가 저렴하게 드는 것도 좋은 점이다.전국 곳곳에 촌캉스를 위한 숙소나 펜션 등이 많이 준비돼 있다. 어릴 적 할머니집을 방문하는 느낌으로 이번 여름휴가는 촌캉스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28

폭염에 온열질환자 속출 비상한 대책 필요

장마가 마무리되면서 연일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주는 경북도내에서 온열질환 사망자가 처음 발생했으며, 전국적으로 한 주 동안 2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통계에 의하면 지난주 20∼25일 사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20명으로 전주 같은 기간 41명보다 5.4배가 급증했다.24일에는 경북 상주에서 60대 남성이 전날 밭일을 다녀온 뒤 고열에 시달리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5일 전남 장흥에서도 80대 여성이 밭에서 쓰러진 것을 마을 이장이 발견했다.질병관리청이 온열질환자 집계를 시작한 5월 20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전국적으로 85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4명이 사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온열질환자만 98명이 더 많았다.특히 지난해 경우 농촌지역 논밭이나 비닐하우스 등에서 폭염으로 인한 질환자 발생이 443명에 달했다. 사망자는 16명이다. 사망자의 80%가 장마가 끝나고 본격 폭염이 시작된 7월말∼8월초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럼증,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중세를 보인다.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예방법인 시원하게 지내기. 물 자주 마시기, 더운 시간 내 활동 자제하기 등의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좋다. 온열질환 사망자의 대부분이 농업분야 종사자, 70대 이상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으로 밝혀져 이들 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농업 경작지가 많은 경북은 전국 시도 가운데 온열질환자 발생이 많은 곳이다. 각 지자체서는 온열질환 예방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폭염은 태풍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자연 재해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재해다.기상이변으로 우리나라도 올여름 푹푹 찌는 더위가 예상된다고 한다.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관련기관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2024-07-28

“지방시대가 저출생 극복의 길”… 맞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열린 제7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 저출생 극복의 길임을 명심하고, 지방에 대한 과감한 권한 이양과 재정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앞으로 국토균형개발 차원에서 비수도권 지방정부에 저출생 관련 예산이 집중 지원되길 기대한다. ‘인구문제’를 다룬 이번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완전돌봄’정책과 ‘외국인 정착방안’을 주요정책 사례로 제시했다. 경북도는 지난 3월 0세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완전돌봄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했었다. 자치단체가 공동주택 1층을 사들여 돌봄방을 마련하고, 아이들이 집에 오면 이곳에서 마음껏 놀고 공부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2세까지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3세부터는 공동체구성원(전업주부나 봉사단체 등)에게 수당을 주고 맡기는 구체적인 방안도 발표했다. 경북도가 현재 관련 예산 마련을 위해 대국민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하다.경북도가 외국인 정착방안 마련을 위해 전담 부서(외국인공동체과)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타 지자체가 본받을 만하다. 이 부서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교육 패키지 프로그램 도입과 함께 외국인 구인·구직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경북도의 외국인 정책 중 특히 주목을 받는 부분은 인재(유학생·숙련인력) 유입을 위한 ‘광역비자’제도다. 광역비자는 도지사가 비자 발급 기준을 정하는 제도다. 지난 2022년 관련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경북도처럼 모든 비수도권 지자체가 저출생 문제 해결에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과잉 경쟁을 개선하는 것이 저출생의 해법”이라고 말했듯이, 수도권으로 계속 청년들이 몰리는 한 저출생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대구·경북만 해도 지난해 일자리 등을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이 1만4000명이나 된다. ‘진정한 지방시대’가 뭔지를 윤 대통령이 꼭 보여줄 필요가 있다.

2024-07-28

혁신의 메카, 우즈베키스탄 면방법인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혁신 활동을 벤치마킹 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해외법인 우즈베키스탄 면방법인’의 일터 혁신은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우즈베키스탄은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지이며, 금, 우라늄, 천연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에너지 대국이며, 세계 5대 면화 생산국이다.면방법인은 말 그대로 면화를 소재로 하여 연간 면사 5만t, 면직물 4000만m를 생산하며 4개 공장에 4000명의 현지 직원을 고용하고 있어 정부로부터 호평을 받는 기업이다.하지만 6년 전 컨설팅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그곳은 매우 낙후되어 있었다. 처음 방적 공장에 가서 공장장의 공정 설명을 들으며 1시간가량 현장을 둘러보고 나왔는데 파란 작업복은 하얀 면화가 눈처럼 덮여 흰색 작업복처럼 보였다.이렇게 날아다니는 면화를 ‘풍면’이라 하였다. 이 풍면은 작업자의 건강을 나쁘게 할 뿐 아니라, 설비 회전체에 붙어 불쏘시개 역할이 되어 화재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필자는 전 직원이 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 ‘풍면 없는 공장 만들기로 누구나 근무하고픈 면방법인’이란 슬로건을 현수막으로 만들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곳곳에 부착하였다.그리고 첫 번째로 추진한 것은 풍면량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현 수준을 측정하고 목표를 제시하고자 8개소에 가로세로 1m가 되는 사각형 나무 상자를 일정 위치에 두고 1일 뒤에 쌓인 풍면을 거두어 저울로 무게를 측정하였다. 측정결과 정방 공정이란 곳에서 가장 많은 양인 40g/日이 측정되었다.두 번째로 한 것은 3명을 1팀으로 구성, 3팀의 개선 리더를 양성하여 이들을 통해 풍면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 나아갔다. 첫 번째 팀은 현재 운영하는 집진기의 성능을 100% 발휘하는 것과 풍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치에는 집진 Hood를 추가로 설치하는 과제를, 두 번째 팀은 실의 단선이 되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설비의 핵심 부품을 최적 관리하는 과제를, 세 번째 팀 이동형 진공청소기 개발 등 청소를 효율적으로 하는 과제를 추진하였다.활동 8개월 후 풍면 발생량은 90% 이상 감소하였고, 한국 주재원의 현장 Super Clean Day 솔선활동을, 현지 직원은 전원참여 Clean Factory 활동을 실시하여 현장은 아름다운 현장으로 몰라보게 변모하였다.이후 4개월 뒤 우즈베키스탄 노동조합 총연맹(대한민국 고용노동부에 해당)에서 주관한 Best Company on safety Protection 부분 전국 최우수상을 받았고, 중앙 방송(TV)에도 기업사례가 소개되어 주변의 많은 기업이 벤치마킹 오는 ‘혁신의 메카’가 되었다.우즈베키스탄에는 ‘첫 번째 만나면 지인이 되고, 두 번째 만나면 친구가 되며, 세 번째 만나면 가족이 된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기간 만나 함께 땀도 흘리고, 현장도 바꾸어 준 컨설턴트는 형제”라고 한 개선 리더의 말이 새삼 되새겨지는 순간이다.

2024-07-28

의도인가 팩트인가

유영희 작가 지난 7월 25일, 대통령의 두 번째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애당초 가결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고는 하나, 지난 7월 11일 조사한 여론 조사 결과 특검을 찬성하는 비율이 69%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국회의원들의 대표성을 의심하게 되는 결과였다. 그동안 여당은 줄곧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는 것은 권력 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대해왔고 이것은 실제로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을 거부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채상병 특검법’이라고 하는 법안의 정식 명칭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인데, 이 안의 제3조 2항에는 ‘대통령은 제1항에 따른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후보자 추천을 ‘국회법’ 제33조에 따른 교섭단체 중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에 서면으로 의뢰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3항과 4항도 이 연장선에 있다.이 외에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는데, 이에 대해 JTBC에서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여당의 거부하는 이유로 제시한 것이 사실인지 8개 항목으로 나누어 팩트체크한 적이 있다. 지금 한동훈 대표가 제3자가 특검 추천하자는 주장과 관계 깊은 항목을 보면,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JTBC에서 팩트체크한 바에 의하면, 특별검사를 추천했던 주체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을 추천한 사례 5회,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한 사례 4회, 정당이 특검을 추천한 사례 4회였다. 여기서 정당이란 민주당이 아니라 야당을 말한다. 드루킹 특검 추천은 자유한국당이 야당일 때 한 것이다. JTBC는 이런 사례를 근거로, 이번 채상병 특검법에서 민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고 검증했다.여기서 특검 주체가 왜 달라지나 추론해보니, 주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정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 사안에 여당을 배제하고 야당이 특검을 추천할 때는 여당이나 대통령이 관계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서원이 야당에 자신의 국정농단 특검 때 야당에 추천권을 준 것은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때 헌법재판소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 이유로 대통령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사정을 들고 있다.물론 과거 야당이 특검을 추천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이번에도 민주당이 특검 추천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럼에도 이번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 표결 과정에서 한동훈 대표가 제3자 추천안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니, 한동훈 대표가 정말 특검을 추진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한동훈 대표는 특검을 찬성한다고 했으면, 야당이 탄핵을 전제로 특검법을 추진한다고 반대하기보다, 팩트에 입각한 진상규명에 진정성 있게 나서 주기 바란다.

2024-07-28

봄봄

신호를 기다리다 바삐 사이렌을 울리며 가는 구급차에 눈이 머문다. 앞차가 가는 줄도 모르고 목을 빼서 구급차의 꽁지를 바라본다. 가슴이 벌렁거린다. 2년 전 산소마스크를 쓰고 경계를 넘나들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폐달을 밟으려니 힘이 빠진다.하혈이 심해서 병원을 찾았을 때 자궁에 근종이 있으니 제거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크고 작은 수술을 많이 했던 터라 병원이라면 등부터 돌리고 싶었지만 결국은 수술 날을 잡았다. 봄이 막 문을 연 3월의 문턱에서 내 발로 걸어가 수술대 위에 누웠다.“하나, 둘 하시고 편안히 주무세요”간호사가 하는 말을 듣고 잠이 들었다. 그 뒤로는 모든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내가 의식이 돌아온 다음 남편은 그간의 모든 과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수술 시간은 3시간쯤 걸렸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나의 최고 혈압은 80이었다. 평소에 수면 내시경이든 어떤 마취를 해도 금방 깨는 나였지만 그 날은 이상하게 자꾸 어지럽고 눈을 뜨지 못했다. 남편은 담당 의사에게 왜 이렇게 마취가 깨지 않고 혈압이 낮냐고 물었더니 수술 중 출혈이 심해서 그러니 수혈을 좀 받자고 했다. 나는 수혈을 받았지만 여전히 어지러웠다. 혈압은 60으로 점점 떨어졌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지고 있었다.나는 자꾸 배가 아파왔다. 바로 누워 있으면 압이 차고 숨이 막히는 듯 아파 왔다. 어지러움보다 감당할 수 없었던 괴로움은 목마름이었다. 물이 너무 먹고 싶었다. 목 안이 타 들어 갔다. 쩍쩍 갈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한 조금의 물도 먹을 수가 없었다. 혈압이 낮은 상태에서 잘못 먹으면 폐혈증이 올 수 있다고 했다.남편은 내 손목에 자기의 손을 갖다 대고 맥을 체크했다. 빈맥이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나는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남편은 나를 체크하다가 새벽녘 나의 맥이 거의 뛰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혈압을 다시 체크하라고 했다. 혈압은 잡히지 않았다. 혈압기가 계속 에러가 났다. 헤모글로빈 수치는 4.7로 떨어졌다. 나는 호흡이 힘들어 산소마스크를 쓰게 되었다. 대학 병원에 도착 했을 때 나의 배는 더 이상 산소가 들어갈 수 없는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의식이 가물가물했다. 나를 소생실로 데려갔다. 말도 못하는 나에게 모든 의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혈압을 올린 후 CT를 찍었다. 배가 너무 아팠다. 내가 의식을 놓을까봐 잠들어가는 나에게 의사 한 분이 계속 말을 시켰다. 외래 보던 교수가 응급실로 뛰어 내려왔다. 보호자인 남편을 불렀다. 남편에게 온통 새까만 CT 한 장을 보여 주었다.“지금 이 환자는 피가 간까지 차있습니다. 혈복강 내출혈인데 30분 안에 수술을 못하면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곧 폐로 피가 찰 것입니다.”나는 영문도 모르고 수술실로 가고 있었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는 나를 남편은 자꾸 깨웠다. 평소에 이성적이고 냉정한 남편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김경아 작가 내 손을 잡고 ‘괜찮다. 힘내야 돼. 네 남편이라 너무 행복했다’하며 알 수 없는 말들을 했다. 나는 눈만 깜빡이다 수술실로 들어갔다. 소리가 들렸다. 턱까지 차올라 아팠던 배가 아프지 않았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았다. 얼음 같았던 내 얼굴이 후끈후끈 달아올랐다.눈을 떠보니 오른 쪽 목에 주사 바늘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온 몸의 혈액이 다 빠져 나간 상태라 빠른 시간에 공급을 위해 큰 혈관에 수혈을 했다. 얼굴은 두 배로 부어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중환자실로 가지 않고 일반 병실로 오게 되어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혹독한 바람과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찾았다.내 몸은 황폐화되고 시렸지만 내 마음은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물 한 모금을 마시면서도 감사함을 배웠다. 타는 갈증을 참아내고 일주일 만에 물을 먹으며 물 한 모금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기적인지를 알게 되었다. 덤으로 사는 내 인생을 예쁜 꽃으로 피워간다. 구급차에 타고 있는 그 누군가가 꼭 다시 봄을 맞이하기를 나도 함께 손을 모은다.

2024-07-28

변화는 또 다른 변화로 대응한다

오도창 영양군수 현대사회에서 영양군의 위치는 좋지 않은 교통 인프라로 내륙에서도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영양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면 별 볼일 없는 세상에서 별천지를 누리고 또 전국 최대 규모의 자작나무숲에서 천연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 소위 말해 숨 쉬는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영양은 자연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와 더불어 환경적 문제를 다루는 전 세계의 주요 이슈 속에서 전형적인 생태관광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려고 한다.영양의 밤하늘, 그 대표적인 공간인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인공조명으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하고 소중한 밤하늘을 지키기 위한 영양군의 노력으로 국제밤하늘보호협회 (IDA)로부터 인정받아 아시아 최초로 밤하늘 청정지역으로 인정받은 곳이다. 동시에 반딧불이와 밤하늘의 별이 어우러져 아름다운밤 풍경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야간 여행의 명소로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특히나 여름밤에는 숲속 길을 걷다가 마주친 반딧불이가 환상적인 형광색 군무로 아이들의 환성을 불러내더니 새벽하늘에는 이야기로만 듣던 은하수가 또렷한 은빛 수를 놓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자연의 웅장함을 그대로 비춰 보이는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에서 낮에는 태양망원경을 이용해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태양의 겉모습을 눈으로 마주할 수 있고 밤이 되면 누구라도 꿈꿔보았던 아름다운 별들이 수놓인 밤하늘이 머리 위로 펼쳐질 것이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행성, 은하, 달 등을 가까이 관측할 수 있으며,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영상 콘텐츠들로 아이들에게 드넓은 우주에 대한 관심을 피우기 좋다. 누리호의 발사 과정을 다룬 실감 영상존 등으로 가족단위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시실 한가운데에는 우주복을 입고 달에 착륙한 듯한 느낌을 내는 우주비행사 콘셉트의 포토존이 있다. 가상체험(VR)을 통해 천문대에서는 느껴보기 어려운 또 다른 재미를 누리면서 어렸을 적 그려봤던 풍경에 대한 동심의 여름방학의 구성이 갖춰진다.천문대 앞으로 흐르고 있는 물소리를 듣다 보면 개울 옆으로 울고 있는 곤충들과 아래위로 선을 그리며 날고 있는 반딧불이도 관찰할 수 있다. 어느새 대자연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다.반딧불이는 청정한 자연 환경에만 서식하는 곤충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존재가 되어 버렸지만 매년 여름이면 반딧불이 생태공원에서는 아름다운 반딧불이의 불빛을 감상할 수 있으며, 8월 중순부터 9월 초순까지 늦반딧불이와 함께 별자리를 함께 관찰할 수 있다.앞으로 영양군은 국제밤하늘 보호공원과 반딧불이 등 지역 특화 생태자원을 활용한 성장 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별의별 이야기, 영양’사업을 추진하는 등 ‘밤하늘 생태관광 명소’로의 독보적인 브랜드를 확립할 계획이다.디지털 천체투영관(오로라돔)을 설치해 직경 15m에 달하는 구 형태의 디지털 투영관을 구축하고 우주를 테마로 한 미디어아트를 연출하는 등 별의 정원(잔디광장)을 개선해 벤치형 조형물 설치 및 쉼터를 조성하고 휴식형 중앙광장 공간을 확보해 별빛 아래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힐링 장소를 만들어 낼 것이다.한편으로 영양지역 관광자원 가운데서도 보석 같은 존재인 자작나무 숲은 우리나라 최고의 산림 휴양지로 거듭나고 있다. 사시사철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하얀색 줄기와 초록빛으로 가득한 잎사귀에 여름조차 시원하게 만들어버리는 자작나무숲이 펼쳐진 힐링공간과 자연적 가치를 활용한 계획도 만들어내고 있다.영양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영양 자작나무숲은 지속적으로 방문객이 증가하는 지역임에도 전기 등 인프라 시설 부족으로 이동통신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의 협력을 통해 이통통신 음영지역을 해소한 첫 번째 사례가 되었고 향후 자작나무숲 힐링허브 조성과 방문자 센터, 주차장 및 조경 등 기반 시설을 차근차근 갖춰 나가고 있다.또한, 숨 쉬는 힐링스파를 통해 자작나무숲 권역 콘텐츠 다양화로 관광지 완성도를 제고하는 등 새로운 명소 확보에 노력하고 치유누리길 조성으로 숲길(맨발 산책로) 조성, 시설물(목교, 출렁다리)을 설치해 이용객들의 체험 수요 증가에 따른 다양한 탐방노선을 구축할 것이고 차세대 힐링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온전한 나만의 공간’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다. 지금의 영양은 온전히 나만을 느끼고 충분한 내 시간을 가져보는 정적인 공간, 빌딩 숲이 막아 왔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 휴대폰은 잠시 내려놓고 자연속에서 삶의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적인 이미지가 확립되기 위한 희망찬 변화를 꿈꾸고 있다.

2024-07-28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장마가 오락가락 땡볕 더위가 시작되는 대서(大暑)가 지나고 폭염이 전국을 뒤덮는다. 체감온도가 35℃ 이상이면 폭염특보인데 경주와 감포는 36℃를 넘었다. ‘대서에는 염소 뿔도 녹는다’지만 대단한 삼복더위다.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20일, 그런데 올해는 중복에서 말복까지가 20일인 월복(越伏)이라 더위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측되어 더위와의 전쟁은 절정에 닿는다.74년 전 북한이 중국, 소련의 비호 아래 조용하던 삼천리 무궁화 금수강산을 남침하여 쑥대밭을 만들며 3년간 피를 튀기면서 UN 참전과 인천상륙 작전, 중공군 개입 등 외세가 이 나라 운명을 쥐고 있었다. 마침내 휴전안이 나왔으나 정작 우리는 참석하지 않은 채 유엔-중국-북한의 3군 대표가 정전협정에 서명한 날이 7월 27일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사령관에게 전작권을 이양했던 탓이리라. 그리고 3개월 내에 평화협정을 맺어야 했는데 군사분계선이 설정되고 비무장 지대 DMZ가 만들어지고 아직까지도 남북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정전(停戰)과 휴전(休戰), 그 의미는 어떻게 다르며 종전(終戰)은 언제 이루어질 것인지…. 1953년 7월 27일에 이루어진 것은 정전협정(ceasefire)인데 38선이 휴전선이 되어버렸고 우리는 휴전협정(armistice)이라 부르고도 있다. 정전은 전쟁 중인 국가들이 전투를 일시 멈추는 것으로, 국제적 개입이 있는 것이 보통이고, 휴전은 당사국 간 협상으로 전쟁을 멈추는 것이라는데 국제법상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전쟁상태인 것에 유의해야 한다.북한은 2013년 정전협정 파기 선언을 한 바 있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며 남북정상회담 등을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뭉개져 버린 상태다. 2020년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최근에는 휴전선 전역에 지뢰매설, 철책 보강을 하는 사실도 보고된다. 또 잠시 뜸하던 북한오물 풍선도 다시 날려보내고 벌써 10번째이다. 그래, 휴전상태. 전쟁을 잠시 쉬고 있을 뿐 아직 끝나지 않았다.전쟁으로 모두 171만여 명의 사상자를 내었고 민간 피해도 남북 250만, 이산가족 1000만 명이 발생했다. 이러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딛고 남한은 2018년 ‘30-50클럽’이 되었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높였다. 작년 포브스 선정 세계 6대 강국이 되었고 군사력도 세계 5위에 올라섰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지난주 24조 규모의 체코 원전도 프랑스를 제치고 수주하였다. 그러고 보니 27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는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데 우리나라는 총 21개 종목에 선수 143명을 포함하여 260명이 파견되어 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목표로 마음을 다지고 있다.이러한 국력을 밑거름으로 남북한은 전쟁을 끝내는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어 민족 번영에 한뜻이 되어야 하는데 북한의 태도가 걱정이다. 장자(莊子)는 “형제는 수족이라 끊어진 경우에는 잇기 어렵다(手足斷處 難可續)”고 했다. 남북 형제가 인연을 끊었으니 서로 잇기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제 서로 마음 열고 두 손을 맞잡아 분단을 넘어 통일국가로 세계에 우뚝 서는 그날을 만들어 가자.

2024-07-25

민심이라는 것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민심’을 들먹인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도 자주 인용한다. 그야말로 아전인수로 필요할 때마다 끌어다 쓰는 게 민심이란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심을 얻은 자가 천하를 얻었다’는 말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민심이 반드시 옳다’는 말이 되지는 않는다. 과연 인류의 역사가 민심에 따라 옳은 방향으로만 흘러온 것인지 생각해 보면 알 일이다. 오히려 변덕스럽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부화뇌동하기 쉬운 것이 민심이다.민심이란 곧 여론이다. 정보화시대인 요즘은 여론조사에 의해 민심은 수시로 계량화된다. 국민의 투표에 의해 정권이 결정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란 여론전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론을 주도하는 세력이 승자가 된다. 일찍이 민심의 속성을 간파하고 선전·선동으로 민심몰이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가 히틀러의 나치다. 독일 국민들은 히틀러에 열광하면서 파탄의 구렁텅이로 휩쓸려 들어갔다. 한때 낙농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도 석유 수출로 풍요를 누렸던 베네수엘라도 부실한 나라로 전락해서 빈곤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은 민심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의 결과이다.얼마 전에 치른 우리나라의 총선에서도 민심이란 게 얼마나 허접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수많은 범죄 혐의로 법원과 검찰청을 제집처럼 들락거리는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는가 하면, 파렴치범으로 2심까지 유죄 확정을 받은 조국이 만든 당을 비례로 12석이나 차지하도록 표를 준 것이 바로 민심이었다. 대학생 딸을 개인사업자로 탈바꿈시켜 ‘사기 대출’을 받은 경기 안산갑의 양문석 후보나, ‘이화여자대학생 미군에 성(性)상납’ 주장이나 위안부 피해자들을 ‘성적 노리개’로 비하하는 등 음담패설 수준의 망언을 일삼은 경기 수원정의 김준혁 후보를 반듯한 상대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시킨 것도 민심이었다.지난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대표가 되었다. 그만큼 우파의 민심이 한동훈에 쏠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 드러난 그의 인성이나 정체성에 불안한 면이 보였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가 수차례나 보낸 문자를 ‘씹은’것에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보였고, 적폐청산을 명목으로 보수궤멸을 꾀한 문재인 정권 초기가 자신의 화양연화였다고 한 것과 총선후보의 공천에서 좌성향을 보이는 등 정체성에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그러나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 총선에 패배한 후에 그가 한 “민심은 언제나 옳다”는 말이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과 조국이 이끄는 당에 압도적인 의석을 몰아준 민심이 정말 옳았다는 것인지, 자신도 그런 민심의 향방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또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민의 눈높이’도 어느 국민의 어떤 눈높이를 말하는 것인지, 그래서 결국 당을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은 노파심일까.

2024-07-25

죽어가는 소나무, 이대로 둘 텐가

홍석봉 언론인 대구 근교 산들이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대구~성주 간 국도변 소나무 숲이 재선충 피해가 크다. 필자는 한 달에 2~4차례 성주에 있는 시골집을 찾는다. 대구∼성주 간 국도변은 장관을 이루는 벚꽃길 등 4계절 피고 지는 각종 꽃과 나무들이 국도 이용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달성군 다사면 대구~성주간 국도변 야산에 갈색으로 변해 말라 죽는 소나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최근엔 고사목이 발견되는 지역이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국도변 곳곳의 소나무들이 재선충에 감염돼 흉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방치되고 있다. 소나무 고사목이 자꾸 느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마치 내 몸의 일부가 상처를 입은 느낌이 든다. 지구의 허파이자 생명의 숲이기도 한 귀중한 산림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고통이다.이곳뿐 아니다. 대구·경북의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하다. 얼마 전 지역의 한 환경단체는 경북 일부 지역은 확산을 막기 어려운 정도로 감염이 광범위하다고 경고하며 당국의 대응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녹색연합은 지난 4월 영남 동해안 권과 낙동강 인근 지역 중심으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상태가 심각하다고 발표했다. 경북 포항·경주·안동시와 성주·고령군 등은 확산을 더는 막을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어떤 곳은 멀쩡한 소나무 숲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오랫동안 방치된 고사목도 적지 않다. 10년 내 전국소나무의 78%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전문가들은 감염 지대가 길고 넓게 퍼져 방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현재 당국이 방제를 아예 않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만큼 상황이 악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재선충병 확산 초기 방제 시기를 놓친 탓이 크다. 점점 재선충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는 기후변화도 피해 확산의 한 요인이다.재선충은 1㎜ 안팎의 실처럼 생긴 선충(線蟲)이다. 소나무가 재선충에 걸리면 100% 말라 죽는다. 소나무에는 치명적이다.산림청에 따르면 소나무와 잣나무 등 소나무 숲은 우리나라 산림의 27%를 차지한다. 환경, 문화, 휴양 등 연간 71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2540억원의 임산물을 생산한다. 대표적인 것이 울진 금강송과 울진·영덕의 송이 숲이다. 재선충 피해목을 잘라내면 산사태 우려가 커진다. 잘라 내 쌓아놓은 나무는 산불 발생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이래저래 손실이다.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멸종되다시피한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방제작업이 성과를 내 소나무 숲이 어느 정도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예산과 노력이 들겠지만 애써 가꾼 소나무를 베어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상시 예찰과 신속한 방제작업으로 추가 피해는 막아야 한다. 대구∼성주 간 국도변 소나무 숲도 하루빨리 싱싱한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2024-07-25

여권의 현안, ‘국민눈높이’에서 해법 찾아라

윤석열 대통령이 그저께(24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것은 여권 화합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취임 첫날에 당정 회동자리를 만들어 소통을 시도한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윤 대통령은 만찬도중 ‘우리 한동훈 대표’라며 친근감을 여러 차례 나타냈고, “당내 선거는 끝나면 다 잊어 버려야 한다”며 당정단합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자”며 화답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마주 앉아 식사한 것은 지난 1월 29일 오찬 이후 177일 만이다. 두 사람은 조만간 독대 자리를 마련해 한 번 더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만찬회동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간의 관계 개선에 대한 발판은 마련됐지만, 핵심현안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차는 여전하다. 윤 대통령이 껄끄러워하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다. 한 대표는 제3자(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채 상병 특검법을 제안했고, 제2부속실 설치를 건의할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의 의사결정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신념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심기가 불편할 수 있다.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당정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민심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이 지금 특검과 청문회를 남발하며 폭주하고 있지만, 민심의 역풍을 맞으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 국민눈높이에서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막 나가는 야당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과 같은 탄핵정국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충돌하면 정권이 붕괴될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 탄핵위기를 극복하고, 차기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2024-07-25

대구 오는 AI반도체 기업, 대구 미래 밝힌다

홍준표 대구시장 체제의 민선 8기 들어 대구시는 반도체를 대구 5대 미래산업으로 선정했다. 5대 미래산업은 모빌리티, 로봇, 헬스케어, 반도체, ABB산업 등이다. 섬유와 자동차 부품, 기계 등 전통산업 중심에서 벗어나 대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5대 미래산업을 선정한 것은 대구의 미래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대구시는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대구 수성 알파시티를 소프트웨어 집적단지로 키워 관련 기업의 입주가 늘고, 전문 인력양성을 위해 지난 5월 경북대가 반도체 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된 것 등은 성과라 할 수 있다.제2의 판교 테크노밸리로 키운다는 목표 아래 대구 수성 알파시티에 현재 SW, IT 등 관련기업 100여개가 입주해 있는 것도 큰 변화다.대구시가 이틀 전 퓨리오사AI, 딥엑스 등 국내 AI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기업들과 국산 AI반도체 산업 육성 및 대구시 반도체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AI반도체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 초전력으로 실행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글로벌 AI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주요국이 이 분야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앤비디아는 그래픽 처리장치(GPU)에 기반한 AI반도체를 생산해 세계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1위를 고수하고 있다.대구시와 협력키로 한 퓨리오사AI, 딥엑스, 모빌린트 등 6곳은 GPU보다 속도는 더 빠르고 전력은 덜 소모하는 NPU를 개발하는 업체로 글로벌 팹리스 기업으로 장래가 유망한 기업들이다.대구시는 이러한 기업의 첨단기술을 지역산업과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또 산업화시키는 과정에 예산도 지원할 예정이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반도체 등 미래 신산업은 대구의 경제지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특히 신공항 건설과 맞물려 대구의 경쟁력을 높일 미래산업이란 측면에서 비상한 관심이 간다.대구시의 보다 세밀한 준비와 계획으로 더 많은 유망 벤처기업들이 대구로 찾아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4-07-25

삼겹살 만찬

우정구 논설위원 삼겹살은 돼지고기의 한 부위로 살코기와 비계층이 세 번 겹쳐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비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삼겹살 소비도 늘었다 한다.돼지고기의 여러 부위 중 삼겹살이 가장 인기를 끈 이유는 삼겹살 특유의 고소한 맛 때문이다. 삼겹살은 구울 때 기름기 부분이 녹아내려 고기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쌈채소, 쌈장, 김치, 마늘 등과 함께 먹으면 풍미를 더욱 진하게 즐길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다.구이, 찜, 볶음, 찌개 등 다양한 방법으로도 조리할 수 있어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 음식으로 취급받는다.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도 좋다. 그러나 지방 함유량이 많고 칼로리가 높아 과식을 하면 비만이 될 수 있는 단점도 있다.3월 3일은 삼자가 겹쳐 ‘삼겹살 데이’로 통한다. 공식적 기념일은 아니지만 이날 만큼은 삼겹살을 찾아 먹는 사람이 많다. 한 여론조사에서 샐러리맨이 회식 때 가장 즐겨먹는 음식으로 삼겹살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삼겹살을 함께 구워먹으면 상대방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여기에 소주까지 곁들이면 소통도 잘 된다는 생각을 한다.한국적 정서에 맞는 서민 음식이라는 동질감이 작용한 탓은 아닐까 싶다.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 만찬을 가졌다. 만찬의 주 메뉴로는 삼겹살이 선택됐는데, 윤 대통령이 직접 골랐다고 한다.서민적 한국 음식을 통해 당정의 대화합을 강조한 의미라고 하는데, 정치가 먹는 것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25

호텔신라를 대구로 불러온 케이케이社

호텔업계의 거장이자 삼성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가 대구에서 문을 연다는 소식이다. 대구경북에서 97년째 에너지 사업을 벌이고 있는 케이케이(주)가 자신의 본사가 있는 중구 공평동 부지에 1800억원을 들여 호텔을 짓고, 브랜드와 경영은 호텔신라에 맡긴다는 것이다.호텔신라는 동성로와 최근 신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는 교동과 인접한 대구 심장부에 건립될 예정이어서 동성로 활성화 등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이 된다.대구시도 호텔신라의 대구 입점을 돕기 위해 원스톱 투자유치지원단을 구성, 호텔 설립에 따른 인허가 절차 등을 적극 돕기로 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침체에 있는 동성로 상권 부활의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케이케이사는 1927년 대구오일상회로 출발해 1949년 경북광유로 이름을 바꾼 순수 지역토박이 기업이다. 대구경북 납세번호 1호의 법인기업이다. 현재 박윤경 회장은 창업자 박재관 회장과 아버지 박진희 회장에 이어 3대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올 3월에는 대구상의 118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회장에 선출됐다.그는 본사 부지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호텔을 짓게 된 배경에 대해 “오랜 향토기업으로서 대구의 자랑이 될 수 있는 호텔을 건립해 그동안 시민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케이케이사는 창업 이후 교육장학 및 무료급식 등 사회공헌 활동도 많이 했다.특히 박 회장은 남다른 애향심으로 대구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상의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31년째 GRDP 전국 꼴찌를 하고 있는 대구경제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이번 호텔신라와 케이케이사가 협약을 맺은 것도 이런 애향심의 발로로 봐야 한다. 건전한 기업가 정신이란 기업 발전과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다. 기업의 혁신적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는 지역이 발전 가능성도 높다.케이케이사와 협약을 통해 대구에 입성하는 호텔신라가 순조로운 진행으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성과를 냈으면 한다.

2024-07-24

우천시는 내비게이션엔 안 나와요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우천시엔 체육관에서 모입니다’. 유치원생 아들의 가정통신문을 받은 엄마가 교사에게 전화를 했다. “우천시가 어디죠? 내비게이션에는 안 나오네요.” 雨天時(시)의 시(時)를 시(市·도시)라고 이해한 것이다.“이번 박물관 견학 때 중식을 준다던데 우리 아이는 기름기 많은 음식을 싫어하니 담백한 한식으로 주시면 안 될까요?” 이는 점심식사를 의미하는 ‘中食’을 ‘중국음식’으로 오해한 결과인 듯하다.드물지 않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한단다. “선생님, 사흘이 왜 4일이 아니고, 3일이에요?” 사흘의 ‘사’를 넷을 의미하는 사(四)라고 오해한 것일 터.지어낸 이야기 같지만,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가 털어놓은 실제 사례들이다.아주 조금 어려운 한자나 자주 사용되지 않는 순우리말 앞에서 문해력(文解力·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아이들이 많고, 어른도 적지 않다고 한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책을 읽으며 지식과 상식을 쌓고, 올바른 어법을 가진 어른들에게 언어 습관을 배우는 아동들이 줄어들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한국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이 10권 아래로 떨어진 건 이미 오래전이다. 책을 통한 학습으로 체화되던 문해력과 어휘력. 그게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는 건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은어, 비어, 속어와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해괴한 줄임말과 욕설 따위다. 한 나라 언어의 품격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의해 결정되고 유지된다.본관(本貫)을 물으면 “네?”라고 반문하고, ‘시나브로’가 “프랑스어인가요?”라고 묻는다. 이쯤 되면 실소를 넘어 할 말을 잃게 된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7-24

한동훈 의사결정의 유일한 잣대는 民心이다

23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친윤계의 강력한 견제속에서도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새 당 대표에 선출됐다. 한 대표는 당원 투표에서 62.69%,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63.46%를 얻었다. 당심과 민심에서 모두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원과 국민 모두 여권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신임 당 최고위원들과 낙선후보들을 초청해 만찬을 하며 화합을 다진 것은 잘한 일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한 대표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기대 이상의 국정성과를 낼 수도 있고,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이번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원희룡 후보를 지원한 친윤계는 노골적으로 한 대표를 견제하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배신의 정치, 김건희 여사 문자논란, 고의 총선 패배론, 공소취소 청탁 같은 상호 막말성 공방이 이어졌다. 선거가 끝났지만, 상당 기간 후유증이 따를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2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와 곧이어 닥치는 대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려면 당정이 하루빨리 후유증을 수습해야 한다. 당정이 ‘콩가루 집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야당의 탄핵 공세와 입법 폭주에도 맞설 수 있다.한 대표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최우선 잣대가 첫째도 민심, 둘째도 민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당한 가장 큰 이유는 자의든 타의든 ‘무서운 민심’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치현안에 대해 일차적으로 당 내부와 당정 간의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민심의 향방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발생하면,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한 대표가 당선수락 연설에서 “대통령을 자주 찾아뵙고 자주 소통할 생각”이라고 한 말을 꼭 실천해야 한다. 당정관계가 다시 파국으로 가면 한 대표에게도 차기 대통령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2024-07-24

인구 비상사태와 국가 이민정책

장규열 고문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저출산문제는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8개 가입국 가운데 ‘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 타이틀을 11년째 거머쥐고 있다. 가입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며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구 감소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대두됐다. 한국과 일본과 같은 선진화된 아시아 국가들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정책을 활용해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이다.캐나다는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인구감소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다. 다양한 기술이민 프로그램을 운영해 교육수준이 높은 젊은 이민자들을 유치한다. 이민자들은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성장을 견인한다. 캐나다 정부는 이민인구의 정착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이민자들이 나라에 빠르게 융화되도록 돕는다. 호주 역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인구문제를 해결한다. 호주도 기술이민 프로그램을 활용해 필요한 산업인력을 유치하면서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를 동시에 달성한다. 호주는 이민자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인다. 호주를 매력적인 이민목적지로 만들고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이민정책을 펼친 사례이다. 2015년 난민위기 당시 약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하면서 이들을 경제와 사회에 통합하는 다양한 정책을 적용했다. 독일 정부는 난민들에게 언어교육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노동시장 진입을 용이하도록 지원했다. 국가적인 노동력 부족문제를 완화하였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구현하였다.우리는 어떤가. 한국은 인구격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의 성공사례들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한국은 적극적이며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은 고학력 기술이민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숙련된 전문인력을 유치하면서 경제성장을 함께 촉진시킬 수 있다. 국내 노동시장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빠르게 정착하도록 언어와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쉽게 정착할 수 있으며, 사회적 갈등도 예방할 수 있다. 이민자들을 위한 주거, 의료, 교육 등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이민자들이 적절한 삶의 질을 누리도록 배려해야 한다.한국은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민자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다문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중받고, 차별받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인구격감은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도전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이민정책에도 혁신적 변화를 기해야 할 터이다. 사람이 그득해야 나라가 산다.

202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