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글로벌 리스크 ‘기상이변’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경제포럼은 얼마전 연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극심한 기상 이변’이 세계가 직면한 최대 리스크라고 밝힌 바 있다. 각 분야 전문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위험요인을 설문조사한 결과여서 신뢰도가 높다.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10개의 지구촌 장기리스크 중 5개가 환경과 관련 리스크로 나타난 것 또한 주목할만 한 결과다. 지구촌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각종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을 보면 그 심각성이 날로 깊어진다. 그러나 시시각각 다가오는 지구촌의 심각한 기상이변에도 전세계는 매우 더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최근 2023년 지구표면 온도가 1901∼2000년 평균치보다 2.07도 높아진 것으로 집계했다. 해양 열파와 엘니뇨 현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는 “2023년은 12만5천년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 보도했지만 기상전문가들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더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작년 말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지역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081∼2100년도에는 한반도 일부지역에서 겨울이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탄소배출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서울의 경우 겨울이 37일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의 봄이 1월말이면 시작된다는 얘기다.부산은 40년 안에 겨울을 볼 수 없는 곳으로 바뀐다. 전국에서 가장 폭염일수가 많은 대구는 현재 32일의 폭염일수가 최대 120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끔찍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6

인재경영과 기업경쟁력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일류기업의 성공 비밀은 무엇이 있을까. 일류 사원이 일류기업을 만든다고 한다. 기업 내 일류 사원은 인재경영에서 양성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재경영은 조직이 전략적으로 인재를 관리하며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인적자원관리(HRM)의 한 특면으로 조직이 적절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며, 그들의 능력을 개발하여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인재경영은 전략적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채용, 교육, 개발, 보상 등의 다양한 관리 활동을 통해 조직 내의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인재경영 조건은 다양하며, 주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략적 비전과 목표 설정이다. 조직은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탄력적인 조직문화이다. 인재는 조직문화에 영향을 받으므로 탄력적이고 긍정적인 문화가 필요하다. 셋째, 능력있는 리더십이다. 탁월한 인재경영은 능력있는 리더십에 달려있다. 리더들은 팀을 이끄는 데 필요한 역량과 리더십 스킬을 갖춰야 한다. 최근 MZ세대가 기업의 중심을 이루어 나가고 있어 2030세대와 기성세대 간 세대공감 조직을 만들어 젊은이의 톡톡 틔는 아이디어와 선배들의 노하우를 접목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 넷째, 효과적인 인재채용 및 선발 프로세스이다. 적절한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효과적인 채용 및 선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다섯째, 개발과 교육이다. 인재는 계속해서 성장 발전해야 한다. 조직은 직원들을 개발하고 교육하여 전문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여섯째, 공정한 보상과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공정하고 매력적인 보상시스템은 인재를 유지하고 유혹할 수 있는 요소이다. 일곱째,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다. 열린 의사소통은 조직 내에서 투명성을 제공하며 직원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시키면 조직은 인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다.국내외 선진기업의 인재경영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창의성, 도전정신,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며, 직원들의 전문성과 열정을 존중하는 문화를 추구한다.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을 장려하며, 다양성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성공을 이루고자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도전한다. 일본전산은 ‘밥 빨리 먹는 사람을 채용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우리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채용해서 인재로 만든다’는 경영철학에 따라 다양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으로 끊임없는 교육과 훈련을 거쳐서 자기분야에 최고의 기술자를 지향하고 모든 학습과 훈련의 역량 향상이 개인의 성장 비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기업의 역량은 그 조직의 구성원과 제도, 긍정조직문화기반에서 시작된다. 제도는 기업의 인사실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사람과 인사조직문화가 기업의 격이 되고 기업의 격이 생존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2024-01-16

새해 시산제 산행을 하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새해 들어 첫 산행을 했다. 몇 년 전부터 월 1회 산행계획을 세웠었지만 점차 바빠지는 일상 속에 번번이 못지켜져서 여간 아쉽지가 않았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정말 건강도 챙길 겸 산과의 교감을 통해 좀 더 새롭게 거듭나자는 나와의 약속을 다지며 첫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산은 늘 그 자리에서 언제나 반기고 품어주는데 무엇에 쫓기고 발목이 잡혀 가까운 산조차 즐겨 찾지 못했던 것일까? 핑계 같은 변명이지만 산행에 대한 나의 의지가 약해졌거나 계획실행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일 것이다.마침 오래 전부터 뜸하게 참여하던 모 산악회에서 시산제 산행을 가까운 경주 오봉산으로 한다기에 선뜻 신청하여 함께 떠나게 됐다. 경주시 건천읍에 소재한 오봉산(五峯山)은 다섯개의 봉우리가 올망졸망 서 있는 모양새를 따서 닭벼슬산으로 불리기도 하며, 선덕여왕의 3대 대표 유적지인 ‘여근곡’과 정상 부근의 거대한 바위벼랑 ‘마당바위’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산행에 동참한 일행은 건천읍 신평리의 주차장 한 켠에서 서남쪽으로 둘러쳐진 오봉산을 병풍삼아 시산제 제단을 마련하고 상차림과 제례를 준비했다.시산제(始山祭)는 산악인들이 새해에 산신령에게 올리는 일종의 제사의식으로, 한 해의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고 먼저 간 산우들의 추모와 산행의 무사함을 빌면서 산악회의 전통과 정신을 담는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다. 새해 첫 산행의 시산제를 통해 산신령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산악회의 철학과 신념을 나타내며 산악인의 단합과 발전을 도모하기도 한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정성스럽게 올린 시산제를 마치고는 간단한 음복과 음식 나눔으로 새해 덕담을 나누거나 근황을 얘기하며 이내 친숙한 분위기에 젖어들기도 한다.시산제의 의식을 치른 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면서 일행은 작은 마을과 저수지를 지나 천년 고찰 유학사 용왕당 앞의 소원돌을 돌려보기도 하고, 여근곡의 중심부에 있는 신비스러운 옥문지(玉門池)의 샘물을 받아 마시며 목을 축이기도 했다. 계단과 가파른 등로를 한참 오르니 능선으로 이어지는 탁 트인 시야에 건천읍 일대가 한눈에 들어와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듯했다. 이윽고 오봉산 정상에서 등정의 예를 갖추고, 정상 바로 아래의 거대한 바위마당에 둘러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옛 신라 화랑들이 바위마당에서 길렀다는 호연지기를 상기하기도 했다. 또한 정상 부근의 주사암 암자에서 울리는 염불과 목탁소리를 들으며 대웅전과 요사채에 세로로 걸린 주련(柱聯)의 한문 문구를 훈독하기도 했다.하산길은 언제나 여유롭고 느긋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일행들과 못다 한 대화를 나눈다거나 올라갈 때 미처 못 본 정경을 눈에 담으며 안도하기도 한다. 산은 오르는 사람에게 늘 많은 것을 베풀고 들려주며 보듬어준다. 올해부터는 정말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하고 뭔가 변화되는 루틴을 확고하게 살려 바쁜 듯이 느긋하게 일상을 채워가리라 다짐해본다.

2024-01-16

아낌없이 주는, 모감주나무

나무 끝에 매달린 꽈리 모양 씨방이 바람에 흩날린다. 짙은 갈색의 씨방은 곧 세 개로 분리되어 멀리 떠나간다. 각각의 씨방에는 검은 알맹이가 하나둘 붙어 있다. 물에 떨어지면 항해하는 돛단배가 되고, 바람이 불면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딩 선수가 된다. 뿌리를 내리기 위한 생존 여행을 시작한 모감주나무 열매는 자연을 항해하며 자신이 안착할 장소를 찾는다.모감주나무는 한국에서는 서해의 안면도와 남해의 완도 그리고 포항 등에서 군락을 이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주로 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선을 따라 번식하고 있는 나무로 중국이나 일본 혼슈 해변에서도 발견된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파되고 다시 일본으로 넘어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고유 자생종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모감주나무는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여러 나라에서 관상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평양의 백화원에 방문했을 때 기념식수로 모감주나무를 심기도 했다.모감주나무는 장마철이 다가오면 노란꽃이 황금처럼 떨어진다하여 황금비나무 또는 금우수(金雨树), 검고 딱딱한 열매(금강자)로 염주를 만든다하여 염주나무, 나무에서 노란 돈이 떨어진다는 요전수 (摇钱树), 불교와 관련 있는 보제수 또는 보리수, 환자가 없다는 뜻으로 무환자(無患子)나무, 열매를 비누대용으로 사용하여 비누나무라고도 불린다. 모감주라는 이름은 무환자의 옛말 ‘모관쥬’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하고, 중국의 고승 ‘묘감’이 염주를 만들었다하여 묘감주나무라 불리다 모감주나무가 변화되었다고도 하며, 보살의 가장 높은 경지인 묘각(妙覺)에서 유래한 말이라고도 한다. 무엇이든 예부터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혜택을 준 쓰임이 많은 나무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포항은 1992년 12월 23일 발산리의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높이는 8~49미터까지 자라고 해안가의 평지나 산의 사면에도 잘 자란다. 포항 군락지는 교목층이 62%, 아교목층이 66.3%, 관목층이 37.3%, 초본층이 80.3%로 타 군락에 비해 생존율이 높고 고사비율이 낮은 편이다. 기름새·까마귀밥나무·쥐똥나무·복사나무·주름조개풀·으름덩굴 등도 함께 잘 자란다. 번식은 주로 종자가 날아가 뿌리를 내리는데, 햇빛을 좋아하고 바닷가의 염분과 공해에도 강하며, 척박지에서도 잘 자란다. 6~7월에 걸쳐 노란색의 꽃을 피우고, 9~10월에 길이 4~5센티미터 정도의 씨방이 열리고, 그 안에서 씨앗이 검게 익어간다. 다 익은 열매는 매우 딱딱하여 닦으면 윤기가 흐르고, 말리면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덜 말랐을 때 줄로 꿰어 놓으면 염주를 만들 수 있다. 모감주 씨방은 가지 끝에 꽈리 모양으로 조롱조롱 달려있다. 열매가 익으면서 꽈리가 벌어지고 세 조각으로 분리되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씨앗들은 각각의 꽈리 조각의 오른쪽 혹은 왼쪽에 조금 치우쳐 붙어 있다. 씨방 조각이 바람에 흩날려 나무에서 멀어지면 씨앗은 씨방의 아래쪽에 위치하여 무게 중심을 잡는데, 가벼운 쪽 씨방이 바람에 살짝 들리면 그 아래로 공기가 빠져나간다. 패러글라이딩 선수가 허공에 체류하는 시간을 길게 할 때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땅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것처럼 열매도 빙글빙글 돌면서 나무에서 멀리 더 멀리 떠나간다. 실제로 초속 3미터의 바람을 타고 150미터는 가뿐하게 날아간다. 또한 모감주나무 씨방은 물에 뜬 채로 가라앉지 않는다. 살짝 굽은 씨방의 형태를 따라 공기 방울이 생기고 부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씨방은 꼭 뾰족한 부분이 앞을 향하도록 자세를 스스로 잡는다. 씨방 가운데의 딱딱한 부분이 배의 키처럼 방향을 일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모감주나무는 예부터 울타리 안에 심으면 귀신을 물리치고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다하여 신통한 약재로 여겨졌다. 진균 억제 작용으로 각종 염증 완화에 좋고, 안토시아닌이 풍부하여 안질환에 탁월하다. 항산화물질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혈관건강, 노화억제, 면역력 강화에도 좋다. 탄닌성분이 많아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해독 작용도 뛰어나다. 열매는 염주로 만들고, 비누대용으로 쓰인다. 꽃과 잎은 황색 물감의 염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약재로도 활용된다.고규홍 나무칼럼리스트는 “자연을 보면서 시간을 가늠할 때 모감주나무는 장마를 예상하게 해주는 나무”라고 하였다. 성석제는 그의 소설 ‘단 한번의 연애’에서 “꽈리 모양의 모감주나무 열매는 곧 세 개로 갈라지고 둥글고 까맣고 윤기가 나는 씨앗이 튀어나와”라 표현하였다. ‘동의보감’에는 “씨 속에 있는 알맹이를 태워서 냄새를 피우면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하였다. ‘신농본초경’에서는 독이 없다고 하였으며, ‘명의별록’에서는 적목 치료에 쓰인다고 나온다. 자연이 주는 혜택은 손으로 꼽을 수 없지만 모감주나무는 예부터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이제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희귀한 자연이다./최정화 스토리텔러◇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2024-01-16

여행하는 마음과 책을 읽는 마음

어딘가에 가서 무언가 여기와는 다른 것을 경험하는 것을 여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여행하는 마음과 책을 읽는 마음은 꽤 상당히 닮아있다. 여행이 적절한 기간을 두고 시작하는 지점에서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이동하면서 무언가를 보거나 듣거나 만나거나 하는 것이 여행하는 마음이라면, 책의 첫 장을 펼쳐 그 속에 들어앉아 있는 언어들을 통해 지금 여기 없는 것을 상상하도록 하는 것은 책을 읽는 마음이다. 결국 책의 마지막 장을 닫고 책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우리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삶의 경험들은 본디 하나의 단일한 직선을 그리면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이라는 삶은 우리의 본래의 현실적 삶과는 조금 달라 조금 더 순서를 가지고 흘러간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과정과 훨씬 더 유사한 것이 아닐까.그래서일까. 예전부터 짧은 여행이라도 하게 되면 늘 여행 중에 읽을 책을 챙기곤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여행에서의 책 읽기가 성공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특히 느긋한 휴양의 여행이 아니라, 무언가 보아야 할 것이 많은 여행이라면, 여행에서의 경험과 책을 읽는 경험은 서로 나란히 어긋나 서로의 진행을 방해하곤 한다.보통, 여행 중이라면 가벼운 소설 같은 것을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소설책이야말로 여행 중에는 가장 위험한 피해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다루고 있어서, 여행의 장소 감각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소설이라면 모를까. 여행이라는 낯선 장소에서 이동하면서 흘러가는 이야기적인 경험을 해야 하는 상황에, 또 다른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은 무리다. 자칫하면 여행하는 곳의 장소적 경험과 소설 속에서 경험하는 가상의 장소적 경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가급적 선이 굵은 확실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역사소설 같은 것이 아니라 배경음악처럼 울릴 수 있는 에세이나 시집을 고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은 여행의 좋은 준비물이다. 어떤 여행지에서라도 스마트폰으로 어떤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고, 전자책에 담긴 몇만 권의 책을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적절한 것 이상의 정보는 여행에서는 방해만 된다. 나에게는 낯선 장소들을 잇는 경험을 통해, 나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하기에는 종이책 만한 것이 없다. 언제나 약간의 아쉬움이, 또 약간의 불편함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서 존재하게 한다. 여행 중 무언가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나, 대기해야만 하는 시간에 잠깐씩 꺼내 읽는 여행하는 누군가의 생각이 담긴 산문을 꺼내 읽으면, 그것은 하나의 점에서 하나의 점으로 이동하는 동안의 나의 귓전에 울리는 배경음악이 된다. 여행하는 장소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경험과 그 몇 줄의 글은 공진하면서 좀 더 특별한 경험이 된다. 특별한 여행을 만드는 과정이 된다.이번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여행에서 볼 것, 먹을 것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함께 가져갈 책 한두 권 정도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은 그것에 대해 상상하고 고민하는 순간이 반 이상의 즐거움이니, 여행의 계획에 읽어야 할 책에 대한 생각이 들어 있다면 분명 지금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사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을 싸들고 가는 것도 좋을 테고, 여행의 장소와 어울리는 책을 골라 가지고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 여행은 경험이고, 책을 읽는 것도 경험이다. 여행을 하면서 책을 읽는 마음이란 확실히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4-01-16

네고 가능한가요?

최근 작업실을 정리하게 됐다. 계약한지 반년이 겨우 넘어가는 공간이었다. 더불어 ‘당근 마켓’의 알림이 불티나게 울리는 중이다. 오랫동안 공간을 유지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구입한 가구며 가전제품은 모두 새것에 가깝지만, 어쩔 수 없이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작업실의 물건은 집으로 들이기엔 불필요하고 헐값에 처분하기는 아까운 것들이었다. 중고 제품을 한 번에 매입한다는 사이트에 문의하자 반의반 값도 안 되는 견적을 받았다. 망연한 얼굴로 결심했다. 내가 직접 팔아야겠다고. 힘차게 기합을 넣고 팔을 걷어붙였다. 그간 구입한 것들을 다시 하나씩 차분히 살피고 다각도로 사진을 찍었다.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던가. 멀리서 보았을 땐 그저 흥미롭게만 보였던 판매의 현장에 직접 뛰어드니 머리가 지끈거리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애용하는 사람이지만, 그간 내가 판매했던 것은 필요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살림살이나 더 이상 입지 않는 옷가지같이 아주 소소한 것이었다. 팔려도 그만, 안 팔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임했기에 큰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거금을 주고 산 물건이었기에 아무래도 본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사이트에서 얼마에 구입했는지, 사용감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구체적인 정보를 최대한 꼼꼼하게 적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의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대부분의 첫 질문은 이렇게 시작했다. ‘네고 가능한가요?’이처럼 중고 거래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네고’라는 단어를 듣게 된다. 영어 단어인 ‘negotiation’을 줄인 것으로 협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영화 ‘대부’에서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돈 꼬넬리오는 자신의 서재에 사람들을 불러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한다. 제안이라는 말로 던지는 협박에 가까운 협상이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힘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협상이기도 하다. ‘대부’만큼은 아니어도 중고 거래의 협상 역시 꽤 은밀하고 무겁게 진행된다. 서로의 제안을 들으면서 주고받는 숫자는 긴장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물론 평화적으로 끝나는 기분 좋은 협상도 있다. 얼마쯤 빼 드릴게요, 하고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면 상대도 고맙다고 대답하면서 깔끔하게 거래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얼굴을 붉히게 되는 일도 왕왕 생긴다. 자신이 원하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그렇다. 정중하게 거절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채팅을 보내면서 피로감을 주는 상대를 만나면 정말이지 곤란하다. 이 협상은 결렬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요! 소리 지르고 싶어진다. 단단히 상해버린 마음을 추스르는 것도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무엇보다 나의 정신 건강을 지키면서 물건을 거래하는 몇 가지 요령을 습득했다. 첫째, 물건의 원가에 집착하지 말자. 내가 구입했을 당시의 가격에 관해 생각하는 순간 어떤 연락이 와도 달갑지 않다. 아깝다는 마음 때문이다. 이런 감정은 되도록 빨리 버려야만 한다. 둘째, 이제 더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 걸 기억하자.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업로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필요한 사람이 물건을 갖게 된다는 걸 기억하면 속상한 일이 현저히 줄어든다. 셋째, 늘 승리할 수만은 없다는 걸 기억하자. 가끔은 상대의 기세에 밀려 예상보다 훨씬 값싸게 판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럴 땐 자신의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보다 상대의 협상 기술이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거래를 진행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오히려 물건을 가져가는 상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여전히 나의 판매 목록에는 물건이 가득하다. 딴엔 다 필요하다고 구입한 것이었을 텐데. 무슨 욕심이 그리 넘쳤던 걸까. 물건을 하나씩 팔아갈 때마다 아깝다고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돌이켜보게 된다.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도 그렇다. 미련에 가까운 감정의 찌꺼기를 처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문제기도 하다. 비워야만 다시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으니까.글을 쓰는 와중에도 당근의 경쾌한 알림이 울린다. 이번에는 어떤 물건이 어떤 협상을 거쳐 누구에게 가게 될까. ‘네고 가능한가요?’ 하는 물음이 날아온다. 이번만큼은 서로 승리하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싶다. ‘네고 가능합니다. 얼마 생각하시죠?’ 돈 꼬넬리오의 확신에 찬 표정을 흉내 내며 협상에 돌입한다. 상대가 숫자를 부른다. 자, 이제 시작이다.

2024-01-15

세상의 뒤에 남겨진 채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감독 샘 에스마일, 2023)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루만 일람의 소설 ‘세상을 뒤로 하고’(2020)를 각색하여 만든 영화인데, 설정이 꽤나 흥미로웠다.즉흥적으로 휴가를 떠난 가족이 휴가지에서 사이버 테러로 인해 모든 전자기기가 고장 난 채 고립된다. 가족은 추락하는 비행기들과 원인 불명의 소음 테러, 동물들의 대이동, 자세한 설명이 생략된 재난 방송 등을 마주하지만 외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기에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확신을 갖지 못한다. 결국 가족은 휴가지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머지 않아 세상이 멸망하게 되리라는 암시와 함께 끝이 난다.사실 영화는 평범한 재난 스릴러의 양상을 반복한다. 알 수 없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주인공을 포함한 일행은 직면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이 부상을 당해 외부인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다. 대개의 재난 스릴러 영화는 이러한 상황의 연속 속에서 주인공의 기지와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며 에필로그와 같은 형식으로 평화로운 자택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느낌의 결말을 보여준다.이러한 문제 양상은 가족 형태를 비롯한 현대의 공동체가 마주한 상황에 대한 알레고리라고 할 법 한데, 대개의 스릴러 영화가 해체된 가족 공동체가 위기를 극복하며 재건되는 양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난 스릴러 영화에서 나타나는 재난은 해체된 전통적 공동체를 다시 봉합시켜주는 계기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이 영화가 독특한 건, 어떠한 위기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들은 끝없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상황에 직면하지만 정보가 차단된 상황으로 인해 원인을 알 수 없고 그렇기에 탈출구 또한 알지 못한다.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이 부상을 당해 위기에 처하지만, 약조차 쉽사리 구할 수가 없어 절규할 따름이다. 물론 여타의 재난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일련의 위기 상황을 가족애를 바탕으로 극복하기도 하고 조금은 빠져나가기도 하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이들은 재난의 현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기존의 재난 영화가 문제의 해결을 통한 카타르시스와 해체된 가족의 봉합을 통한 안정감을 선사한다면, 이 영화가 선사하는 건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에서 기원하는 무력감에 가깝다.어쩌면 이와 같은 변화는 재난 스릴러 영화의 문법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왜 그렇게 변했을까? 여기에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여러 사태에 대한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는 듯하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 간 대립의 격화와 무력 충돌,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권역의 지각 변동,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감과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극심한 의존도, AI를 비롯한 기술 환경의 변화가 자아내는 두려움 등, 세상은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에 놓여 있다. 어쩌면 지금의 변화들은 한 개인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앞서 나가고 있으며, 우리는 세상의 속도 앞에 뒤처져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무의식적으로나마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고작 5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에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 자연의 의미에서도 그렇고, 문명의 의미에서도 그렇다. 변화가 단지 삶의 편의성의 증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의 힘으로 따라가기엔 점점 벅차지고 있다는 것 또한 체감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상의 변화를 쉽게 설명해줄 누군가를 원하며 유튜브 속으로, 혹은 다른 종류의 매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그렇게 생각하자면 ‘세상을 뒤로 하고’라는 소설의 원제는 참 중의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과 그의 가족이 일상에 지쳐 휴가지로 떠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그렇게 떠나온 곳에서 정보 고립으로 인해 세계에 뒤처진 채 남겨진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그건, 굳이 사이버 테러를 비롯해 영화 속에서 일어난 테러 상황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언제든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아닐까. 단지 인터넷이 끊어진 것만으로도 우리는 세상에 뒤처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충분히 느끼게 되지 않는가.

2024-01-15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려면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제1야당 대표가 백주대낮에 정치테러로 쓰러졌다. ‘증오의 진영정치’가 초래한 비극이다. 대결의 정치는 대화·타협·공존을 모른다. 거대 양당은 협치의 대상을 섬멸해야 할 적으로 간주해서 ‘전쟁 같은 정치’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모르는 양당의 주특기는 ‘내로남불’이다. 국민은 말뿐이고 권력에만 혈안이니 양당에 실망한 중도·무당층의 비율이 역대급이다.그럼에도 양당은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총선을 앞두고 분출하는 제3지대 신당들에 관심이 간다. 최근 여론조사(리얼미터, 2023년 12월 18일)는 국민의 48.3%(무당층은 68.3%)가 제3지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중도·무당층을 겨냥한 신당들은 ‘합리적 진보’ 또는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고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 정치를 펴겠다는 포부도 크다. 하지만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3지대의 ‘철학과 비전’이다.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한 신당인가?”에 분명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신당은 거대 양당에 대한 불신과 혐오에만 기대서는 안 되며, 차별화된 가치와 비전으로 대안세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은 ‘새로운 당’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당은 양당체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정치의 지향점과 비전’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다음으로 신당의 정치성향(political orientation)은 합리적·이성적·실용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진영정치를 거부하는 민주시민들의 열망일 뿐만 아니라, 신당의 지지기반이 되고 있는 중도·무당층의 요구이기도 하다. 신당은 ‘사익을 위한 정쟁’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며, 상대를 ‘척결의 대상’이 아니라 ‘협치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성향은 당내민주주의를 가능케 함으로써 합리적 정책 선택을 제고함은 물론이다.한편 신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만 의식한 기회주의적 접근으로는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신뢰는 말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의 누적된 결과물’이다. 거대 양당의 혐오에 기대어 당장 성과를 보겠다는 과욕은 곤란하다. 비록 이번 총선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일관된 철학과 행동으로 긴 호흡을 한다면 반드시 국민의 호응을 얻게 될 것이다.이처럼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철학, 합리적 성향, 장기적 관점에서 양당체제의 압력을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난관은 많겠지만 성공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현재의 양당체제’에서는 팬덤정치·극한대결·민심왜곡·포퓰리즘·내로남불 등의 수많은 병폐들이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3지대 신당의 성공은 참여 정치인들의 철학·성향·행태에 대한 국민의 공감여부에 달려있다.

2024-01-15

외국인 인재 전쟁

홍석봉 대구지사장 싱가포르는 2022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에서 전 세계 133개국 중 2위, 아시아 국가 중 1위다.이 경쟁력지수는 국내 환경, 인재 유치와 양성·보유, 직업 기술, 글로벌 지식의 6가지 주요 지표로 나라별 규제와 교육, 대외개방 정도 등을 평가해 각국의 인재 경쟁력을 표시한다. 싱가포르는 2022년 전 세계 지식·기술 분야 세계 1위, 인재 유치·육성 부문 2위에 올랐다. 2013년 이 지수가 처음 발표된 이후 2위를 도맡았다. 그만큼 인재 유치와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코로나19 시기, 강도 높은 방역 조치로 외국 고급인력이 유출돼 어려움을 겪은 싱가포르가 고급 인재를 다시 유치하고자 장기 취업 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5년짜리 체류 비자 발급, 고용증 발급 처리 기간 단축, 자국민 우선채용정책 완화 등 당근책을 내놓았다.우리나라는 2022년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 분석결과 OECD 회원국 38개 중 24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국외 인재 유치 경쟁에서 크게 뒤처졌다. ‘매력도’ 33위, ‘성장성’ 25위, 노동생산성 등 직업·기술 역량 부문 순위는 28위로 낮았다.외국인 인재 유치 경쟁이 불붙었다. 경북도가 외국의 인재 유치에 나섰다. 경북에서 유학 후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경북도는 최근 포항공대 등 경북 형 초청장학제도 수학 대학 4곳을 선정했다.이공계 석·박사 과정 외국인 인재를 경북에 유치해 양성하고 반도체, 이차전지 등 도내 우수기업에 부족한 연구 인력을 충원하는 제도다. 올해 4개 대학에서 각 10명씩 40명의 유학생을 뽑는다. 학비와 체류비를 지원한다.내국인보다 외국인이 우대받는 시대가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5

그리스(Greece) 역사시대 시작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인류 발전과 도약에는 반드시 폭력이 동반되었다. 따라서 역사는 흥미로 접근하나 끝내 기억에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인류가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 앞에서 광휘의 찬사만을 보내기보다, 하층민 피땀을 기억하여야 한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역사, 그동안 잊힌 사연에서 미래를 위한 교훈 한 자락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대는 치졸한 민족 우월성 보다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시대니까. /편집자 주기원전 6천 년경 토착민과 소 아시아계 민족이 이동해 어울려 살던 그리스 땅에 지금의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밀려오면서 박힌 돌을 뽑아냈다. 제우스 형제들이 크로노스와 티탄족을 물리쳤다는 그리스 신화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낸 과정에서 탄생한 이야기다.그리스는 진정 신성의 땅이다. 이들에게 있어 신화는 성경만큼 진실인 까닭이다. 신들의 제왕 제우스, 가정의 수호신이자 제우스 아내 헤라, 태양 신 아폴론, 지혜와 전쟁의 신 아테나, 미의 신 아프로디테, 바다의 신 포세이돈, 달과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 등 이외에도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다. 신화는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 정신세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그리스는 산악지형으로 본토를 비롯해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전 2000년 동안 에게해를 중심으로 청동기 문화가 발달하였다. 중기 청동기 크레타섬에 일명 미노아문명과 뒤이어 그리스 본토에서 발현된 미케네문명, 즉 에게해를 둘러싸고 형성된 이 두 문명을 합쳐 ‘에게문명’이라고 부른다.그리스에서 가장 큰 섬 크레타는 오리엔트 세계를 비롯해 예술과 과학, 상형문자까지 창제한 이집트 영향을 받으면서 해상왕국으로 번영을 이룬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우 미로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지었다는 ‘크노소스궁전’이 있는 곳이다.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당부를 잊은 채 태양 가까이 올라 밀랍이 녹아 바다에 빠진 이카로스 전설도 이곳에서 시작한다. 이처럼 전설 속에서만 존재했던 이야기가 1900년 영국인 고고학자 아서 존 에번스에게 발견된 후 신화와 역사가 뒤섞이며 사람들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이른다.화려했던 크레타 문명은 BC 1400년경 산토리니 화산 대폭발과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 앞에 속수무책 식물 상태로 접어든다. 설상가상 그리스 본토에서 기세를 떨치던 미케네 침략으로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크레타 문명에 결정타를 가한 미케네문명은 BC 2000년경 중기 청동기에 발칸반도 북쪽 아카이아인이 남하해, 중부 그리스와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둥지를 들면서 시작되었다. 앞선 크레타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미케네는 BC 1500년 전부터 강력한 해양기술을 바탕으로 지중해 동부 해상교역권을 장악하며 승승장구한다.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에서 트로이와 전쟁을 일으킨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 아가멤논도 이곳 미케네 왕이다. 이 대서사시는 전설 속 이야기였다. 트로이 원정과 관련된 신화를 소개한다. 아가멤논은 명궁이었다. 그는 사냥 중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도 나보다 못할 것이다”라며 입방정을 떨어 아르테미스 노여움을 샀다. 트로이 정벌을 위해 그리스 바다에 정박했던 배들이 출정하려 했지만, 역풍이 불어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이때 예언자가 아르테미스 노여움으로 인해 그런 것이니 아가멤논 외동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했다. 아가멤논은 딸에게 아킬레우스와 결혼을 시키려 한다고 속여 바닷가로 데리고 온다. 사정을 안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뛰어와 울면서 사정한다.“당신은 자식을 제물로 바치며 뭐라고 기도할래요? 수치스러운 출발에 걸맞은 비참한 귀향을 빌래요?”아내 절규에도 아가멤논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피게네이아는 제단에서 머리에 화관을 쓰고 예언자 칼을 받았다. 그녀 역시 죽기 전 아버지 앞에 엎드려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때가 되기도 전에 저를 죽이지 마세요. 햇빛을 보는 게 저는 달콤해요. 땅 밑을 보도록 저를 강요하지 마세요.”마치 슬픈 노랫말처럼 오래도록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가멤논이 딸에게 스스로 제물이 되지 않으면 그리스 군사들에 의해 도륙당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전쟁에서 돌아와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 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역시 자신이 낳은 아들에게 최후를 맞는 비극이 벌어진다. 욕망은 부모와 자식, 천륜, 자연이 맺어준 정마저도 더럽히게 되나 보다. 결국은 호메로스가 천재다.각설하고, 이렇게 찬란했던 미케네도 기원전 1100년경 북쪽에서 철기문명으로 무장한 도리아인이 남하하기 시작하면서 운명에 마침표를 찍는다. 달마티아, 알바니아 지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한 이들은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 섬을 근간으로 스파르타 등 여러 도시국가를 건설하고, 소아시아는 물론 이탈리아 등지에 식민지를 개척하는 기염을 토한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이들을 일러 헤라클레스 자손의 귀환이라고 했다.도리스인들은 거대한 돌기둥에 세로줄의 홈이 있는 도리아 양식을 발전시켰고, 훗날 로마 건축에 모태로 거듭난다. 실용적이며, 튼튼한 구조로 인정받는 콜로세움 아래층 기둥도 도리아 양식을 비롯해, 도리스식 신전의 극치로 인정받는 아테네 파르테논신전만 봐도 알 수 있다./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4-01-15

방언과 시인의 고향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잠자리를 앵오리라고 한다./부채를 부치라고 하고 고추를/고치라고 한다./우리 고향 통영에서는/통영을 토영이라고 한다./팥을 퐅이라 하고 팔을/폴이라고 한다./코를 케라고 한다./우리 고향 통영에서는/멍게를 우렁싱이라 하고 똥꾸멍을/미자발이라고 한다. 우리 외할머니께서는/통영을 퇴영이라고 하셨고 동경을/딩경이라고 하셨다. 그러나/까치는 까치라고 하셨고 까치는/깩깩 운다고 하셨다. 그러나/남망산은/난망산이라고 하셨다./우리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내 또래 외삼촌이/오매 오매 하고 우는 것을 나는 보았다.”- 김춘수의 ‘앵오리’김춘수는 경남 통영이 고향인 시인이다. 나의 은사이기도 하셨던 시인은 강한 경남 억양을 쓰셨다. 실제로 통영을 ‘토영’이라고 발음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이 시는 마치 경남 통영 사투리를 가르치는 텍스트 같기도 하다. 시 전편 어디에서도 향수나 추억이나 그리움이라는 감성을 환기하는 감정적 시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인의 고향 통영에 대한 향수와 ‘앵오리(잠자리)’를 잡던 유년시절의 추억과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방언이라는 시어가 갖는 위력을 일깨워 주는 김춘수의 시는 경남 바닷가 통영의 개인적 추억을 환기하면서, 동시에 그가 살았던 시대를 보여준다.이 시의 진가는 시이면서 동시에 언어학의 텍스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김춘수는 이 한편의 시를 통해 경남방언과 우리 국어의 역사를 매우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국어학 강의시간이라면 교수에게는 최소한 3주는 강의해야 할 주제이고 학생들에게는 매우 지루하게 배워야 할 내용의 학습 분량이다. 음운변화와 아래아의 역사적 변천, 움라우트 현상과 전부모음화, 비음화에 대한 설명을 이처럼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인의 능력에 국어학자로서 존경의 헌사를 올릴 따름이다.“우리 고장에서는/오빠를/오라배라 했다./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오오라베 부르면/나는/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나는 머루처럼 투명한/밤하늘을 사랑했다./그리고 오디가 샛까만/뽕나무를 사랑했다./혹은 울타리 섶에 피는/이슬마꽃 같은 것을…./그런 것은/나무나 하늘이나 꽃이기보다/내 고장의 그 사투리라 싶었다.//참말로/경상도 사투리에는/약간의 풀냄새가 난다./약간 이슬 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이 마르는/황토흙 타는 냄새가 난다.”-박목월의 ‘사투리’경주 사람 박목월의 ‘사투리’는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의 경상도 경주의 방언적 특징을 그대로 시어로 표현하였다.이 시를 소리내어 읽어보라. 큰 소리의 질박하고 꺼칠꺼칠한 경주의 방언이 마치 곁에서 들리는 듯이 고스란히 전해올 것이다.목월의 언어 감각은 청각에서 시각으로, 다시 후각으로 이어지는 방언의 연주곡과 같다.오래 잊고 지냈던 ‘오오라베(오빠)’가 불러오는 경주의 사투리에서 촉발된 경주에 대한 그리움은 수채화같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고향의 정경을 소환하고 그것을 사투리의 소리로 듣고 이어 그림 속에서 냄새를 맡는 시인의 공감각적 능력은 탁월하다. 이슬 맺힌 풀과 황토흙 타는 냄새는 오래전 고향 떠나 타향살이 하는 시인의 고향 경주에 대한 강한 그리움이 감지된다.많은 시인들이 즐겨 사용한 방언은 시적 미학을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시어이다.홉스테디(Hofstede, 1980)는 언어적 소통은 집단 구성원과 또 다른 인간 집단 구성을 구별하는 정신의 총체적 프로그램이라고 했다.방언이나 언어적 차이가 단순한 차이나 차별이 아닌 화려한 다양성의 꽃이라는 인식이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생물학적으로 생태의 다양성이 종 보존의 안정성을 가져다주듯이 언어의 다양성도 인간 지식과 정보의 지속적인 상속을 보장해 주는 요소로 그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

2024-01-15

판사와 노숙인

김규인 수필가 노숙인 A 씨는 다른 노숙인 B 씨와 술을 마시며 말다툼하다가 흉기로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흉기는 스스로 발로 밟아 부러뜨렸으나 이를 지켜본 시민의 신고로 구속됐다.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아서 구속 후에 재판까지 받게 됐다.A 씨는 부모의 사망으로 30대부터 길거리를 떠돌고 빈 박스와 빈 캔 등의 재활용품을 모아 생활비를 벌어서 홀로 살았다. 변변찮은 벌이에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은 그러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나마 책 읽기는 혼자 보내는 고단함과 서러움을 달랬다.판사는 A 씨가 현장에서 흉기를 부러뜨렸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여 실형을 구형하지 않았다. 재판 후 “건강을 챙기라”는 당부와 함께 중국 작가 위화의 대표작인 ‘인생’과 10만 원을 주었다. “어머니 산소를 꼭 찾아가 보시라”는 말에 A 씨는 눈물을 글썽거렸다.차가운 날씨만큼이나 사방을 둘러보아도 기댈 곳 없어 보이는 노숙인에게 다가간 말은 가슴 깊이 파고든다. 그가 흘리는 눈물은 그 말에 대한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말 없는 대답이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얼어붙은 몸과 마음도 삭막한 세상도 녹일 것이다. 요즈음 세상을 살면서 가슴에 닿는 마음을 느끼는 게 얼마 만인지. 뉴스를 접한 내 마음도 따스해진다.삭막하기만 할 것 같은 세상에서도 자세히 둘러보면 이렇게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이웃돕기 성금을 맡기고, 이웃을 위해 먹거리를 나누고, 노숙인을 위해 생필품을 제공하는 사람들. 그들이 전하는 마음 때문에 이 세상은 따뜻하고 살만한 곳이 된다.세상을 바꾸는 건 너그럽고 따스한 마음이다. 판사와 노숙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에서도 판사의 따뜻한 마음은 차디찬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작은 선물 속에 담긴 따스한 마음을 마주한다면 누구나 가슴을 열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인터넷에서 상대를 향한 가시 돋친 말이 난무하더라도 말이다.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논의가 한창이고, 국민과 동떨어진 정치인들의 대결 의식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돈의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서민들의 생각은 깊어진다. 확전 일로에 놓인 전쟁이 가슴을 조여오지만 그래도 우리는 웃으며 살아야 한다. 한 손은 자신을 위해 쓰고 남은 한 손은 이웃을 위해 내밀어야 한다. 그 손으로 따스한 온기를 전해야 한다.새해를 맞아 밤이 점점 짧아진다. 이렇게 날이 밝아지면 밝게 웃는 날도 많아지리라.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나누고 더 행복한 날들이 늘어날 것이니. 그렇게 모두가 웃는 날이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삶이 팍팍하다고 말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이긴 사람들의 삶이야말로 더 대단한 것을 우리는 안다.시간, 공간, 인간.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행복은 관계 속에서 싹이 트고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우리가 쓰는 시간과 공간의 축은 사이를 강조한다. 따스함을 전하는 판사와 노숙인의 관계처럼 말이다. 오늘 서로 기대어 선 사람 인(人) 자의 의미를 살피는 시간을 가져보자.

2024-01-15

원헬스 물관리시스템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지역 물 관련 주요 이슈는 녹조와 조류독소, 신천에 낙동강 물공급, 맑은 물 하이웨이, 금호강 르네상스, 멸종위기 수달, 운문댐 가뭄, 집중호우와 산사태, 팔현습지 환경영향평가, 수돗물 발암물질 등 매우 다양했다. 이런 물 관련 이슈들 대부분은 인간과 동물 그리고 환경이 모두 함께 관계되지 않는 것들이 없다. 수돗물 발암물질 이슈의 경우를 봐도 지속해서 증가하는 대규모 축산계 오염물질로 인해 녹조를 비롯해 정수장 유입 유기물질의 농도를 높이게 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염소 소독처리 후 수돗물 내 총트리할로메탄과 같은 발암물질 농도가 증가할 위험이 커졌다.이처럼 과거 도시화와 산업화 이전에 인간이 동물 그리고 환경과 함께 균형된 생태계를 유지하던 시대에는 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현상들이 물과 관련해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계속 안전하고 건강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더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여야 하는데, 이를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인간, 동물과 환경을 함께 고려한 ‘원헬스 물관리시스템’의 체계적 도입이 필요하다.‘원헬스’는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원헬스’ 접근 방식은 특히 신종 전염병의 발생과 같은 글로벌 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 동물, 환경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이 어떻게 글로벌 보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처럼 물관리에서도 ‘원헬스’ 접근 방식을 사용하여, 자연 속 동물과 수원의 보호, 도시 물순환 관리 그리고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 등을 통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지난해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제1차 낙동강유역물관리종합계획(2021∼2030)’을 보면 낙동강 본류에서의 취수 의존도가 부산 88%, 경남 51%, 대구 66%로 매우 높아 지역 간 맑은 물 확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의 원인은 중상류 지역의 대규모 산업단지와 대도시로 인한 본류의 수질악화 그리고 반복되는 수질오염사고 발생으로 인한 먹는 물 불신이라 하였다. 실제 이 계획 수립과정에서 낙동강유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돗물에 대한 불안으로 응답자의 55%나 정수기 물을 음용한다고 답하였다.이에 올해부터 낙동강 유역에서는 ‘구미, 대구 등 대규모 점오염원 수질관리 강화’, ‘낙동강 수질오염통합방제센터 구축 및 운영’, ‘취수원 상류 미량유해물질 관리체계 구축’, ‘녹조우심지역 대상으로 가축분뇨 및 양분관리체계 시범운영’, ‘습지를 포함한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개선방안 마련’ 등 다양한 물환경관리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여기에다 보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원헬스 물관리시스템’ 도입도 본격 추진해야 한다.

2024-01-15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요?

김진국 고문 제3지대 창당이 한창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개혁신당’(가칭),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새로운미래’(가칭),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은 ‘신당미래대연합’(가칭)을 만든다고 한다. 빅텐트나 선거연대, 합당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도 나온다.4월 10일이 총선이다. 석 달도 안 남았다. 선거를 앞두면 신당들이 우후죽순 나온다. 그러나 이번 신당들은 선거용 뜨내기 정당이라기엔 비중이 크다. 당대표를 하던 사람들이 쫓겨나다시피 해서 새 당을 만든다.새 당이 파괴력은 있을까. 선거 판도에 미칠 영향은 크다. 몇백 표만 쪼개도 당선자가 달라진다. 그렇지만 과거 양김씨가 민한당(1980)에서 신민당(1985), 신민당에서 통일민주당(1987)을 만들어 기존 정당을 공중 분해한 사례와는 많이 다르다. 통일민주당에서 김대중 고문이 평화민주당(1987)을 만들어 분당한 것과도 비교할 수는 없다. 그만한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다.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에게 일정한 지지 세력이 있지만, 뚜렷한 지역 기반은 없다. 국회의원 선거는 특정 선거구에서 1등을 해야 선출된다. 소선거구제라서 그렇다. 비례대표 의원도 소수정당에 돌아갈 몫이 없다. 현행대로 준연동형에 위성정당이 등장하면 거대 정당이 독식한다. 그 이전의 병립형으로 돌아가도 큰 차이가 없다.이낙연 전 총리도 호남 기반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과 갈라선 새천년민주당이 호남 기반이었다. 그러나 호남에서도 참패했다. 전남에서 5석, 비례대표 4석을 얻는 데그쳤다. 호남 유권자들은 전략적 투표에 익숙하다. 그나마 기대할 건 총선이 호남 안에서 민주당과의 경쟁이라는 점이다. 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어떻게 발전하느냐다. 총선은 몰라도 차기 대선은 시간이 많다.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들도 나중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선거법이다. 선거법이 제3당의 설 자리를 결정한다. 선거법도 확정하지 않고, 예비후보를 등록하고, 공천기구도 출범했다. 앞뒤가 바뀌었다. 이런 중요한 규칙을 정리하지 않고 뭉개는 건 거대 정당의 횡포다.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지역 유효투표의 53.5%를 얻었는데 의석은 83.7%(41석)를 가져갔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41.9%를 얻었지만, 의석은 16.3%(8석)만 가져갔다. 경기도에서도 53.9%를 얻은 민주당이 51석(86.4%), 41.1%를 얻은 미래통합당이 7석(13.7%)을 가져갔다. 유권자의 뜻과 달리 더 이득을 보는 당과 손해를 보는 당이 생긴다. 소선거구제의 취약점이다.연동형은 이런 점을 보완하고, 각 정당이 얻은 표에 비례해 국회도 구성하려는 제도다. 소선거구제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나머지 후보들에게 던진 표는 모두 사표(死票)다. 당선을 뒤집을 순 없지만, 비례대표 후보까지 몰아주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까지 다 먹어 치웠다. 재벌급 부자가 위장 이혼해서,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주장하며 극빈자에게 돌아갈 구호 물품까지 싹쓸이 해 간 꼴이다.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반드시 금지하겠다. 피해를 본 정당들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위성정당 방지조항을 넣은 연동형을 공약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 이 대표는 “이상적인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개정은 손 놓고 있다.지역구와 관계없이 정당투표만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병립형’도 아니고, 지난 총선처럼 역비례를 가져올 위성정당을 강행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거대 양당의 ‘탐욕’이다. 정치를 어떻게 탐욕으로 하나. 정치인에게 ‘공정’은 입에 발린 말이긴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탐욕을 드러내도 되는 건가. 우리 정치가 어디까지 추락하려는 건지 걱정이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1-14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합종연횡은 중국 전국시대 최강국인 진(秦)나라와 인근한 여섯나라 사이에서 펼쳐진 외교술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서는 선거철만 되면 국회의원들이 이익과 노선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모습을 보고 언론이 합종연횡이라 표현했다.우리나라 합종연횡의 대표적 사례이자 성공한 경우는 DJP 연합이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 당시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이 공동 여당을 목표로 결성해 연합정부 설립에 성공한 케이스다.대선 당시 김대중은 대통령, 김종필은 책임총리를 맡고 임기 2년차에 의원내각제로 개헌해 임기 후반은 김종필이 정부 수반으로써 국정을 책임질 것을 공약했지만 현실화 되진 못했다.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성공 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 역사로 보면 보수당과 민주당계가 국회를 양분해 사실상 제3지대의 정당으로 내세울 만한 당은 별로 없다. 의석 수나 지속성 등을 볼 때 안철수나 김종필 정도가 유의미한 정당을 유지했다고 할 정도다.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서둘고 있다. 또 민주당 탈당파 의원,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도 창당 움직임에 가세해 현재 5개 정도 신당이 준비 중이다.이들은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 중도지지층을 껴안고 기득권 정치 타파를 외치며 뜻을 같이하는 모습이다. 합종연횡이 성공할지 주목거리다. 합종연횡의 성공은 유권자인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국민의 눈에 권력에서 밀려 이합집산하는 수준으로 비치면 안 된다. 정치를 바꾸려는 진정성이 인정받아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4

시인과 최면술

김규종 경북대 교수 20대 청춘일 때 시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그리되지 못했다. 세월이 더 흐른 다음에는 혁명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그 또한 헛된 망상이 되고 말았다. 시인과 혁명가! 얼마나 가슴 설레는 어휘인가?! 그래서 이육사 시인을 무척 좋아하는 것이다. 시인이되 혁명가였던 이원록(1904∼1944)을 어찌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언젠가 안동에 있는 이육사 문학관을 찾은 일이 있었다. 대구 동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이육사 시인의 생애와 문학을 조명하는 것이었다. 어쩌다 그 일을 맡게 되었기로 대구에서 안동을 오가는 전세버스와 이육사 문학관 앞마당에서 시민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기억에 있음은 흐뭇한 추억이었던 모양이다.각설하고, 시인을 동경하던 나는 문학을 업으로 하는 일에 평생 종사했지만, 여전히 시인을 향한 꿈은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래선지 시인을 만나면 언제든 유쾌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가깝게 지내는 국문과 교수이자 시인인 친구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시인으로 평생을 산다는 일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일까, 생각한다.그런 시인이 가까이 있으니 나 또한 복 많은 삶을 부여받은 것이다. 어느 날 그가 최면술 이야기를 하길래 귀 기울여 듣는다. 호기심이 아주 많은 그가 서울에 가서 최면술 대가(大家)에게 적잖은 비용을 들여서 최면술을 배웠다는 게다. 그리하여 시인의 아내에게 시험 삼아 해보았더니, 여러 가지 전생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더라는 흥미진진한 얘기를 내놓는다.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그에게 최면을 부탁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무려 30분이 넘도록 시도했으나, 최면은 끝까지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 분별심이 강하거나, 자아가 고집스러운 사람에게는 최면이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 말을 듣고 보니 상당히 설득력 있다. 나는 분별심이 승하고,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돋는 것처럼 고집이 세기 때문이다.전생도 궁금하거니와 최면에 걸린 자아가 속속들이 털어놓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못내 궁금했으나, 도무지 먹혀들지 않는 최면 때문에 아쉬움만 커진다. 물론 나는 십수 년 전에 인터넷으로 전생을 확인한 적이 있기로, 전생이란 것이 낯설지 않으나, 최면으로 풀릴 오래전 지난날의 봉인이 무척이나 궁금한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시인과 혁명가의 공통점은 역사에 투철하고 지적인 호기심과 일상적인 실천에 앞장서는 것이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끝까지 파헤치고, 올바른 대의를 위한 이론과 실천에 앞장서며, 그것을 위한 토대인 지적 호기심을 생의 끝자락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점에서 최면술을 배우러 서울까지 왕복하면서 배워온 시인의 투지가 놀랍고 가상한 것이다.그 같은 왕성한 호기심 실행은 아닐지언정, 호기심 충족마저 온전히 하지 못하는 알량한 분별심과 자의식을 돌아보노라면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엄청나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 내려놓고 대붕처럼 자유롭게 날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백일몽을 꾸는 아침이다.

2024-01-14

중간이 중용이 되려면

유영희 작가 진보 성향의 어느 작가가 보수 성향의 언론에 칼럼을 기고했다가 진보 언론에서 오던 칼럼 요청이 끊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종탁의 ‘칼럼의 이해’라는 책에도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여기에 나온 사례는 위와 반대로, 진보 성향의 언론이 보수 논객의 칼럼을 실었다가 찬반 논란이 심하여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고 한다.신문에는 오피니언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사설과 칼럼 두 가지가 있다. 사설은 신문을 발간하는 언론사의 의견을 담고 있어서 그 언론사의 성향과 일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굳이 글쓴이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칼럼은 개인의 의견이나 주장 또는 감상을 담고 있는 자유로운 성격의 글이라 이름은 물론 사진까지 들어가며, 언론사의 입장과 다를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신문에는 진보 성향의 언론에 보수 논객의 칼럼도 종종 실린다고 한다.그러나 앞에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 사설과 칼럼의 논조가 다르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보수 언론은 보수 칼럼만 싣고, 진보 언론은 진보 칼럼만 싣는다. 독자 역시 이렇게 한쪽만 보면 자기 생각만 옳다고 하기 십상이다. 나와 다른 주장을 만나면, 주장을 이끌어내는 논리적 추론을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너는 어느 편이냐?’부터 따진다. 나 역시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칼럼을 쓰다 보니 장관을 임명하거나 중요한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을 다 찾아보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그런데 이렇게 양쪽 중 한쪽에 속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현종의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섬’이라는 짧은 시는 양극단을 극복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녹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 사이가 있었다. 그 / 사이에 있고 싶었다. //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박덕규의 시 ‘사이’ 전문)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이준석은 탈당 선언문에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하느냐고 비판하며 신당 창당의 의지를 다지고 있고, 이낙연 역시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양당이 극한 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야 한다며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도전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시중’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간이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절함’을 의미한다. 이들이 양극단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서 자기 이해에 연연하며 혐오 발언을 일삼거나 또 다른 편 가르기를 한다면,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만 가중될 것이다.우리 사회에서 중간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일상에서부터 내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지 말고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데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막중하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조롱을 듣지 않도록 언론이 극단적 보도를 지양하고 다른 의견을 허용하면 ‘사이’는 더 빨리 좁혀질 것이다.

2024-01-14

감사한 마음이 소통을 만든다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새해가 되니 저마다의 소망과 희망들이 푸른 용의 기운을 받아 넘실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새해 첫 해돋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합장한 두 손에 단단하게 쥐어진 굳은 결심, 실시간으로 답지하는 지인들의 안부 메시지에도 기쁨과 희망,건강을 염원하는 기원들로 넘쳐난다. 새해를 맞이하는 이맘때는 아무리 엄청난 과거의 일들도 용서가 되고 MZ 세대를 넘어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와도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기업마다 세대 간 소통이다, 부문 간 협력이다 하여 사외강사를 위촉하여 강의도 개설하고 주관부서는 소통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공모하여 기획하고 실행하는데도 늘 결과는 신통치 않았는데, 새해만 되면 가만히 있어도 소통 지수가 높아지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관찰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른이 되는데 그 답이 있다.어린애와 어른은 나이가 아닌, 나눠주는 자(Giver) 인가, 받는 자(Taker)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루 종일 달라고만 하던 갓난아기가 새해만 되면 나눠주는 감사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주고 지난해의 잘못쯤은 그게 무엇이든 잊자고 하고, 희망과 긍정을 한아름 나눠주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받는 것에만 익숙해 있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20층에 있는 사람이 2층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려면 2층으로 내려가야 한다.이처럼 소통은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기억에 달려있고 감사한 기억은 거의 원석에 가까워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가공에 따라 무궁무진한 쓰임새를 가지며, 그것은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되었을 때 상대의 마음을 여닫는 도구가 된다. 여간해선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견고한 마음이 감사한 마음으로 손이 잘 닿는 곳에 저장되어 필요할 때 응원하게 된다. 그 응원 도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도구가 되고 조직의 비타민이 되어 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기업은 소통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으나 감사한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은 형식적인 프로그램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니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무턱대고 하는 칭찬이나 공기 좋은 연수원에서 잘해 보자는 조직 활성화 프로그램도 상대를 나에게로 이끌려는 본심이 쉽게 읽히는 뻔한 것이라면 활용에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거나 기술적인 스킬만 등장한다면 부작용으로 회복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위기가 왔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평온하고 정상성이 유지되는 조직은 위기 극복 능력이 있다. 평소에 소통을 통해 조직 상호 간에 업무를 원활하게 조정하고 협력하여 의사결정을 하기에 시스템적 대응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위기는 기회’라느니, ‘정신일도하사불성’, ‘하면 된다’ 이런 구호 써 붙어 있고 머리띠 두르고 열심히 일하는 조직은 시스템적 대응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시스템이 없는 조직은 망하기 전이 가장 바쁜 법이다.

2024-01-14

시 승격 6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도약

권기창 안동시장 안동의 오랜 바람이었던 중앙선 복선화와 더불어 통합신공항이 건설되는 등 안동이 한반도 교통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이에 올해 문화도시 조성 등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안동의 매력으로 천만 관광객 시대를 이끌고, 백신 인프라 구축과 인력양성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중심의 바이오 도시로 도약하겠다.안동시가 시 승격 60주년을 뒤로 하고, 올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중앙선 복선화, 통합신공항 건설, 문화도시 선정,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 준공 등 도약을 위한 전환점을 맞이한 안동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2020년 중앙선 안동에서 청량리 구간 복선화화에 이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종착역이 서울역까지 연장됨에 따라 서울과의 접근성이 개선돼 안동을 찾는 수도권 관광객의 방문이 증가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또한 중앙선 복선전철 공사 중 안동∼의성 구간 궤도설치사업을 통해 한반도 동남권(경주, 울산, 부산)에 대한 접근성이 대폭 높아질 예정이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건설되면 공항과 연결되는 주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아울러 문경∼안동 간 중부내륙 철도망 구축사업이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되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업이 실현되면 수서발 철도 연결로 서울 강남 및 경기도 남부권을 연결하는 철도노선을 확보하여, 경제·관광·산업 분야의 혁신적인 성장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지난해 관광객과 시민들이 사계절 내내 축제를 즐기도록 하기 위해 국제탈춤페스티벌과 함께 열리던 민속축제를 분리, 차전놀이와 놋다리밟기를 주제로 한 ‘차천장군 노국공주 축제’를 봄축제로 특화한다. 여기에 여름의 ‘수페스타’, 가을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겨울의 ‘암산 얼음축제’까지 사계절 축제를 기획해 가까이는 경북에서, 멀리는 수도권과 해외에서 안동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나며 관광거점도시로서의 안동의 이미지를 제고했다.지난해 12월 29일, 안동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대상지로 경북에서 유일하게 승인됐다. 이번 선정으로 안동시는 3년간(2025~2027) 국비 100억 원, 지방비 100억 원 등 최대 200억 원을 지원받아 ‘전 세계를 사로잡는 K-전통 문화도시 안동’을 비전으로 올해 조성계획 수정 및 보완을 위한 예비사업을 추진하고, 연말 문체부 심사를 거쳐 최종 지정받은 후 2025년에서 2027년까지 3년간 본사업을 추진한다.10년 전부터 총력을 기울여 온 백신산업클러스터 조성은 현재 RD 및 컨설팅을 지원하는 (재)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과 국제백신연구소 안동분원, 비임상을 단계를 지원하는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 임상 단계를 지원하는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위탁생산 대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를 보유해 백신개발에서 생산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추진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최근, 질병청 산하의 (재)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와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유치로 백신산업클러스터 역량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2022년부터 경북도, 경북대학교, 안동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와 글로벌 바이오캠퍼스 공동추진 협약을 맺고 바이오 인재양성에 힘써온 안동시는 현재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를 활용해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백신산업 인력양성 토대 마련을 위한 백신전문인력 육성지원센터를 구축 중이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로부터 글로벌 바이오캠퍼스(네트워크 캠퍼스)로 선정돼 글로벌 백신산업 인력양성 허브로의 위상을 대외에 떨쳤다.여기에 도시 숲, 소공원, 가로수를 비롯해 낙동강변과 중앙선 폐선부지 등을 활용한 도시의 정원화 사업을 착수하고, 총력 추진해온 안기천 생태하천 복원 등 수질개선 및 친수공간 조성을 위한 물순환도시 사업은 올해 마무리한다.민선 8기에는 더욱 낮은 자세로 소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시민의 힘과 공직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이라는 난관을 극복해 안동의 새로운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해로 만들어 놓겠다.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시민들의 삶에는 기분 좋은 변화를, 마음속에는 미래에 대한 설렘과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백절불굴 중력이산(百折不屈 衆力移山-백번 꺾여도 굴하지 않고, 힘을 모으면 태산도 능히 옮길 수 있다)을 실천해 나가겠다.

2024-01-14

명당

양쪽으로 소나무가 도열한 돌계단을 오른다. 하나하나 밟을수록 맑은 기운이 폐부 깊숙이 들어온다. 알처럼 둥근 봉우리 위에 오르니 돌로 만든 항아리들이 봉긋봉긋 솟아있다. 세종대왕 왕자들의 탯줄을 담은 열아홉 개의 항아리다. 자손 탄생의 기운과 왕조를 이어가려는 기원이 서려있는 태실이다.예로부터 태는 태아의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라 여겨 소중하게 여겼다. 자른 탯줄도 생명의 일부라 생각하고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특히나 왕족의 태는 국가의 운명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 전국의 명당에 안치했다. 천지인이 모인 곳에 태를 봉안해 하늘과 땅의 기운의 영향을 받기를 바랐다. 모난 기단석은 땅을, 연꽃을 새긴 둥근 뚜껑 모양의 돌은 하늘을, 그 사이에 있는 중동석은 인간을 상징한다.이곳 세종대왕자태실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명당이다. 태실을 한 바퀴 돌며 주변의 산수(山水)를 살펴본다. 선석산이 병풍처럼 뒤를 둘러싸면서 산줄기가 좌우로 뻗어 알처럼 생긴 태봉을 보호하고 있다. 어미새가 온몸으로 알을 품는 지형이며 사람으로 보면 여자의 자궁과 생김새가 닮았다.“들어냅시다.” 의사는 기어이 없애자고 했다. 한 번의 유산 후 좋지 않았던 자궁은 하혈을 끝도 없이 했다. 찾아간 병원에서 자궁 속에 커다란 혹이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살기 위해 자식을 품었던 곳을 내어 놓기로 했다. 수술대 위에 올랐다. 3시간이 지나 수술실에서 나온 나는 사막에 버려진 꽃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뱃속에 가득 고인 나의 혈액은 심장 박동을 올렸고 혈압을 내렸다. 기어이 혈압이 잡히지 않았고 큰 병원으로 이송되어 소생실로, 또다시 수술실로 옮겨졌다.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다던 의사의 예고에 멀리 있던 가족이 모였다. 생명이 꺼질 뻔했던 나는 타인의 피를 받고서야 깨어났다.여자의 몸은 생명의 시작이다. 아이들의 출발점이었던 우주가 나에게서 빠져 나갔다. 휑한 빈자리만큼 내 마음에도 구멍이 났다.더는 생명을 품을 수 없다는 상실감은 정체성까지 뒤흔들었다. 태초에 엄마의 자궁 속에서 이미 여자임을 품고 나왔지만 더 이상 알을 품을 수 없다는 처지에 이르자 허전함이 밀려들었다. 생명은 신비하다. 다른 태를 걸고 나온 두 개의 생명체가 몇 겁의 인연으로 만난다. 둘은 하나가 된다. 하나의 생명이 태를 안고 또 다른 세상을 영접한다. 생명은 알과 태와 알을 통하여 순환하며 대를 이어간다. 포유류에게 탯줄은 생명과 생명을 잇는 끈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탯줄과 탯줄로 이어지고 현재에서 멸종까지 암컷의 몸을 통하여 생명이 이어진다. 탯줄은 존재와 존재 사이의 건널 수 없는 단절된 거리를 이어준다. 알 속의 생명은 어미의 탯줄을 통해 모든 것을 공급받고 완전체가 되어 알을 깨고 나온다.생명은 세상을 활기차게 한다. 바삐 움직여 꿀을 만든 벌 덕분에 꽃은 씨와 열매를 잘 맺는다. 민들레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잘 뽐내도록 봄이 바삐 온다. 잘 품은 알이 세상에 잘 깨고 나오도록 여인의 몸은 태를 통해 알을 품는다. 모든 씨앗이 알의 형상으로 묻히고 해가 바뀌면 땅은 알을 품어 새로운 생명으로 움트게 한다. 김경아 작가 알은 생명과 생명을 잇는 연속성의 집합체다. 그 연결고리가 되는 탯줄을 알처럼 생긴 봉우리에 보관한 것 또한 영속성을 바라는 마음에 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도 이러한 연결의 연장선에 있다. 나는 여자로서 생명의 지속에 공헌했고 그 연속성 가운데 오늘의 내가 있다.씨앗을 받아 생명을 잉태해 열 달을 품었다. 아이를 낳고 마음으로 품고 길러 더 넒은 세상으로 내보냈다. 나간 자식은 가끔 돌아와 편안하게 쉬었다 간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다 명당에서 태어나고 내 몸은 명당의 역할을 한 셈이다.자궁이 빠져 나간 자리에 이제는 무엇을 품을까. 모성을 되살려 이제는 사람을 마음으로 품기로 한다. 거대한 우주의 모체는 여자이며 여자가 알을 품는 곳은 모두 명당이 아닌가. 돌아오는 길, 생명 탄생의 원리가 숨어있는 봉우리를 한 번 더 바라본다.

2024-01-14

거북목, 방치하면 큰병 된다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거북목 증후군이란 거북이처럼 목을 앞으로 뺀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으로 인해 목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거북목 증후군이라고 부르지만, 외국에서는 일자목 증후군(Forward head posture), 라운드 숄더 자세(Rounded shoulder posture), 텍스트 넥 증후군(Text neck syndrome) 등으로 다양하게 지칭한다.거북목 증후군은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없을수록 잘 생기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많이 하는 요즘에는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거북목 자세는 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거북목 증후군이라고 부른다.이러한 자세로 발생하는 장애는 생각보다 크고, 생활 습관을 바꾸거나 적절한 유연성 및 근력운동으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교정이 어렵다.고개가 1cm 앞으로 빠질 때마다 목뼈에는 2~3kg의 하중이 더 걸린다. 거북목이 있는 사람들은 최고 15kg까지 목에 하중이 있을 수 있다.이러한 이유로 뒷목과 어깨가 결리고 아플 수 있다. 근육이 과하게 긴장하는 상태가 오래가면 흔히 담이라고 얘기하는 근막통증증후군이 생겨 올바른 자세를 하고 있을 때도 통증은 지속된다.뒤통수 아래 신경이 머리뼈와 목뼈 사이에 눌려서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통증은 수면을 방해해서 금방 피로해지는 등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준다.거북목 자세를 오래 하면 단순히 통증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호흡에도 지장을 준다. 목뿔뼈에 붙은 근육들은 갈비뼈를 올려서 호흡하는 것을 도와주는데, 거북목 자세는 이 근육들이 수축하는 것을 방해하여 폐활량을 최고 3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거북목 자체 때문은 아니지만 여러 문제들이 발생해서 거북목이 있는 사람들이 골절의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1.7배가 높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 관찰을 했을 때 사망률이 1.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거북목 혹은 일자목 증후군은 25~42세 인구 중 70%에 이를 정도로 흔하다. 거북목 증후군은 고개를 숙인 자세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등을 자주 하거나 장시간 사용하는 것이 주요 발생 원인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는 대개 고개가 37도에서 47도 정도로 숙여지는데, 평상시의 3~4배 정도의 하중이 목을 지지하는 근육, 인대, 관절에 걸린다.이로 인해 목 뒤쪽 근육 및 앞쪽 가슴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해 근육 피로, 연축, 통증이 발생한다. 또 목 뒤쪽 인대가 약해지고 불안정해지면서 목 디스크가 생기기도 한다.올바른 자세를 취하도록 하는데 단순히 고개를 들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거북목 자세는 앞으로 처진 어깨와 둥글게 만 등이 함께 나타날 때가 많다. 이럴 때 고개를 들면 오히려 아래쪽 목뼈가 서로 부딪혀서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목에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 어깨를 펴고 고개를 꼿꼿이 하는 올바른 자세를 제대로 취할 수 있도록 생활화하는 게 좋다.거북목 증후군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운동 치료에 대한 여러 문헌이 보고되었으나, 아직 표준화된 운동 치료법은 없다. 근육 강화와 스트레칭을 이용한 기본 운동과 안정성 운동을 병행하면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근육 강화는 주로 목 앞쪽의 속 근육과 등 뒤쪽, 날개뼈 사이의 근육을 대상으로 한다. 턱을 당기거나 날개뼈를 모으는 동작을 약 20~30초간 유지하는 게 좋다.스트레칭은 주로 목 뒤쪽 근육과 앞쪽 가슴 근육을 위주로 한다. 스마트폰 사용 중 30~40분마다 약 10회 정도 목을 가볍게 돌리고, 약 10~30초 정도 목 전후면의 근육을 늘려준다. 목 주변 근육 스트레칭은 근육이 가볍게 늘어난다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 목 주변 근육을 팔다리 근육 스트레칭을 할 때처럼 뻐근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과도하게 늘리게 되면 오히려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안정성 운동은 주로 탄력밴드를 이용한 래터럴레이즈 운동이 대표적이다. 래터럴레이즈 운동을 할 때는 빠르지 않은 속도로 3~5세트, 1세트당 10~20회 정도 하는 것이 좋으며, 세트 간 약 1~2분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 래터럴레이즈 운동은 주 2~3회 정도 하는 것이 좋다. 운동 시 어깨높이 이상으로 탄력밴드 손잡이를 올리는 경우 어깨 부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평소에 거복목 자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가능한 한 줄이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게 필요하다. 한 자세로 오래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거치대 등으로 눈높이에 맞도록 하여 목이 구부러지지 않게 해야 한다. 장시간 문자를 보내거나 타이핑을 하는 것은 피하고, 무거운 장비를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있지 않도록 한다.갑자기 생기는 급성기에는 사나흘 정도 얼음찜질을 시행하고 이후 온찜질을 해볼 수 있다. 목 주변 근육을 가볍게 마사지하는 것도 좋다. 일부 연구에서 도수 치료나 침 치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된다.

2024-01-14

포스텍의 국제화와 창의성 배양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왜 해법을 찾나? 우리가 만들면 되지”40여 년 전 미국 유학 시 미국학생으로부터 들은 이 한마디가 평생 가슴을 울리고 있다.한국에서 온 “잘 훈련된 학생”들은 문제가 나오면 해법 찾기에 바쁜데, 해법을 찾지 못해 쩔쩔매는 한국형 수재들에게 미국형 수재인 이 학생이 던진 이 한마디가 뼈아프게 가슴을 평생 울리고 있다.미국 학생이 던진 이 한마디가 노벨과학상 수상자 한국대 미국 0대 300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 아닐까?포스텍이 작년에 이어 세계 최대의 가전·IT박람회인 ‘CES 2024’에 3학년 재학생 전원을 보냈다고 한다. 앞으로 이를 정례화하기로 결정했고 학교가 비용을 부담하여 한 학년의 재학생 전원을 CES에 보내는 것은 포스텍이 국내 대학 중 유일하다고 한다. 포스텍은 올해부터 창의력 배양을 위하여 학생들의 해외 파견을 확대한다고 한다. 학생이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와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주간(Nobel Week)’ 중 하나를 선택하면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학교가 지원하는 형식이다.이러한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을 보낸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미국 유학 중 학문 자체를 배운 것도 있지만 학문을 하는 자세를 배운 것이 더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직접 가서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안된다. 위에 언급한 미국학생의 발언은 직접 듣기까지는 실감하지 못했다.왜 한국은 노벨상을 받지 못할까? 물론 한국의 근대 과학 연구 역사는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보다 짧다.그러나 그것이 이유의 전부일까? 필자는 출중한 창의력으로 미국의 명문대학 교수가 된 한국인들을 분석해 봤다. 과연 한국인의 창의력이 왜 한국의 입시와 교육제도와 관계가 있는가 생각해 보고 싶다.미국의 명문대학에 있는 한국인 교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과연 한국에서 수능에서 전국 수석을 하고 소위 한국의 일류대학의 수석합격자가 유학 후 미국 명문대의 교수가 되는 것일까? 스탠퍼드의 한 한국교수는 한국에서 암기위주의 입시에서 최상위권 학생이라기보다는 매우 “창의적”인 학생이었다. 이는 미국유학에서 빛을 발했고, 로체스터대학에서 창의적인 탁월한 논문을 쓰게 되었고 인정을 받았다. 그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스탠퍼드의 종신직 교수가 되었다.최고의 공과대학 MIT 대학의 한 한국교수도 역시 한국에서 최상위 대학을 다니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창의력은 스탠퍼드 박사과정 학생 시 만든 스티키봇이 타임즈 최대 발명품으로 꼽힐 정도였고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결국 MIT같은 초일류대학의 교수가 되었다.한국에서 아마 이 두 분이 대학 입시에서 탁월했다면 이러한 창의적인 활동과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창의력은 90% 정도는 훈련과 환경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국에서 창의적인 환경에서의 교육이 이뤄졌다면 국내에서도 여러 명이 노벨상을 탈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미국 수재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경쟁하기가 힘들어. 우리 교육방식의 문제야.”50년 전 전국 대입예비고사 수석을 한 교수가 필자에게 전해준 이 한마디는 한국교육의 현재를 투명하고 있다.그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그가 던진 독백과 같은 이 한마디가 내내 뇌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수십조의 연구비를 나누어 주고 있지만 한국이 노벨상을 타는 날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한국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이 질문에 그교수의 독백은 하나의 정답을 보여 주고 있다. “불가능에 가깝다.”노벨상을 수상하는 졸업생의 동상을 앉히겠다고 포스텍에는 빈 좌대가 있다. 포스텍을 설립한 지 올해 38년이다. 이제 반세기를 향하여 가고 있다. 원래 계획은 설립 30년쯤 좌대가 채워지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좌대는 비어 있다. 과연 초·중·고등학교에서 창의적으로 길러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대학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면 노벨상을 받게 할 수 있을까? 대학의 창의력 교육이나 연구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포스텍의 이번 계획은 훌륭하다. 이러한 정책에 큰 환영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한걸음 더나아가 포스텍은 좀더 창의적 차원에서 국제화 되어야 한다. 홍콩과기대나 난양공대처럼 외국인 교수들을 좀더 과감하게 채용하여 환경자체를 국제화 시켜야 한다. 연봉이 경쟁력이 있다면 창의력이 높은 외국인 교수들을 초빙할 수 있을 것이다.2010년 이중언어 캠퍼스(Bi-lingual Campus)를 선언한 포스텍이 과연 국제화에 충실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는 야심차게 출발 했지만 과연 지금 당시의 정신이 구현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최근 한 중앙언론이 포스텍의 국제화를 혹독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잘못된 데이터도 있었으나, 상당한 부분은 일리가 있는 비판이었다. 포스텍 국제화는 좀더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번 CES와 노벨주간 학생 파견 정책의 포스텍의 실험이 성공하고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포스텍의 국제수준의 국제화의 첫걸음이 되길 빌어본다.

2024-01-14

상주 곶감축제

우정구 논설위원 감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밖에 자라지 않는 동양목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초기 진상품에 감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부터 감나무 재배를 해 왔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예로부터 감나무에 얽힌 설화가 많으나 그 중 감나무 5덕(德)을 소개하면 이렇다.넓은 감잎을 잘 말리면 종이 대신 글을 쓸 수 있어 문(文)의 덕이라 했고, 부드럽지만 탄력있는 목재는 화살과 같은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돼 무(武)라 했다.또 달고 부드러워 이가 없는 노인들도 먹을 수 있어 효(孝)의 덕목을 가지고 있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모두 붉어 충(忠)이며 바람과 눈,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절(節)이라 했다.곶감과 쌀, 누에고치 등 삼백의 고장으로 소문난 상주는 우리나라 곶감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상주곶감 농업은 2019년 국가 중요농업유산(제15호)으로 지정됐다. 곶감공원과 곶감박물관 등 곶감을 테마로 하는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다.특히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하늘 아래 첫 감나무는 우리나라 최고령 감나무로 확인돼 상주가 곶감의 본고장임을 잘 알리고 있다. 이 감나무는 2009년 국립산림과학원의 감정을 통해 530년 된 감나무로 인정을 받았다.지난해는 고욤나무 접목 등 선조들의 영농기술을 입증하는 학술적 가치가 인정돼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을 받기도 했다. 아직도 한해 3천∼5천개의 감을 생산할 정도로 생육상태가 좋다고 한다.곶감의 본고장인 상주시가 12일부터 14일까지 북천시민공원 일원에서 상주곶감축제를 연다. 상주 곶감의 진미를 느끼려면 축제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1

이재명이 소환한 ‘서울 가 살자’

홍석봉 대구지사장 지역균형발전이 화두가 된 지 20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역대 정부가 줄기차게 외치고 국정 지표로 삼아 추진한 일이다. 말만 앞섰고 행동은 따라주지 못했다. 의지도 약했다. 현 정부 들어 동서화합과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추진하던 ‘달빛고속철도’도 무산위기다.‘선거용 포퓰리즘’ 주장과 ‘예타제도 무력화’ 논리에 떠밀려 좌초되는 형국이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이 뜬금없이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소환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방문 도중 피습됐다. 이 대표는 피습 직후 입원했던 소방 헬기를 이용,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갔다. 지방의료계가 부글부글 끓었다. 의사 단체들이 속속 비판 성명을 냈다. 헬기 이송은 의료 전달 체계를 뛰어넘는 선민의식과 내로남불 행태라고 주장한다.이 대표의 서울행은 본의 아니게 국민에게 ‘지방 의사는 실력이 없다. 환자는 무조건 서울 빅5 병원에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결과를 낳았다.거기다 “잘하는 곳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이 불나는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순간 부산은 ‘뒤떨어진 지역’‘이류 병원’이 됐다. 부산대병원은 최고의 응급의료 체계를 갖추고도 홀대당하고 말았다.응급 현장에서는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의료진의 결정 권한이 존중돼야 한다. 그런데도 응급 의료 체계의 상식과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가족의 뜻이라고 했지만, 의사 소견을 따라야 했다.이 대표는 피습 직전 가덕도 현장에서 “지방 소멸 문제는 각별하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될 부분”이라며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던 중이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지방에도 뛰어난 진료와 연구역량을 갖춘 국립대병원이 있다”고 평가하는 등 공공의료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그랬던 이 대표가 자의든 타의든 서울로 갔다. 서울 응급이송 치료는 지방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 의식 속에 도사린 서울공화국의 표출이었다.지역균형발전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지방의 몸부림이자 국정 주요 과제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핵심 가치의 하나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역 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런 민주당이 이번 사태로 자가당착에 빠졌다.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지방 외면에 비난이 쏟아졌다.한 트로트 가수의 ‘그 이불솜 베게 다 버리고 우리 이제 서울 가서 살자….’라는 노래처럼 우리는 은연중에 모든 것을 팽개치고라도 서울 가서 살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산 정약용도 자식들에게 ‘서울에서 벗어나지 마라’고 당부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조선은 (중국보다) 문명이 뒤떨어져서 한양에서 몇십 리만 멀어져도 원시사회”라며 “어떻게든 한양 근처에 살면서 문화의 안목을 잃지 마라”고 했다.200년 전 다산이 그랬던 것처럼 ‘인(IN) 서울’이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문제는 ‘인 서울’ 때문에 지방은 다 죽어간다는 것이다.

2024-01-11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언론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 언론(言論)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치는 물론 경제와 문화도 언론에 의해 향방이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언론이란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법에는 ‘방송,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및 인터넷신문’을 언론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거기에다 유튜브 같은 개인 언론 매체를 더하는 것이 현실에 맞을 것이다.언론은 고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 원로원의 각종 의사록을 원로위원들과 시민들을 위해 매일 취합해서 발표하던 일간 관보(官報)가 효시였다. 처음에는 원로원과 민회의 의사록을 공개토록 했고, 후에는 황제의 칙령, 정치토론, 재판 결과, 주요 인사의 부고, 명절과 축일 등을 수록하는 등 현대의 신문과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사회가 거대하고 복잡해지면서 직접적인 경험만으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두루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각종 대중매체를 통하여 세상과 소통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움직이는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언론을 장악하기도 한다.모바일 인터넷의 상용화는 언론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유튜브(YouTube) 개인 방송은 언론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수많은 개인매체가 쏟아내는 온갖 정보들에 누구나 실시간으로 접속할 수 있고,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눌러 언론의 확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보의 일방적 전달을 주로 했던 과거의 언론과는 전혀 다른 양상인 것이다.갑작스런 변화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모바일 인터넷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속도 경쟁을 하다보면 사실 확인 등의 검증에 소홀해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고, 조회 수를 늘이기 위해 거짓이나 선정적인 썸네일(thumbnail) 등으로 시청자를 교란하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의도로 편파적이거나 왜곡·조작된 정보를 남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민심을 교란하여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중매체를 접할 때에는 반드시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이유다.국민 각자의 참여와 노력이 여론을 형성하고 그것이 정치,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에 반영되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시대가 되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그만큼 더 커졌다는 얘기다.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나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방관하거나 불평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각종 언론에 적극 참여하여 올바른 여론형성에 일조하는 것이 모바일 인터넷 시대 시민의 새로운 책임이자 의무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의 옥석을 구별할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할 터인데, 그것 역시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서 얼마든지 공부할 수가 있다. 국민들 스스로 의식수준을 높여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시대적 과제로 삼을 일이다.

2024-01-11

세계적 슈퍼 선거의 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소한(小寒) 무렵의 추워지는 날씨에 시골집에는 납매(臘梅)가 소복이 피었다. 음력 섣달 납월(臘月)에 피는 노란 꽃을 보니 이른 봄이 온 듯하다. 연말 모임에 나가보니 벌써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들의 얼굴도 보인다.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00여 일 남아있는데 너무 이른 움직임은 아닌지….SNS에는 올해를 ‘슈퍼 선거의 해’라는 제목이 떠돌고 영국 가디언 지는 ‘2024년은 민주주의 슈퍼볼의 해, 전례 없는 투표 축제’라며 지구가 선거의 열풍으로 휩싸일 것이라고 하고 있다. 세계 70여 국가가 각종 크고 작은 선거를 치를 예정이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40억 명의 유권자가 자기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정치인 선발에 참여하는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정치권 지형이 바뀌고 정책과 경제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와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나라의 경우,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와 9월의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고, 11월에는 ‘세계 대통령’을 뽑는다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가 있다. 그리고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선, 5월 영국 총리 선거, 6월 유럽의회 대표 선거도 예정되어 있다.곧 있을 대만의 선거는 ‘중화민국은 멸망하지 않았다’며 독립과 정통성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과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며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국민당과의 싸움으로,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해양 패권과 이념전쟁이 더 심각해지고 아시아의 정치·경제적 큰 변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관심이 큰 미국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을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또한 세계 정치의 불확실성과 함께 미래가 염려되기도 한다. 세계 정치의 흐름을 보면 우로 정렬하는 세계 즉, 우파의 강세와 자국 우선주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큰 곳이니만큼 민주주의 의식을 갖고 주권과 안보, 경제와 무역 정책을 지키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선거철이 되면 포퓰리즘과 좌우의 정치편향이 드러나는데 선심성 공약의 남발로 돈을 풀고 경제 부양, 복지 확대 및 사회 인프라 확충 등을 내걸고 있지만 자칫 헛발을 디디면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채가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게 되니 경계해야 한다. 경제는 유권자들에게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한 사회,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라온 젊은 세대들은 인권과 환경 등 인류 보편의 문제에 관심이 높아 보이니 후보자들도 폭넓은 의견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선거철이 되면 금품수수와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범죄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어 경찰도 예의 주시하고 있겠지만 유권자들도 네거티브 공약에 휘둘리지 말고 참되고 능력 있는 후보자를 택하여 이 나라가 세계의 정치 경제 파도 속에서도 굳건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사상 최대 선거의 해, 2024년은 또 여름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고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예고도 있다. 올바른 선거를 통해 모든 나라가 안정된 정치를 이루며 평화로운 국가가 되었으면 한다.

2024-01-11

스마트 세상, 함께 만드는 미래의 시작

스마트시티란 인공지능을 비롯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우리 삶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며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제조사가 알아서 잘 만들어 둔 상품을 사서 이용하는 다른 스마트 제품들과는 달리, 스마트시티는 이용자인 시민들의 이해와 주도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스마트시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스마트 세상을 꿈꾸는 공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몇 해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에 관해 물으면 알파고를 먼저 떠올렸는데, 이제 그 ‘인공지능의 대명사’ 자리를 Chat-GPT가 대신하게 된 듯하다.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두는 ‘I’자형의 인재였다면, Chat-GPT는 더 넓은 영역의 지식을 다루고 말도 제법 잘하는 ‘T’자형의 인재라고 하면 비유가 적절할까?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기술이 보여주는 파괴적 변화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첨단의 상징인 스마트폰과 각종 스마트 가전은 물론, 지능적인 첨단 보조 기능으로 운전자와 탑승자를 보호하며 조만간 자율주행까지 바라보고 있는 자동차와 대중교통,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생태계를 이뤄가는 집과 공공 시설물 등등. 스마트화의 물결은 우리 생활환경 전체를 더 똑똑하게 바꾸며 점점 더 넓은 범위로 확대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스마트화가 도시 전반에 걸쳐 폭넓게 구현되는 경우를 우리는 스마트시티(Smart City)라고 부른다.스마트시티는 다양한 기술과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한 데이터로 도시 운영과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지능화된 도시로 정의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통해 도시 운영이 개선되는 스마트시티가 미래도시의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스마트시티를 실현하는 것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같은 정보통신기술들이지만, 스마트시티의 진정한 의미는 사용자 입장에서의 가치와 편리함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과거 한때 유행했던 U(유비쿼터스)-시티와 스마트시티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에서는 기술이나 기능 그 자체보다는 시민들의 수요에 맞춘 서비스와 편리한 생활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하거나, 버스 노선과 배차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대중교통이 미치지 않는 틈새에 수요응답형 교통이나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환경 오염을 줄이고 자원고갈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과 가로등을 설치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거나 쓰레기를 잘 관리하여 에너지로 변환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보안,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의 요구와 흥미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곽지영 태재대학교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장 그래서 이제 스마트시티는 기술이라기보다는 도시의 혁신적 변화와 미래 전망을 제시하는 일종의 ‘비전’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초기에는 마치 공상 과학 미래 영화를 방불케 한, 다소 억지스러웠던 스마트시티 비전은, 세계 곳곳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활약을 통해 해당 도시 특성에 맞게 하나둘 현실화되었고 성공적인 사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스마트시티 구축의 선두 주자로서, 센서와 앱을 통해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고, 공공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자전거 전용 도로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통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도를 높였다. 싱가포르 역시 스마트시티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도시로, 스마트 네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도시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 주차, 스마트 홈, 스마트 미디어, 스마트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며, 경제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겠다는 혁신적 도시 모델로 스마트시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나아가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도전 과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서도 스마트시티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이번 연재를 준비하는 며칠간, 앞으로 어떤 내용을 써나가면 좋을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Chat-GPT에게 ‘스마트시티에 대한 신문사 칼럼을 연재하려고 하는데, 독자들은 어떤 내용을 기대할지’에 관해 한 번 물어보았다. 그 결과, ‘공감될 만한 스마트시티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고, 스마트시티의 역사와 유래(과거), 현황(현재), 향후의 발전 과제와 전망(미래)을 제시하고, 스마트시티의 특징을 공간, 문화, 환경, 거버넌스, 경제, 사회, 윤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되 알기 쉽게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불과 몇 초 안에 내놓은 통찰치고는 제법 그럴듯한 답이 나왔다. 예전이라면 여러 동료 연구자께 차라도 대접하며 조언을 구하거나, 혼자서 몇 날 며칠 자료를 뒤적거리며 고민했을 터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Chat-GPT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2024-01-10

장밋빛 인생

정미영 수필가 장미 문양 찻잔에 돋을볕이 잠겼는가. 갑진년 새해를 맞아 태양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홍차를 우려내는 중이다. 찻물을 한 모금 머금고 있으니, 인생의 행복이 별건가? 마음이 따뜻해진다.라비앙로즈 커피잔세트를 생일선물로 받았다. 트위그 뉴욕 디자이너 몰리 해치와 테라로사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으로 한국도자기에서 만들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도예가의 고풍스러운 작품을 집에서 혼자 보는 멋이란, 나만 감상하기 위해 아무도 없는 시간에 도자기 전시관을 방문한 듯 설레는 맛이 있었다.라비앙로즈는 장밋빛인생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요즘은 가수 아이즈원의 노래로 유명하지만, 에디트 피아프가 1947년에 부른 샹송 제목으로 먼저 알려져 있다. 2007년에는 올리비에 다한 감독이 그녀의 일생을 담아 영화 ‘라비앙로즈’로 제작했다. 유년시절 거리에서 곡예를 하다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중에는 스타가 되어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계속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그녀였다. 영화에서는 그녀의 성공보다 어두운 아픔이 더 시각적으로 다가와 보는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나는 순간 깨달았다. 장밋빛 인생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대부분 장밋빛인생의 아름다운 면만을 꿈꾼다. 화려한 꽃과 향기를 품고 꽃길만 걷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러나 향기와 가시를 동시에 지닌 장미의 속성처럼 우리네 삶에는 야속하게도, 최승자 시인의 ‘나날’에 나오는 애매와 모호가 일란성 쌍둥이처럼 싸우며 죽어 갔다는 시구처럼 행복과 불행 또한 일란성 쌍둥이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것 같다.나 또한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겪은 적이 있다. 상견례를 하면서 기분 좋으셨던 양가 부모님들께서 곧바로 마주 앉은자리에서 결혼 날짜를 잡을 때까지는 앞으로 장밋빛 인생 중 행복만이 보장된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친정아버지께서 공무수행 중 돌아가셨다. 호사다마! 그렇다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인생의 부정적인 면을 두려워해 집안에만 갇혀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나만의 긍정적인 면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힘차게 길을 나서야 옳은 일임에랴.그런 이유로 나는 어쩌다 한 번씩 카페에서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살 때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비싼 항공권을 구매해 전시회를 찾아가지 않아도, 동네 카페에서 외국으로 여행나간 사람처럼 기분 전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다 몇 년 전에는 서울에서 제임스 진을 만났다. 지금은 사라진 포항시청 옆 엔제리너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제임스 진의 대표작인 ‘아우렐리안즈(Aurelians)’를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머그컵과 물병을 구입했다. 그는 세계적인 그래픽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형식을 취하는 작품) 회사인 미국의 DC코믹스 출신으로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을 오가며 만화와 회화가 결합된 독특한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었다.며칠 뒤, 롯데뮤지엄에서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전시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제임스 진과 엔제리너스 아트 콜라보레이션 기념이었다. 주말에 가족들과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를 둘러보다가 잠시 후에 제임스 진의 사인회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에게 진짜 행운을 잡았다면서, 전시회 기간 중 딱 한 번 있는 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제임스 진의 실물을 영접하다니! 당신의 작품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먼 거리인 포항에서 왔다고 말했더니, 환하게 웃으며 우리 가족의 손에 들려 있던 협업 작품에 개별로 사인을 해주었다. 행복과 불행 사이에 행운이 숨어 있기에 우리네 삶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홍차가 차갑게 식어 다시 찻물을 끓인다. 문득 에디트 피아프가 영화 마지막에 불렀던 ‘아니요,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 rien)’가 떠오른다. 내 인생의 매 순간마다 그녀처럼 기쁨과 슬픔까지도 포용하여, 후회하지 않는 장밋빛 인생을 살았다고 말해야지.

2024-01-10

이기고 돌아오라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아시안컵 축구대회의 막이 오른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단은 역대 최강의 전력이다. 토트넘홋스퍼의 손흥민을 주장으로 파리생제르맹의 이강인,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황희찬, 바이에른뮌헨의 김민재, 츠르베나즈베즈다의 황인범 등이 함께 뛴다. 실력으로만 보면 흠잡을 데 없이 강한 팀이다. 선수들이 모든 경기를 다치지 않고 거뜬히 치러주길 기대한다. 바라기는 물론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면 한다. 아시안컵대회에서 우리는 겨우 두 번 우승했었으며 그것도 64년 전이라 한다. 오랜 숙원을 시원하게 풀어내는 우리 대표팀이 되었으면 한다. 거의 전 국민의 기대가 아닌가 싶다.놀랍게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우승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사람이 둘 있다. 손흥민의 소속 팀 토트넘 홋스퍼의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리고 손흥민의 부친 손흥정 감독. 우선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까닭은 익살스럽다. 호주 출신인 그는 ‘호주가 우승했으면 좋겠다’면서 대한민국이 준우승하라고 했다는 게 아닌가. 호주의 국가대표 감독도 역임했던 그로서는 거의 당연한 주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손흥정 감독의 까닭에는 의미가 있다. 아들이 뛰는 경기에서 우승하지 말라는 그의 속셈은 무엇일까. 우선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에 뒤진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의 축구실력을 모두 모으면 한국이 일본에게 절대적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이번에 우승하면 한국이 자만하게 되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가 어두워진다고 했다. 실력뿐 아니라 경기력 향상을 위한 투자에도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한다. 우승이 선수들의 자만뿐 아니라 축구계의 타성과 게으름을 초래할 것을 경고한 표현으로 보인다.손 감독의 지적은 옳다. 실력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면 사람은 게을러진다. 그의 아들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데도 그는 ‘손흥민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선언하였다. 잘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하듯, 그는 아들이 더 나은 경지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이전 어느 때보다 가장 든든한 실력을 갖추었다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여 우승에 가까이 가 주길 기대한다. 마지막 한 경기까지 승리하여 우승컵을 거머쥐길 바란다. 손흥정 감독의 걱정어린 한 마디처럼 ‘이후에도 자만하지 않으며 조련의 고삐를 느슨하게 하지 않는 대한민국 축구’가 되어주길 소망한다.쓴소리는 약이다. 경기에 임하여 어느 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국내 상황이 여러모로 어지럽고 복잡하지만, 시원한 경기력으로 사이다처럼 이기는 축구를 해주길 바란다. 이번에는 부친의 소망을 어기는 아들이 되어주길 바란다. 60년도 넘게 못 들어본 아시안컵을 들어올리는 건각들을 기대한다. 우승하였지만 자만하지 않는 축구계의 모습을 보여주어 대한민국 축구의 앞날도 환하게 해 밝혀주길 바란다. 오랜만에 축구로 하나가 되는 몇 날이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2024-01-10

IB교육의 성과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공교육에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2018년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당선된 후 취임 첫해부터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 및 공교육 혁신을 위해 IB교육을 추진해왔다. 대구교육청을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교육부와 경기, 제주 등 전국 교육청에서 IB교육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2023년 3월 기준, 세계 160개국 5천600여 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 IB 월드스쿨(IB 본부로부터 인증 받은 학교)은 대구에만 21개교가 있다. 대구가 명실공히 국내 IB교육의 중심이다.IB 프로그램은 기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다.IB 학교에서 시작된 교실수업 혁신 모델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2021년 경북대사대부고가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IB 월드스쿨 닻을 올렸다. 일반계 국·공립 학교에서는 첫 시도였다. 대학입시와도 직결돼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발표된 대입 수시전형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수도권 주요 대학에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지원생까지 나왔다. 자기주도학습의 성과다.IB 교육은 1986년 스위스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관의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직업의 특성상 여러 나라를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 점차 확대돼 많은 나라에서 도입, 전 세계 주요 대학에서 교육과정으로 인정해 주게 됐다. IB교육이 대구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돼 학교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