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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방시대 명절날, AI가 밉다

정태옥​​​​​​​​​​​​​​​​​​​​​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나는 경북 영일군(지금은 포항시) 어느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내가 1~2학년 때쯤 다니던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에 졸업식이 열렸다. 이 골짝 저 골짝 촌로들이 흰 두루마기를 입고 식장을 가득 채웠다. 교장 선생님의 거창한 식사에 이어 5학년 언니의 송사(送辭)와 졸업생 누나의 답사(答辭)가 이어지는데 온 식장 안이 눈물바다였다. 아예 엉엉 우는 졸업생 누나들에 영문도 모르게 나도 따라 울었다. 졸업하는 언니들이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알게 되었다. 그 시절 우리는 너무 가난하여 여학생의 초등학교 졸업은 사실상 사회생활의 끝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몇 년간 집안일을 돕다가 시집가서 육아와 가사 일에 전념하게 되는 것이다. 70년대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그 서럽던 소녀들이 도회지로 대거 몰려나와 섬유와 전자공장에 취직하고 공장 부설 야간 학교를 다니면서 시골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명절이 되면 그 누나들은 선물셋트를 들고, 형님들은 포니 자가용을 끌고 고향을 찾아왔다. 명절날 시골은 그야말로 잔치집이었다. 그들이 간 곳이 굳이 서울 구로공단이나 성수동 공장도 아니었다. 대구 제일모직과 구미 삼성전자, 울산 자동차 공장이었다. 21세기를 AI가 주도하는 첨단산업시대라고 한다. IT(정보), CT(통신), BT(바이오), NT(나노), ET(엔터테인먼트)가 주력이다. 이들 산업이 지방 소멸을 부추기고 있다. 20세기의 주력산업이 섬유산업을 거쳐 철강 자동차 조선 전자 화학 등 중화학 산업이다. 중화학 산업은 본사는 중앙 정부와 가깝고, 해외 무역에 유리한 서울에 둔다고 해도 공장은 지방에 두었다. 넓은 공장부지가 필요하고 항구가 가까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는 수도권 집중이 심했지만 울산 포항 구미 거제 광양 같은 곳도 번성했다. 한때 울산의 GRDP가 서울을 능가하고 거제의 물가가 서울에 버금갈 경우도 있었다. 불균형적이기는 해도 지방도 개평으로 먹고살만 했다. 첨단산업시대에는 지방이 없다. 일단 대규모 공장용지가 필요하지 않다. 공장이 필요하더라도 굳이 애국심에 불타 지방에 지을 필요가 없다. 베트남이나 폴란드에 지으면 된다. 첨단산업시대에 필요한 것은 머리 좋은 인재다. 인재는 좋은 대학이 몰려 있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소득 수준도 높아 여가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에 살기를 원한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폐해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 간 청년도 수도권 집값이 너무 높아 결혼하기가 힘들고 애기 키우기가 힘들다. 출퇴근하기 힘드니까 선진국 문턱이라지만 인생은 고달프다. 지방은 노인들만 살아서 마을회관 청년회장이 68세다. 복숭아꽃 살구꽃 꽃대궐 우리 고향에는 스러져가는 빈집과 기름진 문전옥답에 녹음방초만 우거져 있다. 그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그 비용을 지방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지방에 더 좋은 대학을 만들어 머리 좋은 인재들을 지방에서 키우고, 그 인재들이 지방에서도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왜 국민이 다 같이 내는 세금으로 국립 미술관, 박물관, 오페라 하우스를 서울에만 짓는가. 나는 보름달이 훤하게 뜬 명절날 AI가 밉다.

2024-09-19

소나무숲 단풍이 들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올해 추석은 30도가 넘는 더위에 태풍도 멀리 비껴가 버린 마른 한가위였다. 저녁 바다 위로 떠오른 슈퍼문을 보러 바닷가로 가봤더니, 명절 인파가 북적이는 달밤의 해변은 가을 정취로 가득하고 작은 소나무 숲은 보름달의 고요한 빛을 품고 있었다. 다음날 부모님 산소에 갔다 오기 위해 아침에 서둘러 나섰다. 대구 팔공산 줄기를 찾아가는 먼 길은 딸과 아들이 번갈아 운전대를 잡고 나는 아내와 함께 뒷자리에 평안하게 앉아 창밖을 보며 가을이 오고 있는 풍경을 즐기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붉은색, 아니 갈색의 단풍(?)이 든 소나무가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산소를 오르는 길목의 산에는 한 자락 기슭 모두 초록색이 아니었고 산꼭대기까지 단풍이 들어있었다. 아름다운 단풍은 아니다. 근래 번지고 있는 소나무 재선충(材線蟲)에 의해 누렇게 말라버린 탓이다. 재선충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발견된 이후 그 피해가 늘어나며 한동안 주춤했다가 2년 전부터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142개 지자체에서 860만 그루가 피해를 입고 있는데 지난 2년간 90만 그루가 또 갈색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이러한 사태가 계속된다면 70년대 이후 치산녹화 10년 계획으로 산림녹화 운동을 벌여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산림 증가율 1위로 선정했던 삼천리 금수강산의 소나무가 절멸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소나무 병은 1㎜ 크기의 선충이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소나무 잣나무 곰솔 등에 옮겨지고 그 중심부의 수관(水管)을 막아 단시간에 고사시키는 시들음병인데, 일본 중국 타이완 및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피해가 늘고 있으며, 중국은 모두 베어내고 일본은 홋카이도를 제외한 곳에서 소나무가 사라졌다고 한다. 경북은 경주와 영덕에 피해가 큰 반면 영양과 울진은 현재 미발생지역이라니 다행이다. 포항과 동해안은 지난해 60여만 그루에 발생하여 전국에서 가장 피해가 심한 곳이다. 불국사 주변에도 번지고 있어 걱정이고 감포 도로변의 폐목 등이 쓰러져 민가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해안이 이암토질의 경우 산사태도 우려되는 만큼 산림청에서는 피해 등급을 1~5단계로 하여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위험예보를 하고 있다. 2005년에 제정된 소나무방제특별법에 따라 병든 나무는 벌목, 파쇄, 소각, 열처리, 훈증 등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적 텃밭인 푸른 소나무숲이 사라지지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재선충 방제는 베어내는 벌목이 최선이겠지만 잘못 건드리면 확산의 우려가 있으므로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기 전 10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에 벌목하는데 예산 부족 등으로 모든 소나무 방제는 불가하다고 본다. 또 벌목한 후에도 이동을 단속하고 베어진 나무는 녹색 비닐로 덮어 훈증을 하게 되는데 ‘나무의 무덤’이다. 약으로 나무에 주사하기도 하고 다른 곤충의 천적을 이용하기도 한다. 송림이 사라지면 송이버섯도 자취를 감추게 될까? 산소에 술 따르고 가족 오붓이 묘원을 내려오는 길 주위에 붉게 타버린 소나무들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푸른 소나무 숲과 함께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가을을 걷고 싶다.

2024-09-19

포항에 살고 싶지만, 포항을 떠날 수밖에 없는 그녀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 “포항이 너무 좋아서 포항에 살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어요” 얼마 전 포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수도권에 직장을 구해서 떠난 여성 청년이 한 이야기다. 비단 그녀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주변에 포항이 좋아서 포항에 살고 싶은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여성 청년들이 제법 있다. 포항에 일자리가 있다면 포항에서 결혼도 하고 살겠다는 그녀들의 바람은 좀처럼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포항은 전통적으로 철강 산업 위주로 남성형 일자리 형태를 띠고 있다. 그렇다면 남성 청년들의 유출은 없을까? “의원님! 포항에 좋은 여성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남성 청년들이 포항을 떠나지 않습니다. 남성 신입 사원이 입사해도 맞벌이 부부 경우 여성 일자리가 부족하니 신입 사원의 퇴사가 잦습니다.”라는 포항의 한 대기업 간부의 말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지자체마다 인구 문제는 당면 과제 중 하나다. 문제는 포항의 경우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 측정값인 ‘소멸위험지수’ 산출 방식이다. 이 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누어 산출한다. 그런 점에서 포항이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한 것은 여성 청년의 유출이 심각하며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필자는 포항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여성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 포항시장에 질의했고 최근 포항시에서 ‘포항시 여성 청년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이번 용역을 수행한 한동대 연구진은 “20~39세 여성 청년 인구 증감은 지역 소멸의 바로미터인 만큼 포항시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성 청년을 강조하는 것이 여성에게만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역차별이 아니라 남성 청년에게도 적용되는 공식이다. 포항에 여성 청년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 곧 저출생과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여성 청년들의 경우 포항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수도권과 비교해 정주 여건이 좋아서 포항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공과 연관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보수적인 지역 정서와 안정적인 여성 일자리 부족 등으로 비싼 집값을 걱정하면서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이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포항시에서는 민간 기업과 함께 지역특화 산업과 연계한 여성 청년 맞춤형 일자리 창출과 함께 여성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과 지역 산업을 연계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여성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고, 여성 청년이 포항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굳이 여성 청년 일자리보다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라거나 ‘왜 여성 청년 일자리를 증가해야 하나요?’라는 원점으로 돌리는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정책 접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제 포항시에서는 “포항이 좋아서 포항에 살고 싶지만, 포항을 떠날 수밖에 없는” 그녀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수 있길 바란다.

2024-09-19

울릉도 교통약자의 안전과 불편해소기대…울릉도 교통 전반에 대한 진단 필요

경북부 김두한 기자 울릉군의회가 최근 임시회에서 통과시킨 ‘대중교통운송사업의 재정지원’에 관한 조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먼저 이 조례는 누구를 위한 조례인가. 조례는 보편타당한 권익과 주민의 불편해소가 가장 우선이 돼야 한다. 따라서 대중교통 관련 조례는 울릉도대중 교통이용자들의 불편해소와 안전이 최우선 돼야 한다. 조례는 어느 특정인을 도와주거나 규제를 위해 만들면 안된다. 보편타당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울릉군의 차량 등록 대수가 6600여 대, 울릉도 세대수는 5560세대다. 1세 대당 1대가 넘는다. 그러면 대중교통을 누가 이용하는가. 운전면허가 없거나, 나이 많은 어르신, 학생, 군인들이다. 또한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중 자가용,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는 개인여행객, 노약자, 학생 등 교통 약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경북도내에는 청송, 봉화군이 군내 이동 마을버스를 무료운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완도, 진도에 이어 영암군도 시행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이용객이 늘면서 자가용 증가 둔화, 교통안전, 주차난 해소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울릉군은 관광지다. 따라서 가장 먼저 시행해야할 지역이다.  교통 약자의 안전, 편의성도 있지만,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의 편리, 안전한 이동도모가 울릉도 전체 교통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울릉도는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주차장을 만들 만한 마땅한 공간도 없다. 도로도 비좁다. 대중교통이 편리하면 자동차 구입이 둔화한다는 연구조사결과도 있다.  그런데 이번 조례안의 입법 취지가 건전한 교통문화 정착 등 대중교통의 발전을 위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용은 전부 규제 또는 사업자 부담이 늘어나도록 되어 있어 이용자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사업자를 배부르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교통 약자들과 관광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부당이익 취하는 데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교통 약자들이 불안, 불편한 것은 더욱 더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울릉도 대중교통은 그야말로 볼썽사납다. 차체가 부식되거나 낡아 곧 부서질 듯한 폐차수준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위험천만하고 불안해 보는 사람이 위험을 느낄 정도다.  모든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이용에 불편을 느낀다면 왜 그런지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가 반드시 살펴보고 개선책을 찾는 것이 순서이다.  이번 조례는 울릉도 대중교통을 더 불편하고 불안하게 하는 잘못된 법안이다. 특정사업자에게 지원이 싫으면 아예 공영제로 하면된다. 정부가 울릉군민들에게 여객선비를 7천원만 내게하고 5만7000원을(선박에 따라 다음) 세금으로 지원한다. 이는 선박회사를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서민들이 이동권보장과 섬 생활의 불편을 없애주고 정주여건을 개선해 주기 위한 것이다.  이번 조례를 울릉군수의 재개의를 통해  울릉도 교통 약자가 안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100만 관광시대를 앞두고 주차난 해소 등을 위한 울릉도 내륙교통의 대 전환 진단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24-09-19

K2군공항 이전사업, 정부가 나서라!

이재혁 (사)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현재 경제 상황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K2군공항이전사업의 사업시행자인 대구시가 사업대행자(SPC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사업방식을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거나, 최근 경북도 이철우 도지사가 제안한 신공항 주변 SOC사업 연계, 지자체의 SPC 출자 등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K2군공항 이전사업의 종전부지 지자체인 대구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8조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되며, 이전사업을 대행할 사업대행자(SPC 사업자)를 지정할 수 있다. 작년 연말까지 사업대행자를 지정하기로 계획했지만, 지난 11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SPC 사업자방식은 이자만 14조 8000억원이 들고 적자가 8조원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자금을 장기저리로 빌려 대구시가 단독으로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SPC 사업자 선정이 어려운 현 상황을 솔직히 밝히고 정부(국방부, 국토부)와 관련 지자체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용역 결과라고 밝히며 사업비 및 이자 과다발생, 적자 등의 이유로 사업대행자를 선정하지 않고 대구시가 단독으로 이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경북도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발언이나, 의성군의 요구들은 뗏법으로 사업을 방해하고 향후 토지 수용할 때 드러눕고 가스통으로 방해한다는 식의 발언과 태도는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일으킬 뿐 사업 진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군위군이 여객터미널을 요구했듯, 의성군도 화물터미널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의 입지를 의성군과 군위군의 접경지역에 각각 배치했으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공동 합의 정신에도 부합돼 현재와 같은 갈등과 논쟁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간과하고 현재의 이전지역이 무산되면 차순위 후보지인 군위군 우보면으로 변경 가능하다는 대구시의 주장은 특별법상이나 군공항이전과정에서 대구경북녹색연합이 국방부와 수많은 협의 과정에서 파악한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주장이다. 공항 이전 부지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이전부지 선정위원회’에서 선정되며, 종전부지 지자체인 대구광역시가 이전 부지에 대해 건의는 가능하지만 임의로 변경하거나 선정하는 권한은 없다. 국방부는 군공항이전부지 선정을 위해 예비이전후보지, 이전후보지, 주민투표, 지자체의 유치신청, 이전부지선정위원회의 심의 후 선정 단계를 거쳤으며, 현재의 이전후보지가 무산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단계별로 진행하거나 군공항 이전사업이 장기표류 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군위군이 주민투표 이후 승복하지 않고 각종 요구조건을 내놓았을 때도 이미 검토된 내용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23조와 동법 시행령 제14조에는 민간자본유치사업 지원에 관한 내용에 민간 개발자의 개발사업 촉진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지원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SPC 사업자에 대한 신공항 주변 SOC사업등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 사업시행자도 종전부지지자체인 대구시 단독으로 추진이 힘들다면 경상북도와 의성군, 군위군이 ‘지자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사업에 출자하는 방식도 현시점에서는 좋은 대안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국가안보가 걸린 K2군공항 이전사업과 국가 발전과 지역발전의 미래가 걸린 대구 공항 이전사업을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대구시도 협치의 자세로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길 바란다.

2024-09-18

인공지능(AI) 교과서와 디지털 교육환경

장규열 고문 내년부터 AI디지털 교과서가 공교육에 적용된다. 세차게 불어온 온라인과 디지털혁명은 교육현장에도 거센 변화를 불러올 참이다. 교육부장관은 더할 나위 없이 자신에 찬 모습이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섞인 반응도 더러 들려온다. 어차피 온라인이 대세가 되어가는 이즈음에 인공지능 AI가 교육에 활용되는 일은 자연스럽다 해도, 한창 성장발달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AI로 대체하는 일이 과연 긍정적인 교육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해외 각국에도 유사한 시도와 정책이 간간이 고려되고 운용되었지만, 우리처럼 전국적인 단위로 전개되는 일은 초유의 발상이 아닌가 싶다. 우선 장점. AI교과서를 도입하면 학습의 개인화가 가능해진다. 학생 개인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해서 개별적인 학습스타일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게 된다.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극대화하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는 학습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터이다. 또한, 이에 따라 학생에게 제공할 정보와 지식 내용의 업데이트가 가능해서 종이로 만든 교과서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점도 여럿 지적된다. 기술접근성에 있어 디지털기기와 인터넷 연결이 고르게 확보되지 않으면 디지털 격차로 인한 교육의 불평등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교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준비가 있는지도 생각 깊은 확인이 있어야 한다. 교육을 맡아 지식을 전달하고 지적발달 뿐 아니라 인성지도와 과 체력인도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교육의 본질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정보의 보호와 교육관련 데이터의 보안문제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AI가 수집했을 학생 개인의 학습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술분야 뿐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사회 일반의 숙의와 합의가 있어야 할 터이다. 기술은 문화를 바꾼다. AI가 교육도 바꿀 모양이다. 본격적이며 전면적으로 AI디지털 교과서를 공교육에 적용하기 전에 새로운 기술을 세심하게 살피며 검토하는 사회적 노력이 요청된다. 미국에도 AI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플랫폼들이 존재한다. 수학학습플랫폼 드림박스(Dreambox)는 학생의 수학학습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수학교육에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영국에도 AI학습플랫폼 센츄리테크(CenturyTech) 등 디지털학습시스템이 여러 학교에서 시험되고 있지만 전국적인 적용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본, 인도와 중국 등지에서도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보이면서 AI기술을 교육에 접목시키는 시도들이 있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세상이 바뀌고 세대가 바뀌었다. 디지털세상의 원주민인 어린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에 전통 아날로그 일변도의 교육방식은 물론 통하지 않는다. 다양한 온라인환경에 제한없이 폭넓게 노출되어 있는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않은 과제다. AI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에 적용하는 일도 검토해야 하지만, 온라인 교육환경을 기초부터 새롭게 쌓아올리는 일에는 생각보다 세심하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24-09-18

다가올 미래의 공포 ‘폭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살아오면서 이렇게 지독스레 긴 더위는 처음이구나.” 아흔한 살 집안 어르신의 한탄 섞인 말에 여든둘 제수씨도, 예순일곱 조카도 고개를 끄덕이며 손부채질을 멈추지 않았다. 참으로 보기 드문 풍경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지속됐다. 다른 이유가 없었다. 낮에는 섭씨 30도 중반을 넘나들고, 잠을 자야할 밤에도 25도를 웃도는 지긋지긋한 더위, 폭염 탓이었다. 추석 차례를 지내야 했던 지난 17일 체감온도는 섭씨 35도. 아침부터 불어오는 뜨겁고 눅눅한 바람에 에어컨을 켜놓고 조상께 절을 올리는 진풍경이 가정마다 펼쳐졌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기온은 경북은 물론, 수도권과 충청, 호남이 예외 없이 유사했다. 올라간 온도는 밤에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모여 앉은 피붙이들 목덜미로 굵은 땀이 흘러내렸다. 팔열지옥 같은 무더위에 운동선수와 야구팬이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을까? 그럴 까닭이 없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엔 한국야구위원회 사무국이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2시를 피해 5시로 경기 시작을 늦춘다”는 발표까지 했다. 혹여 발생할 수도 있는 ‘더위 관련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터다. 6월 말부터 시작된 이상기온이 3개월 가깝게 이어지고 있다. 폭염과 관련된 각종 기상청 기록이 연일 깨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간다. 적지 않은 이들은 쓰러지기까지 했다. 인류가 기후 변화의 원인과 그 위험성을 조심스럽고 중요하게 살피지 못한 벌을 받고 있는 걸까? 올해만이 아니다. 다가올 앞으로의 여름 폭염은 더 지독하고 그 지속 기간 또한 길 것이라는데, 과연 이 고통에 끝이 있을지. 두렵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18

원전 생태계 복원 신호탄, 신한울 3·4호기

경북 울진군의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3·4호기 건설이 신청 8년여만에 허가를 받고 공사에 들어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주 회의를 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안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건설 허가를 신청한 지 8년여만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전기출력이 각각 1400MW 용량으로 현재 운영 중인 신한울 1·2호기와 설계가 동일하다.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막혀 사업이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는 원전 생태계 복원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체 발전량 대비 원전의 비중은 2016년 29.7%에서 2018년에는 23.1%로 추락한 바 있다. 원자력산업연합회에 따르면 6조원이 넘는 원자력산업 매출이 증발했고, 17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이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의 원전 기술을 알리고, 국제적으로 국내 원전산업의 신뢰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지금 세계는 원자력과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재생 에너지를 두 축으로 삼고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원전을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촌의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 특히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의 신규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대답이 여기에 있다. 지역으로 봐서도 연인원 700만명이 투입되는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울진군과 한수원, 포스코이앤씨 등 대기업이 지역상생 협약을 맺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안전한 원전산업의 발전을 위해 고준위방폐장 특별법의 국회 통과도 이젠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2024-09-18

‘윤·한갈등’…TK에서도 피로감 느낀다

추석민심이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 정부 최대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의 추석민심은 대체로 양분된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휴 직전 발표한 4대(연금·의료·교육·노동)개혁과 저출생 대응 문제에 여야가 힘을 합쳐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의료사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강했다. 추석 연휴 직전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를 잡지 못하고 20%대에 머물 경우, 4대개혁을 비롯한 현 정부 국정운영 동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당은 오늘(19일) 쟁점법안인 지역화폐법과 김건희 여사특검법, 해병대 채상병특검법 등을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할 예정이다. 야당은 지금 대통령 탄핵까지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은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연대’까지 결성했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탄핵안 발의 후 탄핵에 필요한 의원 200명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야당의 탄핵을 저지하려면 국민의힘 의원 108명의 결속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대통령실과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관계가 심상치 않아 걱정이다. 이번 추석연휴에도 한 대표는 ‘시한폭탄’인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통령실은 물러서지 않고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최근 의·정갈등이 격화하는 국면에서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예정됐던 만찬을 무기연기하는가 하면, 여당 일부 최고위원들과는 따로 만찬을 하며 한 대표를 소외시키는 장면도 연출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지속할 경우, 최대의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측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다. 지금처럼 정부·여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게 되면 야권은 탄핵공세와 입법독주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갈등에 대해 이제 TK지역에서도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대통령실은 명심해야 한다.

2024-09-18

내방가사 세 자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역시나 내방가사가 인연이 된 또 하나의 모임이 있다. 그러고 보니 내방가사는 평생이다시피 내 인생을 바쳐온 연구 과제였고 성취였지만 소중하고 귀한 인간관계의 훌륭한 매개이기도 한 셈이다. 작년 봄, 대구한글서예협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중하고도 예의바른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경상도 억양도 아니었다. 매년 대구한글서예협회전을 개최하는데, 2023년의 주제를 내방가사로 하고 싶다는 취지의 말씀이었다. 좋은 기획에 귀가 솔깃했다. 당장 만나 얘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곁에 있던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한글과 관련 있으니 함께 만나자고 했다. 집 부근의 카페에서 만난 최민경 회장님은 단정한 올림머리에 기품있게 성장을 해 오셨다. ‘합쇼체’의 극존대어를 일상으로 쓰고, 예의가 몸에 밴 천상 서예인이셨다. 2022년 세계기록유산 아태 목록에 등재된 내방가사가 여성의 한글문학이니 한글서예전에 마침맞춤이라는 제안은 훌륭했다. 경북도한글문화콘텐츠민간위원장이었던 남편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한국국학진흥원에 연락해서 가능한 지원을 통해 전시를 유치하라고 권했다. 남편의 권유를 받아들인 한국국학진흥원은 한글날을 기념해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내방가사 작품을 선별하여 한글 서예로 옮겨 써 전시하는 걸로 정했다. 그렇게 해서 한국국학진흥원 훈민정음 사업단의 담당연구원 박혜민 박사를 만났다. 나직나직한 말투에 다소곳한 그이는 아이디어는 풍부하고 일에는 빈틈이 없는 학자였다. 셋이 처음 만났지만 일에 관한 한 어찌 그리 손발이 척척 맞는지, 신기했다. 서예 작품 제작을 담당하는 최 회장님, 원본을 제공하고, 행정적 지원을 책임진 박 연구원의 역할에 보태 나는 약간의 자문을 하는 정도였다. 회원들과 함께 수차례 회의했고 그때마다 만난 우리 셋은 자매같이 정이 들었다. 대구한글서예협회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경북대 도서관으로 옮겨 전시하고 릴레이특강도 했다. 경북도청에서 한 한글날 기념 전시는 세상에 둘도 없이 멋지고 웅장하기까지 했다. 모든 행사는 끝났지만 우리의 만남은 끝낼 수가 없었다. 나는 최 회장님께 서예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은퇴 후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서예였다. 박 연구원은 최 회장님의 권유로 천주교 신자가 되어 세례를 받았다. 또한 최 회장님이 발굴 소개한 내방가사 작품으로 훌륭한 논문을 써서 발표했다.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자 멘토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다. 작년 말 송년을 겸한 자리에서 우리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잇자고 합의하고 우리 서로 자매가 되면 어떻겠냐고 내가 제안했다. 그렇게 ‘내방가사 세 자매’모임이 결성되었다. 그러나 아직 우린 서로 언니 동생이라 호칭하지 못한다. 처음 만나 부른 사회적 호칭이 워낙 견고했던 탓도 있지만, 셋의 관계가 다시 스승의 역할로 얽힌 때문이다. 하긴 예전엔 가족끼리도 사회적 역할에 따른 호명을 한 예가 있으니 뭐, 어떠랴. 호칭이야 어떻든 그리우면 이따끔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자매애 그 이상 아니겠는가. 나와 최 회장님은 매주 만나고, 그때마다 박 연구원과도 연락하고 만날 날을 기약한다. 어쨌든 이 좋은 인연을 이을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2024-09-18

진시황제가 찾아 해맨 최고의 건강식 (상)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진시황제는 중국을 통일한 황제다. 그 권력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을 정도로 강했고 그 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몸에 좋은 약이나 음식을 얼마나 많이 먹었겠는가? 그는 자기가 이룩한 제국을 좀 더 오래 보고 싶어서 건강에 좋은 약재를 찾아 전국을 뒤졌다. 그러나 그는 50세인 이른 나이에 사망을 했고 결국 불로초는 찾지 못했다. 실제 불로초가 있진 않다. 모든 태어난 생명은 죽는다는 절대 진리이다. ‘나는 죽지 않을 것이야. 항상 건강할 것이다’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금도 전국의 병원에선 젊어서 건강을 자신하던 많은 환자들이 아파하고 죽어가고 있다. 영원할 것 같은 젊음은 한순간이고 30대, 40대가 지나가면서 몸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자식을 낳아 키우다 보면 내가 아프다가 갑자기 죽으면 이 어린 새끼들은 어떻게 되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생명이 꺼질 때까지 조금이라도 안 아프게 이왕이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진시황제도 몰랐던 최고의 건강식은 바로 채식과 소식이다. 다이어트나 신념으로 인한 극단적인 채식이 아닌 건강한 채식이다. 신념으로 하는 편향된 지식으로 하는 채식이 아닌 다양하고 풍부한 채소와 현미식 그리고 과일로 준비를 하고 식사를 하는 채식은 나의 몸을 살리고 정신을 부드럽게 해 영혼을 맑게 한다. 채소를 꼭꼭 하나씩 씹어 보면 각 채소마다 그 안에 있는 채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끼니마다 3~5종의 제철 나물과 채소, 해조류를 밥상에 올리고 골고루 씹어서 먹는다. 채소에는 많은 비타민과 무기질 그리고 무수히 많은 피토케미컬이 들어 있다. 이 미세 영양소들을 꾸준히 인체가 섭취하면 면역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피가 맑아지고 모든 장기들의 기능이 살아난다. 그리고 채소는 소화되지 않는 섬유질로 구성되어 있어 소화과정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변으로 나오는데 이는 위 소장 대장 등에 있는 찌꺼기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유익균을 증대시킨다. 장누수 증후군과 같은 장 관련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이 되고 이는 나의 면역력과 정신을 맑게 하고 안정시킨다. 그동안 고생했던 변비는 해소되고 무른변이나 설사를 하는 민감한 장도 개선된다. 골고루 제대로 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혈중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나 그 이하로 낮고 각종 당뇨병과 고혈압 등 성인병이 거의 없거나 낮게 나온다. 각종 난치병과 암과 같은 질환의 발병률도 낮다. 아토피나 피부 관련 질환도 적을 뿐만 아니라 피부 관련 질환이 있다면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면 피부가 살아난다. 채식을 하면 자연스레 필요 없는 살이 빠지고 피가 맑아지기 때문에 심장질환 비율도 낮아진다. 살이 빠지고 피가 맑아지기 때문에 오장육부가 하는 일이 줄어들고 피로도가 확 준다. 내가 직접 느끼는 피로도가 줄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올라간다. 제대로 된 채식을 꾸준히 하면 일년에 몇 번씩 하던 병치레가 싹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024-09-18

경북도내 의료 서비스 평균 미달, 개선책은

바람직한 의료 서비스란 사람들이 필요할 때 병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경제력·사회적 여건에 상관없이 형평성 있는 의료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이 심화한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어촌 간의 의료 서비스 격차는 자주 사회 문제가 됐다. 그럼에도 지역간 의료 서비스 격차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물론 지방 의료계가 이런 격차를 좁히기 위해 분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 하나 정부 재정지원 등 여러 이유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북권의 주요 종합병원의 의료 서비스 성적표가 최근 공개됐다. 건강보험심사 평가원이 발표한 2023년 환자경험평가 자료에 따르면 경북도내 상급·종합병원 20곳 중 11곳이 전국 평균 점수에 미달했다. 절반 이상이 평균에 미달하고 일부 병원은 전국 최하위권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심평원은 2017년부터 환자 중심의 의료문화 확산과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의료 서비스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평가항목은 간호사 서비스, 의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 환경, 환자권리 보장 등이다. 경북은 이미 알려진대로 전국에서 의료 서비스가 취약한 곳 중 하나다. 1000명당 의사 수에서 경북은 0.55명(2020년 기준)이다. 전국 평균 0.79명에 훨씬 못미치며 서울 1.59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의사 수뿐 아니라 책임공공병원 설치율이나 치료 가능 사망률 등에서도 전국 하위권이다. 이번 심평원의 조사로 경북의 취약한 의료 서비스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도농간 의료 서비스 격차가 해소되지 못하면 농촌의 고령화나 인구소멸의 문제도 막을 수 없다. 의료 기반이 취약한 농촌으로 사람들이 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에 의대를 신설하고 포스텍에 연구중심 의대를 설립하자는 주장도 이런데 이유가 있다. 의정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의대 정원 증원의 문제도 여기에 기인한다. 의료 서비스는 국민의 생명권과 직접 연계된다는 점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노력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24-09-12

고향 대신 해외로 간다

우정구 논설위원 올 추석명절 연휴에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연휴기간 동안 하루 평균 20만여 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떠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17년 18만명 보다 많고 전년 추석 연휴보다도 11.6%가 증가했다. 공항공사는 국민 10명 중 1명이 추석 연휴기간 중 해외로 여행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행 목적지는 일본과 베트남이 가장 많았다. 거리와 가성비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한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2일간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대 9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직장인 중 연차를 사용할 계획이 있다는 비율이 75.4%로 조사됐다. 추석과 설날이 우리민족 최대 명절이라 하지만 매년 많은 사람들이 연휴기간 해외로 나가고 있다. 그 비율도 매년 증가세다. 반면에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 가정은 줄어들고 있다. 작년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추석에 차례를 올린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44%에 그쳤다. 56%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올해는 이보다 2%포인트 올라간 58%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미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지금 추세라면 추석 차례를 지내는 가정은 급격히 줄 전망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라는데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추석 명절은 한해의 수확을 축하하고 조상에 대한 감사와 가족간의 정을 나누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추석 차례도 조상에게 가을 추수를 잘했다는 감사의 마음에서 올리는 제사다. 추석 명절의 의미가 잊혀져서는 안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12

딥페이크 성범죄 , 피해자 보호는 사회적 책임

국회의원(국민의힘, 대구 수성구을•여성가족위원장) 최근 급속히 발전한 딥페이크 기술은 그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악용될 가능성도 매우 커졌다. 특히 딥페이크 성범죄는 기술의 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대표적인 사례다. 필자는 국민의힘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그동안 국회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의 신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고, 추가적인 피해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얼굴과 신상이 영상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그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범죄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응하여 영상을 삭제하고, 더 이상의 유포를 막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범죄 예방은 정부의 책무인 만큼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와 협력하여 기술적 대응과 법적 토대 마련 등의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특히 여성과 청소년 그리고 아동을 대상으로 많이 발생한다. 이들 피해자들은 상대적으로 취약 계층이어서 대응에도 한계가 있고,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을 위한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그들의 정신적, 경제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가해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단순한 범죄 행위를 넘어 첨단기술을 악용한 고도의 범죄다. 가해자들은 갈수록 더 정교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기에, 그 피해는 이전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외국은 이미 이 범죄에 대해 엄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처벌규정 강화는 이 범죄의 선제적 예방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우려스런 점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청소년들이 텔레그램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성 착취물을 무차별 유포시키는 사례는 여럿 적발됐고 증가추세에 있다. 현재 학교 등에서 예방에 비상이 걸려 있다. 청소년 경우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10대여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 대상의 교육을 강화하고, 그들이 이러한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법적 책임을 인지하게 하는 등 사회와 가정의 보다 세심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이 개정안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강화하고, 경제적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포된 영상과 사진, 개인정보까지 신속하게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관련 기관에 부여하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기술 발전과 맞물려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다. 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술적 대응이 필수적이며, 정부와 각 부처, 그리고 사회 전반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피해자들이 이러한 범죄로 고통 받지 않도록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예방적 조치를 통해 범죄 발생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2024-09-12

‘국비확보’는 단체장과 국회의원 성적표다

정부가 ‘긴축재정’을 예고하면서, 내년도 국비확보를 위한 경북도의 예산전쟁이 시작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저께(11일) 국회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 내년도 예산확보를 위한 정책협의회를 열고, 국비확보 방안과 지역현안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모든 공직자가 현안 해결과 지역발전에 사활을 걸어달라”고 주문했다. 이 지사는 정책협의회 후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이학영 국회부의장·박찬대 원내대표와도 만나 경북도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3.2% 증가한 674조원이지만, 건전재정 기조가 이어져 국비확보가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재정상태가 크게 악화됐다”며 성역없는 지출 구조조정을 선언한 상태다. 경북도는 내년에 사상 최대인 12조원 국비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북도가 우선 집중하는 현안은 내년 11월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APEC 성공개최를 위한 전폭적인 국비지원과 APEC 특별법 제정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별법은 김석기(경주)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했으며, 정부 예산과 인력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경북도가 내년에 추진하는 주요사업은 설계비가 이미 반영된 영일만 횡단 고속도로 (포항~영덕) 건설과 백신바이오의약품 플랫폼 조성, 인공지능 산업육성지원센터 건립, 낙동강 호국문화공원 조성 등 57건이다. 지금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서 필요한 국비를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지자체마다 현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국비지원을 받지 못하면 사업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와 경북도내 정치권이 중심이 돼 예년보다 빨리 국비확보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야권 유력정치인과도 만나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지역현안에 대한 국비확보는 지자체 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성적표와 다름없다.

2024-09-12

폭염 속의 추석 맞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가을이 들어선다’는 입추(立秋)가 지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계절의 신’도 건망증이 있는지 선선하다는 가을바람은 낌새도 없고 아직도 초가을 폭염이 들끓어 열대야에 밤잠을 뒤척이게 만든다. 거기에다 경북지역은 가뭄까지 겹쳐서 청도 운문댐과 영천 자양댐의 저수율이 반도 못 미치고 있어 주의 단계이며 두 저수지를 수원지로 삼고 있는 대구와 포항 등은 목말라가고 있는 형편이다. 산천에 물이 마르면 곡식과 과일도 알차지 못하다. 영천 꿀사과도 튼실하지 못하고 일부 지방의 산에는 송이버섯도 모습을 감추었다고 이번 추석 특수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농민들은 한숨을 쉰다. 어저께 남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린 곳도 있지만 동해안에는 가는 빗줄기가 스쳐 가며 조금 시원했는지는 모르지만 추석 연휴에는 30도 이상의 더위가 남을 거라고 하니 즐거워야 할 명절이 심히 걱정된다. 언뜻 가을 추(秋) 한자를 살펴본다. 벼 화(禾)에 불 화(火)이니 벼를 뜨거운 햇볕에 잘 말리라는 뜻이겠지 했는데, 불의 의미가 이상해서 자료를 뒤져보니 갑골문(甲骨文)에는 메뚜기 모양이 그려져 있다. 누렇게 익은 벼잎에 붙은 메뚜기를 잡아 구워 먹었다는 뜻이란다. 그래, 옛날 시골 초등학교 다닐 때 들판의 논두렁에서 벼잎에 붙어있던 메뚜기들을 잡아서 신주머니에 넣어오면 어머니가 기름에 볶아서 맛있는 반찬으로 해주셨던 기억이 아련하다. 이 가뭄과 더위에 그 녀석들은 어디로 숨었을까? 숱하게 뿌려졌을 농약으로 살아있기나 할까? 벼농사 또한 덥고 습한 날씨와 물이 가득한 논에서 잘 되겠지만 올해는 좀 염려된단다. 이러한 사태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쳐서 자연재해와 환경파괴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9월 중순까지 계속될 거라는 찜통더위에 폭우라도 스쳐 가면,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근래 적도 인근 해양에서 발생한 13호 태풍 ‘버빙카’가 서서히 올라오는데 추석날쯤에는 경북과 강원을 지나 동해로 빠질 우려도 있다고 하니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맛있는 추석 음식을 먹으며 웃음꽃 피울 모습이 걱정된다. 추석이면 강강술래 돌며 온마을이 들떴고 줄다리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서서히 사라지고 제기차기나 윷놀이는 하겠지. 그러나 씨름은 국가 스포츠로 발전하여 올해 민속씨름대회는 12일 경남 고성군 체육센터에서 열려 7일간 남녀 장사 250여 명이 힘을 겨루게 된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살리고, K-컬처를 세계에 알리자. 지난 8일 끝난 파리 패럴림픽도 금 6, 은 10, 동 14개로 종합 22위를 달성하여 우리의 장애극복 의지를 세계에 알렸고 특히 중증 장애인을 위한 ‘보치아’경기는 10회 연속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일구어 자랑스런 모습으로 귀국했었다. 이제 명절을 맞아 부모님 뵈러 고향을 다녀와야 하는데 열차예매는 다 했는지…. 이미 표는 매진되었을 터,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려면 좀 걱정도 되겠지만 요즘 전기자동차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사전 점검을 잘하여 무사히 귀가하며, 소담스러운 선물과 밝은 미소 가득히 부모님과 형제들의 품으로 찾아왔으면 한다.

2024-09-12

한가위를 앞두고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있다. 요즘도 더러 쓰이는 말이긴 하지만, 아마도 젊은이들은 이 말 속에 담긴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의식주가 너무 열악하던 시절의 사정을 먹을 것 입을 것이 넘쳐나는 지금의 아이들이 어찌 알겠는가? 6·25전쟁을 전후해서 태어난 우리 세대는 전화(戰禍)가 휩쓸고 간 초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꽁보리밥·나물죽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고, 끼니때마다 밥을 얻으러 다니는 거지들도 있었다. 하지만 궁핍한 살림에도 한가위 명절만은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어떻게든 마련을 하였다. 쌀밥과 떡, 생선, 과일을 먹을 수 있었고 새 옷이 아니면 양말이라도 새 것으로 신을 수 있었다. 국민소득이 1000불에도 못 미쳤고 100억 불 수출은 원대한 꿈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원조로 아사(餓死)를 모면하고 국토 재건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7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부국이 되었고 여섯 번째로 꼽히는 강대국이 되었다.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산업만도 한 둘이 아니다. 원전, 반도체, 조선, 자동차, 배터리, 전자제품 및 IT산업, 방위산업, K-문화콘텐츠산업 등 실로 기적이라 불릴 만큼 놀라운 발전을 했다. 이제 한가위는 새 옷을 입고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기다려지는 명절이 아니다. 초등학교도 겨우 마치고 도시로 나가 공돌이 공순이가 되었던 우리 형제·누이들이 오랜만에 선물 보따리를 들고 귀향하는 그런 명절도 아니다. 흩어졌던 가족·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고 유대를 돈독히 하는 풍습도 차츰 희석이 되어간다. 대신 모처럼의 연휴를 해외여행의 기회로 삼는 일이 많아졌다. 연휴기간이 길었던 작년 추석에는 국외로 여행을 떠난 인구가 무려 1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의 뜻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는 김일성 일족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물론 당 간부들이나 평양시민들처럼 호의호식하는 부류가 없지 않겠지만, 대다수 인민들은 헐벗고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탈북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같은 땅 같은 민족인데도 이렇게 극심한 격차가 벌어진 까닭은 그야말로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자명한 현실을 두고도 종북·주사파 같은 자들이 아직도 날뛰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불가사의한 일이다. 더도 덜도 말고, 밥이야 떡이야 실컷 먹을 수 있는 한가위만 같기를 바랐던 세대는 여한이 없도록 소원성취를 했다, 이제 남은 일은 우리의 반쪽인 북녘 동포들도 ‘쌀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도록 통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일성 일족의 세습왕조를 종식시키는 일에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피땀으로 쌓아올린 공든 탑을 와해하고 전복하려는 무리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용공·종북 세력들이다. 국민들의 각성과 의지로 이 난관 또한 돌파할 것으로 믿는다.

2024-09-12

SNS 사용 금지될 호주 청소년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모두가 유행에 따라 비슷한 춤을 추고, 이른바 ‘맛집’에 방문한 걸 사진으로 찍고, 새로 산 수영복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걸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업로드 한다. 동양과 서양이 다르지 않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엔 고만고만한 자기 현시와 구걸에 가까운 ‘구독해주세요!’ ‘알림 설정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창궐 중이다. 이런 세태는 중반으로 달려가는 21세기를 특정 짓는 독특한 풍경이 됐다. 10대 초중반 아이들의 장래 희망도 바뀌었다.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타자에게 주목받으며, 돈까지 벌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꿈꾼다. 현실에서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인터넷 공간에 삶을 의탁해도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철학과 세계관이 정립되기 전인 10대들에게 이게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일까? 호주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최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방송에 출연해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SNS의 사용에 연령 제한을 두려한다”고 했다. 호주 야당 역시 ‘SNS 사용 연령 제한’에 공감하고 있으니, 향후 14~16세를 넘지 않은 호주 청소년은 SNS 사용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시드니 한 교회에서 16세 청소년의 흉기 테러가 일어났다. 그 소년은 극단주의 단체가 운영하는 SNS를 통해 활동했다. 비단 흉악한 테러 행위만이 아니다. 호주 정부는 청소년들의 SNS 중독이 폭력과 혐오, 성의 상품화 등을 불러온다고 보고 있다. “골방에서 SNS에만 빠져 있는 게 아닌,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 말하면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틀딱’이라 손가락질 받으려나?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11

당장 급한 것은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이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의학교육 투자 방안’은 의대 증원에 따른 시설·기자재 확충을 위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 32곳에 내년 1조1641억 원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립대 교수를 2027년까지 1000명 증원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관련 예산이 마련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의료붕괴 위기’라는 급한불을 끄는데는 별 실효성이 없는 내용이다. 의료계에서는 정부발표에 대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가 가능하다면서 막대한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의료계가 합리적 방안을 제시한다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대구경북 지역 의료계에서도 정부가 일시적인 숫자확대와 면피용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이 지금 걱정하는 것은 추석연휴부터 벌어질 의료대란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에 군의관과 공보의, 진료지원 간호사를 배치하고, 재정을 대거 투입해 응급실 의료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의료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누가봐도 땜질 처방이기 때문이다. 의료공백 사태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석하는 대화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이 테이블에 앉을 명분을 줘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그저께 ‘일단 모이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문제도 얘기가 되지 않겠나’라고 한 말에 해법이 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재조정 불가’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할 명분을 원천차단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만약 내년에도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의료붕괴가 진행되고 정권도 위험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을 성사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2024-09-11

돌려막기와 짧은 시각

장규열 고문 의료대란은 자칫 국가적 위기가 될 판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추석명절을 어찌 넘길까 걱정이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다음이 더 문제다. 이미 시작된 대입 수시지원은 증원된 의대정원을 기초로 발진하였다. 내년에 의과대학 교육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인지 아무도 자신이 없다. 집단이 아니라 모두 개인적인 결정에 따라 떠나버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약이 없다. 허리가 텅 비어버린 대학병원들은 전문의 교수들에게 모든 업무적 부담이 안겨졌다. 환자들은 본인 증상의 경중을 헤아릴 길이 없으며, 아픈 사람들이 급하면 모두 응급실로 향한다. 정부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탓을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측은 누가 보아도 정부가 아닌가. 의료대란은 짐짓 국가위기가 되어간다. 사정이 급해진 정부는 전공의들이 비운 자리에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파견하였다. 공보의는 의료환경이 낙후한 지역 마을에서 주민들의 필요를 돌보던 이들이다. 공보의가 떠나면 마을의 보건과 의료는 누가 맡아야 하는가. 이미 전국의 시골 마을에는 ‘외지로 파견된 의사선생님’이 안 계셔서 지역보건에 공백이 생겼다. 군의관은 어떤가. 국방을 맡은 부대병력을 위한 의료에 구멍이 생긴다.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를 ‘의사 돌려막기’로 해결하려는 발상이 우선 건강하지 못하다. 간호사법을 통과시켜 의사를 도와야 할 인력으로 빈자리를 메우려 했던 일도 같은 맥락의 발상이 아니었을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전공의들이 상실감없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에 세심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정책입안에 긴 안목이 필요하다. 의사 돌려막기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발표에는 국가의 보건정책과 의료행정을 바라보는 짧은 시각이 엿보인다. 당장 추석명절을 어떻게 넘길까 노심초사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보건은 그보다 훨씬 긴 안목을 필요로 한다. 의료임상 뿐 아니라 의학교육까지 엮이고 보니 적어도 백년은 내다보는 장기적 포석이 있어야 한다. 짧게는 내년에 의과대학에서 벌어질 교육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추석에 응급실을 찾는 국민에게 높은 의료수가를 적용하겠다는 발상도 그 시선이 짧다. 그 다음엔 어찌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과 나라의 긴 미래를 놓고 고민하는 공직자가 보이지 않는다. 국가행정을 다루는 관료의 시각과 지평은 길고도 넓어야 한다. 의료임상의 현장과 의대교육의 체계를 겨우 본인의 임기에만 연동시키는 공무원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나라가 잘 되고 국민이 편안하려면, 정부가 임기 5년을 훌쩍 넘는 장기적 안목과 너른 정책적 시선을 발휘해야 한다. 짧은 시선과 좁은 시야로는 국가를 순조롭게 이끌면서 국민의 마음을 평화롭게 할 도리가 없다. 정부보다 오히려 긴 안목을 지닌 국민을 납득시키고 설득해 낼 재간이 없다. 가히 국가적 위기로 치닫는 의료대란 앞에 겨우 돌려막기와 짧은 시각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방도가 없다. 의료개혁으로 지방의료와 필수의료를 일으키려던 초심을 기억해야 한다. 당면 문제는 정면으로 응답하고 해결해 가면서 긴 시각과 넓은 시야로 오늘의 의료대란을 풀어내는 혜안을 만나고 싶다.

2024-09-11

전국 시도에 소개된 경북형 농업 대전환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저께 서울서 열린 2024 전국 시도지사 정책 콘퍼런스에서 경북의 성공 사례인 K-농업 대전환에 대해 발표를 했다. ‘지역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이라는 주제 아래 각 시도가 지역에서 추진하는 대표정책을 발표했는데, 경북은 문경 영순혁신농업단지를 대표정책으로 소개한 것이다. 문경시 영순면 혁신농업타운은 전국 최초로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을 시작한 곳이다. 110ha에 콩과 양파를 중심으로 이모작 영농을 했다. 영농법인이 책임경영을 하고 농가는 주요 농작업만 참여토록 했다. 본래 이곳은 농가 개별적으로 1년에 한번만 벼농사를 지었으나 지난해는 이모작으로 콩과 양파 등을 식재했다. 이모작으로 콩 214t, 양파 4600t, 감자 900t을 생산했고, 4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인건비와 경영비 등을 제외하고 법인은 23억원의 수익을 생산한 것이다. 농가가 배당받은 평균 소득은 평당 4700원으로 벼농사 때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 벼 면적 10%만 타작물을 재배해도 쌀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있다. 이날 발표에서 이 지사는 “경북형 농업 대전환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농촌이 직면한 인구소멸의 해법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국으로 이모작 면적을 늘리면 제2의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지금 농촌은 청년들이 떠나면서 고령화와 더불어 인구소멸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모작 재배로 농가소득이 올라가고 지역경제가 풍요로워진다면 떠나는 청년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 도시의 일꾼도 농촌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경북형 농업 대전환이 이모작에 대한 확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경북도는 영순지구외 더 많은 이모작 성공사례를 발굴해 농업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 가야 한다. 이날 콘퍼런스는 균형발전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방의 문제를 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공유하고 실천해야 한다. 경북형 농업 대전환이 전국으로 퍼져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하는 이도향촌(離都鄕村)의 효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4-09-11

맨발걷기 하면 좋을까?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강변에 나가서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엔 신발을 신고 빨리 걷거나 뛰는 것이 더 나은 운동이 아닌가라는 개인적인 생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남들이 뭘 하든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다양한 운동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암 관련 치료 사례들이 모인 카페에서 많은 치료 사례와 후기와 함께 많은 건강법과 다양한 운동법을 접하는데 여기서 꼭 나오는 운동법이 맨발 걷기였다. 난치병 환자들에겐 꼭 해야 하는 바이블과 같은 기본 운동으로 기적의 운동처럼 여겨졌다. 이에 맨발걷기에 대해서 유튜브나 구글 검색 등으로 알아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운동으로 보여 직접 해보았다. 부드러운 흙길을 가는 것이 기본이다. 맨발걷기를 하면 발이 지면과 맞닿게 되는데 땅이 거칠고 마르면 처음 하는 사람들은 발바닥이 생각보다 아프다. 오래 한 사람들은 신발을 신은 것과 비슷하게 휙휙 지나가지만 처음 하면 발바닥 통증이 생각보다 심해 빨리 걷지를 못한다. 30분이면 걷는 길을 1시간 가까이 걸려 겨우 걷고 나서 느낀 점이 생각보다 운동이 많이 된다였다. 발 전체가 욱씬욱씬 하면서 꽉 찬 느낌이 들고 혈액순환이 잘되는 느낌을 받았다. 신발을 신고 걷는 것과는 다르게 지압효과와 더불어 발바닥과 발전체에 혈액순환이 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익숙해져 이걸 3시간 4시간씩 한다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되리란 걸 느낄 수 있었다.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암이나 류머티스 고혈압 당뇨 등 난치병이나 잘 낫지 않고 오래 묵혀놓은 성인병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체험담을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첫째 잠이 잘 오고 푹 잔다고 말한다. 둘째 몸에 염증이 많아서 이곳저곳 많이 아팠는데 맨발 걷기를 하고 나선 몸의 염증이 확 내려가서 아프지 않단 것이다. 세 번째로는 맨발걷기를 오래한 사람들의 말인데 운동 이후 잔병치레를 크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추가로 암환자나 암을 치료한 후에 꾸준히 한 사람들의 경험담은 암의 치료가 남들보다 잘되었고 암 치료 후에도 재발없이 나은 삶의 질을 보내고 있단 말이 많았다. 접지효과 음이온 활성산소 제거 등 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제대로 증명이 되진 않았다. 직접적인 체험과 맨발걷기를 오래한 난치병 환자들 사례를 종합하면 신발을 신고는 경험할 수 없는 발바닥 전체가 지압이 되는 효과, 염증이 가라앉아 통증을 줄이는 효과, 그리고 수면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공통적으로 느끼는 효과였다. 발바닥은 심장에서 제일 먼 곳으로 이곳이 다양하게 직접적으로 자극이 되면 혈액순환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명확하고 발바닥 지압점이 자극되어 우리 몸의 오장육부에도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다. 염증을 줄여 아픈 곳이 개선되는 경험을 했다면 그동안 내 몸의 균형이 맞지 않고 약한 곳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잠을 잘 자게 되는 것 또한 아주 바람직한 효과로 사람은 피로를 회복할 때 수면으로 몸의 피로를 회복한다. 단순하지만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보는게 어떨까 한다.

2024-09-11

흰머리 소녀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내방가사를 인연으로 세 사람이 만났다. 20년도 더 전이었다. 영남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지역 특화수업을 개설한다며 ‘경북의 여성문학인 내방가사’강의 요청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 위덕대에 국문학과가 없어 교양국어와 작문강의만 하였던 터라 전공강의에 목말라하던 때였다. 그때 그렇게 만나 여태껏 인연을 이어온 귀한 분들이다. 유복혜 선생님은 청도에서 오셨다. 한복을 단정하게 입고 오실 때가 많았다. 강의를 얼마나 진지하고 성실히 들으시는지 강의하는 내가 송구할 지경이었다. 하회가 친정이라 어릴 적 듣고 자란 내방가사가 낯설지 않았기에 더욱 그러신 듯했다. 집안의 안어른들 암송하신 가사를 이제야 이론으로 배우게 되었으니 남다른 감회가 있으신가 보였다. 기억력도 뛰어나 녹음해 들려드린 가사를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외시는 걸 보고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연배가 나보다도 십수 년이나 윗길이신데도 여리여리한 소녀감성이 있어 별호가 흰머리 소녀라 했다. 유 선생님의 학구열은 훗날 위덕대 2014학번 성인학습자로 입학하여 졸업하신 걸로 증명되었다. 무려 공로상까지 받으셨다. 이솔희 선생은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조시인이었다. 수강자 중에선 나이가 어렸지만 나와는 오륙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여선지 이해도가 빨랐다. 시작 활동을 하면서도 전공공부 계속할 뜻을 비치더니 결국 경북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유 선생님은 나를 스승이라며 꼬박꼬박 대접하시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고, 한없이 배려적이지만 무례는 용서하지 않으시는 심성은 닮지 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스승이시다. 이솔희 선생은 대학 강의와 다양한 문화기관의 사회 강좌도 열심이다. 줌으로 문학치료 강의를 하길래 유 선생님과 함께 신청해 배운 적도 있다. 최근 유튜브로 멀티단장시조를 매일 올리는 부지런함을 보면서 이 분 재능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한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으로 받들 만한 사람이 있다.‘그 중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은 기꺼이 따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학습을 통해 바꿔라’는 말이 이어진다. 논어 속 공자님 말씀이다. 우리는 셋 중 어느 한 사람이 스승이 아니라 셋이 서로 스승이다. 처음엔 내방가사에 대한 내 알량한 지식으로 두 분의 선생으로 만났지만 20년을 동행하면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 서로를 스승으로 삼아 기꺼이 따르는 사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고 했으니 셋은 완성의 숫자다. 우리는 셋이어서 부족함이 없고 더 이상 필요치 않다. 해가 바뀌면 만나고 싶고 계절이 바뀌면 그리워진다. 만나면 고담준론에 행복하고 즐거움에 웃음소리도 맑고 높다. 이보다 더 좋은 동행이 또 어디 있으랴. 우리 모두 우아하게 늙되 마음만은 소녀같이 사시는 유 선생님을 닮자며 선생님의 별호를 우리 모임의 이름으로 삼았다. 흰머리 소녀.

2024-09-11

계단을 오르다

배문경 수필가 나뭇잎에 튕긴 햇빛이 비처럼 쏟아진다. 저만치 계단 위를 올려다보니 빛 속에 세상이 놓여있다. 기와지붕 끝이 맞닿는 곳에 백일홍이 붉게 웃는다. 순간, 모든 것이 희고 환해서 도무지 이 세상이 아닌 듯 몽롱하다. 스물 계단 앞에 섰을 때 세상은 혼돈이었다. 소용돌이치는 시대의 혁명적 분위기에 휩쓸려 새로운 길을 만드는 물살 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은 새로운 시대를 요구했다. 내가 살던 작은 도시에서도 골목골목에서 나온 사람들이 어깨를 서로 걸쳤다. 나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목소리는 하나가 되었고 의기는 투합 되었다. 그때는 어디를 가든 친구와 함께였다. 침낭과 먹을 것을 배낭에 나누어 넣고, 지리산과 설악산을 올랐다. 고단함도 잠시 텐트를 펼치고 쏟아지는 별을 노래했고 나날이 만들던 추억은 우정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던 패기는 희망의 노래뿐만 아니라 절망의 노래를 부를 때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친구와 손을 잡고 오르면 어떤 계단에서도 숨이 차지 않았다. 서른 계단에서 결혼 후 아이들이 하나 둘 생겼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선 가을 길에 코스모스가 하늘거렸다. 돌담길을 걷자 쨍쨍한 가을 햇살에 땀이 났다. 능으로 가는 길,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나는 막내의 손을 잡고 걸었다. 계단 앞에 서서 큰아이는 동생을 위로 올라서게 한 후 나에게 올라서 보라고 재촉했다. 미소가 번지는 얼굴은 언덕배기를 하얗게 물들이던 구절초처럼 환했다. 아이들과 오르던 서른 계단은 웃음이 번지던 시간이었다. 마흔 계단을 오를 때는 사는 일에 스스로 지쳐 기진맥진할 때가 많았다. 홀로 떠난 여행길에서 감천마을을 살폈다. 낡은 집들의 틈새를 메우는 계단은 미로 같았다. 오르락내리락하던 계단을 사이에 두고 집은 이어졌다. 집도 사람도 서로를 보듬으며 견디고 있었다. 낡은 계단은 빗물을 흘려보내고 세월을 흘려보내느라 사람의 발길질에 삭을 대로 삭아 납작하고 보잘 것 없었다. 어둡고 칙칙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던 사람들의 흔적을 오르며 이 계단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했다. 쉰 계단은 나라는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과 함께 계단을 오른다. 라일락이나 들꽃처럼 짙은 보라의 향기가 번지는 시간이다. 운명을 찾아 연어처럼 자신을 찾는 회귀형도 있고, 파도에 적당히 몸을 맞기며 즐길 줄 아는 사람들도 본다. 그래서 그들 나름의 향기는 진하고 감미롭다. 나는 무슨 향기일까.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는 시간, 나의 향기를 덧입혀본다. 지금, 잠시 멈추어 서서 계단 아래로 눈길을 준다. 낮은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찬찬히 눈에 들어온다.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들꽃이 어느 날 눈길을 끌던 것처럼 사소하게 넘긴 것들이 목의 가시처럼 걸렸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늘 그 자리에 있으리라는 마음은 세심함을 잃은 행동이었다. 당연할 줄 알았다. 지금에서야 무심했다는 것을 깨닫고 따뜻한 시선을 담아 보낸다. 어제 같은 계단이 내일도 이어진다. 무수히 뻗어있던 길과 계단에서 달리고 걷고 혹은 뛰어넘기를 하며 넘어지고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가다가 지치면 잠시 쉬었다 가더라도 가야하는 길이다. 나이를 먹을 때마다 더 나아지리란 달콤한 희망은 좌절될지라도 삶은 또한 살아지는 것. 그 끝이 당장 정갈한 나무숲의 빛 내림처럼 황홀한 그 무엇이 아니더라도 살아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다다른 영산암 작은 마당에 햇살이 소복히 내려앉았다. 영산암(靈山庵)은 석가모니불이 경전을 통해 설법하셨던 영취산에서 유래했는데 보통 줄여서 영산이라 부른다. 어디에도 없던 평화와 안정이 마당에 들어찼다. 염불소리가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툇마루에 앉아 하늘을 보니 더 이상의 계단은 없는 듯했다. 세상의 모든 계단은 기도와 다르지 않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면 그 끝에는 세상을 내려다보는 조그마한 절 한 채가 있다. 그 도량을 거닐다보면 깨달음의 향기가 온 몸을 적신다. 절집 마당에 피어난 백일홍이 유난히 붉다.

2024-09-11

추석민심 의식, 극단적 ‘정쟁의 場’ 된 국회

지난 9일부터 나흘간 진행되고 있는 국회 대정부질의가 추석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여야 정쟁의 장이 됐다. 질의 의원 대부분이 최소한의 품격도 없이 막말 퍼레이드를 펼쳐 국회본의장이 마치 난장판 같다. 야당 질의의원들은 모두가 휘발성이 강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一家) 비위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그저께(9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적 없는 김 여사가 대통령 행세를 한다”고 했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권력 서열 1위가 누구냐.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令夫男) 소리가 들려오는데 못 듣고 있느냐”며 한덕수 국무총리를 다그쳤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국민의 분노가 윤석열을 끌어내릴 상황이 됐다. 2년 반이 너무 짧다”며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야당의 공세에 맞서 국민의힘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 비위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켰다. 권성동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자신을 ‘돌에 맞은 개구리’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억울한 개구리가 아니라 몰염치한 캥거루”라고 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무려 18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고 검사를 겁박하려는 의도”라고 공격했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이 하루 이틀 문제된 것은 아니지만 22대 국회 들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국회본의장이나 상임위 할 것 없이 폭언·허위사실 유포 등이 매일 계속되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의원 윤리실천법’ 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모욕 발언을 제외한 막말에 대해선 구체적 징계 조항이 없다. 추 원내대표도 언급했지만,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정쟁 앞에서는 민생 입법이 설 자리가 없다. 국회의원이 최소한의 윤리의식마저 버리고 정쟁을 일삼으면 결국 국가 품격이 떨어진다.

2024-09-10

심각한 급여 양극화…그늘 짙어지는 청년들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주변을 보면 현실에 강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이 많아 안타깝다. 대부분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MZ세대 공무원들은 ‘필리핀 이모’보다 못한 박봉에 분개하고 있고, 회사원들은 평생 벌어도 내집마련이 불가능한 현실 때문에 삶의 의욕을 잃고 있다. 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7월말 현재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로 등록된 20대가 6만5887명에 이르며,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10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빚더미에 눌려 생활고를 겪는 20대가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모양이다. 경마장을 찾는 2030세대가 지난 5년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신문사에 다니는 한 후배는 여성가족부가 지난주말 발표한 ‘공시대상회사와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임금을 보고 기사 쓸 마음이 싹 달아났다고 했다. 평균임금은 남성은 9857만원, 여성은 7259만원이었다. 여가부는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 자료로 내놨지만, 공무원이나 회사원 대부분은 심한 피해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고임금이다. 공시대상회사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겠지만, 공공기관은 공무원과 비슷하게 정부가 투자하거나 지원을 하는 곳이다. 200만 원 정도의 첫 월급에서 시작해 10년이 지나야 300만원이 조금 넘어서는 급여를 손에 쥘 수 있는 공무원이나 중소기업 회사원들로선, 공시대상회사·공공기관 직원의 평균임금을 보면서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이러니 공직사회 MZ세대 이탈이 가속화하고, 대기업 취업이 안 되면 차라리 백수로 살겠다는 청년이 느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가 405만8000명에 이른다. 대구만 해도 22만5000명이나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양극화 탓이 크다. ‘백수’로도 불리는 비경제활동인구는 통계상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이들이 취업이나 창업 준비를 하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자포자기한 상태로 놀고 있다면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을 낳을 수 있다. 공직자들의 조기이탈은 낮은 보수가 주된 이유다. 9급 초임의 기본급은 월 187만7000원이다. 최저임금(206만원)보다 작고, 내년엔 병장 월급(205만원)에도 역전당한다. 최근 이탈 러시가 이루어지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연금메리트도 희석된데다, 교사들이 여가부가 밝힌 공공기관 직원 평균임금을 받자면 평생 근무해도 불가능하다. 교장급여가 그들의 평균임금과 비슷하거나 작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양한 분야에서 양극화가 브레이크 장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청년세대의 극단적인 급여양극화는 우리사회에 신용유의자, 도박중독자, 니트족 등을 양산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저임금으로 인한 취업포기·한탕주의는 결혼·출산율 저하와 직결돼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 급여양극화는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 아니다. 대규모 공무원 조직의 보수를 짧은 시간에 개선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들에게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주면서 일하게 해선 안 된다.

2024-09-10

위기감 도는 새마을금고…근본 대책 나와야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부실대출 등 금융사고가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는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이들 금융기관의 연체 증가율이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관리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까 두렵다. 1963년 협동조합 형식으로 출발한 새마을금고는 현재 전국에 1288곳의 금고가 세워진 가운데 자산규모만 287조원에 이르고 있다. 2200만명이 거래하는 서민금융기관으로 성장했으나 감독 부실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그동안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는 부동산경기를 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대거 일어났으나 경기가 뒷받침되지 못해 전국 곳곳에서 부실대출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지난해는 적자 금고가 431군데(33%)나 달해 전년 대비 10배 정도 늘었다. 연체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금고도 80군데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분위기다. 포항에 있는 29개의 새마을금고 상당수도 부동산 브릿지론 등으로 대출을 했으나 아파트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빠지면서 자금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란 소식이다. 포항의 모 금고는 시내 4곳에 지점을 추가 개설했으나 실적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경영위기에 몰리자 중앙회가 역내 다른 금고와의 합병을 진행 중이다. 대구 군위군 소재 모 금고는 64억원을 무담보 허위대출해 준 것이 중앙회 감사 결과 드러나 합병이 결정됐다. 또 부실대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인 곳도 몇 군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감독기관이 금융사고에 취약한 금고를 사전에 파악해 통폐합을 서둘러야 지금이라도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새마을금고 부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경영인의 비전문성이나 느슨한 관리·감독, 허술한 내부통제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감사에 착수하는 등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대응만 되풀이 해온 것이다. 금융감독원으로 감독권을 이양하는 등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2024-09-10

조만장자(兆萬長者)

우정구 논설위원 백만장자라는 말이 처음 생긴 1700년대 초반에는 미화 100만 달러(한화 약10억원) 이상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백만장자는 대부호를 지칭하는 대표 용어로 사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100만 달러가 적지 않은 돈은 맞으나 100만 달러를 기준으로 대부호란 표현을 쓰기에는 다소 어색한 면이 없지 않다. 미국의 석유왕 존 록펠러는 1916년 세계 최초로 백만장자를 뛰어넘어 억만장자가 됐다. 101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50대 후반부터 벌인 돈을 불쌍하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돕는 일에 써서 20세기 최고의 자선 사업가란 이름을 얻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보도에서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 탄생을 예고해 화제가 됐다. 현재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3년 뒤 조만장자로 등극할 것이라 했다. 머스크의 현재 자산은 2510억 달러(한화 337조원)이나 매년 110%씩 자산이 증가하고 있어 2027년에는 1조달러(한화 1339조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의 재산이 1조달러를 돌파했지만 왕족 특성상 개인과 왕가 재산이 구분되지 않아 공식 집계에선 제외된다. 만약 머스크가 조만장자로 등극을 하게 되면 록펠러가 억만장자가 된 뒤 111년만에 대부호의 재산 단위가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가 소수인에게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시각도 있다. 상위 1% 부유층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세계 배출량의 16%에 달하는 나쁜 경우를 사례로 들고 있다. 많이 번만큼 사회에 기여율을 높이는 부자들의 자선가 정신이 더 절실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10

동기부여와 삶의 가치관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동기부여와 삶의 가치관, 조직의 성과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동기부여는 개인의 특정 목표나 행동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내적 또는 외적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심리적 과정을 말하며, 삶의 가치관은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믿음, 목표, 우선순위 등을 의미한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결정하고, 무엇에 동기를 느끼는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며, 직장에서 삶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일에 대한 몰입도가 다르고 생활 흐름도 영향을 받는다. 동기부여는 어떤 행동을 시작하게 하고 그 행동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있고 삶의 꿈을 실현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개인이 흥미나 성취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동기를 가지는 취미 등은 내적 동기, 보상, 인정, 처벌 등의 외부 요인에 의한 조직 내의 개인의 움직임이 외적 동기라 한다. 삶의 목표나 비전은 개인의 가치관에 기초하며,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기업은 공동의 가치관이 어떤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지 결정하게 하며 동기부여 수준을 높이게 한다. 가치관이 확실하면 동기부여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고 개인의 일관된 행동으로 나타난다. 조직에서 직원의 동기부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첫째, 명확한 방향과 목표 설정이다. 조직의 목표와 자신의 업무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달성할 때 조직 기여도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적절한 보상체계이다.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인정, 승진기회 등 비금전적 보상도 중요하다. 셋째, 자율성과 책임감이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책임감을 느끼게 하여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넷째, 일의 의미이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이 조직 전체 또는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 때 동기부여가 일어난다. 다섯째, 피드백이다. 성과에 대한 정기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면 자신의 발전 상황을 확인하고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일어난다.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자율성, 목적의식, 성취감 등을 중시하며, 개인의 행복과 성장을 추구한다. 자율성과 주도권 부여가 중요하며 관리와 통제는 역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동기부여는 경제적인 경우와 비경제적인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구성원이면 성장과 수익을 추구한다. 필자가 컨설팅 하고 있는 119 방재센터는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의 미션을 갖고 있다. 경제적인 이해 타산을 따지지 않고 사람을 구하는 데 소명의식을 가지고 골든 타임에 집중한다. 기업은 구성원 동기부여가 적절히 이루어졌을 때 성과는 커진다. 동기부여가 잘 된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며 매출 증가, 비용 절감, 혁신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 삶의 가치관에 맞는 동기부여는 일의 만족도를 높이고 조직 문화 개선, 기업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4-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