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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경쟁력

세계적인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자유로운 이동, 외출의 제한, 대규모 행사의 취소나 연기 등 조치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는 가계, 기업 각자 나름대로 지금의 환경에서 자신의 활동을 지속하려는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얼마 전 로이터는 ‘코로나가 만연되면서 온라인화하는 세계의 일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상하이에서 자택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 초등학생, 미국 미시건주에서 온라인원격진료를 시작한 의사, 홍콩에서 실시간 채널로 미사를 주재하는 가톨릭 신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라인으로 댄스 레슨을 시작한 안무가, 베네주엘라 카르카스에서 친구들과 오랫동안 지속했던 아유회를 자택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 피크닉으로 대체한 주부 등을 소개하였다. 활동이 제한된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세계는 온라인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진화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기업까지 등장하였다. 각 경제주체는 그저 곤란하다는 것에서 벗어나 각자 나름의 생존을 위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모든 경제활동에서 이와 같은 디지털화나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아날로그에 맞추어 형성되었던 기존의 법적 제도적 기반이 그 속도를 실시간으로 뒤따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변화가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리면서 제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해졌다.그렇다면 경북지역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만 할까. 그동안 경북지역의 문제 내지는 한계로 지적되었던 것은 저출산 고령화였다. 23개 시군 모두 농어촌지역에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기력이 쇠약한 고령의 어르신들만 남아있는 것이 문제라는 시각이었다. 심지어 구미, 포항 등 주력 산업도시의 부진으로 인구마저 감소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지역의 한계나 약점을 가진 상황에서 디지털시대로 변화하는 최근의 시대적 흐름을 어떻게 헤쳐나가면서 생존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과제는 만만치만은 않다. 하지만 경북의 문제로 지적된 부분들이 어쩌면 디지털 온라인 시대에는 새로운 장점이자 지역 경쟁력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는 지역 나름대로 최근의 변화에 차근차근 적응해 나가기 위한 정책을 궁리하고 마음가짐도 다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고용이나 노동력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물리적 노동력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어 근력이 쇠하고 움직임이 느려지는 고령자는 그저 보살펴야 하는 존재로만 인식하여왔다.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당연한 진리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로 불리는 지금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암묵지 등의 지적자산을 지닌 고급인재들이 단지 청년들과 같은 기력을 쓰지 못하고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다고 무시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디지털 온라인 시대에는 앞으로 어르신들이 활약할 시대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순수하게 인간의 육체적 능력으로만 판단하던 시각에서 탈피하여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력을 갖춘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며 그 영역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우리는 그동안 인간의 체력적 신체적 여건만으로 고령자들의 고용을 생각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드론, 로봇, 기타 디지털기기가 인간의 체력적 신체적 분야를 담당하고 어르신들은 이러한 기계나 디지털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의 전문지식을 청년들보다 더욱 유효하게 발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게다가 세상 사람들과 굳이 육체적 요구조건만으로 비교되며 소외되었던 장애판정을 받은 분들도 자신의 신체적 약점은 이러한 디지털 도구에 맡기고 자신만의 전문콘텐츠를 온라인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활용하는 경제활동도 확대될 수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좀 더 구체적으로 각 경제활동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분야를 상상해보기로 하자. 대부분이 농어촌지역인 경북에서 특히 농림어업분야는 소중한 경제영역이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그동안 부진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뀔 수도 있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나 비바람이 부는 악천후라도 논밭의 상황을 굳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저 집안에서 농사용 로봇이나 드론을 띄워 화상으로 살펴본 다음 논에 물을 대려면 온라인 농업통제시스템을 통해 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만 클릭하면 되는 디지털 농업을 실현하면 된다. 지금의 고령자는 과거 60세 이상의 어르신과 달리 386세대로 컴퓨터 온라인에 일찍 노출된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서비스 분야는 사이버대학원까지 등장하였을 정도로 비교적 빨리 디지털화가 진행되었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특정 재난, 재해로 인해 출석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농어촌의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시스템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초중고에서 원격강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교사들은 수업을 진행하되 특정 사유로 출석하지 못한 학생들은 본인인증을 거쳐 온라인으로 함께 수업을 받고 이메일로 숙제를 제출하거나 학교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같은 시간대에 시험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행정은 어떠할까. 우리나라의 전자정부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정부의 공공입찰, 행정복지센터의 주요 민원서류발급 등은 전자화된 지 오래되었다. 이제 좀 더 영역을 넓혀 주요 인허가분야도 필요서류를 전자파일로 접수하고 부족한 부분이나 상세한 질의 사항이 있다면 굳이 생업에 바쁜 민원인이 공무원을 대면하지 않아도 일이 진전될 수 있는 시대가 예상된다. 유통 등의 분야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다. 가게 주변의 주민들은 해당 소상공인의 가게 아이콘을 눌러 필요한 물건을 골라 주문하되 직접 몇 시에 가지러 갈 것인지 아니면 배달을 요청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될 것이다. 아무리 현관문을 나서 5분 정도만 걸으면 찾을 수 있는 가게라 하더라도 주민 자신은 시스템이 구현되어 있지 않은 집 앞의 가게 대신 서울, 대구 등의 지역에서 운영하는 온라인쇼핑에서 주문하여 택배로 받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결국, 소상공인들도 디지털화에 동참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건설부동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 건설공사장의 인력충원 담당자는 일일이 사람을 수배할 필요도 없이 그날 필요한 기능공, 인력요건 등을 온라인시스템에 게시하면 되고, 노무자들도 공사판을 찾아다니기거나 인력사무소에서 하염없이 대기할 필요도 없이 시스템에 신청한 후 나중에 핸드폰으로 알려주는 공사장소로 찾아가기면 하면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토목건설업자라면 비바람이 불건 덥거나 춥건 아랑곳하지 않고 설계대로 프로그램된 건설 로봇에 맡겨 공사 기일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게 될지도 모른다. 언제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와 함께 찾아왔다.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경북지역의 영원한 약점은 분명 아니다. 단지 나이 문제만으로 현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전문인력들은 지역에서 충분히 파악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둘 필요가 있다. 전문지식을 지닌 고령자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지역의 미래가 달려있다. 경북지역의 약점이었던 높은 고령화율이 다가오는 디지털 온라인시대에는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2020-04-05

우리 아이 독해력

김현욱 시인위리안치가 따로 없다.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가시가 집과 집,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어른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집콕’했던 것도 억울한데, 이번엔 코로나19로 학교도 못 가고 집에 갇혀 시름시름 앓는 중이다. 그런데다 온라인 개학까지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수업을 들어야 한단다. 원격수업을 받아본 사람은 안다. 웬만한 동기와 의지가 아니고서는 꾸준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을. 하물며, 아이들이야!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은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곁에서 추임새를 넣어줄 고수나 페이지를 넘겨줄 페이지 터너가 필요하다. 엄마나 아빠,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곁에서 거들어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담임 선생님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초등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는 독서와 글쓰기다. 초등교육의 핵심은 독서와 글쓰기의 기초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중에 한 가지만 고른다면, 단연코, 독서다. 독서를 통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독해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아이의 독해력 수준은 어떨까? 지난주에 초등 3학년 딸과 탈무드의 ‘마법의 사과’를 읽고 토론, 글쓰기를 했다. 원문은 ‘탈무드’를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 ‘탈무드’는 초등학생 자녀와 읽고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자녀와 함께 다음 글을 읽어 보자.“어떤 왕에게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다. 공주는 병에 걸려 위급했다. 왕은 딸의 병을 고쳐주면 딸과 결혼시키고 자신의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선포했다. 그때 먼 지방에 삼형제가 있었다. 그들 형제는 각자 보물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형은 어느 곳이라도 볼 수 있는 마법의 망원경을, 둘째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마법의 양탄자를, 막내는 어떠한 병도 고칠 수 있는 마법의 사과를 갖고 있었다. 그들 중 첫째가 그 소식을 알고는 공주의 병을 고쳐주자고 말했다. 삼형제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날아가, 마법의 사과를 공주에게 먹였다. 공주는 씻은 듯이 병이 나았다. 왕은 매우 기뻐 삼형제 중 한 사람을 사위로 맞겠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를 사위로 삼을지 난감했다.만일 여러분이 왕이라면 누구를 사위로 맞을 것인가?”‘마법의 사과’를 읽고 요약할 수 있는가? 모르는 낱말의 뜻을 짐작할 수 있는가? 육하원칙 질문, 만약에 질문, 왜 질문 등에 답할 수 있는가? 우리 아이의 독해력 수준을 가늠해보려면 책 읽어주기를 통해서 점검해야 한다. 독해력은 꾸준한 독서토론, 글쓰기를 통해 향상된다. 딸은 마법의 망원경을 가진 첫째가 공주와 결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가 아니었으면 공주가 아픈 걸 몰랐을 거라며. 책에는 마법의 사과를 가진 셋째와 결혼해야 한다고 나온다. 셋째에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토론을 통해 새로운 결론에 도달했다. 왕이 아니라 공주가 삼형제와 각각 데이트를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누구의 공이 더 큰가보다 누가 공주의 취향이나 성격에 잘 맞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코로나 19로 자녀와 독서토론 할 시간이 늘었다. 그건 고맙다.

2020-04-05

사라진 비둘기처럼

쥐스킨트의 단편 ‘비둘기’는 주인공 조나단 노엘이 30년 넘도록 단순한 삶을 반복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매일 정한 시간에 일어나 씻고 8시 15분까지 출근하죠. 은행 경비원입니다. 중요한 업무는 출근하는 지점장 뢰델씨에게 인사하는 일입니다. 노엘은 단조로움 그 자체를 삶의 중요한 가치로 여깁니다. 메마른 삶이지만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며 지속하는 것이 노엘의 인생 목표입니다. 이 루틴이 깨지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조나단 노엘은 어느 날 출근하려 집을 나섰는데 복도에 비둘기 한 마리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도저히 비둘기가 있는 복도를 지나 출근을 할 엄두가 나지 않죠.“어떤 광채나 희미한 빛조차도 그 눈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살아있는 흔적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할 눈이었다. 바로 그 눈이 조나단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우산을 펴서 비둘기의 시선을 가로막은 채 필사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이날 하루 그의 삶은 엉망진창입니다. 삶이 궤도를 이탈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불안과 공포로 노엘을 이끌지요. 지점장에게 인사하는 일조차 구멍 내고 맙니다. 하루가 송두리째 엎어집니다. 비둘기가 무서워 집을 떠나 호텔 신세를 진 그는 불안 끝에 자살하기로 결론을 내립니다.우여곡절 끝에 노엘은 안정을 찾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비둘기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공포는 착각이었지요. 비둘기는 사라졌습니다. 노엘은 다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으로 돌아갑니다.코로나19 사태로 무너져내린 우리 일상도 세상을 뒤덮은 공포의 그림자도, 비둘기 사라지듯 어느 순간 깨끗이 사라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비록 우리 일상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무엇이라 해도, 그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이번에 체험했기에./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4-05

4·15 총선의 핵심 포인트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코로나19 사태로 힘들지만 총선은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다. 후보 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선거판은 아직도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300석의 의석을 앞에 놓고 여당과 야당은 과연 몇 석을 확보할 것인가. 여야 모두 130+α라고 승리를 장담하지만 예측은 사실상 어렵다. 현재의 여론 조사만으로도 총선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역대 총선의 여론조사는 결과와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총선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몇 개의 포인트를 살펴본다.먼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중간 평가 등 코로나 외의 이슈 부각 여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로서는 ‘문재인 정부 심판론’도 ‘야당 심판론’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당은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 ‘국민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부각하고 있다. 현재는 유권자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여야의 이러한 정책 자체가 대립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 때문이다. 여기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 비판보다는 코로나 수습이 총선 결과에 더욱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후보나 지지 정당을 선택하지 못한 무당층 표심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보수층과 진보층 지기기반은 여야로 선명히 양분화 되어 있다. 그러기에 아직 20∼30%인 중도층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1야당이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고 집권여당이 개혁보다는 안정과 책임을 강조하는 정책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선거 막판 중도층의 선택으로 전체 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총선 투표율이 21대 총선 투표율 58%를 넘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오히려 낮아지면 여당에 유리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투표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선거 운동 과정의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 파동이 선거 판세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당시의 진박 감별사의 등장과 김무성 당대표의 잠적은 집권당의 총선 패배로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의 ‘노인 폄훼 발언’은 대선 참패의 요인이 되었다. 지금과 같은 선거 구도에서의 지도부의 ‘말실수’등 돌발 변수는 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황교안 대표의 최근 발언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현재로서 전체 선거 판세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여당이, 영남에서는 야당이 앞선다고 분석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라는 양극화된 구도는 뚜렷이 보이는데 중도나 제3당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선관위 등록 정당이 50여 개이며 비례 후보를 낸 정당이 35개에 이른다 한다. 준 연동제 비례대표의 선거법 취지와는 달리 이들의 입지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다간 이번 총선이 촛불과 태극기의 대립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갈등의 해소보다 갈등의 증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10일간 선거 과정을 잘 지켜보자.

2020-04-05

잊기 쉬운 자동차의 어떤 기능에 대해

박근영 공무원“아! 이거 참…. 강사는 뭐 하는 거야!”도로주행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신호가 짧은 교차로 탓에 바짝 붙어 출발하다 화들짝 놀라 급정지를 했다. 짜증이 일었지만 도로주행 시험을 보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겸손 모드로 돌아간다.1999년 가을, 떨리는 손으로 시동을 걸고 기어 변속 후 차를 출발시켰다. 식은땀이 흘렀다. 첫 신호등에 도착하자 긴장이 거의 풀렸다. 운전석 창문에 팔꿈치 걸치고 한 손으로 운전할 수도 있을 듯했다. 코스를 순조롭게 돌고 결승점에 도착해 시동을 껐다. 무사히 마쳤다. 90점은 가뿐하리라. 천만의 말씀! 감독관은 채점표를 보며 내 실수를 하나하나 짚었다. 출발할 때 형식적으로 차량을 돌아본 것, 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학원에서 연습할 때 한 번도 그 행동의 의미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평소처럼 탑승 전에 바퀴를 몇 번 톡톡 차고 차를 한 바퀴 빙 돌았다. 알고 보니 차량 주위에 장애물이나 위험요소는 없는지, 바퀴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운전석에서는 후방을 살피고 사이드미러로 양옆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야 했다. 하지만 나는 목을 꼿꼿이 세우고 거울을 째려보며 카레이서가 정면을 주시하듯 눈을 치켜떴다. 채점표를 보던 감독관에게 내 비장한 눈빛이 보일 리 없었다. 시동 걸고 출발하면 그만인 줄 알았지 이런 절차로 쇳덩이와 내가 세상의 안전을 도모하는 심오한 소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그날 내 점수는 70점이었다.저녁 6시, 먼저 집에 가려는 차량들이 무례한 끼어들기를 반복한다. 약육강식의 세계가 따로 없다. 내 퇴근길은 램프 구간을 몇 번 지나 차선을 여러 차례 변경해야 한다. 차선을 바꿀 때는 옆 차 속도를 계산해 동물적 감각으로 끼어들어야 한다. 이때 내가 ‘끼어들겠다’는 의사 표시는 방향지시등으로 한다. 일명 깜박이. 옆 차선에서 누군가 깜박이를 켜고 진입하려 하면 나는 뒤에서 오는 차간 거리와 앞차와의 간격을 가늠해 속력을 살짝 줄여준다.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은 도로교통법 제38조1항에 명시된 운전자의 의무다. 차선을 변경할 때나 좌회전, 우회전, 유턴할 때도 반드시 켜야 한다. 깜박이는 여유를 두고 켜는 것이 좋으며 대략 6초면 옆 차선의 차들이 인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얌전히 가던 옆 차가 깜빡이 없이 칼치기로 들어올 때는 그 운전자의 손가락이 부러졌기 때문이다. 너그럽게 이해하기 때문에 심적 동요는 없다. 대신 화답하는 뜻으로 경적을 기다랗게 울려준다. 상대 운전자는 사과의 뜻으로 비상등을 몇 번 깜박거린다. 비상등을 켜려면 손을 뻗어야 하지만 방향지시등은 손가락만 뻗치면 닿는다. 자동차는 인체공학적으로 효율적이다.그날 도로주행 감독관은 내가 방향지시등을 켜자마자 바로 끄고 차선 진입을 했다고 감점의 이유를 말했다(물론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차선을 바꾼 기억조차 없는데 어찌 방향지시등을 켜자마자 끈 기억이 있을까? 두 차례나 그랬으므로 깜빡이 부문에서 내가 대량 실점을 했단다. 그 경험은 각인 효과가 있어 나는 이후로 확실하게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바꾼다. 그 시절은 유난히 초보 운전자에게 가혹했다. 깜박이를 켜면 일부러 끼어들지 못하게 속력을 내는 일이 많다며 절대 깜박이를 쓰지 말라는 말까지 돌았다. 오죽하면 ‘여러분이 몰랐던 차의 기능’이라며 깜박이 켜기에 관한 유튜브 영상까지 나왔을까? ‘깜박이 켜기’ 운동도 있었다.운전자는 차를 흉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깜박이는 남을 배려하고 나를 보호하는 수단이다. 무례하게 차선을 넘나드는 운전자를 보며 실력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그런 행동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보복 혹은 난폭 운전을 일으킬 수 있다. 깜박이 사용은 주변 차량에 내 차의 방향 정보를 제공해 양보를 유도하고 사고를 예방한다. 나와 이웃을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우리가 잘 모르는) 자동차의 훌륭한 안전장치다. 운전대 왼쪽에 튀어나온 그것을 애용하는 일은 타인을 위한 배려다.

2020-04-05

봄날을 기다리며

엄태항 봉화군수매년 4월이면 봉화의 ‘띠띠미 마을’(봉성면 동양리)은 고풍스런 고택과 돌담 위로 흐드러진 산수유 나무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봄을 마주한다. 온 천지가 산수유 꽃으로 노랗게 물들면 봄날의 꽃향기만큼이나 감미로운 시와 음악이 흐르는 신춘 시낭송회도 열려 완연한 봄날의 정취를 더한다.상춘객들로 북적여야할 띠띠미 마을은 현재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로 봄의 향연을 홀로 외로이 뽐내고 있다. 비단 봉화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가 맞고 있는 봄의 풍경일 것이다.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완치율도 50%를 넘어서며 위험한 순간을 잘 극복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봉화군은 지난 2월 27일 양성판정을 받은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4월 1일 기준 총 7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들은 현재 포항·김천·안동의 의료원과 문경의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분산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현재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퇴원자는 23명을 기록하고 있다.지난 3월 4일 춘양면 소재 푸른요양원 입소자 2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부터 입소자와 종사자를 포함해 무려 68명이 집단감염 되었지만, 다행히 현재까지 지역 내 2차 추가 감염은 전무하며 70번째 확진자 발생(3월 21일) 이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점차 진정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이러한 소기의 성과는 공직자의 발 빠른 대응과 빛나는 군민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 다음 날 봉화군은 즉시 방역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정부의 심각단계 상향일(2월 23일) 이전인 1월 말부터 봉화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자가격리 시설 확보, 자가격리 전담팀 운영, 전통시장·공공기관 임시 휴장·휴관, 유동인구 밀집지역 열화상카메라 설치, 관내 노인요양시설 전체 6개소 503명에 대해 예방적 코호트 격리 시행, 다중이용시설 244개소에 대한 집중관리와 시설 방역 소독에도 총력을 기울였다.또한, 봉화군민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위기 앞에 하나 되는 모습을 보였다. 각계각층과 출향인으로부터 구호물품과 성금기부가 줄을 이었으며 각종 단체에서는 격리시설 음식제공, 마스크 제작 보급, 자율방역·소독 활동을 비롯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이제는 빛나는 군민의식과 공직자들의 부단한 노력을 바탕으로 지역경제의 회복을 위한 다양한 민생안정지원 대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정부는 소득하위 70%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봉화군은 즉시 재난 긴급생활비 TF팀을 구성하고 4월 1일부터 10일까지 10개 읍면사무소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서 재난 긴급생활비를 신청받고 있다. 신청자격은 4월 1일 기준 봉화군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둔 자(중위소득 85%이하)로 가구당 50만~80만원 차등 지원되며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는 8월말까지 사용가능한 봉화사랑상품권으로 지급 한다.또한,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한시생활지원금 9억 5천여만원, 아동수당 대상자에게도 3억 8천여만의 특별지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지방세 지원도 추진한다. 올해 부과 예정인 자동차세와 주민세(균등분), 재산세(주택, 건축물)를 100% 면제하고 법인 지방소득세와 주민세(재산분)은 납부기한을 3개월 연장하고 체납처분은 6개월 유예한다. 지역 화폐인 봉화사랑 상품권은 당초 80억원에서 20억원이 증가한 총 100억원 규모로 발행규모를 늘리고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경영활동 지원을 위한 특례보증 지원사업으로 5억원의 보증규모를 편성해 소상공인당 1천만원 이내 대출과 이차보전금을 최대 5%까지 지원한다.이밖에도 봉화군은 코로나19 대응해 지역 경기 부양책을 위한 다양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전 부서별로 수립해 농기계임대료 50% 감면, 지적측량수수료 30% 감면, 그린오피스 운동, 관내 농산물 팔아주기, 지방재정 신속집행 등 지속적인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코로나19 확산이 길어지면서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루빨리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다시 활기찬 웃음소리와 미소가 만개하길 기대한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는 없지만 봉화군민의 얼굴에 꽃이 피어야 진정한 올해의 봄이 시작 될 것이다.

2020-04-05

집중과 분산, 가속기는 어디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집중과 분산’은 각종 분야에서 관심이 되고 있는 명제이다.데이터들은 한곳에 집중해 모여 있으면 관리는 쉬우나 보안에 문제가 생기고 분산하면 관리가 어려워지고 집중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에 문제가 생긴다. 지역 발전의 의미에서는 분산은 균형발전, 집중은 효율적인 발전을 통한 전체의 경제력 향상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최근 정부가 발표한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유치를 두고 ‘집중과 분산’의 명제가 다시 등장하는 느낌이다.경북 포항, 전남 나주, 강원 춘천, 충북 오송 등 여러 지자체와 도시가 사업비만 1조원 규모인 방사광 유치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차세대 가속기는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할 경우 7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지역 부가가치, 그리고 10만명이 넘는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예측했다고 한다.정확한 예측은 쉽지 않겠지만 엄청난 지역발전과 경제발전의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요즘 코로나 전염병으로 세계가 들썩거릴 때 가속기는 신약이나 백신 개발에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속기는 단순한 단백질 구조분석 등을 넘어 정밀 나노 소자 분석 등 바이오·헬스·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 활용도가 다양하다. 특히 바이러스 규명에 효율적으로 쓰인다고 한다.분산의 이슈는 호남권에서 뜨겁다. 호남권 시도지사들이 모여 “방사광가속기를 호남에 구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들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호남 구축’을 비롯한 3개 항의 호남권 핵심현안에 대한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특히 전남 나주는 2022년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가 있어서 포항 포스텍의 3·4 세대 가속기와 대비될 수 있는 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가 연계를 원하고 있다.그러나 ‘집중’에 대한 열망도 뜨겁다.3세대 및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는 포항시가 가속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포항시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포항 유치를 위해 지난해 포스텍 내 기존 3·4세대 방사광가속기 인근 부지에 10만㎡ 규모의 가속기 건립 예정지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해당 부지에 대한 측량과 지반 조사 등을 완료하고, 타당성 연구 용역과 함께 전문가 세미나 개최 등 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이다.포항 포스텍에는 3·4 세대 두 개의 가속기가 있다. 그런데 3세대 가속기는 성능 부족과 시설 포화의 문제가, 4세대 가속기는 가용 용량 한계로 신규 가속기 구축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집중의 이점을 내세우는 포항시는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세대 가속기 건설과 운영을 훨씬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건립비용도 훨씬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집중과 분산. 양측의 논리가 모두 의미를 갖고 있다. 좀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집중과 분산’의 논리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토의되고 선택됐으면 한다. 절대 정치적 논리나 포퓰리즘에 의해 선택되어서는 안 된다.

2020-04-02

뇌는 쉽게 변한다

뇌가 굳어 있지 않고 쉽게 변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용어가 뇌의 가소성(可塑性)입니다. 후천적 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은 장애인의 경우에는 시력을 잃은 즉시 청력이나 후각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뇌 가소성 증거로 특히 많이 알려진 내용은 해마의 크기 변화입니다. 런던은 도로가 복잡하기로 유명하지요. 런던의 택시 기사들은 버스 운전사들보다 뇌 기억 저장소인 해마가 월등하게 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정 구간을 반복적으로 운행하는 버스 기사와, 손님이 탈 때마다 가장 빠른 길을 머릿속으로 활발하게 뇌를 사용해 순식간에 노선을 구상하는 택시기사의 뇌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겁니다. 위 연구는 내비게이션 발명 전에 나온 결과입니다.사람의 뇌는 적절한 훈련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뇌 가소성 때문입니다. 다음 숫자를 10초 동안 들여다본 후 신문을 덮고 숫자를 한 번 외워 보실 수 있겠습니까? 949874231032292849274124112390231562739064793882921897675452177650902121210873231총 80자리 숫자입니다. 대부분 참여자가 6-7자리를 외우는 한계를 보입니다. 그런데 참여자들에게 숫자 암기법을 30분 정도 훈련시키면 피실험자가 대부분 80자리 숫자를 거의 외울 수 있다고 합니다.고전을 읽을 때 난해한 문장, 철학적 대화 등 두뇌를 지끈지끈 아프게 만드는 내용과 씨름합니다. 무턱대고 고전읽기에 도전했다가 실패의 쓴맛을 보고 포기하는 이유는 제대로 훈련받지 않고 덤볐기 때문입니다. 히말라야 등반을 준비 없이 덤빌 수 없는 원리와 비슷합니다.뇌가 가소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굳어버린 두뇌를 함께 유연하게 풀어가는 고전읽기 동지들이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4-02

서버 터지다, 대학 입시 일정만이라도!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봄꽃은 터지는데, 학교에는 학생의 웃음꽃 대신 서버가 터졌다. 그사이 3월이 속절없이 갔다.“선생님, 접속이 잘 안 되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안내문 잘 읽어보세요.” “선생님, 다시 해도 잘 안 돼요.” “안내문 잘 읽어보라니까!”붕어빵과 같은 온라인 과제 학습 방침에 서버가 견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터진 것은 서버뿐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분통도 터졌다. 교사들 또한 답답해서 속이 터졌다.사전 설명은커녕 개학 후 검사를 하겠다는 엄포와 함께 제시된 온라인 과제 학습. 만약 필자가 지금의 학생들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보았다. 아마 지금 학생들처럼 서버가 터지도록 열심히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어쩌면 모르겠다, 지금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했을지도! 그때는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서 학생들에게 의미 없는 과제를 하명하는 교사들보다 제자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당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바이러스와 싸우는 선생님들이 많으셨기 때문이다.온라인 개학 때문에 또 말이 많다. 가정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교사나 교원단체들이 온라인 개학에 대해서 하는 말들은 다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그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필자는 3월 19일 칼럼(노트북과 코로나 19, 그리고 학교)에서 이미 낡은 노트북 한 대로 아주 효과적으로 온라인 대면 수업을 하는 산자연중학교의 이야기를 소개했다.또 교육부와 교육청에 화상 수업을 수업일수에 포함해 줄 것을 건의하는 민원(3월 17일)을 제기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답을 3월 22일에 교육부에서 받았다.“(….) 초중등교육법 제64조에 따르면 ‘휴업명령’에 따른 휴업 기간 중에는 수업과 등교가 중지됩니다. 우리 부에서는 현재 휴업 기간 중 학습 공백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의견수렴하여 마련 중에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잘 안다. 그래도 필자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답글을 보고 속이 터졌다. 3월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보고서는 당황스러웠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말을 보면서 반가웠지만, 갑자기 바뀐 교육부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 시범학교를 운영하겠다는 말에 3월 둘째 주부터 쌍방향 온라인 대면 화상 수업을 하는 산자연중학교는 존재를 잃어버렸다.화상 수업을 4주째 운영하는 필자로서는 시범학교 운영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또 어떤 시험의 대상이 될지, 거기서 또 얼마나 큰 혼란을 느낄지 학생들에게 미안해졌다.지금 최고의 혼란 자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말이 고3이다. 아니래도 힘든 고3들에게 지금과 같은 의미 없는 붕어빵 과제가 말이나 되나! 개학 일정도 중요하지만, 고3들을 위해 정확한 대입 일정만이라도 먼저 제시하자. 이대로 가다간 서버가 터졌듯이, 고3 유권자들이 터질 날도 멀지 않았다.

2020-04-02

코로나 블랙홀 선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빌게이츠가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 화제다. ‘빌 게이츠의 아름다운 성찰’이란 제목으로 널리 전파된 이 글에서는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를 되짚어보게 한다.그는 코로나19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이 바이러스는 문화나 종교, 직업, 재정상태 혹은 얼마나 유명한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는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돼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가 세워놓은 가짜 국경선이 별 의미가 없음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는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치고 있다.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병에 걸리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인생이 짧다는 것과 우리가 해야할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있다. 서로 도우며, 노인이나 병자들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물질 위주로 변했는 지, 가족과 가정생활이 얼마나 중요한 지, 그리고 우리가 이것을 얼마나 무시해왔는지를 가르치고 있다.아울러 코로나19는 모든 난관이 지나간 뒤에는 평온이 잇다고 가르친다고 했다. 이번 일도 거대한 주기의 한 단계에 지나지 않으며 이것도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빌 게이츠의 글이 아니더라도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너무도 크다. 당장 2주 앞으로 다가온 선거만 해도 그렇다.이런 선거는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다. 모든 이슈나 화제가 사라지고, 정책논쟁도 사라진 ‘코로나 블랙홀’ 선거다. 국민들을 대변한 선량을 뽑는 선거에서 선거가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한 채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선거다.보름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 유권자도, 후보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말았다. 비전과 정책이 실종된 탓에 유권자도, 후보자도 서로 할 말이 없어보인다. 유권자를 향한 치열한 공약대결도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가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할 지 누가 무슨 정책을 펼지 판단할 근거를 찾기 어려운 선거다.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규모와 지급 방식에서도 여야가 정치적 계산만 앞세우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권은 누구한테 지원금을 줄지 기준조차 정하지 않은채 총선을 앞두고 ‘지급방침’만 우선 발표했다. 이에 맞서 통합당은 총선용 현금살포는 안된다고 비판하면서 더 많은 재원을 동원해 240조원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선거열풍은 느끼기 힘들다.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을 판단할 기회가 주어지기나 할까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표를 뽑아야 할 사람은 바로 유권자인 우리 자신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일수록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변화의 촛불을 높이 들고 나설 후보를 뽑아야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로 빼앗긴 봄에 새로운 봄의 온기를 되살려야 할 때다.

2020-04-02

식목일

산소는 사람과 동식물이 활동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물질이다. 공기의 주성분이지만 우리 눈으로 볼 수가 없다. 맛과 빛깔과 냄새도 없다. 사람 몸에 들어가 영양분을 분해하고 생명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기능을 한다.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 부르는 것은 대규모 수림의 자연적 기능 때문이다. 이곳 밀림에서 생성되는 산소량이 무려 지구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아마존 수림 자체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기후변화까지 완화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자연의 위대함이다.큰 나무 하나가 보통 두 사람이 하루 호흡하는데 필요한 양보다 좀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한다. 나무는 살아 있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반대로 죽은 나무는 대사활동이 중단되면서 생전에 품었던 탄소를 뱉어낸다. 죽은 나무 숲은 탄소 포집원이 아니라 배출원이 된다.코로나 바이러스의 직접 사망원인은 호흡곤란 증세다. 급성 호흡곤란증세를 보이는 환자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 몇 시간 안에 숨진다. 우리가 평소 편히 숨 쉬는 것이 산소와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대개 사람들은 그런 고마움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4일은 청명이고 5일은 식목일이다. 청명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 드는 절기다. 하늘이 이때부터 차츰 맑아진다는 날이다. 농사로 보면 지금부터가 본격 영농철이다.식목일이 이맘 때 정해진 것도 계절적으로 나무심기에 적합한 때문이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나무심기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식목행사인들 제대로 이뤄질 것 같지가 않다. 나무 심고 가꾸는 것이 사람 생명 지키는 일과 같다는 사실을 새삼 새겨 봐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02

해리리버맨의 새 출발

해리리버맨은 폴란드 사람으로 27세에 미국을 밟았습니다. 영어를 단 한마디도 할 줄 몰랐으며 가진 것은 6달러와 조그만 손가방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덕분에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풍요로워졌습니다. 70세가 넘어서야 그는 해 오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여생을 보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매일 노인 학교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거나 체스를 두었습니다.어느 날 해리는 노인 학교에 나갔으나 마침 체스 상대자가 병이 나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해리는 그냥 멍하니 햇볕을 쬐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한 젊은이가 지나가다가 해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어르신 그냥 앉아 계시지 말고 그림이나 그리는 게 어떠세요?” “내가 그림을? 나는 붓 잡을 줄도 모르는데….”70살이 넘은 나이에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미술실을 찾아갔습니다. 등은 굽고 붓을 잡은 손은 떨렸지만, 해리는 매일 거르지 않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해리가 처음 전시회를 열었을 때 평론가들은 그를 가리켜 ‘미국의 샤갈’이라고 극찬했습니다. 해리는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칭찬으로 죽을 때까지 수많은 그림을 그렸으며 그가 스물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을 때 나이는 백 한 살이었습니다.평균 수명이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재수 없으면 200살까지 살지도 모른다”는 유튜브 영상도 떠돌고 있는 시대입니다. 인구 중 노년층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초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다행히 충분히 교육받은 노년층이 앞으로 많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들이 스스로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영역은 무궁무진합니다. 후세에 의존하는 무기력한 노년이 아닌, 날마다 새롭고 의미로 충만한 삶을 위해 새롭게 결단하고 출발하는 실천의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4-01

버들피리

김병래시조시인‘월사금 내지 못해 조회시간에 쫓겨 가면/ 보리밭 김매는 엄마 먼발치로 보이는/ 냇가에 숨어 앉아서 버들피리나 만들었다// 엄마 가슴 에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버들피리 불며 가는 시오리 보리밭길,/ 말갛게 뜬 낮달처럼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졸시 ‘버들피리’이 시의 배경은 1960년대 초반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100불 미만이어서 외국의 원조 없이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절대빈곤의 시절이었다. 국민학교로 불리던 초등학교에도 매달 몇 십 원씩 납부금을 내야 했다. 육성회비란 말이 있기 전에는 그걸 월사금이라고도 했다.납부금이 몇 달씩 밀리면 담임은 고육책으로 조회시간에 집으로 돌려보냈다. 성미가 고약한 교사는 매질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아마도 납부금 거두는 실적이 좋지 못하면 담임이 문책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돈을 두고도 일부러 납부금을 안 내는 게 아닐진대 매질을 하고 집으로 돌려 보내봐야 당장은 소용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라도 다그쳐야 우선 급한 불부터 끈다고 조금이라도 더 실적을 올릴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한두 번 당하는 일이 아닌 아이들에게는 그게 새삼스럽게 억울하거나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넓은 운동장을 지나 교문을 나서는 동안 쫓겨난 아이들은 서로 말이 없었다. 텅 빈 집 부엌에서 냉수나 한 사발 들이켜고 잠시 멍하니 앉았다가 되짚어 학교로 가는 게 고작이었다. 쫓아내면 쫓겨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와서 곧 준다더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었다.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위의 시는 그러던 어느 봄날의 추억이다. 시냇가 버들가지에는 연둣빛 새잎이 돋고 파랗게 자란 보리밭 위로 종달새가 높이 떠 종알거리는 봄날이었다. 보리밭 고랑에 웅크리고 앉아서 김을 매는 엄마가 저만치 보였지만 엄마 앞에 가서 월사금을 내지 못해 쫓겨 왔다는 소리를 할 만큼 철부지는 아니었다. 냇가에 숨어 앉아서 물오른 버들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었다. 연필을 깎으려고 산에서 주운 기관총 탄띠를 펴서 만든 주머니칼이 요긴하게 쓰였다. 잘라낸 버들가지를 비틀어 껍질과 분리된 속 줄기를 빼내면 굵은 빨대 같은 껍질이 남는다.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한쪽 단면의 겉껍질을 조금 벗겨내면 그것이 떨판 구실을 해서 입으로 불면 소리가 난다. 불어보지 않아도 굵고 길면 낮은 소리가 나고 짧고 가늘수록 고음이 난다는 것쯤은 잘 알았다. 엄마가 보이지 않는 산모롱이를 돌아와서야 버들피리를 불었다. 버들피리소리는 꼭 울음소리 같다. 버들피리를 마음껏 불어대면 속엣 것이 다 후련하게 뽑혀나가는 느낌이었다. 어느 시인은 이 시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서럽고도 막막한 상황에 대처하는 어린 소년의 마음이 참 의젓하고 꿋꿋하다. 그것은 누가 가르쳐 주거나 교과서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자연에 묻혀 살면서 스스로 터득한 것이리라. 틈만 나면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시다. 하루쯤 아이와 함께 가까운 교외로 나가서 버들피리도 만들어 불어보고 이 시도 들려주면 좋을 것이다.”

2020-04-01

일본의 두 얼굴

김규종 경북대 교수2020년 동경 올림픽이 1년 연기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일본 정부는 2021년 7월 23일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했다.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강행을 주장한 아베 정권에게 적잖은 타격을 안겨준 결정이라 하겠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지금도 일본열도는 무풍지대인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대응전략이 얼마나 올발랐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혹자는 예정대로 올림픽 개최를 해보려는 아베 때문에 코로나19 검진 수치가 지나치게 작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일본인들의 거리 두기와 손 씻는 습관 덕에 바이러스 전파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아베 정권의 얄팍한 정치 술수를 경원시하는 한국의 호사가들은 일본의 코로나19 진행이 어떤 양상을 보일 것인지, 적잖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반면에 지난 2월 중순 일본인들의 트윗은 여러 가지를 보여준다. 몇 가지 인용한다.“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격리자에 생활비 지급…. 외국인 포함 = 한국”“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국이 어쩌고’를 해온 일본인과, 그것에 의문을 품지 않고 오로지 동조하며 ‘일본 스고이(대단해)’를 해온 일본인. 자기 발밑을 보지 못한 것이다, 라는…. 당연하지만, 누구를 리더로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한국은 여기서 국민을 버려두면 데모 나지요. 일본은 아무리 국민을 버려도 자민당 압승이니까.”외국인까지 포함하여 코로나19 감염자를 찾아내서 치료하되 무상으로 진행한 한국. 그런 한국을 보면서 올림픽이라는 목표 때문에 검진 자체를 포기하다시피 한 일본. 그러면서도 ‘재팬 이스 넘버원’이라는 신화에 매몰돼 일본이 대단한 나라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일본인. 한국인들이 촛불시위로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를 내쫓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자민당에 속수무책 끌려가는 일본 국민의 무비판성과 비활동성을 힐난하는 글이다.하지만 일본은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스기야마 마사아키 교수의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를 읽으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유라시아를 종횡으로 누비면서 정치하고도 호쾌한 시각을 보여주는 스기야마 교수의 식견은 놀라운 것이었다.그런데 그의 논거는 거의 일본인들의 저서에 기초한다. 수많은 일본인 연구자들이 유라시아 곳곳을 누비면서 필요한 자료와 문헌을 제공해주는 덕분이다.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에 따르면, 그는 학부에서 그리스어로 플라톤을, 라틴어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프랑스어로 베르그송을, 도이치어로 비트겐슈타인을 읽었고, 학과 이외 시간에 히브리어로 진행된 구약성서 강독까지 참가했다고 한다.경북대에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강의 자체가 아예 없다. 반면에 전남대에서는 30년 가까이 그리스어 원전강의가 이뤄지고 있다니 경하할 일이다.일본은 타산지석이자 놀라운 귀감(龜鑑)의 본보기로 작용하는 가깝고도 먼 나라임을 새삼 실감하는 시절이다.

2020-04-01

마음의 면역력

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코로나19 물리적 방역만큼이나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는 ‘심리 방역’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과거 IMF 외환위기처럼 경제적인 재난과 달리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신체적인 재난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합니다.이럴때 일수록 ‘마음의 면역력’을 강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의 면역력’ 저하는 ‘선명한 판단력’과 연결되어 분별력 또한 저하됨을 우리는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마찬가지로 ‘마음의 병’은 ‘육신의 병’으로 전이되어 질병과 바이러스에 취약해지고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은 몸도 점점 연약해 지는 것입니다.“무릇 네 마음을 지키라”, 그렇습니다. 마음지킴이를 활용해야 합니다. 약해진 마음으로는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항하지 못해 마음의 질고를 겪게 됩니다. 단단한 마음을 위한 ‘마음 훈련’을 해야만 합니다.‘마음 훈련’. 마음에 사랑을 채우는 것입니다. 사랑하면 마음의 면역력이 높아집니다. 사랑의 이타적 속성으로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보상받을, 돌려받을 사랑이 아닌 그저 또 주는 사랑입니다. ‘Give and Take’ 가 아니라, ‘Give and Give’의 사랑으로 마음의 면역력을 키울수 있습니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톨스토이의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감”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고 또 사랑을 주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이 영원한 사랑 속에서 자신을 닮은 인간을 만드셨기에, 인간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 속에 살다가 사랑으로 돌아가도록 지음받았습니다.또한, 마음의 면역력은 자기감정을 읽고 ‘드러내어 표현하기’ 입니다. 감춤은 음지입니다. 양지로 나와야 면역력이 키워지는 것입니다.자기 내면에 요동치는 감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10초’, 쉼 호흡 후 그 감정을 드러내어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저는 10초 훈련을 하려고 합니다. 어느새 분노조절이 어려워짐을 느끼기 시작했기에, 분노조절장치 작동시간 10초를 다시 켜려고 합니다. 그런 후, 나의 감정을 누군가와 건강하게 나누고 싶습니다.마지막으로, 당신안에 감추어진 갈망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합니다. 진정한 갈망을 내재화해 보십시오. 갈망을 실현하기 위해 끄집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리하며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가는 것입니다.오늘의 시대창문입니다.“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2020-04-01

딥페이크 범죄

‘딥페이크’(Deep Fake)란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이나 사진에 합성한 편집물을 말한다. 딥페이크 범죄란 바로 이런 기술을 이용해 여성의 사진을 포르노 사이트 등에서 보이는 나체와 합성해 집단 성희롱을 벌이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가리킨다.특히 최근 조주빈이 운영한 ‘박사방’ 등 온라인 성착취물 공유방에서 딥페이크 범죄가 판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벌어지는 공간은 텔레그램, 트위터, 라인, 카카오톡 등 국내외 메신저를 아우르며, 모든 여성이 표적이 된다. 단체 대화방 속 남성들은 지인, 인스타그램 등에 자신의 사진을 올린 여성뿐 아니라 여동생 등 가족의 사진을 건네기도 한다. 딥페이크 범죄는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누구나 쉽게 사진을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 생겨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딥페이크 범죄가 만연하면서 ‘국회 국민동의 청원 1호 법안’으로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지난달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6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개정안에 따라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사람의 얼굴, 신체나 음성을 편집·합성·가공·복제한 촬영·영상물 등을 제작하거나 퍼뜨리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면 7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다.딥페이크 범죄는 현행법상 성폭력으로 인지되지 않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음란물 제작 등의 혐의만 적용됐는데, 이를 범죄로 적시해 엄벌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이다. 인격살인에 이르는 딥페이크 범죄는 엄벌로 다스려져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01

겪으면서 더 많이 배운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벗어나고 싶은 시간은 언제나 더디 흐른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구가 언제쯤 이 수렁같은 터널을 지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용을 써보지만 좀처럼 떠나가지 않는 바이러스의 마수는 집요하리만치 세상을 힘들게 한다. 영문도 모른 채 함께 진창에 빠진 담론의 주제가 ‘교육’이다. 정부와 교육부는 몇 차례 개학연기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더 이상 ‘수업일수’ 보전을 위해서도 가르치는 일을 멈출 수 없었던가 보다. 곧 온라인으로 개학하고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시행하기로 하며 준비에 들어갔다. 대면수업은 무기한 연기하며 상황을 보아가며 결정할 모양이다. ‘공중보건’의 입장에서 적절한 결정으로 보인다.4차산업혁명의 관점에서도 온라인교육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교육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을 온라인교육이 성취할 수 있을까는 여러 가닥 생각거리를 남긴다. 대학의 전공교육과 기계적인 전달이 주요 학습목표일 때에는 상당히 효율적인 교육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다. 생각의 틀이 아직 어리고 독립적인 판단에 미숙할 초등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교육에는 선생님의 역할을 절대로 간과할 수가 없다. 선생님과 함께 호흡하고 서로 나누며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생략할 수가 없다. 교과목의 성적을 올리는 일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해도, 사람답게 자라도록 이끄는 일에 선생님의 손길을 덜어낼 방법이 없다. 오늘 우리가 처한 비상상황을 물론 이해하지만, 당국이 교육의 소임을 온라인수업으로 대체하듯 넘기지 않길 바란다.사람은 모든 것으로부터 배운다. 바이러스가 그 어떤 무기보다 무서운 위협을 가져올 수 있음을 배우지 않았는가. 세상에 저렇게 많은 나라들이 있음에도 눈을 뜨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이 선 위치에 대해서도 어린이들은 깨우치지 않았을까. 어른들이 나누는 생각들과 목소리에서도 무엇을 배웠을까. 언론은 무엇이며 정치는 무엇이고 의료와 과학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챙기고 배울 가닥은 부지기수가 아닌가. 교과목의 이수와 수업일수에만 매달리기 보다 교육의 본질과 소임에 대해서 유연하게 판단하고 융통성있는 결정을 내릴 방법은 혹 없을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을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일이 아닌가. 교육이 뒷전으로 밀리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교육을 날짜 수로만 헤아리지 않았으면 한다.보다 폭넓게 배우게 하자. 나라와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로부터 오히려 더 잘 배우게 하자. 교육의 지평이 온 세상으로 향하게 하자. 나만 잘 사는 일로부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하자. 아끼고 배려하며 돌아보고 함께 사는 일을 배우게 하자. 코로나19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도 분명히 바라보게 하고 깨우치게 하자. 배움은 살아가면서 확인할 때 힘이 있게 마련이다. 안타깝지만, 다음 세대에겐 코로나19도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 교육을 맡은 모든 분들이 힘내시길 바란다.

2020-04-01

‘미스터트롯’과 국민적 문화, 그리고 ‘전통’의 쇄신

온갖 화제를 남기면서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이 얼마전 최종 우승자를 가려내면서 성황리에 끝났다. “10년 만에 국민예능의 탄생”이라는 자찬의 말에서 보듯 그것은 ‘국민적’ 수준의 흥행이었고, 특히나 이 경연에서 두드러진 영남출신 참가자들의 약진은 코로나19의 최대 감염지역으로 고통받고 지쳐가는 대구경북지역민들에게 그나마 흥겨운 시간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렇듯 새롭게 복권된 대중음악 장르와 취향 뒤에 깔린 사회적 배경도 흥미롭지만,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국민적 ‘문화’와 그에 의한 대중적 취향, 감성의 도야, 그리고 ‘한국적 전통’이 현재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사실 35.7%의 시청률, 최종 문자투표 773만 건은 예전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리 ‘국민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TV채널이 3∼4개에 불과하고 축구 한일전이나 올림픽,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면 모든 채널이 동일한 프로를 방영하는 것도 잦았던 1990년대까지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채널이 200개가 넘는 케이블TV·종편방송의 시대, 그리고 이것마저도 온갖 인터넷 개인방송, 유튜브, 팟캐스트 등이 또한 잠식하고 있는 오늘날 미디어 풍요의 시대에 그 정도의 시청률과 참여율은 경이롭다고 할 수 있다.특히나 이를, 젊은이와 진보적 성향의 인구층의 방송인 것처럼 간주되는 JTBC가 추구해온 음악예능의 방향과 비교해보면 많은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된다. JTBC의 음악예능은 그간 ‘수퍼밴드’나 ‘팬텀싱어’, 그리고 ‘비긴어게인’등에서 보듯 중노년세대를 ‘소외’시키는, 젊은이들의 상당히 서구적이고 ‘글로벌’하면서 세련된, 고급문화적인(크로스오버) 취향에 맞추고 따라올 것을 종용하는 듯한 방향을 의도야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추구해왔다. 특히 ‘수퍼밴드’의 경우 해외 교포 출신 참가자들이 두드러지고, 무엇보다 한국말로 된 음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영어와 최신 해외음악에 익숙치않은 중노년세대가 애청하기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이 프로가 불러일으킨 소셜미디어 상의 폭발적인 관심과 대비되게 그 시청률은 ‘미스터트롯’에 비하면 초라했다.많은 이들이 이미 지적했듯이 ‘미스터트롯’의 성공에서 특징적인 점은, 과거에 가장 대중적인 음악이었지만 현재는 ‘전통가요’라고 불리며 주변부 장르가 된 트로트에서 팬덤(fandom), 특히 매우 능동적인 중노년층 팬덤이 형성되고, 젊은 세대에게 이 장르가 감상할 수 있는 음악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형편이 어려운 음악인들이 트로트 장르에 최종적으로 귀착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이 장르가, ‘방송국’과 SNS, 음원차트 같은 중앙집중적 네트워크와는 독립된 수익원을 제공하는 ‘행사’를 활동무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이 장르에서는 노래가 가진 ‘음악성’에 대한 ‘숨죽이고 듣는 감상’보다는 노동과 일상의 피로와 따분함을 날리기 위한 ‘흥겨운 쇼’가 더 결정적이다. ‘발라드 장르의 수호자들’로 구성된 MBC ‘복면가왕’ 판정단의 단골 성원들이 노골적으로 트로트를 음악성이 없는 장르로 비주류, 노인들의 장르로 폄하하곤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하지만 그 판정단(소위 ‘마스터’)에서도 언급했듯이, ‘미스터트롯’은 트로트 음악도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뿐 아니라 실제 역량을 보여주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음악성’의 차원에서 높이 평가하고 즐긴 곡들은 영탁의 ‘추억으로 가는 당신’, 김호중의 ‘무정블루스’, 임영웅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등이었다. 이들은 대체로 혼합장르적 성격을 가진 무대였다는 공통점을 갖는데, 우승자인 임영웅의 트로트 또한 사실은 발라드 계열 음악을 통해 다져진 그의 섬세한 감성과 기술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된다.필자가 여러 음악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이때껏 발표된 곡으로서나 음악인의 저변 층으로서나 한국대중음악이 가진 높은 수준과 다양하고 넓은 역량이다. 하지만 정작 더 놀라운 것은 한국 관객들의 수준이다. 새로운 것과 더 나은 음악성에 대한 이들의 판단은, ‘전문가’로 자처하며 ‘일반인’과 자신을 구분하는 연예인 판정단, 전문음악인보다 훨씬 더 열려 있고 전향적이다. 관객들은 그것이 ‘데스메탈’, ‘사이키델릭’, ‘크로스오버’ 등 낯설은 음악이건 클래식적 감성을 가진 음악이건 해묵고 뻔해 보이는 예전 음악이건 간에 들려지는 음악이 그 완성도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응용과 편곡이 돋보이면 ‘눈물 짜게 하는 데 집중’하는 ‘정통’ 발라드나 ‘정통’ 트로트를 서슴없이 제쳐버리고 그에 높은 지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미스터트롯’이건 ‘복면가왕’이건 ‘수퍼밴드’건 화석화된 ‘전통’을 고수하고 반복하려는 모습은 오히려 판정단, 심사위원이나 제작진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오히려 관객들은, 자신이 해온 음악의 관성, 그리고 참가자에 대한 애착과 편애에 휩쓸리기 쉬운 이들보다 훨씬 더 공정한 평가를 무대 자체에 대해 내리고 있다.사실 트로트에 대해 가진 반감과 낮은 평가는 그간 ‘우리의 전통’이라 불려왔고 강권하는 것에 대한 그것인 측면도 있다. 음악적인 측면을 빼고 트로트 곡 가사에 담긴 내용만을 본다면 그 주류는, 모든 대중음악에 공통적인 남녀의 사랑과 이별 외에 효도, 고향, 향토 찬양, 해방 이후 한민족의 고난에 대한 강조, 어지럽고 거친 현대화가 휘몰아치는 사회생활 속에서 출세에의 욕구가 좌절되는 등의 감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스터트롯’의 몇몇 무대는 이처럼 ‘꼰대스러운’ 정서와 취향에 대한 온갖 반감과 괴리감을 단숨에 달려버렸는데, 그 중 가장 압권은 김호중이 리드한 ‘패밀리가 떴다’ 팀의 마지막 곡인 ‘희망가’였던 것 같다. 물론 시대를 요약하는 듯 맑은 밤하늘 아래 걸려 있는 달과 벚꽃이 있는 고풍스러운 풍경의 배경 화면은 그 세팅 자체만으로 이미 음악이고 예술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곡과 가사가 100년 가까운 시간을 넘어 울림과 공감을 낳게 한 예술적 성취는, 록음악의 고재근, 클래식의 김호중의 음악성이, 시원하고 울림있는 음색과 성량이 돋보이는 이찬원, 그리고 희망을 고대하는 어린 정동원의 쓸쓸하고 조심스러운 목소리와 만났을 때 이루어졌다.이제 한국사회는 고도로 개인화되고 개개인의 예술적 취향 또한 다양화되고 ‘현대화’되었다. 이제 더 이상 노년세대의 차에서 ‘뽕짝’음악만이 흘러나오지는 않는다. 70년대 통기타 음악, 8∼90년대 발라드와 해외 팝 음악, 임재범, 전인권의 음악을 시끄럽게 틀고 다니는 노인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취향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의 변화는 가치와 이념, 생활양식에서의 변화와도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우리가 우리의 ‘전통’이라고 불러야 할 것은 외국인에게 내보이기 위해 박제화시켜 놓은 것들만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나 자신의 모습으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호소력 있으며, 나아가 자신의 삶의 의미를 한 단계 더 높고 넓게 승화시켜주는 가치와 의식, 정서, 즉 문화라 불리는 대상들의 모음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전통을 찾아가는 일은, BTS나 싸이의 성공에 한껏 고무되어 빌보트차트 1위를 탈환하려 하거나 “100억가치 트롯걸”, “글로벌 수퍼밴드” “한류 트롯스타”를 찾는 일과는 다르며 혼동되어서도 안 된다. /경북대 강사

2020-04-01

포항∼울릉 대형여객선 외면은 해양수산청의 직무유기

김두한경북부코로나 19 사태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울릉군 내 사회단체들이 포항∼울릉도 여객선 문제로 생업을 팽개치고 거리로 나섰다. 울릉도도 코로나 19 사태로 관광객이 감소해 경제가 파탄날 위기다. 그런데 왜 이들이 나섰을까. 지난 1995년 8월15일 취항한 썬플라워호(2천394t·정원 920명)가 지난달 28일 선령 만기로 운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대책도 없이 울릉도 주민의 생계수단인 대중교통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물론 이 항로 여객선운항사인 (주)대저해운이 엘도라도호(668t·정원414명)를 대체선으로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과거 해운법에는 “대체선은 기존에 운항하는 선박보다 성능이 우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삭제됐다. 이용객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는 법을 왜 삭제했을까. 세월호 사고 이후 모든 해운법은 강화됐다. 여객선 신규노선 허가는 적치류(승객 증가 등)에 따라 먼저 허가를 신청하는 사업자에게 내줬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사업자가 허가를 신청하면 해당 해양수산청은 공모해야 한다. 공모는 2개 이상의 사업자가 참여해 자본금, 선박의 크기, 속력, 기타 성능 등을 심사해 80점이 넘는 사업자 중 점수가 가장 높은 업체를 선정하도록 했다. 따라서 선박이 우수하고 회사가 탄탄해야 선정이 된다.당연히 기존의 선박보다 성능이 우수한 사업사가 선정될 것이라는 해석에 따라 삭제한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선박보다 못한 선박의 대체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해운법에 따르면 해당 항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수송 안정성 확보에 지장을 줄 우려가 없어야 한다. 특히 여객선의 인허가 시 이용자의 안전과 수송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주)대저해운은 기존의 썬플라워호보다 톤수는 28%, 정원은 45%, 속력은 72% 수준의 엘도라도호 인가를 신청했다. 이는 해상교통의 안전, 이용의 편리를 침해하고 안정적 수송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여객선 인허가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고유 업무다. 이들은 선령 만기가 도래하기 전 울릉도 주민은 물론 울릉도를 찾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불편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 및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선사가 썬플라워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선박을 대체하는지,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선령 만기가 되기 전에 지도, 감독해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존 선사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분하면 된다.그런데도 지금까지 방치해 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썬플라워호가 운항할 때는 연간 110일 정도 결항하지만 엘도라도호는 150일 정도다. 5개월간 육지와 단절되는 것이다. 주민들은 애타는 심정으로 25년 전 규모의 선박이라도 운항해달라며 절규하고 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안다. 해운법 제1조가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존재 이유임을 명심하고 조속한 시일 내 이를 해결하기 바란다./kimdh@kbmaeil.com

2020-03-31

외모에 대해

에이브러햄 링컨은 대통령이 되자 내각 구성을 위해 각료들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비서관에게서 한 사람을 추천받았습니다. 그 사람 이름을 듣자 링컨은 그 자리에서 거절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링컨이 의외의 말을 했습니다. “나는 그 사람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소.”비서관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책임이 없지 않습니까? 얼굴이야 부모가 만들어 준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요?”링컨이 말했습니다. “아니오. 뱃속에서 나올 때는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그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겁니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모든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서울 강남에만 3천개가 넘는 성형외과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가 링컨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은 탓일까요? “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셨네.” 어느 성형외과 현수막 광고가 한때 우리에게 웃음을 유발한 적도 있습니다. 나이 마흔 넘어 얼굴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고스란히 인격의 문제일 텐데, 사람들은 지름길을 원합니다. 쉽게 수술로 해결해 버리고픈 욕망을 누구도 막지 못합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세금제도를 논의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미남세’ 잘 생긴 남자는 소득세를 2배로 물리자는 의견이었답니다.2012년 일본 유명 경제 평론가인 모리나가 다쿠로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제안했습니다. 외모가 뛰어난 남성에게 세금을 중하게 물리고, 외모가 딸리는 남자들은 세금을 감면해 주면 못생긴 남성이 연애하기 쉬워져 결혼과 출산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지요? 5명의 여성 배심원단에게 심사를 맡겨 1등급은 소득세를 2배, 이하 등급에 따라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 세금제도는 탁상공론으로 끝나고 말았다고 하는군요. 기발한 상상에 박수를 쳐야 할지 웃어야 할지./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3-31

적자생존 단상

박화진포세이스트·전 경북지방경찰청장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봄의 모든 일상이 우선멈춤 표지판 앞에 섰다. 화사한 봄꽃 향기도 우울감에 휘청거린다. 부대끼며 정 나누고 살아가기 좋아하는 우리 이웃들에게 ‘거리두기’는 고통 아닌 고통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집안 구석구석 묵은 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참에 봄맞이 집안 대청소를 해본다.책장 한쪽에 종갓집 된장독마냥 의뭉하게 떡 버티고 있는 것들이 보인다. 35년 공직생활 내내 아귀처럼 붙어 다니던 업무수첩 뭉텅이다. 1년에 한두 권 쓰게 되니 줄잡아 50여권이 된다. 입직한 첫 해인 ‘1986년’ 이라고 표시된 빛바랜 업무수첩 한 권을 집어 들고 슬며시 겉장을 넘겨봤다.사회 초년병으로서 다짐의 글을 시작으로 빼곡히 받아쓴 상사들의 지시사항, 처리할 업무, 군데군데 일상의 고단함을 푸념하며 내뱉은 낙서 조각들이 낯설지 않다. 세월의 편린들이 돌탑처럼 하나둘씩 위태롭게 쌓여 있다. 반평생 삶의 찌든 때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전근으로 이사를 다닐 때나 해외근무를 하면서도 귀한 골동품처럼 한 권도 빠짐없이 가지고 다녔다. 구닥다리 같은 짐이라며 폐기하거나 스캔하여 보관하라는 가족들의 타박에도 아랑곳 않고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다.역사라는 소명의식도 한 몫 했다. 직장인들의 업무수첩은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닌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의 치열한 도구다. 상사의 지시나 해야 할 업무를 적지 않고 있다가 깜박하고 놓친다는 것은 스스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공직자들은 유난히 열심히 적는 편이다.상사의 입이 구동되면 바로 적기모드에 돌입한다. 적지 않고 머릿속에 저장한다는 것은 심히 불경스러운 일로 간주될 수도 있다. ‘네가 내 말을 가볍게 생각하는 거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간 큰 부하가 되기 때문이다. 상사의 시선 회피용으로 맹렬한 눈빛을 업무수첩에 쏟아 붇기도 한다. 경쾌하고도 꼼꼼한 손놀림은 당연히 보조 작동한다. 반도 위쪽 땅에서 나이 어린 최고 존엄의 말을 한 단어도 놓치지 않겠다며 메모장을 들고 따라 다니는 노구의 모습이 겹쳐져 괜한 웃음이 돈다.잘 나가던 적자생존의 법칙이 철퇴를 맞은 적이 있다. 고위공직자 메모수첩이 형사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물로 되었다. 적자생존 법칙이 적자창살 법칙으로 변질되었다. 이후 공직자들이 업무관련 된 일을 잘 적지 않는다고 한다.머릿속의 기억으로 남기든 적더라도 일을 처리하고는 바로 폐기한다고 한다. 아예 시비 거리를 남겨두지 않으려는 풍조가 된 것이다. 공직자의 업무수첩은 개인사이면서도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다.비록 비공식적 개인기록일지라도 사료적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기록을 하지 않는 민족은 역사가 없다고 하는 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막연한 두려운 생각으로 기록을 주저하거나 폐기하는 일은 말았으면 한다.나의 저 의뭉한 뭉텅이들도 이번 기회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시대 상황에 맞게 스캔해서 디지털 기록으로 보관해야겠다. ‘한쪽 귀퉁이에 적자망신살만한 흔적들이 보이면 지워야 되나? 문화재 훼손은 처벌받는데….’

2020-03-31

국뽕과 대한민국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지난 3월 초, ‘한국인이어서 미안합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칼럼이 한 중앙 일간지에 실렸다. 칼럼의 필자인 기자는 미국 출장 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미국인 승객이 마스크를 쓰고 주변을 소독하는 모습을 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인이어서 미안했다고 적었다. 이 칼럼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비난의 댓글들이 꼬리를 물었고, SNS에서는 칼럼에 비판적인 글들이 한동안 봇물 터지듯 했다.미안함을 느꼈다는데, 어쩌랴. 그의 미안한 감정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합리적이지도 않고 논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인적 감정의 글이 버젓이 실리는 신문에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이제 상황은 역전되었다. 3월 31일 코로나19 실시간 상황판(https://coronaboard.com/)에 따르면, 확진자가 발생한 203개 국가 중에서 미국은 16만4천253명으로 이탈리아의 10만1천739명을 훌쩍 뛰어넘어 확진자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11위 네덜란드, 12위 터키에 이어 확진자 9천786명으로 13위이다. 14위 오스트리아나, 15위 캐나다의 확진자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데 비하여 한국은 주춤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순위는 곧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완치율은 55.3%로 93.3%의 중국, 57.3%의 바레인에 이어 3위이고, 치명률(사망률)은 1.7%로 한참 뒤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낮은 순위인 82위이다.우리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피땀을 보여주는 기록이다.상황이 이렇게 되니 코로나19를 독감바이러스보다 못한 것으로 가벼이 치부하던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지난 3월 24일 코로나 대응의 가장 모범국가인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하여 진단키트의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국내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들이 불안한 마음에 자신들의 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는 오히려 외국에 있는 선수들이 안전한 나라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SK와이번즈 소속의 외국인 선수 로맥은 캐나다에서 아내의 출산을 도운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한국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 실천하고 있고, 사재기도 없다”면서 한국의 안전함을 세계에 알렸다.국뽕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와 히로뽕을 합친 유행어로, 극단적인 민족주의 또는 자국우월주의의 행태에 대한 부정적인 뜻을 품고 있다. 통계 숫자를 나열하고 외국 언론의 찬사를 언급하며 한국의 코로나19 대처 상황을 미화하거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과도하게 자랑할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것이 멈춰 선 가운데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유초중고에서 대학까지의 교육도,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힘겹고 심각한데 굳이 국뽕처럼 굴 일은 아니다.그래도 나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이 땅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좋다.혹시 기자의 옆자리에 탔던 그 미국인은 미국인이어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지금 가지고 있을까? 아직도 기자는 자신이 한국인인 것이 미안할까?

2020-03-31

잃어버린 일상의 행복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를 일반적으로 우리는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나 만족과 기쁨은 극히 추상적인데다 개인적 편차도 커 행복의 무게를 비교해 설명하기 힘들다.행복은 느끼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무게감이 다르다. 그래서 행복을 말할 때는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적으로 이해하기가 용이하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 이런 경우다.동서고금을 통틀어 인간이 사는 궁극적 목표가 행복이라는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이 사는 목적은 행복 때문”이라 했으니 행복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속적으로 추구돼야 할 가치다.일본인 작가 하루키는 그의 수필집에서 작은 행복을 언급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른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의 시작이었다.우리나라도 소확행의 소비 트렌드가 유행한다. 기왕 큰 성취를 못할 바에야 작지만 성취가 쉬운 작은 행복을 추구하자는 소비 트렌드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SNS상에는 소소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글들이 자주 등장,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 구절만 인용해 보자.“잠깐의 나들이가 그리움인걸, 지하철의 북적임이 그리움인걸….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 마주보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고 행복인 것을 까맣게 잊고 살았네….”그동안 미처 몰랐던 소소한 일상 속의 만남과 나눔이 작은 행복이었음을 깨닫고 그리워하는 글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질질 끌면서 어느새 우리 마음의 아픔도 그만큼 커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3-31

코로나19와 선거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부국장 대우)신종 코로나 감염병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사태 해결과정에서 등장한 ‘드라이브 스루’는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정치도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하게 변신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우선 유권자를 향한 대면선거라는 기존의 선거문화를 완전히 뒤엎은 비대면선거가 그것이다. 문자메시지와 SNS에 대한 비중이 대폭적으로 증가하면서 유권자들은 과거와 다른 선거문화에 점차 적응하고 있다.당내 경선에서도 휴대폰을 통한 여론조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휴대폰이 이번 선거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선거 대상이 될 정도다. 이러다 보니 각 후보 캠프 측들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홍보전략을 구사하고 1인 방송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서울지역 일부 후보는 AI(인공지능)를 도입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집중공략 방향을 잡는다고 할 정도로 제21대 총선은 과거에 볼 수 없던 비교적 첨단의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각 후보가 비대면 선거운동에 따른 문자메시지 발송비용 역시 과거보다 대폭 증가하면서 선거비용 부족 사태를 우려할 정도다.이런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는 괴소문이 퍼지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보수당의 대구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 예비후보가 설치한 착신전화가 문제가 되면서 결국 구속되는 사태와 비슷한 불법 전화사건이 재현했다는 풍문이다. 선거법상 자신의 휴대폰 이외의 전화를 사용하면 불법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특정 정당의 한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일반전화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안부전화를 겸한 선거운동이 진행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고 경쟁했던 예비후보가 선관위 측에 고발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현재 대구선거관리위원회와 대구지방경찰청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지만, 일부는 내사 상황임을 암시하는 등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만약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선거문화로 결코 치부될 수 없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최악의 선거문화로 지적될 뿐이다.아무리 대면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방법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대구·경북지역은 보수당 후보자가 곧 당선이라는 수식이 어느 정도 통했기에 우선 당내경선에서 무조건 이겨보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으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그러나 이제 대구·경북의 유권자들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선거의식을 지니고 있다. 절대적이고 일방적인 지지에서 벗어나는 조짐이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버려야 할 구습이자 케케묵은 선거문화가 여전히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대한민국은 K-팝과 영화에 이어 코로나 사태 해결에서 창조적 혁신을 이끌며 또다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등 최첨단을 걷고 있어 이제 한국정치도 구태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2020-03-31

일상의 재발견 한 편의 시(詩)가 되다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살고 있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 버스가 정해진 코스로 정해진 시간을 운행하듯 이 패터슨은 하루 하루 비슷한 일상의 행로를 걷는다. 아침이면 도시락을 들고 출근해 정해진 코스로 버스정류장을 돌며 하루의 일과를 마친다.퇴근 후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과 산책을 하고 동네 주점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반복된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듯이 패터슨의 일상은 버스의 정해진 행로와 같이 흘러간다. 버스의 승객에서부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까지 별다른 변화없이 흘러간다. 단조로운 반복과 사소한 변주만이 존재하는 일상 속에서 패터슨은 시를 쓴다. 졸린 눈을 부비며 양치질을 하는 순간이거나, 신호 대기 중이던 차안이거나, 일상적인 대화의 행간이거나, 포근한 이불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서 잠들 때까지 뒤척이던 그 순간. 큰 변화없는 일상 속에서 작은 일상의 순간을 포착해 반복과 변주를 섞으며 시를 완성해 간다. 예술이, 문학이 생의 격변과 경험, 상처가 표출되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큰 변화없는 잔잔한 일상 속에서 완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아름다운가 아름답지 않는가라는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반복되는 운율을 가진 영화다. 패터슨 시에 살고 있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 패터슨 시의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패터슨의 아내 로라가 디자인하는 반복적인 패턴들. 일주일의 생활 패턴이 반복되는 일상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의 운율에 자잘한 변화들이 담긴다. 그날의 날씨와 기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 속에 낯선 사람들. 매일 아침 조금씩 다른 자세로 자고 있는 아내 로라의 모습들 속에 작지만 섬세한 일상의 변화들이 감지된다. 일상의 반복되는 운율 속에서 조금씩 달리하는 풍경이 섞여 한 편의 시가 된다. 애초에 짐 자무쉬의 영화에서는 대단하거나 변화무쌍한 사건이 벌어지길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시간과 공간의 반복과 변주의 연과 행으로 이어지는 일상의 시가 존재할 뿐이다. 지루한 것은 지루한대로 나른한 것은 나른한대로, 우리의 하루가 시가 되는 순간을 깨닫게 된다.영화 ‘패터슨’은 한 편의 시와 같은 구조를 가졌다. 반복되며 점층적으로 쌓아가는 행간과 자잘한 변화를 포착해 연을 나누는 것으로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고 한 편의 시를 읽은 느낌을 가진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은유와 직유로 표현되는 ‘생활의 재발견’이다.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던 패터슨의 일상은 금요일부터 조금씩 뒤틀어지기 시작한다. 버스가 고장나는가 하면, 매일 저녁 산책길에 들러 맥주 한 잔을 하던 바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나고, 토요일 아내와 영화 관람을 하고 돌아온 집에서 애완견이 그의 시작 노트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 일이 발생한다. 그의 축적된 생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일요일 패터슨이 주로 점심을 먹으며 시를 쓰는 공원에서 일본 시인을 만난다. 패터슨 시의 유명한 시인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시인의 자취를 찾아 패터슨을 찾았다는 그는 “시로 숨을 쉰다”고 말하며 패터슨에게 빈 노트를 선물한다. 그리고 “텅 빈 페이지는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라며 자리를 떠난다.쌓고 다듬던 그의 작업들이 사라진 이후, 다시 되살아나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일상의 감각들을 보호하는 그의 자세가 놀랍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간은 행간이 되고, 하루는 연이 되어 완성된 한 편의 시와 같은 영화다. 예술이 일상이 되는 삶이 아니라, 일상이 예술이 되는 과정의 영화다. 예술과 일상의 전환 스위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더디게 자라 눈부시게 반짝이는 ‘일상의 재발견’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문화기획사 엔진42대표 김규형*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네이버와 구글플레이, IPTV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20-03-30

봄꽃보다 더 아름다운 날에… 진주 응석사(凝石寺)

십여 년 전 아들이 공군 훈련병으로 있으면서 장문의 편지와 함께 보내온 벚꽃잎만큼 아련했던 꽃이 있을까. 훈련을 마칠 즈음, 꽃은 간 곳이 없고 무성한 나뭇잎처럼 성장해 있던 아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차는 진주로 달린다.벚꽃이 만개하기에는 조금 이른가 보다. 연둣빛 새싹과 봄꽃들이 수런대는 시골길은 평범한 들판과 촌락을 지나 집현산 아래에서 싱겁게 끝나 버린다. 접근성이 좋은 응석사(凝石寺)는 신라 진흥왕 15년(554년) 연기조사가 창건했다. 문무왕 2년 의상대사가 강원을 열었고 그 뒤 나옹, 무학 등 이름난 고승들이 거쳐 간 대사찰이었지만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불상 밑에 숨겨둔 무기를 발견하고 많은 당우를 불살랐다고 한다.절은 서너 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붕이 육중하고 화려한 다포식 일주문을 붉은 동백꽃이 지키고 담장너머 경내는 온갖 봄꽃들로 생기가 넘친다. 우아한 백목련과 키 작은 수선화까지 시샘하듯 눈길을 사로잡는데 뒷산조차 온통 진달래로 붉다. 다투듯 존재감을 과시하는 청순한 봄꽃무리들, 두견화 향기에 귀촉도 소식이 궁금해서 오늘밤은 응석사도 몸살을 앓을 것만 같다.계곡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돌탑들의 호위 속에서 봄꽃에 취한 마음 애써 진정시키며 일주문을 들어선다. 금강문 겸 범종루를 누하진입식으로 통과하면 계단 위로 멀리 대웅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렬로 배치된 구조가 나를 더 경건하게 만든다. 보물이 있는 대웅전보다 바로 앞을 막아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스기나무 두 그루에 위압당하고 말았다.불법을 수호하는 나무답게 큰 키로 낯선 이를 내려보며 점검한다. 잠시 긴장감이 흐른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곧게 뻗은 한 쌍의 스기나무는 큰 행사가 있을 때 괘불을 걸기 위한 용도로 심어졌다고 하니, 절의 당간지주인 셈이다. 처음 보는 이색적인 풍경에 계단을 오르내리며 셔트를 눌러대다 끝내는 범종루 위에 서서 두 손을 모은다.지척에 스님이 계시지만 차담을 청할 처지가 아니라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다. 이 좋은 봄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모자까지 눌러쓴 방문객의 모습에 꽃들도 놀라지나 않을까 조심스럽다. 응석사의 보물은 계절에 관계없이 살아 있는 나무들과 돌담이다. 흔한 풀꽃조차 불심으로 가득하다. 불국토에 온 것처럼 구석구석 평화가 흐르고 생명의 기운이 넘쳐난다.응석사는 지나친 정갈함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듯하다. 어린 시절 함께 자랐던 풀꽃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돌담은 햇살에 몸을 말리며 응석사(凝石寺)의 상징성을 드러낸다. 분위기와 느낌이 다른 돌담과 돌축대, 청이끼를 두른 돌담에서부터 큰 돌로 만들어진 웅장한 돌축대까지, 모두 예불소리로 다져진 사랑스러운 몸짓이 담겨 있다.산신각과 나한전이 있는 마당에는 냉이꽃이 무리 지어 햇살에 반짝인다. 다시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돌담 사이로 난 통로로 들어서면 허리 꼿꼿하게 세운 민들레가 씨앗을 품고 바람을 기다린다. 눈물겨운 광경도 잠시, 뒷산을 물들인 진달래가 유년의 기억 속으로 나를 이끈다. 이 모든 풍경에도 독성각은 흐트러짐 없이 홀로 참선 중이다.유서 깊은 사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잔잔한 평화 그리고 여유로움, 몸과 마음은 절을 둘러보는 사이 깨끗이 정화되었다. 올라 갈 때는 봄의 정취에 마음을 빼앗겼다가 내려오면서 산신각과 나한전 사이에 서 있는 아름다운 쌍사자 석등을 보았다. 그 아늑한 터전에서 시간을 보내다 뒤늦게 대웅전을 떠올린다. 300년 된 은행나무가 법당으로 들어서는 우리를 지켜보고, 보물 제 1687호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앞에서 남편과 나는 나란히 백팔 배를 시작한다.조낭희 수필가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예상했던 대로 길어지자, 일상을 지배하던 긴장과 불안감도 차츰 둔화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를 좀 더 자중하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로 몰고 간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 무언가로부터 위협받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임을 암시한다. 오늘 처음 법당에서 백팔 배를 한 남편의 행위 역시 그런 의미였으리라.법당에 들어오지도 않던 남편이 삼배의 예를 갖추고 드디어 백팔 배를 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우연히 백팔 배를 하자는 제안에 흔쾌히 응해 준 남편이 고맙다. 응석사 대웅전이 그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다. 우리의 기도는 부처님의 영험함을 기대하기보다 스스로와 삶에 대한 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을 위한 다짐이며 약속이다.백팔 배를 마친 남편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말없이 법당을 나오는 우리를 맞아준 것은 관음전 뒤 언덕을 지키는 무환자나무였다. 통일 신라 말 9세기경 도선국사가 무환자 열매를 먹으면 전염병을 예방하고, 가정의 나쁜 일을 쫓아준다하여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심었다고 한다. 무환자 열매로 만든 염주 하나쯤 곁에 두고 싶다.늘 숙제하듯 절을 찾아 나섰던 발걸음에 이제서야 조금씩 힘이 실린다. 매주 절 기행을 하는 동안 백팔 배를 함께 하겠다는 남편의 약속, 고통과 시련도 잘만 다스리면 꽃을 피우기도 한다. 오늘은 봄꽃보다 사랑스런 날이다. 인생은 그런 맛에 살아갈 가치가 있는지도 모른다.

2020-03-30

디테일을 알아채면 할 수 있는 것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살다 보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특정한 관점을 가지고 접근할 때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이것은 작품을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다. 독자는 큰 사건과 줄거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떤 입장에 서서 작품에 접근한다. 그러나 작품은 디테일에서 완성된다. 봉준호 감독이 봉테일로 불릴 정도로 디테일에 신경 쓰는 이유는 디테일에서 작품의 의미가 풍부하게 전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아쿠다카와 류노스케의 단편 ‘라쇼몽’감상의 두 입장을 소개했다. 아무리 굶어도 양심을 지켰어야 한다는 관점은 보수적 관점이고, 생계형 범죄이니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은 진보적 관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관점만으로 작품에 다가가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이 작품을 학생들과 같이 소리 내어 읽다가 하인이 여드름을 만지는 장면이 네 번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쪽짜리 짧은 단편에서 여드름이 네 번이나 나온다는 것은 아무래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이 작품을 읽으며 여드름에 주목하는 독자는 거의 없다. 여러 번 읽으며 참고 문헌을 찾다가 ‘유쾌한 소설로서의 라쇼몽’이라는 논문을 발견했다. 이 어두침침한 소설이 유쾌하다니 깜짝 놀랐지만, 논문의 저자는 이 여드름을 삶의 의지로 보고 그것을 유쾌함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아쿠다카와는 이모 손에서 자랐는데, 이 작품을 쓰던 시기는 당대 규범에 충실했던 이모의 반대로 사랑하던 여자와 헤어지고 심한 좌절에서 막 벗어나던 시기였다고 한다. 어쩌면 작가는 작품 속에서나마 더 이상 사회 규범에 짓눌려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는지도 모른다.메시지 전달에는 언어가 7% 차지하고 사소한 행동이나 태도, 표정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93%로 훨씬 더 많이 작용한다는 메라비언 법칙이 있다. 상대방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대방의 표정이나 사소한 행동, 태도를 참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법칙을 작품을 이해할 때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작품 전체를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보여줄 테니 말이다.그러니 작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의 대사나 사건뿐 아니라 디테일한 설정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밤은 인간이 자신의 욕망과 만나는 시간이다. 시체가 늘비한 라쇼몽 누각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할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하인은 여드름을 계속 만진다. 이런 디테일을 알아채면 하인의 심리 변화와 행동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작품에서 다루는 문제가 무엇인지, 작가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다. 관점이 달라도 그런 발견은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다.하인의 가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같은 토론만으로는 작가가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 상황의 디테일을 알아채고 공유하다 보면, ‘너는 어느 편이냐’고 관점을 묻는 것보다 우리는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2020-03-30

가정간편식 전성시대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은 완전조리 식품이나 반조리 식품을 집에서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가리킨다. 가정 음식을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가정대용식’이라고도 불린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HMR 시장규모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족’이 늘면서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집에서 직접 밥을 차려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직접 조리를 늘리겠다는 소비자도 많아 가정간편식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이같은 사실은 CJ제일제당이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전국의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식소비 변화 조사’를 진행한 결과 나타났다.개학 연기와 재택근무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밥’을 먹는 비중은 83%로 전년보다 23.5%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답한 사람은 84.2%였고, 가정간편식 소비가 늘었다는 응답도 46.4%였다. 이에 따라 가정간편식 품목 가운데 집밥을 대체하면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한 즉석밥, 생수, 라면 등과 더불어 국물요리, 상품죽, 냉동만두 등 구입이 늘었다.또 개학 연기로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핫도그와 피자, 돈가스 등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가정간편식 구매도 늘었다. 또한 계란, 김, 두부, 콩나물 등 반찬으로 활용하는 식자재에 대한 구매 역시 증가했다. 단백질과 채소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홈 트레이닝 열풍에 따라 간편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 생선구이 등도 성장할 전망이다.가정간편식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30

2020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곽지영 포스텍 산학협력교수·산업경영공학과며칠 전이었다. 개강 준비를 마치고 연구실에서 나서는 길, 주차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캠퍼스를 잠시 거닐었다.시원한 바람이라도 잠깐 쐬면서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스트레스를 좀 달래볼까 하는 마음에서였다.모처럼 햇살이 좋아서 소독이라도 하려는 듯 온몸에 받았다. 하늘과 잔디밭도 푸르게 빛나 눈이 부셨다. 어느 새 봄이 온 모양이었다. 우연히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면 못 알아차릴 뻔했다.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길이 가르마 같다는 생각이 들자 학창시절 즐겨 외우던 시구가 떠올랐다.‘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기분이 좀 풀린 듯한 느낌도 잠시, 기억을 되감아 그 시의 첫 구절을 읊조리고는 이내 울컥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흉포한 바이러스의 침략으로 한 달 넘게 지척의 부모님, 가족들과도 화상통화만 하던 설운 내 마음속으로, 빼앗긴 조국의 들에서 피눈물로 그 시를 썼을 시인의 마음이 훅하고 빨려 들어와, 백년의 시간을 넘어 절묘한 공명을 일으켰다. 새해 들며 슬며시 쳐들어와 저 들을, 거리를 텅 비워버린 바이러스는, 우리에게서 2020년의 첫 두어 달을 ‘순삭’시킨 후 이제 봄까지 빼앗으려 넘보고 있으니, 그 시절 무도한 침략자들과 무엇이 다를까.옷자락을 흔드는 바람,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는 종다리,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 민들레, 제비꽃, 부드러운 흙….봄이 온 기쁨을 만끽할 수조차 없었던 시인은 빼앗긴 들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고맙고 따스한 것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푸른 웃음 푸른 설움으로 뒤범벅된 그 심란한 마음을 달랬으리라.시인의 봄 신령이 옮겨 지폈는지, 평소라면 IT기술과 AI로 코로나와 전쟁에 뛰어든 기업들의 이야기만 찾았을 공학자도 인터넷을 뒤져 불안만 키우는 뉴스들 속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미담들을 찾아내며 기뻐한다.전국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의료진들, 보호구 자국을 얼굴에 훈장처럼 새긴 거인 같은 그들의 미소, 개점휴업 중인 식당의 식재료를 소진해 주고 의료진의 식사를 챙겨 보내는 사람들, 침침한 눈으로 손수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과 나누는 어르신들, 앞 다투어 이어지는 기부행렬, 포항의 드라이브 스루 횟집, 이탈리아의 발코니 음악회, 노인을 비롯해 건강에 취약한 이들이 편안하게 생필품을 살 수 있도록 1시간 먼저 문을 열기로 한 착한 상점들….우리의 그런 노력들이 어우러져 마음까지 얼려버릴 듯한 팬데믹의 시대를 훈훈하게 덥혀 줄 것이다.그래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의문문은 머지않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왔구나!’라는 감탄문으로 바뀔 것을 믿는다.

2020-03-30

기가 막힐 일

강희룡 서예가중우(衆愚)정치는 고대 그리스의 정치를 고찰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국가론과 정치학에서 민주제의 타락한 정체(政體)에 부여한 명칭이다. 폭민 정치라고도 부르며 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한 대중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치를 의미한다. 지성인이나 다수대중이나 똑같이 한 표다.게다가 수적으로 엘리트보다 일반대중이 더 많다.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가 월등히 많은 대중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이들의 기호에 맞는 정책이나 포퓰리즘을 쏟아낸다. 투표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판기능을 갖춘 소수 엘리트보다 대중의 수가 훨씬 많으므로 실제로 올바른 민주주의가 아닌 중우정치 즉 가짜 민주주의로 변질된다는 것이다.한국을 비롯한 많은 민주국가에서는 국민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양당제 혹은 몇 개의 당이 정치판을 독점하여 야합으로 나눠먹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정치세력들이 한 계층을 형성하여 민주주의를 통해서 자신들을 뽑아준 대중을 위하기보다는 오로지 자기 자신이나 속한 집단을 위한 정치를 강화해 반민주주의로 변질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관심 혹은 비이성적인 대중들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기보다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지역적으로 편중된 지역감정에 매몰되어 이성보다는 감성, 일시적 충동에 의해 정당이나 후보자를 선택하는 행위가 반복됨으로써 중우정치의 현실로 빠져들어 대중의 다양성이 정치의 다양성으로 직결되지 않고 있다.여기서 우리가 더 경계해야 할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엘리트들의 오만정치다.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에’라는 수식어를 내세우는 경우는 그 국민이라는 게 그의 머릿속에 기억된 다수를 잘못 지칭하여 필요충분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작금의 우리 사회는 TV나 신문보다는 유튜브나 SNS를 선호하는 시대흐름에 편승하여 대중들을 선동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민주주의의 운영주체인 시민의 역량과 성숙도가 낮을수록 이런 매스미디어매체의 선전과 선동에 휘둘리기 쉽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세뇌된 대중들은 명백한 진실조차 믿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사회를 둘로 쪼개 놓은 조국사태는 아직까지 정치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고 가고 있다.이런 가짜 민주주의의 근원은 과학과 이성, 진실이 부정된 자리에 궤변과 독선, 거짓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반지성주의가 우리 사회를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조국 전 법무장관시절 당시 법무부 인권국장 자리에 있던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윤석열 총장을 비롯해 검찰 쿠데타 세력 명단이라며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조국 전 장관을 개혁파로 기묘사화의 피해자인 정암 조광조에 비유하고, 세도를 부리던 대윤, 소윤인 윤임과 윤원형에는 윤석열 총장과 윤대진 부원장을 빗대며, 명단 속 인물들이 아직도 고위직에 남아있기에, ‘2020년에는 기필코,’ 라면서 국민들이 야차(사람을 해치는 사나운 귀신)들에게 다치지 않도록 널리 퍼뜨려 달라고 주문했다.이단 종교보다 더 무서운 민주주의의 가장 암적인 존재는 바로 이런 이단(異端) 정치인들이 설치는 정치판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2020-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