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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낭콩을 키우며

강낭콩 씨앗을 심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봄 아이의 원격 수업에서 강낭콩의 성장 과정 이야기가 나왔다.‘그래, 이거다!’ 싶었다. 베란다에 다육이로만 가득 채웠었는데 올 봄에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심어보고 싶다하던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아이도 좋아라고 했다. 머릿속에는 벌써 콩꼬투리 속의 콩들을 그리면서.그렇게 심은 강낭콩은 일주일이 되지 않아 초록 초록하며 머리를 밀어 올렸다. 그 작고 앙증맞은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던 게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니 꽃을 피우고 콩꼬투리도 살짝살짝 보이기 시작한다. 아침마다 아이와 번갈아 물을 주고 정성을 쏟은 결과이리라.싹을 틔우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런 세심한 보살핌과 기다림 속에 피어나는 강낭콩을 찬찬히 뜯어보고 있자니 문득 육아로 유독 힘들어 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기다려 주기보다는 아이보다 한 발 먼저 내딛는 성격 급한 엄마였다.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닐 때 시작한 방통대 공부는 늘 ‘빨리’를 외치게 했고 주말이면 시험과 출석 수업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경력단절이라는 말이 싫었고 아줌마라는 말은 더 더욱 밀어내고 싶었다.아이들이 어서 자라기를 바랐고 겨울 같은 이 시간들이 지나고 새봄이 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무엇을 위해 가는지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의문이 들면서도 말이다.지금 강낭콩이 자라는 것처럼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봐주는 시간들이 부족했다. 늘 초봄에 일찍 열매 맺기를 꿈꾸며 내달리던 마음이었다. 매일 물을 주고 마음을 써 준 덕일까 지친 내 마음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아이들이 ‘엄마. 사랑해’라고 하는 말, 따뜻한 손, 깔깔 웃음소리는 잊어버렸던 일상을 다시 반짝이게 했다. 서로 기다려 주고 믿어주는 시간 안에서 진짜 소중한 것들이 보인다. 강낭콩에게 물을 주듯,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눈빛을 가득 담고서 말이다. 그러는 사이에 나의 삶도 조금 더 단단해진다.아직도 엄마 역할이 힘들지만 그 단단해진 힘으로 기다려 주고 믿어주고 지지해 주리라. 그 안에서 자라는 멋진 열매를 꿈꾸며.베란다에는 어느 새 콩꼬투리 속의 콩들이 무르익고 있다./허명화(포항시 북구 아치로 87-2)

2020-07-13

양성평등정책 진단 및 향후 과제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실장2020년은 북경행동강령이 채택된 지 25주년이 되는 해이다.북경행동강령 이행에 있어서 양성평등 증진과 여성의 대표성에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그 성과가 충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간 양성평등 증진을 위한 제도적 성과로는 성별영향평가 컨설팅을 통한 정책개선안이 제고됐다. 성별영향평가 업무담당자 실무교육과 1:1 맞춤형 대면 컨설팅 확대·실시로 성별영향평가 보고서 작성 실무역량을 강화하고, 실현가능한 정책개선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다양한 각도로 개선방안이 제시됨에 따라 정책개선 사례가 증가하고 개선의견 수용률 및 반영률도 높게 나타났다. 성인지력 향상 및 성별영향평가 실행의지가 향상됐다. 정책업무를 추진하는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 실무역량강화교육 등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 업무담당자의 전반적 이해도가 점점 향상되고 있으며, 양성평등 의식 및 성주류화 정책 실행의지가 뚜렷하게 보인다. 성별영향평가 결과 정책이 개선된 사례를 발굴해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통해 성별영향평가 제도 추진동기를 강화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성주류화 정책 홍보 효과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지역 차원의 양성평등 정책 성과를 돌아보면서 향후 과제에 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첫째, 성별영향평가 내실화를 위한 정책개선 성과 도출이다. 성별영향평가 양적 과제 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장감 있는 제도의 정착을 위해 질적 성장이 필요하며, 정책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성별영향평가서의 내실화를 기하고, 과제선정과정에서부터 정책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는 정책개선 가능 과제를 발굴해 컨설팅 강화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둘째, 정책개선 이행점검 확대이다. 성별영향평가 결과 도출된 정책개선안이 실제로 추진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이행점검은 지속적인 정책개선의 실천과 새로운 정책개선 방안의 마련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도출된 정책개선안이 실행을 통해 정책개선으로 이어져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이행점검 확대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세분화된 성별영향평가 모니터링을 통해 정책개선 사항에 대한 환류 강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셋째, 특정성별영향평가 예산 수립 및 확대이다. 성별영향평가 과제 수가 양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정책개선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지자체 특정성별영향평가를 추진하여 이에 대한 성인지 예산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넷째,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연계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제도의 연계는 필수적이므로 성인지 예산에 대한 컨설팅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다. 성인지예산제도 실효성을 위한 조례 제정을 통해 지자체의 실행 의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관리직 공무원 대상 맞춤형 교육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성별영향평가 업무는 다른 부서 업무담당자의 협조가 있어야 원활히 추진되므로 기관장, 부서장 등 관리직 공무원이 제도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관심, 지원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2020-07-13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강희룡 서예가삶의 여정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 바른길도 있고 그릇된 길도 있다. 대개 그릇된 길은 개인 욕심이나 집단의 그릇된 목표로 인해 본의 아니게 택함으로서 패가망신하거나 목숨까지 던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조선후기 금석학파를 창립하고 추사체를 완성한 실학자인 김정희의 완당집(阮堂集)에 ‘천 리 길을 가는 말(適千里說)’에, 갈 길을 잃은 사람에게 길을 아는 사람이 바른길과 잘못된 길을 자세히 알려주면서, 잘못된 길은 가시밭길이고, 바른길은 반드시 목적지에 이를 것이다, 라고 성심을 다해 알려줘도 의심과 욕심이 많은 자는 이를 믿지를 못해 딴 사람에게 묻고, 또 다시 다른 사람에게 묻는다고 한다.결국 ‘남들이 모두 옳다하여 내가 감히 따를 수 없고, 남들이 모두 그르다 해서 그것이 과연 그른 줄 모르겠으니 내 직접 경험해 보리라,’ 라는 생각으로 가다보면 결국 함정에 빠져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거나, 설령 끝에 가서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되돌아온다손 치더라도 이미 시간과 심력을 다 소모해 버린 터라 돌이킬 여유가 없다. 그렇다면 남들이 분명하게 일러준 바른길을 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여기서 완당이 말하는 천 리 길은 단순히 먼 노정만을 뜻하지는 않기에 우리 삶의 긴 여정에 비추어 보면, 인생의 여정에도 수많은 갈림길이 나타나기에 그때마다 어느 길로 갈지 신중히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일단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여간해서는 돌이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완당은 이러한 갈림길을 만나서 헤매지 않는 해답을 이미 행간에 암시하고 있다. 모르는 길은 마음대로 가지 말고 남들이 일러 준 것을 믿고 그 길로 가라는 것이다.완당은 선현들은 진리와 지혜를 고전을 통해서 가보지도, 겪어보지도 못 해 미로에서 헤매는 우리에게 바른 삶의 길을 제시하고 있으며, 욕심이나 위선을 앞세운 삶의 결과는 반드시 망양지탄(亡羊之歎·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서 길을 잃음)으로 돌아온다는 교훈도 함께 전달하고 있다.조선 인조 때의 학자인 홍만종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적반하장(賊反荷杖)’에 대한 풀이가 나온다. 이 적반하장은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 말로 풀이된다. 오늘날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을 내면서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어처구니없는 경우에 기가 차다는 뜻으로 흔히 쓰는 말이다.공(公)과 사(私), 정(正)과 사(邪)는 함께 할 수 없다고 검찰총장을 향해 법무장관이 내뱉은 말이다. 명언이다. 허나 여기서 누가 공과 정이고 누가 사란 말인가? 장관 입장에서 보면 본인이 공과 정이고, 검찰총장이 사라고 풀이되는 대목이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 반대로 풀이됨을 아는가! 추 법무장관의 임무는 임명부터 조국 전 장관 비리와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같은 패거리의 각종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 중인 검찰지휘부를 장관직을 이용해 와해시키고, 임무에 충실한 윤 총장을 찍어냄으로서 검찰개혁이라는 포장으로 정치검찰화 시키려는 의도를 국민들이 읽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 아닌가.

2020-07-13

숱한 오류들의 연속… 청도 적천사(碩川寺)

적천사의 은행나무를 보러 떠나라고 누군가 귀띔해 주었다. 초입에서 펼쳐지는 소나무 숲에 한껏 부풀어 있는데 느닷없이 800년을 살아온 은행나무와 마주 선다. 시간을 벗어난 존재의 환희, 푸르고 깊은 눈빛과 마주친 이상 차에서 내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은행나무의 오랜 침묵과 장엄한 자태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화석, 나무에게서 서늘하도록 도도한 기운이 흐른다.천연기념물 제 402호로 지정된 은행나무는 수형이 곧고 반듯하며 큰 상흔 없이 자랐다. 고령의 몸으로 유주를 늘어뜨린 채 손톱만한 은행들을 품고 본분을 다하는 모 앞에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여성의 젖가슴처럼 자라는 유주가 남근처럼 길게 자란 탓에 이것을 끓여 먹으면 남자아이를 잉태한다는 속설이 전한다. 은행나무와 옛 여인들이 재워둔 아픔들이 쿨럭이며 깨어날 것만 같다. 그 지난한 시간들이 먹먹하다. 세상은 많이도 변했다. 유유히 은행나무를 돌아 산 아래로 내려가는 고급 승용차의 뒷모습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은행나무를 올려다본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젊은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은행나무 연시 한편이 떠오르고, 유난히 은행잎이 노랗게 슬픔으로 차오르던 바이마르에서 몇 달만이라도 머물고 싶던 낭만어린 나의 꿈들도 살아난다. 숱한 꿈들은 현실에 치여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져 갔다. 젊은 날 문학과 감수성에 불을 붙이던 은행나무가 오늘은 성스러울 만큼 외경스럽다.동양에서는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강학을 즐겨 한 까닭에 유학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졌다.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곳을 행단(杏壇)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릴 적 고향 집 앞에도 은행나무 한 그루 자라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회화나무가 지성적인 나무라면, 은행나무는 지성과 감성을 고루 갖춘 나무라고. 결코 되돌릴 수 없는 허기진 시간들이 그리움이 되어 몰려온다.고령의 은행나무 아래에서 돌아보는 지난 세월은 허무하도록 짧고 애틋하다. 찰나에 불과했던 시간들이 푸른 잎 사이에서 여전히 서성일 것만 같은데, 나무 아래에는 괴테의 연시나 나의 짧았던 청춘은 간곳이 없다. 촛불 밝히며 빌었던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들이 삶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부처님 계신 극락정토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천왕문이 앞을 막아선다. 탐욕과 오염된 마음 내려놓고 들어서라며 사천왕상이 눈을 부라리는데 그 표정조차 친근하다. 사천왕의 발밑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온갖 악귀와 축생, 잘못을 저지른 중생들, 천국와 지옥이라는 말도 낯설기만 하다. 오늘 하루의 생각과 행동이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합장한다.적천사는 문무왕 4년(664년) 원효가 수도하기 위해 토굴을 지으면서 창건되었다. 828년 심지왕사가 중창했으며 고승 혜철이 수행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1175년 고려 명종 5년에 지눌이 크게 중건 했을 때 참선하는 수행승이 오백 명이 넘었으며 많은 고승대덕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그토록 유명했던 절은 인기척이 없고 쓸쓸하다.커다란 괘불을 걸고 위엄을 갖추었을 당간지주, 명부전 지붕 위로 보이는 잘 생긴 소나무, 영산전 앞의 수국의 침묵과 허공을 닮아가는 눈빛들, 흐린 날씨 탓인지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인다. 천천히 대웅전 법당에 들어가 백팔 배를 한다. 온몸이 젖어들지만 마음은 고요하지가 않다.원음각 뒤로 곧게 뻗은 길은 소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름풀들 사이로 시(詩)가 자랄 것만 같은 길, 걷다보니 도솔천이 부럽지 않다. 시원한 소나무 숲길이 나를 편안하게 이끈다. 수풀 우거진 부도밭이 보이고 길은 울창한 대숲 사이로 이어진다.아름다운 길이다. 새로 올라온 대나무의 푸른빛이 매혹적이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빛깔들이 묵은 대나무들 사이에서 청량한 기운을 뿜어낸다. 줄기는 이미 단단한 마디가 생겨 대나무로서의 손색이 없다. 푸른빛에 홀려 수없이 셔터를 눌러대는데, 지나치게 현상에 이끌려 실체를 놓치지 마라는 말씀 한 자락이 대숲에서 들린다.조낭희 수필가길이 끝나는 곳에 대나무로 만든 사립문 하나 열려 있다. 암자는 아닌 듯하다. 정성스럽게 꾸며진 정원과 집 한 채가 숨어 있듯 앉아 있다. 마당 한가운데 덩치 큰 외제 차가 사천왕상보다 더 무섭게 지키고, 잘 가꿔진 나무들이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곳은 무슨 용도로 쓰여질까? 급하게 사립문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에 온갖 의구심이 실린다.내 발길은 대나무 사립문 앞에서 그쳐야 했다. 무심코 넘은 선이 애써 찾은 마음의 평화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선(線)을 넘지 않는다는 것, 중용의 도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마음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소나무 길을 내려올 때쯤 마음이 고요해진다. 환경에 이토록 민감해지는 내 마음의 주인은 도대체 누구인가?부처님은 법당을 고집하지 않는다. 혼자서 걷는 길이나 무심코 만나는 나무와 풀, 낮게 부는 바람에도 부처님은 계신다. 우리가 무언가에 한눈을 팔거나 부처님의 존재를 자각하지 못하는 데에서 빚어지는 오류들의 연속, 그것이 삶이다.

2020-07-13

팔이 없어 더 아름다운 ‘밀로의 비너스’

‘밀로의 비너스’ 부분.프랑스 왕들의 거처였던 루브르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대중들에게 개방된 박물관이 되었다. 루브르가 세계 최고의 소장품을 수집한 역사의 이면에는 침략과 약탈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힘의 논리가 예술의 세계마저 지배하고 있다니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리를 방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루브르이며, 루브르를 방문하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몇몇 작품들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불후의 명작 ‘모나리자’, 고대 그리스 미술의 정수 ‘사모트라케의 니케’ 그리고 또 다른 여신이 있다. 바로 사랑과 미의 여신 ‘밀로의 비너스’이다.기원전 100년경에 제작된 비너스는 헬레니즘 미술 최고의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비너스의 조형적 아름다움은 다름 아닌 몸에 흐르는 유려한 곡선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조각은 평면적인 회화와 달라서 공간과 입체 그리고 인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이 서로 작용하는 방식을 잘 읽어야 한다. 서 있는 조각의 경우 무게가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는지, 몸의 균형을 이루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면밀히 관찰하면 아주 흥미롭다. 특히나 조각은 입체 작품으로 우리와 같이 볼륨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훨씬 생동감 있는 감상이 가능하다.고대로부터 전해지는 다수의 비너스가 있지만 특히나 ‘밀로의 비너스’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거의 유일하게 머리 부분이 온전히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비록 두 팔은 망실됐지만 말이다. 그런데 ‘밀로의 비너스’는 왜 팔이 없이 전시되고 있을까? 프랑스의 복원 기술이라면 충분히 원형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사실 비너스의 두 팔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팔이 없기 때문에 몸의 움직임과 방향성을 분석해 두 팔이 어느 위치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이 있다. 그에 따르면 비너스는 왼팔을 들어 머리에 장신구를 꽂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혹은 두 손을 앞으로 뻗어 커다란 거울을 들고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면 비너스 옆에 기둥이 하나 서 있었고 그곳에 팔을 얹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여러 가지 제안들 중 아주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다. 비너스의 배 부분을 보면 자그마한 둥근 모양의 흔적이 있다. 이것이 복원을 위한 결정적 단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 부분은 비너스의 오른팔이 붙어 있었던 흔적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비너스의 오른팔은 몸을 사선으로 가로질러 반대편인 왼쪽 허리에 놓여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왼쪽 팔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조금 더 쉬워 보인다. 왼쪽 어깨의 근육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비너스는 왼쪽 팔을 어깨 높이로 들고 있었을 것 같은데 팔꿈치에서 손 부분은 앞을 향해 뻗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비너스는 왜 이러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비너스가 밀로 섬에서 발굴되었을 때 다른 파편들과 함께 출토됐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출토된 파편들 중에는 왼팔의 일부로 추정되는 조각이 있었는데 손으로 무언가를 쥐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여러 다른 작품들에서 관찰되듯 비너스는 사랑 혹은 타락의 상징인 사과를 들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루브르의 복원 전문가들은 비너스가 사과를 든 왼팔을 앞으로 뻗으며 서 있었을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결론은 내려졌지만 복원 작업이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왜일까? 팔이 없는 ‘밀로의 비너스’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복원된 팔은 비너스를 완성 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것이 지닌 신비한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시간 속에 소멸된 요소들을 인위적 손길을 가해 복원하는 것 보다 불완전한 상태로 놓아두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불완전은 감상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고, 그 상상력으로 인해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들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사학자

2020-07-13

‘어용(御用)’들의 행진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어용’이 판치는 세상이다.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대쪽’은 없고 모두가 소리 높여 ‘문비어천가’를 부른다. ‘가물에 콩 나듯’ 보이는 대쪽들의 직언은 이른바 ‘문빠’와 ‘대깨문’들의 왜곡과 공격으로 무용지물이다. 대쪽 검찰총장을 제거하기 위해 어용 검찰간부는 항명(抗命)하고 법무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가 하면, 어용국회의원과 어용언론이 총동원되어 ‘어용검찰 만들기’에 혈안이다. ‘절대화 된 권력의 필연적 부패’ 조짐이다.누가 권력을 이렇게 만들고 있는가? ‘권력 해바라기’가 된 어용지식인들이다. 어용교수·어용언론인·어용시민운동가들이 ‘곡학아세(曲學阿世)’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권력을 가지려는 속내는 숨기고 마치 정의의 투사처럼 행세한다. 연구와 교육에 거리가 먼 ‘어용교수들’은 정부여당의 외곽단체에 참여하거나 방송에 출연하여 교활한 궤변으로 정권을 비호하면서 권력에 접근한다. ‘외눈박이가 된 어용언론인들’은 진영논리를 펴면서 권력과 밀착되었고, 그 공로로 청와대 대변인·국회의원 등 스스로 권력이 되었으니 언론의 사명을 잊은 지 오래다.‘어용권력이 된 시민단체들’의 병폐도 심각하다. 지식인들의 시민운동이 권력과 밀착됨으로써 출세의 지름길로 변질되었다. 문재인정부에서 참여연대·민변·정대협 출신들이 장관·청와대비서관·대법관·헌법재판관·국회의원 등 스스로 권력이 되어버렸으니 시민단체의 사명인 권력에 대한 감시는 불가능하다. 심지어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까지도 대통령의 40년 지기가 총재에 취임함으로써 그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바야흐로 ‘어용의 시대’를 주름잡는 ‘어용들의 행진’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비난받아 마땅한 어용들이 오히려 목에 힘을 주고 ‘어용이 명예’가 된 어지러운 세태이다. ‘어용을 신념에 따른 행동으로 위장’하면서 요설(妖說)을 펴는 지식인까지 등장했다. 어용은 사익(私益)을 위해 권력에 영합하지만, 대쪽은 공익(公益)을 위해 권력을 비판한다. 권력의 속성상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권력에게 ‘어용의 감언(甘言)은 독(毒)’이고 ‘대쪽의 고언(苦言)은 약(藥)’이다. 권력이 약을 싫어해서 독을 계속 복용하면 마침내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된다. 괴물이 된 권력은 판단력이 흐려져서 ‘어용은 내편, 대쪽은 네편’이라고 착각한다. 권력이 저지른 불의는 정의로 둔갑하고, 권력의 폭주는 국민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면서 독재의 길을 걷게 된다.‘괴물이 된 권력’이 성공한 경우는 없으며 그 끝은 언제나 불행하였다. 권력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어용들을 만들었지만, 바로 그 어용들 때문에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용들의 행진’은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어용이 된 지식인은 개인적 불명예이자 국가적 손실이다. 사익을 위해 권력에 접근하여 스스로 권력이 되기보다는 ‘공익을 위해 권력을 비판하고 바른길로 이끌어주는 것’이 참된 지식인의 역할이요 사명이다.

2020-07-13

사이토카인 폭풍

전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 중증 환자에서 발견되는 과잉염증 반응의 원인을 밝혀냈다.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때문이란다.사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 등 외부 병원체가 인체에 들어왔을 때 체내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과잉반응 현상을 일컫는다. 즉, 인체 내에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사이토카인의 지나친 분비로 대규모 염증 반응이 나타나고, 이 과정에서 정상 세포들의 DNA가 변형되어 일어나 신체 조직을 파괴하는 것이다.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경증 질환만을 앓고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으나, 어떤 환자들은 중증 질환으로 발전해 심한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사이토카인 폭풍 때문에 중증 코로나가 유발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어떤 이유로 과잉 염증반응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 중증 코로나 환자의 치료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 연구진은 중증·경증 코로나 환자로부터 혈액을 얻은 후 면역세포들을 분리하고 ‘단일 세포 유전자발현 분석’이란 기법을 적용해 특성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 환자의 면역세포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종양괴사인자(TNF)와 인터류킨-1(IL-1)이 공통으로 나타났고, 특히 인터페론이라는 사이토카인 반응이 중증 환자에게서만 특징적으로 강하게 나타남을 확인했다.지금까지 인터페론은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인체에 유익한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연구진은 인터페론 반응이 코로나 환자에서는 오히려 과도한 염증반응을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한시라도 빨리 코로나가 퇴치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7-13

자살에 대해

한국사람의 자살률은 2003년 이래로 OECD회원국 중 줄곧 최고다. 2018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6.6명으로 OECD평균 11.3명보다 월등히 많다. 하루 평균 37.5명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다.한햇동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수가 3만 명을 넘는다. 전국 응급실로 들어온 응급환자를 통해 집계한 수치다. 남성이 여성보다 2∼3배 정도 더 많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세계 1위라 평가 받지만 우리나라 노인층의 자살률은 여전히 세계 1위다. 문제는 한국이 비교적 잘 사는 나라라고 하지만 자살률은 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살에 대한 원인이야 많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사회 양극화문제와 노인층의 빈곤률 등 경제적 문제가 주 요인이다.사회학자 E.뒤르켐은 자살을 세 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붕괴적 자살 등이다. 이기적 자살은 개인과 사회와의 결합력이 약해질 때 생긴다. 이타적 자살은 사회적 의무감이 지나치게 높을 때 일어난다. 민족을 위해 논개처럼 생명을 던지는 것을 말한다. 붕괴적 자살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못해 일어나는 자살이다.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자살은 또다른 자살을 부르고 자살 자체가 문제의 해결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이 종종 발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이 그러했고 비리와 연관된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의 자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극단적 선택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경우는 없다.오히려 가족에게 평생 잊지 못할 크나큰 상처만 안겨주고 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이미지를 남기게 된다. 어느 누구도 자살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동정이나 미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죄악시하고 우리사회가 경계할 일인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7-12

‘외눈박이’ 거인들의 나라

안재휘 논설위원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은 빅브라더(Big brother)를 등장시켜 당원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 ‘1984’에서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는 표현을 등장시킨다.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이끈 윈스턴 처칠 역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 진실만이 오롯이 담겨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착각이다. 그 무서운 역사조작의 징후는 오늘날도 끊임없이 감지된다.지난 주말에 유명인사 두 사람이 사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느닷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도 향년 100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하루 사이에 잇달아 일어난 두 거물 인사들의 죽음이 또 한 번 민심을 두 쪽으로 갈라내고 있다. 걸핏하면 청백전을 벌이는 대한민국의 고질병이 또 한차례 도지고 있다.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박원순 시장의 자살은 시장실 여비서가 장기간 성추행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게 원인이 아니냐는 추측이 유력하다. 장례형식을 서울시장(葬)으로 치르는 일에 대한 저항이 심각하다. 공무상 순직도 아닌 ‘자살’에 요란을 떠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흐드러졌다.백선엽 장군은 동작동 국립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으로 장지가 정해진 일을 놓고 말이 많다. 이 논란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논쟁을 일으켜 왔었다. 백선엽 장군은 6·25 한국전쟁에서 낙동강까지 밀린 국군을 수습해 기적적인 반격을 지휘해낸 전쟁영웅이다. 그러나 젊은 날 소위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 토벌 활동을 했다는 전력이 질긴 꼬리표로 달려 있다.안희정, 오거돈이 미투(Me too) 폭로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급서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민주당은 파장을 끊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슬퍼하는 같은 입에서 호국영웅 백선엽 장군 사망에 대한 애도의 말 한마디도 안 나오는 행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문득, 지난해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해 한동안 여론을 달구었던 항일 무장투쟁 영웅 약산 김원봉 서훈 논란이 떠오른다. 그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을 지휘한 일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거셌다. 약산 선생에 대한 서훈 당위성이 주장되자 시중에는 “김일성에게도 훈장 주자고 하게 생겼다”는 걱정까지 나왔었다.마치 독립운동하다가 흉탄에 맞아 죽은 애국지사마냥 치러지고 있는 박원순 시장 장례 모습을 선뜻 공감하기란 어렵다. 어떻게 똑같은 사고체계를 갖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는 그렇게 야박할 수 있는지, 그 지독한 편견과 모순에 찌든 열광적 ‘순수주의’의 테러리즘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영락없이, ‘외눈박이 거인들의 나라’에서 철저히 무시당하는 난쟁이들 신세다. 평생 나랏돈의 낭비를 걱정해온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지금의 이 거창한 야단법석을 과연 즐거워할까. 삼가 백선엽 장군과 박원순 시장 두 분의 영전에 명복을 빈다.

2020-07-12

포항의 인공지능에 팔, 다리도 달아주자

코로나 시대(with corona)와 그 이후 다가올 뉴노멀(post corona)에 대비하여 주요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화,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5G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예상외의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실례로 그동안 안면인식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던 스웨덴의 비지쥐 테크놀로지(Visage Technologies)사가 기존의 안면인식(face tracking) 기술을 기반으로 화상 속 얼굴의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인공지능기술을 개발하였다. 이 기술은 화상 속에 나타난 얼굴을 구성하는 눈이 전하는 감정, 코와 입술 주변의 움직임에서 추출 가능한 감정 등을 종합하여 인간의 7가지 감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화면에 수치로 나타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감정분석 인공지능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판단하는 핵심 데이터는 얼굴을 구성하는 눈과 코 주변, 입술과 턱 라인의 움직임이다.그동안 안면인식 기술로 수집한 감정 데이터를 활용하여 화상의 얼굴에서 추출되는 7가지 감정 즉 행복(Happiness), 슬픔(Sadness), 분노(Anger), 공포(Fear), 혐오(Disgust), 놀람(Surprise), 중립(Neutral)을 실시간으로 수치화해 화면에 보여주는 기술이다. 물론 인간의 감정이 중립을 제외한 6개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실제 비즈니스나 복잡한 상대방의 감정을 인식하면서 이루어지는 화상 대화에서 이 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음성만으로 분석하는 기술에서는 평안, 분노, 기쁨, 슬픔이라는 4가지 감정만을 나타내고 있어 아쉽다. 앞으로는 화상의 감정분석기술에 음성분석을 통합한 복합적인 감정분석이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비대면 비접촉이 주류로 자리매김하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음성 전화나 문자 이메일보다는 영상통화와 화상회의, 동영상 자료 등이 더욱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직접 대면하는 의사소통에 비해 작은 크기의 영상화면에서 상대측의 감정을 이해하는 비대면 방식이 훨씬 비효율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와 같은 감정분석 인공지능기술은 앞으로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직접적인 대면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공유하고 인식할 때 자신의 감정변화가 심하면 제대로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무딘 남성들은 여성으로부터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눈빛이나 표정만으로 감정을 왜 알아차리지 못하냐며 혼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포착하여 인간보다도 더욱 객관적이고도 냉철하게 상대방의 감정변화를 수치화하여 알려주는 이 인공지능 기술은 많은 분야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앞으로 중요한 비즈니스와 관련한 고객대응 콜센터는 영상전화센터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거나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중요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 상대방이 구체적인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영상이 보여주는 상대의 얼굴이 나타내는 분노 수치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함께 맞장구치며 상대방에 공감해줌으로써 분노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 슬픈 상태라면 단지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거나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고객을 만족시킬 수도 있다. 앞으로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활약할 기술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기술이 탄생하더라도 역시 그 핵심은 얼마나 기계적인 분석시스템이 인공지능기술을 통해 융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만큼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의 확장성은 매우 크다는 이야기다.그러한 의미에서 지난 7월 1일 포항공과대학(postech)에서 인공지능대학원과 인공지능연구원을 출범시킨 것은 시대적 흐름에 100% 동기화되는 최적의 사건이다. 사실 포항은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인공지능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야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상당히 알려졌지만, 2005년 국내 최초로 포항에 지능로봇연구소가 들어설 때만 해도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았다.당시 국내에서는 로봇이라고 하면 자동차 등과 같은 대량생산시스템에 적용되는 산업용 로봇이 주류였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환경 속에서 출범한 포항의 지능로봇연구소는 우리나라 초기의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산불감시로봇, 의료보조로봇, 견마로봇 등 다양한 지능형 로봇들을 연구 개발하고 생산, 실용화하였다. 그러한 성과로 설립 7년 후인 2012년에는 우리나라 6대 국책로봇연구기관의 하나인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으로 재탄생하였다. 포항의 KIRO는 국내 유일의 실용로봇 전문생산기술연구소로서 수중안전로봇과 같은 국가 로봇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포항이 2007년경 ‘로봇시티 포항’을 선포했던 것도 단순한 구호는 아니었던 셈이다. 미래의 지능로봇이 더욱 정확하게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그런 까닭에 로봇의 두뇌를 담당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자들을 배출하기 위한 인공지능대학원이 포항에 설립된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인공지능대학원과 KIRO가 적극 협업하여 포항의 로봇산업 발전에도 큰 시너지를 발휘하였으면 한다.사실 이번에 출범한 인공지능대학원에 기대하는 것은 따로 있다. 사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이 특정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만 한다. 지금 포항경제가 어려운 것도 엄밀한 의미에서 철강산업의 생태계가 완전체로 조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일종의 소재다. 이 소재를 활용하여 기계산업이 형성되고 또 그 기계들의 조립, 연계로 자동차, 조선, 중장비 등 최종재로 탄생하는 것이다. 포항이 이러한 순환과정을 모두 아우르는 진정한 철강 생태계를 갖추고 있었다면 외부충격이 발생하였을 때 포항경제가 받는 침체의 강도는 지금보다 훨씬 완화될 것이다. 이처럼 포항이 과거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던 경험들을 이제는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앞으로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비대면, 비접촉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문에 걸쳐 기술이 진전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인공지능이 특히 큰 역할을 할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굳이 산업생태계에 비추어 본다면 이 또한 일종의 소재에 해당할 뿐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두뇌(소재)를 이용하여 그것에서 파생될 완성형의 최종적인 모습은 의료진단기기가 될 수도, 화상회의시스템이 될 수도, 국가재난예보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따라서 인공지능기술이라는 소재에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공지능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최종형태가 무엇이든 사람의 눈과 코를 대신할 초정밀 카메라와 센서를 갖추고 보다 정확한 정보데이터를 수집해야만 제대로 된 인공지능이 활약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포항은 앞으로 인공지능대학원을 기반으로 그와 연계되는 각종 센서기술의 연구와 생산, 초정밀 카메라와 같은 정밀기계, 로봇의 내구성을 보장할 특수금속 소재와 정확한 관절 기능을 제어할 로봇공학 등 다양한 파생, 동반 기술들도 함께 연구하고 생산할 수 있는 복합적인 인공지능 기반 산업도 함께 키워야만 한다. 머리만이 아니라 팔, 다리도 필요하다./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2020-07-12

글기지개의 기적

김현욱 시인코로나19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우리 반 아이들과 글기지개를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3월 2일에 시작해 이듬해 종업식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글기지개를 써야하는데,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니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혹자는 온라인이나 유선으로 해보면 어떠냐고 했지만, 글기지개의 핵심은 대면(눈맞춤)이고 댓글(관심)이다. 대면(눈맞춤)과 댓글(관심) 없이는 1년 동안 꾸준히 쓰기 어렵다. 다행히 6월 8일부터 반 아이들이 격일제로 등교하기 시작했다. 현재 설레는 마음으로 글기지개를 하루하루 채워나가고 있다.글기지개는 ‘아침 10분 글쓰기 활동’을 가리킨다.매일 아침 학교에 와서 어제부터 오늘아침까지의 겪은 일이나 감정을 공책에 서너 줄로 짧게 쓰는 것이다. ‘아침에 쓰는 일기’라고 할 수 있다. 그걸 뭐라고 부를까 궁리하다가 ‘글, 기지개’를 떠올렸다. 매일 아침 ‘글로 기지개를 켠다’라는 의미다. 글기지개를 시작한지도 벌써 9년째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쓰는 글기지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자신도 모르게 글 쓰는 습관이 잡힌다. 글기지개를 안 쓰면 뭔가 찝찝할 정도다. 무엇보다 서 너 줄 쓰는 게 별로 두렵지 않다. 어느 순간, 글쓰기를 겁내하지 않는다는 건 참말로 대단한 일이다.대해초 5학년 1반 친구들과 글기지개를 쓴지 한 달이 넘었다. 글기지개를 한 달 동안 빠짐없이 써온 몇몇 아이들의 소감을 소개한다.“학교에 첫 등교해서 글기지개를 썼는데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솔직히 벌써 한 달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글을 잘 쓰게 된 것도, 우리가 글을 잘 쓰게 된 것도 다 글기지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은 더더욱 잘 써질 것 같다. 글을 쓰는 게 귀찮기만 했지만 이젠 맨날맨날 글기지개를 쓰니깐 익숙해져서 귀찮지가 않은 것 같다. 우리 담임 샘을 안 만났다면 글을 이렇게 쓰진 못할 것 같다.”“벌써 글기지개가 한 달이 됐다. 나는 벌써 한 달이 됐나, 생각했다. 와우! 나는 글기지개가 너무 재미있다.”“왠진 모르겠지만 글기지개가 무려 한 달이 지났다. 뭔가 뿌듯하다. 처음엔 손이 부러질 듯 귀찮았는데, 이젠 괜찮다. 귀찮은 것보다 이젠 재미있다. 이번년도 선생님은 우리가 귀찮게 생각하는걸 많이 없게 만들어주는 선생님 같다.”“글기지개를 한 달 써보니 뭐 그럭저럭(?)도 있지만, 스트레스 푸는 거에 도움이 된다. 나도 저번에 동생, ‘그놈의 동생’ 때문에 글기지개에 적었는데 진짜, 스트레스가 잘 풀린다.”“오늘도 아침부터 글기지개를 쓴다. 글기지개 쓴지 어느덧 한 달, 좋은 점은 뭔가 특이하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학교 가는 날에는 글기지개를 아침에 쓴다. 그런데 꼭 학교 나와서(끝나고)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아이들의 글기지개를 읽으면 행복하다. 두 달, 세 달, 일 년…. 꾸준히 글기지개를 써나갈 것이다. 모든 기적은 ‘꾸준히’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2020-07-12

정치인 자질 자가진단법

박화진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선량들의 본격 활동이 개시되었다.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독식했느니, 추경에 야당이 들러리를 섰느니 언론의 요깃거리들이 하루를 멀다않고 진수성찬으로 쏟아져 나온다. 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든 민초들로선 그 동네 돌아가는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여력이 없다. 감시꾼의 눈초리가 느슨한 틈을 타 정치판에 공룡과 괴물들이 난장판을 만들까 걱정이다. 공직을 끝낸 뒤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정치 한번 해보지?’라는 권유나 덕담을 간간히 듣게 된다. 자질과 상관없이 의미 있는 일을 해보라는 말이다. 손사래를 치다가도 ‘오늘 멋지다’고 건넨 아침 인사말에 심장이 벌렁거리며 거울 한 번 더 쳐다보는 심정이 된다.“정치는 허업(虛業)이다”고 일갈하며 떠난 노정객의 말이나 “정치하지마라”고 측근에게 유언을 남긴 전직 대통령의 뼈저린 말속엔 정치는 보통의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나름대로 세 가지 자가 진단을 해본다. 첫째, 나는 권력의지가 있는가?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은 가만히 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닌 쟁취의 산물이다.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의지 없이 선한 목자처럼 사람만 좋아서는 권력은 쟁취되지 않는다. 둘째, 나는 타인과 잘 싸울 자신이 있는가? 논리와 명분으로 싸우든 몸으로 싸우든, 첨예한 대척점에서 싸우지 않고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그 동네 현실이다. 탁자 위를 나르는 공중부양과 의사봉보다 주먹과 발길질을 더 잘 휘두르는 사람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정치적 자산을 쌓아 정치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그랬냐며 화해의 손짓을 동전 뒷면 보듯이 할 수 있는가? 철천지원수처럼 싸우다가도 국리민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과감하게 손을 내밀고 카메라 플래시 세례 앞에서 잇몸을 드러내며 씨익 웃을 수 있어야 한다.이 세 가지를 두고 ‘나는 정치인 자질이 있는가?’ 진단한 결과는 경찰 고위직까지 했으니 권력의지는 좀 있는 것 같은데 싸우는 것과 싸운 뒤 쉽게 화해하는 것을 잘 못하겠다. 묘수인양 훈수나 두는 장기판 훈수꾼에 머무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창시절 정치학개론 첫 수업시간에 ‘야누스’를 배웠다. 정치는 야누스라는 정치인 출신 교수님의 강의가 그 때는 절절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현실을 목격하니 두 개의 얼굴인 야누스가 정치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땀 흘리는 선량들의 의지와 노력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언제나 감사하다. 군림하고 사리사욕을 위한 권력의지라면 노땡큐다. 어떤 논리와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국민을 위한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면 언제나 감사하다. 당리당략이라는 내숭을 감추고 있다면 노땡큐다. 길길이 싸우다가도 활짝 웃는 모습이 대의를 위한 타협의 몸짓이라면 야누스의 얼굴이라도 언제나 감사하다. 속마음은 단지 작전상 후퇴일 뿐 참다운 웃음이 아니라면 이것 역시 노탱큐다.한 번 더 진단해 봐도 나는 함량미달이다. 눈 뜬 민초로 살아가는 게 분수 같다. 정치DNA를 가진 분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2020-07-12

포스트 코로나 대비, 민생경제 회복 대책 강력히 추진

김충섭김천시장지난 2년간 “시민과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해 왔다. 김천시민들의 소망과 바람을 실현하고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왔으며, 매 순간 열정을 쏟았다.각계각층의 시민들을 만나서 김천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고, 시정에 적극 반영했다. 그동안 시민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많은 성과도 거두었다. 새로운 김천, 도약하는 김천의 희망의 다리를 만들어 가는데 함께 해 주신 시민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국도비 확보를 위해 발로 뛰는 세일즈 행정을 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양 중에 있는 일반산업단지 3단계 부지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일자리 친화적 기업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특히 지난해는 김천이 시 승격 70주년이 되는 매우 뜻깊고 특별한 한 해였다. 시민과 함께 70년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 100년을 준비하고 설계하며 힘을 모았던 해였다. 시민과의 약속은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김천발전의 기틀을 하나하나 다져나가고, 반드시 성공적으로 추진해 시민 여러분에게 만족할 만한 큰 성과로 보답하겠다.김천시는 민선7기 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 지방공기업 최우수, 대한민국 도시대상, 전국지자체 공약이행 최우수 등 지난 2년간 88개 부문에서 상급기관으로부터 기관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김천∼거제간 남부내륙철도는 2022년 착공을 위해 현재 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으며, 김천∼문경간 철도도 조기착공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자동차 튜닝·산업용 드론·초소형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 3대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국가혁신클러스터 지정, 산업단지 조성 등 관련사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그리고 지난 2년간 기업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결과, 자동차 에어백을 생산하는 현대글로벌 모터스,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동희산업, 신선식품기업 대정 등 110개 기업에 약 6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거두었다.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12만평의 종합스포츠타운에는 지난 2년간 총 98개의 국제 및 전국대회를 개최하여, 52만여명의 임원·선수단이 방문했고, 총 513억여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두었다. 직지사권역에 개장한 사명대사공원은 인근의 관광시설 자원과 연계하여 김천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 부항댐, 증산권역, 감문국 이야기나라 등 1박 2일 체류형 관광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김천 금릉빗내농악의 국가무형문화재 승격, 방초정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나화랑 선생 생가 국가문화재 등록 등 향토문화의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김천시의 가족친화기관 인증 및 여성친화도시 선정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김천시는 코로19 초기단계 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적극 가동하고 과감하고도 신속하게 코로나19 방어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처로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 했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1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사망자는 없고 모두 완치하여 퇴원하였다. 3월 30일 이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기 않아 다행이다. 그래도 김천시는 아직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비상근무, 확진자 모니터링, 시 전역 방역활동 등 감염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공무원들과 헌신적으로 현장에서 진료에 임한 의료기관 종사자, 그리고 대가없이 봉사를 해주신 자원봉사자들이 우리 지역사회를 지탱하고 지켜냈다.코로나19가 감염확산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됨에 따라 이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념하고 있다. 64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하였고 긴급 생활비, 복지비, 재난지원금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국 최대 규모의 소상공인 특례보증, 김천사랑상품권 500억원 확대발행, 농업인 경영자금 등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회생 범시민 대책추진위원회 출범, 시 예산의 조기집행 등 민생경제 회복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여 새로운 미래 100년을 위해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20-07-12

타고난 여행자 모감주

문득, 바닷가로 길을 잡았다.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노오랗게 부채 같은 손을 펼쳐든 가로수의 행렬이 마중을 나왔다. 모감주 꽃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지난밤 내린 비는 산책길을 모감주꽃잎이 만든 황금비로 물이 들였고, 나무가 서 있는 발치에 노란 카펫을 깔아놓았다. 여름나무 영화제에 초대받은 손님이 되어 꽃길을 걸었다.모감주나무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닳거나 줄어든다는 뜻에서 모감(耗減)이라고 하고,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에 염주나무라고 한다. 노란색 꽃이 하늘에서 아니 나무에서 떨어질 때면 그야말로 황금비를 맞는 기분이다. 그래서 Golden Rain Tree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포항시 동해면 발산리에는 군락지가 있다. 꽃이 피기 전에는 그곳이 어디인지 찾기 힘들지만 꽃이 피는 6월에서 7월에 만개할 때면 멀리서도 황금빛 꽃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이 꽃놀이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이다. 고개를 들어 모감주나무 꽃을 올려다본다. 노란 깃털에 자그마한 꽃들을 줄줄이 달고 있는데 쫑긋 뒤로 젖힌 꽃잎 안에는 붉은 점을 품고 있다. 홍옥 같은 색점이 노란 꽃의 색을 더 짙게 만든다.꽃말은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다. 모감주의 씨앗이 이런 이름을 낳게 했을 것이다. 초여름의 열매는 피망같이 부풀어 오른다. 공기가 한껏 들어있어 작은 풍선을 나무에 매달은 듯 보인다. 갈색에서 진갈색으로 열매의 껍질은 바짝 말라간다. 그리고 드디어 세 갈래로 갈라진다. 갈라진 한 껍질에는 두서너 개의 씨앗이 붙어 있다. 바람은 씨방을 분리시킨 뒤 날려 보낸다. 씨방의 형태는 바람을 잘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120미터까지 날아갈 수 있다. 드디어 출항할 때가 다가왔다. 씨방은 바람을 받는 바람개비이자 물에 뜨는 보트이다. 모감주는 이 껍질을 파도에 실어 보내려고 바닷가 근처에 군락지를 이루었다.모감주는 여행자이다. 여행자의 본분을 몸 안에 새겨 넣었는지 여행에 필요한 도구를 안고 태어났다. 껍질은 어느새 열매를 나르는 돛단배가 된다. 모래톱에 정박도 하지만 잠시 뿐이다. 그리고 여기가 아닌 어떤 곳을 향한다. 가을에 씨앗은 열매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돛단배가 되어 작은 그리움을 담은 까만 눈동자를 싣고 그리운 나라로 간다.모감주 씨앗이 바다를 건너 육지에 도착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겨울 편서풍을 만나야하고 다섯 달 이내에 3500킬로미터를 이동해야 성공한다. 이모든 조건이 맞아야 꽃을 피운다. 하지만 모감주 씨앗은 이 험난한 모험을 선택했고 성공했기에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에 자신의 영토를 넓힐 수 있었다. 군락지의 가지를 잘라 환호동 해맞이 공원 여기저기에 또 바닷가 산책로에 노란 꽃등을 내걸었다. 군락지가 확장된 것이다. 꽃이 혼자 애쓰던 일을 포항 사람들이 거들고 나섰다.김순희수필가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하여 보호받는 모감주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도끼질을 하면 나뭇결 따라 쪼개지는 보통 나무들하고 달리 코르크나무처럼 부서져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땔감으로써 가치가 썩 없었을 것이다. 사실 모감주나무는 밀원식물이다. 꽃이 활짝 피면 꿀벌들의 소리가 요란하다. 그런데 그런 가치는 미처 몰랐고 이 나무가 세계적으로 희귀종이라는 것도 미처 몰랐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땔감으로써의 가치 없음이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2018년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 심은 나무도 바로 이 모감주나무였다.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리라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왕에서 서민까지 묘지의 둘레에 심을 수 있는 나무를 정해 주었다고 하는데 모감주나무는 학덕이 높은 선비의 묘지에만 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모감주나무 잎과 꽃으로 염료도 만든다니 꽃처럼 어여쁜 옷으로 탄생하리라 상상을 해본다.노란빛의 여행자 모감주의 계절이다. 꽃길만 걸어도 좋은 여름이니 모감주 따라 길을 나서야겠다.

2020-07-12

매미소리에 대한 단상(斷想)

김병래시조시인# 매년 이맘때면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뻐꾸기소리가 지칠 때쯤 매미소리가 이어서 배턴을 받는다. 칠월의 폭염과 녹음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뻐꾸기소리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이 산 저 산에서 적막하게 주고받는 뻐꾸기소리와는 달리 매미는 여러 마리가 떼로 운다. 여름 숲의 매미소리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시끄럽다고 꺼버리거나 볼륨을 줄일 수도 없다. 여름 한철 산천초목은 매미소리와 함께 떨며 녹음방초 우거진 진경을 이룬다.# 매미는 3~7년을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밖으로 나와서는 우화하여 한 달 가량을 산다고 한다. 캄캄한 땅속에서 오랜 세월을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왔으니, 뜨겁게 내리쬐는 폭양과 녹음 우거진 이 세상이 얼마나 눈부시게 찬란할 것인가. 삶이란 이렇게 떨리도록 아름다운 거라고 온몸으로 구가(謳歌)하는 매미소리에 산천초목이 공명하는데, 인간사회에는 오히려 살 떨리고 치 떨리는 끔찍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전쟁과 테러와 폭정이 끊이지 않고 그로 인해 살상과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들이 부지기수다. 세상사 벗어나 한나절 여름 숲 그늘에 앉아 매미소리를 들어보라. 삶의 온갖 소란과 고달픔을 까마득히 잊고 찬란한 생의 환희에 떨게 될 것이다.‘청량한 매미소리에 여름 한낮이 떤다/ 녹음 우거진 상수리 숲이 떨고/ 높다란 키를 세우고 미루나무가 떤다// 캄캄한 땅속에서 오랜 세월 꿈꾸어온/ 이 세상 얼마나 찬란한 곳이냐고/ 매미는 온몸을 떨며 온종일 노래한다// 살 떨리고 치 떨리는 인간사 너무 많아/ 차라리 눈 감고 귀 막고 싶은 세상인데// 삶이란 떨리는 거라고, 목청껏 노래를 한다’ - 졸시 ‘매미소리’# 옛날 유학자들은 매미가 다섯 가지 덕(德)을 갖추었다고 칭송했다. 머리에 파인 줄무늬가 선비의 갓끈과 비슷하다고 문(文)을, 나무의 수액만 먹고 산다고 청(淸)을, 곡식을 축내지 않는다 하여 염(廉)을, 살 집을 따로 짓지 않는다하여 검(儉)을, 계절에 따라 오고감에 믿음이 있기에 신(信)을 덕목으로 꼽았다. 그래서 임금이 쓰던 익선관과 오사모의 양쪽 뿔도 매미의 날개를 본떠서 만든 거라 한다. 하지만 매미가 저를 내세우려고 시끄럽게 울어댄다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무성한 미루나무가 매미소리를 쏟아낸다. 매미소리가 아니면 미루나무 수만 이파리가 침묵할 수밖에 없고 여름날이 그만큼 숨 막힐 것이다. 미루나무가 수액으로 매미를 키우는 것은 결국 매미소리를 키우는 것이다. 매미가 미루나무 수액을 빨고 내는 소리는 그러니까 미루나무의 소리인 셈이다. 여름 숲은 잎만 있고 입이 없어서 온갖 새소리와 매미소리, 바람소리를 키운다.# 온종일 청량한 매미소리가 들리는 여름 숲은 광합성으로 뭇 생명의 양식을 만들어내는 커다란 공장이다. ‘저 공장에는 굴뚝이 없네/ 무한정 햇빛을 가공해서/ 뭇 생명의 양식을 만드는/ 저 초록공장에는 매연이 없네/ 온종일 신경 긁는 소음대신/ 청량한 금속성이 들리네// 노동자와 고용자가 따로 없어// 분규도 쟁의도 파업도 없이/ 이 한 철 성업 중인 저 공장으로/ 도시락 싸들고 출근하고 싶네‘ - 졸시 ‘여름 숲’

2020-07-09

맞아야 메달 딴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20여 년 전 중고교 테니스 대회를 관람한 적이 있다.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가 경기장을 나가니까 코치가 그 선수를 데리고 구석진 곳을 갔다. 그리고 그 선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시합에서 졌다는 것”이다. 그 선수는 표정 없이 일상 생활인듯 얻어 맞고 있었다. 과연 그 선수가 잘못한 게 무엇일까?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했는데 코치가 시키는 대로 안했다는 것이 이유일텐데, 코치가 시키는대로 다 할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한다면 결국 로봇 같은 선수가 될 것이다.필자는 당시 “체벌과 욕설, 사라져야 한다”라는 칼럼을 쓰면서 한국 체육계에서 체벌과 욕설이 사라지길 바랐다. 그런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절망적이다. 철인 3종경기에서 어린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선배들의 욕설을 매일 들어야 했고 코치, 팀 닥터라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얻어 맞으면서 훈련을 하면서 여러차례 관련단체에 하소연을 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20년전이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때려야 성적이 난다”, “맞아야 메달을 딴다”는 무식한 방식으로 인격을 모독하는 체육계의 훈련방식이 계속 되고 있다. 아직도 우리에겐 체벌과 욕설이 운동 선수에게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코치들은 여전히 초등학교 및 중고교 선수들을 때리거나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실제로 주니어 시절 좋은 성적을 내었던 선수들의 경우 많이 맞으면서 훈련한 것이 사실이다. 10대 선수들은 자기 제어 능력이 부족한 나이이기 때문에 일단 체벌을 가하면 통제가 가능하고 훈련의 효과가 잠시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다.맞은 선수는 일단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코치 감독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고 시합에 나가서 일단 이기기 위해 애쓸 것이다. 지면 맞으니까…. 한 선수는 “맞지 않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이렇게 수동적인 로봇 같은 선수가 되었다”고 술회한다.맞아서 성장한 선수는 운동을 하는 기계로 전락한다. 창의적인 게임 운영을 하기도 힘들다. 기가 죽은 선수는 창의력과 개성이 요구되는 운동종목에서 성장하기 힘들다. 세계 1위까지 올랐던 안드레 아가시라는 테니스 선수는 재학 시절에 공부 보다는 패션에 관심이 많고 장난꾸러기였다고 한다. 이런 아가시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면 아마도 학교에서 엄청 두들겨 맞으면서 운동을 헀을 것이고 결국 창의력이 부족한 로봇형의 선수로 전락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선수는 맞닥뜨리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 모두 예상하고 대처할 수는 없기에 어려서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이 길러져야 한다. 그 능력은 욕설과 때리고 맞는 이런 환경에서 육성될 수 없다. 일부 단체로 한정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체육계는 환골탈퇴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이제 체육계는 변해야 한다. 체육계의 변화만이 22세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등진 한 유망주에게 진정한 용서를 비는 길일 것이다.

2020-07-09

노영민의 오판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노자 도덕경에‘화광동진(和光同塵)’이란 말이 나온다. “빛(光)을 누그러뜨리고(和), 이 세상의 세속(塵)과 함께(同) 하라”는 뜻이다. 배우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생각과 결정만이 옳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똑똑한 광채를 줄이고 세속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옳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나의 광채를 줄여서 주변의 빛과 조화를 맞추라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가정도, 기업도, 나라도 온전치 못할 것이란 경고가 담겼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범한 실책이다.노 실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노 실장의 공언처럼 보유한 아파트 2채를 모두 매각하면 그는 무주택자가 된다. 다소 과하다싶은 대처였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노 실장이 아파트를 청주-반포 순으로 처분해 양도세 3억원 가량을 절감하게 됐다는 미래통합당의 따가운 분석이 나오면서다.그가 만약 반포 아파트를 먼저 매각했다면 8억2천만원의 양도차익이 나오고, 이럴 경우 양도세 중과세율(42%+가산세)이 적용돼 4억원 가량의 양도세가 발생한다. 반면 청주아파트를 먼저 판 후 반포 아파트를 팔면 각종 세제 혜택으로 5천600만원의 양도세만 내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가뜩이나 서울 아파트값 폭등으로 사나워진 부동산 민심이 뒤집혔다. 누리꾼들은“이런저런 핑계로 잘도 빠져나간다. 내로남불 부끄럽지 않느냐” “양도 차액은 기부하라. 그게 진정한 뒤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의미” 라고 꼬집었다.사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정부 초기부터 말도, 탈도 많았다. 20여차례에 걸쳐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천정부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산정책 입안에 관여한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자로 드러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 위기로 치달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청와대 참모진 중 10여명이 다주택자였고, 고위 공직자 750명 중 248명이 2가구 이상 주택자였다. 참여연대는 정부 부처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입법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 상당수도 다주택자라고 폭로했다. 실제로 이들 위원회 소속의원 56명 중 16명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인 민주당을 지지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민주당 내 다주택자 의원 42명과 일부 시세차익 내역을 공개하며 비판을 쏟아냈다논어에서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에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가지인 데, 첫째는 먹고 사는 경제이고, 둘째는 스스로를 지키는 군대, 셋째는 백성들의 신뢰”라고 답했다. 공자는 그 중에서 백성들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공자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마음에 새롭게 다가온다.

2020-07-09

비대면 사회

2018년 영국 정부가 외로움 담당장관을 임명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언론들은 영국 정부가 고독감으로 고통 받는 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선 사실을 엄중히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했다. 영국은 고독을 질병으로 보고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다.일본에서는 ‘개호(介護)이직’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든 부모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기는 일을 뜻하는 용어다. 일본의 이직자 중 30% 정도가 개호이직이라 한다. 일본 정부는 ‘개호이직 제로’를 경제 정책의 목표로 삼기도 한다.한 조사에 의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에서 50세 이상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청년층의 3배 이상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같은 연령층에서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에 의한 사망도 교통사고 대비 3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전문가들은 사람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영혼을 갉아먹는 것처럼 매우 부정적 상태의 감정일 때라고 말한다. 나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바로 외로움이 낳은 극한적 불행의 결과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만약 코로나의 2차 대유행이 있다면 향후 우리사회는 비대면 문화가 주도를 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에 대비하는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최근 신일희 계명대총장은 “대면·비대면 차이가 없는 수업방식을 고안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는데, 우리사회 전반에 닥친 비대면 문화의 당면과제를 잘 꼬집은 표현으로 보인다.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치 않은 계층에겐 또다른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있다. 노인층의 사회적 고립감을 없앨 비대면 시대의 대책 마련이 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7-09

코로나19 시대의 미국, 브라질 대통령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이다. 일본은 하루 확진자가 200명을 훌쩍 넘어가는데다 큐슈에 대홍수가 나 난리 중이다. 한국은 하루 확진자 50명을 오르내리니 다행이라면 천만 다행이다. 미국에서 통계는 존스 홉킨스 대학이 그대로 정확하게 내는 모양인데, 이 글을 쓰는 오늘로 무려 3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현재 전세계 코로나19 확산을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 브라질, 인도 순으로 집계된다. 이들 나라는 3위 인도는 70만명을 넘어섰고, 2위를 달리는 브라질은 무려 171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통계는 한 가지 의문점, 코로나 감염 확산이 인도 비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인도 인구는 13억 명, 브라질은 2억 1천 명, 미국의 3억 3천만 명이니, 인구 비례로 따지면 인도가 단연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해야 할 텐데 사태는 그렇지가 않다. 그밖에 소득 수준이나 지역 방역 인프라, 위생 같은 문제를 고려하면 인도가 3위인 반면 미국은 1위나 된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문제의 요점이 어디에 있나? 하면 역시 정치 지도자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선거 유세를 강행해서 세간의 비난을 샀고, 브라질의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코로나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허풍을 떨다 결국 확진 진단을 받고도 발표 도중에 마스크를 벗는 기행을 저질렀다. 그런 와중에도 일찍 환자가 폭증해서 시신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던 뉴욕은 지금 많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데,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는 마스크 덕분이라 했다고 한다.미국과 브라질의 대유행은 오로지 정치 지도자들의 그릇된 판단과 우행이 낳은 ‘인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자체가 천재인지 인재인지는 어디서 바이러스가 발원했는가를 판명하기 어려운 지금 쉽게 판가름하기 어렵지만, 유독 미국, 브라질 등에서 대유행을 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들 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정도는 다르지만 ‘이웃 나라’ 일본이 코로나 급증세를 나타내는 것도 알고 보면 수상 아베의 한심한 위기 대처 능력 때문이다. 형이 골판지 회사를 운영한다던가, 해서 코로나 확진자 수용에 골판지 처방법을 내고, ‘아베노 마스크’는 유령 회사에서 만들도록 하고, 재난 지원금도 하청에 재하청을 내도록 한 아베였던 것이다.의과대학 교수들에게 들으니 코로나19는 당분간 종식되기 어렵다 한다. 오래 지속될 대유행이라면 지금보다 더욱 바짝 정신 차려야 하리라. 나라의 정치가, 정치 지도자의 인식이 정상으로 유지되기를 바라마지 않을 수 없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0-07-09

달리는 인생

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농부를 돕던 당나귀가 빈 우물에 빠졌습니다. 농부는 슬프게 울부짖는 당나귀를 구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마침 당나귀도 늙었고 쓸모없는 우물도 파묻으려고 했던 터라 농부는 당나귀를 단념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우물을 파묻기 위해 제각기 삽을 가져와서는 흙을 파 우물을 메워갔습니다. 그런데 울부짖던 당나귀가 조금 지나자 웬일인지 당나귀가 잠잠해졌습니다. 당나귀는 위에서 떨어지는 흙더미를 털고 털어서 바닥에 떨어뜨리며 발밑으로 흙이 쌓이게 하고 흙더미를 밟고 점점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당나귀는 자기를 묻으려는 흙을 이용해서 무사히 그 우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당나귀처럼 곤경의 우물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때로는 환경이 흙더미로 나를 덮어 오지만 오히려 지혜로움과 인내로 용기를 가지면 자신이 더 성장하고 높아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요셉은 고난의 사람이었고 욥이나 다윗도 모두 고난의 사람이었습니다. 성경 속의 위대한 인물들은 한결같이 고난 속에서 인생을 아름답게 꽃피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인생의 성패를 순경 속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으나 진정한 인생의 성패는 순경 속에 있지 않고 오히려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이겨낸 결과에 있었습니다.그런데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의 용기였습니다. 용기야말로 고난의 벽을 뛰어넘게 하는 삶의 동력입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하나님을 바라보는 믿음의 용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용기는 고난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극복의 대상으로 보게 합니다. 그리하여 고난과 당당히 맞서 싸우게 합니다. 삶의 용기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믿음에서 우러나옵니다. 과연 믿음은 삶의 용기를 주고 용기는 삶에 변화를 줍니다. 그리하여 고난의 바다를 기쁘고 당당하게 항해하도록 삶에 힘을 줍니다.뉴질랜드에는 ‘키위’라는 새가 있습니다. 부리가 긴 이 새는 앞을 보지 못하고 날지도 못합니다. 키위가 사는 곳이 화산지대여서 뱀이나 파충류 따위의 천적이 없고 먹이가 풍부해 굳이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 날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날개와 눈의 기능이 퇴화하여버린 것입니다.육체의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고, 재능도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고 합니다. 성령의 은사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고여 있는 물은 썩듯이 사람도 편안하면 타락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푯대를 향하여 달리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달리지 않는 자전거는 넘어지듯이 달려가지 않는 인생은 넘어지고 맙니다.

2020-07-08

미래먹거리로 기대 큰 울릉도 생수 생산

김두한경북부울릉군이 LG생활건강과 손잡고 해마다 커지는 생수시장에 진출한다. LG생활건강이 울릉도의 용천수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울릉도 북면 나리분지 추산용출소에서 생산되는 ‘용천수’는 세계 최고의 생수를 자랑하는 프랑스 에비앙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는 추산 용천수가 100만평이 넘는 나리분지에서 분출되기 때문이다. 화산석이 천연 정수기 역할을 하는 나리분지는 전체가 큰 물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솟는 물은 세균 등으로부터도 안전하며 미네랄 함유량이 많고 탁월하다는 평가다.나리분지는 해발 800∼900m가 넘는 산이 둘러싸고 있다. 이 산에 쌓여 있던 눈이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녹아 서서히 스며들었다가 울릉도 전역으로 자동으로 공급된다. 이 중 가장 큰 물구멍은 나리분지에서 약 100m 아래 위치한 용출소다. 바로 이곳에서 분출되는 용출수로 울릉도 생수를 만든다. 수질 또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사결과 1급 청정수로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추산용천수는 현대인에게 좋은 알칼리성인데다 국내외 유명 생수와 비교해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적어 물맛이 부드러운 반면, 칼륨과 실리카 등 인체에 좋은 성분은 월등히 많은 특징이 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보통 생산되는 지하암반수가 아니라 국내 최초 용천수로 개발한다는 점과 우수한 수질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운다면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전문가들은 울릉도 샘물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경우 국내 생수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물론 ‘국제적 브랜드화’로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천억원, 2020년에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생수 시장점유율은 제주삼다수가 41.5%로 1위, 롯데칠성 아이시스가 9.7%, 농심 백산수가 7.9% 순으로 차지하고 있다. 삼다수의 지난해 연간 매출이 2천억원대, 2020년에는 3천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릉생수가 뛰어들면 약 2천억∼3천억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울릉군의 연간 예산이 2천억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울릉도 생수가 미래 울릉도 최대 수익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kimdh@kbmaeil.com

2020-07-08

모두 범인이다

장규열한동대 교수나이어린 운동선수가 목숨을 잃었다. 폭력과 억압에 짓눌리며 스러져갔다. 한없는 억울함과 의지할 데 없는 무력감은 또 어떠했을까. 이렇듯 야만적인 범죄를 곁에 두고 이 사회가 자랑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무슨 영광을 위하여 젊은 생명을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야 하는가. 유사한 범죄가 때때로 벌어져도 당장 끓어오를 뿐 문제의 뿌리는 그대로인 모양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꽃다운 청춘을 무참히 꺾는 일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처벌과 단속을 넘어 근본적인 해결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선수는 희망이다. 선수 본인이 좋은 성적을 희망하며 달려가지만 응원하는 관중과 국민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를 전해주는가. 그들의 노력이 멋진 성과로 이어질 때 우리에게 얼마나 큰 도전과 용기를 안겨주는가. 피땀어린 노력 뒤에 광기의 폭력이 숨어있었다니 경악할 뿐이다. ‘폭력없이 성적없다’거나 ‘맞아야 잘 한다’는 믿음은 얼마나 후진적인가. 교육과 훈련에 관하여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 할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스포츠리더십을 형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폭력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선수들이 아직도 있지 않을까 짙게 우려된다.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문제는 사건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뿐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에 있어 보인다. 도움과 구조의 손길을 찾기 위해 몇 번씩이나 노력했다지 않는가. 사안의 심각성과 위험도를 감지하지 못한 일련의 과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혼신의 수고를 기울이며 달리는 선수들을 돕지 못하는 체육계의 관행과 제도들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선수이기 전에 청년이다. 젊은 선수들을 끝없는 질곡에서 구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적폐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 내일을 향한 꿈과 비전을 안기지 못하는 사회는 이미 죽은 게 아닐까.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언론과 정치에도 책임이 크다. 문제의 근원을 살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취재하고 보도하며 수정하고 정비해야 한다.삶을 포기해야 한다면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존재를 부인해야 한다면 성공은 무슨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노력을 통해 삶의 의미를 확인해야 하며, 결실을 겨냥하는 비전을 가르쳐야 한다. 지덕체(智德體)의 균형이 잡힌 교육을 회복해야 한다. 성적을 위해 수단의 정당성을 확인하지 않는 교육과 훈련은 구태일 뿐이다. 운동을 따로 떼어 인성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빚어서야 되겠는가. 수고와 노력이 빛나는 성과로 나타나도록 지육(智育)과 덕육(德育)이 체육(體育)과 함께 전달되는 훈련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노력은 모두 소중하다. 함께 수고하고 땀흘린 모든 이들의 노력이 존중되어야 한다. 일등만 대접받는 문화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폭력으로 불러올 성공은 없다. 스러져간 생명이 헛되지 않도록 책임을 살피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끓어오르다 식어버리는 관심도 경계해야 한다. 폭력은 가라.

2020-07-08

부동산P2P 주의보

부동산 P2P(Peer to Peer)상품은 개인이 주로 토스·카카오페이 등의 핀테크앱에 투자를 신청하면 플랫폼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원금과 대출이자를 상환해주는 금융상품이다.흔히 민간이 추진하는 공동주택 개발사업이나 특정지역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데, 연 8%이상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더불어 2030세대의 주력투자처로 인기를 모으며, 최근 3~4년 사이에 급속히 성장했다.지난 달 3일 기준 국내P2P금융업체는 241개이며, 누적 대출액은 약 10조3천251억원이다. 문제는 올해들어 코로나19 확산과 부동산 경기침체가 겹쳐 연체율이 15%대까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P2P업체 241곳의 연체율은 16.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월말 15.8%에서 0.8% 오른 수치다. 지난 2017년 5.4%에서 작년말 11.4%로 뛰었다. 이처럼 연체율이 급증하자 금융위는 지난 3월 ‘P2P금융’은 고위험·고수익상품이라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최대 투자한도를 5천만에서 3천만원으로 축소했다.투자손실을 막으려면 소액으로 분산투자해 만기 미상환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부동산 대출투자시 담보물건, 채권순위, 담보권 행사방식 등 투자조건을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아울러 오는 8월 27일 세계 최초로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이하 P2P금융법)이 시행될 예정이다.기존 금융업 수준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갖춘 경우에만 P2P업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영업·재무현황 및 지배구조 등을 분기별로 감독기관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고수익엔 고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2020-07-08

시대 징표 바라보기

강길수수필가등산길에 뭔가 이상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데도 땅거미가 내릴 것 같이 주위가 시나브로 어스름해지니 말이다. 오후 네 시가 지났지만 하지라는 날을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징표(徵標)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알아볼 마음을 먹지 않고 덤덤하게 넘어갔다. 밤에 인터넷에서 오늘 오후 부분일식이 있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숲속에서의 징표가 그 의미를 찾으며 의문이 풀렸다.부분일식 징표였는데 내가 너무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다는 자각이 뒤따랐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시골에는 라디오도 흔치 않았다. 날씨예측도 징표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늘, 구름, 바람, 공기의 습한 정도, 동물이나 곤충들의 행동, 몸의 반응 같은 것들을 이용했다. 방법도 어떤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 전승되는 도제제도(徒弟制度)인 풍습을 통해 저절로 습득되었다. 나아가 생활 전반에 징표와 관련되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이 스며있다. 해몽, 사주팔자 풀기, 택일, 작명, 점(占), 풍수지리 등 다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올해 내게 다가온 시대의 징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바라본다. 우선 봄꽃들이 예전과 비교해 더 화려하게 피어올랐었다. 진달래꽃, 개나리꽃으로부터 벚꽃, 라일락꽃, 이팝꽃, 조팝꽃, 장미꽃, 아카시아꽃, 찔레꽃, 인동초꽃에 이르기까지 내가 만난 꽃들은 겉모양은 확실히 화려했었다. 하지만 일부러 꽃들 근처에 가도, 가끔 꽃에 코를 대고 맡아 보아도 향기가 안 나거나, 전과 비교해 훨씬 줄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또한 기후 탓인지 혹은 마음 탓인지, 봄꽃들이 무엇에 쫓기듯 허겁지겁 피어나고 지는 것만 같아 보였다.왜 그럴까. 결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말 꽃들이 향기를 잃어가든가, 아니면 내 후각이 나이 들면서 무디어져서 향내를 맡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후자의 영향도 없지 않겠으나, 아무래도 전자에 해당하는 것 같다. 양봉하는 친척이 올해엔 꿀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 만일 그렇다면, 식물들이 사람에게 보내는 징표는 과연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리우협약 등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촌의 인식은 제법 오래 된듯하나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이 시행된다는 소식은 별로 듣지 못했다.해로운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일부 사람의 흡연, 과음, 마약 투여 같은 습관처럼 이 시대 지구촌은 물질문명의 편리성에 중독되고 만 것은 아닐까. 생명의 어머니 지구가 곳곳에서 이상기상 현상이나 지진, 동물, 식물, 곤충 나아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등을 통해 신음의 징표를 내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책임을 져야 할 우리 인간은 외면하며 사는 현실이다. 물질문명에 유착한 정치적 경제적 패권, 자국 이기주의, 거대 자본의 횡포 같은 욕망에 최면 되어 있다. 현 인류문명은 과녁도 없이 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화살이 우리를, 지구촌을 어느 과녁에다 맞출지 두렵기만 하다.우리나라의 산업화 이전 세대들만 하더라도, 농촌에서는 전 근대적 농사일을 하며 자연 친화적 또는 로하스(LOHAS)족 같은 삶을 경험했다. 보릿고개의 고단하고 힘든 시기였지만 자연을 알고 자연 안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기에, 비록 엥겔지수는 높아도 행복도(幸福度)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았었다 싶다. 어촌이나 산촌도 농촌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터이다. 품앗이를 기반으로, 한 동네가 한 가정처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사는 공동체였기 때문이리라.손자가 둘이다. 맏이 가정의 세 돌을 앞둔 큰손자, 둘째 가정의 갓 돌 지난 작은 손자가 그들이다. 해맑게 자라나는 손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에서 또 하나 가장 행복한 기간을 보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전에 느끼지 못하던 불안과 걱정이 앞선다. 자연과 국가사회의 시대 징표를 바라보면, 아이들의 미래가 어찌 될지 좌불안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지구환경 변화에다 정권의 무모한 좌편향 정책, 북핵, 코로나19 등에 볼모잡힌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도무지 헤아릴 수 없어서다. 만일 어버이들의 잘못으로 저 아이들이 불행해진다면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부디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정부와 정치권에 간절히 바란다.

2020-07-08

개별자만큼의 진실

모 출판사에서의 전화. 원고청탁이라면 짐짓 거절 제스처로 만용이라도 부려보겠지만 그럴 리가요. 블로그에 올린 서평을 인용하고 싶답니다. 재발간하는 책 말미에 몇 문장을 인용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합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닌 걸 보면 편집자들은 자사의 책과 관계 되는 것이라면 구석구석 구글링을 하는 모양입니다. 변방의 글까지 찾아내니 말입니다. 물론 그리해도 좋다고 답했습니다.따옴표로 묶어 보내온 그 문구들을 들여다봅니다. 소설 ‘파이 이야기’에 관한 단상입니다. ‘있는 그대로’라는 말의 의미는 현실에서는 ‘개별자가 본 대로’가 되기 일쑤이다. 씁쓸하지만 온당한 이 철학적 사유를 우리는 끝내 확인하고야 만다. 삶의 방식과 종교 문제 그리고 인간 본성, 살면서 느끼는 온갖 것들에 대한 개수만큼의 진실이 소설의 도마 위에 오른다. 동어반복이다 싶게 예나 지금이나 저는 이런 문제들에 생각이 많습니다.인도 한 도시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네 가족은 캐나다로 이민을 갑니다. 동물들도 함께 화물선에 오릅니다. 배는 난파되고 파이와 벵골호랑이 리처드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합니다. 그 과정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후일담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맹수와의 동거라는 어마어마한 진실은 소년 파이에게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솔한 경험입니다. 하지만 누가 파이의 말을 믿어 줄까요.보고도 믿지 않는 게 사람입니다. 아니, 본 뒤에 제 식으로 믿는 게 사람입니다. 그런데 본 적조차 없는데 어찌 ‘있을 수 없는 일’을 믿을 수 있을까요. 무시무시한 호랑이와 지낸다는 것, 내 문제일 때는 진실이 되지만 상대의 얘기일 때는 달라집니다. 비현실적인 파이의 경험담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할 수밖에 없습니다.이런 인간의 심리를 감안해 파이는 등장인물들을 동물에서 인간으로 각색한 버전도 들려줍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가요?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인가요,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인가요?” 밝은 모습으로 말하는 파이의 유머가 슬퍼 보이는 건 왜일까요. 세상엔 너무 많은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파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저마다의 진실 즉, 개별자 숫자만큼의 진실을 믿어야 하는 삶이 있는 한, 파이의 유머는 단순한 유머로 그치지 않습니다.있는 그대로만 믿으라고 쉽게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조차 믿을 게 못 되지요. 있는 그대로의 기준이란 얼마나 모호한지요. 존재하는 그 무엇은 본성 그대로의 형상과 내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자의 눈을 통과하는 순간, 그 모습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 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 아닌가요?”무엇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언어의 종류에 상관없이 창작의 요소가 깃드는 것이라고 작가 얀 마텔은 말합니다. 뜻하든 그렇지 않든 한 사안에, 보는 이의 소설적 장치가 가미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되면 애초에 존재했던 진실은 별 의미가 없게 됩니다. 저마다의 생각이 새로운 진실이 되어버린 마당에 진실 찾기가 무슨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말장난 같지만 진실은 진실만이 알 뿐입니다. 따라서 파생한 진실이 원래의 것과 멀어지더라도 슬픔 속에 갇힐 이유가 없습니다. 호랑이 리처드도 끝내 숲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공포와 공존 속, 최대 생존 파트너로 생각했던 파이를 둔 채. 호랑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의 세계로 떠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진실의 실체가 아니라 저마다의 진실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나 한계 같은 걸 사유케 하는 순간이지요. 나를 둘러싼 현상이 온당하다는 아집에 빠질수록 상대의 진실에서 멀어질 수 있음을 아찔한 설정과 유머로써 경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상대에게는 박한 잣대를, 스스로에게는 후한 잣대를 들이민 모든 날들을 소급하고 싶어집니다.김살로메소설가마침 효자손이 보입니다. 껍질을 까고 옹이를 깎아낸 뒤 사포로 문질러 반질반질 윤이 나는 수제 등긁이. 무심한 듯 건네던 친구 왈, 산책길에 버려진 오동나무를 모셔 왔답니다. 받을 이를 생각하며 몇날며칠에 걸쳐 손맛을 입혔을 정성을 생각하면 등을 긁는 용도로만 쓰기엔 아깝습니다. 한 가지 진실에만 접근하려 한, 용렬한 어깻죽지가 들썩일 때마다 스스로를 내리치는 죽비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극한으로 치닫지 않는 한, 세상사 진실 찾기로 시간 허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습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 멀어진 실체를 찾으려는 게임보다 내 앞에 있는 모든 것에 유연한 시선을 보탤 일입니다. 혹여 진실의 개수를 줄이겠다고 소견을 좁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등 긁는 일 못지않은 쓰임새로 이 죽비를 들어야겠습니다. 파이가 그랬듯이 유머와 이해를 싣는 죽비소리, 아니 동비(桐7BE6)소리가 저릿한 술맛처럼 어깻죽지를 타고 심장으로 흘러듭니다.

2020-07-08

한반도와 한미워킹그룹

김규종경북대 교수7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을 대거 교체했다.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민주당 의원,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이들 가운데 박지원 후보자와 이인영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경화 외무장관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만 유임되었기로 전면적인 인사교체라 할 수 있다.외교안보라인의 교체는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겨냥하고 있다. 6월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시작된 북한의 대남공세는 6월 16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정점에 이른다.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대북전단을 빌미로 시작된 공세였으나, 실상은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서운함과 불만족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돌이켜보면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공동선언, 같은 해 9월 19일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한 군사합의서는 8천만 한민족에게 찬란한 서광처럼 보였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5.1 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에게 행한 연설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와 아울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세 차례 북미 정상회담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향한 우리의 희망을 구체화하는 것이었다.하지만 하노이 ‘노딜’에서 나타난 것처럼, 미국은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에 관심이 없다. 그것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었던 볼턴의 회고록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은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 유지와 통일반대, 그것에 따른 무기판매의 반대급부를 집요하게 노리고 있다. 나아가 그들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동아시아의 교두보이자 지정학적 희생양 정도로 한반도를 생각하고 있다.흥미로운 점은 9·19 공동선언 이후 한국이 자발적으로 이른바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자고 미국에 제안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완화 및 한반도 평화를 한국과 미국의 실무자들이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킹그룹의 활동이 실제로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워킹그룹의 존폐문제까지 심도 있게 논의할 시점으로 보인다.4·27 공동선언과 9·19 공동선언에서 거명된 후속작업은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남북철도 연결과 현대화,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이 어느 하나 이루어지지 않은 채 2년 세월이 흘러간 것이다. 실질적인 진전 없이 언어로써만 남북의 화해와 평화, 민족통일 운운은 어불성설 아닌가.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안보와 국방 및 외교를 미국에 의지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언가 새롭고 창조적인 돌파구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2020-07-08

학교 설명회에서 받은 교육 화두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선생님, 학교 교육이 무엇입니까?”지난주 토요일, 산자연중학교에서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학교 설명회가 있었다. 코로나19의 지역 집단 감염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설명회 개최 여부를 두고 여러 고민을 하였다. 그런데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굳이 학교에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전국에서 걸려오는 입학 문의 전화가 설명회 개최를 재촉하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은 결과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열기는 더 뜨거웠다. 학교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이 나라 교육 전체를 생각하면 결코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다.설명회 당일 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운 차들을 보면서 코로나19의 두려움보다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이 이 나라 학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하였다. 7년째 학교 설명회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필자의 마음은 더 무겁기만 하다. 그 이유는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와 학생의 어둡고 심각한 표정 때문이다.그들의 희망 없는 표정을 볼 때면 필자는 늘 죄인이 된다. 무엇이 저들의 표정을 저토록 슬프게 만들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교육이다. 병적인 자아도취에 빠진 정부와 교육부는 모든 교육이 잘 되고 있다고만 한다. 그리고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지키지도 못할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입을 막고 있다.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단 한 번만이라도 산자연중학교 학교 설명회에 와서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설명회는 학교 설명회라고 하기보다는 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교육을 제공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교육 간담회에 가깝다. 설명회에는 흐름이 있다. 처음 분위기는 정말 살벌하다. 그러다가 학교 교육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는 일순간에 바뀐다. 그전까지 이야기만 듣던 학부모들은 성난 군중이 되어 저마다 분에 찬 한 마디씩을 던진다. 그 안에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비책이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모두 듣지 못함이 죄송할 따름이다.설명회가 끝나고 어느 참석자가 조용히 찾아와 물었다. “선생님, 학교 교육이 무엇입니까?” 질문자는 학교라는 말에 강조점을 두었다. 필자는 바로 답을 할 수 없었다. 물론 필자가 정의하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필자는 학교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죄송합니다. 선생님을 곤란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정말 궁금해서….”필자는 설명회를 준비하면서 다음 같은 연수 주제를 산자연중학교 교사들에게 제시하였다.“학생이 질문합니다. 왜 꼭 학교에서 선생님께 이 단원을 배워야 합니까? 과연 우리는 이 학생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요?”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수업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대한민국 교사들은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과연 어떤 답을 할까! 설명회가 끝난 지금도 필자는 이 두 가지 화두를 안고 시름 중이다. 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다.

2020-07-08

포스코의 행복한 나눔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미끈유월과 함께 어느새 반년이 미끄러지듯이 지나갔다. 설마설마하던 전염병의 회오리에 휩싸여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상반기를 보냈지만, 여전히 불안과 우려에 발 묶인 채 침울한 하반기를 보내기가 녹록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여름날 해는 길어져 뜨거워지고 장마나 태풍같은 기상의 이변도 예상되는 터라, 여러모로 챙기고 대비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차분하고도 신중하게 언제 닥칠지도 모를 일들을 예단하고, 자신과 주변을 면밀히 살펴 전방위적인 대응과 만일의 태세를 갖추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최근 무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녹음(綠陰)을 드리우는 마음으로 이웃과 지역사회를 환하게 밝히는 열기가 더위를 무색케했다. 포스코의 특별 봉사주간, 이른바 ‘2020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에 포항, 광양, 서울, 인천지역의 그룹사, 협력사는 물론 세계각지의 해외법인에서 임직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과 정성 어린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친 것이다.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는 포스코그룹이 2010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를 올해부터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자는 취지에서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연계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다.지난 6월 중, 하순에 진행된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임직원 개개인이 가진 기술, 특기, 전문지식 등 재능을 활용한 봉사활동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사회를 위해 포스코그룹의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전통시장 장보기 등 소비촉진을 장려하고, 해당지역의 농어촌마을을 찾아 지역주민들을 위한 방역활동과 함께 마을 공동시설물 보수, 담장 벽화그리기, 농기계 수리작업 등의 활동을 펼쳤다.또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인들을 돕기 위해 코로나19 감염방지 교육, 생필품지원을 위한 무료마켓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 유공자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보훈기념물을 헌정하고,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에서 조경 및 환경미화활동을 펼쳤다.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경제, 문화 등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가뜩이나 힘겨운 때, 이웃과 지역민들을 먼저 배려하고 존중의 마음과 따스한 손길을 보여준 포스코의 행복한 나눔과 베풂 활동은 가뭄 속의 단비 마냥 반갑고 착하기만 하다. 포스코는 이뿐만이 아니라 1% 나눔재단·재능봉사단·환경보호 등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을 통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최근 2019 기업시민보고서를 발간한 포스코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기업은 사회와의 조화를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포스코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경영이념 아래 글로벌 철강사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0-07-07

반인륜적인 부모의 자녀 학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부모의 자녀 사랑은 인륜의 기본 철칙이다. 근간 부모의 자녀에 대한 유기, 학대, 치사 사건이 빈번하고 있다. 며칠 전 계모가 9살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둬 사망케 한 사건이 있었다. 아이가 살려 달라고 버둥대니 가방 위에 올라 마구 밟고 그도 모자라 헤어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까지 불어 넣었단다. 또 어떤 엄마는 두 자녀를 산에 데려가 발가벗겨 두고 그냥 내려왔단다. 두 아이가 산에서 피를 흘리며 내려오는 것을 본 등산객이 신고하여 알려졌다. 며칠 전에는 자녀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부부가 징역 4년형을 받았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동물들도 제 새끼만은 끝까지 보호하는 본능이 있다. 추운 지방의 펭귄이 파도와 싸우면서 물고기를 잡아다 새끼 입에 넣어 주는 장면을 보았다. 강남 갔던 제비도 연방 잠자리를 잡아다 새끼 입에 넣어주는 모습을 어릴 때 자주 보았다. 얼마 전 한 몰래 카메라에서는 송아지 낳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어미 소는 새끼가 뒤집어쓰고 나온 분비물을 혀로 정성껏 핥아 주었다.부모의 자녀 학대는 부모의 왜곡된 심리적 기저에서 출발한다. 부모는 흔히 자녀를 자신의 분신(分身)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부모는 종종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매우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자식이 비록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났지만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은 결코 아니다. 대체로 정상적인 가정에서는 자녀학대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혼이나 재혼, 가족해체 등 결손가정에서 이 같은 학대가 저질러진다. 세상의 자녀는 모두가 고유한 인격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임을 망각한 결과이다. 자녀는 결코 부모의 스트레스나 화풀이 대상은 아닌데도 착각한 부모가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우리는 부모의 자녀의 학대로 연결되는 구도만은 막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자녀 학대를 막기 위해 민법 915조의 부모의 자녀 징계권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민법상의 자녀 징계권을 삭제하고, 아동의 복리를 위해 체벌금지 조항을 첨가한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아동복지법 제5조 2항에는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차제에 민법을 개정하여 자녀에 대한 유기, 학대, 살인에는 보다 엄격히 규제하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이러한 법제화만으로 아동 학대는 근절되지 않는다. 우리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는 가정과 사회 공동체의 기능을 회복하는 노력도 동시에 수반하여야 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물질적 빈곤 속에서도 가정 공동체의 결속만큼은 굳건히 지켜왔다. 국민 소득 3만불 시대 자녀 학대라는 반문명적이고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은 반드시 고쳐 나가야 한다. 운전을 하려 해도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인데 우리 공동체는 자격증 없는 부모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차제에 학대받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욱 튼튼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여성가족부와 이 분야 시민 단체의 분발이 요구된다.

202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