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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폭’ 뿌리 뽑자… 하지만 狂風은 경계해야

스포츠계와 연예계를 시작으로 ‘학폭 미투(나도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다. ‘성범죄 미투’에 이어 또 한 번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날 조짐이다.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평생 극복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할 범죄다. 차제에 범죄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찾아서 그릇된 문화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광풍(狂風)이 되어 또 다른 폐해를 낳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가수 진달래와 요아리, 여자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에 이어 배우 조병규, 그룹 TOO 멤버 차웅기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스타들의 학폭 의혹이 쏟아져 민심을 어지럽히고 있다. 조병규의 학폭 논란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마무리돼가고 있고 차웅기 측도 “사실무근”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철없던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망가뜨리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서 논란의 당사자는 무척 당혹스러울 것이다. 스타의 재능을 아끼고 사랑해온 팬들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한다.학폭 논란에 휩싸인 스타들을 바라보는 민심은 일단 매우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한 언론사의 의뢰로 학폭 선수 국가대표 자격 박탈 여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0.1%가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청소년 시절 잘못으로 국가대표 자격 박탈은 지나치다’는 응답은 23.8%에 불과했다.학교폭력예방법 2조의 ‘학교폭력’에 대한 정의는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등을 망라한다. 누구나 알듯이 과거에는 아이들 세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던 미개한 풍토였다.빈대는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자고 초가삼간을 마구 태우는 일은 온당치 않다. ‘학폭’을 제대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근본 원인을 올바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엘리트 체육, 성적 지상주의, 인기 만능 풍조 속에 빼곡 박힌 모순부터 찾아내서 혁신해야 할 것이다. 다만, 마구잡이식 미투 광풍으로 멀쩡한 사회 생태계가 파괴되는 일만큼은 철저하게 차단돼야 마땅하다.

2021-02-18

이틀 연속 600명대… 4차 대유행 막아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또다시 급증세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로 낮췄으나 코로나19 확진자는 되레 늘어나는 양상이다.17일 전국적으로 621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18일에도 똑같은 62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600명대 확진자 발생은 지난달 10일 이후 38일만이다. 15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단계 완화하자 곧바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등하는 추세를 보여 보건당국도 난감한 상황이다.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잠복기가 최대 2주인 점을 고려하면 설 연휴 영향은 다음 주에 가서야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향후 신규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18일 0시 기준 지역에서는 대구 9명, 경북 22명 등 3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전날 29명(대구 14명, 경북 15명)보다 2명이 더 늘었다. 경북은 충남 아산시 귀뚜라미 보일러공장 관련자 등 연속 두자리 수가 이어지고 있다.당국이 거리두기 완화를 시작한 이번 주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추이를 보면 15일 344명, 16일 457명, 17일 621명, 18일 621명 등으로 분위기가 심상찮다. 전문가들은 3-4월의 4차 대유행 가능성까지 예측을 하고 있다.현재 코로나19 확산의 변수는 3가지 정도로 보인다. 설 연휴 이동에 따른 여파가 첫째다. 잠복기를 감안하면 다음 주까지 시한폭탄을 안고 가고 있는 꼴이다. 또 곧 100명 선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의 관리도 중요하다. 그리고 정부가 15일부터 완화한 영업시간 제한조치가 미칠 파장이다.보건당국은 신규 확진자 수가 지속 증가하면 완화된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방식의 방역체계도 미룰수 있다고도 했다.전문가에 따라 4차 대유행이 시작하면 하루 1천명대까지 올라갔던 3차 대유행기 보다 더 많은 하루 2천명대 발생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달 26일부터 코로나 예방 접종이 시작되고 3월에는 학생들의 개학도 예정돼 있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할 당국으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곤혹스럽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방역의 고삐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한다.

2021-02-18

“삼중수소 누출 無”… 괴담 조작세력 밝혀내야

민심을 흔들었던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출 괴담에 침묵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무려 한 달 만에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취지의 공식 견해를 밝혔다. 가짜 전문가들이 시작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들고나선 삼중수소 논란은 검찰의 탈원전 수사를 막으려는 조잡한 꼼수라는 것이 세평이다. 가당찮은 문제를 일으켜 혹세무민(惑世誣民)한 불온세력과 집권 여당의 장난질은 그 실체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원안위는 제1야당 국민의힘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현재까지 월성원전 제한구역 경계에서 허용치를 초과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없다”며 “차수막(遮水幕) 손상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감마핵종)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출관리기준보다 18배 많은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터빈 건물 지하 집수정(集水井)에 있는 고인 물에서 나온 것이고, 외부로 방출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그간 전문가들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삼중수소 유출 주장을 반박해 왔음에도 원안위는 지난달 17일 “민간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겠다”고 했을 뿐 사태를 방조해왔다. 야당은 “원자력 안전의 최고 책임기관이 정치적 눈치를 보며 원전 괴담 유포에 가담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해왔다.삼중수소 논란은 시민단체가 공포를 부추기고, 약속이나 한 듯 여당 대표가 ‘충격적’이라며 광우병·사드 전자파 괴담을 연상케 하는 공포마케팅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 소동은 과학자들의 정직한 반론으로 힘을 잃었다. 특히 정용훈 KAIST 교수가 “삼중수소 1년 피폭량이 바나나 6개 혹은 멸치 1g 섭취량에 불과해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하면서 불순한 의도는 단숨에 무력화됐다.일부 환경단체와 여당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을 잇달아 제기한 배경은 단지 방사능에 대한 무지가 빚은 참사의 차원을 넘어선다. 사태를 침소봉대하고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한 괴담 유포자들은 이제라도 깊이 사과하고 반성하는 게 옳다. 이념·정치 과잉으로 범벅된 거짓 선전 선동이 과학적 진실을 뭉개는 장난질은 발본색원돼야 한다.

2021-02-17

활기 찾는 도심… 방역 관리가 승패 가른다

정부가 대구·경북을 포함한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 15일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하자 도심거리가 서서히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대구와 포항 등의 도심 일부 주점은 자정 가까이까지 고객의 발길이 이어져 영업시간 해제에 따른 시장반응이 즉각 나타나고 있다.종전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하던 때와는 달리 업주들도 영업시간 해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수도권에 한해 1.5단계로 낮춘 배경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주고자 하는 데 있다. 방역만 생각한다면 영업시간 제한이 불가피하겠지만 경제를 도외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 문을 닫거나 폐업위기에 몰려 있다. 더 이상의 영업제한은 생계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점이 충분히 고려돼 문재인 대통령도 3월부터 방역체계를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거리두기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등 강제조치를 최소화 하고 방역수칙 위반을 엄격히 제한하는 체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장기전에 들어간 만큼 방역에만 무게를 두고 갈 수는 없다. 이제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아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는 방역당국의 엄격한 방역관리 시스템 작동과 동시에 국민 스스로도 엄격한 방역수칙 준수자가 돼야 하는 것이 전제다. 아직 전국적으로 하루 300∼400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조그마한 방심도 허용돼선 안 된다.특히 설 연휴가 지나면서 고향을 찾은 귀성객과 가족들의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역사회 연쇄감염이 우려되기도 한다. 철저한 방역의식이 절박한 때다.우리나라는 이달 26일부터 코로나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 방역관리 체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백신접종 효과를 살피면서 방역관리 전반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업소의 영업시간 해제가 방역관리 실패로 또다시 영업시간 제한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 대구경북은 코로나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한 도시다. 높은 시민의식으로 모처럼 주어진 자율시간을 성공적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2021-02-17

빌 게이츠 “기후변화 대응에 ‘原電’ 필요” 충고

최근 세계적으로 끔찍한 기후재앙 관련 소식들이 잇달아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출판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원전(原電)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서 관심을 끌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막대한 국익손실은 물론 탄소중립 달성에 적신호가 켜진 우리나라로서는 따끔한 이야기다. 지금이라도 섣부른 ‘탈원전’ 정책은 재검토되는 것이 옳다.세계 각국의 기후재앙 소식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때아닌 겨울 폭우로 물바다가 됐다. 칠레 연안에서 정어리들이 떼죽음을 당해 밀려들었고, 사하라 사막에서는 느닷없는 강설로 허둥대는 낙타들의 모습이 전해졌다. 인도에서는 히말라야산맥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만든 홍수로 200명 넘게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빌 게이츠는 21년 만에 쓴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인 510억 톤(t)을 ‘제로(0)’로 만들지 못하면 인류 전체가 코로나보다 더 큰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원전이 아니고는 가까운 미래에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망을 탈 탄소화할 방법이 없다”며 “MIT가 2018년 1천 가지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분석했는데 그중 가장 싼 방법은 모두 원자력을 활용한 방법이었다”고 소개했다.빌 게이츠는 특히 “자동차가 사람을 죽인다고 자동차를 없애자고 하지는 않는다”며 “테라와트시(TW·h) 전력당 석탄은 24.6명, 석유는 18.4명의 사망 사고가 났으며, 원전은 0.07명이 숨졌다”는 비교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이 1천2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최고 부자이자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을 통해 전 세계적 규모의 자선활동을 펼치며 시대적 선각자 반열에 들어있는 빌 게이츠의 충고를 우리 위정자들은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는 대규모 태양광·풍력발전이 어렵다는 그의 지적을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단지 대선공약이라는 명분만으로 조급하게 단행된 어리석은 ‘탈원전’ 정책은 하루빨리 중단돼야 한다.

2021-02-16

코로나 백신 접종, 대구경북은 차질 없나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백신예방 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일단 보류키로 결정했다. 이번에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유럽 여러 나라에서 고령층 접종을 금하고 있고 미국도 추가 임상 중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국내 의사협회서도 아스트라제네카의 고령층 접종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보건당국의 조치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만65세 이상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보류되면서 국내 코로나19 백신접종은 초반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11월까지 형성하려 했던 전국민 집단면역 목표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가 된다.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은 77개국 1억7천만명분에 이른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의 백신접종은 출발부터 늦었다. 그나마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차질을 빚으면서 백신접종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백신별 도입물량도 아직 확실치 않아 정부의 백신접종 계획에 대해 국민적 불신도 적지가 않다. 아직 하루 300∼400명대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집단감염이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다. 국민의 피로감과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등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도 15일부터 한 단계 완화됐다. 식당이나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방역관리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문재인 대통령은 3월부터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방역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동적 방역에서 적극적 방역으로 방역의 틀을 바꾸는 것이어서 백신접종의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 하겠다.정부의 백신접종 계획에 따라 대구와 경북에서도 백신접종 준비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부시장 부지사를 단장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추진단을 꾸리고 백신접종 위탁의료기관 선정 등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 백신접종에 앞서 접종센터 지정과 시설, 장비 확보 특히 의료인력 확보 등에 차질이 없도록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포항시의 1가구 1명 코로나 진단검사 때처럼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처음 실시하는 코로나19 백신접종이라는 사실에 유념하고 각종 준비에 반복적인 점검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있었던 독감백신 상온보관 문제와 같은 말썽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시도민의 눈이 백신접종에 쏠려 있다는 점 보건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1-02-16

가덕도에 맞서 통합신공항 특별법 만들어야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수적 힘으로 밀어붙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사실상 법 통과만 남겨둔 셈이다. 여당은 5년 전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합의해 결정한 국책사업인 김해신공항안을 백지화시키고 4월 선거를 의식, 부산 여론을 쫓아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만든 것이다. 특별법의 내용이 부실하고 국책사업이 선거에 떠밀려 졸속으로 변경됐다는 비난에도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은 이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전액 국비사업으로 건설된다는 것이 기정 사실화됐다.대구와 경북은 김해신공항안을 전제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을 어렵사리 추진해왔다. 이전 건설비는 현 군부대(K-2)를 처분한 비용으로 한다는 조건이다. 이른바 기부대 양여 방식이다. 기부대 양여 방식은 애초부터 사업비 조달 가능여부가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논란보다 이전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밀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군위·의성지역으로 이전을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김해신공항이 아닌 가덕도 신공항과 경쟁해야 하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입장이다. 부산항을 낀 부울경의 전체 경제력과 비교해 볼 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활성화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대구경북의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서명하고 발의한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특별법이 어제 국회에서 공청회를 가졌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전액 국비로 건설되는 것처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도 전액 국비사업으로 지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극렬히 반대한 대구경북으로서는 한발 물러선 입장이나 현재로서는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9조원이 소요되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비를 국비로 한다면 실리라도 챙길 수 있다는 의도다.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이같은 특별법 제정으로 가덕도 특별법에 대응하려는 것은 지금 상황 아래에선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지역의 주장이 틀리지 않다.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만 하다가는 이도저도 얻지 못하는 꼴이 되기 십상여서 실리를 앞세운 통합신공항 특별법 선택은 불가피하다. 이제 성사가 관건이다. 통합신공항 특별법 성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의 절차적 문제는 다음에 가서 따져도 된다.

2021-02-15

최악 고용 쇼크…‘혈세 일자리’만으론 안 된다

고용 쇼크가 ‘대참사’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백만 명 가까이나 줄었다. 대구·경북 고용 동향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규제를 늘리면서 정부재정을 동원한 통계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정부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 동향’을 보면, 취업자가 한 해 전보다 98만2천명 줄어 외환위기인 1998년 12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실업자도 157만명으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 1999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실업률도 5.7%로, 1999년 8월 이후 가장 높다.대구·경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대구·경북 고용 동향’에서 1월 경북지역의 실업률은 6.0%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8%p 상승했다. 1999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대구의 실업률도 5.7%로 지난 2018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자 숫자 역시 대구가 7만 명으로 지난 2018년 4월 이후 가장 많았다. 경북의 실업자 역시 8만 5천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사상 유례없는 고용 쇼크 폭발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희대의 감염병 폭발 여파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익공유법·집단소송법 등 기업의 팔을 비트는 일만 탐닉하고, 정부는 재정을 동원해 고용통계 숫자를 관리하는 데만 급급한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는 재정을 투입해 1분기 중 90만 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대책만 내놓았다.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들이 신바람 나게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걷어내는 등 산업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여권과 그 지지세력들이 품고 있는 듯한 일종의 ‘반기업 정서’를 걷어내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 화려하던 ‘일자리 정부’ 캐치프레이즈는 지금 어디로 갔나.

2021-02-15

거리두기 완화… 지금부터는 경제 살리기다

정부가 15일부터 거리두기를 수도권 2단계, 비수권은 1.5단계로 낮추었다. 이로써 수도권의 식당·카페 등은 지금보다 1시간 늦은 밤 10시까지 영업이 연장되며 비수도권은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진다.비수도권인 대구와 경북에서는 식당·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져 그동안 어려움을 호소했던 관련업계가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그러나 정부가 5인이상 사적모임에 대해서 여전히 금지하고 유흥업종 등은 밤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을 제한했다. 완화라 하지만 완전한 자율영업이 이뤄지는 단계는 아니다. 특히 5인이상 사적모임 금지로 단체손님을 받을 수 없는 식당 등의 불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당국의 조치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오랫동안 침체돼 왔던 경제에 활력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정부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막심한 피해를 고려해 조치를 완화했다고 했다.지금 국내 경제 사정은 코로나 사태로 벼랑 끝에 서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중 고용동향을 보면 올 1월 취업자 수는 1년 전 보다 98만여명이 줄었다. 외환위기인 1998년 12월 이후 가장 컸다. 모든 연령층에서 취업자가 줄고 숙박·음식점, 도소매업 등 대면 서비스 업종의 피해가 컸다.대구와 경북과 같이 중소 및 영세업종이 주류를 이루는 지방도시일수록 피해가 막심하다는 분석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최근 중앙재난대책 회의에서 “수도권과 지방을 각기 다른 수준으로 방역수칙을 적용해 달라”했다. 코로나 발생이 수도권에 집중됨에도 지방이 같은 수칙을 적용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경북 23개 시군 중 8개 시군은 최근 한달동안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일률적 규제로 지방이 속수무책 피해를 입고 있다는 뜻이다.그동안 정부가 방역에 무게를 두는 바람에 경제살리기에 소극 대응한 측면이 있다. 그로 인해 영세 상공인이 받은 쇼크는 말로 다할 수 없다. 이제부터는 경제 살리는 데 힘을 더 쏟아야 한다. 재정 지원이라는 소극적 방법보다 경제 여건을 개선하는 적극적 정책으로 시장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코로나 발생 정도에 따라 지역을 세분화하는 세밀하고 적극적 행정으로 경제 활로를 열어야 한다. 이제는 방역·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 정책이 필요하다.

2021-02-14

아동학대 근절 위해 ‘부모교육 의무제’ 도입해야

정부의 근절책과 사회적 관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동학대’ 사건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에도 이어진 관련 보도 때문에 뉴스 보기가 두려울 지경이었다. 등장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이란 거의 대증요법(對症療法)적 방안들이다. 필요한 대책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방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젠 ‘부모교육 의무제’를 검토할 때다. 아무나 부모가 되고, 아이들을 학대하는 야만적 문화를 척결하기 위한 특별한 대책이 시급해졌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는 2살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의 외할머니가 빌라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집을 찾았다가 숨진 외손녀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의 친부는 오래전 집을 나갔고, 친모 A씨는 6개월 전에 빈집에 아이를 혼자 버려두고 이사를 간 것으로 밝혀져 경악을 부른다. 전북 익산시 한 오피스텔에서는 부모가 ‘분유를 토한다’고 생후 2주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인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동학대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가 속발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여야 국회의원 139명이 대통령 산하에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 제정안을 발의하는 등 의료법 일부 개정법안,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관련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도 아동학대 신고가 두 번 접수되면 즉시 아이를 부모에게서 떼어놓도록 하는 일명 ‘정인이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하지만 이런 대응들은 거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수준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의 유형 중 부모가 75.6%에 이른다는 사실은 ‘아무나 부모가 되는’ 세상을 바꾸지 않고서는 아동학대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시사한다. 1980년 ‘부모면허제’를 도입하자는 학계의 급진적 제안이 나온 이후 ‘부모교육’ 시스템을 발전시킨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노름판 판돈 걸듯 출산장려금을 부르고 있는 상황에서, 아동학대의 비극을 끝내기 위한 ‘부모교육 의무화’는 적극적으로 검토되는 것이 옳다.

2021-02-14

민생경제 활성화 대책 성과 있기를

이강덕 포항시장과 주낙영 경주시장은 8일 각각 비대면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을 골자로 하는 민생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1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입은 지역 내 상인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골목상권 등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포항시는 총 7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푼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물론 간접 피해를 입은 업종도 예산 지원 대상이다. 포항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단란주점 등 565개 업소에 대해 각각 200만원을 지원한다. 또 시간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식당이나 카페, 노래연습장 등 1만1천303개 업소에 대해서는 100만원씩을 지원키로 했다.경주시도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251개 업소에 대해 200만원을, 식당 등 9천168개 업소는 각 1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경북도내 각 지자체가 코로나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지방소재 지자체 예산으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 이후 자영업자 등의 영업 손실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는 마당이라 지자체의 고민도 그만큼 커진 상태다.포항시와 경주시가 발표한 민생경제 활성화 대책은 이런 점에서 파격적이면서 용기 있는 대책이라 하겠다. 포항시와 경주시는 가용한 재원을 모두 모아 민생대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예산이 많은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의 지자체가 취약한 재정난을 극복하면서 서민경제 활력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만으로도 칭찬 받을만 하다.포항의 경우 코로나 1년 동안 5천862군데 업소가 폐업을 했으며 점포 공실률이 24%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서민경제는 고사 상태에 빠지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추가 도산도 불을 보듯 뻔하다.지금 서민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다. 설날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시장 경기는 썰렁하다. 대목 경기가 사라져 상인들의 한숨 소리만 높게 들린다.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지자체의 뼈 깎는 노력들이 서민경제에 스며들어 성과를 내길 간절히 바란다.

2021-02-09

더 교묘해진 ‘검찰총장 패싱’, 독립성 훼손 심각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패싱’ 인사가 또다시 재연됐다. 신임 박범계 장관은 소통을 강조하고, 윤석열 총장과 만나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검찰총장의 독립적 인사권을 존중하는 척했지만, 결과적으로 패싱 기법이 더 교묘해졌을 뿐 추미애 전 장관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윤석열 총장을 ‘식물 총장’ 상태에 묶어두겠다는 여권의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수십 년 제도와 관행으로 진전시켜온 검찰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법무부가 단행한 검사장급 검찰 인사에서 심재철 검찰국장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자리를 맞바꿨다. 공석이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조종태 춘천지검장을, 후임에는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을 임명한 게 전부다. 승진은 없고 전보도 4명에 불과한 소폭 인사다. 문제는 바뀐 장관의 이번 인사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이 철저히 배격됐다는 사실이다. 박 장관의 ‘소통’ 운운은 그저 정치적 제스처였을 뿐 결과는 ‘추미애 시즌2’였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지난 5일 회동에서 박 장관이 인사 기준만 설명하자 윤 총장은 지휘통솔 능력을 상실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총장 징계에 앞장선 대검 참모진 교체 등 ‘신상필벌’에 기초한 3가지 인사 원칙을 요구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구체적 인사안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정권 편향 검찰 간부들을 중용하거나 유임시킨 인사의 원칙이나 배경은 도무지 설명이 없으니 그저 그 뻔한 사유를 짐작하기만 할 따름이다. 문제는 추미애 장관이 마구 부숴버린 ‘검찰독립’을 위한 제도와 관행들이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법무부 장관이 검사 인사제청을 하기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는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찰독립을 위해 총장의 인사권을 최대한 존중하라는 정신을 담은 장치다. 그런데도 추 장관 이후 느닷없이 ‘의견을 들어’라는 문구에 대한 축소해석을 들고나와 검찰총장의 인사권을 뭉개는 행위가 관행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검찰 내부의 한탄이 안타까운 비명으로 들려온다. 어쩌다가 우리 검찰의 위상이 이 지경이 됐나.

2021-02-09

‘이웃사촌 시범마을’ 성공적 안착을 기대한다

경북도와 의성군이 추진하는 ‘이웃사촌 시범마을’ 사업이 순항 중이라 한다. 의성군 안계면 일대에 조성 중인 이웃사촌 시범마을은 일자리와 주거, 문화, 복지 등이 복합된 마을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저출산 등에 의한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대안 사업으로 경북도가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다. 특히 청년층의 농촌 유입과 일자리 창출 여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지가 관심을 모으는 사업이다. 경북도와 의성군은 전국 1위의 인구소멸 위험지역인 의성군에 청년시범마을을 건립기로 하고 2019년부터 이곳 시범마을에 스마트 팜, 특화농공단지, 청년허브센터, 청년예술창고 등 청년경제 중심의 환경을 꾸미고 있다. 농촌을 떠났던 청년이나 도시의 청년들이 몰려들 수 있도록 주거시설에서 창업환경 조성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이 사업으로 현재 40여 명의 청년이 이곳에 입주했다. 지난해 11월 준공한 4ha 규모 스마트 팜 농장에는 청년농부 43명이 딸기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또 이곳에서 창업을 시작한 청년 8명이 생산한 딸기는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수제맥주 공방과 유럽식 파스타 식당, 지역생산 농산물 판매점 등이 들어선 소보안계로는 안리단길로 불리며 청년거리로 변신 중이라 한다. 컨테이너 하우스와 모듈러 주택 등 실속형 보금자리가 마련되고 농촌지역에는 드물게 LH에서 청년 행복주택 140세대도 올해 중 착공할 예정이다.안계평야에 조성 중인 경관단지가 확대되는 등 사업 착수 2년 차를 맞은 이웃사촌 시범마을 사업이 착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진행되는 이웃사촌 시범마을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의성군은 4년 전 조사에서 전국 1위의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으로 30년 내 사라지는 도시로 지목된 바 있다.의성군에서 시행 중인 이웃사촌 시범마을은 우리나라 농촌지역이 직면한 고령화, 청년유출의 문제에 대응하는 대안사업이란 점에서 앞으로도 주의깊게 지켜볼 사업이다. 농촌지역에 청년을 유입하는 일이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관광산업과 연계하는 등 혁신적 아이디어 개발과 함께 세심한 관리와 지원이 필수다. 지속 가능성과 성공적 미래가 보인다면 청년들이 귀농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21-02-08

새 부동산 대책, ‘수도권 집중’ 가속화 우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4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절반이 넘는 국민이 불신을 드러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과 경기에 61만여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그러잖아도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멸 위기에 빠진 지방의 문제를 해소할 특별한 방안들이 반드시 함께 모색돼야 할 것이다.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한 언론사의 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2·4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 효과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3.1%(대구·경북 61.0%)로 나타났다. ‘도움 될 것’이라는 응답은 41.7%(대구·경북 31.9%)에 그쳤다.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2·4 부동산 대책은 오는 2025년까지 공공 재개발·재건축, 역세권개발 사업, 신규 택지조성 등을 통해 전국에 83만6천 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 32만3천 가구, 인천·경기 29만 3천 가구 등 수도권에 61만6천 가구가 몰려있다.지난 3년 반 동안 줄곧 ‘공급’ 필요성을 부정하는 이상한 대책을 24번이나 내놓던 정부가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지역조차 빠진 대규모 공급방안을 덜컥 내놓은 형국이다.서울·경기 위주의 주택 공급 폭탄이 기존의 수도권 인구 집중화 현상을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는 모두 8만8천 명으로서 지난 2006년 이래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에서 순유출된 인구는 1만7천 명으로 지방에서 가장 많은 숫자였다.이번 물량 공세 약속은 일단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수도권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란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화 현상의 속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소멸 위기에 빠진 지방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시급해졌다.대증요법(對症療法)에 급급한 정부의 냉탕온탕 대책의 한계가 씁쓸하기 짝이 없다.

2021-02-08

취약계층이 최대 피해자… 집중 지원해야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용직 근로자나 저임금 근로자 등 취약계층일수록 고용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지역의 취업자 수가 대면 위주의 전통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여성이나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더 부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종사자의 고용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 음식·숙박업은 2019년 한해동안 2만3천명이 감소했으나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해는 6만명으로 그 폭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대구경북의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 6.7%가 감소해 전국 평균(4.6%)보다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의 청년 고용 상황은 최악 상태라 할만하다.전국적으로도 코로나 여파로 고용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전국적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일을 하고 싶으나 직장의 휴·폐업, 사업 부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40%는 임시직 근로자며 23%는 일용직 근로자로 집계됐다. 또 가계소득도 소득하위 계층은 1.1% 감소했으나 소득상위 계층은 2.9%가 증가했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지는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가 후퇴하면서 일용직이나 임시고용직 등 취약계층일수록 어려움이 더 가중되었던 것이 각종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1930년대 대공항 이후 가장 큰 경제 재앙이며 특히 취약계층에 큰 타격을 입혀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1년 이상 지속된 지금의 우리 상황이 그렇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약계층의 경제난이 이젠 극에 달했다.경북도 등 행정기관에서 취약층에 대한 각종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다.정부가 또다시 재난 지원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재난 지원금만큼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하는 것이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1-02-07

김명수 대법원장 논란 확산… 핵심은 ‘편향성’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킨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음파일로 거짓말이 들통 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 돌아보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사법부 내의 ‘하나회’라고 불리는 진보성향 판사들의 사조직 정리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거짓말’이 아니라 ‘편향성’이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그 금도를 확실하게 넘었다.보수 성향의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한변은 “김 대법원장에게 마지막 법관으로서의 소명의식과 수오지심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다면 이제라도 즉각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물러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포털사이트 판사 익명 게시판 ‘이판사판’에 올라온 글들도 살벌하다. ‘대법원장 2’라는 글을 올린 판사는 “어제 일어난 일들로 저는 새벽에 잠이 벌떡 깨고 아침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대법원장님은 ‘쏘리’ 한마디 하고 발 뻗고 주무셨습니까”라고 힐난했다. ‘대법원장님’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판사는 “이제 법조 선배, 조직과 수장과의 대화도 녹취하지 않으면 도리어 거짓말쟁이로 몰릴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야 하느냐”고 비꼬았다.검찰 개혁위원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의 발언이 눈에 띈다. 김 변호사는 “과거 법원의 엘리트 서클 ‘민사판례연구회’를 그렇게 비판하던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그보다 더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고 그런 사법부 정치화의 정점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있다”고 직격했다.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허물이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녹음파일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정치적 ‘편향성’이다.건강상의 문제로 사표를 제출한 임 판사를 향해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고 했다. 그의 정치편향을 입증하는 부인하기 힘든 뚜렷한 증거다. 김 대법원장의 용퇴는 물론, 사법부 내의 사조직도 일소돼야 한다. 차제에 패거리 의식에 찌든 이념 판사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모두 정리하는 게 맞다.

2021-02-07

변이 바이러스 비상… 설 연휴 방역이 고비다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설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에서도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비상이다.방역당국이 지난 1일 이후 27명의 검체를 분석한 결과, 5명의 검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한다. 영국발 변이가 4명, 남아공발 변이가 1명이다. 남아공발 변이는 경북 구미에서, 영국발 변이는 경남과 전남에서 각각 발생해 국내서도 처음으로 지역감염 사례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28일 국내 처음으로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발생한 이후 누적 감염자는 39명에 이르고 있다.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한데다 백신효과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영국, 남아공, 브라질 등 3종의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3종 모두가 발생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9개국뿐이다. 한국도 그 중 하나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심각히 우려하며 3-4월 4차 대유행의 불씨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지난 11월 중순부터 3차 대유행에 접어든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신규 발생자가 300명대로 일시 떨어졌다가 다시 400명대 선을 회복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산발적 발생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정 종교집단 집단발생 사례를 떠나 의료기관, 음식점, 직장, 어학원 등 곳곳에서 산발적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질병관리청은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가 1월 중 3천3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최근 일주일 사이 경로 미확인 감염비율이 22%나 된다.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감염될지 모르는 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설 연휴까지 연장하고 5인 이상 모임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설 연휴기간 동안 가족간 모임이 실효적으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직계가족도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한 조치를 두고 시중에는 논란이 한창이다.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민적 피로감도 높아진 상태다. 당국의 방역조치가 설 명절 앞에 또한번의 고비를 맞고 있다. 당국의 철저한 방역망 관리와 함께 국민 각자도 방역수칙 준수에 잠시라도 긴장감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2021-02-04

대법원장 ‘판사 탄핵’ 공모 논란… 진실 밝혀져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22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 ‘판사 탄핵’ 발언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사법부 독립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녹취록에 의하면 김 대법원장은 임 판사 탄핵을 논하는 민주당의 눈치를 보는 듯한 언급이 역력하다. 판사에 대한 외부의 압력을 막을 의무를 저버린 사법부 수장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야기되면서, 그 파장을 가늠키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찾아온 임 판사의 사의를 만류하면서 “탄핵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민주당이)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하고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발언을 한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김 대법원장이 정치권과 법관 탄핵을 공모(共謀)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야권을 중심으로 맹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정권 하수인 노릇을 하며 무려 100명이 넘는 판사를 검찰 조사에 넘겼다”고 상기하고 “비굴한 모습으로 연명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 되돌아보며 올바른 선택을 하기 촉구한다”고 비난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사법부 스스로가 권력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라며 “김 대법원장이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라고 힐난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사법부의 수장이란 사람이 1심에서 무죄 선고된 후배 법관을 탄핵시키기 위해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며 “법을 떠나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스스로 사법부의 권위를 짓밟은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김 대법원장이 녹취록 공개 전 공문서 등으로 문제의 발언 내용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것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두고두고 공방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4일 임성근 판사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찬성 179, 반대 102표로 가결했다. 어쩌다가 이 나라 사법부가 이 꼴이 됐는지 참담하기 짝이 없다.

2021-02-04

확고한 ‘국방 의지’ 못 담아낸 국방백서 괜찮나

국방부가 내놓은 ‘2020 국방백서’는 국민에게 정부의 확고한 ‘국방 의지’를 설득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북한과 중국에는 설설 기고 미국, 일본과는 더 멀어진 ‘국방 포기 백서’라는 맹비난조차 나오는 판이다. 정치 논리에 휩쓸려 안보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힐난도 나온다. 국방부가 국민 모두로부터 흔쾌한 박수를 받는 나라여야만 국가안보 선진국이다. 국방부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부터 추상적이다. 국어사전에나 나올 법한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이라는 표현은 무기력한 인상마저 풍긴다. 북한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여단을 9개에서 13개로 늘렸고 특수작전군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내용과 배치된다. 김여정은 지난해 6월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후 대한민국을 분명히 ‘적’이라고 표현했다.국방백서는 북한 ‘정권세습’ 대신 ‘집권’으로 기술함으로써 정상적인 국가인 양 포장했다. 공무원 총살 사건에 대해서도 김정은의 유감 표명을 부각하고 굳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고 표현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중국 군용기 카디즈 침범, 중국 군함 ‘서해 공정’은 아예 빼버렸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해선 ‘중국 겨냥’으로 규정해 친중 편향성을 시사했다.반면에 일본은 ‘동반자’에서 ‘이웃’으로 격하해 ‘반일감정’을 악용하는 정치 논리에 편승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대목은 더 문제다. 실질적 핵보유국인 북한을 상대하면서 대책도 없이 몰려가는 안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특히나 한껏 축소된 한미연합훈련을 더 줄이려는 정권 아래에서 국방부까지 왜 이러는지 알 길이 없다.역사가 증명하듯이, 한 나라의 국방은 무적(無敵)의 ‘싸움닭’ 같은 군대와 필승을 확신하는 국민의 신뢰가 완성해 낸다. 완벽한 전투력과 승전 의지로 충만한 국방부가 필요하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며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는 국방백서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국방부의 행태로는 안 된다.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딱한 국민에게 고작 이런 정도의 국방 설계도라니 말이 되나.

2021-02-03

TK 정치권, 가덕도 대응 전략부터 밝혀라

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당론으로 정하자 TK의원을 향한 대구경북지역 여론의 일성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다”였다. 애쓰던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하는 말인데 TK 정치권이 애나 썼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꿀 먹은 벙어리 꼴이 맞다.부산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외칠 때 TK의원들이 머리를 몇 차례 맞댔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엉거주춤하는 사이에 소속당인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당론으로 정했다. 게다가 한일간 해저터널 건설도 검토하겠다는 의견까지 제시해 대구경북민은 할 말을 잃었다.여당인 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지지로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불리하게 전개된 데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백번 고려하더라도 TK의원들의 태도는 이해하기가 어렵다.김종인 비대위원장이 TK 반발에 대해 “더이상 다른 이야기는 필요가 없다”는 식의 대답은 대구경북을 안중에 두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TK의원들의 당내 위상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가덕도 신공항 진행과정을 보면 지역민의 여론을 대변해야 할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소신있는 발언이나 행동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대구경북 25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김상훈·강대식 두 의원이 겨우 성명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과 관련한 절차적 부당성을 지적했으나 바위에 대침 놓기 수준이다.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영남권 5대 광역시의 합의를 파괴한 것임을 잘 아는 국민의힘이 찬성으로 돌아설 때는 대구경북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정치적 도리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이나 예타면제 등의 대안 제시 정도는 기본적 발상이다.당내에 이런 분위기를 미리 조성해 가는 것은 TK 정치권의 역량인 것이다. 이제와 일각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을 가덕도 특별법과 함께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대응전략을 어떻게 할지는 고심거리다.위기는 기회가 된다. 대구경북 정치권의 역량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가덕도 신공항을 두고 대구경북이 명분과 실리를 다 잃을 수도 있으나 이를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TK 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응할 대구경북의 미래전략을 이제 제대로 밝히고 실천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21-02-03

與野 ‘판사 탄핵’ 공방… 사법권위 회복 시급

정치권의 ‘판사 탄핵’ 공방이 격화되면서 사법부의 권위가 말이 아니다. 아군-적군으로 나뉘어 총질을 거듭하는 여야정치권에서 재판부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판사’를 가차 없이 인신공격하는 풍조가 만연하던 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굳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절차를 밟자 야당은 이를 ‘판사 길들이기’라고 해석하고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반격하고 있다. 사법부의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 161명이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 가결 조건인 재적 과반(151명 이상)을 넘겼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헌재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큰 ‘부관참시형 탄핵’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뻔하다”면서 “최강욱·정경심 유죄 판결 등 여당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린 법관을 향한 위협이자 보복”이라고 해석했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주 원내대표는 “대법원은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고, 또 4·15 부정선거 판결을 지연시켜서 대법관 전원이 고발된 상황”이라며 “김 대법원장의 탄핵에 대비해 여러 자료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민주당의 탄핵추진 대상인 임성근 부장판사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 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여당의 주장은 저에 대한 1심 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법관 탄핵은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권능이 발동되는 것”이라면서 “국회법에 따른 사실 조사가 선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정치적 이익을 노린 특정 정당의 ‘판사 탄핵’은 옳지 않다. 더욱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임 판사에 대한 민주당의 이상한 탄핵 추진은 자파 정치인을 위해 강변하던 ‘무죄 추정의 원칙’을 몰각한 자가당착적 횡포다. 국회 다수의 힘으로 ‘사법부 독립’을 파괴하는 행동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사법권위 회복을 위한 절제와 겸허의 미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2021-02-02

가덕도 공항, 정치가 절차적 정당성 뭉갰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어정쩡한 입장이던 국민의 힘이 적극 지원으로 입장을 바꿨다. 김종인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은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공항 특별법이 여야 합의 하에 처리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당 차원에서 가덕도 공항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덕도 공항 하나로 부산경제가 확 달라지지 않는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던 김 위원장이다.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가덕도 여건에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4월 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부산 민심이 가덕도 공항을 열렬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가덕도 특별법을 2월 중 국회 통과로 밀어붙이면서 부산 민심이 들썩이자 야당도 가덕도 신공항 적극 지지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정당정치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지만 정부의 국책사업을 정치가 뒤엎는 결과여서 우려도 많다. 선거 때가 되면 제2 제3의 가덕도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가덕도 신공항은 대구와 경북이 포함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오랜 논란 끝에 합의한 김해신공항안을 백지화한 것이다. 김해신공항안을 백지화하려면 대구경북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국토부의 절차적 과정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대구경북 의견 청취는 고사하고 10조원의 국책사업이 정치권 말 한마디로 뒤집힌 것이다.공항 문제를 다루는 국토부가 해야 할 일을 정치권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마음대로 정한 것이다. 가덕도는 5년전 김해신공항 확장안으로 결론날 때 경제성 등에서 가장 입지가 나쁜 곳으로 평가된 곳이다. 공항을 건설하려면 주변도로와 배후시설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도 해당부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된다.절차적 정당성이 정치권에 의해 뭉개져 향후에 이 문제가 재론될 소지도 있다. 무엇보다 법적 절차에 따라 통합신공항 사업을 착실히 추진해온 대구경북의 입장이 곤혹스럽다. 이가 통합신공항 건설에 미칠 파장도 이만저만 아니다.선거용으로 전락한 기덕도 신공항을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도 없다. 이제 가덕도 신공항은 선거를 앞세워 빠르게 추진될 것이다. 대구와 경북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심각히 고민할 때다. 지역정치권의 대응에 시도민의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2021-02-02

설 연휴까지 거리두기 연장…이번이 마지막이길

정부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달 14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2주간 더 연장했다. 이에 따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도 같은기간 만큼 연장된다.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9시 이후 영업시간 제한조치도 현행대로 유지된다. 대구와 경북도 정부 지침에 맞춰 똑같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설 연휴까지 유지된다. 특히 이번 설 명절에는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4인까지만 모임이 허용돼 고향방문이나 친지와 가족간 모임도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설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친지간 만남이 제한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매우 위중한 분위기여서 불가피한 조치라 여겨지나 부모자식간의 만남조차 제약된다 생각하니 기가 막힌 상황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해 12월 8일부터 시작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국민적 피로감도 높은 상태다. 무엇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이 받은 경제적 충격은 실로 엄청나다. 상당수 자영업자가 점포 문을 닫거나 임대료를 내지 못해 사지에 몰려 있다. 설 명절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도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장조치에 좌절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젠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정부도 이런 점 때문에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확산세가 꺾였다고 보기가 일러 다시한번 거리두기를 연장한 것이다. 특히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설 명절이 코앞에 닥쳐있고 이달 말에는 백신접종이 시작될 예정으로 있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일이 생기면 안 된다. 또 3월이면 초중고교가 개학을 해야 한다. 정부는 이 모든 일정에 앞서 확실한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아야만 4차 대유행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정부의 이번 조치로 국민은 또 한번 일상의 불편과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 누구보다 파산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은 제 살을 깎는 고통의 시간을 맞아야 한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불가피하다 하나 너무 오랜 시간 끌고 온 데 대한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제는 거리두기가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2021-02-01

한미, 전작권 전환·연합훈련 ‘엇박자’ 안돼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 정부와는 다른 기조로 대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우리 정부는 결이 다소 다른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 한미연합훈련 등에 대해서도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한 발언들이 이어진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서 서욱 국방부 장관마저 “북한과의 협의”를 거론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격변기에 한미가 이렇게 엇박자를 연출하는 것은 곤란하다.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민과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강조해 북핵에 대해 새로운 전략을 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은 한·미 양국이 서로 합의한 조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그러나 서욱 국방장관은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해 진전된 성과를 내겠다”며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연합훈련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를 만나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돼가는 것은 곤란하다”며 “실전 상황이 닥치면 (연합군) 군인들은 혼비백산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두 차례 열리던 한미연합훈련은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화해 분위기와 미북정상회담 추진 등으로 실병력 동원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거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연습(CPX)으로 대체했다. 2019년부터 키리졸브(KR)·독수리훈련(FE)·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아예 사라졌다.전시작전권 전환은 작전권을 한국이 보유해도 국가안보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될 때 가능한 일이다. 한미연합훈련은 전작권 전환과 연계돼 있다.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정권이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없애려고 하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모순적 행태다. 더구나 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에 물어보겠다니, 참으로 기막힌 노릇 아닌가. 이건 정말 아니다.

2021-02-01

北 원전문건 충돌… 불법적 ‘삭제’ 이유부터 밝혀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무단삭제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관련 파일 목록 중에 ‘북한 원전 건설’ 관련 파일이 포함된 것을 두고 여야정치권이 정면충돌 양상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이적행위’로 표현한 데 대해 청와대와 여권은 ‘북풍 공작’·‘보궐선거용’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공무원들이 야밤에 몰래 문건을 무더기로 삭제한 이유가 더 궁금해졌다. 문제가 없는 문건이라면 도대체 왜 지웠는지 그 국민적 의문부터 풀어야 한다. 공개된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산업부 공무원들이 지난 2019년 12월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 직전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이 10여 건 포함돼 있다. 문건 작성일(2018년 5월 2~15일)이 1, 2차 남북한 정상회담 사이의 기간이고, 관련 폴더 이름이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하는 ‘뽀요이스(pohjois)’로 붙여진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김 비대위원장은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면 충격적인 이적행위”라는 입장을 냈다. 강민석 청와대대변인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혹세무민 발언”이라면서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북한 원전 건설 추진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삭제한 자료는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반박을 “제1 야당 대표의 입을 틀어막는 공포정치”라거나, ‘원전 게이트’라고 되받아치고 있다.정부 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왜 산업부 직원들이 운명을 걸고서 그 많은 문서를 불법적으로 삭제했느냐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지금 청와대나 여당 어느 곳에서도 이 의문에 납득할 만한 답변이나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탈(脫)원전을 밀어붙인 정부가 벌인 이런 모순적 행태 논란에 국민은 큰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적 조치’를 벼르고 나선 청와대는 불가피한 사법기관의 조사를 다 수용할 용의가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다급해서 내놓은 또 하나의 자충수인가도 궁금한 대목이다.

2021-01-31

사격장 훈련 재개, 주민 협의가 먼저다

포항시 장기면 수성사격장 폐쇄와 관련, 주민과 군간의 갈등이 또다시 증폭될 전망이다. 주민들의 사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협의를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던 국방부가 최근 갑자기 태도를 바꿔 사격 재개 움직임에 나서자 주민이 반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수성사격장 반대대책위 주장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방부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정찰 비행을 하겠다. 2월 초에는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날짜도 잡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한다.지난해 11월 “주민과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던 국방부가 갑자기 사격 훈련쪽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화가 날 일이다. 그동안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많은 국방부 관계자가 찾아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 “주민의 승낙 없이 사격 훈련은 않겠다”고 말해 놓고 이제와 일방적 훈련재개를 통보하니 주민의 반발이야 당연하다.한미연합 훈련상 훈련일수 보장 등 주한미군측과의 협정 때문에 “국방부로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이제와서 주민의 이해를 구하겠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불과 한달여 전에 주민과 약속한 일을 국가기관이 일방 파기한 것은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 국가기관으로서 절차나 진행과정에 미숙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주민과의 약속을 도외시한 행동은 비판받아도 마땅하다.주민들이 물리적 행동에 나서더라도 국방부가 이를 막을 명분조차 약해진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불과 1km 떨어진 사격장에서 발생한 불발탄, 유탄, 소음과 화재 등으로 60여년을 시달려 왔다. 국방과 안보를 위해 오랫동안 희생을 감내해 온 주민이다. 국방부가 주민 희생만 일방적으로 강요해선 안 된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해 7월 경기도 포천의 한 사격장에서 실시되던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주민 반발에 부딪혀 포항시 수성사격장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도 주민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주민과의 갈등을 국방부 스스로가 자초했다.지난달 주민들은 국민권익위를 찾아 수성사격장 폐쇄와 관련한 고충민원을 신청했으나 권익위의 중재도 엉거주춤한 상태라 한다. 권익위가 나서든지 국방부가 지금이라도 주민과 대화에 적극 나서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 상태라면 또다른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2021-01-31

준비 소홀로 시민 대혼란 야기한 코로나 의무검사

가구당 1명 이상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포항시가 준비 부족을 인정하고 검사 기간을 사흘 연장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전 가구를 대상으로 한 포항시의 코로나 의무검사는 당초부터 준비가 부족했고 무리한 행정명령의 발동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막상 시행에 들어가자 곳곳에서 원성과 대혼란이 벌어졌다. 선별검사소에는 아침부터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루면서 온종일 포항시의 졸속행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선별검사소와 인력의 부족으로 행정당국이 정한 6일내 검사 완료가 불가능한 데다 검사 이후 행동지침도 제때 내려오지 않아 시민들이 우왕좌왕하는 혼란도 겪었다. 코로나 의무검사 행정명령을 철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으니 포항시의 행정명령이 시민과의 교감 없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됐을까 짐작이 간다.이강덕 포항시장의 사과와 검사기간 3일 연장, 선별검사소 추가 설치 등 포항시의 보완책 발표와 함께 시가 수습에 들어갔으나 행정편의적 발상이 빚은 주민불편과 대혼란에 대한 행정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시민 20만명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시행하겠다면서 시민에 대한 사전 홍보도, 시의회와의 사전조율도 없었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간다. 시민의 불편이나 반응은 애초부터 고려치 않고 의욕이 앞선 탁상공론식 발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포항지역의 코로나19 발생이 위중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막아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라 하지만 사전준비가 완벽해야 명분도 지킬 수 있다. 명분이 앞선다고 시민들의 소중한 일상과 시간을 함부로 희생할 수는 없는 것이다.포항시가 준비 소홀을 인정하고 뒤늦게 추가 보완책을 내놓았으니 남은 기간이라도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세심한 배려 속에 진단검사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특히 이번 의무진단검사 대혼란은 그동안 행정기관이 자주 비판을 받았던 권위적 발생과 행정편의적 업무처리에 큰 경종을 주었다. 공직사회가 업무를 결정하는 과정이 얼마나 신중하고 세심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포항시로서는 이번 대혼란이 가슴 아픈 일로 기억되겠지만 반면교사 삼고 코로나가 종결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2021-01-28

헌재, ‘공수처 합헌’ 결정…국민감시 중요성 높아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립과 운영 근거를 정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헌법소원심판에서 일부는 기각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적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각하했다. 공수처법에 대한 또 다른 법적 심리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 공수처는 그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집중적인 감시가 더욱 절실하게 됐다. 헌재 전원합의부는 이날 재판에서 “행정 각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형태의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여러 기관으로부터의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수사처가 독립된 형태로 설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공수처의 성격에 대해서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그 관할권의 범위가 전국에 미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정했다. 헌재는 이와 함께 고위 공직자의 가족이나 퇴직자를 수사대상으로 한 것에 대한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공수처에 대한 헌법소원이 ‘위헌’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짐작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중대하고 시급한 재판을 1년간이나 끌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대개의 법률가들이 ‘합헌’ 결정을 예측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헌재가 자주 써온 방법대로 헌법소원 청구인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현 정부 들어 보여준 헌재의 성향만으로도 ‘위헌’ 결정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예상이 다수였다.공수처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은 존중돼야 할 것이다. 다만 근간 우리 국민이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이 검·판사들마저도 패거리 정치의 폐해에 종속되어 ‘편 먹기’ 의식에 빠져 있다는 진실이었던 만큼 논란은 이어질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이제 거침없을 공수처가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의 괴물 친위조직이 되지 못하도록 제대로 감시하고 차단해나가야 할 국민의 사명이 훨씬 더 깊어졌다는 사실이다.

2021-01-28

수도권 인구 집중, 더 고질화 되고 있다

지방의 젊은 인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방도시마다 젊은층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좋은 일자리가 없는 지방 도시에 젊은이가 머물리가 만무하다.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특별법을 만들고 15년간 50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수도권은 되레 인구가 늘어났다. 2019년 말로 수도권의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역전한 것이다.50년전인 1970년도 수도권 인구는 913만명으로 비수도권 인구 2천312만명을 포함한 국내 인구의 40%선에 불과했다.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이제 국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다.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국내 인구이동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도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는 모두 8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2006년(11만1천700명)이후 1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구와 경북 등 전국 지방도시에서 지속적으로 인구가 빠져나가 서울 등 수도권의 인구를 늘리는데 한 몫했다. 지난해는 집값 폭등으로 서울에서 빠져나온 인구가 경기도로 주소를 옮기면서 경기도에는 순유입 인구가 무려 16만8천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지방에서 인구 유출이 가장 많은 도시는 대구와 경북, 경남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1만7천명의 인구가 순유출됐다. 부산, 경남, 울산에서도 작년 한해동안 3만4천명의 인구가 유출됐다. 유출된 인구의 거의 절반은 젊은층이다. 대구에서는 9천410명, 경북에서는 6천209명 등 모두 1만5천여명의 20대, 30대 인구가 수도권으로 순유출됐다.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한동안 주춤하던 수도권 인구 증가세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도시의 인구 유출은 도시의 노령화와 생산인구 감소로 이어지면서 도시의 존립 자체를 흔들만큼 심각하다.포항시가 인구 50만명 선을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는 것처럼 지방도시들마다 같은 고민에 직면한 지 오래다. 인구 유입에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지만 유입이 현실화된 지방도시는 거의 없다. 정부의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없이는 고질화된 지방도시의 인구유출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2021-01-27

경찰의 잇단 부실수사 말썽… ‘국민불신’ 씻어내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취중 택시기사 폭행 사건 축소·은폐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경찰 수사관이 핵심 물증인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덮었다는 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진술들이 쏟아지면서 경찰의 거짓말이 치명적인 동티를 내는 양상이다. 경찰의 “객관적 증거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택시기사의 증언에 의존해 내사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애초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속속 드러나 ‘국민불신’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사건을 처음 담당했던 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덮었다는 다른 진술이 거듭해서 나오면서 검찰은 사건 무마의 배경이 무엇인지,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경찰은 당초에 택시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진술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단순 폭행 사건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 택시기사가 휴대폰에 저장된 복원 영상을 수사관에게 보여줬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블랙박스 영상을 복구해 보여준 업주 역시 “경찰의 전화문의에 택시기사의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영상을 확인한 경찰이 오히려 “영상 못 본 것으로 할게요”라며 묵살했다는 피해 택시기사의 진술은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정인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가 논란이 됐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도 167일간 전담팀을 투입하고도 뭐 하나 제대로 건진 게 없다.올해부터 ‘수사종결권’까지 확보한 공룡 경찰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경찰 스스로 논란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는 수준의 엄정조치를 내려야 한다. 재발방지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경찰은 13만의 거대 조직이어서 크고 작은 실수는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경찰 출신 황운하 민주당 의원의 두둔에 한숨이 절로 난다. 경찰의 부실한 ‘사법’ 처리가 계속될 수 있으니 국민더러 그저 양해하라는 말이 과연 이치에 맞는가. 갑갑한 노릇이다.

202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