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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 시대의 논객` 정운영 사후 첫 선집

경제학자이자 문장가로 이름 높았던 정운영씨의 10주기를 맞아 정운영 선집`시선`(생각의힘)이 출간됐다. 1989년 나온 첫 번째 칼럼집 `광대의 경제학`에서부터 2006년 마지막 칼럼집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까지 그가 쓴 총 9권 가운데 60여편의 글을 골라 묶었다. 사후 첫 선집이다.정운영은 2005년 9월 6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대학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강의하고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진보적 경제학자, 당대의 문장가, 우리 시대의 논객 등으로 불렸다.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1부 `시간의 기억`은 1980년 5월 광주에서부터 1789년 프랑스혁명과 파리 꼬뮌에 이르기까지 혁명에 관한 통시적 고찰, 민족 반역자 처단에 실패하고 승전국으로 대우받지 못한 1945년 광복의 이면, 프랑스 68혁명의 실패,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회고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주요 사건의 시대적 의미에 관한 글을 만날 수 있다.2부 `저 낮은 경제학`은 마르크스 경제학자로서의 날카로운 시론이 돋보이는 주요 칼럼이 수록되어 있는데, 경제학의 소명과 관련된 원론에서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과 국제통화기금 관리 체제에 관한 당시의 논평 등을 만날 수 있다.3부 `세상의 풍경`은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다양한 산문이 실려 있다.특히 `한국의 명문`으로 선정된 `귀향, 화해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하여`와 부인의 도움을 받아 병상에서 구술로 완성한 마지막 칼럼 `영웅본색`을 만날 수 있다.4부 `사람 읽기`는 여러 경제학자와 정치가에 대한 글에서부터 `저항의 봄`을 잃어버린 청춘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담겨 있고, 5부 `크리티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독가이자 애서가였던 그가 읽었던 책에 관한 여러 비평과 당시 장안의 화제가 됐던 복거일과의 자유주의 논쟁 일부를 만날 수 있다.서문에 `영생하는 영혼의 소유자`라는 제목의 추도사를 쓴 소설가 조정래는 “정 형의 칼럼들은 하루살이 생명인 신문에 살렸다 사라지는 일회성 글이 아니라 의식 깊이 아로새겨야 하는 경제 지도서였고, 사회 인식서였고, 역사 판단서였습니다”라고 회고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9-18

유홍준 끝나지 않은 `문화유산답사`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다시 돌아왔다. 7권 제주편 이후 일본편(전4권)으로 잠시 무대를 옮긴 지 3년 만에 다시 국내로 돌아와 8권 `남한강편`으로 끝나지 않은 여정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특히 이번 `남한강편`에 들어서는 느긋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글쓰기가 두드러져 독자로서는 반갑게 느껴질 법하다. 강의하듯 정색하는 설명이나 날카로운 비평은 줄어든 대신 독자에게 편안히 이야기를 건네는 느낌이 됐고, 그러면서도 특유의 입담은 여전한 채로 문화유산의 핵심을 절묘하게 전달하고 있다.유홍준 교수는 이번 책이 남한강의 산수를 누워서 즐기는 `와유(臥遊)`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독자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깨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던 그간의 답사기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다.소파에 편히 기대어 읽으면서도 마치 현장에 동행하는 느낌을 주는, 대가의 글쓰기가 돋보이는 `답사기`의 새로운 경지라 할 만하다.신간 `남한강편`은 남한강을 따라가는 여정을 주제로 삼았다. 강원도 영월에서 경기도 양평에 이르는 남한강 주변 지역은 수도권 인근의 부담 없는 나들이 장소이자 근래에 들어서는 등산과 트레킹, 자전거 여행의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어 우리에게 익숙하게 여겨지는 곳이다.그러나 남한강은 단순히 남쪽에서 흘러오는 한강이 아니라 태백산에서 발원해 강원도, 충청북도, 경기도, 서울을 가로질러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의 본류로, 우리 국토의 핏줄이자 상징으로서 유유히 흐르면서 곳곳에 유서 깊은 역사의 흔적들을 담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또 산과 강과 호수가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우리나라 산천의 특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으로서, 자연과 역사와 인문이 어우러지는 유홍준표 답사의 현장으로 더없이 적격인 곳이다.답사기는 남한강 상류이자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에서 시작한다. 호젓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요선정과 구산선문 중 하나인 법흥사에 들른 뒤 단종의 비애가 깃든 청령포와 장릉으로 향한다.특히 단종이 유배된 청령포에서는 “이렇게 세상과 격리돼 무섭도록 조용하고 을씨년스런 솔밭 속에서 귀양의 나날을 보냈던 것이다”라며 한탄한다.이어 남한강 답사의 중심이자 단양팔경이 있는 제천, 단양, 충주로 이동한다. 이곳들은 예부터 많은 문인과 화가가 방문해 글과 그림을 남긴 명승지이다.저자는 남한의 3대 정자로 꼽히는 한벽루(寒碧樓)를 설명하면서 한국 정자의 미학을 논하고, 단원 김홍도가 1796년 그린`옥순봉도`와 실제 옥순봉을 비교한다.영춘향교와 온달산성에 대해서는 자연과 건축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곳으로,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답사처라고 말한다.마지막에는 충주와 원주, 여주에 흩어져 있는 여러 절터를 둘러본다. 절터에서는 국보나 보물에 견줄 만한 탑, 승탑, 탑비를 통해 선조들의 뛰어난 석조 기술을 확인한다. 그리고 남한강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여주 신륵사에서 답사를 마무리한다.답사의 깊이를 더해주는 옛 그림과 사진을 풍부하게 실었고, 신경림과 정호승의 시도 수록했다. 저자가 직접 답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다양한 일정표도 담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9-18

기후 변화의 시대, 생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나는 자연에 투자한다: 자연과 자본, 그리고 환경 운동의 새로운 연대(사이언스북스)`는 환경보호와 경제 성장이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자연 자본(natural capital)`에 투자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룬다는 새로운 생태 패러다임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 주는 책이다. 저자인 마크 터섹은 전 세계 35개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제자연보호협회 회장으로, 코카콜라, 다우 케미컬, 골드만 삭스 등의 다국적 대기업들과 연대해 자연의 가치를 수량화하고 자연에 대한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는 국제 리더 중 한 사람이다. 20년 이상 과학 저술가이자 환경 운동가로 활약한 조너선 애덤스가 공저자로 참여해 마크 터섹의 경험과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다듬었다.물론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듯, 한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녹색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 국제 환경회담을 여러번 유치하고 세계적인 환경보호 활동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의 위상 제고와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다보니 일회성행사 수준을 넘어 인간 문명과 환경, 야생동식물 간의 관계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폭넓은 논의를 이끌지 못했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철지난 토건 공사로 민생을 살리겠다는 고루한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면도 있다. 그러나 자연을 경제 성장의 방해물 또는 산업 원료로만 보는 협소한 시각으로는 사방에서 위협적으로 발생하는 기후 변화의 위험과 지구 환경의 복수를 감당할 수 없다. `나는 자연에 투자한다`는 자본주의와 생태주의의 경계를 넘어서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미래 사회를 어떻게 현실에서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나는 자연에 투자한다`는 남태평양에서 캘리포니아 해안, 안데스 사막과 멕시코 만을 지나 미국 뉴욕까지 저자인 마크 터섹이 종횡무진하며 직접 겪은 자연 투자의 생태적·경제적 성과를 총 9장에 걸쳐 생생하게 보여 준다. 저자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자연 자본을 발굴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의 핵심적 요소로 포함시키고, 거기에 투자함으로써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환경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공존과 번영을 꾀할 수 있다고 말한다./윤희정기자

2015-09-11

근대시인의 아버지가 민낯으로 만난 산업사회의 허상

“열린 창문을 통해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결코 닫힌 창을 바라보는 사람만큼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한 자루 촛불로 밝혀진 창보다 더 그윽하고, 더 신비롭고, 더 풍요롭고, 더 컴컴하고, 더 눈부신 것은 없다. 태양 아래서 볼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한 장의 유리창 뒤에서 일어나는 것만큼 흥미롭지 않다. 이 어둡거나 밝은 구멍 속에서, 생명이 살고, 생명이 꿈꾸고, 생명이 고뇌한다”(보들레르 의 시 `창문들` 일부)감성과 정서가 메말라 가는 요즈음, 프랑스의 저 위대한 시인 보들레르를 만나면 어떨까?더우기 독서의 달이라 정해 놓은 9월을 그냥 보내기 아쉽다면, 그의 시집 한 편으로 웅크러진 영혼을 부품하게 살찌워 보는 건 어떨까.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70)씨가 번역한 샤를르 피에르 보들레르(1821~1867)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문학동네)이 출간됐다.`파리의 우울`은 시적 선율이나 박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친 산문시집이다. 근대화의 폭력성을 혐오하면서도 파리의 몰골을 사랑한 보들레르의 혁명적인 산문시 50편이 실렸다. 시들은 전형적인 시와는 달리 은유보다는 환유와 알레고리가 주로 사용됐다. 기승전결을 갖춘 전통적 이야기의 성격도 없다. 옮긴이 황현산씨는 “산문으로 시를 담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산문적인 현실에서 시적인 것을 발견해 기술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평적 정신의 아이러니로부터 시작해 열광과 도취에 이른 예술가 보들레르는 `파리의 우울`을 여러 차원의 시각을 지닌 예술론으로 승화시켰다. 예술가가 세상에 대처하는 태도, 예술의 주제와 표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예술의 오랜 이상과 그 현대적 실천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뿐만 아니라 예술의 사회적 타락이 뿌리내리는 과정을 고발하고 예술의 악마성을 성찰·기록했다.근대시인의 아버지라 추앙받고 있는 보들레르의 시는 도시의 현대화가 우리 인간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과장이나 미화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를 소위 현대시의 시조라 일컫는 충분한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들레르는 누구보다 산업사회의 허상을 꿰뚫고 있었고 1848년 2월혁명에 직접 참여했던 사회적 인물이었다. 그런만큼 그는 현대도시가 안고 있는 서글프면서도 종종 비극적인 핵심을 폭로했던 것이다. 나폴레옹 3세의 제2제정하에 있는 수도 파리의 저속한 시민 생활 속에서 그는 대표 시집 `파리의 우울`을 통해 날카로운 현실인식과 내적갈등을 고스란히 담았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변모하는 도시구조와 새로운 피지배 계급인 산업 프롤레타리아가 형성되는 사회속에서 그는 과학과 진보가 초래할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벌써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들레르와 파리는 자기만의 낙원을 찾아헤매고, 그들의 꿈, 불행, 사랑, 고통을 아주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감수성 예민한 영혼의 그것이다. 그의 시에 나타나고 있는 이런 고통과 방탕함, 꿈꾸지만 좌절하고 혹독하게 일하지만 허무한 일상이라는 도시적 틀은 정신성 부재로 말미암은 빈사상태에 빠진 현대도시 문명에 대한 보들레르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상념을 방해하는 환경 중 현대 생활로 인해서 점점 커져가는 주의 산만과 물질적 진보의 소란을 경계하고 불평했다.“열린 창문을 통해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결코 닫힌 창을 바라보는 사람만큼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한 자루 촛불로 밝혀진 창보다 더 그윽하고, 더 신비롭고, 더 풍요롭고, 더 컴컴하고, 더 눈부신 것은 없다. 태양 아래서 볼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한 장의 유리창 뒤에서 일어나는 것만큼 흥미롭지 않다. 이 어둡거나 밝은 구멍 속에서, 생명이 살고, 생명이 꿈꾸고, 생명이 고뇌한다”(보들레르의 시 `창문들` 일부)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파스칼 피아의 `아뽈리네르` 등을 한국어로 옮긴 황 평론가는 직역을 고집하는 번역가다. `파리의 우울`에서도 최대한 원문에 충실하고 직역을 고집했다.황씨는 “직역을 잘하면 우리말로도 매우 자연스럽고 훌륭한 문장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제 신념”이라며 “보들레르의 문장은 한국인에게도 쉽고 자연스럽게 읽힐 것”이라고 설명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9-11

배설 장군은 정말 그렇게 했나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수사 였던 배설 장군(1551~1599)의 역사적 진실을 찾는 장편 역사소설 `기적의 배 12척(도서출판 신우)이 출간됐다. 소설가이자 대구한의대 문화콘텐츠학부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정만진 작가가 펴낸 이 소설은 배설 장군이 명량해전을 앞두고 겁이나 도망쳤다는 영화 `명량` 및 동명 소설을 비롯해 세간에 알려진 통설을 반박한다.소설에서 배설 장군은 원균 지휘하의 조선 수군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할 때 간신히 여덟 척의 전함을 이끌고 후퇴한 후 전선을 정비해 버려져 있던 배 네 척까지 수리해 이순신 장군이 이를 이끌고 명량해전에서 왜군 수군 대함대를 무찌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인물로 그려진다.특히 탈영설에 대해 정면 반박한다. 칠천량 패전 이후 병색이 완연해지고 몸 상태가 더욱 나빠지자 병가를 내고 이순신 장군의 허가를 얻어 고향에 가서 쉬었으며 그 와중에도 적의 동태를 감시하는 등 이순신을 도왔다는 것이다. `난중일기` 1597년 8월 30일자의 병가 관련 내용과 10월 14일자 `배의 종이 경상도에서 와서 적의 동태를 말해주었다`는 대목이 그 근거다.소설은 또 탈영했다는 이유로 참수당한 배설 장군의 죽음을 전쟁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당시 선조와 권력세력의 음모라고 분석한다. 전란의 피해를 입은 백성들이 임금과 대신들에게 극렬하게 저항할까 두려웠던 선조와 동인 조정이 서인의 지원을 받던 원균의 후임자 배설에게 반역 혐의를 덧씌워 죽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조와 동인 조정도 선비들이 배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성토하고, 압록강까지 함께 도망간 사람들 위주의 임란 공신 명단을 발표했다가 민심의 역풍을 맞자 서둘러 2차 공신 명단을 발표하면서 배설 장군도 신원을 통해 공신 명단에 포함됐다는 것이다.소설은 중년의 두 남자가 영화 `명량`을 보고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수사(남해안 중 경상도 서쪽 지역 사령관) 배설이 3도수군통제사(해군 참모총장) 이순신을 암살하려 드는 등 민족 반역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는 액자소설의 구조로 쓰여져 있다.정 작가는 출간사에서 “전멸의 위기에 놓인 조선 수군의 배 12척을 구해내 이순신 장군의 기적적 승리를 이룩해낸 토대를 이룩한 배설 장군의 진실을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했다”고 내용을 설명했다.정 작가는 특히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영화 `명량`과 동명 소설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지금은 역사의 예술화에 예전보다 훨씬 엄중한 작가 정신을 요구하는 지식기반사회인데도 배설 장군에 대한 허위 사실을 날조해 소설과 영화를 만든 사례가 발생했다”며 “그 때문에 안타깝게도, 누군가가 `역사를 위한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저급한 사회환경이 조성되고 말았는데 그게 이 소설을 쓴 이유”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9-04

한스 쿤드나니 `독일의 역습`

영국 버밍엄대학 독일연구소 선임연구원 한스 쿤드나니의 `독일의 역습(사이출판사)`은 최근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 사태에서 엄격한 재정개혁을 밀어붙인 독일의 속내를 파헤친 책이다.저자는 이 책에서 1990년 동서독 통일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세계화의 파고 속에서 경제적으로 휘청거리며 `유럽의 병자`로까지 불리던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 제조업을 부활시켜 짧은 시간에 경제 강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는지, 또한 `어젠다 2010`과 `하르츠 개혁안` 등의 정책들이 독일의 경쟁력 강화에 끼친 영향과 그 폐해와 부작용, 또한 그리스 같은 EU 주변부 국가들에게 잔인하고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재정 규율을 밀어붙이는 그 숨겨진 진짜 이유 등을 살펴보고 있다.한스 쿤드나니는 “독일의 힘이 다시 한번 논쟁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독일이 역사적 교훈을 잊고 1945년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한다.아울러 유로화가 생겨나면서 독일의 수출산업이 활황기를 맞았고,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리스 같은 나라에 혹독한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점령군처럼 굴고 있다고 말한다.독일의 횡포에 의해 지금의 EU는 창설 초기와는 달리 회원국에 `총구를 들이대는 통합체`로 변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그렇다면 유럽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는 독일은 패권국가가 될 수 없지만, 유럽 국가들 사이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9-04

아버지 잃은 슬픔, 매사육 통한 극복과정 그려

인문학자이면서 매 사육을 경험한 영국 작가 헬렌 맥도널드가 부친을 상실한 깊은 슬픔을 매 사육으로 이겨내는 과정을 담아낸 `메이블 이야기`(원제 `H is for Hawk`·판미동)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영국의 가디언과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의 책으로 선정하고, 아마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이미 해외에서는 널리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메이블 이야기`가 전 세계 언론과 평단 그리고 독자들로부터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겉으로는 참매 길들이기라는 낯선 내용을 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상실의 슬픔을 견뎌 나가는 보편적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인간과 자연, 생명과 죽음, 상실과 치유 등의 거대한 주제를 자연학자·역사학자·시인으로서 균형 있게 담아 낸 삼중의 통찰력, 짧게 끊어지는 연설조로 내면의 불안과 슬픔을 극대화하고, 마치 매가 보고 느끼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듯한 야성적인 문체는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저자 헬렌 맥도널드는 어릴 때부터 사진 저널리스트인 아버지와 함께 자연을 누비며 매잡이가 되려는 꿈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길거리에서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그녀는 삶 전체가 흔들리는 충격을 받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별의 슬픔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했을 때 오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든 붙잡으려는 심정으로 그녀는 어려서부터 기르고 싶었던 야생 참매를 길들여 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부둣가에서 야생 참매 메이블을 800 파운드에 사서 케임브리지의 집으로 데려간다. 참매를 훈련시키면서 그녀는 잔혹한 야성 그 자체인 참매에게서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매의 시각과 정신으로 자기 자신을 비춰 보며 인간성의 한계를 시험하고 삶 자체를 바꾸려 시도한다.저자에게 매를 기르는 일은 곧 슬픔을 길들이는 일이다. 야생 참매 메이블이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날것 그대로의 고통을 상징한다면, 매를 조련하는 것은 고통을 다루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발에 가죽 줄을 달아서 조금씩 더 멀리 날리다가, 결국엔 줄 없이 자유롭게 날리는 점진적인 훈련 과정을 통해 자신의 아픔과 상처도 자연스럽게 놓아 버리게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9-04

“최고의 善은 인류 생존과 지속”

중국 사상계의 거목 리쩌허우(85)의 만년 담화집 `중국 철학은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글항아리)가 출간됐다. 리쩌허우는 소식과 신기질의 말을 통해 모순 가운데 있는 인간의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묘사했다. 인간은 늘 생계를 염두에 두고 살며 온갖 관계의 그물망 속에 놓여 있기에 내 삶이 진정 나의 것이 아님을 한탄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생계에 대한 고민이 없고 관계의 그물망을 벗어나게 되면 인생에 목적이 없어지고 더 고통스럽다. 아무 것도 할 일이 없고 마음을 기댈 데가 없는 무료함에서 나오는 허무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종국의 문제를 보다 쉽게 떠올리게 된다. 리쩌허우는 인간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이상, 이 모순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자 인간의 존재 상태라고 본다. 그래서 살아가는 것 즉 어떻게 사는가, 왜 사는가, 사는 게 어떠한가의 문제가 자신의 철학의 첫 번째 문제이자 진정한 철학 문제라고 말한다.실용이성, 낙감문화, 무사(巫史) 전통, 유가와 도가의 상호 보충, 유가와 법가의 호용, 두 종류의 도덕, 역사와 윤리의 이율배반, 문화-심리 구조, 서체중용, 누적-침전설, 제1범주로서의 도(度), 정 본체…. 리쩌허우가 중국과 서양의 철학적 자원을 바탕으로 일궈낸 일련의 독자적 사상들 가운데`정 본체`야말로 앞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에 대한 본격적인 탐색이다. 그는 인간의 고독과 무료함이 전례가 없는 정도에 이른 오늘날, 모든 가치와 의의를 부정하는 포스트모던 사조에 반대하며 `정 본체`를 제기했다. 오늘날의 세계적인 난제가 없었다면, 정 본체는 나올 수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제기한 정 본체란 다름 아닌 `평범한 일상생활`에 대한 애착과 깨달음이다.리쩌허우는 주희가 말한 `글`과 `맛`이 순전히 `욕망`만도 아니고 순전히 `이(理)`만도 아닌, 일상의 삶을 아끼는 `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의 삶을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이라고 한다. “중국에는 두 개의 세계가 없어요. 오로지 하나의 세계뿐이죠. 하나의 세계에서는 초월할 방법이 없어요. 신이 없고 다른 세계가 없는데, 어디로 초월을 하나요?” 리쩌허우가 말하는 중국의 전통은 `하나의 세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신이 있고 초월할 다른 곳이 있는 `두 개의 세계`에서 비롯된 서양 전통과의 근본적 변별점이기도 하다. 하나의 세계, 생존의 경험, 역사, 생명, 인간, 정감…, 이것은 리쩌허우가 강조하는 중국의 전통인 동시에 리쩌허우 자신의 철학적 토대이기도 하다. 요컨대 신이 없는 하나의 세계에서 인간은 역사의 누적-침전을 통한 생존의 경험을 토대로, 생명을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고 인간 스스로 인간(능력과 정감)을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자신이 유물론자임을 강조하는 리쩌허우의 철학은 “신·이성·의식·언어·자아 등이 아닌 인류의 생존과 지속에서 출발했고 또 이것을 근본”으로 삼았다. 인류 총체의 생존과 지속이야말로 그가 말한 최고의 선, 지선(至善)이다. 확정성을 추구하는 서양 전통에서는 신이 죽자 이성이 동요하고 상대주의와 허무주의에 휩쓸렸지만 영원한 변화와 과정을 말하는 중국 전통에는 확정성의 추구가 없기에 허무주의도 없다. 영원한 역사의 변화 속에서, 아끼고 애착하고 슬퍼하고 깨달을 따름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9-04

“더 나은 평등 체제 고민하라”

장편소설 `슬로우 불릿` `붉은 고래` 등을 통해 전쟁에 의한 인간성 상실과 갈등과 질곡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조명해온 소설가 이대환(57)씨가 최근 산문집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무지개`(아시아)를 펴냈다.1980년 중앙대 문예창작과 4학년(22) 재학 중 처음 쓴 작품으로 제PEN 클럽한국본부가 주관한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당선된 뒤 작가 활동 36년 만의 첫 산문집이다.그동안 고향인 포항에서 작품활동 외에도 지역운동에 앞장섰던 작가는 이번 산문집에 대해 “지난 36년 동안 서울, 포항 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많은 칼럼과 에세이를 발표했는데, 그들을 일일이 컴퓨터에 보관하는 취미도 없거니와 이번에 과감히 추려 버리고 여전히 내 눈길이 머문 글들만 골랐다”고 밝혔다.`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무지개`는 총 5부로 구성됐다.1부 `아시시의 새들과 갈라진 형제들`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그의 말씀을 새기며 `자본주의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궁극적 사색과 남북분단의 비극적 파편들을 어루만지면서 평화통일로 가는 길을 탐구하고 있다. 현존 자본주의의 진로에 대해 작가는 “헌법이 보장한 기회균등은 평등의 기본조건에 불과해 세습과 경쟁이 야기하고 조장해온 불평등의 광포(狂暴)한 광폭(廣幅)을 조정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교황이 말한 `더 나은 평등의 체제`를 진실로 고민할 것”을 제안하고, 남북이 평화통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북한이 개방체제에 연착륙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곧 한국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한 최고 전략”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2부 `내 안에 걸린 무지개`는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로 독자의 가슴을 짜안하게 깊이 울려준다. `포항제철`이 들어선 마을에서 보낸 유년의 추억, 할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이 이끌어준 고교시절의 방황과 그 종착역에 기다려준 문학, 시인으로 살아간 대학시절, 소설을 쓰게 된 동기, 작가로 살아가는 고독, “더럽게 까칠한 인간”이라는 손가락질이 뒤통수에 꽂혀도 끝내 놓을 수 없는 작가정신의 나침반 등과 만날 수 있다. 3부 `소설의 특권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이대환 작가의 소설론이기도 하다. 이 산문집에서 가장 긴 에세이인 `한국소설의 현실 유기에 관한 한 작가의 생각`은 문학박사학위를 받을 때 쓴 논문이지만 흔한 학위논문들처럼 딱딱하지 않고 오히려 작가의 강한 신념과 작가정신을 느끼게 해주는 자신만의 소설론에 대한 에세이다. 4부 `천하위공-박태준의 궤적`은 2011년 12월 타계한 고(故)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삶과 정신을 분석적으로 밝혀낸 에세이들이다. `박태준` 평전을 집필한 동기와 이유, 주인공과의 인연에 대한 추억,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박태준의 마지막 계절, 천하위공(天下爲公)의 길을 걸어간 박태준의 정신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두고 있다. 작가는 박태준의 인생에 대한 태도와 정신을 이렇게 규명하고 있다.“박태준의 삶은 통속을 거부했다. 통속적 계산을 경멸하는 작가만큼 자기 신념의 자계(磁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천하위공, 그 머나먼 길을 애국주의·일류주의의 두 발로 완주했다.” ▲ 저자 이대환 씨5부 `지나온 길, 가야할 길`은 한국사회가 극복해온 `지나온 길`을 성찰하고 극복해야 하는 `가야할 길`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 박정희`를 역사로 보내주지 못한 채 비이성적이며 정략적인 시비를 일삼고 않지만, 작가는 한국사회에서 `대통령 박정희`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가 `경제를 일으키느라 독재를 했다`라는 공칠과삼(功七過三)이 상식처럼 제일 두텁게 형성돼 있는데 이거야말로 기나긴 역사에서 어느 한 정거장을 어렵게 통과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통찰하면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권력쟁탈전을 좌우논쟁으로 대체시키고 권력형 부패구조도 좌우논쟁으로 감춰버린 한국사회에서 현실과 이상(理想)의 변증법적 대화를 부단히 시도하는 지식인, 영혼의 균형과 고뇌를 가진 정치인, 그들까지 자극해야 하는 진정한 작가, 이들이 누구보다 먼저 용기와 기개를 떨치고 나서야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8

자본의 폭력·억압에 둘러싸인 비참한 삶 직시

노동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 온 `노동자 시인` 백무산 시인이 아홉번째 시 `폐허를 인양하다`(창비)를 펴냈다. 노동자 문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삶의 근원에 대한 깊이있는 사유로 시세계를 확장해 새로운 시적 성취를 일궈낸 대산문학상 수상작 `그 모든 가장자리`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폐허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정곡을 꿰찌르는 치열한 인식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뇌의 시선으로 “당대의 삶이 직면한 한계와 가능성을 투시하는 하나의 독특한 시학”(조정환, 해설)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자본의 폭력과 억압으로 둘러싸인 삶의 비참을 직시하는 냉철한 눈과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목소리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모두가 바다로 향할 때//타는 사막으로 가는 강이 있다//모두가 풍요의 땅으로 향할 때//마른 대지에 자신을 먹이고 증발하는 강이 있다//붉은 흙먼지에 목이 말라붙은 어린 생명들 먹이고//타는 사막을 건너온 어미들 모래 쌓인 젖가슴에 젖을 만들고//모두가 안식의 바다를 꿈꿀 때//갈라진 목구멍을 향해 달려가는 강이 있다//물은 알고 있다 타는 목을 적실 때 물의 생명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기진한 대지에 스며들 때 비로소 강의 생명이 완성된다는 것을//타는 대지에 자신을 소멸시키는 것 아니라//대지의 마른 생명을 얻어 자신을 완성하는 것이다”(`완전연소의 꿈` 전문)1955년 영천에서 태어난 백무산 시인은 1984년 `민중시`1집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제1회 이산문학상, 제12회 만해문학상, 제6회 아름다운 작가상, 제2회 오장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8

`소련 철권 통치자` 스탈린 젊은 생애 조명

옛 소련의 철권통치자 스탈린 연구에 매달려온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의 `젊은 스탈린`(시공사)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스탈린이 태어나서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부에 입성하기까지 39년 동안의 삶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상세히 들여다본다. 저자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부터 1953년 사망 때까지의 기록을 담은 저서 `스탈린:붉은 차르의 궁정`을 이미 펴낸 바 있다.국내외 주요 언론사와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예루살렘 전기`를 쓴 저자는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와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대작을 만들어온 그답게 이번에도 스탈린의 젊은 날에 대한 기념비적인 작품을 써냈다. 모스크바, 트빌리시, 바투미의 새로 공개된 기록보관소를 비롯해 23개 도시 9개국을 돌아다니며 발굴한 엄청난 자료와 세밀한 인터뷰를 통해 스탈린의 젊은 생애를 생생하게 되살렸다. 특히 이 책에는 스탈린 어머니의 회고록 일부 등 처음 공개되는 내용들이 다수 담겼다. 아주 사소한 일화부터 오랫동안 잘못 알려졌던 사실까지 스탈린에 관한 가장 정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분량이 무려 700쪽에 이를 만큼 방대한`젊은 스탈린`은 가난한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나 이상주의 신학생이었던 스탈린이 어떤 연유로 무자비한 음모가이자 간혹한 억압자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물론 그중에는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새롭게 규명하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책에는 볼셰비키당의 주요 인물들인 레닌, 트로츠키, 카메네프 등과 관련된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도 소개된다. 특히 처음에는 스탈린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레닌이 그가 `더러운 업무`를 마다하지 않고 두각을 내보이자 점차 그를 인정하고 또 그에게 도움을 받았으며, 마침내 1917년 난관에 부딪친 10월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부관으로 여기게 됐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트로츠키의 경우에도, 스탈린과 처음 만남부터 일생의 라이벌이었던 관계가 거침없이 묘사돼 있다.1917년 이전의 스탈린과 그 이후의 스탈린은 얼른 봐서 도저히 동일인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달랐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인으로 변신해버린 것. 하지만 혁명 이전에도 그의 일탈적 행동과 범죄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았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은행강도, 폭력적 갈취, 방화, 약탈, 해적질, 살인 등 웬만한 강도단 두목을 훨씬 능가하는 폭력성을 보였다는 것. 다시 말해 그의 일생은 명암이 극명히 교차하는 모순적 행로였던 셈이다. 수십 개의 이름을 쓰던 그가 스탈린이라는 성을 공식으로 처음 사용한 때는 1917년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스탈린은 젊은 날부터 정치 조직가이자 폭력 단원이었으며 차르 체제의 보안 시스템을 뚫는 달인이었다. 자신이 신체적 위험을 무릅쓰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대장인 레닌과 맞서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대담한 인간이었다. 지식인의 재능과 살인자의 재능을 겸비한 희귀 인물이었던 것. 이를 알아본 레닌은 1917년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부관으로 스탈린을 일찌감치 평가해 등용한다. 1917년은 이들이 서로 알고 지낸 지 12년째가 되는 해였다.저자는 “레닌과 스탈린은 혁명 이전에 각자가 거느리던 무자비한 음모가들의 작은 그룹을 모방해 기묘한 소비에트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들려준다. 이어 “이 책은 그저 한 사람의 전기만이 아니라 그들 집단의 연대기이며, 소련의 전사이자 강철 날개를 가진 나비로 탈피하기 전 땅속에 있는 벌레, 침묵 속의 유충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8

유럽문화 보는 새로운 감식안 제시

재영(在英) 저널리스트 권석하씨의 `유럽 문화 탐사`(안나푸르나)는 평범한 여행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읽어보면 유럽 문화를 보는 새로운 감식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유럽 문화를 만들었던 인물과 유적을 탐사하는 촘촘한 여정은 우리가 여행을 통해 느끼는 잔잔한 휴식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이 좋아했던 새로운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치열할 뿐 아니라 절실하게 새겨지는 상념이다. 저자의 발걸음을 쫓아가다보면 희로애락을 공감하는 저자의 깊고 넓은 문화에 대한 강한 탐구욕에 놀란다. 평범한 관광지에 던진 담백한 의문들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유년기의 추억과 조우하다어린 시절 동경했던 거장의 유적지를 성장한 후에 볼 수 있다는 것은 벅찬 일이다. 아마도 모두에게 그런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던 아이에서 여러 번 인생의 질곡을 돌았던 저자에게 현장의 감상이란 청년기의 기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의 복잡 미묘한 생각들은 그래서 페이지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등장한다. 노르망디의 몽셍미셀에서 빅토르 위고와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무덤이 있는 루아르 계곡을 따라간다. 루앙에서 프랑스의 영웅인 잔 다르크를 기리고, 루앙 대성당에서는 모네의 이야기를 꺼낸다. 만약 천재 화가 고흐의 곤궁한 삶이 사실인지 의심한다면 시대를 잘못 태어난 불운한 인생에 대한 연민 때문일 것이다. 생전 고흐가 그리워했을 따뜻한 식사와 현재 상상을 초월한 그림 가격은 알 수 없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이따금 시간을 잊은 대문호와 예술가가 하나가 되고, 자연과 예술, 건축과 시공간이 만나는 장면들이 책 장 사이사이 알알이 박혀있다.◇역사 담은 도시, 영웅의 슬픔이 잠긴다4세기 중반 백년 전쟁의 막바지에 프랑스를 구한 것은 하급관리의 딸 잔 다르크였다. 오를레앙의 위기에서 홀연히 나타난 잔 다르크는 샤를 7세에게는 구세주였다. 이 불세출의 영웅은 그러나 자신이 목숨을 바쳐 싸운 사람들로부터 차례차례 배신을 당한다. 노르망디의 주도 루앙은 그런 잔 다르크의 도시다. 저자는 이 도시에 대해 다음 세 마디로 요약한다.`너무 무자비하거나, 잔인하거나, 혹은 무식하거나`.그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저자는 잔 다르크의 아픈 삶을 반추하면서 마르셀 광장의 잔 다르크 성당을 돌아본다. 지극히 절제된 감성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종횡 무진한 상상력, 생각의 깊이 더해스페인의 대표적 건축가 가우디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물을 곡선으로 만들었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살피면서 저자는 네덜란드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떠올렸다. 그는 자연을 극히 싫어해 곡선과 초록색은 쓰지 않았다. 경험에 더한 사유가 만들어낸 미학은 이처럼 다른 원칙을 만든다. 저자의 상상력은 `이 둘이 만난다면 어땠을까?`라는 의문으로 마감하면서 여운을 남긴다. 각각 다른 장에서 등장하지만 `거짓말, 아름다운 그러나 진실이 아닌 것이 진정한 예술의 목적이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에서 피카소의 그림이 연상되는 것은 작지만 즐거운 혜택이다.그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의 유서의`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등은 전체가 완전한 창작임을 밝힌다. 사물을 보고 그 사물과 대척점에 있는 것, 혹은 그 사물을 해석할 수 있는 다른 무엇을 생각해 연결하고, 진실로 널리 알려졌으나 그 사실을 의심해 사유의 외연을 확장하는 저자의 별난 상상력이다.◇호기심 멎게 하는 그리운 고국의 향수고향을 떠난 저자의 세상에 대한 과도한 호기심도 태어나고 자란 고국의 향수 앞에서는 잠시 멈춘다. `한국관`이 있는 케임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에 우리 도자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세계 최고인 고려청자의 자태에 자부심을 느끼며 곰버츠 씨가 평생 수집한 130점의 작품에 대한 감사와 제아무리 진귀한 문화재도 국민의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가치가 없다`고. 먼 곳으로 시집보낸 딸처럼 수만리 타향에서 외롭고 수줍게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우리의 도자기를 케임브리지에 방문하는 길이라면 꼭 한번 들러 `위로와 격려`를 하라고 잔잔히 권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1

조선시대 여성 한글한시집 `기각한필` 번역서 나와

“평생 절로 남아의 뜻이 있으되 다만 안방 가운데 여인네 머리쓰개 쓴 것을 탄식하노라!”(기각의 한시집 `기각한필`에 수록된 한시 일부)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이배용)은 조선시대 사대부 여성의 한글 필사본 한시집 `기각한필(綺閣閒筆)`을 번역한 `기각한필-조선 사대부 여성 기각의 한시집`(임치균·부유섭·강문종 역주)을 발간했다.기각한필은 한시집이지만 우리말을 시제로 삼아 한시 원문을 한자가 아닌 한글음으로 적고 그 밑에 다시 한글로 한시를 번역하는 방식을 취했다.이 시집에는 기각의 오빠 `상회`로 기명된 시 2편을 포함해 총 249수의 한시가 수록돼 있다. 수박·감·개구리 등 주변 사물과 닭싸움·씨름 등의 일상 풍속을 노래하며 한가로운 풍취를 담아내기도 하고, 역대 명시(唐詩)의 한 구절을 시제로 삼아 창작하기도 했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어 했던 조선 여성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몇 몇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당시(19세기) 여성들의 한시 향유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연구자는 저자가 직접 필사했다고 추정되는 한글 원문과 그에 대한 해석을 토대로 한문을 추정해 원래의 한시(한문으로 된)를 복원했다. 또한 고어를 현대어로 풀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1

경제기적 일궈낸 두 거인의 만남

“경부고속도로는 내가 직접 감독할 테니 종합제철은 임자가 맡아”박정희가 박태준을 청와대로 불러 종합제철 건설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은 때는 1965년 6월 어느 날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68년 4월 1일 서울 한복판 명동 유네스코회관 3층에서는 조촐하고 소박한 기념식이 열렸다. 바로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포스코) 창립식. 창립요원은 사장 박태준을 포함해 모두 39명이었다.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박태준에게만은 독대의 특권을 부여했다. 박정희와 박태준의`그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고 지속하게 만들었을까? 대체 두 사람의 독특한 인간관계는 어떠한 것이었을까?박정희(1917~1979)와 박태준(1927~2011).대한민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 중에서 최초로 산업화와 근대화를 동시에 이뤄낸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나라로 평가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이 두 사람을 꼽는데 주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포항 출신 중진 작가 이대환(57)이 최근 펴낸 `대한민국의 위대한 만남 박정희와 박태준`(아시아)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그 시련과 영광을 성찰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특히 박정희를 이어 누가 한국을 일류국가로 이끌어가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것인가? 그는 어떤 지도자여야 하는가? 이런 화두를 가지고 고민하는 우리에게 이 책이 전해주는 양박 당시 시대인식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책은 2004년 `박태준 평전`을 저술해 “서구에서 나온 수작(秀作)의 평전에 견줄 만한 한국 평전이 나왔다”라는 서평을 받았던 작가가 `박태준의 박정희 회고`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1997년 5월 포항에서 70세 박태준과 처음 만났던 저자는 그때부터 박태준이 세상을 떠난 2011년 12월까지 15년간 거의 매주 한두 차례씩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박태준이 저자에게 “내가 만났던 박통 이야기도 참 많이 했는데, 이 선생은 정리해볼 수 있겠소?”라는, 청유도 강요도 아닌 질문을 불쑥 던진 때는 2011년 9월이었고, 이에 저자는 “작가정신이 옹호할 가치에 관한 문제”라는 대답을 했으며, 이 책은 작가로서 그 약속의 실현이기도 하다.책은 국가경제와 국민 생활에 기여하기 위해 변화의 웅지와 포부를 실현하겠다는 신념과 의지만이 하나의 대동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 박정희와 박태준의 완전한 신뢰로 이뤄진 인간관계를 담담하게 담아냈다.▲ 저자 이대환 씨신념의 구축, 부정부패와 결연히 단절하며 박정희와의 숙명적인 만남과 신뢰를 구축한 군 지휘관 시절, 5·16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의 상공업분야 최고위원, 대통령 특사로 일본에서 진행한 한일국교정상화를 위한 정지작업, 귀국 후 적자 공기업인 대한중석의 사장을 맡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준 `국가주의 리더십`의 전개과정 등을 담았다. 그리고 한일경제협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사단법인 한일경제협회를 창립하고, 특히 10년 뒤를 내다보며 미래지향적인 한일경제협력의 제도화를 이뤄낸 박태준 리더십을 상찬하며, 박정희가 박태준에게 보낸 완전한 신뢰가 제철보국(製鐵保國)의 동력으로 작용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박정희의 혜안이 없었다면 포스코의 박태준은 없었고, 박정희와 박태준의 독특한 인간관계(완전한 신뢰관계)가 없었거나 박태준이 없었다면 제철혁명의 대하드라마는 대성취를 거둘 수 없었다.그리고 박태준은 박정희 서거 후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1

몽골 실제 건설자는 쿠빌라이였다

아시아와 유럽을 최초로 동시정복해 동서문명 교류의 다리를 놨던 칭기즈 칸(1162-1227). 그는 흩어진 몽골 부족을 통합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대제국을 건설한 군사적·정치적 영웅이었다. 그가 고작 15만명의 기병을 휘몰아 세계를 제패한 사실은 현대에 들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역사에 나오는 몽골제국의 실제 건설자는 칭기즈 칸의 손자 쿠빌라이였다.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중앙아시아 전문가인 모리스 로사비의 저서`수성의 전략가 쿠빌라이 칸`(사회평론)은 몽골제국이 그토록 장기간 존속하며 전세계를 호령했던 비결을 그 대표적 주역인 쿠빌라이 칸을 통해 살펴본다.몽골제국이 중국 전체를 100년 가까이 통치하고 북중국을 130여년 동안 다스렸던 데는 수성의 제왕이자 뛰어난 리더십의 보유자였던 쿠빌라이 칸이 있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크게 보면 할아버지인 칭기즈 칸과 손자인 쿠빌라이 칸은 절묘하게 역사적 역할 분담을 했다. 칭기즈 칸이 세계를 정복했다면 쿠빌라이 칸은 제국을 통치했다.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쿠빌라이는 거대한 몽골 제국을 지켜나갈 시스템을 설계한 뛰어난 전략가였다. 세계를 정복한 것은 칭기즈 칸이었지만, 제국을 통치한 것은 쿠빌라이 칸이었다. 1260년 몽골제국의 다섯번째 대칸의 자리에 오른 그의 영토는 태평양에서부터 우랄산맥, 시베리아부터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지역까지, 전 세계의 5분의 1에 이르렀다. 1271년에는 국호를 원으로 고치고 대도(大都), 현재의 베이징을 도읍으로 정했다. 1297년에는 남송을 멸망시키고 중국을 통일했다.저자는 쿠빌라이 칸이 상하, 좌우, 안팎이 소통하는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할아버지가 세운 제국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뻗어나가던 몽골제국이 그가 죽은 1294년을 계기로 균열과 쇠퇴의 길을 걷게 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07

평생 몸을 관찰해 온 80대 노인은…

프랑스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다니엘 페나크(71)의 장편소설 `몸의 일기`(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2012년 출간 당시, 제목부터 독특한 이 소설은 프랑스 서점가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소설 속 주인공 `나`는 특수한 어린 시절 덕에 식물 채집하듯 자기 몸을 관찰하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로 평생을 살아온 80대 노인이다.노년의 거장 다니엘 페나크는 주인공을 통해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죽음이 멀지 않은 시점에, 몸을 대하는 여유로운 관조의 자세를 보여준다.`나`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산송장이 돼 돌아온 아버지와 자식을 낳음으로써 그런 남편을 회생시켜보겠다는 희망을 품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가 태어난 뒤에도 원하던 효과를 보지 못한 어머니는 그를 “아무짝에도 써먹을 게 없는 존재”로 여기고 아버지에게 떠맡겨버린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존경하는 아버지 흉내를 내게 되고, 열 살도 안 된 어린아이가 죽어가는 환자처럼 살려고 했으니, 그에게는 `몸`이라는 게 없어진 셈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죽기 전에 아들에게 살아갈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수준 높은 교양 교육을 시켰고, 그 결과 아이는 정신적으로는 나이에 비해 조숙하지만 몸은 거의 없다시피 한 불균형한 존재가 된다. 열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아이는 몸이 없는 그림자처럼 집 안을 떠돈다. 거울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그런 아이는 열두 살 때 보이스카우트 활동 중 숲에 혼자 버려져 극한의 공포를 체험한 다음 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첫 일기의 첫 문장은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나`가 몸의 일기를 쓰기로 한 건 바로 겁먹은 자기 자신에게 `몸`을 돌려주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86세 2개월 28일)/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07

`사진여행 길` `촐라체` 개정판 나와

한국의 대표적 소설가로 꼽히는 조정래(72), 박범신(69) 작가가 나란히 자신의 화제작들을 개정 출간했다.대하역사소설인 `태백산맥`과 `아리랑`으로 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조 작가의`조정래 사진여행 길`(해냄출판사)은 1999년 완간된 `조정래 문학전집`(전9권) 중 마지막으로 소개된 책 `조정래, 그의 문학 속으로`를 다시 출간한 것이다.개정판에는 작가와 관련한 사진 410장,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2편, 그리고 작가가 쓴 원고지 327매 분량의 사진 설명이 실렸다. 시인 이탄과 동화작가 정채봉, 문학평론가 전영태의 작가 인물평도 수록됐다.책에서는 작가가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인 벌교를 답사한 이야기, `아리랑` 집필을 위해 만주 용정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취재한 일 등 작가가 문학에 쏟은 열정의 시간을 엿볼 수 있다.작가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어린 시절과 하루에 시를 한 편씩 썼던 청소년기, 가정 형편상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국문과에 가고서 문학을 고민한 청년기, 부인인 시인 김초혜와의 만남과 사랑 등 개인적인 삶의 여정도 책에 적었다.개정판에서는 1999년 판에 흑백으로 넣은 사진이 컬러로 다시 인쇄됐고 권영민 문학평론가가 쓴 조정래 작품론이 추가됐다.`태백산맥`을 필사한 독자들이 필사본을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에 기증한 일,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작가가 손주들과 쌓은 추억 등 2000년 이후 삶 이야기도 더해졌다.올해 등단 42주년을 맞은 박 작가는 그의`갈망 3부작` 첫 작품으로 불리는 `촐라체`(문학동네)를 개정 출간했다.`촐라체`(2008), `고산자`(2009), `은교`(2010)는 박 작가의 `갈망 3부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닿을 수 없는 어떤 것을 갈망하는, 그것을 궁금해 하고, 그리워하는 작가의 욕망이 담긴 작품들이다`촐라체`는 히말라야 촐라체에 등반하던 중 조난됐다가 극적으로 생환한 두 산악안의 감동적인 생존투쟁을 소설로 그려냈는데 책으로 출간하기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연재 당시 누적 방문자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만큼 문단 안팎으로 크게 화제를 모았다. 작가는 개정판에서 책의 줄거리는 건드리지 않고 일부 불필요한 표현을 정리해 원고지 200여 매 분량을 줄였다.아버지가 다른 형제 박상민과 하영교가 `죽음의 지대`로 불리는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에서 겪은 6박7일간의 조난과 생환 과정을 그린다. 각자 삶의 상처와 서로에 대한 애증을 안은 두 사람은 도망치듯 히말라야로 떠나 단출한 장비만 가지고 이 위험한 지형을 오른다.화자는 베이스캠프에서 형제의 등반을 지원하는 화자 `나`다. `나`는 처음에는 형제의 등반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일축하지만 두 형제가 등반 중에 겪는 시련과 성장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내면도 서서히 변화를 겪는다.작가는 개정판에 붙인 작가의 말에서 “나는 `존재의 나팔 소리`에 대해 쓰고 싶었고 `시간`에 대해, 불가능해 보이는 `꿈`에 대해, `불멸`에 대해 쓰고 싶었다”며 “제 정체성을 아직 찾지 못한 쓸쓸한 젊은이들에게 먼저 이 책을 바치고 싶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5-08-07

과학으로 조명한 경주문화유산

문화유산에는 그 지역과 민족 특유의 역사와 문화, 과학까지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를 압도할 만한 과학의 결정체인 문화유산이 많다.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이 과학으로 경주의 문화유산을 조명한 `과학문화유산답사기3`를 출간했다. 북카라반. 356쪽. 1만8천원 저자는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페르피냥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와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받았다.건축공학 박사인 저자는 우리 문화유산에 담긴 과학의 원리를 풀어내고 있다. 1편 조선왕릉, 2편 전통마을에 이어 이번에 천년 고도 경주의 문화유산에 숨겨진 과학의 의미를 감칠맛 나게 풀어냈다.◇ 천년 고도 경주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유산 가운데 경주는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1995년 불국사와 석굴암 석굴이 1차로 세계유산에 지정된 뒤 2000년 이를 포함한 경주시 전체가 `경주역사유적지구`로 세계유산에 지정됐다.특히 경주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도시다. 전 세계에서 1천년 이상 유지된 나라는 서양의 로마제국과 동양의 신라가 유일하다. 경주는 1천년 동안 신라의 수도였기 때문에 경주 일원에는 신라 1천년에 걸친 다양한 유적이 산재되어 있다.경주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7~10세기 절정을 이룬 불교예술이다. 하지만 경주에는 왕릉은 물론 왕성이나 산성도 있고 첨성대나 포석정지, 석빙고 등 과학유산도 포함되어 있다.이 책은 다양한 시대, 다양한 영역에 걸친 경주 일대의 유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경주를 8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서 주목해야 할 문화유산을 빠짐없이 소개한다.그 유적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물론, 신비하게만 보였던 고대 유산에 숨겨져 있는 과학적 원리를 드러내 보여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뿐 아니라 위치나 접근성 때문에 배제되었던 유적,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 중인 유물까지 폭넓게 다루며 신라의 역사와 예술, 과학적 성취를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한다. ◇ 가장 한국적·과학적인 경주 문화유산 신라의 유적들은 예술적이면서도 과학적이다. 전반적으로 뛰어난 조형미, 섬세하고 귀족적인 아름다움이 있으며 그와 동시에 완벽한 기하학적 비례,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제작 기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불국사에서는 동북아시아에서도 주로 우리나라 건축물에서만 보이는 그랭이 공법을 엿볼 수 있다. 그랭이 공법은 기준 돌의 형태에 맞추어 돌을 다듬어 쌓은 것으로, 백운교 좌우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천연 바위를 그대로 둔 채 장대석과 접합해 수평을 이루도록 했다. 이같이 어려운 작업을 채택한 것은 불국사가 상징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은 시각 교정 등 정교한 건축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단 기둥을 보면 안쪽 기둥에 비해 바깥쪽 모서리 기둥이 약간씩 높다. 또한 기단과 탑신의 너비는 아래쪽이 넓고 위로 갈수록 좁다. 이것을 귀솟음과 안쏠림 기법이라고 부른다. 귀솟음은 중심 기둥과 모서리 기둥의 높이를 같게 할 경우 양쪽 끝이 중심보다 낮게 보이는 착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기법이다.석굴암은 우리나라 자연 여건에서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석굴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신라 예술가들은 산을 파 굴을 만들고 조각된 돌들을 조립한 후 흙을 덮어 석굴사원처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해냈다. 인공으로 구축된 석암에 예술적으로 조각된 불상들이 배치된 곳은 전 세계적으로 오직 석굴암뿐이다. 인공 석굴은 고도의 축조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또 포석정에 대해서는 유체역학적으로 와류(渦流·소용돌이) 현상이 생기도록 설계해 술잔이 사람 앞에서 맴돈다고 설명한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7-24

서울시립대硏의 `한양의 탄생`

“의정부란 바로 대신들이 모든 관청을 지휘하고 정치를 관리·감독하는 곳이니 그 중요성은 다른 관서와 견줄 바가 아니다. 그런데도 서울과 지방의 사무를 전부 비변사에 맡기고 있다. (중략) 지금부터는 의정부와 비변사를 합하여 하나의 관청으로 삼는다.”고종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하던 신정왕후가 1865년 내린 하교다.비변사는 경복궁 광화문 앞 대로에서 500여년간 자리를 지킨 의정부, 육조와 달리 여러 차례 옮겨 다녔다.16세기 중반 처음 관청이 생겼을 무렵에는 지금의 세종대로 사거리 부근에 있었고, 곧 남산으로 이전했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창덕궁 돈화문과 경희궁 흥화문 앞에 각각 청사를 설치했다.한때 비변사가 궐내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폐지될 때까지 궁 밖을 떠돌았다.그렇다고 궁궐 안에 관청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홍문관, 예문관, 규장각처럼 왕을 인문학적으로 보좌하는 자문기구는 궐내각사에 두기도 했다.신간 `한양의 탄생`은 조선시대 도성 안에 있었던 다양한 관청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책이다.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가 엮은 첫 번째 `서울장소인문학 총서`로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 김문식 단국대 교수, 노경희 울산대 교수, 문중양 서울대 교수, 황정연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등이 집필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2015-07-24

“고혈압은 병이 아냐… 그냥 두라”

“고혈압은 전혀 걱정할 게 못 된다. 그냥 내버려두라. 가정용 혈압 측정기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내다 버려라.”저자 마쓰모토 미쓰마사(72) 씨는 책의 제목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처럼 확신에 넘친다. 물론 혈압약을 복용하면 더더욱 안된다고 경고한다. 그의 고혈압 대처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내버려두라`는 게 전부다. 물론 수축기 혈압이 200mmHg을 넘거나 심장에 지병이 있는 경우만 예외란다.언제부턴가 고혈압은 `국민병`이 돼버렸다. 일본의 경우 5천만명이 넘는다. 1980년대 후반만 해도 고혈압 환자는 230만명에 지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혹시 만들어진 병은 아닐까?저자는 고혈압이 언제부턴가 `병`으로 둔갑했고, 치료제도 덩달아 활개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만든 `주범`으로 제약회사 등 의료계를 지목한다.그가 제시하는 단적 사례가 고혈압 기준치 `조작`이다. 일본에서 198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의 20여년 사이에 고혈압 환자가 무려 20배 이상 폭증한 이유이기도 하다.1987년 당시 고혈압 기준치는 수축기 180mmHg였다. 이때 환자 수는 앞서 언급한 230만명. 의료계는 2004년 이 기준치를 140으로 낮췄고, 이에 따라 그동안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환자로 분류되며 그 수가 1천600만명에 달했다. 그리고 수치가 다시 130으로 낮춰지자 2011년 조사결과 무려 5천500만명이 환자로 둔갑했다.저자는 “`환자`가 늘면 혈압약 판매는 당연히 늘어난다”면서 “고혈압 기준치의 조작이야말로 제약회사에 금덩이를 안겨주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일갈한다.일단 환자로 분류되면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날부터 혈압약을 죽을 때까지 복용하고 걸핏하면 혈압계에 의존하기 마련. 일본에서 20여년 사이에 환자 급증에 따른 혈압약 시장이 다섯 배로 커져 한화로 10조원가량에 이른다. 저자는 `고혈압증`을 제약회사가 주도하는 `사기 상술`로 규정한다.그렇다면 고혈압이란 과연 뭔가? 그저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 앞에서 이른 바처럼 `고혈압은 전혀 걱정할 게 못 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혈압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신체현상이지 질병이 결코 아니라는 것. 오히려 혈압약을 먹으면 암이나 치매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계한다.

2015-07-24

경쾌한 어법으로 되살린 발랄한 상상

“전공과 전혀 시인의 꿈을 키웠고 나이 오십이 되었을 때 작은 시집을 낼 것이라는 작은 소망을 이뤘습니다”경주 출신으로 지역에서 문단활동을 하고 있는 여류시인 김정인(49)씨가 첫 시집 `남탕으로 목욕 가는 여자`를 출간했다.김씨는 포항문예아카데미와 선린대 문창과를 수료한 뒤 현재 방송통신대 국문과 3학년에 재학하며 평소 꿈꿔왔던 시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녀는 2015년 시인과 정신 봄호 신인상, 2013년 문장21 신인상, 평보백일장 2013년 장원 등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평소 그동안 틈틈히 써놓은 시들을 모아 시집을 냈다.아버지를 주제로 한 `괴동역`, `형산강`, `황제 펭귄`등에서 무한한 아버지의 사랑을 그린다. 봉정암을 오르다, 포방림, 외동면 강둑길, 수월사, 대보리 산0번지, 생생의 손, 새벽 내항에서, 송림로 45번길 등 우리와 친숙한 지역 소재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한다.이번 시집에는 모두 72편의 시를 수록했다.공광규 시인은 시평에서 “우리 문단이 잃어버리고 있는 경쾌한 어법을 구사하고 발랄한 상상으로 자아를 찾아가며, 사물에 대한 육체적 비유와 자본화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문명과 사회현상에 대한 이지적 비판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유진 시인은 “김정인 시인은 자유분방한 성향에 자유로운 생활방식과 자유로운 사유를 구가하지만 결코 평이의 궤도를 벚어나지 않는다. 시편들은 시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거침없이 솔직하다. 자본사회현상을 발랄한 상상으로 형상화시킴으로써 경쾌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김정인 시인은 지난 14일 효자동 G1 갤러리카페에서 시집 출판기념식을 했다. 시집 소개와 더불어 정문화 밴드와 안순자 바이올린 연주와 성악 등 작은 음악회가 곁들어지면서 운치를 더했다. 김정인 시인은 “시는 인생을 고백하고 삶을 노래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어렵게 읽혀지는 것보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자신의 느낌을 적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시의 대부분 인생의 소외와 실패와 감회의 회환을 그리는 것과 알기 어려운 문장이 많다. 발랄한 상상을 쉬운 말로 경쾌하게 전개하는 방식을 통해 자아를 찾는 것이 더 값지다고 나름 생각한다. 삶의 주변에 일어나는 것이 모두 시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출판회 참석한 한 문인은 “김정인 시인의 시집을 펼치면 눈을 떼지 않고 키득키득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내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7-17

100세시대 노인·환자 돌봄이 길라잡이

보건의료 기술의 발달 및 경제수준의 향상으로 평균 수명에 따른 노인 인구의 증가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총인구 중에 65세 이상의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을 차지하면 고령화사회라고 하고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는 7%를 초과하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의 질병·빈곤·고독·무직업 등이 사회경제적 당면 과제로 대두해 있다. 그중에서도 노인들의 질병 예방과 건강한 활동을 지원하는 케어기버(Care Giver, 돌봄이)의 역할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포스텍 과학문화연구센터의 연구원 및 선린대학교 물리치료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조정선 교수가 케어기버의 활동에 관한 실무 이론서를 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조 교수는 최근 `노인과 환자를 돌보는 케어기버를 위한 이동동작훈련`를 출간했다.노년기에 이르면 인간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전반적인 기능저하와 손상을 경험하게 되며, 일상생활에서 타인에 의존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호소하게 된다.노인의 인지기능과 일상생활수행능력, 그리고 이동수준 등이 떨어지게 되면 노인 자신뿐만 아니라 노인을 돌보는 부양자들에게도 심한 부담감을 주게 된다. 노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ㆍ증진시키려는 접근은 임상과 지역사회, 가정에서 모두 중요하며, 올바른 이동훈련을 통한 이동력 향상이 꼭 필요하다.일반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 골격근의 부피가 감소되고, 근육 내 지방과 콜라겐 증가로 인한 근감소증의 생리적 변화가 나타난다. 이러한 근감소증은 골격근의 근력 저하 및 하지 수행력 감소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노인들의 전반적인 신체 활동은 제약을 받게 되며, 감소된 신체활동 및 운동 능력 약화가 일상생활에 장애를 주게 된다.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 허약노인을 방치하게 되면 장기요양 상태로 빠지기 쉽고, 이는 곧 국가보건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 등에서는 노인의 허약상태 회복과 장애로의 진행을 예방하기 위한 체계적 관리와 예방차원의 각종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허약 노인을 위한 예방차원의 이동기술훈련이 필요하다. 신체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허약노인의 경우 개인 또는 케어기버의 도움으로 근력 감소 예방 및 자세, 균형, 그리고 신체기능향상을 위한 포괄적인 이동훈련 기술을 익혀야 한다.조 교수가 펴낸 `케어기버를 위한 이동동작훈련`은 노인과 환자들을 돌보는 케어기버를 위한 안내서이다.이동동작훈련은 먼저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안전을 포함한 환자 관리 활동을 위한 준비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둘째로 올바른 신체역학을 이해하며, 환자의 다양한 자세유형을 소개한다. 셋째로 노인과 환자의 수준에 맞는 이동 보조도구 사양과 활동방법과 적절한 이동 동작을 선택하며 훈련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케어기버로 하여금 노인과 환자를 돌보는 최적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텍 과학문화연구센터의 연구원 및 선린대학교 물리치료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조정선 교수가 케어기버의 활동에 관한 실무 이론서를 발간해 주목받고 있다.케어기버는 허리를 곧게 펴고, 상지의 힘은 고정할 수 있을 정도로만 힘을 사용하고, 하지의 힘을 사용해 환자를 이동시켜야 한다. 이때 중력, 무게중심, 축, 마찰과 같은 역학적 힘을 활용하게 된다. 케어기버 혼자서의 이동이 어려울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보조도구를 사용함으로써 환자를 효율적으로 이동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또한 이동 기술을 적용할 때에는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눈을 보며 인사함으로써 노인과 환자의 각성을 돕는다.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하여 아나운서처럼 간단명료하고도 나지막이 설명한다. 이어서 `제가 도와드릴께요`라고 말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이동기술을 적용한다.저자는 “이 안내서를 통해 케어기버들이 효율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케어기버 자신, 그리고 노인과 환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이동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저자는 대구대학교 물리치료학과에서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포스텍 과학문화연구센터의 연구원, 선린대학교 물리치료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포항MBC라디오 열린세상 고정코너 `까칠교수와 오지랖박사의 생활과학` 진행 및 위덕대와 포항YWCA에서 `요양보호사, 활동보조인을 위한 이동동작훈련`정기 강연 등을 하고 있다. 저서로 `가정물리치료학(2007)`, `청소년 융합과학교실(2013)` 등이 있다.이담북스, 150쪽/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