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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시민행복에 초점 둔 리모델링… `퇴물이 명물로`

포항은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워터프런트 도시이다. 따라서 항만은 포항만이 가진 산업 인프라이다. 하지만 이제 탈공업사회의 확산 대열에 포항이 서서히 편입되면서 상당수 부두는 이제 리모델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와 포항시가 이 재생사업의 목표와 틀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회색 콘크리트의 부두는 주민 삶의 경관을 개선하고 도시에 돈을 불러모으는 관광자원으로 변모해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 수 있다.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의 항만은 부산항 재개발의 모델이면서 포항의 항만 재생에도 많은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상점가 조성 등 부두 재개발로 연간 1천만명 관광객 방문 명소문화시설 겸비한 수변공간 재탄생글싣는 순서① 해양형 창조도시 모델 개발해야② 부산 미래 100년의 새 엔진, 북항 재개발③ `퍼블릭 억세스`의 힘, 미국 서부 항만④ 민간사업자가 꽃 피운 LA 복합단지⑤ 위기극복, 민관(民官)협력이 성공열쇠△쇠퇴의 부두에서 기회의 부두로샌프란시스코의 베이브리지에서 피셔맨스워프까지 도시 북부에는 모두 50여개의 피어(pier)가 자리잡아 매년 구름떼 같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순서대로 아라비아 숫자의 이름을 단 피어들은 한때 서부 제1 항만도시의 명성을 상징했었다. 하지만 인근 캘리포니아 남부 로스앤젤레스의 산페드로항과 롱비치항이 발전하면서 1970년대 들어 을씨년스런 퇴물로 전락해 방치됐다.하지만 1978년 피셔맨스워프에 자리잡은 39번 부두 상부를 재개발해 23개의 레스토랑과 기념품 등을 파는 50여개의 상점을 조성해 관광지로 개발했다. 그 결과 연간 1천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로 탈바꿈해 1989년에는 미국 3대 집객거점으로 성장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영감을 받고 그 캐릭터를 활용한 레스토랑의 메뉴인 크램차우더는 세계적인 먹거리가 돼 집객 유인력을 과시하고 있다.시 당국과 민관 기구들은 항만지구를 혼합용도지구로 편성하고 상업과 오락, 레포츠 등의 복합 수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부두 양측에는 마리나시설을 조성해 레포츠 활동과 수상 경관도 연출하고 있다.베이브리지 인근의 피어들은 도심 관광의 자원으로 활용되면서 조깅과 산책, 사교 등 여가문화시설로서 도시의 정주여건 개선에 기여한 경우이다.역시 노후시설이 그대로 방치돼 있던 피어들은 이제 레스토랑과 각종 수변공간으로 변모, 파리와 런던 등 유럽의 도시들이 강변을 품위 있게 개발한 현장을 방불케 한다. 미국 건축의 실용주의를 상당히 절제하면서 예술성을 강화한 노력이 역력히 확인된다.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리모델링된 이 일대 피어들은 모두 `퍼블릭 억세스`(public access, 공공의 접근권)의 개념을 중심에 두고 기획 및 재개발 조성됐다. 부두 노동자와 선원, 사업가 등 일부 계층이 독점하던 부두를 시민에게 돌려줌으로써 경관을 개선한 덤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것이다.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정부와 `한강 자연성 회복 및 관광자원화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샌프란시스코의 피어와 런던 템즈강 등을 모델로 제시했다. △생활공간이 된 산페드로항로스앤젤레스의 산페드로항은 아예 처음 조성 당시부터 시민의 여가공간을 포함시킨 선진 항만의 사례이다. 주말에는 여가를 즐기려는 주민들로 넓게 조성된 주차장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항만 곳곳에는 수변 레스토랑과 수산물시장, 이를 요리해 판매하는 식당, 기념품 판매소, 레저기구 대여점, 마리나항이 조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이 입출항하는 항만 주위의 레스토랑에서는 여유 있는 식사와 함께 주말에는 결혼식 피로연이 열린다.또 인근에는 관광객들과 또 저층 구조의 호텔을 입주시켜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한편 경관도 개선했다.하지만 건너편 롱비치항의 경우 컨테이너항 위주의 시설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일부 부두에는 낡은 창고건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어 조만간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들 두 항만의 차이는 조성 초기부터 시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했는지 여부에 따라 경관과 용도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현지 교민인 루시 최(73)여사는 “산페드로항은 시민들의 여가공간이자 관광지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지자체 당국과 항만의 관료들이 퍼블릭 억세스를 처음부터 고려해 정책을 시행한 결과”라고 평가했다.한인 2세인 로스앤젤레스시의 단 류 항만국장은 “지자체와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된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항만 행정을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주민의 필요와 현지의 특성을 항만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항만 기능0 산업물류와 함께 주민여가 공간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예술 조화시킨 SFAI(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피어 인근 위치해 관광객에 개방샌프란시스코 자유·개방성 상징뉴욕과 함께 미국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여행은 모두 피어(pier)와 바다에서 시작과 끝이 이뤄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지리적으로 도시 북쪽 노스비치의 차이나타운과 이탈리안타운을 중심으로 했을 때 위쪽에는 유명 관광지인 피셔맨스 워프가, 반대편에는 피어7 인근의 도심 항만이 대각선으로 위치해 있다.피셔맨스 워프는 지척에서 바다사자 무리를 지켜볼 수 있는 피어39와 레스토랑, 기념품 판매점이 위치한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또 걸어서 10여분 거리의 러시안힐과 롬바르드거리에는 꽃으로 장식된, 지그재그형의 굽은 차도가 조성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SFAI(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는 이들 관광지와 근접한 곳에 위치해 이 도시가 상징하는 개방성과 자유분방함을 보여주고 있다. 관광객들은 주택가에 숨은 듯이 자리 잡은 이곳에 아무런 제지 없이 통행할 수 있다. 포스트 모던 풍의 건물 구조 곳곳에서 작업하는 학생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별로 의식하지 않아 관광객들은 자신이 마치 이들의 일원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여러 공간을 돌아 건물 옥상에 서면 영화 `더 록`으로 유명한 알카트라즈 감옥 등 아름다운 도시 곳곳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 매점에서는 커피 등 다과도 즐길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IT분야 회사원이며 당일 관광에 나섰다고 자신을 소개한 사만다 케이(Samantha Kay)양은 “1시간 30분 거리로 비교적 가까운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자주하는 편이다. 창조적 분야에 종사하다보니 매번 SFAI에 들르면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예술적 분위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SFAI는 1874년 설립돼 미국에서 유서 깊고 권위 있는 현대미술 전문학교이며 주목할 만한 미술운동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왔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11-05

우수한 인력·인프라 바탕, 유리한 고지 선점 나서야

흔히 공상과학만화는 시대를 약 30년 정도 앞서간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 증명이 되고 있다. 필자가 어릴적 만화방에서 즐겨본 사이보그(인조인간)나, 로봇 태권V 등은 이제 만화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실제 현실화가 됐다. 이제 로봇이 청소를 하고, 힘들고 어려운일을 인간을 대신해 하는 것은 이미 일상이 된지 오래다. 불과 20~30년전에 생각도 못한 일들이 생활 깊숙이 침투가 됐고, 누구하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현실이 도래한 것이다. 3D분야도 마찬가지다. 3D가 출범한지 10여년 밖에 안됐지만 일상속에서 접하고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현재 3D제품은 우리가 눈뜨고 일어나서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 침투하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즉, 3D 제품은 우리의 필수 동반자인 자동차나 의료기기, 항공 부품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고, 여러기관들에서 교육도 진행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맞춰 각 나라들도 3D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발벗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미래부 등 중앙부처를 비롯해 각 자치단체에서 기술력 향상을 서두르고 있다.지역도 마찬가지다. 대구는 신서동 혁신단지에 들어서는 3D융복합센터를 중심으로, 경북은 구미가 대경권 3D거점센터로 지정됨에 따라 자치단체에서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3D기술력의 향상에 대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3D융합기술센터장 등으로부터 지역 3D기술력의 발전방향을 들어봤다.글싣는 순서① 기술혁명 3D프린팅이란② 가장 앞서있는 미국의 3D프린팅 기술력③ 우리나라 3D프린팅 실력 어디까지 왔나④ 대구 경북 지역의 3D프린팅 수준은⑤ 대구·경북 3D프린팅 기술력의 발전방향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 전국서 가장 활성화`린 스타트업` 전략 접목 등다양한 지원 아끼지 않을것3D프린팅은 대표적인 고용 창출형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핵심 분야로 각광받고 있으며,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그 잠재력이 더 크게 폭발할 수 있다.주요 제품의 세계 시장 규모는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대구는 전국 지자체 중 3D프린팅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다. 최신 3D 전문 장비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연계한 3D프린팅 활용 교육은 물론 다양한 제품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는 GRDP(지역내총생산) 대비 IT·SW산업 비중이 타 지자체보다 월등히 높고 의료, 교육, 서비스 등 지식서비스 산업 기반이 매우 우수하다. 게다가 구미의 전자산업, 울산의 자동차산업, 경남의 조선산업 등 국가 주력산업 전략 요충지가 인근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융합을 통한 해당 산업의 고도화가 전국 어느 지역보다 유리하다.현재 대구에서는 자동차 부품(50%), 생활용품ㆍ의료기기(30%), 전자부품(20%) 순으로 3D프린팅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에는 금속을 소재로 한 3D프린터의 보급과 인체 맞춤형 치료물 제작 기반 구축 사업의 유치로 대구의 3D프린팅 산업 규모는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된다.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기업들의 3D프린터 활용률을 더욱 높이기 위한 적극적이고 다양한 지원책을 진행할 계획이다.첫째, 산·학·연 연계를 통해 대구의 3D프린팅 산업 발전 전략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둘째, 메이커스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 3D프린터 우수 활용사례를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셋째, 창업기업의 `린 스타트업` 전략을 위한 신속한 시제품제작 지원을 위해 3D프린터 보유기관의 이용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는 등 대구를 `3D프린팅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김관용 경북지사 부품소재 실용화지원센터테스트베드 등 가시적 성과`증강현실`기술 산업전반 접목구미에 위치한 3D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실용화지원센터(이하, 실용화지원센터)는 경북도내 3D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개발 및 사업화 지원을 목적으로 지난 2012년 ~ 2017년까지 5년간 총사업비 309억원(국비 211억원, 지방비 86억원)이 투입돼 구축된다.이 사업은 경북 구미와 대구, 광주 등 3개 시도를 연계하는 초광역권 사업으로 구미 실용화지원센터, 대구 기술지원센터, 광주에는 상용화지원센터가 구축되는 것이다.특히 경북에 위치한 실용화지원센터는 지하 1층~지상 4층에 건축면적 1천803㎡, 연면적 4천800㎡규모로 지난 2013년 12월에 구축하여 시험장비와 테스트베드를 통해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까지 주요성과로는 시제품 제작지원 20건, 특허출원 지원 10건, 인증 및 테스트 지원 6건, 현장 애로 지원 11건, 제품 홍보 지원 5건 등 총 36개 기업에 52건을 지원했고 총 매출 92억원, 고용창출 30명 등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또, 본 사업을 통해 구미지역의 디스플레이 관련 중소기업이 3D 부품소재 산업으로 업종 전환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국산화율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향후에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전망이 밝은 3D관련 `증강현실` 기술 산업을 산업전반에 접목해 나감으로써,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높일 계획이다.3D융합산업은 고부가가치,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우리도의 미래 먹거리산업인 만큼 3D융합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증강현실`은 3차원인 3D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김현덕 3D융합기술센터장 의료 등 틈새분야 특화 숙련된 인력 배출도 중요대학 전문학과 개설 검토중“향후 3D프린팅의 발전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착실히 기반을 다져나가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김현덕(경북대 교수) 대구 3D융합기술센터장은 “지역이 3D프린팅의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기반조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지역에 3D기술력을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3D프린팅으로 물건을 생산하면 상당한 비용절감이 되는 만큼 이를 널리 알리고 산업활성화로 발전시켜 프린팅 수요가 늘게 해야 된다는 것. 또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해 특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3D프린팅은 자동차, 전기전자, 의료,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만이 강점을 가지는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 현재 플라스틱 제품은 미국이, 금속제품은 독일이 세계를 양분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틈새를 이용한 특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우리나라는 의료분야의 특화가 적절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대구의 의료관광 수요와 더불어 3D프린팅으로 의료분야를 특화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람의 인체는 다 틀리고, 의료분야는 향후 3D프린팅의 최고 수요처로 예상되는 만큼 의료분야의 3D프린팅 특화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숙련된 인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이를 위해 그는 향후 지역의 대학에서도 3D프린팅 전문학과를 개설해, 양질의 인력생산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실제 미래부는 3D프린팅 전문학과 신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에맞춰 지역대학도 발빠르게 움직여, 지역에서 인력과 수요, 공급을 해 낼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춰, 향후 3D프린팅분야에서 미국의 실리콘 밸리같은 미래기술타운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이창훈기자끝

2015-11-02

뉴욕·상하이·LA처럼… 해양관문 포항도 경쟁력 충분

최근 수년 동안 본격화되고 있는 포항 경제의 위기는 세계 철강경기 불황의 장기화와 포스코의 경영 악화가 주 원인이다. 하지만 그 뿌리에는 선진국들이 걸었던 탈공업화 사회(postindustrial society)에 한국이 접어든,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있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다. 문제는 포항의 경우 지역경제가 철강산업에 철저히 고착화(2012년 지역총생산의 39.1%)된 기형적 구조에서 준비 없이 탈공업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굴뚝산업을 대신할 새 성장동력 찾기에 도시 전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과학 인프라 등 미래 포항을 먹여 살릴 자산에 더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 본지는 이 같은 도시 경쟁요소의 활용에 앞서 포항을 상징하는 정체성이자 최대 자산인 기존 구 항만과 원도심의 재생(리모델링)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 아래 국내외 선진도시의 사례를 중심으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송도 포항구항 리모델링, 도심활성 새 기회송도해수욕장 복구·마리나리조트 조성까지`해양형 도시재생` 주요 역점사업으로 부상도심공동화 등 난제, 선진국 사례 참고 필요글싣는 순서① 해양형 창조도시 모델 개발해야② 부산 미래 100년의 새 엔진, 북항 재개발③ `퍼블릭 억세스`의 힘, 미국 서부 항만④ 민간사업자가 꽃 피운 LA 복합단지⑤ 위기극복, 민관(民官)협력이 성공열쇠△ 도시재생의 새 돌파구, 포항구항포항의 주요 항만은 기존 남구의 포항신항과 신설된 영일만항, 그리고 도심 부근의 포항구항 등으로 분류된다.이 가운데 항만의 수명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 대상에서 포항영일만항은 일단 제외해야 한다. 포항신항도 언젠가 철강산업의 사양화가 본격화될 시점이 오면 재활용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이르다. 이와 비교하면 가장 시급히 검토돼야 할 대상은 남구 송도동의 포항구항이다. 북구 용한리 일대 영일만항 내 민자부두의 오는 2020년 준공 계획에 맞춰 포항구항에 입지한 수리조선소와 시멘트 사일로가 이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건너편 항구동의 여객선터미널도 국비 441억원을 투입해 내년부터 2019년까지 신설될 영일만항 내 국제여객 부두(길이 310m, 폭 200m) 인근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어 부지 활용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여기에 무역항으로 지정돼 있지만 현재 어항으로 활용되고 있는 동빈부두 역시 추가 정비사업이 불가피하다. 이 일대는 지난해 4월 준공한 포항운하와의 연계개발 효과를 염두에 두고 포항시와 해양수산부가 손을 잡고 끈질긴 노력 끝에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환경과 주민친화적 면모에서 여전히 추가시설 설치 및 정비의 필요성이 높아 시민적 논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이처럼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포항 원도심에 근접해 있는 장점으로 인해 포항구항 일대의 항만 리모델링은 도심 활성화의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포항은 어항이 위주인 경주의 한계를 고려할 때 경북에서는 유일한 해양관문인데다 부산과 울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안의 대표 항만도시인 점도 경쟁력의 한 요소이다. 이는 기존 물류산업의 인프라 기능에서 나아가 관광과 생태 도시로의 발전 가능성에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 △포항의 `신 워터프런트 라인`기대지난 70년대까지 전국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공업화와 태풍 피해로 인한 백사장 유실로 해수욕장 기능을 상실한 송도해수욕장의 복구공사도 새변수가 되고 있다. 포항구항과 항구동을 교량으로 연결하는 국지도 20호선 개설사업이 완료되면 리모델링된 포항구항 일대가 포항의 남북을 해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워터프런트(waterfront, 수변공간)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포항시가 민자사업으로 올해부터 본격 추진 중인 두호 마리나리조트 조성사업까지 성공하면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신화가 영일만에 재연되리라는 상상이 한낱 신기루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정부도 지난 2012년 4월 발표한 `제1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 수정계획`에 전국 12개 항만 가운데 포항항을 포함시켜 이 같은 비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도시계획 및 물류전문가인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뉴욕과 상하이, LA 등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모두 해양의 관문이다”면서 “영일만항이 동북아정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포항은 구항을 잘 활용해 해양형 창조도시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결국 포항구항 일대는 국내외 선진도시들의 사례를 종합검토해 주민과 환경 친화적 친수시설로 세련되게 변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난제 여전한 포항 도시재생사업이처럼 활용방안에 따라 얼마든지 미운 오리새끼를 백조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포항 구도심 일대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들이 숱하다. 포항의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2013년 민간이 자발적으로 도시재생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비롯됐다.위원회는 이후 포항시에 관련 논의와 사업 강화를 제안하고 올해초 도시재생과 신설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한편 창립에 참여한 안병국 연구위원을 포항시의회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시와 위원회는 유기적 협력이 결여되고 시민들 참여도가 받쳐주지 않아 여러 난관을 겪어 왔다. 그 결과 포항시는 지난해 정부가 처음으로 공모한 도시재생선도지역 지정에서 후발도시인 영주시에 밀려 탈락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북구 흥해읍 포항역 인근 부지에 새로운 터미널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있는데다 구도심에 위치해 건물 노후화가 심각한 남구 상도동 시외버스터미널의 활용 방안도 해법을 못 찾고 있다.새로 이전할 경우 인근 주민 반발에다 또다른 공동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전의 가능성은 열어두되 현 부지와 시설을 인수한 민간사업자가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사례를 참고해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다행히 지난해 초선에 성공한 이강덕 포항시장의 취임 이후 도시재생사업은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이 시장은 출마 구상을 하던 지난 2013년말 미국 주요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심각한 도심공동화의 폐해를 직접 목격하고 도시재생의 필요성을 절감, 공약에 상당한 비중을 두기도 했다.이 시장의 취임으로 새 전기를 맞은 포항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3월말 KTX 개통으로 철거된 도심의 옛 포항역 부지 재개발 사업과 맞물려 시정의 주요 역점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용역이 진행중인 포항 중장기 발전계획이 도심 주변 지역으로의 팽창 위주 도시전략에서 도시재생 등 내실 강화 기조로 수정됐다”면서 “철강도시에 가해지는 각종 미래구상의 부담을 기존의 첨단과학도시 구상에다 해양문화관광도시의 청사진까지 포함시켜 실현시키는데 시정의 중심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선진도시 사례부산광역시의 부산역 배후에 위치한 부산북항은 과거 100년동안 항만물류로 도시를 먹여살린 경쟁력의 한 축에서 미래 100년에는 또다시 국제 해양문화관광과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발을 딛고 있다. 가덕도 일대 부산신항이 개설되면서 부산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구간인 북항 1~4부두 일원 153만 2천419㎡에는 중앙동의 국제여객선터미널이 이전, 준공된데 이어 오페라하우스와 리조트, 각종 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어 2단계 사업으로 자성대부두 재개발까지 예정돼 지난 80년대 신발산업의 사양화로 침체 위기에 놓였던 부산은 국제영화제가 상징하는 문화적 면모를 `워터프런티어(waterfrontier)`의 시정구상과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부산에 비하면 항만의 항세와 규모가 작지만 포항 중앙동 일대 부산항에 빈건물이 된 국제여객선터미널과 쌈지공원인 수미르공원의 조성사례를 벤치마킹하기에 충분하다.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시와 샌프란시스코시는 도심과 항만 재생에서 참고해야 할 축소판이다. 특히 `LA 라이브`(LA LIVE)는 민간사업자가 주로 재개발을 주도하는 미국식 도시계획 예를 보여주는 도심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다. LA의 산 페드로(San Pedro)항은 레스토랑과 마리나 등 주민친화시설 기능이 뛰어나다. 샌프란시스코는 베이 브리지(Bay Bridge) 인근에 조성돼 있다가 LA에 밀려 항구가 쇠퇴하면서 흉물이 됐던 50여개의 피어(pier)의 리모델링을 통해 `퍼블릭 억세스`(Public Access, 공공의 접근권) 보장정책 선진현장이 되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임재현기자imjh@kbmaeil.com

2015-10-22

기술력이 경쟁력… 교육·공학·디자인으로 승부수

3D프린팅 기술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도 전자, 항공, 의료부문 등과 마찬가지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술력이 증강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마음만 있지 아직은 앞선 선진국을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 3D프린팅 기술력이 가장 앞선 곳은 어디인가.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서 앞선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과 유럽이다. 발전양상도 국가별로 특징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보잉사나 GE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럽은 프라운호프연구소나 대학교 등 대학연구기관이, 일본은 스기우라, 파소텍 등 중소기업을 통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3D기술력은 산업용과 가정용으로 구분되고 있으며, 산업용이 이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산업용의 경우 2012년 기준 전 세계규모가 약 22억달러로 추산됐다. 미래의 발전력에 비해 아직은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미래학자들은 매년 약 20% 가까이 성장해 2021년에는 10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싣는 순서 ① 기술혁명 3D프린팅이란 ② 가장 앞서있는 미국의 3D프린팅 기술력 ③ 우리나라 3D프린팅 실력 어디까지 왔나④ 대구 경북 지역의 3D프린팅 수준은⑤ 대구·경북 3D프린팅 기술력의 발전방향스트라타시스社-3D시스템즈社 두 곳이 美시장 양분제조공정 보안 유지로 기술력 외부유출 철저히 막아□ 미국의 3D프린터 주요기업미국은 스트라타시스사(Stratasys)와 3D시스템즈(Systems)사가 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실정이다.스트라타시스사는 1991년 FDM방식의 3D프린터를 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2011년 미국의 솔리드스케이프와 프랑스의 오브젯을 인수, 이로인해 기존의 FDM뿐 아니라 폴리젯 기술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프린터시장의 57.4%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스트라타시스사는 모조(Mojo)를 비롯한 아이디어 시리즈(Idea Series) 프린터, 폴리젯 (Polyjet)방식의 디자인시리즈 프린터, FDM방식의 프린터, 프러덕션 시리즈 프린터, 덴탈시리즈 프린터 등 다양한 제품을 갖고 있다.3D시스템즈사는 1998년 SLA방식의 3D프린터를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2011년 이후 여러회사를 합병해 시장점유율이 20%대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3D시스템즈사는 Cubf를 비롯한 개인용 3D프린터, 프로페셔녈 3D프린터, SLA, SLS방식 프린터, DMP(Direct Metal Printing)방식 프린터 등 다양한 프린터제품을 가지고 있다.□ 메이커보트3D기술력이 곧 회사의 흥망을 결정짓는 관계로, 3D프린팅 회사에 대한 취재는 쉽지 않았다. 특히 제조공정에 대해서는 사진촬영은 물론이고, 언론의 접근을 극도로 제한하는 등 미래 신기술답게 통제가 심각했다. 본지가 취재한 메이커보트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미리 취재일정을 조율했음에도, 제조공정에 대해서는 엄격히 취재를 제한하고, 본사에 대해서만 취재가 허용됐다. 메이커보트 홍보담당자 살라니코프는 “3D프린터업체는 새로운 기술력이 곧 생명으로 언론의 접근이 쉽지않다. 다른 회사들의 입장도 다 비슷하다. 새 기술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면 안되는 만큼 극도의 보안이 유지된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실 3D업계의 취재는 국내서도 비슷하다. 아직 규모면이나 기술수준 등에서 구미의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는 국내지만 3D프린팅의 제조과정에 대해서는 취재가 제한되고 있다. 여러 회사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메이커보트사는 스트라타시스사의 자회사로 데스크탑 3D 프린팅 산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9년에 설립되었으며 엔지니어, 건축가, 디자이너, 교육자 등을 중심으로 한 고객들에게 3D 프린터를 공급한다. 전 세계에 8만개 이상의 3D 데스크탑 프린터를 공급함으로써 세계최고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메이커보트사의 경영방식은 누구나 3D 프린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이다.종업원 수는 4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최근 뉴욕 브루클린에 17만평방미터의 공장을 증설하고, 데스크탑 3D 프린터산업의 혁명을 주도하겠다는 각오다. 실제 신설공장은 이전의 회사에 비해 2배의 생산능력을 자랑하고 있고, 생산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 미래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회사는 본사와 공장으로 2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본사는 우리의 벤처건물과 비슷한 형태로 대규모 빌딩에 기술력을 가진 벤처업체들이 대거 입주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신축 공장은 RD 팀과 가까이 위치해 성장하는 3D프린팅 시장의 변화에 신속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메이커보트의 3D프린터는 교육자,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이 주로 사용하며 교육을 제고하고 실시간 시제품작업(Real-time Prototyping)을 통한 디자인 설계과정을 촉진한다.□메이커보트사의 사업방향메이커보트사의 3D프린팅산업의 사업방향은 교육(education), 공학(engineering), 디자인(design)이다. 교육은 교육과정에서부터 교육기자재나 과학원리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공학과 디자인은 시제품을 신속정확하게 제조하는 것을 생명으로 여긴다.메이커 보트사는 미국의 각 대학들과 연계해, 대학이 설계과정을 제공하면 공장의 프린팅 기계가 이 작업을 수행해준다. 각 대학들은 자체에서 프린팅 기계를 구매하기가 힘든만큼 산학협동으로 설계와 제조공정을 분리해 서로 윈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메이커보트사는 각종 제조업체에서 신제품을 개발할 때 필요한 시제품을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만듦으로서 완제품의 제조과정을 용이하게 하도록 하고, 이 업체와 연결을 통해 향후 3D프린팅 업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메이커보트사는 3D프린팅을 보다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데스크탑 3D 프린팅산업에 포괄적인 3D산업환경을 제공한다. 메이커보트의 3D 산업환경에는 프린터구동을 위한 메이커보트 소프트웨어, 원거리에서 프린터를 작동시키고 모니터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레폼기반의 스마트폰용 메이커보트 앱, 그리고 3D 설계를 위한 세계최대의 오픈소스 공유 사이트인 메이커보트사의 씽크버스(thinkverse)가 있다.메이커보트사의 복제용 스마트 압출기(replicator smart extruder)는 다른 압출기로 교체시간을 최소화해, 프린터의 정지시간을 최소화하는 획기적인 장치로서 이 장치를 통해 합성물을 압출분사해 제품을 제조한다.이 회사 홍보담당자 살라니코프는 “3D기술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이 힘들다”며 “아마 10~20년후에는 인간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상상속의 일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최고 경쟁력은 다양한 재료·압출기” 인터뷰 메이커보트사 요한 브로어 부사장“메이커보트사의 최대 기술력은 첫째 3D 조형물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의 재료와 둘째, 이 재료를 압출분사하는 기계장치인 압출기(mart extruder)에 있다”메이커보트사의 요한 브로어 부사장(46·사진)은 상대보다 앞선 이 기술로 3D데스크 탑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더욱 발전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근무하는 자신도 3D기술력이 어떻게,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가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즉 3D의 역사가 길지 않지만 현재 미국에서 엄청난 속도로 발전되고 있는 만큼, 향후 발전모습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것.“시장조사 전문업체 가트너가 올해 주목한 만한 10대전략기술로 3D프린터가 지난해 10위에서 3번째로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현재 3D프린팅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앞으로 인류에 큰 변화를 이끌 것으로 확신합니다”특히 3D프린팅기술이 더욱 다양하게 활용되고 개발되면서 이로인한 경제적효과 또한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각 전문기업들은 기술력향상에 사활을 걸고 미래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발전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제조공정상 경제성이 떨어지는 분야는 3D분야가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조만간 제조업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미국 뉴욕에서 이창훈기자myway@kbmaeil.com

2015-10-12

기술에 대한 이해·경험 부족한데도 무분별 도입 `부작용`

울산BIT 바이오가스화 성공사례 꼽혀국내 1호 폐기물 해양배출업체음폐수에서 미생물 분해하루 250t 바이오가스 추출SK에너지에 공급 年 72억 절감대구 페놀사태때 기술 필요성 절감혐기성소화 기술 9년간 연구 몰두처리시설 건립에 500억 투자글 싣는 순서① 포항시 음폐수 처리 현주소② 국내 음식물류 바이오가스화 사업실태③해외사례로 본 개발대안-영국④ 해외사례로 본 개발대안-영국⑤해외 기술 도입 10여년 공과⑥ 포항시 음식물류 처리 정책방향 제언□바이오가스사업 1960년대부터“...이 소식을 전해 듣고 지원에 나선 수원시농촌지도소는 69년5월초 두부공장의 연료비를 줄일 목적으로 가축의 분요에서 생성(生成(생성)되는 메탄가스를 연료로 대체하는 묘책을 착안했다. 농촌지도소는 우선 이 부락을 메탄가스이용 시범부락으로 선정, 국비 1백60만원과 시비 65만원을 보조했으며 주민들도 따로 2백만원을 보태 도합 4백25만원으로서 지난 7월말까지 모두 1백10개 메탄가스탱크를 설치했고 지난해 8월 13일 김인환 농촌진흥청장 남봉진 경기도지사 이병희 국회의원 등 유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메탄가스점화식을 성대히 가졌었다...”. 매일경제 1971년 1월 5일자 8면 `위생마을 수원율전동` 제하의 기사 중 일부다.우리나라의 바이오가스 사업은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오가스의 선진국인 독일 등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 여러 국가들도 초기에는 축산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채집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계기로 음식물쓰레기, 음식물폐수, 하수슬러지 등 유기성폐기물로 확대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 산업발전의 원동력이던 석탄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석탄은 산업체 연료는 물론 일반 가정에서의 난방과 취사용 열원으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 한 반면 바이오가스화 사업은 일부 축산농가에 국한되고 말았다. 여기다 가축분뇨 등에 함유된 암모니아 독성작용, 부식가스로 인한 장치관리의 어려움 등의 문제로 기술 개발에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바이오가스 해외 기술 도입 10여년 안팎전 세계는 지구온난화 등 화석연료가 부른 재앙이 커지면서 대체에너지 개발에 눈을 돌렸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이지만 에너지 자립도가 낮아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수소, 연료전지, 태양, 바이오, 천연가스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 생산, 보급함으로써 에너지 수입 의존율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한다. 환경부는 2009년 저탄소에너지 생산, 보급을 위한 `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 대책 실행계획`을 마련해 저렴한 비용으로 신·재생 에너지 공급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유기성 폐자원(음식물류 폐기물, 하수슬러지, 가축분뇨)에너지 분야에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사업`을 포함 추진한다. 이로 인해 음식물류 폐기물 공공처리시설이 필요한 지역 등의 지원 대상 및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바이오가스 사업을 진행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는 지난 1997년부터 음식물류, 가축분뇨, 하수슬러지 등의 유기성폐기물의 병합소화처리를 통한 에너지화 관련 연구 개발을 착수했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사업이 실질적으로 진행된 것은 정부 보조금이 교부되는 2009년 시점에 앞선 2006~2007년께로 보면 된다. 이는 정부 예산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려던 관련 업계의 노림수라는 게 업계 전반에 걸쳐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이다.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유기성폐기물의 핵심인 혐기성소화에 대한 지식 없이 해외 기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데 있다. 혐기성소화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들이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폐기물에 대한 에너지 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혐기성소화를 통해 바이오가스를 뽑을 만한 기술이 거의 없어 해외 기술을 그대로 들여왔다”고 털어놨다.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동대문구 자원화 시설이 그것이다. 2010년 12월 동대문구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시설이 준공됐지만 지금까지도 제 가동을 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 시설에 적용된 기술은 유럽에서도 바이오가스화 선두주자였던 벨기에 OWS사로부터 도입된 건식 혐기성소화설비인 드랑코 공법이 적용됐다.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의 바이오가스 기술이 접목됐었다. 하지만 서울 동대문구의 자원화시설은 실패작으로 남으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감사원도 서울 동대문구 자원화 시설이 국내 바이오가스화 기술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 운영관리 부실로 가동이 중지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바이오가스 수준바이오가스화 관련 기술 분야 특허는 2010년 10월 기준 일본 551건, 미국 361건, 우리나라 241건, 유럽 117건 순서로 우리나라는 유럽보다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감사원을 밝혔다.그러나 우리나라의 폐자원 및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관련 기술 수준은 최고기술보유국 대비 66~72% 수준으로 최고기술보유국과의 기술 격차는 6~7년 정도가 난다. 특히 유기성폐기물 성상에 대한 자료구축 미흡, 바이오가스 생산공정의 안정화 및 운전기술의 효율성 부족, 실증기술의 상용화 경험 미흡, 바이오가스 정제 기술 수준 미흡 등이 주요 문제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포항시음폐수병합처리 시설은 당초 바이오가스를 생산토록 설계를 한 것은 아니지만, 미생물의 복잡한 반응과 유입 수질 농도 등 유기성폐기물 성상에 대한 이해 부족이 만들어낸 졸작이라고 봐도 무관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울산(주)BIT, 바이오가스화 사업 개척 앞장정부가 사회간접자본을 통해서 제공 해야 할 서비스를 추정, 기획하고 재원조달과 운영 및 관리를 담당하는 방식인 재정사업으로 추진된 국내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시설 사업의 성공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이런 가운데 울산(주)BIT는 국내 바이오가스 사업이 나아가야 할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울산 남구 용잠동에 위치한 BIT는 1986년 국내 1호 폐기물 해양배출업체이자, 신·재생에너지(바이오가스) 업체이다. 이 업체는 정부 정책에 따라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각종 폐기물을 해양배출을 해 왔다. 그러나 BIT는 지난 2007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음폐수 등을 육상처리 할 수 있는 시설 개발에 나서며 업종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독일의 한 업체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2010년부터 폐수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 2012년 1월부터 바이오가스 시설을 본격 가동한다. 음식물폐수에서 미생물 분해를 통해 하루 250t 규모의 바이오가스를 추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생산한 바이오가스를 발전기를 거친 뒤 스팀을 생산,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에 공급하고 있다. SK 에너지측은 하루 250t 가량의 바이오가스로 벙커C유를 대체하면 연간 72억원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것으로 분석했다.BIT는 혐기성소화 기술을 얻기 위해 9년간의 연구 개발 과정을 거쳤고, 바이오가스 생산과 음폐수 처리 시설 건립으로 500여억원을 투입했다. 해양배출업을 통해 수십 년간 벌어들인 재산을 이 시설 건립에 모두 쏟아 부은 것이다. BIT 주영호 회장은 “폐수, 음식물쓰레기 폐기에 따른 관련법이 미비했던 1990년대 초, 대구폐놀사건이 터졌다. 이를 계기로 음식물쓰레기, 폐수 등을 처리해 대체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회상하며 “이후 해외 여러 곳을 둘러보며 우리나라에서도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며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자체의 혐기성소화 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가스 추출을 위해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 국가의 기업체와 많은 협의했다. 그러나 해외 기업들은 바이오가스 추출의 핵심인 혐기성소화조 시설을 건립해준다는 계약을 내밀었지 기술을 이전해 준다는 곳은 없었다”고 토로하며 “이런 와중에 독일의 한 업체로부터 혐기성소화 기술의 도면을 구매했고, 이를 토대로 축소모형을 만들어 혐기성 소화조의 기술을 이해하는 등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현재 시설을 건립하게 됐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2015-08-10

런던 절반 넘는 가구에 음식물쓰레기 처리 천연가스 공급

국내 바이오가스화 사업은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바이오가스 생산이 보편화 돼 있다. 바이오가스화 사업의 핵심인 혐기성 소화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유기물을 미생물에 의해 분해하는 과정으로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유기물 분해에 관여하며, 최종적으로 메탄가스, 이산화탄소, 질소, 수소, 황화수소 등이 발생한다. 혐기성 소화는 이미 200여년 전에 발견됐다. 산업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부터다. 현재의 상용화된 공정들은 주로 1970년대 이후에 개발된 공정이며, 낙농업과 축산업이 발달된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돼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이 우수한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화 따른 환경오염 심각성 깨닫고 新에너지 개발에 열 올려세계 두번째 규모 바이오가스 박람회에 수백개 업체 참여 열기英 정부, 바이오발전시설 대상 인센티브 제공 등 전폭적 지원글 싣는 순서① 포항시 음폐수 처리 현주소⑵ 국내 음식물류 바이오가스화 사업실태③ 해외 사례로 본 개발 대안-영국④ 해외사례로 본 개발대안-영국 ⑤ 해외 기술 이전 10여년⑥ 포항시 음식물류 처리 정책방향 제언□영국의 에너지 정책특히, 영국은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통해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엄청난 환경오염을 불러 일으켰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빠르게 깨달은 영국은 세계 최초의 환경부를 만들어 환경오염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국은 탄소제로도시 건설, 그린혁명발표, 에너지기후변화부 설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계최초로 법으로 규정하고, 2050년까지 1990년의 80%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중 그린혁명은 △2020년 전체 전력생산량의 1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 △풍력발전으로 국가 전체 전력생산의 1/3을 충당해 최고 기술국 도약 △셋째 바이오 에너지 생산 비율을 대폭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렇듯 영국은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영국 혐기성 소화·바이오가스 박람회지난 7월 1일 오전 7시 30분(현지시각) 런던 유스턴 기차역에서 버밍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약 1시간 30분 만에 버밍엄 인터내셔널 역에 도착했다. 이내 역과 바로 연결된 버밍엄 NEC로 발걸음을 옮겼다.`영국 혐기성소화 및 바이오가스 박람회`(UK ADBIOGAS 2015)를 관람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것이다.영국 혐기성 소화 바이오가스협회 (ADBA?Anaerobic Digestion and Biogas Association) 주최한 이 박람회는 전 세계 바이오가스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바이오가스협회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바이오가스 전시회다.ADBA에는 520여개의 회원사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혐기성소화 발전·생산업체(69), 혐기성소화 장비 공급업체(154), 컨설턴트(70), 비료제조사, 무역수출업체, 운송업체, 대학연구기관,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업체(33) 등이 포함 돼 있다. 영국의 바이오가스 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들 회원사들의 제품이 한 곳에 모인 것.박람회 개장 시각(오전 10시)에 앞서 이미 천여 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입장을 기다리는 등 박람회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영국 바이오가스 산업의 뜨거운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오전 10시 정각, 굳게 닫혔던 박람회장의 문이 열렸고, 현지 관계자들은 일제히 입장했다. 이날 박람회장 내의 부스에는 200여개 업체가 참가,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관련 제품 및 기술을 선보였다.각 기업들이 내 놓은 제품들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됐다. 첫째 폐기물 매립지에서 자연 생성되는 가스를 수집하는 제품, 둘째 하수슬러지를 처리해 가스를 수집하는 제품, 셋째 농업과 임업부산물, 음식물쓰레기 및 에너지 작물 등을 혐기성 발효시켜 퇴비 및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제품으로 구분됐다.각 부스에 자리 잡은 참가 업체들은 자신들의 노하우가 담긴 바이오가스 관련 제품과 시설물 홍보에 열을 올렸다. 또한 관련 업계 종사자는 물론 바이어들은 각 부스에 마련된 다양한 제품을 둘러보는가 하면 기술과 관련한 상세한 의견을 나누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바이오가스 기술을 교류하는 만남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박람회장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음식물쓰레기, 하수슬러지 등 폐기물을 재처리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기업 부스와 축산 분뇨를 처리해 가스를 생산하는 기업 부스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히, 옥수수 등 곡물을 활용해 비료 및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부스가 곳곳에 설치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는 각 기업들이 음식물쓰레기는 물론 곡물까지도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바이오가스 생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재차 확인 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여기다 박람회 한켠에는 혐기성소화과 바이오가스 공정 및 기술, 영국 음식물쓰레기 처리 정책, 영국 바이오에너지 실태 등 다양한 주제의 컨퍼런스가 연이어 열렸다. 무궁무진한 바이오에너지 개발에 대한 영국 관련 업계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이었다.2시간 동안 박람회를 관람한 뒤, 또 다시 발걸음을 런던으로 돌렸다. □영국 혐기성 소화 산업의 성장영국 혐기성 소화 바이오가스협회(ADBA)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영국 혐기성소화 산업은 622% 성장했다. 지난 해 100여개의 혐기성소화 공장이 세워지는 등 총 397개의 공장에서 456메가와트 용량과 맞먹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올해 해체된 영국의 원자력 발전소 중의 하나인 Wyfla와 맞먹는 규모라고 설명했다.ADBA는 이 같은 발전은 안정된 정부 정책으로부터 이점을 얻은 덕분이며, 향후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더욱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기술로서는 약 7TWh(테라와트시·1TWh = 100만 MWh)의 바이오가스를 만들 수 있으며, 최고 80TWh까지 초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수치는 영국 내 가스 수요의 30%이상 초과하는 양과 맞 먹는다. 이 뿐만 아니라 영국은 유럽 내 주요국가들 사이에서 90여개의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과 상당한 관로를 확보하는 등 혐기성소화 시설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영국은 혐기성소화 처리를 통한 음식물쓰레기 처리로 매년 런던 절반 이상의 가구에 제공할 수 있는 9TWh에 달하는 천연(Green)가스를 생산하고 있다.□영국 바이오가스 발전 배경2011년 기준 바이오가스 이용량은 1천764.8ktoe(석유환산톤)이며 독일에 이어 유럽 2위다. 바이오가스 이용의 대부분은 매립지 메탄가스이며, 2011년도 매립가스 이용량은 1천 482.4ktoe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신규 혐기성소화기가 100여개가 들어서는 등 바이오가스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영국 정부의 바이오가스 생산에 따른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영국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재생에너지 열량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RHI(Renewable Heat Incentives) 제도를 실시했다. RHI제도는 2009년 7월 이후에 건설이 시작된 모든 재생에너지 열생산시설과 200kw 이하의 바이오가스 발전시설이 대상이다. 바이오가스로 열을 생산하거나 바이오가스(메탄)을 천연가스 네트워크에 공급하면 7.1페니/kWh의 인센티브를 준다. 2010년 4월에는 2009년 7월 이후 운전을 시작한 5MW 이하의 혐기성 소화기를 RHI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기업이 음식물쓰레기, 음폐수, 가축분뇨, 하수슬러지, 곡물 등 유기성 폐기물에 대한 혐기성소화 처리를 통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원해 바이오가스 산업을 부흥시키고 있는 셈이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2015-07-27

세계적 추세는 바이오가스… 국내선 걸음마 수준

문제가 되고 있는 포항음폐수병합처리시설의 정상가동을 위해서는 혐기성소화조 설치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국환경공단의 생각도 같다. 지난해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공단에 포항음폐수병합처리시설의 사후관리 대책 마련을 지적했고, 이에 대해 공단은 올해 1월, 부족한 처리 능력 보완을 위해 혐기성소화시설 설치 등을 통한 안정적 처리를 위한 방안을 포항시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는 2020년 대비, 새로운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을 계획하고 있는 포항으로서는 또 다시 수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 사실상 부담으로 작용된다. 이로 인해 포항시는 문제의 현 시설 보완조치를 뒤로하고, 신규 시설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느냐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해 친환경시설인 바이오가스 사업에 예산 등의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고, 세계적인 추세 역시 음식물류 폐기물의 바이오가스화 사업으로 쏠리고 있다. 우선, 국내에 설치된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시설의 사업 실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글 싣는 순서 ① 포항시 음폐수 처리 현주소② 국내 음식물류 바이오가스화 사업 실태③ 해외사례로 본 개발대안-영국 ④ 해외사례로 본 개발대안-영국⑤ 해외 기술 이전 10여년⑥ 포항시 음식물류 처리 정책방향 제언유기성폐기물 분해가스로 열에너지화… 친환경요법으로 각광정부지원 아래 전국 10개시설 완공, 2020년까지 8곳 추가 예정아직 기술 부족 대부분 시설 제 기능 발휘 못해 정상가동 안돼□ 바이오가스화의 개념바이오가스화 기술은 혐기성공정에서 혐기성미생물이 음식물, 음폐수, 가축분뇨 등의 생분해 유기성폐기물을 일정기간 분해하면서 발생시킨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발전이나 열에너지 등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음식물은 최초 파쇄기 등 전처리 공정에서 소화공정에 적합하도록 이물질 제거 및 파쇄 후 혐기성소화조로 이송돼 미생물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바이오가스는 가스저장 및 정제시설에서 에너지화하며, 혐기성소화조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는 퇴비화시설로 이송, 발생폐수는 폐수처리시설에서 정화 처리된다.□ 바이오가스화 시설 사업 추진 배경정부는 2004년 음식물류 폐기물과 같은 유용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키로 하는 종합대책 등을 수립, 추진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2005년 1월부터 음식물류 폐기물의 매립을 전면 금지시킨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는 분리 배출된 음식물류 폐기물을 사료화와 퇴비화 등으로 만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을 건립한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의 퇴비화, 사료화 등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염분제거를 위한 세척수와 음식물 함유 수분 등이 다량으로 발생됐다. 2012년 전국 음폐수의 하루 발생량은 2004년 하루 4천8t보다 약 2.4배 증가한 9천613t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천345t은 육상에서 처리했고, 나머지 3천268t 은 해양 배출했다. 하지만 런던협약 1996 의정서가 채택되면서 2013년 1월부터 해양배출이 원칙적으로 금지, 그동안 해양 배출되던 음폐수의 육상처리가 불가피해 지게 된다.이를 대비한 정부는 2009년 7월 폐자원 에너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 해양 배출되는 물량을 토대로 에너지화 가용물량을 산정하고 경제성 등을 분석해 음식물류 폐기물, 하수슬러지,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에너지화 하는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당시 정부는 하루 2천690t의 음식물 및 음폐수를 바이오가스화 할 경우 연간 17만 배럴의 원유를 대체, 172억여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또한 음식물류 폐기물 공공처리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처리대책이 필요하거나 내구연한이 다하여 대체시설이 필요한 지역 등의 지원 대상 및 기준을 정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신청을 받아 검토?확정 한 후 보조금을 교부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가스화 시설 현황환경부의 2009년 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 대책 실행 계획에 따르면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사업은 2020년까지 총 28개 시설에 총 6천3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지역 간 갈등 등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일부 취소, 조정돼 2014년 6월 현재 10개 시설이 완공(총사업비 3천398억원, 국고 1천100억원)돼 가동되고 있다. 2020년까지 8개 시설이 추가 설치를 계획 중이며, 향후에도 에너지 생산을 위해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사업은 계속 실시할 계획이다. □ 핵심은 혐기성소화조이 기술의 핵심은 혐기성소화가 진행되는 반응기인 혐기성소화조다. 이 소화조는 미생물 활동에 의해 하수슬러지, 음식물 등 고농도 유기물이 감량화, 액화,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도록 한다.우리 몸과 비교한다면 위장의 역할을 한다고 봐도 무관하다. 바이오가스를 생성하고 고농도 유기물을 처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나, 혐기성 미생물은 성장이 느리고 외부환경에 민감해 시설 운영에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혐기성미생물의 성장률은 하·폐수처리 등에 이용되는 호기성미생물의 10분의1에 불과해 혐기성소화조에서 미생물을 배양, 안정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바이오가스 시설의 현주소정부의 의도와 달리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사업은 처참한 지경이다. 이는 지난해 국회의 요구로 실시한 감사원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감사원은 지난해 4월7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바이오가스 사업 설치 10개소 중 시설의 가동률이 낮거나 바이오가스발생량이 적은 서울 동대문구, 경남 진주시, 김해시, 강원 속초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시설을 대상으로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시설 설치사업 전반에 대해 감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했다.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김해시, 진주시는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시설의 준공 전 성능을 확인하는 성능검사를 하면서 시설용량대로 음식물류 폐기물을 전량 투입하지 않고 일부만 투입·시험을 실시해 여름철 음식물류 폐기물 증가 반입 시 정상가동이 불투명한 실정.이중 동대문구는 국내 바이오가스화 기술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 운영관리 부실로 1년간 가동이 중단됐다. 진주시는 시설 운영관리 소홀로 가스유량계가 고장 났는데도 하자보수를 요구하지 않고 약 1년6개월간 방치한 사실이 적발됐다. 속초시는 가스발생량이 저하되는 등 바이오가스화 시설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하자 사업 목적과 다르게 가스발생량이 낮은 분뇨를 투입하는 등 변칙운영 하던 사실이 적발됐다.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시설 처리능력이 있는데도 막연히 처리기준을 강화, 수도권 3개시도 음폐수 반입을 과다 규제해 가동률이 51%을 기록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했다.감사원의 감사 결과와는 별개로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바이오가스화시설은 준공 후 10개월 동안 설비구조상의 문제로 40여일이 가동이 중단된데 다 하자보수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다 1일 평균 음식물쓰레기처리량이 55t(55%) 밖에 되지 않았다.지난 3월 대구시의회는 대구 상리동 음식물처리시설에 대해 수백억원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시의회에 따르면 2009년 착공, 3차례 공기연장 끝에 2013년 9월 준공했지만 이후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것. 처리량이 2013년 225t, 2014년 220t에 그쳐 성능보장률이 80%에 불과하고 처리하지 못한 음식물쓰레기는 신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져 신천하수처리장이 과부하에 걸린 상태. 또한 바이오가스량도 당초 계획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이처럼 정부 예산을 일부 지원 받아 설치된 전국 대부분의 바이오가스 시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2015-07-20

당초 처리기준량 못맞춰 외부손에 맡겨진 음폐수

포항시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는 음폐수병합처리시설 사업이 2011년 1월 시작해 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겉돌고 있다. 하루 320t(음폐수 90t, 침출수 200t, 응축수 30t)을 처리해야 하는 음식물폐기물 처리 시설의 처리량은 현재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3년 준공 기일을 훌쩍 넘긴 것도 모자라 그해 시설 미준공으로 인해 심한 악취까지 풍기기도 했다. 또한 포항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새로운 숙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포항시 전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영산만산업이 위탁처리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2020년까지다. 문제는 새로운 시설을 준비해야 하는 포항시로서는 남은 5년여 기간은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겪고 있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수 시설 사업의 뼈저린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로운 음식물쓰레기 처리 정책과 그에 따른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추진한 해외기획취재를 통해 포항시 음식물폐수처리장은 물론 국내 음식물 바이오가스화 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011년 첫출발부터 설치·운영 모두 삐걱… 정상처리는 요원 시, 시설미비 책임 큰 환경공단·설비업체 등에 손배 소송 중결정 못해 좌고우면 시의회·특혜의혹 부른 市도 책임 못면해글 싣는 순서① 포항시 음폐수 처리 현주소② 국내 음식물류 바이오가스화 사업 실태③ 해외사례로 본 개발대안-영국④ 해외사례로 본 개발대안-영국⑤ 해외 기술 이전 10여년⑥ 포항시 음식물류 처리 정책방향 제언□ 사업 추진 배경폐기물로 인한 오염을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는 국제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1972년 런던에서 33개국이 모여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협약`을 채택, 우리나라는 1993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이후 해양오염 방지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런던협약 1996의정서`가 채택(2006년3월 발효)되면서 2013년부터 음식물폐수에 대한 해양배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2008년부터 기존 해양 배출하던 음폐수를 전량 육상 처리하는 시설 사업을 준비, 추진해 왔다.□ 포항시 음폐수병합처리 추진 과정시는 2011년 1월 음식물쓰레기 폐수 처리 계획을 시작으로 음폐수 육상처리 사업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시는 포항시 남구 호동 산32번지 일원에 80억원을 들여 음식물 처리 후 발생하는 음폐수 120t과 호동쓰레기 매립장에서 배출되는 침출수 200t 등 하루 320t을 처리하는 음폐수병합처리시설을 조성키로 했다.음식물쓰레기, 음폐수, 축산폐기물, 하수슬러지 등 유기성폐기물을 한데 모아 처리하려 했지만 사업비 과다 책정과 기술 신뢰 등의 문제로 2010년 4월 유기성폐기물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이에 따라 시는 그해 7월 한국환경공단과 이 시설에 대한 업무 위ㆍ수탁 협약을 체결, 11월 시의회와 협의를 통해 정화처리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듬해인 2012년 한국환경공단은 공법사와 시공사를 1월과 5월에 선정, 그해 6월부터 음폐수시설 공사가 시작됐다.2013년 음폐수 해양배출 전면 금지됨에 따라 시설 공사는 공사 6개월 만인 2012년 12월 설치가 완료됐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2013년 1월 KNR 공법이 적용된 이 시설에 음폐수를 유입시켜 시운전했지만 최종 처리수의 수질은 기준치를 훌쭉 넘겨 버렸다. 이후 가압부상시설과 산기관을 추가 설치한 데 이어 냉각장치와 산기관(1천67개) 교체 및 신설작업을 벌였지만 방류수 수질기준을 맞추지 못했다.이에 따라 포항시는 2013년 12월 한국환경공단, (주)동호, (주)에코다임, 영산만산업(주)를 상대로 음폐수 유입수질 및 유입량의 설계기준을 잘못 적용해 발생한 음폐수 위탁처리비와 추가 공사비에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재 음폐수 처리는지난 1월의 일이다. 시설 공사를 맡은 한국환경공단이 음폐수병합처리시설의 신뢰성운전을 포항시에 요청했다가 거절을 당한 바 있다. 신뢰성운전은 준공 허가에 앞서 선행되는 절차로, 공단이 골치 아픈 이 시설에 대해 꼼수를 부려 포항시로 떠넘기려 했던 것이다. 위수탁 체결 당시 시설처리 용량은 하루 음폐수 120t, 침출수 200t이다. 그러나 공단은 순수음폐수 60~65t, 응축수 55t을 처리했다며 총 처리용량을 끼어 맞추는 식의 눈속임을 부렸다. 음식물쓰레기 건조과정에서 나오는 응축수는 오염 농도가 낮아 공단이 숫자 맞추기로 어물쩍 넘어가려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던 것이다.이렇듯 포항 음폐수병합처리시설은 정상 기준량을 맞추기에는 어렵다는 게 기정사실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포항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폐수는 100여t. 이중 20여t은 포항하수처리장에서, 약 25t은 울산 음폐수 처리 업체에 위탁 처리하고 있다. 또한 하루 25t이 발생될 수 있는 음폐수의 대체 처리를 위해 하루 40~45t의 음식물쓰레기를 경주의 한 업체에 위탁 처리를 하고 있다. 환경관리공단이 실제로 처리하고 있는 음폐수는 고작 30여t에 불과하다. 당초 음폐수 처리기준양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수준을 넘길 수 없다는 것. 포항시와 공단 관계자는 현재 시설이 당초 설계 기준량인 음폐수 90t을 충죽시키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 실패의 원인포항시 음폐수병합처리 시설의 문제는 3악재 때문이다. 포항시의회의 비전문성, 환경관리공단의 무책임, 포항시의 방심이 그것이다.이 중 가장 큰 책임은 제대로 된 시설을 만들지 못한 공단이다. 사업이 제대로 완성됐다면 포항시민들이 겪었던 불편과 예산 낭비의 논란은 애시 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공단은 문제 발생 이후, 암모니아성 질소 및 총질소 고농도로 인한 추가 식종, 유기탄소원 활용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본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모든 책임을 공단이 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포항시의회도 빠질 수 없다. 포항시는 이번 사업 추진에 앞서 공법부터 사업 방식 등을 일일이 시의회의 결정에 따랐다. 시의회는 지난 2011년 11월 시가 제출한 공법을 놓고 다양한 논의 끝에 현재 처리 방식인 정화처리(호기성) 방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일부 시의원들은 호기성 공법에 대해 반대하며, 에너지화처리(혐기성소화) 방식을 주장하는 등 시의회 내부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의회는 예산 승인을 볼모로 포항시를 면밀히 감시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의회는 2011년 11월 이 시설의 공법 결정에 앞서 포항시 음식물쓰레기 정책과 관련해 수년 전 부터 제동을 걸었다. 포항시는 음폐수 등 해양배출 금지(2013년 1월 1일)에 따른 음폐수, 축산폐수, 하수잉여폐수 등의 육상처리 방안을 지난 2008년부터 제시, 추진했으나 번번이 포항시의회의 발목에 잡혔다. 이 때문에 약 5년 간의 준비기간이 무위로 그쳤던 것. 급기야 포항시의회는 해양배출 금지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 `더 이상 시기를 끌어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에 사업을 승인했다. 비전문가들의 결정이 포항시 음식물쓰레기류 행정을 좌지우지했던 것이다.무턱대고 포항시의회가 억지를 부린 것도 아니다. 포항시의 불투명한 청소 행정으로 인한 곱지 않은 시선이었던 것. 지난 2007년부터 포항시의회는 2000년 초부터 1년 단위로 포항시 음식물 쓰레기 위탁 처리 계약을 맺은 Y업체와 시 전역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지 등을 수집 운반 처리하는 쓰레기 선별 S업체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 같은 의혹 제기로 쓰레기 선별장의 경우 현재 포항시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음식물쓰레기 위탁 계약은 오는 2020년 6월 30일까지 유지키로 했다. 포항시의회가 모든 시 청소 행정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던 것은 포항시가 스스로 자초했던 탓으로 볼 수 있다.또한 2007년부터 현재까지 5명의 청소과장이 부임, 3명이 국장으로 승진했지만 이들 모두 행정직 출신이다. 음식물, 음폐수 등은 미생물학 또는 환경·화학 등 이 분야의 사무관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비전문가인 청소과장들로서는 시의원들의 집중 추궁을 피할 수 없었고, 대부분 그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는 공단에 모든 일을 떠넘긴 것도 문제의 발단이었다. 포항시는 공단이 첫 시운전 후 정상 가동이 되지 않자 추가 시설 설치를 요구했고, 시는 시의회를 설득해 이를 받아들이고, 이후 또 한 차례 시설 교체 요구를 받아들였다. 당시 포항시로서는 어쩌면 공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최선책이었던 셈이다. 과거 수수방관 했던 청소 행정과 남의 손에 일을 맡긴 방심이 만든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를 일이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김기태기자kkt@kbmaeil.com

2015-07-13

지자체 장기계획과 재정난 극복, 지역민 참여가 관건

요즘 행복과 삶의 질이 화두다. 특히 `문화의 시대`라 불리면서 문화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21세기는 관광의 시대로 관광은 경제와 연결돼,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며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관광은 지역의 경제와 브랜드가치, 국민의 삶의 질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 큰 관심을 가지는 영역이다. 최근들어 지방자치가 정착되고 문화를 국가발전의 정책목표로 삼으며 `지역의 시대`, `문화의 시대`가 동시적으로 진행되면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 증대됐다. 이중 지역문학관 설립과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문학관이 다른 문화시설에 비해 그 지역과 관련돼 있는 작가와 작품을 주제로 하기에 지역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고, 지역적 배경을 바탕으로 주민들을 정서적으로 통합할 수 있으며 주민생활과 관련해 그 활용가능성이 넓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문학관 건립으로 해당 지역 문학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줄 수 있고, 작가들의 작품에 지역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문화산업이 지역 먹거리 창출국내외 성공사례를 본보기로내년 개관 10주년 앞두고다양한 콘텐츠 개발 아이디어 필요국제도시 경주 강점 최대한 활용문화예술 융성시대 준비해야■ 글 싣는 순서① 영국 셰익스피어 생가 세계적 관광명소 비결② 프랑스 파리 3대 문인(文人)박물관 성공사례③ 프랑스 파리 빅토르위고박물관의 성공 비결④ 국내 문학관 벤치마킹- 황순원·김유정문학촌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대담⑥ 이문열 작가 대담⑦ 동리목월문학관의 나아갈 방향 제언본지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경주 동리목월문학관 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영국 셰익스피어생가와 프랑스 파리 빅토르위고박물관·발자크 박물관·낭만주의 박물관, 경기도 양평 황순원 문학촌·강원도 춘천 김유정문학촌의 성공사례를 비교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섯 박물관의 공통점은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특색을 살려 차별화된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더불어 우수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우수한 프로그램은 대중들에게 어필하면서 문학의 저변이 확대돼 지역 관광활성화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다.하지만 내년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은 안타깝게도 공유재적 성격의 지역문학관으로의 발전방안 추진, 지자체의 관심 및 예산 지원 부족, 지역 내 유기적인 체계과 정책 실현 수단의 부족 등의 문제점 등을 해결해야 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경주 동리목월문학관이 활성화 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우리나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문학관의 선진사례를 모범 삼아 심층적인 분석과 변화하는 문화 환경 및 선호도의 변화와 추세 등 지역문학관 외적·환경적 요인들을 충분하게 연구 검토해 뉴 미디어 세대의 시대적인 조류 속에서 향후 문학관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기념관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한 예술가의 길을 따라가면서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예술가의 삶과 작품, 그리고 그가 머물렀던 시간과 공간으로 압축된다. 기자가 앞서 소개한 선진 문학박물관들은 작가의 삶과 연관돼 있거나 그의 작품을 토대로 하거나, 아니면 그의 작품 속 배경들을 옮겨 놓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예술이 되고, 문화가 되고, 관광이 되고, 산업이 되어 그 나라 경제의 한 축까지 걸머지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즉 예술가를 활용한 문화산업이 각 나라마다 점점 더 정책적으로, 전략적으로 기획돼 관광산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경주 동리목월문학관은 지난 2006년 3월 한국문단의 거봉 김동리와 박목월 선생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문화체험장소로 육성코자 개관했다. 개관 9년이 지난 현재 동리목월문학관은 개관 당시와 달라진 점 없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집중적인 발전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경주시는 시장의 업적을 짧은 기간 내에 나타내기에 좋은 콘텐츠를 찾아내야만 했고 그 결과가 지역출신 문인들을 기념하는 문학관 건립으로 이어졌다. 이는 문화예술의 발전이 중앙 중심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경우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마땅한 문화콘텐츠가 없었던 데다 전시행정에 익숙한 관료들의 짧은 문화적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한국 문단에 명성을 날린 두 작가의 고향인 경주시는 척박한 예술지형을 가진 지역문화계의 현실에서 최고의 문화콘텐츠로 부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시 경주시장은 사업비 40억원을 들여 문학관을 우선 건립했고 두 문인을 기리는 사업을 적극 개발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문학관 전시실을 기본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상설 프로그램은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문예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국문학관협회에서 시상하는 우수문학관으로 선정되면서 도시브랜드 이미지 향상, 외부인의 지역방문 촉진 등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지역의 우수한 문화 관광 인프라에서 창출되는 시너지 효과에도 불구,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관이래 지금까지 9년 동안 관람객 입장료 수익도 고작 1억8천여만원에 불과해 매표소 직원 한 사람의 인건비도 해결 못하는 것과 함께 문인의 생애에 대한 치밀한 조사나 작품에 대한 철저한 분석, 문학관 운영에 대한 깊은 고민은 적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도 양평 황순원문학촌의 경우 작가의 생애를 오롯이 만나고 들여다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문인의 삶과 작품에 관련된 이야기를 끌어내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찾는 이들의 정감과 유대감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유료 입장객이 가장 많은 문학관으로 높이 평가받으며 전국 최우수문학관에 선정되기도 했다는 점, 그리고 영국 셰익스피어생가도 마찬가지로 연간 600만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색 있는 문화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은 문학관 활성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그렇다면 동리목월문학관의 관광활성화와 관련된 문제점은 무엇일까. 문화관광 인프라 분야에서 지니고 있는 문제점은 예산 문제에 연결되며 예산이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의지가 모두 포함된다.동리목월문학관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자체의 장기적인 계획 없는 치적 쌓기 사업개발과 지방재정의 한계로 문화관광 부문에 넉넉한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다.오늘날 지역사회는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유한 문화예술 인프라의 활성화로 지역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물론 문화예술 인프라의 기본적 역할을 예술가의 삶을 추모하고 문학정신을 재조명함으로써 교육 문화 관광 기능을 하는 것이나 이제는 문학관에서도 관광활성화와 관련, 우수사례 창출을 통해 지역과 나아가 국가의 위상을 드높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문화로 먹고 사는 시대를 위한 준비경주시는 세계적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유산 역사 도시다. 이 같은 명성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다른 지역의 사례를 답사, 조사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문화유산을 가진 도시의 품격에 걸맞는 도시기반 구축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국제회의도시로 지정된데 이어 4월에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개관해 국제회의 중심도시로의 서막을 열면서 관광객 2천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개관도 하기 전에 제14차 세계한상대회와 국제레이저세미나, 마이크로타스 2015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유치했다.경주는 G20, 세계관광총회(UNWTO)와 FAO아태총회 등의 메이저급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이 있고,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의 보고인 만큼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재삼 확인했다.지난 4월 12~17일에는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높은 경제적 파급 효과와 도시 이미지 제고 등의 긍정적 효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도시가 되기도 했다.개관 후 첫 행사로 지난 3월 9일 개최한 `2015 한국마이스연례총회 및 마켓플레이스` 참가자들로부터 국제회의 주최자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그리고 가장 컨벤션하기 좋은 국제회의 도시 경주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줬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국내 최고의 역사도시로의 명성과 자부심을 보여주기 위해 개최한 이 행사에 대해 행사에 참가한 한 마이스 전문가는 “경주 하이코(HICO)가 가장 한국적인 컨벤션센터이나 전시회를 열기에는 지역 인구가 적고 산업기반도 약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관광 인프라를 통해 다양한 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이처럼 문화로 먹고 사는 시대를 위한 준비의 시작으로 동리목월문학관은 경주시의 정책과 지원을 통해 정체성 확립과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 연구함으로써 국부 창출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주시는 신라궁성 복원 등 대대적인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바로 `문화융성시대`의 핵이 되고 있다.□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지속적 연구 필요동리목월문학관은 외국의 문학관과는 달리 대부분 전시 및 행사위주다. 지역의 이미지 제고와 지역 활성화를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고 또한 문학관이라는 공간은 지역민의 삶이라는 요소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문학관 운영자는 문학관 운영 프로그램의 취지를 지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이해시키고 아이디어 창출 등 협조를 지역민들에게서 얻어낼 필요가 있으며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에는 예산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 경주시의 직접적 예산지원과 간접적 행정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주위 관광지와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각 지역문학관들의 교류를 통해 프로그램 중복을 피하고 프로그램 연계와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빈약한 편인데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학동아리, 지역문화단체나 시설과의 프로그램 연계, 문학 작가모임 등 주민참여를 유도하고 나아가 지역대표, 기부자, 사업가 등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주민 참여가 활성화 되지 못한다면 기업홍보 및 이미지 제고 효과를 기대하는 외부 투자 및 지원이 이뤄지기 어렵다. 주민참여로 지역문학관을 통해 문학인과 지역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과 일반인 등이 서로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시설 지원 또한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 안정적 재정 지원·시민 관심 수반돼야지역의 우수한 문화관광 인프라를 바탕으로 많은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 육성해 지역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이를 위해 우선 지자체의 안정적 재정 지원과 운영의 전문화를 통한 재개발에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다. 문학관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정책 기반을 정립하고 특색 있는 차별화된 문학관 육성을 위한 연구 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등 당면한 사항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동리생가 복원, 목월생가 활성화 등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이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장기적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정책 기반 부문에 대한 관심과 투자 증대가 필요하다. 전문가 그룹 등을 통한 체계적인 문학관 활성화 방안 수립, 시설 확충 및 기획 인력 및 직원 보강, 지자체의 전담 조직 및 예산확대, 지역 기업의 인프라 확충 투자 확대, 자원봉사자 및 자원봉사단체들의 참여를 위한 마케팅 지원 확대 등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재정을 보완해야 한다.아울러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특색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 뒤따라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지역 발전 동력 창출을 위한 시민의 관심과 의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끝

2015-06-16

“문학관은 작가의 삶과 작품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곳”

이문열 작가에 대한 수식어는 많다. 다양한 소재들과 한학 지식, 그리고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의 솜씨로 녹여낸 낭만주의적 세계인식의 소설들은 그를 `국민작가`라는 칭호와 함께 당대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사람의 아들` `젊은날의 초상` 등 대표작들은 다소 현학적인 고급스런 지식의 전달과 함께 읽는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당시 최고의 성가를 올렸다. 이 작가는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새하곡(塞下曲)`이 당선되면서 등단, 그해 `사람의 아들`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금시조`로 동인문학상(1982), `황제를 위하여`로 대한민국문학상(1983), `영웅시대`로 중앙문화대상(1984),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이상문학상(1987), `시인과 도둑`으로 현대문학상(1992),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으로 21세기문학상(1998), `변경`으로 호암예술상(1999) 등을 수상했다.■ 글 싣는 순서① 영국 셰익스피어 생가 세계적 관광명소 비결② 프랑스 파리 3대 문인(文人)박물관 성공사례③ 프랑스 파리 빅토르위고박물관의 성공 비결④ 국내 문학관 벤치마킹- 황순원·김유정문학촌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대담⑥ 이문열 작가 대담⑦ 동리목월문학관의 나아갈 방향 제언김동리 선생, 한국적 전통세계 추구해방 이전 원시적 생명 탐구 새 흐름 개척분단후 남한 순수문학계 주류 자리매김문학관 본질 벗어난 상업화는 문제지자체 문화 상품화 아이디어도 부재통영 박경리문학관 각광, 주목할 만이문열과 김동리 선생과의 인연은 1982년 동인문학상 심사위원으로 그를 만난 뒤부터 였다. 특히 고향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동리 선생으로부터 받은 남다른 사랑은 잊을 수 없다. 명절이면 집으로 초대해 됫병 정종을 나누며 밤새 고담준론을 나눴고, 친필 휘호 도자기와 액자 등을 선물로 받았던 기억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영양이 고향인 이 작가는 동리 선생에 대한 기억을 “술을 매우 좋아했던 선생님은 경북문단에 대한 자부심이 특별했던 분이고, 인간에 대한 끈끈한 정이 깊고 속이 매우 깊은 분”이라고 술회했다.또 그는 “작가가 되어서 3년 후 선생님을 처음 뵈었는데 그 때 32세 때였다.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많이 아껴주셨다. 유별나게 생각하는 선생님”이라고 추억했다.이 작가에게선 동리목월문학관 활성화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에 앞서 동리 선생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듣고자 대담을 요청했던 것이었는데, 이날 인터뷰는 예상 밖의 큰 수확(?)이었다.그는 경기도 이천에서 부악문원을, 경북 영양에서 광산문학연구소(광산서원) 등 후배 문인들을 위한 창작교실을 운영하면서 문학 진흥을 위한 노력을 오랫동안 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김동리 선생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후배, 스승이기에 앞서 다년간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문단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자신만의 독보적 아우라를 구축해 온 이문열 작가와의 인터뷰를 여기 기록으로 남긴다.- 한국문학사에서 지워질 수 없는 문학적 자취를 남긴 김동리 문학의 본질을 요약한다면.△한국적 전통세계에 대한 탐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한 작가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문단에 뚜렷한 문학적 덕목을 남기셨다. 첫째, 인상적 인물상을 창조했고 둘째,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창작적 요소가 있었고 선생님 자신도 자부심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 문학평론가들은 김동리 선생의 작품을 세 시기로 분류한다. 일제 치하에서 발표된 초기 소설들과 내적 생명을 부각하기 위해 초월적 삶의 전형을 보여주는 일련의 작품들과 함께 삶의 치열함을 다룬 시기, 그리고 해방기의 소설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해방 이전의 시기를 보면 그의 작품 세계는 원시적 생명의 탐구, 한국적 전통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의 개념으로 집약할 수 있는 새로운 문학의 흐름을 개척했다. 그 시기 신세대의 작업 가운데 특히 소설 부문에서 가장 풍부한 성과를 창출한 사례로 인정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해방 직후의 시기로 넘어오면서 선생님의 문학 활동은 좌우익의 대결장에서 우익 측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으로 자리 매김 되며 소설 작품들도 이 같은 작가의 위상에 걸맞은 것으로 채워진다.그후 분단이 고착되면서 김동리의 문학은 남한 문학계의 이른바 순수문학이라는, 주류 속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 작품들의 구체적인 면모에서는 줄기차게 강렬한 개성과 풍부한 문제성을 유지했다.사회 현실을 대상으로 부조리한 삶과 그 문제의식을 우화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성향의 작품군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문제에 대한 실존적 번민을 자아의 상실과 공동체의 붕괴라는 현실 문제와 연결시켜 형상화한 작품들이다.김동리 선생의 작품을 감상법으로 요약한다면, 선생님의 작품경향은 우리 시대상황과 다를 수 있다. 그 시대의 감수성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새롭게 경험하는 차원, 탐구정신이 곁들여지면 더 좋다. 동리 시대 문학 충돌과 화해 과정 같은 것들은 새로운 시대 감수성, 의식과 충돌된다. 우리시대 감수성의 형태와 만나게 된 문학적 정보와 의식이 안 맞을 수 있다. 그걸 조화하고 맞게 하는 데 앞선 세대 문학의 경험이 도움 될 수 있다.- 김동리의 문학적 지향점을 문학을 통해 인간의 구원을 다루고자 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중 어떤 작품을 최고로 꼽으시는지, 또 김동리 선생은 어떤 작품을 가장 아끼셨는지.△`무녀도`는 사회적 의식, 전통적 아름다움, 새로운 것이 있었고 `등신불`은 중후함이 있다. 그외 `역마` `화랑의 후예` 등도 40년 세월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선생님이 작품 자체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셨던 기억은 별로 없다. `무녀도`를 `을화`로 개작하셨을 때 상당히 만족하시는 것 같았다.- 김동리 선생은 1982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셨다. 그 때를 회고하신다면.△단편 `무녀도`를 개작, 중편으로 만들어 `을화`로 재출간 하셨을 즈음인 것 같다. 독립된 작품으로 평가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신 것은 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었다. 한림원 발표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고 많은 작가들이 함께 명단에 올랐다.-공공재로서 문학은 어떻게 기능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문화의 시대에 문학은 무엇인가.△문학, 나 혼자 갑자기 시작한 것 아니고 수백 년 전 많은 사람이 해석을 붙여놨다. 소설문학에서 이야기라는 것도 상반된 의견이 통용되고 있다. 소설의 본질은 언어가 어떻게 조직, 운용되는가, 이 관계 중심으로 생겨난 미학적 활용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사람들과 이야기는 소설의 본질이 아니라고 보는 작가들도 있듯이 문학의 기능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이야기가 있는 쪽이 맞는 것 같고 공공재로서 효용이 있어야 한다는 쪽이다. 우리 삶을 더 풍요하고 유익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공공재로서의 문학의 기능이라 생각한다.문화의 시대라는 규정도 경박한 말로 들린다. 어느 시대이건 문화의 시대 아닌 때는 없다. 디지털 시대, 문화적 상품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시대가 됐다. 어느 시대이건 한가지의 가치는 있기 마련이다. 우리 시대를 문화의 시대라 말하는 것, 깊은 공감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 시대 특별한 상황을 즉문즉답 단문단답으로 요약한다면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 메아리되는 시대, 과연 문화의 시대라 할 수 있겠나. 문화의 시대, 가장 필요한 것, 갑자기 온 소통방식의 변화, 정보가 물(物)화 된 것. 위험스러운 문화의 시대에서 필요한 것, 감시자의 역할, 변별자의 역할, 선택자의 역할, 이런 것들이 문학의 중요한 역할이 아니겠나. 개인적 바람이 되겠다.요즘 문화에서 걱정되는 것, 반복 하는 것, 이것은 다수를 지배하는 것이다. 이것을 요즘 사람들은 소통이라 하는데, 한 사람이 반복해 보내는 SNS 등은 모두가 다 그런 것 아닌가. 이 같은 정보는 왜곡, 위장되기도 하고 다수결 결정이 중요한 결정이 되는 시대, 한 사람이 여러 번 말하는 것, 이것을 다수로 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1991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국에서 많은 문학관이 생겨났다. 문학관의 역할과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문학관의 성격과 위상이 어떠해야 하는가.△문학관은 작가가 죽어도 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작품이다. 문학관이 없어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따라하게 할 본보기를 보여준, 고전의 작가를 기린다는 의미 아닌가.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에게도 따라하게 함으로써 의욕을 일으킨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적정선을 넘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든지, 관광과 연계된 의도를 지나치게 가진다거나 지역 간 싸움 같은 이상한 경쟁 같은 현상은 별로다. 기본적 문학관 성격은 기념관, 추모관이 맞다. 그가 죽었더라도 잊지 말자. 그리고 그가 기억할 만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의 작품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인간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면 가치 있는 삶이고 뒷사람이 기억한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룸으로써 초월적 세계라는 확장된 삶의 영토로 독자들을 안내했던 김동리의 내적 생명의 추구는 그런 의미에서 충분한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이 같은 가치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보존하고 기념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나.△ `무녀도`는 전통과 전래문화가 충돌하고 있다. 곧 서양과 동양의 충돌이랄 수 있는데 그 시대에 우리 의식이 충돌한 양상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어떤 조화, 만남의 공간을 모색한 것이다. 새로움과 낡음의 충돌은 조화되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김동리 선생의 생가 보존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이에 대한 견해와 현재 경주에 있는 동리목월문학관에 대한 평가를 하신다면.△우리나라 문화재는 현 소유자 중심으로 돼 있다. 관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가가 기념되면 좋겠지만 문화재법에 있어 그 방식은 만만치 않은 것이다. 문학관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사회적 의식의 문제다.-문학관이 활성화 돼 세계인의 각광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겠나. 자치단체와 문학관 관계자,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과유불급`이라고 표현하겠다. 부족하고 넘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점차적으로 세련되고 내실이 다져지지 않겠나. 급하게 성과를 내려는 것도 성급해 보이고 또 우리와 관계없는 일로 간주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본질로 돌아가서 왜 문학관사업을 하느냐 인데 좋은 작품 생산한 영혼 기리는, 기억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필요한 것이다. 이제 새로 그런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 명예, 기림(격려)이 될 수 있다.지금 잘 되는 곳, 그것 본질 이외 다른 상업적 목적에 이용되고 있지 않나, 본질적으로 가치를 훼손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우리나라에도 지방재정이 도움이 된다거나 성공한다면 세계인의 각광을 받는 문학관이 있을 수 있다. 경남 통영에 있는 박경리문학관 같은 경우다.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에 나오는 하동마을이 있는 통영시가 예산을 투입해 그 마을 가옥 150채를 사들여 기념관을 만들어 성공했다. 주차장만 해도 1만대가 들어올 수 있는 대규모다.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머물러서 뭘 할 수 있는 무엇이 없다는 점이다. 차 한잔, 밥 한 그릇 먹을 데가 없다. 문학관 활성화를 위한 해당 자치단체의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문화 상품화를 위한 아이디어가 없다. 문화에 대한 소양이 없고 문학도 모르는 것 같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6-09

“작가의 생가 복원했다지만 집만 덩그러니 있어서야…”

지난 4월16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나 대담을 했다. 박 교수님보다 먼저 약속 장소에 가 있으려고 서둘러 출발했는데도 약속 시간을 꽉 채워서야 약속한 카페를 찾을 수 있었다. 박동규 교수는 박목월 시인의 다섯 남매 동규, 동명, 남규, 문규, 신규의 맏이다. 올해 76세. 선친과 같이 경주가 고향이다.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오래 대학강단에 섰다. 한국의 전후소설에 관한 평론을 발표하면서 평론가로서 주목을 받았고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을 통해 문학과 문화를 쉽게 설명해주는 친숙한 평론가로 활동해 왔다.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의 관광 활성화를 위한 기획취재 인터뷰 상대로는 그가 최적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날 더 그이 다운 진면목을 대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박 교수는 막힘이 없었다. 아버지 목월은 끊임없이 틀 깬 시인문학관, 작가와 독자 소통 본래목적 외지역민에 서비스 기능도 감당해야운영주체 새로운 변화는 물론기업·전문가 등 외부 지원 필요■ 글 싣는 순서① 영국 셰익스피어 생가 세계적 관광명소 비결② 프랑스 파리 3대 문인(文人)박물관 성공사례③ 프랑스 파리 빅토르위고박물관의 성공 비결④ 국내 문학관 벤치마킹- 황순원·김유정문학촌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대담⑥ 이문열 작가 대담⑦ 동리목월문학관의 나아갈 방향 제언그는 “동리, 목월선생의 생가를 활성화해서 창작 메카로 만들어 가려면 판을 다시 짜야 한다”면서 “전문가는 많지만 문학관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곳에는 별로 없고, 전문성을 운영과 정책에 반영할 채널도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동리목월문학관이 개관한 지 9년이 지났지만 아직 많은 일반인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문학관이 설립의 취지에 부합하고 다양한 세대의 호응을 받는 문화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노력이 부단히 요구된다” 했고, 문학관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학관의 설립자이자 운영 주체인 경주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문학 인들의 견해에 대해서는 “문학관 운영 주체의 지속적인 변화와 경주시의 지원 외에도 기업 메세나 등 외부의 재정적 지원세력이 든든히 준비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현재 문학관이 일반인들이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어서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처음 입을 열었는데, “현재의 문학관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전시하고 생가를 창작에 기여할 수 있는 메카로서의 의미성을 두고 잘 꾸미자는 게 골자”라고 했다.목월 선생의 장남이기에 앞서 다년간 문학 평론과 학계 중심부에 머물면서 자신만의 독보적 아우라를 구축해 온 박 교수와의 100분 남짓한 인터뷰를 여과 없이 지면에 옮긴다.-올해 목월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많이 바쁘신데, 어떻게 지내시는지.△아버지가 계시는 용인 공원묘원에 목월공원을 만들고 있다. 시비를 세우고 편안한 의자를 만들어 누구나 찾아와서 시를 읽고 명상에 잠기며 쉬다 갈 수 있는 공원을 만드느라 바쁘다. 5월 31일 완공을 기념해 조촐한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또 내가 소장하고 있는 아버지의 미발표 시고를 정리하고 있는데 12월쯤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 초고와 개작 과정 일부를 보여줌으로써 목월의 시가 그냥 쉽게 나온 것이 아니라, 많은 수정과 숙성을 거쳐 세상에 발표됐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한다.-한국문학사에서 지워질 수 없는 문학적 자취를 남기신 목월 문학의 본질을 요약하신다면.△시기적으로는 박목월 시대라는 것은 해방공간에서부터 출발해서 60, 70년대를 거쳐 오는 동안, 우리 문학사에서 박목월의 등단시기를 문장지에 등단한 1939년으로 보지만 본격적 활동은 1945년 청록집 발간 이후로 볼 수 있다. 목월 문학의 본질은 첫째, 한국 현대서정시의 중심을 해방공간에 자리잡게 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고, 둘째, 시에 있어서 형상이라든가, 시의 기법적 양식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 낸 것이고, 셋째, 민족고유의 정서적 세계를 시화 하는데 새로운 방법을 창조해 냈다고 할 수 있다. 지향 양식을 이야기한다면 한국어 언어에 대한 특별한 감각과 한국적 정서, 자연과 사람의 혼합된, 조화의 양식을 시에 어떻게 가미해 담았느냐가 중심이며 또 서정적인 것으로부터 현대적인 것으로 끌어올릴 때 인간과 삶과 존재에 대한 단계를 거쳐가면서 시를 전개해 나간 것을 우리가 특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목월 선생님은 생전에 `나는 정신적인 수채화가`라고 말씀하셨듯 선생님의 시는 오늘날에도 전혀 퇴색되지 않은 서정적 민족적 자연관이라는 시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의 대표적 시 몇 작품을 소개하신다면. △나는 객관적 시각을 가지기 어렵고 주관적 시각일 수 밖에 없다. 객관적 시각에서 많이 논의되는 시들은 우선 `나그네``윤사월`등 초기에 정열적 서정적 자연을 주제로 한 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시에서 출발해 서정성에서 보다 더 높은 세계로 뛰어 오르게 한 것이`적막한 식욕``당인리 근처`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시집`경상도의 가랑잎`에 있는`만술아비의 축문``노래`같은 시들은 자연에서부터 인간적 삶을 결합시키는 시로 진화함으로써 자연에서 인간 자체로 전환해가는 시선의 변화를 보여준다.-목월 선생님의 시 세계는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인간 삶의 정신 등 몇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이 같은 그의 시 정신이 시대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며 사랑받고 있는 요체라 할까 비밀이라 할까, 그것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또 아버지는 생전에 어떤 작품을 가장 아끼셨는지 궁금하다.△아버지의 시 세계는 다른 시인들과 달리 세 단계의 변화과정을 갖고 있다. 자연과의 관계, 인간과의 관계, 존재와 신과의 관계 등 세단계의 변화양상을 보이셨다. `청록집`에서 `산도화`가 젊은 시절의 시였다면 `난. 기타` `청담`이 두 번째이며 `경상도의 가랑잎` `무순` 등이 3기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기가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과 삶의 무게를 시로 만들어 냈다. 이중 `나그네`는 아버지의 출세작이랄 수 있고 특히 `경상도의 가랑잎`에 나온 경상도 사투리를 중심으로 하는 시적 실험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나타난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아버지는 쉼 없이 새로운 시 형식을 탐구한 시인이셨다. 그가 생전에 간행한 다섯 권의 개인 창작시집 `산도화` `난.기타` `청담` `경상도의 가랑잎` `무순`은 제각기 다른 내용과 틀을 보여준다. 시인이 하나의 틀을 완성하는 일은 더없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하나의 시 세계를 하나의 시집으로 묶어낸 다음에는 가차 없이 그 틀을 버리고 새로운 시의 틀을 추구하는 힘든 도정에 나서곤 하셨다. 당신의 시가 늘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그런 고투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리고 시어로서의 한국어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추구해 보여줌으로써 민족적 자긍심과 우월성을 드러낸 것이다.-토속적인 풍경, 이런 삶을 닮은 자연 시인으로 평생을 사시며, 자연 그 자체의 세계라는 삶의 고향으로 독자들을 안내했던 박목월 선생님의 내적 생명의 추구는 그 자체로 충분한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이 같은 가치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보존하고 기념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면.△문학관은 여러 여건상 문학 자체와 관련된 활동 뿐만 아니라 지역의 품격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아주 유용한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아버지의 시는 문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근현대 민족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문학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 유적이 많은 경주 지역의 여러 시설과 연계해 활발한 활동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관의 활성화를 위해서 문학관의 현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가의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의 확산, 지역 실정에 대한 이해 등 많은 선결조건이 충족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삶이 더욱 풍요로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1991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국에서 많은 문학관이 생겨났다. 문학관의 역할과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문학관의 성격과 위상이 어떠해야 하는지.△공공재로서 문학은 어떻게 기능하는가. 좋은 한편의 시는 `개인적,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매우 훌륭한 감성재로 쓰이고 있다. 소설의 서사구조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체계를 구축하면서 프로슈머(소비자이자 생산자)의 주요 장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문학 소통의 새로운 장이 형성돼 있음이다. 이때 문학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문학관은 작가의 작품활동과 독자의 향유과정이 밀접하게 소통하는 문학융합적 원형공간이다.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고 이것을 보존·전시함은 문학관의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작품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고 일반 대중의 문화 향수를 이끄는 것 역시 문학관의 역할이다. 하지만 최근의 현실에서는 문학관 본연의 역할 이외의 역할 역시 요구된다. 특히 지역민에게 문학을 기반으로 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서의 역할이 그것이다. 더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 그리고 지역 문화 창달이라는 문화 기반 시설의 역할 역시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문화산업의 거점공간으로서 문학관을 설정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원점에서 검토되고 있는 문학관의 위상과 성격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한편의 주장이다.-동리목월문학관이 활성화 돼 세계인의 각광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겠나. 자치단체와 문학관 관계자,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아버지를 기리는 문학관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동리목월문학관의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해 현실을 보면 문학관 운영 주체의 새로운 변화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외부 합리적 지원 세력이 충실히 분포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문학관이 가진 정체성을 확보하고 이를 문학 연구 인력이 어떻게 활용하게 하는 지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문학관 관련 전문 학예사나 전문가 그룹이 있어야 한다. 지역 관련 프로그램 운영이나 지역 문인들과의 연계 등도 이들 전문 학예사의 기획에서 구체적이며 전문적으로 나올수 있다. 이와 더불어 경주시도 옛것만 가지고 가꾸는 일에 열중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일에 신경을 쓰자고 말하고 싶다. 살아있는 경주를 만들어 가는 방식에 문학관을 큰 틀로 봐야 된다. 예를 들어 생가를 복원했는데 집만 덩그러니 있어서야 되겠는가. 작가들의 모임이나 세미나 등 활동할 공간을 만들거나 지역의 뛰어난 상징으로 삼을 대표적인 상징물을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근 지역에서 산업적 타당성 조사를 거쳐 작가의 시에 나오는 향토적 소재를 활용한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목월 선생의 생전 모습-내년에 동리목월문학관이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문화로 먹고 사는 문화의 시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관광 명소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문화 문제가 전문적으로 진화하다 보니 그걸 다루려면 과거보다 전문성이 많이 필요하다. 문학관도 그런 설계 역량을 갖춰야 한다. 우선 동리목월문학관을 현재와 같이 유족들의 소장품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경주시청과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두 작가의 생가터에 지역민들의 협조를 얻어 각 작가를 상징하는 테마형 문학관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 프로그램 기획에 있어 두 작가의 기념 행사를 한꺼번에 하지 말고 따로 떼어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문학제 행사를 경주를 중심으로 한 문화행사 전체를 아우르는 축제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경주 지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보다 큰 규모의 행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서울에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6-02

문인의 삶·작품 오롯이 녹인 공간, 세상과 깊은 교감

경기도 양평에 있는 황순원문학촌과 강원도 춘천의 김유정문학촌은 한국 단편소설의 대가들인 황순원 선생과 김유정 선생의 생애와 예술혼이 빛나는, 그리고 그들의 체취와 향훈이 넉넉히 남아 있는 문학공간이다. 기자가 지난 4월 14, 15일 이틀간 취재한 이 두 곳은 그 누구보다 값진 삶을 살다간 두 예술가의 삶과 작품들을 유감없이 재현해놓고 있었으며, 척박한 지역문화 환경 속에서 이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함으로써 각박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한결 풍요롭게 채워주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한 작가의 생애를 오롯이 만나고 들여다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문인의 삶 및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끌어내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찾는 이들의 정감과 호감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학촌을 돌아보는 동안 갈증난 세속을 잠시 떠나 이상세계를 여유롭게 돌아본다는 느낌조차 들만 하다. 물론 이 두 곳은 국내 문학관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글 싣는 순서① 영국 셰익스피어 생가 세계적 관광명소 비결② 프랑스 파리 3대 문인(文人)박물관 성공사례③ 프랑스 파리 빅토르위고박물관의 성공 비결④ 국내 문학관 벤치마킹- 황순원·김유정문학촌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대담⑥ 이문열 작가 대담⑦ 동리목월문학관의 나아갈 방향 제언 ■경기도 양평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 = 새로운 개념의 문학테마파크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산 74번지에 위치한 황순원문학촌은 20세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황순원의 대표작 `소나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조성한 새로운 개념의 문학테마파크다.특히 징검다리, 수숫단, 들꽃마을 등으로 재현한 체험장, 작가의 문학과 생애 전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학관, 여러 대표작들의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는 산책로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문학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래서 문학촌이라 불리운다.대지면적 4만7천640㎡·연면적 2천305㎡, 지상 3층으로 돼 있는 황순원문학촌은 작가의 생가지에 건립된 여타 문학관과는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의 고향은 북한이기 때문이다. 황순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설 `소나기`라는 작품 속 배경지를 문학공간으로 잘 가꿔 지난해 국내 유료 입장객이 가장 많은 문학관으로 높이 평가받으며 전국 최우수문학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황순원 작가에게 가르침을 받은 김종회 황순원문학촌장은 “1단계 하드웨어, 2단계 테마파크 역할 및 문화적 랜드마크 형성, 3단계 관람객들에게 안식과 동심 회복, 즉 테마 있는 문학파크를 지향해 작가와 함께 작가정신을 호흡 할 수 있는 문학관을 지향한 결과”라고 했다. 김 촌장은 “특히 2013년부터 중학교 국어교과서 2종에 작품이 실린 만큼 보다 많은 아이들이 소나기마을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소설가 황순원의 고향은 평안남도 대동군으로 북한에 있어 실향민 작가 1세대이다. 그러나 생애 3분의 2를 서울에서 살며, 6·25 피난살이 이야기 `곡예사` 등 많은 작품을 썼으며, 23년 6개월 간 경희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2009년 9월 타계하자 그의 문인 제자들과 교수들이 스승의 문학을 온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합한 장소를 찾아 발벗고 나서게 됐다. 소설 `소나기`는 교과서에 실려 온 국민들에게 익히 알려진 단편소설의 하나로 양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 속에 있는`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를 간다`란 글귀를 근거로 제자들은 양평이 황순원의 작품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적지라고 판단, 양평군과 협의해 경희대와 자매결연을 맺음으로써 문학촌 건립의 기초를 마련했다. 양평군은 지자체장의 지역 문화 관광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더불어 `소나기 마을`의 건립사업을 추진하면서 미래지향적, `소나기`에 묘사된 전통적 농촌 옛 마을 풍경 재현이라는 실질적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소나기 마을의 추진 및 관리방안에 있어서는 소설`소나기`속의 자연 여건을 그대로 재현해 그 소나기마을을 한 바퀴 돌면 마치 소설 속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다. 소나기마을은 황순원문학관을 비롯, 2시간 마다 한 번씩 인공소나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소나기광장과 여러 테마 산책로, 야외공연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황순원문학관에는 모두 4개의 관람시설이 있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소개하고 여러 유품을 전시한 `작가와의 만남`, 대표작을 영상, 음향, 모형 등을 통해 학생들의 현장학습 장소로 쓰이는 `작품 속으로`, 방과 종이책, 전자책 등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휴식할 수 있는 문학카페,`소나기`의 시대적 배경을 교실로 재현한 공간인 `남폿불 영상실`로 구성돼 있다.소나기 광장에는 소설 `소나기`속에 등장하는 섶다리, 그리고 개울과 징검다리를 공간적으로 재현해 놓았다. 이 외에도 원두막과 수숫단을 형상화한 분수대를 통해 소설 속 장면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소나기 광장을 중심으로 둥근 산책로가 있는데 이 산책로는 황순원의 작품들을 주제로 꾸며져 있고 각 입구에 작품에 대한 소갯글이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4D효과의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실내공연장을 이용해 동화구연교실, 정기적인 문학·문화모임과 특별전시 등을 유치해 계절에 영향 받지 않는 지속적인 방문객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밖에도 1박2일 문학캠프, 양평군뿐만 아니라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대학생 및 문학과 거리가 먼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문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재방문이 이뤄지도록 했다. `황순원 문학제`를 운영하고 있으며,`황순원문학상`을 통해 문인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지역민뿐만 아니라 500만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운영을 맡고 있는 (사)황순원기념사업회는 황순원학회 등 전문가들과 함께 지역 문화적 인프라 개발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 김유정문학촌-실레마을 = 마을전체가 문학관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868-1에 위치한 김유정문학촌은 복원된 생가를 중심으로 소설 속 현장이 되는 고향마을 일대를 배경으로 개발한 문학촌이다.김유정을 기리기 위해 춘천시가 2002년 8월 대지면적 3천770㎡·연면적 255.6㎡에 개관한 김유정문학촌은 낙향한 그가 만무방, 따라지, 들병이들과 어울려 일제 강점기 청년들의 한과 상처를 달랬던 실레마을에 조성됐다. 생가와 기념전시관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김유정문학의 산실이며 현장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2012년, 전국 최초로 한국문학관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최우수 문학관`으로 선정된 김유정문학촌은 현재 (사)김유정기념사업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춘천 출신 소설가 전상국 촌장의 열정이 보상을 받은 것이다.또한, 다른 문학관과 달리 비교적 수도권에서의 접근이 용이하며, 주변 유적지·명소 등과 연계해 문학관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어 향후 타문학관 운영방안의 모델이 되고 있다.경춘선의 간이역들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던`김유정역`은 김유정문학촌의 방문객이 늘면서 오히려 역사를 한옥으로 신축해 화려한 부활을 하고 있다.특히, 국내 최초 사람이름을 딴 경춘선 `김유정역`은 지역성을 명확히 했고, 김유정농협, 김유정로, 김유정우체국 등의 기관명이나 상호를 작가의 이름으로 개명함으로써 작가와 그 작가 문학관의 입지적 연관성을 유감 없이 구축했다. 뛰어난 한 작가가 고향마을 발전의 요체가 된 것이다.전상국 촌장은 “춘천은 인구 약 2천만의 수도권과 인접한 도시로 1995년 `문화도시`로 선정됐으며 1998년부터는 지식기반 산업 육성을 바탕으로 고속도로 및 국도의 확장을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 이러한 입지적 요인은 여러 가지 문화산업의 발전과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김유정문학촌을 중심으로`실레이야기마을`이라는 프로젝트로 마을 전체를 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김유정문학촌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으며, 광범한 문화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마을 자체를 기념과 기억의 장소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했다.실레마을은 김유정의 생가를 복원하고 김유정문학촌이라는 문화공간의 조성으로 시설 및 콘텐츠 양면에서 문화기반이 잘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김유정 소설 속의 장면을 순방할 수 있는 이야기 열 여섯 마당의 `실레이야기길`과 실레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금병산에는 김유정의 소설 제목을 딴 등산로인 `금병산 등산로`가 조성돼 있다.이밖에 김유정이 고향에 내려와 동네 아이들을 모아 야학을 하던 금병의숙 터를 보존하고 있다.김유정기념사업회는 올 하반기까지 사업비 100억여원을 들여 전시·체험시설·공연무대·주차장 및 편의시설 등을 확충하는 신축공사를 하고 있다.김유정문학촌은 생가, 외양간, 연못, 우물, 동상, 기념관 등의 시설로 이뤄졌으나, 광의로는 신동면의 김유정 작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전체를 일컫는다. 더 나아가 김유정역과 주변의 편의시설 및 자연환경 등을 김유정 작품과 관련시켜 지역관광사업 발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김유정문학촌은 관람객들에게 김유정 작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해설사 10여명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체계적 교육을 받은 전문 해설사들이 방문객들을 즐겁게 맞아주는 넉넉함도 장점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 해설사들은 김유정 문학을 잘 이해하는 문학애호가들이 모인 순수 자원봉사자들이며 6개월 이상 주변 역사유적에 대한 교육을 수료했다. 김유정문학촌에서는 매년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이때마다 실레마을은 잔치가 벌어진듯 술렁거린다. 마을 부녀회의 풍물장터 운영, 이장단협의회와 노인회의 삶의 체험거리 지원, 자율방범대의 교통정리 및 질서유지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김유정이라는 인적 자원을 활용해 창조적인 환경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과감한 공공투자가 이뤄짐은 물론이고 지역 소득 증대라는 경제적 효과도 크다.김유정문학촌에서는 매년 3월 29일 김유정추모제를 시작으로 김유정문학제, 김유정문학상, 김유정기억하기 전국문예작품공모, 청소년문학축제, 김유정문학캠프, 김유정신인문학상, 김유정백일장, 실레마을 이야기 잔치 등 각종 행사를 연이어 벌이고 있으며, 기획전시실에서는 연 4회 이상의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더불어 춘천 지역의 예술가들이 그들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김유정문학촌의 무대 및 공간을 활용해 각종 예술행사를 벌여오고 있다.현재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김유정 소설이 실려 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문학기행팀이 많이 찾는 편이고, 천재작가 김유정의 짧은 생애와 작품 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오는 일반인들도 많다. 그는 폐결핵 말기 진단을 받고 숨지는 날까지 쉬지 않고 단편소설 20편 가량을 썼다. 목숨과 바꾼 작품들이었고,`봄 봄`은 김유정 특유의 해학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근래에 생긴`레일바이크 김유정역`이용객도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금병산의 김유정 소설 제목으로 된 등산로나 실레이야기길 16마당을 찾아오는 등산객들도 김유정 생가나 기념전시관을 반드시 들렀다 간다.2008년 김유정 탄생 100주년 행사 당시 중국의 노벨상 수상작가인 모옌 등 한·중·일 3국의 대표 작가들이 이 마을을 실레이야기마을로 선포한 바 있다. 앞으로 이 마을을 이야기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2013년 가을부터`나는 이야기꾼이다`라는 전국이야기대회를 열고 있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강원도 춘천시에서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5-05-26

세계적 대문호 존경심 반영 노력, 관람객 발길 줄이어

프랑스 파리 4구 보주광장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빅토르 위고 박물관은 프랑스 최초의 문학관으로 1902년 개관했다. 문학을 책 밖으로 끌어내 다른 문화와 합치려는 다각적인 노력 덕분에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라드 오디네 위고 박물관장을 지난 3월 27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113년의 역사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준 비결과 관광 마케팅 방안, 그리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중점 전략 등을 들어봤다. ■ 글 싣는 순서① 영국 셰익스피어 생가 세계적 관광명소 비결② 프랑스 파리 3대 문인(文人)박물관 성공사례③ 프랑스 파리 빅토르위고박물관의 성공 비결④ 국내 문학관 벤치마킹- 황순원·김유정문학촌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대담⑥ 이문열 작가 대담⑦ 동리목월문학관의 나아갈 방향 제언1902년 프랑스 최초 개인문학관 출발작가 유·무형 창작물 단순 보존 넘어지역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확대지역민 관람객 확보에 가장 신경육필원고 디지털화 서비스 진행■ 제라드 오디네 관장 인터뷰-빅토르 위고 박물관이 파리시나 프랑스의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데.△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는 19세기에 들어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낭만주의 운동을 이끈 시인이며 소설가·극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프랑스 문학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며 19세기를 살아온 긴 세월 동안 수천 편의 시를 쓰고 모든 장르의 작품들을 발표한 위대한 시인, 위대한 극작가, 위대한 소설가, 위대한 사상가였고 또한 위대한 투쟁가이기도 했다. 한때 그의 목소리는 프랑스 민주주의 양심이며 국민정서를 대변하는 희망의 목소리였으며 그의 박애주의적이고 인도주의적인 사상은 19세기 후반에 전 유럽 사회에 빛을 던져줬다.이처럼 빅토르 위고 박물관은 프랑스의 대문호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경외심이 반영됐으며 또한 이를 통해 주민들을 정서적으로 통합할 수 있고 주민생활과 관련해 그 활용가능성을 넓히려 노력해 왔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많은 세계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아 감동을 받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프랑스 문학관은 사회당이 집권했던 1981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내·외적 환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문학의 대중화`라는 학문적 관심에 의해 운영되던 것이 최근 들어 문학관은 단순한 문학 관련 시설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문화공간`으로 확장돼 운영되고 있다. 위고 박물관의 설립배경과 발전과정에 대해 알고 싶다. △프랑스에서는 문학관을 `Maison d`ecrivain(작가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빅토르 위고 박물관의 이름도 Maison de Victor Hugo다. 작가의 집은 역사적 건물이나 박물관일 수도 있고 도서관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동시에 이 모든 것들일 수도 있고 그 중 아무것에도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큼 문학관이라는 문화시설을 정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즉 문학관은 전통적으로 작가의 출생지이거나 오랜 시간 머물면서 창작과 자취들을 유·무형으로 보존하는 곳이었으나 최근 들어 특정 작가의 공간이 아닌 지역민에게 문학을 소비하는 종합시설이자 신진작가들의 창작 공간 역시 문학관의 형태로 운영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빅토르 위고 박물관은 1902년 탄생 100주년이던 해에 위고의 유언 집행인이자 충실한 추종자인 폴 뫼리스가 자신의 전 컬렉션을 파리시에 기증하면서 1903년에 개관했다.첫째로 위고 박물관은 한 인물에게 바쳐진 최초의 기념물이며, 한 작가에게 바쳐진 최초의 문학박물관으로 문을 연다. 위고는 작가, 정치인, 데생화가에 장식가이면서 또한 인권수호자였다. 1927년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나는데 위고 가족의 기증으로 노르망디의 영국령 섬인 게르네제섬의 오트빌 하우스도 파리시립박물관이 된다. 특히 오트빌 하우스는 작가가 손수 장식한 집이어서 아주 특별하다. 게르네제섬 관광객의 30%는 오트빌 하우스 때문에 이 섬을 방문한다.파리의 위고 박물관은 1830~1848년까지 위고가 16년간 살았던 곳이지만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없다. 다른 작가의 집과 달리 위고 박물관은 작가의 가구나 육필원고 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인물의 편지, 700여 점에 달하는 데생, 옛날 사진 자료, 가족의 초상이나 흉상, 작품의 삽화, 당시의 신문, 옷가지에 심지어 개 목걸이까지 있다. 다른 작가의 집에 비해 회화, 조각, 판화, 삽화 등 다양한 자료가 정말 풍부하다. 방대하고 귀중한 컬렉션을 소장함으로써 작가의 집 이상의 종합박물관이다. 작품 원고는 주로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하지만 가족과 주변 인물, 특히 그의 연인 쥘리에트의 편지가 많이 보관돼 있다.1983년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온다. 처음 개관했을 때는 박물관의 전시가 체계적이지 못했다. 서거 100주년을 맞아 3층을 작가가 살던 아파트 분위기가 나게 개조한다. 물론 재구성한 것이다. 생애를 망명 가기 전, 망명기, 망명에서 돌아온 뒤의 세 시기로 나눠 아파트를 꾸민다. 1년에 두 차례 전시회를 개최한다. 전시는 늘 빅토르 위고와 연관된 주제로 기획된다. 특히 종이로 된 자료는 상설전시 할 수 없으므로 전시회 때마다 순번제로 돌아가며 내놓는다.- 직원은 몇명인가.△전체 직원은 31명이다. 그 가운데 세 명의 연구원은 과학적으로 자료를 보관하는 일을 맡고 있다. 두 명의 연구원은 육필원고를 담당한다. 그 이외에 행정담당, 홍보관, 도서관 사서, 총무, 안전요원, 안내원, 감시요원으로 구성된다.- 박물관 홍보 매체는.△인터넷 홈페이지는 프랑스어와 영어 사이트를 운영한다. 안내요원과 감시요원들의 외국어 구사능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특히 안내요원 중에는 6,7개국 외국어를 구사하는 직원도 있다. 또한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한다. 6개국어로 서비스하는데 파리시립박물관 가운데 유일하다. 다른 시립박물관들의 오디오 가이드는 보통 3개 국어이다.-재정 확보는 어떻게 하나.△현재 파리시립박물관들은 입장료가 무료인데 전임 파리시장 베르트랑 들라노에 시절 사회복지 차원에서 무료화 했다. 파리시가 100% 재정 지원을 했으나 2013년부터 시립박물관들이 법적 지위가 공공기관으로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체 재정확보라는 점이다. 파리시가 70%를 지원하고 30%는 자체 충당이다. 특별전시회의 매표수입, 기업의 메세나 기부, 기념품 판매 등을 통해 재정을 확보한다.- 위고 박물관은 파리시의 문화정책을 충실히 반영하나.△프랑스의 많은 문학관은 민영단체인 협회나 동호회가 운영한다. 문학관이 박물관으로 바뀌면 문화부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작가의 집이 문화나 관광 차원의 가치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협력관계를 가진다. 규모가 작은 지방의 사립 작가의 집들은 박물관이 아니지만, 위고 박물관은 처음부터 공립박물관으로 출발했다.민영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중에서 그런대로 민과 관의 협력체제로 잘 운영되는 것은 파리에 있는 유태인박물관이다.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다. 대부분의 작가의 집은 민관 협력체제로 운영된다.파리시립박물관들은 파리 시장이 우파든 좌파든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들 박물관들은 어느 정도 운영에 자율권이 있다. 이 점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는 분위기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들어오면서 시립박물관 운영이 전문화된다. 소장품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다양한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며 새 자료들을 구입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부유층이나 유한계층 말고도 소외계층이나 젊은 관람객을 많이 끌어 들이려고 애쓴다. 위고는 특히 흰수염이 텁수룩한 늙은 작가의 이미지가 강한데 젊은이들한테 호기심을 끌만한 요소를 많이 고려하고 있다.-파리시가 박물관 일에 관여하는가.△시립박물관들은 자율권이 많이 보장된 대신 간접적으로 규제를 받는다. 철저히 법제화 돼 있다. 예컨데 모든 박물관은 향후 5년에 대한 보관 차원이나 문화 차원의 과학적이며 문화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위고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크게 곤란한 일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재정적인 면에서는 큰 문제는 없었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관람객이 많이 오게 하는 것이다. 박물관 정책에서 상부기관의 입김을 별로 받지 않는다. 지방의 작은 박물관의 경우 단체장이 누구냐, 좌파냐, 우파냐, 그 사람의 개인 성향에 따라 막대한 영향을 받는데, 파리쪽 박물관은 대개 생긴 지 100년 이상 되기 때문에 제도화가 잘 돼 있다.-초미의 관심사는.△4년간 관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은 지역주민들을 많이 오게 하는 것이었다. 지역 관람객들은 상설전시를 다시 보겠다고 잘 오지 않으므로 기획전을 통해 규칙적으로 계속 오게 하려고 애쓴다. 외국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의 비율을 비교하면 외국 관광객은 안정적인 숫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비율상으로는 60%에서 55%로 내려갔다. 그만큼 지역 주민들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말이다.-위고 박물관 홍보는 어떻게 하나.△박물관 정보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터넷 사이트에 많이 올라와 있다. 오디오 가이드도 홍보매체가 된다. 외국 관광객들은 꾸준히 위고 박물관을 찾는 편이다. 지역주민이나 지방 관람객들은 기획전을 보러 많이 온다. 특히 노작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곧 하게 되는 공사가 있다던데.△3월 29일부터 한 달에 걸쳐 문 닫게 된다. 다음 특별전시회가 있는 4월 29일에 맞춰 다시 문을 열게 된다. 먼저 장애인들이 더 쉽게 전시물에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을 보강하려고 한다. 그리고 전시작품을 더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실의 조명 장치를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한 공사다. 또한 3층 아파트를 수리할 텐데 한 방은 벽지를 갈고 전시품을 좀 바꾸게 될 것이다. 결국 좀 더 많은 소장품을 선보일 계획이다.-도서관 운영은.△일반인들 누구라도 약속을 해서 오면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육필원고 자료는 연구자들한테만 개방한다. 위고나 쥘리에트의 편지들이 많다. 현재 이런 자료들을 디지털화해서 서울에서도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도 하고 있다. 작품원고와 대부분의 데생은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위고의 집에 따로 연구소는 없고 파리7대학에 위고연구 그룹이 있어 연구서를 규칙적으로 발간한다.-교육활동과 문화활동은.△네 명의 연구원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초등학교 그룹에 둘, 중·고와 일반인에 두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박물관과 연계된 학교의 학생들이 단체로 `박물관의 친구 교실` 프로그램으로 박물관에 규칙적으로 온다. 성인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으로는 위고박물관에 강당이 없어서 가장 큰 방인 붉은 방에 의자를 갖다 두고 낭독회나 대담 프로그램 같은 모임을 갖는다.2017년부터 실험적인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레 미제라블`, `웃는 사람`등 한 편의 작품을 가지고 특별전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죄수들을 위한 전시회를 기획해 교도소에 개최할 계획인데 이 경우 교도소 수감자들이 주최자가 된다.-위고의 문화적 자산가치는.△위고는 젊은 시절부터 줄곧 사형제 폐지에 앞장선 인물이다. 세계 최초로 사형제를 폐지한 11월 30일에 39개국에서 행사를 할 때 파리에서는 위고박물관을 특별 조명한다. 국회에서 이틀에 한 번씩 위고의 말이 인용된다. `레미제라블`이란 전시회가 있었는데 부제가`잘 모르는 레미제라블`이었다. `레미제라블`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작품이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면이 늘 있다. 그래서 위고는 동시에 아주 많이 알려진 작가임과 동시에 잘 모르는 작가다. 어쨌든 위고는 작가의 대명사 같은 인물이다. 최근의 `웃는 사람` 전시회에서는 전시회 포스터는 거의 팔리지 않았는데 대신 관람객들은 전시회에서 나오면서 작품만 사갔다.-관람객들의 반응은.△아주 다양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은 억지로 오는 경향이 있지만 초등학생들은 반응이 아주 좋다. 요즘에 아이들이 옛날식으로 장식된 집을 볼 수 없기에 위고 박물관에 와서 고풍스럽게 장식된 아파트를 보고 신기해하며 특히 중국식 살롱을 보고 아주 놀라워한다. 아파트 장식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지만 일반 관객들은 아파트를 방문하면서 작가의 혼을 느끼는 것 같다.-한국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데 대신 아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영화관을 간다. 첫번째 본 영화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었다. 두어 번 가본 한국식당이 있다. 한국 음식에도 관심이 많다. 늘 한국에서 위고 관련 전시회를 꿈꾸고 있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프랑스에서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5-05-18

작가의 집, 작품소장 장소 넘어선 주민 복합공간으로

세계 최고 문화와 예술의 도시 파리시에 있는 빅토르 위고 박물관과 발자크 박물관, 낭만주의 박물관.이 세 곳은 박물관 운영의 선진적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문학관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그래서 파리시에서는 문화 선진국으로서의 프랑스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해 주고 있는 이 세 곳을 파리 3대 문인(文人) 박물관으로 부르고 재정 등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생가에 자리 잡은 이 세 박물관들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문학애호가들은 물론 일반대중들의 발길까지 끌어모으며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세 문학박물관이 인류의 정신자산으로 우뚝 선 그 과정을 살펴봤다.■ 글 싣는 순서① 영국 셰익스피어 생가 세계적 관광명소 비결② 프랑스 파리 3대 문인(文人)박물관 성공사례③ 프랑스 파리 빅토르위고박물관의 성공 비결④ 국내 문학관 벤치마킹- 황순원·김유정문학촌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대담⑥ 이문열 작가 대담⑦ 동리목월문학관의 나아갈 방향 제언파리시 2012년 `파리 뮤제` 창설14개 시립박물관 네트워크화 관리113년 역사 자랑 위고 박물관 등작가의 집 활용 다양한 프로그램■세계적 관광 명소 첫 번째 비결은 관 주도의 안정적 운영빅토르 위고 박물관과 발자크 박물관, 낭만주의 박물관, 이 세 박물관은 프랑스의 여러 문학관 중에서 시가 소유 관리하는 몇 안 되는 시립 문학관이다. 이들은 시가 직접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 소유의 문학관에 비해 국가의 문학관 정책을 비교적 잘 반영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특히 파리시에서는 2012년부터 이 세 박물관과 함께 총 14개 시립박물관을 `파리 뮤제`(Paris Musees, 파리시립박물관협회)로 총칭, 운영하고 있다.파리 뮤제는 14개의 시립 박물관들을 포함, 박물관 경영과 소장품 전시 및 문화 이벤트 그리고 전시물과 관련출판물 관리 임무를 수행하는 관련부서들을 규합한 공공기관이다. 지금까지 파리 시립박물관들은 파리 시가 직접 관리하며 전시기획과 카탈로그 출판 등을 맡아 왔다.파리시는 전 파리 시장 베르트랑 들라노에씨에 의해 단행된 이 개혁안으로 14개의 박물관으로 구성된 파리시 박물관 네트워크의 가치가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됨으로써 획득된 법률 및 재정 자율권 덕분에 파리 시립 박물관들의 운영이 더욱 용이해 진 것이다. 또한 시립박물관 네트워크의 유지는 파리시의 소장품들을 보존하고 각 박물관들 간의 협력을 용이하게 해 줘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해주고 있다. 파리 뮤제의 본부는 파리시 10구의 프티트제큐리 가(街) 27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1천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파리시가 파리 뮤제를 위해 설정한 우선 순위는 다음과 같다첫째, 파리시 소장 컬렉션들의 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2001년부터 무료 전시되고 있는 파리 시 소장품들을 시민들에게 더 잘 알리기 위한 컬렉션 정보화 및 디지털화, 연구 개발, 각종 이벤트 편성 및 전시 소장품 재배치를 이전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다.이를 위해 2013년 10월에는 국립미술사연구소(INHA)와 함께 연구 심포지엄을 열어 파리 시립 박물관들의 역사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며 주요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둘째, 프랑스 수도인 파리시의 문화자산을 풍요롭게 해 주고 파리시의 국가적 국제적 위상을 높여줄 수 있는 수준 높은 소장품 전시회 기획과 출판 사업이 그 목적이다.셋째, 안락한 관람과 문화지식 전달에 큰 관심을 갖고 강화된 교육 정책을 통한 관람객 개발 및 확보를 위해서다.현재 파리 시립박물관들은 연간 30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파리뮤제 창설의 목적은 이러한 역동성을 공고히 하고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시키는 데 있다.파리뮤제는 2012년 6월 20일 파리 시의회의 결정에 의해 창설돼 첫 번째 이사회 회의가 2012년 7월 12일 열렸다. 파리뮤제 초기 계획안을 주도했던 델핀느 레비 여사가 파리 뮤제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파리 뮤제 이사회는 2014년 지방선거 직후인 2014년 5월 19일과 20일 재구성됐다. 현재 이사회는 파리시 문화, 유물, 예술직종, 파리시 각 구(區)들과의 관계 및 시의 야간 활동 담당 부시장인 브뤼노 쥘리아르씨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파리시 4구의 구청장인 크리스토프 지라르씨가 부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파리 뮤제 이사회에는 9명의 파리 시의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외에 4명의 전문분야 인사들이 이사회에 이사로 참석한다. 마르탱 베떼노(베니스 팔라조 그라시 미술관장), 쟝-프랑수와 슈네(마르세이유-프로방스 2013 협회 회장), 가이따 르브와쓰띠에(여·프랑스국립고등미술학교 부학장), 안뜨와네뜨 르 노르망-로맹 (여·국립미술사연구소 소장) 등이다. 또 시립 박물관 관장들의 대표로 크리스토프 르리보씨가 이사회에 참석하는데, 대표가 유고시 아멜리 시미에 여사가 대리로 참석한다. 파리뮤제 홍보 담당 브뤼노 캉틴씨는 “문학관의 오랜 역사를 지닌 프랑스에서는 문학관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특히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문학관, 즉 복합적 문화공간으로의 운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대중들을 위한 복합적 문화공간 지향프랑스 문학관은 `문학관을 전시해 문학창작의 비밀을 대중이 직접 엿보게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설립된 만큼 오랫동안 `문학박물관`으로서의 기능에만 머물러 왔다. 하지만 `문학과 독서를 옹호하는 공간`이라는 전통적인 문학관 개념에서 최근 들어 새로운 경향의 문학관 운영자들에 의해 그 한계가 지적되면서 변화하고 있다.`무엇을 소장하고 있는가`로 문학관을 정의하고 구분 짓던 시기는 지나가고 `무엇을 하는가`로 문학관을 규정하는 것이다. 전시 대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즉 문학관의 활동을 문학 본연의 활동으로만 제한하지 말고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들어 프랑스 문학관 운영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으로 자리 잡았다.1981년 사회당 정권의 수립과 더불어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주민 밀착성 확보, 지역정서 활용 등 다른 문화시설에 비해 가지는 장점 때문에 문학관은 종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정치적 변화와 더불어 박물관학계에서도 박물관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이 세 박물관은 다용도 문화공간을 마련하게 되고 기획전시회, 아틀리에, 세미나, 연주회, 낭독회, 강연회 등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문학관을 신축하거나 보수공사를 할 경우 이런 다용도 공간을 갖추는 것을 필수적으로 실천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문학관`이라고 부르는 기관들을 프랑스에서는 `Maison d`ecrivain`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를 그대로 옮기면 `작가의 집`이 되겠지만, 프랑스에서는 굳이 `거주 공간`이라는 좁은 의미에서의 `집`으로서 뿐만 아니라, 보다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파리 3대 문인박물관은 작가가 살았던 자취를 간직한 집, 작가에 관한 자료를 보관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 기타 작가에 관련된 추억이 깃든 곳 등 역사적 건물인 동시에 박물관일 수도 있고 일정 부분 도서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순전히 문학적인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 속에 자리한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하며, 다양한 문화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이밖에도 보조교육기관, 근접문화공간의 중심지가 되기도 하고 연구소나 도서관이 되기도 한다. 이들 문학관은 파리 뮤제에서 주최하거나 기획한 각종 미술 전시회를 연중 실시하고 각 문학관에서 기획한 다양한 행사들을 마련하고 있다.이와 더불어 학교교육이 담당할 수 없는 현장교육을 통해 전통적 학교교육과 차별화하며 문학관의 역할을 확대시키고 있다. 문학관이 관련 단체들과 공동으로 개발한 교육프로그램은 문학교육, 자연교육, 역사교육 등으로 다양하며 과외활동으로서 글쓰기 교실, 미술 교실들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도 빅토르 위고 박물관과 발자크 박물관의 경우, 연구자들을 위한 공간과 도서관을 따로 만들어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박물관 내에 도서관을 만들어 작가와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관리하면서 소장하고 있다. 이는 한 작가에 관련된 모든 방대한 자료들을 한 곳에 모아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파리 3대 문인박물관의 관람객은 정년퇴직한 노년층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의 단체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층이 주를 이룬다. 특히 노년층은 주말의 번잡한 시간대를 피해 주중에 단체로 찾는 경우가 많아서 문학관의 중요한 고객이 되고 있다. 이들 문학관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는데 활동량은 많지 않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은 이 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들로 노년층을 유혹하고 있다. 식사와 교통편이 포함된 하루짜리 프로그램이나 문학관과 주변 지역 방문 등을 포함하는 투어 형식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학생 활동의 경우에는 학생들을 상대로 글쓰기를 포함한 문학교육 뿐만 아니라 향토의 사회와 역사교육, 자연과 환경에 대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있다.이처럼 파리 3대 문인박물관은 문학 관련 시설로서 문학관 개념에서 벗어나 복합문화시설로서 문학관의 기능을 각 문학관의 상황에 맞춰 새롭게 변화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감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다시 찾고 싶은 문학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체계적·방대한 전시문학관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학관 운영 활성화 정책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을 문학성으로 꼽고 있다. 문학관이 다른 여타의 문화 시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문학관에는 문학작품과 문학작품을 창작한 작가와 관련된 자료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간으로 문학관이 궁극적으로 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를 문화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선진적 운영이랄 수 있을 것이다.이 같은 점에서 프랑스 3대 문인박물관의 작가와 관련된 기념물 및 전시작품들은 세계적 관광 명소로의 입지를 굳히게 할 만큼 여타 문화시설과 구별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것들이었다. 1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빅토르 위고 박물관의 경우,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6년(1832~1848) 동안 살았던 집에 위치하고 있는데, 크기는 280㎡이며 5층 저택이다. 파리 4구 보주광장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박물관은 위고의 삶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눠 꾸며져 있다. 1851년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반대해 추방당한 위고가 `망명가기 전`, `망명 시절(1851~1870)`, `망명 이후(1870~1885)` 등으로 구분 설치돼 있다. 대기실과 붉은살롱에는 유년 및 청년기와 낭만주의 시절에 얽힌 초상, 조각,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중국식 살롱과 식당은 망명지인 게르네세에서 연인 쥘리에트를 위해 중국식 골동품과 중세풍의 가구로 꾸며놓았다. 골동품 수집광인 위고의 웅장한 중세가구와 화려한 장식에 대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가장 값진 소장품은 전체 소장품 3천500여 점 중 700점에 달하는 데생들이다. 그 밖에도 위고의 필사본과 서적, 레옹 보나가 그린 1879년의 빅토르 위고 그림, 로댕의 조각 작품 위고 흉상, 낭만주의 화가 루이 불랑제가 그린 위고 부인 아델 푸쉐, 위고의 연인 쥘리에트가 위고에게 쓴 2만여 통의 편지 등 빅토르 위고를 기억할 만한 기념품이 전시 소장돼 있다. 발자크 박물관은 오노레 드 발자크가 7년(1840~1847) 동안 세 들어 살았던 집을 박물관으로 꾸몄다. 파리 16구 레이누아르 길에 위치한 이곳은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발자크가 살았던 집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을 파리시가 1949년 구입해 박물관과 도서관(1만5천여 점의 문헌 소장)으로 만들었다. 도서관에는 초판본, 육필원고, 발자크가 인쇄한 책들, 신문, 삽화 등을 보관하고 있다. 도서관에는 프랑스 19세기 탐미주의 작가 테오필 고티에 관련 자료도 보유하고 있다.파리 9구 샵탈 길에 위치해 있는 낭만주의 박물관은 본래 화가 아리 쉐퍼(1795~1858)의 아틀리에였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쉐퍼는 오를레앙 공작의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국가를 위해 종교화를 그린 화가였다. 대인관계가 좋았던 쉐퍼는 쇼팽과 그의 애인 조르주 상드, 들라크루아, 리제, 로시니, 디킨스와 같은 예술가들을 초대해 이곳을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만들었다. 1858년 아리 쉐퍼가 죽자 그의 무남독녀인 코르넬리아가 남편과 함께 이 건물을 사들인 뒤 그의 후손들이 1924년 르낭-쉐퍼 박물관을 열고 그 뒤 건물을 수리해 1983년 19세기 초반의 낭만주의 화가들과 문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파리 시립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1,2층에는 조르주 상드(1804~1876)의 기념물, 가구, 초상 등이 전시돼 있다. 상드와 들라크루아 주변 인물들과 관련된 초상과 유품들도 볼 수 있다. 1923년 상드의 손녀가 파리시에 기증한 것들이다. 상드와 관련된 보물 전시실에는 상드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170점의 패물들이 각각 번호가 매겨져, 설명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또 화가 쉐퍼의 초상화, 종교화, 역사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밖에도 상드의 사위 클레쟁제의 조각 작품 상드의 팔과 상드의 연인 쇼팽의 왼손도 보관돼 있다. 다비드 앙제가 제작한 상드, 리스트, 뮈세, 들라크루아 등의 메달, 들라크루아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프랑스에서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5-05-11

인구 10만 소도시, 해마다 600만명 찾는 관광명소 변모

세계문화유산도시 경주에는 한국문단의 거봉 김동리와 박목월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관이 있다. 경주시 진현동 550-1에 위치한 동리목월문학관이 바로 그곳이다. 지난 2006년 3월 개관한 이 문학관은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경주 출신인 유명 문인들의 작가 정신을 기리는 문학관을 건립함으로써 지역문화를 보존과 복원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들어 지역문화 활성화가 지역 및 사회발전은 물론 국가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가운데 이 문학관에서 지역 고유의 예술 가치를 찾을 수 있다.하지만 동리목월문학관은 관광자원 개발 사업에 있어 지역적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다양하고 수준높은 관광수요 충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1세기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관광산업이 주목받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개관이래 지금까지 9년 동안 관람객 입장료 수익도 고작 1억8천여만원에 불과해 매년 매표소 직원 한 사람의 인건비도 해결 못하는 등 운영 그 자체만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물먹는 하마처럼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문학관이 동리와 목월 선생의 생가에서 16㎞ 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하는 한편 진입로 불편으로 관람객이 저조하고 학습과 관광 등 모든 면에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뚜렷한 역할도 못하고 있어 도심으로 이전,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소설·수필 문학강좌 수강생의 경우 절대다수가 울산 사람이고 포항사람 조금인데 경주 시민은 전무하다 할 정도로 경주의 문학관이 경주시민에게 외면받고 있다.본지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의 관광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영국 셰익스피어생가와 프랑스 빅토르위고·발자크·낭만주의 박물관 등 파리 3대 문인(文人)박물관, 양평 황순원문학촌, 춘천 김유정문학촌의 사례에 비춰 동리목월문학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의 해외특집 기획연재를 준비했다.대문호 셰익스피어 고향 스트랫퍼드마을 보존해 문화재 타운으로 만들어생가재단 `세계적 문화상품` 일등공신입장료·기념품 수익 등으로 독자운영■ 글 싣는 순서① 영국 셰익스피어 생가 세계적 관광명소 비결② 프랑스 파리 3대 문인(文人)박물관 성공사례③ 프랑스 파리 빅토르위고박물관의 성공 비결④ 국내 문학관 벤치마킹- 황순원·김유정문학촌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대담⑥ 이문열 작가 대담⑦ 동리목월문학관의 나아갈 방향 제언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고향 영국 스트랫퍼드 어펀 에이번(Stratford-upon-Avon).런던에서 북서쪽으로 약 130㎞ 떨어져 있는 이곳은 전체 인구 10만여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이지만 연간 6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다.셰익스피어생가 마을로 유명해진 이 곳을 관광 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 이 도시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셰익스피어가 태어나 성장하고, 결혼해 아이 셋을 두며 가정을 꾸렸던 곳, 그리고 런던에 가서 극작가로 성공해 돌아와 만년을 보내다 생을 마감한, 옛것을 알뜰하게 보존하고 꽃피운 이 도시는 지금 그 역사와 문화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작가의 생가에서부터 다녔던 학교, 무덤이 있는 교회, 그의 어머니와 아내, 딸, 손녀의 집까지 모두 관광코스로 연계시켜 마을 전체를 `셰익스피어 탄생지`(Shakespeare Birthplace)라고 부르며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었다.이러한 세계적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비결과 역사를 분석해봤다. □ 세계적 각광 일등공신은 셰익스피어생가재단영국 셰익스피어생가재단(Shakespeare Birth place Trust, SBT)은 셰익스피어생가 마을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준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셰익스피어생가재단은 1847년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국가 기념관으로 보존을 위해 셰익스피어 생가를 구매한 뒤 설립된 뒤 168년 간 셰익스피어 관련 문화재들을 통합해 정성을 들여 관리해 온 결과 영국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위대한 문화유산인 동시에 문화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재단은 셰익스피어가 태어났다고 하는 `셰익스피어 생가(Birthplace)`, 그가 다녔던 학교(grammar school), 런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해서 죽기 전까지 살았다고 하는 `뉴 플레이스(New Place)` 터, 그의 큰 딸 수재너와 사위인 홀이 살았다고 하는 `홀스 크로프트(Hall`s Croft)`, 셰익스피어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홀리 트리니티 교회(Holy Trinity Church)` 등 5개의 문화재(town, 타운)를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의 이해를 도와 즐거운 관광이 되게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피터 카일(Peter Kyle) 이사장을 비롯해 디렉터 1명 △고위급 재정 및 상업 △사업개발 및 비즈니스 △마케팅 및 관람객 개발 △연구 및 지식 △수집 및 해석 △교육 및 참여 담당 등 직원 217명이 일하고 있다. 1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20여명의 재단운영위원과 상임재단운영위원회, 명예회원, 고문 등 23명의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영국도서관, 옥스퍼드 대학, 로열셰익스피어 컴퍼니 등 13개 후원단체가 후원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셰익스피어생가재단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문화인프라가 될 수 있었다. 전문가 뿐 아니라 애호가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콘텐츠가 풍부해지고 재단과 도시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셰익스피어생가재단은 운영비를 정부 지원 없이 입장료와 기념품 수익금, 기부자, 후원자를 통해 생성된 소득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지난해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행사 때에는 81만7천여 명의 유료관람객이 방문해 상당한 입장료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재단은 정부로 부터 완전 독립돼 있으며 5개 타운은 국가 재단법에 따라 보호 관리되고 있다.셰익스피어생가재단은 450년 전 셰익스피어 생가를 셰익스피어의 사소한 흔적들을 보존하고 복원해 1570년대의 일상과 풍경을 전하고 있다. 각 방마다 해설사들이 배치돼 있고 생가 내부에는 그가 다녔던 학교에서 사용한 책상, 희곡작품, 가죽과 장갑, 그와 가족들이 사용했던 가구들, 식기, 장식품 등을 포함한 유품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상을 재현해놓은 전시물, 그의 생애와 가족사, 작품세계를 알 수 있도록 사진과 도표로 소개하고 있다. 생가 주변에는 그의 작품에 등장했던 꽃과 나무들로 꾸며져 있다. 또한 홀스 크로프트 등 나머지 4개의 타운은 튜더왕조시대의 건물과 빅토리아시대 향기를 품고 있는 마을 전체 분위기와 조화롭게 꾸며져 있으며 16~17세기 영국 중산층의 일상과 생활방식에 대한 단서를 찾아 볼 수 있다.이와 더불어 1964년에는 셰익스피어생가를 더욱 활성화 하기 위해 셰익스피어센터를 개장했는데 이 센터는 3가지 핵심 목표를 갖고 운영하고 있다.첫째, 셰익스피어의 연극 및 다른 작품과 셰익스피어에 대한 지식의 일반적인 발전에 대한 연구를 전반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향상시키는 것. 둘째,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셰익스피어 생가의 재산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 셋째, 셰익스피어라는 인물, 그의 생애, 작품과 시대에 대해 배타적 참조가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박물관 및 도서관의 도서, 원고,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기록, 사진, 오래되고 특별한 대상물을 제공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센터는 셰익스피어의 생가 입장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들러야 하는데 이곳은 셰익스피어 관련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 △아카이브 △박물관 등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과 아카이브에서는 셰익스피어 생애 작품, 시대와 그의 연극 공연 등 120만개 이상의 자료, 6만여권의 서적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셰익스피어의 탄생부터 부모와 가족, 고향, 그가 받은 교육, 결혼, 사회활동 및 작품 활동, 그의 마지막 삶까지 그가 살아왔던 생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8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서를 포함한 셰익스피어 컬렉션 1만2천여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17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셰익스피어 작품과 관련 있는 도서와 다른 기록물의 특별한 컬렉션을 유지하고 있다.국립 보존기록관(The National Archive, TNA)에 버금가는 셰익스피어와 그의 가족과 관련 있는 유일한 기록물(documents)을 포함하고 있어 셰익스피어에 대해 포괄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사업개발 및 비즈니스 팀은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문학기록을 활용한 특성 있는 기념품 개발 및 판매와 문학관 혹은 문학과 관계된 문화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문학관의 전경과 전시물을 담은 엽서, 작가의 사진이 그려진 편지지, 문학관과 작가의 이니셜이 들어간 필기도구, 가방, 액자, 열쇠고리, 머그잔, 시계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해 수익을 얻고 있다. 또한 이미지보다 문학 본연의 향기를 내세우고 있으며 생가나 작품배경과 결합해 문화관광 상품으로서의 효과도 증대시키고 있다. 셰익스피어센터 주변의 거리나 상점들은 셰익스피어와 관련 있는 사진, 원고, 작품 등을 활용해 다양한 기념품과 상품을 만들어 판매,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셰익스피어센터에서는 다채로운 행사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주간` `셰익스피어 탄생기념일` 등 크고 작은 이벤트가 일년 내내 열리며 `셰익스피어 연구의 날` `가족의 날` 등을 지정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희곡 및 무대역사 등의 강연, 배우들과 다른 극장 수련생들과의 토론 등 다양한 학문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 내부에 있는 가든 투어도 할 수 있다.셰익스피어생가재단의 홍보 담당자 알리산 콜레씨는 “셰익스피어생가 마을은 셰익스피어라는 문학적 유산을 기억하고 새로운 문화 활동을 생산케 하고자 하는 공공성과 이를 바탕으로 지역 경제 또한 활성화되는 상품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또 그는 “셰익스피어생가 마을이 세계적 관광명소가 된 비결은 많은 셰익스피어 애호가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 참여와 전문가들의 창조적 아이디어 제공, 셰익스피어생가재단의 예산이나 인식, 프로그램 등이 전문적이고 독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덕분에 한 번 방문한 후에도 두 번, 세 번 다시 방문하고 싶도록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작가와 작품은 물론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있는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명소 로열셰익스피어극장셰익스피어생가를 세계적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게 한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셰익스피어생가 마을에서 북서쪽으로 500여m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로열셰익스피어극장이 바로 그것이다.해마다 셰익스피어 축제가 열리는 이곳에서는 1년 내내 셰익스피어의 작품만 공연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50여만 명이 관람했다. 셰익스피어생가 관람객 저변확대에 한 몫을 하고 있다.1875년 지어진 본래의 극장은 1926년 화재로 소실됐고 1932년 지금의 자리에 다시 지어졌다.로열셰익스피어극단이 운영하고 있는 이 극장은 셰익스피어 극 공연 이외에 올해로 68회째 여름학교(Summer School)를 열고 있다. 이 학교에는 매년 8월이면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수 백명의 연극애호가 청소년 교사 연극인 등 수강생들이 오전에 셰익스피어 권위자들의 강연과 토론, 오후에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관람한다.□ 또다시 방문하고 싶도록 감동주는 문학관셰익스피어생가 마을은 이처럼 오랜 준비와 노력 끝에 세계 관광객들에게 또다시 방문하고 싶도록 감동을 주는 문학관이 되고 있다.스트랫퍼드 어펀 에이번시의 2001년 인구가 2만3천여명에서 2015년 현재 인구 10만9천명으로 증가한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셰익스피어생가재단은 관광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셰익스피어 사망 40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셰익스피어가 말년을 보낸 대저택인 뉴플레이스를 예산 502만 파운드(100억원)를 투입해 새단장 한다. 또 셰익스피어가 다니던 학교에 스쿨룸을 개관해 학생들의 교육관으로 활용한다.“몇몇 관람객들은 생가를 관람한 뒤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관람하기도 한다”는 알리산 콜레씨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유럽 전역을 통틀어 이만큼 정성 들여 조성한 문학관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사진제공= 재영(在英) 칼럼니스트 권석하/영국에서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5-05-04

`포스코휴먼스` 등 지역 사회적기업 속속 탄생 기대감 키워

자본주의는 왜 도전받고 있는가? 잉여생산의 과잉에 따른 공황이 세계화되고 있기 때문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시장의 기능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있듯이. 그러면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주식회사는 왜 사회적 염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 유력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불안한 고용, 비인간적인 해고 때문이다.사회적 경제주의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기업의 싸이클이 주식회사는 30년, 협동조합은 100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실패 영역에서 `스스로 우물을 파는 자`들의 절실함과 동기가 대안적 경제를 개척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국내 사회적 경제는 실업극복과 신 고용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 속에서 이름 뿐인 협동조합이 난립함으로써 조만간 심각한 구조조정의 시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특히 국내에서 사회적 경제의 기반이 상대적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구경북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시민사회계 활력 약한 대구경북 사회적 경제도 아직 취약일용직 실익보호 목적 포항 `근로자협동조합` 창립 앞둬연고로 묶인 지역사회는 내부갈등 취약 구조, 염두 둬야■ 글 싣는 순서① 사회적 경제, 불신과 과신의 극복에서② 제2·제3의 해피브릿지를 꿈꾼다(국내)③ 조합이 일궈낸 6차산업의 천국(독일)④ 소방서에서 탄생한 노숙인 셰프(영국)⑤ 사회적 경제를 지역의 기회로□사회적 경제에 취약한 대구경북사회적 경제의 기업 유형은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국적인 실태와 비교하면 대구경북은 이 부문에서 열세가 뚜렷하다. 경북은 올해 10월 31일 기준으로 각각 174개, 89개, 203개 등 총 466개이다. 대구는 2013년 12월 기준으로 107개, 73개, 111개(10월말) 등 291개.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협동조합 설립 현황은 서울 30.2%, 경기 13.7%, 광주 8.6%, 전북과 부산시 6.3%이며 대구는 6위, 경북 전남 울산은 7위로 나타났다. 사회적 기업의 숫자가 지역의 경제 활성화나 건전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 기업의 창업이라는 점에서 이 분야의 활성화는 지역 시민사회의 자생력이나 활력을 나타내는 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대구경북이 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배경은 지역 특유의 보수성으로 인해 시민사회계의 활력이 타 지역에 비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시민사회단체가 활성화된 서울과 호남이 강세를 보이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이 부문의 전문가들에게 대구는 전임 시장이 `협동조합의 설립 현황에 대해서는 보고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질 만큼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는 협동조합을 좌파와 동일시 하는 국내의 뿌리 깊은 편견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항 `근로자협동조합`에 거는 기대이처럼 취약한 사회적 경제의 기반에도 불구하고 후발지역으로서 선행 사례를 면밀히 검토할 경우 대구경북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는 더 크다.포항에서 오는 6일 창립총회를 여는 `근로자협동조합`에 대한 기대는 이 때문이다.이 조합은 국내에 이미 `건설근로자협동조합`이 결성돼 있지만 고용 알선 기능에 중심이 맞춰져 조합원들의 실익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추진됐다. 지난 10월 조합원 5명으로 시작한 조합에는 최근 들어 300여명의 가입 신청이 몰릴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중심인 이 조합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직업소개소의 알선수수료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목적으로 결성됐다.황하성 대표이사는 “통상 1개월에 10~15일 일 하는 건설건로자들은 고용의 불안은 물론 평소 일이 없을 때는 음주나 도박 등으로 허송세월함으로써 가정 파탄 등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공사 수주 및 공동 노동, 이익 공유에서 나아가 조합원의 기능 기부로 소외계층 집 고쳐 주기 등 사회봉사활동 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조합은 건설 현장이 활성화되는 내년 3월 이후에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조직을 키운 뒤 전국 조직을 갖춰나가 `제2의 새마을운동`을 구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포항은 이미 포스코가 출자해 결성한 `포스코휴먼스`에 이어 지난해 포항운하 개통에 맞춰 유람선을 운영하는 `포항크루즈`등 사회적 기업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제주도는 항공사들의 독과점 가격에 따른 이동 불편이 심각하고 특히 피서철 등 성수기에는 관광객들에 밀려 표를 구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심각해지자 `제주하늘버스협동조합`을 결성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자금이 부족하자 화물을 수시로 보내야 하는 감귤농민과 어민, 농협과 수협은 물론 재경 출향인들도 참여했다. 이로 인해 서울-제주 왕복 항공요금은 서울-부산 고속버스 요금보다 낮아질 전망이다.하지만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섣부른 환상은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협동조합의 경우 내부에 갈등이 생길 경우 미치는 영향이 작은 지역사회 일수록 더 커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성원의 익명성이 큰 대도시에 비해 협동조합의 해체 등 갈등이 생길 경우 각종 연고로 결속된 지역사회에 더 큰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최혁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은 “전통적으로 `동업하면 망한다`는 고정관념이 협동조합의 위기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확인된다”면서 “조합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지만 불화가 생길 경우 지역사회에 큰 해악을 미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성오 협동조합창업지원센터 이사장협동조합 태동 배경은자본주의 시장의 한계 때문사전준비 철저해야 생존-`협동조합 전도사`로 불릴 만큼 일찍 이 분야에 주목했는데.△1980년대 대학 시절 학생운동의 경험이 90년대 초부터 사회적 경제 운동에 참여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1992년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를 번역 출간해 한국 대중에게 처음 소개했으며 지난 2012년에는 이 조합의 20년 간 변화와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종합해 `몬드라곤의 기적`을 발간했다.-협동조합이 왜 생겨나는지를 요약하면.△자본주의 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아무리 잘 작동하더라도 실업 등 `시장 실패의 영역`이 생긴다. 재정과 효율성이 약한 정부가 감당할 수 없으니 이 영역에 있는 `아쉽고 절실한`사람들이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경제는 이 영역에서 작동한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조합은 이런 절실함이 작동했다. 과거에는 서민들이 치료 받을 수 없었던 스위스에서 이제 1차 진료기관의 60%는 협동조합 병원이다.-조합 설립·운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평가한다면.△시장경제와 사회적 경제는 결국 경쟁원리에서는 같다. 결국 기업으로 살아남아야 하기에 준비기간을 비롯해 사업계획이 주식회사나 개인기업보다 2~3배 더 철저하고 보수적이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문제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당장 100개를 설립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관료들과 만날 때 마다 `10개나 제대로 키워라`고 쓴소리를 하니 항상 언성이 높아진다. 정부의 자신감을 과신하면 안 된다. 관(官)이 의욕으로 뭉친 조합 구성원을 순한 양으로 키우면 자생력은 없어지고 망한다. 그러니 조합이 결성되자 마자 활동이 흐지부지해진다. 신생 조합의 작동률을 높일 방안은 향후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협동조합의 창업과 경영에서 각별히 조언할 사항은.△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금융·보험업을 제외하고는 이제 조합원 5명으로도 요건만 맞으면 신고필증만으로 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 의결권이 투자에 비례하는 주식회사에 비해 조합의 1인1표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신설된 5천여개 조합 중 규약을 제정한 경우는 3~5%에 불과하다. 조합은 법인화된 다자 간 동업이므로 규약이 중요하다. 국내 조합 내부의 잦은 다툼은 이 때문이다. 몬드라곤 조합원은 이를 철저히 공부한다. 그래서 `규약을 어긴 자는 지는 자`란 말이 있을 정도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끝

2014-12-05

英 사회적기업 레스토랑 `브리게이드` 노숙자를 셰프 양성

영국은 자본주의의 종주국(宗主國)이며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미국에 그 씨앗을 뿌린 원조 국가이기도 하다. 산업혁명으로 일군 부의 그늘에서 소외와 빈부 격차 등 온갖 모순이 싹 텄기에 `공산주의 선언`이 상징하는 맑시즘의 발현은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국가 체제 역시 합리적 의회제도를 통해 집권을 거듭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노동)의 조화로 발달된 사회보장제도를 낳았다. 민간 부문도 제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도 기다림 없이 영국 특유의 개성과 자율성을 발휘했다. 세계 최초의 조합인 로치데일소비자조합의 탄생 이후 영국은 사회적 경제의 상징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번 취재에서 확인된 영국의 선진 현장은 급여 지원을 통해 정부 예산을 축낸 반면교사의 사례인 한국의 사회적 기업이 나아갈 길을 시사하고 있다. 자발적 자선 사회적 전통협동조합 종주국 위상장애인고용지원 `렘플로이`무상 아닌 자활에 중심공동체운동 상징 `로컬리티`80년대 불황 극복하며 성장■ 글 싣는 순서① 사회적 경제, 불신과 과신의 극복에서② 제2·제3의 해피브릿지를 꿈꾼다(국내)③ 조합이 일궈낸 6차산업의 천국(독일)④ 소방서에서 탄생한 노숙인 셰프(영국)⑤ 사회적 경제를 지역의 기회로□장애인 고용알선기구 `렘플로이`영국의 사회보장제도는 법률적으로 16세기 이후 휴머니즘과 크리스트교주의에 바탕을 둔 `자발적 자선`(charity)의 사회적 전통에 따른 구빈법(救貧法, Poor Law)이 그 배경이다. 이후 본격적인 사회보장제도는 전상 용사와 민간인을 양산한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노동당 정부 당시 시행됐다.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전후 국가들은 막대한 사회복지 수요에 직면한 이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상징되는 복지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었다.1944년 제정된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이듬해 전액 정부 출자로 설립된 `렘플로이`(Remploy)는 `재고용`의 의미를 내세운 장애인 고용 알선 기구이다. 전국에 27개 지부를 둔 이곳은 무상이 아닌 자활을 중심에 둔 영국 복지의 장애인 부문 본보기이다.이는 예산 규모에서 잘 드러난다. 수입은 정부지원이 40%, 사업체 운영 수익이 60%로 나눠지는 합리적 체계로 지난해 정부지원금 4천만 파운드를 투입해 장애인 복지 예산의 절감 규모가 9천700만 파운드(1천653억여원)에 이른다. 장애 종류와 성격, 경력 등을 판단해 직장을 `매칭`해주는 `어드바이저`(Advisor)제도 등을 통해 80%의 채용 장애인들이 직업을 유지할 만큼 성과도 좋아 민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영국 런던 유잼(Ujam) 지부 정책담당관 톰 힉스씨는 “향후 3년간 정부 지원을 마감하고 100% 민간기구로 자립해 완전 경쟁 체제에 놓이게 된다”면서 “유니클로, 테스코 등 고객사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민영화에 대한 내부 반발은 없다”고 자신했다.□부엌의 기적 `브리게이드`전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런던 템즈 강변에 자리잡은 연방법원 인근의 `브리게이드`(Brigade)는 노숙자를 전문요리사(chef, 셰프)로 양성하는 사회적 기업 레스토랑이다. 유명 요리사인 사이먼 보일이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미의 피해현장의 참상에 충격을 받은 뒤 2006년 설립했다. 그는 처음 작은 주방을 임대해 3~4명에서 시작, 이제는 16~60세의 노숙자들을 자립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폐쇄된 소방서 건물을 3년전 인수해 개조한 이곳은 이제 맛은 물론 그 취지가 널리 알려지면서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매니저 세이모어 씨는 “단순한 취업교육에서 벗어나 재단을 설립, 글로벌 회계법인과 정부 지원을 유도한 경영적 접근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공동체운동 NPO의 상징 `로컬리티`지역을 상징하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로컬리티`(locality)는 지역공동체운동 NPO(Non Profit Organization, 비영리단체)이다. 1992년 설립된 마을만들기 운동기구 연합과 100년 전통의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BASSAC가 합병해 2011년 설립됐다.지난 80년대 영국 경제의 불황 여파로 대부분 지역들이 쇠락의 길로 빠져들면서 조직의 역량이 발휘됐다. 대표적인 지역재생사업은 바로 영국 남부 헤이스팅스 피어(Hastings Pier) 재개발.전국적인 해안 관광지였던 이곳은 폐쇄된 채 우범지대로 전락했다가 주민과 의회, 로컬리티의 협력으로 부활했다. 당초 피어가 개발업자들에게 넘어간 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오랜 소송을 거쳐 모금 등으로 조성한 기금 50만파운드에 정부 지원금 1천100만 파운드(186억여원)를 보태 인수, 오는 2016년 재개장하며 한해 35만명의 관광객이 기대된다.서울시에서 1년 예정으로 로컬리티에 파견된 전영우씨는 “재정난과 복지 부담으로 인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영국은 공공 서비스를 시민사회로 이양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에서 탈피해 민간의 자율성과 참여를 중시하는 영국의 현실이 부럽다”고 말했다.▲ `WESET` 조합원 크리스 씨주민 지분 100% 에너지조합1천400가구 사용 전력공급영국 런던 근교 스윈던(Swindon)의 웨스트밀 지역은 넓은 초원과 거센 바람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 주민들이 결성한 `웨스트밀에너지협동조합`(WESET, Westmill Sustainable Energy Trust)의 조합원인 크리스씨를 만나 주요 사업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WESET`의 결성 유례는.△`WESET`은 지난 2005년 농민인 아담 트와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시 덴마크 내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20%가 지역공동체 소유인데 착안했다. 넓은 농장을 활용해 풍력과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25마일(40km) 내 주민들에게 출자 자격을 우선 제공, 2천500여명이 참여해 풍력 터빈 5기를 매입했다. 지역주민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수익 규모는.△ 풍력 조합은 매년 4천 가구, 태양열 조합은 1천400가구에 사용할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생산된 전기는 영국의 에너지 회사 2곳에 판매된다. 풍력 협동조합에서만 매년 100만파운드(17억여원)의 수익이 나며, 매년 조합원들에게 수익금이 분배된다. 최초투자자들은 원금을 회수했으며 첫 투자 후 25년이 지난 시기에는 8%의 이윤이 기대된다.-초기에는 주민들의 이견도 많았을텐데.△조합 설립 초기의 반대는 주로 `태양열 패널이 공간을 많이 차지해 농작물을 심을 수도 없다``동물들이 전선을 씹을 우려가 있어 양이나 염소를 키울 수 없다`등이었다. 이에 따라 방목이나 경작 대신 야생화를 심고 벌 농장 운영 등 대안을 찾아 합의점을 찾았다. 그래서 이제는 초·중학교 학생들의 견학이 잦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4-11-28

멸종위기 토종돼지 고품질화로 고급육 대명사 인정받아

독일은 영국과 함께 협동조합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다. 1860년 농업 종사자의 극심한 빈곤과 고리대금의 착취를 보다 못한 독일 협동조합의 창시자 프리드리히 라이파이젠은 농민 간 자본 연합을 통해 신협 운동의 효시가 됐다. 이런 뿌리 깊은 조합의 역사를 저력으로 독일 농업은 전체 GDP의 0.8%에 불과한 매출 규모에도 불구하고 생산에서 가공, 판매, 농촌체험까지 한국 농촌의 키워드로 떠오른 6차 산업 모델의 현장이 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생산자 조합은 물론 상인협동조합에서 글로벌 유통자본에 맞서는 대형 수퍼마켓으로 성장한 기업의 현장을 취재했다.■ 글 싣는 순서① 사회적 경제, 불신과 과신의 극복에서② 제2·제3의 해피브릿지를 꿈꾼다(국내)③ 조합이 일궈낸 6차산업의 천국(독일)④ 소방서에서 탄생한 노숙인 셰프(영국)⑤ 사회적 경제를 지역의 기회로토종 10여마리 남은 최악 상황서농민 7명 `슈베비시 할 조합` 설립지난해 1천400억 매출 성과6차산업체제 모델 자리잡아조합 모태로 한 유통점 `레베그룹`직원 수십만명 거대공룡 부상□6차산업의 모델 `슈베비시 할 조합``독일의 대표적 항공사인 루프트 한자 여객기의 일등석과 BMW공장의 구내식당에 납품, 일반 제품보다 30%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돼지고기.`독일 바덴-뷔텐베르크 주 슈베비시 할(Schwabisch Hall) 지역의 볼페어트 하우젠 마을을 방문하면 이러한 수식어가 과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슈베비시 할 생산자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쉐비시 종(種) 돼지고기는 주민 1천200여명에 불과한 프랑크푸르트 서남쪽 200km 거리의 한 마을에 6차 산업의 축소판을 보여주고 있다.이 마을도 원래는 돼지를 키우는 가난한 농촌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도축에서 소비자 판매까지 통상 7단계의 유통과정의 최하위에서 농민의 수익은 마찬가지 수준에 불과했다. 성장촉진체를 투여하는 미국식 양돈 방식으로 인해 최단기간 도축과 저가 판매 위주의 대기업 시스템은 이 지역의 토종 쉐비시 돼지를 불과 10여마리만 남게 했다. 이 조합의 현 이사장인 루돌프 뷜러(62)는 이러한 현실에서 타개책을 모색하던 중 1982년 지역신문에서 `쉐비시의 품질 저하, 토종돼지 멸종 위기`라는 기사를 보게 됐다. 결국 1986년 의기투합한 농민 7명과 `양질의 돼지고기 생산`을 목표로 조합을 설립했다.노력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부드러운 맛에 사육 두수도 늘어나면서 돼지고기를 더 선호하는 독일 시장에서 고급육의 대명사가 됐다. 80년대의 경기호황과 웰빙 바람에 힘 입어 현재 조합원 1천400여명에 전국 350곳에 판매처가 있다. 지난해 1억2천만유로(1천400억원)의 매출 가운데 운영비 50만 유로를 남기고 모든 수익을 조합원에게 배당한다. 사육과 도축, 육가공품 제조, 직판장과 가족 레스토랑 등 6차 산업 체제를 갖춰 고용 인원이 400여명일 만큼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조합장의 아들이자 이사인 크리스티안 뷜러(34)는 “슈베비시 할 조합의 궁극적 목표는 돈이 아니라 농민들의 연대로 올바른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정당하게 소득을 분배하는 것”이라며 “인도와 세르비아 등 후발국가들에게 조합 운영을 전수하고 공정무역도 하는 등 사회적 책무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독일 토종 유통점 `레베 그룹`사회가 안정적인 독일에도 소매유통업계는 카르푸와 테스코 등 글로벌 거대유통자본의 위력이 상권을 잠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27년 쾰른의 소매상들이 공동구매를 위해 설립한 협동조합이 모태가 된 레베(REWE) 그룹은 독일 슈퍼마켓 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부상하고 있다.프랑크푸르트 한 점포의 안드레아스 레츠라프 점장는 “독일의 대표적 유통 브랜드인 `텡헬만`을 인수하는 등 확장을 거듭해 이제 다른 대기업의 점포를 거의 장악했다”면서 “주식회사와 다름 없는 공격적 경영으로 이제 글로벌 유통점은 독일에서는 그 세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 도시의 본점 3km 반경 안에 30곳의 크고 작은 레베 슈퍼가 들어섰다. 2006년부터 친환경 코너인 `랜드 마켓(land market)`을 설치해 지역농민의 유기농 생산품도 판매하는 등 발빠른 마케팅을 거듭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건강한 조합이란 이미지로 인해 판매도 늘고 지역 소상인들의 가입도 늘고 있다.이 같은 성장세의 결과, 유럽 13개국 1만5천여곳에 진출해 직원 33만명을 고용하고 지난해말 506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독일에는 매장 3천300여곳에 직원이 22만5천여명이며 조합원은 이중 30%이다. 이 같은 고용 효과 외에도 사회적 책임을 위해 경쟁 업체 인수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은 지양하며 소매점 유통 외에 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기로 조합원들이 1인 1표제를 통해 결정, 유지해오고 있다. 각 매장들이 경영 악화를 겪지 않도록 저금리 대출과 경영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형 도제시스템 모델 獨 `칼 마이어`社교육실습 병행 인재양성으로 기술경쟁력 확보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직원을 채용해 실무에 투입하기 까지 신입사원 재교육에 일인당 평균 6천88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한국도 올해부터 한국형 도제(徒弟) 시스템인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이 제도의 모델은 독일이다.이번 해외취재 과정에서 비록 협동조합은 아니지만 독일의 인기 회사 형태인 GmbH(유한책임) `칼 마이어`(KARL MAYER)를 방문해 인재양성 시스템과 독일 기술산업 경쟁력의 비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전 세계에 원단 제조기를 생산, 공급하는 이 회사는 고등학생이 학업과 실습을 병행하는 3년 과정 직업교육실습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Ausbildung)과 대학·대학원생 대상의 듀얼(dual)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이 회사 악셀 슈타인바이스(50)교육담당 수석매니저는 “다른 나라와 같이 독일 젊은이들도 현장 근무를 꺼리는 현실에서 이 제도를 통해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고 사회적 역할도 하고 있다”면서 “회사 비용으로 3년 교육 과정 동안 학생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고용을 결정할 수도 있는 만큼 전혀 모르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 부담이 적다”고 강조했다.이 회사는 일체의 정부 지원 없이 아우스빌둥 학생들을 위해 연간 100만 유로(13억4천만원)을 지원 중이다. 또 학·석·박사 과정이 대상인 듀얼시스템을 위해 매달 학사 교육생 1천유로(134만원), 석사 1천500유로(201만원)의 실습비를 지원, 학업에도 도움을 준다.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방학에는 해외 사업장에서 팀프로젝트 등 실습에 참여한다. 이 같은 장점으로 인해 두 제도에 한해 35대 1의 경쟁을 뚫고 직업교육생이 몰리고 있다. 학생들이 교육과 실습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자동차 개조 등 기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4-11-21

외식업·상조·미디어까지 조합원과 `더불어 함께` 경영

국내 사회적 경제는 혁신적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모델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해피브릿지의 `더 파이브`에서 그 역량을 막 꽃 피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 미덕인 환난상휼을 현대 상조문화에 접목시킨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대안언론을 모색하는 국민TV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전 분야에서 개척하고 있다.■ 글 싣는 순서① 사회적 경제, 불신과 과신의 극복에서② 제2·제3의 해피브릿지를 꿈꾼다(국내)③ 조합이 일궈낸 6차산업의 천국(독일)④ 소방서에서 탄생한 노숙인 셰프(영국)⑤ 사회적 경제를 지역의 기회로조합모델 선구격 `해피브릿지`400여개 외식 프랜차이즈 성장갑을문제 개선 새로운 도전폭리 없는 새 장례사업 선도,중립성 추구 대안언론도 눈길□ 해피브릿지 `더 파이브``보리식품영농조합법인 설립(1999년)-2년 연속 한국프랜차이즈 대상 수상·2년 연속 한국소비자만족지수 1위 수상(2013년)-100대 프랜차이즈 선정(2014년)`.이런 괄목할 만한 비약을 거듭한 프랜차이즈 기업이 주식회사가 아닌 협동조합이라면 쉽게 믿기가 어렵다. 이 놀라운 성공담은 바로 `국수나무` 브랜드로 잘 알려진 해피브릿지에 의해 창조됐다.창립 후 주식회사로 신장을 거듭하다가 송인창(46)현 이사장의 주도 아래 지난 2013년 2월 협동조합 전환을 결의했다. 해피브릿지는 현재 국수나무 외에도 화평동왕냉면, 미야오 등 7개 브랜드가 전국 400여개의 음식체인점을 갖춘 외식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송 이사장이 현재 프랜차이즈의 심각한 갑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도하고 있는 도전은 수제 버거 브랜드인 `더 파이브`. 본사가 직접 점포를 차리면 조합원 5명이 한팀으로 운영하는 노동자협동조합 방식이다.일반 프랜차이즈 직영점은 수익을 본부로 보내지만 이곳은 회계를 공개하고 순수익금은 점포에 모아 둔다. 금액이 초기 시설 투자비에 이르면 조합원들은 임차료와 권리금만 내고 점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는 업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인수 후 해피브릿지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면 독립된 조합식당이 창업된다.지난해 서울 건대점을 시작으로 올 4월 명일점에 이어 10월에는 제3호 월곡점이 개점했다.윤경선 해피브릿지 신사업팀장은 “조합의 외식업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이 확산되면 현재 프랜차이즈의 갑을 문제에 대안이 될것”이라고 자신했다.윤 팀장의 말 대로 지난 10월 29일 문을 연 HB외식창업센터 요리학원(HBCC)은 해피브릿지의 15년간 외식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요리전문학원(에스창업요리학원 대표 서인준)을 통합하고 커피협동조합(ep-coop커피 대표 이준수)과 연대해 협동외식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HBCC 수석쉐프 서인준 원장은 “창업 후 점포 운영에 매몰돼 변화되는 소비자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매출이 악화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신 메뉴 RD 교류모임을 통해 창업주가 경험하는 생생한 현장 정보와 메뉴 개발로 성공적 창업 및 운영을 돕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두레·국민TV`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는 서울, 강원, 광주, 충북, 부천, 창원, 천안아산 등 전국 7개 지역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행 법의 제한으로 교육과 조직은 조합이 담당하고 상포계 장례서비스는 한두레가 담당하는 이원 체제이다.월 3만원의 상포곗돈(조합비:24%-7,200원/선불식할부회비76%-22,800원)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총 114회차(상포곗돈 기준 납부총액 342만원)까지 납부하면 추가납부하지 않아도 상포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12회차 이상 납입하면 100% 환급도 된다.한겨레신문을 창간한 기자 출신인 안영진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우리 상포계의 9만원 가격 관이 일반상조회사에서는 30만원에 판매되는 등 폭리가 판치는 현실”이라며 “극도로 상업화된 기존 상조업계에 대안이며 협동의 힘으로 만드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대안 언론의 대안을 협동조합에서 찾고 있는 국민TV미디어협동조합도 눈길을 끌고 있다.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잡은 국민TV는 2013년 4월 라디오에 이어 지난 4월 TV방송을 개국했다. 인터넷 기반 TV 등의 동시 접속자는 1회 2만여명이며 기업 광고 배제 원칙, 방송제작국장 임명동의제와 불신임해임안 등 방송의 중립성 유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아직 경상이익은 적자이지만 TV 수신료 형태인 조합원 조합비와 광고 매출, 사옥 내 카페 운영 매출, 조합원 수에 연동한 급여 체제 운영 등을 통해 흑자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뉴스K의 앵커를 맡고 있는 노종면 방송제작국장(YTN 해직기자)은 “이익 창출에 기대지 않고 특정 인물이 장악한 언론에서 탈피하기 위해 협동조합 형태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인/터/뷰 - 송인창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이사장사람 냄새나는 협동조합 방식 외식업에 접목-외식 프랜차이즈와 협동조합의 접목이 의외인데.△현재 우리나라 외식산업 프랜차이즈의 딜레마를 주목해야 한다. 점주는 반실업상태나 다름 없다. 예를 들어 3억원을 투자해 점포를 창업했다고 가정하자. 이 돈의 상당 부분은 소위 `쳐바르는데`(인테리어)에 들어간다. 하지만 1년 반 이상 지나면 감가상각이 상당하고 부근에 더 세련된 점포와 메뉴의 경쟁업체가 생기면 그땐 망하기 시작한다. 돈 들여 다시 뜯어내 모두 폐기 처분하고 실업자로 돌아간다. 1년 반 동안의 수입은 따지고 보면 3억 투자금에서 조금씩 빼먹은 것일 뿐이다. 협동조합적 방식으로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파이브에서 이 시도가 실현되고 있다.-잘 나가던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계기는.△개인적으로 사람 중심의 직장 또는 공동체에 집착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기업이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는 신념이랄까. 대학 때 학생운동 하면서 사회변혁에 관심이 많았던 영향도 컸다. 가톨릭 청년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다가 1997년 다시 만나 의기투합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그때도 단순히 돈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 기여에 대한 비전들이 컸다. 사업을 하려면 자본이 모여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였다. 힘들 때 힘든 사람과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나중(2010년)에 이게 바로 협동조합의 원리와 상통함을 알게 됐다. 그래서 2010년 부터 세계의 협동조합 탐방을 시작했다. 세계3대 조합인 이탈리아 볼로냐 레가 코프 그룹의 사옥을 방문했을 때 조합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구성원들의 반발은 없었는지.△15명의 주주가 자기자본 4억, 연매출 350억, 세전이익 15억, 장부상 80억의 권리를 포기하는데 총회에서 모두 의결했다. 기업 내부의 공유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기존 주주는 주식의 3분의 1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조합원, 직원과 나누자고 선언했다. 주주들은 지분을 내놓고 조합원이 됐으며 직원들도 1천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참여했다. 해피브릿지는 15명 주주의 회사에서 67명의 근속직원이 주인이 됐다. 회사가 성장 과정에 직원에게 소유권을 이전한 사례는 국내 최초이다. 조합 전문가인 볼로냐대학 자마니 교수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고 평했다.-조합원 1인1표제가 신속한 의사결정에 저해요소는 아닌가.△의사결정이 느리다고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최고경영자 1인의 결정 구조 때문에 오류의 위험성이 있다. 오히려 민주적 의사결정이 질을 높이기도 한다. 우리는 지난해 7번의 이사회를 했다. 과정은 힘 들었지만 결정의 질은 높았다. 굴지의 재벌 삼성도 상용차 투자 결정에서 오류를 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4-11-14

서구선 일반화된 협동조합이 `좌파` `집단농장` 부정적 인식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가적 재난을 계기로 방황에 빠진 우리 사회 전반에 깊은 성찰의 계기를 던져 주었다는 점에서 반향이 더 컸다. 특히 양극화와 실업의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는 메시지도 깊이 남았다.본지는 `지역신문사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체제 아래서 대안적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의 국내외 실태와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공공부문만으론 복지수요 한계전·현 정부 들어 홍보·육성한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전국 5천여개 우후죽순 설립단기실적 조급함 등 문제 많아전세계 조합 숫자 170여만개스페인 `몬드라곤`은 매출 30조■ 글 싣는 순서① 사회적 경제, 불신과 과신의 극복에서② 제2·제3의 해피브리지를 꿈꾼다(국내)③ 조합이 일궈낸 6차산업의 천국(독일)④ 소방서에서 탄생한 노숙인 셰프(영국)⑤ 사회적 경제를 지역의 기회로□사회적 경제에 대한 편견지난 8월말 서울 광화문 한국언론재단에서 `2014 지역신문발전기금 제3차 공동기획취재단`의 국내 취재 일정이 진행됐다. 주제는 `양극화와 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 방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이 딜레마에 대해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 대표하는 `사회적 경제`를 대안으로 모색하는 기회였다.강사 중 한명인 김성오 (협)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은 세계 협동조합운동의 고전인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를 이미 22년 전 국내에 보급한 장본인. 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협동조합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 사례를 들었다.이제는 퇴임한 영남권의 한 광역단체장은 재임 당시 간부들에게 “협동조합에는 관심도 없으니 성과에 대해 보고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조합=좌파`라는 등식이 자치단체장에게 까지 주입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서구 사회에서는 일반화된 이 기업 형태에 대해 `좌파 집단` `몰개성`의 이미지를 넘어 `집단농장`이라는 편견이 있을 정도이다.여기에다 회계 부문 등 사회적 경제 참여자들의 전문성 부족이 초래한 아마추어리즘, 낮은 수입과 노동강도에서 오는 부의 하향 평준화, 과거 벤처 광풍을 연상케 할 만큼 폐해가 심했던 사회적 기업 설립 붐 등도 부정적 인식 확산에 한몫했다. □ 전·현 정부 모두 적극 지원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까지 보수 집권당 체제 하에서 사회적 경제는 연이어 적극적 홍보와 육성 지원을 받아 왔다.이 같은 아이러니한 현실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현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와 협동조합 지원정책이 어디서 맞물렸는지를 보면 된다. 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국가나 지방 모두 재정이 부족한데도 그 효율성이 부족해 공공부문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관련 전문가인 민영서 (사)스파크 상임대표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의 자율적 기능을 회복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나에서 우리로, 자본에서 인본주의로 회귀하는 시대정신이자 `소셜 이노베이션`”이라고 강조했다.민 대표에 따르면 청와대의 정책결정으로 주관부처가 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처음에는 협동조합에 대한 불신이 역력했다. 하지만 스페인 현지의 몬드라곤 조합을 방문해 기업의 실상과 내부유보금이 45조원에 이를 만큼 안정된 내실을 확인한 뒤 비로소 태도를 바꾸게 됐다.그렇지만 여전히 관 주도 위주와 단기적 성과주의의 문제는 여전하다.최혁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기획관리본부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험 때문인지 아직도 `협동조합을 하면 자금 지원이 되는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설립을 쉽게 결정하고 서둘러 실적을 내려는 조급성도 국내 조합 문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국내·외 협동조합 실태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2012년 12월 1일이 기준이 된다. 그 이전에는 8개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소위 `선배조합`이 5천200여개이다. 생산자조합(농협, 수협), 신협(신협, 새마을금고), 소비자생협(한살림, 아이쿱 등)은 국민총생산에서 약 3% 비중이다.그 이후 지난 6월까지 1년7개월여 만에 5천6개의 조합(도소매업 27.2%, 농어업 12.4%, 교육서비스 11.6%, 제조 8.5%)이 설립됐다. 평균상근 0.9명, 평균출자액 2천여만원, 전체조합원은 10만여명이지만 실작동률은 10% 남짓에 불과하다.현재 전세계 170만개 협동조합의 기원은 영국의 로치데일 소비조합이다. 1840년대 노동자와 주부들이 조악한 품질의 생필품이 조달 마저 어렵자 직접 가게를 만들었다.이는 독일에 영향을 미쳐 라이파이젠 신용협동조합을 낳았다. 1860년대 고리대금에 시달리던 프로이센 농민들을 구제한 면장 라이파이젠의 제안은 소비자조합 보다 3배나 빠른 10여년 만에 전 유럽 농촌에 확산됐다.농산품 생산자조합의 대표인 썬키스트 오렌지, 제스프리 키위 외에도 미국의 AP통신과 유럽 명문의 축구클럽인 FC 바르셀로나, 미국 햄버거 메이커 버거킹 등이 협동조합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다.260여 조합의 그룹인 세계 최고의 조합 몬드라곤은 1956년 설립 이후 연 매출 30조원과 스페인 재계 서열 7위, 8만명이 넘는 일자리를 보유하고 있다. 위성 발사용 로켓 센서설비 제조기업,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시공한 우르사 건설사, 스페인 최대 슈퍼 체인인 에로스키 등이 속해 있다. 운영은 1인1표 원칙의 조합원 총회에서 주요 사안이 결정된다.이처럼 사회적 경제의 전통이 깊은 유럽 선진국에는 협동조합 외에도 NPO(Non Profit Organization, 비영리기구)가 중심이 된 사회적 기업도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공동취재단이 독일과 영국 현지에서 방문한 소셜 임팩트 랩(Social Impact Lab), 로컬리티(Locality), 더 브리게이드(The Brigade), 렘플로이(Remploy), 더 영 파운데이션(The Young Foundation) 등은 도시재생, 실직자 구제, 사회활동가 지원 등 소셜 이노베이션에 열정적이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4-11-07