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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이주민들, 적십자 인도주의 실천 앞장서다

경북적십자사가 11일 경산 남부봉사관에서 ‘경산다사랑봉사회’ 결성식을 개최하며, 다문화 이주민들과 함께하는 지역사회 통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봉사에 참여하고자 뜻을 모아 출범한 이번 봉사회는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8개국 출신의 이주민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출범식에서 이들은 적십자 정신에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을 전해 큰 감동을 자아냈다.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임옥지(중국 출신)씨는 “한국 사회에서 배운 나눔의 가치를 이제 봉사로 돌려드릴 때”라며 “선배 봉사원들의 가르침 속에서 적십자 인도주의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는 단순한 자원봉사 참여를 넘어서, 이주민 스스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경북적십자사 김상영 부회장은 “’다사랑’이라는 이름처럼, 다양한 문화를 품은 이주민 봉사자들이 하나 되어 이웃을 돌본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라며 포용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경산시청 최순환 총무과장은 “지난 산불 재난에서 보여준 적십자 봉사정신처럼, 앞으로 다사랑봉사회도 지역사회 인도주의 활동의 한 축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북적십자사는 앞으로 경산다사랑봉사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배경의 봉사자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가 진정한 통합과 상생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7-14

칠곡군, 제11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위촉식

칠곡군은 지난 10일 군청 강당에서 대표협의체위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1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대표·실무협의체 위원 위촉식 및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은 칠곡군 지역사회보장 사업을 논의하고 지역 복지문제 해결에 앞장설 제11기 위원을 위촉하기 위한 것으로 △김종호 대표협의체 민간공동위원장 △이기호 대표협의체 부위원장 △강순남 실무협의체 위원장 △채순남 실무협의체 부위원장이 호선으로 선출되었다. 이번에 위촉된 위원은 연임 43명을 포함한 49명(당연직21명, 위촉직28명)은 향후 2년간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심의·자문 및 지역자원 개발 및 연계협력으로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 중추적 역할수행에 힘쓸 예정이다. 김종호 민간공동위원장은 “칠곡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공동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과거 달리기 대표로 누구보다 앞서 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위원 여러분들과 발맞추어 우리 지역의 복지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지역복지발전을 위해 함께 해주신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민관협력 강화를 통한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리며,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5-07-14

“한국관광 100선 도장 찍고 경품도 받고”

한국관광공사(사장직무대행 서영충, 이하 ‘공사’)는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8월 31일까지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이하 ’한국관광 100선‘)’을 주제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국관광 100선’은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100개를 엄선하여 국내여행의 버킷리스트를 제시하는 사업으로, 2년마다 선정된다. 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에서 ‘한국관광 100선 스탬프투어’ 정보를 확인하여 해당 관광지에서 스탬프를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고, 공식 인스타그램(visitkorea100)을 팔로우한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총 1,150명에게 풍성한 경품을 제공한다. 또한, 공사는 ‘한국관광 100선’ 홍보를 위해 하나은행, 티맵모빌리티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하나은행 ‘아이부자’ 앱을 통해 ‘한국관광 100선’으로 떠나는 여행계획을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호텔상품권, 외식권 등을 증정하는 ‘우리가족 여행이벤트(7.1~17)’가 진행된다. 해당 이벤트 참여자에게는 최대 2%까지 적금 금리 우대쿠폰을 제공한다. 티맵모빌리티와는 ‘한국관광 100선’ 최다 방문자를 위한 이벤트를 마련한다. 오는 7월 8일부터 31일까지 티맵을 활용해 ‘한국관광 100선’을 방문하고, 장소 리뷰로 가장 많은 인증 사진을 올린 참가자에게 여행 캐리어, 주유권 등을 증정할 예정이다. 공사 허소영 국민관광마케팅팀장은 “양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관광100선이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한국관광100선과 함께 특별한 여름휴가를 보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7-14

“K-드라마 속 사랑의 순간 만나보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청와대 사랑채 1층 전시실에서 ‘K-드라마, 러브 챕터(Love Chapter)’ 전시를 개최한다. 지난 7월 5일에 문을 연 이번 전시는 ‘드라마 속 사랑의 순간들이 다시 피어납니다’라는 부제 아래, 한국 드라마의 핵심 감성인 사랑을 주제로 구성했다. 공사는 드라마 콘텐츠와 최신 미디어 기술을 결합해 국내외 관람객에게 한류관광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회는 입체적인 시청각 체험을 통해 드라마 속 사랑의 서사를 따라가도록 연출됐다. 먼저, 로비에서는 드라마 스틸컷을 담은 390여 개의 패브릭 행잉을 만나볼 수 있다. 드라마 촬영지와 OST를 함께 즐길 수 있는 3D 미디어아트, 유리 프리즘 기둥을 통해 전해지는 ‘폭싹 속았수다’, ‘사랑의 불시착’ 등 드라마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다채로운 구성이 관람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또한,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촬영지인 울주 나사해변, ‘무인도의 디바’ 속 상주의 맥문동솔숲 등 실제 드라마 촬영지를 미디어아트로 구현해 가상 로케이션 투어를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매주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휴일에도 정상 운영된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7-14

스페인 기업, 한국서 우주여행시대 연다

우리나라도 2년 안에 우주여행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민간 주도 우주개발기업 제로투인피니티(Zero 2 Infinity)가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열기구 모양 비행체를 통한 ‘우주 관광’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한다. 200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우주 가장자리’ 격인 성층권(고도 8∼50㎞)에 헬륨가스를 채운 풍선 형태 등의 유·무인 비행체와 발사체를 보내는 기술과 관련 서비스를 개발한다. 아직 서비스 상용화에는 이르지는 못했지만 시험 비행 단계에서 유인 비행은 고도 약 9.7㎞까지, 무인 비행은 32㎞ 지점까지 도달했다. 호세 마리아노 로페즈 우르디알레스 제로투인피니티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고고도) 유인 비행은 자금 조달이 원활하다고 가정했을 때 2년 안에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용화 시 승객 1명당 비용은 약 1억6천만원으로 추산된다. 우주여행 상품화에 앞서 제로투인피니티코리아는 관계당국 허가를 마치고 ‘별(byul) 프로젝트’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반려동물의 유해를 별 모양의 캡슐에 담아 고도 32㎞에서 흩날리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방식이다. 국내 반려동물 장묘업체인 21g(21그램)과 협업해 이뤄진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7-14

제주 할머니들 ‘폭싹 속았수다’ 명장면 그림에 담아

제주 할머니들이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렸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에 사는 73세부터 96세에 이르는 할머니 9명은 지난 5월 2일부터 이달 말까지 예술공간 ‘선흘그림작업장’에서 ‘폭싹 속았수다’의 감동적인 장면을 담은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이들 할머니는 2021년 드로잉 프로젝트 ‘할머니의 예술창고’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이들이 그린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폭싹 속았수다’ 주요 촬영지인 제주목 관아와 김녕 해변·성읍민속마을·성산일출봉에 만들어 오는 8월31일까지 해시태그 이벤트를 한다. 공사는 다음 달 31일까지 해당 포토존에서 촬영한 사진을 ‘#제주폭싹이벤트’, ‘#제주와의약속’ 문구와 함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도민과 관광객 중 추첨을 통해 선정된 10명에게 선흘1리 할머니 그림을 선물로 증정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선흘1리 할머니들 그림 전시회에 ‘폭싹 속았수다’ 주인공인 아이유가 방문해 화제가 됐었던 만큼, 이번 이벤트가 도민과 관광객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7-14

“올 여름 무더위 ‘워터트레인’서 날려요”

제주의 대표 관광지인 에코랜드 테마파크가 여름을 맞아 더욱 강력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7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에코랜드의 인기 여름 체험형 콘텐츠인 워터트레인 시즌2 ‘몬스터를 잡아라’가 레이크사이드역과 포레스트가든역 사이 기찻길 구간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시즌은 제주도 내 관광사업체 관광붐업 행사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제주관광협회의 공식 지원을 받는 콘텐츠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에코랜드는 이를 통해 체험의 완성도를 높이고, 제주의 자연 자원과 관광 활성화에 부합하는 콘텐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워터트레인은 평화로운 곶자왈 숲속에 나타난 몬스터 무리와 기차를 지키려는 탑승객 간의 물총 배틀로 시작된다. 관람객은 기차 안에서 직접 물총을 들고 전투에 참여하며, 단순한 관람을 넘어서는 현장 체험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유럽에서 활동하던 외국인 댄서들이 직접 출연해 선보이는 웻댄스(Wet Dance) 퍼포먼스와 저글링 서커스 묘기가 더해져 한층 다채롭고 역동적인 구성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최대 8미터 상공까지 물을 분사하는 워터캐논, 한층 더 강력해진 워터젯, 그리고 스프링클러 등 다양한 특수 장비가 총동원돼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화려한 물의 연출은 관람객들에게 시원하고 압도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며, 이번 워터트레인은 무더운 여름을 날려버릴 대표 물의 축제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다. 에코랜드는 이번 워터트레인은 제주의 자연, 액티비티, 퍼포먼스를 결합한 복합형 콘텐츠로, 가족 단위는 물론 어린이와 커플 관람객까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름 대표 프로그램이라며, 제주 관광 붐업에 기여하는 한편, 지역 콘텐츠의 질적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콘텐츠는 제주 관광의 체류형 콘텐츠 확대와 함께, 관광객 만족도를 높이고 여름철 제주 여행의 새로운 즐길거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워터트레인 시즌2 ‘몬스터를 잡아라’는 오후 1시 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하루 5회 진행되며, 관람객은 기차에 탑승한 채 물총 배틀과 퍼포먼스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물총은 현장에서 대여해주며 우비는 무료 제공된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7-14

한여름 자연 속 고요함… 숲에서 쉼을 찾다

한여름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바람한 점 없는데 칠월 하순의 햇살 그 품안으로 지상의 푸르름을 모두 데려가고 있다. 여름 여행을 꿈꾼다면 숲에 머물면 어떨까? 아홉산 숲과 서후리 숲, 구례 섬진강 댚숲길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가족여행지로도 일품이다. 부산 기장군 9개 골짜기 품은 ‘아홉산숲’ 하늘로 뻗은 금강소나무·보호수 116그루 영화 촬영지·슬로우 트레킹 코스로 주목 경기도 양평 깊은 산속 조용한 ‘서후리숲’ 잣나무∼단풍나무까지… 테마별 산책로 자연이 숨쉬는, BTS 다녀간 숲으로 유명 전남 구례 지리산 품은 ‘섬진강 대숲길’ 곧고 빼곡한 대나무 줄기 사이 그늘길 바람에 춤추는 대숲… 사진 명소로 ‘딱’ △영화·드라마의 촬영지, 평형세계의 문을 여는 아홉산 숲 부산 기장군 철마면,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남짓. 이 거리 안에 이토록 깊은 숲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9개의 골짜기를 품은 아홉산 자락에 기대어 300년 넘게 자라온 숲, ‘아홉산숲’이다. 이름도, 내력도 남다르다. 임진왜란 이후 미동마을에 정착한 남평 문씨 일가가 9대에 걸쳐 가꿔온 사적인 숲. 단 한 평의 땅도 내어 팔지 않았고, 자연의 순리를 따라 숲의 형체를 지켜왔다. 한때는 ‘들어갈 수 없는 숲’이었다. 그렇게 닫힌 시간은 2015년, 대중에게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2022년부터는 일일 입장객을 제한하고, 유료 입장제를 운영하며 숲의 밀도를 지키는 방식으로 공존을 꾀하고 있다. 그 결과 오늘의 아홉산숲은 ‘치유형 숲여행’의 대표지로 떠올랐다. 매표소를 지나 첫발을 디디면 수령 400년이 넘는 금강소나무들이 마중 나온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자태. 두 팔 벌려도 안기지 않는 굵기. 일제강점기 내내 송진 채취 없이 지켜졌다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현재 이 숲에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는 무려 116그루에 이른다. 그 곁, 한옥 ‘관미헌(觀薇軒)’은 이 숲의 상징 같은 곳이다. ‘고사리조차 귀히 본다’는 뜻을 품은 이름처럼, 작은 풀 하나까지 귀하게 여겨온 이 집안의 철학이 고스란히 숲에 녹아 있다. 관미헌을 지나면 이내 맹종죽 대숲이 펼쳐진다. 초록이 쏟아지는 터널, 공기의 감촉마저 달라지는 공간이다. 아홉산숲을 단박에 유명하게 만든 건 드라마와 영화 속 장면들이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대호>, <협녀: 칼의 기억>에서 숲은 시대극의 시간 배경이었고, 드라마 <보보경심 려>,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는 평행 세계의 문이 열리는 공간이 됐다. 특히 드라마 <더 킹>에서 이민호가 말을 타고 질주하던 숲이 바로 이곳, ‘평지대밭’이다. 국내 최대 규모(3만3000㎡)의 맹종죽 단일 숲으로, 평지에 대나무가 자라는 특이한 지형이 주는 묘한 비현실감이 압권이다. 햇살이 댓잎 사이로 스며들고, 바람이 지나가며 바스락거리는 소리. 걷는 이의 발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진다. 많은 방문객이 이곳에서 ‘숲 속의 다른 차원’을 체험한다고 말한다. 인공의 구성이 단 하나도 없는 숲이 줄 수 있는 정서적 충만함이다. 아홉산숲은 순환형 산책로로, 대숲과 참나무 숲, 편백나무 군락 등을 지나 약 40분~1시간 소요된다. 숲속 굿터를 지나면 개잎갈나무와 맹종죽이 마주 보는 ‘바람의 길’, 편백과 삼나무가 이어진 ‘서낭당길’, 그리고 여름이면 분홍꽃이 흐드러지는 100년 된 배롱나무길까지, 숲의 결은 일정한 듯하지만 계절과 햇빛에 따라 변주된다. 편의시설은 거의 없다. 벤치 몇 개, 음수대 하나 없다. 심지어 화장실도 입구 쪽 한 곳뿐이다. 하지만 불편함보다 오히려 이 숲이 지켜온 절제와 고요에 대한 존중이 먼저 든다. 최근 아홉산숲은 ‘슬로우 포레스트 트레킹’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부산관광공사는 이 숲과 인근 ‘부산치유의숲’까지 연계한 치유형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사전 예약제(단체)로 운영되는 숲 해설 프로그램은 남평 문씨의 가문사, 숲의 생태적 구조, 촬영지 설명까지 곁들여져 콘텐츠가 깊다. 수십 번 사진으로 보아도, 직접 걸어본 숲길은 전혀 다르다. 나무 사이로 흘러드는 바람, 대숲 사이로 깃든 시간, 땅에 닿은 햇살의 기울기. 그 모든 것이 내 몸에, 감정에, 기억에 기록된다. 숲은 걷는 장소가 아니다. 오늘을 내려놓고 내일을 채우는 속도의 기술이다. 아홉산숲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5000원이다. 반려동물은 동반할 수 없다. △ BTS가 머물렀던 사유와 치유의 숲 ‘서후리숲’ 경기도 양평 서종면 깊은 산자락, 그곳에 ‘서후리숲’이 있다. 33만㎡ 이르는 조용한 사유림. BTS가 머물며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됐지만, 여전히 숲은 조용히 자신의 호흡을 이어간다. 서후리숲은 1999년부터 조성에 들어가 2004년 본격 개발, 2014년 정식 개방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큰 피해를 입기도 했으나 복구에만 3년을 들여 숲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전체 면적은 99만1735㎡. 이 중 33만㎡ 가 일반에 개방되어 있다. 그만큼 숲은 계획적이되 절제돼 있고, 손길은 닿았으되 거슬리지 않는다. 산책로는 잣나무, 자작나무, 메타세쿼이아, 단풍나무, 은행나무 등 수종별로 테마가 분리돼 있다. 곳곳에는 벤치와 포토존, 전망대가 설치돼 사계절 풍경을 천천히 누릴 수 있게 했다. A코스는 왕복 1시간, B코스는 왕복 30분이 걸린다. A코스를 따라가면 서후리숲의 백미인 자작나무숲에 닿는다. 높은 해발에 자리한 이 자작나무들은 1980년대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얗고 곧은 줄기가 빽빽이 서 있는 풍경은 북유럽의 숲을 닮았다. 이 숲이 더욱 주목받게 된 계기는 BTS의 방문이었다. 그들은 2019 시즌 그리팅(인사) 영상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넓은 잔디정원과 흰 벤치, 자작나무숲과 작은 연못이 어우러진 장면은 지금도 팬들의 발길을 끈다. 연못 옆 둥근 테이블, 벤치에 놓인 사진 속 두 멤버의 모습은 팬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숲은 촬영지 이상의 가치가 있다. 계곡 옆 양귀비와 샤스타데이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1급수에만 사는 버들치가 노니는 물가에는 아이들이 발을 담그고 앉아 있다. 연못과 작은 폭포, 귀룽나무와 고광나무, 황금실측백나무와 구상나무숲은 각각 독특한 풍경을 품고 있다. 서후리숲의 운영 원칙은 분명하다. 음식물 반입, 반려동물 동반, 식물 채취는 금지다. 정해진 산책로 외 출입 역시 제한된다. 자연을 해치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숲 안팎에 음식점도 없다. 가장 가까운 식당이 차로 15분 거리다. 숲의 고요를 방해하지 않기 위한 배려다. 서후리숲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머문 숲이지만, 오히려 자연이 더 살아 숨 쉰다. BTS가 다녀가며 유명해졌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숲’이다. 걸을수록 말이 줄고, 마음이 편해지는 곳. 서울에서 멀지 않지만, 삶의 소음으로부터는 멀어진 장소. 숲이 주는 본연의 위로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이곳이 그 해답일 수 있다 입장료는 일반 8,000원, 경로·장애인·학생·단체는 7,000원, 초등학생 미만과 서종면 주민은 5,000원이다. 매주 수요일은 휴무다. 단, 공휴일은 예외다. 대중교통 접근은 쉽지 않지만, 그것이 서후리숲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가장 가까운 역은 양수역이며, 이후 택시나 자가용으로 이동해야 한다. △ 별세계로 가는 비밀의 정원, 구례 섬진강대숲길 전남 구례에 섬진강 대숲길은 대중교통으로 닿기에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대숲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굴다리를 지나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굴다리 오른쪽으로는 정자 쉼터와 섬진강이 있고 왼쪽으로 대숲이 펼쳐진다. 섬진강 물길따라 대숲 뒤 먼발치로 지리산이 물결친다. 구례가 자랑하는 풍경이 한데 모인 셈이다. 섬진강대숲길에 첫발을 디딜때 그 숲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구례가 아껴둔 비밀의 정원이다. 대숲길로 들어서면 어느새 땡볕이 사라지고 마디마디 곧은 대나무 줄기가 무리지어 그늘을 드리운다. 대숲의 음명은 활엽수 그늘과 달라 수평으로 넓기보다 수직으로 깊다. 벤치에 앉아 대나무를 보면 빼곡한 숲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강바람이 ‘솨~’하고 불면 숲이 조금씩 일렁거린다. 포토존도 여럿 곳에 있다. 중간 지점에 섬진강 쪽으로 뻗은 샛길이 있고, 섬진강대숲길 경계에 그네가 놓였다. 섬진강 풍경이 마치 한곳에 모인 듯한 느낌이다. 야간이면 어둠이 내린 숲이 무지갯빛으로 변신하고 사방서 반짝이는 반딧불이 신비롭기 그지없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7-14

국립경주박물관, 문화유산 큐레이션 서비스 ‘똑똑, 신라 산책’ 운영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박물관 문화유산 큐레이션 서비스 ‘똑똑, 신라 산책’을 운영한다. ‘똑똑, 신라 산책’은 국립경주박물관의 문화유산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보고 느끼며 쓴 글을 가까운 사람과 산책하며 대화하듯 함께 나눠보는 큐레이션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원고를 모집하며, 8월부터 12월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국립경주박물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7월에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재학생의 원고를 시작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서비스는 박물관이 전문 지식 중심의 접근을 넘어, 대중의 감성과 시선을 통해 문화유산을 함께 즐기기 위해 마련됐다. 내ㆍ외국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국립경주박물관 누리집에 개설한 교육프로그램 ‘똑똑, 신라 산책’ 응모 페이지를 통해 원고를 제출하면 된다. 박물관은 매월 우수한 원고를 선정해 정기적으로 게재할 계획이다. 선정된 참가자들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한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누구나 편리하게 참여하고 새로운 감상 경험을 공감할 수 있는 온라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박물관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가 널리 확장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모두에게 국립경주박물관의 문화유산을 쉽고 재미있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똑똑, 신라 산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신라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와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며, 선정작들은 향후 박물관의 대중 아카이브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4

‘회화, 시간을 담다’展, 경주 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서 개최

전통과 현대,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화의 시간성을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가 경주에서 열린다. 오는 27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에서는 지역 전통 회화 그룹 영남한국화회의 전시 ‘회화, 시간을 담다’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50년 전통을 이어온 영남한국화회 소속 작가 26명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한국화가 시간과 어떻게 조우하고 해석 되는지 탐색한다. 영남한국화회는 한국화의 정체성과 확장을 모색해온 대표적인 회화 그룹으로, 이번 전시는 이들이 견지해온 예술적 시선이 어떻게 시대성과 만나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특히 경주라는 유서 깊은 장소에서 개최되는 만큼, 역사와 예술, 전통과 현재가 교차하는 의미 있는 맥락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는 권소현, 김보미, 김봉천, 김명식, 김조은, 김지원, 김채완, 김하균, 문은미, 박형석, 배하늬빛, 신재순, 오일심, 안태현, 여수빈, 예진영, 유혜정, 이소영, 이철진, 이하은, 장두일, 조서연, 주혜심, 천샛별, 최민규, 최정숙 등 총 2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한국화의 전통성과 실험성, 회화의 시간성과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4

포항문화재단, 시민 담론전시 ‘낯선, 끌림’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지난 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시민 담론전시 ‘낯선, 끌림’을 스페이스 298(북구 중앙로 298번길 13)에서 개최한다. ‘낯선, 끌림’은 평소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감정과 관계의 흔적에 포착하며 시각예술에 매진해 온 박진영, 안성용, 최아름 등 세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의 작품으로 시민과 함께 인구 소멸과 구도심 위기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이번 기획의 포인트다. 박진영 작가는 일상 풍경 속 심리적 결핍, 관계의 붕괴, 기억의 틈을 회화와 설치로 시각화한다. 그의 작업은 결핍된 자리에 감정의 무게를 새기고, 사회적 기억과 트라우마를 직조한다. 안성용 작가는 인물의 시선, 일상의 흔적들로 정서의 틈을 기록한다. 그의 사진은 존재와 부재, 거리감의 미세한 진동을 포착하는 데 집중하며, 최아름 작가는 진주, 꽃, 리본 등 상징적 소재와 색채, 밀도 높은 질감으로 고립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가능성과 복원의 미학을 탐구한다. 전시 기간 중인 19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담론 프로그램 ‘열린 질문들’이 마련돼 작가들의 작품을 오늘날 지역 침체에 대한 감각과 치유에 연관 지어서 색다르게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열린 질문들’ 참여는 구글폼을 통한 사전 신청과 현장 등록으로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재단 홈페이지와 스페이스298 인스타그램(@space298_official)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포항문화재단 이주행 P-콘텐츠산업팀장은 “‘낯선, 끌림’ 전시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예술과 감정, 도시와 시민이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설계되었다”며 “메마른 감성의 시대에 예술이 감각을 되살리는 촉매가 될 수 있을지 탐색하는 실험적 시도이자, 지역 사회와 예술의 유기적 연계를 모색하는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4

건축·회화·조각… 장르 넘나드는 현대예술 탐구

경북 북부 최초의 1종 미술관인 안동 송강미술관이 개관 2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일부터 오는 9월 14일까지 특별기획전 ‘UNFOLD’를 개최한다. 전시는 미술관 전관을 활용해 건축, 회화, 조각 세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예술이 탐구하는 감각의 확장과 사유의 깊이를 조명한다. 총 80점의 작품이 선보이는 이번 기획전은 단순한 장르 나열이 아닌, 서로 다른 매체가 교차하며 동시대 예술이 던지는 본질적 질문을 풀어내는 실험적 시도로 기대를 모은다. ‘펼치다(Unfold)’라는 단어에서 출발한 전시 제목은 공간, 시각, 감각, 물성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진화하고 확장되는지 탐구한다. 특히 고정된 장르 틀을 깨고, 건축·회화·조각이 상호작용하며 창출하는 새로운 예술적 차원을 관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송강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허브로서 현대예술의 흐름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제1전시장에서는 ‘PART 1. 건축–공간의 사유’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이소자키 아라타의 드로잉, 설계안, 판화 등을 통해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가 아닌 철학적 사유의 장이 되는 과정을 선보인다. 콘크리트와 여백, 빛과 그림자를 매개로 공간이 어떻게 조형되고 사고되는지를 조망한다. 제2전시장에서는 ‘PART 2. 회화–감각의 확장’으로 국내외 대표 극사실주의 작가 두민, 최영, 호시 켄지의 회화 작품이 집결한다. 이들은 사진 같은 정밀함을 넘어 시간의 흐름, 감정의 층위, 입체적 상상력을 화폭에 담아낸다. 제3전시장은 ‘PART 3. 조각-물성의 깊이’로 조각가 곽동훈과 이윤복은 유리, 금속, 목재 등 상반된 재료의 물성을 탐구한다. 곽동훈은 투명한 유리에 금형을 새겨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을 시각화하고, 이윤복은 차가운 금속을 유기적 형태로 가공해 생명력과 감정을 담아낸다. 이들의 작품은 물질 자체의 물리적 성질을 넘어, 관객과의 대화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명자 송강미술관장은 “지난 2년간 지역민의 사랑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현대예술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며,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미술관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며, 전시 관람료는 일반 5000원, 단체 및 초중고 할인 3000원, 미취학 아동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4

깎기, 뽑기

출퇴근길에 학교 담장 곁을 걸어서 오간다. 10년째다. 중간이 대문이고 양쪽으로 담장이 있다. 담장 밑과 보도블록 사이엔 폭이 한 뼘쯤 되는 모래흙 부분이 있어, 풀들이 화단 삼아 잘도 살았다. 으레 보던 풀들이라 재작년 3월까지는 관심 없이 지나다녔다. 그해 4월 초 어느 아침, 북쪽 담장 아래서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았다. 마치 그 옛날 젊은 엄마를 만난 듯, 반가운 존재가 보였기 때문이다. “반가워! 도시 대로 가에서 너를 다 만나다니, 넌 내 ‘행운’이야”라며 이름 지어주고, 첫인사를 나누었다. 사진도 찍었다. ‘행운’ 앞에 잠깐 머무는 동안, 내 맛봉오리와 후각세포는 어느새 그 옛날 응달에 잔설이 하얗던 이른 봄 고향 아침 밥상에 갔다. 밥상엔 젊은 엄마가 ‘행운’으로 끓인 국이 올랐다. 행운의 풋 내음, 풋 맛이 단박에 허기를 채워나갔다. 엄마는 어디서 뜯었는지, 해마다 이른 봄이면 꼭 그 국을 밥상에 올렸다. 높바람에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을 국은 녹여내고도 남았다. ‘행운’의 고향 이름은 ‘구시디’다. 논밭 두렁, 도랑 가, 길 가 등 모래 쌓인 곳에 잘 자라는 구시디는 언제나 진초록 깔끔이다. 줄기와 잎이 연약하고 작아 다른 풀들이 자라기 전 이른 봄에 잘 보인다. 구시디의 표준말은 ‘벼룩이자리’다. ‘모래별꽃’이란 이름도 있다. 어린잎은 일종의 세제로서 소독에 쓰기도 하고, 데쳐서 나물로도 먹고, ‘구시디국’도 끓인다. “아, 어찌 이런 일이!….” 학교 담장이 가까워지자 저절로 나온 말이다. 작년 늦봄 한 출근길에서다. ‘행운’이 벗들과 어우렁더우렁 살던 담장 아래. 풀들은 다 없어지고, 사막 모습만 휑하게 남았지 않은가. 풀들이 자라나고, 꽃 피우며, 열매 맺는 모습을 바라보던 행복도 뽑혀버린 풀들과 함께 깡그리 뽑힌 마음이다. 올핸 초여름에 벌써 두 번째 뽑기를 당했다. 황량, 쓸쓸하다. 왜, 풀들을 깎지 않고 뽑아냈을까. 환경미화에 별난 교장이나, 담당자가 왔나보다 하면서도, 상실감과 애틋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린 날, 고향에서는 김맬 때 외는 풀을 안 뽑았다. 벌초만 했다. 냉이같이 뿌리를 먹는 나물만 캐지 다른 나물, 꼴, 사료, 거름 용 풀들은 뜯거나 깎거나 베었다. 풀은 뽑기‧캐기보다, 뜯기‧깎기‧베기를 하는 게 맞다. 고마운 생명을 살리며, 자원으로 재이용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풀 뽑기를 한 담당의 생명경시 마음이 죄 없는 ‘행운과 그 벗들’은 물론, 내 행복도 그만 유명을 달리하게 하고 말았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깎기’보다 ‘뽑기’에 얼빠졌다 싶다. 해방 후 80년을 심고, 깎고, 가꾸어 온 것들을 뽑아버리는 집권세력의 행태가 곳곳에 번진다. 기존 제도를 ‘깎기’ 곧, 다듬고 가꾸어나갈 생각은 않고 ‘뽑아 없앨 궁리’의 먹구름만 피워대니 말이다. 자기편 욕망 충족이 목적인 게 뻔한 것들을 ‘국민의 뜻’이라고 호도하면서…. 뽑거나 캐기보다 뜯거나 깎기 중심으로 살아온 게 우리 사회다. 정치권은 부디, 이를 버리지 말고 이어나가 깎고, 다듬어 복된 나라로 가꾸어주기를 두 손 모아 비는 마음 간절하다. /강길수 수필가

2025-07-14

99 vs 1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찾으면, 길을 잃지 아니한 99 마리 보다 이것을 더 기뻐하리라(마태)’ 예수가 이토록 기뻐한 한 마리 양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여기 홀로 가는 한 마리 양이 있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이라고 이름 붙여진. 남겨진 99마리는 1마리 양이 무엇 때문에 길을 잃었는지, 왜 홀로 가는지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 다만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99 마리는, 무리 속에서 안전하게 머물면서 길 잃은 한 마리 양의 위험과 불안을 이야기한다. 99마리는 한 마리 양을 반드시 찾아내어 무리 속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고 입을 모아 외친다. 그리고 마침내 잃어버린 양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이 찾은 그 양은, 겉 모습은 같았으나, 무리를 떠나기 전의 그 양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길을 잃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길을 잃어본 사람만이 참된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길을 잃어야 한다, 진리와 참된 세상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은 진리 앞에서 길을 잃어야 한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무리에서 이탈된 나약하고 불쌍한 존재로만 보아서는 양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성경의 이야기는 세렝게티 초원 영양무리에 관한 장면이 아니다. 불가에서의 출가는, ’구도에의 길에 나서는 시작‘을 의미한다. 처와 자식을 버리고 집을 나선 싯다르타가 구도행을 하지 않았다면, 그의 출가는 단지 가출에 불과했을 것이다. 무리에서 이탈한 한 마리 양이 무리를 떠난 이유를 알아야 한다. 1 마리는 99 마리가 머무는 ’그 무리‘ 를 염려했으며, 99마리가 묵묵히 순종하며 걸어가는 ’그 길‘ 을 의심했다. 99마리가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달콤한 잠이 든 그 순간에도 1 마리는 폭풍우 치는 바다를 건너고, 열사의 사막을 지나, 험준한 설산을 넘었다. 99마리와 1마리가 만났을 때, 99마리는, ’드디어 어린 양을 찾았다‘라고 기뻐 외쳤으나, 1마리는, ‘너희들이 나를 찾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들을 찾아 왔다’ 라고 조용히 말했다. 길 잃은 양은 집단의 안일함을 거부한 의식의 개별자이다. 방황 속에서 진리의 음성을 듣고자 길을 떠났고, 진리를 묻기 위해 길을 잃었다. 구도란 길 잃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길을 잃어야 비로소 진실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 광야를 달리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수타니파타)’ 그렇다. 진리의 세계로 가는 길은 고독하고 멀다. 그 길은 동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부처도 예수도, ‘홀로 가라’ ‘방랑자가 되라(도마)’고 했다. 삶을 치열하게 사는 사람은, 무소의 뿔처럼 고독하며, 길 잃은 양처럼 절박하다. 예수는 진리의 샘을 찾아 나선 한 마리 양을 찬양했다, 존재가 자기 자신을 묻기 시작하는 순간, 99마리의 울타리 안에 안주할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우리네 삶 속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길을 잃어보자. 고요히 정좌하여 평온하게 호흡하면서 내가 속한 이 집이, 가는 길이 온전한지를 들여다보자. 당신도 언젠가는 부처와 예수처럼 길 잃은 한 마리 양이 되어 온전하게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니. /공봉학 변호사

2025-07-14

AI 기반 뇌졸중 진단 솔루션 실증-임상 연구 본격화

계명대학교 동산병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년 인공지능(AI) 바우처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번 선정으로 계명대 동산병원 바이오브레인엔지니어링 연구팀은 의료 인공지능 전문기업 ㈜제이엘케이와 협력해, AI 기반 뇌졸중 진단 솔루션 실증 및 임상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이번 사업은 ‘AI 정밀의료 솔루션 기반 원내 시스템 구축’을 주제로 오는 11월까지 약 7개월간 정부 지원을 받아 수행된다. 연구에는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김재현·김창현 교수, 계명대학교 의용공학과 이종하 교수가 참여한다. 연구팀은 제이엘케이의 AI 뇌졸중 진단 솔루션(JLK-ICH, JLK-CTP, JLK-UIA, JLK-LVO)을 활용해 응급실 환자 진료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정확도, 민감도, 특이도 등의 지표를 기반으로 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특히 솔루션의 임상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실질적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의료진 피드백을 반영한 기능 고도화도 함께 추진된다. 바이오브레인엔지니어링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인체 삽입형 바이오포토닉스 기반 전자약, 디지털치료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2024년과 2025년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과제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과제에 연달아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 책임자 김재현 교수는 “이번 사업은 AI 기술을 응급 진료의 핵심 분야인 출혈성 및 허혈성 뇌혈관질환의 진단에 접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경계중환자실 뇌혈관 환자의 신속·정확한 진단 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의료진의 전문성과 첨단 기술이 만나 진단 효율성과 환자 안전 모두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계명대 동산병원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정밀의료 실현을 위해 다양한 AI 기반 기술을 도입해 왔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외래-입원-퇴원을 아우르는 카카오톡 기반 ‘AI 챗봇 서비스(케어챗)’를 선보였으며, 또 작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경험평가 상급종합병원 중 전국 1위, 보건복지부의 1기 연구중심병원 인증 획득 등을 통해 진료·교육·연구 전 영역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2025-07-14

케이메디허브 전임상센터, 日 국제학술지 논문 선정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전임상센터 연구진의 연구성과가 최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oxicologic Pathology(IF=1.2)’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이번 논문은 일반적으로 인위적 유도 없이 발생하기 어려운 ‘T 세포 유래 림프모세포 림프종’이 생후 16주 미만의 어린 마우스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극히 드문 증례를 병리학적으로 정밀분석 및 진단했다. 연구결과 종양은 흉강 내 대형 종괴 형태로 발견됐으며, 면적조직화학 분석결과 T 세포 기원의 종양임이 확인됐다. 종양은 림프절, 간, 신장, 고환 등 여러 장기로 전이됐음에도 불구하고 골수에는 침윤되지 않는 독특한 양상을 보였으며 이러한 특성은 기존 동물모델에서 보고된 바 없는 희귀한 형태로 향후 독성병리학적 기준의 정립과 비교종양학 연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는 성민경 기술원(제1저자)와 이시준 연구원(교신저자) 등 전임상센터 병리지원팀 연구진이 ㈜바이오톡스텍 박선희 박사팀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Spontaneous T-cell lymphoblastic lymphoma in a young ICR mouse’라는 제목으로 일본독성병리학회 국제학술지 ‘Journal of Toxicologic Path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구선 케이메디허브 이사장은 “이번 표지논문 선정은 재단의 병리 진단 및 전임상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국제 협력 및 학술 활동을 통해 국내 전임상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2025-07-14

암세포 생존 위해 유전자 변이 의학계도 맞춤형 치료제 개발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은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수년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초국적 차원의 암 정복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고, 전세계 의료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한 결과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발전과 진화를 거듭했듯이 암도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생존과 성장, 전이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 역시 좀 더 효과적이면서 부작용은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암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세포의 생존과 성장에 관여하는 것이 규명이 되었고 거기에 따라 분자 레벨에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표적 항암제이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발현되는 특정 표적을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은 줄이면서 치료 효과는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최초의 표적치료제는 만성골수성백혈병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BCR-ABL)를 공격하는 이마티닙(글리벡)인데 이 약의 개발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 심각한 질병에서 하루 한 번 약을 먹으면 조절될 수 있는 병으로 악성질환보다는 오히려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병으로 여겨 질 정도가 됐다. 이마티닙의 성공에 힘입어 이후 수많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치료에 사용되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10년전에 비해 4배 이상의 생존기간의 연장을 얻게 되었다. 유방암에서도 표적치료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데, 15년 전만해도 유방암에서 HER 2 유전자가 발견될 경우 뇌전이, 재발이 빈번하고 짧은 생존기간을 보였다. 그러나 HER2 유전자 표적 치료제가 개발됨으로서 지금은 치료성적이 가장 좋은 암으로 여겨지게 됐다. 전이 재발암에서도 herceptin, Perjeta 등을 사용하면 좋은 결과를 보여주며 최근 Destiny 임상시험에서 Ebhertu를이용해 확기적인 생존률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표적치료제가 같은 종류의 모든 암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특정 치료표적이 발현되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 앞으로 펼쳐질 암과의 전쟁 최전선에는 3세대 면역항암제가 있다. 면역항암제는 사람의 몸 속 면역체계를 강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개념인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면역항암제를 이용해 4개월만에 흑색종을 깨끗하게 치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면역항암제는 기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PD-1 억제와 CTLA-4 저해이다. 우리 몸은 면역 반응에 따라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한다. 인체에는 T세포라는 면역세포가 있는데,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찾아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는 이에 맞서 PD-1이라는 물질을 생성해 T세포가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할 수 없게 방해하는데, 최근 개발된 면역항암치료제는 PD-1이 T세포를 방해하는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암세포를 파괴하게 된다. 또 다른 면역 항암제의 기전인 CTLA-4 저해제는 우리 몸에 항원제시세포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이한 단백질을 인식해 이에 대한 정보를 T세포에 전달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암종에서 면역 항암제 치료가 적응증을 받아 사용하고 있고 4기 암에서 약 10~30%의 경우에서 장기 생존을 보이고 있다. 또 면역항암제와 기존 항암제의 병용을 통한 치료는 전이암에 대한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항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이중특이성항체, 저분자 화합물, 면역성 증강 보조물질, 혹은 암 살상 바이러스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항암제 개발 연구의 흐름은 면역항암제로 넘어왔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면역체계 활성화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기존 항암제에 비해 약값이 고가라는 점 등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양수 포항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2025-07-14

중도(中道)에 서는 것

‘딱지’ 붙이기가 성행하는 세상이다.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에게 가장 듣기 싫을 법한 ‘별명’을 붙여준다. 세상은 속스러워져서 정권이나 언론, 정당이나 하던 짓을 일반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프레임’ 씌우기도 ‘동물농장’의 ‘나폴레옹’처럼 ‘영특하게도’ 알아차려 잘도 활용한다. 한번 ‘프레임’을 상대방에게 씌우면, 일단 ‘프레임’을 뒤집어쓰고 갇혀 버리면 여간해서는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프레임’ 정치가 횡행한 지 오래, 이제 이 ‘정치’는 역사학자들의 것이 되고 문학인의 것이 되었다. 최근에 접한 신조어 ‘프레임’ 중에 ‘틀포티’라는 말이 있다. 챗GPT에 물어보면, ‘틀니를 낀 40대’의 준말이라 한다. ‘틀’은 틀니에서 왔고, ‘포티’는 영어 ‘forty’에서 왔다. 원래 ‘뜰딱’이라는, 노년층 상대의 끔찍한 ‘프레임어’가 있었던 것을, 이제는 ‘40대’에 적용한 것이다.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찌들어 있다’는 뜻을 갖는다. ‘유사역사학’이라는 것도 대표적인 프레임 씌우기다. ‘pseudo-history’란 원래 ‘학문적 기준과 검증 절차를 따르지 않고 편견, 상상, 음모론 등에 기반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날조하는 주장이나 체계’다. 좋은 의미를 가질 리 없다. 그러니 이 말은 다른 사람이나 입장을 향해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일단 뒤집어 씌우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불명예, ‘독’이 되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을 자신이 당할 수도 있음은 생각지 않는다. 이런 말 중에 요즘 시국과 관련해서 특히 유행하는 말은 ‘극우’니 ‘극좌’니 하는 말이다. 이것은 이념상의 스펙스럼 가운데 양쪽 극단에 선 입장을 가리킨다. 이것이 우리나라 경우에 적용되면 그 효용이 단박에 드러난다. ‘부정선거’를 말하면 ‘극우’라는 ‘딱지 붙이기’에 꼼짝없이 당하기 쉽다. 학자나 문학인은 그래도 지성인이라 하는데, 남한테 그런 딱지를 붙이고 안심하고 만족해 한다? 끔찍하다. 먼 옛날 샤카족(釋迦族)의 왕자 ‘고타마 싯다르타’는 오랜 고행 끝에 해탈에 이르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것은 ‘중도(中道)’에 서는 것이었다. ‘중도좌파’니 ‘중도우파’니 하는 말을 하지만 ‘샤카무니(釋迦牟尼)’에게 이 말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졌다. ‘구담 실달타(瞿曇 悉達多)’는 당시 ‘사문(沙門)’들, 곧 수행자들의 ‘화두’에 대해 전혀 차원 다른 통찰을 보였다. 사문들은 ‘세상’이 본디 있다거니 없다거니, ‘자아’라는 것이 있다거니 없다거니 하고들 있었다. ‘석가’는 이 두 개의 극단적 입장을 ‘버리고자’ 했다. 그런데 그 ‘버린다’는 것은 양극단의 중간쯤에 서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양극단을 해체하고자 했다. ‘자아’라는 것, ‘나’라는 것은 본디 있다고도 없다고도, 있는 것이 아니라고도, 없는 것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고민한다. 과연 이 지독한 ‘딱지붙이기’의 세상에서 ‘중도’에 선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새로운 사유의 차원을 열 수 있을까? 과연 ‘나’는 프레임 붙이기에 빠지지 않고 사유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2025-07-14

산불피해 과수농에 수입사과까지 개방하나

정부가 대미 통상협상 카드로 미국산 사과 수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민과 농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가 상경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지난 주에는 경북도의회와 청송군의회가 수입사과 반대 성명을 잇따라 냈다. 경북은 전국 최고의 사과 주산지다. 청송군은 4600여 농가에서 연간 7만 5000여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전국 생산량 대비 13%다. 경북은 청송과 안동, 의성, 영주, 봉화 등에서 사과를 생산하고 있는데, 전국 생산량의 64%를 차지하는 사과 집산지다. 그러나 지난 3월 발생한 산불로 1500여ha나 되는 사과원이 피해를 입었고, 최근에는 탄저병과 인건비 상승, 폭염 등으로 과수농가들이 삼중고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대미 협상카드로 미국산 사과 수입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소식은 농민들을 분노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사과농과 단체들은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과 수입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과생산지 시장군수협의회는 “사과농가의 생존권을 국가 정책의 협상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도 냈다. 미국산 사과는 그동안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줄기차게 수입개방을 요구해 왔다. 미국 말고도 현재 10개국이 한국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 다. 정부는 국민건강과 생산기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식물검역을 까다롭게 벌여 외래산 사과 수입을 견제해 왔다. 외국에서 수입된 적이 한번도 없는 과일이다. 특히 사과는 국내 과일 중 가장 많은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고 국민과일로 불릴 만큼 대중적이다. 만약 외국산 사과가 들어온다면 과수농가가 받을 타격은 불문가지다. 최예진 부산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관세협상을 통해 국내 사과시장이 개방된다면 사과 가격이 최대 65%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을 했다. 정부가 그동안 견지한 까다로운 검역 절차는 국내 농가 보호 때문이다. 지금 도내 사과농은 산불피해 복구도 제대로 안된 상태다. 설상가상이 될 사과수입 막아야 한다.

2025-07-14

특검 서슬에 말 바꾼 고위 공직자들

다소 고루하지만 먼저 ‘명심보감’의 한 구절부터 읽어보자. “양약고어구 이어병(良藥苦於口 利於病) 충언역어이 이어행(忠言逆於耳 利於行)”. 어려울 것 없는 한자다. 풀어 쓴다. 좋은 약은 입에는 쓰지만 병을 고치고, 진실을 담은 말은 듣기 거슬리지만 인간의 행동을 바로잡게 한다는 의미일 터. 그게 최고 권력자건 필부(匹夫)건 제 앞에서 아부하고 아첨하는 인간을 골라내기는 쉽지 않다. 아부와 아첨의 말은 너무나 달콤해 사람의 판단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왕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로 ‘간신과 충신을 골라내는 혜안(慧眼)’을 꼽았다. 통치자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음에도 쓴소리와 비판은 아끼고 그저 ‘잘하고 계십니다~’를 연발하는 간신을 곁에 둔 왕은 말로가 좋지 못했다. 바른 소리를 한다고 충신을 멀리 보낸 왕들 역시 마찬가지로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경우가 흔했다. ‘간신’의 가장 큰 특징은 상황과 자리를 봐가며 말을 바꾼다는 것. 이를 번의(飜意)라 하고 공자는 번의하는 신하를 역적보다 멀리하라고 충고했다. 선현의 옛말은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 윤석열 정권 아래서 고위직 공무원을 맡았던 이들이 최근 들어 말을 바꾸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들려온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대통령실 실세 중 실세’로 불리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 격노설’ ‘체포 방해 혐의’ 등과 관련해 뻔뻔하게 ‘번의’를 했다고 한다. 간신이라 불러 마땅하지 않은가? 이런 간신들을 곁에 두고 정치를 했으니 윤석열 씨의 몰락은 이미 예고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14

윤희숙 혁신위, 좌초위기 극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가 첫발을 떼자마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윤 혁신위원장은 지난 13일 당 출입기자들과 만나 ‘1호 혁신안(대국민 사죄 당헌·당규 수록)’과 관련해, “당이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잘못을 한 분들이 이제 개별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사과할 필요도 없고 반성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당을 죽는 길로 다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인적 쇄신의 0순위“라고 비판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장동혁 의원 등 구주류 인사들이 ‘1호 혁신안’에 대해 “언제까지 사과만 하느냐”고 반발한 것을 염두에 둔 작심발언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최근 “의견수렴 없는 혁신안은 갈등과 분열을 되풀이하는 자충수다. 계엄에 대해서는 이미 사과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미 탈당했다”고 했고, 장 의원도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 서로 남 탓만 하는 내부총질 습성부터 고쳐야 한다”라며 혁신안을 직격했다. 두 사람 모두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있어, 당내 강경파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성 발언이라는 말도 나온다. 두 의원에 대한 윤 위원장의 작심비판으로 미루어,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내홍이 증폭될 경우, 윤희숙 혁신위가 다음달 전당대회 때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 위원장은 1호 혁신안 외에도 인적 쇄신의 제도화를 위해 ‘당원소환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당원소환제는 당원들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도부 등을 임기 중에도 해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상당히 강도 높은 혁신안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를 현실화하려면 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지도부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원 소환을 통한 강제적 인적 쇄신이 가능하려면 비대위 추인과 전국위원회 의결 등 높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앞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인적 청산 문제로 당 지도부와 충돌하다 좌초한 전철을 윤희숙 혁신위가 그대로 밟는다면 국민의힘은 외연 확장은 고사하고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

2025-07-14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직원 급여 1300만원 체불한 중국인 사업주 체포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지청장 신동술)은 근로자 임금을 체불하고 수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경주시 철물가공 제조업체 대표 중국인 A씨(57)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14일 체포했다고 밝혔다. A씨는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각 1명에게 총 1300여만 원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포항지청에 따르면 A씨는 그간 근로감독관의 6차례 출석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았으며, 21차례에 걸쳐 연락을 고의적으로 회피하는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에 포항지청은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서 체포영장과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위치를 추적했고, 14일 오전 10시 10분쯤 사업장에서 A씨를 체포했다. 체포 직후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임금 체불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체불 금액 청산 의사를 밝혔다. 포항지청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수사한 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편 A씨는 올해에만 세 차례 임금 체불로 신고됐고, 일부는 벌금형이 선고되는 등 상습적으로 임금 체불을 반복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신동술 지청장은 “임금 체불은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악의적인 범죄”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라고 밝혔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