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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제 강점기·한국전쟁 시대 작가 분석

올해로 평론활동 51년째를 맞은 염무웅(73) 영남대 명예교수가 여섯번째 문학평론집 `살아 있는 과거 - 한국문학의 어떤 맥락`을 출간했다. 창비, 384쪽, 2만원 저자는 독문학자이면서도 우리 근대문학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비평가로 문단에 정평이 나 있다. 이번 평론집은 주로 일제 식민지와 6·25전쟁, 독재정권 시기를 겪었거나 그 시대에 활동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문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사색을 담고 있다.저자가 1964년 평론활동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성 있게 추구해온 비평 의식은 책 제목인 `살아있는 과거`에서도 드러나 있다.과거에 대한 의식의 빈곤은 현재에 대한 감각의 둔화와 지적 작업의 부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현재 안의 `살아 있는 과거`를 느끼고 또 현재를 발판으로 과거를 사유해야 역사의 연속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1부는 정지용, 천상병, 신동문, 고은, 김남주 등 시인을 다룬 글로 구성됐다. 식민지 시대 일본 유학을 경험한 네명의 시인(김동환, 정지용, 이상화, 김소월)의 서로 다른 삶의 행로와 정신세계를 분석한다. 개성도 다르고 문학적 성향도 판이한 이들이 식민지 현실을 살아내는 방식을 역사적 지평에서 살펴본 글이다.2부에는 홍명희, 염상섭, 박완서, 한남규, 이문구 등 소설가들의 평론을 담았고 3부에는 비평과 서평 등 여러 성격의 글을 실었다.3부에 실린 `문학의 현실 참여`는 한국 근대문학이 출발한 19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문학이 어떻게 현실에 관여하는지, 현실에서 문학이 어떤 제약을 받는지 살피면서 문학의 문학다움을 이야기한다.에세이 `인쇄된 것 바깥에 있는 진실들`은 1960년대 신구문화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저자의 경험을 담은 글로, 신구문화사에서 출판한 `현대한국문학전집`의 상세한 정보를 적었다./정철화기자

2015-07-10

달서문화재단 `문화만개` 창간

(재)달서문화재단이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향기를 꽃피우자 문화예술전문지를 창간했다. 달서문화재단은 문화예술전문지인 `문화만개(文化滿開)` 창간호를 지난 3일 발간하고 지역의 각종 문화예술 이야기를 전한다.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엮어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지는 `문화만개`는 예술인은 물론 지역민과 폭넓은 소통을 위한 예술지로 탄생했으며, 올해는 2번 발간할 예정이다.`문화만개`는 국내외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분야의 필진들의 기고문과 함께 기억에 남는 연주자와 전시작가의 인터뷰, 지역 문화계 소식 등 다채로운 내용을 담아내는 격조 있는 문화예술전문지를 표방하고 있다.이번 창간호는 `꽃을 피우며, 문화를 쓰다, 컬처아트, 예술(人) 그리고 만남, 문화 여행을 떠나다, 열매를 맺으며` 등 6개의 테마로 구성됐다.문학, 미술, 음악 분야의 무게감 있는 인문학 칼럼부터 현장에서 전해온 생생한 문화예술 이야기, 재미있는 에세이와 여행기, 또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펼쳐진 공연·전시의 주인공인 연주자와 전시 작가들의 인터뷰까지 총 17 꼭지의 다양한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다.창간호인 만큼 비중 있는 필진들의 원고로 채웠다. 이성낙 명예총장(가천대)의 `선비 서직수 초상화에 담긴 우리의 긍지`와 이현우 서평가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인문학 칼럼을 실었다.또 박정곤 교수(고리키대학교 한러문화연구원)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온 `백야와 예술의 조화로운 만남` 예술 융합의 아이콘 권순훤 피아니스트의 `음악, 그림을 만나다`, 김영동 평론가의 `유럽 미술관기행`, 정성희 대표(극단콩나물)의 `연극 같은 인생을 꿈꾸며`, 리모 작가의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등 필진들의 현장감 있는 탐방기와 에세이, 직접 찍은 사진 등 가치를 더하는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다.달서문화재단은 앞으로도 감동이 있는 예술인 이야기, 국내외 비중 있는 공연·전시는 물론, 그림과 책 속에 나타나는 역사적인 장소, 의미 있는 공연이 펼쳐지는 현장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스토리를 지역민들에게 전할 계획이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7-10

사마천의 史記로 본 한국사회 모습

“공정함과 정의가 국민적 삶의 올바른 가치로 정립되고, 그리하여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뚜벅뚜벅 정도를 걷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는 한국사회를 꿈꾼다.”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사마천의 `사기`에 비춰 우리 사회 전반을 돌아보는 `사마천 한국견문록`을 펴냈다.8일 출간사인 `까만양`에 따르면 총 22장에 걸쳐 세월호 선장의 무사유,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 지식인들의 사명 회피, 존경받는 원로가 없는 현실 등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사기`의 각 예화에 빗대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이 전 처장은 어린 학생들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먼저 구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행위에서 한(漢) 무제 때 이기적 관리인 왕온서의 사례와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을 들춰낸다.또한 직언하는 신하와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군주의 태도를 높이 받들어 동시대 위정자들에게 제시한다.“위나라 문후가 신하들에게 `나는 어떤 군주인가`라고 묻자, 임좌만 (동생에게 새로 얻은 땅을 나눠주지 않았으니) 어질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에 화가 난 문후가 책황에게 물으니 `어진 임금`이라고 답했다. 책황은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바르다. 임좌가 한 말이 바르니 전하가 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문후는 기뻐하며 임좌를 상객으로 정중히 대접했다. (중략) 직언하는 신하 없이 성공한 군주는 없다. 그러나 직언하는 신하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군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31~35쪽서 발췌)현실정치적으로 보수의 관점에 섰던 이 전 처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시인 김지하의 결기와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 은퇴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비정상화의 정상화`에 대해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비정상을 바꿀 생각은 않고 자신들의 잣대로 국민들의 변화를 요구한다”며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연합뉴스

2015-07-10

요절한 천재 이상의 문학세계 재조명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1910~1937) 의 유명한 단편소설 `날개`의 첫 구절이다.시와 소설, 수필에 걸쳐 두루 작품 활동을 한 일제 식민지시대의 대표적인 작가였던 이상은 천재와 광인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주인공으로 흔히 재조명된다.한 가지로 정의되지 않는 그의 문제적 삶과 해독불가능하고 파괴적인 형식의 작품들로 인해 한편으로 그는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특별한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간혹 제국주의적인 담론의 그물망에 얽힌 존재로 치부돼 현해탄 콤플렉스라 명명된, 주인에 대한 노예의 의식을 체현하고 있는 작가로 주장하는 이도 있다.미발표작을 남기고 스물여덟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작가의 비운이 애달파서일까. 한국 문학계에서는 이처럼 여전히 그의 삶과 문학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재조명이 계속되고 있다.방민호(50·사진)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의 새 저서 `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예옥출판사)는 이 난감한 상대와의 싸움을 회피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정면 대결로 뚫고 나가고자 한 연구자의 열정과 도전의식을 보여준다.9개 장으로 구성된 1천800매 분량의 논문들은 한국현대문학의 20세기적 보편성을 확보하려 고투한 이상 문학의 면모를 전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무엇보다 방 교수는 연구를 넘어, 문학으로서의 본격적 텍스트 읽기로서 이상 문학을 재조명하고자 한다.그는 이상 문학의 주된 창작방법인 알레고리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이상 문학에 있어서의 웃음과 히스테리, 크로포트킨 사상과 이상 문학의 관련성, 도스토옙스키와 이상 문학의 관련성, 경성모더니즘과 이상 문학의 관련성 등 새로운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이상 문학, 특히 그의 소설과 산문들을 새롭게 분석했다.방 교수는 소설 `날개`의 끝말인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에 아내에 기생해 사육당하는 자신의 처지에서 겨드랑이에서 돋아나는 날개로 한 번 날아보자고 새로운 열망을 꿈꾸는, 건강한 삶을 향한 소망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한 듯 본격적 텍스트 읽기로서, 작가 이상의 치열한 의식세계를 탐구한다.가령 이상이 죽기 한 달 전 일본에서 쓴`종생기`에서 지식인으로서 식민지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는 고뇌를 토로하는 주인공 이상의 몸부림은 “사소설적 차원에서 읽으면 이상의 일본행의 의미가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상의 일본행은 단순한 모더니즘 찾기가 아니라 진정한 창작 방법을 위한 모험의 도정, 현해탄 건너뛰기를 의미한다”고 그는 해석한다.마찬가지로 이상의 마지막 자전적 소설인 `실화` 역시 흔히 현해탄 콤플렉스에 깊이 침닉되었던 문학인으로 치부되곤 하는 이상의 평가에 대해 “검정外套에 造花를 단, 땐서-한사람. 나는 異國種강아지올시다.” 문장은, 캄캄한 한밤 도쿄의 거리에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자기를 되돌아보면서 그 자신이 식민지 지식인이라는 뼈아픈 자각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이항대립적 관계항에서 벗어나 약동하고자 하는 그의 새로운 다짐을 볼 수 있으며 자기 이야기라는 개체적 진실성에 머무르지 않는 보편적 가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방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필자가 논증하고자 한 것은 이상 문학이 20세기 초엽 `식민지` 조선이라는 특수하면서도 고유한 시공간의 산물이자 동시에 일제라는 오리엔탈 임페리얼리즘에 국한되지 않은 보편성, 공통성을 추구한 문학이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상 문학을 둘러싼 선입견, 즉 일본 모더니즘에 경사된, 현해탄 콤플렉스의 소유자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한국현대문학의 20세기적 보편성을 확보하려 고투한 이상 문학의 면모를 전면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문학평론가 이어령 교수는 추천글을 통해 “한국문학 연구는 지금 주석적 해석 단계를 넘어 창조적 논의로 나아가야 할 때다. 단순한 체계화를 넘어서는, 학문으로서의 이상 연구를 생각할 때 방민호 교수의 이 책은 중요하다. 방 교수의 이번 저술은 새로운 단계의 이상론, 이른바 포스트 이상론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역작”이라고 적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7-07

“세상 바꾸는 것은 지식이죠”

“사람이 내일 죽는다면 오늘 정신이 바짝 든다고 하잖아요. 농담으로 받아들였는데, 겪어보니 정말 글이 잘 써지더군요.” 소설가 복거일(69·사진)의 장편 `역사 속의 나그네`(문학과지성사)가 연재 중단 25년만에 6권으로 완간됐다.작가는 1989년에 이 작품의 연재를 시작해 1990년 연재를 중단하고, 한 권 정도분량을 더 해 1991년 세 권을 출간한 상태로 집필을 멈췄다. 그가 3권에서 정지한 채 마무리되지 않은 작품을 다시 꺼내든 건 말기 간암 판정을 받은 2012년이었다.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의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난 작가는 “아픈 몸을 살살 달래가면서 글을 썼다”고 털어놨다.“어느 날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폐에 반점이 있대요. 진단을 받아보니 종양이 간에서 시작됐고 폐까지 전이됐다고 하더군요. 말기 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 속에 `역사 속의 나그네는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그 길로 주변을 모두 정리하고 `역사 속의 나그네` 완간에 집중했다. 그가 병원도 가지 않고 나머지 4~6권, 모두 3권을 쓰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작가는 “어차피 글을 못 쓰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면서 “증상이 좋지는 않지만 좋아지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 웃었다.`역사 속의 나그네`는 2070년대에 살던 주인공 이언오가 시간여행을 하다 500년전인 16세기 말 조선시대에 불시착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21세기의 지식으로 16세기 조선시대에 변혁을 일으킨다.“사람에게는 뭔가를 운영해 보고 경영해 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것을 가장원초적으로 표현하는 게 무협소설입니다. `역사 속의 나그네`는 `지적 무협소설`입니다. 주인공은 500년의 시차가 불러온 그 엄청난 지식의 간격을 이용해서 낙후된 조선사회를 근대적으로 만드는 꿈을 실현하죠.” 먼저 자신의 의학·기술 지식으로 사람 살리는 일을 하던 주인공은 흉년에 저수지사업을 벌인다. 마을에 싸움이 벌어지자 반란군을 이끌어 관청을 친다.4~6권에서 이언오는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외치며 반상과 남녀의 평등을 일궈내고 점차 사람들이 꿈꾸지도 못했던 이상사회를 만들어 나간다.그야말로 조선시대의 선구자가 된 이언오는 지방정부 사이 갈등을 겪으며 사람을조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다 이 새로운 세상에 가정을 꾸리고 아비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간다.작품에는 복씨의 우리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도 투영됐다. “거대한 문제를 다루는 게 작가들의 축복”이라는 복씨는 그가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고치고 싶은 것들을 소설 속에서 해낸다.특히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공고하게 유지된 노비 제도가 조선을 약하게 만들었다는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노비를 해방시킨다.작가는 “조선이 왜 그렇게 약한 나라가 됐는가라는 문제가 늘 우리를 짓누르는데, 인류 역사에서 우리나라보다 노예제도에 가까이 간 나라가 없다”며 “경직된 노예제도가 사회 발전을 가로막았고, 실학자들도 결국 계급 이익에 복무했다”고 주장했다.작가는 “모든 작가의 작품엔 자기의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비치는데, 저는 일상 속에서 무수히 `지식인`을 추구했기 때문에 그 모습이 더 많이 비쳤을 것”이라며 “임진왜란 때까지 이야기를 진행시켜 당시 일본 내부 사정까지 담고 싶었지만 `여기서 끝내야겠다` 싶어 멈췄다”고 말했다.작가는 최근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킨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그는 “작가는 결국 공적인 지적 재산을 모아서 나름대로 조합하고 화학적 결합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고, 뛰어난 작가도 자기 작품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넣는 것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작가는 “그런데 그 화학적 결합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문체를 강철 만들듯이 달구고 때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데 바쁘다거나 지쳤다거나 해서 그걸 게을리했을 때 표절 시비가 붙는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문학계에서 지적재산권 문제가 인식이 덜 된 면이 있다”면서 “그 부분을 조여줘야 작가들이 더 긴장하고 문장을 다듬을텐데, 이응준 씨가 문제제기를 한 것은 문단에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신씨 표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문학 권력`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에 입각한 그의 가치관이 묻어났다.복씨는 “`손에 든 게 망치밖에 없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고, 권력관계로 세상을 보려고 하면 모든 게 다 권력일 것”이라며 “세상을 큰 틀에서 바라보지 않고그때그때 유행하는 단어로 보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저는 시장경제 관점에서 문학계를 바라보는데, 문단을 그렇게 바라보도록 훈련한 사람이 없다”면서 “문학계에서는 소비자가 권력이 있는데 그것을 권력구조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작가는 “지금까지 시집도 두 권을 썼는데, 앞으로 시집 두 권을 더 써서 한 권은 생전에, 한 권은 사후에 내고 싶다”고 밝혔다.이어 “소설은 계속 쓰고 싶다. 그런데 저 혼자는 안 되고 하느님이 협조를 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7-03

내려오는 길에 배우는 삶의 지혜

어느 분야에서든 꼭대기에 올라가 본 사람들은 안다. 위만 쳐다보고 올라갈 때는 놓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산해본 사람들은 안다. 내려오는 길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 언론인 함영준이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20인의 숨겨진 내면의 이야기를 담은 `내려올 때 보인다`를 출간했다. 샘앤파커스, 263쪽, 1만5천원 저자 함영준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직접 겪으며 청년 시절을 보냈다. 21년간 조선일보 기자로 현대사의 각종 사건사고를 현장에서 취재했고, 정관재계 인사들의 흥망을 밀착해 지켜봤다. 마흔 후반에 신문사를 그만두고, 광야로 나와 혼자 글을 쓰며 진짜 인생을 배웠다.베테랑 기자 특유의 노련함과 집중력에 자신의 인생경험까지 더해지자 세상과 인물을 보는 안목이 더욱 깊어졌다. 그런 그가 30여 년간 지켜본,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인물들을 정리했다. 우리가 건너온 시대를 돌아보고, 진실한 삶의 모습들 속에서 희망을 되찾고 싶어 이 책을 펴냈다.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상에 오른다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며 내려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 현대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20인의 인물들을 통해서 인생의 큰 그림을 보여준다. 갑작스런 성공도, 끝없는 좌절도, 인생이라는 그림의 일부라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2014년 `중앙선데이` 인기 연재물 `함영준의 사람과 세상`의 원고를 기초로 새롭게 재구성한 책이다.저자가 다룬 인물 중에는 40여년 전 함께 공부한 손석희,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동고동락한 방우영·조갑제, 기자 대 취재원으로 만난 조영래·이명재·민병돈·박지원 등이 있다. 또 한 번도 마주친 적도 없는 노무현·김대두·김정일과 같은 이들도 있다.전직 대통령부터 언론인, 법조인, 기업인, 군인, 작가, 심지어 사형수와 조직폭력배 두목까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상징적인 인물들의 삶을 소개하고, 풍운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 인물들의 빛과 그림자를 재조명했다.저자는 책머리에서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섰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7-03

浮薄(부박)한 시대 건너는 `서정의 힘`

최부식(57)시인이 첫 시집 `봄비가 무겁다`(문학의 전당)를 발간했다. 1989년 `포항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그가살고 있는 포항 여러 곳의 소재를 담은 시가 수록돼 특히 눈길을 끈다. 포항문화방송에서 PD로 근무하며 만나온 포항철강공단 근로자와 포항역 주변 환경미화원, 청진리 주민 등을 삶의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시어들로 채워져 있다.또 어부, 재래시장의 사람들, 노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되고 연약한 사람들에 가닿는 시인의 간절한 시선은 쓸쓸하고 깊다. 시인이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조용히 필사하는 것은 그 따뜻한 품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를 통해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이 부박한 시대를 건너가기 위함이다.수사적 기교를 자제하며 세계의 비극까지 있는 그대로 끌어안음으로써 우리를 돌아보고, 시를 통한 연대를 꿈꾸고 있다. 적극적으로 이 세계를 반영하려는 의지와 울림이 큰 서정의 옷을 입은 시인의 시는 그래서 아프다. 하지만 애잔함과 넉넉한 따사로움이 덧입혀져 정겹기 그지없다. 동시대를 사는 착하고 선한 사람들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봄비가 무겁다`는 삶을 긍정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가득하다.김명인 시인은 추천글에서 “`봄비가 무겁다`에는 장소에 관한 심상들이 유난하다. 그곳은 죽천 바다, 울릉도, 법성포구, 청진항 등 우리나라의 어디이기도 하지만, (중략)시대를 건너온 삶의 응어리가 그대로 곰삭아가는 그 땅의 스산한 삶을 지금껏 붙들고 사는 까닭이다.”고 평가했다.김만수 시인도 “호미곶 푸른 물 자락과 거친 해연풍이 몰려오는 보리언덕에서 최부식의 간절한 시선은 욜량욜량 밀리는 까치놀에 쏟아지기도 하고, (중략)부박한 시대에 무겁고 울림이 큰 서정의 옷을 입히는 그의 시 쓰기는 애잔함과 넉넉한 따사로움이 더해져 있어 정겹기 짝이 없다.”고 추천했다.최부식 시인은 “지난 세월 절망, 분노, 욕망, 허망, 기쁨, 간절함과 서글픔 등으로 뒤엉긴 숲속의 나날을 헤매다 낡은 시 묶음 들고 나오니 환한 달 서늘한 시선에 나의 영혼이 더 아프다”면서 “우리네 사랑과 삶은 짧지만 더 오래 살 나무에 기대고 더 멀리 흐를 강물 보며 시를 써 가겠다”고 밝혔다.경주 출신인 최 시인은 포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현재 포항문예아카데미 원장과 포항MBC 편성제작센터 PD(국장)로 재직하고 있다.출판기념회는 26일 저녁 7시 포항티파니웨딩(옛 청솔밭뷔페) 3층에서 열린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06-26

전쟁국가 꿈꾸는 아베정권의 속내

일본은 전쟁할 것인가? 전쟁국가는 귀환할 것인가?30여 년간 일본 방위 문제에 천착해온 도쿄신문사 논설위원 한다 시게루는 “아베 신조 정권이 길게 지속할수록 일본이 전쟁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한다. 무력행사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가 힘을 잃으면 자위대가 국내외에서 무력을 쓸 명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현재 일본 주변에 심각한 안보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두고, 한국과는 독도를 두고 영토 분쟁을 하고 있지만, 자국민이 위험에 빠질 정도는 아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는 범죄지, 무력 공격은 아니다.하지만 아베 총리는 “우리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한층 악화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자국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있지도 않은 위기를 부추겨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향해 치닫는 것이다.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해석 개헌, 무기 수출 해금과 일본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등장, 국가안전 보장기본법 논의 등이 모두 `보통 국가` 일본을 향해 가는 작업이다.저자는 이런 아베의 움직임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고 지적하며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아베) 총리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헌법 해석에서 `검다`고 한 것을 `희다`고 바꿔 말할 필요가 있다. 역대 자민당 정권의 헌법 해석을 부정하면서 독자적인 `터무니없는` 해석을 각의 결정하는 행위는 입헌주의의 부정이자 법치국가를 포기하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총리에 의한 쿠데타`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63~64쪽) /연합뉴스

2015-06-26

대학교수가 제시한 10가지 성공 법칙

부모의 재력과 권력, 학벌을 대물림하는 사회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상실감, 소외감은 갈수록 더해간다. 평범한 개인의 성공신화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워진 사회이다. 그런 무리에 포함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대다수는 `성공, 행복의 꿈`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김창룡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겸 국제교육원장이 20, 30대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 속에서 건져 올린 성공의 법칙을 책으로 내놨다. `성공, 실패가 준 선물`이지출판, 287쪽, 1만5천원 저자는 AP통신사 서울특파원, 국민일보 기자를 거쳐 KBS, MBC TV 미디어 비평 자문위원,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언론중재위원회 경남중재부 위원 등을 지냈다. 화려한 경력의 이면에 무수한 실패가 있었고 이런 개인적 경험를 토대로 성공학의 원리를 정리했다.그는 책에서 “누구나 성공을 좋아하고 실패를 싫어한다. 막연하게 성공만 원했지 스스로 어떤 실패 습관, 실패 요인을 개선하고 경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공부만 열심히 하고 돈만 잘 벌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착각한다”고 지적하며 자신이 그랬다고 설명했다.대학교 졸업반 때 소위 `언론고시`에서 번번이 낙방한 뒤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를 배우며 했던 태권도 사범 생활,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굶기를 밥 먹듯 하며 버텼던 유학생활, 런던에서 저널리즘 석사과정을 마치고 3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AP통신 서울특파원에 합격하기까지 장장 6년에 걸쳐 실패와 작은 성공을 반복하며 기자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과정을 풀었다.국내 언론사로 직장을 옮기고 난 뒤 이상과 다른 언론계 현실에 인생의 시간표를 다시 짜고 40세까지만 기자생활을 하겠다고 계획한 일,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30대에 직장을 그만두고 오징어가게·학원사업을 시도했다 실패하고 재기하기까지, 생생한 경험에서 얻은 10가지 성공법칙을 제시한다.`실패의 가치를 존중하라.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지 마라. 약속 시간에 미리 가라. 상대가 누구든 무시하지 마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개발하라. 자기통제력을 길러라. 자기 강점을 찾아 그것으로 승부하라. 인격 수양을 하찮은 것으로 생각지 마라. `노`(No) 해야할 때 `노`라고 말하라. 성실하라`또 이들 법칙이 중요한 이유를 경험과 사회적 이슈를 통해 설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정철화기자

2015-06-26

`바둑 황제` 조훈현 9단 첫 에세이

한국 바둑의 살아 있는 전설 조훈현(62) 9단이 첫 에세이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냈다.바둑 외에는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해오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그의 인생을 직접 복기한 책이다.조훈현 9단은 세계 최연소인 9세에 입단해 프로 통산 160회 우승을 거머쥔 한국 최고의 기사다.1980년대 초중반 국내기전을 모두 석권하는 전관왕을 3차례나 기록했고, 1980년에는 9관왕, 1982년 10관왕, 1986년에는 11관왕에 올랐다.특히 1989년 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제1회 응창기배에 초청을 받아 우승까지 일구며 바둑 변방국이었던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국내는 물론 세계 바둑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한 기록으로 채운 거목이지만 제자 이창호를 비롯한 후배 기사들의 거센 도전에 패배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이 책은 이러한 조훈현 9단이 정상과 밑바닥을 여러 번 오가는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하고 인생에 담대하게 맞설 수 있는 조언을 건넨다.그는 “바둑판에서 `생각의 위대한 힘`을 배웠다”며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해 생각하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고 말한다.아울러 “인생에서는 승패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비록 이기지는 못했더라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인생을 산 것”이라고 말한다. /연합뉴스

2015-06-26

이탈리아서 꽃핀 금융의 역사

화폐는 고대 로마와 아랍 지역에서 물물 교환을 대체할 도구로 사용됐다. 하지만 중세에 접어들면서 화폐는 거의 종적을 감춘다.중세 사회는 성직자와 귀족, 백성으로 명확하게 나뉘었다.농부는 곡식을 수확해 일부를 자기 주인에게 바치고, 다음해에 씨로 뿌릴 일부를 보관했다. 그러고도 남은 것이 있으면 자기 식량으로 삼았다. 성직자와 귀족은 찬송가를 부르거나 칼을 휘두르느라 여념이 없었고 백성은 노동으로 이 두 계층을 부양해야 했다.이 시대에는 돈을 쓸 만한 일이 없었고,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은 물물교환으로 가능했다. 부자는 금화를 가득 쌓아놓는 대신 농부 무리를 거느렸다.3개 계층이 공고하게 자리 잡은 사회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상인이 생기면서부터다. 농부에게 옷을 공급하고 수공업자에게 양식을 전해주는 거래인이 생겨난 것이다.이들이 등장하자 기억에서 잊힌 물건, 화폐가 필요해졌다. 베네치아에서는 은화가 먼저 만들어졌고 제노바와 피렌체에서는 순도 95% 이상의 금화가 주조됐다.화폐 거래가 활발해지자 일부 상인은 은행가로 변모했다.최초의 은행가는 탁자 위에 천을 깔고 돈 자루를 올려둔 모습이었다. 은행가는 처음에는 환전 업무를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금고를 이용해 예금을 해주기 시작했다.2012년 책 `책공장 베네치아`로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공화국의 출판문화 발전을 조명한 역사학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가 이번에는 이탈리아에서 꽃핀 금융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새 책 `돈의 발명`(책세상)을 통해서다.번성했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를 무대로 초기 형태의 은행과 다국적 기업, 보험회사가 만들어지고 이자, 환전, 인플레이션, 주가 조작 등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모습을 추적했다. 김희정 옮김. 448쪽. 2만2천원./연합뉴스

2015-06-12

선물이란 가면 쓴채 접근하는 뇌물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호 이익은 “백성이 가난한 것은 아전의 탐학 때문이고, 아전의 탐학은 뇌물 때문이며, 뇌물이 자행되는 것은 법이 해이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법이 해이해질수록 인간의 탐욕은 똬리를 틀고서 먹잇감을 찾는다는 것이다.공저자인 임용한·김인호·노혜경 씨는 연세대 사학과를 나온 동창 사이다. 이들은 세상과 사람을 움직이는 은밀하면서도 거대한 힘이었던 뇌물의 역사를 더듬어본다. 뇌물은 동서고금을 통해 인류 문명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예컨대 200년간 전쟁을 지속한 십자군원정도 단 한번의 뇌물로 극적인 반전을 이룬다. 십자군 원정대 대장이었던 보에몽은 성을 지키던 수비대장을 매수해 성문을 열게 했고, 이를 계기로 십자군은 난공불락의 안티오크를 점령해 예루살렘 공국을 세운다.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조선시대 세종 때의 `양자 처벌법`을 원조로 한다는 저자들의 설명도 재미있다. `뇌물 천하`라고 할 만큼 뇌물이 횡행하자 세종은 뇌물을 준 자와 받은 자를 모두 처벌하는 이 법으로 기강을 다잡고자 했다는 것이다.뇌물도 진화한다. 그리고 선물이라는 가면을 쓴 채 은밀하게 접근한다. 뇌물을 뜻하는 영어 `bribe(브라이브)`가 본래는 자선을 베풀 때 쓰는 선의의 물건을 뜻했다. 영국에서는 `집에 가다가 모자나 사서 쓰라`며 푼돈을 쥐어주던 관습에서 생겼다고 해 `해트(hat)`라고 한다. 하기야 우리나라에도 `떡값`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뇌물인가, 선물인가? 그 경계는 모호하다. 그만큼 이중성을 띤다. 선물을 가장한 뇌물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주면 선물이지만 남이 주면 뇌물이라는 이중잣대도 뇌물의 생명력을 온전케 하는 변명일지 모른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6-12

빨간 마후라 유치곤, 소설로 부활

국내 유일의 203회 출격기록, 혁혁한 전공에 빛나는 전설적 전투기조종사인 `빨간 마후라` 유치곤의 삶이 장편소설로 되살아 났다. 소설가 차인숙이 유치곤 장군의 삶과 그가 온몸으로 살아낸 근현대사를 한 편의 장편소설에 담아냈다. `나다 유치곤`시간여행, 296쪽, 1만4천원 작가는 실존인물 유치곤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풍부한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전쟁의 아픔과 삶의 뜨거움을 담담하게 그려냈다.아직 6·25의 상흔이 아물지 않았던 1964년. 전쟁 당시 공군조종사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컬러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특수촬영한 비행 장면, 호쾌하고 매력 있는 주인공 등으로 주목받은 영화 `빨간 마후라`였다. 서울 명보극장에서만 20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대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서울 인구가 300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국민영화였다.이 영화의 주인공 나관중 대위의 모델은 실존인물이다. 6·25 당시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 등 전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작전에 참가하며 무수한 공훈을 세우고, 국내 유일의 203회 출격기록을 남기며 `불멸의 전투기조종사`로 불린 유치곤 장군이다.작가는 오랜 시간 수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6·25 참전조종사들을 인터뷰하는 것은 물론, 유치곤 장군이 어릴 때 살았던 일본 후쿠오카, 6·25 당시 미군 전투기를 급히 공수해왔던 이타즈케의 미 공군기지 등을 직접 탐방하며 인간 유치곤의 삶을 면밀하게 추적했다. 그 결과 탄생한 이 소설은, 격동의 시대를 뜨겁게 살다간 한 인간의 일대기이자 열악한 상황에서 필사의 싸움을 해낸 초기 한국 공군의 역사 그 자체이다.유치곤이 태어났을 때 조선은 일제에 강점된 지 오래였다. 가난과 차별 속에서 군국주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소년 유치곤은 물정 모를 나이에 그저 하늘을 날고 싶어 소년비행병으로 입대한다. 일본군이 조선인 소년에게 비행교육을 시킨 것은 가미카제 특공대로 삼기 위해서였지만, 다행히 일본이 패망하면서 치곤은 무사히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라를 침략했던 일본에서 배운 비행기술 덕에 나라를 지키는 군 조종사가 될 수 있었다.그러나 당시 한국 공군의 사정은 열악했다. 변변한 전투기 한 대 없어 국민 모금으로 훈련기를 마련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6·25가 터졌다.그때부터 펼쳐지는 공군의 고투는 주먹이 불끈 쥐어질 정도다. 무장도 없는 정찰기에 올라 적진에 수류탄을 던지는가 하면, 미군으로부터 급히 공수받은 전투기에 올라 적응훈련도 충분히 못한 채 매일같이 출격을 감행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단독작전수행능력을 입증하고, 최정예 미 공군도 실패한 임무를 성공으로 이끈다. 그 선두에서 유치곤은 하늘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한다.소설 `나다, 유치곤`은 아픈 역사의 상처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가 함께 역사이자 사람들의 삶으로서의 기억을 공유할 방법을 찾고 있다.작가 차인숙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결혼을 하고 난 뒤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1994년 한국여성문인협회 마로니에 백일장에서 `숲속에서`로 대상을 수상하고, 1995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당선했다. 2002년 `실천문학`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1366153 마나사`가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다큐소설 `리턴 투 베이스`와 `슬프지만 아프진 않다`와 장편소설 `사사이 할매`가 있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및 공군역사기록관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6-12

`네팔 국민시인` 마더의 詩 만나보세요

한영 대역으로 발행되는 문예 계간지 `아시아`가 2015년 봄호(제37호)부터 새롭게 마련한 코너인 `아시아의 소시집`에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네팔의 시인들을 초대했다. 네팔의 국민시인인 마더 기미레부터 최근에 각광받는 젊은 시인 머누 먼질 등 총 네 명의 여덟 작품을 실었다. 이들의 시는 각기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모두 히말라야의 높이만큼이나 깊은 인간영혼의 중심에서 울려나오는 잔잔한 감동이 존재한다.더불어 `아시아`는 이번호부터 새롭게 개편된 `기획 특집 : 스토리텔링 아시아`를 선보인다.지난 2012년 베트남의 하노이 특집 이후, 열 개가 넘는 아시아의 도시를 다룬 `스토리텔링 아시아`는 그동안 각 분야의 전문가인 필자 여러 명이 특집에 참여한 것과 달리 이번호부터는 특집 도시가 삶의 일부분이 된 작가를 섭외해 좀 더 깊이 있게 도시를 체험하고, 덧붙여 고유한 개인적 감성이 가득 담겨 있는 글을 수록했다.그 첫 번째 도시는 `동양의 파리` 하얼빈이다. 하얼빈은 제정 러시아의 중동철도 기점으로서 철도 개통과 함께 인구가 급증하며 거대 도시로 발전했다. 20세기 전반에는 러시아, 영국, 미국, 일본 등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전이 펼쳐진 무대이기도 해 국제도시로서 `동양의 파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독립운동의 중심지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 도시에 대해 만주 전문가 박영희 시인이 직접 발로 뛰고 펜을 들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6-12

나무로 세상을 바라본다

나무를 보며 사람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바라본다. 나남출판 대표이자 나남수목원 이사장인 조상호 씨가 나무처럼 살고 싶은 마음을 책에 담아낸 `나무 심는 마음`을 펴냈다. 나남·364쪽·2만원 책제목과 수목원 이사장의 직책만 보면 나무와 관련된 책으로 보이지만 내용은 나무에 대한 책이 아니다. 책은 대부분 나무 외의 것을 다룬다. 저자는 36년째 몸담은 출판사 일을 하면서 익힌 `세상을 보는 눈`을 이야기한다.1부는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무를 어떻게 심고 어떻게 가꾸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울진의 깊은 숲속 금강송 군락지의 대왕 금강송을 보며 그의 웅장함에 압도당하고, 울긋불긋 물든 단풍의 대합창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가뭄을 잉태한 폭우에 빚데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에 대해 말한다. 나무 혼자서 숲을 이룰 수 없고,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듯, 인간과 자연과 함께 어울리지 않으면 그 어느 쪽도 살아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저자는 2부에서 수많은 씨줄과 날줄로 엮인 인연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사숙했던 조지훈 선생부터, 김영희 대기자, 김민환 교수, 손주환 기자, 이윤기 소설가 등 근 60년을 살아오며 만난 인연을 이야기한다. 사람 한 명 한 명을 귀히 여기는 그의 마음이 오롯이 드러난다.저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엿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편향된 프레임으로 뉴스를 보도한다.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바를 솔직히 전할 수 있는 우직함은 그가 살아온 세월에서 기인하는가, 그간 출판해 온 수많은 책들에서 연유하는가에 대해 사유한다. 이를 통해 공직자의 부패마저 부패가 아닌 비리라 보도해야만 하는 감옥 같은 현실에 일침을 가한다.이처럼 저자의 깊은 심상의 민낯은 3부 여행기에서도 고스란히 마주할 수 있다. 해외여행이라면 처음 가보는 세계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텐데, 그 여행 사이사이에 저자는 글을 쓰고 기록하며 그가 보고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있다./정철화기자

2015-06-05

산골 암자서 띄운 스님의 인생잠언

법정 스님의 맏상좌였던 덕조 스님이 첫 에세이집 `마음꽃을 줍다`를 발간했다.1983년 전남 송광사로 출가해 인근 불일암에서 법정 스님을 모셨던 덕조 스님은 1997년 서울 성북동에 길상사가 창건된 뒤 법정 스님의 뜻에 따라 12년간 길상사 주지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이사로 일하면서 대중들과 함께 수행, 정진해왔다.이후 2009년 길상사의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송광사로 돌아온 뒤 법정 스님이 모셔진 불일암을 지키고 있다.“법정 스님으로부터 선물로 만년필과 카메라를 받은 인연으로 어설프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덕조 스님은 길상사 주지를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다 길상사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그 이후로 날마다 일일일언(一日一言)을 10여 년 넘게 쉬지 않고 써왔다.책 `마음꽃을 줍다`는 스님이 2003년부터 써 온 95편의 단상과 5편의 에세이, 71개의 사진을 엮은 것이다. 스님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연재해 온 글과 사진 중에서 가려 뽑고 새로 에세이를 추가해 사계절로 나눠 이야기를 풀어냈다.스님은 깊은 산골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과 그 속에서 주운 깨달음을 나직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시를 연상시키는 짧은 글들은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다.스님은 책 곳곳에서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특히 법정 스님과의 인연을 회고하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덕조 스님은 법정 스님을 해외에 나갈 때는 꼭 엽서를 보내주셨던 자상한 분으로 기억한다. /연합뉴스

2015-06-05

성경대로 비즈니스하면 손해본다고?

모든 크리스천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성경 말씀대로 일하며 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이다. 성경대로 하다가는 결국 손해보고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거란 이야기다.결코 아니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다. 오바마 정부의 건축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미국 건축설계회사 팀 하스의 하형록사진 회장.하 회장은 잠언 31장의 말씀대로 비즈니스를 실천해 온 이야기를 담은 `성경대로 비즈니스 하기`를 펴냈다. 두란노·240쪽·1만2천원.하 회장은 이책에서 성경의 잠언 `그는 곤고한 자에게 손을 펴며 궁핍한 자를 위하여 손을 내밀며 (잠 31:20)의 말씀대로 비즈니스를 실천해 온 이야기를 들려준다.그는 `성경대로 비즈니스할 수 있음`을 보란 듯이 증명하고 있는 비즈니스계의 하나님 모델로 통한다.그는 열세 살까지 부산 한센병 환자촌에서 살다가, 선교사의 도움으로 필라델피아에 건네왔고 스물아홉 살에 세계적인 건축 설계 회사의 중역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두 번의 심장이식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통해 완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났다. 특히 잠언 31장을 통해, 세상에서 어떻게 성경대로 일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셨다. 하형록 회장은 잠언 31장에서 깨달은 지혜 위에, `우리는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훈을 가지고 자신의 창고에서 팀하스를 시작했다.그 후 20년, 팀하스는 세계적으로 능력과 수준을 인정받는 회사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기업이 됐다.이 책은 팀하스의 2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님이 비즈니스 현장에 어떻게 주님의 기업을 세워 가시는가를 생생하게 기록한 `창업 전략서`이자 돈이 목적인 세상 기업과 경쟁하면서 어떻게 하나님이 부탁하신 영혼들을 섬기고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갈 수 있는가를 경험적으로 정리한 `경영 전략서`이다. 하 회장은 “이 모든 지혜와 전략은 온전히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들로 이런 은혜를 부으신 것은 다른 많은 크리스천 비즈니스맨을 세우시기 위함이라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하회장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동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언스트앤영 최우수 건설 기업가상, 필라델피아 올해의 엔지니어상 등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오바마 정부 국립건축과학원(NIBS)의 이사로 선임됐다. 또 성경신학대학(Biblical Theological Seminary)의 부이사장, JAMA(Jesus Awakening Movement for America All Nations)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