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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구시립무용단, `아Q` 22~23일 문예회관 공연

대구시립무용단(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 홍승엽)의 제68회 정기공연 `아Q`가 22, 23일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다.이번 정기공연은 지난 5월 성공리에 마무리 된 제67회 정기공연 `코끼리를 보았다` 이후 홍승엽 예술감독의 두번째 공연으로써, 그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공연 중 하나다.`아Q`는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2006년 초연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수정 및 보완을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이번 무대에 올려진다.꽃, 칼, 고깔의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한없이 가벼운 인간의 실존과 개인의 어리석음을 유쾌하게 때로는 비장하게 몸짓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꽃이 칼이 되고, 칼이 꽃이 되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간세계를 은유적으로 제시한 안무적 해석은 관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유희와 슬픔,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어져 묘하게 공존하는 묵직한 감동과 화두를 선사하며 소설과는 또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홍승엽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은 관객여러분들이 무대 곳곳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고 말했다./윤희정기자

2015-10-20

포항문화원 한시백일장 장원에 대구 이창우씨

포항문화원(원장 배용일)은 지난 17일 포항문화원 3층 강당에서 전국 한시인 1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37회 포항문화원 전국 한시백일장`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참가한 한시인들은 포항의 대표적 전통문화예술축제인 일월문화제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축 일월문화제`를 시제로 작시를 진행한 결과 장원은 이창우(대구)씨가 차지했다.차상은 원종숙(대구)·김진선(문경)씨, 차하는 백락상(대구)·박영호(부산)·김석환(울산)씨, 참방은 정규원(포항)· 기순임(포항)·노상윤(울산)·나종태(영주)·장태일(대구)씨에게 돌아갔다.이밖에도 가작 안대환(서울)·조능래(포항)·하재홍(대구)·손자룡(영천)·박화식(청도)·이희태(대구)·김주식(수원)·안효갑(울산)·조희욱(김해)·하세정(포항)·안분순(부산)·심위섭(대구)·안삼수(포항)·이동수(부산)·황원상(영주)·조현도(부산)·김대권(울산)·허갑수(김해)·이원준(대구)·이용옥(대구)·윤재만(대구)·박정래(포항)씨 등 22명을 포함해 총 3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배용일 포항문화원장은 “37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시백일장은 포항이 문향의 고장임을 널리 알리고 지역 한시인들에게 자긍심을 가지게 해 전통문화계승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20

대구 경북 옛 사람들의 삶은 어땠을까

국립대구박물관(관장 함순섭)은 대구·경북 지역의 문화재조사 연구기관이 최근 발굴한 유물을 선보이는 특별전 `흙에서 찾은 영원한 삶`을 20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이번 전시에는 의성 대리리와 경주 재매정 유적 등 최근 발굴조사된 대구·경북의 주요 유적 20곳에서 출토된 금동관모, 토우 등 400여 점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전시는 대구 및 경북 각지에서 발굴된 유물을, 각각 생활유적과 무덤으로 구분해 제1부 `생활에 애쓰다`와 제2부 `안식을 꿈꾸다`로 구성했다. 제1부 `생활에 애쓰다`에서는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의 출토품을 통해 고대의 생활모습을 조명한다. 중기구석기시대의 안동 가곡리와 예천 삼강리·청복리 유적에서 출토된 석영석기와 돌날몸돌이 전시된다.삼강리·청복리유적은 경북 예천에서 처음 조사된 구석기유적이다.신석기시대의 울진 죽변리 유적에서는 신석기시대 조기(기원전 6천~3천500년)의 결합식 낚시 도구 등의 어로도구, `죽변리식 토기`로 불리는 다양한 토기가 소개된다. 영천 해선리와 문경 신기동 유적은 청동기 시대 마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대구 신당동에서 발굴된 삼국시대의 토기가마는 함안양식으로 알려진 토기가 대구지역에서 생산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또 김유신의 고택으로 알려진 경주 재매정 유적에서 출토된 신라 사람을 형상한 신라인물 토우, 또 천관사지 출토 동물모양 토우, 갑산리사지 출토 소형 금동불상과 전불 등은 신라 왕경의 모습을 전해준다.특히 재매정 출토 토우는 단석산 마애에서도 보이는 바와 같이 왕경 신라인의 복식을 해명해주는 중요한 자료다. 재매정 출토 말머리뼈는 우물제사에 사용된 것이며, 두레박이나 종지와 같은 생생한 생활도구 등은 아기자기했던 신라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알려준다.경주 노동동 12번지 유적의 통일신라시대의 납석제 자루에는 정교한 사자상이 조각돼 있다.제2부 `안식을 꿈꾸다`에서는 신라시대와 조선시대의 무덤을 지역별로 나눠 전시한다. 여기서는 옛 선조들의 죽은 사람을 위한 다양한 매장의례와 무덤의 특징들을 살펴본다. 대표 유적으로는 신라시대 지방 사람의 무덤 중 의성 대리리 유적에서 출토된 삼국시대 금동관모와 관식, 은제과대, 말안장 등이 처음 전시된다. 화려한 금속 장신구들은 조문국의 후예인 의성 금성산 고분군 세력의 강성함과 신라와의 교류상을 보여준다. 또 울진 덕천리 유적의 고리자루칼은 삼국시대 울진 지역 세력의 위세를 유감없이 드러내준다. 신라왕경 사람들의 독특한 묘제인 경주 인왕동 815-1번지유적의 적석목곽묘 출토품도 소개된다. 특별전을 맞아 내달 25일에는 김구군 삼한문화재연구원 원장과 김창억 세종문화재연구원 원장이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전시의 이해를 돕는 강연을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9

뮤지컬 `그대와 영원히` 내일부터 구미문예회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로맥틱 뮤지컬 `그대와 영원히`(연출 김기석)가 구미 무대에 선다.구미시는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뮤지컬 `그대와 영원히`를 공연한다.뮤지컬 `그대와 영원히`는 인테리어 설비공을 하는 진우가 사랑하는 수지와 아버지 종철을 두고 뇌종양에 걸리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그린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인테리어 설비공으로 일하는 진우를 위해 아버지 종철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삼겹살을 굽는다. 연극은 오직 서로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부자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녹인다.이 뮤지컬의 묘미는 조연 배우들의 호흡과 재치있는 순발력, 맛깔나는 연기력이다. 수지의 이모인 박혜경(박나연·박소윤 분)과 진우의 아버지인 김종철의 코믹연기 호흡은 극의 흥미를 더욱 끌어올린다.또 친구성진, 포장마차 할머니, 동네거지, 간호조무사, 스님, 무당, 목사 등을 연기했던 멀티맨(김대영·김형명 분)의 활약도 대단하다.공연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와 7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에 공연되며,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 또 공연 첫날인 20일과 문화가 있는 날인 28일에는 전석 1만원의 특별할인가로 진행된다.입장권은 구미시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www.gumiat.or.kr)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054-480-4557)으로 문의하면 된다.구미/김락현기자

2015-10-19

결합·연결로 시대 흐름 바꾼 혁신가들

`혁신가 경제학: 시대의 흐름을 바꾼 혁신가 열전`(이하 `혁신가 경제학`·창비)은 우리 사회의 대안적 경제모델을 연구해온 이일영 교수(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가 학교와 생활현장을 넘나들며 `혁신`을 주제로 한 강의 내용에 토대를 둔 책이다. 여기서 저자는 `개인기`가 아닌 `조직력`으로 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돌파할 것을 제안한다. 조직력은 집단주의적 단합 따위를 의미하지 않는다.정확하게는 조직할 줄 아는 능력, 즉 흩어져 있는 아이디어나 사람들을 결합하고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저자는 주류경제학과 맑스주의를 넘어서는 이론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을 끌어와, 새로운 결합과 연결로서 `혁신`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주체로서 `혁신가`를 제시한다.최근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을 일컫는 3포세대라는 신조어가 5포세대, 7포세대로 진화하다 급기야 N포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청년들은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생활이 앞으로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여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아무도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도대체 뭘, 어떻게 바꿔야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한 시대의 흐름을 바꾼 6가지 흥미로운 열전(列傳)을 들려주며 지금 이 자리에서 혁신이 어떻게 가능할지 타진한다. 개인은 힘이 없고, 정부는 우왕좌왕하는 오늘에도 혁신을 통해 함께 살 길을 모색할 수 있음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혁신가 경제학`은 혁신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다룬 제2부, 그리고 혁신을 이룬 대표적 혁신가 사례를 다룬 제3·4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혁신의 이론은 슘페터부터 피터 드러커, 칼 폴라니, 로널드 코즈, 네트워크 사회학까지 다양하게 참조하는데, 그렇게 해서 도달하는 지점은 제도와 조직의 혁신, 즉 씨스템의 혁신이다.저자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 수강생들, 활동가들, 그리고 집에 있는 둘째 아이에게 “어떤 사람이 혁신가인지” 끊임없이 묻는다.각자 관심 분야나 배경지식에 따라 다른 답변을 들려주는데, 슘페터식으로 `기업가` 내지는 `창업자`의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혁신은 기업혁신, 기술혁신, 사회혁신 등으로 세분화되기도 하며, 특히 유럽 전통에서 기업혁신이나 기술혁신을 사회혁신과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스티브 잡스 같은 기업·기술혁신가의 이미지, 그것도 탁월한 어느 개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저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19세기 산업혁명은 흔히 제임스 와트라는 비범한 인물이 증기기관을 발명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기기관은 와트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결합된 집합적 발명의 산물이라는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또한 증기기관 발명이라는 기술혁신은 발명 아이디어를 재산권으로 보장하는 제도혁신이 있었기에, 이후 발명품과 발명가가 줄을 이어 산업혁명을 추동하고 근대사회로 나아가는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6

소리없는 사건들에 시적 목소리 부여

201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시인 임승유의 첫번째 시집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고통을 고통스럽지 않게, 슬픔을 슬프지 않게 그려내는 여유”와 “날카롭게 번뜩이는 이지(理智)가 과하지 않게” 녹아 있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임승유의 시 51편이 담겨 있다.시집의 독특한 제목은 “다음엔 내가 너의 아이로 태어날게”라는 책 첫 페이지 시인의 말로, 그리고 “매번 처음 겪는 것처럼 두리번거림은 반복”된다는 책 뒤표지의 산문으로 이어진다. 어떤 사건과 고통도 모두 순환한다는 것을 암시한다.“사라져버리지 않기 위해 웅얼거리는 모든 존재들을 한꺼번에 이해했”고, “그 웅얼거림을 받아 적기 시작했을 때 시적인 것들이 만들어졌다”는 그의 다짐처럼 이번 시집은 명확한 소리가 없는 사건들에 시적 목소리를 부여하는 시들로 채워졌다.시인은 문답 형식의 시, 서사가 담긴 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과 이성복의 시 등이 곳곳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구성으로 삶의 문제와 고통을 이야기한다“친척 집에 다녀와라”(`모자의 효과`)라는 시구로 시집의 문이 열린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여자아이에게 친척 집에 가보라 말하고, 여자아이는 조심스레 문 밖으로, 그리고 임승유의 시 속으로 빨려든다.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화자의 첫 발걸음은 임승유 시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약국 가자고 말하는 이를 따라 소풍가듯 따라나서는 이(`우리 약국 갈까`), 잠 속으로 들어간 소년(`밖에다 화초를 내놓고 기르는 여자들은 안에선 무얼 기르는 걸까`), 그곳으로 가자고 말하는 너(`하고 난 뒤의 산책`) 등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이 곧 시가 낯선 세계로 빠져드는 순간과 곧잘 일치하기 때문이다.시집의 화자가 발을 들여놓는 세계는 어떤 곳일까. 문학평론가 박상수는 임승유 시집을 읽으면 “각설탕”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생각만으로도 혀가 녹는” 각설탕, “금세 기분이 달콤해진다는” 각설탕. 즉, 임승유 시집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의 핵심은`각설탕 같은 달콤함`인 셈이다. 이 세계는 `사탕, 케이크, 망고, 만다린주스, 포도, 앵두` 등 끈적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시어들로 다양하게 변모하며 등장한다.끊임없이 빠져들 것만 같던 감정들은 임승유 특유의 감각으로 제어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6

생명·평화 추구한 日 지식인의 고백

전후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 가토 슈이치(加藤周一·1919~2008)의 자서전 `양의 노래`(글항아리)가 출간됐다.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한 가토 슈이치는 의사로서 생활하면서도 문학회를 꾸리고 당대 여러 문인과 교류했다.그 사이 태평양 전쟁을 겪었고 패전 후에는 미국·일본 원자폭탄의학조사단의 일원으로 히로시마(廣島)에 가서 피해 실태 조사를 벌였다.가토는 1951년 프랑스로 건너가 스스로 `제2의 출발`이라고 부르는 유학기를 거친다. 그곳에서 혈액학 연구를 하는 동시에 일본 잡지와 신문에 문예평론을 발표했고 귀국 후 1956년 `일본 문화의 잡종성`을 꼬집는 `잡종문화`라는 책을 발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2년 뒤 가토는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 참가를 계기로 본업을 접고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반전운동을 하는 등 본격적인 사회참여형 지식인의 길을 걷는다.책에는 전쟁과 이념에 옥좨 있던 20세기를 이해하기 위한 저자의 끊임없는 고민과 사유, 그리고 그곳에서 찾아낸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담고 있다.제목에서 `양`은 양띠 해에 태어난 저자 자신을 의미한다.이 책은 1966년 10월~1967년 3월 저자가 `아사히저널`에 연재한 `양의 노래`와 1967년 7~12월 연재한 `(속)양의 노래`를 엮은 것이다.한국어판에는 이후 30년을 회고한 `양의 노래 그 후`가 포함됐다.1968년 일본에서 단행본이 간행됐을 당시 40여쇄 이상 찍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고 영미권과 유럽에서도 번역·출간된 바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6

2차 대전 여성들 생생한 육성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가 출간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1백만 명이 넘는 여성이 전쟁에 가담해 싸웠다. 하지만 그들 중 그 누구의 이름과 얼굴도 기억되지 못한다. 이 책은 전쟁에 참전했던 200여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여성들은 참전해 저격수가 되거나 탱크를 몰기도 했고, 병원에서 일을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전쟁의 일부가 되지 못한다. 전쟁을 겪은 여성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들은 전쟁 이후 어떻게 변했으며,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우는 건 어떤 체험이었나? 이 책에서 입을 연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전쟁 가담 경험을 털어놓는다. 여성이 털어놓는 전쟁 회고담은 전쟁 베테랑 군인이나 남성이 털어놓는 전쟁 회고담에서는 철저히 배제돼온 이야기이다. 여성은 말한다, 전쟁의 추하고 냉혹한 얼굴, 배고픔, 성폭력, 그들의 분노와 지금까지도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이 책은 1985년 첫 출간됐고, 2002년 저자는 검열에 걸려 내지 못했던 부분까지 추가해 다시 책을 출간했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1948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그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다. 그러나 자기만의 독특한 문학 장르를 창시했다. 일명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 작가 자신은 `소설-코러스`라고 부르는 장르다. 다년간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QA가 아니라 일반 논픽션의 형식으로 쓰지만, 마치 소설처럼 읽히는 강렬한 매력이 있는 다큐멘터리 산문, 영혼이 느껴지는 산문으로 평가된다. 이 책은 여자들의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자들이 우리에게 하지 않은 전쟁 이야기, 전쟁의 민낯. 그런 전쟁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남자들은 전쟁에서 거둔 승리와 공훈과 전적을 이야기하고 전선에서의 전투와 사령관이니 병사들 이야기를 하지만, 여자들은 전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여자들은 전장에서도 사람을 보고, 일상을 느끼고, 평범한 것에 주목한다.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의 공포와 절망감이라든지, 전투가 끝나고 시체가 사방에 널브러진 들판을 걸어갈 때의 끔찍함과 처절함을 말한다. 전장에서 첫 생리혈이 터져나온 경험, 전선에서 싹튼 사랑 이야기도 있다. 그녀들의 눈에 비친 전사자들은 모두 젊거나 어린 병사들이다. 적군인 독일 병사도 아군인 러시아 병사도 모두 가엾기만 하다.전쟁이 끝나고도 여자들에겐 또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여자들은 전쟁을 기록한 책이나 부상자들에 대한 서류를 숨겨야 했다. 왜냐하면 다시 예쁘게 미소짓고, 높은 구두를 신고, 결혼 준비를 해야 하는 여자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전우였던 여자들을 잊어버렸고 또 배신했다. 여자 전우들과 함께 거둔 승리를 빼앗고 독차지했다. 그렇게, 여자들의 전쟁은 잊혀버렸다.아이를 낳고 가족을 돌보는 가정이 여자들이 있어야 할 자리이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 제2차세계대전은 여자들을, 심지어 어린 소녀들까지 전장으로 내몰았다. 조국과 가족의 이름으로 여자들은 총칼을 들고 전선에서 남자들과 똑같이 싸워야 했다.작가는 이처럼 전쟁에 직접 참전했거나 목격한 여자들 200여 명의 이야기를 정리해 이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그들의 처절하고 가슴 아픈, 다양한 사연들을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가감 없이 들려준다. 그녀들 각각의 이야기는 200권의 소설과도 맞먹는 강렬한 충격을 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6

포항중앙교회 `치유·회복 부흥회` 21일 개막

▲ 김길 목사, 이흥식 목사, 김운용 교수 포항중앙교회(담임목사 손병렬)는 21일부터 23일까지 교회 본당에서`치유와 회복`이란 주제로 교회 창립 68주년 기념 신앙부흥사경회를 연다. 신앙부흥사경회는 김길 목사(서울명신교회)와 이흥식 목사(대구평산교회), 김운용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등 3명이 강사로 나서 각각 1~2회씩 모두 5회 인도한다.김 목사는 21일 오후 7시30분, 22일 오전 5시, 이 목사는 22일 오후 7시30분, 23일 오전 5시, 김 교수는 23일 오후 7시30분 각각 말씀을 전한다.김 목사는 예수전도단 대학부 간사를 지냈으며, 증언, 사명, 충만, 마음아 이겨라, 참 좋은 내인생 등의 신앙서적을 펴냈다.이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리폼드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노회장과 영남신학대학교 총동문회장과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냈다.김 교수는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로, 목회전문대학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손병렬 목사는 “이번 신앙부흥사경회는 특별한 기름부으심이 있는 집회”라며 “한 사람이 한 명씩의 이웃을 초청해 함께 참여한다면 더 큰 치유와 회복의 은혜가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5

포항불교사암聯, 24일 다례제 봉행

포항불교사암연합회(회장 덕화 스님)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대한불교 조계종 문수사에서 전통다례문화대축제를 봉행한다.전통다례문화대축제는 포항지역에서 탄생하거나 포항지역 고찰인 보경사와 오어사 고석사 등에서 주석하며 수행했던 역사 속 고승들의 진영과 위패를 모시고 봉행하는 지역 유일의 역대조사 추모다례제다.이날 행사는 종상 불국사 관장 스님의 봉향제문, 헌다례 등 포항지역과 관련된 역사에 기록된 역대조사 42명을 추모하는 다례재에 이어 추모 및 환희의 공연으로 진행된다.공연에서는 포항불교연합합창단과 홍순지 명상음악가, 전통국악연주단 퓨리연, 손현무용단, 영남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해 추모공연을 펼친다.포항불교사암연합회는 행사에서 자비의 쌀 500포를 포항시에 전달한다.이에 앞서 포항불교사암연합회는 지난해 첫 전통다례문화대축제에서 포항 지역출신 대표 고승인 원각 조사, 남파 대사, 오암 선사, 진각 국사 등 4명의 일대기와 역사적 업적들을 연구해 고증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했고 학술 자료집을 공식 출간했다. 지역출신 고승들의 역사적인 업적 재조명을 위해 학술연구단을 발족한 포항불교사암연합회는 앞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포항불교역사 발굴 사업들을 펼쳐 갈 예정이다.포항불교사암연합회장 덕화 스님은 “다례문화축제를 우리 지역의 또다른 불교문화로 승화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5

예수성심시녀회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할게요”

“메마른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기를, 가난하고 병든 이들이 다 위로받기를,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적인 수도회인 예수성심시녀회(총원장 이광옥 수녀)가 설립 80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예수성심시녀회 총원 성당에서 기념미사와 행사를 갖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수도회 창립 정신 실현에 매진키로 했다. 사진 이날 기념미사를 주례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강론에서 “80년전 동정녀 몇 명이 버림받은 이들을 돌보며 시작한 수녀회가 오늘날 거대한 나무로 성장했다”고 격려하고 “80주년을 맞아 남을 생각하라는 설립 카리스마의 의미를 성찰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수도회가 출발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총원장 이광옥 수녀는 영성체 후 인사말에서 “현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안에서, 형식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가족적 사랑을 실천하는 시녀가 되는 것이 창설자의 정신이었다”면서 모든 회원이 수도회 설립 정신으로 재무장하기를 요청했다.수녀회는 이날 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를 비롯한 성직자, 수도자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미사를 봉헌했으며 이에 앞서 설립 80주년을 기념해 지난 3월 개관한 남대영 기념관에서 80주년 기념전시 개막 행사를 가졌다. 또 수도회원들이 꾸미는 축하 공연 무대를 마련, 참석자들에게 흥겨움을 선사했다.예수성심시녀회는 1935년 파리외방전교회 루이 데랑드 신부(한국명 남대영, 1895~1972)가 동정녀 6명과 함께 경북 영천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주님 손 안의 연장`을 모토로 하는 예수성심시녀회는 그간 포항성모병원을 비롯해 장애인생활시설인 마리아의 집 등을 개설하면서 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5

`스틸과 음식` 느낌 다른 주제들의 만남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14일 10월 전시로 스틸 조각 작품 전시와 `음식`을 주제로 한 두 개의 전시를 새롭게 연다. 우선 포항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가시화하고,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행사 기간에 맞춰 매년 개최하는 스틸 작품 기획전으로 `Built in Steel`전을 마련한다. `Built in Steel` 전시는 2010년부터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수집한 스틸을 재료로 한 작품 중 23점을 선별해 시립미술관 1층, 1,3,4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미술관 2층 2전시실에서는 `음식`을 주제로 한 `모두를 위한 식탁`전이 마련된다. 이 전시에서는 `음식`이나 `요리`라는 익숙한 주제를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들과 결부시킨 비디오, 설치 작품 9점이 전시된다. `Built in Steel`은 스틸 아트 미술관이라는 정체성에 맞춰 포항시립미술관이 개관 이후 수집한 작품 중 선별해 그 현황과 방향을 시민에게 소개하고 동시에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송영수(宋榮洙, 1930~1970) 작가의`소녀`를 들 수 있다. 송영수 작가는 해방과 전쟁의 혼란기를 거친 후 국내 미술대학을 통해 배출된 1세대 조각가로, 1950년대 말 새로운 용접 조각을 시도해 추상 철조의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다. `소녀`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내면적인 정서를 수직적인 구조 속에 직선 곡선의 조화를 찾으며 표출하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한국 현대조각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작가 중 한 명인 최만린(1935~)의 작품 `이브`도 소개된다. `이브`는 단순하면서도 격렬하게 표현된 작품으로 전후 한국 상황과 격동기를 체감하는 젊은 조각도가 느껴야 했던 예민한 감정들이 묻어 있다.이들 외에도 엄태정(1938~)의 초기작,`태세(An Attitude, 1968)`를 비롯해 박석원(1942~) 등 원로 조각가의 작품과 정현, 민균홍, 유봉상 등 중견 작가들을 포함해 우리나라 스틸 조각의 수작들을 만날 수 있다.2전시실에서 진행되는 `모두를 위한 식탁` 전시는 단순히 미각의 만족을 위한`음식`이 아닌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음식이 의미하는 바에 주목하고 있다. 요즘 방송매체에서 요리 프로그램들이 대세인데, 이런 현상들의 이면에는`미각`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감각을 자극하며, 정작 사유해야 하는 현실의 면면을 외면하게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모두를 위한 식탁` 전시에 참여한 6명의 작가는 `음식`이나 `요리`라는 익숙한 주제로 사회제도와 관습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의 문제를 독특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품들을 전시한다.전시 개막일인 14일 오후 4시에는 이색적인 개막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다.2층 2전시실에서 `모두를 위한 식탁`에 참여한 유목연 작가는 본인의 작품과 관련한 것으로 어묵꽂이와 만두 등을 요리해서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Built in Steel`과 `모두를 위한 식탁` 전시는 모두 내년 1월 3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4

월월이청청, 전국 민속경연대회 최우수상

포항문화원(원장 배용일) 월월이청청보존회가 `2015 온겨레 강강술래한마당`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사진 지난 10~11일 진도 녹진 해상무대를 비롯 해남우수영 술래마당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포항문화원은 월월이청청보존회 최금란 외 40명이 참가, 11일 녹진 해상무대에서 동해안의 전래 민속놀이 월월이청청의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여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진도군과 (재)명랑대첩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포항문화원 외에도 일반부에서 진도실고, 인지리민속마을, 재경문낸강강술래, 강귀자 문화교실, 재경진도 강강술래 보존회, 재경해남 강강술래 원우회, 해남강강술래 화원팀, 시립광명복지회관, 구리시여성단체 등 내놓으라 하는 민속공연단 10여개팀이 참가했다.`강강술래`(중요무형문화재 제8호), `안동놋다리밟기`(도 무형문화재 제7호)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여성 민속놀이 중 하나인 월월이청청은 포항지역 해안을 중심으로 6·25이후까지 성행했다.월월이청청은 정월대보름날이나 팔월 한가위에 여인네들이 모여 한바탕 신명을 돋우며 노는 부녀자들의 놀이다.이 놀이의 기원에 관해서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장수였던 가토오 기요마사(加騰淸正)가 군사를 몰고 바다를 건너오니 침략을 경계하기 위해 부녀자들이 바닷가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고도 전해온다.즉, 가토오 기요마사(가등청정, 加騰淸正)를 밟고 뛰어넘어 이긴다(월월이 청정, 越越而淸正)는 의미를 가진다.포항문화원 월월이청청보존회는 2008년 4월 처음 결성돼 현재까지 많은 시민들에게 전통놀이를 전승하고자 활동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4

올 가을 포항선 전통문화 향기 `가득`

“10월 문화의 달, 포항문화원과 함께 전통문화의 향기 가득 채우세요”포항문화원(원장 배용일)이 지역 향토문화 창달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에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특히 문화의 달 10월을 맞아 포항최대의 전통문화축제인 일월문화제를 주관하는 한편 연오랑·세오녀 부부 선발대회, 전국한시백일장, 제1회 포항 민속경연대회, 일월신제 봉행 등 향토문화 보존과 함께 시민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우선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해도공원 일대에서 `창조의 빛, 세계로!`를 주제로 열리는 `제11회 일월문화제` 개막전야 행사로 제18대 연오랑 세오녀부부 선발대회를 15일 오후 3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개최한다. 포항문화원은 포항을 대표하는 문화사절단으로 활동하게 될 제18대 연오랑·세오녀 부부 선발대회에 참가할 부부들을 지난 8일까지 모집해 8쌍이 접수했다. 연오랑·세오녀 부부 선발대회는 삼국유사에 전하는 포항 지역 유일의 설화인 `연오랑·세오녀 부부 이야기`가 모티브다. 1983년 초대 연오랑·세오녀 부부를 선정한 이래로 일월문화제 행사기간에 격년제로 실시되고 있어 올해 횟수로는 18회째지만 30년이 넘은 전통행사다. 연오랑·세오녀 부부는 부부간에 금실이 좋고 지역에 봉사하는 모범부부를 선발해 포항시의 대표부부로 2년간 포항시 홍보대사로 활약하게 된다.일월문화제 기간 동안 포항문화원에서는 각 읍면동의 자생 민속놀이의 명맥을 유지하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포항의 정신 및 민속을 재현하기 위해 마련한 제1회 포항 민속경연대회(16일 오전 11시 해도공원), 포항이 예로부터 해와 달의 고장임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연오랑·세오녀의 일월정신을 본받아 시민들의 안녕과 무탈을 기원하기 위한 일월신제 봉행(16일 오전 7시 30분 일월사당), 베틀짜기 및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일월문화제 부대행사(16일 해도공원), 포항이 문향의 고장임을 널리 알리고 지역 한시인들에게 자긍심을 가지게 해 전통문화계승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개최하는 제37회 전국한시백일장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주관한다.제1회 포항 민속경연대회에는 △장량동 떡고개 △호미곶면 해녀들의 물질 △구룡포읍 과메기 덕장놀이 △기계면 새마을운동 △죽장면 지게상여놀이 △효곡동 아리랑 배워라 민요공연 △청하면 후릿그물 고기잡이 △연일읍 부조장터 놀이 △동해면 연오랑세오녀 △오천읍 포은 정몽주 등 모두 10개 읍면동 대표팀이 참가해 명맥을 유지하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포항의 정신 및 민속을 재현한다. 일월사당에서 일월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일월신제에는 초헌관, 헌관,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포항시민의 안녕을 기원하며 일월문화제 부대행사에는 베틀짜기 체험과 민화 체험 부스를 설치해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팔찌와 민화를 그려 넣은 찻잔 받침대 등을 직접 가져 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한시백일장은 포항이 문향의 고장임을 널리 알리고 지역 한시인들에게 자긍심을 가지게 해 전통문화계승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배용일 포항문화원장은 “우리 지역의 전통 향토문화를 보다 많은 시민들이 즐기고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우리 전통문화를 만끽하면서 시민들의 화합단결과 희망의 미래를 꿈꾸는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3

조각가 안수진 그림자展, 내달 1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이 기획시리즈전으로 열고 있는 `2015 기억공작소-안수진 전 그림자`가 오는 11월 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제4전시실에서 열린다.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해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여기의 가치를 `기억` 하고 `공작`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았다.조각가 안수진의 키네틱 아트는 우리가 대면한 삶의 현장성 있는 서사 구조를 보여주는 시공간적 장치다. 전시 공간에 구축한 5개의 시적(詩的) 장치들은 최근 그가 주목하고 있는 조각에서의 `시간`을 `움직임`과 함께 구성한, 우리의 감수성을 압도할 정도로 예민하면서도 생명력 있게 움직이는 힘의 이미지 구조에 관한 것이다. 시간과 무관해 보이는 3차원 공간의 입체를 다루는 조각에서, 작가가 작업의 중요 요소로 인식하는`시간`은 움직임이라는 물리적 운동을 순열 속의 작동 원리로 해석한 정교한 이미지이며, 조각에 덧입혀지는 살아있는 현장 현실의 `시간`이고, 조각을 통해 시각화하려했던 순수한 `시간`이다. 그것은 키네틱 조각의 `움직임`에 대해 무수히 많은 시간 그물망들의 중첩으로 인식하는 `시간`의 이해이기도하다.김정락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안수진 작가의 작품, 혹은 기계들에 포함된 메커니즘은 “인간을 둘러싼 환경과 그 환경의 질서이면서 어떠한 합리적 용도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반(反)기계로서 현대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이 된다. 효율과 합리가 유일한 가치인 기계를 닮고자 하는 삶에 대한 공포를 넘어 기계를 인간의 전방위적 도구이자 모티프로 장악해내는 이런 배포야말로 예술이 새로운 기술을 맞는 적절한 태도가 아닐까”라고 평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3

“최치원 일대기 뮤지컬로 보세요”

신라시대 대문장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최치원`이 오는 15~16일 경주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다. 사진 (재)경주문화재단이 실크로드 경주 2015 개최를 기념해 뮤지컬을 제작했다.문장 하나로 황소의 난을 제압하고 아름다운 시로 귀신의 혼을 달래는 천재였으나 신분 한계로 고국에 돌아와서도 언제나 고독한 이방인으로 살았던 선생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특히 우리나라 대표급 연출자와 작곡가 등 스태프 진들이 참여했다.연극 `라이어` 1~3탄과 뮤지컬 `매직 카펫 라이드`, `우먼 인 블랙`의 이현규씨가 연출을 맡았고 작곡가 장소영, 안무가 이란영,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씨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현규씨는 지난 2008년 대한민국국회문화대상을 수상하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장소영은 한국뮤지컬대상을 세 차례나 작곡상을 거머졌다. 역시 이란영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두 차례의 안무상을 수상했으며 박동우는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네 차례의 무대미술상을 수상했다.또한 출연진은 드라마와 뮤지컬을 오가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임강성이 주인공을 맡았고 경주 출신 뮤지컬배우 이정화, 탤런트 안홍진씨 등이 출연한다.경주문화재단은 앞으로 창원시, 문경시, 합천군, 부산 해운대구 등에서 순회 공연을 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뮤지컬 `최치원`을 필두로 그의 삶을 재조명하고, 내년 중국인의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인문 한류아이콘으로 육성할 계획이다.VIP석 3만원, R석 2만원, S석 1만원이며 문화누리카드 소지자는 현장 구매때 30% 할인 혜택을 준다.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15-10-13

바쁘고 지친 일상, 예술감성 한모금

대구미술관(관장 김선희)은 `바쁘고 지친 일상에 예술적 감성`을 더하고자 14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일반시민 200명을 대상으로 미술교양강좌를 실시한다. 대구미술관은 깊어가는 가을,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향유기회를 확대하고 예술적 감성 충족을 돕고자 최재혁 동양미술사학자와 우정아 포스텍교수를 초청해 현대미술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강좌를 실시한다.총 6회로 마련된 이번 강좌에서 최재혁강사는 △도쿄에서 감상하는 동서양미술의 세계(10월14일) △핵시대와 원자력 시대에 대응하는 미술가들(10월28일) △거리의 미술(11월11일) 등 일본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아시아권 미술관을 소개한다.우정아 교수는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11월18일) △노스텔지어-사라진 곳에 대한 기억(11월25일) △관계의 미학과 협업적 창의성(12월9일) 등 현대미술에서 비춰지는 상실과 우울을 키워드로 강의한다.김선희 관장은 “시민들이 현대미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미술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을 초빙하여 미술교양강좌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좌신청은 대구미술관 홈페이지(www.daeguartmuseum.org)를 통해 가능하고 선착순 200명에 한해 무료로 진행된다./윤희정기자

2015-10-12

포항의 가을을 적시는 가곡의 향연

포항시립합창단사진은 오는 13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포항시립합창단 제94회 정기연주회 `가을날의 추억`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국내 정상급 지휘자 윤의중(한세대 교수)의 객원지휘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포항시립합창단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인다.서울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후 미국 신시내티 음악대학원에서 지휘 박사학위를 취득한 윤 지휘자는 국제적인 명성의 지휘자 윤학원의 아들로 2004년부터 현재까지 독일 브레멘, 오스트리아 그라츠, 미국 신시내티, 중국 베이징, 싱가포르 등 세계 합창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정상급 지휘자다.미국에서 유학한 지휘자답게 첫 번째 무대는 밥 칠콧 작곡의 `니다로스 재즈 미사`를 올리고, 이어서 새롭게 편곡한 한국 가곡을 연주한다. 무대의 대미는 `셰난도`, `캠프타운 레이스` 등 무게감 있고 전문적인 레퍼토리로 장식한다. `플라이 미 투 더 문`, `사랑의 찬가`,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등 가을에 어울리는 사랑 노래들을 들려준다.최정호 포항시립합창단 단무장은“낭만과 사색의 계절 가을을 맞아 이번 시립합창단 공연을 통해 가을의 낭만에 흠뻑 빠져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입장료는 전석 2천원이며 지정석 예매는 티켓링크(1588-7890)에서 가능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2

유교책판,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한국국학진흥원에 소장된 `유교책판(사진)`이 지난 9일(아랍에미레이트 현지시각)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12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의(IAC)에서 `등재권고`판정을 받은 뒤 9일 이리나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이를 최종 추인했다.따라서 `유교책판`은 한국의 12번째,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13번째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됐다.`유교책판`은 305개 문중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718종 6만 4천226장의 목판으로,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인쇄·발간하고자 만든 것이다.이러한 자료들은 최근까지 주로 문중이나 서원 등 민간에서 보관해 오던 것으로 경북도의 지원과 한국국학진흥원의 수집·보관 등 10여 년간에 걸친 노력과 등재 신청 준비를 통해 이번에 최종적으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유교책판`은 1460년 청도의 선암서원에서 판각된 `배자예부운략(排字禮部韻略)`부터 1955년에 제작된 책판까지, 시대를 달리하는 다양한 종류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이 가운데에는 `퇴계선생문집`책판과 같은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책판으로부터 근대 출판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판각한 책판도 있다.특히 출처와 시대가 다른 기록물을 한 곳에 모아 신청한 것은 한국에서 처음 시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이는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컬렉션`을 중시하는 현 시책에 부합된다는 점도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큰 요인이 됐다는 후문이다.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세계유산을 최다 보유한 광역지자체의 위상에 걸맞은 체계적인 보존관리 시스템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서인교기자 igseo@kbmaeil.com

2015-10-12

천년전 신라의 소리 30만에 감동 선사

통일 신라시대 때 조성된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소리문화를 재조명하는 `2015 신라 소리축제 에밀레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BBS 불교방송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경북도, 경주시, 불국사 등의 후원으로 4회째 열린 이번 축제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경주 첨성대 잔디광장에서 에밀레 모형 종 타종, 신라문화 체험, 신라 간등회(看燈會)재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축제 기간 외국인 관광객 2천여 명을 포함해 가족단위 관람객을 중심으로 총 30만명이 몰렸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년의 7080 단체 관람객들로 줄을 이으면서 모든 세대가 신라의 종(鐘), 전통등, 신라문화체험을 즐기는 소통과 공감의 장이 됐다. 특히 올해 첫 선을 보인 `디지털 성덕대왕신종`은 신종의 `맥놀이 현상`을 화려한 LED 영상으로 표현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을 뿐만 아니라 개막식 참가 내빈들로부터 `창조적 발상`이 돋보인다는 찬사를 받았다. 아울러 올해 첫 선을 보인 `에밀레 주제가`가 전해주는 감동의 메시지는 중독성이 있다며 호평했다. 여기다 불을 뿜는 공작등과 용등, 전통 혼례등 등 40여 개의 대형 전통등이 어우러지면서 밤 늦은 시간까지 축제장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또 4t 무게의 대형 범종 타종은 일반인들이 평소 접하기 힘든 체험이어서 큰 인기를 모았으며, 선무도, 비천무, 사찰학춤, 국악공연 등으로 매일 개최된 힐링콘서트는 상업성과 오락성에 치우친 다른 축제와 차별화를 꾀했다는 평가다.특히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와의 연계 차원에서 캄보디아, 터키 등 실크로드 국가 공연단이 힐링콘서트에 매일 출연해 신비롭고 이색적인 전통 춤사위를 선보였다. 대구 경명여고 다도반의 다도체험, 탁본과 인경, 금관 만들기 등 40여 가지의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일깨우는 기회가 됐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한민국 유망축제`로 선정된 `신라 소리축제 에밀레전`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면서 앞으로 행사의 격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행사 기간 전문가와 공무원, 학생 등으로 구성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축제평가단이 축제장을 찾아 꼼꼼한 평가를 진행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경주시가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모델로 한 `신라대종`을 만들어 올해 연말 타종을 계획하고 있다”며 “에밀레전을 신라대종과 연계하고 경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12

사물을 골똘하게 바라보는 날카롭고 지적인 통찰

생동하는 우리의 몸을 소재로 해서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미지의 시 세계를 펼쳐온 이현승 시인의 세번째 시집 `생활이라는 생각`(창비)이 출간됐다. `친애하는 사물들`(2012) 이후 3년 만에 새롭게 펴내는 이번 시집은 “몸을 위한, 몸에 의한, 몸의 것일 수밖에 없을 나날의 삶의 육체성이 어떻게 조직되고 통제되는가를 바닥까지 들여다보려는 몸의 헌정서”(이찬, 해설)이다.사물을 골똘하게 바라보는 날카롭고 지적인 통찰과 예민한 감성이 어우러진 가운데 논리정연하면서도 단정한 시편들이 신선한 공감을 일으키며, 새로운 각도로 일상을 들여다보며 세상의 양면적 속성과 존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철학적 사유가 빛나는 위트와 유머 속에 슬픔이 깃든 삶의 아이러니가 돋보인다.“꿈이 현실이 되려면 상상은 얼마나 아파야 하는가./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절망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가.//참으로 이기지 못할 것은 생활이라는 생각이다./그럭저럭 살아지고 그럭저럭 살아가면서/우리는 도피 중이고, 유배 중이고, 망명 중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뭘 해야 한다면//(…)//고독이 수면유도제밖에 안되는 이 삶에서/정말 필요한 건 잠이겠지만/술도 안 마셨는데 해장국이 필요한 아침처럼 다들/그래서 버스에서 전철에서 방에서 의자에서 자고 있지만/참으로 모자란 것은 생활이다”(`생활이라는 생각” 부분)구체적인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현승의 시에는 말 그대로 생활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시인에게 삶이란 “언제나 선택의 편에서 포기를 합리화하는 일”(`허수아비 디자이너`)이기도 하지만 “구할 수 없는 것만을 기도하”(`빗방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영혼들이 “서로 권하고 축이고/또 이렇게 밥 한끼 얻어먹고 다음을 기약하는 일”(`다단계`)이다. “불행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삶”(`씽크홀`)의 비애 속에서 시인은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리고 늘 각성과 졸음이 동시에 육박해 오는 “절박한 삶”(`봉급생활자`)을 살아가는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생활인의 애환에 연민의 눈길과 “차가움에서 시작해 뜨거움으로 가는 악수”(`저글링`)를 건넨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09

이 시대 사랑은 없다

`피로사회` `심리정치`의 저자 한병철 교수(베를린 예술대학)의 신작`에로스의 종말`(문학과지성사, 김태환 옮김)이 출간됐다. 전작 `피로사회`가 `할 수 있다`라는 성과사회의 명령 아래 소진돼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관찰하고,`심리정치`가 자유와 욕망까지 착취하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은밀한 통치술을 파헤쳤다면, 이번 책에서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진정한 사랑이 왜 위기에 처하게 됐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펼쳐나간다. 저자는 에로스가 “완전히 다른 삶의 형식, 완전히 다른 사회를 향한 혁명적 욕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오늘날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투쟁 가운데 하나인 `사랑의 재발명을 위한 투쟁`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2013년 독일에서 출간된 `Agonie des Eros`를 번역한 것으로,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이 책의 불어판(Le Desir: Ou l`enfer de l`identique, 2015)에 쓴 서문`사랑의 재발명`이 함께 수록돼 있다. 한국에 소개되는 한병철의 여섯번째 책.`에로스의 종말`은 “최근 사랑의 종말을 고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려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역사의 오랜 전통 속에서 사랑에 강렬한 의미가 부여돼 왔다면, 오늘날에는 바로 그러한 의미의 사랑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오늘날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적은 과연 누구일까? 한병철은 에로스란 “강한 의미의 타자, 즉 나의 지배 영역에 포섭되지 않는 타자를 향한 것”인데, 환상이 사라지고 경제적인 법칙만이 지배하는 세계, 점점 더 “동일자의 지옥”을 닮아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에로스적 경험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저자에 따르면, 사랑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과잉이나 광기에 빠지지 않은 채 즐길 수 있는, 두 개인 사이의 가벼운 계약 관계가 아니라, 타자의 실존에 대한 근원적인 경험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자아의 파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는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멜랑콜리아`와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 `눈 속의 사냥꾼들`, 바그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을 예로 하여, 절대적 타자성의 경험으로서의 사랑, 완전한 타자의 파국적 침입에 의해 주체의 정상적인 균형 상태를 깨뜨리는 재난으로서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한편으로, 안락함과 나르시시즘적 만족 외에는 관심이 없는 오늘의 세계에서 에로스의 가능성을 짓누르고 있는 실제적인 힘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한병철에 따르면, 에로스는 성과와 `할 수 있음`의 피안에서 성립하는 타자와의 관계다. 즉, “다르다는 것의 부정성, 즉 할 수 있음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있는 타자의 아토피아(atopia)가 에로스적 경험의 본질적 성분을 이룬다.” 사랑의 경험은 불능에 의해 만들어지며, 불능은 타자의 완전한 현현을 위해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성과 원리가 삶의 전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의 세속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랑은 긍정화되고 아무런 부정성을 알지 못하는 단순한 `성애`로 변질된다.이 책은 진정한 사랑의 최소 조건, 즉 사랑을 위해서는 타자의 발견을 위해 자아를 파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데 대한 철두철미한 논증인 동시에, 전적으로 안락함과 나르시시즘적 만족 외에는 관심이 없는 오늘의 세계에서 에로스의 싹을 짓누르고 있는 온갖 함정과 위협들을 깨닫게 해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