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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선거 치른 고3 미래 위해 ‘투표 인증’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번 대선의 선거권은 2007년 6월 4일 이전에 태어난 만 18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고3 학생 45만3812명 중 유권자는 19만2439명이라고 한다. 대략 42.4%의 학생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2007년은 황금돼지띠의 해이다. 그해 태어나는 아이들은 재물복과 길운이 따른다고 하여 출산율이 반짝 오르기도 했다. 올해 고3인 수험생 이정은 학생 또한 황금돼지띠다. 생일이 상반기에 있어 이번에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같은 반 친구 중 대략 1/3 정도가 유권자였다고 한다. 5월 30일 금요일, 사전 선거 이틀째 날 가족과 함께 투표를 마친 이정은 학생이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기분이 좋아요. 첫 투표를 대선 투표로 해서 그런지 그 느낌이 더 특별해요. 운동 경기로 치면 예선전이 아닌 결승전을 치른 기분이랄까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전 선거일 이틀 모두 평일이었던 것과 고3으로서 직관적으로 와 닿는 교육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한다.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의 다양한 방법 중 ‘투표 인증’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선거에서는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 기표 도장을 찍은 손등 인증샷 등이 흔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포토카드나 각종 캐릭터가 있는 인증 용지, 리플릿이나 가랜드 형태의 인증 용지를 이용해 개성 만점의 투표 인증샷을 남겼다. 혹 인증 용지를 잊었더라도 투표 확인증을 받아 찍어오기도 하는 등 ‘핫’하고 ‘힙’한 세대는 선거조차 축제처럼, 이벤트처럼 즐겼다. 이정은 학생은 담임선생님이 준 용지로 투표 인증을 했다. 인생 첫 투표를 앞둔 고3 제자들을 위해 선생님이 기념으로 주셨다고 한다. 인증 용지의 모음 ‘o’자에 기표를 해 글자를 완성하면 된다. 고3을 위해 완성된 문구는 ‘수능대박’이다. 그리고 학업에 지친 아이들에게 반짝이는 응원의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 “반짝반짝 빛날 너의 내일에 투표해.”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03

지구환경을 위한 소비생활, 가치소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환경은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소비도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소비를 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소비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위한 소비생활은 무엇일까. 지난 금요일 꿈마루 작은 도서관에서 마련한 찾아가는 지구환경 수업이 있었다. 수업의 주제도 ‘가치 사서 같이 살자’였다. 포항환경학교에서 나온 환경 교육 강사와 함께 수업에 참여한 시민들은 자신의 소비 모습을 돌아보며 지구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소비, 소비문화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사는 먼저 경제와 환경을 연결 지으며 우리들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엄청난데 그 쓰레기가 문제라고 강의를 시작했다. 우리가 사용한 쓰레기를 볼 때면 한 번쯤은 절로 인상이 찌그러지고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소비하고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이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다. 소비로 인한 많은 쓰레기 가운데 첫 번째는 플라스틱이다. 1인당 사용량을 보면 부끄럽지만 우리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로 인한 많은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데 ‘fast fashion’ 영향으로 이제는 재활용보다는 대부분 소각되고 있는 의류 폐기물도 하루에 880t이나 된다. 먹거리로 인한 오염, 파괴되는 산림,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가전제품, 생활에서 쓰는 물 사용량도 많아 1인당 사용량이 하루에 300L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이 2L가 안 되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쓰레기로 오염된 환경이 결국은 우리에게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지구를 생각하고 우리들의 생활을 위한 가치소비를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가치소비는 보통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생각하는 소비라 할 수 있다. 가심비 소비는 비용에 상관없이 만족스러운 것을 구매하는 소비다. 가성비와 반대되는 말로 성능보다는 심리적 만족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가치소비와 맞닿아 있다. 가치소비에는 친환경, 사회적 약자,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어찌 보면 넘쳐나는 소비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가치소비에는 MZ세대가 가장 적극적이다. 10명 중 8명이 가치소비를 하고 있어 가치제품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선(善)행 업체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모습, 플로킹, 업사이클링, 재활용 등. 적극적인 소비모습이 그렇다. 이전 세대와 다른 이들의 소비성향을 대신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제로소비도 마찬가지다. 제로소비는 ‘사지 않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노 쇼핑 챌린지, 제로 웨이스트 카페, 공유경제의 확산, 중고 거래의 확산, 디지털 디톡스 등이다. 단순히 아끼는 절약이 아닌 의식적으로 소비를 절제하고 환경과 사회, 나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환경을 위한 소비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한은미(46·포항시 북구 장량동) 씨는 “환경을 위한 소비에 인식은 잘하고 있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 가치소비와 지속 가능한 소비는 가정에서 가족들이 잘 동참해 주어야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03

고향을 그리게 하는 콩잎물김치

휴일이라 늦은 저녁상을 차렸다. 친정에서 보내온 겉절이, 오이김치, 물김치에 지난주부터 콩잎김치가 새로 등장했다. 초록색 여린 잎이 존재감을 잃지 않고 푸릇푸릇 살아있는 물김치다. 압력솥에 방금 한 밥을 퍼서 빡빡장과 함께 쌈을 싸서 먹으니 콩밭을 가득 품은 듯 뿌듯하다.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딱 요맘때, 경상도에서만, 아니 모든 경상도가 아닌 포항 근처에서만 즐겨 먹는 음식이다. 안동이 고향인 나는 중학교 2학년에 포항으로 전학오며 처음 콩잎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점심시간 친구의 반찬통에 얌전히 누운 노란 잎, 호기심에 한 잎 떼어 입에 넣었다가 질겅거리는 식감에 몰래 뱉어야만 했다. 깻잎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물으니, 콩잎도 모르냐고 친구가 어이없어했다. 낙엽을 먹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부드러운 깻잎과는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고향인 안동보다 포항에 더 오래 살다보니 이젠 노란 콩잎김치를 사랑하게 되었다. 젓갈과 제피 향이 가미된 맛은 밥도둑이다. 하지만 초록 콩잎을 맛있게 느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젊을 때는 특유의 풋내가 싫었다.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물들어 이젠 늦봄 잠깐 나오는 이때 열심히 찾아 먹는다. 제철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한다고 몸에서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친정엄마는 벌써 이 백 재기 넘게 콩잎김치를 담궜다. 한 묶음을 엄마의 입말인지 포항 사투리인지 한 재기 두 재기 이렇게 사고팔았다. 해 뜨기 전에 새순을 따서 친정에 새벽 3시면 자루 가득 담아 배달해 주신다. 그것을 이웃 친구들과 나눈다. 벌써 세 번째 주문이라고 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초곡리에 콩 농사하시는 분들은 이틀에 한번 여린 순을 따서 내다 팔아 자식 다 키웠다고 했다. 콩보다 잎 농사였다. 그러다 어느 날 밭을 갈아엎어 가을콩을 심는다고. 푸른 콩잎 쌈을 싸던 남편이 서울 작은 아버님께 택배로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다. 오래 병석에 누워 입맛이 없으니 고향 음식이 그리운 것이다. 8년 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서울 시동생에게 매년 이즈음 보낸 고향 소식이었었다. 죽도시장에서 사서 보냈더니, 그 맛이 아니라 하셔서 올해는 친정엄마 손을 빌렸다. 넉넉히 담궈서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서울로 보냈다. 만드는 방법을 물으니, 된장 풀고 양파 썰어 넣고 그럼 된다고 힘든 거 하나도 없다고 하셨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하니 콩잎은 너무 씻으면 짓물러 특유의 풋내가 나서 살살 씻고 참쌀풀을 쑤어 국물을 준비한다. 된장을 풀고 양파를 채 썰어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그냥 놔둔다. 오랜 세월 몸에 익힌 방법이라 그냥 하면 된다고 ‘숩다’고만 하셨다. 함께 싸 먹는 빡빡장도 꼭 필요하다. 강된장이라고도 부른다. 다양한 채소와 된장을 이용해 만드는 걸쭉한 한국 전통 요리다. 주로 쌈이나 비빔밥에 곁들여 먹으며, 깊은 풍미와 감칠맛이 특징이다. 기본 재료 애호박, 양파, 대파, 청양고추, 버섯 등 다양한 채소를 잘게 다져 준비한다. 두부도 추가할 수 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호박을 먼저 볶다가 된장을 넣고 함께 볶아준다. 쌀뜨물이나 해물 분말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다진 마늘, 고춧가루 넣고 끓여준다. 마지막에 청양고추와 버섯을 넣고 한 번 더 끓여 마무리한다. 된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짤 수 있으니, 끓이면서 간을 보며 조절하는 것이 좋다. 빡빡장은 냉장고에 보관하면 다른 국물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콩잎에 따끈한 밥 올려 빡빡장 곁들여 먹으니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설거지 후 손을 씻고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잡다가 시큼한 향에 왼손 냄새를 맡았다. 콩잎김치가 그대로 거기 있었다. 작은 아버님이 그리워하는 고향 냄새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03

더불어 민주당 대구시당, 대선 방송출구 조사 발표에 환호

“대통령 이재명, 지금은 이재명” 3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이재명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앞서자 민주당 대구시당 선대위와 당원들이 ‘대통령 이재명’을 외치며 환호와 손뼉을 치며 서로 부둥켜 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오후 8시 이후 지상파인 KBS, MBC, SBS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1.7%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39.3%보다 11.8% 포인트 앞서 당선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1·2위로 예측되는 후보들에 대한 시도별 득표율을 보면 인천, 서울, 경기, 강원, 충남·세종, 대전, 충북, 울산, 전북, 전남, 광주, 제주 등에서 이재명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다. 경북, 대구, 부산, 경남 등에선 김문수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소 대구시당 위원장은 출구조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어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통합과 경제 성장, 평화, 안보 등 든든한 시대의 정부를 이끌어 갈 것이다”면서 “대구시당도 이 대통령의 국정에 잘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또 대구지역의 득표율이 다소 낮은 점에 대해 “살짝 아쉽긴 부분이지만 이제 우리 모두 하나이다”며 “목표를 25% 이상 삼았지만 아직 예측 조사이다 보니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면 목표 25%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허소 대구시당 위원장은 7대 공약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자신의 공약에 대한 약속 실천을 아주 엄중하게 지켰다. 대선 공약을 매우 무겁게 여기고 실천 가능 여부를 잘 따져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며 “지역 관련 공약은 민주당 대구시당과 대구시가 힘을 합쳐 소통하고 준비해 나간다면 반드시 실천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6-03

TK신공항 건설은 순항할 수 있을까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사가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뉴스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공기(工期·2029년 개항)가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정치적인 부담과 안전사고, 법적(중대재해처벌법)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600억원을 투입해 6개월간 가덕도 현지에서 기술 검토를 해왔다. 이제 새 정부가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덕도신공항은 이전에도 공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네 차례나 유찰됐었다. TK신공항 건설도 순탄하지 않다. 대구시는 지난 2024년부터 신공항건설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할 민간사업자 공모에 들어갔지만, 지원하는 건설업체가 없었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터 사업의 위험성을 들어 참여를 거부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비 회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TK신공항은 전액 국비가 투입되는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기부 대 양여’ 방식이어서, 자금력이 있는 사업자가 나서지 않으면 공사가 불가능하다. 결국 대구시는 SPC 구성을 포기하고, 대신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지원받아 신공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미 정부에 내년부터 5년간 11조5000억원의 공자기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둔 상태다. 그러나 이 기금이 나오려면, 지원근거가 담긴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공자기금을 지원받더라도 갚을 역량이 있느냐도 문제다. 대구시는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공자기금을 빌린다는 생각인데, 이자율을 3%로 잡더라도 이자만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는 이자만 갚게 되지만, 2031년부터 10년간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대구시는 이 돈을 K2 군공항 후적지를 개발해 갚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후적지 개발이익은 주로 아파트 분양에서 나오는데, 지금 대구지역 건설경기를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공자기금 지원을 꺼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동산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지금 신공항 예정부지 주민들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묶여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정부에 사업 첫 해(2026년) 들어갈 토지 보상비(공공토지비축사업비 2766억원)를 요청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공공토지비축사업은 국책사업 추진을 위해 LH가 필요한 부지를 먼저 매입하는 제도다. 오늘(4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TK신공항 건설자금으로 공자기금을 활용하는데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TK신공항은 국가균형발전뿐 아니라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 정부는 대구시가 이미 제출해둔 공자기금 신청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전향적인 지원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논설위원

2025-06-03

“국민통합이 제1과제”…진실이길 바란다

21대 대통령은 개표 완료 이후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과거처럼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 인수위를 구성해 취임 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 전직 대통령 파면 궐위로 인한 대선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오늘 낮 12시를 전후해 국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바로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신임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우선 처리해야 할 현안은 국민통합이다. 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국민통합이 제1과제”라고 했었다. 국민통합은 대통령과 입법·사법 ‘3대 권력’이 모두 합심해야 실현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은 이번 대선 캠페인 과정을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분립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 공약집을 보면, ‘대법관 증원’을 명시해 두고 있다. 대법관 수를 늘려 상고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지만, 이를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민주당 공약대로 대법관 수가 늘어날 경우, 집권당 입맛대로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어 대통령이 사법부를 장악하게 된다. 이뿐 아니라 정치판사를 양산할 수 있는 ‘법 왜곡 처벌법’도 발의돼 있고, 검사 파면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판사도 검사도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 공약집대로라면, 우선 판검사에 대한 대대적인 ‘적폐청산‘이 예상된다. 이는 국민통합 약속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누차 “권력을 남용한 정치보복의 해악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가 분열의 정치를 끝낼 적임자”라고 했다. 그러나 판사·검사에 대한 탄핵이나 문책 인사가 시작되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군, 정치적 중립 논란이 있었던 감사원, 국민권익위, 방송통신위 등도 연쇄적인 긴장 분위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약속했듯이, 새 정부가 유례없는 국내외 위기를 극복하려면 ’적폐청산‘보다는 국민통합이 최우선 국정 기조가 돼야 한다. 그래야 극단으로 갈라진 국론을 한마음으로 모을 수 있다.

2025-06-03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부터 시작하라

21대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문제 해결이다. 대선 과정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이 국민이 바라는 새 정부에 대한 바람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국민통합과 개헌보다 경제회복에 더 많은 기대를 걸었다. 보수, 진보를 떠나 경제문제 해결을 우선으로 꼽은 것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런 국민적 요구는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과 무관치가 않다.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글로벌 경제전쟁이 겹치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있다. 작년 12월 계엄 사태 후 계속되는 경기침체는 시간이 가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 성장률을 1%대에서 0.8%로 낮추었다. 해외의 많은 기관들도 한국의 성장률을 1% 이하로 전망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마이너스 성장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소상공인들이 하나둘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 해 동안 100만명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선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도할 정책이 필요하다. 일하지 않고 노는 청년 실업자들이 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양극화 심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밝혔듯이 만사 제쳐두고 경제 살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꺼져가는 내수경기에 불을 지피고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와 관세 협상을 잘 이끌어 위기에 빠져 있는 기업들을 구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대규모 투자도 시작해야 한다. 경제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움직일 때가 많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수경기부터 조금씩 고개를 내밀 것이다. 과거 정부의 경제 실패를 반면교사 삼고, 지금부터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 믿음이 가는 경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2025-06-03

트럼프와 TACO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는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도망간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신조어 타코가 빠르게 유행 중이라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치킨 복장을 한 트럼프의 사진까지 나돌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소식이다. 이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때문이다. 폭탄이라고 불릴만큼 강력한 관세정책을 펼쳤지만 경제적 압박이나 시장에서 불안하게 반응하면 곧바로 철회하는 일들이 그동안 반복되었다는 것. 그로 인한 불신이 쌓이면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조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연방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며 무효 판결을 내리자 트럼프 관세정책이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의 정책에 반발하는 다른 사례도 있다. 최근 영국 등으로 이민가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들은 트럼프의 오락가락하는 관세정책과 이민자 추방정책, 소수자 적대 정책 등에 환멸을 느껴 유럽 등지로 이민을 간다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치를 표방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가 자신이 내세운 정책의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지난 4월 미국 전역에서는 트럼프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고, CNBC의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 55%나 됐다고 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는 트럼프의 구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6-03

포항공대, 日 의료기관과 세포·유전자 치료 ‘맞손’

포항공과대학교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B-IRC)는 지난달 30일 일본 나노의료혁신센터(iCONM)와 차세대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술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양 기관은 향후 생체막·전달체 공학 기반 기술과 나노 약물전달 시스템(Nano-DDS) 기술을 접목해 면역질환, 암, 중추신경계 질환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iCONM은 일본 가나가와현이 주도하는 ‘King SkyFront 국제 바이오 클러스터’의 중심 연구기관으로 2015년 개소 이후 의약·의료 분야 융합 연구와 산학연 협력을 통해 바이오 기술 상용화를 이끌고 있다. 포항공대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iCONM와 △공동연구 및 성과 발표 △국제 학술회의 및 워크숍 개최 △장단기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 운영 등 실질적 협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유주연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장은 “양 기관의 전략 기술이 융합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이 의미 있는 연구성과로 이어져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전환점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공과대학교 B-IRC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연구센터(IRC) 사업’에 선정돼 2023년 설립된 차세대 바이오 융합연구기관으로 생체막·전달체 기반 세포·유전자 치료 원천기술 개발을 핵심 과제로 수행하고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6-03

상처뿐인 영광 베오그라드를 가다

세르비아는 발칸반도 내륙국 고도(古都) 베오그라드로 대표되는 나라다. 베오그라드는 남쪽 슬라브의 나라, 즉 유고연방의 수도이자 이들의 영웅 티토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쪽 니슈부터 국토 중앙 세메데레보, 그리고 수도 베오그라드를 지나 북쪽을 향해 노비사드에 이르면 왼쪽은 크로아티아 조금만 더 가면 헝가리 국경이 지척이다. 세계사 중심에서 늘 상처를 입어야 했던 태생적 폭력 현장이자 아픔의 터전이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사연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꿈에서나 보았을 법한 아름다운 풍경에 피맺힌 역사가 마르지 않은 채 곳곳에 묻어 있었다. 베오그라드 발 보스니아 전쟁, 크로아티아 전쟁, 1998년 최근래에 이뤄진 베오그라드 발 코소보 살육전, 그리고 나토의 베오그라드 공습 등 ‘악마의 시대’에 중심적 이미지가 뿌리박혀 있는 곳이 아닐까. 그러나 도착과 동시에 우리 아니면 살육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상한 수도라는 생각은 대번에 깨어졌다. 물론 16년의 세월이 지난 후였지만 말이다. 18세기 말까지 세르비아는 물론이고 발칸반도 나라들 역시 민족주의 싹이 움틀 만한 조건이나 의식 자체가 거의 없었다. 대신 정교, 가톨릭, 혹은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있었을 뿐이다. 신을 믿는 사람조차도 어디 교구 소속인지 아무런 관심조차 없었다. 삶이 곧 믿음이었고, 종교가 그냥 삶이었다. 다만 수많은 침략을 당해내면서도 처참하게 견뎌낸 세르비아정교가 이들의 정체성이자 가치 정점이었다. 상징적 구심점 세르비아정교회 ‘성 사바(St. Sava)성당’은 오스만제국 이슬람과 오스트리아 가톨릭 세력의 침략에도 민족 저항정신의 요람으로 거듭났다. 그런 만큼 상처도 깊다. 깔끔한 미감, 비잔티움 형식을 닮은 외형과는 달리 어느 순간 어떤 물리적 힘에 의해 멈춰버린 듯한 성당 내부 모습, 세르비안 선지자와 성자들이 슬픈 모습으로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거무튀튀한 공간은 이방인 마음까지 점령하는 듯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시선들···. 침묵 속에서 우러나는 숙연함, 신을 향한 간절한 내면을 볼 수 있었다. 베오그라드 도심에 시민 휴식처이자, 여유와 여백의 공간 칼레메그단 성채가 있다. 공원 이름이 요새(Kale)와 전쟁터(Megdan)라는 단어가 합해진 만큼 베오그라드는 오스만제국과 비잔티움제국 틈바구니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져야 했다. 오랜 세월 그렇게 흘렀을 도나우강(다뉴브, 돈, 두나이, 드네브 등으로도 불린다. 이곳이 세르비아니 드네브라고 해야겠지만···.)이 잔물결 일으키며 침묵으로 대신하고, 사바강과 만나는 교차점의 두물머리 풍경은 역사를 잊은 사람들에게 도심의 삶에서는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시름을 풀어주기에 딱 알맞다. 그 위에 우뚝 솟은 칼레메그단 성채는 석양의 황혼에 몸을 맡긴 채 묵묵히 서 있다. 이름처럼 격동의 세월을 온 몸으로 견뎌낸 칼레메그단은 이슬람과 기독교 연합군과의 수전을 온몸으로 겪는다. 2014년과는 달리 2017년에 찾은 칼레메그단에서 한가롭고도 녹녹한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았다. 성채에 올라 먼데 사바강과 도나우강이 합류하는 삼각주의 잔잔한 물길을 바라보다 두물머리에 서 있는 육각형 타워 ‘네보이샤탑’이 눈에 다가왔다. 에니체리들이 세르비아 봉기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포로로 잡은 세르비아 민중을 학살하던 장소다. 어떤 식으로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같은 발칸반도 내 그리스나 세르비아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늘씬하게 빠진 청춘남녀 시원시원한 발걸음에 힘이 넘치고, 이방인 서툰 말에도 친절한 미소로 끝끝내 화답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존적이며 꼴사나운 비틀림에 지나지 않은 어린 학생에 의한 동양인에 대한 멸시 어린 시선과 조롱이 매우 자연스럽기도 하다. 공화국 광장에서 마주친 청춘들이 내뿜는 열기는 서울 홍대거리 못지않았다. 전철 속에서 세르비아대성당 성 사바 가는 길을 묻는 이방인에게 목적지는 잊은 듯 갈등의 기색이라곤 추호도 없이 전철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함께하고 돌아서던 자매 눈길은 잊을 수 없다. 그러다 문득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 식당에서 만난 세르비아 신혼부부 말이 생각났다. 코소보에서 오는 길이라고 하자 대뜸 이렇게 말한다. “코소보가 무슨 나라라고···.” 여전히 코소보는 현재진행형이 분명했다. 세르비아인의 성지 코소보에 이방인이 독립을 선언한 이 억울하고도 미칠 듯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코소보가 중세 서사시적 영광이 서린 세르비아인 고향이라는 인식의 뿌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음을 보았다.(본 오피니언 2024년 6월 18일자 16면 ‘검은 새의 들녘’ 세르비아 민족 성지 코소보 참조) 코소보 프리슈티나 박물관에서 각 나라 국기들 중 유독 태극기를 망토처럼 걸치고 사진을 찍던 프리슈티나대학교 2학년 여학생 말이 떠올랐다. “코소보를 어떻게 생각해요?” 어눌한 한국말이지만, 알아들었다. 그러나 답은 글쎄···. 갈 길이 멀다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대한민국은 ‘BTS’의 나라였다. /스토리텔링 작가

2025-06-03

대구시교육청, 8일까지 환경교육주간 운영

대구시교육청이 오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8일까지 ‘환경교육주간’을 지정해 각급 학교와 기관별 특색 있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각 학교에서는 환경교육주간 동안 학교별 특색을 살려 환경 프로젝트, 환경체험 등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다양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대구한솔초등학교는 학생들의 기후 행동 실천력 향상을 위해 ‘기후정의행진’피켓 캠페인과 줍깅을, 원화중학교는 학생들의 환경감수성을 키우기 위해‘환경 일기장’을 운영한다. 또 도원고등학교에서는 ‘커피박화분 다육심기’를 통해 자원 순환 및 새활용의 의미를 이해하고 친환경 생활 실천력을 높인다. 아울러 대구녹색학습원은 2일에 희망 초등학교 1~3학년 88학급(22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ZOOM)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한 내용을 퀴즈 형식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된 ‘환경퀴즈 원격 수업’을 운영한다. 시교육청은 오는 4일부터 대구녹색학습원에서 각급 학교 교감 65명을 대상으로 ‘춘하추동 환경교육 관리자(夏) 직무연수’도 실시할 예정이다.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김해동 교수의 ‘환경교육과 기후위기 대응’강의를 시작으로, ‘교실에서 바로 쓰는 교과융합 생태전환 수업’ 저자 경북고 김묘연 교사가 ‘우리학교에 딱! 맞는 생태환경교육은?’라는 주제로 연수를 이어간다. 이후 도원고 김미진 교사가 대구녹색학습원의 전시체험물과 함께하는‘실천 중심 기후변화환경교육 배움터 탐방’을 진행한 예정이다. 강은희 교육감은 “기후위기와 생태전환의 시대에 환경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인류의 지속과 연결된 필수 과제가 됐다”며 “환경교육주간을 계기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환경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실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03

내 마음의 쉼표

요즘 나는 자꾸 숨이 막힌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머릿속은 쉴 틈이 없다. 온종일 생각하고 걱정하고 또 반복한다. 뇌가 과부하가 걸린 것처럼. 생각의 회로는 타버릴 것만 같고 마음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렇게 정신이 무거우면 몸도 무거워진다.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버거울 만큼 마음의 짐이 육체의 짐으로 옮겨 붙는다. 일상이 나에게만 모든 일을 쏟아붓는 것만 같다. 아이들이 자신의 일을 찾아 독립하고 나도 어느 정도 여유를 부릴 법한데 나는 여전히 일 무덤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가만히 있어도 해야 할 일들은 나를 향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가족도, 이웃도, 친구도, 그 모두의 짐이 마치 내 몫인 양 어깨에 켜켜이 쌓여 지쳐간다. 혹독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아이의 고민, 아버지의 입원, 자기 말만 쏟아내는 친구의 전화, 교회에서 맡은 일은 늘어나고, 쓰고 있는 글들은 늘 미완성인 상태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하나를 끝내기도 전에 다른 일이 머릿속을 치고 들어온다. 마음은 하루를 몇 번씩 앞질러 달려가는데 내 호흡은 턱 막히고 완주가 버겁다. 어쩌다 삶이 이렇게까지 나에게 배려가 없는 걸까 싶을 때는 눈물이 솟구친다.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여유가 없는 날의 반복,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억눌렀던 것들이 터져 나오려 틈을 비집는다. 별처럼 맑은 봄날 이유 없이 자꾸 눈물이 났다. 햇살은 고요했고 바람은 부드러웠지만 내 마음은 자꾸 흐려졌다. 전화 통화를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이어가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툭, 떨어졌다. 괜히 바쁜 내 삶을 탓하게 되고, 도와주지 않는 이들이 미워졌고 나 혼자 이 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서러웠다. 내가 바라는 건 거창한 도움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성격 덕분에 주위의 신임을 얻긴 했지만 그 때문에 어딜 가든 짐을 떠맡아야 하는 책임이 언제부턴가 내게는 꼬리표처럼 붙었다. 막내지만 맏이처럼, 맏며느리, 남자가 할 일도 내가 척척, 너무 많은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기대는 이들은 늘고, 챙겨야 하는 이들도 늘어가는데 정작 나는 허공에 떠 발버둥치고 있었다. 지친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져 삼켜버린 날들이 누적되었다. “힘들지?” 진심으로 물어주는 따뜻한 한 마디가 듣고 싶어 그렇게 발을 동동거렸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무거워 터질 것 같아 집 앞에 있는 바다로 무작정 나갔다. 파도 소리도 만나고 억척스러운 나도 만나고 싶었다. 말없이 커피 한 잔 내어줄 이는 없지만 나를 위해 커피 한 잔 들고 바다와 마주하고 싶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브런치를 시켰다. 샐러드를 먹고, 바삭 구워진 빵도 먹고, 소시지도 먹었다. 파도는 쉬지 않았다. 끝도 없이 밀리면서 또 밀어 붙이는 파도의 근성이 부러웠다. 모래성처럼 금방 무너져 버리는 나와는 달랐다. 커피를 들고 바다로 나가 모래사장에 앉았다. 파도는 여전히 쉼 없이 밀려왔다가 또 조용히 물러났다. 그 부드러운 리듬이 마치 내 숨결을 다독이는 것 같았다.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씩 파도처럼 물러가는 것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타자를 치지도 않고, 몸을 움직이지도 않는 이 시간이 이토록 귀한 것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한 번도 나에게 주지 못했던 쉼표를 찍고 있는 시간이었다. 너무 긴 시간 동안 멈추지 못했음을 보게 되었다. 가야 할 길만 생각하고, 해야 할 일만 붙잡고, 달리기만 하던 내 삶에 빠져 있던 주어, ‘나’는 없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늘 마주하던 바다였지만 정작 가까이하기는 처음인 이 바다 앞에서 비로소 내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잠시 멈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래 위에 발을 묻고 하늘을 보았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고 내게 맡겨진 일은 변함없지만 지금은 ‘나’를 위한 쉼이다. 내 안의 소음이 잦아들고 묵직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은 너그럽게 또 삶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아마도 바다가 내 마음에 작은 쉼표 하나를 찍어주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또 버거운 날들이 오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오늘의 바다를 떠올릴 것이다. 자기 말은 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들어주고 묵묵히 넓은 품을 내어주었다. 잠시 멈추어 설 용기가 필요했던 나에게 고요하고도 단단한 용기로 곁을 내어 준 내 마음의 쉼표, 나는 그 바다에서 나를 다시 만났다. /작가

2025-06-03

박민지, KLPGA 첫 단일 대회 5회 연속 우승 도전

박민지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 5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6일부터 사흘간 강원도 원주 성문안(파72·6천494야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박민지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올해 대회에서도 박민지가 우승하면 KLPGA 투어 사상 최초로 단일 대회 5연패를 달성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 연속 미즈노 클래식 왕좌를 지킨 사례가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경우 타이거 우즈(미국)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베이힐 인비테이셔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뷰익 인비테이셔널을 4연패 했다. 박민지는 대회를 앞두고 KLPGA 투어를 통해 "단일 대회 5연패 도전은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하고 영광스러운 기회"라며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이라 믿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즐겁게 누리면서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독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민지가 처음 우승한 2021년에는 이 대회가 경기도 파주시 서서울CC에서 대회가 열렸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강원도 양양 설해원에서 개최됐다. 박민지는 "바뀐 코스에 대해 많이 고민하기보다 부담감을 어떻게 하면 잘 이겨내고 내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겠다"며 "성문안은 코스 자체에 굴곡이 많고, 페어웨이가 좁으며 그린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 E1 채리티오픈이 성문안에서 열렸는데 그때 컷 탈락을 했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아이언 샷과 퍼트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대회 시작 전까지 아이언 샷과 퍼트를 날카롭게 가다듬을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박민지가 우승하면 지난해 이 대회 이후 1년 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투어 통산 20승도 채운다. 시즌 4승을 노리는 이예원과 지난주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정윤지 등도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지목된다. 또 상금 순위 10위 이내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등 치열한 우승 경쟁이 예상된다. 2023년 이 코스에서 열린 E1 채리티오픈에서는 방신실이 우승했다. 지난주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에서 열린 제80회 US여자오픈에 출전했던 노승희, 마다솜, 황유민도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인 오수민과 최정원, 홍수민이 프로 선수들과 기량을 겨룬다. /연합뉴스

2025-06-03

아쉬운 자책골…여자축구, 콜롬비아와 무승부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신상우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안방에서 열린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연전을 1무 1패로 마쳤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2일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쿠팡플레이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지난달 30일 열린 1차전에서 0-1로 고개를 숙였던 대표팀은 사흘 만의 재대결에서는 팽팽한 승부를 펼친 끝에 무승부를 거뒀다. 이번 콜롬비아와 두 경기는 지난해 10월 신상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린 A매치 연전이다. 콜롬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19위)보다 두 계단 낮은 21위지만 2023년 여자 월드컵 8강에 오르고 2024 파리 올림픽 본선에도 진출했다. 2023년 여자 월드컵 땐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0-2 패배를 안긴 바 있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과 2027년 FIFA 여자 월드컵에 대비해 세대교체를 꾀하는 신상우 감독은 선발진에 크게 변화를 줬다. 에이스 지소연(시애틀 레인)이 이른 소속팀 복귀로 1차전만 치르고 대표팀을 떠난 가운데 김혜리(우한), 장슬기(경주 한수원), 이영주(레반테 바달로나) 등 기존 주축들이 모두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2004년생 공격수 전유경(몰데), 대학생 정다빈(고려대), 정민영(서울시청) 등 신예 선수들이 공격을 맡았다. 지소연을 대신해 선발 미드필더로 나선 정민영은 킥오프 2분 만에 페널티아크로 흘러나온 공을 왼발로 강하게 차 넣어 콜롬비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는 정민영이 A매치 데뷔전에서 신고한 데뷔골이다. 기세가 오른 대표팀은 전반 23분 최유리(버밍엄 시티)가 오른 측면을 돌파한 뒤 날카로운 슈팅을 차 또 한 번 콜롬비아의 골문을 위협했으나 이번에는 골대만 강타해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콜롬비아는 에이스 린다 카이세도(레알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측면 공격의 위력을 올려 반격하려 했으나 후반 초반에도 한국의 공세가 더 날카로웠다.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된 강채림(수원FC)과 박수정(울산과학대)이 활발하게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면서 콜롬비아가 좀처럼 수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후방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나오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아가던 경기 흐름이 요동쳤다. 후반 18분 공을 멀리 걷어내려던 수비수 김진희(경주 한수원)가 실수로 우리나라의 골대 구석으로 차 넣어 자책골을 기록하고 말았다. 승리를 위해 다시 득점이 필요해진 신상우 감독은 후반 30분 2007년생 스트라이커 케이시 유진 페어(에인절 시티)를 투입, 변화를 꾀했으나 콜롬비아의 골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연합뉴스

2025-06-03

달리는 지하철에 불지른 60대… 대형 참사 막은 기적

지난주와 이번 주는 때가 때이니만치 대부분의 이슈를 대통령선거가 집어삼켰다. 신문은 물론, TV와 인터넷에서도 대선 관련 소식과 화제가 여타의 다른 뉴스를 압도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무시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도 없지 않았다. 가장 크게 네티즌들의 주목을 끈 뉴스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였다. 자신의 이혼 소송 결과에 실망한 60대 남성이 달리는 지하철에 불을 질렀고, 자칫하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지난 대구 지하철 참사와 또 다른 서울 지하철 방화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방화 혐의자가 보인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태도도 네티즌들의 비난을 불렀다. 그는 결국 공용건조물 방화 등의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됐다. 21대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인기 걸그룹 멤버인 카리나가 특정 후보를 떠올릴 수 있는 숫자와 색깔이 프린팅 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것도 네티즌들의 설왕설래를 야기했다. 이는 ‘연예인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게 옳은가, 그른가’라는 논쟁까지 불렀다. 중국의 한 대학이 구내식당 관리자를 구하면서 박사 학위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외신에 보도되며 한국 네티즌들까지 관심의 촉수를 곤두세웠다.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 이를 반영하듯 많은 이들이 그 대학에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대학 측은 해명을 내놓았으나 네티즌의 조롱과 비판은 그치지 않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전후한 시기 인터넷에서 화제와 논란을 부른 사건들을 아래에서 간략하게 정리한다. ▲ 이혼 결과에 불만 품은 60대 남성 ‘위험천만’ 지하철 방화 무언가 억울해서 그걸 분풀이하거나 세상에 알리려고 어떤 행위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불특정다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자신의 이혼 소송 과정과 결과에 불만을 품은 60대 남성이 다중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 명백한 범죄다. 그럼에도 불이 난 지하철에 탑승했던 승객이 “당신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 항의하자 대뜸 “안 죽었잖아”라고 대꾸했다니, 이건 인면수심 아닌가. 지난달 31일 60대 원모씨는 오전 8시 43분경 서울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달리던 지하철 안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질렀다. 방화범 원씨를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손에 많은 양의 그을음이 묻어 있는 걸 의심의 눈길로 유심히 관찰했기에 가능했다. 경찰에 잡힌 원씨는 방화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열차가 여의나루역을 출발한 직후 유리병에 담긴 2~3리터 가량의 휘발유를 옷가지에 뿌리고 가스 점화기로 불을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의하면 그는 유서를 준비하지 않았고, 그을음 묻은 손 외에는 본인의 피해가 크지 않기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의 악몽이 아직도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또 일어나다니...”라고 놀라며 “다수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린 방화범에겐 동정이나 용서가 필요 없다”는 말로 일벌백계를 요구했다. 반면,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예기치 못한 방화에 침착하게 대응한 지하철 관계자와 승객들에겐 칭찬과 위로의 의견을 전했다. 원씨의 방화로 모두 23명이 부상을 입었고, 129명은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았다. 재산 피해도 컸다. 지하철 1량이 소실됐고, 2량엔 그을음 피해가 생겼다. 피해액은 3억3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서울교통공사는 향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예고했다. 방화범 원씨를 조사한 경찰은 CCTV와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현주건조물 방화, 공용건조물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이영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원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후 “도주와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연예인은 정치적 지향 드러내면 안 되나?...네티즌 설전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대중 파급력이 엄청난 아이돌이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면 어떡하나?” “자기가 좋아하는 옷 입고 사진 찍어 SNS에 올린 게 무슨 죄인가? 하여간, 한국 사람들은 별스러워.” 21대 대통령선거를 얼마 앞둔 시기.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붉은색과 2라는 숫자가 프린팅 된 점퍼를 입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수많은 비난과 욕설에 시달렸다. ‘붉은색’과 ‘2’가 특정 후보 지지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촉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극성 지지자들은 몹시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유명 가수가 특정 정당의 상징 색과 기호가 선명한 옷을 입고 등장했으니 인터넷 공간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카리나의 소속사가 “일상의 모습을 SNS에 게시한 것으로, 다른 목적이나 의도는 없었다. 해당 게시물은 즉각 삭제했다”고 재빨리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은 꽤 오래 지속됐다. 카리나를 비판하는 이들은 “왜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던진 것인가”를 물었지만, “아무 의미 없이 올린 사진 한 장을 두고 이렇게 질타하는 건 온당치 않다”며 카리나를 두둔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드러내 욕을 듣거나, 박수를 받는 연예인은 카리나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여러 가수와 배우 등이 선거 때 특정 정당의 상징색과 번호를 떠올릴 수 있는 옷을 입었다고 반대자들에게 곤욕을 치르거나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연예인은 아이가 아니다. 멀쩡한 성인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밝히는 게 왜 나쁜가? 유럽과 미국에선 일상적인 행동이 왜 유독 한국에서만 지탄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한 네티즌의 의견이 눈에 띄었다. 그게 진보건, 보수건 연예인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표시하는 문제는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도 뜨거운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구내식당 관리자에게 박사 학위 요구한 대학...이유는? “학생들 먹는 요리 만드는데 박사 학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네. 대체 무슨 학위를 따오라는 이야기인지?” 다소 황당해 보이는 구인광고 하나가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한 대학이 구내식당을 관리할 사람을 모집하면서 ‘박사학위 필수’라는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지난 2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의 지방 명문대학인 난징에 위치한 동남대학교가 지난달 하순 구내식당 매니저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내면서 조건의 하나로 박사 학위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고학력에 좋은 스펙을 가지고도 직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이 한국이나 중국이나 적지 않은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상황을 반영하듯 중국 네티즌은 “대체 언제부터 구내식당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박사 학위가 필요했었나”라는 비난을 쏟아냈고, 소식을 접한 한국 네티즌들 또한 “구내식당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왜 요리 자격증이 아닌 박사 학위를 요구하냐”고 의아해했다. 동남대학 측은 “음식 개발과 준비는 물론 계약자 관리와 식품 안전 감독, 행정 서류 처리 등의 업무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박사 학위 요구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 달린 인터넷 댓글은 “이해가 어려운 처사” “박사 학위 가지고 거길 왜 가냐”는 등의 비판 의견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6-03

이승엽 감독 “성적 부진 책임, 자진 사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이승엽(48) 감독이 계약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두산은 2일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이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세 시즌 간 팀을 이끌어주신 이승엽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2일 현재 23승 3무 32패로 10개 팀 가운데 9위에 머물러 있다. 3일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부터 조성환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 두산은 시즌 초반 마운드의 기둥 곽빈과 홍건희의 부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겹쳐 9위로 처졌다. "모든 비난은 내게 해달라"고 몸을 낮춘 이승엽 전 감독은 결국 성적 부진 탓에 정규시즌 개막 두 달여 만에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선수 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며 은퇴할 때까지 사랑받은 이승엽 전 감독은 2023시즌부터 두산을 지휘했다. 코치 경험도 없었던 초보 사령탑 이승엽 전 감독은 2022년 9위에 그친 팀을 이어받았다. 두산은 2023년 정규시즌 74승 2무 68패(승률 0.521),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우승(2015년, 2016년, 2019년)을 차지한 기억을 떠올린 두산 팬들은 팀의 2023년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다. 2023년 마지막 홈 경기가 된 10월 16일 잠실 SSG 랜더스전 뒤에는 이승엽 감독이 마이크를 잡자 아쉬움 섞인 야유를 보내는 팬도 있었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2023년과 같은 승률(0.521·74승 2무 68패)을 찍었고, 순위는 한 계단(4위) 높였다. 최소한의 목표였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성공했으나 '진짜 목표'였던 3위에 오르지는 못했다. 게다가 포스트시즌에서는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1패를 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선 2023년에는 NC 다이노스와 첫 경기에서 패했고, 지난해에는 2경기에서 1무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kt wiz에 와일드카드 결정 1, 2차전을 모두 내줬다. 2015년 KBO가 도입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 건, 2024년 두산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이 끝난 뒤, 두산 팬들은 또 한 번 이승엽 전 감독에게 야유를 보냈다.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 회장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며 "4, 5위 하려고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베어스다운 야구를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이승엽 전 감독은 "프로의 목표는 우승이어야 한다. 구단주님과 같은 생각"이라며 "우리 베어스는 올해 '완전체'로, 과거의 강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두산의 모습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출사표를 올렸다. 하지만, 시즌 초 두산은 지독한 부진에 시달렸다. 이승엽 전 감독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더 차가워졌다. 결국, 이 전 감독은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이승엽 전 감독의 재임 시절 성적은 346경기 승률 0.504(171승 168패 7무)다. 두산 사령탑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난 건, 2011년 6월 김경문(현 한화 이글스 감독) 감독 이후 14년 만이다. /연합뉴스

2025-06-03

생산 물류 혁신으로 경쟁력 확보

생산 물류 혁신은 생산과 물류의 흐름을 구조적으로 변화시켜 전 과정을 통합 최적화하여, 리드 타임 단축, 재고 최소화, 품질 향상, 납기 준수, 비용 절감 등을 이루는 혁신활동이다. 제조업이 적용 대상이며, 생산 과정에 정체 현상이 자주 발생하거나 원료 관리, 중간 재고, 완성 재고, 수주와 생산의 불균형으로 일어나는 손실 등이 생산 물류 개선 대상이 된다. 생산 물류 개선 활동의 절차는 첫째, 현황 분석이다. 생산 및 물류 흐름, 병목 현상, 낭비 요소, 문제점 진단을 VSM(Value Stream Mapping),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둘째, 목표 설정이다. 납기, 재고, 리드타임, 비용, 품질 등 목표 설정이 숫자로 구체화 되어야 한다. 셋째, 혁신 기획이다. 혁신 기법은 수행 원리와 기능이 있다. PAC, Lean, TPM, TOC 등 각 기법의 수행 원리와 기능을 알면 자사의 문제 속성에 맞는 적합한 기법을 선택하여 실행 기획을 수립할 수 있다. 넷째, 설계 및 실행이다. 공정 재배치, 자동화, 물류시스템 구축, 교육 실시 등 상황 분석에서 발췌된 문제들을 적합한 기법을 적용하여 해결하는 것이다. 계획이 구체적이고 명확하면 실행력이 높아지고 목표 달성이 된다. 다섯째, 성과 측정 및 피드백이다. 목표 대비 달성 여부와 개선 효과를 분석하여 피드백 하고 공정한 포상을 한다. 여섯째, 지속적 개선이다. 개선 후 작업 표준화를 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낭비를 찾고, CAPD(Check Action Plan Do)로 지속적 개선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4년간 지원한 구미 2차 전지 소재 생산의 양극재 공장은 원료와 중간 제품 관리가 미흡하며, 창고의 저장량 한계로 사외 창고 위탁을 검토중이었다. 신품종 개발 시 고객사로부터 3번의 오디팅(Auditing)을 받는데, 2차 전지 소재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 이에 따라 생산 과정에서의 원료 관리와 중간 제품의 항온, 항습 관리가 잘 되는지 검증한다. 현재 생산 라인의 작업장 레이아웃 설정과 원료, 환경, 재고관리의 한계로 오디팅 때마다 불필요한 이동 낭비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최적 물류 생산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생산공정의 작업 조건과 물류 흐름을 한 달간 분석한 후, 각 공정에 비치된 다양한 물류량을 파악했다. 필요량 이상의 물량은 정리하고, 생산 라인의 원료와 중간 제품의 적정량을 설정하며 적재 공간을 확보해 생산 물류 흐름을 최적화했다. 또한, 생산 조건의 불합리를 개선하고, 리튬, 니켈, 크롬, 망간 등의 원료에 대한 온도 및 습도 관리 기준을 정립했다. 배터리 화재에 민감한 이물질 혼입 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지속적인 환경 관리 체계를 시스템화했다. 생산 라인의 원료, 중간 재고, 완성 재고량을 계산하여 표준화하고, 1개 단위 생산체제를 마련했다. 생산량이 증가할 경우 재공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저장량을 확대하고 종합 물류 생산체계를 완성했다. 생산 물류 혁신의 성공 조건은 작업 변화에 대한 저항을 이기고, 변화 추진력 확보를 위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 생산, 물류, 품질, 영업 등 전사적 참여와 유기적 협력, 고객 가치 중심적 사고가 있어야 가능하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5-06-03

130년 만의 일깨움, 해월문화제의 의미

6월의 초목은 새벽부터 내리는 비에 더욱 짙어지며 싱그러움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5월 12일부터 22일간 초단기 대선 레이스에 목놓아 외치던 지지와 호소도 암록(暗綠) 속에 잠기며 지금은 ‘갈림길의 선택’을 하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으로 인한 정치적 혼돈과 사회적 피로감이 고조된 국면에서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6·3 조기대선의 투표가 시작됐지만, 전국의 유권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책임감 있는 선택이 중요하다고 본다. 오늘의 귀중한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 5년을 결정지으며 새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관심이 온통 대선후보의 경쟁이나 판세 가름으로 요동칠 때, 차분하게 정중동(靜中動)의 몸짓으로 의미 있는 걸음을 옮기며 고찰과 추모, 일깨움의 움직임이 있어서 참으로 고무적이다. 그것도 여타 지역에 비해 비중이 크며 정작 실제적인 활동을 펼친 본거지에서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은 존재와 그 의미를 심도 있게 되짚어서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행보라 한결 바람직하게 여겨진다. ‘사람을 하늘처럼 섬겨라(事人如天)’는 가르침을 실천한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을 기리는 ‘해월문화제’가 5월 30일부터 오늘까지 포항 일원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해월 최시형을 깨우다’ 주제의 2025년 해월문화제는 (사)일월문화원의 창립 15주년 기념사업으로 해월선생의 숨결을 더듬어 동학의 정신과 자취를 재조명하는 문화축제이다. 동학 2세 교주로 포항이 길러낸 위대한 실천가이자 정신적 지도자였던 해월 최시형 선생을 집중 조명·기념하여 바른 인식과 보급, 전승을 위한 문화행사로 전국적인 대규모 행사로는 처음이다. 작년 11월 ‘포항시 동학사상 계승·발전을 위한 지원 조례안’이 포항시의회에 의결된지 6개월만에 소기의 결실을 맺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해월과 일월 동행 전시회’ 개막식과 함께 시작된 해월문화제는 문화·학술·예술·탐방·순례·추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됐다. 해월초상화 그리기 대회와 해월 어록 서예전·해월 생애와 사상· 해월 순례길 안내도·해월 도피 경로연표 등의 보기 드문 전시물들이 해월선생의 고고하고 험난한 일생과 포덕(布德)을 떠올리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도종환 시인을 초청해 ‘해월이 키운 어린이 세상’ 주제강연과 백승종 교수의 ‘21세기 동학을 묻다’와 김상백 시의원의 ‘검등골 사적지 지정’ 등에 대한 열띤 강연이 열렸다. 그리고 해월순례길(용담정↔검등골) 1~4구간 안내판 설치와 1구간 걷기·천곡사~해월 어록비~동학 16접주 임명지 답사·숲속 작은 음악회 등이 진지하고 다채롭게 펼쳐졌다. 오랜 세월 동안 잊혀지고 바람처럼 떠돌던 구도자의 아픈 이름-포항 사람, 해월선생께서 130여 년의 잠을 깨고 후대들의 늦은 일깨움과 추념의 정에 여한(餘恨)이 조금이나마 풀리셨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포항이 낳은 ‘거룩한 성자’ 해월 최시형임에도 그와 관련된 유적이나 기념물은, 포항시민의 해월선생에 대한 인지도 만큼이나 너무 빈약하다. 민간주도의 기념·추모사업은 예산과 지원에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번 해월문화제를 계기로 해월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관심과 자긍심이 높아지고 자치행정 주관의 해월문화제 인프라가 꾸준히 구축되기를 기대해본다.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2025-06-03

예천군 영유아 여름학기 강좌 개강

예천군은 영유아 창의문화센터 여름학기 프로그램을 개강했다. 예천읍 아이사랑안심케어센터와 예천군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약 200여 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영유아 창의문화센터는 정규과정인 봄학기 프로그램에 162명, 4~5월 원데이클래스 과정에 230여 명이 참석하는 등 관내 미취학 아동 가구에게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번 여름학기 과정은 지난 학기보다 2개 강좌를 추가 개설하여 총 14개의 강좌로 구성되었으며, 6~7월 두 달간의 과정으로 진행한다. 여름학기 세부과정으로는 △영아의 신체발달을 위한 ‘무럭무럭 쑥쑥’, ‘꼬물꼬물 신체놀이’, ‘브레인짐’ △아동의 바른 자세와 체형 교정을 위한 ‘지젤발레’, ‘스완발레’, ‘오로라발레’ △ 아동의 오감을 자극하여 감각을 발달시키고 성장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엄마랑 쪼물딱’ △ 아이들의 뇌발달, 소근육 발달을 돕는 블록놀이 ‘리코젬 블록’, ‘리코젬 플레이’가 있다. 한 참여자는 “창의문화센터 수업을 통해서 아이와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어 기쁘다”며, “자녀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어 좋았다”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도 양질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동의 성장발달에 도움을 주고 건강한 양육분위기 조성을 위해 힘쓰겠다”며, “나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저출생 극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한편 영유아창의문화센터는 12월까지 가을학기, 겨울학기 정규과정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며, 매월 마지막 주 정기적으로 개설되는 원데이클레스 강좌를 통해서도 체험의 다양성을 높이고 학부모들의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