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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내음

어린 시절, 새 책 내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잠잘 때도 껴안고 잠들었었다. 나에게는 몇 가지 냄새의 화석이 있다. 새 책,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보리밭, 해 그늘지는 늦여름의 논둑 길. 이 아이들이 ‘화석의 근거지’다. 프로스트가 홍차에 찍어 먹은 마들렌 향기의 추억처럼. 새 책의 종이가 나에게 선물한 ‘내음의 기억들’은 언제나 뜻밖의 경로로 나에게 들어왔다. 그렇다. 기억은 언제나 뜻밖의 경로로 들어오는 것이다. 기억은 스스로 길을 선택한다. 새 책을 펼칠 때 코끝을 스치는 종이 내음처럼 아주 사소한 감각의 틈을 타서 들어오는 것이다. 냄새는 과거를 설명하지 않지만, 대신 과거를 통째로 데리고 온다. 설명 이전의 시간, 해석 이전의 삶이 코를 거쳐 한순간 현재로 쏟아져 들어와 나의 현재를 흔든다. 과거에 대한 설명은 생략된 채, 현재의 나를 한순간에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지금도 새 책을 펼칠 때면, 글보다는 종이 내음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건다. 그 냄새는 비슷하지만, 매번 다른 시간을 불러온다. 조그만 시골집 툇마루, 학교 도서관, 비 오는 날 카페 창가, 그때의 공기, 마음의 온도, 사유의 감촉 같은 것들이다. 그런 내음들은 설명된 적이 없다. 그저 스쳐 지나갔다. 그때마다, 내가 살아왔고, 살고 있음을 느낄 뿐이다. 새 책의 종이 내음이 유난히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 책을 펼칠 때, 종이 내음을 먼저 나의 심연으로 초대한다. 내 몸속 내음의 화석을 깨우기 위해서다. 코끝을 지나 폐부에 깊이 스며들어 나를 깨우기 전까지는, 책의 저자는 아직 책의 밖에 있다. 내음의 화석이 깨어나면, 읽게 될 가능성의 설렘과 지나가 버린 시간의 그리움이 동시에 밀려오게 되는 것이다. 서점에서 방금 사서 가지고 온 책이나 택배 상자를 열어 처음 손에 쥔 책을 펼칠 때, 아직 한 줄도 읽지 않았음에도 ‘성스러운 종이 내음의 영접’이라는 멋진 통과의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새 책 종이 내음은 마치 오래된 내면의 서가를 조용히 열어젖히는 열쇠와 같다. 첫 장의 내음이 스치는 순간, 시간은 사유의 강물이 되어 거슬러 흐르고, 잊혔던 순간들이 은은한 향기와 함께 다시 태어나 우리 존재의 근원을 깨우게 되는 것이다. 전자책은 이러한 통과의례가 없다. 종이는 사라지고 글만 남은 세계. 더 이상 후각이라는 감각이 작동하지 않는 곳. 냄새라는 기억을 통해 더 이상 과거의 어떤 것도 소환하지 않는 푸른 피 종족이 전자책이다. 종이책은 종이의 내음만으로 나의 생명을, 나의 영혼을 일깨워준다. 봄날 아지랑이 피는 들녘 초록의 내음처럼, 작열하는 여름의 태양 아래 자라는 벼의 뿌리에 정화된 논물의 내음처럼. 그렇다. 독서는 종이의 내음과 함께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멋지고, 아름답고, 생명 가득한 기억들을 떠올리고 싶다면, 향기를 맡을 일이다. 책을 들고, 봄날 초록의 언덕길을, 여름의 숲길을 걸어가면 될 일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봄의 풀과 여름의 나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아도, 대지의 여신은 오직 향기만으로 그대가 살아 있음을 노래해 줄 테니. /공봉학 변호사

2026-01-12

일용할 양식 거울

2026년 새해 첫날, 성당 미사에 다녀 왔다. 해마다 그래왔지만, 새 한해를 출발하는 미사는 언제나 삶의 길을 비추는 등불 같다. 사람 세상살이는 보이는 것만 다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끈으로 하늘과 이어져야 한다는 진리를 새로 일깨우는 마당이 미사이니까. 앞만 보며 고해(苦海)인 세상을 살다가 미사 참례하면, 느슨해진 하늘 끈을 스스로 다시 죈다. 오늘 미사엔 노래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기도에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란 부분이 더 가슴을 찔렀다. 평소에도 자주 마음에 와닿았지만, 지금 우리나라와 지구촌이 겪고 있는 정치, 경제, 국제관계, 전쟁 상황 등등 때문이리라.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촌의 일용할 양식마저 인간이 없애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노래 기도와 맞닿은 것이다. ‘내가 이해하는 일용할 양식이 예수님이 한 말 원문에서도 같을까’하는 의문은 예전부터 가졌었다. 아람어와 그리스어, 라틴어도 모르는 나는, 우리말로 번역된 성경의 ‘일용할 양식’을 생태적 입장에서 이해했다. 즉, ‘지구촌 자원은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이 고루 나누어 살아야 한다’는 대전제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살기 위해 지구 행성에 태어났을 테니까 그렇다. 나이 들어가면서 시나브로 생명은 물론, 사물 하나하나가 지구촌공동체의 일원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인공지능 챗GPT에 “예수가 가르친 주님의 기도에서 ‘일용할 양식’으로 번역된 신약성경 아람어 원문의 뜻을 설명해 주세요.”하고 물었다. 친절하게도 아람어 원문과 각 단어의 뜻, 원문의 ‘필요/생존/생명의 양식’이라는 다중 의미 해석까지 소개하며 결론을 내려주었다, 즉, 예수가 제자들에게 가르친 기도는 ‘우리의 필요를 채워달라’는 단순한 욕구 표현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 의존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는 신앙의 표현’이라고···. 한국어 번역 성경 문장에서 내가 알아들었던 뜻과 인공지능이 찾은 아람어 원문의 뜻은 같았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가르친 기도를 통해, 온 인류에게 하루하루 살기 위한 최소한의 자원만 써야 한다는 마음 거울을 제시했다. ‘일용할 양식 거울’이다. 나와 우리 집의 소비생활을 거울에 비춰본다. 의식주는 물론, 소비생활에 아직 줄여야 할 구석이 많다. 겨울철 집 온도를 18℃로 산다는 S 교수의 수필이 떠오른다. 일용할 양식 거울로 우리 사회와 지구촌을 비춰보면 어떨까. 인류는 유사 이래, 가진 층의 과소비로 못 가진 이들이 고통당하고 죽어 나가도 여태 그대로다. 가축이 ‘애완’을 거쳐 ‘반려’를 꿰찼는데, 많은 사람은 가축보다 못한 삶을 아직 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이나 끝나지 않고, 하루 다르게 지구촌 곳곳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가 ‘일용할 양식의 마음’을 저버렸기 때문일 터.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그 누구라도 일용할 양식의 거울을 들여다볼 일이다. 그리하여 국가 간, 지역 간, 사람 간에 자원과 용품을 일용할 만큼만 나누어 써야 하지 않겠는가. /강길수 수필가

2026-01-12

[2026년 6·3 구미시장 선거 누가 뛰나]

구미는 한국산업화를 이끈 우리나라 국가산업단지의 주요 거점이자 박정희 대통령을 배출한 보수의 성지(聖地)로, 보수 색채가 짙은 지역이다. 그러나 구미는 또 대구·경북 이외 타지역 출신이 비교적 많고 젊은 층 인구 비중 또한 상대적으로 높아 경북도내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기도 하다. 그간 경북도내 역대 기초지자체 선거에서는 국민의 힘 소속이나 같은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대부분 시장·군수로 선출됐다. 그러나 구미에서는 지난 2018년 민선 7기 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세용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구미가 보수성향의 TK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진보 성향의 지지세 또한 만만치 않고 선거 변수에 따라 판세가 뒤집힐 수 있는 선거구임을 입증한 것이다. 국민의 힘 지지기반이 전통적으로 강한 경북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한 이력을 가진 구미는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중동(​靜中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거 6개월 앞둔 1월 현재 구미시장 선거는 국민의 힘의 경우 김장호 현 시장을 제외하곤 출마의사를 밝힌 인물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게다가 김 시장의 시정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 역시 긍정적이고 시민들의 지지세 또한 굳건해 당내 무경선 선거등판 전망까지 점쳐지고 있다. 김 시장은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클러스터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수십조 원의 투자가 이뤄질 전국 최대 규모의 최첨단 AI데이터센터 건립 계획 등 민선 8기 시장 재임 중 투자 유치 규모가 8조2000여 억원에 이를 만큼 구미 경제산업 혁신에 공을 들여왔다. 또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유치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와 구미라면 축제 등을 전국적으로 주목을 끄는 행사로 발전시켰다. 이밖에 대구·경북신공항 시대를 앞두고 구미 ~ 군위간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이끈데 이어 국가산업단지 밀집도시로서 문화선도산단과 탄소중립산단을 유치하고 상생형 구미 일자리 확대에도 행정전문가 출신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왔다. 김 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규 제조공장의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한때 위기를 겪었던 구미 산업 생태계가 국책사업 유치와 대기업·중소기업의 구미 투자확대로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며 “고향인 구미를 경제활력과 젊은 문화가 더욱 충만한 도시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 힘 관계자는 “ 공천심사에서 김장호 시장을 대적할 만한 뚜렷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시민들의 지지율 또한 견고한 현재 분위기가 계속 유지된다면 김 시장의 무경선 후보 선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접수하고 있으나 인물난 속에 뚜렷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구미시장 잠재 후보로 거론됐던 김재우 구미시의회 문화환경위원장은 2일 “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라며 시장출마 소문을 부인했다. 민주당 내에서 구미시장 출마 입장을 공식 표명한 후보는 1월 현재 4차례 국회의원선거 출마 이력이 있는 경북 구미 갑 김철호 지역위원장뿐이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이 호남을 독식하고, TK지역은 국민의 힘 소속만 선출되는 왜곡된 지역편중 정치구도를 타파하고 싶다 “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계엄 사태 등으로 국민의 힘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는 만큼 이번 선거는 민주당에게 유리한 판세”라며 △대경선내 KTX 구미산단·약목역 신설 △ 국가산단 기업·기술지원 강화 등 준비공약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의 권 모 씨와 친민주당 성향의 구미지역 기업인 출신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민주당 불모지역인 경북에서 유일하게 단체장에 당선됐던 장세용 전 구미시장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장 전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에 대해 “직접 신청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내심 전략공천을 통한 후보 추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장 전 시장은 1일 “현 김장호 시장의 반도체 등 IT 투자 유치 실적과 구미지역 인프라 확대 등은 전임시장인 자신이 조건과 토양을 마련해 준 덕분”이라며 선거출마를 염두에 둔 듯한 미묘한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구미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경쟁력이 있는 확실한 후보가 출마를 강행한다면 굳이 장 전 시장 본인이 출마할 이유가 없으나 인물 부재 속에 민주당이 전략공천을 통해 장 전 시장의 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요청한다면 거부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불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역내 인지도를 가진 참신한 인물이 나서지 않고는 현역프리미엄이 있는 현 김장호 시장과 맞대결할 경우 참패가 뻔하다며 "구시대 낡은 인물이 아닌 새 인물 위주의 전략공천이 더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구미시장 후보에 민주당 내 인물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개혁신당 경북도당은 선거를 앞두고 임시비대위 체제를 구성하고 후보 발굴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후보들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개혁신당은 구미시장 후보에 대해 중앙공관위의 전략공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개혁신당 경북도당은 젊은 층 인구비중이 높고 중도 표심이 산재한 구미 시장 선거에서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 양강구도를 깨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정치신인 후보의 출마를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진보당 등 진보혁신정당간 연대와 민주노총소속 노조 세력을 기반으로 한 진보성향 후보추대 가능성과 무소속 후보 등판 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 판세에는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당 관계자들은 김장호 시장의 현직 프리미엄 효과와 친보수 성향 단체들의 탄탄한 조직력, 보수우위의 정치성향을 가진 지역기반 등을 더불어민주당 등 상대 후보들이 얼마나 잠식할지 또는 뒤집을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구미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지방선거는 예상밖으로 높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지지율, 민주당의 독선적 정치운영 행태와 부패스캔들, 통일교 사건, 정치인들의 갑질행태 등 각 정치 이슈에 따라 선거표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외연확장보다는 내부 결속에 중점을 두었던 장동혁 당대표의 선거전략 실책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국민의 힘에 대한 심판 여론이 내란재판 진행에 따라 확대될 경우 구미는 경북도내 선거구중 정치지형 판도가 가장 쉽게 흔들릴 지역이기도 하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6-01-12

[르포] 비행기 뜨면 멈추는 삶···포항 군 소음 피해 현장의 절규

포항은 포항비행장(K3), 해상 사격장, 육상 사격장 등 군 소음 밀집 지역이다. 동해면 도구1·2리, 흥해읍 칠포1리, 장기면 수성·산서 일대가 대표적인 곳이다. 이들 마을들은 수십 여 년 동안 군사훈련과 항공기 운항에 따른 소음과 진동을 견뎌왔다. 소음은 주거 환경 붕괴와 재산권 침해, 생계 위협, 인구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군 소음 현장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주민들의 일상을 들여다 봤다. 동해면 도구1리는 포항비행장(K3)과 예비군 훈련장에 둘러싸였다. 항공기와 헬기가 저공비행을 반복하고, 사격과 훈련도 계속된다. 포항비행장이 확장되면서 마을과는 거리가 더 가까워졌고, 소음 피해도 심해졌다. 조영래(57) 이장은 “지금 집을 지을 수 있는 땅도 평당 50만 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소음과 군사시설 인접 지역이라는 이유로 일대 부동산 값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급매물이라는 형식으로도 땅이 팔리기만 하면 처분하고 이곳을 떠나기가 일쑤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도구1리 토지는 외지인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가 됐다. 더욱이 이 마을은 지금 불꺼진 창처럼 을씨년스럽다. 주민의 절대 다수가 70~90대이고, 젊은 세대는 찾기조차 없다. 마을에는 슈퍼마켓이 없고 병원은 멀다. 빈집만 늘어난다. 조 이장은 “집을 보러 왔다가 항공기 소리 들으면 바로 돌아간다”라면서 “군부대 때문에 생활·교육·교통 여건이 와르르 무너졌다”며 혀를 찼다. 도구2리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마다 건물 위를 스치듯 지나고, 4~5층 높이의 주택에서는 비행기 동체가 눈앞을 가로지른다. 컴퓨터 작업 중 비행기가 지나가면 전원이 꺼질 정도이고, TV를 보는 중에도 화면이 끊길 때가 많다. 서정순씨(72)는 “여름에는 문을 열어놓고 자야 하는데 바로 옆에서 비행기가 날아간다. 사람이 미쳐버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숙씨(77)는 “포항지진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 ‘드르륵’ 소리만 나도 벌써 놀란다”며 “작은 진동에도 매우 놀라게 된다”고 호소했다. 소음은 주거 환경 자체도 흔든다. 비행기 이착륙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으로 집 전체가 흔들리고, 창틀과 벽에는 자주 금이 간다. 도구2리 일대 주택은 대부분 70~80년 된 노후 주택으로 지진 이후 생긴 균열이 비행기 진동으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칠포해상사격장과 가까운 칠포1리. 이 곳은 사격이 시작되면 해경과 군 보트가 어항 출입을 통제한다. 어민 정정수씨(74)는 “사격하는 날은 해경이 와서 나가는 길을 막아버려 꼼짝없이 조업을 못 한다”며 “오도리나 청진리 쪽은 멀리 돌아서 작업 할 수 있는데, 칠포리는 유일하게 완전히 막힌다”고 울분을 토했다. 마을 어민들은 사격 예고가 떨어지면 하루 벌이를 포기해야 하는구나라며 체념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됐다. 사격일을 전후 해 태풍 주의보 등 기상 악화가 겹치면 며칠씩 조업을 못 하는 때도 있다. 이럴 경우면 바다에 깔아 둔 그물을 관리하지 못해 통째 어구 등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김덕출씨(72)는 “사격하는 날은 밖에 나가기도 무섭다”며 “유탄이 떨어진 적도 있었고, 갑자기 총소리가 나면 애들도 어른들도 놀란다”고 했다. 글·사진/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1-12

177억 들인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낮잠’···GMP 허가 ‘불발’

2022년 4월부터 2년간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내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이하 센터)에 입주했던 (주)바이오앱은 포항테크노파크(포항TP)로 옮겨 식물세포 재배 기반의 동물의약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식물에서 나오는 항원단백질을 재조합해 돼지열병 백신 ‘허바백’ 생산에 성공했다. 177억 원을 들여 식물을 이용한 동물백신 생산을 위해 동물용 백신생산시설(KvGMP), 식물공장, 동무효능평가시설 등을 갖춘 센터에서 허바백 대량 생산을 계획한 바이오앱은 2023년 12월 허바백 TM 돼지열병 마커 백신에 관한 기술을 이전하기로 포항TP와 계약을 맺었다. 식물 플랫폼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동물백신 뿐만 아니라 면역진단용 항원과 차세대 동물용 치료제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초기 공정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연계할 수 있는 인프라인 센터 자체가 매우 중요한 기회였다. 센터를 위탁운영 하는 포항TP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허가를 받기 위해 컨설팅 용역과 주요 시설·장비 검·교정, 밸리데이션(특정한 공정, 방법, 기계 설비 또는 시스템이 미리 설정된 기준에 맞는 결과를 일관되게 도출한다는 것을 검증하고 문서로 만드는 일)을 진행한 뒤 지난해 1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동물의약품 KvGMP 제조업 허가 및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농립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3월 제출서류 검토 반려 의견을 회신했다. 새로운 품목(신약) 임상시험성적에 관한 자료, 독성과 약리작용에 관한 자료 등을 제출하라는 이유에서다. 포항TP는 보완 조치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GMP 허가를 꼭 받아내겠다는 계획이지만, 2022년 3월 문을 연 177억 원짜리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의 애초 목적 실현과 제 역할 수행이 더뎌지는 셈이다. 특히 입주 기업과 다른 지역 그린백신 활용 동물의약품 개발 업체들이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를 활용할 수 있는 폭도 좁아졌다.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는 “GMP 인증이 지연되면서 돼지열병 백신 후속 파이프라인과 신규 식물 기반 동물의약품의 실증·시제품 생산 일정이 일부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포항TP가 명확한 전략과 단계별 활용 로드맵을 제시하고, 기업과 더 긴밀히 협력해 센터가 실제 산업 성과로 이어지는 공공 플랫폼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MP 허가 절차는 ‘전 임상시험’에 6개월, ‘임상시험’에는 1년 6개월이 걸리고, 제조업 허가와 품목 허가에는 각각 10일과 6개월이 걸린다.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이 ‘동물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로 공식 인정하는 행정처분인 시설 허가도 필요하다. 배기범 포항TP 그린백신품질관리팀장은 “GMP 허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정현정 포항시 바이오미래산업과장은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GMP 허가를 꼭 받아내서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설립·운영 목적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6-01-12

역대 최대 1150t 중국산 농산물 불법 수입 적발

중국산 농산물 1150t을 불법 수입한 조직이 적발됐다. 검역을 받지 않은 건조 농산물은 물론 수입이 금지된 사과묘목과 생과실까지 대량 반입한 것으로 드러나 역대 최대 규모 불법 수입 사건으로 기록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약 13개월간 인천항을 통해 중국산 건대추, 생땅콩, 건고추 등 미검역 농산물과 수입이 금지된 생과실, 사과묘목 등 총 1150t을 불법 수입한 일당 12명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범칙시가는 158억원에 달한다. 검역본부는 중간 수입책 3명과 실제 수입자 9명 등 12명을 검거했으며, 이 가운데 9명은 이달 중 인천지방검찰청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조직적인 밀수 방식이 동원된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피의자들은 중국 수출업자와 공모해 농산물을 반려동물 물품으로 위장해 수입하는 이른바 ‘커튼치기’ 수법을 사용했다. 세관에는 반려동물 용품만 수입하는 것처럼 허위 신고한 뒤 실제로는 농산물을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역본부 광역수사팀은 지난해 1월 김포시 소재 창고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중국산 건조 농산물 33t을 적발했고, 압수한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분석해 1년간 컨테이너 월평균 10대 분량, 총 1100여 t에 달하는 범죄물품을 추가 특정했다. 특히 적발된 물품 가운데 중국산 사과묘목과 생과실은 국내 사과·배 과수원에 큰 피해를 주는 과수화상병의 기주식물로, 국내 반입이 엄격히 금지된 검역 대상 품목이다. 건고추와 건대추 등 건조 농산물 역시 외래 병해충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검역 절차 없이는 수입과 유통이 불가능하다. 검역을 받지 않고 농산물을 불법 수입할 경우 식물방역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장에서 압수한 건조 농산물 33t은 기존 소각 방식 대신 친환경 퇴비화 방식으로 처리됐다. 검역본부는 이를 통해 환경 보호는 물론 소각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으며, 생산된 퇴비 300t(약 1억7000만원 상당)을 인근 농가에 무상 공급해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했다. 검역본부는 조직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광역수사팀을 신설하고 전담 수사관 6명을 배치해 12월까지 63건을 형사 입건, 이 중 34건(47명)을 송치하는 성과를 냈다. 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검역을 받지 않은 농산물과 묘목, 생과실류의 무분별한 반입은 외래 병해충 유입과 농림업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며 “조직적인 법 위반 행위에 엄중히 대응하기 위해 수사 전담 조직과 인력을 지속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1-12

대구보건대, WFUNA와 UN SDGs 아이디어톤 포 바이오헬스케어 솔루션 캠프 개최

글로컬대학 대구보건대학교는 유엔협회세계연맹 서울사무국(WFUNA)과 공동으로 ‘UN SDGs 아이디어톤 바이오헬스케어 솔루션 캠프’를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교내와 대구 동성로 일원에서 개최했다. 이번 캠프는 유엔이 제시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가운데 SDG 3인 ‘건강과 웰빙’을 주제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사회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 세계 대학생들이 국적과 전공의 경계를 넘어 팀을 구성해 문제 정의부터 해결 방안 도출까지 전 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국내에서는 대구보건대 23명을 비롯해 대전보건대 3명, 강원대 1명, 명지대 1명 등 총 28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여기에 대구보건대 자매결연 해외 대학 학생들과 WFUNA가 선발한 해외 학생 33명이 합류해, 총 61명의 국내·외 대학생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서울대, 차의과대 등 국내 대학 재학생으로 구성된 퍼실리테이터 11명과 함께 팀을 이뤄 SDG 3 분야의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이번 행사에는 학생과 운영 인력을 포함해 총 96명이 참여했다. 18개국 27개 대학에서 모인 대학생 61명을 중심으로 퍼실리테이터 11명, 자원봉사 학생 5명이 함께했으며, 유엔협회세계연맹 서울사무국 관계자 5명과 대구보건대 창업교육센터 관계자 4명이 프로그램 운영을 맡았다. 개회식에는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을 비롯해 이재달 대구시 대학정책국 대학정책과장, 박채영 대학정책팀장, 최정건 대구테크노파크 RISE사업본부장, 김용재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서울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SDGs 툴킷 워크숍을 시작으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전문가 강연과 팀 멘토링을 거쳐 실제 적용 가능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최종 발표와 시상식으로 이어진 일정은 국제적 시각에서 현실 문제를 분석하고 협업을 통해 해법을 구체화하는 실천 중심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이번 캠프는 대구보건대학교의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창업교육혁신선도대학(SCOUT) 사업의 협업 프로그램으로 추진됐으며, RISE 사업과 연계한 ‘WFUNA와 함께하는 로컬크리에이터와의 만남’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됐다. 참가자들은 대구 지역의 로컬 산업과 창업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글로벌 의제와 지역 문제를 연결하는 학습 경험을 쌓았다. 남성희 총장은 “보건의료 특성화 대학으로서 지역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컬 대학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왔다”며 “이번 아이디어톤은 전 세계 청년들이 SDG 3 ‘건강과 웰빙’이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1-12

리튬만 보던 배터리 설계, ‘음이온’으로 판을 바꾸다

국내 연구진이 배터리 성능의 ‘주연’으로 여겨졌던 리튬 양이온 중심 설계를 넘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음이온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포항공과대학교는 화학과 박수진 교수·김성호 박사 연구팀이 음이온과 불소화 에테르계 희석제의 상호작용을 제어해 듀얼 이온배터리(DIB·Dual Ion Battery)용 전해액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서강대·서울대·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기존 리튬이온전지는 리튬 양이온이 성능을 좌우해 왔다. 그러나 DIB에서는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음이온이 양극 흑연 층 사이로 들어가며 두 이온의 동시 이동이 에너지 저장을 결정한다. 이 때문에 음이온의 이동 방식이 성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연구팀은 전해액 내부에서 음이온과 희석제가 어떻게 결합·이탈하는지에 주목했다. 컴퓨터 모사와 핵자기공명(NMR) 분석 결과 음이온은 주 용매보다 희석제와 더 강하게 상호작용하지만 오래 붙어 있지 않고 짧게 결합했다가 곧바로 떨어지는 ‘순간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느슨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네트워크는 음이온 이동 저항을 낮추고 전극 표면에서 용매 분리 과정을 빠르게 하며 흑연 층 사이 삽입에 필요한 구조 조정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 전해액을 적용한 배터리는 매우 높은 전류 조건에서 수천 회 충·방전을 반복해도 용량을 유지했고 0℃ 부근의 저온부터 60℃ 고온까지 폭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전극 표면에는 얇고 균일한 보호막이 형성돼 입자 균열과 저항 증가를 억제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용 동전형 전지를 넘어 전기차용과 유사한 파우치형 전지에서도 같은 경향을 확인해 실용화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박수진 교수는 “초고속 충전과 장수명, 넓은 온도 범위를 동시에 만족하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기반이 될 분자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며 “향후 다양한 에너지 저장 기술로의 확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1-12

대구테크노파크, 물산업 기술개발 기업에 최대 1억 원 지원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는 대구시와 함께 지역 물산업 활성화와 물기업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2026년 물산업 구매연계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할 지역 기업을 모집한다고 12일 밝혔다. 선정된 기업에는 연간 최대 1억 원 이내의 기술개발 자금이 지원된다. 이번 사업은 물기업이 단순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개발 단계부터 수요처와 협업해 실증과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구매연계형 기술개발(R&D) 사업이다. 대구TP는 현장 적용 가능성이 높고 사업화 가능성이 큰 과제를 중심으로 선별 지원할 방침이다. 모집 대상은 대구에 소재한 물산업 관련 기업 또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예정) 기업이다. 특히 △수요처의 자발적 구매협약 동의서를 확보한 기업 △환경 신기술 인증 등을 획득한 기업에는 가산점이 부여된다. 대구시는 2018년부터 본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기술개발 성과가 실증·인증·조달·시장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화 중심의 지원 체계를 강화해 왔다. 2025년 참여 기업들은 하·폐수 처리, 정수·정수기기, 관로 유지관리, 수자원 설비 예지보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수요 기반 기술개발을 추진해 약 12억 원의 사업화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약 40억 원 규모의 매출이 예상된다. 대표 사례로 하·폐수 원수 실시간 수질 감시용 여과장치와 측정 시스템을 개발한 에이티티(주)는 특허 2건 출원과 신기술 인증을 획득해 향후 공공 조달시장 진입이 기대되고 있다. 김한식 대구TP 원장은 “2026년에는 단기 과제를 중심으로 기술개발과 실증, 사업화 성과를 보다 신속하게 창출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지역 물산업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업 신청은 2월 3일까지 우편 또는 방문 접수로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대구TP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1-12

대구공동관, CES 2026서 10년 성과 입증

대구시가 세계 최대 IT·기술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에서 지난 10년간 축적해 온 지역 산업의 성과를 입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구시는 지난 9일까지(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참가해, 대구테크노파크와 함께 지역 혁신기업 14개사가 참여한 ‘대구공동관(Daegu X-Tech Pavilion)’을 운영했다. 이 관은 10년간의 성과를 집약한 ‘아카이빙 존’과 대구시 5대 신산업을 선보이는 ‘산업 존’으로 구성돼 대구 산업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전시를 앞두고 대구 지역 기업 3곳이 ‘CES 2026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 경쟁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파미티는 레이더 기반 3차원 행동 인식 시스템 ‘FIRA Pose’로 인공지능과 디지털 헬스 2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인더텍은 인공지능 ADHD 디지털 치료제 ‘EYAS FOCUS’로 디지털 헬스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일만백만은 AI 기반 엔터프라이즈 비디오 플랫폼 ‘Gen&Edit’로 인공지능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는 대구 기업들의 기술력과 사업성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전시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글로벌 협력 성과도 이어졌다. 대구공동관 참가기업 ㈜유엔디는 글로벌 산업기술 기업 한국지멘스와 로봇·자동화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측은 유엔디의 로봇 자동화 하드웨어 기술과 한국지멘스의 산업 자동화·디지털 전환·스마트 제조 솔루션을 결합해 글로벌 제조 현장에 적용 가능한 고정밀 자동화 솔루션을 공동 발굴·검증할 계획이다. ㈜파미티는 CES 2026을 계기로 의료·돌봄 분야로의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냈다. 서울특별시 한의사협회와 협약을 체결해 한방병원 실증을 추진하고, 융합의약기술산업협회와는 요양병원 중심의 돌봄 환경 실증에 나선다. 이를 통해 비접촉 생체·행동 모니터링 기술의 현장 적용성과 사업화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이번 CES 2026에서 대구공동관 참가기업 14개사는 총 1673건의 상담을 통해 상담액 5937만달러, 현장 계약액 42만 800달러의 성과를 거뒀다. ㈜유엔디는 미국 자동차 OEM 제조사와 3만달러, 미국 카멜레온 로보틱스와 2만 5000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파미티는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와 25만달러 규모의 수주 계약을, 글로벌 보안기업 세콤과는 10만달러 규모의 용역 계약을 맺었다. ㈜쓰리에이치는 체험존 운영을 통해 샘플 판매와 오더 발주로 2만 3800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정의관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CES 2026은 대구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고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창출한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지역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연계 지원과 글로벌 기반 마련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1-12

원·달러 환율 급등에 지역기업 경영 부담 가중⋯대구기업 5곳 중 4곳 “부정적 영향”

원·달러 환율 급등이 대구지역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크게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환율이 외환당국의 안정화 조치로 1450원선까지 내려왔지만, 지역 기업들은 여전히 체감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12일 대구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대구지역 제조기업 44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영향 조사’ 결과(응답 258개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곳 중 2곳이 현 환율 상황을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5곳 중 4곳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꼽은 기업은 12.0%에 불과했다. 부정적 영향을 받는 이유로는 △수입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85.4%) △물류비용 증가(60.2%) △외화 결제대금 환차손 발생(19.9%) △납품 단가 인하 압박(15.5%)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긍정적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수출 실적에 따른 환차익 효과’를 가장 많이 꼽았다. 환율 급등 이후 영업이익 변화에 대해서는 3곳 중 2곳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1~9% 미만 감소’가 35.6%로 가장 많았으며, ‘10~20% 미만 감소’와 ‘20% 이상 감소’도 각각 21.3%, 10.5%를 차지했다. 환율 변동 대응 방안으로는 ‘원가 절감 노력’이 가장 많았으나, ‘별다른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31.8%에 달해 환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인식하는 적정 원·달러 환율은 ‘1250~1300원 미만’이 가장 많아, 현재 환율 대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상길 대구상의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대구 산업 구조상 환리스크에 더욱 취약하다”며 “환변동보험과 정책금융 지원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환리스크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1-12

대구지검, 수사중지 ‘리딩방 사기’ 재수사 지휘⋯7억 원 세탁 피의자 구속기소

대구지검 인권보호부(부장검사 최미화)가 수사중지됐던 주식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지휘해 피의자를 특정하고 구속기소했다. 12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인권보호부는 지난해 8월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중지된 주식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을 검토한 결과 계좌·수표 추적 등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시정조치요구를 했다. 이에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약 7억 원의 범죄수익을 수표로 세탁한 피의자 1명을 특정했고, 해당 사건과 여죄를 함께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이 피의자를 같은 해 10월 1일 구속 기소했다. 대구지검은 이 사건처럼 재개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단된 성명불상 사기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과 협력해 수사중지 사건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 시 시정조치를 요구해 왔다. 그 결과 2025년 하반기 시정 대상 사건 79건 가운데 20건(25%)을 송치받는 등 실질적인 사법 통제를 실현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사중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통해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기관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1-12

중소기업공제기금, 지자체 이차보전 지원대출 시행

중소기업공제기금이 지자체와 손잡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 완화에 나선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국 광역지자체와 고양·춘천·원주·천안·포천 등 기초지자체와 이차보전 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내수 부진 등으로 경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자체 이차보전 지원대출’을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지자체 이차보전 지원대출은 중소기업공제기금 가입 업체가 대출을 신청할 경우 지자체가 연간 1~3%의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지난해에는 3100개 업체가 총 254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이용해 약 24억 원의 이자 지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공제기금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1984년 도입된 중소기업 상호부조 공제 제도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도산 방지와 경영 안정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자들이 납부한 공제부금을 재원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입 업체는 신용등급에 따라 부금 잔액의 최대 3배까지 평균 5.6% 금리로 운영자금 성격의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자체의 이차보전 지원이 적용되면 금리는 최대 3%p 낮아져 최저 2.6% 수준까지 떨어지며 실질적인 금융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이창호 중소기업중앙회 공제사업단장은 “장기적인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금융 지원이 되도록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이차보전 지원 확대를 위한 건의 활동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공제기금 가입 및 대출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소기업중앙회 고객센터(1668-3984),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1-12

경북 산불 피해 사과원, 거리별 회복 기준 확인

경북 북부지역 산불 피해 사과 과수원에서 불길과의 거리에 따라 사과나무 생육과 수량 차이가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산불 이후 과수원 회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과학적 기준이 마련됐다. 경북농업기술원은 12일 의성·청송·안동 지역 일부 사과원을 대상으로 산불 복사열로 20~25% 피해를 입은 후지 품종 사과나무(수령 4~7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산불 발생 지점으로부터 5m·10m·15m 거리별로 신초 생육과 수정률, 착과량, 과실 특성, 생산량 등을 정상 사과나무와 비교 분석했다. 조사 결과, 산불 발생 지점에서 5m 이내에 위치한 후지 6년생 사과나무는 신초 발생량이 정상주 대비 15~64% 감소했고, 수정률도 크게 낮아 초기 생육 단계부터 피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피해 사과나무의 주당 생산량은 약 8㎏으로 정상주 평균 47㎏의 17% 수준에 그쳤다. 이 구간의 피해주는 과중과 과실 크기가 정상주보다 커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착과 수가 크게 줄면서 전체 수확량은 급감했다. 농업기술원은 산불로 인한 고온과 화염 스트레스가 꽃눈과 착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착과 감소형 피해’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산불 발생 지점에서 10m 떨어진 구간에서도 피해 영향은 이어졌다. 후지 4년생 사과나무의 경우 피해주 생산량은 1주당 약 4㎏으로 정상주(15㎏)의 약 27% 수준에 그쳤다. 다만 과중과 과실 크기, 당도 등 품질 특성은 정상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15m 이상 떨어진 사과나무에서는 산불 영향이 상대적으로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후지 7년생 사과나무의 경우 피해주와 정상주 간 과실 품질 차이는 크지 않았고, 피해주의 생산량도 정상주의 약 70%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불 피해 사과원의 수세 회복 여부를 장기적으로 추적 조사하고, 피해 거리별 관리 방안을 담은 ‘산불 피해 사과원 관리기술 매뉴얼’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1-12

경산시립예술단, 공개 모집으로 합창·교향 지휘자와 극단 예술감독 선임

경산시가 2026년 경산시립예술단을 이끌어갈 새 인물로 시립합창단 우성규(51) 지휘자와 시립교향악단 정헌(43) 지휘자, 시립 극단 정철원(57) 예술감독을 선임했다. 각 예술단의 장르별 특성과 운영 방향에 부합하는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인재를 공개 모집한 결과로 경산시립예술단의 예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립합창단 우성규 지휘자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경산시립합창단 객원지휘자로 활동하며 단체 운영과 연주 현장을 직접 경험했으며 광주대학교 동 대학원에서 연주학 박사(합창 지휘)를 취득해 합창단의 음악적 완성도와 조직 운영의 균형을 이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시립교향악단 정헌 지휘자는 목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며 정기·기획 공연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울산중구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로 2년간 활동하며 오케스트라 운영 경험을 축적했다. 그라츠 국립음악예술대학교에서 관현악 지휘과 석사를 졸업하는 등 체계적인 전문 교육을 이수해 안정적인 공연 운영과 음악적 완성도를 겸비한 지휘자로 평가받고 있다. 시립 극단 정철원 예술감독은 (사)한울림 대표로 활동하며 지역 연극 현장을 이끌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 시립 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공공 극단 운영 경험을 쌓았고 ‘대한민국 자랑스런 연극인상’을 수상한바 있는 연극 연출가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공개 모집으로 장르별 전문성을 갖춘 예술인을 선임해 경산시립예술단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수준 높은 공연을 통해 경산을 대표하는 공공예술단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6-01-12

문체부, 2021 관광플러스테크 참여기업 모집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1월 26일 11시까지 ‘2026 관광플러스테크’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 관광플러스테크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관광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도록 돕는 관광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번 공모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R&D) 참여기업 중 자사의 핵심기술을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관광시장을 창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법인사업자)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 모집 분야는 △인공지능(AI) 활용(고객경험 혁신) △스마트모빌리티·항공·교통(이동성 및 접근성 제고) △핀테크(여행 편의성 및 결제 시스템 개선)△지속 가능한 관광(ESG 실천 및 지역 상생) 등 4개이며, 총 7개 기업을 선발할 예정이다. 선정된 기업에는 최대 2개년, 4억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대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지원이 함께 제공된다. 공사는 오는 14일 오후 3시에 온라인설명회를 연다. 이번 설명회에서 관광플러스테크 사업 개요와 모집 분야, 선정 절차 등을 안내하며, 기존 참여기업의 사업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관광플러스테크 및 온라인 설명회 등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관광 산업포털 ‘투어라즈(touraz.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소연 관광기업육성팀장은 “관광플러스테크는 기술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관광산업으로 진입하고, 실제 사업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며, “기술기업의 관광사업화를 통해 산업 간 융복합을 촉진하고, 관광산업 전반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1-12

매혹적인 설경으로 빛나는 겨울 서정

“국경의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 ‘설국’의 첫 구절이다. 소백산주목을 보러 가는 길, 영주에 들어설 때부터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주변 산들의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화려한 눈꽃으로 치장한 겨울 산은 수식이 필요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소백산 뿐이랴 발왕산과 선자령의 풍경 또한 겨울 서정의 절정이다. 이 겨울 낭만의 시간에 빠지고 싶다면 눈꽃트레킹 여행을 어떨까? △겨울 소백산, 가장 조용한 트레킹의 시간 눈꽃은 능선을 따라 피고, 걸음은 생각을 비운다. 겨울 산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오래 남는다. 소백산의 겨울이 그렇다. 눈꽃이 만발한 능선을 걷다 보면, 정상보다 그 과정이 더 깊이 각인된다. 소백산 눈꽃트레킹은 빠른 산행이 아니라 ‘천천히 걷는 겨울 여행’에 가깝다. 소백산(1,439m)은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에 걸쳐 있는 대표적인 백두대간 명산이다. 특히 겨울에는 강한 바람과 낮은 기온 덕분에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눈꽃 풍경을 선사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은 초보자부터 중급자까지 겨울 트레킹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눈꽃의 절정은 능선에 있다. 소백산 눈꽃의 진가는 숲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나무에 내려앉은 눈이 바람을 만나며 상고대와 눈꽃으로 변하고, 능선 위에서는 나무들이 조각처럼 서 있다. 장식이 아닌, 겨울 산이 스스로 만들어낸 풍경이다. 특히 국망봉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능선 구간은 소백산 눈꽃트레킹의 하이라이트다. 사방이 트인 조망과 함께, 바람에 깎인 눈꽃이 만들어내는 흰 숲길이 이어진다. 이 구간에서는 카메라보다 눈으로 오래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소백산 눈꽃 트레킹의 대표 코스는 어의곡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국망봉에서 비로봉(왕복)까지 가는 것이다. 가장 대중적인 눈꽃트레킹 코스로 거리는 약 10.6km다. 트레킹에 걸리는 시간은 중급자 기준으로 약 5~6시간 걸린다. 초반은 숲길이 이어지며 비교적 완만하다. 국망봉에 오르면 시야가 한꺼번에 열린다. 이후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겨울 소백산의 백미다. 눈꽃과 상고대, 그리고 맑은 날이면 백두대간의 흐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더 난이도를 높이려면 삼가야영장에서 비로봉과 국망봉을 거쳐 어의곡까지 가는 코스다. 종주에 가까운 코스로, 겨울 산행 경험자에게 적합하다. 거리는 약 13km 정도며 소요시간이 7시간 이상 걸린다. 능선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 눈꽃 풍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체온 관리가 중요하다. 소백산 겨울 트레킹은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든다. 눈 아래는 얼어 있고, 아이젠이 눈을 찍는 소리가 리듬처럼 이어진다. 그래서 겨울 소백산에서는 복잡한 생각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정상에서의 환호보다, 능선에서의 침묵이 더 길다. 하산길에 접어들 무렵, 해가 기울며 눈 위에 낮은 빛이 깔릴 때 비로소 이 산의 겨울이 마음에 내려앉는다. △ 겨울연가 촬영지 눈부신 설경 이채 강원 평창 대관령면과 진부면의 경계에 있는 발왕산(1458m)은 적설량이 많아 겨울 설경을 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발왕산 주위에는 옥녀봉(1146m)을 비롯해 두루봉(1226m), 고루포기산(1238m) 등이 솟아 있고 동쪽 계곡에는 송천의 물길이 지나간다. 눈꽃 트레킹의 백미인 눈 덮인 주목을 보려면 겨울 산을 헤치며 적어도 3시간 이상 산을 타야 하지만 발왕산에선 비교적 쉽게 주목과 만날 수 있다. 관광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 정상 9부 능선에 있는 모나파크까지 오르면 된다. 편도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2~3시간 안에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물론 눈꽃 산행을 제대로 하려면 스키장 옆 등산로에서 시작해 정상을 찍고 능선 고개로 내려오면 된다. 4~6시간 정도 걸린다. 케이블카 총연장이 3.7㎞나 돼서 편도 탑승 시간만 15분 정도 걸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 부근에 내리면 바로 스카이워크로 이어진다. 아래에서 스카이워크를 올려다보면 허공에 두 개의 기둥을 세우고 길게 길을 낸 것처럼 보인다. 스카이워크 끝에는 바닥을 유리로 투명하게 만들어 스릴 넘치게 주변 경관을 내려다보도록 했다. 스카이워크 주변은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다. 드라마 속 설경과 일몰 등 상당 부분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스카이워크에서 나와 정상 쪽으로 오르면 천년의 주목 숲길이 펼쳐진다. 중간중간 데크로 이어진 길에서 1000년 이상 된 주목을 만날 수 있다. 발왕산 주목들은 상록교목이다. 고산 지대를 좋아하고 겨울철에도 푸르고 키가 크다. 높이는 17m, 지름은 1m까지 자란다고 한다. 숲길에서는 다양한 주목을 만날 수 있다. 제일 먼저 마주하는 주목은 8개의 구멍이 있어 ‘8왕눈이 주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완만한 경사로를 오르니 이번에는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해서 ‘종갓집 주목’이라고 명명된 나무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줄기가 세 개로 나뉘어 있다. 산책로 중간에는 왕수리부엉이의 보금자리가 있는 아버지 왕주목이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1800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고 수령의 나무다. 주목의 가지가 탐방객의 고개를 숙이게 한다는 겸손나무도 눈길을 끈다. 사람은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말없이 알려주는 듯하다. 산책로 끝에는 어머니 왕주목이 있다. 어머니 왕주목은 가을이면 붉은 열매가 달리는 마가목을 품고 있다. 어린 자녀를 품은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리라. 발왕산 정상인 평창평화봉까지는 10분 정도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 등산로를 따라가면 국내 최대 독일가문비나무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가문비나무가 눈과 만나니 영락없는 크리스마스트리다. △ 화려한 눈꽃 즐기는 선자령 트레킹 평창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눈꽃 트레킹 명소는 선자령이다.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길은 가장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눈꽃 트레킹 코스다. 선자령 트레킹의 시작점은 옛 대관령휴게소(해발 840m)로, 시작 지점에서 정상까지 대략 300m밖에 되지 않아 겨울 산행 장비만 제대로 갖춘다면 누구나 쉽게 화려한 눈꽃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전체적인 코스는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해 KT 송신소를 지나 전망대를 거쳐 선자령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간다. 총거리(왕복)는 10㎞ 정도.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면 4~5시간가량 걸린다. 선자령 코스는 능선길과 계곡길 두 개로 나뉜다. 백두대간 능선길은 조망이 탁월하고, 계곡길은 아늑해서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능선길이 보여주는 풍경의 규모가 웅장한 데 비해 계곡길은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속새,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루며 아기자기한 풍경을 보여준다. 전망대를 지나고부터는 어느 순간 숲이 사라지고 시야가 트이면서 하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선자령 풍력발전단지를 마주하게 된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하늘목장과 삼양목장으로도 길이 이어지니 같이 즐길 만하다. 눈 내린 날의 삼양목장은 경이롭다. 목장 초입부터 정상까지 도보로 이동하면서 목장 곳곳에 있는 바람의 언덕, 숲속의 여유, 사랑의 기억, 초원의 산책, 마음의 휴식 등의 코스를 걸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1-12

산티아고 순례길, 21일 강남역 일대서 설명회 개최

국내외 트레킹 전문 승우여행사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 있는 일반 여행객을 대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걸음을 돕는 ‘산티아고 순례길 설명회’를 오는 21일(수) 오후 3시에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북부를 중심으로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전역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도보 순례길로, 수백 년 동안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온 상징적인 길이다. 단순한 도보 여행을 넘어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정리하는 여정으로 알려지며, 최근에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걷기 여행과 자기 성찰을 목적으로 찾는 일반 여행자들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승우여행사는 처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이 막연한 정보 속에서 겪는 고민을 덜고, 순례길 선택과 준비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설명회에서는 순례 코스를 포함해 숙소, 인증서 발급, 교통수단, 준비물 그리고 실제 순례 중 마주하는 변수 등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1인 1만 원이며, 사전 예약을 통해 선착순 5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 확인 및 참가 신청은 승우여행사 홈페이지(www.swtour.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승우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면서도 망설였던 분들을 위한 자리”라며, “코스 난이도와 숙소 등 실제로 궁금해하던 내용을 직접 듣고 질문하며,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걸음을 내딛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1-12

코레일관광개발, 상주곶감축제 연계 기차여행 상품 출시

코레일관광개발(대표이사 직무대행 이우현)이 경상북도 상주시(시장 강영석)와 협력해 지역 대표 농특산물 겨울축제인 ‘2026 상주곶감축제‘와 연계한 당일 기차여행 상품을 오는 24일, 단 하루 운영한다. 관광객은 팔도장터관광열차를 타고 서울역을 출발해 청량리, 양평, 원주, 제천 등 중앙선 주요 역에서 탑승할 수 있어 수도권 및 강원, 충청권 주민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상주곶감축제를 중심으로 상주시 주요 관광지를 연계한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으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며 지역의 문화와 특산물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상주곶감축제는 오는 23~ 25일까지 3일간 개최되며, 전국 최고 품질로 정평이 난 상주곶감을 현지에서 직접 구매하고 맛볼 수 있다. 축제장에는 47개의 곶감 판매 부스가 운영되며 라이브커머스,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설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이나 선물을 준비하려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기회될 전망이다. 기차여행 상품은 방문 코스에 따라 2가지로 구성됐다. 1코스는 상주곶감축제와 함께 상주 파머스룸과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청년 농부들이 운영하는 농장 카페에서 특별한 경험을 즐기고 낙동강 생물다양성에 대해 배울 수 있다. 2코스는 상주곶감축제 관람 후 상주 자전거박물관과 함창명주테마파크를 둘러보는 코스로, 상주의 자전거 문화와 전통 명주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두 상품 모두 왕복 열차비(팔도장터관광열차), 연계 차량비, 입장 및 체험료, 인솔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열차 내에서는 로컬도시락이 제공돼 일행과 함께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오전 7시 40분 서울역을 출발해 오후 9시 50분 서울역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하루 동안 알차게 상주의 매력을 경험하며 하루를 꽉 채워 의미 있는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우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이번 상주곶감축제 연계 관광열차는 국민들이 편안하게 지역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했다“라며, “명절을 앞두고 상주곶감을 직접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관광열차를 통해 이동 부담을 줄인 만큼 많은 분들이 상주에서 즐거운 여행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권한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1-12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전기요금 지원···겨울 이후에도 지속

초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한 전기요금 지원이 겨울철 이후에도 이어진다. 경북도는 12일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지원이 종료되는 오는 5월 이후에도 산불 피해 이재민을 대상으로 매월 최대 20만원 범위내에서 전기요금의 50%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겨울철 집중 지원이 끝난 뒤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경북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겨울철 한시 대책으로 한국전력공사가 지원하는 매월 최대 20만원의 전기요금에 추가 지원을 더해 이재민 1가구당 매월 최대 40만원까지 전기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경북도는 산불 피해 복구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겨울철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전기요금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주는 방식의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전 지원이 끝난 뒤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오는 5월 이후에는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지원이 종료됨에 따라 전기요금 지원은 경북도 차원에서만 이뤄질 예정이다. 경북도는 임시주거 환경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생활 전력 사용 부담을 완화하는 데 이번 조치의 초점을 두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전기요금 부담이 이재민들의 또 다른 걱정이 되지 않도록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며 “일상 회복까지의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1-12

의성 빙계계곡, 따뜻한 바람 나오는 '풍혈지' 확인

경북 의성군은 여름철 찬 바람이 부는 것으로 알려진 빙계 계곡이 겨울철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지(風穴地)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풍혈지는 지형 내부의 공기 순환 구조로 인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특수한 자연 지형이다. 국내에선 밀양 얼음골, 평창 대관령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풍혈 네트워크’가 지난 7일 빙계 계곡 일대를 조사한 결과 상부 일부 지점은 기온이 최고 18도로 관측됐다. 조사 당시 외부 기온은 영상 4도였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지점에서는 겨울철 식생이 쇠퇴한 주변 산지와 달리 초록색 이끼가 무성하고 낙엽이 떨어지지 않은 수목이 분포하는 등 뚜렷한 생태적 차이도 확인됐다. 군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 풍혈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이어가며, 관련 연구를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또 연구사·해설사·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술 연계 프로그램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빙계 계곡의 학술적·환경적 가치가 한층 더 분명해진 만큼 국제 학술 교류를 확대하고, 지질관광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