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우리 안의 불안과 흥분: 대구 경북 지역 코로나19의 너머에

한국인에게 종종 쏟아지는 ‘냄비’라는 비난은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차가워진다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삶의 전체를 뒤흔드는 외부 세계의 위기와 위기가 불러오는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위기가 한풀 가라앉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일상을 일구는 우리만의 강인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올해 설 명절을 전후로 시작된 코로나19의 위기는 하루가 지날수록 급박해진다. 잠시 진정되었나 싶었더니 대구와 청도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확산되었고, 이제 대구 경북지역은 코로나19 폭풍의 핵이 되어 일부 병원과 응급실들이 폐쇄되고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 곳곳이 폐쇄되는 상황이 줄을 잇고 있다. 뉴스 특보의 바쁜 호흡만큼 이를 지켜보는 우리의 맥박도 빨라지는 것 같다. 상가 골목과 음식점에서는 손님들을 찾기 힘들고, 문을 닫은 곳 조차 많다. 생필품을 판매하는 슈퍼와 마트 또한 예외는 아니다. 슈퍼에 들어서면 전시된 상품들조차 여느 때와 다르다. 곳곳에 텅 빈 선반들이 눈에 띄고 수량을 제한하는 품목들도 보인다.마스크를 끼고 잔뜩 웅크린 채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며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2020년 2월 오늘의 카랑카랑한 뉴스 특보가 불러일으키는 불안과 흥분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임에도, 혹은 이러한 상황이기에 더욱 거세지는 정쟁의 수위 높은 발언들과 대구 경북 봉쇄를 운운하는 누리꾼들의 발언들은 심장박동을 더욱 빠르게 몰아간다.아마도 우리는 흥분 중인 것 같다. 패닉(panic)이라는 용어 대신, 흥분(agitation)이라는 용어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불안과 흥분이 처음이거나 낯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수우족과 유록족의 비교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개인 내면의 내적 질서보다는 세계의 외적 질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세’와 시류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능동적 행위자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근대로의 급격하고 비정한 변화, 그리고 아마도 그 이전의 시간과 또한 그 이후의 시간에도 경험해 온 크고 작은 침략과 삶의 터전을 뒤엎는 위기들. 이러한 격동에 대처해야 했던 경험들은 우리 유전자의 어디쯤에, 혹은 우리 교육과 양육방식의 어디쯤에 생존을 유지하고 적응을 용이하게 하는 급격한 흥분과 금새 잊고 돌아서서 다시금 삶을 시작하게 하는 습성을 남겨놓은 것 같다.한국인에게 종종 쏟아지는 ‘냄비’라는 비난은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차가워진다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삶의 전체를 뒤흔드는 외부 세계의 위기와 위기가 불러오는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위기가 한풀 가라앉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일상을 일구는 우리만의 강인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그런 의미에서 2020년 2월 코로나19의 위기가 가져오는 불안과 우리 안의 흥분은 결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뉴스 특보를 집에서 혼자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뉴스를 모든 사람들과 함께 지켜보는 것 같다고 느끼는 착각 또한 착각이 아닐 것이다. 외부 세계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우리의 이웃과 주변의 움직임에 민감한 속성. 이러한 특성이 집단주의라는 이름으로 정의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각자가 가진 내적 질서만큼이나 우리를 둘러싼 집단의 움직임과 집단의 외적 질서가 커다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오늘 경험하는 흥분은 결코 개인주의적 흥분이 아니며, 집단적 형태의 그 무엇쯤으로 느껴지는 흥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적 대응이 가지는 신속함과 일사불란함 속에서 이번의 위기 또한 잘 헤치고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의 의식의 저변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더욱 코로나19의 위기는 결코 패닉이 아닌 흥분으로 경험된다.불확실성이 확실성이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보여 온 놀라운 적응력과 대응력은 ‘냄비’와 ‘대세 추종’이라는 이름으로 비난받아온 우리 사회의 속성에 대해 다시금 들여다보게 한다. 쉽게 흥분하는 것은 결코 흠으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쉽게 잊는 것 또한 결코 흠으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그저 위기에 정신을 못 차릴 만큼 흥분만 했다면, 혹은 위기가 지난 후 과거를 까마득히 잊기만 했다면, 아마 우리의 역사는 오래 전에 명맥이 끊겼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점점 격해지는 정쟁의 듣기 거북한 목소리들과 봉쇄를 운운하는 논의들은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소리들은 흥분이 아니고 패닉이다. 혹은 자신의 불안을 주체하지 못하고 외부로 공격성을 전환시키는, 혹은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집단적 공격성일 수 있다.학교의 교실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교실에서 집단 따돌림이나 학생들에 의한 집단적 교권 침해가 이루어지는 순간들은 종종 교실에서 팽배해진 불안들이 그 공격성을 누군가에게 돌렸을 때이다. 더욱 어이없는 상황은 그 피해자가 전학을 가거나 교직을 떠나면, 그 피해자를 대신하는 누군가가 다시금 들어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개입은 여러 가지 방향과 형태로 이루어진다. 개인적 접근을 우위로 할 수도 있고, 집단적 접근을 우위로 할 수도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상담을 받게 하거나, 강력하게 반을 휘어잡는 교사를 투입하거나, 아이들이 공격성을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는 구조와 기회를 제공하거나, 사회적 기술 학습과 분노 조절 집단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말이다.학교 따돌림과 폭력에서 피해자가 다시금 생겨나는 기제와 이에 대한 개입의 방법들은 그 자체로 무언가의 의미를 던져준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피해자의 많은 경우는 집단의 희생양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아이들이 속한 교실과 학교는 이러한 희생양이 번번이 생겨날 만큼 가혹한 곳, 즉 녹녹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급에서 이러한 희생양은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 가령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아이, 발달이 늦은 아이, 혹은 다문화 아이가 되기도 한다.이야기를 다시 우리 사회로 돌려보자. 교실의 확대판인 우리의 사회는 쉽게 희생양을 만들어 우리의 불안과 공격성을 쏟아내는 속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위기와 불안에 직면하여 지역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선정적인 정쟁의 발언을 쏟아내는 일부의 모습은 우리의 불안을 희생양에게 전가시키는 패닉의 공격성일지도 모른다.우리에게는 가진 것이 많다. 집단으로서의 신속함과 시간적 연속성 속에서 성장해 온 경험들과 수차례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온 힘이 있다. 경북지역의 대학과 초중고교는 모두 개강과 개학을 연기하였고, 아이들의 학원 또한 2월 말까지 휴업을 결정하였다. 폐쇄된 곳은 방역을 서두르고 있고, 문을 닫은 상가 또한 3월과 4월을 기약하고 있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 불안하고 흥분하면서도 일상으로의 귀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봄을 예기할 수 있는 능력은 아마도 우리가 가진 소중한 자산일 것이다./김은영(경북대 교수)

2020-02-23

지금 행복합니까?

김현욱 시인표준국어대사전에는 ‘행복’을 ‘생활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정의한다.불면증으로 고통 받던 사람이 어느 날 꿀잠을 자게 되면 더없이 감사하고 행복해진다. 직장에서 동료와 불화하던 사람이 진통 끝에 관계를 회복하게 되면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젊은 나이에 난데없는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인의 장례식장을 다녀온 밤이면 우리 가족이 건강한 것만으로 큰 만족과 감사를 느낀다. 송사에 휘말리기 전에는 ‘송사에 휘말려서 좋을 것 하나 없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체감하기 어렵다. 영혼이 너덜너덜해지는 송사가 끝나면 ‘범사에 감사해라’를 뼈아프게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은 일견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큰 성취보다는 작고 소소하고 자잘한 것이 우리가 실제로 누리는 행복이다. 합격, 취직, 승진, 당선, 인기, 명예, 당첨, 성취 등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망하는 행복이다. 하지만, 불가에서는 그런 것들이 가짜 행복이라고 일갈한다.모든 종교는 진짜 행복, 영원한 행복의 길을 제시한다. 반면 붓다는 ‘나의 모든 가르침은 괴로움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했다.붓다는 괴로움을 다음 세 가지로 설명했다.“첫째,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생로병사), 싫어하는 것(사람)과 만나는 일, 좋아하는 것(사람)과 헤어지는 일,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일은 일반적인 괴로움이다. 둘째, 영원하지 않는 것은 모두 괴로움이다. 셋째, 조건 지워진 것은 모두 괴로움이다.” 이어서 붓다는 괴로움의 원인으로 ‘오온(五蘊)에 대한 집착’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진리로 ‘욕망의 완전한 소멸(해탈)’,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여덟 가지 길의 진리로 ‘팔정도(八正道)’를 설했다.정리하자면, 붓다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 괴로움의 소멸과 8가지 소멸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이 얼마나 명쾌하고 과학적인가! 정리하자면,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가 불교(佛敎)의 알맹이다.‘장부경’에서 붓다는 수행 방법에 의심이 많은 수밧다에게 위빠사나 수행의 중요성을 설했다. “내 나이 29세에 출가하여 50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나의 가르침인 사념처 위빠사나를 수행하지 않고서 구경각 아라한과에 도달한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네. 위빠사나의 실천법인 팔정도(八正道)가 있는 한 아라한들은 계속 출현하고 승가는 끊임없이 발전하리라.”거창 붓다선원 진경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아나빠나사띠(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를 수행 한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직장에서도 틈날 때마다 10분씩, 20분씩 아나빠나사띠를 수행했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잘 때까지 호흡이 들어가고 나감(숨보기)을 알아차리려고 애썼다. 아나빠나사띠 선정수행은 위빠사나 지혜 수행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하셨다. 생활 속에서 생명을 해치지 않고 삿된 마음을 먹지 않겠다는 ‘계(戒)’를 세워 실천 중이다. 지금까지 가짜 행복을 좇아 허망하게 살아왔다. 괴로움을 행복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계(戒), 정(定), 혜(慧), 여기 진짜 행복으로 가는 8가지 길이 있다.

2020-02-23

중도층의 표심은 어디로 갈 것인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유권자의 표심을 말할 때 ‘중도층’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정치적 중도층은 어떤 사람들인가. 중도(中途)층은 사전적 의미로 어느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온건층을 말한다. 정치적 중도층에도 진보에 약간 기운 중도좌파도 있고 보수에 약간 기운 중도우파도 있다. 바라다트는 이데올로기의 스펙트럼에도 중도를 보수와 진보의 중간에 위치시키고 있다. 한국과 같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극한 대립하는 정치풍토에서 중도는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중도층 획득여부에 선거의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극한 대결의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중도층을 형성한다. 4·15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부동층도 중도층에 해당된다. 중도층은 좌우익이라는 극단정치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판단을 유보하는 유권자층이다. 이들은 극단적인 정치 행태를 비판하면서 양비론적 입장을 취한다. 이들은 표심을 잘 드러내지 않아 좌우의 열성 지지자들부터 기회주의자로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선거 막판에 지지 후보나 정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정치적 무관심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우리나라에서도 이들 중도층을 대변하겠다는 정당이 수시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중도 정당은 38석을 얻어 제3당의 위상을 과시한 적도 있다. 중도 정당이 호남 지역주의를 교묘하게 결합한 결과이다. 이런 정치적 자산을 바탕으로 안철수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과거 제3당인 자민련도 영남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중도 제3당의 정치적 한계에 부딪쳐 해산되고 말았다. 중도 정당은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열성적 지지기반이 취약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또다시 출현하였지만 성공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4월15일 21대 총선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여야는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 전략을 세우고 있다. 보수 야권은 미래통합당을 결성하여 개혁을 표방하여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여당 역시 개혁에다 보수적인 정책을 가미하여 중도 진보층의 표심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도층 표심을 의식하여 당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선거 공약을 표출할 것이다. 가령 보수당이 안보는 보수지만 경제는 진보를 내세우고, 진보는 개혁보다 민생과 안전을 우선하는 것 등이다. 그리하여 현대 정치에서 보수 진보 정당은 모두 ‘잡탕 정당’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자유민주정치에서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는 건전한 중도층이 요구된다. 그들이 정치 안정의 균형 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정치적 의리와 결속을 중시하는 패거리 정치에서는 중도의 길은 견지하기 어렵다. 더욱이 선명성을 가장한 흑백 정치가 판을 치는 정치에서는 중도적 유권자의 존립은 더욱 어렵다. 결국 중도 표심은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를 거부하다 결국 막판 한쪽 진영으로 편입되기 쉽다. 이를 간취한 보수와 진보 정당은 4·15 총선에서 중도층 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투를 전개할 것이다.

2020-02-23

결핍은 축복이다

코끼리의 귀는 무려 240km 떨어진 곳의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대구에서 비가 내리면 서울에서 그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코끼리에게 있다는 의미지요. 놀라운 청력입니다. 코끼리들이 빗소리에 민감한 이유는 건조한 초원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멀리 내리는 빗소리를 잘 감지해서 비가 오는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일강의 범람이라는 자연재해, 곧 역경은 오히려 이집트 문명이 발달할 수 있는 토대가 되다는 의미였습니다.해마다 반복하는 범람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천문학과 태양력이 자연스럽게 발달했고 범람 후 경지 측정을 위해 기하학이 눈부시게 발달했습니다.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도르래와 수레를 발명했습니다. 이런 기술력은 훗날 피라미드 공사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지요. 결핍은 이집트인들에게 불타오르는 극복 의지를 일깨웠습니다.플라톤은 사람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마지막으로, 연설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손뼉을 치는 말솜씨를 꼽았습니다. 적당한 결핍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뜻입니다.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나날의 삶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입니다.풍족한 환경에서 늘 평온한 삶을 누리는 가운데는 간절함이 생기지 않습니다. 결핍은 간절함을 선물하고 그 선물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행복의 기초를 이룹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3

‘홍위병’이 거지 같아요

안재휘 논설위원마오쩌둥(毛澤東)은 1958년부터 의욕적으로 시작한 대약진운동이 무려 4천500만 명의 아사자(餓死者)를 내며 실패한 일로 실권한다. 그러나 그는 1966년 ‘프롤레타리아문화대혁명’을 제창한 뒤 철없는 어린 학생들을 동원해 망국적 ‘홍위병(紅衛兵)’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권좌에 복귀했다. 이 동란은 이후 10년 동안 중국 사회를 초토화하면서 무려 150만~200만 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갔다.현대정치에서 최고 권력자의 맹목적 추종자들을 ‘홍위병’이라고 일컫는 배경에는 이 같은 비극적 역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던 충남 아산 전통시장의 한 반찬가게 주인을 향한 강성 친문(親 문재인) 지지자들의 행태가 참혹한 홍위병 역사를 돌이키게 한다. 서민의 언어로 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고 한 가게주인 여성은 무참히 조리돌림을 당했다. 개인신상이 털리고. 상호명과 주소에 휴대전화 번호까지 모조리 공개되는 등 혹독한 ‘불경(不敬)의 죗값’을 물어야 했다.친문 지지자들의 도를 넘은 행태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개그맨 이용진 씨는 작년 2월 방송에서 문 대통령을 ‘문재인 씨’라고 지칭한 일로 “대통령을 어떻게 ‘씨’라고 부르냐”는 비난 폭탄 세례를 받았다. 한 영상제작업체는 문 대통령의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상 수상 축전을 비판했다가 친문 지지자로부터 뭇매를 맞고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최고 존엄’이라며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는 세계적 불량국가 북한의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따라 배운 것도 아닐 터인데, 어찌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흔히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문빠’라고 불리는 이들 강성 친문 세력들은 치유 불가능한 확증편향(確證偏向)의 노예들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온갖 부도덕성이 폭로돼도 날마다 서초동에 모여서 ‘조국 수호’를 외치며 근육 자랑을 펼친 이들도 이 부류들로 유추된다. 문 대통령을 ‘황제’로 섬기는 듯한 그들은 지금 민주당 총선공천 국면에서 또다시 무지막지한 힘자랑을 뻗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뒤늦게 문 대통령이 반찬가게 주인의 말을 “서민적이고 소탈한 표현”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이 “지지층에 대한 말씀이 아니다”라고 못 박아 광신도들의 일탈을 말린 것은 아님을 굳이 강조했다. 이쯤 되면 지난 대선 때 비문(非文) 인사들에게 달린 악성 댓글을 ‘양념’이라고 표현했던 문 대통령의 인식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이 자명하다. 몰지각한 지지행태를 이성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그 소아적(小我的) 사리사욕이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허물이 될 수 있음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광신을 방치하는 정치는 국민을 망치고 역사를 더럽힌다. 지성을 내팽개친 광신도들, 불치의 확증편향에 빠진 ‘대깨문’과 그 기생(寄生) 지식인들에게 진솔한 서민의 언어로 한마디 들려주고 싶다. “‘홍위병’이 정말 거지 같아요.”

2020-02-23

역병과 사후약방문

전염 속도가 빠르고 치명적인 전염병을 역병(疫病)이라 한다. 이른바 대유행병이다. 의술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역병이 발생하면 역신(疫神)이 노해 벌을 내린 것으로 여겨 주술이나 기도를 통해 병의 퇴치를 소원했다.세균이 발견되고 역병의 병원이 옳게 알려진 것은 겨우 19세 후반의 일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역병이 돌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흑사병이 창궐했던 중세 유럽은 전염병으로 수천만이 목숨을 잃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조선왕조동안 역병이라 하여 크게 전염병이 번진 사례만 줄잡아 79차례 된다고 했다. 그로인해 목숨을 잃은 백성이 천만명을 넘었다하니 질병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적이다.1821년 순조 때다. 실록에 의하면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전염병이 우리나라에 닥치면서 무차별적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심한 기침과 설사를 동반한 괴질에 한번 걸리면 양반, 평민 가릴 것 없이 열흘도 못가 목숨을 잃었다. 죽은 사람의 수가 10만을 넘었다니 원인을 몰랐던 당시로서는 하늘이 천벌을 내렸다고 믿을 법했다.나라에 괴질이 돌면 임금이 나서 몸을 단정히 해 제사를 올리고 먹을 것을 내준다. 감옥에 갇힌 죄수도 풀어 선정을 통해 괴질의 창궐이 가라앉길 기원했다. 괴질을 붙들어 맬 묘책이 없는 왕으로서는 선정으로 흉흉한 민심을 달래려 온갖 정성을 다했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일로다. 정부의 뒷북대책이 또 비판대에 올랐다. “초기대응 실패” 등 지금이라도 사후약방문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이 와중에 대통령의 파안대소까지 구설수에 올랐으니 국민 눈에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내놓는 당국의 사후약방문이 이번만은 제발 없었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2-23

권역별 ‘파워스팟’개발로 관광산업 공략

김학동 예천군수각 지자체별로 ‘굴뚝 없는 황금산업’이라 불리는 관광산업을 개발해 관광객 유치로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우리 예천군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알짜배기 관광 코스를 바탕으로 지역 전통문화를 계승·보존하면서 새로운 관광자원 발굴에 초첨을 맞추기 위해 지역을 크게 3권역으로 나눠 선택과 집중으로 공략에 나서고 있다. 회룡포를 중심으로 한 회룡포~삼강 주변 낙동강 권역과 용문사~명봉사를 잇는 백두대간 권역을 양대 중심축으로 삼고 곤충생태원, 천문우주센터, 활체험장 이색 체험관광 권역을 더한 권역별 파워스팟 상품개발로 체류형 관광벨트를 조성해 전통문화와 청정자연이 함께하는 관광개발에 힘쓰고 있다.첫째, 새롭게 사랑받는 명승지 예천 회룡포~삼강 주변 낙동강 권역이다. 대표 관광명소인 회룡포, 용궁역 테마관광사업, 삼강주막 이외 삼강문화단지와 회룡포를 잇는 모노레일 설치계획이 있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강문화전시관’을 꼽을 수 있는데 11월 중순 개관한 강문화전시관은 낙동강 연안의 우수한 강 문화와 생태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특화한 곳으로 지난 해 6월 중순부터 시범운영 8개월 만에 약 3만 명이 관람하는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자연, 역사, 문화, 사람 4개 존으로 구성된 전시관, 낙동강 발원지 태백 황지부터 부산 을숙도까지 1300리를 단독 항공 촬영한 써클 영상으로 상영하는 편안한 영상관이 특색 있고 최첨단 VR 및 AR체험도 가능해 학생들 학습체험 장소로 최적지다.둘째, 백두대간의 정기를 간직한 예천 용문사~명봉사 권역이다. 이 권역은 금당실 전통마을, 초간정, 소백산하늘자락전망대, 용문사를 대표하는 백두대간 파워스팟 권역 관광지 탐방코스로 명당과 힐링의 기를 받아 볼 수 있는 곳이다. 소백산 하늘자락공원전망대는 예천 양수발전소 상부댐 일원에 자리 잡은 공원과 어림호에 담긴 하늘전망대가 있어 탁 트인 주변 경관과 상부댐의 넓은 호수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조선 태조가 도읍을 정하려 했던 용문 ‘금당실 전통마을’은 조선시대 전통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고택과 돌담길이 어우러져 있고 전쟁이나 천재지변에도 안심할 수 있는 땅으로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 중 하나로 고택민박 체험을 할 수 있어 체험과 머무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소백산 기슭 천년고찰 ‘용문사’는 다수의 문화재와 보물이 있어 사찰 전체가 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수 있고 지난해 12월 2일 국보 제328호 목조건물 ‘대장전(大藏殿)’과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회전식 경장(經藏)인 ‘윤장대(輪藏臺)’가 있는 국보 탄생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풍수지리의 명당임을 입증하는 ‘태실’은 백두대간 권역 용문사 주변에 고려 강종대왕, 조선 문효세자 및 제헌황후 태실을 비롯한 명봉사 주변 조선 장조대왕(사도세자) 및 문종대왕, 오미봉 주변 총 6기(왕세자 또는 원자로 1등 명당에 모셔진 태실이 무려 4기)나 돼 백두대간 파워스팟에서 생명의 활력과 기운을 느끼며 힐링 타임을 가져 볼 수 있다.마지막으로, 곤충생태원과 천문우주센터, 활체험장의 체험관광 권역이다.활, 곤충, 별이라는 이색 테마 관광자원의 메카인 곤충생태원, 천문우주센터 및 활체험장은 예천군 대표 체험관광지로서 가족단위, 단체관광객이 방문하여 모노레일 탑승, 천문관측, 활쏘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펼칠 수 있어 인기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관광산업도 이제 무한 경쟁시대이다. 관광산업으로 민생 경제도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으며 지역 주민의 소득을 높이는데도 특효약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 인프라 조성은 원석인 관광자원을 잘 가공해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귀한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과 다름없는 것으로 기존 관광에 재미를 더한 콘텐츠개발로 찾아오고 발길이 머무는 관광지로 재탄생시키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예천을 3대 권역으로 구분해 파워스팟을 개발하고 각각 허브 역할을 하면서 어디를 방문하더라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토록 공략할 것이다.특히, 기존 관광지에 새로운 요소를 더한 킬러콘텐츠 프로그램 도입, 체험형 관광 위주 프로그램 보완, 체류형 관광 등이 함께 갖춰진다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충분하다고 보기에 이를 보완하면서 필사적으로 대응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2020-02-23

나는 나를 아는가?

권해창 고등학교 교사어느 토요일 아침, 북 콘서트에 참여했다. 저자의 강연과 참여자들이 주어진 질문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평소 자신에 대해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간단한 질문들 앞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만났다.질문은 이랬다. ‘좋아하는 계절은?’ ‘좋아하는 색깔은?’ ‘좋아하는 숫자는?’ ‘나를 닮은 동물은?’ ‘나를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이 쉬운 질문들 앞에서 나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잠이 덜 깬 것도 아니었다. 내가 갑자기 무색무취의 존재처럼 느껴졌다.‘좋아하는 계절은?’ 봄과 가을이 좋아 보이는데, 왜 좋은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좋아하는 색깔은?’ 무지개가 떠올랐지만 하나를 고르기는 불가능했다. 흰색? 회색? 검은색은 아닌 것 같았다. ‘좋아하는 숫자는?’ 아, 숫자를 좋아해 본 기억이 없다. 난감했다. 숫자를 좋아할 수 있을까? ‘나를 닮은 동물은?’ 이건 대답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돼지? 곰? ‘나를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한 글자로 나를 표현하라니, 어떻게? 이 질문이 가장 어려웠다.오늘 처음 본 짝에게 나를 ‘빛’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유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순간적으로 ‘빛’이 떠올랐다. 막상 말은 했지만 내가 진짜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횡설수설하면서 내가 ‘빛’인 이유를 댔다.쉬운 질문에 대답을 잘못했다고 부끄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신선했다. 대답을 주저했던 나에 대한 궁금증이 오히려 생겼다. 북 콘서트가 끝난 후 조용한 카페를 찾아 아까 받은 다섯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종이에 질문과 답을 하나씩 적어가며 나 자신과 대화를 시작했다.‘좋아하는 계절은?’ 봄. 봄이 주는 생기와 따스한 햇볕이 좋다. 바닷가를 걸을 때 불어오는 시원한 봄바람은 기분을 좋게 만들고 근심·걱정을 다 씻어주는 듯하여 좋다. 여행가기에 이보다 좋은 계절은 없다. ‘좋아하는 색깔은?’ 파란색과 흰색. 옷을 살 때 파란색과 흰색 상의를 종종 사는데 내 얼굴 톤이 이 두 색과 잘 맞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숫자는?’ 2. 전면에 나서서 무언가를 진행하기보다는 뒤에서 조력하는 쪽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생각학교 2기라서 그런지 숫자는 2가 좋다. ‘나를 닮은 동물은?’ 팬더. 느릿한 행동과 느긋해 보이는 외모. 왠지 나를 쏙 빼닮았다. 직접 나를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나를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앞으로 되고 싶은 나를 표현해본다면 ‘물’이다. 노자의 ‘도덕경’8장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타인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모습. 예전에 동양고전을 공부하면서 물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이런 질문에 잘 대답한다고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거나 대오각성하는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해 보일지라도 나와 관련된 질문들에 답하는 행위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를 더 잘 알아갈 수 있다. 나를 잘 안다면 크고 작은 삶의 변화를 앞두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나를 모를 때보다 조금 더 나을 수 있다.짧은 도보 여행을 할 때 출발지가 없거나 명확하지 않다면 목적지를 정하기 힘들다. 설레는 마음으로 목적지를 정한다 해도 출발지를 모르면 어떻게 가야 할지 막연하다. 목적지만큼 출발지도 중요하다. 출발지는 현재 내 모습, 목적지는 내가 세우는 삶의 크고 작은 목표라고 할 수 있다.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다짐한 새해 목표는 잘 지켜지고 있는가?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었다면 포기하기 전에 나를 한 번 살펴보자. 목표가 너무 거창하지 않은가, 내가 세운 목표는 진짜 원하는 것이었는가, 현재의 내게 무엇이 필요한가 등등. 질문을 던지면서 솔직하게 답 해보자. 이왕이면 종이를 펴서 생각을 글로 적어 구체적으로 나를 대면해보자.목표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출발지에 서 있는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루 정도는 간단한 질문들로 나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2020-02-23

소방관 4월 국가직 전환 … 오랜 숙원이 풀렸다

이시라 기획취재부소방관들의 오랜 숙원이 마침내 풀리게 됐다. 오는 4월 1일부터 모든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2011년 관련 법안이 최초 발의된 지 무려 9년여 만의 일이다.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 개개인의 단순한 처우개선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이는 소방관이 지방자치단체 소속일 경우에는 해당 지자체의 재정능력과 단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소방서비스의 품질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잘사는 동네의 주민은 빠르고 고품질의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도서 산간 등 낙후된 지역에 사는 시민은 그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서비스를 받게 된다.그러나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시도별 조례로 제각각 운영하던 소방서에 대한 예산을 소방특별회계를 법률로 격상하며 안정적인 소방재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시민들은 더욱 평등한 소방, 안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이번 결정을 두고 일선 소방관들은 국가직 전환으로 인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력 부족, 노후화된 장비 문제 등의 고민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낡은 소방차와 헬기를 타고 현장에 출동하거나 방화 장갑 등 장비가 부족해 사비를 들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력적인 측면에서도 소방청은 오는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을 2만명 충원할 계획이다. 소방관 충원이 완료되면 1인당 담당 인구가 지난해 말 기준 926명에서 768명으로 줄어들게 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인 일본(779명)과 미국(911명)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다만,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2개월도 안 남은 현재시점에서 개정된 법률은 ‘반쪽 짜리’법이라는 우려도 있다. 신분만 국가직으로 바뀌었고, 인사와 지휘권은 지방 정부에 그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인력 충원 등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고, 소방 업무에 해박하지 못한 부처가 예산을 담당하고 있다면 국가가 많은 예산을 지원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 된다.열악한 환경 속에 해마다 평균적으로 502명의 소방관이 공무 중 다치거나 순직했다. 또한 지난 5년(2014∼2018년) 간 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무려 2천509명(위험직무순직자 20명, 공상자 2천489명)이나 된다. 순직과 공상을 받지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소방공무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수시로 생사를 넘나든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독도 인근해상에서 헬기추락으로 소방공무원 5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투철한 사명감과 국민을 위한 봉사정신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 이러한 헌신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번 국가직 전환을 계기로 소방관의 처우가 개선되고 더 안전한 근무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도 더욱 안전해 질 수 있을 것이다. /sira115@kbmaeil.com

2020-02-20

총선과 코로나19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4·15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대거 발생해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감염성 높은 신종 코로나 창궐은 선거운동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악수하거나 명함을 건네는 것은 고사하고 마스크를 쓴 채 눈인사만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려야 하는 정치신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선거를 앞둔 예비후보들은 마스크를 쓰고 피켓을 들었다. 또 얼굴을 마주보는 대면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된 만큼 SNS, 블로그 등을 통한 사어버 선거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법을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예비후보도 있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검색량 자체를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주자도 있다. 또 핫이슈 패러디 등 재치있는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로 내보내는 등으로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구·경북지역의 공포분위기를 의식한 일부 후보는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거나 대면선거운동 중단을 외치고 있다. 대구 달서갑에 출마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권택흥 예비후보는 긴급 성명을 통해 선거운동 잠정 중단과 함께, 시민접촉이 없는 출·퇴근 인사와 더불어 SNS·미디어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영천·청도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정우동 후보 역시 대면접촉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예방수칙 홍보, 피켓 인사하기, 전화 및 SNS 활용 등으로 선거운동을 대체한다고 했다. 안동지역에 출마준비 중인 권택기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도 대면·방문 형식의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급기야 선거운동 기간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이 대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정당별 이해득실은 어떻게 될까 짚어보자. 먼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책임론은 여당에 부담이 될 것이 확실하다. 어떻든 현재 정권을 잡은 쪽이 전염병확산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코로나19 발병초기부터 꾸준히 중국인 및 중국을 방문한 외국입국제한조치를 주장했고, 대구 경북지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추가발생하자 이를 정권심판론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해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참고로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5%,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3%이었다.정권심판론과 국정지지론이 오차범위 내에서 맞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경우 총선에서 야권의‘정권 심판론’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란 주장과 오히려 증폭될 것이란 주장 어느 쪽이 들어맞을까. 이는 정부여당이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 확산방지 대책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2020-02-20

113년째 맞는 국채보상운동

오늘은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지 꼭 113년째 되는 날이다. 1907년 2월 21일 대구의 광문사 사장 김광제와 부사장 서상돈 등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인사들이 대한매일신보에 “나라의 빚을 갚아 주권을 회복하자”는 취지의 발기문을 게재한 날이다. 국채보상운동의 시작을 알린 날이자 기념일이다.당시 일본은 조선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어 한국을 침탈할 목적으로 일본의 차관을 강요했다. 어쩔수 없이 조선이 진 빚이 1천300만원이다. 대구에서 발단한 민간 주도의 주권회복운동은 이날 후 전국 곳곳에서 호응을 얻기 시작해 우리나라 최초의 국난극복 민간운동이라는 신기록을 남기게 된다.특히 이 운동은 민족자본가와 지식층, 여성계, 노동자 등을 총망라한 지지를 받았다. 당시 양반집 부녀자는 물론 최하류층의 기생들까지도 동참함으로써 한국최초의 여성운동이라 불리게 된다.남자는 3개월 동안 담배를 끊어 돈을 모으자 했으며 여성들은 자신이 가진 비녀와 가락지 등 패물을 내놓았다. 1997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몰렸을 때 국민이 금모으기에 동참했던 것과 유사하다. 당시 고종도 이 소식을 듣고 담배를 끊고 국채 갚기에 나섰다고 한다.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며 그 정신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는 곳이다. 독립운동 등 애국의 도시로 자부하는 대구에서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시민의 정신적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대구시는 2월 21일부터 28일까지를 ‘대구시민의 날’로 새롭게 정했다. 국채보상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고양하고 시민이 직접 느끼게 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대구시민의 날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아쉬움은 크지만 이 날의 의미만은 한번쯤 새겨 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2-20

의자왕, 코로나19, 차이나

백제 31대 마지막 왕 의자왕은 젊어서 아주 어진 임금으로 해동 증자라고까지 불렸다고 했다. 이 어진 임금이 나중에 주지육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나라를 망하게나 한 것처럼 알려져 온 것은 쓰여진 역사의 허망함을 말해준다.연구자 이도학이 쓰신 ‘백제장군 흑치상지 평전’에 따르면 항복한 의자왕이며, 백제부흥운동을 이끌던 흑치상지며, 연개소문의 두 아들이며 모두 낙양 북망산에 묻혔는데, 묘지석들을 보면 그들의 사연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옛부터 배신하는 자, 모반을 꾀하는 자, 숨어 음모를 꾸미고 해괴한 참언을 퍼뜨리는 자는 끝내 파멸해야 하는 바, 이 예식진의 본모습이 죽어 천삼백여년만에 무덤이 파헤쳐지듯 하고 있다 할 것이다.중국‘서유기’를 보면 당 태종은 그렇게 어진 황제일 수 없는데, 이는 다 자기 나라 안에서 권력이 통하니 그런 것이요, 한국에서 이 황제는 침략을 일삼고 나라 망하게 한 배신자를 융숭히 대접한 권력자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이 나라가 중국 옆에 삶의 터전을 잡은 것은 역사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의 제 민족들이 전부 호혜평등하게 지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조선인들은 크고 세게 되는 시대는 많지 않았고 그런 중국과 일본에 어지간히도 시달림을 받았다.중국의 역대 한나라, 당나라가 그랬고, 한족 국가는 아니어도 원과 청도 이른바 ‘중원’을 차지하고는 조선인들을 치고 압박을 가했다.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큰 한족 국가 중 하나인 오늘날의 중국은 어떨 것인가? 지금 중국은 티벳도, 위구르도 먹고, 만주도 지배하고 있고, 타이완도 한 나라라 한다. 고구려는 중국사의 한 부분이고 윤동주도 중국의 조선족 시인이라고 주장한다.이 큰 나라 손문의 도시 우한에 코로나19가 나타나자 중국 대륙은 물론 이웃나라들도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다. 이것은 ‘유언비어’지만 거기 연구소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와 코로나 균이 인공 합성 되어 이 코로나19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이런 말을 잘못 퍼뜨리면 당장 실종감이다. 외신을 통해 들리기로, 지금 코로나19 문제를 제기했다 어딘가 들어갔다 나온 의사는 자신도 감염되어 죽었고, 유튜브에 우한 소식을 알린 팡빈이나 천추스 같은 사람들도 연행되었다고 한다. 또 무슨 일을 한 교수도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던가 안다던가.나라가 크면 클수록 민주주의가 더욱 절실하다는 것은 트럼프의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럼 시진핑의 중국은? 나라는 역대 최강이요 사람들은 말조심을 해야 한다. 중국이 감기에 걸리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 백제 옛날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 의자왕도, 예식진도, 흑치상지도 되기 쉽다.어서 코로나19를 틀어막을 일이다. 지역 확산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조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이 하나가 아니라면, 몇 개라면 한반도도 조금은 편안해 지려는가?아, 그냥 해본 소리다. 나같은 서생이 뭘 알아서 천하를 거론씩이나 한다는 말이냐. 세상이 그냥 어수선하다는 말이다.

2020-02-20

‘기생충’ 소고(小考)

김병래시조시인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까지 휩쓸어 각종 매스컴이 모처럼 잔치분위기였다. 감독과 출연자들의 영광을 넘어 세계만방에 국위를 선양한 쾌거라 할 만하다. 작년 여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아 일약 유명해진 영화라 궁금하던 차에 때마침 무료로 상영하는 곳이 있어 관람을 했다. 같이 영화를 본 지인은 기대와는 달라 좀 실망스러운 표정이었고, 나 역시 벅찬 감동보다는 씁쓸하고 착잡한 기분이었다. 영화가 타작이어서 실망했다는 게 아니라, 주제랄까 스토리에 가슴 뭉클한 감동이 없었다는 얘기다. 언젠가 텔레비전으로 ‘울지 마 톤즈’란 기록영화를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런 감동과는 거리가 먼 영화였다.나는 영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작품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를 못한다.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극찬을 한다니 그런가보다 할 따름이다. 다른 예술도 그렇지만 영화의 작품성이란 인간승리나 인정미담이 주는 감동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내가 느낀 착잡한 감정 역시도 그 영화의 뛰어난 작품성이 유발한 효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한 편의 영화가 전 세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을진대 거기에는 분명 그만한 까닭이 있을 터이다.기생충이란 회충이나 촌충처럼 다른 동물에 기생하는 벌레를 말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위의 영화에선 전원이 백수로 반 지하 단칸방에 살다가 사기를 쳐서 부잣집에 들어가 살게 된 기택의 가족들이 기생충인 셈이다. 기택의 가족은 경제적으로만 전략한 것이 아니라 인격까지도 파탄지경에 이른 사람들이라는 점이 보는 사람을 씁쓸하게 한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인격을 가진 자들이 비단 이 사람들뿐이겠는가를 말하려 한 게 아닐까. 사흘을 굶고 남의 집 담을 안 넘을 놈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이 드러내는 본성에 양심 따위는 없다는 것인가?사실 이 영화에는 바람직한 인격이나 성품을 가진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의 양극화와 계층이동의 단절이 가져오는 폐단이 일차적인 사회문제이자 원인이라 할지라도, 그렇듯 양심이나 도덕성이 마비된 사람들이 우리사회의 대종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여간 씁쓸하고 서글픈 일이 아니다. 근자에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한 소위 ‘조국사태’가 말해주듯이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학벌이나 지위를 가진 사람들조차도 지성이나 정의감은 고사하고 부정과 비리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부끄러움도 없다는 사실이 이 영화가 제시하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뒷받침해주는 셈이다. 우리가 어쩌다가 양심이나 도덕성, 정의로움 따위를 진부하고 공허한 개념이나 가치로 치부하는 지경에 이른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부도덕과 몰염치가 판을 친다 한들 그것을 정당화 하고 일반화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기분이 착잡했던 소이다.

2020-02-20

송해공원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90세가 넘어서 현역으로 활약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 전국을 돌며 강연하는 김형석 교수가 있지만 송해라고 하는 연예인도 있다. 원래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방송사회자, 가수도 겸할만큼 다재다능하다. 94세에도 ‘전국노래자랑’이라는 40년 가까운 최장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그가 금년초 감기 몸살 증세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워낙 고령이라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지만 2주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고 곧 방송에 복귀한다는 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노래자랑’이 개최되지 않는 상태에서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송해는 오래전 교통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하나밖에 없던 아들을 잃어버렸다. 교통방송을 할 땐데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어버리고 나니까 내가 누구한테 안전운전을 하자는 게 공허하게 느껴졌다”고 힘들었던 마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식을 잃으면 부모가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다. 송해가 자식을 잃고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방송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그의 건강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BMW를 타고 다닌다고 늘 조크를 한다. 자전거(B), 지하철(M), 걷는 것(W)을 건강의 최고로 꼽았지만 아마도 그의 아낌없는 베품도 그의 건강에 일조하고 있을 것이다.그 하나가 송해공원이다. 송씨의 고향인 대구시 달성군 옥연지 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송해공원은 외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송해공원은 송해의 이름을 따서 조성한 공원이다. 송해는 대구 달성공원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할 때 기세리에서 출생한 석옥이와 결혼하였다. 실향민인 송해는 수시로 옥연지를 찾아 실향의 아픔을 달랬다고 한다. 처가인 기세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겨 1983년 옥연지가 보이는 산기슭에 본인의 묘자리를 마련하였다. 달성군은 이러한 인연으로 옥연지 일대에 조성하는 공원에 ‘송해공원’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송해공원은 4대강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온 옥연지의 둑 높이기 사업과 연계한 수변 개발을 통해 주민들의 휴식 및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매력적인 도시 경관을 창출하기 위한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송해공원은 옥연저수지 일대에 걸쳐 조성되었으며 송해 둘레길, 데크로드, 전망쉼터 출렁다리, 대형 물레방아, 송해 백세교와 백세정으로 이름 붙여진 수중다리와 정자 등이 설치되어 있다. 둘레길은 옥연지를 한 바퀴 돌아오는 3.5㎞ 코스로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둘레길 서편에는 1㎞ 구간의 숲길 데크로드와 옥연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 ‘백세교’는 S자형태의 태극문양을 형상화한 교량으로 한국적 정서와 장수하는 송해를 상징하고 있다.필자는 자주 송해공원을 걷는다. 송해공원을 걸으면서 느끼는 건 성공을 사회에 환원한 한 사람의 마음이다. 많은 이들이 재산을 모으고 그것을 자식에게 넘겨주는데에만 관심을 가질 때, 남을 위해 베푼 마음의 송해공원.그의 그 마음이 힘든 인생의 과정을 겪으면서도 90세가 넘은 오늘까지 건강하게 활동하는 근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송해 공원에서 베푸는 삶의 힘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2020-02-20

베스트셀러에 대하여

컬럼비아 대학 레이먼드위버 교수에게 학생이 찾아왔습니다. 독서량이 대단하다고 소문난 위버 교수가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는지 알아볼 속셈으로 교수를 찾아온 겁니다. “교수님이 이 책을 읽으셨는지 궁금해요”라며 학생이 책 한 권을 내밀었습니다. 교수는 잠시 살펴보고는 “아직 읽지 못했네” 라고 답했습니다.학생이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이 유명한 베스트셀러를 아직도 안 읽으셨단 말이예요? 나온 지 벌써 3개월이나 지났는데요?”잠시후 위버 교수는 물었습니다. “자네는 단테의 ‘신곡’은 읽었나?” 학생은 머뭇거리며 아직 읽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나는 3개월밖에 안된 책을 못 읽었지만 자네는 600년도 넘은 책을 읽지 않았군.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네.”한국 출판계는 1년 동안 무려 4만 종 이상의 신간을 쏟아냅니다. 하루에 100권도 넘는 새로운 책이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덩달아 책의 수명도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고 있지요. 한국 사회에서 책을 읽는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독자의 양극화가 심해집니다. 책에서 삶의 자양분을 얻는 분들은 점점 더 고급 독자로 변하고 있고, 원래 책을 잘 읽지 않던 사람들은 아예 책을 손에서 놓아 버리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고전이 좋다, 새로운 정보를 담은 책이 좋다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고전은 세월의 풍파를 견디고 수백 년 이상 살아남은 책입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고전이 중요한 이유는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가 크기 때문입니다. 깊고 넓은 지성의 세계를 만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붙들고 씨름하는 동안 내 생각이 깊고 넓어집니다. 정보를 담은 책들은 수월하게 이해할 힘이 생깁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0

가난한 동네에 흐르는 ‘붉은 물’을 멈추자

지난 1월 지인이 보내준 서울 모신문사 기획시리즈 ‘2020 수돗물 대해부’에서 “가난한 동네엔 ‘붉은 물’이 흐른다”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읽고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기사에서 대구시가 전국 17개 특별·광역시도 가운데 수질민원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래서 수질민원이 제기된 구체적 장소와 매설 연수가 30년 이상 된 노후 급수관의 위치 그리고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위치를 조사해보니 이들의 위치가 서구 비산1동 주민센터 인근 지역 등과 상당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득이 높은 수성구 대구은행역 인근 지역 등은 수질민원이 매우 적고 매설된 노후관의 숫자도 매우 작다는 것이다. 즉, 수돗물 수질의 빈부격차가 크다는 것이다.△수돗물 수질 빈부격차 해소는 국민 물 복지 실현으로위 기사의 주 독자가 대구·경북이 아닌 수도권 주민일 텐데 굳이 대구를 사례로 한 것은 수질민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고, 수질민원이 많은 위치에 노후관이 유독 많이 위치하며, 저소득층이 밀집된 지역과 매우 잘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여기에다 붉은 물도 빈부를 구분한다는 불편한 사실을 작년 붉은 수돗물로 곤혹을 치른 인천과 서울 등 주 독자층이 거주하지 아니하는 다른 지역의 사례를 들어서 애써 기사화하려 한 것으로 이해된다.위 신문사가 폭로에 가까운 현 수돗물 수질 빈부격차의 문제제기는 매우 신선하며, 상수도사업 개선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확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사실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구시가 전국 17개 특별·광역시도 중 수질민원이 가장 많다.”라는 기사의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면, 그렇지는 않다. 가장 최근 상수도통계(환경부, 2018)를 보면 대구시는 2천204건으로 서울(4천680건), 전남(3천268건), 경북(3천41건), 경기도(2천704건)에 이어 5위이다.이 자료로 대구시가 전국 수질민원 1위 지역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지만 대구는 경북과 함께 상위 지역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울러 놀라운 것은 대구시 보다 인구가 훨씬 많고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부산이 298건에 불과하고, 광역시인 대전(56건), 세종(3), 광주(0)는 최하위권이라는 것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대구시의 수질민원 발생내역을 살펴보면 이물질출수(944건), 흐린물출수(814건), 수돗물냄새(297건), 녹물(270건), 실코트유출(92), 수돗물여부(62), 침전물(29), 백수현상(9), 벌레(7)의 순으로 파악되었다. 수질민원의 종류도 다양하고 민원에 녹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위 기사에서 표현한 “가난한 동네엔 ‘붉은 물’이 흐른다”라는 것은 상당히 과장된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하고 많은 수질민원과 함께 취수원인 낙동강본류에 페놀부터 과불화합물까지 다양한 미량유해물질관련 수질오염사고를 계기로 수돗물 수질에 대한 신뢰는 바닥 수준이다.수돗물 수질의 빈부격차 즉, 수질민원이 많은 위치에 노후관이 많고 저소득층 밀집지역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불합리한 듯하여도 대부분 낙후된 재개발대상지역으로 낮은 임대료를 선호하는 저소득층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고소득층 주거지역은 대부분 새로운 개발지역이라 노후관도 적도 수질민원이 작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물 문제는 생명과 직결되는 공공재이므로 국민 물복지차원에서 수질의 빈부격차는 해소하는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직·간접적으로 국민의 83.7%나 마시는 수돗물에 대한 재인식 필요깨끗하고 안전한 물 공급은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 그래서 영국의 메디칼 저널은 20세기 인류의 평균 수명연장에 가장 공헌한 것은 상·하수도의 보급이라고 평가하였다. 우리나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상·하수도 보급사업에 노력을 다해 왔다. 다만 이러한 보급 사업과 운영에서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현실과 부딪히며 개선되어야 할 여러 가지 것들이 많은 전문가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우리나라 상수도의 가장 큰 문제는 수도꼭지에서 바로 받아 마시는 인구 비율이 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의회에서는 수도요금인상이나 상수도 재정지원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리고 좋은 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상수도 담당자의 사기도 떨어져서 우수 인력이 이탈하여 좋은 수돗물 생산이 어려워지고 이에 더욱 수돗물을 불신하여 직접 마시는 비율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그런데 수돗물을 사용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직접 마시지는 않지만 끓여 먹거나 음식 재료로 먹는 비율까지 합하면 49.4%나 되고, 수돗물을 정수기로 정수하여 마시는 34.3%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수돗물 사용비율은 무려 83.7%에 달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만약 수돗물 공급이 없다면 83.7%의 국민은 물이용에 엄청난 불편을 느낄 것이다. 이와 같은 상수도의 큰 역할을 요금인상과 재정지원을 결정하는 시의회와 물에 대한 인식을 주도하는 언론에서 먼저 이해하여 국민들의 물에 대한 인식을 재대로 갖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2020년 착수 ‘대구 물복지 계획’ 성공시켜 ‘붉은 물’을 멈추자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을 높이는 가장 큰 영향요소는 수돗물 수질에 대한 신뢰회복이다. 수돗물이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물이라고는 하지 못하지만 모든 유해한 물질들을 제거하여 재대로 먹을 수 있는 물이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수돗물에 만족하지 못한다. 모든 유해물질들의 수질 기준은 성인 남자들이 매일 2L씩 평생 마셨을 경우에 병에 걸릴 확률이 만분의 일 혹은 그보다 낮은 확률에 속하도록 농도가 설정된다.그러면 가끔 확률이 만분의 일이라면 만 명 중의 하나는 병에 걸린다는 것이고 그게 바로 나라면 어찌하겠느냐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 나는 소중하니, 만분의 일이고 백만 분의 일이라도 그게 내가 될 수도 있으니 조금도 유해한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확률의 개념을 잘 못 이해한 것이다. 만분의 일이라는 확률이면 만 명 중에서 한 명은 걸린다는 것이 아니다. 만분의 일 혹은 십만 분의 일이라는 확률은 평생 그로 인한 사안이 발생될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말이 된다.수돗물 수질기준 적용과 관리에 대한 인식개선이 수도사업자의 책임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수도사업자는 원수 수질의 변화에 대응하여 항상 더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더 많은 연구와 시설 강화를 해나가야만 한다.수돗물 불신의 개선과 깨끗하고 안전한 취수원 확보에 노력하여야 한다. 취수원 상류는 개발과 그에 따른 수질오염에 항상 노출될 수 있어 안전한 원수확보를 위해 취수원 상류지역 주민과도 상생협력의 기반을 평소에 마련해 두어야 한다. 악화 우려가 큰 원수수질에 반하여 노후화되는 정수시설을 고도화시설로 개량하여야 하고 노후 수도관은 교체, 갱생과 세척으로 항상 깨끗한 물이 흐르도록 하여야 한다.대구시는 올해부터 ‘시민이 사랑하는 물, 건강한 수돗물’을 비전으로 시민 중심의 수질정보공개 확대사업 등 수돗물 신뢰향상, 수돗물 사고 대응시스템 구축, 물 공급인프라 현대화, 물산업과 동반성장 등 ‘대구 물복지 실현 3개년 계획’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지역 어디에도 ‘붉은 물’이 더는 흐르지 않으며, 수돗물이 가지는 소중한 가치를 높이 인식하는 한해 한해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2020-02-19

기록영화 ‘위로공단’

김규종 경북대 교수한국사회의 불평등과 모순을 담아낸 ‘기생충’이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하다. 여전히 한국인들은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기생충’을 화제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하고 답답한 우리의 내면을 활짝 열어준 ‘기생충’이지만, 영화가 전달하는 주제는 무겁고 우울하다.세상의 부조리와 모순과 상처를 보듬는 장르로 나는 기록영화를 꼽는다. 그것은 필시 ‘송환’의 김동환 감독의 지론에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록영화가 세상을 바꾼다!” 2004년 개봉된‘송환’은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기록영화다. 자생적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 수형생활을 견뎌온 장기수들의 일상을 잡아내면서 분단으로 고통받는 인간군상의 내면을 천착한 ‘송환’.2003년에 개봉돼 화제를 모은 기록영화 ‘영매’는 다른 차원의 삶을 그려낸다. 세습무와 강신무의 일상과 고뇌를 담아낸 ‘영매’는 무당들의 세계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대를 이어 무당일을 하는 세습무와 신내림으로 무당이 되어야 했던 여인들의 고단한 행장(行狀)을 보여준다. ‘송환’이든 ‘영매’든 기록영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다채로운 면면을 드러내는 까닭에 여기저기 눈물바다가 만들어진다.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 역시 영화를 보는 동안 왼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2015년 개봉된 ‘위로공단’은 1970년대 동일방직과 와이에이치 사건 그리고 1985년 구로공단 연대투쟁, 2005년 기륭전자 사태, 2013∼14년 캄보디아 유혈사태까지 다룬다. 40년 남짓한 시간대를 포착하는 감독의 시선은 과거를 거쳐 미래를 향한다.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는 단순하되 정곡을 찌른다. “우리는 노동과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고 있는가?!”‘다산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말이 끝내 잊히지 않는다. “1970년대가 공순이의 시대였다면, 요즘은 콜순이의 시대일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산업화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1970∼80년대 수출역군으로 불렸던 공장 노동자들의 일상을 대표하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우리는 동일방직과 와이에이치 사건을 거명한다. 여공들에게 똥바가지를 뒤집어 씌우고, 대량해고를 일삼은 사업가들. 그들 배후에서 이득을 취한 정치인들.와이에이치 사건으로 촉발된 부마항쟁과 10·26은 유신의 숨통을 끊는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그것은 1985년 구로지역 연대투쟁으로 발화한다. 극단 ‘천지연’의 ‘선봉에 서서’ 공연이 이뤄진 것은 1987년 영등포의 ‘성문밖교회’였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와 대학생들이 모여 ‘선봉에 서서’를 열창했는지, 지금도 가슴이 떨려온다.‘위로공단’ 끄트머리에서 한국인 노동자와 같은 임금과 상여금을 요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요구에 우리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노동 없는, 노동자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2020-02-19

우리가 사는 길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심장에 큰 결함을 안고 태어났는데, 의사들은 하나같이 그 아이가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며칠 동안 그 아기는 병세가 계속 악화되어 죽기 직전까지 이르렀습니다.한 간호사가 쌍둥이를 하나의 인큐베이터에 함께 넣자고 말했습니다. 이는 병원의 방침에 어긋나는 일이었기에 담당 의사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엄마 자궁에서처럼 두 아이를 한 인큐베이터 안에 나란히 눕히기로 했습니다.건강한 아이가 팔을 뻗어 아픈 동생을 감싸 안았습니다.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동생의 심장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그다음에는 체온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동생은 조금씩 나아졌고, 현재 두 아이는 정상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최근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큰 화두입니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를 방문해 브로드밴드 시대를 대비하라고 정곡을 찌르는 조언을 했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최근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그는 트렌드 세 가지를 알려주고 갔습니다. 그는 첫째는 A.I 둘째는 A.I 셋째도 A.I 라고 했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 대결 이후 인공지능은 가파른 속도로 우리의 관심을 지배하고 있습니다.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는 순간 사회 구조는 급격히 변할 것이 분명합니다.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기적은 무엇일까요?쌍둥이 아이가 팔을 뻗어 동생을 감싸는 정서적 능력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일지 모릅니다. 마더테레사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고 있느냐다.”우리 일은 인공지능이 가져갈 수 있지만, 사랑하는 능력은 빼앗을 수 없습니다. 더 깊이 공감하고 사랑하는 능력만이 우리가 살길일지도 모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9

교육 백신 4 - 초등학교 7학년?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코로나 19’와 같은 대형 사건들이 여럿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겨울 실종 사건’이다. “내 인생 90년 만에 이런 겨울은 처음이다.” 내복 없이 겨울을 나셨다는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올겨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패턴은 앞 숫자만 다를 뿐 똑같다. 필자 또한 이런 겨울은 난생처음이다. 아무리 바빠도 겨울방학에 아이들과 스키장은 꼭 갔는데, 올해는 필자도 필자이지만 아이들이 스키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겨울 추억 하나 갖지 못하고 봄꽃을 보는 느낌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깨어난 것과 같은 기분이다. 영화를 보면 중요한 것을 기억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이 나오는데 흡사 요즘의 필자 모습이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을 보내는 지금이 필자는 너무 고통스럽다.겨울에 대한 기억만큼이나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학교 자유학년제’이다. EBS는 작년에 “2020년까지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년제, 당신의 아이는 준비되었나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유학년제를 다음과 같이 미화하였다. “평소에 공부에 관심이 없고 진로에 목표가 없던 자녀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적성을 찾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중략) 학생의 변화에 대해 평가하고, 취약 부분과 보완할 점에 대하여 기록하는 방식으로 학생에게 학습 동기까지 심어주는 평가방식 (….)”마지막까지 쓰고 싶었지만, 필자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생략한다. 정말 1년 만에 학생들이 이렇게 변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언제나 희망은 희망일 뿐이다. 자유학년제의 이론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교육제도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어떤가? 교육 이상주의자나 어용(御用) 정치 교육 관료 말고 자유학년제의 내용을 믿는 국민은 과연 얼마일까?다른 내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필자가 절대 믿지 않는 것은 평가 관련 내용이다. 과연 이 나라 교사들은 학생의 변화에 대해 평가할 능력이 있을까? 아니 그 방법은 알기나 할까? 몇 번의 교사 연수로 그런 능력이 길러질까? 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갇혀 단어 하나 때문에 벌벌 떠는 사람이 이 나라 교사인데 과연 그들이 어떻게 학생의 취약 부분과 보완할 점에 대하여 기록을 한다는 말인지 필자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초등학교 7학년! 이 말은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이 자유학년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필자는 이 말을 3년 전부터 듣고 있다. 다음 학부모님의 말을 교육 관료들이 제발 마음으로 듣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더 고통받기 전에 자유학년제를 중학교 3년 전 과정에 걸쳐 실시하든지, 아니면 과감히 수정하기를 강력히 건의한다.“(….) 자유학년제인 1학기를 순탄하게 보내는 것처럼 보였으나 2학기에 접어들면서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가 시험과 입시로 흐리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목적의식 없이 방향을 못 잡고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로서 자유 학년제의 모순을 직접 경험해봄과 (중략) 현재 학교 환경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은 아이에게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찾아주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입학을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2020-02-19

기생충은 누구인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문화는 힘이 세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기생충’의 성공이 모두를 들뜨게 하였다.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겨, 영화계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자긍심에도 큰 획을 더하였다.수상의 영광이 높게 빛났던 만큼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그늘은 한참 깊고 서글프다. 반지하에 사는 한 가족이 신분상승을 위해서 반칙과 편법을 사용하면서라도 더 나은 삶을 낚아보려 한다는 스토리. 그런 와중에 자신들 뿐 아니라 더욱 힘든 상황에 몰린 또 다른 지하층 신분의 사람들과 얽힌다는 이야기. 영화는 이들을 누군가의 삶을 잠식하며 갉아먹는 기생충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면서, 오늘 세상에 펼쳐지는 경제적 불평등을 고발한다. 여기서 잠깐! ‘기생충’에서 진짜 기생충은 누구일까?기생충은 주인에게 기생한다. 우리 사회의 주인은 누구인가.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선언한다. 국민은 잘 살고 싶다. 일상을 영위하며 굴곡없이 안전하게 살고 싶다. 국민의 삶이 순조롭게 나아가도록 소통하고 협력하며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일을 소위 ‘정치’가 맡는다. 오늘 국민이 목격하는 정치는 어떠한가. ‘높은 사람들’이 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심부름에 나서는 일이 아닌가.국민은 평안한 일상을 바랄 뿐인데, 정치는 어찌 이토록 시끄러운가. 탈당과 복당을 거듭하더니만 결국 옛 모습으로 보이는 게 정치의 현실이라니! 당신들의 생각 속에 당신의 주인은 어디에 있는가. 국민을 핑계삼아 욕심만 채우는 정치는 국민에게 기생충이다.언론.‘독자’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는 국민은 언론에게도 봉이 잡힌다. 사실과 사건들이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독자를 언론은 제대로 섬기고 있는가. 아니면 특정 의견집단에 복무하며 사안을 들여다보는 틀을 만들어 내어, 사실이 왜곡되고 독자가 호도되지는 않는가. 독자가 적절하게 판단하려면 언론이 바르게 알릴 책임이 크다.작은 것이 부풀려 지거나 있었던 일이 보도되지 않으면 국민이 바르게 알 길이 없다. 벌어진 일들과 국민의 귀를 연결해 주어야 할 언론이 아닌가. 디지털과 온라인 언론환경에서 우리 미디어의 자리를 살펴야 하지 않을까. 21세기 미디어가 수행할 역할과 소임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 독자를 볼모삼아 편들기만 부추기는 언론은 독자에게 기생충이다.영화는 일그러진 모습을 고발하였다. 정치는 그 모습에 주목하여야 한다. 언론도 그 모습을 관찰하여야 한다. 보다 평등하고 보다 공정하며 보다 평온한 세상이 다가오도록 문화도 정치도 언론도 생각을 모아야 한다. 수상의 기쁨에 머물 일이 아니라, 누구든 기생하지 않고도 제 몫을 다 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국민에 기생하는 정치와 독자에 기생하는 언론은 이제 모두에게 들켜버렸다. 본연의 자리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도, 정치와 언론의 몫이 아닐까.

2020-02-19

제로금리 시대

제로금리는 단기금리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뜻으로 명목이자율이 아니라 실질이자율이 0%에 가깝다는 의미다. 이같은 초저금리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며 소비촉진을 통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이점이 있다.반면에 노년층 등 이자소득자들의 소득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중·장년층의 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부동산투기, 주택가격 폭등 등 자산버블이 우려되며,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한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1999년부터 공식적으로 제로금리정책을 선언했다. 일본은행의 제로금리정책은 내수자극을 통한 경기회복, 엔화 강세 저지, 기업의 채무부담 경감,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 부담 완화 등 여러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우리나라에서도 초저금리가 굳어지면서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가 0%대로 떨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의 15.4%를 세금으로 떼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다. 실제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주부터 일부 예금 상품의 금리를 낮췄다. 우리은행은 가입 기간에 따라 0.5~0.9%였던 ‘WON 예금’의 금리를 0.5~0.87%로 내렸다. 12개월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연 0.84%다. 위비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도 연 1.4%에서 연 1.1%로 0.3% 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도‘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상품의 연동단위기간(1~6개월) 금리를 0.7~1.1%에서 0.6~1.0%로 인하했다.한국은행이 2015년 3월 기준금리를 1.75%로 내리면서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를 열었고, 이후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연 1%대가 됐다. 앞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고 보관료를 내야할 시대가 다가오는 듯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19

박쥐가 이중적이라고?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박쥐 때문에 세상이 뒤숭숭하다. 그것도 경자년 쥐띠 해에 말이다.동굴 등 음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살고 활동도 주로 밤에 하는 데에다가 검은 몸 색깔에 얼굴 모양도 흉측하기까지 하여 그리 호감이 가지는 않는 박쥐는 바이러스의 숙주라는 이유로 지금 불호가 더 심해졌다. 서양에서도 박쥐는 여전히 혐오스러운 동물로 대접받고 있다. 혹, 영화 ‘배트맨’ 덕에 조금은 나아졌을까?날다람쥐도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활공을 하는 것이라서, 스스로 날 수 있는 포유류는 박쥐가 유일하다고 한다. 박쥐는 설치류인 쥐와는 전혀 다른 포유류 종이다. 그렇지만 한자로도 비서(飛鼠), 선서(仙鼠), 천서(天鼠)이라 하여 날아다니는 쥐로 묘사하고 있으니 박쥐가 쥐처럼 인식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이솝은 새 무리에 붙었다가 짐승 무리에 붙었다가 결국은 양쪽 모두에게 버림받은 박쥐를 통해 ‘양다리 걸치기’를 꾸짖고 있다. 홍만종(洪萬宗)도 ‘순오지(旬五志)’에서 기회주의적인 사람의 행동을 편복지역(蝙蝠之役)이라 표현하고 있다. 편복(蝙蝠)은 박쥐의 또 다른 한자 이름으로, ‘편복지역’은 ‘박쥐같은 구실’이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의 아이소포스(이솝)가 지은 우화를 조선시대 홍만종이 읽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박쥐는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박쥐는 양다리 걸치기를 하지도 않고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하기야 사람 말고 이중적인 동물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더욱이 모기, 나방, 작물을 해치는 벌레들을 하루에도 수백 마리씩 잡아먹음으로써 인간에게는 이로운 동물이다. 중국에서는 ‘편복’의 ‘복’이 복(福)자와 소리가 같아 박쥐를 먹는 것이 복을 받아들이는 행위로 여겨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 가구나 생활용품, 노리개의 장식에도 박쥐문양을 넣음으로써 복과 행복을 생활 속에 담고자 했다. 이처럼 박쥐가 사람들에게 부정적 인식과 함께 긍정적으로도 받아들여진 것이 박쥐의 이중성이라면 이중성이라고나 할까.뜬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박쥐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 이육사는 시 ‘편복(蝙蝠)’에서 “가엾은 박쥐여! 영원한 보헤미안의 넋이여!”, “가엾은 박쥐여! 멸망하는 겨레여!”라고 노래하였다. 시인에게 일제 강점기 국권을 빼앗긴 조국은 어두운 동굴이었고, 그 동굴 속을 떠돌며 살아가는 신세가 된 우리 겨레는 가엾은 박쥐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가엾은 박쥐가 아니다. 일본은 크루즈 선을 바이러스의 배양 접시처럼 만듦으로써 많은 나라들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칭찬을 받고 있지 않은가!박쥐는 혐오스럽게 보일망정 이중적이지도 가엾지도 않은 동물이다. 복이라는 소리가 같다고 박쥐를 잡아먹는 인간이 어리석고, 어떻게 해서라도 복을 좇는 인간의 욕심이 비난받을 일이지 자연에 순응하여 살고 있는 박쥐는 죄도 잘못도 없다.억울한 박쥐를 자연에 놓아주고, 인간의 욕심을 탓하고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2020-02-18

언론의 자유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뛰어난 문장가로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했으며 역대 대통령 중에도 가장 훌륭한 대통령의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미국역사 초기에 제퍼슨 같은 지도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미국의 크나큰 행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그는 대통령을 지냈지만 그의 묘비에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둘게 없다는 본인의 뜻이다. 그의 유언대로 묘비에는 독립선언문 기초자, 버지니아 대학의 아버지라는 사실만 기록했다.언론의 자유와 관련, 그는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는 말을 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두 사람의 생각은 지금도 많은 공감대를 준다.언론의 자유는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포함한 개념이다. 언론은 정부가 잘못하는 사실을 여과 없이 비판하란 뜻이다. 그것이 언론의 본분이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보장되느냐 아니냐는 언론의 자유 보장 여부가 중요한 잣대다.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것은 언론의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대세적 판단이다. 코로나19를 최초 경고했던 30대 중국인 의사의 죽음은 이제 중국의 언론자유를 부르짖게 만들었다. 언론의 입만 막으면 될 것 같았던 코로나 사태가 이젠 최고 권력자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여당인 민주당이 자당을 비판한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권력에 빠져 오만방자함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언론의 자유를 모른 무지일까 권력에 눈이 멀어 버린 것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20-02-18

생각을 바꾸기만 한다면

영국의 정신의학자인 하드 필드가 밝힌 실험 결과는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그의 실험은 사람의 정신력이 육체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3명의 남자에게 보통의 상태에서 힘껏 악력계를 쥐게 했을 때 그들의 평균 악력(손아귀로 쥐는 힘)은 101파운드였는데 그들에게 ‘당신은 참으로 약하다’고 말해 준 뒤 다시 재어보았더니 겨우 29파운드에 불과했습니다. 보통 힘의 1/3 이하로 떨어진 셈입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당신은 강하다’는 말을 해 준 후 측정하니 무려 142파운드에 달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나는 강하다는 적극적인 정신 상태로 충만해지자 그들의 악력은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었던 상태 때보다 무려 500%나 증가했다는 것을 이 실험은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약하다, 나는 못한다’는 마음으로 포기하려는 유혹만큼 우리를 쉽게 무너지게 하는 적은 없습니다.자신의 생각을 ‘난 강하다, 난 해낼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적어도 그저 포기해버릴 때보다 다섯 배는 나아집니다.무산소 등정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최초로 오르고, 히말라야 14좌를 역시 산소호흡기 도움 없이 모두 완등한 라인홀트메스너라는 예술가에 가까운 산악인이 있습니다. 그는 낭가파르밧 등정에 실패할 때 동생을 잃고 자신도 발가락 6개를 자르는 절망적인 상황을 겪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늘 새로운 불가능에 도전합니다. 그가 선천적으로 강심장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배낭을 꾸릴 때 라인홀트메스너는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너무 무섭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짐을 풀었다 싸기를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믿고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메스너가 남긴 유명한 말이 아직도 제 심장을 울립니다.“머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리는 견뎌낼 수 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8

‘기생충’ 찬스! “애비야, 머라카노?”

박화진전 경북지방경찰청장‘기생충’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석권, 92년 오스카상에 처음 있는 외국어 영화의 수상! 세상의 모든 수식어를 동원하더라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일이다. 얼마 전 70세를 훌쩍 넘기신 숙모님을 모시고 영화관을 찾았다. 인기리에 상영 중인 ‘남산의 부장들’이란 영화를 선택했다. 숙모님과 함께 역사적 사건이 있던 동시대에 살았기에 비록 영화적 픽션이 가미되었지만 몰입도는 상당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숙모님은 “애비야, 머라카노?”라며 놓친 대사를 물으셨다. 노령에 따른 약간의 난청과 빠른 대사 때문이다. 숙모님보다 더 난청인 나 역시 효과음이 깔린 대사는 놓치기 일쑤다. 그런 탓인지 모처럼 몰입하며 본 영화의 감흥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평소처럼 편치 않은 마음이 밀려왔다. 영화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어느 날 불쑥 40대의 나이에 난청이 찾아왔다.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의 난청, 기계적으로 증폭된 음으로 듣게 되니 뇌의 청각작용과 달리 모든 소리를 듣게 되어 혼음현상이 있다. 효과음이 깔리는 영화대사를 듣는 것과 같은 것은 청취에 지장이 생긴다. 영화대사나 음악을 정확하게 듣는 것은 작품 감상의 중요한 요소다. 난청이 있는 사람들은 결국 작품성에 상관없이 보통 사람들보다 질이 떨어진 예술품을 감상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난청은 대개 노인성 질환으로만 여겨졌으나, 지나친 생활소음에 노출되는 현대생활에서 연령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난청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국영화는 왜 한글자막이 없지’하는 아쉬운 생각을 갖게 된다. 이번에도 흥미로운 영화를 감상하고도 감흥이 오래가지 않았다.국내에서 개봉되는 외국 영화는 대개가 한글 자막이 있는데 한국 영화는 대부분 없다. 관객이 모두 다 한국말을 잘 알아듣는다고 전제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TV처럼 자막을 넣으면 어떨까? 청각장애인, 난청인, 노년층(청력의 문제가 아니라도 젊은 층의 랩과 같은 빠른 말투를 잘 못 알아듣겠다고 한다)을 위해 한글 자막이 있었으면 좋겠다. 백세 시대를 맞아 영화관람, 음악회 같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음을 감안하면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 휠체어 이동시설 보호대 등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부족한 것 같다. 장애인으로서 겪게 되는 단순한 불편해소 차원을 넘어 정상인과 같은 삶의 질을 누릴 정도가 되어야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생각된다. 영화감상을 하며 “머라카노?”라고 동행한 사람에게 자꾸 묻는 사람이 많이 있다면 아직은 더 분발해야 할 일이다. 세계적인 거장과 작품을 낸 나라의 자존심을 세우고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도 알릴 겸 한글 자막 삽입은 성숙된 공동체 의식을 보여줄 기회다. 물론 졸다가 효과음에 놀라 ‘자기야, 머라카노?’라며 흘린 침을 슬쩍 닦는 사람은 해당 없겠지만….‘기생충’ 찬스, 살렸으면 좋겠다.

2020-02-18

개문만복래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니 뒤뜰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린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꽃샘바람’이라던가. 어젯밤부터 바람이 쌀쌀해지더니 오늘은 강추위가 예보되었고, 아침에 창을 여니 진눈깨비까지 흩날려 입춘절이 언제 지나가기는 했던가 싶다. 지난 입춘에는 오랜만에 친한 친구로부터 입춘첩을 받았다. ‘원화소복 일신무강’.입춘첩(立春帖)은 입춘 날 대문이나 들보, 기둥, 천장 등에 써 붙이는 글귀로 ‘입춘대길’이나 ‘건양다경’이 대표적이며,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땅을 쓸면 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복이 온다.)도 자주 쓰이는 편이다. 그런데 개문만복래라…. 과연 그런가? 대문에 입춘첩을 써 붙이던 시절은 주로 농사일을 하던 때였으므로 부지런한 사람의 집은 대문이 먼저 열렸을 것이고, 그 부지런함 덕분에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개문만복도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인지 요즘은 하루 종일 대문을 꽁꽁 닫아둔다. 외출이라도 했다가 귀가하면 대문이 잘 닫혔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도둑이나 잡상인 같이 꼭 막아야 할 자들도 있으나 이웃 간의 소통까지도 단절하고 마는 극도의 개인주의가 팽배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만큼 남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가 되어버린 까닭이다.문은 원래 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 문이 끝내 닫히고 말면 벽과 다름없이 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물도 소화, 배설되기까지는 여러 개의 문을 거친다. 입을 통과한 음식물은 식도를 지나 분문(噴門)을 통과해야 위로 갈 수 있으며,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가려면 유문(幽門)을 지나야 하는 등 여러 개의 관문을 통과하여 항문으로 배설이 잘 되어야 육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따뜻한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과 잘 소통해야 건전한 사회가 형성되어 정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꼭꼭 걸어 잠근 문을 열기 위해서는 열쇠, 카드키, 비밀번호, 지문인식 등 여러 가지 수단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따뜻한 마음이다. 소통을 게을리 하면 불통이 되고, 그 불통의 낙인이 주는 패널티는 엄청나게 가혹하다.제21대 총선 투표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늘 그랬듯이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투쟁인지 언론은 온통 난장판이고, 국민들의 피로감은 안중에도 없는 듯 스스로의 이득을 쫓아 이합집산하는 후진적 행태는 여전하다.그 혼돈의 와중에서 후보들은 제각기 당선이 되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공약을 발표할 것이다. 신선한 약속이 있는가 하면 허황된 공약도 횡행하기 마련인데, 소통하고 화합하겠다는 공약은 모든 출마자들의 공통된 약속이다. 어떤 후보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여 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봉사할 것인가를 잘 가려서 투표하는 시민들의 감식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2020-02-18

능력을 갖춘 시스템과 친절함으로 다가온 경찰

조현명 시인나의 아버지는 올해 여든여섯, 치매도 없고 건강하다. 단지 무릎이 나빠 먼 길은 자전거로만 다니신다. 오후 세시쯤 자전거로 사시는 연일읍 한 바퀴 돌고 여섯시에 귀가 하는 게 하루 즐거움이다. 그런데 며칠 전 밤 열시가 되어도 돌아오시지 않으셨다.노모와 가족들은 큰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하고 찾아 나섰다. 그러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몸에 신분을 확인할 만한 것은 없었다. 혹 신원미상으로 응급실에 있을까 해서 큰 병원 응급실에 전화문의도 해보았지만 그런 내원자는 없다는 대답이 왔다.20년 전 쯤 할아버지가 치매로 길을 잃어버린 일 대한 기억이 겹쳐서 매우 힘이 들었다. 그때 경찰에 신고해두었지만 거의 연락이 없었고 가족들은 일주일간 구역을 나누어 주변 지역을 헤매고 다녔었다.이번에도 역시 경찰에 신고하고 난 뒤 가족 모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그런데 경찰에 신고단계에서부터 옛날과는 차원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친절함은 물론이고 최대한의 정보를 수집해서 도움을 주어야하겠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또한 시스템의 공조를 통해 CCTV를 확인 동선을 추적하고, 직접 나가 주변을 탐문하고 얻어진 정보를 연락해왔으며 초조해하는 가족들과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드디어 새벽 2시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옛 효자검문소 앞에서 길을 잃고 쓰러져있던 아버지를 지나가던 사람이 지구대에 제보해준 것이었다. 연락하고 집근처까지 데려온 경찰은 치매노인 신고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안내하고 돌아갔다. 아버지는 치매가 아니지만 오랜만에 의욕적으로 시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어두운 길에 늦게 집으로 돌아오시다가 효자삼거리에서 그만 길을 헷갈린 것이었다. 마침 그날 밤 이상하게도 추위가 없었기 망정이지 매서운 추위가 있었다면 객사하실 뻔 했다.돌이켜보면 제보해준 분에게도 감사하지만 밤늦도록 근무 중이었지만 친절하게 자신의 가족이 당한 일같이 함께해준 경찰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경찰의 대민봉사의 수준이 매우 높아진 사실이었다. 특히 실종 신고를 대하는 자세가 매우 달라져있었다. 근년에 일어난 여러 사망사건들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실종은 초기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정상인이 실종되었다면 어떤 사고에 연루되었을 지도 모르고, 범죄에 노출 되었을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된다.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초기대처를 잘하면 쉽게 범죄를 예방하고 위험에서부터 사람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실종자에 대한 대처는 초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의 초기대응은 아무리 민감해도 과하지 않을듯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찰 조직은 이미 상당한 정도의 민감함과 능력을 갖춘 시스템이란 것을 확인했다고나 할까. 거기다가 친절함까지 갖추고 있었다.우리지역의 경찰이 가진 특징이 아닌 것이 이번 일을 통해 경찰 시스템과 조직의 철저한 매뉴얼에 따른 대처 같은 것을 느낌으로 감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과 소통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로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는 슬로건이 진심으로 다가왔다.

2020-02-17

발에 박힌 쇳조각

오래전 유럽의 한 소년이 경험한 일화입니다.깊은 밤, 소년이 집으로 걸어가는데, 낭랑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부는 마치 자는 듯했고, 말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고독하게 길을 갔습니다.문득, 소년은 말의 발에서 번쩍이는 검은 빛을 봤습니다. 그것은 편자(말발굽)였습니다. 소년의 어린 마음에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살 속 깊숙이 박혀 있는 쇠붙이가 말을 얼마나 아프게 할까?’어느 날 소년은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왜 말의 발에는 쇠가 박혀 있나요?”할머니가 대답해 주었습니다. “말이 어느 정도 자라면 발을 보호하기 위해 편자를 박아준단다. 그러면 길가에 떨어진 쇠붙이나 못, 유리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부터 상처를 입지 않아, 그래야 멀고 험한 길을 잘 갈 수 있지.”소년은 그 말을 들은 후 비로소 편자를 다르게 볼 수 있었습니다. 편자는 말의 살을 파고들어가 고통을 주는 도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말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라는 역설을 알 수 있었습니다.우리 삶에도 편자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편자를 박아 단련하는 과정은 반드시 상처를 동반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인생을 원치 않는다면 발아래 박혀있는 편자의 고통을 인내해야 합니다. 발에 박힌 편자가 차츰 익숙해지면 그와 함께 강인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유발 하라리는 앞으로의 시대에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로 남느냐 호모 데우스로 변화하느냐 두 부류로 갈라진다고 예견합니다. A.I와 로봇, 유전공학의 급속한 발달을 충분히 예견하고 이를 잘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생과 이런 과학 기술의 발전이 주는 달콤함에 젖어 서서히 자신을 잃어버리는 삶으로 나뉠 것이 분명합니다. 발에 편자를 박는 고통이 있어도, 스스로의 가치를 잃지 않아야 할 일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7

새 법보다는 원칙을 지켜야

강희룡 서예가‘승정원일기’ 영조 7년 2월 27일의 기록을 보면 ‘새 법을 세우지 말고, 옛 법을 바꾸지 말라.’고 적혀있다. 영조 7년 2월 27일 경상도 암행어사 이흡은 자신이 둘러보았던 고을 중 재해가 가장 심한 고을의 상황을 임금에게 아뢰면서 고을 현감이 백성들을 진휼하기 위해 감영(監營)에서 빌려와 쓴 돈은 공적으로 쓴 것이니 규정을 조금 고쳐서라도 그 일부를 관찰사가 탕감해 줄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하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함께 입시한 우승지 조명신은 이 건의를 반박하며 탕감 받는 사례가 늘어나서 새로운 규례가 된다면 나중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백성들에게 다시 세금을 거둬야 하는 폐단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옛 법인 수령칠사(守令七事)의 정신을 거론하며, 백성들을 아껴야 하는 본래의 도리에 힘쓰도록 수령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수령칠사란 새로 임명된 수령이 임금을 하직하고 부임지로 갈 때에 외던 일곱 가지 조목으로, 농업과 잠업을 이루는 일, 인구를 늘리는 일, 학교를 일으키는 일, 군정의 정리, 부역을 고르게 매기는 일, 송사를 간명하게 처리하는 일, 간교한 행위를 종식시키는 일 등으로 관리들이 백성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임무였다. 조명신은 고을 수령들이 이런 기본 원칙은 소홀히 한 채, 칭송 받을 욕심으로 이리저리 변통에만 애쓰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즉 가장 중요한 원칙만 제대로 지킨다면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추미애 장관이 검찰 내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 방안 등 검찰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검찰과 논의 없이 주요 법무행정 절차를 바꾸겠다고 발표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 일자 뒤늦게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수사와 기소를 각각 다른 검사가 판단하게 되면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데다 외압 등이 끼어들 우려가 크다는 문제점이 있는데다 또한 이미 비슷한 제도로 인권수사자문관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도 느닷없이 생소한 제도를 또 제안한 건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법안의 내용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저 조명신의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새로운 법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하는 말이다. 새로운 법을 만들든 옛 법을 다듬어 쓰든 핵심은 억울한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4+1협의체라는 희한한 정치구도로 그들의 입맛에 맞게 통과시킨 공직선거법개정은 벌써부터 기득권에만 유리하게 적용돼온 선거법의 모순이 벌써부터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다.사회질서를 위해 원칙이 제도화된 것이 법이다. 권력자들은 이 법을 마음대로 고무줄처럼 적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과거 대통령들이 취임할 때마다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외쳤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 사회에서 원칙은 더 무력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고위층부터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참된 민주주의는 새 법보다 원칙을 지킨다.

2020-02-17

공짜뉴스 사라진다

포털사이트들이 언론사들의 뉴스 콘텐츠를 공짜로 사용하면서도 오히려 큰 소리치는 풍토가 앞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포털사이트들이 언론사들에게 뉴스 전재료를 지급하는 쪽으로 저작권법이 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이 글로벌 언론사들과 뉴스 전재료(轉載料) 지급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구글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언론사들과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급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협상은) 검색 공룡(구글)과 언론사의 관계가 변화하는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구글은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 결과로 노출하면서도 직접적인 사용료 지급을 거부해왔다. 구글 검색 결과로 노출된 기사가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 막대한 트래픽을 제공한다는 이유였다.하지만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이 ‘인터넷 사이트에 뉴스 콘텐츠가 사용되면, 해당 언론사는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저작권법을 채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프랑스 언론사 단체는 구글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공정거래 당국에 소송을 냈다. 이처럼 유럽에서 빚은 마찰이 구글의 생각을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 또 뉴스 사용에 대해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한 구글 경쟁자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 것도 계기가 됐다.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새롭게 선보인 뉴스 서비스에 사용되는 기사 콘텐츠에 대해 언론사에 연간 수백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고, 애플도 지난해 다수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뉴스앱인 ‘애플 뉴스+’를 선보이면서, 언론사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공짜뉴스 사용하는 국내 포털사이트들의 각성이 요구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