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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용악의 함경도 방언 시의 애환과 슬픔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이용악은 함경북도 경성 출생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소금장수를 하던 아버지를 연상하며 눈이 내린 날 쓴 ‘국경’이라는 작품은 이 민족의 슬픔과 애환을 노래한 뛰어난 시였다. 1937년 첫 시집 ‘분수령’을 내고, 이어 그 이듬해 두 번째 시집 ‘낡은 집’을 도쿄에서 간행했다. 이 두 시집에서는 나라를 잃어버린 예민한 한 지식인이자 시인의 감수성이 고도의 긴장으로 활과 리라의 활처럼 팽팽한 언어로 꾸며져 있다. 광복 후 조선문학가동맹의 시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간행한 ‘오랑캐꽃’에서도 그의 시작은 꽃을 피웠다. 그러나 북쪽 공산 치하에서 1956년 11월부터 조선작가동맹출판사 단행본 편집부 부주필로 일하면서 김일성을 찬양하는 등 해방전쟁의 투사로 전환한다. ‘원쑤의 가슴팍에 땅크를 굴리자’는 어마무시한 시어를 구사하는 혁명 투사가 되었다. 노동전투와 대남 혁명을 선동하는 언사로 아름다운 시인의 길을 접어버린 아까운 시인 가운데 한 분이다. 이용악의 고향 경성은 두만강을 경계로 육진이 설치되었던 여진과도 맞닿아있으면서 연해주로 이어지는 극동지역 이주민들의 통로였다. 조선조 말까지 결혼을 하고 머리를 기른 재가승이 있었으며 한화한 여진계의 사람들이 뒤섞여 살았던 곳이다. 이 지역은 변화의 물결이 두루 미치지 못하여 음운이나 어휘 면에서는 옛말을 많이 지니고 있다. 독특한 방언이 많이 남아 있는 이 지역을 방언학계에서는 ‘방언섬’이라 이르기도 한다. 특히 소리의 높낮이가 단어의 뜻을 구별해 주는 성조방언의 모습을 보여주는 면에서는 경상도 방언과 상당히 닮아있다. 모음은 ‘ㅣ, ㅔ, ㅐ, ㅡ, ㅓ, ㅏ, ㅜ, ㅗ’의 여덟이다.‘외’는 대체로 ‘ㅙ’, ‘위’는 [wi], ‘의’는 ‘ㅣ’로 발음된다. 회령, 종성 등지에서는 반모음 ‘ㅣ’[y]가 탈락한 ‘돟다, 덕다, 탁실하다’와 같은 방언이 쓰인다. 북부의 회령, 종성, 온성 등지에서는 순자음 아래의 ‘ㆍㅗ’ 변화가 현저하다. ‘모디(마디), 몯아바니(큰아버지), 볿다(밟다), 볼써(발써), 뽈다(빨다)’ 등의 예들이 보인다. 함경도 방언은 중세국어의 ‘ㅸ’‘ㅿ’‘ㅇ’은 대부분 ‘ㄱ’ ‘ㅂ’‘ㅅ’으로 나타나 경상도 방언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갔단다/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구름이 모여 골짝골짝을 구름이 홀로//백 년이 몇 백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오랑캐꽃/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두 팔로 햇빛을 막아줄게/울어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이용악의 ‘오랑캐꽃’을 읽으면 육진 지역에 혼거하는 여진족을 떠올리며 애상에 잠긴다. 빙 돌아서 흐르는 샘물인 ‘도래샘’, 벼처럼 생긴 띠로 엮은 지붕의 ‘띳집’, 돌 몇 개를 고아놓은 가마솥인 ‘돌가마’, 털로 된 신발인 ‘털메투리’. 이 모든 풍경과 물상은 여진족의 일상의 모습이다. 경성은 두만강을 건너면 ‘우라지오 바다’에 면하고 ‘아라사 벌판’으로 그리고 간도로 진출하는 관문인 국경 마을이다. 이용악의 시는 이별로 분열되는 변방에서 이향과 귀향의 악순환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어둠과 고통을 몸으로 체험한 기록이다. “땀내 나는/고달픈 사색 그 복판에/소낙비 맞은 허수애비가 그리어졌다/모초리 수염을 꺼리는 허수애비여/주잖은 너의 귀에/풀피리 소리마저 멀어졌나봐” 이용악의 ‘소낙비 맞은 허수애비’에서 ‘허수애비’, ‘모초리’, ‘주잖은’과 같이 간간히 섞여있는 함경도 방언은 떠나온 고향이 못내 그리운 실향민의 슬픈 모습이 보인다. 그의 시집 ‘분수령’의 ‘만추(晩秋)’에서는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선 유민들의 암담한 비애와 고통의 심도를 전해준다. 그의 ‘두메산골 1’은 함경북도의 전통적인 풍물과 향토색 짙은 두메산골의 냄새에 물씬 젖어들게 한다.‘물구지떡 내음새’라든가‘썩달나무 썩는 냄새 유달리 향그러웠다’라는 향토의 방언으로 “주인장은 매사냥을 다니다가/바위틈에서 죽었다는 주막집에서/오래오래 옛말처럼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용악의 또 다른 절창인 ‘전라도 가시내’라는 시에서는 이향에서 만난 전라도 가시내에 대한 애틋한 동족의 의식, 식민과 함께 밀려든 역사의 무상함, 반전된 역사적 현실 앞에 좌절된 연민의 정을 각기 다른 방언으로 토로하고 있다. 아름다운 시인이 이념의 권좌 앞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친일과 김일성 혁명의 붉은 깃발의 프로파간다로 무너져 버린 이용악은 애달픈 시인이다.

2024-09-09

중세 유럽의 풍운아 카를 5세

“비나이다! 비나이다! 터줏대감님께 비나이다! 검은 시루 앞다리 선각에, 뒷다리 후각에 태산같이 삼시하고, 아무쪼록 박씨 가문 말끝마다 향내 나고, 웃음마다 꽃이 피고, 낮이면 물을 맑히고, 밤이면 불을 밝혀 앉아서 삼천리, 서서 구만리를 돌보아 주소서!”(하략) 장독대 정화수 바쳐놓고 발복(發福)을 빌던 우리네 어머니들이 즐겨 하던 고삿말이다. 행운이란 기적과도 같은 것, 신에 의지해서라도 잡고 싶은 게다. 핏줄끼리 통혼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람들을 아래턱이 몇 센티미터씩 돌출되는, 합죽이로 진화(?)를 거듭하였다. 악과 선 사이를 줄타기하며 600년 이상을 버텼다. 여기에 가톨릭이라는 불멸의 영혼, 희망을 카테고리로 기생하면서 편의에 의해 이용되거나 또 폭력에 정당성을 뿌리내린 채 당당하게 살아날 수 있었다. 1230년대, 에스파냐 카스티야이레온 왕국이 지중해를 장악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베리아반도가 한 국가로 통일되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카스티야이레온 왕국의 이사벨 공주와 이베리아 동부와 지중해의 코르시카, 시칠리아, 이탈리아반도 허리까지 차지하던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가 혼인함으로써 연합 국가의 가톨릭 왕들이 태어났다. 도미니크 수도원을 중심으로 전개된 종교재판만을 합동으로 운영하면서 각기 다른 주권과 정치체제로 국가를 운영했다. 국토 회복 운동 ‘레콘키스타(통일 에스파냐)’, 즉 이슬람교도와 전쟁에 힘이 두 배로 비축된다. 이들은 이베리아반도에 하나 남은, 베르베르인이 지배했던 그라나다 나스르왕국(알람브라 궁전)을 1492년에 멸함으로써 역사에서 사라지게 했다. 오스만제국에 의해 실크로드가 가로막히자, 시선을 바다로 돌리면서 신대륙 발견이라는 대항해시대로 접어든다. 이때 콜럼버스에게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가 바로 카스티야이레온 왕국의 이사벨 여왕이다. 15세기, 유럽대륙 서쪽, 이베리아반도에서 지독한 가톨릭 제국 에스파냐가 식민지 아메리카 대륙에서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는 황금을 바탕으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었다. 때를 같이하여 세력균형을 맞추려는 듯 동쪽에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기력이 충만을 더해가고 있었다. 합스부르크 왕가 막시밀리안 1세(1459~1519년)가 아버지 프리드리히 3세의 제위를 물려받기는 했지만, 당시 나라의 제정 상태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제후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고, 더구나 프랑스의 군주들까지 왕왕 시비를 걸어왔다. 한꺼번에 해결할 대단원의 반전이 필요했다. 군사와 자금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하늘은 합스부르크 편이었다. 당시 프랑스와 날을 세우던 부르고뉴, 즉 지금의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지배하는 왕국의 대공 카를의 무남독녀인 상속녀 마리를 아내로 얻었다. 그녀는 누구나 군침을 삼키는 행운의 여신이었다. 네덜란드 영토를 결혼지참금으로 가져와 남편 막시밀리안 1세에게 안기자 유럽 최고의 상업 중심지를 확보하면서 날개를 단다. 이렇게 되기까지 매우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다. 부르고뉴 공국 카를은 로렌 공작과 벌인 낭시 전투에서 전사하고, 상속녀 마리마저 감금당하고 말았다. 이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프랑스 루이 11세가 마리를 자기 아들 샤를과 결혼시키기 위해 군사를 몰아왔다. 그러나 카를 대공이 죽기 전에 유언을 남긴다. “마리와 막시밀리안 1세와의 결혼은 반드시 성사시켜라!” 평생의 정적 프랑스에 결코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막시밀리안 1세는 재원도 부족했을뿐더러 헝가리 왕 마차시 1세가 호시탐탐 노리는 중이라 군사를 움직일 여력이 없었다. 이때 상속녀 마리는 얼굴도 본 적 없는 미래의 신랑 막시밀리안 1세에게 일생의 도박을 건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보물을 보내 그를 도왔다. 막시밀리안 1세는 그 보물을 이용해 용병을 고용해 마리를 구출하고 프랑스를 물리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사랑을 쟁취하면서 동시에 신성 도이칠란트의 왕좌에 오르자, 명실공히 유럽 최고의 권력자로 부상한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중세란 터널을 지나면서 잉글랜드와 에스파냐와도 손잡아 앙숙 프랑스의 기운을 뺏다. 에스파냐와 합스부르크 이 두 제국은 국고를 낭비하고, 나라를 피폐하게 만드는 전쟁보다는 현명하고 합리적이며 평화적인 방법을 선호했다. 제국의 굳건한 동지는 사촌보다 사돈이 더 좋다. 막시밀리안 1세와 마리와의 사이에 남매를 두었다. 황태자 필리프(미남공)과 공녀 마르가레테가 그들이다. 그리고 당시 에스파냐에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 1세의 장남 후안과 둘째 딸 후아나가 미혼이었다. 이들 두 제국은 겹사돈으로 유럽을 동서로 연결하며 경사를 맞는다. 미남공 필리프와 후아나 사이에 난 아들이 세기의 풍운아 카를 5세다. (계속)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4-09-09

울릉군의회 민생불편해소인가 힘의 논리인가…현재 대한민국 국회를 보는 느낌

경북부 김두한 기자 울릉군의회가 재정지원금의 투명성·적정성, 대중교통의 건전한 육성·지원을 위해 '대중교통운송사업의 재정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 조례안 심사에서 울릉군의원 7명 중 3명이 반대 입장을 냈다. 울릉군 내 각급사회단체 17개 단체가 제고를 요청했다. 특히 대중교통이용 가장 많고 민원 발생이 잦은 북면지역 의원도 반대 의견을 냈다.  민생의 불편을 없애는데 누구든지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반대 여론이 있는 조례에 대해 합의도출이 아니라 숫자의 논리가 작용한 느낌이 들어 마치 현재 대한민국 국회모습을 보는 것 같다. 조례안 중 모순된 내용의 개선을 통한 대중교통의 건전한 육성보다  '규제를 위한 조례' 성격이 짙어 오히려 불편 더 가중시키고 대중교통이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울릉군의회 전체 의원들이 논의를 통해 좀더 건설적인 합의안을 만들어 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업자를 대변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당 이익추구는 절대 안 된다. 사업자도 혈세 낭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울릉도 관광발전을 저해하고 자가용이 없는 주민들의 발인 대중교통이 불편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선 이 조례안의 쟁점은 차량구입비를 사업자가 30%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울릉군의회가 조례제정의 합리성을 설명하면서 1년간(2022년 기준) 포항시버스 1대 당 1억7300여만 원과 울릉군의 8000여 만 원지원을 단순비교한데 대해 오류가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울릉군의 대중교통지원도 육지와 단순비교 해서는 안 된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 비탈길, 시멘트포장· 파손도로, 잦은 낙석, 월파 등 육지에 없는 교통환경 특성으로 차량 훼손이 심하다. 때문에 차량 내구연한(견딜 횟수)이 육지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다. 지금까지 차량을 전량 울릉군이 구매를 해줬다. 그런데도 차량의 부식이 심해 폐차수준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조례에서 사업자가 30% 부담한다고 명시한 것은 조례안 취지의 큰 모순이다. 이 조례안은 애초 차량 구매에 대해 50%를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했지만,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자 30%로 낮췄는데 마치 과거에는 사업자가 50% 부담했는데 울릉군의회가 30%로 낮춰 준 것으로 호도되고 있다. 차량을 전량 울릉군이 구매해주는 지금도 배차시간, 차량 훼손 등으로 많은 민원이 제기되는 데 제정조례 내용에 추가 지원은 없고 규제 및 사업자를 옥죄는  '갑질형 조례'성격이 짙다. 과연 서버스 개선을 통한 대중교통의 건전한 육성, 주민의 교통불편이 해소될 지 의문이다.   대중교통이 원활하고 편리하면 자가용 구입이 줄어들어 주차 대란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 또 관광객도 차량을 갖고 들어오는 것보다 대중교통이 편리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울릉도 교통발전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이 조례가 대중교통 건전육성, 주민의 불편을 없애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용자가 더 불편하고,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울릉군의회가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24-09-09

시도민 염원 TK 행정통합 불씨 다시 살려야

지난달 논의를 중단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가 정부의 참여로 다시 논의의 장이 마련돼 주목된다. 지난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 김민재 행안부차관보 황순조 대구시기획조정실장, 김호진 경북도기획조정실장 등은 모임을 갖고 논의가 중단된 TK 행정통합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모임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도해 통합방안을 논의하되 통합자치단체의 종류와 광역. 기초단체 간 관계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지방시대위가 논의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결국 대구시와 경북도가 쟁점으로 삼았던 부분에 대해 정부가 간여해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장기과제로 넘어갈 뻔한 TK 행정통합의 불씨가 살아날지 주목된다.행정통합은 시·도민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99% 합의가 이뤄져도 1% 때문에 실패할 수 있는 문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역의 숙원이자 시·도민의 염원인 통합에 대해 90%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통합청사와 시군권한 문제로 합의가 결국 불발됐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응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정체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필사적 조치다. 특히 대구와 경북 젊은이의 미래를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임에도 이해관계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을 계기로 대한민국 행정체제 전반의 변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지자체의 권한을 광범위하게 부여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이룩하는 데 대구경북을 성공 사례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부산권·충청권·호남권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대구경북이 합치면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다. 대구시가 밝힌 기대효과에서 대구경북은 일자리, 인구, GRDP, 사업체 수 등에서 적게는 2배 많게는 8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대구경북의 통합이 지역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공동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이번에 다시 논의를 재개한 것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는 뜻도 있다.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2024-09-08

분노를 조절하는 색다른 방법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내가 사는 청도의 이번 여름철 강우량은 예년과 비교해 적은 듯하다. 비는 잦게 내렸으나, 전체적인 강우량은 상당히 부족해 8월에는 마당의 잔디와 텃밭에 이틀에 한 번꼴로 물을 줘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선지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8월 초에 얼굴 내밀어야 할 상사화(相思花)가 8월 하순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 무슨 해괴한 노릇인가?! 해마다 초봄이면 진초록 이파리 내보내고, 8월 초가 되면 어김없이 화사한 연분홍색 꽃을 피워냈던 상사화다. 그것도 무려 10년을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서. 더욱이 진초록 이파리가 그 세(勢)를 불려 올해는 여느 해보다 풍성한 상사화를 보리라 남모르게 고대하고 있던 터에 얼굴마저 내밀지 않는 꽃을 기다리는 아쉬운 마음만 깊어가는 것이다. 그러다 홀연 하나의 생각이 찾아들었다. ‘필시 수분부족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그래서 8월의 전반적인 강우 상황을 돌이켜보다가 무릎을 친다. 그렇다. 비가 적으니 토양 속으로 스며들 수분의 총량이 줄어든 것이고, 꽃을 피워 올릴만한 내적인 동력이 고갈된 것이다. 그날부터 나는 상사화 이파리 나온 곳을 찾아서 듬뿍 물을 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1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20mm 가까운 단비가 우리 동네를 찾아왔다.‘이번 비가 필경 개화를 촉진할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혼잣말한다.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비록 단 두 줄기였지만, 상사화 꽃대가 곧게 올라오더니 시원스레 하늘로 몸을 여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반가울 데가 있나, 하고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 아는 이들에게 전송한다. 그와 함께 짧은 글을 지어 블로그에 올리고, 동창회 밴드나 카톡에도 부지런 떨면서 늦었지만 반가운 상사화의 개화를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진을 받았거나, 블로그에 실린 글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천만뜻밖이었다. 뭐, 그만 일로 수선을 떨 필요가 있느냐, 하는 식의 시큰둥한 표정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 소주(蘇州) 한산사(寒山寺)에서 만났던 당나라 시인 장계의 ‘풍교야박(楓橋夜泊)’에 감동하여 수많은 사람에게 카톡으로 알렸던 상황이 반복된 셈이다. 기막힌 한시(漢詩)를 보내줘서 정말 고맙네, 잘 읽었어, 하고 답장 보낸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오래도록 혼잣말한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게다. 뭐, 대수롭지도 않은 걸 가지고 호들갑인가?! 나이값도 못하고서, 쯧쯧…. 사정이 이럴진대, 나름의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 십인십색 각양각색 아닌가. 각자도생의 시간대라니, 각자 제멋에 겨워 사는 것이리. 해와 달도, 별과 우주도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사는 사람들이 주인인 세상에서 특별한 일도 아닌 게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나 아닌 사람은 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누구도 나와 같은 느낌, 생각, 취향, 기획, 판단 같은 걸 공유하지 않는다. 모두 이상한 사람들이야, 생각하면 서운하지도 화가 나지도 않을 터. 억제키 어려운 분노를 조절할 때 활용해보시기 바란다.

2024-09-08

뜨거운 감자…정년 연장

우정구 논설위원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보험 의무가입 상한연령을 64세로 올릴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정년연장도 동시에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있다. 현재 정년 60세를 그냥 두고 보험료 납입기간을 64세로 올릴 경우 보험료를 납부할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보험료 의무가입 연령과 정년이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야 공적제도인 연금제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 은퇴 후 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연금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안이라는 뜻이다. 노동계는 이와 관련 “연금과 정년의 사다리가 끊겨 노후소득 보장장치가 없으므로 정년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년연장이나 퇴직후 재고용의 방법으로 소득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년퇴직제는 본래 인적자원의 신진대사와 업무 능력 효율화에 있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령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노동시장의 판도가 과거와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인구감소로 생산인구는 줄어 고령인구의 재고용 필요성이 높아진 게 현실이다. 다만 정년연장이 기업의 부담 증가뿐 아니라 젊은층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역효과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연령을 이유로 강제 퇴직하는 것을 연령차별로 간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1967년부터 관련 법이 만들어졌다. 노령인구가 많은 일본은 65세로 정년을 연장했고 70세까지 계속 고용을 권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40%)이 가장 높은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면 정년연장의 당위성은 높은 편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년연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어떨까. 관심이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4-09-08

‘올 추석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는 상인들

5일 후 추석연휴가 시작되지만, 시장상인이나 자영업자들은 대목경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고금리와 불황 터널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가계가 빠듯해진 서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동해안의 대표적 수산물 상설시장인 포항 죽도시장 상인회는 “올해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다. 전통시장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경북매일신문 기자가 지난주말 포항지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취재했더니, 한가위 대목장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고 한다. 죽도시장에서 문어를 팔아온 한 상인은 “올 추석에는 예년에 비해 단체주문이 확 줄었다”고 했다.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지역기업들이 매년 해왔던 추석선물을 줄이거나 없앤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항 철강공단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난 설까지만 해도 직원선물용으로 10만 원 상당의 선물 150여개를 주문했지만, 올 추석엔 5만원 짜리 70개만 주문했다”고 했다. 포항상공회의소가 지난달 관내 90개 업체를 대상으로 추석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 ‘사정이 나아졌다’고 응답한 곳은 5.6%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중소기업 93%가 ‘지난해 추석 때보다 자금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국민은 추석을 가장 풍성한 명절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적은 수입으로 근근이 가계를 꾸려오면서 지갑이 텅 빈 서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하나같이 마음이 무겁다. 정부가 최근 신용카드 사용을 늘리거나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고, 회사 명절선물에 10만원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서민이나 상인,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명절은 특히 취약계층에겐 평상시보다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많이 느끼게 한다. 이번 추석에는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지자체에서 특별히 신경을 쓰길 바란다.

2024-09-08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개선(改善)을 국어사전에서는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듦’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잘못된 것을 고치는 개선 그 자체에만 목표를 두지 않고 개선된 결과가 오래 ‘유지관리’되도록 하는데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유지관리’된다는 것은 멈춰 있는 것을 의미하며 기업의 강점이 아니라 개선점이 되는 것이다. 현상 유지가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이 조직을 포함한 프로세스, 제품 또는 서비스에 수반될 때 조직은 변화되고 강건한 기업이 된다. 이 지속성은 일을 시작하고 나서 완료하는 데 까지 꼭 필요한 성공의 핵심 에너지원이다. 그래서 은나라 시조인 성탕 임금은 반명(盤銘)에 날이 갈수록 새롭게 발전하는 모습을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인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又日新)’이란 글을 새겨 놓고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신우일신’의 의미가 내포된 지속적이면서 머무름 없이 깨어있는 발전적 노력은 기업 진화 발전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제한된 자원을 기술력으로 무한하게 ‘일신우일신’한 사례는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1970년대 기술로는 대륙붕 연안에서만 석유 생산이 가능했고, 탐사 기술도 초보적 수준이었으며, 시추도 기술이 없으니 산업의 핵심 자원인 석유가 20년이면 고갈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심해에서도 석유를 캐내고, 파도가 거친 유럽의 북해 유전에서도 채취되며 대륙붕이 아닌 바위틈 사이에 있는 가스와 석유를 녹여서 캐내는 시대이다. 즉 새로운 자원이 ‘일신우일신’된 기술에 의해 고갈되지 않는 자원을 더 값싸게 이용하고 있으며 기업은 안정적으로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각광받는 것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에 의해 점점 생산 원가가 낮아지면서 대중화되고 있는 영향에 기인하는 것이다. 벨기에 왕실 산하 기관인 안트베르펜 다이아몬드 센터(AWDC)에 따르면,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 비용은 2008년 캐럿당 4000달러에서 2018년 300~500달러 정도까지 줄어들었다.‘블러드 다이아몬드(분쟁 지역 다이아몬드)’ 같은 원산지 논쟁에서도 자유롭고, 채굴하는 방법 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부분도 강점이니 처음의 성과에서 머무르지 않고 ‘일신우일신’한 결과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높여 놓은 것이다. 이렇듯 늘 새롭게 변화하고 최고의 효율을 견인하는 핵심은 지속성이며, ‘안되는 이유가 논리 정연한’ 조직은 밀어내고, ‘안되는 이유 보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는 조직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무려 37.2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의 신체도 매일 0.025%의 세포를 교체한다고 하니, 오늘 하루도 내 몸에서 약 930억 개의 세포가 죽고 그만큼이 새로 생겨나는 것이다. 약 11년이면 거의 모든 세포가 새롭게 교체되는 생존의 신진대사를 하는 동안에 나 자신은 날로 새로워지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문자답해 볼 일이다.

2024-09-08

일제강점기 국적 논란을 끝내는 법

유영희 작가 내 책상 한쪽에는 ‘손바닥 헌법책’이 놓여있다. 딱 손바닥 크기인데, 손바닥보다는 얇다. 몇 년 전, 20권을 사서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던 책이다. 너무 작아 책꽂이에 꽂으면 파묻혀서 책상 위에 놓아두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자주 들춰본 것은 아니다. 그러다가 최근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국적 논란을 보면서 다시 펼치게 되었다. 맨 앞에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나오고, 뒤를 이어 1948년에 공포한 대한민국 제헌 헌법 전문과 1987년 개정한 대한민국 헌법이 차례로 나온다. 모두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한 달이 넘게 뉴스를 달구고 있는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국적 논란은 지난 8월 6일 새로 임명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독립기념관장 면접에서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답했는데, 10명의 후보자 가운데 최고점을 받았다. 그 때문에 각계 각층에서 김형석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당시 면접관도 비판하는 상태이다. 김형석의 뒤를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4일 KBS 라디오 ‘전격 시사’에 출연하여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평소 입장을 고수하는 발언을 하면서 지금은 건국절 논쟁으로까지 치닫는 상황이다. 건국절은 나라를 세운 날이라는 의미인데, 이때 나라는 1948년 대한민국정부수립을 의미한다. 이런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는 국적의 의미를 합의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국적이란 개인이 국가와 맺는 법적인 관계를 말한다. 개인이 특정 국가의 국적을 갖게 되면 그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보장받고 의무를 지게 된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일본 국적법을 조선에 적용하지 않았다. 만약 일본 헌법을 조선에도 적용하게 되면, 조선인에게 투표권도 주어야 하고 일본 국민으로서 보호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에게 주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일본 헌법을 적용받아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 국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제국에 의해 강제로 주권을 침탈된 상태를 일본 국적이라고 할 수 없다.‘21세기 정치학대사전’에 의하면, 1871년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프랑크푸르트 조약에서부터 국적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국적자유의 원칙’이라고 한다. 이에 의하면, 국적은 강제로 부여할 수 없다. 주권이 없다는 것과 일본 국적이라는 말은 동의어가 아니다. 일본은 일본 국적법이 아니라 조선 총독부가 만든 제령으로 조선을 지배했다. ‘제령’은 일본 천황의 재가를 받는 명령이기는 하지만, 헌법은 아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의하면, 제령 중 대표적인 것은 1912년에 제정한 ‘조선민사령’과 ‘조선형사령’이다. 일상에서 한민족을 지배하기 위한 법령들이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용어를 분명하게 쓰는 것이다. 지도층일수록 사회적으로 합의된 언어를 써야 한다. 그것은 건국절도 예외가 아니다. 1948년 이전에도 우리에게는 나라가 있었다.

2024-09-08

군사와 교통 요충지 상주, 대구 군부대 이적 최적지

강영석 상주시장 대구 군부대 이전에 대한 국방부와 대구시의 시계가 연말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도청과 혁신도시 유치에서 두 번 모두 차점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상주시민의 한과 열망이 군부대 유치로 달아 오르고 있다. 상주시는 3개의 고속도로가 관통하는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다. 지난 2022년 문경~상주~김천 중부선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서울 수서에서 상주까지 1시간 17분, 상주에서 거제까지 1시간 30분대로 연결될 전망이다. 게다가 동대구까지 KTX이음 직통 노선이 신설돼 50분대에 접근이 가능해진다. 철도가 개설되면 상주에서 전국 어디든 2시간대 연결이 가능하며, 중부 및 남부내륙의 산업벨트가 구축된다. 상주는 국난 때마다 전세를 역전시킨 격전지가 육군 전사에 가장 많이 실려 있을 만큼 군사적 거점 역할을 해온 전략의 요충지였다. 상주는 삼국시대 신라가 소백산맥을 넘어 서북 내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이자 배후기지였다. 삼국통일 이후 대몽항쟁 당시 지역민과 승려들이 힘을 모아 오랜 항전으로 나라를 지켜낸 상주는 줄곧 ‘호국보훈의 도시’로 숭고한 역사의 물줄기를 타고 왔다. 육전의 명장이자 ‘육지의 이순신’이라 불리우는 충의공 정기룡 장군의 얼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정기룡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군사적 요충지인 상주성을 탈환함으로써 전쟁의 판도를 바꾸며 임진왜란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칭송받는다. 이뿐 아니라 6·25전쟁 당시 한국군 단독 최초 승리전투인 화령장 전투가 벌어진 곳도 상주였다. 북한군의 불법 기습남침으로 후퇴를 거듭하며 수세에 몰렸던 우리 국군이 전쟁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인 전투가 ‘화령장 전투’다. 상주시는 교육발전특구 선정을 통해 미래교육도시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군부대 유치와 관련해 상주시가 가장 먼저 고민한 부분은 바로 교육환경 개선이다. 군인 자녀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지역 사립고등학교에 한민고의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명문학교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경북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2031년까지 358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교사ㆍ학생 주도형 방과 후 프로그램 확대 운영, 온마을 아이들 스쿨버스 운영, 청소년 복합문화시설 조성 등 미래교육 종합지원플랫폼 구축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교육발전특구로 선정돼 매년 60억원의 예산을 들여 24시간 거점형 돌봄 시스템 구축, 상주형 교육지원 모델 도입, 첨단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등 돌봄-교육-취업으로 이어지는 교육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상주시는 지난 7월 ‘한국형 화이트존’인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지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토지의 용도 제한을 없애고 용적률과 건폐율도 지방자치단체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융·복합적 도시 개발이 가능한 특례구역이다. 이에 따라 ‘국·공유지를 활용한 콤팩트시티 개발’을 목표로 대대적인 도시 재창조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콤팩트시티의 주요 구성 요소로는 복합문화센터, 공동주택, 비즈니스타운, 센트럴파크, 도로 등이 포함되며, 민자를 합해 약 5070억 원의 총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며, 총면적은 약 7만3000㎡에 이른다. 특히, 상주시는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역점시책으로 추진해 온 만화특화 상주시립도서관을 준공해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은 사업계획 단계부터 대규모 선형공원인 복룡 시민문화공원과 인접한 이점을 고려해 복룡동 일원에 건립했으며, 공원과 건축물 간의 적극적인 연계에 초점을 맞췄다. 시립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의 기능을 넘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향유하는 공간으로서 시의 대표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의 복합커뮤니티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 문화 갈증 해소를 위해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상주 문화예술회관은 총사업비 504억여 원을 투자해 2만8552㎡ 부지에 건축연면적 6972㎡, 650석 규모의 공연장과 전시실을 갖출 계획이다. 대구 군부대 이전지역이 확정되고 부대가 이전하기까지는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상주시는 외부의 시선으로 정주환경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함으로써 군인가족이 상주시에서 행복한 삶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2024-09-08

우리 땅 독도

김경아 작가 여명이 밝아온다. 바다 밑 대장장이는 밤이 새도록 풀무질로 쇳덩이를 달군다. 때를 맞춰 화로에서 불덩이를 집게로 꺼내 수평선 위로 밀어 올린다. 이글이글 타오르며 솟아오르는 저 불덩이, 해는 내 머리 위에서 떠올라 육지로 간다. 하루를 지나는 동안 저 붉은 해는 세상에 광명을 뿌리고 서해 수평선 아래로 진다. 한 치의 어김없이 동해의 새날이 밝아온다. 바위틈 옆에서 자맥질하던 주름진 파도가 하얗게 웃고, 먼 길 가던 철새들은 인사를 건넨다. 괭이갈매기는 아리랑 춤을 추며 푸른 바다에 하루를 띄운다. 밤새 해풍에 움츠렸던 명아주, 번행초, 해국, 소리쟁이, 땅채송화, 괭이밥, 방가지똥이 생기를 되찾는다. 어둑한 천장굴에 빛이 들면 독립문 바위의 당당한 위엄과 함께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육지의 모든 산은 저마다의 키재기를 한다. 봄이면 앞을 다투어 움튼 새싹들을 키우고, 여름이면 번영하고 가을이면 오색 옷으로 갈아입고 풍요의 축제를 벌인다. 비가 오면 물을 머금었다가 젖줄도 흐르게 한다. 이 산 저 산 제 나름의 멋으로 서로 어깨를 맞대고 등을 기대고 손을 맞잡았으니, 이름하여 금수강산이다. 나는 망망대해 홀로 섰다. 사방을 돌아봐도 보이는 것은 바다뿐이다. 나는 어쩌다 절해고도로 자리를 잡았을까. 왜 홀로 차디찬 외로움을 달래야 하는 것일까. 나의 외로움을 아는 걸까. 먼 길을 떠나는 철새들이 휴게소인양 내게로 와서 쉬어간다. 빗물마저 고이지 않는 열악한 내 봉우리에 바다제비, 슴새, 괭이갈매기가 서식하며 가끔 육지 산 이야기도 건네준다. 전선 줄 건너 건너 유유자적 거닐며 나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고요에 졸기라도 할까 봐 상모솔새, 솔잣새, 매 솔개 무수리는 내 머리 위를 맴돌며 지친 어깨를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내 외로움의 반경은 넓다. 품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괭이갈매기는 초록의 알을 품고 이 곳에서 터를 잡는다. 흰배지빠귀, 검은 딱새, 노랑턱 멧새도 내 머리 위를 맴돌다 한 자락 노래를 뽑는다. 내 뿌리 깊은 곳에서는 돌기해삼, 개볼락, 파랑돔, 도화 새우가 머문다. 나는 동해 한 가운데 있기에 가장 작지만 가장 큰 해양영토를 지녔다. 척박한 환경에서 일궈온 바다의 수려한 경관과 땅의 가치, 육지와 동등한 주권이 미치는 공간 속에 수많은 광물과 자원이 도사리고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산봉우리는 비록 작지만 내가 품고 있는 영토의 잠재가치는 어떤 도량형으로도 가늠할 수 없다. 내 고독의 깊이도 동해만큼 깊다. 나의 가치는 무진장이다. 돈으로 환산한 가치는 계량일 뿐이다. 내가 있기에 대한민국의 해양영토가 동해로 뻗는다. 안전한 바닷길이 동북으로 열린다. 국제정세, 전략적 효용, 어느 모로 보나 내 몸값은 여느 섬과 비할 수 없을 만큼 가치가 높다. 그러니 탐욕의 무리가 어찌 호시탐탐 야욕을 드러내지 않겠는가. 나는 칼에 피를 묻히기를 좋아하는 야만족의 땅이 아니다. 대포를 앞세워 위협하길 좋아하는 불곰족의 땅도 아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설계하는 사람들, 일한 만큼 얻고 남으면 남과 나누는 사람들, 남이 어려우면 소매를 걷고 돕는 사람들, 그래도 여유가 생기면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 부모형제, 이웃이 서로 아끼는 사람들, 자유, 평등,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역사 앞에 정직한 민족의 땅이다. 나도 한반도와 같은 지정학적 운명을 타고났다. 한반도에 터를 잡고 영토를 지닌 이상 나의 영유권은 백의민족이다. 사람, 영토, 주권이 삼위일체가 되어 주어진 길을 가야 한다. 존재에는 운명처럼 가야하는 길이 있다. 펭귄은 혹독한 남극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뱀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바닥을 기어야 한다. 나 또한 가야할 길이 있다. 푸르른 초원도 아니고 수풀 우거진 숲도 아니다. 시련 끝에 영광이 있는 길도 아니고 고난 끝에 안식이 있는 길도 아니다. 한반도의 역사를 등에 지고 역사의 사막을 끝없이 가야 한다. 가슴 속에 묵직한 사명 하나 품고 뜨거운 모래사막을 걸어가야 한다. 어둠이 몰려와도 결코 졸지도, 잠들지도 않으며 앞만 보고 가야 할 나의 길이다. 사람들은 내 두 봉우리를 보고 낙타와 닮았다고 말한다. 그렇다. 나는 작은 산봉우리 둘 등에 지고 역사의 사막을 건너고 있다. 하나는 한민족이며 하나는 한반도이다. 역사의 등짐이 가볍지는 않지만, 그것은 내가 지고 가야 할 역사이다. 낙타가 사막을 건너듯, 나는 오늘도 묵묵히 고독한 길을 걷는다.

2024-09-08

파크골프 열풍

우정구 논설위원 실버스포츠의 대명사로 알려진 파크골프가 연령대를 넓히면서 선풍적 인기다. 파크골프협회 집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파크골프 회원수는 14만2000여명. 6년전보다 8배 이상 늘어나는 등 폭발적 증가세에 있다. 그러나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동호인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50만명이 넘는 파크골프 인구가 있다는 관련업계의 추산도 나온다.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가이도에서 처음 창안돼 1990년대 초반 국내에 들어왔다. 노년층 중심으로 동호인 수를 늘려 실버스포츠란 별명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중장년층으로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최근들어서는 청년, 장년, 노년 3세대가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비싼 이용료와 고가의 장비, 오랜 경기시간 등으로 대중화가 힘들었던 골프의 단점을 보완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기는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골프와는 다르게 배우기가 쉽고, 비용이 적게 들고, 접근성이 좋은 데다 건강에도 좋으니 애호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들이 파크골프 인구 증가에 맞춰 곳곳에 파크골프장 건립에 나서고 있어 바야흐로 파크골프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군위군이 군비 150억원을 들여 18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건설에 나섰다고 한다. 25만㎡에 천연잔디를 깔고 클럽하우스와 부대시설이 들어선 명품 파크골프장을 만들어 군위군의 랜드마크로 삼겠다고 한다. 파크골프는 말 그대로 공원에서 즐기는 운동이다. 도보로 이동하기 때문에 걷기운동 효과도 뛰어나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국민스포츠로서는 파크골프가 제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05

투(妬)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얼마 전의 일이다. 마흔 중반의 나이에, 고국을 떠나 한국에서 한 10년 넘게 공부하던 외국인 친구가, 마침내 지방 모 사립대 교수로 임용이 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지 잘 알기에,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진심 축하해주었다. 그러자 그 친구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길, 그동안 생계 문제로 너무 힘들어 거의 연구를 포기하다시피 했고, 다들 싸늘하고 지도교수조차 외면했던 그 무렵, 내가 도움을 주어 너무나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근데, 한 이틀 후, 다시 전화가 왔다. 매우 시무룩한 목소리로, 잘 돼서 이제 축하해줄 줄 알았더니, 다들 심드렁한 표정에다, 심지어 지도교수 및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은, 도리어 화까지 냈다는 것이다. 아마 대학에 원서 낸 줄도 몰랐다가 주변에서 소식을 들은 모양인데, 예전 하루살이 인생으로 힘들게 살 때는 ‘나 몰라라 하던 이들이, 이제 버젓이 교수가 되고 나니,‘네가 잘된 게 내 덕’이니, 와서 감사함을 표현하라는 것이었다. 축하는 못해 줄 망정, 참. 일본의 예술가 기타노 다케시는, 그의 ‘생각노트’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타인의 성공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 것 같다’고.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오스카 와일드도, 그래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벗의 곤경을 동정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벗의 성공을 찬양하려면 남다른 성품이 필요하다’고. 독일어에 이런 말이 있다.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손해 및 불행을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을 뜻하는 ‘프로이데(freude)’가 합쳐진 말로, 타인의 불행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실험 하나가 있다. 일본 교토대 다카하시 히데히코 박사는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가상 시나리오를 주고, 뇌의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많은 피험자들이 저보다 잘난, 시나리오 속 가상 동창생들에게 강한 질투를 느꼈고, 그럴수록 불안한 감정이나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배측전방대상피질’이 반응하였다. 이는 곧, 질투의 감정이 타자와의 관계에서 자아가 느끼는 불안, 내적 결핍 등과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내면의 결핍이나 불안은,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내면이 알곡처럼 단단하고, 자기의 삶에 만족한다면, 절대 남의 성공을 질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묵묵히 또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조선조 3대 가자(歌者) 중 한 명인 박인로는, 소 빌리기에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이렇게 읊조리지 않았던가. ‘남의 집 남의 것 전혀 부러워 말겠노라. 내 빈천(貧賤) 싫게 여겨 손 내젓는다 물러가며, 남의 부귀 부러워해 손짓한다고 나아오랴. 인간 어느 일이 명(命)밖에 더 있을까’하고. 가난해도 내면의 여유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 열흘 후면 우리의 최대 명절, 추석이다. 올 추석에는, 간만에 보는 친지, 형제들 간에 누가 더 잘 났고 말고를 따지며 시기 질투로 보내는 대신, 서로의 성공을 축하해주며, 아름다운 명절,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와 같아라는 말처럼.

2024-09-05

젊은공직자 이탈, ‘박봉’ 해결없이는 못막는다

젊은 공직자들의 조기퇴직을 막기 위해 대구시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들어 공직세계의 조직문화를 ‘친(親) MZ’로 개선하기 위해 4대 혁신 방안(인사철 떡 돌리기 자제, 연가 사용 눈치 주지 않기, 계획에 없는 회식 자제, 비상 연락망 전 직원 공지 자제)을 내놓은 대구시가 이번에는 ‘장기재직휴가’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10년 재직단위로 10~20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이 제도에 5년이상 구간을 신설해서 저연차 직원도 열흘동안 장기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조례를 개정하면 가능해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고육지책 중의 하나다. 대구시가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재직연수 5년 미만 퇴직자 수를 집계한 결과, 모두 235명에 달했다. 전국적으로도 재직연수 3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 수가 2018년 5166명에서 매년 증가해 2022년에는 1만2076명을 기록했다. 그동안 안정적인 직장으로 선망의 대상이던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고시 출신 공무원 사정도 다르지 않다. 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대 5급 공무원의 72.7%, 30대는 52.7%가 기회가 생기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낮은 보수가 가장 주된 이유다. 9급 초임의 기본급은 월 187만7000원이다. 최근 이탈 러시가 이루어지는 교사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해당된다. 최저임금(206만원)보다 작고, 내년엔 병장 월급(205만원)에도 역전당한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 대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591만원이다. MZ세대 공직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금융기관·대기업의 억대연봉 뉴스를 대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공직사회는 건강해야 한다. 젊은 공무원들의 조기퇴직은 결혼·출산 포기와도 연결돼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 대규모 공무원 조직의 보수를 짧은 시간에 개선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더이상 그들을 박봉(薄俸)으로 지치게 해선 안 된다.

2024-09-05

국민연금 개혁안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정부가 21년만에 구체적 내용이 담긴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 계획안의 핵심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늘리는 것이다. 인상률은 세대별로 차등을 둬 20대는 1년에 0.25% 포인트씩, 50대는 1% 포인트씩 올린다는 내용이다.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부모세대보다 납입기간이 많이 남고 급여를 받을 때까지 더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젊은층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전체적으로 보면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기금 고갈 시점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고자 한 것이 골자다. 또 기금 고갈이 가까워지면 수급액을 깎는 자동조정 장치도 도입했다. 인구감소와 노령층의 증가 등을 고려해 연금수급액이 자동으로 조정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OECD 38개 국가 중 24개국이 적용하고 있는 제도라고 복지부는 전했다. 정부안대로 추진된다면 현재 연금 고갈시점으로 보는 2055년보다 16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자동조정장치까지 도입될 경우는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문제는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두고 야당은 “재정 안정성만 중시한 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양당간에 극명한 입장차로 국회 내 논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개혁안을 완성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기금 적자는 늘어나고 있다. 연금보험률 9%는 1988년 이후 한번도 조정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방치해 온 탓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연금보험율은 18.4%로 우리의 두배 수준이다. 선거가 없는 올해야말로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여야는 정치적 입장만 고집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 연금개혁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중차대한 개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4-09-05

9월 문화꾸러미를 풀어보자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9월, 가을이 왔다. 하지만 더위가 가시지 않은 곳도 있으니 백로(白露) 철을 맞은 풀잎에는 하얀 서리가 맺힐지…. 물가의 백로(白鷺)가 긴 목을 빼어 들고 갸우뚱거린다. 이제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면 추수하는 기쁨도 있으려니 들국화 향기 퍼드러지는 들판을 거닐며 즐거운 마음으로 추석을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뜨거운 계절을 이겨온 마음을 모아 문화의 한마당을 꾸며보는 것도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바람이리라. 포항문화재단의 ‘문화꾸러미’를 펼쳐본다. 포항시에는 많은 문화공간이 있는데 포항문화예술회관, 시청 대잠홀, 중앙아트홀 외에도 시립미술관, 포은중앙도서관 및 문화예술 팩토리 등 여러 곳에서 문화 보따리가 꾸며지고 있다.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는 12일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제209회 정기연주회 ‘베토벤의 취미는 산책’이 공연되고 26일에는 ‘협주곡의 밤’이 계획되어 있다. 시청 대잠홀에서는 5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벨라미치 퍼블릭합창단 성과연주회’가 있었다. 이는 6세 어린이부터 80세 미만 어르신까지 포항시민 120명이 합창을 통한 세대 간 이해와 교제의 성과물 음악회였다. 포항의 대표적 축제인 ‘칠포 재즈페스티벌’을 빼놓을 수 없다. 29일부터 이틀간 칠포해수욕장 무대에서 재즈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9월 축제로 이름이 나있어 티켓은 예매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축제는 국내 젊은 그룹 밴드와 재즈 아티스트 외에 일본의 유명 재즈밴드도 출연하여 오감만족을 통한 가을 낭만을 즐길 수가 있다. 미술 분야의 꾸러미도 보자. 포항시립미술관은 스틸아트 기획전 ‘스틸 플로우’와 장두건 미술상 수상 작가의 영상과 아카이브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는 ‘미술관 음악회’가 열려 또 다른 예술의 감흥을 주고 있다. 시립 중앙아트홀에는 여성인권전 ‘행진2024’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으며, 2층의 인디플러스에서는 국내외 독립영화를 엄선하여 보통 하루 3개씩 상영하고 있는데 관람료가 있으니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서 보는 즐거움도 찾을 것이다. 시내 중앙동에는 원도심 문화예술 지구인 ‘꿈틀로’ 거리가 있는데 20개가 넘는 공방이 각자의 특이한 작업을 통해 예술인들을 모으고 있으며 ‘Space298’에서는 청년 작가들의 미술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한편 포항북구청의 ‘문화예술 팩토리’에서 20일 포항 생활문화동호회가 펼치는 공연 한마당의 색소폰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 14일에는 청하에 있는 기청산식물원에서 ‘상사화 음악회’가 열리니 시골바람 쐬며 달려가 붉은 상사화가 하늘대는 풍경을 보면 어떨까. 27일부터 사흘간 포항시립도서관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영일대 해상 누각 앞 마당에서 벌어진다. 초청 작가들의 강연과 북토크뿐만 아니라 창작 뮤지컬과 각종 문학 전시가 있다고 하니 바닷바람 마시며 9월의 문학잔치를 즐겨보았으면 한다. 지난 8월에 장성동의 옛 미군부대 부지 8000여 평에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POEX가 착공하여 2년 후에 준공된다고 하니 글로벌 마이스(MICE) 산업 중심도시로 우뚝 서며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기를 꿈꾸어 본다.

2024-09-05

여름 가고 가을이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었는데도 한낮에는 여전히 30℃를 넘는 폭염이다. 지난여름은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기록할 정도로 더위가 심해서 기상이변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 우리나라 정국(政局)이 그런 날씨를 많이 닮았다.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바뀐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좌파 세력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국회를 교두보로 현정권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의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고 온갖 패악질로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고유권한인 특검(특별검사제)과 탄핵 발의를 남발해서 정부기관을 마비시키고, 검찰과 사법부까지 협박하는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저들의 당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탄핵하고, 노조에 장악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막기 위해서는 연거푸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를 사퇴시키더니 결국 이진숙 위원장을 탄핵소추 해놓고 있다.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어떻게 정부를 방해하고 위협하고 공격할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보여주는 세계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계절이든 역사든 거꾸로 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연일 열대야를 이어가던 밤 기온은 이제 제법 선선해졌고, 들판에 나가보면 벼들이 벌써 고개를 숙이고 영글어 간다. 고추가 빨갛게 물들고 코스모스도 피기 시작한다. 정치권에도 늦게나마 계절이 바뀌고 있다. 사법부의 수장이 바뀌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지난 정권이 임명한 판사들도 하나씩 교체되고 있다. 하지만 방문진 신임이사 임명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인용 판결을 내린 것처럼 아직도 지난 계절의 잔재처럼 일부 남아서 사법체계를 어지럽히는 판사들이 없지는 않다. 지난 정권 비리의 수사를 막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정치권의 범죄 수사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가 된다. 사실 문재인 정권은 들어서자마자 전광석화처럼 적폐청산을 명목으로 박근혜 정권의 주요 인사들을 모조리 탈탈 털어서 사법처리했다. 그래 놓고 정작 자신은 온갖 의혹이 있음에도 2년이 넘도록 수사 한번 받지를 않다가 최근에 와서야 딸과 관련된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문재인 정권의 비리와 범죄혐의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심대하다. 가장 심각한 적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들고 국방과 안보를 무력화한 것이다. 국정원과 군기무사의 기능을 축소·박탈하고 정기적인 군사훈련조차 폐기하는 등 주적인 북한에 대해 거의 무장해제를 한 수준이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해수부 직원 피살 방치 같은 반인권적인 작태에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생태계를 파괴하여 막대한 국익손실을 끼친 것, 울산시장선거 개입과 옛 사위의 이스타항공 취업 관련 뇌물수수 혐의도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다. 아무튼 시원한 가을바람이 후텁지근한 여름의 열기를 날려버리듯, 공정하고 엄정한 법집행으로 지난 적폐를 일소하여 가을하늘처럼 맑고 푸른 정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만치 가을이 와 있다.

2024-09-05

매년 9월 9일은 숙련기술인의 날!

하상진 산업인력공단 경북동부지사장 경북도에서 개최된 기술인들의 축제인 제59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지난달 30일 일주일간의 여정을 마무리 했다.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광역 시·도별 종합우승을 발표하지 않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경북이 종합우승으로 5년 연속 종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제는 도민들이 대한민국 기술의 메카로서 경북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66년에 처음으로 개최됐다. 매년 16개 광역 시·도에서 순번제로 열린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70여 개국이 참가,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Worldskills Competition)에 1967년 제16회 대회부터 참가하고 있다. 지난 1978년 부산(제24회) 및 2001년 서울(제36회) 대회를 직접 개최했다. 지난 대회는 코로나의 여파로 여러 나라에서 분산 개최돼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종목이 개최된 바 있다. 국제기능올림픽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국가별 종합 순위를 발표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그간 31번 대회에 참가해 19번의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오는 10일부터는 프랑스 리옹에서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우수한 성적은 한국인의 기술력과 기술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는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 확보에 큰 영향을 미쳐 국가경제발전에 적지 않게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도 기술로 성공할 수 있고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2024년 현재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기능경기대회를 통해 신규 기술인을 발굴하고 우리의 우수한 기술 수준을 대외에 알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 기술인들이 자신이 가진 역량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미래 기술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즉, 정부(지자체 포함) 차원에서 숙련기술인을 선정하고 그들의 사회적 위상과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현재 정부(한국산업인력공단)은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에 따라 매년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 장인인 대한민국 명장(30명 매외)을 선정하고 있다. 경북도는 ‘경상북도 숙련기술자 우대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3조 및 제4조에 근거해 매년 5명 내외의 경북도 최고장인을 선정하고 있다. 포항시도 ‘포항시 숙련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5조 및 제6조에 의거 매년 5명 내외의 포항시 최고장인을 선정하고 있다. 정부는 숙련기술인 지위 향상을 위한 국가 및 지자체의 노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2023년 7월 18일 숙련기술장려법 개정을 통해 매년 9월 9일을 숙련기술인의 날로 지정했다. 법 제18조의2에서는 ‘숙련기술인에 대한 국민 인식의 제고와 숙련기술인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매년 9월 9일을 숙련기술인의 날로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숙련기술인의 날의 취지에 부합하는 행사와 교육·홍보를 실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에서 기술인들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사회 각계각층에서 ‘능력중심사회’를 외치고 있지만, 학력중심·이론중심에 밀려 우리 사회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현장에서 뼈가 굵은 숙련기술인은 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초고령(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 사회에 진입하고, 현재의 초저출산을 고려할 때 지방소멸, 국가소멸은 더 가까운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무분별한 학력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걷어내어 가계 및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위상 제고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숙련기술인의 날 행사를 지정한 법 취지에 맞게 국가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도 함께할 때 이를 위한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4-09-05

가을맞이 건강관리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역대급으로 열대야가 길었던 여름의 끝자락이다. 언제 더웠냐는 듯이 하루 일교차가 심해지는 가을이 온다. 가을을 잘 나기 위해선 여름의 마지막과 가을의 시작에서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한다. 황제내경이란 책을 보면 더운 여름에 건강관리를 못하면 가을에 열이 오르고 내리는 병에 걸리고 겨울에 심해진다고 했다. 옛 의서지만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나의 현재 건강상태와 관리에 따라서 미래의 건강상태가 바뀐다는 말인데 최근 서양에서도 이런 연구를 하고 있다. 계절이나 기후의 변화에 따른 인체 건강과 질병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마다의 건강관리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그 계절에 맞게 생활 하는 것이다. 각 계절의 온도와 태양의 운동에 맞게 우리 인체도 이에 맞게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여름엔 해가 뜨는 것에 맞춰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고 해가 늦게 지는 것에 맞춰 늦게 잔다. 겨울엔 해가 늦게 뜨는 것에 맞춰 늦게 일어나고 일찍 지는 해에 맞춰 일찍 자는 식이다. 여름엔 무더운 날씨로 다른 계절보다 혈액순환이 밖으로 더 많이 몰린다. 계절에 맞게 행동하는 법은 적당하게 땀을 흘려주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너무 덥다고 에어컨 밑에서 하루종일 생활을 하면 여름 세 달 동안 외부의 기온에 맞춰 작동하는 인체 시계의 균형이 무너져 몸의 균형이 깨진다. 오랫 동안 누적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리게 된다. 냉방병으로 인한 감기 증상만이 아니라 현재 코로나와 독감이 다시 유행하는데 이런 질병에도 더 쉽게 걸리게 된다. 잘 때도 에어컨을 틀고 자는 사람들이 많은데 잘 때 만이라도 선풍기를 인체와 다른 방향으로 약하게 틀어 놓고 자는 것이 좋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저녁엔 밖에 나가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아직 날씨가 약간은 더울 시기라서 약간의 운동으로 충분한 땀을 낼 수 있다. 여름에 필요한 만큼의 땀을 내는 것은 가을과 겨울에 올 질병을 대비하는 운동이라 생각을 하면 된다. 그리고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좋고 찬 음식을 먹는 것은 줄이고 적당한 온도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피부쪽의 혈액순환이 원활한 더운 날씨는 속은 차가워지기 마련이다. 이때 너무 찬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면역이 떨어지게 된다. 여름에 찬 것을 먹으면 배앓이나 설사 등의 질환에 시달린다는 옛말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 아닌 것이다. 나의 건강철학은 한결 같다. 골고루 먹고 배부르지 않게 먹는다. 일주일에 2~3번은 본인 몸에 맞는 적당한 운동을 한다. 당 지수가 낮은 음식들 위주로 먹고 최대한 간식은 먹지 않는다. 특히 설탕 범벅인 음식들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우리는 큰병에 걸리면 누구나 운동을 하고 음식관리를 철저히 한다. 당장 현재 내 몸이 괜찮은 거 같다고 먹고 싶은 걸 다 먹고 술과 담배 등을 매일 하고 살면 내일의 나는 어떨지 장담을 할 수 없다. 여름과 가을을 거쳐가는 이 시기에 마음을 다잡고 건강관리를 하자. 내 몸을 사랑하자.

2024-09-04

힘을 빼자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힘 빼시고, 힘 빼시고” 매일 오후 8시부터 50분간 하루 10번 이상은 듣는 말이다. 버킷리스트에 있어 작심하고 3월초부터 시작한 수영이었다. 두어 달 쉬고 7월 초부터 다시 시작했다.초등학생부터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까지 성별 나이 구분 없이 열대여섯 명 남짓 한 그룹이 되어 하는 수업이다.강사님은 모든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깍듯이 존댓말을 쓴다.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어깨의 힘을 빼라는 말이다. 자꾸 몸이 가라앉는 게 어깨에 힘을 주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남들은 잘도 떠서 레인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단숨에 가는데, 난 거의 불가능하다.그 이유가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 때문이란다. 내 딴엔 힘을 뺀 것 같은데 아닌가 보다. 작심하고 어깨의 힘을 빼면 잠시 둥둥 뜬 듯하지만 곧 다시 가라앉으며 물을 먹고 콧속이 찡해지고 따가워진다. 원래 앞자리 썩 나서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 수업에선 앞자리는 커녕 자진하여 맨 뒷자리로 가 꼴찌를 자처하며 다른 수강생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처음 수강신청을 할 땐 예전에 잠깐 했던 수영실력을 믿었다. 몸이 기억하리라. 그런데 영 아니었다.30대에 잠시 배웠던 수영을 몸은 절대 기억하지 못했다. 10대 때 바닷가에 살며 배운 수영도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 자진유급해서 초급반을 두 달이나 했는데도 수영 실력은 영 제자리인 것이 바로 힘빼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었다. 늙어 힘이 없고, 근육이 없고, 숨가쁨 때문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몇 주 전의 파리 올림픽 중계를 볼 때마다 종종 들리는 말도 ‘힘을 빼야 해요”였다. 양궁선수의 화살이 잠시 과녁의 가운데서 멀어지면, 사격선수의 총알이 중앙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수직벽을 타고 오르던 클라이밍 선수가 맥없이 떨어지면 해설위원은 영락없이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고 했다.양궁선수가 정확한 겨냥을 하려면 어깨의 힘을 빼야 한다는데, 저 무거운 양궁을 든 어깨의 힘을 어찌 빼라는 건지…. 선수들도 저럴진대 수영초보자인 내가 물속에서 어깨 힘이 들어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지 않나 위안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힘을 빼라는 건, 마음의 무게, 마음의 힘을 빼라는 것임을. 정작 나는 물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까봐 긴장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물에 절대 빠지지 않으니 믿으라고 했지만 난 몇 번 빠졌고, 허우적거렸고, 물을 먹었다.그러니 힘을 빼라는 말은 바로 몸의 긴장을 풀라는 말인 동시에 마음 속 긴장도 절대 갖지 말고 즐겨라.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가져라. 의심하지 말고 어깨의 힘을 빼면 가라앉지 않을 걸 믿어라. 믿어라. 그런 뜻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힘을 빼야 할 것은 어깨만이 아니다. 내 삶과 살림에서도 무게와 힘을 빼야 한다. 목과 어깨에 힘을 주는 힘자랑은 쓸모없는 허세요, 허망한 욕심이요, 분수에 맞지 않는 사치다. 내 마음의 힘을 빼 더 낮은 곳에서 겸손해지자. 살림에서도 힘을 빼 최소함의 행복을 누리자. 그러나 지금은 어깨의 힘을 빼자. 그리하여 물 위에 둥둥 떠서 수영실력을 늘여 볼 일이다.

2024-09-04

일급의료, 돌아올 수 있을까

장규열 고문 대한민국의 의료는 일급이다.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국민건강보험을 주축으로 의료행정체계를 잘 구축하였다. 국민들은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적절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았다. 의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비교적 낮은 수가가 압박요인이었지만, 특유의 근면성과 부지런함을 토대로 무리없이 의술이 펼쳐져 왔다. 임상의료에는 각급 병원체계가 조직적으로 형성되어 동네 의원에서 대학병원까지 의료시스템이 정돈되었다. 의료교육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한 해에 약 3000명 정도의 젊은 의사들이 배출되도록 정비되었다. 체계와 조직은 서로 톱니바튀처럼 빈틈없이 구성되어 있어, 어느 곳에도 무리한 행정적 압박이나 부담이 없어야 물 흐르듯 작동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의료대란은, 의료의 임상과 교육이 만나는 곳에 도사리고 있었던 내재적 문제가 의대정원 확대라는 외부적 충격에 의해 발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은 의대교수의 지도에 따라 임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아직은 전문의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에 있는 의사들이다. 이들이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면서 의료소송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을 목도하였다. 안정적으로 이해되었던 ‘의사’라는 직업이 오늘의 MZ세대 의사들에게는 서서히 매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필수의료 영역에 전문의가 되기까지 십수년을 견디는 일이 버겁게 다가왔다. 의대만 졸업하고 ‘미용의료’로 개업하는 동료들과 사회적 성공에 성큼 다가가는 동년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의대정원 확대 필요를 인정하면서도 급격한 증대결정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의료일선을 떠나기로 결단하였다. 의료의 임상과 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할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현장을 떠났다. 집단적 결정이 아니라 개인적 결심에 의한 탈주로 보인다. 모두 다른 꿈을 가지고 미래를 다시 설계하려는 몸부림으로 여겨진다. ‘돌아오라’는 메시지는 통하지 않는다. 의료산업의 현상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졌지만, 의대교육의 앞날과 의료현장의 미래를 생각하면 절망이 앞선다. 책임있는 인사들의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고 국민과 환우를 바라보며 의료산업을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추석을 앞두고 응급의료현장이 걱정이지만, 그보다 국가단위 의료산업의 앞날이 경각에 달린 게 아닌가. 의사결정을 맡은 정부와 전문집단으로서 의료업계가 허심탄회하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젊은 의사들에게 어떻게 신뢰를 다시 모아줄 것인지, 구체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스템과 숫자들은 어떤 것들인지, 임상과 교육의 조화는 어찌 다시 쌓을 것인지, 분명한 근거와 결정을 위한 자료들을 어떻게 선별할 것인지 등 어느 일방의 결정이 아니라 협의와 숙고를 거친 이성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가져야 한다. 젊은 의사들은 차가운 지성이 이끄는 대로 의술을 향한 소신과 열정을 회복하길 바란다. 전공의가 없는 의료시스템은 허리가 끊겨버린 몸통이 아니고 무엇인가. 개인의 소신을 따르면서도 집단을 향한 사회적 필요를 인식한다면 더이상 의료공백을 용납하기 어렵다. 심사숙고하되 공명정대한 길로 당당히 그리고 속히 나서주길 기대한다.

2024-09-04

한수원은 일부부서의 오송 이전 입장 밝혀야

경주시에 본사를 둔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수출사업본부를 충북 오송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경주시와 시민들이 반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수출사업본부를 경주 본사에서 충북 청주시 오송읍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유는 최근 한수원이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사업의 우선협상자로서 선정되면서 산자부 등 정부와의 소통 및 협력 강화가 필요해서라고 한다. 수출사업본부는 한수원의 핵심부서로 소형모듈 원전사업과 해외원전 건설 등을 맡는 부서다. 현재 직원만 전체의 12%인 220명이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경주시가 진상 파악에 나섰고, 한수원 본사가 위치한 동경주 주민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수원 본사 이전이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의 일환이었던 점을 들어 이전하려면 이전지역에 방폐장도 함께 가져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고 해명하나 최근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이전설은 사실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여론을 살피며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이전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한수원의 경주 이전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이뤄졌다. 경주시도 이번 이전이 특별법에 정면 배치되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엄중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수출사업본부 이전을 시작으로 또다른 부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빠져나가면 경주 본사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는 우려로 경주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주시는 경주지역에 원전관련 인프라가 많아 국내 원전산업의 중심지로 키울 계획이다. 이번 사태가 이런 계획에 차질을 줄까 우려한다. 당장 월성 2·3·4호기 연장 문제도 주민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2016년 한수원 본사가 경주에 온 것은 기피시설인 방폐장을 수용한 주민과의 상생을 위한 약속 때문이다. 한수원이 말하는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은 부서 이전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교통이 문제라면 사무실의 시내 이전 등 대안을 찾으면 된다.

2024-09-04

낡은 하수관 많은 대구경북도 ‘싱크홀 공포’

대구경북도 싱크홀(땅 꺼짐)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싱크홀로 인해 국민불안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대구에서도 도로가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발생해 시민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날 정오쯤 동구 방촌동 금호강 제방 옆 도로지반이 갑자기 1.7m 깊이(가로 50㎝, 세로 30㎝)로 내려앉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포항에서도 지난 7월 장기면 대진리 해안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지게차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항 구도심은 특히 땅을 조금만 파도 뻘밭이 나올 정도로 지반이 약해 주민불안이 크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는 지난 5년간 63건(대구 12건)의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대부분 낡은 하수관 손상과 지하공간 개발 과정에서 발생했다. 4년 전 통계이긴 하지만, 대구시내 하수관 중 2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 비율이 70%가 넘는다. 이 중 30년 이상된 하수관이 13%나 되고, 설치 연도 정보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한 모양이다. 낡은 하수관은 도심 속 지뢰밭 같은 역할을 한다. 언제, 어디서든 누수현상이 생겨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운전자가 마찬가지지만, 도심 도로에서 싱크홀을 조심하며 운전하는 사람은 드물다. 싱크홀은 발생 시간과 지점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다. 특히 싱크홀이 밤에 발생하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싱크홀은 천재지변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싱크홀이 발생하기 전에는 주변의 보도블록과 도로가 깨지는 등 전조 현상이 반드시 나타난다. 사전에 예방하면 사고를 상당 부분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하루빨리 지반을 탐사할 수 있는 지표투과레이더(GPR)를 도입해, 지속적으로 지하 매설물에 이상이 없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인공지능 하수관 결함 탐지기술’을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싱크홀은 지하매설물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통해서만 예방할 수 있다.

2024-09-04

지속되는 ‘검은 9월단’의 비극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2년 전인 1972년 9월 5일. 세계 평화·국가와 인종간 화합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열린 뮌헨올림픽에서 경천동지할 사건이 발생한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촌에 들어가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선수 5명, 심판 2명, 스태프 4명을 인질로 잡았다. 이어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포로들을 풀어주라고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인질 전원과 진압에 나선 경찰까지 사망한다. 검은 9월단 단원들 역시 체포 과정에서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이른바 ‘뮌헨 참사’다. 지금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전쟁 중이다. 52년 전에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랜 분쟁과 불화의 이유는 대부분이 알다시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종교와 영토 문제. 군사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없었던 팔레스타인은 테러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 자신들이 처한 억울한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전 세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200여 명의 팔레스타인 전사들도 석방시키려 했다. 이런 투쟁을 언론이 주목해주길 원했다.” 검은 9월단의 리더 살라 칼라프가 밝힌 뮌헨 테러의 이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던가. 뮌헨 참사 이후 이스라엘은 비밀 정보기관을 이용한 끈질긴 보복 테러로 검은 9월단과 관련된 이들을 차례대로 살해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전개는 여러 차례 영화의 소재로도 사용됐다. 서로를 죽이고 죽는 비극의 고리는 언제가 돼야 끊어질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 갈등의 매듭을 풀 방법은 어디에도 없는 걸까? 해답 없는 질문을 하듯 공허하고 답답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04

블랙핑크와 춤을

윤명희 수필가 그분은 블랙핑크의 팬이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K팝을 즐긴다. 걸 그룹 가수들의 얼굴도 구분하지 못하는 나와는 달리 노래 속에서 멤버 하나하나의 목소리 특성까지 찾아 이야기한다.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가르쳤던 그분은 정년퇴임 후에도 가끔 찾아오는 제자들과 힙합가수 지코의 음악을 함께 즐기기도 한다. 처음 그분을 만난 곳은 방송대 국문학과 강의실이었다. 퇴직하자마자 우리와 함께 문학을 공부했다. 들쑥날쑥한 나이 차이에도 우리는 친구사이로 지내기에 충분했다. 어느 날, 혼자 사는 그분의 집을 방문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파마머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엉성한 머리카락을 파마로 살짝 가리니 십년은 젊어 보였다. 갈수록 더 멋있어 진다는 우리의 합창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보는 사람들마다 젊어 보인다는데 딱 한 사람, 딸은 모른 척 하더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옆구리까지 찔러 들은 말이 ‘괜찮네.’였단다. 우리는 그녀의 반응에 눈이 둥그레졌다. 집안을 둘러보니, 창가에 온갖 꽃이 핀 화분들이 있었다. 꽃잎마다 윤이 났다. 선반 위에는 먼지 한 톨 없었다. 하얀 시트로 정리된 호텔 같은 침실을 들여다본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집을 떠올렸다. 집에 가면 대청소부터 해야겠다는 반성의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뒤이어 그분이 직접 차린 밥상 앞에서 또다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물 무침에 생선찜까지 정갈했다. 주문을 하시지 번거롭게 직접 했느냐는 우리의 미안한 말에, 배달음식은 이 집에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집안을 보니 건강한 몸이 더 돋보였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짬이 나면 친구들과 자주 여행을 한다고 했다. 마음을 글로 나타내기도 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주변을 아우를 줄 아는 그분의 생활은 내가 그리던 삶과 닮아있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둘러앉아 와인을 마셨다. 내 머릿속엔 온통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그분의 딸 생각뿐이었다. 혼자서도 이렇게 잘 살고 있는 아빠인데 왜 그런 반응이 나왔을까. 두어 잔의 술에, 취기와 함께 그 딸의 마음이 슬그머니 내 속으로 들어왔다. 내게도 엄마를 먼저 보내고 이십 여 년을 혼자 지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있었다. 혼자 된 아버지의 일상은 나의 염려와는 거리가 멀었다. 월요일은 버스를 타고 가서 온천 목욕하러가는 날이라 했다. 세숫물을 코앞에 들이대던 엄마가 없어도 아버지는 홀아비 티 없이 말끔했다. 어느 날은 등산 가는 날이고, 다음 날은 오일장 가는 날이라고. 친구들과 포항 죽도시장에 회 먹으러 가는 날도 계획에 있었다. 아버지를 모시고 건강검진을 가는 날이었다. 분홍빛이 은은한 체크남방차림의 아버지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도 입지 않았던 분홍 옷에 모자까지 갖추었다. 나는 운전석 룸 밀러로, 뒷자리에 앉아 모자를 고쳐 쓰는 아버지를 힐끔거렸다. 내 마음 한 구석에 알 수 없는 바람이 지나갔다. 아버지 참 멋지다고 감탄하는 내 말 속에 빈정거림이 숨어있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엄마의 빈자리를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엄마는 혼자 남을 아버지 걱정에 속옷과 양말 손수건까지 새로 챙겨 넣었었다. 혼자서 잘 적응하는 모습이 다행스러우면서도 엄마의 자리가 지워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분 딸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 본다. 서운했던 그때의 내 마음과 그녀의 아쉬움을 견주어 함께 다독인다. 지금 나는 파마를 하고 블랙핑크의 음악을 즐기는 그분의 편이다. 아버지의 연분홍 체크 남방차림과, 고속버스를 타고 죽도시장까지 가곤 했던 일들이 생을 이어가게 하는 힘이었다는 것을 세월이 알게 했다. 그 힘은 자식에게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안간힘이었다는 것도 안다. 와인이 바닥을 보이던 찰라, 그분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알람소리에 맞춰 거의 매일이다시피 저녁노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창가로 다가갔다. 평소 사진으로 보았던 해 지는 모습을 오늘은 직접 보고 있다. 꼭대기 층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내게 스며들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모습이다. 해는 지고 그 뒤로 블랙핑크의 음악이 흐른다.

2024-09-04

못생긴 사과가 좋다

햇사과가 익어간다. 과수원마다 일꾼들 손길이 분주하다. 볕이 따가운 한낮에도 품 일을 하는 사람들은 쉴 줄을 모른다. 서둘러 열매 주변에 잎을 따주어야 볕이 고루 스며들어 빛깔 좋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여기저기 바람풍선도 나부낀다. 키다리 풍선이 양팔을 치켜들고 종일 새를 쫓는다. 전기로 바람을 일으키는 풍선이 툭하면 태업을 일삼지만 잽싸게 일으켜 세우는 것도 농부 몫이다. 돈을 사야 할 탐스런 열매를 새에게 빼앗기긴 억울해서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여름 사과 출하준비를 하느라 과수농가들은 신경이 예민해진다. 추석 대목에 미처 내보내지 못한 여름 사과는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해서다. 사과를 수확하기 전 마지막으로 거치는 단계가 하나 더 있다. 나무 아래 은박 필름을 깔았다가 걷어내는 일이다. 은박지를 까는 일은 여간 품이 많이 드는 게 아니다. 낮은 자세로 기다시피 해야 하는 작업이라 몇 배로 힘이 든다. 과수 농사에 어지간히 이골 난 사람들도 은박지 설치 작업만큼은 피하고 싶어 한다. 해마다 은박지를 구입하는 데 드는 돈도 만만찮다. 또한 강한 빛으로 인해 낮게 달린 사과는 화상을 입기도 한다. 사과를 따는 동안에는 작업자의 눈이 부셔서 미리 걷어내야 하는데 이 또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한다. 햇볕을 받지 못한 사과 밑동까지 골고루 색이 들어야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먹던 사과는 국광과 홍옥 정도였다. 홍옥은 이름만 떠올려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일만큼 새콤한 맛이 으뜸이었다. 어머니는 마을에 하나뿐인 과수원에서 홍옥 한 포대를 사서 머리에 이고 오는 것으로 추석 준비를 시작하셨다. 어린 남매가 달콤한 사과를 먹으며 기대에 부푼 채 명절을 기다리길 바라셨는지 모른다. 포대에 담긴 홍옥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에 군데군데 푸른빛이 도는 것도 섞여있었다. 어느 것이든 맛은 일품이었다. 나는 어머니가 매일 조금씩 꺼내주는 홍옥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았다. 하루는 아무도 몰래 다락에 올라가 껍질째 쓱쓱 문질러 물리도록 먹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잘 차려진 저녁상을 마주 하고도 이가 시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사과는 어릴 적 몰래 먹었던 홍옥이다. 수년 전, 유럽 여행을 하며 마켓을 들를 일이 생길 때마다 과일을 눈여겨보았었다. 특히 우리 지역 특산품인 사과에 눈길이 가곤 했는데 하나같이 작고 허술해 보였다. 식당에서 맛본 사과들 역시 어른이 된 내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커다랗고 빛깔 좋은 사과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청송에서 맛본 것처럼 과육이 단단하지도 않았다. 유기농을 중요시하는 그들은 제품의 겉모습에 마음 두지 않는 모양이었다. 볼품은 없지만 안전한 먹거리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후손의 건강에까지 직결된다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나아가 그들은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여행한 이들 중엔 한국 사과 맛에 길들여진 탓인지 탐탁지 않아 하는 이도 있었다. 청송에서는 여름 사과 생산량이 가을 사과에 훨씬 못 미친다. 부사가 익어 가는 가을은 들판이 빨갛게 물들 정도다. 농가에서는 잎 소제며 은박지 깔아줄 품을 구하느라 부산하다. 주말이면 농가 일손을 돕기 위해 청송으로 향하는 출향인들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외국인 인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지원에는 한계가 따른다. 그렇듯 몸과 마음이 초조해지는 시기에도 초연한 사람들이 있다. 황금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들이다. 노란빛이 탐스런 황금사과는 열매 주변의 잎을 따주거나 나무 아래 은박지를 까는 따위의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는다. 사과밑동까지 노란빛이 자연스럽게 스며있기 때문이다. 황금사과 재배 농가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품값과 자재 값을 한꺼번에 아낄 수 있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맛 역시 뛰어나서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최근 들어 황금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가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러한 이점이 두루 있어서다. 박월수 수필가 어릴 적 초등학교 가는 길에 과수원이 있었다.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로 힐끔힐끔 들여다본 과수원 바닥엔 은박지 같은 건 깔려있지 않았다. 잎을 따 주거나 하는 것도 못 보았다. 겨우 병해충 방제를 위해 약을 치고 가지치기며 풀베기 작업을 하는 게 전부인 것 같았다. 꼬맹이들이 가끔 울타리를 비집고 들어가 풋사과를 훔쳐 먹고 배앓이를 하는 일도 있었으나 익을 만큼 익어서 제 때에 딴 사과는 모양이 예쁘지 않다거나 색깔이 곱지 않다고 맛이 덜하지는 않았다. 사과 수확 철이 다가오면 과수원마다 은박지 물결이 춤을 춘다. 관리 소홀로 바람에 날려가 하천 주변이나 야산을 떠도는 은박지도 숱하다. 바람에 날리는 은박지는 전선 줄에 걸려 자연발화되는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일회용이어서 해마다 은박지는 생산되고 소비된다. 밑동이 빨갛게 물들지 않은 사과도 맛은 훌륭하다.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은박지 사용을 그만둘 때다. 몸살 중인 지구별을 위해 농가와 소비자가 마음을 모아야 한다. /박월수 수필가 ◇ 박월수 수필가 약력 ·2022년 대구수필가협회 문학상·2022년 경북문협 작가상 등 수상·수필집 ‘숨, 들이다’·청송문인협회장

2024-09-03

커튼 밖, 담장 너머

특별할 것 없는 일상과 단란한 가족의 생활상에 보이는 것은 푸르고 밝으며 때로는 눈부심이 가득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과 온갖 꽃들과 수영장, 온실로 이어지는 정원의 모습이 이어지면서 평범하다 못해 무료한 일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각적 층위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과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불안감이 얹힌다. 그것은 보여지는 화면과는 너무나 이질적인 것으로 시시때때로 공간을 넘나들며 미지의 불안과 공포를 유발한다. 영화의 전개는 단순하다. 회사와 가정에 충실한 가장과 단란한 가족, 어느 날 가장은 전근을 통보받게 되고 가족과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의 업적을 인정 받아 승진하고 다시 원래의 직장으로 복귀한다. 보여지는 화면과 단순한 전개, 이것이 커다란 진동과 함께 불편함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힘은 ‘소리’다. 영화 속에서 사운드(음악을 포함한 모든 소리)는 내용을 극대화하거나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하지만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사운드는 끊임없이 파열음을 내는 이질적인 것으로 도저히 섞일 수 없는 두 내용을 합쳐 놓은 것처럼 또 다른 감정을 유도한다. 이처럼 이질적인 화면과 사운드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 1940년대 초,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담장 밖이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명하게 갈리는 풍경 속에서 사운드는 끊임없이 몰입을 방해하고 어느 곳,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간간히 담장 너머 굴뚝으로 끊임없이 피어오른 검은 연기처럼, 그 연기의 존재를 알고 있을 때 오는 흔들리는 감정을 내려놓지 못한 채 부유하게 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제목이 사라지고 꽤 오랜 시간 동안 검은 화면을 응시하게 된다. 그리고 전달되는 것은 오로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뿐이다. 이것은 이제부터 시작될 영화는 화면보다는 소리에 집중해야한다는 감독의 의도로 읽힌다. 영화는 평범한 가족의 일상과 그 일상의 전반에 깔리는 이질적인 사운드로 나뉜다. 그리고 화면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철저히 담장 이쪽의 밝은 풍경을 담아낸다. 관객은 이미 담장 저쪽에서 펼쳐지고 있을 풍경과 사건에 익숙하다. 수많은 영화와 책들, 전해들은 이야기 속에서, 담장 건너편에서 저질러진 끔찍한 사건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은 철저히 담장 건너편으로 카메라를 옮기지 않으며,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철저히 건너편 상황에 동요하지 않는다. 동요하지 않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철저한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담장의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들의 일상 속에서 철저히 차단하는 능력을 가지게 한다. 독일군 장교 루돌프 회스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단란한 이층집의 모든 창문들에는 낮이고 밤이고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커튼과 담장, 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돌리지 않으며 담장 너머의 사건에 궁금해하지 않는 단련된 무관심의 힘. 이러한 가족들의 힘에 저항하여 담장 너머로부터 소리는 끊임없이 영화 속에서 불안을 증폭시키고, 그때의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고 있지만 무관심의 힘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은 상부에서 전달된 학살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고, 가족들과의 일상과 거주하는 집과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에 집중된다. 무관심한 것과 관심이 집중된 것, 아름다운 일상의 소리와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담장 너머의 소리가 겹쳐지면서 영화 속 공간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이러한 비현실적인 공간이 존재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다. 공존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과 소리가 그 시대에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넘나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담장 너머로 카메라를 돌리지 않은 이 영화가 주는 독창성이며 울림이다. /김규형 (주)Engine42 대표

2024-09-03

필리핀 이모님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달 6일 국내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들이 이달부터 서울지역 각 가정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 일을 돕고 젊은 부부가 안심하고 직장 일을 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정책이다.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가사관리사는 필리핀의 젊은 여성 100명. 필리핀에서는 ‘케어기빙’이라는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로서 영어와 한국어 시험에 통과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매일 8시간 출퇴근하면 한달 238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적용하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외국 사례에 견주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 적절성이 논란 중이다. 우리나라 30대 가구의 중위소득이 509만원 정도이니 고액의 가사관리사 비용을 감당할 가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가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주고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한다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받을 수 없다. 가사관리사에게 줄 임금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제도 확대는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 헬퍼란 이름으로 가사도우미 제도를 운영 중인 홍콩의 경우는 이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이 100만원 미만이다. 저렴한 비용 덕분에 홍콩에서는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이용한다.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도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성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하는 제도로서는 적합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가사관리사 제도 안착까지는 임금수준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당국의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03

대구간송미술관, 도시 품격 높이는 명소 되길

대구간송미술관이 3일 개관했다. 대구에 새로운 시립미술관이 또 하나 건립된 것은 13년만이다. 특히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간송미술관의 지방 유일의 분관이자 상설전시관이란 점에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대구간송미술관 개관기념으로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스타급 유물들을 총망라해 전시회를 연다.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삼아)란 이름으로 3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훈민정음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국보와 보물급 지정문화재 40건 97점, 간송의 유품 26건 60점이 전시된다. 1940년 안동에서 발견한 해례본은 간송미술관에 안긴 지 6·25 피난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서울을 떠난 적이 없는 유물이다. 이번 전시는 웬만한 국립박물관 전시회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가볼 만한 전시회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시가 사업비 446억원을 투자하고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위탁운영 관리하는 형태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과 운영방식이 비슷하다. 빌바오는 구겐하임미술관 하나로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뜬 곳이다.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대구간송미술관이 비록 규모면에서 빌바오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시 유물의 가치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의 협력으로 대구간송미술관이 대구문화예술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만들어줬으면 한다. 특히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우려해 간송이 사들인 유물은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대구의 애국정신과도 잘맞는 이미지다. 대구간송미술관 운영을 통해 시민들의 애국정신도 알리고 문화도시로서 도시품격을 드높이는 계기도 만들어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문화명소로 만들겠다”고 했으니 시민의 기대도 크다. 문화예술은 도시의 품격도 높이지만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 도시의 경쟁력도 향상시킨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